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The Means of Freedom - 外傳 0. 序章 - 플레인 쉬프트(Plain shift) 차원이동의 실패로 다른 세계에 떨어진 주인공. 그 운명은? ---------------------------------------------------------------- "으음.." 흐릿하던 주변의 사물들이 점자 제 자리를 찾아간다. 얼마나 의식을 잃고 있었던걸까. 적어도 시간으로 환산하는 건 당장 으로는 무리다. 주변이 어둑어둑한 것으로 보아 밤일지도 모르겠다. ..'밤일지도 모르겠다' 는 괴상한 표현을 쓸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간단하다. 이곳은 내가 살던 차원과는 다른 이계(異界)이니까. 머리 가 아직도 띵하지만 적어도 호흡할 수 있는 공기가 있다는 것만으로 도 행운이라고 해야 될 처지다. 으이구, 살다보니 공기가 있는 걸 다 행으로 여겨야하는 경우도 생기네. "그런데...왜 이리 춥지?" 몸을 일으키려던 나는 문득 떠오른 게 있어서 고개를 아래로 내렸 다. 그리고 곧, 내 몸에 아무것도 걸친 게 없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꺄아아악--!" .... 그러고보니 볼 사람도 없잖아? 주변을 인프라비전(Infravision)으로 훑어본 후 이곳에 사람은커녕 쥐새끼 한 마리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나는 겨우 정신을 가다듬고 옷 으로 쓸 만한 걸 찾아보았다. 그리고 잠시 후, 숲 한복판에 사람이 걸칠 만한 게 있을 리가 없다는 당연하고도 명확한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사건의 발단은 단순했다. 아스트랄 사이드에서 빠져나가기 위한 플레인 쉬프트(Plane Shift) 를 쓰던 도중 죽었다고 생각했던 고스트 드래곤 아르켄이 최후의 힘 으로 우리 파티의 탈출을 막기 위한 결계를 쳤고 그에 대한 변태엘프 특유의 무대포 대응법에 의해 생긴 마력 간섭으로 미리 설정해 놓았던 차원통로의 위상배열에 오차가 발생해 버렸고 그 균열이 그것이 마력 의 허차원지향현상에 의해 확대되면서 기존 통로에서 강제로 튕겨나가 버리는 순간 발생한 플레인 쇼크(Plane Shock)를 견디지 못하고 내 방 어구인 아데나의 법의(法衣)가 소멸되어버린 후, 운 좋게 어느 물질차 원의 가장자리에 있는 에테르 사이드로 밀려나가는 것을 놓치지 않고 셰도우 워크(Shadow Waik)를 시전해 물질계의 장소로 들어오려다 말고 정신을 잃었던 것... 생각해보면 그리 단순한 건 아니군. 어쨌던 차원충격에 의해 입고 있던 아데나의 법의가 내 육체를 대신 해 파괴되면서 내 소지품과 옷 전부는 차원의 틈새로 사라져버렸다. 그나마 플레인 쇼크를 견딘 물건이라고는 실프의 반지와 라엘 녀석에 게 받은 파이널 퓨전 스트라이크(Final fusion strike)스크롤 정도. 한 마디로 졸지에 거지 신세가 된 것이다. 아차, 그러고보니 아직도 옷을 못 구했잖아? "Clothform." 천생성 주문은 여러모로 쓸데가 많다. 뭐 갑자기 로프가 필요할때라던 가, 텐트를 잃어버렸다던가.. 하지만 입을 옷이 없어 이 주문을 쓰게 될 줄이야! 이 주문을 마스터한 사람이라면 간단한 텐트나 옷 모양으로 천의 형태를 정해 생성할 수도 있긴 하지만 아쉽게도 나에게 그만한 능 력은 없다. 결과? 맨살에 망토 한 장만 걸치고 이 밤을 보내야 하게 생 긴 것이다. 이거 치한이라도 나오면 나 어떻해! * * * 태행산(太行山). 산서(山西)와 하남(河南), 하북(河北)의 경계(境界)를 이루는 이 태 행산맥은 예로부터 천하지척(天下之脊:천하의 등마루)이라 불리는 곳. 그런 만큼 산세(山勢)의 험함과, 숲의 깊음은 세인의 상상을 불허(不 許)할 정도였다. 지금 그 태행산의 한 곳에서는 작은 모닥불 하나에 의지한 이십여 명 의 사람들이 둘러앉아 있었다. 하나같이 흉험한 격전을 겪은 듯 옷은 피투성이에 몇몇은 이미 거동이 힘들 정도의 부상을 입은 상태였다. "괜찮으십니까?" "쿨럭.. 노납은 아직까지 움직일 만 하오. 다른 사람들은 어떻소?" 힘은 없었지만 온화하기 그지없는 목소리에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 는 위엄(威嚴)이 서려 있었다. 당연한 일이였다. 지금 자리에 앉아 있는 백의의 승려는 다름아닌 소림의 불광선사(佛光禪師)였으므로. 나이 삼십에 득도(得道)하여 소림의 장문직을 미련없이 내버리고 사 십 년 동안 세속을 떠나 주유하며 수많은 사람들을 구한 무림의 살아 있는 전설. 천하 십대고수 중 하나로 이미 천인합일(天人合一)의 경 지에 이르러 그 깨달음과 무공은 헤아릴 수 조차 없다고 전해진다. 그런 불광선사가 지금 피로 물든 승포를 걸친 채 운기조식으로 상처 를 치료하고 있는 것이였다. 온화한 눈빛은 평상시와 다름없었지만 누가 보아도 불광선사의 상처는 움직이기조차도 힘들 만큼 엄중한 것 이였다. 대체 누가 전 무림을 통틀어서도 최강고수의 반열에 들어가는 불광 선사를 이 지경으로 만든 것인가? "불행이도.. 살혼(殺魂)들의 포위망을 돌파한 사람은 채 절반이 되 지 않습니다. 그나마도 태반이 부상자인지라.." 불광선사의 앞에 서 있던 적의(赤衣)의 청년, 화령주(火靈主) 도옥 기가 침통한 표정으로 답했다. 그 역시 일파의 문주로써 지금껏 독보 적인 십이초 화령진멸신장(火靈眞滅神掌)으로 강호를 뒤흔드는 일류 고수. 그 뿐만이 아니였다. 이곳에 있는 이십여 명의 인물들 중 일류고수 아닌 자가 없었고 자신의 무공에 자신을 가지지 못한 자 역시 없었 으나 그들은 지금 상처입고 지친 몸으로 쫓기고 있었다. "아미타불.. 노납이 그들의 힘을 너무 과소평가했소. 철마대(鐵魔 隊)와 살혼진이 무림에 나타났다는 것은 오대마인 중 철마(鐵魔)와 살마(殺魔)가 부활했다는 뜻.. 이미 그들은 힘의 육할 이상을 되찾 았소." 불광선사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 그것이 사실이라면 무림의 판도를 완전히 뒤흔들 수 있는 엄청난 사 건일 것이다. 마교(魔敎)! 백년 전, 그 이름은 전 무림에 공포로 군림했다. 백도의 연합인 무림맹(武林盟)과 흑도의 지주인 마교는 아득한 과거 부터 끝없는 대립과 투쟁을 계속해 왔다. 그러나 구대문파와 무림의 세외삼가(稅外三家), 그리고 무림에 새로 이 등장한 철혈문(鐵血門)이 내분을 일으키는 동안 마교 교주인 천마 대제(天魔大帝)가 전 흑도를 복종시키는 데 성공했던 것이다. 그리고 무림맹이 붕괴되면서 이어진 것은 끝없는 혈풍(血風)! 하나로 모인 마교의 힘은 일반 무림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강했고, 그 거대한 세력 앞에 구파일방의 장문인 열 명은 천마대제의 앞에 무 릎을 꿇고 구파일방의 봉문을 맹세하는 치욕을 겪어야만 했다. 그리고 백 년을 이어져 온 암흑의 세월 끝에 백도는 힘을 하나로 모 았고 비밀리에 구파일방의 모든 절기를 한 몸에 모은 절세고수, 절대 신협(絶對神俠) 제무천을 탄생시켜 천마대제를 쓰러뜨리는 데 성공했 다. 그로부터 백 년. 지금 불광선사는 그 마교가 부활했다고 말하고 있 는 것이다. "마교의 오대마곡(五代魔谷)은 사실상 마교의 주력. 그들은 자신들 의 존재를 안 우리를 죽여 살인멸구(殺人滅口)를 하려는 것입니다.. 누구냐!" 퉁명스럽게 외치던 폭강신(暴强神) 화태관의 손에서 예리한 지풍(指 風)이 연달아 쏘아져나갔다. 그리고, "꺄악!" 지풍이 날아간 수풀 사이에서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터져나오며 한 인영이 튕기듯 밖으로 뛰어나왔다. "엉? 저게 뭐야?" 그 인영의 정체를 파악하는 순간, 폭강신 화태호의 입에서 놀람에 찬 외침이 흘러나왔다. 나타난 인영은 놀랍게도 눈처럼 흰 백의(白 衣)를 입은 가냘픈 여인이였던 것이다. 스무 살을 조금 넘어 보이는 그 여인의 미모는 정녕 눈부셨다. 그린 듯한 아미(蛾眉), 호수같이 맑은 푸른 색 눈동자는 어찌나 맑 은지 사람이 빨려들 듯하고 깍은 듯 솟은 코밑에 자리한 붉디 붉은 입술은 마치 터지려는 석류빛 같다. 게다가 늘씬한 키에 부풀어 오른 몸의 곡선은 사내의 눈을 어지럽 히는데, 입고 있는 옷이 옷이라기보다는 담요 비슷한 천을 몸에 감 고 있는 꼴이라 움직일 때마다 아름답기 그지없는 다리의 곡선이 드 러나니.. 그 아름다움은 그 맞은편에 서 있는 강남제일미(江南第一美) 조화령 을 무색하게 만들고도 남음이 있을 정도였다. "뭐 하는 년이냐!" 화태관은 양 손에 장력을 끌어올리며 외쳤다. 여차하면 당장이라도 출수해 상대를 쳐죽일 듯 살기등등한 모습. 여인은 그 강맹한 기세에 겁을 먹었는지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한 손으로 쥐고 있는 새하얀 천 아래로 은어(銀魚)와도 같은 다리가 살짝 드러난다. "제기랄! 철마, 살마에 이번에는 염마(艶魔) 자식이냐?" 화태관의 입에서 천둥같은 노호성이 터져나오는 순간 그의 신형은 이미 삼 장 앞으로 쏘아져나가고 있었다. 백의미녀와는 채 십 장도 되지 않는 거리. 절세고수인 자신들이 상대가 그 정도 가리까지 접근 할 때까지 알아채지 못했다는 것만으로도 상대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 지는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었기에, 지금 그는 남아있는 전력을 끌어 올려 상대를 공격하려 하는 것이다. 백의미녀는 놀란 나머지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외치며 황급히 몸 을 피하려 했지만 이미 화태관의 뇌화장(雷火掌)의 전권 내에 들어온 이상 피하기는 한참 늦은 뒤였다. ------------------------------------------------------------- 안녕하세요? 프란입니다. 결국 꼴에 무협지를 써올리게 되었습니다. 환타지에서 무협지로 넘어오는 차원이동물인데, 제가 무협지에 익숙 하지 않은 탓에 결국 집에 있는 무협지에서 몇 군데를 복사해서 갖다 붙이기까지 해버렸군요; 이거 소송 걸지 않으려나...; 뭐, 앞으로 이 글 쓰는데 익숙해지면 이런 짓은 안해야겠죠; 오늘의 마법~# 이 란은 이 무협지(--)에 등장하는 각종 마법과 관련 설정에 대한 설명을 위해 만들어진 곳입니다; 강호신행기에 등장하는 마법은 대부분 AD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제가 예전에 올렸던(그리고 앞으로 올릴;;) 소설에 나오는 것들입 니다. 마법이 파이어볼과 라이트닝 볼트, 메테오 뿐이라고 생각하 시던 분들이라면 이 글을 읽고 새로운 세상(?)을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그전에 머리아파서 때려치울 가능성이 더 높지만;; 제 목표는 이 소설에서 비공격마법 100개 등장시키기랍니다. 가 능하다고 생각하시는지?^^; Plain shift: 차원간 이동마법. 물론 9클래스짜리 최고급 마법이다. Infravision: 적외선 시각으로 밤에도 사물을 보는 마법. 엘프나 드 워프들은 이 능력을 타고났다. Clothform: 천생성 주문. 그냥 천을 만드는 마법이다. Shadow Walk: 허차원과 주물질 차원의 경계를 이동하는 마법. 자세한 건 모르는 게 속편하다. 관심있는분은 AD 마법설정집을 읽어보시던지 작가에게 메일을; 0. 序章 - 플레인 쉬프트(Plain Shift) 차원이동의 실패로 다른 세계에 떨어진 주인공. 그 운명은? ---------------------------------------------------------------- "멈추시오--!" 막 화태관이 장력을 발출하려는 순간 뒤에서 우렁찬 외침이 터져나 왔다. 그 목소리의 주인공이 누구인지를 깨닫는 순간 화태관은 거의 반사적으로 장력을 회수했다. "대사! 갑자기 왜.." 놀랍게도 그를 제지한 외침은 불광선사의 것이였던 것이다. "아미타불.. 그 보살은 염마의 수하가 아닐세." "예에? 하지만 저 꼴은.." "자세히 보게나. 저 보살의 근골은 무공을 익히기에 적합하지 않네. 염마의 사공(邪功)은 천하에서도 으뜸으로 치는 것. 결코 외모만으 로 사람을 판단해서는 안 되는 법이네. 게다가 저 보살은 무공을 가 지고 있지 않으니.." 불광선사는 합장하며 염불을 외웠다. "그, 그렇지만.. 저 소저가 염마의 인물이 아니라면 대체 왜 마교의 본거지에서 십 리도 떨어지지 않은 이런 곳에 나타난단 말입니까? 그리고 저런 모양을 하고도 부끄러운 줄도 모르는 꼴은.." "그만두시오. 무슨 다른 일이 있었을 수도 있는 것 아니오? 말을 알 아들을 수 없다고 해서 알지도 모르는 사람의 험담을 그렇게 늘어놓 는 건 대인(大人)의 자세가 아니오." 불광선사의 말에 화태관은 입을 다물었다. 불광선사는 이들 중에서 고 최고의 배분을 가진 인물. 적어도 근거없는 소리를 할 사람은 아 니였다. 앞에서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는 듯한 표정으로 멀뚱히 이쪽 을 바라보는 백의미녀를 본 그는 인상을 찡그리며 휙 돌아섰다. "보살은 이곳에 무슨 일로 온 것이오?" 불광선사가 서역어(西域語)로 말을 걸었다. 옅은 갈색의 머리에 수 정을 깎아 만든 듯 영롱한 빛을 발하는 벽안(碧眼)으로 보아 서역인 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서역어와 범어, 해동(海東)의 언어에까지 통 달한 불광선사조차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였다. * * * 잠시 후, 결국 불광선사는 백 세가 넘는 무림고인답지않게 손짓 발 짓까지 동원해 간신히 정체를 알 수 없는 백의미녀를 안심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녀는 불안한 듯 몸에 걸치고 있는 백색 천을 고쳐잡으며 다소곳이 자리에 앉았다. 여전히 한 손은 그 천을 꽉 쥔 채로... 천의 길이 때 문에 여전히 종아리에서 발목으로 이어지는 매끈한 곡선이 그대로 드 러나 있었지만 그 모습은 요염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아니, 입고 있 는 옷만 뺀다면 백의미녀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귀여우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안정된 기품이 느껴지는 것이였다. 이러한 분위기는 보통의 수양으로는 만들어낼 수 없는 것. 불광선사는 그것을 잘 알기 때문에 그녀가 마교의 인물이 아님을 확신했던 것이다. "이런..말이 통하지 않으니.." 고개를 흔드는 도옥기를 보던 백의미녀는 뭐라고 중얼거리며 옆에 있던 조화령을 손으로 가리켰다. "무슨.." 어리둥절하던 조화령은 그녀가 자신을 가리켰다가 그녀가 걸치고 있 는 흰색 담요 비슷한 천(;;)을 가르치자 곧 그 손짓의 의미를 깨닫고 자신의 짐을 꺼냈다. 그녀는 지다성녀(智多聖女)라는 또 하나의 별호 를 가지고 있을 만큼 재지가 뛰어난 여인이였던 것이다. 아니나다를까, 백의미녀는 조화령이 짐 속에서 여벌의 옷들을 꺼내 자마자 표정이 밝아졌다. "자, 빨리 갈아입어요. 지금 여기서 이럴 시간이 없으니." 알아들을 수는 없었겠지만 미소를 띄우며 말하는 조화령에게 그녀는 역시 미소로 답해준 후 옷을 들고 자리를 옮겼다. "몰래 쳐다보는 사람은 없을거요! 걱정마시오!" "허헛, 그러는 화 대협이야말로 걸핏하면 영웅호색(英雄好色)운운하 며 여자들을 찾아다니지 않았나?" 오래간만에 지친 일행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차 한잔 마실 정도의 시간이 지난 후 정체불명의 여인은 조화령의 옷으로 갈아입고 나무 뒤에서 나타났다. "일단 됐네. 자세한 이야기는 이곳을 벗어나서 하도록 하지. 아직도 마교의 정예들이 우리를 추격하고 있을 테니.." 불광선사가 운공을 끝내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나, 그 말이 채 끝나기도 전이였다. "크흐흐.. 추격하고 있는 게 아니라 이미 따라잡았다. 불광 땡중 녀 석아.. 네놈들은 사마(邪魔)의 무서움을 모르느냐?" 마치 쇠를 긁는 듯한 기분나쁜 외침이 골짜기 전체를 울려퍼졌다. '삼백 장 밖이다!' 바늘 떨어지는 소리도 들리는 한밤중의 숲 속이라지만 그 정도 거리 에서 일행이 하는 말을 모두 들을 수 있다면 이미 극에 이른 고수. 이 정도 거리면 도망칠 수 있다는 생각이 불광선사의 머릿속을 스치 고 지나갔지만 그것은 곧 지워졌다. 이쪽은 태반이 부상자. 게다가 무공조차 모르는 여인까지 달고 있는 것이다. 자신 한 몸이라면 몰라 도 모두를 데리고 도망치는 것은 불가능했다. "육합복마진세(六合伏魔陳勢)를 펼치시오!" "부상자들과 무공이 약한 자들은 안쪽으로!" 그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며 곧 벌어질 전투를 준비했다. 도망 치고 있는 중이라고는 해도 그들은 하나같이 무림의 일류고수들. 그 들의 합력은 절대적인 위력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크 ..귀엽게들 노는구나.." 어둠 속에서 음산한 혈무(血霧)가 뻗쳐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에 서 있는 것은 놀랍게도 흑의를 걸친 한 구의 해골이였다. 아니, 정확히는 고루음부시공(孤壘陰府屍功)의 절정에 이른 사람의 모습. 그러나 그것은 이미 사람이라기 보다는 회백색을 띈 해골에 가 깝다. 게다가 그 눈동자에서는 비수보다 더 예리한 피빛 광망이 무섭 게 번뜩이니.. 이 광경에 공포를 느끼지 않을 자가 어디 있으랴! "네, 네녀석은 사마의 십대사령(十代邪靈) 중 혈령사자(血靈使者)!" "그래도 눈깔은 제대로 박혔구나. 그렇다면 네놈들이 이곳에서 죽을 목숨이라는 것도 알고 있겠지?" "개소리! 눈깔이 있는지 없는지도 구분 안 되는 네놈같은 괴물에게 당할 만큼 이 화모는 약하지 않다!" 콰콰콰--! 외침과 동시에 뇌화장이 혈령사자를 향해 폭사되었다. 그러나, 혈령사자의 대응은 정녕 상식을 초월한 것이였다. 그가 한 손을 들어올리자마자 그의 앞에서 한 인영이 튀어나왔고, 그 인영은 정통으로 뇌화장을 얻어맞고 처참한 비명을 지르며 십여 장 밖으로 떨어져버렸다. 아무렇지도 않게 자기 부하를 희생시키는 혈령사자의 모습에 기가 질린 화태관은 자기도 모르게 한 걸음 뒷걸음질쳤다. "무, 무슨.." 그제서야 화태관은 혈령사자의 주위를 돌고 있는 혈무의 정체를 알 아볼 수 있었다. 뇌화장이 인영을 날려보내면서 주변의 혈무를 흐트 러뜨린 것이였다. 그것은 피빛의 적의(赤依)를 걸친 혈인들이였다. 그러나 그들의 얼 굴은 일그러지다못해 썩어들어가고 있었고, 두 눈에서는 살기에 가득 한 흉광(兇光)만이 번득일 뿐이였다. 그것을 보는 순간 화태관의 표정이 싹 변했다. 불같은 성격만이 아 니라 특유의 담대함과 강맹한 무공으로 폭강신이라는 별호까지 얻은 그였지만 그것의 정체를 안 순간 온 몸을 타고 흐르는 전율을 감당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것은 본령이 가지고 있는 혈령마인(血靈魔人)들.. 화태관, 네놈 이 이들을 막을 수 있겠느냐? 크큭.." "혈령마인이라면..!" "아미타불.. 저들은 무림의 일류고수들이 죽은 후 특수한 대법(大 法)을 거쳐 되살아난 강시들.. 저들을 조정하는 혈령을 죽이기 전에 는 결코 쓰러뜨릴 수 없는 불사신(不死身)들이오!" 불광선사의 설명은 무의미한 것이였다. 이미 극양(極陽)의 무공인 뇌화장에 맞은 혈령마인이 시커멓게 타 버린 모습으로 꿈틀거리며 일어나고 있었으므로.. -------------------------------------------------------------- 음.. 너무 무협지처럼 쓰는 것 같아.. 주인공은 환타지인데; 아마, 앞으로는 환타지성이 조금씩 나타날 겁니다. 특별히 주제라고까지 할 정도는 못되지만, 강호신행기는 범람하는 3류 무협지에 대한 일종의 패러디입니다. 무협지에서 자주 나타나 는 강시들, 이녀석들 심심하면 무림고수들 때려잡고 엄청 강해진 주인공도 괴롭히죠? 다음편에서 저것들이 어떻게 박살나는지 지켜보시길..^^ 오늘의 마법~# ..은 쉽니다. 설명할 게 없잖아; 0. 序章 - 플레인 쉬프트(Plain Shift) 차원이동의 실패로 다른 세계에 떨어진 주인공. 그 운명은? ---------------------------------------------------------------- "저건 또 뭐야?" 별로 이상한 녀석들이라고까지 할 정도는 못 된다. 피칠을 해 놓은 것처럼 시뻘건 전신만 제외하면 누가 봐도 평범한 좀비(Zonbie)였으 니까. 아무리 시뻘건 피부에 같은 색의 적의(赤衣)를 입혀 놓는 극악 의 칼라센스를 보여주고 있다고 해도 그게 문제가 될 수준은 아니지. 하지만, 정작 놀라운 것은 따로 있었다. "키아아악--!" 꼴에 괴성을 지르며 달려드는 시뻘건 좀비들. 하지만 저들의 움직임 은 좀비는 느리다는 일반 상식을 가볍게 뒤집어 놓고 있었다. 거의 움직임을 쫓기 힘들 정도의 속도. 저 좀비들은 정상적인 인간 전사들 이상의 몸놀림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다리 관절이 돌아가지 않 아 무릎 관절로 뛰어다니는 주제에 뭐가 저렇게 빠른거지? 게다가 저 것들은 대장리치 -로 추정되는- 녀석의 신호에 따라 감탄이 나올 정도 로 정교한 시간차 공격으로 자신들보다 숫자가 많은 이쪽 사람들을 공격하고 있었다. 저 정도 스피드와 공격력이면 정말 슈퍼 울트라 하 이퍼 블러디 뮤턴트 좀비(..)라고 불러도 되겠는걸. 하지만 더 놀라운 것은 따로 있었다. "六合天仙! 發塵!" 조금 전 나보고 뭐라뭐라하던 그 아저씨가 뭐라고 외침과 동시에 대 부분의 사람들이 일사불란하게 흩어지며 각자의 무기를 뽑아들었다. 발검음(發劍音)조차 하나로 들릴 정도로 동시에 벌어진 동작. 그와 함께 저 인간들은... 내 눈에 거의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싸우기 시 작했다. 마, 말도 안돼! 더블 헤이스트를 건 것도 아닌데 인간이 어 떻게 저런 속도로 움직이지? 대륙 최강의 검사라는 카이르의 움직임 도 이 정도까지 빠르지는 않았다. 게다가.. "大伏魔佛杖!" 콰아아아--! "큭.." 이 일행의 리더로 보이는 수염 난 할아버지의 손에 들린 로드(Rod) 에서 어마어마한 기류가 해일처럼 좀비들을 향해 쏟아져갔다. 지팡이 하나로 가한 타격이라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폭음과 함께 거의 50 세크가 넘는 거리를 훌훌 날려가 수풀 사이로 사라져버리는 빨간 좀 비 다섯. 게다가 흙먼지가 사라진 후 저 공격이 명중한 자리에는 반지 름 10세크는 될짐한 거대한 구덩이가 파여 있다. 저게.. 인간의 능력 인가? 마법이라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주문도, 발동시간도, 심지어 는 외부 마나의 움직임조차 없었는데.. 발경(發經)의 일종? 말도 안 돼. 내가 파이어볼이나 프레임 스트라이크(Flame Strike)를 날려도 저만한 위력이 나온다는 보장이 없다. 저 지팡이가 마력을 가지고 있 다고 치고, 조금 전의 외침이 발동어라고 해도 저 위력은 상식을 벗 어난다. 이곳이 이세계라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그리 이상한 건 아니 겠지만.. 다른 사람들의 무기-검이 압도적으로 많다- 들도 저만한 것은 아니 지만 청백색이나 백색의 빛줄기로 감싸여 있다. 저 에너지는.. 분명 히 마나의 흐름. 특히나 지금 진형을 지휘하고 있는 성질 급한 아저 씨의 경우는 분명히 아무 것도 없는 맨손에서 연신 이곳까지 열기가 전해질 정도로 강력한 열에너지의 폭풍을 내뿜어대고 있었다. 나는 쥐가 나려고 하는 머리를 감싸쥐며 생각을 정리했다. 이 사람 들이 전부 이모탈이던 이곳이 허차원이던 간에 일단은 살고 볼 일. 내가 보기에도 탈진에 부상이 겹친 이쪽 사람들은 저 좀비에게 서서 히 밀리고 있었다. 아까 리더 할아버지에게 맞은 놈이야 뼈도 못 추 리게 박살이 났겠지만 역시 좀비답게 저것들은 맞아도 맞아도 끄덕도 하지 않고 계속 일어나는 것이다. 이곳 사람들은 좀비를 상대하는 방 법도 모르나? "으흐흐....." 좀비들을 제어하는 리치 녀석이 엄청나게 기분 나쁜 웃음을 흘리자 좀비들의 움직임이 다시 빨라졌다. 저건 해도해도 너무하는군. 맨손 으로도 모닝스타를 능가하는 파괴력을 보이는 괴상한 사람들에게 계 속 얻어맞으면서도 저 슈퍼 울트라 하이퍼 블러디 뮤턴트 좀비 녀석 은 그리 큰 타격도 입지 않는 것 같다. 일반 좀비라면 단 한대만 맞 아도 박살이 날 타격인데도. 게다가 몇몇은 일행 중 한 사람이 손에 서 내뿜은 불꽃에 맞고 거의 재가 되기 일보직전인데도 계속 움직이 고 있다. 이거 장난이 아닌걸? "....!" 리치 녀석의 기분나쁜 웃음이 한층 높아지는 것과 함께 맨손으로 파 이어볼만한 불꽃 덩어리를 연신 뿜어내던 남자가 날 보며 뭐라고 외 치는 게 보였다. 그와 동시에 뭔가 기분나쁜 느낌이 온 몸을 감싼다. 마치 영혼을 옭아매는 올가미 같은 죽은 자들의 기운. 저 리치의 웃 음 자체가 일종의 마법인 모양인지, 몇몇 부상자들은 리치의 괴소와 동시에 손이 어지러워지더니 비틀거리며 몇 걸음 물러났다. 그리고 그 순간을 놓치지 않은 좀비의 오른손이 남자의 머리에 명중했다. ".." 철퇴에 직격당하기라도 한 듯 깨진 수박처럼 박살나는 머리. 그리고 흩어지는 뇌수. 그 장면이 눈에 들어오는 순간 난 정신을 차렸다. 저 들이 아무리 엄청난 능력을 지니고 있지만 저들 중에 성직자는 없어 보였다. 위험하더라도 일단 나가 싸워야겠는걸? "Protect From Evil!" 나는 일단 악으로부터의 보호 주문부터 외웠다. 저 리치 녀석의 웃 음소리에 대항하려면 성가(Chant) 주문이 가장 효과적이지만 그걸 유 지하는 동안은 터닝이 안 되니까. 타이밍이 좋았는지 막 검을 떨어뜨 린, 나한테 옷을 빌려준 여자에게 달려들던 좀비 하나가 주문의 영향 을 받고 허겁지겁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동시에 나에게로 집중되는 사람들의 시선. 어이, 신성마법 처음 봐요? "프리시안의 이름으로.." 곧바로 나는 방금의 그 좀비에게 터닝을 시도했다. 좀비는 파괴되지 는 않고 움찔하더니 전의를 상실한 듯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했다. 성 공인가? 하지만 저쪽의 리치가 또 뭐라고 고함을 지르자 그 좀비의 눈이 붉은 빛을 띄면서 나에게로 다시 달려들었다. 젠장! 7명밖에 되 지 않는 프리시안의 하이 프리스티스, 이미 홀리 스피리트(Holy Spiri t)에 이른 내가 좀비 하나를 터닝하지 못한다니, 말이나 돼? "죽은 자들은 그들이 있어야 할 장소로!" 약간 화도 난 김에 이번에는 전력을 다해 터닝을 시도했다. 목표는 내 정면에 있는 좀비 넷. 나도 한다면 하는 성격이야! 괴성을 지르며 좀비 둘이 파괴되고 다른 둘은 미친 듯 비명을 지르 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솔직히 기가 막힌다. 스펙터나 셰도우 나이트도 퇴치하는 내 터닝에 맞은 효과가 겨우 저것뿐이라니. 저거 대체 뭐하는 것들이야? 놀란 표정으로 날 바라보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봐요, 놀라긴 내가 더 놀랐다고요. 게다가.. 저 리치는 좀비 몇 죽은 게 뭐가 그리 열받 는지 방방 뛰면서 괴성을 질러댔고, 그걸 듣자마자 남은 좀비들은 이 번에는 나를 목표로 달려들기 시작했다. 정말 괴상한 동네야. 멀쩡한 사람 손에서 주문도 없이 불길이 나가질 않나, 좀비가 사람보다 더 빠 른데다가 성직자의 터닝도 모르는 무식한 리치가 있는 세상이라니. 사 람들 얼굴은 별로 안 이상한데 -얼굴이 약간 다르게 생기긴 했지만 그 래도 산소를 들이마시고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생명체 아닌가? 내 입 장에서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행운이다.- 마법관은 엄청나게 다른 모 양이군. 좀비들의 공격은 이쪽 편 사람들의 방어에 막히긴 했지만 그래도 두 마리 정도가 날 향해 달려든다. "Call Lightning!" 강력한 벼락이 하늘에서 수직으로 달려오는 좀비에게 내려꽃혔고, 성력(聖力)이 깃든 전격의 힘을 견디지 못한 놈은 그대로 산산조각났 다. 아무래도 이쯤에서 끝을 맺어야 할 것 같은데.. 내 입에서 흘러나오는 홀리 윈드(Holy Wind)의 주문에 맞춰, 대기 속 으로 흘러든 신성력이 서서히 바람의 형태로 주위를 감싸기 시작했다. ---------------------------------------------------------------- 랄랄라~ 혈강시? 수라실혼인? 언데드 주제에 감히 성직자 앞에서..^^; 이 글의 주인공인 에릴 레아스(그러고보니 3회까지 이름이 안나왔 군요;;)는 최고위 성직자이자 제법 고레벨의 마법사입니다. 그래 도 주력은 신성마법. 나이에 비해 지나치게 강하긴 하지만.. 보 기보단 훨씬 나이 많아요; 게다가 라그시안 전기 3부의 주인공이 니..; 오늘의 마법~# Flame Strike: 신성마법의 하나로 하늘에서 불기둥이 내려와 대상 을 태워버린다. 이 불길은 신성한 힘이 담긴 것이 기 때문에 악마 등이 맞으면 치명적이다. Call Lightning: 역시 비슷. 하늘에서 날벼락(!)이 떨어져 대상을 구워버린다. 신성한 힘이 담겨 있다. Fire ball: 파이어볼.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 Protect from Evil: 악으로부터의 보호. 정확히 말해서 에릴이 쓴 악으로부터의 보호는 범위를 확장한 것이다. 마법 범위 내에 악한 생명체 또는 언데드가 다가오는 것을 막는다. 억지로 들어오더라도 그 힘은 약해진다. (언데드와 턴 언데드가 뭔지 모르는분?) Chant: 성가. 이 노래를 듣는 아군은 성직자의 축복을 받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내며, 적군은 반대로 사기와 전투능력이 저하 된다. Holy Wind: 성스러운 바람을 일으켜 대상 내의 모든 적을 공격한 다. 물리력은 낮지만 이름 그대로 신성한 바람이라 악마나 언데드에게는 치명적이다. 홀리 스피릿에 대한 설명은 다음에;; 0. 序章 - 플레인 쉬프트(Plain Shift) 차원이동의 실패로 다른 세계에 떨어진 주인공. 그 운명은? ---------------------------------------------------------------- 숭산(嵩山). 천하에 그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없는 숭산에는 동(東)에 태실(太 室), 서(西)에 소실(小室)의 드높은 두 봉우리가 존재하며, 그 소실 봉 중에 송백(松柏)이 무성한 수림이 펼쳐져 있다. 소림사(少林寺), 승려불자(僧侶佛子)라면 선종(禪宗)의 본산(本山) 으로써, 무림인들이라면 천하 무(武)의 발상지인 태산북두(泰山北斗) 로써 천 년을 이어져 내려온 천하 무림의 지주(支柱)인 소림사가 바 로 이곳에 위치한 것이다. 물론 소림사 본전이 이곳에 있긴 하지만, 실제 숭산 전체에는 수없 이 많은 사찰과 암자가 있으며 소림의 승려 대부분은 이곳에 자리하 고 있다. 그 중 하나인 불광암(弗光巖)은 불광선사가 거주하는 암자였다. 태행산에서의 혈전 후 불광선사는 그들이 얻은 정보를 해독하고 마교 (魔敎)의 부활에 대비하기 위해 지다성녀 조화령과 함께 불광암에 돌 아온 것이였다. 그러나 마교의 부활보다도 불광선사의 관심을 끈 것은 따로 있었다. "들어가도.. 되는가?" 문 밖에서 들려온 어색한 중원어에 불광선사와 조화령은 함께 웃음 을 터트리고 말았다. "그럴 때는 '들어가도 되나요?' 라고 말하는 거예요." 조화령이 재미있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그녀의 미소는 백화(百花) 가 피어나는 듯 아름다웠지만 아쉽게도 방 안에서 그것을 신경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예? 무슨 말씀이신지.." 중원어를 알아듣지 못해 쩔쩔매고 있는, 에릴 레아스라는 이상한 이 름을 가진 벽안의 미녀는 태행산에서 불광선사 일행과 만난 후 어찌 어찌해서 불광암까지 따라오게 되었고, 한 달이 지난 지금은 조화령 과 불광선사에게 중원어를 배우는 중이였다. 보통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했었지만 지다성녀 조화령의 눈으로 보기 에도 그녀가 중원어를 배우는 속도는 엄청나게 빨랐다. 한 달만에 간 단한 회화가 가능해졌고, 지금은 본격적으로 한자(漢字)를 쓰는 공부 를 하는 중이였던 것이다. 실로 절대기재(絶對奇才)라 부를 만한 속 도. "잘 왔네. 마침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는데 말일세." "저에게 말..인가요?" 태행산에서 통성명을 하고, 에릴이 다른 세계에서 왔다는 놀라운 사 실을 들은 불광선사와 조화령은 그녀에게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두 사람은 에릴에게 본명과 어감이 비슷한 하예련(河藝蓮)이라는 중원 식 이름을 붙여주기도 했다. 성이 하(河)인 이유는 에릴의 성인 레아 스의 어원이 강이기 때문이였다. - 사실 이곳 사람들의 이름이 엄청나 게(?) 짧다는 것에 놀란 에릴이 자신의 풀 네임을 부르지 않은 것이지 만. - 그렇네. 소저는 이곳에서 마법을 사용하기 힘들다고 했었지 않나? 불광선사는 혜광심어(慧光心語)의 수법으로 에릴에게 직접 의사를 전달했다. 일반 전음의 경지를 뛰어넘어 의사 자체를 상대방에게 전 달하는 혜광심어는 무공이 화경에 들지 못하면 시전할 수조차 없는 기술. 그것은 불광선사의 무공이 어떠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었 다. - 예. 제가 살던 곳과 이곳 중원은 마나(Mana)의 흐름이 판이하게 달 라 적응하기가 힘들어요. 하지만 지금은 익숙해져서 별 문제가 없 죠. 신성마법은 일단 그대로 사용할 수 있고요. 에릴도 텔레파시(Telepath)주문을 외워 의식을 통해 직접 불광선사와 대화했다. 마법 사용이 가능해진 후로 두 사람은 말이 통하지 않는 상 황에서도 이 방법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던 것이다. - 그렇다면.. 그 마법이라는 것은 이곳의 사람들도 배울 수 있는 것 인가? 에릴이 보여주었던 그 신비한 능력이 그들의 세계에서는 신성마법(神 聖魔法)이라 불리며 마법이라는 다른 기술과 함께 그 세계에서 무공만 큼이나 보편화된 능력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두 사람의 경악은 이 루 말할 수 없는 것이였다. 불광선사와 같은 무림고인이 관심을 가질 정도로, 에릴이 태행산에서 보여준 기적은 대단했던 것이다. - 글쎄요. 저나 이곳의 사람들이나 큰 차이는 없는 것 같으니 기본적 으로는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 문제가 있다는 것이로군. - 예. 신성마법은 신의 의지를 빌어 기적을 행사하는 마법. 당연히 그 신 에 해당하는 종교를 가지고, 언제나 성직자로써의 의지와 태도를 가 지고 있어야 한다. 일반인, 특히나 검 한 자루에 목숨을 맡기고 살아 가는 무림인이 성직자로써 살아가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 은 출가인인 불광선사도 잘 알고 있었다. - 써클매직의 경우도 마찬가지예요. 써클마법은 기본적으로 인간이 명상이나 수련으로 축적한 마나를 이용해 세계를 구성하는 마나의 흐름을 왜곡시키는 것이죠. 이곳의 표현대로라면 천지간의 기(氣) 의 흐름을 바꾸어 이적(異蹟)을 행사하는 것.. 물이 가득 찬 거대한 물통이 막대저울의 양 끝에 올라가 있다고 보 자. 만약 그 중 하나의 물통에 구멍을 내면 물이 쏟아져 나올 것이 다. 그렇게 되면 저울의 균형이 깨져 물이 많은 쪽으로 저울이 기울 고, 어느 정도 저울이 기울면 그 위에 올라가 있던 물통이 쓰러지면 서 되고 그 속에 있던 물이 모조리 밖으로 넘쳐버리게 된다. 이것이 써클매직의 기본 원리. 자신의 마력을 방아쇠삼아 정교한 마나의 왜 곡을 일으키는 작업은 극히 정교하고 복잡한 계산을 요구하며 익히는 데 엄청난 시간을 필요로 한다. - 게다가 마법은 주문을 외우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죠. 차라리 중 원의 무공 쪽이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만. 그리고..무엇보다 제 마법 실력은 남을 가르칠만한 수준이 못 됩니다. 전 신성마법을 사용하는 성직자이고 마법은 취미로 익힌 것이라서.. - 그런가.. 알겠네. 불광선사는 그동안 에릴과 마법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나누어 왔기 때문에 지금의 설명을 이해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 하지만 선사님이 필요로 하신다면.. 제 능력이 되는 만큼은 가르쳐 드릴 수 있습니다. - 그게 정말인가? - 뭐.. 공짜로 남의 집에서 먹고 자고 있으니까 그 정도는 어려운 일 도 아니죠. 대신 저도 중원의 무공이라는 것을 좀 배울 수 있을까 요? - 무공도 결코 익히기 쉬운 것은 아니지만.. 일단 기본적인 것은 가 르쳐 줄 수 있네. 속마음을 들킨 불광선사는 겉으로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칠십 년 이 상을 수행에 바쳐 온 자신이 남의 비기(秘器)를 얻으려 욕심을 부렸 다는 사실에 부끄러움을 느꼈다. 그리고 그것을 알면서도 아무렇지 않게 마법을 가르쳐 주려는 에릴에게 그만큼의 답례를 해야겠다고 다 짐했다. 사실, 불광선사는 한 가지를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에릴이 살던 라그시안 대륙에서 마법은 보편화된 것이였고 일반적인 마법은 마법 학교에 입학해 약간의 수업료만 지불하면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었 다. 에릴의 입장에서는 마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 아무 것도 아니였지 만 무림의 규칙을 생각한 불광선사는 일종의 지레짐작을 한 것이다. 지금은 모르고 있지만 이것은 훗날 에릴에게 막대한 이익을 가져다주 게 된다. 정신으로 이루어지는 두 사람의 대화를 들을 방법이 없는 조화령만 이 두 사람의 표정 변화를 보면서 옆에서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 마법설정집이 되어 버렸다..;; 어쩐지 이번 편 진행은 어색한 느낌; 게다가 저 한문의 난무는 뭔가..; 프란은 한문에 약한데..집에 한자사전도 없고.. m\('' )~(#) 무책임샵 정신으로 밀고 나간다! --; 틀린거 있어도 용서해 주십시오;; 오늘의 마법~# Telepath: 텔레파시. 설명이 필요한가? 상대와 마음으로 직접 의사 소통을 하는 마법. 초능력에 가깝지만 마법사들의 노력의 결실로 주문의 형태로 개발되었다. 신성마법의 사용에 대해: 신성마법을 다른 세계에서 사용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왜냐고요? 원래 신은 인 간계와 다른 차원에 사는 존재니까요.^^; 어차피 다른 차원 에서 신의 힘을 빌린다면 그게 인간계던 다른 인간계던 무 슨 상관이 있겠습니까? 무, 물론 무림세계는 프리시안의 홈 그라운드(?)가 아니기 때문에 창조주급의 힘을 발휘하지는 못합니다. 그래도 인간이 사용하는 일반 신성마법의 사용에 제약이 있을 정도는 아니지요. 관심가져주신 독자분께 감사 드립니다^_^ 0. 序章 - 플레인 쉬프트(Plain Shift) 차원이동의 실패로 다른 세계에 떨어진 주인공. 그 운명은? ---------------------------------------------------------------- "허허.. 이거 참.." 백미(白眉)에 백염을 늘어뜨린 노승(老僧)이 바둑판을 바라보며 한 숨을 내쉬었다. "노납이 국수(國手)의 경지는 아니나 내 평생 바둑을 배운지 반 년 밖에 안되는 사람에게 불계패를 당할 줄은 생각도 못했소. 이거야 원.." 노승, 불광선사는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바둑판 맞은편에 있는 여 인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예련은 눈동자를 빛내며 한 손에 검은 바둑 돌을 들고 생글거리는 중이였다. 정말 깨물어주고 싶을 정도로 귀여 운 모습...이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것은 제삼자의 입장에서 볼 때 의 이야기. 지금 두 사람의 신경은 모조리 바둑판에 쏠려 있을 뿐이 였다. 바둑판의 형세는, 흑의 작전에 걸려 주전장(主戰場)을 잘못 짚은 백 이 대마를 빼앗긴 형국이였다. 아무래도 불광선사는 마법사의 두뇌를 너무 과소평가했던 모양이다. "음..오늘 전적이 몇 승이더라.." 태행산의 일이 있고부터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이곳에서 예련이 라는 이름을 얻게 된 에릴은 그동안 중원어를 거의 완전히 익혔고 중 원과 무림이라는 세계에 대해서도 많은 것을 듣고 배우게 되었다. 중원어를 완전히 구사할 수 있게 된 후로 불광선사는 예련의 지식과 성취가 자신과 한없이 높아 거의 대등한 경지에 이르러 있다는 것을 알고 놀라워하며 요즘은 거의 하루종일 붙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 다. 사실 그것은 당연한 일이였다. 예련은 프리시안의 하이 프리스티스 (High Priestess), 승정(Bishop)을 제외하면 교단 내에서 가장 높은 위치이자 실질적인 활동의 주축이 되는 최고위 성직자. 굳이 배분을 따지자면 소림의 장로인 불광선사와 동배가 되는 셈이다. 그것을 안 뒤부터 불광선사는 예련에게 하대 대신 평대(平待)를 하고 있었다. "스승님, 철운비입니다." 갑자기 문 밖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오게." 문이 열리고 들어온 것은 불광선사의 속가제자(俗家弟子) 중 한 사 람인 활인협(活人俠) 철운비였다. 무림출도한 지 삼 년 동안 수많은 악인들을 다스리면서 그 중 한 사람도 죽이지 않아 활인협이라는 명 예로운 별호를 얻은 철운비는 무림의 십대후기지수 중 하나인 일류 고수였다. "하 소저께서 부탁하신 장소에 대해 알아왔습니다." "그래요?" 예련이 자리에서 반쯤 튀어오르다시피 일어났다. 이곳의 생활에 기반이 잡힌(?)이후부터 예련은 원래의 차원으로 돌아 갈 방법을 연구해 왔다. 출발지점이였던 아르케미시아 현자학원 본관 에는 귀환용 게이트가 오픈되어 있으므로 다시 주문을 외울 필요없이 그곳의 좌표를 입력한 게이트 마법진을 만들기만 하면 간단하게 돌아 갈 수 있다. 물론 그것만으로도 엄청난 양의 마력이 필요하겠지만.. 워낙 대책없이 일어난 사고인데다 고위 마법사가 아닌 예련은 마법을 쓰다 못해 컨택 아웃트 플레인(Contect outer Plain)으로 직접 자신의 신인 프리시안의 위치를 찾아 원 세계인 라그시안 대륙과 홀리 플레인 간의 상대거리를 이용해 상대차원좌표를 구하는 극단적인 방법까지 동 원해 양 차원간 대강의 차원거리를 산출해내기는 했지만 주차원에 들어 가더라도 상대공간좌표의 원형공산오차(圓形公算誤差)가 상당하기 때 문에 텔레포트가 가장 정확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장소, 즉 귀환용 게 이트가 있는 장소와 가능한한 정확하게 대칭되는 이 차원 내의 장소를 찾으려고 한 것이다. ...물론 위 설명은 마법사가 아니면 이해하기 힘든 이야기다.(--) 당 연히 예련은 구구절절한 설명은 생략한 채 복잡한 수식이 적힌 종이쪽 지 한장만 줘서 그 장소를 찾아달라고 부탁했었다. 수학이 발달하지 않은 시대에서 다른 사람이 그 위치를 정확하게 찾아낼 거라고 기대하 지 않았던 예련에게 철운비의 답변은 펄쩍 뛸 정도로 기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것은 그만큼 철운비의 학식이 뛰어남을 증명하는 것이기 도 했다. "그런데.. 그 장소가 그리 만만한 곳이 아닙니다." "어떤 곳이길래요?" "하 소저가 말씀하신 조건에 맞는 곳은 정확하게 신혈문(神血門)의 영 역, 그 중에서도 신혈문의 금지(禁地)입니다. 그곳은 신혈문 내에서도 문주 외에는 누구도 들어갈 수 없는 장소로, 문외(門外)의 사람은 그 곳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고 있습니다." "..제가 말씀드린 장소의 범위는 상당히 넓을 텐데요? 거의 반경 2리 (里:약 400m)정도는 되는데, 설마 그게 다 신혈문에 들어가 있다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워낙 수상한 곳이라 이전에도 몇 번 조사를 나간 적이 있었지만, 경계가 워낙 엄충해 아무 것도 알 수가 없었죠." "예.." 철운비의 말을 들은 예련은 한동안 눈을 감은 채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했다. 고민이 있을 때의 예련의 버릇이였다. "그렇다면.. 제가 직접 가 봐야 할것 같아요. 제 눈으로 직접 보고 조사를 한다면 뭔가 방법이 나올지도 모르죠." 예련의 그 말은, 그녀가 불광암을 떠나야 한다는 것을 뜻했다. * * * "일 년이란 시간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다고 할 수 있지. 그동 안 소저 덕분에 말년에 즐거운 한때를 보내나 했더니, 이렇게 작별 을 하게 되는구려." "그거.. 듣기에 따라서는 상당히 위험한 표현 같은데요?" "허헛.. 그렇게 되나?" 장난기어린 미소를 입가에 띄운 예련의 말에 불광선사는 물론이고 선 사의 뒤에 있던 철운비와 또다른 속자제자인 비운연(飛雲煙) 주아군 두 사람까지 파안대소를 터트리고 말았다. 무림의 예절이 몸에 배어 있는 그들이 어디서 이런 농담을 들어 보았겠는가. "하 소저, 몸조심하시오. 철운비가 따라가겠다는 것까지 거절하고 혼 자 간다고 하니 말릴 수는 없지만, 이곳에서 신혈문의 영역까지는 오 천 리가 넘으니 무공도 없는 여인의 몸으로 가기에는 험난한 여정이 될 것이오." "예, 염려 감사합니다만, 제 여행경력은 10년을 넘으니 걱정까지 하 실 필요는 없습니다." 예련은 예의 웃음을 지으면서 불광선사를 바라보았다. 세로운 세계, 지금껏 말로만 들어왔던 중원을 직접 눈으로 본다는 것에 어린아이처 럼 들떠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는 예련보다 몇 배 침착한 불광선 사는 무전여행 나가는 딸을 바라보는 부모 같은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강호가 얼마나 험악한 곳인지 잘 알고 있는 그였으므로. 게 다가 지금은.. "소저는 태행산에서의 일을 기억하시오?" "물론이죠. 그 좀비, 아니 혈령마인이라는 것들은.." "그렇소. 이미 알고 있겠지만 혈령사자는 마교의 일원, 그 중에서도 이류에 속하는 자요. 실제 마교의 힘은 무림에 혈풍을 불게 할 수 있는 것.. 마교의 존재가 발각된지도 벌써 1년. 마교가 공식적으로 나타나지 는 않았으나 이미 무림은 흑도와 백도로 나뉘어 대립하고 있고 갖가 지 흉흉한 소문들이 퍼지고 있으니 그야말로 폭풍전야(暴風前夜)의 형국이오. 소저는 무림인이 아니니 무림의 다툼에 끼어들 필요는 없 으나 이미 태행산의 일로 하 소저는 마교의 일에 관여하고 말았소. 노납은 그 점이 불안할 뿐이오." 침중한 안색으로 말하는 불광선사의 모습에 예련도 표정이 굳어졌 다. "이것을 가져가시오. 그동안 소저에게 가르쳐 준 대정신공(大正神 功)과 무상반야진기(無想般若眞氣)의 구결이 적혀 있으니 익히면 호 신에는 부족함이 없을 것이오." 무상반야진기라는 이름을 듣자마자 불광선사의 뒤에 서 있던 철운비 와 주아군의 얼굴이 경악으로 새하얗게 변했다. 활인협 철운비의 침 착한 성격을 잘 아는 예련은 '대체 저게 뭐길래 저 사람이 놀라는 거 지?' 라고 생각하며 불광선사를 바라보았지만 그 온화한 눈빛은 평상 시 그대로여서 아무 것도 읽어낼 수가 없었다. "근골이나 성격으로 보아 소저는 무공에는 그리 뛰어난 자질이 없 소. 하지만 이 부상반야진기는 불가의 선천기공(先天氣功)이니 높은 수양을 지닌 하 소저라면 대성(大成)하는 것도 불가능하지만은 않을 것이오." 철운비와 주아군의 표정은 이제 당장 쓰러지지나 않을까 걱정될 정 도였다. -예련의 눈으로 보기에 그랬다는 이야기지만- 아무래도 뭔가 상당히 높은 수준의 무공서라는 생각이 든 예련은 적당히 거절하려고 말을 생각했지만 불광선사는 그녀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예련의 손을 잡고 그 위에 작은 책 한 권을 쥐어주었다. "이것도 다 연인이니.. 굳이 거절할 필요는 없소." "아, 예. 그럼 감사히 받겠습니다." 예련은 인사와 함께 예의상 거절도 하지 않고 그대로 책을 받아 품 속에 챙겨넣었다. 과공비례(過空非禮)라는 말을 꺼내지 않더라도 예 련은 불광선사가 진심으로 이 책을 자신에게 넘기고 싶어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의미없는 예절은 서로를 믿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억지 로 마시는 술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이 프리시안의 가르침이였다. "시간이 되면 꼭 다시 와서 인사라도 하고 가겠습니다. 그럼 안녕히 계십시오." "소저도 몸조심하시오. 특히 무림의 악인들은 극히 위험하니 주의해 야 할 거요." 간단한 인사를 끝으로 예련을 발길을 돌려 불광암을 내려갔다. "들어가자. 바람이 차구나." "예?" "인연이란 돌고 도는 것, 헤어짐을 아쉬워할 필요는 없는 법이지. 하물며 다시 만날 약속을 하고 떠난 사람이야.." 마치 성불(成佛)한 부처의 모습 같은 온화한 미소를 입가에 띄운 채, 지나가는 듯한 말투로 불광선사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하지만 스승님, 무상반야진기는.." "하 소저가 그것을 소홀이 다룰 사람으로 보이는가?" "그것은 아니지만.." "그럼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느냐." "..." 담담한 불광선사의 말에 주아군은 입을 다물었다. "..스승님께서는 하 소저를 무림과 연관지어 마교를 상대하게 하실 생각으로 그것을 준 것입니까?" "솔직히 말하자면, 그런 생각도 있었지. 하 소저에게는 뭐라 할 말 이 없지만.. 하지만 그보다는 다른 생각이 더 컸네." "다른 생각이라면.." "인연(因緣). 그런 생각이 들었을 뿐..." "하지만 스승님, 그녀는 불가의 사람이 아니지 않습니까." "모든 것은 극에 이라면 하나로 통하는 법. 도(道) 역시 그런 것이 야. 내 짐작이 맞다면, 하 소저는 무림 역사상 그 누구보다도 무상 반야진기를 높은 단계까지 연성할 수 있을 것이네." 그것은 실로 놀라운 예언이였다. 무상반야진기(無想般若眞氣)! 소림 칠십이종절기(七十二種絶技) 중 제 일위. 달마가 중원에 도착해 소림을 세운 이후로 천 년의 무림 역사동안 단 한번도 깨어진 적이 없는 신공으로 원래 적을 해하기보다 호신을 위주로 만들어진 무공임에도 불구하고 그 힘은 고금의 어떤 무공도 누를 수 있는 그야말로 절대(絶對)의 것이라고 전해진다. 그러나, 소림의 천년 역사에서도 이 무상반야진기를 완성한 사람은 달마 이후 채 세 사람을 넘지 못했다. 불광선사 본인의 성취도 겨우 오성에서 육성 사이. 그것만으로도 무림 절대고수의 반열에 올라 있 으니 그 위력을 말해 무엇하랴. 불광선사는 그러한 무상반야진기를 잘 알지도 못하는 외부인에게 설 명 한마디 없이 전해준 것이다. 그것이 앞으로 무림의 정세에 어떤 영향을 가져올 것인지.. 철운비는 아무 것도 모른 체 가벼운 걸음으로 산길을 내려가는 예련 의 뒷모습에 시선을 고정시킨 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눈빛이 의미하는 것은 대체 무엇일까.. -------------------------------------------------------------- 음냐..; 결국 절세의 신공을 얻는건가.. 그래도 무협지에 무협주인공인데 무공이 없으면 안되지;; 자, 다음은 공력이다!..쿨럭; 나..이래도 되는 걸까? 아참, 오늘분까지가 오프닝입니다아^^ 오늘의 마법~# 컨택 아웃트 플레인(Contect outer Plain): 다른 세계의 존재와 접 촉해 정보를 얻어내는 마법. 다른 세계의 존재란 대부분 신에 근 접한 이모탈이나 악마 같은 것들이다. 그런만큼 부작용도 심해, 잘못하면 강력한 존재들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미쳐버린다. 제대 로 질문을 할 수 있더라도 시덥잖은 소리 했다가 준신급의 상대가 '구찮아. 죽어.' 해버리면 그냥 죽는다; 예련은 프리시안의 고위 신관이므로 주신 중 하나인 프리시안에게 이 주문을 써도 부작용 이 없는 것이다. (멀티클래스의 잇점이랄까?;) 1. 第一章 - 신보(神寶)의 출현. 전설로 전해지는 무공비급의 출현은 온 무림을 뒤흔들고.. ---------------------------------------------------------------- 현 무림은 두 가지 소문으로 들떠 있었다. 마교재림(魔敎再臨)! 오백 년 전 백도무림을 멸망 직전까지 몰고갔던 마교가 부활했다. 그들은 과거의 힘을 대부분 되찾았으며 이미 암중에 흑도의 칠할 을 지배하고 있다. 이들이 다시 무림에 나타나는 날 천하는 피로 물들리라! 신보출현(神寶出現)! 전설로만 전해지는 달마삼검(達磨三劍)이 무림에 나타났다. 무상반야진기와 함께 소림의 양대신공으로 불리는 전설의 무공, 아 니 어떤 점에서는 무상반야진기를 능가하는 위력을 가지고 있다고 전해진다. 달마삼검은 한 자루의 달마신검(神劍)에 새겨져 있으며, 신검과 무공 중 하나만 얻어도 천하제일의 고수가 될 수 있으니.. 달마의 검이 세상에 나타났을 때, 천하는 피로 물들리라는 전설은 무림인이라면 세 살박이 어린애도 알고 있는 것이다. 마교의 부활이 무림맹에 의해 공표되면서 떠들썩한 무림에 달마삼 검이 누산에 나타났다는 소문은 불길에 기름을 뿌린 것과 마찬가지 였다. 수많은 무림인들이 속속 누산으로 몰려들었고, 은거한 기인들 과 정사(正邪)의 각 문파, 심지어는 구파일방에서까지 조사단을 보 내 누산을 조사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산 하나를 통채로 뒤지고 있 는 것이다. 누산이 아무리 넓다 하지만 신공에 눈이 먼 무림인들의 거의 파뒤집다시피 하는 조사에는 견뎌낼 리가 없었다. 우공이산( 愚公移山)이라는 이야기도 있지 않은가. 누산에 정말로 무공이 있다면 현재의 진행 양상으로 보아 늦어도 두 달 안에는 그 어느 곳에 숨어 있더라도 드러나지 않고는 못 배 길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였고, 그로 인해 조사경쟁은 더욱 치열해져 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이 일과는 관심없는, 하지만 세인의 관심을 끄는 또 하나의 소문이 들려오고 있었다. 벽운선녀(碧雲仙女) 하예련. 얼마 전 중원에 홀연히 나타난 신비의 여인. 그녀는 여인의 몸으로 혼자 구름처럼 천하를 떠돌며 수많은 사람 들을 치료해 주었는데, 그 중 완치되지 않은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고 한다. 일신에 지닌 의술이 신화경에 달해, 치료하기는커녕 의생 (醫生)조차도 다가가려 하지 않는 나병(癩病)환자 둘을 단 하루만 에 완치시켜 사람들을 놀라게 했었다. 또한 그녀의 아름다움은 천하사미(天下四美)를 천하오미로 바꾸게 만들 정도이니... 저승사자를 범접지 못하게 하는 의술에 천하의 미인. 둘 다 사내들 의 관심을 끌기에는 충분한 조건이 아닌가? 벽운선녀는 무공을 모른 다고 알려져 있으나 이미 일부 무림인들은 누산의 일 이상으로 그녀 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게 어쨌다는 거죠?" 예련은 한심하다는 듯 자신의 앞에 헤벌레한 표정으로 서 있는 이십 대 중반의 사내를 바라보았다. "흐흐.. 그렇게 냉담하게 대할 건 또 어디 있소? 이래뵈도 본 공자 는 이 지역에서는 알아주는 사람이니, 명성이 자자한 벽운선녀 하 소저와는 좋은 짝이 될 수 있을 것이오." ..이 지역에서 유명한 사람은 다 딴 동네 나갔나 보군. 예련은 속 으로 그렇게 중얼거리며 만두 하나를 집어 입으로 가져갔다. "하핫.. 역시 미인은 먹는 모습마저 아름답구려." "여자가 밥 먹는거 첨 봐요?" 슬슬 열이 받치기 시작한 예련이 만두를 먹으려다 말고 말했다. 안그래도 며칠 전부터 선녀 운운하면서 자신에게 시비 -본인이 생각 하기에- 를 거는 인간들이 부쩍 늘어 짜증나는 판인데.. 밥 먹을때는 개도 안 건드린다는데 상대는 식사예절의 상식도 모르는 모양이였다. "당연하지 않소? 소저만한 미녀의 옥안(玉顔)을 보는 것만으로도 평생에 다시없을 기연(奇緣)이오. 무림의 다른 미인들은 본 공자같 은 사람 앞에는 잘 나타나지도 않는데다 그나마 툭하면 면사로 얼 굴을 가리고 있으니.. 얼굴 보여준다고 닳기라도 하는 것처럼 말 이오. 그게 비하면 하 소저는.." "거, 끝까지 들어주다가는 점심 굶기 딱 좋겠군요. 그쪽도 저쪽에 서 밥이나 먹는 게 어때요?" 가차없는 축객령에 공자라고 주장하는 사내는 무안한 듯 실없이 웃 었다. "하하하.. 소저의 마음 씀씀이는 실로 고맙구려. 하지만 앞에 있는 사람에게 앉으라는 소리 한번 안 하는 법이 어디 있단 말이오?" "처음 본 남자를 식사 때 앞자리에 앉히는 법이 있다면 그런 법도 어디 있겠죠. 그럼 이만." 예련은 더 이상 말하지 싫다는 듯 고개를 돌리고 만두를 집어먹기 시작했다. 아르케미시아의 특제 시리즈 멤버들의 부재가 실감나는 순간이였 다. 옆에 아르케미시아산 특제 사기꾼 라엘이 있었다면 녀석을 쫓 아내는 건 기본이고 잘 사기쳐서(--) 여행비라도 좀 뜯어낼 수 있 었을텐데.. 그러고보니 아르케미시아 특제 잠벌레라고 불리던 자신 이 특기를 발휘하지 못한 지도 꽤 된 것 같았다. "이.. 본 공자에게 이런 모독을 주다니, 참을 수 없다! 이래뵈도.." "이래뵈도 꽤나 무식하고 인물 못난 녀석이지. 너 같은 놈이 동생 이라고 어디가서 자랑하지도 못하겠다." 객점 구석에서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던 중년의 장한이 일어서며 이죽거렸다. 그와 함께 입구 부근에 서 있던 사내도 피식 웃으면서 서서히 예련이 있는 쪽으로 다가왔다. "오..오음삼귀(五淫三鬼)가 모두 나타났다!" "저런.." 첫번째 사내가 예련에게 말을 걸 때부터 아무소리 못하고 바라보기 만 하던 사람들 사이에서 탄식이 터져나왔다. 그들 삼형제는 이 일 대에서 음행으로 악명이 높은 자들이였는데, 무공이 보통이 아니라 아무도 손을 쓰지 못하고 있었다. 지나가는 여자 다섯을 한꺼번에 납치해 겁탈한 뒤 오음이라는 별호가 붙었다고 하니 그 성격을 짐작 하도고 남음이 있지 않은가? 예련도 8년 경력의 베터랑 모험가인만큼 그 셋이 한패거리라는 것 정도는 쉽게 알아볼 수 있었다. "흐흐.. 자고로 여자라는 건 아무리 고결한 척 해도 사내맛을 한 번만 보여주면 맥을 못 추는 법이지. 네 녀석이 뭐가 잘났다고 인 물로 여자를 낚으려는 거냐?" 셋 중 첫째로 보이는 사내가 음침하게 말했다. "쳇, 형님도 무슨 말을 그렇게.." 얼핏 제멋대로인듯한 세 명의 위치는 정확히 예련을 포위하는 형태 였다. 그 점을 알아챈 예련은 자리에서 일어서 창문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여차하면 창문으로 빠져나갈 듯한 태도였다. 오음삼귀가 그 정도를 눈치채지 못할 리 없었다. "서라!" 삼귀 중 둘째와 막내가 달려들었다. 예련의 손에 무기가 없다는 데 안심했는지 등에 맨 장도(長刀)를 뽑아들지도 않은 상태였다. 그 순간 예련은 주문을 완성시켰다. "그리스(Grease)." "으, 으앗?" 낮은 시동어와 함께 달려들던 둘은 발이 미끄러지며 객점 바닥에 벌 렁 나자빠져 버렸다. 아주 멋진 다이빙 포즈로. "푸하하핫!" 둘의 모습을 본 객점 사람들이 폭소를 터트렸다. 그들의 동작은 영락 없이 발을 헛디딘 모습이였던 것이다. "홀드 퍼슨(Hold person)." 막 일어나려던 둘째와 셋째의 몸이 엎어진 그대로 굳어버렸다. "이 바보녀석들!" 거의 완벽에 가까운 마법콤보링 덕에, 누가 보아도 둘의 꼴은 발을 헛디뎌 넘어진 그대로 기절해버린 모습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게다 가 예련에게 농을 걸던 녀석은 엉덩이를 위로 들고 머리를 쳐박은 채 로 고정되어버렸으니 그 꼴이 얼마나 우습겠는가. 예련은 이번에는 레비테이션(Levitation)의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 다. 레비테이션으로 띄운 다음 윈드 포스(Wind force)나 거스트 오브 윈드(Gust of wind)같은 마법으로 밀어버리면 상대는 공중에 둥둥 뜬 채로 거의 수십 세크를 날려가버린다. 이 조합은 일리테이션(Irritat ion)-페럴라이즈(Paralysis)나 그리스-스케어(Scare)의 조합 등과 함 께 가장 악랄한 고문콤보링(?)중 하나로 널리 알려져 있다. -물론 예 련이 살던 라그시안 대륙에서의 이야기겠지만. 예련의 주문이 막 완성되려는 순간이였다. "멈춰라!" 귓가에 대고 폭약을 터트린 것 같은 무시무시한 고함이 터져나왔다. 순간 객점 안이 들썩이는 게 눈으로 보일 정도였다. 객점 안에서 딸 꾹질을 하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면 아마도 확실하게 멈췄을 것이다. '뭐, 뭐야?' ----------------------------------------------------------------- 헉..오늘따라 소개할 마법이 많군요; 이런이런.. 왜 엽기마법콤보링 따 위를 여기다 적어 가지고..; 전.. 이 소설에서 진정한 마법사를 그려 보고 싶습니다. 9레벨을 마스터하고, 메테오 난무에 기사던 용이던 파이어볼 한 방으로 때려잡는 그런 마법사는 강력한 마법사이지 진정한 마법사는 아니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마법사는 파티의 두뇌이고, 어떤 상황에서도 현명하게 대처할 줄 아는 현인이자 마나를 통해 세계의 본모습에 대해 연구하는 학자입니다. 사실 AD를 보면 거의 백여 개에 가까운 마법들이 등장하지만 그 중 공격마법은 6~7개에 지나지 않죠. 전 마법 30개를 상황에 맞추어 쓰지 못하는 건 제대로 되먹은 마법사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 기준대로라면 비매의 페르아하브나 디알의 이루릴 정도만 빼고 합격하는 사람이 거의 없지만--a 그럼 오늘의 마법~# 홀드 퍼슨(Hold Person): 사람 크기의 대상을 움직이지 못하게 고정시킨다. 환타지를 본 분이라면 한번쯤 들어봤을 마법명. 레비테이션(Levitation): 부유. 대상을 공중에 띄운다. 상식에 가까운 마법이다. 거스트 오브 윈드(Gust of wind): 강풍을 일으켜 물체를 날려보낸다. Wind Force는 이것보다 위력이 약하지만 방향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일리테이션(Irritation): 대상의 피부에 마법을 걸어 긁지 않고는 못 배길 정도로 가렵게 만들거나, 또는 영구적으로 효력을 가지는 발진을 일으킨다. 페럴라이즈(Paralysis): 마비. 역시 상식이다. 가려운 데 긁으려는 순간에 마비가 걸려버리면? ^^ 그리스(Grease): 범위 내의 바닥을 얼음판보다 더 미끄럽게 만든다. 웬만한 사 람은 서있지도 못할 정도. 스케어(Scare): 상대에게 겁을 줘서 기절초풍하게 만드는 주문. 대상은 경기를 일으키며 시전자에게서 도망치려고 한다. 그런데 바닥이 미끄러워서 도망치다가 계속 넘어져서 굴러야 한다면 어떤 모습일까요?^.-; 윈드포스 말고는 모두 AD에 등장하는 마법입니다.(제가 약간 설정을 고친 부분도 있지만..) AD는 기본마법만 메뉴얼이 100페이지에 달하 는 엄청난 양인데다, 잘 살펴보면 정말 엽기적인 마법들이 자주 나타나 죠; 위의 마법들은 모두 3클래스 안쪽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0. 第一章 - 신보(神寶)의 출현. 전설로 전해지는 무공비급의 출현은 온 무림을 뒤흔들고.. ---------------------------------------------------------------- 예련은 12년간의 수련으로 얻은 거의 본능적인 반응으로 외우던 주 문을 깨트리지 않고 안전하게 캔슬한 후 상대를 바라볼 수 있었다. 거의 8척(=약 240cm)은 되어 보이는 거대한 키와 그에 어울리는 체 격을 가진 거대한 흑의의 장한이 객점 한가운데 서 있었다. 천상의 신장(神將)이 현신한 듯 그 기세가 위맹하기 짝이 없어, 단순히 서 있는 것만으로도 좁은 객점이 꽉 차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내 오음삼귀라는 놈들이 누산에서 악명이 높다는 소리를 들었건만 오늘 보니...응?" 벼락치는 듯한 목소리가 갑자기 사그라들었다. 멋진 자세로 바닥에 엎어져 있는 삼귀 중 두 명이 장한의 눈에 들어온 것이다. "이, 이거.." 장한은 근처를 지나던 중 오음삼귀가 여인을 희롱한다는 소리를 듣 고 한달음에 달려온 모양이였다. 하지만 상황이 이 모양이니 공연한 민폐만 끼친 꼴이 아닌가? "대협께서는 이 곳에 무슨 일이신지?" 예련은 시치미를 뚝 떼고 물었다. 기세좋게 들어왔다가 덩치에 걸맞 지 않게 쩔쩔매는 꼴에 장난기가 발동한 것이다. "아, 아니.. 저들이 하 소저에게 몹쓸 짓을 하려는 것을 막으려고.. 했는데 와보니 이거.. 소저가 저 녀석들을 저 꼴로 만든 것입니까?" 횡설수설하는 장한의 말에 예련은 풋 하고 웃음을 터트렸고 객점 사 이에서도 킥킥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단 한 사람, 오음삼귀의 맏형 인 오음일귀 염도하를 제외하고. 그는 저 어수룩해 보이는 장한의 정체를 깨달은 것이다. "서, 설마 대협이 화룡검객(火龍劍客) 도화령, 도 대협이시오?" 순간 객점 안이 조용해졌다. 화룡검객 도화령이라면 화령문의 문주 화령주 도옥기의 아들. 이십 대의 나이에 타고난 재질로 본문의 화령진멸신공(火靈眞滅神功)을 팔 성 이상 익혀 화룡검 한 자루로 현 무림십대고수에 들어간 일류고수 였다. 성격이 불같고 불의와 타협할 줄 모르는 성격인지라 무공으로는 삼류 에 불과한 오음삼귀 입장에서는 저승사자를 만난 것이나 다름없는 것 이다. "알았으면 어서 꺼지지 못하겠느냐!" 도화령이 눈에서 불길을 내뿜을 듯한 기세로 일갈했다. 그 외침에는 심후한 내력이 실려 있어 염도하는 엄청난 압박감과 함께 기혈이 진 탕되는 것을 느끼며 한 걸음 뒷걸음질쳤다. 그나마 무공이 있는 그가 그럴 정도라면 다른 사람이야 불문가지. 무공이 없는 예련도 속이 다 뒤집히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 그나마 넘어지지는 않은 게 객점의 다 른 사람들과 다른 점일까. 하지만 이 속에서도 의외의 장면은 나타났다. "어이쿠!" 엎어져 있던 삼귀 둘이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둘 은 홀드 퍼슨에 걸려있는 상태에서 벗어나려고 온 몸에 힘을 주고 있 었는데 방금의 일갈로 예련의 집중이 흩어져 주문이 풀리자 자기 힘 을 이기지 못하고 나동그라진 것이다. 삼귀로써는 생애 최악의 망신 살을 뻗친 날이 아닐까 사료된다. "..." 그 꼴도 사정을 모르는 사람이 보면 기합 한 방에 사람 둘이 날려간 것처럼 보인다. 도화령은 자기 공력이 이렇게 강했던가..하는 표정으 로 둘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 * *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무림에 몸담은 자로써 당연한 일일 뿐이니 신경쓰지 마 십시오." 오음삼귀가 네 발로 기다시피 해서 객점에서 도망친 후 화룡검객 도 화령은 본래의 침착함을 되찾고 예련과 인사를 나누었다. 사실 조금 전의 모습은 전혀 그답지 않은 것이였다. "그런데 소저께서는 조금 전 어떤 방법으로 그 둘을 제압한 겁니까? 제가 보기에 소저는 무공을 모르는 것 같던데.." 확실히 내공이 실린 호통 한 번에 -물론 도화령은 너무 흥분해서 사 람들에게 피해를 준 것에 대해 몇 번이나 사과를 한 뒤다. 그 역시 생애 최초의 망신살을 뻗친 것은 아닐지..- 휘청거린 예련에게 무공 이 있다고 믿기는 어려웠다. "아, 그 사람들, 바닥이 미끄러웠는지 그냥 제 기세에 미끄러져 버리 더군요. 주인이 청소를 게을리 한 모양이죠." 마법이라는 것에 대해 여기서 떠들지 않기로 작정한 예련은 예의 장 난기어린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 미소에 도화령의 얼굴이 조금 붉어졌고 그는 헛기침을 몇 번 하면서 살짝 고개를 돌렸다. 남녀칠세 부동석이 뿌리박힌 중원에서 성숙한 여인과 대화를 나누는 건 아무래 도 어색한 걸까.. 그렇다고 남의 예절에 맞춰 행동할 예련도 아니지만. "그, 그렇습니까?" 못 미덥긴 했지만 누가 뭐래도 둘은 미끄러져 넘어진 게 분명했으므 로 도화령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흠흠, 어쨌던 안 좋은 일을 당할 뻔 하셨군요. 다행입니다." "뭐, 처음 겪는 일도 아니니까요." 예련은 태연하게 대답했다. "여인의 몸으로, 더군다나 무공도 없이 험악한 무림을 돌아다니는 건 극히 위험합니다. 특히 지금의 누산은 신보의 출현으로 수많은 무림인들이 모여 있고, 그 중에는 악독한 흑도의 인물들도 대거 끼 어 있죠. 무슨 일로 수행인 하나 없이 여행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누산에는 오래 있지 않는 게 좋을 것입니다." 확실히 좋은 상황은 아니였다. 안그래도 자신의 이름이 알려진 이후 시비거는 인간들이 팍 늘었는데.. 지금까지는 무공이 형편없어 대강 대강 처리했다지만 그때 태행산에서 보았던 사람들 정도의 고수가 나 타나 시비를 건다면 주문이고 뭐고 없이 저승길 직행인 것이다. "그런가요..어쨌던 대단하군요.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전설에 끌 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누산을 찾다니.." "무림이라는 곳이 원래 그렇습니다. 재물에는 별 관심이 없지만 무 공비급이라던가 무기에는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드는 게 무림인들의 생리니까요." "하지만, 달마신검이라는 건 있을 가능성보다 없을 가능성이 더 높 은 것 아닌가요? 존재는 소림 내에서도 확인된 적이 없고, 달마대사 는 출가인이니 검을 다루었을 가능성은 낮죠. 승려들이 쓰는 물건 중 무기로 쓸 수 있는 것이라면 선장과 계도밖에 없는데.. 아무리 달마대사가 뛰어난 무공을 지녔다고 해도 하나의 무기에 익숙해지는 데 필요한 시간.. 그리고 하나의 검법을 창안했다는 건 그 무기의 대가라는 뜻인데, 과연 그게 가능했을까요?" 지금 예련이 가지고 있는 무공은 대정신공과 무상반야진기. 둘 다 소림의 무공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 예련도 소림의 전설적 무공이 라는 달마삼검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음.." 예련의 말은 논리정연하여 틀린 곳이 없었기 때문에, 도화령은 반박 할 수가 없었다. "소주(小註)님!" 갑자기 밖이 떠들썩해지면서 한 사람이 객점 안으로 들어왔다. 이십 대 정도의 나이에 일신에 타오르는 듯한 홍의(홍의)를 걸친 것으로 보아 화령문의 제자인 모양이였다. "무슨 일이냐?" 무슨 종을 치는 듯한 우렁찬 목소리였다. 도화령의 등빨(!)을 보면 당연한 것이겠지만 듣기에 따라서는 약간 기분이 나쁜 것 같기도 하 다. 하지만 그의 표정은 수하에게서 들려온 전음을 듣는 순간 싹 바 뀌고 말았다. -누산의 창월봉(蒼月峰)에서 수상한 흔적이 발견되었습니다. "!" 도화령의 거대한 체구가 일순 떨리는 것 같았다. "소저, 미안하지만 오늘은 이만 가봐야겠습니다. 다음에 또 만날 기 회가 있다면 오늘의 실례를 꼭 보상하도록 하죠. 그럼!" 도화령은 예련을 향해 포권을 한 후 그대로 경공을 전재해 객점을 빠져나갔다. 그 민첩한 움직임은 예련마저도 감탄할 정도로 거대한 체구에 전혀 어울리지 않아 사람들의 감탄을 자아냈지만 오늘은 아 무래도 도화령 생애 최악의 날인 모양이였다. - 콰앙! 도화령의 머리가 객점 문턱에 부딛친 것이였다. 자신의 키가 객점 문보다 크기 때문에 문을 나갈때는 고개를 숙여야 하는데 그걸 잊어 버린 것이다. 천장에서 흙먼지가 우수수 떨어지는 것과 함께 객점에서는 다시 웃 음이 터져나왔다. -------------------------------------------------------------- 창월봉은 가상의 지명입니다. 제가 중국 지리 따위는 전혀 모르기 때문에; 참 사람 게을러지는 데는 끝이 없다는 걸 깨닫는 나날입니다. 글써야지 하면서 놀러도 안 가고 집에 쳐박혀 있는데.. 느는 건 잠 뿐이군요; 오늘의 마법~# ...있나요? 1. 第一章 - 신보(神寶)의 출현. 전설로 전해지는 무공비급의 출현은 온 무림을 뒤흔들고.. ---------------------------------------------------------------- "쳇, 이건 아예 이해불능이야." 예련은 들고 있던 책을 덮어버리고는 만사가 귀찮다는 듯 그대로 바 닥에 벌렁 드러누워버렸다. 무상반야진기의 구절은 도저히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얼핏 보기에 는 쉬운데, 막상 파고들어 보면 엄청나게 복잡한 문제로 빠져버리거 나 아니면 해석하기에 따라서 몇십 가지의 답이 나올 수 있는 구절이 대부분이였다. '삶이 무엇인가?' 라는 질문은 무척 간단하다. 하지만 그 답은 사람 마다 다르고, 그 어디에도 정답은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 무상반야진 기의 구절이 바로 그 꼴이였다. 숭산에서 누산까지 오면서 서점이 있 는 곳마다 불경과 관련서적, 심지어는 도가(道家)와 유가(儒家)의 서 적까지 비싼 돈을 내가며 구해다 읽어보았지만 어디서도 정답을 찾을 수는 없었다. 예련이 보기에, 무상반야진기는 미완성의 구결이거나 아니면 수련자 스스로가 자신의 답을 찾으면서 나아가야 하는 형태의 무공, 둘 중 하나였다. '후자라면.. 성직자들의 수행과정과 비슷하겠군.' 그동안의 일이 머릿속에서 주마등처럼 흘러갔다. 처음 아르케미시아 현자학원에 입학해 라엘과 엘렌, 슈엘린 등을 만난 일.. 프리시안의 성직자 수행을 위해 떠난 여행, 프리시안의 신관으로써의 나와 아이 센의 왕녀, 에리스티나 그레니아 폰 아이센으로써의 나와의 대립.. 마지막으로 고스트 드래곤 아르켄, 아니 테르모트의 모습.. 그러고보 면 자신의 8년 모험 생활은 프리시안의 의지, 즉 자유의 의미를 찾기 위한 여행이였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였다. 그리고 완벽하지는 않지 만 약간이나마 그 답을 찾았고, 그 증거로 하이 프리스티스라는 자리 에까지 오를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많은 친구와 동료들을 얻고, 그 이상의 사람들을 적, 아니 다른 가치관을 가진 사람으로써 대립해야 했지만.. "하아.." 또 세린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녀의 마지막 모습을 떠올릴 때마다, 자신이 선택한 길이 과연 올바른 것이였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진정 한 자유란 무엇일가. 인간에게는 어째서 자유가 필요한 것일까. 정해 진 답은 없다. 하지만.. "에잇, 모르겠다! 괜히 궁상 떨지말고 잠이나 자야지. 그러고보니 그동안 제대로 낮잠 한 번 못 자봤잖아?" 예련은 바닥에 이불을 펴기가 무섭게 자리에 누워버렸다.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난 후 메모라이즈 하고 또 자는 게 미덕이라는 아르케미시 아의 마법수련생 사이에서도 잠벌레로 명성을 날리던(?) 에릴이 아니 였던가? 그동안 먼 길을 걷느라 지친 상태에서, 정말로 오랜만의 단 잠이였다. * * * 예련이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는 이미 저녁 때가 다 되어 있었다. 여 름에는 낮이 길지만 이곳은 산 속이라 해가 빨리 지는 모양이였다. 더운 방 안보다는 시원한 밖이 독서에 더 좋을 것 같아 예련은 책과 짐들을 챙겨들고 밖으로 나갔다. 컨티뉴얼 라이트(Continual light) 같은 걸 쓰면 조명이야 간단하니까. 하지만 한적한 숲 속의 나무에 기대 앉아 막 주문을 외우려던 예련 은 불길한 느낌을 받았다. 숲 속이면 어김없이 있어야 하는 매미와 풀벌레 소리가 하나도 들리지 않았던 것이다. "흐흣.. 고결한 선녀께서 이 야심한 밤에 숲 속에는 무슨 일이시오?" 실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목소리는 오늘 낮에 예련과 도화령 두 사람에게 망신을 당하고 쫓겨난 오음삼귀였던 것이다. "뭐, 만날 사내놈이라도 있었나보지. 안 그래?" 뒷쪽에서 장도를 등에 걸친 염도하가 어슬렁거리며 다가왔다. 처음부 터 예련을 뒤쫓아온 게 분명했다. "후후, 낮에는 이상한 사술로 우릴 놀려먹었겠다. 이번에는 쉽게 안 될걸. 도화령 그 자식이 이번에도 나타나 줄까?" 오음삼귀는 각자의 무기를 꺼내들고 삼면에서 예련을 포위한 상태였 다. 마법사를 상대하는 방법으로는 그리 나쁜 것은 아니다. 파이어볼 이나 라이트닝 볼트 같은 마법을 쓰면 한 방향의 적밖에 날려보낼 수 없기 때문이다. 점수를 준다면 한 60점 정도? 어쨌던 상황이 좋지 않 은 것을 깨달은 예련은 급히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Magic missile." 예련의 손끝에서 다섯 개의 빛의 막대가 염도하를 향해 날아갔다. 동시에 예련은 매직미사일의 뒤를 따라 몸을 날렸다. 염도하가 주문 을 맞고 쓰러지면 그 쪽으로 빠져나가려는 생각이였다. 하지만 그 계획은 완벽하게 실패했다. "헛!" 기합과 함께 염도하는 보법을 밟으며 장도를 휘둘러 매직미사일 두 발을 막아냈다. 나머지 세 발 중 한 발은 빗나가고 나머지 두 발이 정통으로 들어갔지만 염도하는 조금 비틀거렸을 뿐 큰 타격은 없는 것 같았다. 그가 익힌 철포삼(鐵布衫)은 고급의 외공은 아니지만 다 섯 군데의 조문을 제외한 곳은 도검을 두려워하지 않을 정도로 단단 해진다. 무공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예련의 실수였다. "흐흐.. 그쪽만 있다더냐?" 오음삼귀의 나머지 둘이 한꺼번에 예련을 덮쳐왔다. "Light." 속칭 오른손 마법이라고 하는 라그시안 대륙의 마법 중 캐스팅 타임 이 가장 짧은 마법은 마나 리프트(Mana rift), 실드(Shield), 라이팅 의 셋이다. 마나 리프트는 위험부담이 커 예련이 별로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실제로 근접전에서 통용되는 마법은 이 둘이 고작이였다. 하지만 효과는 충분했다. 근거리에서 최대 광량의 빛을 정면으로 받 은 둘은 비명을 지르며 비틀거렸고 예련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둘 사이의 빈틈으로 뛰어들었다. "어딜 가려고?" "!" 염도하가 예련의 등 뒤로 달려와 장도를 휘둘렀다. 명문파의 체계적 인 무공을 수련하지 않은 하류무사들은 일반적으로 경공에 약하지만 오음삼귀는 의외로 수준높은 경공을 가지고 있었다. 상대가 그렇게 빠를 줄은 몰랐던 예련은 그대로 등을 깊숙히 베이고 말았다. "악!" 비명과 함께 예련의 등에서 피가 팍 터져나왔다. 두번째로 날아온 검을 피한 것은 순전히 운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비겁한 계집! 그따위 암수(暗數)나 쓰는 주제에 선녀라는 별호를 달고 다니느냐!" 고함과 함께 재차 검이 날아와 예련은 대답은커녕 제대로 익히지도 못한 금강부동신법(金剛不動身法)으로 피하기에 급급했다. 내공이 없 어도 입문할수 있는 신법의 특성상 예련도 입문단계까지는 별무리 없 이 펼치는 것이 가능했다. 불문의 무상신법도 익히지 못한 상태라면 하류무공이나 마찬가지. 금강부동신법의 입문으로는 염도하의 공세를 피하면서 몇 초의 캐스 팅 타임을 만들어내는 게 고작이였다. 하지만 그걸로도 충분했다. "Shield." 땅 하는 쇳소리와 함께 예련의 오른손에 생겨난 실드가 장도를 튕겨 냈다. 난데없이 푸른 빛이 자신의 무기를 막아내자 놀란 염도하가 흠 짓했고 예련은 손을 휘둘러 실드로 염도하의 안면을 가격했다. 퍼억! 무게는 없지만 검을 튕겨낼 정도의 경도를 지닌 방어막이다. 염도하 는 충격으로 크게 비틀거렸고, 예련은 그대로 염도하를 밀어 넘어뜨 린 후 몸을 돌려 도망쳤다. 둘째와 셋째가 막 시력을 회복하고 달려 오는 것을 보았던 것이다. "형님! 괜찮습니까?" "상관없다. 저 년부터 잡아! 부상을 입었으니 멀리는 못 갔을거다." "헤헤, 걱정 마십시오 형님. 저 핏자국이 우리를 안내해주고 있지 않습니까? 천천히 저것만 따라가면 되요." 염도하는 그 말에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셋째의 말대로 예련이 사라 진 숲 속을 따라 선명한 핏자국이 나 있었다. 헤벌레한 웃음때문에 더더욱 바보같아 보이는 녀석이 오랜만에 제대로 된 판단을 하는 게 기특해진 염도하는 피식 웃으며 셋째의 머리에 꿀밤을 한대 먹였다. "좋아! 빨리 가자! 저 년을 잡으면 네 녀석이 제일 먼저 그년 살맛 을 보게 해주지!" "정말입니까 형님?" 셋째는 입이 귀까지 찢어져서는 그대로 숲 속을 향해 달려갔다. -------------------------------------------------------------- 어쩐지 글이 이상하게 되가는 느낌이다;; 수련부족이야;; #$@..\('')~# 비평모 사람들;; 요즘 이렇게 산답니다..;; 오늘의 마법~# 매직 미사일(Magic missile): 모르는 사람 없는 가장 기본적인 공격 마법. 시전자의 마력이 높아질수록 갯수가 늘어난다. 일반적으로 매직 미사일은 적을 따라가기 때문에 피할 수 없지만 염도하의 경우는 워낙 빠르게 움직여서 예련이 한 발을 정확하게 유도하지 못한 것이다. 유도미사일도 100% 맞지는 않는 법이니까; 이 소설에서 매직미사일은 적이 움직여도 따라가긴 하지만 일반적 으로 한번 빗나가면 되돌아와서 명중하지는 않는다..고 설정되어 있다. 실드(Shield): 방어막을 생성한다. 시전자의 오른손 정면에 방패 모 양의 에너지막이 생기는데 이것은 실제 방패와 마찬가지로 손을 돌려서 막고 밀어붙이거나 심지어는 공격까지 할 수 있다. AD의 실드 마법과는 다른 형태의 오리지날 마법이다. (방패로 어떻게 공격하는지 모르는 분은 디아2에서 패러딘의 스마 이트를 생각하시길; 아님 글라디에이터를 보거나;;) 라이트(light):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빛이다. 잘 쓰면 몇 초동 안 눈을 멀게 할 수도 있다. 컨티뉴얼 라이트(continual light): 영구적인 빛. 라이트와 비슷하 지만 한번 쓰면 한 100년동안은 꺼지지 않는다. 전등, 가로등 대용으로 많이 쓴다; 마나 리프트(Mana rift): ..다음화로 넘기자; 넘 길다. 메모라이즈(memorize): ..역시 다음화로; 죄송합니다--; 1. 第一章 - 신보(神寶)의 출현. 전설로 전해지는 무공비급의 출현은 온 무림을 뒤흔들고.. ---------------------------------------------------------------- "휴우..간신히 따돌린 건가.." 예련은 두 아름은 될짐한 나무 밑둥을 붙잡고 털썩 주저앉았다. 등 을 다쳐서 기댈 수가 없었던 것이다. 8년 경력의 모험가가 자신이 피를 흘리고 있는 걸 모른다면 그건 바 보다. 급히 옷자락을 찢어 피가 바닥에 떨어지는 걸 대강 막은 예련 은 도망치면서 온갖 잡다한 환상마법과 신성주문을 동원해 오음삼귀 의 추적을 뿌리친 것이다. 오음삼귀의 추적술도 만만치 않았지만 예 련의 주문까지 찾을 방법은 없었다. "빌어먹을 녀석들. 룬 마인(Rune mine)이라도 하나 깔아놓을 수 있 었다면 좋았을걸.." 출혈이 심한 상태로 계속 뛰었기 때문에 예련의 얼굴은 식은땀으로 범벅이 되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체온은 서서히 떨어져가고 있었 다. 이대로 놔두면 출혈과다로 사망할 게 분명했다. "큐어 운즈(Cure Wounds)." 예련은 급히 회복마법을 사용해 상처를 치료했다. "그녀석들..다음에 다시 만나면 버릇을 고쳐놔야겠는걸?" 말은 그렇게 하지만 정면으로 부딛쳐서는 승산이 없다는 걸 예련은 이미 절실히 깨닫고 있었다. 예련은 처음으로 중원의 무공이라는 것 과 직접 상대해 보았고, 그 위력을 깨달은 것이다. 게다가 오음삼귀 는 일류에 들어가지도 못하는 자들이니.. 그동안 가지고 있으면서도 '귀찮아서' 연마하지 않았던 대정신공 등의 무공이 머릿속에 떠올랐 다. "맞아. 그러고보니 여기 어디 그 달검도 있다지?" 고금최강(古今最强)의 검식을 제멋대로 줄여서 부른 예련은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하늘에 걸려 있는 한 조각 편월(片月)을 바라보 았다. 원래부터가 칼쪼가리를 무시하는 게 전통인 라그시안 대륙의 마법사인 것이다. "할 일도 없는데 찾아볼까.. 불광 할아버지한테 돌려주면 1년 숙식 비 대용은 되겠지." 예련은 지나가듯 중얼거렸다. * * * 물건이나 위치를 찾는 마법은 널리고 널렸다. 하지만 정확한 위치도, 물건의 모양도, 그 장소에 있었던 기간도 모르는 한심한 상황에서 정 확한 물건을 찾아내는 마법이 있다면 그걸 만든 사람은 신이거나, 아 니면 미치광이일 것이다. "땅이나 숲의 정령을 불러서 뒤지면 단순하지만 난 정령사가 아니고 , 대규모 던전이라면 중력이상이나 지진파 탐색도 해볼만한데 이거 뭔지도 모르잖아? 온갖 탐색법을 하나하나 동원해야 하나?" 솔직히 한숨이 나올만한 상황이다. 누산 봉우리까지 올라오면서 고 민에 고민을 거듭한 예련은 결국 기본으로 돌아가기로 마음먹었다. 지형조사-> 대규모 던전 유무 조사-> 대규모 마력반응 조사-> 최후의 방법으로 지역별 스캔의 순으로 이어지는 전형적인 던전탐색법을 동 원하기로 한 것이다. 물론 나름대로 변형은 해야 한다. 대규모 자연 동굴이 생길 만한 지형은 익숙한 사람이라면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데, 지질학이 발달하지 않았더라도 그 정도를 못 알아낼 중원인들은 아닐 것이다. 인간이 사는 곳이라면 어디에나 경험에 의한 지식이 쌓 이기 마련이니까. 이미 누산을 뒤짚어 엎어가며 조사한 수천 명의 무 림인들을 생각할 때, 지형조사는 무의미하다는 게 예련의 생각이였다. 그리고, 만약 그 달마신검이라는 것이 누산 어디의 바위밑에 숨겨져 있는 게 아니라 제대로 된 던전에 들어앉아 있는 것이라면, 예련은 그것이 어디에 있더라도 1시간 안에 찾아낼 자신이 있었다. 사실 지금 누산에 모인 사람들 전부를 통틀어서 예련 이상으로 이런 일에 익숙한 사람은 없었다. 모험가 생활이라는 게 어디 있는지도 모 르는 던전을 뒤지고 뒤져 찾아 탐험하는 것이니까. 게다가 제 2차 마 법세기 이후, 탐지마법이 엄청난 발전을 이룬 것도 탐색을 쉽게 만들 어 준 이유 중 하나였다. "그럼 시작해 볼까?" 예련이 도착한 곳은 지도에서 볼 때 누산 전체에서 중심이 되는 장소 였다. 최고봉은 아니지만 이곳에서라면 지금 무림인들이 뒤지고 있는 장소들을 모두 바라볼 수 있었다.-물론 밤이라서 보이지 않지만. "커뮨 위드 네츄럴(Commune With Nature). 스톤 텔(Stone Tell)." 야외에서 주위 환경에 대한 정보를 알아내는 마법 중 가장 범위가 넓은 것이 이 두 주문이다. 커뮨 위드 네츄럴의 경우, 예련 정도 수 준의 성직자가 쓴다면 거의 40하이크(Hike:약 600m)에 달하는 범위 를 커버하는 것이다. 자연과 동화되어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산맥의 형태나 마을, 동굴, 광물 등의 위치 등 대략적인 것들 뿐이지만 그 것들만 조합시켜도 던전이 있는 곳은 쉽게 찾아낼 수 있었다. "..이 산 내에 인공적인 동굴은 하나뿐이군. 주변 바위들의 말에 따르면 500년쯤 전에 만들어진 것 같고... 달검이 있는 던전인지 는 모르겠지만 일단 잡히는 게 이것뿐이니 가서 확인해봐야지." -------------------------------------------------------------- 마법 쓸 게 많아져서 글 분량을 줄이는 만행을 저질렀습니다. 용서 를;; 어쩐지 이거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듯한.. (그래도 이런식이면 100개 채우는건 순식간이겠군요;) 오늘의 마법~# 메모라이즈(memorize): 마법을 사용하기 위해 미리 머릿속에 저장하 는 것. 드래곤라자 등의 소설에서 보았을 것이다. 예련이 살던 라그시안 대륙에서는 마법세기라 불리는 마학의 폭발적 발달이 이루어진 기간동안 마력제어와 주문축약기술의 발달로 메모라이즈가 거의 불필요하게 되었다. 이 시대에 메 모라이즈는 자신이 완벽하게 사용할 수 없는 마법을 쓰기 위 해 사용된다. 예련 같은 경우는 3클래스까지의 마스터이고 최 대 7클래스 마법을 쓸 수 있는데, 6클래스 상위마법과 7클래 스의 마법은 그냥 사용할 수 없고 메모라이즈를 해둬야 한다. 지나친 메모라이즈는 그날 다른 마법을 쓸 마력을 소모시킨 다. 마나 리프트(Mana rift): 마법은 정밀한 계산을 통해 세계를 구성하 는 마나 흐름을 왜곡시켜 마법사가 원하는 현상을 일으키는 것이다. 그런데 마나 리프트는 조금 특별하게, 아무 계산 없 이 주변의 마나를 왜곡시킨다. 이렇게 하면 계산이 배제되기 때문에 아주 빠른 시간 안에 강력한 주문을 완성할 수 있지만 그 대신 결과는 아무 보장을 못한다. 이 주문을 쓰면 주변의 마나 흐름에 이름 그대로 균열이 생기면서 랜덤한 효과를 일 으키게 된다. 최악의 경우 제어 없이 만들어진 마법은 시전자 본인을 날려 버릴 수도 있고, 더 최악의 경우 주변의 공간을 통체로 왜곡시켜 상상하기 힘든 결과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위험한 순간에 모든 걸 운에 맡기고 쓰는 마법이며, 최대한 약하게 쓰는 게 미덕이다. 목숨이 아깝다면..; 로어(Lore): 특정한 물품, 장소, 사람에 대해 알아낼 수 있는 마법 이다. 이론상 어떤 것이던 알아낼 수 있지만, 시간이 무지무 지 오래 걸리고(자료가 없을 경우 1~3달까지) 애매한 대답이 나오는 경우가 많아 별로 쓰이지는 않는다. 큐어 운즈(Cure Wounds): 치료마법. AD에는 이 마법이 세 종류로 나누어져 있지만 귀찮아서 하나로 통합했다;; 룬 마인(Rune mine): 밟으면 폭발하는 마법적 지뢰이다. 약간 변형 해서 트랩이나 다른 마법을 발동시키는 용도로 쓰기도 한다. 마법사의 던전에 들어갔을때는 가장 주의해야 할 마법. 역시 오리지날 마법이다. 커뮨 위드 네츄럴(Commune With Nature) : 시전자를 그 지역 안의 자연의 하나가 되어 주위 환경에 대한 지식을 갖게 한다. 지 형이 뻗어 있는 방향, 식물이 자라는 곳, 광물이나 마을이 있는 장소 등. 물론 비자연적인 존재가 자리한 곳도 찾을 수 있다. AD에서는 범위가 레벨당 반 마일로 잡혀 있는데, 이 수치를 그대로 이용했다.(사실 이렇게 대책없이 범위 넓은 마 법이 있다는 사실에 필자도 놀랐다;) 스톤 텔(Stone Tell): 주변의 돌들이 성직자에게 주위에서 있었던 일 에 대해 가르쳐준다. 무엇이 그들을 건드렸는지, 자신들 뒤에 무엇이 있고 밑에 무엇이 감추어져 있는지 등등.. 묵향을 보신 분이라면 대지의 기억이라는 마법을 기억할 것이다. 이 주문은 AD 마법이다. 1. 第一章 - 신보(神寶)의 출현. 전설로 전해지는 무공비급의 출현은 온 무림을 뒤흔들고.. ---------------------------------------------------------------- "그럼 가볼까?" 예련은 윈드 워크(Wind Walk)의 주문을 외워 자신이 찾아낸 방향으 로 날아갔다. 최고의 비행마법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예련은 순식간 에 목표장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곳은 험준한 바위들로 둘러싸인 빽빽한 숲이였다. 워낙 험한 곳 인데나 나무가 많아 조사를 했더라고 찾기 힘들 것 같아 보였다. "악취미로군." 예련은 투덜거리며 숲 속으로 들어갔다. 마법으로 찾은 결과에 따르 면 이 숲의 한가운데가 던전 입구가 있는 장소일 것이다. 500년동안 아무도 들어간 적이 없는 던전이라면 입구만 은폐되어 있는 게 아니 라 들어가는 사람을 막는 마법이나 -물론 이 세계에는 마법이 없지만 -함정이 깔려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함정은커녕 예련은 한참을 헤매고도 입구 비슷한 것조차도 발견할 수 없었다. 그저 보이는 것은 끝도 없이 이어진 숲과 바위뿐. "분명히 여기쯤인데..이런?" 손등으로 이마의 땀을 닦던 예련은 순간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주변 을 둘러보았다. 불과 몇 걸음 앞에 깊이가 수십 장은 될 듯한 절벽이 펼쳐져 있는 것이였다. 워낙 빽빽하게 들어선 나무 때문에 가까운 거 리에서도 절벽이 잘 보이지 않았다. 물론 장님이 아닌 다음에야 떨어 지지는 않겠지만 자신이 이 정도로 길을 잘못 찾았다는 것에는 놀라 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 동네 산길은 고향과 많이 다른 모양인걸." 험한 산길을 뒤지고 다니느라 지친데다가 허탈감에 기운까지 빠져버 린 예련은 한숨을 내쉬면서 옆의 바위에 걸터앉았다. 어느 정도 가쁜 숨이 돌아온 후, 예련은 문득 이곳이 숲의 어디쯤인 지가 궁금해졌다. 길이야 아까 탐색주문을 쓰면서 대강 알아놨지만 밤중의 산이라는 것은 그리 만만하지 않다. 어둠 속에서 길을 한번 잃어버리면 1,2하이크도 안되는 거리를 못 찾아 제자리에서 뱅뱅 도 는 경우도 흔하다. "주변에 산짐승 같은 건 있을라나? 에이, 모르겠다. 자고 내일 일어 나서 생각하지 뭐." 잠벌레다운 대사와 함께 예련은 앉아 있던 바위에 그대로 느러누웠 다. 치마 입고 이렇게 그냥 누워버렸다가 바람이라도 불면 큰일인데. ..하지만 다행이도(또는 불행이도--) 울창한 숲 속이라 바람은 거의 불지 않았다. 하늘을 바라보자 까만 밤하늘에 반짝이는 수많은 별들이 눈에 들어 왔다. 아름다운 보석처럼 빛을 발하는 밝은 별들, 하늘 저 편에 펼쳐 진 은하수, 그리고 벌레 울음소리만이 간간히 들려오는 고요한 숲 속. "이렇게 있으니까 참 편안한걸.." 지상이 어떤 모습으로 변해도 언제나 그 자리에 머물러 행인들의 이 정표가 되어주는 별들. 그렇기 때문에 그 모습은 언제 보아도 아름답 다. 잠깐..이정표? "말도 안돼!" 외침과 함께 예련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하늘에 떠 있는 별들 의 위치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한 것이다. 별을 나침반삼아 길을 찾는 것은 밤길 산행의 기본이고, 예련은 1년 동안 이 세계의 별자리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익히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눈에 보이는 별자리의 위치에 따르면 예련이 서 있는 방향은 동 남쪽, 그러니까 처음 자신이 이 숲에 들어올 때의 반대 방향이였다. 그것은, 예련이 출발했던 방향으로 되돌아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분명 예련은 숲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맸지만, 적어도 왔던 방향으로 되돌아간 적은 없었다. 그렇다면? 예련은 즉시 부유의 주문을 외워 공중으로 떠올랐다. 밤이라 숲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예련은 처음에 자신이 들어왔던 숲 입구가 바로 근처에 있는 것을 확실히 볼 수 있었다. 이런 경우 상식적으로 -모험가와 마법사의- 생각할 수 있는 답은 대 규모의 환영마법이다. 가설이 세워지자 예련은 주저없이 인프라비전 을 발동시켰다. 예상대로, 적외선 시력에 잡히는 열영상과 눈에 보이 는 실제 모습이 달랐다. "이거 대단한 환영마법인걸. 그러고보니 불광 할아버지한테 무림에 진법(陳法)이라는 게 있어 길을 잃게 하거나 물리력을 행사하기까지 하는 능력이 있다고 들은 적이 있는데.." 혼자 중얼거리던 예련은 적외선 시력을 해제하고 이번에는 트루 싱 (True seeing)의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적외선 시력은 밤중에 체 온을 가진 동물이나 사람을 찾는 데는 최적의 마법이지만 주변과 온 도차가 별로 나지 않는 나무나 바위 등의 물체는 잘 볼 수 없기 때문 이다. 진실의 눈 주문은 상당히 고위의 마법이기 때문에 아무리 예련이라 도 공중에 뜬 상태에서 그대로 외울 수는 없었다. 땅에 내려온 상태에서 주문이 완성되자 진법에 의한 환영이 아닌 숲 의 본 모습이 예련의 눈앞에 드러났다. 조금 전과 마찬가지로 나무들 이 빽빽하게 들어선 숲이였지만 바뀐 건 그 나무들 중 일부가 규칙적 인 형태로 배열되어 있다는 것이였다. 마법진이나 도형에 익숙한 예 련조차도 이것이 진법이라는 것을 몰랐다면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자 연스러운 모습이였다. '대단해..' 사실, 이 복잡한 숲 속에 나무 몇 그루가 일정한 간격으로 심어져 있는 것을 발견해낸다는 건 미리 예상하지 않고서야 거의 불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예련이 감탄한 것은 그런 것이 아니였다. 주의깊게 살펴본 나무들의 배열은 놀라울 정도로 정확하게 인간의 감각이 가지고 있는 사각(死角)과 연결되도록 배치되어 있었다. 가끔씩 주변에 어떤 물건을 찾을 때 갑자기 보이지 않는 경우가 있 다. 그러다가 잠시 뒤에 보면 항상 있는 자리에 그 물건이 놓여 있는 것을 발견하고 놀라는 일이 종종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이 시간에 따 라 사람의 눈에 보이지 않거나 잘 인식되지 않는 방위가 존재한다는 주장을 체계화한것이 바로 사각이론으로, 환영마법의 고급 응용시 사 용하면 상당한 효과를 볼 수 있다. 라엘이 가장 좋아하는 기술이기도 하고.. 그런데 지금 이 나무들은 그 사각이론을 완벽하게 재현하고 있었다. 아니, 그 정확성은 예련이 알고 있는 이상이였다. 이것은 진법의 기초가 되는 기문둔갑의 원리이지만 예련이 그것까지 알 리는 없었다. 예련은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함정에 주의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한 동안 걷다 보니 숲은 사라지고 작은 원형의 공터가 보였는데, 바닥에 는 붉은색과 검은색의 막대가 박혀 있고 곳곳에 무기를 든 해골이나 나찰(羅刹)의 조각, 그리고 나체의 여인상 등이 서 있었는데, 그 하 나하나가 정밀하여 마치 금방이라도 귀곡성을 울리며 살아 움직일 듯 한 느낌이 들었다. 진식의 동서남북 네 방위에는 각각 검, 도, 부(斧), 륜(輪)을 든 네 개의 악마상이 각각 놓여 있었는데, 그 조각은 보는 사람의 혼백을 빼놓을 정도로 흉칙했다. 붉은 보석으로 만들어진 듯한 악마의 눈동 자는 당장이라도 뛰쳐나올 듯 흉광(凶光)을 뿜어내고, 손에 들린 병 기는 피를 갈구하듯 칼날 같은 살기를 담고 있으니.. 네 개의 악마상. 그것은 공포와 죽음의 한 단어를 상징하는 물체이 다. 천절마라대진(天絶魔羅大陣)! 이것이야말로 마교가 최전성기에 있을 때 만들어진 마교 최강의 진 법 중 하나. 그 위력은 천 년동안 한번도 깨어진 적이 없다는 소림의 백팔나한진과 비견될 정도이다. 이 진법의 가장 무서운 점은, 진 속에서 죽은 사람은 그 영혼조차도 빠져나가지 못하고 영원히 진식의 일부로 남게 된다는 점이다. 네 개 밖에 없는 천절마라대진의 생문(生門) 중 하나를 통과하던 자가 죽으 면 그 시체는 진식의 일부가 되어 생문을 막아버리고, 다음에 들어오 는 사람은 그곳을 통과하기 위해 죽은 자와 싸워 이겨야만 하는 것이 다. 그렇게 네 개의 생문이 모두 막히면 진법은 완전한 사진(死陣)으로 변해 들어오는 모든 것을 말살하니.. 실로 공포의 진법이라 할 만하지 않은가? "어이, 수고하라고." 예련은 남쪽에 있는 악마상의 어깨를 한번 두드려 준 후 그대로 그 옆을 지나쳐 바닥에 있는 막대와 거꾸로 꽃아놓은 칼날 등을 살살 피 해가며 진식의 중앙에 있는 석문으로 걸어갔다. '썰렁함의 미학' 이 라는 게 있다면 아마도 이런 것일 듯 하다.(;;) 만약 이 진식을 만든 환마천제(幻魔天帝)가 살아서 이 모습을 보았 다면 아마도 그 자리에서 혀를 깨물고 자결했을 것이다. 하지만 진실의 눈 주문으로 진법이 아니라 그것을 구성하고 있는 물 체들의 원래 모습을 보고 있는 예련에게 그것은 단순한 나무토막과 잡다한 장애물들의 집합일 뿐이였다. 아무 방해도 받지 않고 석문 앞에 도착한 예련은 흉칙한 아수라의 그림이 그려진 문을 잠시 바라본 후, 문을 열었다. ---------------------------------------------------------------- 마법난무로군요^^; 하루동안에 저렇게 많은 마법을 쓰다니; 어지간한 예련이라도 마력 이 바닥날 때가 됐는데..; 오늘은 진법과 마법의 대결에 대해 써 봤습니다. 사실 별만 잘 보며 걸어가면 진식 안에서 방향 잊어버린 이유는 전혀 없는데.. 뭐, 천 문학이 발달하지 않은 중원이니 어쩔수 없을지도. 이 소설을 쓰기 위해 AD의 성직자 마법을 다시 읽어봤는데.. 놀랍 더군요. 성직자에게 마법사보다 공격주문이 더 많다니.. 충분히 레 벨이 높고 시간만 넉넉하게 주어진다면 성직자 주문들 중에는 마법 사의 것보다 더 엽기적인 것들이 많더군요;;; 그런데;; 화자가 하나뿐이니 대사가 혼잣말 위주로 나가는군요; 빨리 동행인을 만들어 파티를 구성해야;; 오늘의 마법~# 윈드 워크(Wind Walk): 시전자를 안개 비슷한 형태로 바꾸어 바람을 타고 이동하는 마법. 보통 흰색 옷을 입었을 때는 구름과 구분하 기 힘들며 이동하는 동안은 일반 공격이 먹히지 않는다. 단 이쪽 에서도 공격은 불가능. 프리시안의 성직자가 사용할 경우, 이동속 도가 일반의 2배가 된다. 트루 싱(True seeing): 사물의 진실된 모습을 보여주는 마법. 탐지 주문 중 최강이라고 볼 수 있다. 시야 내의 모든 환상, 함정, 기 타 본래 모습이 아닌 것들을 보여준다. 드래곤의 폴리모프나 도플 갱어 같은 것도 알아볼 수 있는 최고의 탐지주문이다. 1. 第一章 - 신보(神寶)의 출현. 전설로 전해지는 무공비급의 출현은 온 무림을 뒤흔들고.. ---------------------------------------------------------------- 한 점의 빛도 들어오지 않는 시커먼 구멍이 예련의 앞에 입을 벌리 고 있었다. "light." 예련의 손에 떠오른 광구로 주변이 어느 정도 밝아졌고, 잠시 후 빛 에 익숙해지자 주변의 광경이 들어왔다. 놀랍게도 지하로 이어진 길은 검은 빛을 띄는 반듯한 돌로 만들어져 있었다. 계단까지 다듬어져 있는 것으로 보아, 상당한 인력이 들어간 곳이 분명했다. 함정을 주의하며 예련은 천천히 그 복도를 걸어갔다. 하지만 다행이 도 주변에 특별한 함정은 없었고 잠시 후 예련은 넓직한 방 안에 도 착했다. 사방 십 장 정도의 방 안은 천장에 박힌 야명주(夜明珠)로 대낮같이 밝았다. 라이팅 주문이 필요없을 정도였다. 그 중앙에는 아무것도 없이 청동으로 만들어진 화로 하나만이 단상 위에 덩그렇게 놓여 있는데, 야명주의 빛이 그 곳으로 집중되어 마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뒤의 벽에는 글자가 새겨져 있는데, 돌을 깎은 것이 아니라 극도의 지력(指力)으로 바위 벽에 그대로 글씨를 쓴 것이였다. 그것을 알아본 예련은 혀를 내둘렀 다. "이 정도 무공을 익히면 종이 걱정은 안해도 되겠군. 엽기적이야." 나름대로는 성실한 감상을 입에 담은 예련은 벽에 씌인 글을 읽어보 았다. 아니 읽어보려고 했다. 콰르릉-- 쿠웅! 예련의 얼굴색이 싹 변했다. 자신이 들어왔던 복도에서 거대한 철문 이 굉음을 터트리며 떨어져 내린 것이다. 손 쓸 틈도 없이 예련이 들어왔던 복도는 거대한 철벽으로 막혀 버 렸다. 예련은 급히 달려가서 철문을 두드려 보았지만 문은 꼼짝도 하지 않 았다. 그 벽은 두께가 자그마치 한 자나 되는 만년한철로 만들어진 것. 인간의 무공으로는 결코 깨트릴 수 없는 것이였다. "쳇, 디스안티그레이트(Disintegrate)가 하나 메모라이즈되어있긴 하지만.. 뭐, 쫓아내도 나갈 생각은 없어. 던전을 때려부수는 건 최 후의 선택이야." 소멸주문인 디스안티그레이트는 물체의 강도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하지만 예련이 메모라이즈하고 있는 주문은 단 하나뿐. 만약 이 벽을 소멸시킨 후 가는 길에 다른 벽이 막히면 그때는 정말로 속수무책이 되고 마는 것이다. 게다가 건물을 파괴할 경우 발동되는 기관이 존재 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었다. 어차피 주문이 남아 있는 한 벽은 언제라도 파괴할 수 있다. 예련은 별 긴장감 없이 몸을 돌려 화로 뒤의 벽에 쓰인 글을 읽어보았다. '이곳은 본 지존(至尊)이 만든 천마동부이다. 천마동부의 시험을 통과한다면, 그대는 본존이 남긴 모든 것을 얻 을 것이며, 천하무림을 모두 손에 넣을 수 있다. 그대에게 선택은 없다. 본존의 안배를 무시하고 도망치려 한다면 남는 것은 죽음뿐! 천하제일의 무공을 얻고 싶다면, 연단로(硏丹瀘)에 놓인 신단을 복 용한 후 제일관문으로 가라.' 실로 광오하기 그지없는 말투. 그러나 지력으로 글이 새겨진 돌벽의 재질이 단단하기 그지없는 청 석(靑石)이라는 것만으로도, 그 말이 결코 허풍이 아님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래, 너 잘났어." 예련이 보기에, 저 구절은 전혀 논리적이지가 않았다. 천하제일의 무공이라고 자신있게 떠든 저 인간이 제정신이라면 저 무공은 검증을 받은 것일테고, 그렇다면 무림에 알려진 무공일 것이 다. 하지만 저 글에는 무공의 연원(淵源)도, 이름도 적혀 있지 않다. 하지만 이것을 만든 사람이 보통 인물이 아닌 것은 확실하다. 예련 이 보기에, 그는 시험을 통과하지 않은 사람에게 자칭 천하제일의 신 공이라는 것의 정체를 밝히고 싶지 않다는 생각으로 저 글을 쓴 것 같았다. 그러나 적어도 예련은 저런 말을 100% 믿고 덥석 뛰어들 만큼 멍청 한 풋내기는 아니였다. 거의 갇히다시피 한 사람에게까지 정체를 숨 긴다는 것은 자신이 하늘 아래 떳떳한 사람은 못 된다는 뜻이니까.. 어쨌던 의외의 상황 전개였다. 달마대사나 그 후손이 자신을 지존이라고 부를 리는 없다. 그렇다면 여기 있는 것은 달마삼검이 아닌 다른 무공.. 처음에 달마삼검이 있을 것으로 기대했던 예련은 예상 외의 진행과, 라그시안 대륙의 던전과는 달리 '한 판 붙어보자! 이기면 보물 다 준 다!' 는 식의 배짱을 그대로 드러내는 모습에 사실 약간 당황하고 있 었다. 예련은 화로에 놓인 붉은색의 단약(丹藥)으로 시선을 돌렸다. 은은한 홍광과 함께 알 수 없는 향기가 흘러나오는 단약은 중원의 약제술에는 문외한인 예련이 보기에도 보통 물건은 아니였다. "그러고보니 여기는 문 같은 게 안 보이는데.. 저 말대로라면 이 약 을 먹어야 문이 열린다는 건가?" 약을 복용했는가 아닌가를 감지해서 반응하는 기관이 있다는 이야기는 라그시안 대륙에서도 들은 적이 없었다. 특정 조건에 의해 발동되는 마 법은 많지만, 대부분 어떤 성향 또는 특정 직업(성직자 또는 특정 계열 의 마법사)의 접근, 마법의 사용 등에 반응하는 방식이 대부분이였다. 혹시나 해서 약을 들어 품 속에 숨겨보았지만 방 안에서는 아무 반응 도 없었다. 호기심이 발동한 예련은 약을 내려놓고 사방의 벽을 조사하기 시작했 다. 상대로 지력으로 쓴 벽 전체가 하나의 문이였는데, 어떤 기관에 의 해 잠겨 있고 억지로 열 경우 다른 함정이 발동할 가능성이 높아 보였 다. "대체 무슨 원리로 함정이 약을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 가려내는 거 야?" 손에 든 붉은 색 단약을 바라보며 예련은 한참을 고심했지만 도저히 그 방법을 알 수가 없었다. 매지컬 오라(Nystul's Magical Aura) 를 써서 마법적 감지에 걸리지 않도록 해 보았지만 역시 효과는 없었다. 30분쯤 후, 결국 두 손을 들어버린 예련은 될 대로 되라고 투덜거리 며 약을 삼켰다. 일단 시키는대로 약을 먹고보면 기관의 원리가 밝혀 지겠지 하는 생각이였다. 물론 그 전에 독약일 경우를 대비해 미리 해독주문을 준비해 놓는 것도 잊지 않았다. 약은 입에 들어가자마자 그대로 녹아 목구멍으로 넘어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예련의 몸에서는 아무 반응도 없었다. 몸을 움직여 보 고 해독마법을 써 봐도 아무것도 걸리지 않자 예련은 고개를 갸웃거 렸다. 약 자체에 특수한 마법이 걸려 있어서 약이 사라지면 기관이 발동되 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는 순간, 정면의 벽이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그대가 복용한 마운산공단(魔雲散功丹)은 비전의 해약이 없는 한 영원히 공력을 회복할 수 없다. 그러나 세 개의 관문을 모두 통과하면 그대는 지금보다 몇 배 강한 힘과 무공을 얻을 것이다. 명심하라. 돌아갈 길은 없다!' "이게 산공단이였나.." 예련에게는 내공이 없다. 당연히 내공을 흐트러뜨리는 산공단을 먹 어도 아무 영향이 없는 것이다. 이걸 만든 사람이 누구인지는 몰라도 머리 짜내서 만든 기관이 말짱 삽질이 되어버렸으니 꽤나 열받겠지.. 예련은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 리며 열린 문으로 다가갔다. "잠시만." 막 문에 들어가려는 순간 예련의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이 있었다. 예련이 복용한 산공단에서는 독특하고 강한 향기가 배여 있었다. 예 련이 약을 먹은 후, 당연히 그 향기는 방 안에서 사라져 있었다. 그 렇다면..? "그렇다면.. 이 문의 기관은 그 향기에 반응해서 작동한다는 건가?" 그 예상이 맞다면 정말 대단한 기관이라고 할 수 있다. 아무리 뛰어 난 도적이라도 냄새를 가지고 함정이 발동되는 것을 예상하지는 못할 것이다. "열쇠를 금고 자물쇠에 넣고 돌리면 폭발하는 트랩 이후로 이렇게 황당한 던전은 처음 보는걸. 나중에 원리를 분석해서 라엘 녀석에게 자랑이나 할까?" 예련은 웃으면서 주변을 한번 돌아본 후 열린 문을 향해 걸어갔다. ------------------------------------------------------------- 비축분이 벌써 줄어든다..쿨럭; 살려줘어~~ (--)~# 한문 때문에 정말 미치는군요; 차츰 줄여나가고는 있지만; 오늘의 마법~# 디스안티그레이트(Disintegrate): 분해마법. 일명 공중분해라고도 한다. 일정 범위내의 물질을 분해해버린다. 물론 사람도 분해되지만(--), 벽이나 굴러오는 바위를 치워버릴 때, 그리고 마법도 공중분해시킬 수 있다는 특성 때문에 포 스 필드(Force field)등의 마법을 해제하는 데 쓴다. 매지컬 오라(Nystul's Magical Aura): 정확히는 뉴스툴의 매지컬 오 라인가?;; (필자는 영어 발음에 약하다;) 어쨌던, 물체에 특정한 마법적 오라를 부여해 그 물품의 원래 오라를 은 폐한다. 마법 아이템을 감지마법으로부터 숨기는 데 사용 한다. AD의 마법을 수정 없이 옮겨온 것; 1. 第一章 - 신보(神寶)의 출현. 전설로 전해지는 무공비급의 출현은 온 무림을 뒤흔들고.. ---------------------------------------------------------------- 첫 번째 관문이라고 하는 것은 별 특징이 없는 석문이였다. 하지만 금은과 옥으로 장식된 정교한 백룡(白龍)의 무늬가 새겨진 석문은 예련을 비웃기라도 하듯 밀고 당기고 온갖 짓을 다 해봐도 꿈 쩍도 하지 않았다. "이번엔 또 무슨 장난이야?" 얼마 되지 않아 예련은 이 정면의 문이 겉보기는 멀쩡해도 실제로는 열리지도 않고, 열 필요도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문을 두드려 서 들리는 소리로 보아 문 뒤에는 그리 넓은 공간이 없다는 것을 알 아낸 것이다. 물론 엘프가 아닌 예련에게 그 정도 청각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녀는 자유와 바람의 신 프리시안의 고위신관. 바람의 정 령인 실프와 대화하는 것 쯤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칫, 여기가 막다른 길이 아니라면 어딘가 비밀문이 있겠지." 앞에 문이 없으면 옆을 조사하고, 그래도 없으면 바닥과 천장을 뒤 집어 볼 것. 이것이 던전조사의 기본 원칙이다. 실제로 엽기적인 비 밀 던전 중에는 커다란, 하지만 열리지 않는 문을 세워놓고 그 아래 바닥의 개구멍으로 들락거리도록 되어 있는 곳도 있었다. 거기에 비 한다면 왼쪽 벽이 비밀문으로 되어 있는 이곳은 상당히 양반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그긍-! 기름칠이 덜 됐는지 석벽은 기분나쁜 소리를 내며 돌아갔다. '그대는 제일관문을 통과했다. 이것은 지혜(智慧)의 시험. 이 문을 찾아낸 자는 누구도 따라갈 수 없는 절세의 총명을 지닌 자일 것이다.' "..중원에서는 이게 엄청 어려운 축에 속하는 트릭인가?" 천마동부의 제작자가 들었으면 입에 거품을 물었을 말을 입에 담은 예련은 열린 석문 저편으로 나 있는 어두운 복도로 들어갔다. 라이팅 주문을 쓰고 싶었지만 그동안 계속 사용한 마법 때문에 어지간한 예 련도 마력이 상당히 떨어져 있었다. 특히 이곳을 찾는 과정에서 사용 한 탐지주문들은 하나같이 5,6클래스 이상의 고급주문이였기 때문에 남발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첫번째가 지혜, 즉 두뇌의 관문이였으니 아마도 다음 관문은 아마도 육체와 관련된 관문일 것이다. 예련은 만약을 대비해 아까 실프의 반 지에서 불러낸 정령을 돌려보내지 않고 옆에 놔 두었다. 실프의 몸에 서 나오는 희미한 푸른 빛으로 주위는 발을 헛디딜 정도로 어둡지는 않았다. 한동안 경계를 늦추지 않고 전진하던 예련은 이번에는 평범한 작은 방에 도착했다. 들어가는 것과 동시에 문은 자동으로 닫혀버렸다. 방 안은 아무런 장식도 무늬도 없는 새하얀 벽이였지만 예련은 그 벽에서 불길한 느낌을 받았다. 마치 예리한 칼끝이 자신을 겨누고 있 는 듯한 감각. 그리고 희미한 쇠 냄새가 느껴졌다. 더이상 볼 필요도 없었다. '함정이다!' 생각보다 몸이 먼저 반응했다. 예련은 함정이 없을 확률이 가장 높 은 장소, 즉 들어왔던 문에 기대서서 실프의 힘을 최대로 끌어올리며 실드를 발동시켰다. 그와 거의 동시에, 파바바밧! 벽에 구멍이 뚫리며 사방에서 화살이 무서운 기세로 쏟아져 나왔다. 예련의 눈에는 거의 보이지도 않는 화살은 사방팔방에서 마치 예상이 라도 한 듯 예련이 서 있는 방향으로 날아들었다. 바닥에 발판같은 게 있는지 아니면 위치를 예측한 것인지 생각할 틈 도 없이 예련은 실프의 바람과 실드 주문으로 화살을 막아내기에 급 급했다. 그나마 등 뒤의 문에서 화살이 나오지 않는 것이 천만다행이 였다. 화살의 방향과 연사속도는 실로 고묘해 일단 막아내면 측면이나 후 면에서 연속공격이 들어왔고, 피하려고 하면 몸을 날린 자리에 예측 사격이 가해지도록 되어 있었다. 게다가 한 발 한발의 위력이 워낙 강해서 실프의 보호가 있는데도 실드로 막지 못한 몇 발의 화살은 예 련의 옷자락을 찢고 지나갔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사방 벽이 거의 벌집이 된 후에야 화살비 는 멈추었고, 예련은 제대로 주변을 살펴볼 수 있었다. "설마..이게 두번째 관문인가?" 예련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확실히 무지막지한 트랩이기는 했지만 플레이트 메일(Plate mail)과 타워 실드(Tower shield)정도로 중무장 한 기사라면 큰 무리 없이 통과할 수 있을 만한 수준이였던 것이다. 하긴, 그러고보면 중원에서 본 무림인이라는 자들 중에 갑옷이나 방 패를 들고 설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중원에 온 후 예련이 가장 이상하게 생각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그 점이였는데, 호신강기 와 강철을 무 베듯 하는 신검이 있다면 갑옷 따위는 걸리적거리기만 할 뿐이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도 무슨 유행마냥 방패 하나 없이 돌 아다니는 것이다. 일반적인 전투에 있어서 방패의 효과를 잘 아는 예 련은 그 점만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검 대 검의 대결보다 함정, 암기, 마법, 또는 드래곤의 브레스 웨폰 을 상대해야하는 라그시안 대륙에서는 검 이상으로 갑옷과 방패가 발 달했다. 아무리 검법이 뛰어나더라도 파이어볼이 터지는 걸 칼로 막 을 방법이 있을 리 없고, 오우거의 곤봉을 검으로 튕겨낼 수는 없다. 무엇보다 방어구가 있으면 실수로 적의 공격을 허용하게 되더라도 한 번의 실수로 죽을 가능성을 크게 낮출 수 있다. 뭐, 그렇다고 예련이 중원의 문화에 대해 뭐라고 말할 자격은 없겠지만.. 들어온 곳 맞은편의 문으로 다가가자 예련의 예상대로 문이 열리며 벽에 쓰인 글이 나타났다. '두번째 관문은 그대의 재질을 측정하는 관문이다. 연환살혼시(連環殺魂矢)는 무공이 없는 자라면 천부적인 재능과 감 각 없이는 결코 피해낼 수 없는 것. 그대는 그 자질을 입증했다.' "....난 무술에는 재능이 없는데?" 생각해보면, 이 천마동부라는 것을 만든 사람이 설사 선견지명을 갖 추고 있었다고 해도 다른 세계에서 온 사람이 마법을 사용해 이 관문 을 통과할 거라고 예상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예련도 그 점은 십분 이해해 주었지만, 관문 하나를 깨트릴때마다 나오는 글귀를 보고 있 으면 도저히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뭐, 어쨌던. 상관없는 일이잖아. 일단 가보자고. 두뇌와 육체의 시 험이 끝났으니 아마도 마지막은 의지의 시험일 것 같은데..." 세번째 관문으로 통하는 복도를 걸으며 예련은 혼자서 중얼거렸다. 그녀의 예언대로, 세번째 관문은 의지의 관문이였다. 아무래도 머리 좋기로 따지자면 이곳의 제작자보다 예련이 한 수 위가 아닐까.. --------------------------------------------------------------- 드디어 망가지기 시작하는 무림세계..; 앞으로 강호신행기에는 어떤 엽기들이 더 등장할 것인가..쿨럭; 저...앞으로 3일간(29,30,31) 강호신행기는 못 쓸 것 같습니다; 개학이라 서울로 이사가기(?)위해 컴을 택배 붙여야 하므로.. 게다가 9월 1일날 ADSL이 들어오는데 이게 또 잘못되면 더 늦어 질수도 있습니다;; 어쨌던 독자분들께 죄송합니다; 오늘의 마법~# ..없네? 그래도 설명 한마디.. 정령소환에 대해: 자유와 바람의 신, 프리시안의 성직자는 레벨 이 높아지면 실프 하나를 일종의 패밀리어처럼 다룰 수 있 게 된다. 성직자를 따르는 실프는 주문이나 매개물을 통해 소환하는 정령에 비해 훨씬 약하지만 부를 때 주문이 필요 없고 실프를 담아둘(?)수 있는 물품만 있으면 어디서나 부 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로도스도전기를 보면 무슨 소린 지 알 수 있다)예련이 가진 실프의 반지가 그것인데, 이 반 지는 마법 지팡이 역할도 같이 한다; (참고로 프리시안의 성직자는 Air Elemental specialist이므 로 대기의 정령 소환이나 바람에 관계된 마법 모두에 보너스 를 받는다; 1. 第一章 - 신보(神寶)의 출현. 전설로 전해지는 무공비급의 출현은 온 무림을 뒤흔들고.. ---------------------------------------------------------------- 길고 어두운 길이 끝없이 계속되고 있었다. 간신히 앞이 보일 정도의 어두침침한 길은 이전까지와는 달리 종유 석 하나 잘라내지 않은 천연동굴이였다. 게다가 어디서 나오는 빛인 지는 몰라도 하늘하늘 흔들리는 푸르스름한 인광(燐光)이 사방에서 비쳐져 예련의 주위에 수십 개의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푸른 빛이 흔 들리는 데 따라 살아 있는 듯 흐느적거리는 그림자들은 주위의 분위 기와 겹쳐 당장이라도 일어나 예련을 덮칠 것 같았다. 예련의 입장에 서는 여기가 고스트나 레이스, 스팩터 같은 형체 없는 언데드들의 동 창회 장소라고 해도 믿을 만한 장소였다. '한마디로, 최악의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배려로군.' 설령, 진짜로 유령이나 귀신이 나오든, 바닥에 굴러다니는 해골이 기괴한 소리를 내며 일어서던 간에 성직자인 예련에게는 별 위협이 되지 못한다. 가끔 보이는 해골에 대고 간단하게 기도나 해 주면서, 예련은 복도 끝을 향해 나아갔다. 이번에는 별 특징도 없는 검은 철문이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잠기 거나 한 건 아니였지만 워낙 무거운 문이라 한동안 낑낑대던 예련은 결국 아끼고 아끼던 마법을 사용해 문을 열 수밖에 없었다. "..내일 아침에 일어나긴 틀렸군." 계속되는 마력의 소모로 약간의 현기증이 느껴졌다. 아직 큰 무리는 하지 않았지만 이 정도면 정신적인 피로는 상당할 것이다. 예련은 속 으로 투덜거리며 방 안으로 들어섰다. 그나마 최악의 조명이라도 앞은 보이던 지금까지의 길과는 달리 이 방은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에 둘러싸여 있었다. 바람의 흐름이 나 기타 감각으로 볼 때 그리 넓은 방은 아니였지만 사방에서 알 수 없는 불길한 느낌이 확연하게 전해져 왔다. "Lighting." 예련의 앞에 푸른빛의 광구가 떠올랐다. 같은 푸른색이지만 복도의 기분나쁜 청백색 인광과는 전혀 다른 편안한 느낌의 빛. 마치, 가을 날의 바람을 빛으로 형상화해 옮겨다 놓은 것 같았다. 하지만, 그 빛 아래로 비치는 방 안의 광경은 그 분위기를 산산조각 내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뭐, 뭐야?" 예련은 자신도 모르게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그녀의 주위를 정확히 열 여덟 명의 미녀가 둘러싸고 있었다. 단순히 그뿐이라면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 열여덟 명의 미녀들은 하나같이 실오라기 하나 얼치지 않은 나신이였고, 게다가 그들 각자가 취하고 있는 자세는 음란(淫亂)하기 그지없는 것이였다. 얼핏 보면 부끄러움을 못 이겨 몸을 가리는 것 같으면서도 오히려 그 동작이 더 요염해 보이는 것이다. 게다가 그런 여인들의 얼굴은 요염하기는커녕 오히려 한 송이 백합처렁 청초하기까지 하니.. 워낙 의외의 상황에 놀란 예련은 한 박자 늦게 그 여인들이 사람이 아니라 정교하게 깎아 만든 석상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사 람이 아니라는 걸 안 예련은 그제서야 마음을 진정시키고, 재미있다 는 듯 열여덟 개의 나신상들이 취하고 있는 미묘한 자세를 관심있게 바라보았다. 결혼도 안 한 주제에 이런 데 벌써 관심을 가지다니, 실 로 미래를 대비하는 성실한 학습 태도가 아닌가? 하지만 이곳이 천마동부이고, 여기가 세번째 관문이 있어야 할 장소 하는 것을 떠올린 예련은 곧 나신상들의 불건전한 모습에 신경을 끄 고 마법사 본연의 자세로 돌아왔다. '...대체 이것들은 뭐지?' 예련은 빛의 강도를 올린 후 주의깊게 열여덟 개의 나신상을 살펴보 기 시작했다.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미(美)와 요염(妖艶)을 한 자리 에 모아놓은 듯한 나신상들은 예련의 움직임에 따라 그 모습과 표정이 바뀌는 것 같았다. 가슴을 가린 채 미묘한 각도로 다리를 벌리고 주저 앉아 있는 나신상이 예련과 눈이 마주치자 빙긋 웃는 것 같았다. 환각 이였겠지만 그 미소는 어떤 사내라도 단숨에 사로잡을 수 있을 정도로 아름답다. 하지만 예련은 여자였다. "...설마..이거 혹시 보너스 타임이나 팬서비스 아냐?" 한참 동안 나신상들을 보고 만지고 두들겨보던 예련은 자신이 생각 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하지만 무림인들이 들었다면 까무러지고도 남을 만한 대답을 내놓았다. 예련이 확실하게 알 수 있었던 것은 이 나신상들의 재질이 옥(玉) 종류이고, 그러므로 엄청나게 비싸다는 것 뿐이였다. 앞에 있던 나신 상의 머리를 오른손에 낀 실프의 반지로 두들겨보며 재료의 강도를 조사하던 예련은 결국 가장 확실하고도 단순한 방법, 즉 제작자의 설 명을 듣는 방법을 택하기로 마음먹었다. 맞은편 문을 열자 역시 석벽에 지력(指力)으로 새긴 글들이 보였다. '세번째 관문은 그대의 의지(意志)를 시험하는 것. 십팔소녀염혼진( 十八少女艶魂陣)는 극도의 자제력과 의지력을 갖추지 못한다면 정혈 이 고갈되어 죽는 순간까지 진 속에 갇혀 있어야 한다. 이것을 통과한 그대의 의지가 뛰어난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예련은 한동안 아무 말 없이 그 글을 읽고 있었다. 그리고, "...여자에게는 관심 없어." 예련은 휭하니 석벽을 지나쳐버렸다. * * * 햇빛은 보이지 않았지만 예련은 오랜 모험가 경험에서 얻은 던전탐 험용 시간감각(?)으로 지금 시간이 새벽 4시 정도라고 예상했다. 하 룻밤을 긴장하며 꼬박 지새운 셈이니 피곤한 건 당연할 것이다. "하암.. 이제 마지막인가? 빨리 조사 끝내고 내려가서 잠이나 푹 자 야지." '미인은 잠꾸러기' 라는 말의 살아있는 증거물인 예련은 상황에 어 울리지 않는 소리를 하며 방으로 들어갔다. 바닥에 꽤나 푹신한 융단이 깔려 있고 방 곳곳에 나무로 된 문들이 달려 있는 것으로 보아 집으로 따지자면 이곳이 거실 쯤 되는 것 같 았다. 방은 폐쇄공포증 환자가 발작하지 않을 정도로 넓었고, 공기는 폐렴 환자가 기침을 하지 않을 정도로 깨끗했다. 한 마디로, 사람 살기 딱 좋은 곳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실제로 그곳에는 한 사람이 있었다. "이번에는 또 뭐야?" 사방 십 장 정도의 방 한가운데에 두 개의 악마상이 마주보고 서 있 었다. 그리고 그 악마상들의 이마에 박힌 구슬에서는 소름끼칠 정도 의 혈광(血光)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는데, 그 악마상 사이에 한 여인 이 혈광을 온몸으로 받으며 서 있는 것이였다. 미동도 하지 않고 서 있는 여인의 모습은 조금 전에 본 나신상들보다도 더 생동감이 없었 지만, 그것은 분명 석상이 아닌 사람이였다. 절대우물(絶代尤物)! 그것보다 더 적합한 형용사는 결코 없을 것이다. 폭포수처럼 흘러내린 검은 머리가 살짝 덮고 있는 가슴과 그 아래로 이어지는 굴곡은 완벽한 곡선의 미를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한 줌도 안 될 듯한 허리와 그 아래로 뻗어나간 탄력있는 다리. 혈광을 받아 더더욱 요염한 붉은빛으로 빛나는 매끄러운 피부, 무엇보다 그 사이로 보이는 유?(誘惑)의 결정체.. '칫, 나보다 몸매가 좋네. 부러워..(;;)' ..하지만 우물(尤物)이 무슨 단어인지도 모르는 라그시안 대륙의 여 자 성직자가 그런 것에 감동을 받을 리는 없었다. -예련이 아무리 천 재라도 1년만에 한자단어를 모두 마스터할 수는 없다. 은어나 속어라 면 더더욱.- 그 의문의 여자를 바라보던 예련의 눈에 이채가 스쳐갔다. 아주 희미하지만, 방금 여인의 가슴이 약간 움직인 것이 예련의 눈 에 들어온 것이다. 호흡을 하고 있다는 것은 살아있다는 뜻. 예련은 천천히 그 여자에게로 다가갔다. 아무래도 좌우의 악마상에 서 나오는 빛이 마법의 일종인 것 같아 보였기 때문이다. 막 예련이 여인과 악마상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는 거리까지 접근하 는 순간이였다. 파앗-! 여인이 갑자기 눈을 떳다. 혈광을 반사해 붉게 빛나는 눈동자. 그 눈 속에는 단 한 점의 감정 조차도 담겨 있지 않았다. 그야말로 인간의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조차 없는 절대무심의 눈빛. 하지만 그것보다 놀라운 것은, 그녀가 눈을 뜨는 것과 동시에 악마 상에서 뻗어나오는 빛이 수십 배로 강해지면서 방 안을 완전히 뒤덮 었다는 것이였다. 그것은 숨막힐 정도로 강렬한 사기(邪氣)였다. "윽.." 주문을 외울 틈도 없이 그 빛의 영향권 안에 들어버린 예련은 온 몸 이 타들어가는 듯한 고통을 느껴야 했다. 마치 수십 길 깊이의 물 속 에 들어온 듯 엄청난 압력이 몸을 짓눌러 예련은 꼼짝할 수도 없었 다. 그와 동시에, 예련의 머릿속으로 사악하기 그지없는 외침이 들려왔 다. - 보..아라..! 나는 천마..지존(天魔至尊).. 그대는.. 이제... 나 의... 후계자..! 마(魔)..의.. 종사..! 거부하지.. 마라.. 너는.. 이제.. 악..마(惡魔)..가 된다..! 심혼을 뒤흔드는 절대의 마력이 담긴 외침. 그 외침에 실린 엄청난 사기가 예련의 머릿속으로 밀려들어왔다. 그것을 받아들이는 순간, 그는 인간으로써의 감정을 잃은 악마가 될 것이다. "흥, 누구 맘대로?" 예련이 정신을 집중해 마법저항력을 일으키자 그녀의 주위에 푸른빛 의 오라가 흘러나오며 혈광과 사기를 막아내기 시작했다. 강조하지만, 자유의 신 프리시안의 하이 프리스티스직은 수영복 심사로 뽑는 자리 가 아니다. 하지만 그뿐이였다. 정신을 지배하는 사기는 막아낼 수 있어도, 보 호주문을 직접 외우지 않는 한 물리적인 압력은 어찌할 수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예련은, 악마상 사이에 서 있던 여인이 자신을 향해 걸음을 옮기는 것을 두 눈 뜨고 바라보는 수밖에 없었다. 예련의 앞에 선 여인은 잠시 멈짓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예련이 뭐 라고 할 틈도 없이, 놀랍게도 그녀는 자신의 붉디붉은 입술을 예련의 입술과 겹쳤다. "..!" 그녀의 입술을 타고 무언가가 예련의 입 속으로 들어왔다. 약간 단 맛이 도는 그것은 예련의 입에 들어오자마자 녹아 뱃속으로 들어가버 렸다. 몇 초 지나지 않아서, 예련은 단전에서부터 엄청난 열기가 올라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뭐지?' 불길한 예감이 든 예련은 무리를 해서라도 신성마법을 써 보려 했지 만, 여인의 동작이 먼저였다. 백옥(白玉)을 빚어 만든 듯한 새하얀 손이 살짝 흔들렸고, 그 동작에 이끌리기라도 하듯 예련의 옷가지들 이 찢겨나갔다. 안그래도 엄청난 압력을 견디지 못하던 천조각들은 주위를 감싼 혈광에 녹아들듯 재가 되어 흩어져 버렸다. 그리고 여인은 맨살을 그대로 드러낸 예련의 전신을 추궁과혈(推宮 過穴)의 수법으로 빠르게 점혈하기 시작했다. 혈도가 하나씩 열릴 때마다 단전에서 흘러나온 열기가 그 곳으로 물 밀듯 흘러들어갔고, 그 힘을 견디지 못한 전신 근골이 비명을 지르며 뒤틀리기 시작했다. 그것은 아무런 내공도 없는 예련에게는 견디기 힘든 고통이였다. 다행이 추궁과혈은 금방 끝났지만, 예련은 몸 속을 맴도는 기운과 엄청난 고통 때문에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가 없었다. 수없는 고행과 수련이 아니였다면 이미 의식을 잃었을 것이다. "이제.. 환희마라대법(歡喜魔羅大法)을 개시하겠습니다." 처음으로 여인의 입에서 말이 흘러나왔다. 그와 함께 그녀는 몸을 살짝 비틀면서 예련의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단순한 듯 하면서도 살짝 가슴과 다리를 노출시키는 그 모습은 요염의 극치라고 불리기에 손색이 없었지만, 예련은 그런 것들 따위에는 관심이 없었다. "빌어먹을.." 예련은 그녀의 눈을 본 것이다. 요염한 미소와 교태가 가득한 동작과는 달리 아무런 감정도, 의지도 실려있지 않은 유리구슬같은 눈동자를. 그것은, 자신의 의지로 움직이지 않는 자의 눈빛이였다. 여인은 예련의 앞에 무릎을 꿇은 자세로 부드럽게 예련의 허리를 붙 잡았다. 그리고, 잠시 머뭇거리는 것 같더니 천천히 예련 쪽으로 입 술을 가까이 가져가기 시작했다. 예련도 알 건 다 알고, 알 것 모를 것 다 아는 인간들과 십여 년을 같이 돌아다닌 경험이 있다. 여인의 동작이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 모 를 나이는 아니였다. - 흐흐.. 이제는.. 환희마녀(歡喜魔女)와 정사(情事)..를 가지게 되 면.. 그녀에게.. 주입된.. 본존의 한..갑자(甲子) 내력이 그대에게 흡수..될.. 것이다.. 그리고.. 그대는 천하.. 무적의 마공고수가.. 된다..! "헛..소리!" 예련은 이 곳의 모든 안배와 모든 함정은 이곳에 들어오는 사람이 남자이며, 단 한 사람이라는 가정 하에 만들어진 것들이라는 것을 확 실히 느낄 수 있었다. 환희마녀라는 저 여인에게는 눈앞에 있는 것이 남자인지 여자인지를 구분할 능력조차도 없었다. 단지 천마지존이 프로그래밍해놓은 동작 을 반복할 뿐. 그동안 몇 번 보였던 부자연스러운 움직임은 자신이 여자이기 때문에 생기는 일종의 혼선일 것이다. "이딴 거.." 예련은 억지로 손을 움직여 여인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간단하다. 이대로 신성력을 일으키고, 이 빌어먹을 환희마라대법인 가 뭔가 하는 것을 박살내버리면 된다. 그동안 겪어온 수많은 고뇌와 고행의 길에 비한다면.. 단지 속해 있는 집단의 유무라는 이유만으로 가장 절친했던 친구를 자기 손으로 죽여야 했을때의 고뇌에 비한다 면, 자신을 살리기 위해 몸에 수십 개의 창검을 꽃은 채 죽어가는 동 생을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고통에 비한다면... 지금의 상황은 단순한 게임에 불과하다. 온 몸을 조여드는 압력과 마력에 대항해 이 기기만 하면 되는 것 아닌가? 그리고 지면 죽으면 그뿐이다. 자기 자 신 외에는 그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는 것이다. 그게 뭐가 어렵 단 말이지? "절대..인정 못해!" 그 순간, 모든 것이 사라졌다. -------------------------------------------------------------- 참으로 오랜만의 부활입니다. 죄송하다는 말씀밖에 드릴 수가 없군요. ADSL신청해 놓은건 한통 놈들이 회사에 전달하는 과정에서 누락됐다며 신청기록이 사라졌 으니 새로 신청하라고 했고, 덕분에 두어달 뒤에나 들어온답니다. 빨리 외국 초고속통신망이 들어와 이녀석들 혼줄이 좀 나야지 원.. 어제는 밤새서 술마시고, 아침 11시에 자서 오후 8시에 일어났 답니다; 그리고 일어나자마자 죽어라 써서 새벽 1시 20분에 올린 다는..; 그, 그렇다고 오늘 H씬과 L씬이 난무한 것은 숙취 때문이 아닙니 다;; 말씀드렸잖아요; 삼류 무협지에 대한 패러디라고.. 도색무협 을 재현하려고 하니 도저히 그대로 쓸 수가 없어서 수위를 조절하 느라고 애먹었습니다만.. 누군가 욕한다면 어쩔 수 없죠; 오늘은 컴까지 다운됐습니다. CPU슬롯에 쌓인 먼지가 원인이라는 데.. 소켓형 CPU가 도저히 빠지질 않는군요. 아는 친구 불러다가 대청소라도 해야겠습니다; 오늘의 마법~# 라이팅(Lighting): 라이트 마법과 비슷한데, 차이는 신성마법쪽이 라는 것 뿐이다. 특징은 조명을 만들지만 그 자체에 약간의 신성 력이 들어 있다는 것. 사악한 생명체들의 눈이 약간 부시게 만들 고, 밤에만 나타날 수 있는 언데드류 중 약한 것은 이 빛 하에서 출현할 수 없습니다. 1. 第一章 - 신보(神寶)의 출현. 전설로 전해지는 무공비급의 출현은 온 무림을 뒤흔들고.. ---------------------------------------------------------------- "으음.." 머리가 깨지는 것 같은 통증이 몰려왔다. 흐릿하던 시야가 밝아지면서 사물들이 제 자리를 찾기 시작했고, 그 제서야 예련은 주변의 정경을 살펴볼 수 있었다. 약간은 어두침침하고 중앙에 있던 악마상의 붉은 조명의 영향을 받 아 전체적으로 음침한 분위기를 띄던 방 안은 이제 악마상 대신 천장 의 야명주에서 나오는 빛을 받아 그럭저럭 정상적인 모습을 하고 있 었다. 그리고 그 불길한 빛의 주범(?)이던 두 개의 악마상은 형체도 알아 볼 수 없게 산산조각이 나 원래 그것들을 받치고 있던 제단 위에서 뒹굴고 있었다. 이마에 박혀 있던 혈광을 내뿜는 구슬은 아예 가루가 되었고, 바닥의 제단에 씌여 있던 이상한 글자들과 네 귀퉁이에서 타 오르던 불꽃도 빛을 잃고 꺼져 있었다. 마지막으로, 환희마라대법을 쓰던 여인은 의식을 잃고 예련과 비슷 한 포즈로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마(魔)의 종사(從事).. 그건 마교를 뜻하는 말이지. 마교놈들, 보 면 볼수록 마음에 안 들어." 간신히 상체를 일으킨 예련은 주위를 둘러보며 중얼거렸다. 환희마라대법과 그것을 구성하는 요소들은 하나도 남김없이 파괴되 었고, 방 안에는 한 줌의 마기도 느껴지지 않았다. 천마지존이 마교 의 후예를 만들기 위해 안배한 모든 것은, 예련의 손에 깨끗하게 박 살난 것이다. "주변 상황으로 봐서 홀리 워드(Holy Word)같은걸. 아직 이 세계에 서의 인볼리션 레벨 캐스팅(involition level Casting :무의식 단계 에서의 마법 사용)에는 적응되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이 정도면 대단한걸." 말이 쉬워서 홀리워드지, 성직자의 최강마법이 무의식중에 사용되었 다면 그것은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마교의 양대지존(兩大至尊) 중 하나인 천마지존이 자신의 전신내력을 모아 만든 대법이 깨졌다는 이야기를 무림인들이 들었다면 아마 미친 소리라고 할 것이다. 천마지존(天魔至尊) 염신. 마교의 천마대제 바로 다음 자리인 쌍존(雙尊)중 한 명인 그는 오백 년 전 마교의 실질적인 제 이인자로써 무림에 피바람을 불러왔었다. 당시 무림맹주였던 혜광선사와 무림십대고수 중 네 명이 천마지존, 천사지존(天邪至尊)의 쌍존과 대결했을 때 그는 단신으로 무림십대고 수 세 명을 격살했었고, 그 후로 마교의 권위에 도전하는 자는 백 년 간 아무도 나타나지 못했다. 천하무림에서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위치에 있던 그의 무공은 정녕 인간의 경지를 벗어난 것이였다. 그 점은 얼마 전 그 힘을 직접 경험 했던 예련도 인정하고 있었다. 아까 환희마라대법에 실려 있던 사기 (邪氣)가 내력의 전수가 아니라 자신을 죽이기 위한 것이였다면, 예 련은 결코 견디지 못했을 것이다. "이런.." 머리속이 깨지는 듯한 고통이 다시 몰려왔다. 'FPB(First Planet Break)인가..' 하긴, 그렇게 마법을 남발한 상태에서 또 홀리워드같은 최고급 마법 을 무의식적으로 사용하고, 게다가 정신을 잃기까지 했으니 폭주가 일어나는 것도 무리는 아니였다. 예련은 비틀거리면서도 남아 있는 마나를 있는데로 끌어올려 제어를 잃고 맴도는 마력을 감싸기 시작했 다. 이 상태에서 마력을 제대로 제어하지 못하면 FPB상태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확대대고 결국은 LPB까지 갈 수도 있다. 폭주가 LPB( Low Planet Break)단계까지 오면 부활마법을 쓰던, 대라신선이 오던 간에 결코 살아날 수 없다. 다행이도, 마력이 거의 고갈된 상태였기 때문에 폭주는 금방 가라앉 았다. 예련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무리 예련 이 충분한 마나를 비축하고 있는 성직자라고 해도 마력 폭주는 쉽게 감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예련의 눈에 쓰러져 있는 여인의 모습이 들어왔다. 환희마녀라는 이 름은 아마도 환희마라대법의 구성원이라는 뜻에서 붙었을 것이다. 그 녀의 본명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앞으로도 아무도 없을 것이 다. 대법이 깨지면서 그녀를 제어하던 천마지존의 금제는 사라졌다. 그 녀의 심장은 여전히 뛰고 있었지만, 이미 그 영혼은 육체를 떠난 뒤 였다. 환희마라대법이 깨지면서 그녀의 몸 속에 그대로 남은 육십 년 의 내력이 육신을 지탱하고 있지만 그것은 이미 생명의 불길이 꺼진 빈 껍데기에 불과했다. 하지만, 오백 년 동안의 금제에서 풀려나 드디어 자유를 얻은 여인 의 표정은 마치 꿈을 꾸는 듯 평온하기 그지없었다. "프리시안의 이름으로 그대가 살아온 길이, 그대의 의지가 하늘 아래 축복받을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편히 잠들길.." 기도를 마친 예련은 그녀의 몸을 레비테이션(Levitation)의 주문으 로 공중에 띄운 후, 주변에 있는 방 중에 적당한 곳을 골라 내려놓고 문을 닫았다. 나중에 이 곳에서 나갈 때 성화장(聖化粧)을 치루어 주 려는 생각이였다. "대강 처리된 것 같은데.. 아참, 그러고보니 나 아직 옷도 안 입은 상태잖아?" 그제서야 자신의 처지를 깨달은 예련은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다행이도, 천마동부 안은 천마지존의 무공을 얻은 후계자가 연공(鍊 功)을 하며 지낼 수 있는 거의 모든 환경을 갖추어 놓고 있었다. 예 련은 얼마 지나지 않아 상당량의 벽곡단과 여벌의 옷들을 찾아냈다. 재질도 좋고 사이즈도 종류별로 있어, 모두 남자 옷이라는 것만 빼면 별로 불편한 점은 없었다. 뭐, 어차피 라그시안 대륙에서도 늘 바지 와 셔츠 위에 법의 걸치고 살았던 예련이였으니까.. 일단 그렇게 입을 옷과 잠자리를 찾아낸 예련은 주변에 위험이 없다 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그대로 이불 속으로 기어들어가 잠들어 버렸 다. 마력소모로 인한 피로에 두통에 몸에까지 무리가 와서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지쳐 있었던 것이다. 괜히 아르케미시아 산 특제 잠벌레가 아니지.. * * * 누운 자리에서 거의 20시간을 내리 잠들어 있던 예련은 뻔뻔하게도 기지개까지 펴면서 일어난 후 천마동부를 뒤지기 시작했다. 벼룩도 낮짝이 있다지만 모험가라는 족속들은 남이 공들여 만든 던전을 박살 내고 그곳 보물을 뒤져 한 짐씩 챙겨 떠나면서도 미안하다는 말 한마 디 하지 않는 법이다. 가장 먼저 예련이 조사한 것은 박살난 악마상이 있던 제단이였다. 악마상은 놀랍게도 전신이 귀하기 그지없는 흑옥(黑玉)으로 되어 있 었고, 제단도 그에 못지않게 비싼 재료들을 써서 만든 것들이였다. 물론 재료 따위보다야 환희마라대법의 구결을 유추할 수 있다는 것에 더 큰 가치가 있겠지만. 예련의 예상대로 제단 정중앙에는 환희마라대법이 완성되었을 때 나 타나도록 되어 있는 기관이 있었다. 예련이 도적은 아니지만 모험가 생활의 짬밥(?)만으로도 특별히 은폐되지 않은 기관은 문제없이 찾을 수 있다. 원래대로라면 대법이 끝난 후 제단 아래에서부터 한 권의 책이 올려 진 작은 단이 위로 올라왔을 것이다. 하지만 기관을 작동시키는 방법 을 모르는 예련은 어쩔 수 없이 제단 아래에 손을 집어넣어 책을 끄 집어냈다. 천존비록(天尊秘錄)! 그 책의 표지에는 그렇게 씌여 있었다. - 이는 본 지존의 무공들을 집대성한 것이다. 천마대제만이 익힐 수 있는 천마제력(天魔帝力)을 제외한다면 이는 사도 전체를 통틀어서 가장 강한 무공일 것이다. 이 글을 읽는 자는 본존의 후계자이며 본존을 이어 제 이십사대 천마지존이다. 천마동부와 천존비록, 그리고 천마지존의 표식인 천 마제령검(天魔血劍)은 이제 그대의 것이다. 천존비록의 무공은 백 년 이상의 내공수위와 극도의 마성(魔性)이 있어야 익힐 수 있으나, 그대는 마환신단(魔丸神丹)과 환희마라대 법을 통해 그에 필요한 모든 것을 얻었다. 천존비록이 그대의 것이 되는 순간, 천하에 그대와 마교의 앞길을 막을 수 있는 자는 없으리라! 제 이십삼대 천마지존 염신. ... 무념무상(無念無想). 그 외에 다른 말이 필요할까? "그러니까, 난 이 천마지존인가 뭔가 하는 놈의 공식 후계자란 말이 지? 뭐 그딴건 줘도 안 받을 생각이지만, 이곳을 몽땅 넘겨준다는 말은 마음에 드는걸?" 전혀 성직자답지 않은 말을 입에 담은 예련은 곧 천마혈검을 찾기 시작했다. 곧 천존비록이 나온 옆 기관에서 천마혈검이 발견되었고, 예련은 그것을 보고 탄성을 터트렸다. 놀랍게도, 이 제단은 예련이 쓴 홀리워드의 영향권 안이였는데도 이 검만은 아직 마기(魔氣)를 완 전히 잃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마치 악마의 이빨을 연상시키는 섬뜩 한 예기가 묵빛의 검신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 검 대단한데? 팔아먹으면 꽤 비싸겠어." 예련은 천존비록과 천마혈검을 챙긴 후 다른 곳들을 뒤지기 시작했 다. 방은 총 다섯 개가 있었고, 침실과 연공실, 창고를 제외한 나머지 두 곳은 각자 신병이기(神兵異奇)와 절세무공이 쌓여 있는 무기고와 서재였다. 먼저 각종 병기가 놓인 방으로 들어간 예련은 라그시안 대 륙의 것보다 훨씬 뛰어난 각종 병기들을 보면서 감탄했지만, 불행이 도... "어찌된게 전부 이런 무식한 날달린 무기 뿐이냔 말이야! 메이스(Ma ce)도 없고, 스태프(Staff)도 없고. 하다못해 봉이나 목검이라도 있 어야 할 것 아냐?" ..예련은 성직자였다. 한참을 뒤진 끝에 예련은 겨우겨우 쇠막대기 하나를 찾아낼 수 있었 다. 봉이 아니라 아예 만들다 만 공사장 철근 같은 막대였는데, 그 아래에는 이런 설명이 씌여 있었다. - 만년금정(萬年金精)은 가공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마교의 삼 대마병을 만년금정으로 만드는 데는 성공했지만, 지금 남은 시간으 로는 이것을 무기로 만들 수 없어 이렇게 보관한다. "..그런가? 아무래도 보통 강철은 아닌 것 같지만.." 예련은 손에 들린 만년금정 막대기(..)를 몇 번 휘둘러 보았다. 만 들다 만 것이라는 말과는 달리 균형도 잘 잡힌데다 보기보다 가벼웠 다. "좋아. 전에 쓰던 스태프와 느낌도 비슷하고. 인첸팅(Enchanting)이 나 걸어서 내 무기로 써야지." 예련은 자신에게 별 쓸모없는 천마혈검을 내려놓고 대신 만년금정으 로 된 쇠막대를 들고 방을 나섰다. 마지막으로 들어간 서고는 마교가 모아 둔 수많은 무공비급들을 모 아 둔 곳이였다. 여기에는 마교의 무공뿐만 아니라 마교가 강호에 군 림하던 백 년동안 구파일방 등 각종 정파에서 압수한 무공비급들이 함께 널려 있었다. 자허옥청강기(紫虛玉淸 氣), 태극혜검(太極慧劍), 천지일원신공(天地一元神功), 벽력소양장(霹靂銷陽掌).. 하나하나가 실전된 무림의 절학. 이 중 단 하나만 얻어도 무림에서 일류고수로 뽑히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음.." 예련은 정신없이 여기저기의 무공서적들을 꺼내 읽어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곳의 무공들은 절반 이상이 마교본전에서 옮겨둔 사본(寫 本)인데다가 완벽하지 않은 것들이 많았다. 정파 쪽이라고 앉아서 자 기 문파의 절기를 공짜로 넘겨줄 리는 없었다. 일부는 상편과 하편 중 하나만 있는데다가 무공입문만 적힌 것도 꽤 있어 보였다. "이거..너무 엉망진창인걸? 어디 안내서가 없나?" 안내원까지 바라기에는 무리가 있겠지만 이만한 자료를 쌓아놓고 안 내서 하나 안 만들었다면 제작자의 성실성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을 을 찾아낼 수 있었다. 이곳 서가에 있는 모든 무공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그 서열을 매겨 놓은 것이였다. 하지만 예련은 첫 페이지를 펴자마자 다른 건 몰라도 이 책에 적힌 무공순위는 믿을 게 못 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천마대제의 천 마제력이 제 일위에 있고, 천마지존의 천마패왕공(天魔覇王功), 천사 지존의 수라사천광(蓚羅邪天光)이 이위로 기록되어 있었던 것이다. 무상반야진기는 제 사위까지 밀려나 있었다. 하지만 참고자료로써는 상당히 쓸만해 보였다. 각 무공을 기공, 장 력, 병기술, 경공, 잡술(雜術)로 구준해 놓았는데 하나하나마다 대략 의 설명과 무공이 완전한가, 일부만 남아 있는가, 또는 의도적인 수 정이나 삭제가 있었는가를 분류해 기록해 놓은 것이다. "그럼 마음에 드는 거 몇개 골라서 익혀볼까나.." 한참 천하무공서열록을 바라보던 예련이 중얼거렸다. * * * "아악!" 쿠당 하는 소리와 함께 예련은 바닥에 꼬구라져버렸다. "크윽.. 이놈의 창궁무영신법(蒼弓無影身法)은 왜 이리 어려워?" 예련은 막 경공을 수련하다가 행보(行步)가 엉켜 나가떨어져 버린 것이였다. 무공이라는 게 구결을 얻어서 두어번 읽으면 완성되는 게 아니다. 제 아무리 뛰어난 재능을 가진 자라도 그것이 몸에 익숙해질때까지 수련하고 또 익혀야만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머릿속에 기억 하고만 있는 것을 연습 없이 실전상황에서 완벽하게 구사할 수 있다 면 그건 인간족속이 아닐 것이다. 게다가 그나마도 무공에 재능이 없는 예련 같은 사람이야 더 말할 필요도 없고. 그래도 예련의 진도는 꽤 빠른 편이였다. 도가의 이론이 마음에 든 다는 이유만으로 선택한 무당의 현청강기는 이미 사성(四成)을 넘어 오성에 이르기 직전이였고 다른 무공들도 입문은 돌파한 뒤였다. 천마동부에 있는 무공들은 하나를 익히기에도 수십 년이 필요한 것 이라 예련이 욕심을 부린들 다 익히는 건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소리 였고, 한나절을 꼬박 뒤져 마음에 드는 여섯 종류의 무공을 골라 익 히기로 한 것이다. 물론 여섯 개라고 해도 그걸 다 대성하는 건 불가 능할테고, 무상반야진기와 금강부동신법도 익혀야 하니 실제로 제대 로 수련하는 건 두어 가지에 불과했다. 물론 천존비록의 무공들은 한 번 읽어본 후 품속에 고이 모셔두기로 결정한 뒤였다. "이러다가 해가 바뀌겠는걸. 뭐 집에 돌아가는 건 별로 안 급하지 만.. 한동안 바쁘겠어. 불광 할아버지한테 숙식비도 갚고 무공도 배 우고 마교 놈들도 좀 골탕먹이려면.." 그렇게 시간은 흘러가고 있었다. ------------------------------------------------------------- 쿨럭; 남들은 한편 쓰는데 두시간, 날림의 도를 깨우치면 한시간도 안 걸린다는데.. 왜 나는 왜 이 날림엽기허접글 한편을 쓰는데 네시 간씩이나 필요할까;;; 일요일이라고 연참 한번 해보려 했더니 그것도 쉽지 않겠군; (..오늘 연참하려는데는 다른 이유도 있지만..그건 말하지 않으렵니 다;;) 오늘의 마법~# 홀리 워드(Holy Word): 성직자의 최고마법. 신의 힘을 빌어 한 마디 의 성어(成語)를 현실화시킨다. 만약에 홀리 워드, 데스~ 라고 하 면(이러는 성직자가 있을리 없지만) 마법사의 파워워드 킬처럼 대 상을 무조건 죽여버리는 식이다. 기본적인 효과로는 범위 내의 모 든 사악한 존재를 되돌리거나 소멸시킨다. 마력과 마나에 대해: 마력과 마나는 동의어가 아닙니다. 원래 마법 사들은 세계를 구성하는 마나를 마법의 원천으로 사용했지만 이건 조작하기가 힘들어서 결국 메모라이즈 등의 편법이 사용됐죠. 하 지만 제 1차 마법세기 때 마나를 정제해서 마력으로 쓰는 기술이 등장하면서 마법사용은 훨씬 간단하고 강력해졌습니다. 즉, 마력 은 마나를 마법에 적합한 형태로 정제한 것이죠. 하지만 신성마법 의 경우는 순수한 마나를 사용하기 때문에 예련 같은 경우는 마력 보다 마나를 더 많이 가지고 있다가, 필요하면 마나를 그때그때 마력으로 전환하곤 합니다. 플랜트와 FPB,LPB등에 대한 설명은 언제 기회나면 하도록 하죠; 그냥 그런 게 있구나...하고 생각하세요; 머리만 아파요``a 2. 第一章 - 음모(陰謀)의 시작. 무엇이 참이고 무엇이 거짓인가? 혼란에 빠져가는 무림은.. ---------------------------------------------------------------- 달마삼검을 찾아 누산으로 찾아온 수많은 무림인들. 결코 나타나지 않을 것 같던 달마삼검도 그들의 신공에 대한 열망을 이기지 못했는지 결국 그 모습을 드러내고 말았다. 다른 사람들과 떨어져 누산의 창월봉을 은밀히 조사하던 화령문(火 靈門)의 사람들이 창월봉 절벽 아래의 깊숙한 동굴에서 달마삼검의 구결이 새겨진 한 자루 신검(神劍)을 발견한 것이다. 그것은 극히 비밀리에 이루어진 일이였지만 수많은 군웅들의 이목을 속일 수는 없었다. 화령문이 조사하고 있던 장소에서 갑자기 방향을 돌려 다른 문파와의 알력까지 감수해가며 창월봉을 뒤진 것에 의심을 품은 사람들은 결국 화령문의 소문주인 화룡검객 도화령이 달마삼검 을 찾아냈음을 알게 되었고, 즉시 그를 쫓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보름. 도화령이 화령문으로 돌아가는 길은 그야말로 혈로 (血路)였다. 달마삼검을 노린 수많은 군웅들이 그를 뒤쫓았고, 하루 에도 몇 번씩 혈전을 치르며 숨어다니던 도화령은 결국 수행원을 모 두 잃고 자신마저도 부상을 입자 화령문의 지원을 기다리며 깊은 산 속으로 들어가버렸다. 하지만 그마저도 추적술에 능한 무림인들을 따돌리기에는 역부족이 였다. "도화령! 달마삼검을 내놓아라!"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사남일녀(四男一女)를 본 흑의의 거한이 걸음 을 멈추었다. "흐흐.. 우리는 이미 네놈이 이리로 올 줄 알고 만반의 준비를 해 두었다. 자, 달마삼검을 내놓으면 목숨만은 살려주마." 도화령 맞은편의 사내들 중 우두머리로 보이는 녀석이 말했다. 하지 만 흑의의 거한, 도화령은 도망치기는커녕 피식 웃으며 한 걸음 앞으 로 나섰다. "네놈들 따위가? 아무리 부상을 입었다지만 화룡검객의 명성이 이렇 게 떨어졌었단 말이냐? 하하하.." 도화령의 웃음소리에 주변 나무들이 부르르 떨며 나뭇잎들이 마구 떨어졌다. 놀라운 공력이였다. 도화령을 가로막은 사람들도 놀랐는지 움찔하며 뒤로 물러섰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짧은 순간의 빈틈이 보인 순간 도화령의 거구가 무서운 속도로 쏘아져나갔다. 개개인의 무공으로는 도저히 도화령의 상대가 되지 못하는 그들은 급히 몸을 피하려 했지만 도화령의 검이 한 발 먼저였다. 미처 도망치지 못하고 도화령의 검세에 들어가버린 한 사내가 낭아 곤을 들어 검을 막았다. 그러나 검은 너무나 가볍게 그것을 잘라버리 고 사내를 머리에서 사타구니까지 일도양단하고 말았다. "달마삼검이다!" 그제서야 그들은 도화령의 손에 들린 검이 쇠를 물 베듯 할 수 있는 신검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 네놈들이 그렇게 갖고 싶어하는 달마삼검에 한번 죽어봐라!" 도화령은 제차 화신유명(火神幽明)의 초식으로 검을 휘둘렀다. 이 초식은 모닥불의 불꽃이 사방으로 튀듯 검기를 예측할 수 없는 방향 으로 쏘아내는 기술이지만 도화령이 쓰자 바람 소리가 진동하며 검기 가 폭포수처럼 쏟아져갔다. 방어가 무의미하다는 것을 깨달은 그들은 급히 뇌려타곤의 신법으로 몸을 굴려 간신히 위기를 모면했으나 사내 하나와 일행 중 유일하게 있던 여인은 검세를 완전히 피하지 못하고 등과 옆구리를 베이고 말았다. "안 되겠다! 도망치자!" 살아남은 사람들은 죽은 일행을 돌아보지도 않고 꽁무니가 빠져라 도망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도화령으로써는 그것을 놔 둘 수 없었다. 이미 자신의 위치가 탄로난 이상, 목격자를 그냥 보내면 무슨 화근이 될지 몰랐다. 게다가, 그동안 계속된 도망생활로 도화령의 신경은 지 금 곤두설 대로 곤두서 있는 것이다. "죽어랏-!" 도화령은 순식간에 그들을 따라잡고 놀라는 일행을 향해 화룡출두 (火龍出頭)의 초식을 펼쳤다. 아니 펼치려 했다. "앗!" 바닥에서 난데없이 그물이 솟구쳐오른 것이다. 도화령의 몸이 허공 에서 붕 돌았고, 도화령 위의 굵은 나뭇가지에 연결된 그물은 그의 체중에 의해 꼼짝도 할 수 없게 조여들었다. "잡았다!" "하하핫! 이럴 줄 알고 미리 바닥에 그물을 설치해뒀었지. 힘만 믿 고 설치는 맷돼지 같은 녀석, 오늘로 끝장을 내주마!" 그물에 걸린 도화령을 보며 그들은 서로 손뼉을 치며 웃어댔다. 하 지만 그뿐이였다. "나오려고 애쓸 필요없어요. 그 그물은 제아무리 신력이 있어도 끊 을 수 없는..응?" 그물에 걸린 도화령의 손에 이글거리는 불꽃이 맺히기 시작했다. 화령문의 독보적인 화령진멸신공(火靈眞滅神功)이 발휘되는 것이다. "설마.." 불길이 이글거리는 손이 그물을 잡자마자 두꺼운 그물이 타들어가기 시작했다. "도, 도망쳐!" "어딜 가려고!" 한 사내가 처절하게 외쳤지만 그보다 먼저, 그물을 태워버린 도화령 이 그들을 향해 일장을 날렸다. 콰아아--! 거대한 불길이 사방을 휩쓸었다. 네 사람도 있는 힘을 다해 장력을 맞받으려 했지만 이런 상황에서 합력(合力)을 정확하게 일으키는 것 은 어지간한 협동정신 없이는 힘든 일이다. 가장 먼저 도화령의 장력 과 부딛친 여인이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사 장 가량을 날려가 나무에 부딛쳤고, 뒤의 두 사내는 동시에 장력을 발출하기는 했지만 나머지 한 명이 머뭇거리는 바람에 장력을 이기지 못하고 불에 휩싸여 버렸 다. "네놈들 따위가 감히.." 오른손에 검을 쥔 도화령이 성큼성큼 남은 사내를 향해 걸어갔다. 그는 공포에 질린 나머지 도망치지도 못하고 그 자리에 쓰러져 벌벌 떨고 있었다. 그 때였다. "키..히히이이..!" "케에에..!" 사방에서 귀신들이 울부짖는 듯한 외침이 들려왔다. "뭐, 뭐냐?" "별 거 아니네. 내 귀여운 이혼강시들이 자네를 보고싶어하는 모양 이네. 히히히.." 목소리는 도화령의 뒤쪽이였다. 고개를 돌려 바라보자 한참 위의 나 뭇가지 위에 괴상한 모양의 가면을 쓴 인영이 보였다. "도망치는 주제에 그렇게 큰 소리로 떠들어대는 것은 좋지 않지.. 안 그런가?" 인영의 목소리는 사이(邪異)하기 그지없어 마치 귀신이 호곡하는 것 같았다. 그 모습과 목소리에서 도화령은 한 이름을 추측할 수 있었 다. "설마.. 백골시귀(白骨屍鬼)..?" "흐흐흐.. 노부를 알아봐 주다니 반갑구나. 그럼 이제 달마삼검이 새겨진 그 검을 나에게 주지 않겠느냐? 보아하니 아직 그 검식을 익 히지도 못한 것 같은데.." 도화령과 앞에 있던 사내의 안색이 변했다. 백골시귀라면 오십 년 전 삼십육 이혼강시와 이혼부유진(移魂浮幽 陣)으로 무림을 휩쓸었던 전대의 거마(巨魔). 무림인들에게는 공포와 동의어로 불리는 이름인 것이다. "사..살려줘!" 그 이름을 듣자마자 쓰러져 있던 사내는 일어서지도 못한 채 네 발 로 기다시피 하며 백골시귀의 반대 방향으로 미친 듯 도망쳤다. 하지 만 그는 열 걸음도 가지 못했다. 그의 앞에 기괴하게 일그러진 인상을 한 괴인이 서 있었던 것이다. 아니, 인간이 아니라 정확하게는 서 있는 시체였다. "키..이이.." 이혼강시가 괴상한 소리를 지르며 사내의 머리통을 내리쳤다. 단 한 방에 두개골이 부서지며 피와 뇌수가 사방으로 튀었다. "..너무 끔찍하군." 어디선가 맑은 음성이 들려왔다. 도화령과 백골시귀의 몸이 거의 동시에 소리가 난 방향으로 돌아갔 다. 자신들의 이목을 숨기고 접근할 수 있는 고수라면.. 그들이 바라본 방향에는 이십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준수한 미청년이 처음부터 거기 있었던것처럼 서 있었다. 절세라는 수식어를 붙이기에 부족함이 없는 얼굴은 약간 선이 가는 듯 했지만 오히려 입고 있는 푸른색 옷과 잘 어울려 학구적인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왼손에는 길이 네 자 정도의 길쭉한 물건을 들고 있었는데, 천으로 감싸고 있 어 무엇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도화령은 어쩐지 청의미공자의 얼굴을 어디선가 한번 본 것 같은 느 낌이 들었다. "누구냐!" "소생은 유진선이라고 합니다만, 대협의 존칭은 어찌 되시는지?" 도화령의 외침에 청의미공자는 예의바르게 대답했다. 서당에서 맏 튀어나온 서생 티가 풀풀 날리는 모습이였지만, 백골시귀는 그 모습 을 보고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지금 자신이 풀어 놓은 이혼 강시들의 범위 안에 들어와 있는 것이다. 그것은 상대가 이혼강시를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뜻. "흐흐흐.. 곧 죽을 놈들끼리 무슨 관심이 그리 많느냐?" 자신을 무시하는 청의미공자의 태도에 화가 난 백골시귀는 음침하게 웃으며 품에서 사이한 녹광이 감도는 짧은 피리를 꺼내 불었다. 삐익-! "악기소리 치고는 좀 문제가 있군." 사방에 은신하고 있던 삽십육 이혼강시들이 피리소리를 듣자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혼부유진이 발동된 것이다. "이런.." 천하의 도화령도 긴장했는지 검을 꽉 움켜쥐었다. 하지만 청의미공 자는 여전히 태평한 표정으로 서 있을 뿐이였다. 아니, 그는 오히려 그것들을 재미있다는 듯 바라보고 있었다. "뭐하는 거요! 여기서 도망치지 않으면 우리는.." 도화령의 말은 채 끝나지 못했다. 청의미공자가 오른손을 하늘을 향해 들어올리면서 알 수 없는 언어 로 몇 마디를 중얼거리자, 놀랍게도 이혼강시들이 비명을 지르면서 모조리 쓰러져 버린 것이다. "키이익..!" "끼이.." 아무런 무공도, 암기 같은 것도 쓰지 않았는데 삼십육 이혼강시가 청의미공자의 손짓 한 번에 쓰러져 버리자 백골시귀는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놀랐다. "네, 네놈! 무슨 사술을 쓴 거냐?" "사술이라니. 시체는 무덤에 편히 누워 있는 것이 정상이 아니오? 죽은 시체를 움직이는거야말로 사술이지." 청의미공자는 태연하게 대꾸했고 백골시귀는 입을 다물었다. 그 말 에 반박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하하.. 덜 떨어진 귀신놈이 드디어 임자를 만났구나!" 이번에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낄낄거리며 웃는 소리가 들렸다. "또 누가 있었나?" 세 사람은 동시에 목소리가 들린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나타난 사람은 대머리에 목에는 염주를 건 사십대 가량의 승려였다. 하지만 작달막한 키에 기름기가 흐르는 얼굴, 도저히 불문에 몸담고 있다고 보기 힘든 삐딱한 자세는 도저히 그가 승려라고 생각할 수가 없게 만드는 것이였다. "서, 설마 음면마불(淫面魔弗) 소마휘?" 도화령의 안색이 이번에는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음면마불 소마휘라면 백골시귀와 동배의 마두로써 채음보양의 수법 과 음환장(淫歡掌)으로 무림을 독보하던 인물이였다. 그에게 잡혀 정 조와 정혈을 빼앗기고 죽어간 무림의 기녀가 몇이였던가. 그는 백골 시귀와 동배이지만 무공에 있어서는 한 수 더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었다. "노부를 알아보다니. 안목이 상당하군. 역시 강호의 십대후기지수의 명성에 어울리는군 그래." "..그럼 댁을 못알아보는 나도 그리 무식한 편은 아니란 뜻이군." 실실 웃던 음면마불의 인상이 청의미공자의 한마디에 딱 굳어졌다. "흐흐..겁대가리를 상실했구나. 네 놈은 뭐하는 녀석이냐?" "소생은 유진선이라고 합니다. 아, 통성명은 필요없겠군요. 이름은 방금 들었고, 두번 듣고싶을 만큼 좋은 이름도 아니니까." 음면마불과 백골시귀, 도화령의 얼굴이 약속이라도 한 듯 이상하게 변했다. 세상의 그 누가 천하의 음면마불 앞에서 이런 식으로 말한단 말인가? "크크크... 내 구십 평생에 노부 앞에서 이렇게 건방지게 구는 년은 처음 보는구나." 순간 지금까지 평온한 표정을 하고 있던 청의미공자의 표정이 변했 다. "무슨.." "흐흐.. 이제보니 피부가 희고 온 몸에 정기(精氣)가 흐르는 것이 꽤나 순음지기(純陰之氣)가 있는 년이겠구나. 어떠냐? 내 음환마신 공(淫歡魔神功)의 수련을 도와줄 생각은 없느냐?" 그제서야 청의미공자가 여장남자라는 것을 깨달은 도화령은 놀라 청 의미공자, 아니 청의미녀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녀에게서 돌아온 대답은 정말로 황당한 것이였다. "난 멋대로 남의 정체를 폭로하는 예의없는 사람에게 동전 한 푼 안 받고 수련을 도와줄 만큼의 친분 관계는 없는 걸로 아는데." "..." 순식간에 '수련을 도와주겠다는 데 땡전한푼 안주는 구두쇠'가 되어 버린 전대의 거마는 놀란 나머지 말을 잇지 못했다. 그가 어디서 이 런 말을 들어 보았겠는가? "이..제길!" 당장이라도 저 건방진 계집을 쳐죽여 버리고 싶었지만, 음면마불은 그 대신 신경질적으로 주머니를 뒤지더니 커다란 구슬 하나를 꺼냈 다. 달빛 아래에서도 밝게 빛나는 어린아이 주먹만한 구슬을 음면마 불은 그대로 청의미녀에게로 집어던졌다. "좋다. 그 백진주 하나면 금화 오천 냥의 가치는 있을 것이다. 그 정도면 노부의 수련을 도와주는 댓가로는 충분하겠지?" 음면마불은 사악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까 동전 한푼이 어쩌고 했으 니 이번에는 빼도박도 못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흐흐..강호에서 한 마디 말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도 모르는 녀 석. 네 년의 정기를 흡수해서 음환마신공을 더 강하게 만들어주마.' "그런 말도 안되는.." 도화령이 한걸음 앞으로 나섰다. 여인의 정기를 채음보양으로 흡수 해서 익히는 음환마신공의 수련을 돕는다는 말은 저 여인을 겁탈하겠 다는 말이 아닌가? 도화령도 정파의 인물, 상대가 자신이 어찌할 수 없는 자라고 해도 그런 것을 그냥 보고 있을수만은 없었다. "잠시만요. 소 대협께서는 저와 먼저 처리할 일이 있어요." 그때, 음면마불의 뒷편에서 청아한 음성이 들려왔다. --------------------------------------------------------------- 헉헉... 이거 왜이리 길어?;; 대책이 안 선다;; 오늘의 마법~# ..은 쓸 게 없군요. 있어도 쓸 힘도 없고; 2. 第一章 - 음모(陰謀)의 시작. 무엇이 참이고 무엇이 거짓인가? 혼란에 빠져가는 무림은.. ---------------------------------------------------------------- '대체 오늘 이곳에 얼마나 많은 고수들이 찾아왔단 말인가? 음면마 불의 이목을 피할 수 있는 고수라니..' 도화령은 잔뜩 긴장하면서 오늘 세번째로 목소리가 들려온 쪽을 향 해 고개를 돌렸다. 청의미녀- 진선도 이유는 달랐지만 비슷한 심정으로 그쪽을 바라보 았다. 막 음면마불인가 뭔가 하는 녀석의 머리에서 스팀이 올라올 만 큼 멋진 대사를 떠올렸었는데 그게 깨져버린 것이다. 그들이 바라본 곳에 있는 사람은 놀랍게도 녹의궁장을 한 아름다운 여인이였다. 나이는 열 여덟이나 아홉 정도. 하지만 그 미모는 소녀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눈부셨다. 달빛을 반사해 눈부시게 빛나는 긴 은발은 허리까지 내려와 온 몸을 휘감고, 그린 듯한 아미(蛾眉), 호수같이 맑은 눈에 깎은 듯 솟은 코 밑에 자리한 붉디 붉은 입술은 마치 터지려는 석류빛 같고, 살풋이 웃음 지을 때 벌어지는 붉은 입술 사이로 드러나는 이는 단순호치(丹 脣晧齒)라는 말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 하다. 게다가 늘씬한 키에 부풀어 오른 몸의 곡선은 눈을 어지럽히고, 몸 을 움직일 때마다 부딪쳐 맑은 음향을 내는 패옥(佩玉) 소리는 장부를 귀먹게 하기에 족했다. 음면마불과 백골시귀만이 아니라 도화령마저도 넋을 잃고 바라볼 정 도인 것이다. 하지만 누구보다도 놀란 것은 음면마불 소마휘였다. "너..넌 기화루의 란(卵)이가 아니냐? 네가 이곳에 웬 일이냐?" "응?" 놀란 나머지 진선은 상황에 맞지 않는 의문사를 내뱉고 말았다. 기루 라니..그럼 지금 이곳에 있는 절정고수들의 이목을 숨기고 들어온 저 여자가 기녀(妓女)란 말인가? 잘 보면 그것도 맞는 말이다. 움직이기 불편한 궁장에 몸에 걸친 패 옥이나 무림의 여자들과는 달리 공들여 한 화장 등은 분명 기녀들에 게 어울리는 것이였다. 같은 여자의 평가라면 '역시 여자는 화장빨' 이라고나 할까.. "소 대협님. 술값을 안 내고 나가셨더군요." 순간적으로 주위에 정적이 내려앉았다. 낙엽 떨어지는 소리도 들릴 만큼 조용해진 좁은 산길로 싸늘한 바람이 불어와 서 있는 사람들의 옷자락을 흩날렸다. 진선은 턴언데드에 쓰러진 이혼강시들이 얼어붙지 않았을까 하고 주 위를 둘러보았고, 도화령과 백골시귀는 이상한 눈빛으로 음면마불 소 마휘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아, 그, 그랬구나. 내가 너무나 급한 일이 있어서 미처 이런 사, 사소한 일에 신경을 쓰지 못했구나. 란아, 내 이 일을 끝내고 곧 돈 을 두배로 내주마." 음면마불은 체면차릴 틈도 없이 당황해서는 입에서 나오는 대로 주 절거렸다. 그도 그럴 것이, 조금 전에 저 파란 옷 입은 계집에게 구 두쇠 소리를 들은 판에 이런 일까지 알려지면 그는 빼도박도 못하고 천하의 수전노로 손가락질을 받게 될 것이 아닌가? 물론 음면마불이 말하는 급한 일이란 달마삼검을 찾는 것이였다. 그 는 암중에 백골시귀와 손을 잡고 도화령을 추적해 왔고, 그를 따라잡 는데 성공했다는 백골시귀의 전언을 듣자마자 기화루에서 뛰쳐나온 것이였다. 하지만 악독무비한 전대거마의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한 음면마불의 몸부림은 란이라고 불린 기녀의 한 마디로 완전히 깨져버리고 말았 다. "돈은 받지 않겠습니다." "그래, 알았...뭐라고?" "돈 대신, 개인적으로 소 대협님께 할 일이 있으니까요." 란(卵)- 정확히는 남궁란- 의 목소리는 그야말로 은쟁반에 옥구슬을 굴리는 듯했다. 아름답다는 뜻도 되지만, 금속끼리의 마찰음 같은 느 낌의 어딘가 거슬리는, 그리고 예리한 느낌의 목소리. 진선도, 백골시귀도 처음에는 그 목소리에 실린 미묘한 변화를 알아 챌 수 없었다. 오로지 란에게 홀딱 반해서 몇 날 며칠을 기화루에서 살다시피 했던 음면마불만이 그녀의 목소리에 미세한 살기가 실려 있 다는 것을 알아챘을 뿐이였다. "무슨?" "저와 친하던 죽향(竹香)이가 정혈이 말라 죽은 시체로 발견됐더군 요. 그리고 그 전날 소 대협께서는 황금 백오십 냥으로 그 아이를 사 가셨고요." 그녀의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모르는 사람은 장내에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그게 어쨌다는 거냐?" 음면마불의 말투가 거칠어졌다. 남궁란의 등장으로 그는 지금 완전 히 망신을 당하고 있었다. 그의 신분으로 일개 기생에게 책망을 듣는 것이 말이 되는가? "그래. 그 아이는 내가 채음보양의 수법으로 정혈을 빼았았지. 하지 만 난 죽향이를 너 대신 거금을 주고 샀고, 내가 내 물건을 어떻게 처분하던 그건 네 알 바가 아니다. 아무리 내가 널 끔찍히 아낀다지 만, 이런 말투는 용서할 수 없구나. 알겠느냐?" 말을 할 수록 음면마불의 목소리에는 힘이 들어갔고, 맨 마지막에는 주변의 나뭇잎들이 부르르 떨릴 정도로 강해졌다. 암암리에 독보무공 인 유환음소(幽歡淫蘇)를 실은 것이다. 하지만 그의 앞에 있는 녹의궁장의 기녀는 눈썹 하나 깜짝하지 않고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것은 일반인으로써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 음면마불은 눈에 띌 정도로 당황하기 시작했다. "당신이 얼마를 내고 향(香)이를 데려갔는지에는 관심 없어. 내가 하려는 건 단지.." "..?" "복수니까." 남궁란의 신형이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 그녀가 몸에 지니고 있는 패옥들이 부딛치는 소리가 아니였다면 음 면마불은 결코 방금의 일권을 피해내지 못했을 것이다. 아슬아슬하게 음면마불의 옆을 스치고 지나간 권경(拳經)은 그대로 진선과 도화령 사이를 지나쳐 사 장 뒤에 있는 고목에 직격했다. 콰지직-! 진선과 도화령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두 아름은 될직한 거목이 그 일격을 받고 그대로 부러져 나간 것이다. 일반적으로 장력과는 달 리 권법은 직접 장권을 맏부딛쳐야 그 효과가 나타나는 법인데 이건 완전히 상식을 무시한 위력이였다. "너, 너는..?" "제법이군! 이것도 피하나 볼까?" 남궁란이 무서운 속도로 음면마불의 향해 뛰어들며 왼손을 뻗었다. 조금 전의 무시무시한 공격을 본 음면마불은 급히 대횡보(大橫步)의 신법으로 몸을 피했지만 왼손 공격은 허초에 불과했다. 음면마불이 속았다고 생각한 순간, 남궁란은 똑같은 대횡보 신법으로 음면마불을 따라붙었다. 반응할 틈도 없이, 남궁란의 궁장이 펄럭이며 대리석을 깎아 만든 듯한 새하얀 다리가 음면마불의 복부를 걷어찼다. "크악!" 음면마불의 몸이 새우처럼 꺾이며 한 자 정도 위로 튕겨올랐다. 분 명히 다리가 올라오는 것을 보고 왼손으로 막았는데도 그 일격은 음 면마불의 호신강기를 뚫고 막은 왼손 채로 그를 차올려버린 것이다. 남궁란은 축이 되는 왼발로 땅을 박차고 뛰어올랐다가 그대로 중정 파압(重釘波壓)의 초식으로 오른손 주먹을 내려찍었다. 콰드득! 거의 금강불괴에 이른 음면마불의 갈비뼈 대여섯 개가 주먹 한 방에 부러져 나가는 소리와 함께 그의 몸은 그대로 바닥에 쳐박혔다가 고 무공처럼 튕겨올랐다. 방금 한 방이 얼마만한 위력이 있었는지를 단 적으로 보여주는 모습이였다. 딱 맞게 가슴 높이쯤까지 튕겨오른 음면마불의 몸을 향해 남궁란은 몸을 한 바퀴 돌리며 단강각(斷鋼脚)을 날렸다. 일반적으로 인간의 각력(脚力)은 팔힘의 네 배에서 다섯 배 정도. 게다가 체중과 몸의 회전에 의한 원심력이 한꺼번에 실리기 때문에 인간의 몸으로는 가장 강력한 위력이 들어가는 자세 중 하나이다. 두 말할 필요도 없이 이것에 격중된다면 음면마불은 분골쇄신을 면치 못 할 것이다. "멈춰라!" 위기일발의 순간, 한 줄기 음유한 강력이 남궁란에게로 뻗어왔다. 그대로 음면마불을 공격한다면 자신도 무사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판 단한 남궁란은 몸을 한바퀴 더 돌리면서 왼손을 뻗어 강력을 튕겨냈 다. 회전하는 팽이에 부딛친 구슬처럼 상대의 강력은 남궁란의 왼쪽 으로 튕겨나가버렸다. "원(圓)을 그리는 동작으로 동작의 완벽성과 원심력을 이용한 파괴 력을 극대화시키는 기술.. 이건 중원의 무공이 아니다!" 남궁란의 공격을 막은 것은 백골시귀였다. 그가 자신을 협박해 달마 삼검을 찾는데 이용해먹은 음면마불에게 좋은 감정이 있을 리 만무하 지만, 상대도 달마삼검을 원한다면 이혼강시도 없는 자신으로써는 도 저히 막아낼 수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렇지. 가면 아저씨. 하지만 당신이 내 절의정권류에 기술 하나라 도 보태준 게 있어? 없으면 조용히 입다물고 있으라고." 남궁란은 가볍게 코웃음친 후 비틀거리며 일어나는 음면마불을 바라 보았다. 치명상은 면했지만 이미 그는 전투력의 태반을 상실한 상태 였다. "이 찢어죽일 년이!" 평생 처음으로 손녀뻘도 안 되는 꼬마에게 모욕을 당한 백골시귀가 분노의 고함을 터트리며 쌍장을 내뻗었다. 흙먼지가 말려 올라가며 무시무시한 장력이 남궁란을 향해 뻗어나갔다. "죽어랏!" 그리고 겨우 상황을 파악한 음면마불도 있는 힘을 다해 동시에 공격 을 가했다. 합공이였다. 생각하지 못한 기습에다가 쓰러진 줄 알았던 음면마불까지 공격을 가하자 남궁란은 아차 아는 생각이 들었다. "댁의 상대는 이쪽인것 같은데?" 순간 백골시귀의 오른쪽에서 막강한 경풍이 터져나오며 그의 장세와 충돌했다. 진선이였다. 한 방향의 공격이 차단되자 안심한 남궁란도 있는 힘을 다해 음면마 불의 장력을 향해 주먹을 뻗었다. 콰아아앙-! 진선과 백골시귀, 남궁란과 음면마불의 네 줄기 강기가 충돌한 것은 거의 동시였다. 어마어마한 충격에 주변 땅이 터져나가며 나무가 뿌 리채 뽑혔다. 흙먼지가 십여 장 가까이 날려올랐다. --------------------------------------------------------------- 쿨럭; 지금 시각 새벽 2시.. 의 한계를 능가하는 속도로 글을 쓴 것인가..; 어쨌던 두시간 반 만에 한편을 완성했습니다. 크윽! 이노무 모기가! 너 글 올린 다음에 보자! 에프킬라로 고통스럽 게 죽여주마! 오늘의 마법~# ..도 없으니 오늘은 쉬죠. 졸려 죽겠어요;; 원래 강호신행기의 원작(?)이 되는 라그시안 전기 시리즈에 대해 설 명하려고 했지만.. 시간이 모자라 다음으로 미루겠습니다; 2. 第一章 - 음모(陰謀)의 시작. 무엇이 참이고 무엇이 거짓인가? 혼란에 빠져가는 무림은.. ---------------------------------------------------------------- 흙먼지가 가라앉자 장내의 상황이 다시 눈에 들어왔다. 두 쌍의 강기가 충돌한 곳에는 거대한 구덩이가 파여 있었고, 충돌과 함께 일어난 경기가 사방을 휩쓸어 주위는 거의 초토화되다시피해 있 었다. 그 속에서 음면마불의 앞에는 한 개의, 남궁란의 앞에는 세 개의 발 자국이 깊숙히 찍혀 있었다. 중상을 입은 음면마불과의 장력 대결에 서 남궁란이 손해를 본 것이다. 썩어도 준치라고, 비록 남궁란이 강 력한 권법을 가지고 있긴 했지만 네 배가 넘는 시간동안 쌓아 온 내 공의 깊이만은 어쩔 수 없었다. 어느세 백골시귀와 진선은 각자의 병기를 뽑아들고 대치하고 있었 다. 그 둘은 정면으로 부딛친 것이 아니였기 때문에 공력의 수위와는 상관없이 별 충격을 받지 않은 것이다. 진선의 오른손에는 길이 넉 자, 폭이 세 자 정도 되는 깃발이 펄럭 이고 있었다. 처음에 보았던 막대는 천으로 말아 놓은 것이 아니라, 그것 자체가 하나의 기(旗)였던 것이였다. 그리고 백골시귀의 무기는 아까 이혼강시를 조종하던 백골적이였다. 둘 다 무림에서 보기 힘든 기병(奇兵). 도화령은 이 틈을 타 도망치려는 생각도 하지 못하고 그 대결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 내 이혼강시들을 제압한 사술이 노부에게도 통할까? 흐흐.." 흉심이 폭발한 백골시귀는 백골적을 휘두르며 진선에게로 달려들었 다. "쯧쯧.. 저 친구들, 당신에게 불만이 많았던 모양인데?" 하지만 진선은 태연하게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더니 혀를 차며 주위를 돌아보았다. "?!.." 진선의 말에 의아해서 주위를 돌아본 백골시귀의 신형이 경악으로 부르르 떨렸다. 아마 가면 아래의 피부도 새하얗게 질렸을 것이다. 쓰러진 이혼강시들의 몸에서 흐릿한 무언가가 빠져나오고 있었다. 푸르스름한 인광(燐光)을 띈 그것들은 형체가 없는 듯 공중에서 멋대 로 비틀리며 하늘을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귀..귀신?" 수많은 사람을 죽이고 그 시체를 강시로 만들어 부려왔던 백골시귀 였지만 진짜 유령을 보는 것은 오늘이 처음이였다. 그 괴이한 현상에 음면마불과 남궁란마저도 싸움을 멈추고 그쪽을 바라볼 정도였다. - 네가..네..가.. 날..죽였다... 네가.. 내..피를.. 빨아먹고.. 내.. 혼(魂)..을 가..두었다.. 그..그..래.. 너.. 너는.. 어디서 들려오는 것인지 알 수 없는 귀곡성이 허공을 맴돌았고 이혼 강시의 원한령들은 서서히 백골시귀를 향해 다가갔다. "이놈들이!" 백골시귀는 발작적으로 백골적을 입에 대고 이혼강시를 조종하는 유 부곡(幽部曲)을 불었다. 하지만 이미 죽어 원혼이 된 그들은 꼼짝도 하지 않고 계속해서 백골시귀 주위를 맴돌기 시작했다. 하늘을 날아 가던가 아니면 땅을 파고 숨지 않는 한 빠져나갈 길은 없었다. 그렇 게 도망친다고 유령이 쫓아오지 못할 리도 없지만. "오, 오지마!" 백골시귀의 손에서 장력과 지풍이 미친 듯 쏘아져나갔다. 하지만 그 것들은 유령을 그대로 통과해서 애럺은 주위의 땅과 나무들만 박살낼 뿐이였다. - 가..자.. 함께..가..자.. 지..옥으로..함께..가..자.. "으아악!" 주위를 맴돌던 유령 중 하나가 마구 휘두르던 팔에 닿자 백골시귀는 비명을 질렀다. 그것이 신호이기라도 한 듯 유령들은 한꺼번에 백골 시귀에게 달라붙더니 나올 때처럼 소리없이 그의 몸 속으로 스며들었 고, 그 때마다 백골시귀의 비명은 한 음씩 높아졌다. "크아아악! 크아아! 크...큭..." 삼십육 명의 유령이 모두 몸 속에 들어가자, 백골시귀의 비명이 점 점 작아지더니 끝내는 조용해졌다. 그리고 그의 몸은 잠시 휘정거리 더니 서서히 기울어졌고, 마지막으로 눈을 까뒤집은 채로 바닥에 쓰 러졌다. 아무도 말을 하지 못했다. 이혼강시로 무림을 뒤흔들었던 백골시귀 가 자신의 이혼강시와 함께 최후를 맞이한 것이다. 가장 먼저 반응을 보인 사람은 음면마불이였다. 남궁란도 그렇고 백 골시귀가 유령에게 죽어버리는 꼴을 보자 전의가 싹 사라진 그는 모 두가 굳어있는 틈을 이용해 몸을 날려 도망친 것이다. 하지만 음면마불은 한 가지를 계산에 넣지 못했다. "어딜 가려고!" 유일하게 그 광경에 놀라지 않았던 사람, 즉 진선이 손에 들린 기 (旗)를 강하게 내뻗었다. 순간 폭풍과도 같은 강력한 기풍(旗風)이 회오리치며 뻗어나갔다. 흙먼지와 함께 나무토막과 사람 머리통만한 돌들까지 그 바람에 휩쓸려 음면마불을 향해 날아들었다. 남궁란이 추격하면 던지려고 암기를 잔뜩 준비하고 있던 그에게는 청천벽력이 나 별반 다를 바 없는 공격이였다. 음면마불은 암기를 조준할 틈도 없이 남궁란을 향해 내던져 버리고 쌍장으로 기풍을 맞받았다. 퍼엉-! 기풍의 가장 큰 장점은 장력이나 기타 경력에 비해 느리지만 강하고 범위가 넓은 경기(經氣)를 형성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식의 정면대 결에서는 기풍에 비해 장력이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하지만 그것도 막대한 내공의 차를 극복하지는 못했고, 기풍이 흩어지면서 진선은 다 섯 걸음이나 밀러났다. 그러나 순간 음면마불의 얼굴은 흑빛이 되었다. 그는 장력에 맞부딛 치면서 그 반동으로 단숨에 여기서 빠져나가려 했었는데, 상대방의 기풍은 회오리치듯 맹렬히 회전하며 자신의 장력을 사방으로 흩어 버 린 것이다. 이렇게 되면 반동이 나올 턱이 없다. "회풍멸류기초(回風滅流旗招)..! 이건 오백 년 전 천풍마제(天風魔 神)의 절기인데.." 음면마불은 신음처럼 중얼거렸지만 이미 늦은 일. 어느세 날아가는 속도가 제각각인 수십 종의 암기를 처리한 남궁란이 그를 향해 장력 을 뻗어낸 것이다. 하지만 장풍 대신 강력한 흡입력이 일어나며 조금 전 격돌로 균형을 잃은 음면마불의 몸이 남궁란에게로 빨려들어갔다. "하앗!" 공력을 있는데로 끌어올려 흡입력을 끊어버린 음면마불은 남궁란을 향해 음환장의 최후절초인 음환비수(淫歡匕首)를 쏟아냈다. 칼날 같 은 예리한 강기가 다발로 쏟아져 나가며 정면에 있는 모든 것을 파괴 하며 지나갔다. 하지만 그 자리에 남궁란은 없었다. "마지막이다!" 고개를 뒤로 돌린 음면마불의 눈에 코앞에 서 있는 남궁란의 새하얀 얼굴이 보였다. 최고의 장인이 조각해 만든 듯한 얼굴에는 살기가 서 려 있었다. 란아(卵兒)의 비파 연주가 한번 들어보고 싶어지는군.. 그가 상황에 맞지 않는 생각을 떠올린 순간 남궁란의 신형은 그 자리에서 사라졌 다. 콰콰콰콰콰--! 남궁란이 거의 순식간에 십팔권(十八拳)을 음면마불의 몸에 쏟아부 었다. 도화령과 진선의 눈에도 백색 섬광이 연이어 격중하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을 정도의 엄청난 연속공격! 남아 있는 흡입력 때문에 그의 몸은 뒤로 날려가지도 못하고 문자 그대로 박살이 나 쓰러져 버 렸다. 절명이였다. '너무나... 강하다!' 백 세가 넘은 노마두가 저렇게 비참한 모습으로 쓰러지다니.. 도화 령은 자신의 눈을 믿을 수가 없었다. "초면에 실례가 많았군요. 소녀는 남궁란이라고 합니다. 기화루의 일급 기녀이죠." 음면마불에게서 돌아선 남궁란은 살짝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그 자세가 몸에 배인 듯 손짓 하나 동작 하나가 선녀의 춤사위처럼 아름 다웠지만 도화령은 잔뜩 긴장해서 달마신검을 움켜쥐었다. 그녀가 달 마삼검을 노리는 자라면, 지금의 자신과 진선 두 사람이 합공한다고 해도 이긴다는 장담을 할 수 없었다. "그럼, 제 일이 끝났으니 저는 이만 돌아가도록 하죠. 시간이 난다 면 기화루에 한번 들려주세요. 오늘의 실례를 사과할 겸, 특별히 모 셔드리겠습니다." 그 말만 남기고 남궁란은 몸을 돌려 숲 속으로 걸어갔다. "자, 잠시만!" "예?" 도화령의 외침에 그녀는 의아한 듯 뒤를 돌아보았다. "방금의 신위로 보아 당신은 극강의 무공을 익힌 무인일 터, 그런데 달마심검에 전혀 관심이 없단 말이오?" "..전 무림에 몸을 담을 특별한 이유도 없고, 검법 따위에는 관심이 없어요. 달마삼검을 얻은들 그걸 배우기 위해 수십 년의 시간을 들 여 처음부터 검을 배울수도 없죠. 무엇보다 전 제 절의정권류에 만 족하고 있습니다. 그럼.." 도화령은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익히기가 귀찮다는 이유로 고금 최강이라 불리는 달마삼검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단 말인가? 순수한 무림인으로 살아온 그에게 남궁란의 말은 충격 그 자체였다. "잠시만. 기화루의 일급 기녀 한 명을 사는데는 얼마가 필요하오?" 갑자기 옆에서 진선이 입을 열었다. "그건.." 막 말을 하려던 남궁란을 향해 작은 구슬 하나가 날아왔다. 받아들 고 보니 그것은 어린아이 주먹만한 백진주였다. 아까 음면마불이 그 녀에게 주었다가 남궁란의 등장으로 그 값(?)을 못 받은 물건이였지 만 남궁란이 그 일을 알 수는 없었다. "얼마인지는 몰라도 그 정도면 충분하겠지." 확실히 금화 오천냥이면 기화루의 절반을 사고도 남는 돈이다. 남궁 란은 약간 놀란 듯 도화령과 함께 있는 청의미공자를 바라보았다. "뭐, 응하던 말던 상관은 없소. 그 물건은 원래 남궁소저에게 돌아 가야 할 몫이니." 진선은 피식 웃으며 깃발을 원래대로 말아 손에 쥐었다. 그 모습을 보는 남궁란의 얼굴에 이채가 떠올랐다. 최고급 기루에서 기녀 생활을 이 년 넘게 하면서도 이 정도로 배포가 큰 남자는 본 적 이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얼굴도 영준하기 그지없고 무공도 뛰어나 니 금상첨화가 아닌가? 이 사람과 함께 다닌다면 기루에서 돈푼 뿌리는것밖에 모르는 늙은 이들과 상대하는 것 보다는 몇 배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남궁란 의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좋습니다. 기화루의 유화(柳花) 언니에게 정식으로 허락을 받도록 하죠.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진선. 유진선이라 하오." 남궁란의 입가에 장난기어린 미소가 떠올랐다. "그럼 됐군. 도 대협. 저런 노마(老魔)들까지 나타날 정도니 앞길은 더욱 위험할거요. 빨리 이곳을 떠납시다. 하하.." 진선은 웃으며 스스럼없는 친구처럼 도화령의 어깨를 턱 치고 지나 갔다. 그 미소, 그리고 이런 태도를 보일 수 있는 사람은 도화령이 아는 범위 내에서 단 한 사람. 도화령은 남궁란에게 들리지 않게 소 리를 죽여 물었다. "설마.. 공자..아니 소저가 벽운신녀 하 소저이시오?" "진선이라고 불러줘요. 여기서 돌아다녀 보니 남장 쪽이 훨씬 편하 더군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웃는 예련을 보며 도화령은 아무 말도 하지 못 했다. -------------------------------------------------------------- 랄라~ 요즘들어 양이 폭주한다는 생각이 많이 드는군요; 잘하면 오늘도 20페이지 채우겠다;; 궁지에 물린 쥐는 고양이를 물고, 비축분이 떨어진 작가는 잠 안 자 고 글을 쓰는구나; 하지만 이런 식으로 쓰는 게 오래 가긴 힘들 것 같은데;; 걱정이다; 오늘의 마법~# 환상마법에 대해: 일루전(Illusion)이나 환타지멀 포스(Phantasmal Force)라는 이름을 한번쯤은 들여보았을 것이다. 이혼강시의 몸에서 나온 유령은 사실 진선- 즉 예련이 사용한 환상마법이 였다. 환상을 단순한 눈속임이나 시간벌기용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이것의 효과는 상상 이상이고,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도 전혀 어렵지 않다. 최면에 걸린 사람에게 찬 물이라면서 뜨거운 물에 손을 집어 넣으면 물이 차갑다고 한다. 최면상태가 아니라도 자신이 진 짜라고 인식하게 되면 실제가 아니더라도 고통이나 충격을 받 게 되고, 그것을 이용해 환상으로 상대를 상처입히거나(물리 적인 상처가 나지는 않지만 피해자는 그것이 진짜라고 인식한 다) 심지어는 죽일 수도 있다. (이때는 일종의 쇼크사다.) 최강의 환상마법 Weird 같은 경우 걸린 상대는 거의 100% 사 망할 정도이다. 왜 AD에 환영술사라는 직업이 있겠는가?; 2. 第一章 - 음모(陰謀)의 시작. 무엇이 참이고 무엇이 거짓인가? 혼란에 빠져가는 무림은.. ---------------------------------------------------------------- "여기가 파양호인가.." 진선이 탁 트인 넓은 호수에 비치는 햇살에 감동한 듯 중얼거렸다. 큰 호수라면 대륙 총면적의 30%를 차지하는 엽기적인 미드가르드 대 호수, 작은 쪽은 저수지만한 것들밖에 없는 그녀의 고향에서는 좀처 럼 보기 힘든 정상적인(?) 크기의 호수인 것이다. 물론 일행의 상황도 한몫했다. 거의 사흘 동안이나 달마삼검을 노리 는 패거리들과 죽자사자 싸워가며, 그것도 진선의 성직자 근성(!) 때 문에 단 한 명도 죽이지 않고 움직이다 보니 이것저것 신경 쓸 일은 많아지고 스트레스는 스트레스대로 쌓인, 그야말로 최악의 컨디션이 였던 것이다. 참고로 말하자면 그때 환영마법으로 죽은 백골시귀는 단순한 쇼크에 의한 실신으로 판명이 났고, 열받은 나머지 이틀 후 음산오살이라는 현상금 사냥꾼들과 함께 일행을 기습했다가 남궁란의 주먹에 복날 개맞듯 얻어막고 무공이 전폐되었다. "그래도 그전까지에 비하면 상당히 편하게 온 셈이죠. 안 그렇습니 까?" 진선은 도화령을 바라보며 미소지었다. "아, 그, 그렇진 하지. 남궁소저의 그 절세의 권법이 있었으니.." 진선이 벽운선녀 하예련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도화령은 얼굴이 홍 당무가 되어서 더듬거리며 간신히 대답했다. 아마 이 모습을 무림인 들에게 보여주면 당장 포복절도했다가 뒤로 자빠질 것이다. 태산만한 체격에 누가 보아도 패기(覇氣)가 엿보이는 분위기의 도화령이 애들 처럼 얼굴을 붉히는 모습은 사실 웬만한 비위로는 봐주기 힘든 장면 이긴 하지만, 다행이 옆의 진선과 남궁란만큼 비위 좋은 사람도 세상 에 여간해서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하지만 너무한 것들 아닌가요? 천하의 대장부들이 싸움이 날 때마 다 기녀를 맨 앞에 세우다니, 덕분에 전 지금 지쳐 쓰러질 판이라고 요." "그, 그건 죄송하오, 하지만.." "싫으면 우리 뒤에 서 있으면 되지. 왜 앞에 나서?" 진선의 말대로, 남궁란은 사흘 내내 일행의 맨 앞에 서 있었다. 권 법이라는 무술의 특성상 적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부딛쳐야하는데 다가 검법에 비해 죽이지 않고 제압하기도 편리했던 것이다. 하지만 남궁란 자신이 워낙 강하다보니 진선이나 도화령은 뒤에서 팔짱만 끼 고 구경하고 있다가 쓰러진 놈들 혈도나 짚어주는 한의사 노릇을 해 야만 했다. "그건.. 아, 저기 객점이 있군요. 가 볼까요?" "말도 안 되는 소리로 말돌리지 말라고. 천하무림의 이목을 한몸에 받고 있는 사람들이 객점에 가면 참 편히도 쉴 수 있겠군." 진선은 퉁명스럽게 대꾸하며 품 속에서 사과 하나를 꺼내 한 입 베 어먹었다. "대체 유 공자는 마법의 보따리라도 품에 지니고 있는 거요? 대체 그 사과는 몇 개나 있는지 원.." "말했지 않소. 회유산 부근의 사과나무에서 되는 대로 집어넣어서 몇 개인지 나도 모르겠다고." "그게 말이 되는 소리요?" 세 사람이 합류한 이후로 진선은 도화령이던 남궁란이던 간에 눈으 로 보고도 믿을 수 없는 모습을 자주 보였는데, 백골시귀를 쓰러뜨리 고 각종 보물 사냥꾼 패거리들을 따돌리는데 사용한 환술(幻術)은 가 공함을 넘어 신비스러울 정도였고, 남궁란이나 도화령이 반쯤 죽여 놓은 상대도 몇 초만에 치료해버리는 이상한 능력도 그랬다. 특히 두 사람은 진선의 품 속에 몇 개의 사과가 있는가를 놓고 내기 까지 벌였는데, 결과는 지금까지 스물 두 개가 나와서 도화령의 우세 승으로 결론이 났다. -남궁란은 10개, 도화령은 15개라고 주장했는데 22개가 나오고도 몇 개가 남아있는지 알 수가 없어서 많은 쪽이 이긴 것으로 했다고 한다- 이런 판이니 두 사람이 진선을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는 것도 당연했다. "그런데 시내에는 어떻게 들어가죠? 우리는 너무 눈에 띌텐데요." "글쎄.." "처음부터 도화령 같은 사람이 어딜 숨어다니겠다고 생각한것부터가 잘못이야." 이 점에 대해서는 대책이 나올 리가 없었다. 팔척거구의 장한과 절 세미공자, 절세미녀가 함께 사람들 사이를 돌아다니면서 행적을 숨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도 보통 정신상태의 사람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달마신검에 적힌 고대 범어(梵語)를 해석하려면 어쩔 수 없 는 일이 아니오? 깊은 학식이 있는 학자를 찾지 않는 한 달마삼검의 비밀은 풀 수 없소." "차라리 어디 스님에게라도 물어보는 게.." "그랬다가는 당장 소림의 이목에 잡힐 거요. 이거야 원.." "소림사라.. 그런데 원래 달마삼검이라면 소림의 무공이 아닌가? 나 중에라도 소림쪽이 소유권을 주장하면 어쩔 셈이오?" "그건.. 그들도 수백 년 동안 잊어 왔던 것이 아니오. 이제와서 공 들여 찾은 사람에게 내놓으라고 억지를 부린다면 명문정파라 할 수 도 없소." 정말 무림인들의 무공에 대한 욕심은 끝이 없군.. 진선은 속으로 한 숨을 내쉬었다. 이해 못할 바는 아니였다. 자신도 흑청의 마신이라 불리던 리덴 폰 슈나이더가 남긴 마법을 찾기 위해 전 대륙을 떠돌며 동료 마법사들 과 신경전을 벌이던 경험이 있었다. 하지만 그런 것들도 지금 생각해 보면 다 부질없는 짓.. 진선의 관심은 이번 달마삼검 건에 대한 의심 을 푸는 것과, 도화령에게 진 빛을 갚는 것 정도였다. 진선은 도화령이 신주단지 모시듯 하는 달마신검에 진짜 달마삼검이 들어 있다고는 처음부터 믿지도 않았다. 자신이 누산에서 천마지존이 남긴 천마동부의 기연을 얻었고, 아무리 천하가 넓다지만 누산 한 곳 에 그만한 기연이 둘씩이나 있을 확률은 거의 없었다. 게다가 달마신 검을 빌려 아이덴티피(Identify)를 해본 결과 검 자체로도 강철을 물 베듯 할 수 있는 신검인것은 분명했지만 불가의 보검이라기에는 예기 (銳記)가 너무 강한데다 검의 속성 자체도 진선이 아는 범위 안에서 는 불가와 전혀 관련이 없었다. 진선은 자신이 찾은 천마동부에 관한 소문이 와전되어 전설의 무공 이 되고, 그것이 달마삼검으로 바뀐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었다. 과거 의 진실이 어디까지 왜곡될 수 있는가를 진선은 너무나 잘 알고 있었 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누군가가 달마삼검에 대한 이야기 자체를 조작 해 이 일에서 무언가를 얻으려 했을 경우이다. 그 때.. 악인들은 자 신의 치부를 숨기고, 선인들은 불행했던 한 연인에게 미래를 주기 위 해 대륙 전체의 역사를 조작했던 것처럼.. '도화령이 달마신검을 찾았다는 곳을 조사해보면 뭔가 나올텐데..' "저어..이러다 해 넘어가겠는데요?" 남궁란이 손그늘을 만들어 서쪽으로 느릿느릿 떨어지는 해를 바라보 며 말했다. "..한심하군. 늦게 배운 도둑질이 아니라 탁상공론에 날 새는줄 모 르는 꼴이야." 일행이 처음 여기 도착했을 때가 정오였으니 할 말 다 한 셈이다. * * * 결국 해가 질 때까지 시내에 들어갈거냐 말거냐를 놓고 싸우던 일행 은 야음을 틈타 들어간다는, 토론한 시간이 아까워질 정도로 단순한 방법을 선택하고 말았다. 결국 밤이 될때까지 시간만 때운 꼴이였다. "휴우..셰이드 셰이프(Shade shape)." 진선을 포함한 세 사람의 그림자가 약간 짙어졌다. 이런 초급마법이 인간족속같지도 않은 시력을 지닌 무림고수들에게 쓸모가 있을지는 미지수이지만 그래도 없는 것 보다는 나았다. 마음같아서는 체인지 셀프(Change self) 같은 환영이라도 쓰고 싶었지만 그런걸 쓰고 거리 를 활보하기에는 무리가 많았다. 세 사람은 그림자를 몸에 두르고 경공을 전개해 인적이 드문 골목길 을 빙글빙글 돈 끝에 꽤나 고급스러워 보이는 객점 앞에 도착했다. 원래는 학자를 찾으려 했지만 겨우 찾은 서원(書院)이 영업시간이 끝 나버려 할 수 없이 숙소를 찾아온 것이다. "어서오십시오~!" 일행이 문을 열자 동글동글한 객점 주인이 번개같이 튀어나오더니 남궁란을 보고는 눈이 휘둥그래졌다. "가장 전망 좋은 방으로 두 개 주세요." "잠깐, 두 개라니?" 천마동부에서 가져나온 보석덕분에 일행의 물주가 되버린 진선이 막 돈을 내려는 순간 도화령이 펄쩍 뛰었다. 방 두개라면 하나는 여자인 남궁란꺼고 나머지 방에 자신과 진선이 잔다는 뜻인데, 진선의 정체 는 벽운선녀 하예련이라는 절세미녀가 아닌가? "왜 그러세요?" 남궁란이 의아한 듯 물었다. "아, 그, 그게.. 본협이 워낙 체격이 크니 웬..만한 방은 둘이서 자 기 힘드오. 아..게다가 잠버릇도, 이, 이건 아니고 어쨌던 방은 세 개로 합시다. 뭐 돈은 많으니.." "하하핫! 걱정 마십시오. 저희 객점의 방이라면 대협 같은 분이 다 섯 명쯤 들어가도 끄떡없습니다." 도화랑의 얼굴이 흑빛이 되었다. 돈을 자신이 낸다는 점을 이용해 '돈을 아껴야..'를 중얼거리며 한 참동안 도화령을 가지고 놀던 진선은 도화령이 패닉상태에 빠지는 걸 보고 머리를 긁적이면서 방을 세개로 잡았고, 도화령은 달마삼검을 가지고 중원 밖으로 도망치는 일이 있어도 서역(西域)에는 가지 않겠 다고 맹세하며 방에 숨어 잠들어버렸다. 안그래도 사흘간 노숙을 하 면서 진선이 남자 행세를 하며 자신의 옆에서 자는 바람에 밤을 뜬눈 으로 지새며 곤욕을 치루었던 도화령이였으니 오랜만의 편안한 잠자 리에 기뻐하는 것은 당연했다. 물론 예련이야 옆에 남자가 있던 여자가 있던 내가 자는 건 방해 못 한다고 외치는 잠벌레이니 아무 생각없이 잠자리에 기어들어갔고, 남 궁란만이 목욕을 하고 야참까지 챙겨먹은 후 자리에 누웠다. * * * "...대체 생각이 있는 놈들인가 없는 놈들인가?" "그렇다고 무시해서는 안됩니다. 일호(一毫)!" "알아. 저들은 백골시귀의 이혼강시와 음면마불을 어린아이 다루듯 한 괴물들이지. 하지만, 지금까지의 모습으로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군." 얼굴에 칼자국이 난 장발의 사내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그 뒤에 그 림자처럼 서 있는 복면인의 눈동자는 긴장으로 가득 차 있었지만 그 는 전혀 그런 것을 느끼지 않는 것 같았다. "좋아. 실행하라. 달마삼검, 가능하다면 회풍멸류기초까지 빼앗고, 여자라고 생포할 생각을 하지 마라. 정보에 따르면 그 기녀의 무공 이 셋 중 가장 높다고 한다." "하명(下命)!" 복면인의 외침과 함께 사방에서 흑의인영들이 하공으로 솟아올랐다. --------------------------------------------------------------- 탁상공론.. 전설적인 과거가 있죠; TRPG때, 제 마법사 캐릭이 이상 한 놈들에게 납치되었는데 일행이라는 인간들이 구출작전을 짜느라고 거의 9시간 정도를 보내더군요; 한회에 길어봤자 3~4시간 하는 플레 이에서; 플레이 세번 하면서 내내 갇힌 꼴로 발버둥만 치던 프란 캐 릭터, 결국 폭탄선언 -"차라리 내가 혼자 탈출하는게 더 빠르겠다!" ..그때 프란 마법사 캐릭은 1레벨이였답니다; 참, 강호신행기의 한문.. 절대로 믿지 마십시오. 전 고등학교 때 한 문 시험치면 40점도 못나오던 놈이였습니다; 여기 한문은 모두 이야 기워드와 한글의 한자사전을 뒤져서 끼워맞춘 것이죠. 오늘의 마법~# 아이덴티피(Identify): 아이템 감정마법. 아이템의 마법적 속성을 알아내는 데 쓰인다. 디아블로 같은 게임을 해보셨다면 익숙 할듯; 셰이드 셰이프(Shade shape): 대상의 음영을 더욱 짙게 만들어 어둠 속에서 잘 보이지 않도록 만드는 마법. 밝은 곳에서는 무용지 물이다. 체인지 셀프(Change self): 자신의 모습을 어느 정도 바꿀 수 있는 마법. 그렇다고 인간이 드래곤만하게 된다거나 하는 건 아니 고, 외모만을 약간 바꾸는 정도의 환영을 만드는 것이다. 접 촉하면 깨지며, 지속시간이 짧아 한 순간의 눈속임 정도에만 쓸 수 있다. 2. 第一章 - 음모(陰謀)의 시작. 무엇이 참이고 무엇이 거짓인가? 혼란에 빠져가는 무림은.. ---------------------------------------------------------------- 슥 하는 미세한 파공음과 함께 한 인영이 3층에 위치한 창문에 발을 딛었다. 유파를 추측할 수조차 없는 특이한 신법. 침입은 이상하리만치 쉬웠다. 창문을 통해 진선이 묵고 있는 방에 들어간 신혈일영(神血一影) 무 인은 곧 이불을 돌돌 말은 꼴로 자고 있는 진선을 볼 수 있었다. 여 기다 코 앞에 거품만 하나 떠 있으면 완전 코믹물이 될텐데.. 뭐, 그런 효과처리까지 하지 않더라도 지금 진선의 모습은 인간의 자는 모습이 어디까지 귀엽고 예쁘게 보일 수 있는지에 대한 해답(--)이라 고 해도 과언이 아니였다. 살수로써 극도의 수련을 쌓은 무인마저도 순간 넋을 잃었을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역시 암살자는 암살자. 무인은 곧 본래의 냉정한 태도를 회 복하고 자고 있는 예련의 목에 예리한 단검을 겨누었다. "...." 뭔가 이상했다. 지금까지 수많은 추적자들을 가볍게 뿌리치며 여기까지 들어온 자들 이 암습에 대해 이렇게 무방비로 당한단 말인가? 무인은 지금 진선의 목에 칼을 겨누고 있었다. 설령 무신(武神)이라 해도 이 상황에서 공격을 피할 방법은 없다. 하지만, 무인의 불안감은 계속해서 증폭되고 있었다. 그 신기(神奇) 에 가까운, 아니 신기를 넘어선 듯한 진선의 환술을 몇 번이나 목격하 고 거기에 당할뻔 했던 경험까지 있는 그였던만큼 불길한 추측은 얼마 든지 가능했다. 무인은 시범삼아 약간의 소리를 내 보았지만 반응은 없었다. "..." 잠시 생각하던 무인은 손을 뻗어 진선의 손목을 잡았다. 남자 손같지 않은 부드러운 느낌이 전해져 무인은 잠깐 흠짓했지만 맥박이 정상적으 로 뛰는 것으로 보아 가짜는 아닌 것 같았다. 무인은 결정을 내렸다. '..일단 앞에 있는 진선을 죽인 뒤 최대한 빨리 이곳에서 벗어나 함정 이 있는지를 조사한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보아 그의 환술은 일정 범위 안에서만 효력을 발휘하니 객점 밖으로 나가면 상황을 객관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무인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 * * "이게 뭐야?" 도화령은 앞에서 코를 골아가며 곤히 잠들어 있는 시꺼먼 인간들을 뜨악 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아무리 잘 봐줘도 방을 잘못 찾아온 취객이거나 고단한 하루 일과에 지쳐 아무데서나 잠을 청하는 노숙자는 아니였다. 취 객이나 노숙자라면 얼굴을 복면으로 가리고 손에 녹광(綠光)이 번득이는 단검을 쥐고 잠들 리는 없지. '그러고보니.. 하 소저가 우리 셋 외의 사람이 방문을 열고 들어오면 잠 들어 버리는 함정을 문에 설치했다고 했었지? 하지만 이건..' ..아무리 함정에 걸렸다지만 흑의복면인 넷이 엎어지고 자빠져 문 앞에서 코를 골며 자고 있는 꼴은 정상적인 무림인의 정신으로는 봐주기 힘든 모 습이였다. 도화령은 한심한 표정으로 자고 있는 복면인들의 혈도를 짚은 후 한 번 걷 어차버렸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문득 도화령은 다른 곳의 상황이 궁금해졌다. 파양호 주변은 지금이 성수 기라 객점에 빈 방이 몇 개 없어 -도화령은 방이 하나뿐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기를 천지신명께 빌고 또 빌었었다. 그 효과가 있었는지 남은 방은 딱 세 개였다고 한다.- 일행은 각각 떨어진 방에 묵고 있었다. 자신이 안전하다고 다른 사람까지 안전하다는 보장은 없다. 예련의 환술을 돌파할 수 있는 사람이 다른 곳에 한 명이라도 갔다면..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는 순간 도화령의 몸은 허공으로 솟아올랐다. * * * '병장기 부딛치는 소리다!' 막 진선을 찌르려던 무인의 몸이 멈짓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비명 소리. 자신이 지휘하는 신혈흑영대(神血黑影隊)의 대원들이라면 숨소리 하나까지 파악할 자신이 있는 무인이다. 이건 자신이 직접 암살술을 가르쳤던 신혈 십이영(神血十二影) 화수천의 목소리.. 거기까지 파악한 순간 무인은 밖을 향해 몸을 날렸다. 아니나다를까 복도를 꽉 채우는 듯한 흑의의 거한이 푸르고 붉은 불길이 이글거리는 검을 휘두르며 신혈흑영대원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공간이 좁 아서 한번에 두명이 덤비기도 힘든 복도였기 때문에 일류고수가 없는 대원 들은 머릿수의 우세에도 불구하고 밀리고 있었다. "물러나라." 무인은 짧고 낮은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며 부하들에게 손짓을 한 후 도화 령에게로 뛰어들었다. 지금 자신 이외에 저 자를 상대할 사람은 없다. 무 인의 단검과 도화령의 장검이 불꽃을 튀기며 맞부딛쳤다. 무인의 검은 살수답게 극도로 빠르고 정확했다. 하지만 그 검에 격식이란 논에 안약 넣고 봐도 찾을 수가 없었다. 빠른 듯 하다가도 삽시간에 곡선을 그리며 변초하고, 정파의 검법 같은 원형의 검식 속에서 섬전같은 찌르기가 펼쳐지기도 했다. '이게 웬 막되먹은 검법이야?' 도화령은 속으로 욕을 퍼부으며 넓은 대검의 면으로 무인의 검기를 막았다. 이렇게 좁은 복도에서는 단검 쪽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것이다. 하지만, 도화 령에게도 대책은 있었다. "화령멸류(火靈滅流)!" 도화령의 손에서 무시무시한 양강(陽强)의 장력이 쏟아졌다. 그 범위는 복 도를 거의 메울 정도. 이렇게되면 슬라임처럼 몸을 늘일 수 있는게 아닌 다 음에야 피할 수는 없다. 과연 도화령다운 단순무식의 전법이였다. 어쩔 수 없이 무인은 장력으로 도화령의 공세를 맞받아칠 수밖에 없었다. 퍼엉-! 양측의 장력이 부딛치며 벽이 산산조각났다. 엄청난 열기가 실린 장력이 객 실 안으로 밀려들며 방 안까지 불길에 휩싸여 버렸다. 단 일초로 도화령은 이 커다란 객점에 불을 내버린 것이다. "크윽!" 뒤로 밀려난 무인은 부하들이 모두 대피한 것을 확인한 후 자신도 몸을 날 렸다. 정면대결로는 승산이 없는 상대였다. 이렇게 되면 후속대에 맡기는 수 밖에 없었다. '젠장, 그 년이 설치는 꼴은 봐주기 힘든데..' 휘익-! 탈출신호와 함께 신혈흑영대가 객점을 빠져나갔다. ------------------------------------------------------------ 안녕하세요? 프란입니다. 그동안 시골에 올라간다는 게 조금 연기되서 글 한 편을 쓸 시간이 생기더군요. 하지만 부산의 제 집에 있는 컴은 그 이름도 찬란한 4!8!6! 인지라 쳐다보지도 않고 있었지만.. 뭐, 직접 두들겨보니 한글은 되더군 요. 전 원래 이야기편집기를 썼는데 이번에는 한글을 쓴 탓에 분량도 안 맞고 이상한 부분도 좀 있을 듯 합니다. 이해해주시길.. 오늘의 마법~# 슬립(Sleep) : 모르는 사람 없는 그 무적의 마법이다. 가장 기본적인 주문 중 하나로 상대를 잠재우는데, 조금만 정신을 집중하면 견딜 수 있다. 일반적인 환타지에서는. 라그시안 대륙 마법중에는 슬립의 강화판 주문이 몇 개 있는 데, 예련(진선)이 쓴 것은 그 중 하나. 참고로 슬립주문의 최 강버전은 놀랍게도 파워 워드 슬립(Power word sleep)이다--; 쿨럭; 오늘은 그동안 미뤄왔던 라그시안 전기에 대한 설명을 하겠습니다. 라그시안 전기 시리즈는 이름 그대로 라그시안 대륙을 무대로 한 환타지 인데, 총 3부까지 계획되어 있습니다. 이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시리즈는 소설뿐만이 아니라 게임 등 다양한 매체로 제작..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아--; 1부 : 빛의 서사시(Epic of Light) -부제 : 인간의 전쟁(War of Human). 1부 외전 : 평화의 시대(Period of Peace). 2부 : 라그시안 전기(Record of second Holy war) -부제 : 또다른 어둠의 이름으로(The Name of another Darkness). 2부 설정집 : 마법전투론(Theory of Magical battle). 3부 : 아리세르(Ariser). -부제 : 자유의 의미(The means of Freedom). 3부 외전 : 잊혀진 별들의 이야기(Story of forgetted Stars). 3부 외전 :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3부 설정집 : 자유의 의미(The means of Freedom). ..이상입니다. 잘 하면 2부 외전이 더 생길지도 모르겠고.. 1부는 소설로는 쓸 생각이 없습니다; 쿨럭; 이제 작가가 툭하면 듣도보도 못한 라그시안 대륙 운운하는 이유를 아시겠죠? 아참, 2부 설정집은 라그시안 전기 마법설정집이고, 3부 설정집은 예련의 신 인 프리시안의 교리서입니다. ^^; 2. 第一章 - 음모(陰謀)의 시작. 무엇이 참이고 무엇이 거짓인가? 혼란에 빠져가는 무림은.. ---------------------------------------------------------------- 흑의복면인들이 바람처럼 객점을 빠져나가는 것을 본 도화령은 급히 검을 고쳐쥐었다. 저만한 자들이 임무를 포기하고 도망칠 가능성은 전무. 그렇다면 분명 2차 공격이 올 것이였다. 아마도 살수들보다 눈 에 보이는 전투에서 훨씬 유리한 자들이. 도화령의 짐작은 약 75%정도 들어맞았다. "호호호.. 역시 도 대협의 심기는 놀랍군요. 본녀가 여기 있다는 걸 알아채다니." 도화령의 몸이 바람 소리를 내며 반 바퀴 돌았다. 그 앞, 그러니까 조금 전까지의 바로 등 뒤에 한 여자가 서 있었다. 기껏해야 십대 중후반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앳된 얼굴. 약간 동글동 글한 얼굴은 커다란 눈동자와 조화를 이루어 매우 귀엽게 보였지만 그것은 얼굴까지만이였다. 십대 소녀의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풍만한 몸매를 속이 반쯤 비쳐보이는 면사가 감싸고 있었다. 그 아래 로는 백옥(白玉) 같은 나신이 실오라기 하나 걸침없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은은하게 보이는 환상적인 몸의 곡선과 탄력있는 가슴 한복판에 솟 아오른.... 관두자. 어차피 이런 묘사를 장황하게 늘어놓아 본들 흥 분할 사람은 도화령을 제외하면 이 글을 읽는 독자들밖에 없다.(그게 서비스 씬의 존재의의 아닌가? 쿨럭--;) ..어쨌던, 도화령은 그 여인이 웃을 때마다 면사 아래로 출렁이는 풍만한 두 개의 수밀도를 보고 눈을 질끈 감아버리고 싶은 심정이 되 어 고개를 돌렸다. "어머, 정말 체격이 좋군요. 아무래도 오늘 밤은 저와 제 휘하 이십 사 염화(艶花)들에게 즐거운 밤이 될 것 같군요. 호호호호.." 그녀의 웃음소리에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듣는 사내의 정신을 혼미 하게 만드는 요기(妖氣)가 담겨 있었다. 아니, 보통 사람이였다면 그 것을 듣는 순간 이성을 잃고 색정(色情)의 노예가 되어 버렸을 것이 다. 염마지소(艶魔之笑). 그 자체로 단숨에 상대의 정혈을 말려 버릴 수 있는 절정의 마공이였다. '윽!' 웃음소리와 함께 기이한 방향(芳香)이 코끝으로 스며들었다. 그리고 동시에 보일 듯 말듯 미소를 짓는 붉디붉은 입술.. 도화령의 인내는 거의 한계에 다다랐다. "거기! 조용히 못해?" 그 순간, 열린 방문으로 무언가 새하얀 물체가 무서운 속도로 날아 들었다. "?!" 그녀도 도화령에 못지않은 일류고수. 순식간에 날아오눈 천 비슷한 물체를 향해 다섯 가닥의 지풍이 격중했다. 도화령처럼 객점을 박살 내면서 싸울 생각이 아닌 다음에야 현명한 대응이라고 할 수 있을 것 이다. 하지만 어디에나 예상을 빗나가는 일은 벌어진다. 다섯 개의 구멍이 난 그 두꺼운 흰색 천은 사방으로 새하얀 먼지 같은 것을 흩날리면서 속도가 거의 줄지 않은 채 여인에게 명중했다. 상당히 부드럽고 편안 한, 한 마디로 표현해서 낮잠자기 딱 좋은 감촉이 면사 한 장을 사이 로 전해져왔다. "읍! 이, 이건.." 천치고는 꽤나 무게가 나가는 무언가를 뒤집어써버린 그녀가 그 흰 천(;;)의 정체를 깨닫는 데는 약 3초 정도가 걸렸다. 그리고 그녀는 황당한 나머지 말도 재대로 하지 못하고 반사적으로 조공(爪功)을 펼 쳐 그것을 찢어버렸다. 안에 들어 있던 솜이 마구 허공에 흩날렸다. 그랬다. 그녀를 덮친 의문의 천은 바로 방 안의 사람이 덮고 있던 이불이였던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내던진 장본인은 잠이 덜 깬 얼굴 에 열이 머리 끝까지 받친 표정을 떠올리면서 방에서 나오는 중이였 다. "어떤 예의없는 녀석이 사람 자는 곳에서 이런 밥맛떨어지는 괴상한 웃음소리를 내는거야? 잠이 다 깼잖아!" "..." ".." 한순간 주위가 정적에 휩싸였다. 아마 지금 아르케미시아 본관에서 매년 에릴의 제사를 지내고 있을 라엘이나 슈엘린, 하딘 등이 이 장면을 보았다면 면사자락을 붙잡고 늘어져서라도 그녀를 사부로 모시고 염화지소를 배우려 들었을 것이 다. 걸핏하면 스파크(Spark)로 전기충격을 줬다가 분노의 잠벌레 펀 치를 얻어맞고 살았던 하딘의 표현을 빌리자면 '낮잠도 아닌 밤잠을 자는 에릴을 소리로 깨울 수 있는 위대한 존재가 아르켄 외에 또 있 단 말인가?' 라는 식이 되겠지. "하 소...아니 유공자, 설마 지금까지 자고 있었던건.." "당연히 자고 있었죠. 저 속옷도 안 입고 돌아다니는 여자가 방금 그 징그러운 웃음 소리의 장본인 맞나요?" "그, 그렇긴 하오만.." 면사차림의 여인은 멍해져서는 잠이 덜 깨 반쯤 풀린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진선을 마주 쳐다보았다. 분노는 황당함이 사라진 다음에야 나타났다. 그녀 정도의 인간이 세 상 어디에서 이런 모욕을 당해 보았겠는가? "뭐, 뭐라고? 나 흑접(黑蝶) 사유화의 염화지소가 징.." "사일런스(Silence)." 하지만 진선의 주문 한 방으로 면사여인, 염화곡의 곡주이자 강호 삼대음녀(淫女)중 하나이고 또 벽운선녀 하예련이 나타나기 전까지 무림십대미인 중 제십위의 자리를 지키고 있던 흑접 사유화는 자신의 절기 중 하나를 봉쇄당하고 말았다. '대, 대체 이게 무슨 사술인가!' 사유화의 목소리는 자기 자신에게조차도 들리지 않았고, 당연히 이 전대미문의 기현상에 그녀는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지금 자고 있을때가 아니오! 이 객점은 완전히 포위된 듯 하니 빨 리 남궁소저와 함께 여기를 벗어나야.." "늦은 것 같아요. 이미 밖은 군웅들에 의해 몇 겹으로 포위된 것 같 은데요?" 호랑이도 제말하면 온다고, 도화령의 말을 가로막은 청아한 목소리 는 남궁란의 것이였다. 그녀는 놀랍게도 녹의궁장에 장신구까지 완전 히 차려입은데다가 화장까지 제대로 한 완전무장상태였다. 옷도 제대 로 챙겨입지 못하고 싸우고 있는 도화령이나 잠이 덜 깬 진선과는 대 조적인 모습이였다. "남궁소저, 그쪽으로는 습격이 없었소? 어떻게.." "있긴 있었죠. 다 처리하고 옷 입고 화장 좀 고치고 오다보니 약간 늦은 것 같네요. 그리고 란아(卵兒)라고 불러주세요. 전 기녀이니까 요." 태연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하는 남궁란을 보며 도화령은 입을 열지 못했다. 지금까지 이런 동료들을 데리고 음면마불과 백골시귀 같은 고수들을 상대했다는 게 믿어지지가 않았다. "선녀포의(仙女抛衣)!" 말이 나오지 않는 사유화는 거의 발작적으로 손을 흔들었고, 손짓에 따라 사방에서 낭랑한 외침과 함께 열 다섯 명의 여인들이 나타났다. 그녀들 또한 백에 하나 보기 힘든 미모에 검은 망사로 만든 옷 안에 아무 것도 걸치지 않고 나신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그것도 모자랐는지, 그녀들은 나타나자마자 그 망사를 절반쯤 벗으 면서 도화령과 진선, 남궁란을 바라보았다. 보일 듯 말 듯한 미묘한 자세와 무언가를 갈구하는 듯한 눈빛. 그것 은 사내의 심혼을 뒤흔들어 놓기에 충분한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 와 함께 예의 그 기이한 방향이 두 사람을 감쌌다. "저 녀석들 내가 아까 아홉명이나 쓰러뜨렸는데, 또 있어?" "선녀포의라면 염마수라무(艶魔修羅舞)의 기수식.. 맞나?" 남궁란이 질린 듯한 표정을 지었고, 진선은 눈을 비비며 중얼거렸 다. 하지만 그 속에 담긴 의미는 놀라운 것이였다. 도화령만이 아니라 사유화마저도 얼굴색이 바뀔 정도로. 염마수라무는 마교의 오마(五魔) 중 하나인 염마의 무공. 마교본전 의 절기인 것이다. 도화령은 오백 년 전 마교와 함께 사라졌던 무공 이 사유화에 의해 되살아났다는 사실에, 사유화는 그것을 알아본 사 람과 그것을 깨트린 사람이 한 자리에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 다. "놀랍군.. 염마수라무를 알아보다니. 그렇다면 너희 년놈들이 여기 서 살아 나갈 수 없다는 것도 알 수 있겠지?" 선녀포의를 전개하면서 본의 아니게 사일런스의 범위를 벗어난 사유 화가 차갑게 외치며 몸을 움직였다. 그와 함께 이십사 염화 중 남아 있는 열다섯 명이 한꺼번에 염마수라무를 전개하기 시작했다. 주위 정경은 완전히 사라지고 검은 안개 사이로 열 여섯 미녀의 나 신이 사방을 휩쌌다. 터질 것 같은 앞가슴이 손에 잡힐 듯 다가왔다 가 사라지고, 부드러운 손길이 세 사람을 감싸안았다. 그와 함께 점 점 더 짙어지는 방향.. 그 향기는 그 자체로도 저항할 수 없을 정도 로 강력한 춘약(春藥)인 것이다. 그것이 염마수라무와 겹쳐져 사용되 니 그 위력은 따로 설명할 필요조차도 없었다. "호호호.. 모두들 남자구실을 못 하는 모양인걸? 부처님 가운데 토 막이라도 지금쯤이면 파계(破戒)할 텐데.." 그 말은 전혀 틀림이 없었다. 도화령은 물론이고, 남궁란의 눈빛마 저도 견디기 힘든 욕정으로 물들어 있었으므로. "저 녀석..저능아인가?" 진선은 황당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환영주문이라면 허상을 진실로 믿게 만들어 상대를 속이는 것이 주 된 효과. 당연히 환영은 상대가 알아볼 수 없게 전개해야 하고, 그렇 지 못하면 전혀 효과를 볼 수 없다. 그런데 눈앞의 바보들은 무슨 스 트립쇼 배경화면 틀어놓듯 환영을 전개하고 있는데, 저런 걸 진짜로 믿고 걸려들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다는 걸까? 확실히 춘약에 곁들인 (?) 스트립쇼로써는 쓸만하긴 하지만, 환영임을 알 수 있는 환영은 그 자체로 효과가 반감된다는 것을 상식으로 배워 온 진선에게는 도 무지 저 폼잡는 인간들이 이해가 되질 않았다. 진선의 얼굴에 가벼운 미소가 떠올랐다. 환영에는 환영으로 맞선다. 저 저능아 부대에게 진짜 환상마법이라 는 게 어떤 것인지 가르쳐주는 것이다. "뭐, 난 부처님 가운데 토막이 아니니까 상관없지. 스펙티컬 포스( Spectral Force)." ------------------------------------------------------------- 참 오랜만에 강호신행기를 써보는군요^^; 오늘 낮에는 컴이 파업을 결의하길래 CPU와 쿨링팬과 하드와 기타 부품간의 동맹을 물리력으로 끊고 하나하나 각개격파를 했더니 파업 을 일단 철회하더군요. 직장을 잘못 찾은 CPU 슬롯이 좀 항의를 하긴 했지만;; 오늘 밤에는 또 가스버너에 물주전자를 올려놓고 그대로 학원에 갈 뻔 했답니다; 가다말고 허겁지겁 달려왔더니 가스가 다 나갔는지 불 이 꺼져있더군요. 이런 걸 두고 행운이라고 해야 할까요? 어쨌던 황당한 하루였습니다; 고로 오늘분 글도 황당하게.. 퍼벅! 오늘의 마법~# 스파크(Spark): 가장 약한 전격주문. 손에 닿은 상대에게 전기충격 을 가한다. 기절하거나 마력이 높을 경우 심장이 멎은 사람에 게도 효과적. 사일런스(Slience): 일정범위 안에 일정시간 동안 아무런 소리도 들 리지 않게 만든다. 별로 설명이 필요없는 마법. 스펙티컬 포스(Spectral Force): 일루전이나 판타지말 포스 같은 환 영마법의 강화판. 소리, 냄새, 느낌까지 재현할 수 있는 강력 한 환상이다. 대강 이 마법으로 만든 환상의 돌맹이가 머리에 맞으면 혹이 났다고 생각할 정도.. 2. 第一章 - 음모(陰謀)의 시작. 무엇이 참이고 무엇이 거짓인가? 혼란에 빠져가는 무림은.. ---------------------------------------------------------------- '환술이다!' 진선이 알아들을 수 없는 이상한 억양의 말들을 중얼거리며 무기를 들지 않은 오른손으로 역시 알 수 없는 수인(手印)을 맺는 것을 본 사유화는 즉시 염마수라무를 극한까지 끌어올렸다. 이미 도화령 일행 을 추적해 온 무인으로부터 진선의 환술에 대한 설명을 지겹도록 들 었던 그녀였다. 발동되면 결코 막을 수 없다는 설명 따위는 코웃음을 치고 무시해버렸지만 그녀도 무인의 살수로써의 실력은 충분히 인정 하고 있었다. 사유화를 포함한 염화 전원이 입고 있던 면사를 벗어들고 그것을 휘 두르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흥겨워 보이는 동작이였지만 여자들이 옷벗고 엄청 섹시한 자세로 빙빙 돌면서 추는 춤이 재미있게만 보일 리 없다는 것은 더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일단 이게 염마수라 무의 후반구결이라는 것만 알아두시길. 도화령의 입가에 가느다란 핏줄기가 흘러내렸고 남궁란의 신형이 휘 청하더니 한쪽 무릎을 꿇으며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리고 진선도 손 놀림이 어지러워지더니 결국 환술을 완성하지 못하고 비틀거렸다. "호호호! 겨우 이 정도인가요?" 그 한 마디 한 마디에는 놀라울 정도의 요기가 담겨 있어, 안그래도 충격을 받은 세 사람의 몸이 부르르 떨리는 것이 눈으로 보일 정도였 다. 순간, 진선의 눈에 결연한 빛이 스치고 지나갔다. '!' 사유화가 뭔가 나오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엄청난 굉음이 그리 넓지 는 못한 복도를 뒤흔들었다. 벼락이 코앞에 떨어지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벼락은 벼락이였다. 마른하늘의 날벼락... 그것도 피빛의. 사유화의 눈앞에서 진선의 몸이 부풀어 오르더니 엄청난 기세로 터 져나간 것이다. "부, 분시혈뢰대법(分屍血雷大法)?" 자신의 전신진원을 몸 속에 흘려넣어 육체를 터트려 버리는 극악한 마공대법. 마교본전의 일류고수들이 적에게 제압되었을 때 비밀을 지 키기 위해 사용하는 최강의 동귀어진수법이다. 분시혈뢰대법이라면 주위에 있는 자신과 십오 염화가 살아남을 가능 성은 절반도 되지 않는다. 하지만 사유화는 거의 본능적으로 내공을 모조리 끌어올리며 몸을 방어했다. 콰콰콰콰--! 무시무시한 피빛 폭풍우가 사유화를 감쌌다. 피할 틈도, 시간도 없 는 위력. 박살난 진선의 육편(肉片)에 부딛친 것은 모조리 박살나고 흩어져 버렸다. 사유화의 호신강기는 1초도 견디지 못하고 파괴되었 고, 곧이어 거대한 철퇴가 온 몸을 연속으로 강타하는듯한 충격이 전 해져왔다. "커억!" 입에서 선혈이 폭포수처럼 터져나왔다. 사유화의 신형이 엄청난 충 격에 뒤로 넘어가며 바닥을 몇 바퀴 굴러 복도에 부딛쳤다. "읔.." 그제서야 사유화의 눈에 주변 정경이 흐릿하게 들어왔다. 한쪽 모퉁 이의 불타오르는 복도, 부서진 벽과 집기들, 바닥에 흩어진 이불과 솜조각들, 죽은 듯 쓰러져있거나 넋이 나간 듯 비틀거리는 자신의 수 하들, 그리고 놀란 듯 주위를 돌아보고 있는 남궁란과 도화령..잠깐, 저 둘이 살아있다고? 사유화의 몸이 반쯤 튕기듯 일어났다. 심각한 내상을 입은 몸이 비 명을 질렀지만 그녀는 가만히 누워서 몸 전체로 전해지는 격렬한 통 증을 감상하고 있을 인물은 절대 아니였다. 이미 H물을 포기하는 쪽 으로 소설의 방향이 정해진 탓에 사유화가 SM이라는 설정이 사라져서 는 아니다. (무, 물론 원래부터 있지도 않았다. 웃길려고 적어본 것 ^^..퍼억!+.+) 자신과 염화들이 나가떨어진 것을 빼면 주위의 정경은 조금 전과 전 혀 변화가 없었던 것이다. 그 말은.. "환...영(幻影)?" 그제서야 사유화는 상황을 알아볼 수 있었다. 그녀가 이십여 년을 고련한 염마수라무가 겨우 환술 따위에 깨졌다는 사실과 함께.. "그러니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이지. 안 그래?" 사유화의 등 뒤에서 비웃는 듯한 미소를 짓고 있는 진선의 모습이 보였다. "죽어버렸!" 사유화는 이성을 잃은 듯 외치며 튕기듯 일어선 후 한쪽 다리를 반 쯤 들어올린 자세로 몸을 한 바퀴 돌렸다. 그 간단한 동작에 여인의 모든 것이 한 눈에 충격적으로 드러나보였다. 그 요염(妖艶)함을 어 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말과 행동이 저렇게 따로 놀 수 있음에 놀라야 할지 그런 상황에서 도 완벽에 가까운 염마수라무를 구사하는 사유화의 직업정신(?)에 감 탄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던 눈을 가릴 틈도 없이 사유화의 모 든 것을 보아버린 진선이 흠짓했고, 그 짧은 틈을 놓치지 않고 사유 화는 들고 있던 면사를 진선에게로 집어던졌다. 진선의 이불던지기와는 차원이 다른 위력과 속도로 예리한 파공음을 내며 날아간 사유화의 면사는 진선을 순식간에 두동강내버렸다. 아니 사유화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진선의 신형은 아무 변화도 없었다. 면 사는 진선 뒤의 탁자 하나를 베어버리고 그대로 벽을 뚫고 나갔다. "크..큭.." 내상을 입은 상태에서 무리한 내공의 사용에 겹쳐, 또 환영에 속았 다는 정신적 쇼크가 겹쳐 사유화는 또 선혈을 한모금 토해냈다. "너무 무리하지는 마. 충격 자체는 가상적일지 몰라도 네 내상은 진 짜일걸. 환영을 강하게 인식하게 되면 그에 대한 충격도 육체가 사 실로 인식해버리니까." 최면에 걸린 사람의 손을 찬물에 집어넣으면서 이것이 매우 뜨거운 물이라고 암시를 주면 피실험자는 그 찬물이 뜨거운 물이라고 대답을 하고, 심한 경우는 화상을 입기까지 하는 경우도 있다. 환영에 강하 게 걸렸을 때 생기는 가상타격(Virual damage)의 원리도 이와 같다. 분시혈뢰대법 자체는 진선이 천마동부에서 얻은 천존비록의 자료를 참고해서 상상한 환영이였지만 그것이 진짜라고 인식하고, 그 위력을 알고 있는 사유화는 그 타격까지도 진짜로 인식하고 받아들인 것이 다. 한참을 쿨럭거리던 사유화는 겨우 각혈을 멈추고 진선의 목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그 자리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아직도 실상과 허상(虛想)을 구분하지 못하나?" "..!" 진선의 목소리는 그 자리에서 계속 들려오고 있었다. 분명히 아무것 도 없는 빈 공간에서. 소리의 방향을 알 수 없게 만드는 공곡회음(空曲回音) 같은 고급 전 음술이 있긴 하지만 소리가 전혀 다른 방향에서 들리게 만드는 기술 이 있다는 말은 각종 마교대법과 사술에 통달한 그녀로써도 들은 적 이 없었다. 사유화는 정신없이 주위를 돌아보았다. 진선은 목소리의 반대쪽, 즉 도화령과 무인의 싸움으로 불에 타들어가는 복도 한가운데에 서 있었 다. "이 빌어먹을 사기꾼 녀석이.." 사유화는 당장이라도 진선을 때려죽일 듯한 기세로 일어났지만 진선 은 빙그레 웃을 뿐이였다. 그 미소를 본 사유화는 공격을 멈추었다. 저것 역시 환영이 아니라고 어떻게 장담할 수 있단 말인가? "이 정도는 환술의 운용법치고는 오히려 단순한 편이지. 이게 대단 한 거라면, 나에게 환술을 가르쳐 준 인간이 온다면 중원평정도 무 리가 아니겠군." 불길이 낼름거리는 혓바닥을 내밀고 있는 가운데서도 진선은 눈 하 나 깜빡하지 않고 말했다. 서늘한 느낌이 사유화의 등골을 타고 내려갔다. 이런 말도 안 되는 환술이 단순한 거라고? 오백 년 전의 환마천제도 지금의 진선만큼은 아닐 것이다. 정말로 그에게 환술을 가르쳐 준 스승이 있다면, 환술 만으로 무림을 제패하는것도 허황된 소리만은 아니지 않을까? 실제로 아르케미시아 특제 사기꾼이자 에릴에게 환영마법의 응용법 을 가르쳐주었던 라엘은 환영만으로 1만여 명의 대군을 몰살시킨 엄 청난 경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사유화에게는 다른 세계의 일까지 알 수 있는 천리안이 없었다. "내 환영 자체는 대단한 게 아니야. 차이는 그 응용법이지. 환영은 상대가 그것을 진짜라고 믿을 때 진정한 효과를 발휘..응?" 막 사유화를 놀려먹고 있던 진선의 고개가 돌아갔다. 갑자기 남궁란 이 낮은 비명을 지르며 머리를 움켜쥔 것이다. 도화령은 그것을 알면 서도 춘약에 저항하기 위해 남궁란의 모습을 쳐다보려 하지 않고 있 었다. 사유화의 머릿속에 파란불이 들어왔다. 저건 환영이 아니다! 생각과 행동은 동시에 이루어졌다. 사유화는 주위에 떨어져 있는 한 염화의 망사옷을 집어들고 염마수라무를 전개하며 예련에게로 돌진했 다. 수십 개의 풍만한 나신이 허공을 화려하게 수놓았다. 라엘이라면 결코 이런 빈틈을 보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역시 자신은 제대로 된 환영을 써먹기에는 부족하다고 생각하며 예련은 주문을 외 우려 했다. "어팩트 노멀(Affect normal)...젠장!" 어팩트 노멀 파이어(Affect normal fire)로 주위를 불바다로 만들어 버리려고 했던 예련은 주문을 외울 시간이 없음을 깨닫고 왼손에 들 고 있던 깃발을 풀어 휘둘렀다. 자다가 일어난 판에도 의외로 중요한 물건을 제대로 챙기는 진선이였다. 뭐, 그렇지 않고서야 지금까지 살 아있을 턱이 없지만. 전설의 무공의 레벨에 속하는 염마수라무와 회풍멸류기초가 좁은 복 도에서 격돌했다. 현란한 몸짓으로 상대방의 넋을 빼놓으며 손에 든 검은 면사를 모닝스타처럼 휘둘러대는 사유화의 동작에 따라 허공에 끔찍한 파공음이 울려퍼졌다. 하지만 진선의 손에 들린 벽풍기(霹風旗)의 위력은 한술 더 떴다. 깃발이 허공에 휘둘러짐과 동시에 태풍을 연상시키는 엄청난 바람이 휘몰아쳤고, 좁은 복도에 집중된 폭풍은 면사와 사유화의 몸을 동시 에 뒤로 밀어내 버렸다. 콰지직-! 풍압을 견디지 못한 복도의 벽들이 부서져 나가고 그 파편은 그대로 폭풍에 휘말려 사유화를 향해 쏘아져갔다. 도화령이 일으킨 불마저 순식간에 꺼져버렸다. "염마환풍(艶魔幻風)!" 사유화도 지지 않고 면사를 휘둘러 경력을 뿜어냈다. 염마수라무가 아무리 대단하더라고 그 본질은 미혼무(未婚舞). 회풍 멸류기초의 가공할 파괴력에 비할 바는 못 된다. 비록 사유화의 내공 은 상대보다 월등히 높고, 진선의 회풍멸류기초가 오성(五成)밖에 되 지 않는다고 해도 역시 미완성인 염마환풍의 초식으로는 동수를 이루 는 게 고작이였다. 거대한 폭풍의 장막 같은 벽풍기의 범위 안에서 예리한 파공음이 연 이어 들려왔다. 한 점에 집중된 기풍이 칼날의 고리처럼 선회하며 쏘 아져 나온 것이다. 기풍으로 저런 공격이 가능하리라고는 생각도 못 한 사유화의 면사가 그대로 잘려져나갔다. 그리고 어찌할 틈도 없이 진선의 공격이 이어졌다. 콰아아! 진선은 쓸데없이 기합을 넣거나 초식명을 외치는 따위의 바보짓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결판을 낼 각오로 펼친 광환망(光紈網)과 벽마 류(霹魔流)의 연속공격은 사유화의 온 몸을 난도질하고 뒤이어 그녀 의 몸을 벽을 뚫고 거의 십여 장 가까이 날려버렸다. "크아아--악!" 처절한 비명이 객점 밖에서 울려퍼졌다. 잘못하면 죽을 지도 모를 정도의 치명상이였지만 예련도 더 이상 여유부릴 처지는 못 되었다. 사유화가 전투불능이 되었다는 것을 확신함과 동시에 진선은 도화령 과 남궁란에게로 달려갔다. "괜찮아?" 진선이 남궁란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물었다. 하지만 상대의 반응은 예상 밖이였다. "떨어져! 어서!" 남궁란이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지르며 진선의 손을 거칠게 때어냈 다. 그녀의 목소리는 이상할 정도로 떨렸고, 전신이 가벼운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소매로 가리고 있는 얼굴의 표정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었지만 진선의 눈에는 그것까지 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진선은 그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녀의 몸 속에서 맴돌고 있는 비상식적일 정도로 강력한 사기(邪 氣)를. "...!" 무엇인진 몰라도 남궁란의 몸 속에는 무언가 강력한 사력(邪力)이 잠재해 있고, 조금 전 염마수라무과 춘약에 의한 타격때문에 그것이 남궁란 자신의 제어를 깨트리고 나타나는 것 같았다. 생각은 나중에 할 일이다. 진선은 급히 주문을 외웠다. "세더티브(Sedative). 퓨어리피케이션(Purification)." 임시방편으로 해독주문과 정신 안정주문을 외우자 남궁란의 경련은 멈추는 것 같았다. 몸 속의 사기를 완전히 제거하려면 충분한 시간과 연구가 필요했던 것이다. 게다가, 지금의 상황은 그렇게 여유가 넘치는 것은 결코 아니였다. "달마삼검이 이층에 있다!" "도화령을 잡아라!" 사방에서 외침과 함께 병장기 부딛치는 소리와 난폭한 발걸음소리가 들려왔다. 이곳은 한참 전부터 수많은 군웅들에 의해 포위되어 있었던 것이였 다. --------------------------------------------------------------- 오늘 양이 많아진 이유에 대해서는 묻지 마시길. 원래는 오늘 두편 을 쓰려 했지만 그것보다는 양을 늘리는 게 더 쉬울 것 같아서..; 쿨럭; 열성독자란 가끔 작가를 괴롭게 만드는 존재가 되기도 한답니 다. 극히, 아주 극히 드문 일이지만... 자기는 6일마다 15페이지씩 쓰면서 남보고 하루만에 25페이지를 쓰라고 바득바득 우기는 한 친구 녀석 때문에 요즘 고생이 많습니다;; SF란의 수많은 '6일마다 15페이 지씩 쓰는 친구녀석의 소설' 애독자들을 규합해서 단체 독촉멜이라도 보내볼까.. 어쨌던 나 혼자 고생하는건 체질이 아냐; ('')a~# 크크크.. 어쨌던 25페이지는 채웠다아~ 오늘의 마법~# 어펙트 노멀 파이어(Affect normal fire): 일반적인 불을 조종할 수 있는 마법. 마법적인 것이 아닌 평범한 불꽃의 크기를 약 10배에서 10/1까지 바꿀 수 있다. 하지만 불을 켜고 쓰는 건 아니고 불이 10배로 커질 경우 당연히 연료가 타는 속 도도 10배로 늘어난다. 물론 탈 물질이 사라지면 그냥 꺼 진다.. 세더티브(Sedative): 정신 안정주문. 불안한 상태나 공포, 혼란 등 의 마법을 치료하는 마법사 주문이다. 불면증에도 가끔 쓴다--; 퓨어리피케이션(Purification): 해독, 정화주문. 인체의 불순물을 모두 정화시킨다. 단순한 독뿐만이 아니라 수면제나 심지 어는 알콜까지 해독시켜주는 대단한 위력의 주문이다. 최 음제 따위는 가뿐하지~^^; 프리시안의 성직자의 능력에 대해: 25페이지를 채우기 위한 프란 놈 의 발악(?)으로 이번에는 프리시안의 성직자가 가지는 엽 기적인 능력들에 대한 설명이 있겠습니다^^ 1. 프리시안의 성직자는 인간의 의지를 지배하거나 변화 시키는 모든 주문에 대한 저항력을 가지며, 그러한 주문들을 해제하거나 저항력을 부여해줄 수 있다. - 예를 들어 Charm, Quest, Geas, command word, impreso n 등의, 상대방에게 명령을 내리거나 지배하는 주문, 또는 그에 준하는 모든 능력(사이오닉, 강호신행기에서 의 마공대법 등)은 프리시안의 성직자에게 영항을 줄 수 없다. 천마동부에서 천마지존의 금제가 예련에게 먹 히지 않았던 것을 생각해보라. 또, 프리시안의 성직자는 Blass주문으로 상대방에게 위 에 열거한 기술에 대한 방어력을 부여하고, 마법이 아 닌 일종의 권능의 형태로 사용되는 Freedom 주문으로 그러한 기술들을 해제할 수 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프리시안의 성직자에게는 '국왕 말도 안듣는 불량성직자' 라는 별명이 붙어 있다.--; 2. 프리시안의 성직자는 바람과 관련된 모든 마법에 대 한 보너스를 얻고, 대기의 정령을 다스릴 수 있다. - 대기정령 소환이나 Control Wind, Holy Wind, Wind wal k, 그 외 성직자, 마법사 마법 모두에서 바람과 관련된 것에는 추가적인 효과가 주어지며, 주문 없이 일종의 권능의 형태로 Air Walk주문을 쓸 수 있다. 또 약한 바 람의 정령과 친분관계(?)를 가짐으로써 영구적으로 부 려먹을 수 있다. 이와 관련해 프리시안의 성직자는 '육 체를 지닌 바람의 정령' 이라는 고상한 별칭을 가지고 있다. 3. 프리시안의 성직자는 교리가 허락하는 행동을 지키기 만 한다면 어떤 직업, 무기, 마법도 배울 수 있다. - 사람을 베어 죽이지만 않는다면 검을 들고 암살술을 배 워도 상관없다는 뜻. 물론 그 암살술로 사람을 죽였다 면 십중팔구는 파문이다.--; 역시 이와 관련해 무늬만 성직자..가 아니라 무늬빼고 는 다 성직자.. 라고 부르기도 한다.;; 2. 第一章 - 음모(陰謀)의 시작. 무엇이 참이고 무엇이 거짓인가? 혼란에 빠져가는 무림은.. ---------------------------------------------------------------- 보통 사람의 입장에서라면 이 상황을 '최악' 이라고 설명했을 것이 다. 그 점은 남궁란도, 도화령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보다 더 끔찍한 상황을 몇 번이나 겪어왔고, 또 해쳐나갔 던 진선에게는 별로 대단한 일까지는 아니였다. 다만 지금 자신의 좌 우에 있는 사람이 적어도 위기상황에서는 든든한 아르케미시아 특제 시리즈 멤버들이 아니라는 것이 조금의 불안감을 주긴 했지만. 진선은 춘약의 기운을 가까스로 참고 있는 도화령의 어깨에 손을 얹 고 주문을 외웠다. "하, 하 소저! 안 되오, 지금 나는.." "퓨어리피케이션." 진선의 존재를 느끼자마자 춘약이 발동해 막 발광하려는 도화령의 몸에서 가벼운 푸른 빛이 떠올랐다가 사라졌고, 도화령은 순식간에 가뿐해지는 자신의 몸을 바라보면서 멍한 표정을 지었다. "방금 어, 어떻게 한 거요? 흑접이 쓰는 독문의 춘약은 정사(情事) 를 나누는 것 외의 해독법이 없는.." 놀란 나머지 입에서 나오는 대로 질문하던 도화령은 자신이 무슨 말 을 했는지 깨닫자마자 얼굴이 빨개져 고개를 돌렸다. 물론 진선이야 그런 경지는 옛날에 뛰어넘은 지 오래다. "일단 밖으로 나가죠." "그랬다간 꼬치구이가 되기 딱 좋을걸. 좁은 곳의 지형을 이용해 싸 우는 게 훨씬 나아." 진선의 고개가 시계방향으로 170', 도화령은 반시계방향으로 60' 정 도 돌아갔다. 그 자리에는 남궁란이 옷매무새를 고치고 있었다. "아, 아차! 죄송해요. 흥분해서 말이 막 멋대로나와버렸네요. 가끔 이러니까 이해해주세요." 두 사람의 이상한 시선을 깨달은 남궁란이 급히 웃으며 해명했다. 방금의 그 살얼음이 일 듯한 차가운 목소리와는 정반대의 애교 넘치 는 목소리였다. 말 끝에 하트라도 하나 붙여 놓는게 좋지 않았을까? 하지만 이미 내뱉은 말을 주워담을 순 없는 법. 예련이야 아까 그 기운 때문에 정신이 약간 이상해졌었나보다 하고 넘어갔지만 도화령 은 의심스럽다는 눈초리로 주먹만한 식은땀을 매달고 있는 남궁란을 바라보았다. 목소리가 차갑고 어쩌고를 떠나서, 방금의 목소리는 완 전혀 다른 사람의 것 같은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쉽게 말해서 이질 감이랄까? 그런 느낌은 평상시대로(?) 돌아온 남궁란을 보면서도 쉽 게 사라지지 않았다. "어쨌던, 여기 있는다고 저 인원을 다 상대할 방법이 나오는 것도 아니지. 게다가 여기서 싸우면 다른 방에 묵고 있는 사람들이 피해 를 입을 테니까." 이미 객점을 1/4정도 박살내놓고 하는 소리치고는 뻔뻔스럽지만 맞 는 말이였다. 다른 방의 사람들은 창칼을 든 무림인들이 객점을 에워 싸고 안에서 고수들간의 격돌이 벌어지자 도망도 못치고 이불 속에 숨어 벌벌 떨고만 있었던 것이다. 진선은 아까 사유화를 날려보내면서 벽에 뚫린 커다란 구멍-이라기 보다는 그냥 벽이 날아갔다고 생각하는 게 더 편하겠지만-을 통해 밖 으로 뛰어내렸다. 남아 있는 남궁란과 도화령도 서로를 한번 바라보 더니 그 뒤를 따랐다. 무공은 뛰어날지 몰라도 지혜(智慧)라는 측면 에서는 그들 둘의 머리를 합쳐도 진선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다. "나왔다!" "달마삼검이다! 잡아라!" 흥분한 군중들이 도화령을 보자마자 우르르 달려들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당황한 남궁란이 주먹을 꽉 쥐었고 도화령도 싸울 준비를 갖추었지만 진선은 꼼짝도 하지 않고 서 있었다. "잠시만!" 내공이 실린 진선의 목소리가 군중들 사이로 퍼져나갔다. 그리 높은 소리는 아니였지만 그 한 마디는 정확하게 귀에 들어왔다. 진선은 외 침에 무상반야진기를 최대한으로 실어서 보낸 것이다. '뭐지? 저건 지금까지의 하 소저의 내공이 아니야..' 도화령과 남궁란의 방금의 한 마디에는 조금 전 진선이 사유화와 싸 울 때의 두 배 이상의 공력이 실려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도화령이 그 이유를 생각할 틈도 없이 상황은 돌아가고 있었 다. 달려들던 군웅들의 물결이 순간 주춤했다. "이런 식으로 싸운다면 피차 많은 피를 흘리게 됩니다. 그것보다는 이 일을 평화적으로 해결할 방법을 찾는 게 어떻겠습니까?" 진선의 말에 군웅들 사이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들도 이 성이 남아 있는 이상 자신의 목숨은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말에 찬성하는 사람은 없었다. 이 상황에서 평화적인 해결이라니, 말이 되는 소리인가? 누가 들어도 그건 이 상황에서 도망치기 위한 계략이라고밖에 생각되지 않는 것이다. "웃기지 마라! 또 무슨 속임수를 부리려고!" "평화적 좋아하시네! 그런 방법이 있으면 한번 말해봐라!" 몇몇이 살기까지 뿜으며 외쳤다. 아마도 누산에서부터 일행을 쫓으 면서 몇번 당해 본 녀석인 모양이였다. "흥분은 몸에 해로우니 진정하십시오. 우리는 지금 싸우기도 좋고 도망가기도 좋은 객점 안을 놔두고 일부러 이 곳으로 내려왔습니 다." "그래서!" 길이가 일 장이나 되는 방천화극을 든, 그 덕분에 군웅들 틈에서도 단연 돋보이는(창끝이 다른 사람들 머리보다 한참 위에 떠 있으니까) 구렛나루의 장한이 소리를 질렀다. 그는 화천극 조하서라는 이름의 일류고수로 강호에 꽤나 이름이 알려져 있는 자였다. 그 명성 탓인지 그가 말을 걸기 시작하자 옆에 끼어드는 사람이 없었다. "일단, 지금 여기 있는 우리들이 속임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은 안 드시는지?" 조하서의 몸이 딱 굳었다. 그는 며칠 전에도 진선의 마법트랩에 걸 려 죽을뻔한 고비를 넘긴 적이 있었던 것이였다. 그뿐만 아니라 이곳에 모인 군웅들 중 사분지 일은 진선의 환술의 위력을 몸으로 느껴본 사람이였다. 그들은 다가오던 걸음을 멈추고 슬슬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환영 인지 아닌지야 때려보면 알지만 그걸 실험해보기 위해 다가갔다가 지 뢰와 함정과 진법과 환영의 합격을 받고 쓰러진다면 그야말로 바보짓 이 아닌가? 그들에게는 전우의 시체를 밟고 넘어 몸으로 함정을 메우 고 돌격하는 저글링정신(?) 따위는 없었다. "하하, 농담입니다. 함정 따위가 있을 리가 없죠. 그럼, 일단 달마 신검부터 꺼내볼까요?" 진선이 빙그레 웃으며 품 속에 손을 집어넣어 달마신검을 끄집어냈 다. 그러자 사람들의 눈이 동그래졌다. 길이가 넉 자나 되는 장검이 품 속에서 나오다니? 게다가 달마신검은 지금 도화령의 손에 들려 있 지 않은가? 웅성거리는 소리가 더 커졌다. 저런 사기를 눈도 깜빡 안하고 치고 있으니 앞에 진짜로 함정이 없다는 말을 어떻게 믿겠는가? 12.5%가 뒷걸음치면 진선을 아는 나머지 12.5%이 그 뒤를 따르고, 전체의 25% 가 뒷걸음치고 나면 나머지 사람들도 군중심리에 따라 그들을 따르게 된다. 지금 진선의 반경 삼 장 안에는 아무도 서 있지 않았다. "무량수불.. 공자의 심기는 실로 놀랍구려." 그때 청노한 목소리가 들리면서 그 삼 장 안으로 한 사람이 걸어들 어왔다. 백미에 가슴까지 백발을 늘어뜨린 노도인이였는데, 허리에는 검집만 보아도 상당한 명검임이 분명한 한 자루의 장검이 매달려 있 었다. "노부는 무당의 정수(正睡)라고 하오. 유 공자가 말하는 그 평화적 해결방법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하구려." 정수진인이라면 무당의 장로 중 하나. 그만한 거물이 나타나자 주위 가 다시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무당이 움직였다는 건 달마삼검의 유 혹이 얼마나 강한 것인가를 단적으로 증명해주는 것이였다. "그리 어려운 것은 아닙니다. 보물은 덕 있는 자가 가지는 것이라 하지 않았습니까?" "물론이오. 하지만 덕 있는 자를 가리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 어디 있겠소?" 두 사람의 말에 주위는 조용해졌다. "그보다 궁금한 게 있군요. 달마삼검은 소림의 무공. 그런데 여기 보인 사람들 중에 당연히 그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소림의 사람들 은 아무도 보이지 않는것 같습니다. 혹시 소림사 분들 어디 계시는 지 아는 사람 있습니까?" 사람들의 얼굴에 순간 경악이 스쳐지나갔고, 곧이어 황급히 잊어버 린 애 찾는 보모마냥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회색 승포에 대머 리를 한 사람은 아무데도 없었다. "여기 소림의 승려는 아무도 없는 게 확실하오." 진선의 오른쪽, 그러니까 모여있는 군웅들의 가장자리 뒤쪽에서 맑 은 음성이 들려왔다. "?!" 목소리가 들린 곳에는 백의를 걸친 한 사람이 서 있었다. 나이는 약 이십 정도. 얼핏 보기에는 무림고수의 티가 거의 나지 않 았지만 허리에 찬 검은색의 검집이 그가 무림인임을 알려주고 있었 다. 하지만 그 특이한 검에는 누구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드러난 인영의 모습은 송옥(宋玉)과 반안(潘安)이 무색할 절륜한 용 모의 미공자였던 것이다. 얼핏 보아서는 전혀 무공을 익히지 않은 권 문세가(權門勢家)의 귀공자같은 모습이지만 그 움직임이나 자세에는 알 수 없는 기도(氣度)가 흐르고 있어 결코 범상한 인물이 아님을 말 해주고 있었다. "하지만.. 본 공자의 눈이 틀리지 않았다면 지금 유대협이 사용하 고 있는 무공은 소림의 무상반야진기가 아닙니까?" "!!" 순간 좌중은 경악에 휩싸였다. ---------------------------------------------------------------- 안녕하세요? 프란입니다. 참 묘사라는 게 쉽지 않군요. 160라인을 2시간만에 뚝딱 해치웠는데 나머지 30라인을 쓰는데 50분이 걸렸습니다. 그러고 나온게 저 허접 묘사;; (참고로 나우 접속에는 10분이 걸림;;) 글이라는게 역시 만만한 건 아닌가 봅니다. 어제는 저번 화를 대강 대강 썼다고 한 독자분이 화를 내더군요. 보통 소설을 구상하고, 캐릭터를 만들 때는 정말로 재미있습니다. 그대로 앉은 자리에서 소설을 완결시켜버리고 싶은 생각으로 몇 시간 이나 궁리에 궁리를 거듭하고 마음에 들면 글을 써나가기 시작하죠. 하지만 그렇게 '재미있는' 공상만으로 시작한 글은 곧 현실의 벽에 부딛칩니다. 소설의 이미지와 캐릭터 메이킹으로 시간을 보낼 때는 생각하지 못했던 설정이라던가 현실성, 무엇보다도 글을 직접 만들어 내는 노력이라는 벽에 부딛치는거죠. 그리고 상당수의 사람들은 그 벽 앞에서 주저앉아버립니다. ...이런 이야기가 왜 나왔는지 모르겠군요. 마이크로소프트의 세계 정복음모와 6시간을 연달아서 씨름하다보니 정신상태가 좀 이상한 모 양입니다.;; 그래도, 다이렉트 1차평면과 2차평면 구성까지는 클래스화했다. 푸 하하핫! ...;; 오늘의 마법~# ..없죠? 그러니까 한마디. 제 2장에서 마법과 관련해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환영마법의 응용방법이였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마법사 캐릭을 움직 이면서 보조마법과 환영마법의 능력을 5%조차도 발휘하지 못 하더군요. 적어도 제가 읽었던 소설들에서는요. 환영마법의 제대로 된 응용법중에는 이런 것도 있습니다. 먼저 평범한(?) 환영을 만듭니다. 전사는 몸빵과 운과 직감의 도움으로 그 환영을 깨트립니다. 그럼 자신의 마법이 깨졌다는 것에 당황한 마법사가 보입니다. 전사는 그 마법사의 심장에 필살의 일검을 박아넣습니다. ..그리고, 전사는 마법사 바로 아래에 있는 함정에 떨어지며 자신이 찌른 마법사가 2중으로 만들어진 환영이였다는 사실을 깨닫고 절규합니다.--; ..이 정도가 환영마법의 중급 응용법입니다. 예련이 사용하는 레벨이기도 하고요. 그럼 최상급의 응용까지 무리없이 해내는 아 르케미시아 특제 사기꾼 라엘 같은 인간의 두뇌는..? 2. 第一章 - 음모(陰謀)의 시작. 무엇이 참이고 무엇이 거짓인가? 혼란에 빠져가는 무림은.. ---------------------------------------------------------------- "무상반야진기라고?" "소림의 전설적 신공이 왜 외인(外人)에게.." 좌중이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그만큼 무상반야진기라는 이름이 가지 는 힘은 놀라웠다. 그들이 그렇게 찾으려고 눈에 불을 켜고 있는 달 마삼검, 그것과 동급이라고 알려진 무공이 아닌가? 놀라기는 도화령과 남궁란도 마찬가지였다. 저 환술이나 쓰는 사기 꾼 -진선 본인은 이 단어를 싫어하지만 부정하지는 않았다. 분명 자 신은 특제 사기꾼에게 환영마법을 배웠으니까.- 에게 정종의 최강신 공이 있다는 것을 믿기에는 그들의 상상력이 조금 부족했다. "무량수불.. 유 공자는 소림의 인물이오?" 정수진인이 물었다. "소림의 정식 제자는 아니나 그곳에서 무공을 시사받았으니 어찌보 면 그렇다고 할 수도 있겠지요." "그런.." "그럼 공자는 소림을 대표해서 그 물건의 처분을 결정할 생각이오?" 웅성거리는 소리를 누르고 정수진인의 목소리가 좌중에 울려퍼졌다. 과연 그의 지적은 예리했다. 진선에게 소림을 대표할 권한 따위가 있 을 리는 없다. 지금 노라고 대답하면 소림의 이름을 대고 달마삼검을 들고가는 것은 불가능하고, 예스라고 대답하면 진짜 사기꾼이 되어버 리고 만다. 어느 쪽도 진선으로써는 별로 달가운 일이 아니였다. "저 개인으로는 그럴 생각이 없습니다만, 소림측에서 달마삼검을 회 수하기를 원한다면 저로써는 그에 따라야 겠죠." 진선도 어중간한 대답으로 밀고 나갔다. 자신이 계획한 작전을 실행 하기는커녕, 구체화시키기에도 아직은 시간이 모자랐다. 눈앞의 정수 진인만 어떻게 설득시킬 수 있다면 충분히 가능하지만.. 막 진선이 거기까지 생각했을 때 군웅들 뒷편에서 난데없는 광소가 터져나왔다. "푸하하하핫! 지겹구나 지겨워! 보물을 앞에 두고 뭐하는 짓거리들 인게냐?" 그 광소에는 놀라운 내공이 실려 있어 좌중의 인물들 중 정수진인이 나 진선 일행 같은 고수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이 기혈이 진탕됨 을 느꼈다. 그 소리의 여운이 사라지기도 전에 한 인영이 군웅들 위로 날아 가 뿐하게 정수진인과 진선 사이에 내려왔다. 놀라운 경공이였다. 나타난 것은 타는 듯한 홍의를 걸친 사십대 정도의 장한이였는데, 엄청나게 근육이 잡힌 체격에 양 손에는 강철로 만들어진 징 박힌 반 지 같은 것을 끼고 있었다. 한마디로, 철제 너클이다.(이러면 간단한 걸 가지고.. 너클을 한자로 쓰면 대체 뭘까?--) 그들의 뒤를 이어 네 개의 인영이 차례대로 그 옆에 내려섰다. 하나 하나가 절정에 달한 경공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보아 모두 대단한 고 수들. "사, 삼마(三魔)가 모두 나타났다!" "좌우의 둘은 뭐지?" 삼마라는 말에 진선의 안색이 변했다. 자신이 생각한 것 중 최악의 시나리오가 나타난 것이다. 삼마는 현 사도십대고수 중 세 명으로 본래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남남들이다. 그들 개개인으로도 능히 천하에 맞상대할 사람이 많지 않은만큼 당연한 일이였다. 하지만 삽십년 전 신병문(神兵門)이라는 신흥가(家)를 상대하기 위해 그 셋은 힘을 합쳤고, 그 결과는 놀라운 것이였다. 세외삼가를 세외사가(稅外四家)로 바꾸었다는 신병문이 단 일주일도 되지 않아 초토화되었고, 그들은 자신들이 원했던 신병문의 절세신병 들을 모두 탈취하는 데 성공했다. 그 일 이후 그들이 다시 모인 적은 없었지만 그 일 하나로 셋은 삼마로 함께 불리게 되었으며 그들을 두 려워하지 않는 자는 무림 내에 없었다. '삼마라면..하나하나가 전에 상대한 음면마불 소마휘와 동급.. 우리 셋으로는 절대 막을 수 없다!' 도화령은 속으로 최대한의 계산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 했다. 자신을 포함한 셋, 그리고 정수진인까지 돕는다고 해도 삼마를 상대로 시간이나 버는 게 고작. 게다가 저 옆의 두 복면인에게서 뿜 어져 나오는 기세도 삼마에 결코 뒤지지 않았다. "자, 꼬마야, 달마신검을 내놔라!" 맨 앞에 선 폭왕권마(暴王拳魔) 남강이 불쑥 손을 내밀었다. "죽기 싫으면 말이다..." "이런이런, 저 녀석들은 도대체가 예의라는 걸 모른단 말이야. 성질 하나는 급해가지고." 남강의 뒤에 선 혈귀도(血鬼刀) 마진환과 상문신(喪門身) 유귀혼도 한마디씩 던졌다. 이미 그들의 몸에서는 패도적인 무형지기가 형성되 고 있었다. 말을 듣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출수하겠다는 뜻이다. 그 기세에 정수진인조차도 끼어들지 못하고 두 일행을 바라보고 있을 뿐 이였다. "어느 걸로 드릴까요?" 진선이 피식 웃으며 손에 들린 달마신검을 들어보였다. 당연히 도화 령의 손에도 검이 있으니 둘 중 하나는 가짜. 마진환과 유귀혼이 흠 짓했지만 남강은 개의치 않았다. "둘 중 하나는 진짜겠지. 네 놈의 목숨빼고는 다 내놓으면 된다!" '무대포가 왕대포'라는 옛 명언의 실천이랄까? 남강은 단순무식으로 진선의 입을 막음과 동시에 달려들었다. 성질 급하기로는 사파 전체 를 통틀어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그였다. 콰아아! 남강의 손에서 폭풍이 몰아치는듯한 파공음이 일어나며 진선을 향해 거대한 주먹이 날아들었다. "이건.." '예의가 아닌데.' 진선은 하려던 말의 절반을 입 속에 집어넣고 몸을 피했다. 기풍으 로 막을 수 있는 공격이 아니였다. 어떻게던 차단할 수는 있을지 몰 라도 그랬다가 힘으로 부딛치기라도 하면 끝장이였다. 하지만 진선도 믿는 게 있었다. 남강의 두번째 공격이 시작되려는 찰나 옆에서 비스듬이 날아온 권 경(發經)이 그를 직격했다. 남강은 한 손으로 그것을 쳐냈다가 손에 걸리는 강렬한 충격에 대경실색해서는 그 공격을 날린 장본인을 바라 보았다. "방금 네 짓이였냐?" "몰라서 묻는 건가요?" 남궁란은 입가에 미소를 띄우며 반문했다. 불면 날아갈 것 같은 가녀린 미녀가 이런 강한 권법을 쓸 수 있다 니. 남강은 곧 상대의 정체를 깨달을 수 있었다. "네가 그 절의정권류인가 뭔가하는 잡권(雜拳)을 쓴다던 기생년이였 냐?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글쎄. 말보다는 몸으로 느끼는 게 더 오래 기억에 남겠지. 회상 할 시간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의 유파를 모독하는 말에 남궁란의 말투가 싹 바뀌었다. 격돌이 시작된 것은 거의 한 순간이였다. 탐색전이고 기선이고 뭐고 없이, 남궁란과 남강은 동시에 서로에게 로 달려들었다. 남강의 주먹이 날아오는 것에 가볍게 팔을 갖다대 흘 려버리며 안으로 파고든 남궁란이 내뻗은 팔을 회수하면서 팔꿈치로 남강을 후려쳤다. "흡!" 그것을 간신히 손으로 받은 남강이 한 걸음 물러서면서 자세를 낮췄 다가 폭수비상의 초식으로 주먹을 날렸다. 단순한 어퍼컷으로 보이는 이 한 초는 수면에 돌을 던졌을 때 물이 그 방향으로 크게 솟아오르 는 모습을 본딴 것으로, 사방에 잔상이 생겨 공격을 알아볼 수 없게 만드는 특징이 있었다. 남궁란도 심상찮다는 생각으로 몸을 피하긴 했지만 남강은 그대로 따라붙으며 연속으로 삼권을 날렸다. 하지만 상대는 그렇게 만만하지 않았다. 가볍게 두번째 공격까지 흘 려버린 남궁란은 이 초식이 연속공격이라는 것을 깨닫고 정면으로 주 먹을 맞부딛쳤다. 콰콱-! 주먹끼리 부딛치는 소리라고는 믿기 힘든 금속음과 함께 두 사람은 동시에 몇 걸음 밀려났다. 충격을 받았다기보다는 자세를 바로잡을 시간을 벌기 위해서였다. "큭.." 남궁란이 인상을 찡그렸다. 남강의 손에 끼워진 철제 고리를 생각하 지 않았던 것이다. 그것은 신병문에서 삼마가 빼앗은 신병 중 하나로 만년한철로 되어 있어 도검조차도 가볍게 쥐고 부러트릴 수 있는 물 건이였으니 맨손으로 부딛친 남궁란의 주먹에 충격이 가는 것은 당연 했다. 하지만 남강의 놀라움은 더 컸다. '저 계집년이 내 육마환권의 초식을 중도에 끊어버리다니. 게다가 내 철환과 맨주먹으로 부딛치고도 멀쩡해?' 확실히 놀라지 않는 사람이 더 이상한 쪽일 것이다. 쇳덩어리와 주 먹이 부딛쳐 동수를 이루었다는 뜻이니까. 게다가 남강의 손에 낀 철 환은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웅웅거리는 진동을 일으키고 있었다. 남 궁란이 방금 쓴 기술이 상대방의 힘에 비례해 반동으로 공격을 가하 는 고묘한 발경술(發經術)이였다는 것을 모르는 그로써는 충격을 받 을 수밖에 없었다. 뭐, 알았더라도 마찬가지였겠지만 말이다. 말은 길었지만 이 모든 동작이 이루어진 것은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였다. 진선은 물론이고 마진환과 유귀혼조차도 둘의 접전이 끝난 다음에야 겨우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던 것이다. "결국 힘으로 해 보자는 뜻인가. 자네들은 길을 잘못 선택했네. 끌 끌.." "헛소리하지 말고 공격해." 미리 약속한대로 마진환과 유귀혼은 옆의 두 복면인과 함께 남궁란 에게로 뛰어들었다. "이 계집은 내 꺼다! 건들지마!" "누구 맘대로 남의 소유권을 주장하는거야?" 남강과 남궁란이 다시 맞붙었고, 그의 성격을 잘 아는 나머지 넷은 방향을 바꾸어 복면인 둘은 진선을, 나머지 이마는 도화령을 공격해 갔다. 어느 쪽이던 막을 방법은 없었다. 그 순간이였다. 오른쪽 위에서 무형의 암경(暗經)이 그들을 눌러왔 다. 소리도 형체도 없는 공격이였지만 그들은 수십 년의 강호 경험을 쌓은 고수들. 즉시 몸을 돌려 그 공격을 받아냈다. 순간 퍼엉하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그들 넷은 한꺼번에 비틀거렸다. "!" 실로 놀라운 위력이였다. 땅에 내려서는 마진환의 눈에는 경악이 가 득했다. 자신과 유귀혼이 동시에 한 상대의 공격에 밀린다는 것은 상 상조차 해 본적이 없었기에. "누구냐!" 마진환이 노려본 방향에는 지금까지 상황을 바라보고만 있던 백의미 공자가 양 손을 펼친 채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본 공자는 유대협의 말을 들어보아야겠소. 물러나시오." -------------------------------------------------------------- 쿨럭; 현재시간 1시 45분... 내가 이걸 다 썼다는 사실이 믿기지가 않는다. 날림의 도.. 이런 건가?;; 정확히 1시간 20분 걸렸군; 글이 빨리 나가는 건 좋지만 어쩐지 뭔가가 사라져가는 느낌이다. 아무리 코믹연습용의 허접글이라고 해도.. 라그시안 전기 쓸 당시에 는 한편에 네시간 이하가 걸린 적은 한번도 없었는데; 오늘의 마법~# ..은 없습니다. 갈수록 강호신행기의 주제이자 소재인 마법의 등장 이 줄어드는 게 아쉽군요..어이, 거기 쇠파이프 내려요-.-;; - 3GP, 4GW, 4GC 프란이였습니다. 2. 第一章 - 음모(陰謀)의 시작. 무엇이 참이고 무엇이 거짓인가? 혼란에 빠져가는 무림은.. ---------------------------------------------------------------- 잠시 동안 침묵이 이어졌다.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일이 눈앞에서 벌어졌다는 사실을, 사람들 이 받아들이기에는 약간의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네놈은 누구냐?" 유귀혼의 묻는 목소리는 미미하게 떨리고 있었다. "본인은 조영웅이라고 하오. 그러는 그쪽이 삼마 중 가장 교활하다 는 상문신 유귀혼이오?" ".." 순간 유귀혼은 말문이 막혔다. 세상에 자신에게 이런 식으로 말하는 놈이 있으리라고 어찌 생각이나 했겠는가? 있다면 두 종류. 자신을 훨씬 능가하는 무공과 배분을 가진 자, 아니면 자신을 모르는 애송이 이다. 대부분의 바보들은 이러한 상황에서 상대를 후자의 경우라고 판단하 고, 그로 인해 망하게 되기 십상이다. "네놈, 말버릇이 무척이나 고약하구나. 본좌가 그 혀를 잘라주마." 살기돋친 말이 허공에 울려퍼졌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유귀혼은 유 령처럼 신형을 날림과 동시에 말을 했고, 안그래도 상문신이라는 별 호가 붙을 만큼 음침한 분위기의 목소리가 고속으로 이동하는 도중에 울려 더더욱 기괴한 느낌을 준 것이다. 쉽게 표현하자면, 소방차가 사이렌을 켜고 지나칠 때 사이렌 소리가 다르게 들리듯이 유귀혼의 기괴한 목소리가 이 소방차 이펙트(?)에 의해 더 기괴하게 들렸다는 것이다. 이해가 가는지?(;;) 별 것 아닌 듯한 기술이였지만 그 효과는 놀라워서 유귀혼의 말 맨 마지막 마디를 사람들이 들었을 때 그의 손에 들린 비수는 이미 조영 웅이라는 백의미공자의 지척에 도달해 있었다. 보통 사람들은 말이 끝난 직후에 공격한다고 생각하지, 누가 말과 공격을 동시에 할 수 있다고 생각하겠는가? 허를 찔린 조영웅도 미처 반응하지 못한 기습 이였다. 그러나 그의 표정은 아무 변화가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당황함을 감출 수 있다는 것은 그의 수양이 대단함을 말해주는 것. 조영웅이 순간적으로 몸을 돌리며 발검(發劍)하는 동작은 모르는 사람이 보았 다면 상대의 공격을 예상하고 있다고 생각할 정도로 자연스러웠다. 카앙-! 유귀혼의 소매 속에서 쏘아진 녹색 섬광과 조영웅의 허리춤에서 뻗 어나온 흑색 섬광이 허공에서 맞부딛쳤다. 대부분 군웅들의 눈에는 그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질 않았다. 하지만 그들도 그 다음 장면은 볼 수 있었다. 깨끗하게 가운데 부분 이 잘려나간 유귀혼의 비수와 솟구치는 핏줄기를 말이다. "크흑!" 유귀혼이 놀란 듯 왼팔을 움켜쥐며 물러났다. 천하의 사도십대고수 중 하나가 단 한 초에 이름도 없는 애송이에게 패퇴한 것이다. 남궁란과 남강마저 싸움을 멈추고 그 장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 이놈! 쳐라!" 외침과 함께 진선과 도화령을 견재하던 두 복면인이 조영웅을 향해 날아들었다. 그와 동시에 마진환도 황급히 그 둘을 따라 공격을 퍼부 었고 유귀혼은 신법을 펼쳐 조영웅의 뒤로 돌아가며 일장을 날렸다. 절정고수 네 명이 한 사람을 합공하는 것이다. 그들의 공격은 위력만이 아니라 그 배합이 절묘하기 그지없어 순식 간에 장영과 검기가 조영웅을 휘감아 버렸다. "하--앗--!" 순간 용이 울부짖는 듯한 기합성이 허공에 울려퍼졌다. 그리고 네 절정고수의 공격이 집중되는 한 점에서부터 거대한 검기 가 파도치듯 일어났다. "거, 검강이다!" 해일처럼 퍼져나가는 검기가 사방에서의 공격과 충돌하자 천지가 진 동하는 듯한 굉음과 함께 주위 오 장 안에 무시무시한 강기가 휘몰아 쳤다. 흙먼지가 날리고 한 아름이 넘는 나무들이 젓가락마냥 부러지 고 쪼개져 나가며 운 없는 사람들을 덮쳤다. "크흑!" "무, 무신(武神)들의 싸움이다!" "피해라!" 웅성대던 군웅들은 흙먼지가 가라앉은 다음에야 상황을 바라볼 수 있었다. 놀라운 광경이였다. 강기가 휩쓸고 지나간 자리는 빗자루로 쓸어버 린 듯 모든 것이 쓸려나가 거의 평지가 되어 버렸고 조영웅을 중심으 로 직경이 오 장은 될짐한 구덩이가 만들어져 있었다. 마진환의 눈은 더 이상 커질 수 없을만큼 크게 뜨여져 있었다. 자신 을 포함한 네 명이 단 한 사람을 상대로 동수를 이룬 것이다. 게다가 그가 사용한 일검은.. "이, 이것은 청성파의 천강검법(天强劍法).." 천강검법은 구파일방의 수많은 검식 중에서도 강대한 위력에서는 단 연 으뜸으로 뽑히는 청성파의 비전검법이였다. 천강검법의 진수(眞 髓)는 이미 오백 년 전에 실전되어 그것을 완벽히 펼치는 사람이 나 타난 적이 없었다. 설령 청성파의 장문인이 와도 이토록 강맹한 검식 은 쓸 수 없으리라. "견식은 제법 있군. 그럼 이것도 받아봐라!" 조영웅의 검에서 검화가 폭죽처럼 피어올랐다. "!!" 방금 전의 천강검법을 본 네 명은 황급히 전력을 끌어올려 최강의 절초들을 쏟아냈다. 하지만 그들의 공격이 채 시작되기도 전에 흑색 섬광은 그들을 휘감 고 있었다. 검선(劍線)조차 식별하기 힘든 섬전같은 쾌검식이였다. "으윽!" 천강검법을 생각하고 있던 그들은 난데없는 쾌검에 당황하며 황급히 방어를 펼쳤지만 모두들 몇 군데에 크고작은 상처를 입고 말았다. 조영웅이 이번에 펼친 것은 화산파 제일의 쾌검식이라는 분광검식 (分光劍式). 그의 검법이 하나같이 구파일방의 절정검식이라는 것을 알아본 사람 들 사이에서 탄성과 환성이 동시에 터져나왔다. 조영웅의 검에서 연이어 검강이 뻗어나왔다. 그것들은 놀랍게도 각 기 무당파의 태극혜검(太極慧劍), 천유가의 대연오대검식(大衍五大劍 式), 화산의 육합검법(六合劍法)이였다. 그것들은 하나같이 평생을 고련해도 익히기 힘든 검법들이며, 그 하나하나의 검리(劍理)과 변화 가 판이하게 다른 것들인데 조영웅은 그것 모두를 완벽하게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 모습은 그야말로 천신(天神)이 하강해 검무를 추고 있는 듯 했다. 그 엄청난 기세에 마진환과 유귀혼을 포함한 거마두 넷은 온몸에 상 처를 입으면서도 각자 몸 챙기기에 급급했다. 둘보다 동작이 느린 두 복면인은 이미 가슴과 팔에 치명상에 가까운 상처를 입고 있었다. "저놈은 대체 어떻게 되먹은 괴물이냐!" 마진환은 구십 평생을 검에 바쳐 온 검객이였지만 지금껏 저렇게 천 변만화하는 검식을 구사할 수 있는 인간이 있다고는 생각조차 해보지 못했었다. 그로써는 도저히 이 상황을 인정할 수 없었다. "죽어랏!" 흉성이 폭발한 마진환은 다른 사람들을 무시하고 동귀어진의 각오로 혈검강하(血劍降下)의 초식으로 검을 내려찍었다. 그의 검에서도 붉 은 검강이 일어나며 사방으로 경풍이 휘몰아쳤다. 그 기세는 실로 대 단해 방금의 대결을 본 사람들마저도 순간 조영웅이 두 쪽 나는 모습 을 떠올릴 정도였다. 하지만 믿을 수 없게도, 그는 검을 내려뜨리며 대신 왼손을 들어올 렸다. "피해라! 벽력소양장(霹靂銷陽掌)이다!" 유귀혼이 비명에 가까운 외침을 터트렸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콰아아앙--! 조영웅에게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강대한 장력이 터져나와 마진환 의 검세와 부딛쳤다. 그 충격만으로 주위 땅이 지진을 만난 듯 뒤흔 들릴 정도였다. 급류에 휘말린 조약돌처럼, 마진환의 검세는 장세 속에 묻혀버렸다. 마진환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거의 십여 장을 튕겨나가 군웅들 한 가운데 떨어졌다. 주위의 무림인들이 옆에 벼락이 떨어지는 꼴을 본 여학생마냥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는 가운데 유진환은 꼼짝도 하지 못하고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상문신이라고 불리는 그가 공포를 느 끼고 있는 것이다. "아직도 달마삼검에 관심이 있소?" 조영웅이 담담히 유진환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한 말투였지만 그 속에는 실로 거역하기 힘든 위엄이 서려 있었다. "이.. 두고보자!" 유진환은 떨리는 눈동자로 조영웅을 한참 바라보다가 황급히 몸을 돌려 날아갔다. 전대의 대마두가 꼬리를 말고 도망치는 것이다. "그냥 갈 작정이오?" 하지만 조영웅의 한 마디에 그의 동작은 딱 멈추었다. 문자 그대로 '쫄아서' 뒤를 돌아보는 유진환에게 조영웅은 가볍게 한 마디를 던졌 다. "갈 때 가더라도 동료는 챙겨서 가시오. 자기 한 몸만 챙기는 것이 마도 일대종사의 태도요?" 담담한 한 마디에 유진환 본인은 물론이고 장내 모든 사람들이 조영 웅을 홀린 듯 바라보았다. 장내는 갑자기 숨소리조차 사라져 버린 듯 조용해졌다. "저 사람은.." 싸움은 한참 전에 멈추고 오래된 친구마냥 나란히 서서 조영웅의 신 위를 감상하고 있던 남궁란도 감탄사를 터트렸다. 조영웅은 그 모습을 감상이라도 하듯 담담히 주위를 쓸어보다가 역 시 남들과 마찬가지고 반쯤 얼이 빠져 있던 진선과 눈이 마주쳤다. 진선을 본 조영웅이 빙그레 미소지었다. "..!" 순간 진선은 벼락이 코앞에 떨어진 사람처럼 흠짓하며 한 걸음 물러 났다. 그의 미소에 심신이 흩어지고 사방에 백화(百花)가 만발하는 것 같은 착각이 순간적으로 들었던 것이다. 자신이 백마 탄 왕자 따 위에 관심을 가진다고는 생각해본 적이 없는 그녀였지만 조영웅의 미 소는 그야말로 인간의 것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의 매력(魅力)을 지니 고 있었다. "유 대협, 아까 하던 이야기를 마저 듣고 싶소만." 그 말이 들린 다음에야 진선은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흔들었다. "아, 그건..." 자신답지 않은 말을 입에 담으며 진선은 주위를 돌아보았다. 모두의 시선은 조영웅의 일거수일투족에 집중되어 있었다. 앞으로 그들에게, 그리고 전 무림에 조영웅이라는 이름은 결코 잊을 수 없는 각인으로 남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아마도 자신에게도 마찬가지일테고. 그런 생각을 떠올리며 진선은 입을 열었다. ---------------------------------------------------------------- 드디어 영웅이 등장이다~;; 쯧쯧.. 10화대에서 나왔어야 할 놈이 이제야 등장하다니.. 자아, 앞으로의 이야기는 어떻게 전개될까? 프란도 전혀 생각해놓지 않은 25화부터의 전개! 푸하하하핫+.+; 오늘의 마법~# ...이거 한동안 연중이겠군;; - 3GP, 4GW, 5GC 프란이였습니다. 2. 第一章 - 음모(陰謀)의 시작. 무엇이 참이고 무엇이 거짓인가? 혼란에 빠져가는 무림은.. ---------------------------------------------------------------- "일단, 저는 달마신검의 정체에 대해 약간의 의문이 있습니다." "뭐라고?" 진선의 말에 다시 군웅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어떤 근거로 그런 말씀을 하시는지?" "첫번째는 방금 말했던 소림의 무반응입니다. 달마삼검을 가장 정당 하게 취할 수 있고 또 가장 관심을 가져야 할 소림이 이 일에 침묵 으로 일관하고 있었다는 것은 무언가 의심스러운 바가 있죠." 어느세 페이스를 되찾은 진선은 주위를 가볍게 한번 돌아보았다. "그리고 두번째는 이 일이 누군가의 음모일 수도 있다는 가정입니 다." "!!" "달마삼검이 누산에 있다는 소문이 대체 언제부터, 어디서부터 퍼졌 습니까?" 결코 변하지 않을 듯한 담담한 표정을 짓고 있던 조영웅의 눈빛이 순간 미미하게 흔들렸다. "일반적인 상식에 비추어 볼 때, 수백 년 전의 전설에 대한 이야기 라고 하기엔 이 소문은 지나칠 정도로 빠르게, 넓은 지역에 걸쳐 퍼 져나갔습니다. 이런 경우는 어떤 사람이 보물지도를 찾았다던가 달 마삼검의 존재를 확인하고 그것이 소문으로 퍼져나가는 것이 보통이 죠. 하지만 제가 알기로 그런 구체적인 사례는 없었습니다. 그저 부 정확한 소문으로만 떠돌았을 뿐이죠." "..." "음.. 과연 유 대협의 심기는 놀랍소. 거기까지 생각을 해낼 수 있 다니. 하지만 유 대협의 주장은 모두 심증(心證)이 아니오? 명확한 근거가 없는 한 지금 화룡검객 도 대협의 손에 들린 달마신검이 가 짜라고 단정할 수는 없소." 그것은 분명히 옳은 말이였다. 진선의 말에 귀기울이던 사람들도 금 세 그의 의견에 호응해 작은 목소리로 진선을 비난하기 시작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달마신검과 달마삼검에 대한 명확한 조사가 이루어지기를 원합니다." "조사?" "그렇습니다. 지금 이 상황을 방치한다면, 무림인들은 달마신검을 탈취하기 위해 서로간에 많은 양의 피를 흘리게 될 것입니다. 만약 달마신검이 제 물건이였다면, 저는 피튀기는 싸움을 보느니 차라리 검을 파괴해 버리는 쪽을 택했을 것입니다." 순간 도화령이 흠짓했다. 그는 진선이 하예련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 지만 그동안 그녀가 자신을 도와 달마신검을 지키는 이유를 전혀 몰 랐던 것이였다. 무엇보다, 도화령은 방금 진선의 말이 진담임을 느낄 수 있었다. "..유 대협은 무림에 뜻을 담은 분이 아니구려." "그렇습니다." 정수진인의 말에 진선은 태연하게 대답했다. 자신은 분명 프리시안 의 성직자이자 마법사였고, 그 점에 있어서는 누구에게도 떳떳하게 대답할 자신이 있는 진선이였다. "그럼, 유 대협은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이오?" "일단 소림과 공동으로 이 일에 대한 조사를 해볼 생각입니다. 그것 이 끝날 때까지, 임시적으로 달마신검은 소림과 화령문이 공동으로 관리하는 형식을 취하겠습니다." ".." "저는 조 공자께서 이 일에 대한 보증을 서 주셨으면 합니다만?" 좌중이 크게 술렁거렸다. 화령문과 소림, 그리고 삼마를 한꺼번에 퇴치한 정체불명의 절대고수가 연합한다면 천하의 누구라도 달마삼검 을 빼앗을 방법은 없을 것이다. "헛소리 마시오! 그건 바로 당신들이 달마삼검을 삼키겠다는 뜻이 아니오?" "그렇지 않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소림이나 화령문과 아무 관련이 없는 조 공자를 보증인으로 세우려는 것 아닙니까?" 진선은 가볍게 받아넘겼다. 모두들 방금 외친 사람과 같은 심정이긴 했지만, 진선의 주장은 논리적으로 아무런 하자가 없었다. 이 상황에 서 반박을 한다면 그건 자신이 달마신검을 가지겠다고 말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사람들은 제각각 최대한 머리를 회전시켰다. 진선이 '임시'라는 조 건을 달았고, 독점이 아니라 공동관리의 형식이므로 한 사람이 검을 가져가버릴 수도 없다. 무림에서 약속이란 결코 가볍게 깨트릴 수 있 는 것이 아니였다. 특히나 이렇게 군웅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한 약속 은. 조영웅이 마음에 든다는 듯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조영웅이 승락 의 뜻을 밝히자 그에게 관심을 집중하고 있던 사람들의 머릿속은 더 욱 혼란해질수밖에 없었다. "그럼 조사가 끝난 다음은?" "그야 조사결과에..." 말을 하려던 진선이 순간 비틀거렸다. "어?" 의외의 사태에 사람들이 놀란 듯 진선을 바라보았다. 놀라기는 진선 본인도 마찬가지였다. 조금 전부터 몸 상태가 이상하 다는 느낌이 들긴 했었지만 그냥 마나를 무리하게 공력으로 전환시켜 서라고 생각하고 넘어가버렸는데 갑자기 몸 전체가 공력과 충돌을 일 으키는 것이였다. 머릿속에 확 열기가 들어가는 듯한 느낌과 함께 눈 앞이 흐릿해졌다. 도화령과 남궁란이 급히 진선을 부축하는 순간이였다. 소리도, 기척도 없이 한 인영이 도화령의 옆을 스쳐지나갔다. 그 신 법은 너무나 쾌속해서, 바로 앞에서 본 사람들조차 바람이 지나간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할 정도였다. 하지만 신법이 아무리 빨라도 모두의 눈을 속일 수는 없었다. "달마신검을 뺏아갔다!" 삽시간에 객점을 넘어 사라져가는 회색 인영의 손에 도화령의 달마 신검이 들려 있는 것을 몇몇 사람들이 본 것이다. 그것은 멀쩡히 눈 뜨고 검을 소매치기당한 도화령도 마찬가지였다. "멈춰라!" 조영웅의 손에서 벽력소양장이 발출되었다. 벼락치는 듯한 장력이 순식간에 객점 뒤로 사라지기 직전의 회색 인영과 부딛쳤고, 굉음과 함께 객점 2층이 거의 박살나다시피 했다. 거의 동시에 도화령의 신형이 연무와 객점의 파편 사이를 뚫고 날아 갔다. 하지만 그가 볼 수 있었던 것은, 어느세 저 멀리 사라져가는 회색 그림자뿐이였다. 쫓기는커녕 알아볼 틈도 없이 그것은 도화령의 시야에서 사라져버렸다. "장력의 반탄력을 이용해 순식간에 신형을 날린 것이오. 쫓아본들 소용이 있을 것 같지도 않고, 일단 유 대협부터 살펴봅시다." 어느세 조영웅이 도화령의 옆에 서서 말했다. 그 말을 들은 도화령은 황급히 진선을 돌아보았다. 얼굴이 붉게 달 아오른데다 식은땀이 흐르는 게 상대가 상당히 안 좋아 보였다. 도화령은 일단 달마신검에 대해서는 접어두기로 하고 몸을 돌렸다. * * * "...모든 게 원점으로 돌아가버린 셈이로군요." 넓직한 방 안의 의자에 앉아 있는 조영웅이 입을 열었다. 그는 진선 과 함께 일행 중 유이(唯二)하게 평정을 유지하고 있는 인물이였다. 진선의 증상은 별로 대단한 게 아니였다. 객점에서 내려와 군웅들 앞에 설 때, 진선은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 자신의 모든 마나를 공력으로 전환시켜 축적시켜 두었었고, 마환신단 으로 얻었던 기본 내공의 두 배에 가까운 내력이 갑자기 주입되자 강 해진 공력의 흐름을 긴장한 상태에서 몸이 견디지 못한 것이였다. 주 영웅은 진선의 맥을 짚은 후 그렇게 진단했고 진선도 그렇게 판단을 내렸다. 거의 신의(神醫)의 경지에 다다른 두 사람의 주장에 의심을 갖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 한 순간의 실수때문에 도화령은 달마신검을 빼앗겼고 진선은 수많은 군웅들 앞에서 바보가 되버린 것이다. 도화 령은 애써 내색하지 않으려 했지만 실망을 완전히 감추지는 못했다. "차라리 잘 된 일일지도 모르죠. 달마신검을 가지고 있음으로 해서 생기는 부담은 없어졌으니. 그 소매치기 녀석의 행방은 수많은 무림 인들이 알아서 찾아 줄테니 우리는 조사나 충실히 하면 되겠군요." 진선은 태연자약하게 앞에 놓인 찻잔을 입으로 가져갔다. "..." 도화령은 이 상황이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았다. 검을 처음에 찾은 건 자신이였지만 어느 세 상황은 진선과 조영웅 둘에 의해 끌려가고, 자 신은 그저 그들을 따라가는 형상이 되어 버렸다. "검이 없는데 무슨 조사입니까." 도화령은 퉁명스럽게 중얼거렸다. 그게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의 말이였다. 상황의 주도권, 게다가 들고 있던 검까지 잃어버린 자신의 모습에 불만은 있었지만 그렇다고 자신을 전심전력으로 도와주는 진 선에게 대고 '그건 내 검인데 왜 당신 마음대로 그런 걸 결정하는 거 요?' 라고 대들 수도 없는 노릇이였다. 그 상황에서는 진선의 방법이 최선이였다는 것을 모를 만큼 도화령이 바보는 아니였다. "모든 상황, 즉 누산의 달마신검이 나온 장소와 소림의 자료, 그리 고 소문의 발원지를 뒤져본다면 검을 쥐고 있는 것보다 더 정확한 조사가 가능합니다. 검 자체는 이미 몇 번이나 조사했었으니까요." "확실히 그렇습니다." 조영웅은 똑똑한 대답을 한 아이를 칭찬하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진 선을 바라보았다. 그 미소는 역시 신비스러울 정도로 매력적이였지만 이미 한번 당한(?)바가 있는 진선은 당황하지 않고 그것을 감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웬지 불길한 예감이 들어요. 앞으로 뭔가 엄청난 일이 벌어 질 듯한 느낌이.." 남궁란이 중얼거렸다. 그때, 2년 전의 일이 갑자기 주영웅의 모습에 겹쳐 떠올랐다. "글쎄.." 진선은 마지막 남은 차를 다 마셔버린 후 앞에 놓인 투명한 수정구 옆에 찻잔을 내려놓았다. 자신도 마찬가지 심정이였던 것이다. 무언가가 자신의 머리로도 이 해할 수 없을 정도로 미묘하게 꼬여가고 있었다. 엉망이 된 지금의 상황과는 별개로, 어느 부분인가에서 조각퍼즐의 한 모서리가 빠져나 간 듯한 느낌이 들었다. 진선은 앞에 놓인 수정구를 바라보았다. 자신이 달마신검에 걸어놓 았던 위저드 마크(Wizard mark)와 급조한 천리안의 수정구, 그리고 누구에게도 밝히지 않은 몇 가지 자료들을 연결한다면 그 빠진 부분 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아마도, 이 장소의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내 용임에 틀림없다. 진선은 그렇게 확신했다. ---------------------------------------------------------------- 2장이 끝났습니다. 역시 무스토리 무설정 전개는 단점이 많군요; 저도 예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사건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저는 캐릭 성격과 초기 상황설 정을 한 후 각 캐릭터들의 행동에 따라 글을 진행하는 방식을 쓰고 있는데, 그러다보니 등장캐릭의 비중에 따라 글의 성격 자체가 완전 히 바뀌어버리는 단점이 생기는군요. 남궁란이나 조영웅 같은 캐릭이 등장하면서 글이 완전 무협지화되어간다는 지적도 들어왔었죠; 솔직 히 2장 부분은 일부러 그렇게 만든 것도 있긴 하지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강호신행기가 무주제의 글은 아닙니다. 그렇 게 된다면 프란은 자신의 환타지관을 부정하는 셈이 될테니까요--; 3류 무협지에 대한 패러디이자 코믹엽기마법물로써의 강호신행기는 소설이 끝나는 순간까지 유효합니다; 어쨌던 지적해주신 chatmate님 감사합니다^^; 오늘의 마법~# 위저드 마크(Wizard mark): 물체에 마법적인 표식이나 메세지를 적어 넣는 마법이다. 이 표식은 기본적인 마력 탐지를 통해 읽을 수 있 다. 기본적으로는 소유자의 이름을 표시 안나게 적어넣을 때 사용 하며, 이 마법으로 물체에 특정한 마력어를 적어 탐지를 쉽게 할 수 있게 만들거나 소환을 가능하게 하는 등 수많은 응용법이 있 다. 제대로 위저드 마크가 새겨진 물건이라면 바로 대책을 세우지 않는 한 반쯤은 그 마법사의 물건이나 마찬가지라고 해도 무방하 다.(--); 3. 第三章 - 전운(戰雲). 무림은 피로써만 나아갈 수 있는가? 끝없이 이어지는 혈투.. ---------------------------------------------------------------- 무림맹(武林盟). 그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천하에 없다. 처음 무림맹은 단순히 구파일방을 중심으로 한 백도 무림간의 의견 차를 조정하기 위한 회의기관 정도에 불과했었지만, 마교를 중심으로 한 사파무림에 대항하기 위해 정파도 무림맹을 중심으로 뭉치면서 차 츰 그 권한이 강화되어 지금은 무림맹 자체가 정파를 통제하는 하나 의 거대한 조직체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무림맹주는 단순한 명예직 이 아닌 실질적인 전 백도무림의 통지자였다. 마교가 멸망하면서 무림맹의 존재는 빛을 잃어갔지만 남아 있는 사 파들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는 명목으로 무림맹의 권한은 갈수록 커져 가기만 했다. 어느 조직이던간에 특권을 잃고 싶어하지는 않는 법이 였다. 4년마다 바뀌는 무림맹의 맹주는 현재 철혈문주 철기신장(鐵騎神將) 철하위라는 자로써, 무림삼가 중 가장 강대한 힘을 가지고 있는 철혈 문의 문주였다. 철혈문은 이름에서 느껴지듯 일반 무림과는 달리 중 무장한 철기(鐵騎)를 주력으로 하는 특이한 문파였다. 문파의 특성에 걸맞게 그의 성격도 거칠고 불 같은 면이 있어, 무림맹에 속한 문파 들의 걱정을 끼치게 만드는 일이 자주 있었다. 오늘도 예외는 아니였다. "무림맹 소속 6개 소문파가 봉문되거나 무림맹을 탈퇴하다니! 그게 말이 되는 소리요?" "6개만이 아니오. 무림맹에 속하지 않은 9개의 문파를 합치면 총 15 개지. 이거 일이 갈수록 심해지는구만 그래. 쯧쯧.." 개방 방주인 무영신개 유풍기가 혀를 차며 앞에 놓인 찻잔을 들어 물 마시듯 꿀꺽꿀꺽 삼켜버렸다. 일문의 지도자로써 고상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는 다른 참가자들은 고급 비단과 자단목으로 만들어진 탁 자에 어울리지 않는 거지가 앉아서 차를 물 마시듯 하는 꼴을 별로 마음에 들어하지는 않았지만 맘에 안든다고 어쩌겠는가? 개방은 엄연 한 구파일방 중 하나인데. "그들은 모두 대치하고 있던 흑도 문파들의 공격을 받아 그런 꼴이 된 것 아니요? 왜 주변에 있던 구파일방에서는 아무도 구원을 보내 지 않은 거요! 그 문파들이 흑도에 항복하거나 봉문당하면 그만큼 무림맹의 세력이 줄어든다는 걸 모른단 말이오?" 성질 급한 철하위는 자신의 성격을 자랑이라도 하듯 탁자를 내리쳤 다. 놀랍게도, 그의 자리 앞에는 수십 개의 손바닥 자국이 찍혀져 있 어 그가 얼마나 자주 탁자를 내려치는가에 대한 물적 증거가 되고 있 었다. 일설에 의하면 처음에는 매번 탁자를 바꾸었지만 결국 자금낭 비라는 무림맹 자금관리담당부서의 의견에 따라 그냥 놔두기로 했다 고 한다. "무량수불.. 그들 문파는 아무도 구파일방에 구원을 요청하지 않았 습니다. 게다가 그들은 각자 대립하고 있던 흑도 문파들과 싸워 패 배한 것인데다 그쪽도 다른 곳의 지원을 받은 흔적이 없으므로 구파 일방에서 구원군을 파견한다면 천하에 비겁한 일이 되고 맙니다." "아미타불.. 맹주께서는 자신의 권한에 맞는 사려를 가지는 것이 필 요할 것 같소. 천하무림을 지도하는 무림맹주가 그렇게 성급하게 판 단을 내려서야 그 아래 사람들이 어찌 침착하기를 바라겠소?" 무당 대표인 청허자에 이은 소림 대표 불광선사의 말에 철하위는 인 상을 팍 찡그렸다. 하지만 대놓고 뭐라 할 수도 없는 것이, 그들의 말은 모두 이치에 맞는데다가 배분으로 따지자면 불광선사의 경우 자 신보다 반 배분 이상 높은 인물인 것이다. "선사께서는 언제부터 입이 그리 거칠어진 것이오? 작년까지만 해도 생불이라 불리시던 분께서 말이오." 철하위의 말투는 꼭 친구에게 꾸지람을 들은 소년 같았다. -물론 본 인에게 그렇게 말했다가는 천하를 독보하는 철환장(鐵紈掌)에 맞고 저승구경을 하게 될 것이다- 하긴, 그 정도 말에 흥분할 정도의 인물 이 백도무림을 총괄한다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본방의 정보에 따르면, 최근들어 상당수 흑도 문파들의 세력이 강 해져가고 있고, 신흥 문파들도 세력을 넓혀가고 있다고 하오. 재미 있는 것은, 그 신흥 문파들이라는 녀석들은 간덩이가 부었는지 백도 문파의 영역 안에 터를 잡고 주위 문파들을 밀어내고 있소." "유방주의 말은, 그것이 누군가의 지원 하에 이루어지고 있다는 뜻 입니까?" "본방의 정보에 따르면 그렇소. 게다가 달마삼검 건도 수상한 부분 이 여기저기서 잡히고 있지." 달마삼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모두의 시선이 불광선사에게로 돌 아갔다. 그때였다. 회의실 밖에서 작은 기침소리가 들려왔다. 방 안의 사람 들이야 모두 최절정고수들이니 그런 걸 모를 리는 없었다. "누군가?" "비운연 주 소저와 동행인이 불광선사를 뵙기를 요청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동행인?" "전하는 말로는, 하예련이라는 이름을 대면 선사께서 2초안에 튀어 나온다고.." "잠시 다녀오겠소. 관세음보살.." 정확히 2초만에 불광선사는 회의실을 빠져나갔다. * * * "그동안 몸 편히 지내셨어요?" 진선은 자신의 앞에 있는 웬 청의미공자를 보고 당황하는 불광선사 앞에서 머리를 살짝 쓸어넘겼고, 동시에 밝은 갈색으로 변한 긴 머리 가 등 뒤로 흘러내리며 원래의 옅은 푸른색 눈동자가 드러났다. 예련 의 마법에 대해서야 익히 잘 아는 불광선사였기에 별로 놀람은 없었 지만 옆에 있던 무림맹 소속 시종은 뒤로 넘어갈 듯한 표정을 지었 다. "덕분에 잘 있었네. 그런데 소저의 동작이나 손에 든 물건으로 보아 그세 상당한 무공을 얻은 모양이군." "예. 재미있는 기연을 얻은 덕분에 이 모양이 됐죠." "아니, 이게 무슨 일이요? 생불로 명성이 자자한 선사께서 중요한 회의를 빼먹고 묘령의 미녀와 환담을 나누다니." 난데없이 회의실 문을 열고 무영신개가 빼꼼이 얼굴을 드러냈다. "오랜만에 만난 벗을 두고 환담을 나누는 거야 당연하지 않소. 방주 께서는 방금 무슨 생각을 한 것이오?" 무영신개는 순간 말문이 막혀버렸다. 그는 안그래도 작은 눈을 가늘 게 뜨고 불광선사를 바라보더니 결국 배꼽을 잡고 웃음을 터트렸다. "푸하하핫! 내 최근 불광선사가 만담(漫談)의 도를 깨우쳤다는 이야 기는 들었소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소다! 하하하.." "..1년동안 많이 오염됐었군." 예련은 두 사람에게 들리지 않게 중얼거렸다. 잠시 후 웃음을 그친 무영신개는 예련의 소개를 받고 곧이어 예련과 진선이 동일인이였다는 사실을 듣자마자 막 마시려던 차를 몽땅 허공 에 뿜어내는 놀라운 묘기를 선보인 후 -반쯤은 자의적인 티가 풍기는 장면이였다. 오버액션이 이 거지의 취미인 것은 아닐까?- 그녀를 무 림맹 회의실로 안내했다. "...그러니까, 달마삼검 건이 누군가의 음모일 가능성이 높다 이건 가?" 예련의 이야기를 다 들은 철하위가 인상을 찡그렸다. "그렇습니다. 이 일 때문에 소림을 찾아갔는데, 여기서 무림맹 회의 가 있다더군요. 그래서 소림 측의 자료를 얻기 위해 급히 찾아온 것 입니다." "음..." 그동안의 일과 자신이 알아낸 것들을 종합한 예련의 설명은 확실히 논리성이 있었다. "선사, 소림이 무언가를 알고 있다는 게 사실이오?" "소림이 특별한 것을 알고 있지는 않소. 하지만.." "하지만?" 화령문주 도옥기가 급히 되물었다. 그로써는 당장이라도 아들의 안 위에 대해 묻고 싶은 심정이였지만 일문의 문주 체면상 그러지도 못 하고 앉아 있었던 것이다. "달마삼검에 대한 조사 결과, 최소한 소림에서 그 검법이 외부로 유 전된 일은 없었다는 결과가 나왔소. 아미타불.. 소림 내에서도 존재 유무가 분명하지 않은 검법인만큼 공허(空虛) 방장은 달마삼검 건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고 조사만을 하기로 결정한 거요. 실로 하 소저의 심계는 놀라울 뿐이오." "으음.." 모두의 안색이 침울해졌다. "만약 그것이 음모라면, 그것을 계획한 자는 누구이겠소?" 화산파의 수석장로가 한 말은 질문이라기보다는 확신에 가까웠다. "마교.." 좌중은 침묵에 휩싸였다. * * * 예련이 참가함으로써 회의는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마교를 모든 일의 중심으로 놓고 보면 이야기는 거의 완벽히 맞아떨어졌다. "하 소저는 지금 흑도 세력의 팽창이 마교의 지원에 의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인가?" "아마도요. 저라면 마교에 복속하는 댓가로 병력이나 자금 대신, 보 유한 마공중 일부를 건내주었을 것입니다. 무공비급이라면 전혀 눈 에 뜨이지 않고 세력을 늘릴 수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그래! 맞아맞아, 최근들어 흑도 각 문파의 고수들이 연공에 들어갔 다는 보고가 자주 들어왔네. 그들이 새 무공을 익히고 있다는 증거 야! 난 놈들이 마교의 무공비급을 나눠줬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는 데, 자네는 어찌 그렇게도 머리가 좋은가?" 무영신개가 좋아서 박수까지 치며 외쳤다. 천하의 정보통이라는 개 방의 문주인 그는 최근 흑도 문파들이 개방의 정보통을 비웃기라도 하듯 암암리에 세력이 확장되는 것 때문에 골머리를 싸매고 있었던 것이였다. "학자니까요." "흥, 노화자가 못 배운 거지라고 무시하는 건가?" "자기비하는 정신건강에 안 좋죠. 거지 할아버지." 무영신개의 눈이 동그래졌다가 너털웃음을 터트렸고, 청허자는 뜨악 한 표정을 지었으며 철하위는 이 불경스러운 계집을 당장 때려 죽일 까 말까 하는 시선으로 예련을 노려보았다. "하하핫.. 내 오래 살다보니 멀쩡한 처녀에게 이런 소리도 들어보는 군 그래. 선사, 내 자네 전인(傳人)이 참 맘에 드는군 그래?" 할아버지는 별로인데.. 예련은 장소를 생각해서 그 말은 입밖에 꺼 내지 않았다. -------------------------------------------------------------- 후아~ 지겨워 지겨워 지겨워~~ 대체 몇회째 이런 잡담만 하고 있는거냐--; 잡담은 이번화를 마지막으로 끝이닷! 오늘의 마법~# ...또 쉬어야 하나..;; 지금까지 소개된 비공격마법 갯수는 총 38개.. 그래도 완결 전에는 100개 채우겠군; 3. 第三章 - 전운(戰雲). 무림은 피로써만 나아갈 수 있는가? 끝없이 이어지는 혈투.. ---------------------------------------------------------------- "일단 이 일이 마교의 음모임이 확실한 만큼, 무림맹에서도 그에 걸 맞는 대응을 해야 하오." "하지만 현재 마교라는 집단은 공식적으로는 존재하지 않소. 맹주는 유령을 상대로 소송이라도 걸 작정이시오?" "젠장, 그럼 어쩌자는 거요?" "일단 각 흑도의 문주들 중 마교과 관련이 있는 무공을 쓰는 사람이 있으면 증거를 댈 수 있소." "그들이 그리 쉽게 드러내지는 않을 것이외다. 무량수불..." "하지만 그 외의 방법은 당장은 나오지 않을 듯 싶소." "이렇게 수동적으로 대응하는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지겠소?" "일단 신흥문파들에 대한 철저한 조사부터 해보죠? 그들은 십중팔구 마교측에서 직접 지원한 문파일테니.." "그건 이미 진행중이지 않소?" "그렇지. 그 좀도둑 녀석이 잘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럼 무림맹 전체로써는 뭘 해야 하는거요? 마교의 움직임이라면 무림맹 차원에서 대응해야 하오." "생각해 봅시다.." 대강 이런 식으로 정신없이 진행된 brain-storm(난상토론)은 약 두 시간 정도 진행된 후 일단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그 시간 동안 회의 에서 얻은 결과라고는 회의실의 평균기온과 이산화탄소 비율을 10% 정도 올린 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아미타불.. 마교의 계획을 구상한 자는 아마도 고금에 보기드문 천 재임에 틀림없소. 대응할 방법이 없구려." "..모두들, 마교측에 맞대응해서 이쪽도 무공비급을 풀어놓자는 말 이 나오는 걸 꺼리고 있는 눈치더군요." "그렇네. 무림인, 그리고 문파에게 무공비급은 생명 이상으로 소중 한 것.. 그런 것을 휘하 소문파들에 대량으로 풀어서 흑도 전체의 전력을 높인다는 것은 실로 마교 외에는 누구도 해낼 수 없는 발상 이지." "그렇다면.. 쳇, 아무것도 아니예요." 예련은 천마동부의 비급 예기를 꺼낼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그것들 은 하나같이 각 문파의 실전비급이라 공개한다는 건 말도 안 되고, 설령 주인들에게 돌려줘본들 그들이 다른 무공을 내놓을 리도 없는 것이다. 특히 화산파의 경우 과거 육합권의 진수가 외부로 유출되어 현재 강호의 3류 무사도 쓸 수 있는 하급무공이 되어버린 일에 수백 년이 지난 지금도 이를 갈고 있는 판이니 -사실 그 사건 이후 무림의 평균 무공수준이 제법 올라갔다고 한다.- 무공을 더 내놓는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일 것이다. 잠시 후, 회의가 속행되었다. 예련은 달마삼검 건이 마교의 음모임 을 밝히면 문제가 해결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고 이에 불광선사와 무 영신개가 찬성함으로써 무림맹 차원에서의 대응을 마련하기로 결의했 다. "나무관세음보살.. 이미 달마삼검을 쟁탈하기 위해 백여 명 이상의 무림인들이 목숨을 잃었소. 이것이 백도무림의 힘을 약화시키기 위 한 마교의 음모라면 그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적절한 대응이 있어야 할 것이오." 그 말에 의의를 다는 사람은 없었다. 그들 모두는 전 무림에서 내노 라하는 지혜와 경험을 갖춘 자들이였다. 결코 누군가의 음모 따위에 쉽게 휘말려들 만큼의 바보들이 아닌 것이다. 잠시 후, 회의는 달마신검 쟁탈전 때 나타난 흑도의 거마(巨魔)들과 신비의 인물들에 대한 내용으로 옮겨갔다. 인간의 것으로 보이지 않 는 환술을 난무하는 진선은 예련의 남장모드인것으로 판명이 났으니 할말없지만 -무영신개가 진선에 대해 설명했을 때 모두는 예련을 바 라보며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삼마가 한꺼번에 나타난 것만으로도 무림맹에 노란불이 켜질만한 일인데다 음면마불을 때려잡은 남궁란, 그리고 삼마를 단신으로 격퇴한 조영웅이라는 인물에 대해서는 빨간 불을 켜고 대응해도 모자랄 일인 것이다. "실로 무림에는 은거기인(隱居奇人)이 많구려. 게다가 남궁소저와 조영웅이라는 자는 기껏해야 약관의 나이가 아니오?" "우리 같은 늙은이들이 헛살았음을 느끼게 해 주는 밥맛없는 녀석들 이지. 남궁란에게는 철권봉황(鐵拳鳳凰), 조영웅에게는 복마신협(伏 魔神俠)이라는 별호가 붙었다더구려. 특히 복마신협이라는 별호는 과거 절대신협 제무천의 후예라는 뜻에서 비슷하게 만들어졌다나 뭐 라나? 뭐, 구파일방의 검법을 몽땅 다 써먹었다니 그럴만도 하지." 무영신개가 다시 찻잔을 원샷해버렸지만 좌중에서 입을 여는 사람은 없었다. 그들 문파의 진산비급을 장문인이나 수석장로인 자신들보다 더 완벽하게 사용하는 사람이 있다는데 기분이 좋을 리가 있겠는가? "절대신협 제무천의 후예라.." "그렇소. 들리는 바에 따르면 그는 마교의 음모를 막기 위해 무림에 나왔다고 하오. 하지만 나타나자마자 사라져버린 탓에 그에 대해서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소. 단 한 사람을 제외하면." 화산파의 제일장로 손적의 시선은 예련에게로 가 있었다. "일단 조영웅은 남궁란과 함께 누산에서 달마신검의 흔적을 조사하 도록 부탁했습니다. 지금쯤 그곳에 있겠죠." "무량수불.. 하 소저가 보이게 그는 어떤 사람이였소?" "..." 잠시 예련은 생각에 잠겼다. 지금까지 본 수많은, 인간과 인간이 아닌 존재들 중에서도 그만큼 파악하기 힘든 사람은 드물었다. 무엇보다 그 미소.. 그것은 단순히 매력이라던가 사람을 사로잡는 분위기이라고 부르기에는 부족했다. "뭐랄까.. 흡입력이랄까. 어쨌던 그런 힘이 느껴지더군요. 그리고 그 분위기, 탈속한 듯한 느낌이였지만 그런 단어로는 표현이 불가 능할 것 같은.." "흠, 조영웅이 준미절세(俊美絶世)한 미공자라는 말을 들었지. 설 마.." 무영신개가 놀리듯 중얼거렸지만 예련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의 미 소와 분위기, 그것이 가져다 준 낙인(烙印)같은 인상에서 무언가를 떠올린 것이였다. 자신이 그 때 왜 그렇게 충격을 받았는지, 그리고 그것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맞아요. 그 분위기는.. 차라리 인간을 초월한 어떤 존재에 가깝다 는 느낌이 들더군요. 인간의 형상을 하고는 있지만, 인간을 넘어선 존재감.." 예련은 눈을 감은 채 중얼거리며 기억을 되돌렸다. 자신의 기억 속 에서 조영웅과 가장 닮은 분위기를 가진 존재는... "자자, 지금은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오. 문제는 그가 진짜로 절대 신협의 후계자인지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오. 그 점에는 하 소저와 유 방주께서 수고해 주시지 않겠소?" "그렇게 하겠소. 의의 있는 분 있소?" 손을 드는 사람은 없었고, 발을 드는 사람은 더더욱 없었다. 뭐, 예 련의 입장에서야 꼬리나 머리를 드는 사람이 없는 것만으로도 진지한 회의 분위기라고 표현해 주겠지만.. "이번에는 소저가 싫다고 해도 철운비를 붙여주겠네. 동행하도록 하 게나." 불광선사의 말이였다. * * * "조금만 더 가면 누산 창월봉입니다." "휴..여기까지 오는데 시간을 너무 지체한 것 아닐까요?" 무표정한 미청년과 실실 웃고 있는 늙은 거지를 좌우에 데리고 걷고 있는 예련이 중얼거렸다. 아직 그녀의 마법 실력은 다른 사람을 데리 고 텔레포트(Teleport)를 시전할 수준이 아니였다. 결국 경공 수준을 믿고 달리는 방법뿐. 하지만 경공의 수준은 비슷할지라도 내공이 무 영신개의 1/3, 철운비의 3/5에 불과한 예련은 마나를 내공으로 전환 해 가면서도 무영신개를 따라가지 못해 중간에 쉬어야 했고, 결국 시 간은 더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 "뭐, 이 정도면 빠른 셈이지. 소저가 천외천(天外天)에서 왔다는 이 야기는 들었지만 대체 무슨 수로 하루만에 파양호에서 숭산에 들렸 다가 무림맹 총단까지 온 건가? 이 거지의 머리로는 이해가 안 되는 구만." "경공으로 달려온 건 아니죠. 뭐, 그 이상은 설명이 안 되는군요." 불광암으로 텔레포트하는 순간 철운비와 좌표가 겹쳐버릴뻔한 기억 을 떠올리면서 예련은 고개를 저었다. "좋아좋아. 그보다 중요한 건 앞으로도 시간은 제법 더 지체해야 한 다는 것일세." 무영신개가 손에 들린 청죽장을 신경질적으로 빙빙 돌리더니 느닷없 이 고함을 질렀다. "야, 이놈들아! 뭘 얻어먹을 게 있다고 거기 숨어 있냐? 내 구십 평 생에 거지를 털어먹는 강도라는 건 첨 듣는군그래." 그의 고함에는 한 갑자나 되는 내공이 실려 있어 주변이 웅웅거리는 공명음을 일으켰다. "?!" 무영신개의 외침과 동시에 사방에서 흑의인들이 그림자처럼 솟아나 왔다. 그들의 수효는 정확히 이십 팔 명이었는데 그 배치는 기이하여 암암리에 살기를 품고 있는데다 손에는 예리한 녹광을 뿜는 검이 들 려 있어 누가 보아도 평범한 강도는 아니였다. "역시 명불허전(名不虛傳), 무영신개의 안목은 예리하구려." 맨 뒤에 서 있는 흑의인이 가볍게 목례했다. 그의 목소리는 차가우 면서도 맑게 울려 정종의 상승내공을 수련한 사람임을 짐작케 했다. "안목이고 수목(水木)이고 간에 넌 뭐하는 녀석이길래 날 알면서도 막는단 말이냐?" "죄송하지만 그 점은 말씀드릴 수가 없소. 다만 우리는 하 소저를 모셔오라는 분부를 받았기에 그것을 실행할 뿐이오." "나를?" 청의경장을 차려입은 예련이 손가락으로 자기 얼굴을 가리키면서 멍 하게 되물었다. 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미인계라고 주장했을 정도로 귀여운 모습이다. 하지만 상대는 눈에 하트를 띄우는 대신 가볍게 손 짓을 했고, 동시에 흑의인들이 세 사람 주위를 맴돌기 시작했다. 하 나하나가 발걸음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것이 보통의 고수가 아니였 다. "본 영주(令主)는 벽운선녀에게만 볼 일이 있으니 두 분 대협께서 물러난다면 아무 해도 가하지 않겠소." 철운비가 그답지 않게 피식 웃었다. "그대는 자신이 한 말이 아무 의미도 없음을 알고 있을 것이오. 괜 히 입만 아프게 떠들 필요 없소." '..불광암의 사람들이 전부 이상하게 변해버렸네?' 철운비가 저런 말투를 쓴 적이 한 번도 없음을 잘 아는 예련은 고개 를 갸우뚱거리면서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 늦다 늦어--; 어제는 술먹고 지하철이 끊겨 친구 집에서 자고.. 오늘은 오후에 일어나서 목욕하고 또 낮잠자고.. 정말 덧없이 보낸 주말이였다.-- 뭐, 그래도 70m짜리 자이로드롭은 꽤 탈만했다; 친구녀석은 때려죽여 도 두번다시 안타겠다고 중얼거렸지만.. 오늘의 마법~# 텔레포트 워프(Teleport warp): 말 그대로 텔레포트. 특징이라면 미리 도착용 마법진을 그려놓은 장소에만 갈 수 있다는 점이다. 덕분에 안전성은 높지만 한 사람이 만들 수 있는 도착용 마법진 수는 제한되어 있다. 예련 수준이라면 3 개가 고작이며 지금은 불광암, 누산 천마동부, 파양호(텔레포 트 사용시 돌아올 때를 대비해 출발지점에 마법진을 설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에 각각 세트되어 있다. 3. 第三章 - 전운(戰雲). 무림은 피로써만 나아갈 수 있는가? 끝없이 이어지는 혈투.. ---------------------------------------------------------------- "과연 그렇군. 여기서 벽운선녀를 내버리고 도망간다면 그건 백도의 인물이 아니겠지." 영주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냉소했다. 하지만 그 말투에 비웃음은 나 타나 있지 않았다. 철운비의 시선이 영주에게로 향했지만 그는 좌우의 흑의인들과 마찬 가지로 눈만 빼놓고 얼굴을 모두 복면으로 가리고 있어 그 표정을 짐 작할 수가 없었다. "하 소저, 일단 이 자들부터 상대해 보겠소?" 그의 손짓과 동시에 흑의인들의 뒤에서 다섯 명의 인영이 튀어나왔 다. 하지만 하나같이 눈동자에 푸른 인광이 번득이는 것이 정상적인 인간의 모습은 아니였다. "이건.. 이혼강시?" 확실히 그것은 백골시귀가 부리던 이혼강시였다. 보통 사람의 눈에 야 시체는 다 같은 시체로 보이지만 어둠의 존재들의 파동을 감지할 수 있는 예련은 그 종류를 정확하게 구분할 수 있다. 예련이 놀랄 틈도 없이 이혼강시들은 키이익 하는 기합인지 비명인 지 구분이 안 가는 소리를 내지르며 일행에게로 달려들었다. "이런 썩어빠진 시체들로 뭘 하겠다는 거냐?" 무영신개가 냉소하며 일장을 날렸다. 굉음과 함께 흙먼지가 일어나 며 격중된 이혼강시 셋이 달려들 때와 거의 맞먹는 속도로 뒤로 튕겨 나갔다. 하지만 나머지 둘은 그대로 예련을 노리고 달려들었다. 예련은 마법을 쓰는 대신 무상반야진기를 극도로 끌어올리면서 그대 로 두 이혼강시의 공격을 맞받아쳤다. 펑 하는 폭음과 함께 예련이 인상을 찡그리며 한 걸음 물러났다. 하 지만 예련의 신뢰일경(神雷一經)을 정면으로 맞은 이혼강시들은 그대 로 공중에서 한 바퀴 돌면서 나가떨어져버렸다. "확실히 하 소저의 심계는 대단하군. 하지만 그런다고 소용이 있을 까?" 영주의 말과 함께 이혼강시들 중 무영신개에 의해 거의 박살난 한 녀석을 제외한 나머지 넷이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그와 함께 흑의인 들도 검을 꼬나쥐고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 저 이혼강시들이 자신의 신성마법을 확인하기 위한 실험도구라는 것 은 예련도 이미 알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상대방의 페이스를 흐트러 트려 보려고 일부러 무공으로 상대한 것이였지만 어차피 자신의 존재 는 이미 저들 -십중팔구 마교일 것이다- 에게 들통났고, 시간을 끌다 가 이혼강시들과 흑의인들이 한꺼번에 덤빈다면 오히려 손해였다. 영 주의 계산에 말려드는 셈이 되어 찝찝하기는 했지만 예련은 주저없이 이혼강시들을 터닝했다. 비명 한 마디 없이, 이혼강시 전원은 '정화' 되어 평범한 시체로써 땅 위에 누울 수 있는 축복을 누리게 되었다. "역시.. 실로 대단한 선술(仙術)이군. 하 소저는 혹시 본문에 가입 할 생각이 있소?" "가입?" 느닷없는 질문에 반응한 것은 예련이 아닌 무영신개였다. "그렇소. 소저의 능력을 본문을 위해 사용한다면 천하의 누구도 부 럽지 않을 부와 명예를 약속하겠소." "음.. 괜찮은 생각인데, 그 전에 그 본문이라는 게 뭔지부터 좀 가 르쳐 주는 게 어떨까요?" "그건 확답을 받기 전에 말할 수 없소." "그럼 됐어요." 예련은 딱 잘라 말했다. 말장난으로 정보를 뜯어낼 만한 상대가 아 니였다. 영주의 복면 속의 얼굴이 어쩐지 희미한 미소를 띄우는 것 같은 느 낌이 들었다. "거절한다면, 소저에게 남는 것은 죽음밖에 없소." 상대방을 죽이겠다는 말을 하면서도 영주의 목소리는 차분하고 정중 했다. "웃기고 있군. 거기 시꺼먼 녀석 마음대로 될 것 같으냐?" 무영신개는 말과 동시에 무서운 속도로 정면의 흑의인들을 향해 달 려들었다. 저들이 진법이라도 발동한다면 이쪽이 불리해지는 것은 자 명한 일. 무림의 백전노장다운 행동이였다. 느닷없는 돌격에 흠짓하던 흑의인들은 영주의 손짓에 따라 급히 진 형을 형성하며 무영신개의 공세와 부딛쳤다. 콰쾅-! 주위에 경풍이 휘몰아치며 무영신개는 놀랍게도 세 걸음이나 뒤로 밀려나갔다. 기습은 좋았지만 흑의인들의 반응이 예상외로 빨랐던 것 이다. "소용없는 짓. 설령 이들을 돌파한다고 해도 본 영주는 이곳에 이미 천라지망(天羅地網)을 베풀었으니 나는 새라도 빠져 나갈 수는 없을 것이오." 담담한 말투였지만 그 속에 담긴 의미는 이미 일행이 이곳에 올 것 을 예측하고 있었다는 뜻. 마교의 잔재인지 뭔지는 몰라도 정보력이 대단한 것만은 틀림없었다. 하지만 예련은 태연했다. "음..그 말이 사실인지 확인해 볼까요?" 예련의 입에서 주문이 흘러나왔다. 그녀의 주문이 극히 위험함을 잘 아는 영주는 공격명령을 내릴 틈도 없이 일검을 날렸다. 한 줄기 백 광만이 비스듬히 뻗어나오는 극쾌(極快)의 발검술. 이 정도면 무림일 절(武林一絶)로 뽑히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공격은 급히 앞으로 나선 철운비에 의해 아슬아슬하게 가 로막혔고 예련은 주문을 완성시켰다. "폴리모프 셀프(Polymorph Self)." 예련의 몸이 반투명한 빛에 감싸였다. 난데없는 현상에 놀란 일행이 그 모습에 놀라는 사이 빛은 점점 작아지더니 잠시 후 사라졌다. 그 리고 그 자리에 있는 것은 어른 손바닥만한 길이에 긴 꽁지깃이 달린 파란색의 참새 비슷한 새(..)였다. "이, 이게 무슨 조화.." 그 파랑새는 황당한 나머지 말을 더듬거리는 영주에게 몇 번 짹짹거 린 후(--) 그대로 하늘로 날아올랐다. "쏴라!" 그제서야 상황을 알아챈 영주는 급히 명령을 내렸고 풀숲 여기저기 에서 빛이 번뜩이더니 은색 선이 람보 기관총마냥 연달아 날아들기 시작했다. "유성은환비침(流星銀環飛針)?" 철운비가 처음으로 놀란 표정을 지었다. 유성은환비침이라면 무림의 환우칠대암기(患憂七大暗器)중에서 다섯 번째로 뽑히는 암기가 아닌 가? 여섯 개가 한 조가 되었을 때 오 장 안에 있는 목표라면 제아무 리 신법이 빨라도 피할 수 없으며, 호신강기조차도 뚫고 들어갈 수 있는 공포의 암기. 하지만 불행하게도 암기가 날아오는 곳과 예련과의 거리는 비침의 유효사정거리의 두 배인 십 장 이상. 예련 일행과 상대하고 있던 흑 의인들은 모두 검수(劍手)였고, 유성은환비침은 한참 뒤에 매복하고 있었던 것이다. 파랑새로 폴리모프한 예련은 그야말로 유유히 암기들을 피해 하늘로 날아올랐다. 십 장이라도 본래의 예련이라면 어떻게 맞춰볼 수 있었 겠지만, 손바닥만한 새가 날아가는 걸 암기로 맞추기는 그리 쉽지가 않았다. 게다가 암기 사수들도 거의 패닉상태였던 것이다. "..이보게 철소협. 자네 스승은 천년묵은 구미호를 전인으로 삼았 던가?" "..." 멍하니 검을 들고 하늘만 쳐다보는 영주와 흑의인들 위로 십오 장 정도 올라간 파랑새는 그들 머리 위를 크게 한바퀴 돌더니 다시 본래 예련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하하하, 아까 천라지망으로 나는 새도 잡을 수 있다고 하지 않았었 나요?" "그, 그건.." "그럼 이번에는 제가 공격하죠." 예련은 엄청 즐겁다는 듯 한번 웃더니 다시 캐스팅을 시작했다. 영 주는 이번에는 뭐가 나올지 짐작도 할 수 없다는 듯 급히 검진을 발 동시키면서 암기수들을 불러냈다. 여섯 개의 유성은환비침이 나오자 무영신개와 철운비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브레이크. 일렉트릭 서피어(Break. Electric sphere). 콜 라이트닝 (Call lightning)." 흑의인들과 예련의 중간쯤에 사람 머리통만한 전기의 구체가 생성되 었다. 그리고 곧이어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서 거대한 벼락이 떨어 져 구체에 직격했다. 충격을 받은 구체는 그대로 폭발하듯 터져나갔고 사방으로 엄청난 방전이 일어났다. 허공에 방전된 전하는 벼락이 피뢰침에 떨어지듯이 그대로 지상에 있는 가장 좋은 전도체, 즉 흑의인들의 검으로 유도되 었다. 말은 복잡하지만 결국 줄이자면 들고 있는 검에 벼락이 떨어졌 다는 뜻이다. "크아아악!" 흑의인들은 감전에 의한 고통으로 비명을 지르면서도 훈련에 의한 본능으로 검을 놓지 않았다. 당연히 그들의 고통은 더 가중되었고, 잔인하게도 예련은 그나마 충격을 적게 받은 유성은환비침 사수들에 게 라이트닝 볼트(Lightning bolt)를 추가타로 선사했다. 10초도 지 나지 않아 대부분의 흑의인들은 전기충격으로 기절해버렸다. 남아있 는 것은 유성은환비침 하나와 내공이 높은 영주뿐이였다. --------------------------------------------------------------- 먼 훗날 이번 일주일에 대해 회상한다면 아마도 '술과 함께한 한 주' 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제는 비기 '소주마시고 글쓰기'에 도전해보려다가 해장을 엉터리로 한 관계로 속과 머리가 둘다 안좋 아서 포기했습니다; 심심하신분은 소주 한병을 뱃속 에 집어넣은 후 우유에 콘푸로스트 1인분과 박살낸 생라면 1/3개를 타서 해장국 대신 먹어보시길;; 죽입니다요>. 글 쓸 시간이 상당히 쪼달립니다. 어찌된 게 종강 후 친구들과 한시간 정도만 놀면 글쓸 시간이 빠듯해져버 리더군요;; 오늘의 마법~# 폴리모프 셀프(Polymorph Self): 자신의 모습을 다른 생명체로 변화 시키는 마법. 대표적으로 드래곤은 이 마법에 능숙해 인간 등의 종족으로 변신할 수 있다. 환영이 아니라 생물적인 변신이므로 육체적 능력에 한해서는 변신한 형태의 능력을 쓸 수 있다. 브레이크. 일렉트릭 서피어(Break. Electric sphere): Break. 는 제어마법(Control spell)로써 일반 주문 앞에 붙어서 지속시간이나 범위를 확장하거나 효과를 변경시키는 등 마법에 부가적인 효과를 주는 주문이다. 브레이크는 주문을 일정 위치 에서 터트려버리는 제어주문으로써 가장 자주 사용되는 제어주 문 중 하나이다. Electric sphere는 공중에 전기의 구체를 생성한다. 목표를 향 해 날려보낼 수도 있고 위력은 파이어 볼 정도이지만 폭발하는 것이 아니므로 주변 사람들의 안전이 필요할 때 파볼 대신 쓸 수 있다. - 3GP, 4GW, 5GC, 6GS 프란이였습니다. P.s> 역시 예리해;; 그래도 프란은 숨길려고 숨긴 건데 순식간에 들통나버리다니; 역시 난 바보였던가--; 디아..전용선만 들어오면 배넷해야지~ 나쁜 개통(한통) 넘들ㅠ.ㅜ; 3. 第三章 - 전운(戰雲). 무림은 피로써만 나아갈 수 있는가? 끝없이 이어지는 혈투.. ---------------------------------------------------------------- "..." 마른 하늘에 날벼락을 떨어뜨리는 예련의 능력을 본 무영신개과 철 운비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마지(魔地:마교의 성지) 탐색에 나섰던 불광선사 등의 사람들에게 들은 적은 있었지만 이런 일이 가능할 줄 이야! 그나마 아는 사람이 이 정도이니 예련에 대해 전혀 모르는 영주의 놀람이야 말로 표현하는 게 불가능할 것이다. "저건.. 정말 신선이란 말인가.." 이를 악물고 중얼거리던 영주의 눈에 결연한 빛이 스치고 지나갔다. 쨍그렁 하는 가벼운 금속음과 함께 그의 검이 바닥에 내팽겨쳐졌다. 떨어진 검이 땅의 방전으로 인해 푸른 스파크를 튀겼다. 그리고 영주 는 양 손을 모았다가 왼손을 단전 부근에, 오른손을 머리 위로 올리 는 특이한 기수식을 취했다. "저건.. 용호쌍장.. 설마 그대가 용호쌍검(龍虎雙劍) 하우극이오?" 영주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공중에 뜬 예련을 노려보고만 있었 다. 하지만 무영신개와 철운비의 놀람은 대단했다. 용호쌍검 하우극이라면 사십 년 전 산서 일대를 풍미했던 일대호걸 이 아닌가? 그는 불의를 참을 줄 모르는 의협으로 수백 명의 흑도 고 수들을 처단해 왔다. 그가 하우극 본인이던 그의 전인이던 간에 용호 쌍검의 주인을 일개 영주로, 그것도 복면을 하고 움직이게 만들 수 있는 문파라면.. '빌어먹을! 저 녀석은 분명 하우극 본인이다!' 하우극은 무영신개가 젊었을 때부터 그 물불 안 가리는 성격으로 유 명했다. 자신들이 덤비던 말던 자신은 예련과 결판을 내겠다는 저 눈 빛, 그것만으로도 그가 어떤 자인지 구분하는데는 어려움이 없었다. 그 눈빛은 레비테이션으로 공중에 떠 있는 예련의 눈에도 보였다. 결국 싸워야 하는 건가.. 라고 중얼거렸지만 이 상황에서는 쓸만한 공격방법이 별로 남아 있질 않았다. 하우극이 검을 내버린데다가 주 위에는 방금 전격의 여파로 주변에 전하가 잔뜩 충전되어있어 라이트 닝으로는 목표물을 정확하게 맞출 수가 없다. 파이어볼이나 기타 마 법이라면 가볍게 피해버릴테고, 내려가면 10초도 못버티고 상대의 장 권에 맞아죽을 게 분명했다. 잠시 머리를 굴리던 예련은 가장 간단한 방법을 선택했다. "포인트 오브젝트. 위저드 아이(Point object. Wizard eye). 디멘션 도어(Dimension Door)." 예련의 몸이 허공에서 꺼지듯 사라졌다가 무영신개와 철운비의 뒤에 나타났다. 느닷없이 예련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당황한 영주는 주위를 둘러보다가 두 고수 뒤에 숨은 예련을 바라보고는 눈을 부릅떴다. "선녀는 지금 도망치겠다는 거요?" "도망은 그쪽이 치는 게 정상이 아닐까요? 이미 승패는 결정났어요." "나는 지금 선녀와 결판을 내겠소! 당신에게 자존심이라는 게 있다 면, 내 도전을 받으시오!" "..무사가 검을 내버린다는 건 목숨을 걸고 싸우겠다는 뜻입니다." 철운비가 예련을 보며 말했다. 당연히 예련은 '그런 이야기는 처음 듣는데?' 라는 표정을 지어보였고 그 모습을 본 영주는 고함을 질렀 다. "무림인이면서 그 정도도 몰랐다는 거요?" "..그 전에 한 마디만 묻죠." "?" "지금 당신이 나와 싸우려는 건 당신이 속한 문파를 위한 것인가요, 아니면 자기 자신의 만족을 위한 것인가요?" 순간 영주의 눈빛이 크게 흔들리는 것이 모두의 눈에 들어왔다. "이성적으로 생각해 본다면 일단은 후퇴한 후 다음 기회를 기약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죠. 당신의 주군이 당신만한 인재를 거느릴 자격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의 실패로 중벌을 내리지는 않을 겁 니다." "...." "자신의 명예욕을 만족하기 위해 나와 싸우겠다면, 그만두는 게 좋 을 거예요. 아니면 정말로 부하를 잃고 돌아가면 목이 날아갈가봐 겁이 나는 건가요?" "내가 죽음 따위를 두려워할 사람으로 보이오?" 영주의 외침에 예련은 가볍게 고개를 흔드는 것으로 대답했다. "난 무림인도 아니고, 무사도 아닌 평범한 학자입니다. 당신의 무사 도 정신을 만족시키기 위해 희생해줘야 할 의무는 없어요." "..." 영주는 불길이 이는 듯한 눈으로 예련을 노려보았다. 하지만 예련은 아무렇지도 않게, 편안하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영주를 마주 바라보고 있을 뿐이였다. 그 눈빛에는 전의(戰意)도, 적의(敵意)도 없었다. 한동안 그렇게 예련을 바라보고 있던 영주는 결국 몸을 돌렸다. "퇴각!" 영주와 함께 마지막 하나 남은 흑의인이 숲 속으로 몸을 날렸다. 예련을 포함한 세 사람은 그들이 사라질 때까지 그 뒷모습을 바라보 고 있었다. "..역시 용호쌍검 하우극답군. 하지만 왜 저런 자가 마교의 명령을 받고 있는지.." "협박일지도 모르죠." "협박?" "조금 전 그는 죽음 따위는 두렵지 않다고 했어요. 실제로도 그런 사람이고. 그런데도 마교를 따르고 있다면 자신이 마교가 옳다는 신 념을 가졌거나, 죽음 이상으로 위협이 되는 어떤 협박을 받고 있는 둘 중 하나겠죠. 제가 보기엔 후자예요. 신념을 가진 사람은 결코 자신을 숨기지 않는 법이죠." "그렇군." 무영신개는 감탄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저 흑의인들부터 정리하죠." 묵묵히 둘의 말을 듣고만 있던 철운비가 말했다. 세 사람은 그제서야 바닥에 널부러져 있는 흑의인들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전기충격으로 기절한 놈들이니 놔두면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것이다. 급히 세 사람은 가지고 있던 밧줄을 탈탈 털어서 그들을 몽 땅 묶었다. "일단 본방에 신호를 보내 이들을 압송하라고 해야겠군." 무영신개는 품에서 작은 자갈 같은 것들을 꺼내 땅에 던졌다. "한 시진 정도면 본방의 인원이 달려올걸세. 일단 여기서 기다리도 록 하지. 이거야 원, 늙으니 아무 일도 안해놓고도 몸이 쑤시는군 그래." "안마라도 해 달라고요?" "허헛! 그럼 좋지. 미인의 안마라는데 이 늙은 거지가 마다할 이유 가.." "철 대협, 유방주님께 안마 좀 해 주세요. 할아버지뻘이라도 남녀칠 세부동석이라는 말이 있으니.." "...." 철운비는 아무 말 없이 무영신개에게로 다가가 등을 두드리기 시작 했다. * * * 쿠르릉--! 굉음을 내며 철문이 들려올라갔다. 조영웅은 그 모습을 주의깊게 들 여다보더니 옆에 있는 남궁란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역시 유 공자의 짐작이 맞구려. 이 곳의 기관들은 보존 상태로 보 아 적어도 최근 십 년 안에 만들어진 것이오." "대협께서는 기관진식에도 일가견이 있으시군요? 정말 대단해요." "공자라고 불러달라 하지 않았소. 대협이란 호칭은 나에겐 과분한 것이오." "천만에요! 공자님이 아니라면 누가 세상에 대협이란 이름을 받을 수 있겠어요?" "하하.." 열을 내가며 반박하는 남궁란을 본 조영웅은 가볍게 웃었다. 백화가 어쩌고 옥구슬이 어쩌고 하는 묘사가 여인에게만 사용되는 것을 거부 하는 미소였다. 여자라면 누구라도 그 미소에 반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남궁란도 가볍게 얼굴이 붉어져서는 고개를 반쯤 돌렸다. "그럼 안으로 들어가보죠. 도 대협의 말대로라면 달마신검이 있던 제단에도 범어가 쓰여 있었다고 하니.." "그럽시다." 천상의 신선과 선녀가 하강한 듯한 두 사람은 나란히 복도 안쪽으로 걸어들어갔다. 조영웅의 손에 들린 야명주가 없다면 한 치 앞도 보이 지 않는 장소였지만 둘에게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얼마 가지 않아 또 하나의 문이 나왔고, 둘은 자물쇠가 부서진 -도 화령이 처음 들어올 때 부순 것이다- 문을 가볍게 밀고 안으로 들어 갔다. 달마삼검의 명성과는 대조적으로 방 안은 검소한 느낌이였다. 사방 이 장 정도의 방 안에 옥으로 만들어진 제단 하나가 있을 뿐이 였다. 하지만 그 제단 자체가 희미한 빛을 내서 주위를 밝히고 있는 것으로 보아 재질이 보통 희귀한 것이 아닌 듯 했다. "저기 글씨가 씌여 있는 것 같소. 가 봅시다." 조영웅의 말대로 제단에는 복잡한 범어가 씌여 있었다. "인연이 있는 자에게 이 물건을 맡기니 그대는 자신의 공덕을 소홀 이 하지 말라. 이 검에 새겨진 세 개의 검식은 그대의 상상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으니.." "어머, 범어도 읽을 줄 아세요?" "전에 여러 책들을 읽으면서 좀 알아둔 게 있소." "대협께서는 못하는 게 없는 것 같아요." "과찬의 말이오. 그보다 주위에 다른 것은 없소? 여기에는 별다른 말이 적혀 있지 않소." "..글은 없는 것 같은데요?" 주위를 둘러보던 남궁란이 말했다. 기관에는 문외한인 그녀가 할 수 있는 대답은 이게 전부일 것이다. 그때였다. "공자님, 유 소협이 창월봉 내에 들어왔습니다." 창노한 목소리가 그들 뒤에서 들려왔다. -------------------------------------------------------------- 3일만이군요; 황당함의 극치라고밖에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전에 라그시안 전기 쓸 때는 스토리를 거의 완성시킨 상태에서 글을 쓰다보니 그냥 스토리를 옮겨적는 느 낌이 들어서 쓰는 재미가 반감되더군요; 게다가 리메 이크까지 하다보니 더 힘들어져서 한동안 연중을 했었 는데.. 강호신행기는 스토리를 전혀 안 짜고 글을 썼더니 30회 도 못가서 스토리가 막혀버리는 황당한 현상이 발생해 버렸답니다--; 뭐 며칠간 이것저것 빌려보느라고 신행기에 정신을 안 쏟은 핑계일지도 모르겠지만.. 오늘의 마법~# 포인트 오브젝트. 위저드 아이(Point object. Wizard eye): Point object는 일반적으로 정신을 집중해서 유지하는 주문에 대 해 일정 대상을 지정해 주문 유지를 위한 집중 없이 그 대상에게 효력을 발휘하도록 하는 제어주문이다. 위 주문은 위저드 아이가 자동으로 목표인 영주를 쫓아다니도록 만든 것이다. Wizard eye는 허공에 떠다니는 보이지 않는 눈을 만든다 -물론 마 법탐지로는 걸린다- 이 눈은 적외선 시력이 있으며 시야가 좁긴 하지만 마법사가 집중하고 있는 동안 그가 조종하는 방향으로 자 유롭게 움직인다. 퇴마전설을 해보신 분은 대강 짐작이 갈듯. 디멘션 도어(Dimension Door): 눈에 보이는 일정 범위 안에서 마법 사를 순간이동시켜준다. 일반 순간이동과는 구현원리가 약간 다르 며 범위는 길어봤자 1,200미터 정도이다. - 게임방에서 밤샘하고 아침에 자 저녁때 일어난 프란이였습니다. P.s> 드디어 조모씨와 남궁모양이 둘만의 시간을..흐흐^^; 3. 第三章 - 전운(戰雲). 무림은 피로써만 나아갈 수 있는가? 끝없이 이어지는 혈투.. ---------------------------------------------------------------- "그렇소?" 조영웅은 그 목소리의 존재를 이미 알고 있었던 것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지만 남궁란까지 그렇지는 못했다. 그녀로써는 자신의 이 목을 벗어나 여기까지 올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고개를 돌린 남궁란의 눈에 두 노인이 처음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마냥 서 있었다. "예. 공자님, 마중을 나가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이 할망구가! 그런 건 공자님이 다 알아서 하실 일이잖나? 할망구 가 왜 참견이야?" "이 영감탱이는 왜 쓸데없는 일에 트집을 잡아?" 막 말을 하다 말고 자기끼리 싸우는 노인들의 모습에 남궁란은 할 말을 찾지 못했다. 먼저 말을 꺼낸 노인은 오십대 정도로 보이는 백발의 노파였는데 흰 옷과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인자한 인상이 젊었을 적의 모습을 대변 해주는 듯 했다. -물론 옆의 영감(?)과 싸우기 전까지의 모습이지만. 그리고 옆의 노인은 키가 남궁란의 허리쯤을 겨우 넘어 보이는 작달 막한 키에 수염을 허리까지 기른 할아버지였지만 손에 제 키의 배는 될짐한 길이와 그에 걸맞는 두께를 지닌, 맞으면 엄청나게 아플 것 같은 철봉을 쥐고 있는 모습이 노인이라는 인상을 싹 지우고 있었다. "자자, 그만들 하시오. 밖에 오고 있는 사람은 누구누구요?" 조영웅은 이런 모습에 익숙한 듯 가볍게 두 사람을 말리며 물었고, 누가 봐도 어울리지 않는 노인과 노파는 그의 말에 곧 싸움을 멈추었 다. "아, 죄송합니다. 저 영감탱이가 헛소리를 해서.." "누가 헛소리를 해!" 노파가 고함을 지르는 노인을 슥 째려보았다. "...창월봉을 올라오는 사람은 유공자와 개방의 유 방주, 소림 불 광의 속가제자인 철운비 셋으로 보입니다. 그 외의 인물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알겠네." 조영웅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무언가 입술을 달싹였다. 전음이였다. 내용은 알 수 없었지만 그의 말을 들은 노파도 전음으로 답을 했고 몇 마디 말이 더 오간 후 조영웅은 멍해있는 남궁란에게로 고개를 돌 렸다. "아참, 남궁소저는 이 두 사람에 대해 모를 것 같군. 노노(老老), 남궁소저와 통성명이라도 해 두시오." "예. 공자님." 작달막한 키의 노인이 철봉을 짊어진 채 터벅터벅 걸어나왔다. 보폭 이 남들의 반밖에 안되는데다가 워낙 무거운 걸 한쪽에 들고 있으니 걸음걸이가 영 이상했다. "노부는 철강장(鐵鋼杖) 여수호라고 한다. 들은 적은 있는지 모르겠 군. 노부가 이름을 날렸을 때 넌 태어나지도 않았을 테니까." "만나서 반갑구나. 노신은 백규화라고 한다. 명호는 필요 없고, 백 노파라고 부르면 되지. 어쩌다보니 저 자기자랑에 정신이 팔린 영감 탱이와 함께 다니는 신세가 되긴 했지만.." "뭐야?" "..." "자자, 이럴 때가 아니오. 나는 남궁소저와 함께 유 공자를 맞이하 러 가볼테니 둘은 여기서 조사를 계속하시오." "예." "명령에 따르겠습니다." 조영웅의 말에 두 사람은 싸움을 멈추고 공손히 답했다. 남궁란은 얼굴을 온통 물음표로 도배한 채로 둘을 바라보고 있었다. 얼핏 봐도 저 둘은 개개인이 삼마나 음면마불에 필적, 아니 그 이상의 고수들인데 하는 행동은 누가 봐도 조영웅의 수하였다. 저 정도 인물들이 자신보다 강하다는 이유만으로 누군가에게 복종하지 는 않는다. 대체 조영웅은 어떤 사람이길래 저런 자들을 수하로 부리는 걸까? 의문을 뒤로 한 채 남궁란은 조영웅을 따라 동굴 밖으로 나섰다. * * * 동굴을 나오자 예련 일행을 찾는 건 쉬운 일이였다. 이 동굴로 오는 길 -길의 정의를 '사람이 갈 수 있는 곳'이라고 했을 때. 일반적으로 여기까지 오는 경로를 길이라고 표현하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은 하 나뿐이였고, 당연히 그대로 가다보면 양쪽은 만나게 되어 있었다. "동굴 조사는 어떻게 된 겁니까?" 어느세 진선으로 변장을 끝마친 예련이 꽤나 능숙한 남자말투로 물 었다. "유 공자의 예상대로요. 아직 완전히 조사하지는 않았지만 저 동굴 은 최근에 만들어진 게 분명하오." "역시.." "마교 놈들이 노리는 건 보나마나 백도인들이 검을 노리고 서로 싸 우게 만드는 거겠지. 빨리 놈의 행적을 찾아 그 짓을 막아야 하네." 무영신개가 죽장으로 땅을 두드렸다. 초초함을 감추려 하지 않는 태 도는 특유의 오버액션 취미(--)탓도 있겠지만 실제 사실이기도 했다. 아직까지 천하무림인이 다 보는 앞에서 도화령의 달마신검을 소매치 기해간 그 간 큰 도둑놈은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도 대협도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겠소. 그가 추종술에 능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데." 도화령은 그 사건 이후 가만히 기다리자는 진선의 충고를 무시하고 -처음 있는 일이지 아마?(;;)- 단독으로라도 달마삼검을 되찾겠다며 그 이름도 모르는 작자의 추적에 나섰다. 불쌍해진 진선은 결국 달마 신검에 걸어 둔 추적마법을 설명해주고 탐지용 수정구까지 빌려주긴 했지만 아무래도 못 미더운 게 사실이였다. 도화령 성질 급한 거야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일이니까.. "일단 공자의 말이 맞다면 달마삼검으로 사기친 놈들이 누군지는 뻔 한 노릇, 일단 무림맹에 연락해서 이 일을 알리도록 하지." "음..." 조영웅이 눈을 지그시 감았다가 다시 떴다. 그가 생각에 잠겼을 때 나 오는 버릇이였다. "이 일을 꾸민 것이 마교라고 증명할 만한 물증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 습니다. 지금 우리는 너무 섣불리 적의 모습을 짐작하고 있는 게 아닐 까요?" "흠, 일리는 있는 말일세. 어떤 미친 놈의 독단이라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겠지." 젊은이답지 않은 침착한 생각이다. 무영신개는 조영웅의 태도나 생각이 일대종사로써 부족함이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우리 같은 늙은이들의 시대는 간 것인가.. 청허나 불광 같은 작자들은 어떻게 생각할 지 모르겠군.' 진지한 생각을 하면서도 격에 맞지 않게 웃음이 나왔다. 왜일까. 뭐, 적어도 치매는 아니겠지.. 그렇게 중얼거리며 무영신개 유풍기는 그의 일행과 함께 걸음을 옮겼다. * * * "크아악-!" "끄악!" 넓직한 정원이 아수라장으로 변한 것은 그야말로 한 순간이였다. "아수라장? 웃기는군. 이건 그저 전장(戰場)일 뿐이다. 안 그런가?" 거령천문(巨靈天問)의 문주 패왕부(覇王斧) 왕견은 옆에서 인상을 찡 그리는 부문주에게 그렇게 외치며 날아오는 화살 무더기를 거대한 도 끼의 옆면으로 막았다. 만화책이나 기타 헛소리에 현혹되지 않은 정상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 의 눈으로 보기에는 대단함을 넘어 엽기적으로까지 보이는 그의 도끼 는 무공이 없는 사람이라면 들지도 못할 정도로 크고 무거웠다. 그만이 아니였다. 그자 지휘하고 있는 부대원들의 대부분은 꽤나 무거 워 보이는 쇠비늘을 단 갑옷을 입고 손에 엽기적이진 않더라도 충분히 그레이트 액스(Great Axe)급으로 분류될 만한 도끼나 도끼창을 휘둘러 대고 있었다. 그에 비한다면 정원 안쪽에서 쏟아져나오는 화살들은 초 라해 보일 정도였다. 영역을 마주하고 있는, 정확히 말하자면 최근에 영역을 마주하게 된 거 령천문과 천궁가(天弓家)가 대립한 것은 어재오늘의 일은 아니였다. 하 남 일대에서 영역문제를 놓고 밥그릇 싸움을 벌이던 둘에 비한다면 고 양이와 개는 둘도 없는 친구지간일 것이다. 일 년 전까지만 해도 천궁가는 거령천문을 우습게 알고 있었다. 둘의 영역 사이에는 백도문파 둘이 들어앉아 있었고, 거령천문은 그들에게도 기를 못 펴던 삼류문파였던 것이다. 정식 무림맹 소속문파이며 활에 있 어서는 전 무림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집단이라는 자부심을 지 닌 그들이 흑도의 삼류문파 따위를 두려워할 이유는 없었다. 하지만 거령천문의 문주가 패왕부 왕견으로 바뀌면서 사정을 달라졌다. 기연을 얻어 전임 문주와 비교도 할 수 없는 무공을 지닌 왕견은 순식 간에 세력을 키워 앞의 문파 둘을 깨부수고 이제는 천궁가에까지 밀고 들어온 것이다. "하앗!" 비늘갑옷에 초거대도끼를 들었다고는 생각할 수 없는 동작으로 화살비 한 가운데로 뛰어든 왕견은 그대로 크게 도끼를 휘둘렀다. 그의 도끼 가 엄청난 강기를 토해내며 엄폐물 뒤에 숨어 화살을 쏘아대는 천궁가 의 인물들을 엄폐물과 함께 박살내버렸다. "말도 안돼!" 그 모습을 본 천궁가 쪽 사람들이 당황하는 것이 눈에 보였다. "좋아, 전원 돌격!" 왕견은 자신이 전략가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고, 그렇게 행동하는 취미도 없었다. 돌격 외침과 함께 부대의 맨 앞으로 뛰어나온 그는 날아오는 화살들을 모조리 도끼로 날려보내며 천궁문 본관을 향해 달려갔다. 그 순간이였다. "!!" 소리도 형체도 없는 예리한 암경(暗經)들이 그를 향해 날아들었다. 왕견은 급히 도끼를 치켜들었고 암경은 모조리 도끼의 면에 부딛치 며 펑펑하는 소리를 내고 사라졌다. 하지만 그 위력은 한철로 만들 어진 도끼가 움푹 파일 정도로 강력했다. "무영시(無影矢).. 천궁문주 본인인가?" 팔이 저릿저릿해지는 것을 느끼며 왕견은 도끼를 고쳐잡았다. --------------------------------------------------------------- 음냐음냐..--; 정말 오랜만이군요. 정확히 나흘만인가? 하는 일도 없는데 시간은 정말 잘 갑니다. 빈둥거리고 낮잠만 자도 하루는 어김없이 24시간 1440분이더군요; 매일같이 강호신행기 쓰라고 독촉하던 친구녀석도 나우 해지한다니 글 쓸 의욕이 팍 줄어버렸습니다; 한동안은 밀린 공부나 하면서 지내고 싶군요; 어쩌면 강호신행기는 메모리즈의 뒤를 이어서 6일간격 연재에 들어 갈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 오늘도 프란의 허접글을 읽어 주신 모든 분께 감사를.. - 3GW, 4GP, 5GC, 6GS 프란이였습니다. P.s> ADSL이 들어왔는데.. 이것만 가지고는 아무것도 못하겠군요; 하드 용량이 200메가 남았는데; 쿨럭--; 레지스트리도 엉켜서 윈도우 새로 설치해야할 판이고.. 뭐, 가장 심하게 엉킨 건 제 생활이겠지만--; P.s> 드디어 30회.. 근데 벌써부터 페이스가 흐트러지다니--; 3. 第三章 - 전운(戰雲). 무림은 피로써만 나아갈 수 있는가? 끝없이 이어지는 혈투.. ---------------------------------------------------------------- "네 이놈! 여기가 어디라고 함부로 들어오느냐!" "어디긴 어디야. 천궁문 본관이지. 늙은이가 치매가 들었나?" 아니나다를까 현 천궁문주, 천궁노인 배준상은 나오자마자 고함부터 질렀고, 그의 성격을 잘 아는 왕견은 가볍게 코웃음치며 대답했다. "이놈이!" 환갑을 한참 전에 치른 노인이였지만 그의 성격은 젊은이 저리가라 할 정도로 불같았다. 화살도 없는 그의 활에서 연속으로 수십 발의 무영시가 기관총 쏘듯 날아들었다. "천화유탄진(千化琉彈陣).. 역시 늙으니 머리가 나빠지는군." 왕견의 전신에서 검은 아지랑이 같은 것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곧 그 기운은 왕견의 도끼에 집중되었고, 그는 묵색의 기운이 실린 도끼 를 크게 휘둘렀다. "!!" 순간 천궁노인은 자신의 눈을 의심해야만 했다. 어지간한 철판도 뚫 는 자신의 무영시가 그 묵색의 기운에 부딛치자마자 펑펑 하는 소리 를 내며 튕겨나가버리는 것이였다. 천궁노인은 급히 다른 기술을 쓰 기 위해 활시위를 당겼지만 왕견도, 그 자신도 헛수고라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손에 든 무기를 휘두르는 시간과 활시위를 당기는 시간 중 어느 것이 짧을까? 퍼억! 천화유탄진을 뚫고 들어온 왕견의 묵빛 강기가 그대로 천궁노인의 두개골을 박살내고 지나갔다. 검 같은 예리한 무기와는 다른 그의 거 부(巨斧)는 물체를 치거나 베는 게 아니라 찍어버리고 지나간다는 표 현이 알맞을 정도로 무시무시한 파괴력을 가지고 있었다. "이봐, 천화유탄진은 상대가 도망칠 구석을 차단하는 초식이야. 내 가 늙은이 얼굴을 보자마자 도망갈 줄 알았던가? 클클.." 문주가 일격에 죽어버리는 꼴을 본 천궁문의 사람들은 순식간에 사 기가 떨어졌다. 안그래도 두꺼운 갑옷과 무기 때문에 활로 상대하기 어려운 적들이였는데 지휘관마저 사라졌으니 상대가 될 리 만무했다. "한 놈도 놓치지 마라!" 이미 승부는 결정난 뒤였다. 왕견의 외침을 듣고 함성을 지르는 부 하들은 이미 전투가 아닌 학살을 벌이고 있었다. 백이십 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천궁문의 건물들이 연기를 내뿜기 시 작했다. * * * "그 위대한 천궁문이 겨우 이런 곳이였던가?" 불타는 천궁문의 건물을 바라보는 왕견의 목소리에는 허탈감이 담겨 있었다. 그가 어렸을 때, 천궁문이라는 이름은 그들에게 올라갈 수 없는 산 이였다. 누구도 그들과 맞서 싸우려 하지 않았고, 오히려 그들의 비 위를 맞추는 것만이 살아남는 길이라는 식으로 행동했었다. 어렸을 때부터 그 모습을 보아온 왕견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그런 행동이 당 연한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적어도 이 년 전, 정체모를 흑의인 이 자신을 거대한 흑성(黑城)으로 데려갔을 때까지는. 그리고 일 년 동안의 연공 끝에 마교본전의 무공을 완성했을 때도, 그는 자신이 천궁문을 무너뜨릴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 자신의 앞에서 불타고 있는 건물은 분명 천궁문의 본 관. 이런 일이 가능하리라고 이 년 전 누가 생각을 했겠는가? "이겼다!" "그래, 이겼어! 우리가 승리한 거다!" "거령천문 만세!" "문주님 만세!!" 어디선가 희열에 찬 외침이 터져나왔다. 그리고 연이어서 흥분한 사 람들이 여기서기서 동조했고, 곧 그것은 거대한 함성으로 바뀌었다. 왕견도 함께 함성을 지르며 손에 든 도끼를 높이 치켜들었다. "우와와와앗!" 거대한 덩치의 왕견이 도끼를 들고 고함을 지르는 모습은 꼭 모 게 임의 바바리안이 모 스킬을 쓰는 듯하다(--). 어쨌던 함성은 한참동 안 이어졌고, 그와 함께 거령천문의 사기도 하늘을 찔러 구멍낼 정도 로 높아졌다. 그들은 지금 기적을 일으킨 것이다. "정말... 그분의 생각은 놀랍습니다. 우리만이 아니라 흑도 수십 개 문파가 본전의 무공을 전수받았을텐데, 그들이 우리의 절반씩만 해 내더라도 현 무림의 균형은 무너지겠죠." "조직이나 영토를 잃는다 해도 익힌 무공은 없어지지 않아. 구파일 방의 위선자들이 본전에 맞서 무공을 풀어놓지 않는 한, 이 격차는 백 년이 지나도 메꾸기 힘들지. 후후.." 왕견은 옆에서 감격에 찬 시선으로 주위를 돌아보는 부문주 녀석처 럼 지략가 타입은 아니였지만 그의 머리로도 무림의 미래를 예측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었다. 마교 본전에서 흑도무림에 배포한 각종 무공 들에 의해 마교를 주축으로 한 흑도와 무림맹을 중심으로 모인 백도 간의 세력차는 점점 벌어질 것이고, 무림은 느리지만 확실하게 흑도 의 것이 될 것이다. 그리고, 마교는 그 정점에서 전 무림을 지배하는 최고의 자리에 서게 된다. 이 계획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인간의 경지를 초월한 무공과 지략을 지닌 완벽한 지존(至尊)도, 잊혀졌던 전대의 대마두들이 대거 몰려있 는 신비의 문파도 필요없다. 그리고 절대신협 제무천과 같은 위대한 영웅이 나타나 악의 무리들을 때려부수는 것도 불가능하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모든 상황은 어린아이들의 이야깃거리로나 사용 되는 허무맹랑한 영웅전설이 아니라 실제의 전쟁인 것이다. "만약 계획이 본격적으로 실행에 옮겨진다면, 앞으로 2년 안에 흑도 와 백도간의 세력비는 7:3정도까지 벌어질 것입니다. 무림맹 측에서 는 이 일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까요?" "방방 뛰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겠지. 설마 전 흑도무림을 상대로 전쟁을 벌일 리도 없고, 그래본들 이기지도 못할 테니." "문주님! 천궁문의 포로들을 전원 포박했습니다!" 전령의 목소리가 두 사람이 사용중인 삼류작가 필살기, '스토리 읽 어주기'를 완벽하게 중단시키는 데 성공했다. "어디 모아 뒀나?" '끌고와' 라고 하지 않은 것은 적이지만 존경받는 명문정파 천궁문 에 대한 예의 때문은 아니였다. 전투로 지쳐있는 부하들에게 자기들 보다 많은 수의 포로를 끌고다니는 건 거의 뺑이치는 수준의 막노동 이라는 것을 왕견은 잘 알고 있었다. "이쪽입니다." 전령의 안내를 따라 도착한 정원에는 상당수의 사람들이 결박당한 체 꿇어앉혀져 있었다. 활을 사용하는 천궁문의 특성상 정원이나 수 련장은 활을 쏠 수 있을 정도로 넓었기 때문에 백여 명이 넘는 인원 이 돌아다녀도 전혀 복잡한 느낌이 들지 않았다. "자네는 이들을 어찌 했으면 좋겠나?" "글쎄요.." 피묻은 도끼를 들고 대화를 나누는 두 사람을 본 포로들의 얼굴이 창백하게 변했다. "제, 제발 살려주십시오!" "뭐하는 짓이냐! 우리는 대 천궁문의 문원이다! 긍지를 가져라!" 장로쯤으로 보이는 사내가 인상을 썼지만 그것은 공포와 생존욕구라 는 이중의 벽에 가로막혔다. "예! 우리는 그저 시키는 대로 했을 뿐입니다!" "살려만 주신다면 무슨 일이든 하겠습니다!" "제발.. 집에는 어린 처자가 남아 있습니다!" 한 사람이 입을 열자 그 뒤를 따라 거의 모든 포로들이 목숨을 구걸 하기 시작했다. "모두들 자비를 바라는군요. 문주님, 어떻게 할까요?" "..." 묘한 느낌이였다. 얼마 전까지 당당하게 자신의 위에 서 있던 사람 들이 발 아래 엎드려 빌고 있는 모습을 본다는 것은. "..살려준다면 어쩔 건가? 설마 본문에 가입하지는 않을테고." "아닙니다! 살려 주신다면 거령천문에 가입해 은혜를 갚겠습니다!" 왕견이 고민하는 표정을 짓자 한 사내가 급히 외쳤다. "그러죠. 마침 흑산의 철광에 광부가 모자랐는데 그 쪽으로라도 써 먹으면 어떻겠습니까?" "흑산의 철광?" 왕견이 피식 웃었다. "제발! 어디던 좋습니다! 살려만 주십시오!" "..자네가 알아서 하게." 포로들의 표정이 밝아지는 것을 보며 왕견은 몸을 돌렸다. 흑산의 철광 인부라.. 저들은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살아남은 것을 원망하게 될 것이 분명했다. 아니, 그때까지 살아있을 수 있다면 약골은 아니 겠지. '어쨌던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다.' 왕견의 생각은 곧 다른 곳으로 옮겨졌다. 인간의 힘으로는 흠집조차 내지 못할 것 같던 거대한 흑색의 철성(鐵城). 보는 것만으로도 눌려 버릴 듯한 위압감을 내뿜는 흑성을 처음 보았을 때, 그는 이 성이 천 하무림을 지배하는 성역이 될 것임을 의심하지 않았다. 그곳에서 1년의 훈련을 마치고 나왔을 때 그곳에서 받은 지시는 단 하나뿐이였다. '그대의 문파를 최대한 발전시켜라'. 그 한 마디가 천 하무림의 세력 판도를 바꾸고 있는 것이다.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이 혼란기를 이용해 거령천문을 흑도 제일 의 문파로 만드는 것이다. 지금의 나라면.. 할 수 있다!" 왕견은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 안녕하세요? 프란입니다. 오랜만의 부활이군요. 지금까지 그리 적지 않은 양의 글을 써 왔는데, 글 하나를 어떻게 써야 재미있는 글이 되는지 아직도 모르겠군요. 신행기도 나름대로 는 재미있게 쓰려고 하고 있지만, 쓸 때마다 지금 내가 제대로 글 을 진행시키고 있는지 불안감이 듭니다. 뭐, 어차피 제멋대로 소설이니 그런 걸 신경쓰는 자체가 이상한 일인걸까나..;; 곧 중간고사 기간이라서 글은 한동안 제 속도를 내지 못할 것 같습 니다. 물론 쓰는 건 멈추지 않습니다. 일시적으로라도 연중시키면 페이스를 완전히 잃어버릴 수 있기 때문에..--; 다만 밀린 공부와 프로그래밍, 단편 등등 할 일이 많아져서(..디아블로도 있다고 말 하면 돌이 날아오겠지?''a).. 어, 어쨌던 대략 10월 말까지는 연재 속도가 좀 느릴 것입니다. 그럼 오늘도 이 허접글을 읽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오늘의 마법~# .. 이거 문제가 많군요; 예련이 등장하지 않는 화는 마법도 없다.. 빨리 100개 채우고 싶은데; - 3GW, 4GP, 5GC, 6GS프란이였습니다. 3. 第三章 - 전운(戰雲). 무림은 피로써만 나아갈 수 있는가? 끝없이 이어지는 혈투.. ---------------------------------------------------------------- "어서오십시오!" 검은 옷차림에 등에 덩치와 잘 어울리는 장검을 매고 있는 거한을 보고도 객점 주인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서비스정신에 투철한 인 사를 건넸다. 인생에 달관한 것인지 겁을 상실한 것인지는 모르겠지 만 어쨌던 그의 선택은 옳았다. 흑의의 거한은 은화 두 냥을 팁으로 던져주었으니까. "휴우.." 은화 두 냥으로 그가 원하는 전망 좋고, 조용하고, 옆에 아무도 없 는 방을 구하는 데 성공한 흑의의 거한, 도화령은 방에 들어가자마자 짐보따리를 내려놓고 바닥에 드러누워 천장이 떠나가라(누운 자세였 으니 숨을 쉬면 위로 올라간다) 한숨을 내쉬었다. "이래가지고서야 아무 일도 안 되겠군." 한참을 멍한 표정으로 천장만 바라보고 있던 도화령은 고개를 좌우 로 흔들더니 짐 속에서 비단으로 감싼 자기 주먹만한 -도화령이니까 주먹만한거지 보통 어린아이의 머리통만해보이는 크기였다- 구슬 하 나를 꺼냈다. 보통 유리로 만들었다고 쳐도 꽤나 비쌀 듯한 크기의 구슬에는 알아볼 수 없는 복잡한 글자들이 빼곡히 새겨져 있었고, 그 것들은 희미한 푸른 빛을 내뿜고 있었다. "..천리안의 수정구 같은 보물까지 얻어왔건만 아직까지 놈의 그림 자조차 찾지 못했으니, 어찌 돌아가서 하 소저의 얼굴을 볼 수 있겠 는가?" 예련이 건내준 천리안의 수정구는 이전에 달마삼검에 걸려 있던 표 식주문(Marking spell)을 추적하는 탐지주문들을 걸어 놓은 마법 물 품이였다. 예련은 그 속에 로케이트 오브젝트(Locate object)와 클레 이보이언스(Clairvoyance)를 능력 되는 한도 안에서 최대한으로 충전 시켜주었었지만 충전된 주문의 갯수에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고, 지금 그 주문들은 거의 바닥나가는 상태였다. "한 번만 더 해보지." 주문이 다 떨어지면 그에게 그 소매치기를 잡을 방법은 완전히 사라 지게 된다. 하지만 지금 천리안의 수정구를 사용하는 것 외에 자신이 가진 방법은 없었다. "..글래이보이얼수." ...마법 물품이 이런 멋진 발음을 알아듣고 가동된다는 것만으로도 예련이 이 수정구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가를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었 다. 하지만 결과는 그대로였다. 수정구에 비친 화면은 한 점의 빛도 들 어오지 않는, 글자 그대로 시꺼먼 어둠뿐인 공간이였다. "젠장!" 며칠 전까지만 해도 수정구는 감탄사를 터트릴만큼 완벽한 화면을 도화령에게 보여주었었다. 그 덕에 수정구에 비치는 주위 환경과 놈 의 인상이나 옷차림 등을 근거로 수소문하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의 추적이 가능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갑자기 화면이 이 모양이 된 것이다. 도화령이 성질을 내자 정신집중이 흐트러지면서 화면이 순간 뿌옇게 변했다. '이런! 실수했군.' 도화령은 급히 사념을 지우고 영상에 정신을 집중시켰고, 화면은 곧 제대로 돌아왔다. 확실히 마법이란 쉬운 것이 아니였다. 대체 얼마나 침착해져야 생사가 오가는 전투중에 이 정도 집중이 필요한 마법을 자유롭게 쓸 수 있을까? 다혈질인 그로써는 도저히 답을 낼 수 없는 질문이기도 했다. 잡념을 지우고 도화령은 다시 화면에 신경을 집중했다. 이 상태에서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주문이 지속되는 시간동안 그저 화면을 바라보면서 기다리는 것 뿐. 예련에게 돌아가면 수정구 에 무슨 문제가 생겼는지 금방 알아낼 수 있겠지만, 그것은 그의 자 존심이 허락하질 않았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영상이 끊어질 때까지 화면에는 아무 변화도 없었다. 낙담한 도화령은 수정구를 다시 비단천으로 감싸 배낭에 집어넣으려 했다. 그런데 그 순간, 수정구가 꺼지기 직전 화면에 뭔가 새하얀 빛 같은 것이 스치고 지나갔다. "?" 지금까지는 없던 현상이였다. 무슨 상황의 변화라도 생긴 건가? 막 그런 생각이 든 도화령은 다시 수정구를 꺼내 바라보았지만 이미 화면은 사라지고 평범한 구슬과 이 전보다 더 희미해진 푸른 빛만이 보일 뿐이였다. 잠깐 동안 도화령은 고민에 빠졌다. 자신이 잘못 본 것이라면 얼마 남지 않은 주문을 또 낭비하는 셈이 된다. 하지만 제대로 본 것이라 면? 어차피 이대로는 아무 것도 나오지 않을 게 뻔했다. "글래이보이얼수!" 하지만 수정구에는 아무 변화가 없었다. 다급해진 도화령은 다시 주 문을 외웠지만 역시 마찬가지. '젠장..침착해야 해, 침착..' 주문이라는 것은 아무렇게나 소리지른다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극도로 정확한 억양과 속도, 발음이 3박자가 갖추어져야 정확한 주문 을 사용할 수 있는 법. 도화령은 숨을 두어 번 내쉬면서 호흡을 가다 듬은 후 또박또박 주문을 외웠다. "보인다!" 어둠뿐이던 화면이 처음으로 변했다. 한쪽 벽면에서 새하얀 빛이 쏟 아져나와 수정구 내의 시야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사람의 눈이라면 빛에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걸리겠지만 마법적인 시야는 그런 제약이 없다. 그 곳은 놀랍게도 각종 무기들이 널려 있는 넓은 방이였다. 아마도 지하 창고 같은 곳인 듯 했다. 그러니 문을 열기 전까지 아무것도 보 이지 않았던 것이였지.. 그제서야 도화령은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 다. 정신집중으로 시야를 돌린 수정구의 화면에 뻣뻣한 턱수염을 기른 사내의 모습이 들어왔다. 거의 도화령 자신과 비교될 만한 거구. '저건.. 호협곡(虎峽谷)의 곡주인 맹장호(猛掌虎) 조귀성? 왜 저 자 가..?' 도화령은 정신을 가다듬고 다시 화면에 비치는 조귀성의 모습을 바 라보았다. * * * "드디어..드디어 달마삼검의 구절을 해독하는 데 성공했다." 달마신검을 바라보는 조귀성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달마삼검은 세간에 알려진 것 보다 세 배 이상 강한 검법이다. 이 는 알려진 무상반야진기보다도 훨씬 강하고, 검식 자체에 하나의 내 공심결이 숨겨져 있다. 이것들을 모두 익힌 자는 명실공히 무림 최 강의 고수라 불릴 수 있지.." 아무런 움직임도 없이 달마신검이 서서히 허공에 떠오르기 시작했 다. 처음에 어느 노인에게 우연히 받은 검이 달마신검이라는 것을 알았 을 때 조귀성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그리 머리가 좋지 못한 그로 써도 음모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질 정도였다. 하지만 달마삼검이 완성된 지금, 그런 의심은 눈녹듯 사라진 뒤였다. "흐흐.. 잘 봐둬라. 이것이..이것이 바로 달마삼검이다!" 공중에 떠 있던 달마신검이 순간 사라졌다. 그리고 보일 듯 말 듯한 세 가닥의 검선이 허공에 펼쳐진다. 화려한 검기도, 강맹한 기세도 없지만 그 세 번의 변초는 놀랍게도 조귀성 전방의 모든 방위를 완벽 하게 제압하고 있었다. 자신으로부터 4백리 떨어진 곳에서 그 검의 원래 주인이였던 도화령 이 넋을 잃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한 체, 조 귀성은 미친 듯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사방 십 장이 넘는 무기창 이 모조리 검세 하에 놓이며 사방 벽에 쩍쩍 금이 가기 시작했다. * * * "뭐라고?" 철하위는 순간 무영신개의 흉내를 내고 말았다. 들고 있던 찻잔을 한꺼번에 목구멍 속으로 넘겨버리는 신기를 선보인 것이다. "쿨럭쿨럭.. 그 말이 사실인가?" 금강불괴라는 건 역시 좋은 것이다. 보통 사람이라면 목구멍을 데어 서 말도 못 꺼냈을 텐데 저렇게 말짱하다니. 어쨌던 현 무림맹주 철 기신장 철하위는 방금 올라온 보고에 기절할 정도로 놀랐다. "예. 현재 달마신검이 호협곡주 조귀성에게 넘어갔다는 소문이 무림 전역에 나돌고 있으며, 수많은 무림인들이 이 말을 듣고 호협곡을 향해 모여들고 있습니다. 그 숫자는 지난 달마신검 때 이상으로 추 정됩니다." "젠장.." 어차피 볼 사람도 없으니 무림맹주의 체신 따위는 내팽개친 체 철하 위는 급히 어딘가에 쌓아 두었던 자료들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는 자 신이 머리가 나쁘다는 걸 인정하고, 그만큼 다른 사람의 말을 귀담아 들을 줄 아는 사람이였다. 그가 찾은 것은 무림맹 회의의 속기록이였다. - 마교가 노리는 것은 아마도 백도무림 내의 혼란일 것입니다. 그리 고 가짜로 만들어진 달마삼검은 그 혼란을 일으키기 위한 방법.. 그에 휘말리면 백도는 내부 싸움으로 엄청난 손실을 입을 게 뻔합 니다. "부관! 지금 연락되는 무림맹 간부들을 모두 소환하도록!" --------------------------------------------------------------- 정말 오랜만입니다; 이놈의 중간고사 때문에 한 일주일 이상 나우에 접속도 못해봤습니다. 사흘동안 밤샘공부하고 시험 망친후 열받아서 시험끝난날 밤샘디아.. 그리고 이틀동안 계속 잠..--; 그런데 공지도 못 읽고 신행기 안올라온다고 하는 모 친구녀석이 에 세프란에 글을 올려놨더군요T.T; 나 돌맞겠어;; 시험 사흘전에 제 캐릭 레벨이 32였는데 시험 끝난 다음날 42가 되 어 있군요; 이러니 시험 망칠수밖에; 뭐, 어쨌던 오늘부터는 정상연재 들어갑니다; - 3GP, 4GW, 5GC, 6GS 프란이였습니다; 오늘의 마법~# 로케이트 오브젝트(Locate object): 어떤 물품의 위치를 알아내는 마법. 단, 범위가 상당히 좁다. 예련의 레벨을 기준으로 약 500미터 정도. 또한 시전자는 찾을 물체를 정확히 알 고 있어야 하며 마법적 표식이 새겨질 경우 범위는 2배 이상으로 늘어난다; 클레이보이언스(Clairvoyance): 투시마법. 특정 대상의 시점에서 주 위를 바라볼 수 있다. 거리 무한대, 범위는 일반 인간 시 야의 절반 정도이다. 충전에 대해: 디아블로 1을 해보신 분이라면 마법지팡이를 생각하면 쉽게 이해가 가실 듯. 스크롤을 왕창 모아놓은 방식이라 고 생각하면 된다. 주문 수십 개를 모아놓은 마법물품. 3. 第三章 - 전운(戰雲). 무림은 피로써만 나아갈 수 있는가? 끝없이 이어지는 혈투.. ---------------------------------------------------------------- "어쨌던 놀랐어요. 유 공자가 여자였다니.. 그것도 벽운선녀라는 하 예련 소저라니. 그러고보니 남장 정말 잘하던데요?" 남궁란은 뭐가 그리 즐거운지 계속해서 조영웅에게 이야기를 걸고 있었다. 물론 조영웅은 언제나처럼 속을 알 수 없는 신비한 -무협지 주인공 고유의- 미소를 띄우며 성실하게 대답해주었다. 도저히 속을 측량할 수 없는 인간이진 하지만, 확실한 건 그리 귀찮거나 기분나빠 하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확실히 나도 놀랬소. 하 소저는 본 적이 없지만 유 공자가 여자라 고는 생각 못했는데.." "그러게요." 두 사람은 본모습이 드러난(?) 예련의 부탁으로 도화령을 지원하기 위해 호협곡으로 가고 있는 것이였다. 대체 무슨 방법으로 사라진 도 화령이 있는 장소를 알아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던 예련의 능력은 익히 알려진 바였고, 둘은 별 의의 없이 부탁을 들어주기로 했다. 그 부탁만 한 후 예련은 자기가 해야할 일이 있다며 어디론가 사라 져버렸고, 둘은 결국 질문도 못해보고 이곳으로 와야 했다. "호협곡까지는 얼마나 남았죠?" "이 속도라면 두 시진 정도일거요." 확실히 두 사람은 거의 달리는 게 아니라 날아가는 수준이다 보니 그럴만도 할 것이다. 그때였다. "잠시만. 저쪽에서 무슨 소리가 들리는데.." "예?" 남궁란도 귀를 쫑긋 새우고 고개를 돌렸지만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 다. "적어도 이백 장 밖이오. 남궁소저의 귀에 들릴 리가 없지." 조영웅이 빙긋 웃더니 갑자기 왼팔로 남궁란의 허리를 휘감았다. "앗!" 드디어 강호신행기에도 H씬이? 뭐 이전에 왕창 나오긴 했지만.. 하 는 일부 독자들의 기대에는 상관없이 조영웅은 남궁란을 붙잡고 경공 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정확히 874밀리초 후 두 사람을 향해 무시무시한 장력이 날아들었다. "하앗!" 한 손으로 남궁란을 안고 있다는 핸디캡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조영 웅은 단장으로, 그것도 허공에서 그 장력을 맞받아쳤다. 자신의 무공 에 절대적인 자신을 가지고 있기에 할 수 있는 짓인 것이다. 콰아앙-! 단 일격. 한 번의 장력이 허공에서 부딛친 여파로 하늘과 땅이 통채 로 울리며 그 속에 있는 모든 것을 사방으로 휘날렸다. "..." 땅에 착지하는 조영웅의 옆에서 주위를 돌아본 남궁란은 황당한 표 정을 지었다. 거의 사방 십 장 이상이 글자 그대로 조토화되어 있는 것이였다. 보통 무협지가 툭하면 십 장 이십 장 하고 떠드는데, 반경 20장이면 미터법으로 60미터, 범위는 약 11309.73제곱미터이다. 웬만 한 고등학교 운동장의 1.2배에 필적하는 엄청난 범위인 것이다. 이만 한 범위가 초토화되면 그 충격파는 거의 사방 200미터 밖에까지 퍼지 고, 길가던 사람들은 몽땅 내장이 뒤흔들려서 즉사하게 된다. 2차 충 격만으로도 감당하기 힘든 결과를 만드는 위력인 것이다. 손 한번 휘 둘러서 고등학교 하나를 완파시키고 거기 붙은 뒷동산을 무너뜨리는 모습을 직접 옆에서 보면 어떻겠는가? 반경 10장짜리 구덩이만 해도 뉴스에서조차 보기 힘든 장관이다.(--) 어쨌던 이정도 파괴력을 지닌 무공들간의 충돌은 내노라는 남궁란조 차 본 적이 없는 것이였고, 당연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조영웅이 야 그렇다 치더라도 누가 이만한 공력을 퍼붓는단 말인가? "고인께서는 모습을 드러내 주신다면 조모의 영광이겠습니다." 언제나 공손한 조영웅의 모습이였다. 하지만, 그 대답까지 공손하라 는 법은 없..지는 않지만 지켜지는 법은 별로 없다. "크하하하핫! 꼬맹이가 제법이구나! 그럼 이것도 받아보겠느냐?" "!" 조영웅의 표정에서 순간 미소가 사라졌다. 두 사람의 등뒤에서 느닷 없이 엄청난 냉기가 전해진 것이였다. 전혀 낌새도 없이 어떻게 이런 일이? 하지만 조영웅은 곧 당황한 표정을 지우고 빙글 돌면서 일장을 쳐냈다. 느리지만 위력으로는 강호 최강이라는 패왕벽력공(覇王霹靂 功)이였다. 이미 선수를 빼앗긴 이상 조금 위험하더라도 위력으로 만 회하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다시 한 번 굉음이 터지며 주변의 모든 것이 얼음덩어리가 되었다가 한꺼번에 박살나 산산히 흩어지는 장관을 연출했다. 슬로우모션으로 보면 무척이나 아름다울 것 같은 얼음조각의 비산이 모두의 눈을 가 렸다. "크크..대단하군 그래." 또다시 조영웅의 뒤, 그러니까 처음 공격이 날아왔던 방향에서 음산 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당신은 누구길래 지나가는 사람을 암습하는 것이오?" 이번에는 조영웅도 존대의 필요를 느끼지 못한 모양이다. 하지만 상 대는 아무래도 이런 말이 통하는 사람은 아니였다. "크크..네놈의 능력과 재능이 무척 마음에 드는구나. 너 같은 녀석 이 노부에게는 꼭 필요하다." "..?" 공격부터 날려놓고는 난데없는 제안이라니. 하지만 조영웅은 무슨 뜻인지 다 안다는 듯 예의 신비한 미소를 입가에 띄웠다. 강력한 상 대를 보면서도 당황하지 않는 그 모습에는 누구라도 감히 범접지 못 할 위엄이 서려 있었다. "그런 일혼이체(一魂二體)의 사술로 누구를 희롱하겠다는 거요? 부 당한 방법으로 힘을 얻은 자는 결국 그 힘으로 파멸하는 법. 그대도 조심하는 것이 좋을 거요." 조영웅의 서릿발같은 단언은 불행이도 상대에게 아무 감동도 주지 못한 듯 했다. 사실, 이런 말 듣고 도망가면 그게 무슨 대악인이겠는 가? 물론 라엘 같은 진짜 사기꾼이라면 예의상 물러나 줄지도 모르지 만.. "크크.. 네놈이 일혼이체를 알아볼 줄이야.. 놀랍군. 하지만 여기에 견뎌낼 수도 있겠느냐?" "!" 목소리가 들리는 방향이 또 바뀌었다. 일혼이체가 뭔지 잘 모르는 남궁란은 이 알수 없는 상황에 급히 그쪽으로 몸을 돌렸고, 그 결과 그녀의 앞에 있는 것과 정면으로 마주보고 말았다. 그것은 한 쌍의 붉은 눈동자였다. 이글거리는 불꽃 같은 그 눈동자 에 실린 기괴한 마력(魔力)은 저항할 틈도 없이 남궁란의 영혼을 옭 아매는 것 같았다. "아.." 무공이라면 남궁란도 남 못잖은 능력이 있었다. 방금의 장력 정도가 상대의 능력이였다면 충분히 피하면서 파고들어 근접전을 벌일 자신 이 있었다. 하지만 이런 식의 사술은 절대적으로 심공(心功)과 내력 에 의해 좌우되는 것. 남궁란으로써는 내공의 절대차가 너무나 큰 상 대의 술법을 견뎌낼 수가 없었다. "멈-춰-라-!" 조영웅의 입에서 웅장한 외침이 터져나왔다. 만 가지 악마를 굴복시 킨다는 소림의 사자후였다. 실로 그 위력은 대단해서 정체 모를 상대 의 사술도 견디지 못하고 흔들렸고, 남궁란은 그제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이놈이.. 겨우 사자후 따위를 믿고 까불었던거냐?" 대체 어떤 구조로 이런 식의 공격이 가능한지는 모르겠지만 또다시 반대편에서 장력이 날아왔고 조영웅은 가볍게 그 공격을 막아냈다. 피하면 쉽고 편하긴 하지만 옆에는 남궁란이 있다. 어차피 내공도 만 땅인 거, 조영웅은 아예 상대랑 맞짱을 뜨고 있었다. "흐흐.." "!" 순간 조영웅도 상대의 그 붉은 눈동자와 정면으로 마주쳤다. 그 섭혼술의 위력은 조영웅이 생각했던 것 이상이였다. 어떤 마공도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자신에게 영향을 줄 수 있을 정도라 니.. 옆에 있던 남궁란은 순간적으로 조영웅이 멈짓하자 아차 하는 생각 이 들었다. 조영웅이 저 사술에 걸린다면 자신으로써는 어찌 할 방법 이 없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남궁란도 상대와 눈을 마주쳤다. '후후..저항하지 마..' "뭐, 뭐야!" '넌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조용히.. 포기해..' 그 목소리였다. 기억하기도 싫은 그때의.. 아직 사라진 것이 아니였 던가? 하지만 그 목소리가 들린 것과 함께 남궁란의 이성은 무너져버 렸다. "하앗!" 거의 폭주에 가까운 신법으로 남궁란은 붉은 눈동자의 인영을 향해 돌진해갔다. -------------------------------------------------------------- ...안녕하세여; 프란임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메모리즈와 강호신행기간의 협약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오늘 2연참을 하는군요; 누가 광마에게 메모리즈 빨리 쓰라고 폭멜 좀 보내줘요;; 혼자만 개고생하기 시러;; - 3GP, 4GW, 5GC, 6GS 프란이였슴다; 오늘의 마법~# 3. 第三章 - 전운(戰雲). 무림은 피로써만 나아갈 수 있는가? 끝없이 이어지는 혈투.. ---------------------------------------------------------------- 돌진은 순식간에 상대와의 거리를 제로로 좁혔다. 이 난데없는 현상 에 괴인도 놀란 듯 순간적으로 눈빛 -이라고 생각되는 기괴한 불덩어 리 두 개- 이 눈에 뜨일 정도로 흔들렸다. 그가 원한 것과는 정반대 의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게다가 남궁란의 주특기는 권법. 이 거리 내에서라면 남궁란은 그 누구를 상대로도 밀리지 않을 자신을 가지고 있었다. 실제로 음혼마 불이나 남강 같은 절세고수들조차 남궁란과의 근접전에서 거의 밀리 는 쪽이 아니였던가? 바로 앞에서 바라본 상대는 의외로 평범한 인상의 중년 남자. 하지 만 지금 남궁란의 눈에는 상대의 모습 따위는 들어오지 않았다. 돌진의 속도를 늦추지 않고 남궁란은 쇄마진(碎魔進)의 초식으로 그 대로 상대에게 부딛쳐갔다. 이 캐릭 기술이 다 그렇듯이 겉보기에는 평범한 차지어택으로 보이지만 위력은 결코 장난이 아니다. 터엉-! 조금 전의 격돌에 비하면 초라하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공격들이 맞부딛쳤다. 인간적으로 이게 사람 몸통박치기를 사람 팔로 막을 때 나는 소리라고 할 수 있나? 무공이나 기세에 비해 체격이 별로인 괴인은 충격으로 한 걸음 밀려 났고 남궁란은 충돌의 반동을 고묘하게 돌려 그대로 공중으로 뛰어올 랐다. 3단점프와 비슷한 원리다.(--; 그러니까 누가 철권캐릭을 무협 지에 넣으래? 설명하자니 뼈빠진다;) 그리고, 그대로 남궁란의 주특 기인 연환권(連環拳)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예측하기 힘든 방향에 서 연속으로 공격을 날리는 각종 연환초식들은 막아낸다 하더라도 끝 없이 다음 공격이 들어오기 때문에 한번 수세에 몰리면 뒷감당이 장 난이 아니다. "..." 조영웅은 말없이 폭주에 가까운 기세로 마구 공격을 날리는 남궁란 과 방어에 급급한 괴인을 바라보고 있었다. 예상했던데로, 처음의 무 시무시한 장력에 비교해볼 때 괴인은 남궁란에게 제대로 맥을 못 추 고 있었다. "일혼이체는 다른 사람의 육신을 지배해 한꺼번에 두 개의 육체를 공유하는 사술.. 지배한 두 개의 육체가 가진 내공을 한꺼번에 모아 쓸 수는 있지만 두 육체를 함께 움직이지는 못하지." 담담한 말투였지만 따지고보면 조영웅은 상대의 기술을 완전히 궤뚫 고 있다는 것 아닌가? 그 말대로라면 상대는 둘이고 아까 뒤쪽에서 공격을 날리던 괴인은 지금 무방비 상태라는 말이 되는데.. 하지만 모든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조영웅은 그 자리에 부동(不動) 의 자세로 서 있었다. 마치 원래부터 그 자리에 존재해야 하는 그 무 엇처럼. 주위와 전혀 이질감을 가지지 않는 상태, 그것은 전설적인 천인합일(天人合一)의 경지였다. 그런데 이 상황에 그런 게 무슨 도 움이 되는 거지? 순간, 남궁란을 힘겹게 맞아 싸우던 괴인이 움찔했다. "어, 어째서?" 밀리고 있는 싸움 중에 이런 말이 나올 정도면 뭔가에 상당히 놀란 것 같은데.. 당연히 호흡이 흐트러진 괴인은 남궁란의 반격기인 회천 무(回天舞)를 온몸으로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 저거 어지간한 담력으 로는 힘든 일인데.. 괴인은 그대로 이 장 가까이 튕겨나가 바닥에 쳐 박혔다. "..!" 누가 보아도 남궁란의 우세였다. 하지만 바로 다음 순간, 상황은 역전되었다. 놀랍게도 괴인이 들어 오는 남궁란의 주먹을 흘려보내면서 일장을 날린 것이다. 자신의 공 격이 그렇게 쉽게 차단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던 남궁란은 그대로 그 공격을 맞고 튕겨나갔다. "아악!" "흐흐..감히 네년이 노부를 가지고 놀았겠다? 그 댓가를 치뤄주마!" 괴소를 터트린 괴인은 오른손을 뻗더니 다시 예의 그 강력한 장력을 쓰러진 남궁란을 향해 발출했다. 그제서야 아차하는 생각이 들었는지 조영웅이 몸을 날렸지만 약간 늦은 감이 있었다. * * * "..." 무인은 몇 번이나 생각을 해 보았지만 도저히 지금 자신의 자신에게 내려진 명령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달마삼검을 가진 조귀성과 그에 게 접근하는 알려지지 않은 적에 대한 경계라니. 온 무림이 그의 적 일텐데 알려지지 않은 적은 뭐고 그를 암습하는 것도 지키는 것도 아 닌 경계라는 건 대체 무슨 뜻인가? 하지만 살수로써 그는 주어진 명령에 절대 복종해야 한다. 그것의 정당성 따위는 그에게 주어진 생각의 영역이 아니다. 이 바닥이 원래 그런거지 뭐.. 그래서 지금 무인과 인원이 두어 명 줄어든 신혈흑영대는 호협곡의 곳곳에 잠복, 수상한 낌세를 조사하는 중이였다. "노 장로는 이 일이 가능할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글쎄요.. 아무리 달마삼검을 익혔다고 해도 우리 문파 하나로 비급 을 노리는 수많은 무리들과 맞서 싸울 수 있을지.." "문주께서 말씀하신데로 지금 달마신검의 소유자는 우리 문파가 아 닙니까? 그들의 도전을 정정당당하게 받아들여 승리한다면 누구도 그것을 노리려 들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달마삼검을 획득한 호협 곡은 앞으로 무한히 발전할 수 있겠죠." "..한 장로는 아직 젊소. 현실이란 그렇게 쉽게 해결되는 일이 아니 지." 사실 수상하다면 지금 호협곡 내에 안 수상한 부분은 없다고 봐야 한다. 조귀성은 둘째치고 그 수하들의 움직임도 제각각이여서 찬성 파, 반대파, 심지어는 조귀성에게서 달마삼검을 훔쳐내 도망갈 생각 을 하는 자까지 있는 판이니.. '대체 우리가 저자들의 감시를 맡은 건가 호법을 서는 건가?' 살수치고는 상당히 말이 많은 편인 -그래서 살수로 잘 보이지 않는- 무인은 속으로 투덜거렸다. - 대장님, 수상한 자가 호협곡 뒷쪽 절벽으로 잠입하고 있습니다. - 뭐 하루이틀 있는 일인가? 일일이 대응하기도 귀찮으니 구경이나 하고 있도록. 호협곡 자체에서 알아서 하겠지. -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 뭔데? - 침입자가.. 아무래도 화룡검객 도화령으로 추정됩니다. "!" 무인의 눈에서 차가운 안광이 쏟아져나왔다. 잘 갈린 칼날과도 같은 눈빛. 그것이야말로 살수의 본질을 나타내는 모습이였다. * * * 콰아아아-! 거대한 폭음이 사방을 휩쓸고, 대지는 비명을 지르며 진동했다. 산 사태가 일어나지 않을까 우려될 정도의 충격이였다. "이런 일이.." 조영웅의 표정도 싹 변했다. 지금까지 단 한번도 자신의 감정이나 놀람을 밖으로 내보인 적이 없었던 그의 수양에 비추어 볼 때 방금 상황이 얼마나 놀라웠는지를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남궁란의 몸이 괴인의 장세에 휩쓸린다 싶은 순간, 믿을 수 없게도 쓰러져있는 그녀의 몸이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순간 놀란 두 사람을 비웃기라도 하듯, 허공에 형체를 알 수 없는, 거대한 진녹 색 안개 같은 암경(暗經)이 거대한 그물망처럼 뻗어나오며 괴인의 장 세를 그대로 받아친 것이였다. 그것은 남궁란의 내공 수위로는 결코 흉내낼 수 없는 위력이였다. "후후.." "!" "?" 음산한 웃음소리에 괴인과 조영웅의 시선이 함께 돌아갔다. "겨우 이 따위 사술로 날 어찌하려 하다니, 만용(蠻勇)이란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이지." 괴인의 등 뒤에 선 남궁란의 표정에서는 전에 볼 수 없었던 괴이한 요기(妖氣)가 흐르고 있었다. 반쯤 찢어져 맨살이 비쳐보이는 옷이나 피가 뚝뚝 흐르는 관자놀이의 상처도 신경쓰지 않는 그녀의 표정은 요염한 것 같기도 하고 아무 생각없는 것 같기도 한, 하지만 이상하 리만치 불길한 느낌을 주고 있었다. 한마디로, 실성한 것 같다는 말 이다. "자아.. 잘 놀았으니 이제 죽어 줘야겠지?" 남궁란의 전신에서 진녹색의 불꽃 같은 기운이 이글거리기 시작했 다. 그것은 결코 남궁란 본인이 가지고 있던 무공은 아니였다. 진녹색 불꽃이 영역을 서서히 넓히자 주위의 바위나 나무들에까지 남궁란의 몸과 똑같은 지녹색 불길이 맺혔다. 타오르는 게 아니라 마 치 도깨비불처럼 물체 위에서 느릿하게 흔들리는 초록색의 불꽃은 괴 인에게 불길한 느낌을 주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서, 설마 이 무공은.." "잘 가라고." 남궁란의 주위 십여 장 가까이 번져나가던 진녹색 불길이 확 번지면 서 괴인을 향해 뻗어나갔다. 상대도 충혈된 눈으로 있는 힘을 다해 장력을 날렸지만, 믿을 수 없게도 조영웅조차 쉽게 대하지 못하던 그 장력은 귀화(鬼火)에 닿자 마치 빨려들듯 소리없이 사그라들었다. 그 리고 불길은 피할 틈도 없이 괴인의 몸에 명중했다. "으아악!" 한 순간. 한 1초도 지나지 않아 괴인의 몸은 사라져버렸다. 불꽃에 타들어간다던가 하는 게 아니라, 닿자마자 재가 되어 날려가버린 것 이다. "사령독화(邪靈毒火)...넌 누구지?" 어느세 조영웅의 표정은 원래의 침착함을 되찾았다. 하지만 그의 눈 빛은 평상시와 달리 복잡한 감정들의 소용돌이를 그대로 밖으로 드러 내고 있었다. "나는.." ---------------------------------------------------------------- 안녕하세요? 프란입니다. 음..이틀 잠을 못잤더니 결국 오늘 낮잠을 자버렸군요; 기름이 떨어 져 자다가 얼어죽는 줄 알았네요; 자다 일어나 쓰는 통에 이번 글은 허접이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이 런 식의 전개에는 아무래도 익숙하지가 않으니..; 원래 아무생각 없이 쓴 글이였지만 이 정도 쓰고 보니 비평이라도 한 번 받아보고 싶어지네요; 날림글이라고 해도 좀 제대로 써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비평 환영합니다아~ 퍼억! -3GP, 4GW, 5GC, 6GS프란이였습니다. 3. 第三章 - 전운(戰雲). 무림은 피로써만 나아갈 수 있는가? 끝없이 이어지는 혈투.. ---------------------------------------------------------------- "아함~ 잘잤다." 예련은 상쾌한 새벽공기를 들이마시며 기지개를 켰다. 자타가 공인 하는 잠벌레이긴 하지만 예련도 마법사. 메모라이즈를 할 수 있는 새 벽에 일어나는 것은 완전히 몸에 배인 버릇이였다. "지금쯤 호협곡의 상황이 장난이 아닐텐데.." 메모라이즈 추가하고, 세수하고, 밥 먹고, 양치질까지 한 후 예련은 느긋하게 상황을 점검해 보았다. 그쪽에는 이미 도화령이 가 있고, 지금쯤이면 조영웅과 남궁란, 그리고 얼마 후에는 불광선사까지 도착 해 달마삼검이 가짜임을 증명할 수 있는 상당수 증거 -그 중 일부는 조작된 것이였지만 예련은 개의치 않았다. 어차피 목적은 보물에 눈 먼 군웅들을 일깨우는 것이니까- 를 사람들의 코앞에 내보이고 전 백 도의 단합을 외칠 것이다. 무림인도, 중원인도 아닌 자신은 그 자리 에 끼어들 필요가 없었다. 게다가 자신에게는 더 중요한 일들이 있었다. "천마동부의 마교관련자료를 뒤지는 건 오후쯤에 해야지. 일단 한숨 만 더 자고.." 태평하게 다시 자리에 누워 이불을 덮어버리는 예련이였다. 전에도 언급했었지만, 새벽에 일어나서 메모라이즈 하고 또 자는 건 아르케 미시아 마법학원 학생들의 공통된 습성이다. "Zzz...." 뭐, 과거 예련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신혼 첫날밤에도 잘 녀석' 이 였으니 이 정도쯤이야 예사일지도. 자는 모습이 귀여우니 눈감아주도 록 하자.(;;) * * * 호협곡의 본관. 너비 이십 장에 높이가 오 장이나 되는, 중국식 건축물치고는 상당 이 높은 이 건물에는 지금 호협곡 창시 이래 최초로 그 건물의 넓이 를 초라하게 만드는 숫자의 사람들이 몰려와 있었다. 쉽게 말해서 본 관 건물이 꽉 찼다는 뜻이다. "...이리하여, 본 문주는 호협곡이 부당한 방법으로 손에 넣은 달마 신검을 반환하고 전 무림에 공개적인 사과를 할 것을 요청하오!" 덩치 큰 아저씨 하나가 우렁찬 목소리로 외쳤다. 하지만 여러분들이 고등학교나 단과학원 같은 곳을 다녀봤다면 알겠지만, 주위에서 웅성 거리는 사람의 숫자는 연단에서 외치는 사람의 목소리와 반비례하는 법이다. 이 원리에 충실하게 그의 목소리는 도떼기시장을 연상케 하 는 수많은 사람들의 웅성거림에 묻혀 오 장 정도의 거리를 두고 앉아 있는 조귀성에게는 모기 울음소리정도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방 문주는 말을 하기 전에 생각하는 버릇을 기르는 게 좋을 것 같 소. 달마신검을 반환한다 칩시다. 그럼 대체 어디로 반환하란 말이 오? 방 문주 당신에게?" 비웃는 듯한 말투와 의외로 정곡을 찌르는 조귀성의 말투에 방 문주 라고 불린 사내의 얼굴이 시뻘개졌다. 보통 조귀성과 같은 부류의 사 람들은 무척이나 단순한데다가 자신이 생각한데로 말하고 또 행동하 기 때문에 말로 설득하는 게 무척이나 어렵다. 뭐, 말이 통할 상황도 아니지만. "어려분, 곡주께서는 달마신검을 부당한 방법으로 얻은 것이 아닙니 다. 보물은 예로부터 덕 있는 자가 임자인 법, 누구의 피도 흘리지 않고 이 보물이 곡주의 손에 들어왔다는 것은 곡주께서 정당한 달마 삼검의 주인임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겠소?" "허튼소리 마시오! 달마신검을 우연히 얻었다니, 그런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지어내고도 덕이 어쩌고 저쩌고 하는 것이오?" "본 곡의 사람들은 지난 달마신검 사건 때도 곡외로 나간 적이 없었 소. 우리가 달마신검을 강탈했다면 대체 어떤 조화를 부린 것인지 한번 설명해 보시오." "뭐요? 지금 농담하는 거요 조 곡주?" 조귀성이 달마신검을 어느 노인을 곡에 묵게 해 준 보답으로 우연히 선물받았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달마신검은 숱한 피보라를 뿌리면서 도화령의 손에 있다가 이름모를 괴인에게 강탈당해 사라진 물건이였다. 중인들로써는 조귀성의 말을 믿지 못하는 것도 당연했 다. "언제까지 그런 거짓말이 통할 거라고 생각하오?" 결국 견디지 못하고 한 거한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외쳤다. "거짓말이라니, 나 조귀성을 그런 사람으로밖에 보지 않소?" "물론이오! 계속 그런 식으로 발뺌한다면, 본인은 실력으로 귀하의 거짓과 무례한 태도를 고쳐주겠소!" "그렇소! 조 곡주는 어서 달마신검을 내놓으시오!" 역시 군중심리란 무섭다. 지금까지 그나마 양심이 있어 꺼내지 않고 있던 말을 한 사람이 입에 담자 한꺼번에 거기에 찬성하는 모습들이 라니.. "실력이라.." 조귀성이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일견 아무렇지도 않게 보이는 동작. 하지만 그 모습에는 알 수 없는 강력한 위압감이 실려 있었다. 절정고수들만이 내뿜을 수 있는 패도적인 무형지기(無形之氣). 그것 을 느낀 중인들은 순간 긴장했다. "해 보겠다는 거냐?" 아까 처음 일어난 거한이 철봉을 빙빙 돌렸다. 이거 회의장 분위기 가 말이 아니군. 하지만 거한이라고 해봐야 조귀성에 비하면 그리 커 보이지도 않는다. "그렇다면..보여주지." 조귀성의 입가에 싸늘한 미소가 맺혔다. "너희들이 그렇게 보고 싶어하는 달마삼검을 말이지.." 차르릉-! 상쾌한 금속음과 함께 조귀성의 손에서 달마신검이 뽑혀나왔다. * * * "젠장..역시 마교의 잔당들이였군." 도화령은 그제서야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호협곡에 잠입함과 동시에 수많은 살기가 자신을 향해 집중되고 있 었다. 도화령은 지금 그 살기를 일으키는 자들의 견제에 걸려 한 걸 음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게다가 이 살기는 분명 느껴본 적이 있는 자들의 것. 전에 객점을 습격했던 그 흑의인들.. 불리한 상황이였다. 전에는 뻔히 얼굴이 보이는 상황에서 마주쳤었 지만 지금은 몸을 숨기고 있는 상태. 지금 도화령은 상대의 위치조차 파악할 수 없었다. "으아악!" "와아!" 호협곡의 본관 쪽에서 느닷없이 비명과 함께 엄청난 함성이 터져나 왔다. "제길.." 흥분한 도화령은 무심코 그 쪽을 보기 위해 한 걸음 움직였다. 그러 자 파밧 하는 소리와 함께 암기 대여섯 개가 날아왔다. 어차 하는 생 각으로 몸을 피하긴 했지만 하나가 뺨을 스치고 지나갔다. '독인가?' 순식간에 상처 부위의 감각이 없어지며 화끈한 열기가 느껴졌다. 하 지만 그런 걸 감상할 시간은커녕 이어지는 공격을 피하기에도 급급한 것이 지금 도화령의 상황이다. 숨어있는 위치를 확인한 살수들이 한 꺼번에 암습을 가해온 것이다. "젠장!" 급한데로 검을 휘둘렀지만 그 동작은 암기를 막아내는 것과 자신의 위치를 확실하게 밝혀준 것 외에는 아무런 의미도 가지지 못했다. 또다시 독이 발린 암기가 도화령의 팔뚝을 스치고 지나갔다. * * * "이..이런 말도 안.." "뭐가 말도 안 된다는 건가? 이 정도 위력도 없다면 그대들이 목숨 을 걸고 빼앗으려 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조귀성은 검을 한손 지하세(검을 한손에 쥐고 아래 45도 각도로 비 스듬히 쥐고 서 있는것. 무지 폼나는자세;)로 든 체 벌벌 떨고 있는 중인들과, 그 앞에 펼쳐진 피의 바다를 바라보았다. 웃음이 나오는 걸 참을 수 없었다. 눈앞에 쓰러져 있는 자들은 하나같이 일파의 문주나 장로. 자신과 동등한 신분과 무공을 지닌 자들이다. 그런 자들이 겨우 달마삼검의 첫 초식에 이렇게 집단처럼 쓰러져가다니. 싸운다는 것이, 이긴다는 것이 이렇게 간단한 일이였던가? 자신의 강함이, 그리고 그 힘으로 상대를 베어넘기는 쾌감이 이렇게 크다는 것을 그는 처음으로 깨달았다. "후후.." 조귀성의 두 눈에서는 새파란 불꽃이 타오르고 있었다. 주변의 공기 가 그 기세에 얼어붙은 듯 흐름을 멈추고 주변의 풀들마저도 도망치 기 위해 반대편으로 몸부림을 쳤다. 보이지 않는 거대한 장벽이 그의 주위에 생긴 것 같았다. 조귀성의 피에 얼룩진 검이 서서히 들리면서 눈앞의 상대를 겨누었고, 맨 처음 조귀성을 공격했다가 무기인 철봉 과 함께 한쪽 팔을 잃어버린 사내는 그 검날을 보는 순간 온 몸이 갈 가리 찢겨져나가는 듯한 압박감을 느꼈다. "하하하핫! 역시 달마삼검이야! 정말 대단해!" 사내도 그 말에는 백분 동감했다. 하지만 그는 그것을 입 밖으로 낼 기회를 가지지는 못했다. 달마삼검의 두번째 초식, 달마혜광(達磨慧 光)이 그의 목을 날려버렸기 때문에. ---------------------------------------------------------------- 돌아온 프란입니다..; 최근 며칠동안 잠벌레가 되어 지냈습니다. 어찌된 게 자도자도 계속 잠이 오더군요; 아마 지난 사흘동안 합계 40시간은 자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이거 무슨 병일까요?; 최근 잘못한 거라고는 중금속이 든 수도물 로 보리차를 끓인 것과 휘발유 냄새를 좀 맡고 있는 것 외에는 없는데..; 죽을 병이 아니라면 글은 계속 올라옵니다. 곧 외전과 환동에 응모할 단편도 구상중이기 때문에 좀 느려지겠 지만요.. 뭐, 광마녀석과 함게 디아2의 세계를 누비고 있는 이유도 있습니다. 광마는 당분간 저와 디아2와 관련된 모종의 사건으로 연재속도가 조금 느려질 듯..제 잘못 아니니 폭멜 보내 지 마여~~;; - 3GP, 4GW, 5GC, 6GS 프란이였습니다. 3. 第三章 - 전운(戰雲). 무림은 피로써만 나아갈 수 있는가? 끝없이 이어지는 혈투.. ---------------------------------------------------------------- "쳐라!" 누구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던 그 일성과 함께 한 떼의 검수들 이 호협곡 본관을 향해 우르르 몰려갔고, 다른 자들도 뒤질세라 그 뒤를 따라갔다. 하지만 그 모습은 일사불란함과는 거리가 한참 멀었 다.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들은 오로지 달마신검을 얻기 위해 모인 각 문파의 어중이떠중이들이고, 그들의 대표자는 방금 조귀성의 손에 모 두 쓰러졌으니까. 그에 비해 본관 앞에 원형의 진을 치고 있는 호협 곡의 사람들은 똑같은 복장에 완벽한 진형을 갖추고 그들을 맞을 준 비를 한 상태. 숫자는 딸리지만 그 외의 모든 면에서 한참 앞서 있 다. 일단 폼부터 엄청 나니까..(;;) "發陣! 滅雲三碎!" "크아악!" "아악!" 결과는 너무나 분명했다. 한쪽에서는 진식을 지휘하는 구호와 기합, 반대쪽에서는 처절한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순식간에 바닥은 시체에 덮히고 피로 얼룩졌다. 일반적인 상식, 인 간의 몸에 박힌 검은 근육경직으로 잘 빠지지 않는다거나 근육을 최 대한 경직시키면 검의 궤도를 비틀어 뼈까지 잘리지 않는 것이 가능 하다거나 하는 의학서적에나 나올 이야기들은 하나도 통하지 않는다. 푸른 검기(劍氣)가 실린 장검이 사람 하나를 대각선으로 토막내는 순 간 피안개가 피어올랐다. 사지가 절단될 때마다 동맥은 허공으로 피 를 토해내고, 그렇게 만들어진 피의 장막은 또다시 질서정연하게 움 직이는 푸른 빛의 검기에 의해 잘려나간다. 형태와 색상에서 너무나 대조되는 두 빛이 만들어내는 광경은 아름다움을 넘어 신비하기까지 했다. 그것은 인간의 피와 생명으로 만들어지는 하나의 예술이였다. 살의 와 광기로 만들어지는 예술. 하지만 그 모습은 직접 그 예술의 소재가 되는 사람에게는 예술도 무엇도 아니다. 쏟아지는 내장을 움켜쥐고 비틀거리는 검수(劍手)의 눈에는 그저 죽음, 그리고 절망만이 떠올라 있을 뿐이였다. 아주 짧은 시간 동안, 호협곡의 정예 무사들이 만든 거대한 검륜(劍 輪)은 빠른 속도로 회전하며 일직선으로 적들의 한가운데를 관통했 다. 마치 전기톱으로 썩은 나무를 잘라내듯이. 그리고 그 톱날은 곧 반대 방향으로 돌며 가장 적이 밀집한 방향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 다. 모두의 눈에 공포가 떠올랐다. 저것의 궤도에 들어가면 죽는다. 그 한 가지 생각만이 머릿속을 지배했고, 그것이 신경을 거쳐 근육에 전 달되는 순간 그들은 도망치기 시작했다. 검도, 동료도, 자신의 소속 도 내팽개친 채로. 그 순간이였다. "아-미-타-불-!" 웅장한 사자후가 호협곡 전체를 뒤흔들었다. 피의 톱날은 순간 그 외침에 실린 거대한 압력에 밀려 주춤거렸고, 동시에 진식에는 아주 미세한 틈이 생겼다. 그리고, 정확히 그 방향 을 향해 허공에서 장력이 쏟아졌다. 콰아아-! 라그시안 대륙의 마법사가 보았다면 포스필드의 붕괴현상 정도로 생 각할 만한 거대한 에너지 폭풍이 땅을 휘감았다. 진세가 변화하는 충추부를 얻어맞은 검진은 삽시간에 흐트러졌다. 하지만, 그뿐이였다. 허공에서의 공격은 이어지지 않았고, 누구도 그 빈틈을 노려 반격을 가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러기에는 지금까지 받은 공포가 너무나 컸기 때문에. "아미타불.. 너무나 잔혹하구려. 귀하가 원하는 것은 이런 것이였소 ?" 백색 승포를 걸치고 손에 선장을 든 노승이 허공에서 가벼운 동작으 로 떨어져내렸다. 그 모습은 중인들 중 대부분이 아는 사람의 것이였 다. 소림의 불광선사. 그가 이 아수라장에 나타난 것이다. 하지만 단 한 초로 진식을 흐트러트린 불광선사는 뜻밖에도 무사들 쪽은 쳐다보지도 않고 몸을 돌리더니 입을 열었다. 마치 허공에 사람 이 있기라도 한 듯. 그리고 허공에는 정말로 사람이 있었다. "어쩔 수 없지 않소? 선사께서도 보셨을 거요. 탐욕에 눈이 멀어 염 치를 버린 자들의 모습을 말이오." "그럴 지도 모르오. 하지만.." 불광선사는 조용히 두 손을 모아 합장하며 말을 이었다. "그렇게 말하는 조 곡주, 그대는 무엇에 눈이 멀어 있소?" "눈이 멀어?" "그렇소. 내가 보기에 지금 조 곡주는 검에 눈이 먼 것 같소이다." 허공에 떠 있는 사람, 호협곡의 곡주 조귀성은 순간 흠짓했다. 그의 오른손에 들린 것은 새하얀 검광을 내뿜는 달마신검. 수십 명의 사람 들을 베고도 명검답게 검신에는 피 한방울 묻어 있지 않았다. "지금 그대가 하고 있는 짓이 저 사람들과 무엇이 다르오? 내가 보 기에, 조 곡주 역시 검에 눈이 멀어 사람을 함부로 죽이고 있소. 그 것이 옳은 일이라 생각하시오?" 불광선사의 지적은 정확했다. "후.. 그것은 인정하겠소. 내가 달마삼검에 욕심을 가진 것은. 그것 은 무인으로써 당연한 일이니까." "..." "하지만.. 선사께서는 하나 잊으신 게 있는 것 같소." "그게 무엇이오?" "새로운 무공을 익히면, 그것을 써 보고 싶은 것이 무인의 당연한 심리요. 그리고 무상반야진기, 달마삼검과 유일하게 자웅을 겨룰 수 있는 그 무공을 지닌 선사께서는 그 대상으로 더없이 좋은 상대가 아니겠소?" "!" 순간 허공에 번뜩이는 새하얀 검광이 불광선사의 눈에 들어왔다. 팔십 평생을 살아오면서 몇 번 보지 못했던 엄청난 쾌검. 정확하게 천지인(天地人)의 세 방위를 치고 들어오는 검기에 불광선사는 그대 로 목이 날아갈 뻔 했다. "이건.." "그렇소. 이것이 바로 달마삼검이오. 소림의 무공이니 선사께서 더 잘 아시겠지만.." 아미타불.. 그런 일이.. 불광선사는 이곳에 오기 전부터 달마신검이 마교측에서 만든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또 그에 대한 대비책을 준비해 온 상태였다. 조귀성이 달마삼검을 익히고, 그것으로 자신을 공격하리라고는 꿈에서조차 생각하지 못한 일이였다. 하지만 생각할 틈도 없이 조귀성의 손에 들린 달마신검은 또다시 검 기를 토해냈다. 단순한 세 번의 변초이지만 그물망처럼 완벽하게 모 든 방위를 차단하는 강대한 검세. 불광선사는 구궁(九宮)의 방위를 밟으면서 손에 들린 선장을 앞으로 내밀었다. 상대방의 검세에 비한다면 공격이라고도 표현할 수 없는 단순한 동작. 하지만 놀랍게도 그 간단한 동작은 사방에서 날아드는 공격을 모두 방어해내고 있었다. 이 한 수는 실로 금강항마장(金剛降 魔丈)과 금강부동신법(金剛不動身法)의 정수. 공격을 차단당한 조귀성은 연속공격 대신 검을 물리며 불광선사와 오 장 거리에 착지했다. "아미타불.." 불광선사는 낮게 법호를 외웠다. 지금 조귀성의 눈빛은 전의로 가득 차 있다. 그의 머릿속에는 한 가 지 생각밖에 들어 있지 않았다. 달마삼검을 마음껏 사용해 보는 것. 그뿐이였다. 자기 부하들의 싸움이나 오늘밤 벌어진 살육에 대한 생 각, 심지어는 대결의 승패에조차도 그는 관심이 없었다. 조귀성의 입가에 싸늘한 미소가 떠올랐다. * * * "큭.." 독이 혈관을 타고 도는 느낌이 그대로 전해지는 것 같았다. 팔 전체 에서 감각이 사라지고, 곧 이어 경련과 마비가 일어난다. 혈도를 막 아 놓았지만 어디까지나 독이 퍼지는 속도를 늦추는 것 뿐. 하지만 도화령은 아직도 그들에게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어둠 속에 숨어 자신을 노리는 수많은 살수들의 시선을. 그것은 싸움이라기보다는 사냥이였다. 상처를 입고 도망치는 도화령 을 살수들은 구석으로 몰고 있었다. 암기의 독이 퍼지기를 천천히 기 다리면서. 그들은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다. 하지만 이대로 시간을 끌면 상처입은 사냥감은 결국 지쳐서 쓰러질 것이 틀림없다. 도화령도 그 점은 잘 알고 있었지만 이 상황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는 아직까지 은신하고 있는 살수들의 정확한 숫자조차 알 지 못하는 것이다. '기회는.. 딱 한번뿐이다!' 도화령이 쫓기고 있는 방향에는 창고로 쓰이는 듯한 큰 건물이 하나 있었다. 그 안으로 들어갈 수만 있다면.. 은신술이라는 건 주위의 은 폐물을 이용해 몸을 숨기는 것. 결국 그들도 유령이 아닌 이상 도화 령을 쫓으려면 건물 안으로 들어올 수 밖에 없고, 그 시간 동안 그들 에게는 틈이 생긴다. 그리 넓은 공간도 아닌 건물 안에 숨을 생각은 없었다. 단지 그 짧은 시간차를 이용하는 것, 그것이 지금 도화령이 가지고 있는 마지막 패였다. '하지만.. 저 곳까지 어떻게 들어가지?' 살수들도 그 정도는 이미 예상하고 있을 것이다. 그들은 분명 건물 로 가는 길을 막고 자신을 다른 쪽, 그들의 그물이 준비된 장소로 몰 아넣을 것이다. 그렇다면.. 대책이 없다. 예련이라도 있었다면 특유의 환술을 이용해 간단히 몸 을 뺄 수 있었을텐데.. "..!" 예련이라고? 순간 도화령의 머릿속에 무언가가 번뜩하고 떠올랐다. 그게 가능하다면.. 생각대로만 된다면 도망치는 정도가 아니라 이 상 황을 완전히 반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도화령의 입가에 회심의 미소가 떠올랐다. --------------------------------------------------------------- ...날이 갈수록 연재주기가 느려지는군요; 핑계를 대자면..최근들어 10시 이후에 나우 접속이 거의 불가능합니 다. 어제도 거의 30분 동안 Cannot connect.. 메세지와 밀고 당기는 싸움을 벌였지만 결국 패배해버렸죠;; 설마 오늘만 그런 거겠지 했다 가 이틀동안 나우에 못들어갔습니다; 제 시간상 월요일부터 수요일 사이에는 10시 이전에 접속할 틈이 나 지 않는데 그 때 접속이 안되면 그날은 꽝인거죠; 이거 에데셀의 문제인지 나우의 문제인지...;; - 핑계쟁이 프란이였습니다. 오늘의 마법~# 포스 필드(Force Field) : 역장(力場). 강력한 마나의 에너지장을 형성해 공격을 방어한다. 일반적으로 물리력으로는 뚫을 수 없는 완벽한 방어막이라고 알려져 있으며, 실제로도 힘으로 깨트리는 것은 무척 힘들다. 최고 수준의 방어마법 중 하나이지만 응용만 잘 하면 공격에 사용 하는 것도 가능하다. 3. 第三章 - 전운(戰雲). 무림은 피로써만 나아갈 수 있는가? 끝없이 이어지는 혈투.. ---------------------------------------------------------------- 도화령은 급히 짐을 뒤졌다. 그리고 곧 그의 손에는 예련이 준 수정 구와, 자신이 조금 전 맞았던 독침이 들렸다. 이론상으로는 문제없는 생각이긴 한데.. 실제로 가능할까? 그런 생 각이 순간 스치고 지나갔지만 밑져봐야 본전이다. "로거이드 오부제드!" ..예의 그 중국식 마력어발음은 도화령 본인이나 독자들에게는 익숙 하겠지만, 적어도 그의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살수들에게는 순간 동 작을 멈추기에 충분할 만큼 이상한 소리였다. 생각해 보라. 무림에서 화룡검객이라는 별호로 명성을 떨치는 절정고수가 싸우다 말고 난데 없이 허공에 대고 괴상한 혀꼬부라지는 소리를 해대면 누구라도 이상 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는가? 그러한 이유로 살수들은 곧바로 방금의 소리로 위치가 드러난 도화 령을 향해 공격을 퍼붓는 대신 아주 잠깐이지만 시독(尸毒)의 영향으 로 도화령이 미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야 했다. 그리고 그 짧은 순간이 가져온 댓가는 엄청났다. "하앗-!" 낭랑한 기합과 함께 선명한 선홍색 섬광들이 허공을 수놓았다. 마치 폭죽이 터지는 것 같이 불꽃이 포물선의 궤도를 그리며 사방으로 뻗 어나가는 모습은 불구경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눈을 동그랗게 뜰 만 큼 멋졌다. "큭!" "!" 그리고, 그 불꽃의 궤적 속에 들어가 있는 살수들의 몸은 선홍색 검 기에 여지없이 정통으로 궤뚫렸다. 원리는 간단했다. 로케이트 오브젝트(Locate object)는 특정 물체를 주위에서 찾아내는 마법이다. 도화령은 자신이 맞은 독침을 대상으로 이 마법을 사용한 것이다. 같은 소속의 살수들이라면 대부분 같은 암 기를 사용하고 있을 거라는 추측으로. 주문은 정확하게 성공해 도화령은 수정구를 통해 같은 종류의 물체 가 주위 일곱 곳에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는 그대로 그 장소를 향해 검을 날린 것이다. 순간의 방심이 전세를 180`로 반 전시키는 순간이였다. 도화령이 방금의 이상한 소리 한 마디로 자신들의 위치를 알아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한 살수들은 대부분 그 일검에 치명상을 입고 말 았다. 하지만 도화령에게 자비를 구할 생각은 없었다. 연이어 화룡검법의 절초들이 펼쳐지며 그나마 살아남은 살수들을 핍박해갔다. 그때였다. "홀리 윈드(Holy Wind)." 주문은 어떤 상황에서도 흐트러지거나 억양이 바뀌어서는 안 된다. 아수라장으로 변한 지상의 상황과는 너무나 대조적인, 침착하면서도 평온한 목소리가 바람을 타고 퍼져나갔다. 그리고 그 목소리를 따라가듯 푸른 빛의 바람이 캔버스에 떨어진 물 감처럼 퍼지면서 밤하늘을 뒤덮었다. 마치, 맑은 가을 하늘을 보는 듯한 푸른 빛. 그것을 담은 바람이 지상을 따스하게 휘감는 것이였 다. "이..이건.." 갑자기 낮으로 변해버린 듯한 밝은 푸른빛 하늘을 바라보는 사람들 의 표정은 놀람을 넘어 감동으로 가즉 차 있었다. "아아.. 아미타불.. 세존께서 왕림하기라도 하셨단 말인가? 어떻게 이런 기적이.." 예련의 신성마법을 잘 아는 불광선사조차도 이렇게 말했을 정도니 다른 사람들의 심정이야 더 말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8월말의 아 직은 무더운 저녁날씨가 순식간에 시원한 바람이 부는 한낮의 가을처 럼 바뀐다면 일단 놀라는 쪽이 더 정상에 가깝다. "殺!" 이 놀라운 상황에서 가장 먼저 이성을 되찾은 사람은 불광선사도 도 화령도 아닌, 흑의에 복면을 한 살수들의 대장이였다. 그의 몸이 허 공에서 한번 사라진다 싶더니 순식간에 예리한 검기가 도화령과의 간 격을 좁혀 들어오고 있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지금은 서로가 눈에 보이는 상황. 이런 조건하에 서라면 검객인 도화령이 자객이나 살수보다는 훨씬 유리하다. 날카로운 금속의 마찰음과 불꽃, 두 사람의 시선이 교차하는 순간 흑의복면인의 어깨에서 팟 하고 피가 터져나왔다. "그때 그 녀석들이군. 마교의 주구. 죽여주마!" 싸늘한 외침과 함께 도화령은 흑의복면인, 신혈흑영대 대장 무인의 목을 향해 일검을 날렸다. 쨍! "?" 도화령은 흠짓하면서 검을 거두었다. 그의 검을 막은 사람이 너무나 의외의 인물이였기 때문이다. "죄를 저지른 자는 반드시 댓가를 치루는 법이조. 불가에서는 업보 (業報)라고 하던가요?" 예련은 손에 들린 백은색 철봉을 돌려 잡으며 말했다. "여기는 제가 맡죠. 일단 저 쪽부터 어떻게 해 봐요." 예련이 가리킨 곳에는 조금 전 홀리윈드에 놀라 잠시 중단되었던 싸 움이 다시 진행되고 있었다. 부하들은 불안한 표정으로 싸우지 않고 자리에 머물러 있었지만 그들의 대장인 조귀성이 불광선사와 계속해 서 접전을 벌이는 모습을 보고 정신을 가다듬고 진열을 정비해 나갔 다. 도화령의 판단으로도, 전체적인 상황은 저쪽이 더 급해 보였다. "그러죠." 고개를 끄덕인 도화령은 급히 그쪽으로 몸을 날렸다. 살아남은 살수들 중 일부가 도화령의 뒤를 노리고 암기를 던졌지만, 곧 그는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봐야 했다. 그가 던진 암기가 보이지 않는 벽에 부딛치기라도 한 듯 도화령과 자신의 중간쯤에서 불꽃을 튀기며 튕겨나간 것이다. "호신강기(護身剛氣)?" "그렇게 고급스러운 건 아냐. 단순한 방어주문이지." 암기가 막히는 것을 본 예련은 여유있게 말한 후 캐스팅을 시작했 다. 이미 이전에 예련, 즉 진선의 마법에 걸려 몇번 고생을 한 바 있 는 신혈흑영대는 급히 물러나 안전거리를 확보하면서 계속 암기를 던 졌다. 내공이 실린 암기는 예련의 바리어(Barrier)를 절반 가까이 파 고 들어갔지만 뚫지는 못하고 사방에 푸른 빛을 흩뿌리면서 튕겨나갔 다. 마법 에너지 소멸시 나타나는 광류(Lightwave) 현상이였다. 암기가 먹히지 않는 것을 본 살수 하나가 양 손을 모으더니 장력을 날렸다. 일반적으로 무공이 낮고 잠입과 매복 등의 임무를 주로 하는 암살자들은 일반적으로 장력에 약하기 때문에 이런 기술을 거의 쓰지 않는다. 하지만 효과는 의외로 좋아 방어막 전체에 푸른 빛이 번지면 서 요란한 소리와 함께 뒤흔들렸다. "쳐라!" 그 모습을 본 무인이 자신도 장력을 날리면서 외쳤다. 하지만, 이미 예련은 주문을 완성하고 있었다. "파워 워드 슬립(Power word Sleep)!" 예련 최고의 제압주문이 발동되자마자 살수들은 그 자리에 풀썩풀썩 쓰러졌다. 그들은 다음에 일어날 때까지 자신이 왜 잠들었는지 알지 못할 것이다. * * * "달마혜광(達磨慧光)!" "불광천기(佛光天氣)!" 새하얀 검기가 허공을 갈기갈기 찢고, 그 뒤를 이어 해일 같은 장력 이 검기의 폭풍을 삼켜버린다. 압도적인 압력 속에서 고묘하게 방향 을 비튼 검이 그 반동으로 장력의 범위에서 빠져나오면 어느세 선장 이 앞을 가로막고 있다. 두 사람의 대결은 그야말로 용호상박이였다. 하지만 공격적인 검세 로 초반에 우위를 차지하던 조귀성은 장기전이 되어가면서 내공이 깊 은 불광선사에 비해 약간씩 밀리는 느낌을 주었다. 막 초식을 주고받은 두 사람이 간격을 넓혔다가 다시 좁히려는 찰나 였다. 콰아아아--! 두 사람 모두를 밀어내기에 충분한 장력이 조귀성과 불광선사 사이 에 내려꽃혔다. 흙먼지가 일어나며 둘은 압력보다는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거리를 넓혀야 했다. "조 공자이시오?" 불광선사가 바라본 곳에는 조영웅과 남궁란이 나란히 서 있었다. 하 지만 남궁란은 여기저기 옷이 찢어지고 긁힌 게 뭔가 흉험한 격전을 치르기라도 한 듯 했다. "저 자와 상대하지 마십시오!" 조영웅의 외침과 동시에 두 사람의 신형이 동시에 땅을 박차고 달마 삼검을 비껴든 조귀성에게로 날아갔다. ---------------------------------------------------------------- 저번주는 부산에 내려갔었습니다; 친척집에서 고기 얻어먹고 집에서 외식하고 나니까 갑자기 고급 음식을 먹은 위가 비명을 지르는군요; 쿨럭; 메모리즈 8연참에 저도 충격이 큽니다; 광마보다 느 리게 쓴다는 말 들으면 어떻게 이 바닥에서 살겠습니까--; 고로 매일연재...하지만 지켜질지; - 3GP, 4GW, 5GC, 6GS 프란이였습니다. 오늘의 마법~# 홀리 윈드(Holy Wind): 이름 그대로 신성한 바람. 사악한 생명체나 마법에 타격을 주는 바람을 광범위하게 일으킨다. 다른 풍계 마법과 결합시 효과가 크다. 바리어(Barrier): 방어막. 실드가 정면 방향만을 방어한다면, 이 주 문은 시전자를 중심으로 반구형의 범위를 방어할 수 있다. 공격이 전 방향에서 한꺼번에 날아오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 으므로 실드만큼 자주 쓰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대표적인 방 어주문 중 하나이다. 3. 第三章 - 전운(戰雲). 무림은 피로써만 나아갈 수 있는가? 끝없이 이어지는 혈투.. ---------------------------------------------------------------- 조영웅의 손에서 새하얀 검광이 튕기듯 쏘아져나갔다. 질 좋은 연철 (聯鐵)로 만든 검을 구부렸다가 튕겨낸 듯한 완벽한 탄검술(彈劍術) 이였다. "하앗!" 상대가 갑자기 바뀌었는데도 조귀성은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달 마삼검의 절초를 펼쳐 들어오는 검을 막아냈다. 뒤이어 남궁란이 조귀성을 향해 권경을 날렸고, 그것을 피한 조귀성 이 양쪽 모두에게 반격을 날리면서 세 사람은 엉켜붙어 난전을 벌이 기 시작했다. "아미타불.." 이상한 상황이였다. 무림에서 일대 일의 대결을 벌이는 가운데 끼어드는 것은 큰 실례이 다. 게다가 그것이 거의 대등한 두 사람일 경우는 더더욱 그렇다. 배 분으로 치면 까마득한 후배일 조영웅이 난데없이 자신의 싸움에 끼어 들어 그것도 2:1로 조귀성을 몰아치는 것은 무림의 규칙대로라면 경 을 치고도 남을 짓이 아닌가? 불광선사의 입장에서는 머리에서 올라오는 스팀으로 증기터빈을 돌 린들 누구도 잘못했다고 말하지 않을 상황이였지만 수양이 깊은 고승 답게 그는 화를 내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런 상황보다 조영웅이 싸우는 모습이 더 눈에 걸렸던 것이다. 삼마를 단 한초에 날려버린 조영웅이다. 그라면 충분히 조귀성 정도 는 혼자 상대하고도 남음이 있는 것 아닌가? 그런데 지금 조영웅은 남궁란과 함께 공격을 하면서도 선기를 잡는 것 외에 특별한 우세를 보이지 않고 있었다. 변화무쌍하면서도 완벽 한 검초의 사용은 여전했지만 내공이 평상시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 는 것이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불광선사의 생각과 상관없이 세 사람은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었 다. "크크...제법이군!" 조귀성의 손에 들린 검이 순간 수십 개로 흩어지면서 남궁란과 조영 웅의 전신 요혈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남궁란은 대담하게도 검날의 면을 손으로 쳐내거나 흘려보내면서 조귀성에게로 파고들었고, 조영 웅은 청성파의 천지검법(天地劍法)을 펼쳐 그 공격을 막아낸 후 검식 을 분광검법으로 바꾸어 역습을 가했다. 양쪽 모두 보통 사람으로써 는 흉내내기 힘든 기술이였다. "하앗!" 조귀성도 검을 회수하며 조영웅의 공격을 막고 연환각(連環角)으로 남궁란의 공격에 맞섰다. 하지만 그것은 실책이였다. 검이 봉쇄당한 상황이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지만 남궁란은 너무나 간단하게 연환 각을 막아낸 후 그 반동으로 조귀성에게 파고들었다. 마치 춤을 추는 듯 남궁란의 몸 전체가 포물선을 그리며 회전한다. 퍼억! 막고 자시고 할 틈도 없었다. 검을 휘두를 수 없는 거리까지 파고든 남궁란의 쇄마격(碎魔擊)은 그대로 조귀성의 가슴에 명중했다. "헉!" 못해도 갈비뼈 한두대는 나갈 만한 타격이였다. 조귀성의 입에서 피 가 터져나왔고, 신형이 휘청이며 뒤로 밀렸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조영웅의 검이 허공에 반원을 그렸다. 따앙-! 금속끼리 부딛치는 소리라기에는 너무나 맑다. 조금 울리는 맛만 있 었다면 편금(片今)이나 작은 종소리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하지 만, 그 소리를 일으킨 두 개의 금속조각을 바라보는 중인들의 시선은 경악으로 가득 차 있었다. "..!" 허공으로 치솟아 오르는 새하얀 검신. 반 동강이 난 검신의 아랫쪽 은 급히 몸을 돌리는 조영웅의 손에 들려 있었다. 막 조귀성의 목을 향해 날아들던 조영웅의 검이 어떻게 부려진 것인 지 눈으로 확인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아니, 딱 한 사람을 제외하 고. "모두 피하시오!" 조영웅은 사자후를 터트리며 반쪽밖에 남지 않은 검을 맹렬하게 휘 둘렀다. 이번에는 검기가 아닌 검강(劍剛)이 거대한 탁류처럼 휘몰아 치며 사위를 차단했다. 하지만 그뿐이였다. 어떻게 된 것인지 알 틈도 없기 검강의 탁류가 반으로 갈라졌다. 그 리고, 그 속으로 파고든 한 자루의 검이 조영웅의 옆구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 "크크크.. 겨우 이 정도로 날 어쩌겠다고?" 조귀성의 음산한 목소리가 허공에 울려퍼졌다. 불광선사는 자신의 눈을 믿을 수가 없었다. 조영웅이 갑자기 약해진 것도 그렇지만, 조귀성은 갑자기 어떻게 저렇게 강력한 검식을 쓰는 것인가? "늦었나.." 이대로라면, 지금의 자신으로써는 저 자를 어찌해 볼 가망은 없다. 그대로 놔두면 두 시진도 못 가 알아서 쓰러지겠지만, 그 두 시진이 면 저 상태의 조귀성에게는 호협곡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다 죽여버 리기에 충분하고도 남음이 있을 것이다. 그 일만 아니였어도.. 조영웅은 입술을 깨물었다. * * * "나를...모른단 말인가?" 남궁란의 목소리는 기괴하게 비틀린 듯한 느낌을 주었다. 하지만 괴 물이라던가 언데드 같은 게 내는 목소리 같은 것과는 근본적으로 느 낌이 달랐다. 비틀리기는 했지만 누가 들어도 완전한 여자의, 그것도 뭐라 표현하기 힘든 요기(妖氣)가 담긴 목소리였다. "그랬었나..." 조영웅은 침통한 표정으로 남궁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뭔가에 씌 인 듯 눈동자에는 촛점이 사라지고 검은 불꽃 같기도 하고 아지랑이 같기도 한 이상한 기운이 몸 주위에서 맴돌고 있었다. 어찌 보면 실 성한 듯 보이는 표정은 특이하게도 묘한 백치미를 느끼게 했다. "후후..왜 그러지? 기뻐해야 정상이 아닌가?" "..그렇긴 하지." "그럼 웃으라고. 그래야 정상 아냐? 하하하.." 남궁란의 몸 주위의 기괴한 기운이 갑자기 확산되기 시작했다. 안쪽 에서부터의 압력을 견디지 못한 남궁란의 옷이 몇 군데 터져나가면서 새하얀 속살이 조영웅의 눈에 들어왔다. "..뭐 하는 짓이지?" "왜? 재밋잖아? 후후.." 남궁란은 완전히 풀린 눈동자로 조영웅을 바라보면서 미소지었다. 몸을 약간 기울이자 찢어진 옷자락이 스르르 흘러내리며 어깨선이 가 슴 근처까지 드러났다. 그 단순해 보이는 동작 하나하나에는 놀랄 만큼 사내의 심혼(心魂) 을 잡아끄는 마력이 있었다. 절대적인 무공을 지닌 조영웅조차 순간 움찔할 정도로. 사유화가 보여주었던 음마수라무 따위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강력한 음공(淫功). 그때였다. "크흑!" 어찌보면 실성한 듯, 백치 같은 미소를 지으며 조영웅을 바라보고 있던 남궁란의 표정이 일그러지며 그녀 주위의 이상한 기류가 크게 흔들렸다. "너..따위에게..또.." "크크?! 아직도 발악이냐?" "이건..내 몸이야... 꺼져..!" 한 사람의 성대에서 나오는 소리가 맞나 의심스러울 만큼 다른 두 개의 목소리가 동시에 남궁란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크흑!" "남궁 소저..?" 남궁란이 이마를 싸쥐며 신음을 흘리자 조영웅은 당황하는 표정이였 지만, 그 뿐 뭔가 다른 행동을 취하지는 못했다. 너무나 의외의 상황 에 얼어붙어버린 듯한 모습이였다. "네 맘대로는..안 돼.." 남궁란은 쥐어짜듯 중얼거리더니 그대로 오른손을 들어 자신의 명치 를 내리찍었다. "큭!" "!" ---------------------------------------------------------------- 욱.. 저번화를 보고 처음으로 이 글을 리메이크하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습니다; 저걸 글이라고 써 올리 다니..; 어제는 메모리즈 8연참을 앞세운 광마의 협박(?--)에 밀려 거의 비몽사몽간에 글을 썼었죠; 뭐 글을 쓰다가 깜빡 졸았을 정도니 더 말은 필요없을듯; 그러니까 용서해 주세여--; 뭐..사실 이번화도 엉망이긴 마찬가지지만.. 처음에는 그래도 좀 나았는데--; - 게으른 프란이였습니다; 오늘의 마법~# ..아, 저번주에 마법설명을 몇개 빼먹었더군요--; 역시 졸릴 때는 글을 쓰면 안 됩니다; 일단 빼먹은 마법들 설명; 파워 워드 슬립(Power word Sleep): 이름에서 추측할 수 있듯이 대상을 이유 불문하고 잠재우는 마법. 그 유명한 파워워 드 킬과 같은 권능언령계(權能言令系) 의 주문이지만 그 정도까지 강하지는 않다. 일단 7 클래스이니까.. AD에는 없는 오리지날 마법이다; (* 파워워드 킬 외에도 권능언령계는 파워 워드 블라인드, 파워 워드 스턴 등 상당수가 있다.) 라이트웨이브(lightwave)에 대해: l.w는 일반적으로 구성된 마법 이 외부의 충격에 의해 흩어질 때 제어를 잃은 마나가 빛 으로 변해 방출되는 현상이다. 이때 빛이 마법의 영향권 경계면을 따라 파도처럼 퍼져나가므로 라이트웨이브는 이 름이 붙었다. 라이트웨이브의 형태를 말로 표현하기는 쉽 지 않지만, 매?오오라를 생각하면 이해할 수 있다. 상당수의 자연현상이 그렇듯 l.w도 아름답지만 그 실체는 아무런 의미도 없다. 3. 第三章 - 전운(戰雲). 무림은 피로써만 나아갈 수 있는가? 끝없이 이어지는 혈투.. ---------------------------------------------------------------- 보통 명치를 정통으로 맞으면 사람은 기절하거나 쓰러진다. 환타지 주인공 폭주하는 꼴마냥 이상한 모습을 보이던 남궁란이라고 예외는 아니였다. 짧은 신음과 함께 쓰러지는 남궁란을 조영웅은 급히 달려 가 붙잡았다. 저런 식으로 내공이 폭주할 경우 대부분 혈도에 공력이 한계 이상으 로 몰려들기 때문에 점혈은 잘 먹히지 않는다. 차라리 단순무식한 방 법이 더 효과적인 것이다. 남궁란이 의식을 잃는 것과 동시에 그녀의 주위를 둘러싸고 있던 기 괴한 기류도 씻은 듯이 사라졌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것이 해결된 것은 아니였다. "으음.." 남궁란의 입술 사이로 가느다란 신음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곧바로 그녀의 몸이 불덩어리처럼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기절과 동시에 완전 히 제어를 잃은 내력이 몸 속을 맴도는 것이다. '이 정도의 내공이면 일각도 지나기 전에 전신혈도가 터져나간다!' 전형적인 무협지 주인공형 만능캐릭인 주영웅은 의술에 있어서도 일 가를 이루고 있었기에 한눈에 남궁란의 상태를 알아볼 수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내공을 안정시키는 방법은 그 이상의 내공을 지닌 사 람이 강제로 공력을 단전으로 되돌리는 것 뿐. 자, 이 정도면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뻔한 것 아닌가? 조영 웅은 급히 남궁란을 그 자리에 눕히고 공력을 끌어올렸다. 보통 이런 상황에서는 가슴 앞섶을 해치고 가슴 바로 아래에 있는 모 혈도 장심을 갖다대고 내공을 주입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렇게 하 면 혈도의 위치상 가슴을 거의 감싸쥐는 형태가 되기 때문에 참 보기 가 좋다. 태산준령과도 같은 두 개의 수밀도가 나타나니 거기 손을 대는 순간 느껴지는 신비한 감..그만두자. 하지만 이런 씬이야 상당히 신사적인(?) 무협지에서나 쓰는거고 보 통 특급 위기상황이라면 물론 안면몰수하고 '남녀간의 교합으로 어떤 내상도 완벽하게 치료하는 초절정 무적회복공'을 쓰는 게 최선의 방법 이지만 아직 작가도 그렇게까지 망가지고 싶은 마음은 없다; 모종의 이유도 있지만 아직은 밝힐 수도 없고. 그렇다고 해서 강도를 낮추어 가슴노출씬을 내보낼 것이냐? 그것도 문제가 있다. 본 필자, 한의학에는 눈꼽만한 지식도 없지만 사이트를 이리저리 뒤져 본 결과 여성의 가슴 부근에는 혈도운행에 필수적이라 고 할 만한 혈도가 없다. 유일하다고 할만한 유문혈(幽門血)은 너무 아래에 있고. 모 무협지들에서 있는지도 모르는 유근혈이라던가 기타 이런저런 혈도를 불러대면 99.9% 헛소리로 생각하면 된다. 있는지는 몰라도 중요 혈도는 아니다. 뭐, 명문혈과 회음혈의 위치도 몰라서 여자 아랫도리를 벗기고 명문혈에 진기를 주입하는 바보놈도 본 적이 있긴 했지만..(명문혈은 척추를 지나는 선에서 배꼽 높이쯤 되는 곳 에 있다) 삼류무협지 주인공을 모티브로 했지만 그 정도까지 멍청하지는 않은 조영웅은 곧바로 제딴에는 합리적인 방법을 생각해냈다. "이런.." 한 초에 산을 날리고 땅을 뒤흔드는 적과 상대할 때도 결코 떨리지 않던 조영웅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남자 손이라고는 믿기 힘든 하얗고 가느다란 손길이 남궁란의 웃옷을 위로 끌어올렸다. 어차피 방금 반쯤 걸레쪽이 되어버린 옷이라 별로 어려울 것은 없었다. 풍만하게 부풀어 오른 가슴 바로 아래부터 아랫배에 이르는 완벽한 곡선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조영웅의 오른손이 양지유가 엉긴 듯한 남궁란의 아랫배(그런데..양 지유가 뭐지? 무협지에 씌여 있어서 베끼긴 했는데 본 적이 없으니.. 손은 그녀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스다듬기라도 하듯 머리 윗부분에 닿았다. 임맥의 시작점이 되는 백회혈(百會血)에서부터 단전에 위치 한 기해혈까지 공력을 순환시키려는 것이였다. 절정의 무공을 지녔다 하나 아직 여인을 접해 본 적 없는 -전형적, 전형적...- 조영웅의 손에 남궁란의 부드러운 피부가 닿자 그는 본능 적으로 손을 움찔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지금은 사람을 살리는 게 우선이다. 그리고 준 H씬을 연출하는 것도(--;). "큭.." 조영웅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다름이 아니라, 폭주하고 있는 남궁란의 몸에 흐르는 공력이 상상 이상이였던 것이다. '그 힘이..모두 역류하고 있는 건가?' 남궁란의 몸은 이미 불덩어리였다. 도화빛으로 달아오른 얼굴에서는 식은땀이 비오듯이 흐르고 있었고, 입에서는 가쁜 숨이 흘러나왔다. 전에 이런 일이 한번 더 있었다면 어떻게 지금까지 살아 있는지 의심 스러울 정도로 위급한 상황이였다. 조영웅은 급히 전신 공력을 모조리 끌어올렸다. 그러자 전신에서부 터 뿜어져나오는 기류가 머리 위에서 세 개의 고리 모양으로 뭉치는 것이 보였다. 아니, 잘 보면 꽃봉오리같은 모양으로도 보인다. 그렇 다. 이것이 바로 전설의 삼화취정(三花聚頂)인 것이다. 두 내공의 힘이 부딛치면서 남궁란의 몸은 터져나갈 듯한 힘의 폭발 로 떨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조영웅이 불어넣고 있는 내력은 남궁란 의 몸 속에 있는 사기(邪氣)와 극상의 것이였고 얼마 가지 않아 두 힘은 서서이 중화되기 시작했다. 조영웅의 몸도 미미하게 떨리고 있었다. 말이 쉬워 중화지, 이만한 힘을 상쇄시키는 것은 보통 공력 수위로는 꿈도 못 꿀 일이였다. 제 아무리 잘난 조영웅이라고 해도 이런 속도라면 반 시진 이내에 내공 이 바닥나고, 한 시진이면 적어도 반 갑자 정도의 진원을 잃을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자신의 짐작이 맞다면 남궁란의 몸에 흐르는 사기 를 제거하고 그동안의 내상을 전부 치료하는데는 적어도 한 시진 이 상이 걸릴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이 대법이 끝나면 남궁소저는 임독이맥이 타동되게 된다. 나로써는 손해볼 것이 없다. 지금도, 앞으로도...' 그것은 자기합리화였다. 조영웅 자신도 알고 있었다. 자신을 위해 서, 그리고 자신을 따르는 많은 사람들을 위해서는 더 나은 방법이 있었다는 것을.. 그리고 자신이 그것을 실행하지 못했다는 것을.. * * * "크하하핫!" 검기(劍氣)라는 것은 일반적으로 검에 맺히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 은 대부분 검의 형태, 즉 폭이 좁고 긴 형태로 이루어지는 강기의 일 종이다. 그러나 조귀성의 검기라는 것은 아예 그 상식을 벗어나고 있 었다. 그야말로 하늘을 뒤덮을 듯한 검기가 해일처럼 조영웅과 남궁 란을 향해 밀려들어왔다. "피하시오!" 저만한 공격이라면 장내의 누구도 막을 수 없다. 정상적인 상태의 자신이라면 가능하겠지만, 남궁란을 치료하기 위해 공력을 거의 다 써버린 조영웅은 지금 피하기에도 급급했다. 그의 기술들은 대부분 엄청난 공력 소모가 뒷받침되어야만 쓸 수 있는 공력먹는 하마들인지 라 함부로 쓸 수도 없었다. 콰콰콰콰--! 조영웅, 남궁란, 불광선사까지 한꺼번에 범위에 넣는 거대한 검기를 세 사람은 각자의 절기를 발휘해 멋지게 피해냈다. 조영웅은 곤륜의 유명한 운룡대팔식(雲龍大八式)을 발휘했고, 남궁란은 임독이맥의 타 동으로 배가된 공력을 마음껏 발휘해 검기의 측면을 내공이 실린 손 으로 내려치며 그 반동으로 몸을 날렸다. 불광선사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지만, 합장한 그의 몸 주위에는 희미한 빛 같은 것이 맺혔고 믿 을 수 없게도 검기는 그대로 불광선사를 통과해버렸다. 움직이지 않 으면서도 모든 공격을 피한다는 금강부동신법의 절기였다. 하지만 곧 불광선사는 그 공격을 피한 것을 후회했다. 그의 뒤는 바 로 호협곡의 인물들과 달마삼검을 빼앗으러 온 군웅들이 싸우고 있는 한가운데였던 것이다. 어마어마한 굉음과 함께 지축이 통채로 뒤흔들렸다. 엄청난 경기의 폭풍이 사방으로 휘몰아쳤고, 주위의 한 아름도 넘는 나무들이 뿌리 채 뽑혀 말려올라가며 옆의 건물에 부딛쳐 벽을 박살내버렸다. "큭.." 폭풍이 사라진 자리에는 지름이 십여 장은 될짐한 거대한 구덩이가 파여 있었다. 그리고, 구덩이의 중심에서 이십 장 안에 살아 있는 사 람의 흔적은 하나도 없었다. 그 곳에는 적어도 백여 명 이상의 양측 인원들이 싸우고 있었음에도. 도화령과 예련이 살수들을 잠재우고 호협곡 본관에 도착한 것은 그 와 거의 동시였다. 멀리서 그 장면을 모두 바라본 두 사람은 벌린 입 을 다물지 못했다. "조귀성! 정신이 나갔나! 자신의 부하들까지 죽이다니!" 도화령이 고함을 질렀다. 하지만 조귀성은 그쪽으로 고개조차 돌리지 않고 조영웅, 남궁란, 불광선사의 세 사람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의 눈에서는 푸른 불길이 이글거리고 있었다. 그것은 내공 수위에 의한 것이 아니였다. 먹잇감을 노리는 야수의 그것과도 같은 인광. 그것을 느낀 불광선사는 섬뜩한 느낌에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아미타불.. 이성을 잃은 것이오, 조 곡주?" "뭐라고 말을 해도 지금의 저 자에게는 들리지 않을 것입니다." 조영웅이 불광선사를 돌아보며 말했다. "무슨 소리요?" "저 자는 지금 마성(魔性)에 정신을 빼앗긴 상태입니다." "!" "달마삼검.. 그 가짜 달마신검에 새겨져 있는 구결은 달마삼검이 아 닙니다. 마교에서 만들어 낸, 극강(極强)의 마검식(魔劍式)이죠. 사 용하면 사용할수록 마성에 빠져들고, 끝내는 사용자를 완전히 전투 에 미친 살인귀로 만들어버리는 유괴마공(幽壞魔功)과 함께.." 지금의 상황과는 어울리지 않는, 너무나 차분한 목소리였다. ---------------------------------------------------------------- 안녕하세요? 프란입니다. 오늘도 지각이군요; 오늘 오후 4시에 자리에서 일어났답니다; 푸하핫--; 결국 오늘 저녁먹기 전에 글 올린다는 당초의 계획 은 박살나고, 부랴부랴 써 올리게 됐습니다. 이번화는 혈도 이 야기 때문에 사이트 뒤진다고 시간이 좀 걸렸거든요; 그런데 멋진 사이트가 있더군요. http://inhavision.inha.ac.kr 김용 무협 홈페이지입니다. 혈도자료도 여기서 구했습니다^^/ 앞으로 한문 몰라서 막 나가는 경우는 줄어들듯; 요즘 쓰는 글도 많고 할 게임도 많지만.. 진도만은 그대로 나가야.. 오늘의 마법~# ..없죠? - 자취방을 게임방인줄 알고 놀러오는 친구 때문에 오늘도 디아하는 프란이. P.s> 더 이상 어떻게 더 야하게 쓰란 말야~~--; 3. 第三章 - 전운(戰雲). 무림은 피로써만 나아갈 수 있는가? 끝없이 이어지는 혈투.. ---------------------------------------------------------------- "그런.." 내노라하는 불광선사의 입에서도 신음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유괴마공이라면, 체내의 잠력이 모두 촉발되는데는 한 시진 도 걸리지 않을텐데.." "문제는 그 한 시진을 어떻게 버티냐 하는 거로군요. 누구 좋은 생 각 없나요?" 남궁란의 질문은 무의미한 것이였다. 지금은 머리를 굴리기보다 몸 을 굴려 날아오는 검을 피하는 게 더 급한 상황이였으니까. 콰콰콰-! 조귀성의 손에 들린 검이 폭풍같은 검기를 뿜어낼 때마다 건물이 무 너지고 땅에 거대한 도끼로 찍은 듯한 구덩이가 파였다. 물론 주위에 있던 사람들도 마구 죽어나가는 수밖에. 난데없는 상황에 군웅들은 혼비백산해 무기를 내던지고 도망갔지만 놀랍게도 호협곡의 무사들은 자신의 주군이 미쳐 아군을 죽이고 있는 상황에서도 절반 이상이 본 래의 임무, 즉 군웅들을 공격하는 일을 계속하고 있었다. 이것만으로 도 본래의 조귀성이 부하들을 얼마나 잘 훈련시켰는지를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아미타불.." 내공이 낮은 자들은 검기에 가려 보이지 않았지만, 불광선사는 지옥 에서 갓 올라온 따끈따끈한 나찰(羅刹)을 연상시키는 조귀성의 일그 러진 얼굴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붉은 인광이 번뜩이는 그의 눈은 이미 정상인의 것이 아니였다. 그것은 유괴마공이 대상의 영혼을 잠 식하는 최종단계에 이르렀다는 뜻. "겨우 이것뿐인가? 무림에서 내노라는 불광선사와 복마신협, 철권봉 황이? 크하하핫!" "그쪽이야말로 할 줄 아는 말은 그것뿐인가요?" 조귀성의 광기어린 외침에 대한 대답은 허공에서 들려왔다. "?!" "Call lightning." 번쩍! 눈부신 섬광이 하늘을 양단하듯 내리꽃혔다. 전격은 굉음을 터 트리며 단숨에 조귀성의 몸을 휘감았다. 그리고 이어서 제 2, 3타가 연속으로 똑같은 자리에 떨어졌다. 콜 라이트닝의 장점중 하나가 대기중에 충전된 전하가 다 떨어지는 시 간까지 계속 연속공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펑펑거리는 폭음이 터지면 서 조귀성이 있던 자리에 목욕탕 하나 정도는 만들 만한 구덩이가 열 대여섯 개쯤 생겨났다. 전격마법이 폭발성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생 각해 볼 때 이 위력은 거의 상식을 초월하는 것이였다. 그 증거로, 예련의 주문이 끝나고도 한참 동안 지면은 잔여전하에 의 해 계속해서 파지직거리며 스파크를 일으키고 있었다. "...." 하지만 그 모습에 기뻐하는 사람은 몇 없었다. 조귀성과 대치하던 대 부분의 사람들은 자욱하게 일어나는 흙먼지와 스파크 속에서 의연하게 서 있는 그의 모습을 뚫어보기에 충분한 안력을 가지고 있었으므로. "크으으.." 연기와 흙먼지를 헤치고 검은 실루엣이 천천히 그 모습을 드러냈다. 믿을 수 없게도, 그 벼락을 맞고도 바지는 무릎까지만 날아가고 그럭 저럭 남아 있었다. 어떻게 이렇게 되는지는 모른다. 벼락이 급소(?) 만 피해서 떨어지는 것도 아닐텐데 말이다. 뭐 만화나 애니를 보면 꼭 이렇게 되니 뭔가 이유가 있겠지. 하지만 급한 건 그게 아니였다. 몸이 반쯤 숯검뎅이 되어버린 듯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달마신검 -이라고는 이제 부를 수 없게 됐지만- 을 든 조귀성에게서 느껴지는 기세는 전혀 줄어든 기색이 없었다. 오 히려 기괴한 빛을 내는 안광만은 더욱 강해진 듯 했다. "완전히 맛이 갔군.." 침울한 표정과는 어울리지 않는 말을 내뱉은 예련은 급히 고도를 올 렸다. 그리고 바로 그 아래를 조귀성이 날린 검기가 베고 지나갔다. 걸리적거릴 곳이 없는 허공으로 뻗어나간 푸른 섬광은 눈깜빡할 사이 에 저 하늘의 별이 되어 사라졌다. "타운트(Taunt)." 예련이 손에 들고 있던 돌맹이 하나를 아래로 살짝 던졌다. 아무런 힘이나 공력도 실리지 않은 그냥 평범한 돌맹이였다. '뭘 하려는 거지?' 중인들이 궁금해하는 것도 당연했다. 돌을 던져서 뭘 하겠다는 건가 ? 하지만 마법이라는 건 그렇게 단순하게 생각하는 게 아닌 법. "크아아앗!" 조귀성은 자신을 향해 떨어지는 돌맹이를 보자마자 갑자기 괴성을 지르며 검을 휘둘렀다. 손가락만한 돌조각은 검기에 스치기도 전에 돌가루로 변했지만, 그 궤적에 예련의 몸은 들어 있지 않았다. 조귀 성의 검은 황당하게도 예련이 아니라 그녀가 던진 돌맹이를 노리고 날아간 것이다. 하지만 황당함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조귀성은 계속해서 괴성을 지르며 공중으로 뛰어오르며 예련을 향해 계속해서 검기를 날려댔다. 하지만 그가 아무리 뛰어난 무공을 가지 고 있더라도 경공술은 예전 그대로일 터. 어기비행(御氣飛行)이라도 있지 않은 한 비유적인 표현이 아닌, 실제로 하늘을 날으는 것은 불 가능하다. 아니, 날 수 있다고 치자. 육체를 지닌 바람의 정령이라고 까지 불리는 프리시안의 성직자와 공중전을 벌이기라도 하겠다는 건 가? (--;) 당연히 공중 수십 장 높이에 떠 있는 예련은 거리를 이용해서 가볍 게 날아드는 검기를 피해냈다. "죽어랏-!" 콰과과과---! 천붕지괴(天崩地壞)라는 단어 중 앞의 두 글자가 현실로 나타나는 듯한 장면이였다. 미친 듯 날아드는 검기의 폭풍은 상당히 여유있게 몸을 피하고 있는 예련의 옷자락을 마구 휘날리게 만들고 있었다. 사 위를 뒤덮는 검기에 둘러싸여 모습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는 예련의 모습은 마치 폭풍우가 치는 바다에 떠다니는 작은 조각배 같았다. 아참, 말해두는데 지금 예련은 바지를 입고 있다. (--) "...."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이였다. 정신이 나간 조귀성의 공격을 허공 으로 유도하는 것 정도는 쉬운 일이다. 타운트를 몇 번만 더 써주면 조귀성의 진원지기가 다 떨어질 때까지 견딜 수 있을 것이다. 하지 만.. 그것은 살인이다. 그 생각이 지금 예련으로 하여금 확실한 방법을 사용하는 것을 망설 이게 하고 있었다. 사람을 죽이는 것 자체가 힘든 일은 아니다. 예련은 지금까지 자의 던 타의던 수백 명 이상의 사람을 자신의 손으로 죽인 경험이 있었 다. 하지만,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듯이 누군가를 죽이는 일은 결코 하고 싶지 않았다. "뭐 저런 미친 놈이 다 있어?" 미친 상태라고 해도 약한 건 아니다. 예련이 홀드 퍼슨, 패럴라이 즈, 슬립, 일리테이션 같은 제압용 주문들을 닥치는데로 걸어 보았지 만 날뛰는 조귀성에게 먹히는 건 하나도 없었다. 저 움직임을 멈추게 할 수만 있다면 근접해서 홀리 워드같은 주문으로 제정신을 들게 만 들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지금 조귀성에게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모순...' 순간적으로 예련의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간 단어였다. 죽음이라는 것은 그 사람에게 앞으로 남겨진 모든 가능성을 빼앗는 행위. 그렇기 때문에 그 대상이 어떤 죄인이라도 죽음은 정당화될 수 없다. 하지만.. 지금 눈앞에 놓여진 선택은 단 둘 뿐. 자신의 손으로 한 사람을 죽이던가, 아니면 그가 주위 수백 명이 넘는 사람들을 모조리 죽이는 것을 눈 뜨고 멍하니 지켜보는 것. 어느 쪽이던 살인을 해서 는 안 되는 성직자의 율법을 어기는 짓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아예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그 것은 이상이고, 예련과 같은 사람들이 추구하는 길이지만 현실은 아 니다. 결국 이상을 추구하면서도 현실과 타협하지 않을 수 없다. 정 상에 올라가기 위해 앞에 놓인 돌을 밟아야 하듯이. 지금까지 수많은 고귀한 영혼들이 그 모순의 벽을 넘지 못하고 무너 졌었다. 예련 스스로도 정답을 찾기 위해 노력했지만, 아직까지도 무 엇이 옳은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아니, 정답이란 애초부터 존재하지 도 않는 것. 하지만 예련은, 그리고 성직자라는 존재들은 그 정답을 찾기 위해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있을 수 없는 정답을. "그래야겠지..." 예련은 결국 선택했다. 이전에도 몇 번이나 내렸던, 하지만 결코 원하지 않는 선택을. --------------------------------------------------------------- 음냐음냐..안냐세여? 프란이예여~ @.@ 어제 친구 생일이라고 또 술먹었네요; 나도 미쳐간다니까.. 결과는 어제 글올리기 포기, 그리고 프란의 주머니에서 나가버린 4만원..; 이번주에 술값 밥값 쏴서 날린 돈이 대체 얼마야?--;; 뭐 어쨌던 이런저런 이유로 최근 신행기가 안 올라온 것에 대한 변명을 늘어놓으려고 생각했 는데 별 핑계거리도 안 생각나네요 O.o; 광마의 메모리즈 다음 8연참, 뿌리의 문나이츠 1부 완결..이 둘보다는 프란의 신행기 50회 달성 이 빨라야겠죠; 그런데 왜 불타오르질 않는거냐; T.T - 주절대는 프란이였습니다. 오늘의 마법~# 타운트(Taunt): 상대를 조롱하거나 열받게 만들어 시전자를 향해 이 성을 잃고 달려들게 하는 마법. 디*블*의 모 클래스 모 스킬인 타운트와 비슷하다. AD오리지날 마법에서는 아아~주 귀여운 달팽이를 집어던지는 게 정상인데 예련은 그냥 돌맹이로 대신 했다. 숙련도가 높으니까..; 3. 第三章 - 전운(戰雲). 무림은 피로써만 나아갈 수 있는가? 끝없이 이어지는 혈투.. ---------------------------------------------------------------- "크으...으윽.." 처절함을 넘어 화려하기까지 했던 싸움은 그 시작과는 정반대로 너 무나 간단하게 끝나고 말았다. 예련은 반 시진 동안 공중에 떠서 각 종 정신마법으로 조귀성을 교란시켰고, 그는 그 시간 내내 허공에 대 고 칼을 휘두르다 결국 체내의 잠력이 모두 빠져나가 쓰러지고 만 것 이다. 옆에서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허무하다는 표현이 딱 어울릴 것이다. 이 얼마나 썰렁한 결말인가? 무협지 특유의 화려한 전투씬과 주인공의 엄청난 고난과 위기 끝에 열혈과 근성의 힘으로 적을 무찌 르는 전개에 익숙해진 분들이라면 당장 p를 눌러버릴지도 모르지만 이것이 바로 마법전이라는 것이다. 누가 폼나게 이겨야 한다고 헌법 에 써놓기라도 했단 말인가? "..." 손가락 하나 움직일 힘도 남지 않은 조귀성의 옆에 예련이 가볍게 착지했다. 조귀성의 모습은 처참했다. 진원이 다 빠져나간 몸은 강시를 연상시 킬 만큼 순식간에 말라붙어 뼈와 쭈글쭈글해진 피부만이 이것이 사람 임을 알리기 위해서인 듯 가까스로 남아 있었다. "우우..." 아무 힘도 없는, 그리고 아무 의미 없는 소리가 입을 타고 흘러나왔 다. 살아 있는건가? 예련은 반사적으로 조귀성의 맥을 짚었다. 수분까 지 다 빠져나간 듯 푸석푸석한 스폰지 같은 피부였지만 희미하게나마 맥박이 띄는 것이 느껴졌다. 이 정도라면 회복마법을 최대한 운용하면 .. "아미타불..." 예련의 등 뒤로 불광선사가 다가왔다. "늦었소. 숨은 붙어 있지만 이미 진원지기가 모두 사라진 상태.. 고통 없이 보내주는 게 예의요." "그럴 순 없어요!" 너무도 과격한 반응에 불광선사는 흠짓했다. 예련도 자신이 심했다 고 생각했는지 곧 목소리를 낮추었다. "저라면...어떻게 방법이 날 지도 몰라요. 일단 이 치료는 해보죠." "하 소저의 의술이 입신의 경지임은 잘 알고 있지만..." 진원을 잃은 사람을 무슨 재주로 살린다는 건가? 진원이란 정기, 즉 생명 자체에 가까운 것인데... 예련도 그 정도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 살아있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살려내고 싶었다. 자신의 눈 앞에서, 자신의 손으로 누군가 가 죽는 것은 더 이상 보기 싫었다. "Healing." 신성마법 최고수준의 회복마법이 펼쳐졌다. 하지만 그것이 소용없다 는 것은 누구보다 예련 자신이 더 잘 알고 있었다. 조귀성의 눈빛에 돌아오는 생기는 회복의 효과가 아닌 죽기 직전에 나타나는 회광반조 의 현상이였다. "...." 눈앞이 뿌옇게 흐려지는 것이 느껴졌다. 아직도 이런 일에 익숙해지 지 못한 걸까. 철없던 어린아이 시절은 이미 지나지 않았나? 몇 번이 나 겪었던 일인데, 왜 또 눈물이 나오려는 걸까.. "울 필요는..없소.." 죽어가는 사람의 목소리치고는 너무나 또렷한 말이였다. "이것은 내 불찰.. 소저는 당연한 일을 한 것이오. 미안한 사람은 오히려.." 마지막 남은 생명을 연소시키는 듯 조귀성의 목소리에는 힘이 담겨 있었다. "아미타불.." "선사께도 죄송합니다. 무림에 제가 끼친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수준일 터.." "그만두게. 그대만의 잘못은 아니니.." "제 품 속에.. 호협곡주의 영패가 있습니다. 그것을 꺼내 제 부하들 에게 싸움을 멈추도록 지시해 주십시오. 그리고.." 너무 긴 말을 한 듯 조귀성은 크게 숨을 내쉬었다. "제가.. 죽더라도.. 호협곡만은.." "..알겠네. 호협곡에는 일체의 책임을 지우지 않겠네. 그리고 자네 후계자도 예정대로 호협곡주로 추대할 것이네." "감사..합니다. 그리고.." 뭐라고 말을 꺼내고 싶었지만 예련 역시 침묵을 지켰다. 떠나는 사 람의 마지막을 방해할 권리는 그녀에게 없었다. 지금 할 수 있는 일 은 죽어가는 자를 위한 기도를 올려주는 것 밖에.. 조귀성의 눈에서 빛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 할 말이 남 은 듯, 그는 숨을 헐떡이면서도 끝까지 입을 열려 했다. 숨이 멈추어 가는 상태에서 나오는 말이였기에 불광선사처럼 천이통(천이통)의 경 지에 이르지 못한 예련은 조귀성의 입에 귀를 거의 갖다대다시피 해 야 했다. 죽음에 이른 자의 유언을 들어주는 것은 성직자의 의무였 다. "모..두.. 피.. 폭..폭약.." "폭약?" "보관..하고 있던.. 누군가가.. 터트..린다면...이..곳은.." "!" 그 말을 들을 수 있던 모두의 안색이 싹 변했다. "도 대협! 호협곡의 지휘자를 불러오게! 어서!" "예!" 호협곡 무사들과 군웅들간의 싸움은 이미 끝나 있었다. 조귀성이 미 쳐서 허공에 검을 휘둘러대는 상황에서 조영웅과 남궁란이 나서 호협 곡의 수석장로를 막아 싸움을 멈추도록 지시했던 것이다. "..곡주님의 말씀대로요. 호협곡 지하에는 상당량의 폭약이 몇 년 전부터 모여 있습니다. 하지만 경계가 극히 엄중하니.." "..!" 수석장로의 자기자랑을 끝까지 들어줄 여유는 없었다. 예련과 불광 선사, 조영웅의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은 똑같았다. 마교의 목적은 무 림의 세력 약화. 조귀성이 쓰러진 이 상황에서 그들이 이곳에 있는 사람들을 제거할 가장 좋은 방법이라면? "어디예요!" "예?" "그 폭약 창고 말이예요. 정확한 위치가 어디죠?" "그건.. 본당 지하.."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말고! 지하면 대략 몇 장 정도 깊이에 있죠?" "그러니까 본당 우측에서 세 번째 문에.." 수석장로가 그리로 가는 '길'만을 계속 읊어대자 예련은 짜증이 났 다. 좌표를 불러달라고 하면 간단하지만 그런 표현을 중원인이 이해 할 수 있을리도 없을뿐더러, 좌표라는 단어의 중원어 표현법도 몰랐 다. 다급해진 예련은 곧바로 ESP를 사용해 수석장로의 마음을 읽어냈 다. "알아서들 따라오세요!" 수석장로의 기억을 통해 화약고의 정확한 위치를 찾은 예련은 즉시 주문을 발동시켰다. "Dimension Door." "어엇?" 예련의 몸이 갑자기 사라지는 것을 본 수석장로의 입에서 경악에 찬 탄성이 터졌다. * * * "하앗!" 검은 옷을 입은 복면인들보다 예련이 한 발 더 빨랐다. 원래 반사신 경의 차이로 비교한다면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겠지만, 길을 가는데 난데없이 옷깃이 스칠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 허깨비처럼 사람, 그것 도 눈부신 벽안의 미녀가 뿅 하고 나타난다면 아무리 고도의 훈련을 받았다 하더라도 놀라지 않는다는 건 불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예련 은 이런 상황에 충분히 익숙해져 있었다. 설마 디멘션 도어로 순간이 동한 장소 바로 앞에 자객들이 부싯돌을 들고 서 있을 줄은 몰랐지 만. 예련이 옷소매를 휘두르자 얼어붙을 듯한 차가운 바람이 사방으로 휘날렸다. "빙백옥형수(氷魄玉形手)? 이건 본교의 마공인데? 뉘시오?" "알아서 뭐랑 바꿔먹게?" 냉기를 계속 뿜어내며 예련은 그대로 말을 건 복면인에게로 달려들 었다. 이런 집단에서 입을 여는 존재라면 십중팔구 지휘자일 것이였 다. 하지만 그쪽도 만만하지 않았다. 예련의 빙백옥형수가 이성(二成)도 채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복면인은 허리에 찬 검을 뽑으며 예련 에게로 내질렀다. 일초의 불필요한 형식을 배재한, 오로지 적을 죽이 기 위해서 최적화된 검식이였다. "큭!" 예련은 급히 빅백옥형수의 초식으로 검날을 밀어내며 뒤로 물러섰 다. 하지만 간신히 자세를 잡았을 때, 예련의 가슴 앞섶은 반쯤 잘려 나가 너덜거리고 있었다. 실로 무서운 쾌검이 아닐 수 없었다. "이건 손속에 사정을 둔 것이오. 이번에도 정체를 밝히지 않으면 살 초를 쓰겠소." 복면인 대장이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것이 신호인 듯 복면인들 모두가 소리도 없이 예련은 에워쌌다. "훗.." 물러설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당장이라도 이 녀석들을 날려버리지 않으면 화가 풀릴 것 같지 않았다. 이들뿐만 아니라, 자신으로 하여 금 또 한 사람의 생명을 빼앗게 만들고, 그것을 이용해 자신의 이득 차리려고 하는 자들 전부를. 이런 마음을 가지는 게 옳은 것이 아닌 줄은 알지만, 예련에게 멈추고 싶은 생각따위는 눈꼽만큼도 없었다. ------------------------------------------------------------- 죄송합니다--; 어제 올릴 계획이라고 많은 분들에게 말씀드렸었는데 약속을 못 지 켰군요. 이래저래 사람이 바보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번에 환타지문학의 발전이라는 주제로 학교에서 연구발표를 하게 되었는데, 다음주 수요일까지로 알고 편하게 앉아 있었더니 교수님 이 발표 전에 토요일까지 제출해달라고 하시네요--; 지금 난리가 난 상태입니다. (더불어 아스트로네트의 천벌 발동도..퍼억!--) 오늘은 광모씨와의 약속도 있고 해서 밤을 새서라도 글을 하나 더 올리겠습니다. 하지만 가능할지는 저도 보장은 못하겠네요;;;; 나는 야 무책임#~ 퍼버버버버버벅!!!!! --. 그럼 전 이만 다음 글 쓰러.. - 글이 안올라온다고 벌써 세 군데서 잔소리들은 프란이; 오늘의 마법~# Healing: 보통 CRPG에 익숙한 분들은 힐링이라고 하면 평범한 회복 마법을 생각하겠지만 AD에서 이 주문은 가장 강력한 회복주 문 중 하나이다. 체력을 거의 최대까지 회복시키고, 모든 종 류의 상태이상을 치료해준다. 6클래스던가? 지금 바빠서 성직 자 스펠북을 뒤질 틈이...--; 3. 第三章 - 전운(戰雲). 무림은 피로써만 나아갈 수 있는가? 끝없이 이어지는 혈투.. ---------------------------------------------------------------- "Lighting." "!" 주위가 눈부신 빛에 휩싸였다. 조금 전 예련이 빙백옥형수를 전개하 면서 주위의 수분이 얼어 작은 얼음조각들이 되어 있었고, 라이팅 주 문이 만드는 새하얀 빛은 그 얼음조각들에 반사되면서 필설로 형용하 기 힘든 아름다운 빛의 난무를 형성했다. 하지만 아름다움과는 상관 없이, 조금 전까지 앞 사람의 얼굴을 겨우 확인할만한 야명주의 빛만 을 가지고 주위를 관찰하던 복면인들에게 이 빛은 날벼락이나 다음 없었다. 예련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수중에 들린 철봉을 휘둘렀다. 진선으 로 변장하고 다니던 때는 여기 천을 감아서 기(旗)로 사용했지만 회 풍멸류기초를 그냥 쓰기에 이 장소는 너무 좁았다. 예련이 빙계주문, 아니 빙계무공을 쓴 것도 화약에 불이 붙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이만한 화약고라면 가끔가다 무기들이 부딛칠 때 생기는 불똥이나 열 이 거의 없는 라이팅 주문의 빛에도 분진에 불이 붙을 수 있기 때문 이다. "윽!" 눈이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예련의 철봉 -본인은 스태프라고 우기는 -에 맞은 복면인 하나가 날아가 벽에 부딛쳤다. 적어도 갈비뼈 몇 개 는 날아갔을 것이다. 공격이 들어가자마자 예련은 그대로 타구봉법(打狗棒法)중의 광구견 미를 연결해 나머지 복면인들을 공격해 나갔다. 이거, 멀쩡하게 생 긴 아가씨가 거지 미친개잡는 흉내를 내고 있으니 보기는 영 아니겠 지만 폼이야 어쨌던 길이, 굵기, 모양 등 모든 면에서 -무게는 좀 안 맞다- 타구봉법에 어울리는 예련의 만년금정 막대기는 무서운 기세로 복면인들을 쓸어나갔다. 예련이 천마동부에서 수련했던 무기술 중 가 장 높은 경지에 다다른 것이 회풍멸류기초와 이 타구봉법 전반부였던 것이다. 그래봤자 오성을 넘진 못하지만. "발진!" 터터텅-! 그제서야 시력이 돌아온 복면인들이 황급히 진식을 형성했다. 그들 이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에서 예련의 절초를 막아낸 것은 거의 운 이라고밖에 할 수 없을 것이다. 빛을 전혀 반사하지 않는 검은색 단검이 만들어내는 그물망같은 흑 색 검기가 눈부실 정도의 백광을 뿜어내는 금정봉의 잔상과 연이어 격돌했다. 좁은 공간과 화약폭파의 위험이라는 제약 때문에 화려한 묘사와 강대한 힘의 대결 같은 것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싸움이였지 만 그 대신 양쪽 모두 현란하고 빠른 기술을 구사해 그 빈틈을 메꾸 고 있었다. 전체적으로는 예련 쪽이 조금 무거운 무기를 이용해 힘으로 날아드 는 단검들을 밀어내면서 속도의 열세를 극복하는 형태였다. 남자들 대여섯이 여자 힘에 밀린다는게 좀 그렇지만 가진 무기의 무게차가 워낙 크니 어쩔 수 없었다. 제아무리 풀잎을 들고 철판을 베는 무공 의 소유자라도 힘은 질량과 가속도의 곱에 비례한다는 뉴턴의 제 3법 칙을 무시할 수는 없지 않은가? 게다가 예련이 쓰고 있는 것은 그 전 설이라는 무상반야진기였다. 예련과 복면인들은 순식간에 삼십여 초를 교환했다. "...." 하지만 거기까지가 한계였다. 선기를 잡긴 했지만 무공을 사용하는 싸움에서 예련과 복면인들은 경험과 숙련도의 레벨이 달랐다. 조영웅 처럼 절대적인 무공의 우세라도 있다면 그냥 힘으로 밀어버릴지 모르 지만 예련은 그런 축도 아니다. '침착해.. 침착..' 정신없이 날아드는 살기어린 공격을 익숙하지 않은 무기로 막으면서 상황을 판단할 여유를 가지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예련이 천마동부에서 본 무공 중에는 분심이용(分心二用)의 수법도 있었지만 그런 걸 쓸 정신도 없었다. 그저 최대한 정신차리고 싸우는 수 밖에. 주위를 살피느라고 잠시 방어에 눈을 돌리는 순간 검은 빛 한 줄기 가 예련의 팔뚝을 스치고 지나갔다. 검게 물든 피가 주르르 흘러나와 옷깃을 적셨다. "후후..그 유사독(油蛇毒)에 하독당한 이상 살아날 가능성은 없다. 순순히 항복하시지." 순식간에 예련의 피부가 상처부위로부터 검게 물들어가는 모습을 본 복면인 대장이 음산하게 중얼거렸다. 그러나! 상황설명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그의 행동은 엄청난 실 수였다. 고수들의 싸움에서는 한 순간의 방심이 승패를 좌우하는 법. 예련이 약간 궁지에 몰렸다고 그렇게 떠들었다는 것은 확실히 문제가 있었다. 고로 자객이라면 상대가 죽을때까지 -또는 자신이 죽을때까 지- 입 한번 벙긋하면 안 되는 법이다. 왜 이런 소리를 하느냐? 말을 하는 동안에는 어떤 사람이던 간에 약 간이라도 정신이 분산될 수 밖에 없다. 그것도 진식을 지휘하던 복면 대장이 말한다고 잠시 정신을 흐트러뜨린 사이 진식의 공격속도가 약 간 늦추어졌고, 예련은 주위를 돌아볼 시간을 갖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 짧다면 짧은 그 시간은 명색이 마법사인 예련이 복면인 들의 진식을 파악하는데는 충분했다. 그녀는 이미 천마동부에서 마교 의 진법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을 읽어본 적이 있는 것이다. 게다가 마 법진과 10여년을 씨름하던 짬밥까지 있는 이상 웬만한 진식은 그냥 파악할 능력이 있었다. "죽어랏!" 복면인들의 단검이 흑색 섬광으로 변해 예련에게로 날아들었다. 어 둠을 뚫고 사방에서 날아든 검은 빛줄기들은 그 한가운데서 유일하게 새하얀 빛을 비추고 있는 예련을 금방이라도 난도질해버릴 듯 했다. 하지만 그것은 착각이였다. "하앗-!" 날카로운 기합이 터져나왔다. 기합이던 뭐던 소리지르는 걸 싫어하 는 성격의 예련으로써는 상당히 드문 일일 것이다. 그리고, 예련의 모습이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 철봉이 내는 소리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예리한 파공음이 터져 나오면서 예련이 서 있던 자리에서부터 거대한 백색의 광륜(光輪)이 만들어졌다. 무협지에서의 전투에는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화려하다못해 눈이 부 실 정도의 기(氣)의 폭발과 무시무시한 굉음, 천지가 뒤흔들릴 정도 의 back-burst(후폭풍)은 없었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그런 이 펙트를 연출했다가는 지하에 위치한 이 화약창고는 1초도 견디지 못 하고 날아가 버릴 게 뻔했다.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어차피 화약고에 불 붙이러 온 녀석들만 좋은 일 시키는 셈이다. 새하얀 빛을 내뿜는 광륜은 마치 수레바퀴처럼 무서운 속도로 회전 하면서 복면인들의 틈 사이를 파고들었다. 그 위치는 정확하게 진세 가 변화하는 지점. 허를 찔린 복면인들은 저항 한번 해보지 못하고 마차바퀴에 치인 개구리마냥 펑펑 튕겨나가버렸다. 예련의 손에 들린 게 검이였다면 아마 두세명쯤은 두세 조각이 나서 뒹굴고 있을 것이 다. "크악!" 순식간 진세를 뚫고 지나갔다기보다는 거의 뭉게버린 빛의 고리는 일 장 정도 전진한 후 다시 원래의 예련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대단해...' 기술을 시전한 예련도 약간은 의아한 표정으로 자신이 한 짓을 돌아 보았다. 정말 예상 외의 위력이였던 것이다. 처음에 이 이름도 안 적힌 검법이 천마동부의 무공서열록에 무상반 야진기를 제치고 3위로 기록되어 있는 것을 보고 반신반하하면서 익 혔던 예련이였지만, 실제로 써 본 결과는 대단했다. 아무리 진법의 빈틈을 알았더라도 다른 무공이였다면 이렇게 쉽게 진을 파괴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것도 예련은 쓸데없는 살인을 피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지도 않았었다. "크윽!" 단 일초에 복면인 여섯 중 세 명이 전투불능이 되어버린 이 기회를 놓친다면 그건 바보 중에서도 상급일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멍청 한 주인공들이 하는 실수를 예련도 저지르고 말았다. 저 복면인들이 혹시 죽은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는 사이, 복면인 대장이 화약상 자 앞에 놓여진 도화선 쪽으로 몸을 날린 것이였다. 예련이 움직일 틈도 없이 그는 도화선에 삼매진화로 불을 붙였다. 폭발물 보관 상자 가 그렇게 쉽게 터질 리는 없겠지만 도화선까지 준비해온 이상 분명 화약을 터트릴 준비는 다 되어 있을 것이다. "흐흐흐..끝이다! 같이 죽는거다!" 복면 사내는 휙 돌아서서 몸으로 도화선을 가리며 광소를 터트렸다. 과연 저게 자객이 맞긴 맞는 걸까.. 아무리 같이 죽는 판이라지만 방 금도 떠들다가 피본 주제에 또 대사를 중얼거려? 예련은 복면 사내의 말에 대해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답해 주었다. "Affect normal fire." 예련의 주문이 완성되면서 소리도 없이 도화선에 붙어 있던 불이 꺼 져버렸다. 무공을 쓰지도 않고 한 손을 까딱거리면서 뭐라고 중얼거 리기만 했는데 자신이 붙여 놓은 불이 퍽 하고 꺼지는 것을 본 복면 인은 경악으로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자, 이번엔 뭘 할 작정이지?" "으으.." 예련의 비웃는 듯한 말에 복면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하아앗-!" 순간 복면인은 앞으로 튕기듯 뛰어들며 단검을 앞으로 내뻗었다. 같 이 죽자는 동귀어진의 수법. 죽음을 각오한 복면인의 기세는 조금 전 에 비해 사뭇 예리했다. 하지만 그가 찌를 수 있었던 건 예련의 옷자락뿐이였다. 마치 돌진 하는 소의 뿔을 고묘하게 피하는 투우사의 몸놀림처럼, 예련은 단검 이 가슴을 찌르기 직전에 몸을 번개같이 뺀 것이다. 목표를 잃은 복 면인의 몸이 비틀거리는 순간, 몸을 완전히 돌린 예련의 철봉이 복면 인의 뒷통수를 강타했다. ---------------------------------------------------------------- 안녕하세요? 프란입니다. 갈수록 필력이 떨어져가는게 눈에 보일 정도군요; 역시 게으르니까 아무것도 안 됩니다--; 드라나 태양 같은 거라도 좀 읽으면서 필력을 가다듬어야할 듯.. 그러나 시간이--;;;; 화요일에 팀 프로젝트 하나, 수요일에 연구발표 하나, 일요일에 승단 심사, 다음주 화요일까지 홈페이지 제작 숙제, 다음주 금요일부터 기 말고사입니다--; 미치기 일보직전이라는.... 최대한 노력은 해 보겠습니다만은, 12월동안에는 매일연재는 힘들듯. ... 쿨럭; 이러다 문나이츠 1부 완결하기전에 50회 못가는거 아닐까? --;;;; - 이 판에도 웹기반 시뮬레이션 하고 있는 프란이였습니다;; 3. 第三章 - 전운(戰雲). 무림은 피로써만 나아갈 수 있는가? 끝없이 이어지는 혈투.. ---------------------------------------------------------------- "휴우.." 복면인들을 다 처리하고 화약고를 둘러보던 예련은 한숨을 쉴 수밖 에 없었다. 여기 있는 화약의 양은, 이게 몽땅 터졌다면 아마 안그래 도 산사태 날까봐 조마조마하게 생긴 호협곡이 그대로 무너져 버리고 도 남을 정도였던 것이다. 관리가 허술한 것은 아니였지만 이런 걸 자기집 지하에 두고 살아간다면 잠이나 제대로 올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예련은 인프라비전(Infravision)으로 주위에 또 다른 열원, 그리고 혹시나 잠복해있는 다른 자객이 없는지를 뒤져본 후에 지하실에서 나갔다. "하 소저! 괜찮습니까?" 막 계단을 올라가려는 순간 위에서 요란한 발걸음 소리와 함께 도화 령이 나타났다. "예. 걱정 마세요." 예련은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그 순간 정말 도화(桃花)처럼 발개지 는 도화령의 얼굴이라니.. 저 덩치에 정말 못봐줄 꼴이다. 그냥 삭제 처리를 해버려? 하지만 그래도 비위 좋기로는 누구에게로 밀리지 않는 예련은 경공이 느린 죄로 약간 늦게 들어온 호협곡의 사람들에게 다시 화약고를 맡 기고 밖으로 나왔다. "하 소저. 이것을 받게." 막 조귀성이 어떻게 되었는지 보러 가려던 예련을 불광선사가 붙잡 았다. 그의 손에는 한눈에 보아도 보통 물건이 아닌 것이 분명해 보 이는 옥패(玉敗) 하나가 들려 있었다. "이게 뭐죠?" "호협곡의 태상장로의 신분을 나타내는 호신패(虎神敗)일세. 조귀성 이 죽기 직전 소저에게 주라고 부탁하더군. 바보같은 짓을 해서 미 안하다는 말과 함께.." "...."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느껴지는 것은 오로지 두 사람을 훑고 지 나가는 무심한 바람의 촉감뿐이였다. "..정말 바보같은 일이예요." 예련은 손에 들린 옥패를 꽉 쥐었다. "사람들은 보통 남들의 고통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고 자기만 생각한 다던데.. 전 이제 그런 당연한 것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군요. 한심 한 일이죠." "그렇지 않네. 그런 하 소저야말로 누구보다도 아름다운 마음씨를 가지고 있는 것 아니겠나." 불광선사가 고개를 흔들며 말했지만 예련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 다. 슬픔과 감동. 이것 역시 모순된 감정이 아닐까. 그렇게 몇 번이나 슬픈 일들을 겪을 때마다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결국 그렇게 할 수 없도록 만들었던 기억들.. 이러한 느낌 때문에 어 쩌면 예련은 지금까지 성직(聖職)의 길을 걸어올 수 있었을지도 몰랐 다. 아니, 아마도 그것은 확실할 것이다. "자, 일단 돌아가세. 해야 할 일들이 아직 많으니까 말일세." * * * 확실히 지금부터 해야 할 일들을 생각하면 예련으로써는 감상에 젖 어 있을 시간 따위는 없었다. 조귀성의 난리굿(?) 덕분에 생긴 사상자만 해도 거의 백여 명. 게다 가 호협곡과 군웅들간의 전투까지 합치면 그 숫자는 시체 치우기조차 겁날 정도였다. 이름 있는 정파의 사람들은 무림맹의 전갈을 받고 오 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전 중원에서 모여든 군웅들을 상대로 이만큼 싸울 수 있었다는 것은 호협곡의 세력이 얼마나 강했는지를 단적으로 설명해주고 있었다. "중상자는 이쪽으로!" "어이! 금창약 좀 더 가져와!" "시체는 최대한 빨리 모으고 방역 처리하도록! 매장은 부상자들을 모두 구한 다음에 한다!" "도와줘!" 양과 질에 있어서 조금 전의 전투와 비교해도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 난장판이였다. 불광선사와 조영웅, 예련이 앞장서 남아 있는 사람들 을 피아 막론하고 모조리 구조반에 끌어넣었기 때문에 작업은 그나마 빠르게 진행되었다. 조금 전까지 적대하던 사람들이였지만 눈앞에 펼 쳐진 피바다 앞에서 모두들 넋을 잃었는지 아무 생각없이 사람들을 구하는데만 전력을 다하고 있었다. 욕심이나 계산 따위는 땅을 밟으면 흙 사이에서 핏물이 배어나오는 이 아수라장 속에서는 아무 의미도 없 는 것이였다. "Cure wounds." 역시 이 상황에서 가장 바쁜 사람은 예련일 수 밖에 없었다. 남아 있는 신성마법을 다 써버리려는 듯 예련은 쉬지 않고 치료마법을 영 창했다. 물론 예련은 중원의 의술도 알 만큼 알고 있었지만 자신 이 상의 고수들이 깔려 있는 다음에야 그런 것을 쓸 필요는 없었다. 벌어진 상처 밖으로 비져나오는 남자의 내장을 맨손으로 잡아 집어 넣은 후 치료주문을 외우자 예련의 손이 새하얀 빛으로 물들며 상처 가 서서히 아물어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사람들은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고 멍하니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었다. "오오!" "저것이야말로 기적이 아닌가!" "하 소저는 진정한 성녀(聖女)이시오!" ..별의별 닭살 돋는 감탄사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면서 예련 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치료에 열중했고, 덕분에 중상자들은 빠른 속 도로 줄어들어갔다. 여기에는 불광선사와 특히 조영웅의 노력이 컸 다. 예련의 황당한 -이 세계에서는- 능력에 가려 빛을 보지는 못했지 만 그의 치료술도 눈부실 정도였던 것이다. 절단된 사지를 점혈 몇 번으로 지혈하고 생명이 위독한 중상자들까지 침 몇 대로 회복시키는 의술은 거의 신기에 가까웠다. 거의 밤을 꼬박 새 가며 구조작업을 계속한 끝에 새벽동이 틀 때쯤 중상자들은 거의 다 치료 -또는 사망- 되어 있었다. 이곳에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무림고수였기에 무덤을 만드는 것쯤은 간단했다. 조영웅은 천하오절(天下五絶)의 무공 중 하나인 비영천환 권(飛影千幻卷)을 사용해 한 순간에 백여 개에 가까운 구덩이를 만들 어 중인들의 경악에 찬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하룻밤 사이에 벌어진 엄청난 학살극은 그렇게 하루새벽 사이에 끝 나고 이제 잊혀질 준비를 하고 있었다. "..." 조영웅은 고개를 돌렸다. 등 뒤에서는 아직도 죽은 자들을 매장하는 사람들과 죽은 사람들을 슬퍼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자신이 거기서 할 일은 없었다. "후우.." 조영웅은 그답지 않게 한숨을 내쉬었다. 모든 것이 엉망이였다. 자신이 세워놓은 계획대로 진행된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앞으로의 일까지 이렇게 진행된다면 모든 계획에 심각 한 차질이 생길 수도 있었다. "누구냐!" 갑자기 조영웅이 몸을 돌리며 풀숲 한가운데를 향해 지풍을 날렸다. 예리한 파공음을 내며 지풍은 나뭇가지 사이를 뚫고 지나갔고, 거의 동시에 그 바로 옆에서 새하얀 인영 하나가 황급히 몸을 날리는 모습 이 조영웅의 눈에 들어왔다. "하 소저였습니까?" "예. 하아.. 이거 방해는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역시 조 공자께는 안 되는군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예련은 멋쩍은 듯 어깨를 으쓱하더니 곧 조영웅을 바라보았다. "무슨 할 말이라도?" "예. 별 대단한 건 아니지만요. 아까 보니 남궁소저의 공력이 이전 보다 눈에 띌 정도로 진보해 있더군요." "아, 그럴 일이 있었습니다." "음..역시 조 공자님과 함께 오는 길에 무슨 일이 벌어진거로군요." 입자에 살짝 미소를 띄우며 말하는 예련의 모습을 본 조영웅은 약간 당황한 표정으로 황급히 손을 내저었다. "아, 아니.. 그리 대단한 일은 아니였습니다." "그런가요?" 예련은 말을 멈추고 왼손으로 턱을 받치면서 조영웅의 표정을 유심 히 바라보았다. "왜 그렇게 쳐다보는겁니까?" "아, 조 공자께서 그렇게 당황한 표정을 짓는 건 첨 봐서요." "그런.." "그런데 혹시 그동안 남궁소저한테서 뭔가 이상한 점은 발견하지 못 했었나요?" 순간 식은땀을 흘리기 일보직전의 상태이던 조영웅의 표정이 딱 소 리가 날 정도로 굳어지는 것이 예련의 눈에도 보였다. "이상한 점이라뇨?" "아, 그냥.. 갑자기 내공이 급격히 올라간데다가.. 공력의 형질도 이전과는 달라 보여서요." "그렇습니까? 아마도 제가 진원을 주입한 탓일 겁니다. 별로 특별한 점은 없었습니다만." 대답하는 조영웅의 눈빛에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 어느 누구도 지금 그의 내심을 궤뚫어 보지는 못할 것이다. "그런가요?" 조영웅의 대답을 들은 예련은 다시 살짝 웃더니 품 속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이건?" 예련의 손에 들린 것은 한 쌍의 옥팔찌였다. 정교한 무늬가 새겨진 것이 꽤나 값나가 보일 듯한 물건이였다. "아무거나 남궁소저에게 전해주세요." "이건 어디 쓰는 물건입니까?" "답답하긴.. 여자는 선물에 약하다고요. 잔소리말고 만나는 즉시 전 해주세요. 알았죠?" 그렇게 말한 예련은 그대로 조영웅의 손에 두 개의 팔찌를 턱 올려 놓고는 손을 꽉 쥐었다. "그럼 전 이만 가보죠." "아, 잠시.." 조영웅이 뭐라 말하려 했지만 이미 예련은 그 자리에서 사라진 뒤였 다. ".." 잠시 멍하게 서 있던 조영웅은 잠시 후 손에 들린 옥팔찌로 시선을 옮겼다. 푸스스.. 조영웅이 손에 내공을 집중시키자마자 옥팔찌는 밝은 푸른빛을 내뿜 었다가 그대로 바스라져 가루가 되어버렸다. "신기(神氣)가 서린 물건이였는데.. 의외로 쉽게 부서지는군." 가루가 되어버린 옥팔찌를 바라보던 조영웅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몸 을 돌렸다. "하명(下命)하십시오!" 어느세 몸을 돌린 조영웅의 앞에는 두 명의 노파가 부복하고 있었 다. "...계획을 진행하시오. 다른 모든 것을 포기하고라도 남궁란, 그리 고 하예련 두 사람을 생포해야 하오." "예!" 고개를 숙이며 답하는 두 사람에게서는 노인의 것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패도적인 기세가 숨김없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 안녕하세요? 프란입니다. 요즘들어 욕먹을 짓을 너무 자주 하는군요. 이제서야 다음편을 올리 다니... 굳이 변명을 하자면 다른 곳에 새 소설을 써 올리느라고 늦 었다는...퍼억! 하도 오래 컴퓨터를 켜놓고 있으니 전자파가 뱃속을 다 뒤집어엎는 것 같습니다. 뭐 이제 다음주 화, 수요일만 되면 한동안 컴퓨터와는 바이바이니 지금이라도 많이 해 놓아야겠지만.. 다음주 월요일부터 시험기간입니다. 아마 신행기는 당분간 연중모드 겠군요. 시험은 12월 23일쯤에 끝날 예정이니 느긋하게 문 나이츠 레 전드나 메모리즈 같은 거 보면서 쉬십시오.^^ 그럼 전 이만 기말고사 프로젝트 짜러.. 쉬잉~ - 이틀만에 홈피 하나를 만들어야 하는 프란이였습니다. P.s> 컴이 드디어 맛이 갔습니다. 기말고사 끝나면 포맷 함 해야겠 네요; 3. 第四章 - 밝혀지는 음모(陰謀).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음모의 진실은 밝혀지고.. ---------------------------------------------------------------- 지상이 어떤 모습으로 변해도 하늘은 언제나 투명한 푸른빛으로 자 신을 바라보는 사람들을 맞이한다. 누구도 구속하지 않고, 무엇에게 도 구속받지 않는 맑은 하늘과 바람, 그것은 프리시안의 의지를 나타 내기도 한다. 예련은 지금 그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머릿속까지 상쾌해지는 듯한 투명한 하늘빛. 그런 하늘은 아무리 보아도 싫증나지 않는다. 생각해보면, 프리시안 의 신관의 길을 가게 된 동기도 이러한 느낌 때문이였다. "하 소저?" 하지만 지상이던 지하던 늘 평안하지는 않지..예련은 그렇게 생각하 며 명상을 멈추고 목소리가 들린 쪽을 바라보았다. "대체 어디서 갑자기 나타난 겁니까?" "아, 그냥 소문 내지않고 돌아왔죠." 얼굴 가득 함박웃음을 띄우고 있는 호협곡의 장로에게 자신이 한시간 전에 텔레포트로 이동해와서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고 설명해 준들 이해가 될리도 없을 것이다. "그 물건은 찾으신 겁니까?" 칠십이 넘은 무림의 고수치고는 정말 어린아이 같은 말투여서 예련은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그가 무엇 때문에 그렇게 들 떠 있는지 잘 아는 예련은 피식 웃으며 손에 들린 두툼한 책 한권을 장로에게로 건냈다. "아아.." 책을 받아들자마자 장로의 입에서는 감탄사가 터져나왔다. 역시 무인이 라면 무공을 보고 눈이 돌아가지 않을 수 없나보다. 호협곡의 뒷정리가 대강 끝난 후, 예련은 거북스러운 나이 지긋한 장로 들과 기타 사람들의 존대를 피해 -태상호법은 문주에 버금가는 자리다- 호협곡의 정예 검수들이 쓸 검진을 구해오겠다는 핑계로 도망을 나가버 렸다. 물론 목적지는 천마동부였고, 거기서 예련은 쓸만한 검진 몇개를 구한 다음 머리를 쥐어짜서 그것들을 합치는 데 성공했다. 마법사인 예 련에게 중원의 진법은 기본원리만 숙지하면 그렇게 어려운 것은 아니였 다. - 물론 그렇게 쉽지도 않았지만. "이것이 바로.. 곧바로 신풍검대(神風劍對)를 부르겠습니다!" 이봐요, 그 검진은 아직 실전 테스트를 거치지 않았고 검진의 수련은 각 장로들이 검진의 효율과 기타 이상에 대한 디버깅(Debugging)을 병행하면 서.. 그나저나 언제부터 태상장로 친위대의 이름이 신풍검대로 바뀐거죠? 장로가 책을 받자마자 날 듯이 호협곡의 본관 쪽으로 달려가버렸기 때문에 예련은 길고긴 대사를 목구멍 속으로 도로 집어넣을 수 밖에 없었다. 예련 이 '저 장로가 자신이 만든 검진을 탈취하기 위해 온 도둑이 변장한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한 것에 대해 불만을 가질 만한 사람은 별로 없었을 것이다. * * * "정말 대단하구려. 이렇게 강력한 검진이 천하에 존재할 수 있었다니.." 자와 각도기, 컴퍼스가 없다는 사실에 절규하며 최고급 화선지에 각종 방 정식과 낙서, 도형 등을 마구 그려넣음으로써 문장과 서화(서화)에 일가견 을 지닌 사람들에게 결코 곱지는 않은 시선을 받고 있던 예련은 급히 고개 를 돌려 그 목소리의 주인을 바라보았다. "과찬의 말씀이예요. 그나저나 다음부터는 인기척을 조금만 내 주시면 안 될까요? 제가 아직 수양이 얕아서.." 중원의 예의에 대해 어느 정도는 익숙해진 예련은 애 떨어질 뻔 했다는 따위의 망언을 내뱉지는 않았다. 하지만 다시 화선지로 고개를 돌린 예련 은 자신이 어디까지 계산을 하던 중이였는지를 까먹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숫자와 문자, 도형으로 도배된 종이를 바라보먀 절망해야만 했다. "소저는 저 검진이 아직도 불완전하다고 생각하는거요?" "예. 무엇보다 검진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는 제가 만든 것이니 어디선가 문제가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겠죠. 제가 보내드린 구결에서는 잘못된 점이 없던가요?" "아미타불.. 저만한 검진이 더 완벽해지기를 바라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 라는 생각이 드는구려. 고금제일의 진술사(陳術師)라고 불리던 환영신마 가 되살아난다고 해도 이만한 검진을 만들 수는 없을 거요." 당연하지. 이 진식의 절반 정도는 그 환영신마의 작품에서 빼온 부분이니 까. 속으로 중얼거리던 예련은 조금 떨어진 곳에서 들려오는 기합과, 그에 맞춰서 울려퍼지는 굉음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콰아아아-! 넓은 연무장 한가운데서 맹렬한 폭풍이 일어나고 있었다. 반경 십여 장이 넘는 폭풍은 살아 있는 것처럼 꿈틀거리며 주위의 흙먼지들을 사납게 공중 을 빨아올렸다. 육안으로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했지만 그 바람은 안쪽과 바 깥쪽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회전하고 있었고, 그 마찰력에 의해 생기는 정 전기는 어느세 작은 벼락이 되어 주위를 수놓고 있었다. 가장 맹포한 블루 드래곤(Blue Dragon)이라도 이런 장관을 만들어낼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안쪽을 보는 것조차 힘든 폭풍우 속, 즉 진의 중심부에서는 거대한 청색의 빛의 고리가 무서운 속도로 선회하고 있었다. 저 광륜(광륜)자체가 진식에 의해 움직이는 신풍검대의 검기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주위에서 일어나는 폭풍은 배경효과 정도에 불과할 것이다. 간단히 표현하자면, 지상에서 회전하는 선풍기 날개와 선풍기 바람 정도라 고 할까? 물론 이런 표현을 인정해줄만큼 정신나간 사람은 몇 없겠지만. "검진의 움직임이 너무 복잡해요. 한 군데만 실수가 있어도 검진 전체가 붕괴되는 건 시간문제라고요. 게다가 진형을 유지하는 검수들 중 사분지 일만 행동불능이 되어도 진을 유지할 수 없으니.. 뭐, 최후의 한 명까지 유지되는 진법 따위가 존재할 리는 없지만 진의 생명력에도 신경을 써야 하는데 말이예요." 직접 만든 팬대를 빙글빙글 돌리며 예련은 감상평을 밝혔다. 이 진식의 위 력을 같은 인원으로 펼치는 소림의 백팔나한진과 비교해보고 있던 불광선사 는 속으로 신음을 흘렸지만 어떤 상황이라도 자신에게 소속된 검수들을 죽 게 하고 싶지는 않다는 예련의 생각을 읽을 수 있었기에 그녀의 완벽주의에 대해 제재를 가하지는 않았다. "그나저나 그 일은 어찌 되었소?" 뜬금없는 질문이였지만 예련은 그 말의 뜻을 이해하지 못할 만큼의 바보 는 아니였다. "아직은 때가 아니예요. 천마동부의 무공을 주인들에게 돌려준다면 그 과 정에서 벌어질 문제들이 보통 복잡한 게 아니죠. 잘못하면 구파일방간의 알력이 생길 수도 있고.." "간단히 각 무공의 원주인을 찾아주면 되는 것 아니오?" "그렇지만도 않아요. 조사해본 결과 출처가 불분명한 무공도 상당히 많았 고, 무엇보다 백도 문파들끼리도 다툼은 늘 있었죠. 그 와중에서 다른 문 파의 무공을 빼앗거나 빼앗긴 적도 있었을테고. 그런 것들이 천마동부에 들어가 있다면 누가 주인이냐를 놓고 다툴 가능성은 충분해요. 이런 걸 일 일이 다 생각하면서 무공을 원주인에게 돌리는데는 최소한 반 년은 꼬박 걸릴걸요." "아미타불.. 그럼 일단 가장 중요한 각 문파의 진산비급 몇 개만 돌려주 는 게 어떻겠소? 백도무림의 전력을 강화하는 데는 꼭 필요한 것이니 말 이오." "예. 내일까지 마교의 주력 무공 몇개와 함께 가져오도록 하죠. 하지만 비 밀 유지는 철저하게 해 주셔야 해요." 불광선사는 자신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예련은 불안함을 감출 수 없었다. 그녀가 지금까지 천마동부의 비밀을 숨기고 있었던 데는 하나의 이유가 더 있었다. 그것이 확인될때까지는 몇몇 사람에게만 알려두려고 했었던 예련이 지만, 불광선사의 말대로 지금은 한두개쯤 빼내도 별 문제가 없을 것이다. 물론 예련이 중원 저편에서 일어나고 있는 비밀스러운 음모의 움직임을 알 수 있었다면 생각을 다르게 먹었을지도 모르지만. * * * "벽운인가? 잘 만났네." 중원에 명성이 자자한 벽운선녀 하예련을 상대로 이런 식의 인사를 건낼 사람은 이곳에 단 한 사람밖에 없다. 무영신개는 느긋하게 뒷짐을 진 자 세로 예련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지금 시간이 남아돈다면 이 늙은이에게 선녀의 무공을 좀 견식할 기회 를 주지 않겠나?" '심심한데 우리 데이트나 할까?' 라고 말했다면 차라리 덜 놀랐을 것이 다. 약간 우회적인 표현이긴 하지만 무영신개의 말은 명백한 비무(比武) 신청이였던 것이다. "예? 갑자기 무슨 일로.." "아아, 별거 아닐세. 단지 선녀의 무공이 좀 보고 싶어진 것 뿐일세. 이 늙은이의 청을 거절하지는 않겠지?" 모르는 사람, 그 중에서도 성격이 조금 급한 사람에게 이런 식으로 비무 를 신청했다면 아마도 비무 대신 진검승부를 하는 기회를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예련은 무영신개의 얼굴에 떠올라 있는 미소를 볼 수 있었고, 그 미소에 평소의 장난기는 싹 빠진 대신 구파일방의 지도자라 할 만한 진지 함이 실려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다쳐도 금방 치료할 수 있다는 이유만 가지고 너무 심하게 하는 건 없 기예요." "그야 당연지사지. 소저를 다치게 했다는 소문이 전해지면 이 늙은 거지 는 호협곡의 젊은이들에게 몰매를 맞을 걸세." 능청스러운 대답에 예련은 살짝 웃으며 걸음을 옮겼다. 무영신개가 걸어 나온 바로 뒷편에는 호협곡에 딸린 넓지만 인적이 드문 공터가 있었고, 예련은 그가 이곳에서 자신을 기다린 이유를 모를 정도로 멍청하지는 않 았다. "비무의 규칙에 대해서는 아나?" "아니요." 예련은 단호하게 대답했고 무영신개는 곧 자신과 예련 두 사람이 예의범 절을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모르면 모르는 데로 살게. 일단 이 늙은이가 나이값을 하는 셈치고 삼 초를 양보하겠네. 그럼 시작해 볼까?" "뭔가 잘못된 것 같은데요. 보통 경로사상을 따르자면 그 반대가 되는 것 아닌가요?" "원래 무공이 높은 쪽이 선수를 양보하는 거야." 예련에게 그 말에 불쾌감을 느껴야 할 이유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 섰고 무영신개 역시 예련과 삼 장 정도 떨어진 자리에서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럼..시작하죠." ------------------------------------------------------------------- 안녕하세요? 프란입니다. 결국 모든 종류의 약속을 모두 깨트려버리는 만행을 저질렀군요;; 대체 신행기가 며칠만에 올라온건지 저도 기억이 안 날 정도입니다. 원래 이번주 월요일에 올라갔어야 하는 글인데, 이놈의 택배회사에서 컴퓨터를 예상날짜보다 사흘이나 늦게 주는 바람에 이제야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신행기에 연중 따위는 없음을 다시 한번 혼자서만 맹세하며 글을 올리 도록 하겠습니다 --aaa..; 아참, 지난회를 읽고 싶으신 분은 tl이나 lt [M/F] 등등으로 신행기를 정제할 수 있습니다. 기다리다 지난회 잊어버리셨다는 분이 워낙 많아 서.. ;; 3. 第四章 - 밝혀지는 음모(陰謀).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음모의 진실은 밝혀지고.. ---------------------------------------------------------------- 자세를 잡은 예련은 양 손을 펼쳤다가 서서히 시계 방향으로 돌리기 시작했다. 가장 느린 고향곡을 지휘하는 오케스트라 지휘자의 손길을 연상시키는 그 움직임은 노래와는 아무 인연이 없는 무영신개의 눈을 동그랗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태극권(太極拳)의 기수식?' 뒤로 묶은 예련의 긴 머리가 주위의 바람과 함께 시계 방향으로 흩날 리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태극권의 위력을 잘 아는 무영신개는 순간 자신이 예련을 과소평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바짝 긴장했 다. 하지만 느릿하게 움직이던 예련의 손이 정확히 천지(天地)의 방위를 짚었을 때, 무영신개는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예리한 강기 다발을 보며 당황을 넘어 황당해해야 했다. "늙은이를 속이다니, 벌 받을걸?" 무영신개를 혀를 차며 날아드는 광환망(光幻網)의 초식을 피해냈지만 어느세 예련은 무영신개와의 거리를 좁히고 있었다. 허를 찔렸다고 생 각했지만 그는 예련이 사실 태극권을 기수식밖에 익히지 않았다는 것은 생각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근접전 거리에 들어오자마자 예련은 자세를 낮추어 무영신개의 아랫쪽 으로 파고들며 허리 뒤쪽에 찔러넣어 두었던 만년금정봉을 뽑아 대각선 윗쪽 방향으로 휘둘렀다. 왼쪽 대각선 아랫쪽은 오른손에 무기를 들고 있을 때 가장 방어하거나 피하기 껄끄러운 방향이다. 예련이 쓴 기술은 특별한 무공이나 초식이 아닌, 그녀가 예전부터 알고 있던 평범한 대륙의 검법이였지만 워낙 유 효적절하게 사용되어 무영신개의 왼쪽 허리에서부터 어깨까지의 모든 부위가 그 일초에 노출되고 말았다. "헛!" 하지만 그도 일파의 종사가 될 정도의 실력자였다. 기합 소리와 함께 무영신개의 몸은 허깨비처럼 예련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오른쪽일까 왼 쪽일까? 아니면 위쪽? 하지만 예련 역시 침착하게 금정봉을 휘두르던 원심력을 이용해 몸을 반 바퀴 돌리며 조금 전까지 무영신개가 있던 공 간으로 들어갔다. 이런 상황에서는 최상의 대응이였다. 분신술이라도 쓰지 않는 한 상대가 어느 방향으로 움직였던 원래 있던 자리는 빈 공 간이 된다. 그 장소로 파고들며 몸을 돌려 공격에 대비하는 예련의 반응 은 어지간한 실전 경험 없이는 얻을 수 없는 것이였다. 예련의 오른쪽 으로 돌아갔던 무영신개조차도 감탄할 정도였다. 두 번의 공격을 모두 헛손질로 끝내버린 예련은 마지막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기로 마음먹었다. 금정봉에서 밝은 푸른 빛줄기가 뻗어나온다 싶 은 순간, 예련의 몸과 금정봉은 하나의 빛의 고리로 변해 무영신개를 향 해 날아들었다. "!" 자세가 불안정한 상태였기에 피하고 자시고 할 틈조차 없었다. 무영신 개는 그대로 공력을 일으켜 예련의 공세를 맞받았다. 파앙! 철봉과 죽장이 부딛치는 것과 동시에 폭음이 일면서 사방으로 흙 먼지가 비산했다. 그리고 뒤로 밀리면서 급히 자세를 고쳐잡으려는 예련 의 코 앞에 어느세 청죽장의 끝부분이 다가와 있었다. "역시, 상대가 안 되는군요." 예련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럼, 노화자가 무공을 익힌 게 몇년인데 손녀뻘도 될까말까하는 어린 애한테 질 것 같나?" "..아들이 결혼한 지 몇년이나 지났어요?" 무영신개는 그 순간 자신이 말로는 결코 예련을 이길 수 없음을 인정했 다. 잠시 후, 무영신개는 방금의 비무에 대한 논평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자네의 무공에 대한 이해력이나 초식의 응용 능력은 실로 놀랍네. 그 허 를 찌르는 움직임에는 노화자도 적지않게 놀랐으니 말이야."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무공으로' 라는 조건부를 뺀다면 예련, 정확히 말해서 에릴 레아스의 실전경험은 앞에 서 있는 노인보다 많으면 많았지 절대 적지는 않을 것이다. 오랜 경험에서 오는 침착함 없이는 전 투중에 마법을 사용할 정도의 정신을 결코 유지할 수 없다. "하지만 벽운 자네의 무공에는 하나의 단점이 있네. 태극권이나 회풍멸류 기초, 무상반야진기나 마지막에 쓴 그 초식은 어떤 것이던 간에 짝을 찾 아보기 힘든 강력한 무공이고, 그 중 하나만 완성해도 천하에 두려울 상 대가 없을 것이네." 그 말에 의의를 다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신이거나 아님 미친놈일것이다. "하지만.. 자네는 단련이 부족해. 무슨 뜻인지 알겠나?" "예. 대강은.." "내공은 없으면 없는데로 살면 돼. 뭐 기연 따위로 무식한 내공을 가지는 작자들도 없진 않지만. 구결? 아무리 복잡한 구결이라도 해설서와 쓸만한 머리, 그리고 막히는 부분을 설명해 줄 스승 하나만 있으면 일주일 안에 외울 수 있어. 그렇다면 왜 무공 하나를 익히는데 재능이 있다고 알려진 사람들이 수십 년을 고련하고, 천하가 우연히 상승무공을 배워 익힌 천 재 꼬맹이들로 뒤덮히지 않았겠나? 정답은 자명하지." "음..." "알고 있는 검초를 실전에서 완벽하게 쓸 수 있도록 몸에 익히는 것, 그 것이 초식을 연습하는 이유지. 싸움은 장기나 바둑이 아냐. 상대방의 수 를 읽을 수 있고, 거기에 대항하는 패를 쥐고 있어도 그걸 생각해내고 사 용하는데 반 시진이 걸린다면 그건 없느니만 못한 기술이야. 아마 자네가 맨 처음 사용한 삼초는 비무를 시작하기 전부터 생각해두었던 수겠지?" "예. 저는 타구봉법을 본 적이 있고, 어느 정도 방주님의 움직임을 예측 하는것도 가능했으니까요." 이런 식의 말은 큰 실례라고 할 수 있겠지만 무영신개도 예련도 그런 데 는 신경쓰지 않았다. 어떤 의미에서 둘은 가장 잘 어울리는 파트너일 것 이다. "그렇지. 하지만 자네는 그 공격이 끝났을 때, 이어지는 내 반격에 전혀 대응하지 못했네. 기술도 가지고 있고, 내 수도 읽고 있었지만, 몸이 따 라 주지 않았을 테니까." "정확한 지적이군요." "구결을 읽자마자 그걸 몸에 주입시켜버리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인간족 속이 아냐. 무공을 이것저것 익히려고 애쓰지 말고, 쓸만한 것 하나만 골 라 완전히 몸에 익히게. 그렇지 않고 지금처럼 흉내내기식 무공만 써댄 다면 얼마 가지 않아 크게 후회할 날이 올거야." "명심하겠습니다." "..별로 명심하는 표정이 아닌데?" "사람을 겉으로만 보고서 판단해서야 되나요. 헤헷." 예련에게 보기좋게 격파당한 무영신개는 잠시 후 그 말에 대응할 대사를 떠올리기는 했지만, 이미 예련은 먼산을 바라보고 있었다. 앞으로 말솜씨 도 좀 단련해야겠군.. 무영신개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면서 중얼거렸다. 하지만 그도 빼먹은 것이 있었다. 예련이 무공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강 해지기 위해서가 아니라는 것을. 예련은 오로지 중원의 무공에 대한 학문 적 관심 때문에 이런저런 무공을 익히고 있는 것이였다. 소질도 없고, 쟁 쟁한 고수들을 옆에 두고 굳이 무공을 익혀야 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하는 예련의 입장에서는 힘들게 무공을 연마해야 할 필요가 없었다. 마법사와 성직자가 접근전에 나설 필요는 없다는 것이 예련의 신조였으니까. * * * 예련이 '우연한 기회에 얻은' 정파의 진산비급과 마교의 대표적인 마공 몇 가지를 무림맹에 내주면서 무림맹의 각 문파들은 열광했다. 실전된 구파일방의 비급들이 돌아오면서 그들은 자신의 세력이 배로 강해지고, 마교가 부활한다고 해도 얼마든지 막아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사방으로 뿌리고 다녔다. 일부 무림인들이 흑도측에 대항하기 위해 무공 몇 개를 보내줄 것을 간청하기도 했지만 구파일방을 비롯한 명문정파들은 자신들 이 마교와의 대결에 주축임을 내세워 그 의견을 묵살했다. 마교에서 흑도 각 문파에 마구 나눠준 마공들 때문에 흑도쪽으로 기울 었던 저울추는 약간이나마 균형을 되찾는 것 같았다. "벽운 장로님. 서신이 도착했습니다." 예련은 장로(長老)라는 호칭이 젊디젊은 자신에게는 절대 어울리지 않 으며 청춘의 나이에 걸맞는 올바른 호칭을 만들어 줄 것..을 속으로만 외치며 서신을 받아들었다. 그리고 그것을 다 읽은 예련은 서신을 건냈던 제자의 시선을 아랑곳하 지 않고 자리를 박차고 뛰쳐나갔다. "어떻게 된 거죠?" 불광암에 위치한 텔레포트 포인트(Teleport Ponint)를 이용해 단숨에 소림사까지 들어온 예련은 활인협 철운비의 얼굴을 보자마자 그렇게 물 었고 철운비는 그제서야 표정이 밝아지며 그녀를 불광암 본전으로 안내 했다. 평상시보다도 많은 향불이 타오르고 있는 불광암 안에는 한 사람이 누 워 있었다. 그리고 그 사람은 예련도 잘 아는 사람이였다. "아미타불..상황은 천천히 설명하겠네. 일단 아군의 치료부터 해주지 않겠소?" "예. 일단 옆으로 물러나주세요." 예련은 주위 사람들, 특히 남자들을 몽땅 물린 후 환자가 덮고 있는 이 불을 들추었다. 불광선사의 둘째 속가제자인 비운연(飛雲煙) 주아군의 몸에 난 상처들 은 내노라는 예련조차도 인상을 찌푸릴 정도로 심각했다. "이건 싸움에 의한 상처는 아니군요.." "그렇네. 아마도.." "고문이겠죠." 온 몸에 성한 곳이 없을 정도로 찢어지고 뒤틀린 주아군의 몸은 응급 처지가 되어 있긴 했지만 도저히 치료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러나 예 련은 그런 상식을 가볍게 무시했다. "Healing." 떨어져 나간 팔다리도 붙일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최상급 회복주문 이다. 보기에도 끔찍할 정도로 벌어져 썩어들어가던 상처가 삽시간에 아물기 시작했다. 고문에도 일가견이 있는 -지식이 아니라 경험이였지 만- 예련은 주아군의 몸에 있는 몇 종류의 상처를 보자마자 인상을 찌 푸렸고, 곧 회복마법의 강도를 올리며 아예 상처의 흉터까지 지워나가 기 시작했다. 그런다고 정신의 흉터까지 없어지지는 않겠지만. ---------------------------------------------------------------- 안녕하세요? 프란임다. ADSL 관련신청은 100 서비스에 맡기면 절대 안 됩니다; 이놈들이 전용선 이전시켜준다고 해놓고는 지금 9일째 묵묵부답입니다. 게임방에 가서 글 올리는것도 꽤나 귀찮군요 --; 디아도 안하는데.. 내일이면 전용선이 들어온다고 하니 그전에 비축분이라도 쌓아볼까 생 각중입니다..(거짓말..--..퍼억!+.+) 특히 잡팅방분들과 비평모 관계자들, 제가 이번주 내내 못 들린거 이 유가 있으니까 이해해주세여~ --; 오늘의 마법~# : 한동안 잊혀졌던 오늘의 마법시간! 빰빠라밤~ ...퍼버버버버버벅! 에고에고..;; 텔레포트 포인트(Teleport Point)는 텔레포트 주문을 쓰기 위해 미리 지정해놓는 장소를 말합니다. 텔레포트는 고급 주문인데다가 눈에 보 이지 않는 곳을 대상으로 지정한다는 특성 때문에 반드시 도착지점에 마법적 처리를 해 놓아야 하죠. 그렇게 도착용 마법진을 만들어놓은 장소를 텔레포트 포인트라고 합니다. 힐링(Healing)는 앞에서도 설명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한데...D에서 의 상급 회복마법입니다. 체력 거의 만땅까지, 모든 상태이상 회복에 재생마법처럼 잘려나간 신체의 일부도 붙여버릴 수 있죠. 단점이라면 신성력 소모가 장난아니라서 예련쯤 되는 고위 성직자도 남발하기 힘 들다는 것.. 이상 오늘의 마법이였습니다~ 3. 第四章 - 밝혀지는 음모(陰謀).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음모의 진실은 밝혀지고.. ---------------------------------------------------------------- 예련의 기적에 가까운 치료에도 불구하고 주아군이 정황을 설명해 줄 수 있을 만큼 회복되는데는 이틀이 걸렸다. 뛰어난 경공을 지니고 있어 무림맹의 몇몇 인물들과 함께 마교의 흔 적에 대한 조사를 맡았던 그녀는 조사도중 최근 잘 나가는 흑도문파인 신혈문에서 마교의 흔적을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신혈문..?" 예련은 낮익지 않은 그 이름을 중얼거렸다. 예련이 돌아갈 수 있는 길, 즉 플레인 쉬프트(Plain shift)의 예상 출발지점이 있는 장소가 바로 신혈문의 영지였다. 자신이 일찍 집으 로 돌아가지 못한 첫번째 원인이였던 그 장소를 예련이 잊을 리가 없 다. "하지만..거기서 저희는 상대의 감시망에 걸려 결국 모두 붙잡히고 말았습니다. 내부를 보지는 못했지만 아군을 제압한 자들은 분명 마 교의 무공을 쓰고 있었죠. 그리고..." "알겠어요. 그럼 그쪽으로 제대로 된 조사단을 보내봐야겠죠?" 예련이 주아군의 말을 가로챈 것은 성질이 급해서가 아니였다. 그 다음에 이어질 말이 무엇인지는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잡혀서 이쪽의 정보를 캐내려는 적들에게 고문당하던 중 구사일생으로 혼 자 도망쳤다..정도겠지. "직접 갈 작정이오?" 예련의 생각을 이해한 불광선사도 같이 말을 꺼냈다. "물론이죠. 개인적으로도 볼 일이 있는 곳이니까요. 문 장로님, 다른 분들에게 연락을 좀 해주세요." "알겠습니다." "주매는 신혈문의 감시망에 대해 좀 말해줘. 우리가 들어갈 때 도움이 될 거야." "예.. 일단 지륜마검진(地輪魔劍陳)과 수뢰진, 천절유마진, 자 세히는 못 봤지만 천절마라대진 등등으로 보호가 되어 있고, 그 안에 대략 이백 정도의 보초와 오십여 명의 살수가 요소에 매복 되어 있는 듯 한데, 자세한 위치는.." 물 흐르듯 하는 주아군의 말을 듣고 그녀의 기억력에 감탄하는 사람은 불행이도 없었다. 모두는 신혈문의 무시무시한 방어체계에 감탄과 공포를 동시에 느꼈고 설명이 끝났을 때쯤에는 자신이 감 당할 수 없는 고뇌를 어깨에 짊어지고 있음을 온몸으로 보여주었 다. "유지비가 제법 들겠네.." "아미타불..자신이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되겠소?" "아니요." 예련의 깨끗한 대답에 불광선사는 침중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 였다. "노납이 같이 가고 싶지만 그건 힘들 것 같소. 철운비를 데려가 시오." "예. 감사히 받겠습니다." 두 사람의 선문답에 익숙하지 못한 주위의 사람들은 황당한 눈 으로 예련과 불광선사를 바라보았다. * * * 사흘 후, 예련을 포함한 '신혈문 조사 특별위원회(?)' 멤버들은 모두 각자의 개성있는 모습으로 소림사 정문 앞에 모였다. 도화 령은 자신의 대검을 등에 매고 검은 옷에 삿갓을 눌러 쓰고 입에 물잎 하나를 문 채 어슬렁거리며 나타남으로써 정문을 지키는 무 승들을 특급 경계태세로 몰아넣었고, 남궁란은 예의 녹색 궁장에 공들여 치장까지 하고 태연하게 소림사에 나타났다. 사내의 젊은 승려들이 보내는 선망의 프레셔와 나이있는 고승들이 보내는 경계 의 프레셔가 한 몸에 집중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남궁란은 전혀 신 경쓰지 않고 주위를 돌아보며 승려들에게 눈짓까지 보내는 뻔뻔함 을 발휘했다. 사내의 규율을 담당하는 소림 장로 무애선승은 제자 들을 악마의 유혹으로부터 구하기 위해 가능한한 모든 수단을 동 원하려 했지만 그 결과 얻은 것은 이마 가득 맺힌 다량의 식은땀 뿐이였다. 이유는 간단했다. 소림의 승려들과 같은 시간에 일어나 기도 대신 메모라이즈를 마친 예련은 약속장소에 걸어나오자마자 근처의 기둥 에 기대고 앉음과 동시에 잠들어버림으로써 동행인 철운비와 무애 선승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저..유 선녀, 이런 곳에서 자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그러니.." "괜찮아요. 설마 누가 덮치기야 하겠어 요?" "제, 제 말은 그런 뜻이 아니라..철 대협, 이거.." "저는 아 무 대책이 없습니다만.." 어떤 의미에서는 남궁란 이상으로 젊은 승려들에게 악영향을 주고 있는 예련이였다. 하지만 그것으로 무애선승의 고민거리가 품절된 것은 아니였다. 한 시진쯤 후, 무애선승은 난생 처음으로 소림사에 들어온 손님을 선장으로 후려쳐 버리고 싶어하는 자신에게 놀라며 법호를 읊어야 했다. "저게 누구죠?" 남궁란의 손끝이 가리키는 방향에는 다정해 보이는 일남일녀가 나 란히 걸어들어오고 있었다. 남자 쪽은 큰 키에 평온한 인상의 청년 으로, 철운비가 무영신개에게 들은 천룡객(天龍客) 염신이라는 사 람이 틀림없었지만 옆의 여자는 처음 보는 얼굴이였다. 면사로 얼굴 을 가린 여자는 십칠팔 세 정도 되어보이는 소녀였는데, 입고 있는 검은 옷과 자세, 무엇보다도 몸매가 요염하기 그지없어 남궁란과 예 련을 넋놓고 보고 있던 승려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고 있었다. "아미타불..이곳은.." 무애선승은 허겁지겁 다가가 정체불명의 소녀에게 경내에서의 옷차 림에 대한 충고를 하려 했지만 그 시도는 도화령에 의해 중단되었 다. "사유화! 죽으려고 환장했구나!" 달콤한 아침잠을 자고 있던 예련을 제외한 모두가 기겁할 정도의 기 합과 함께 도화령은 검을 뽑아들고 흉흉한 기세로 사유화를 향해 달 려들었다. 단숨에 십여 장을 가로지른 도화령은 등에 맨 검을 뽑아 그대로 휘 둘렀다. 무애선승조차도 소림사 본전 바닥에 피를 뿌리게 된다는 생 각에 기겁할 정도로 무서운 기세였다. 타앙-! 경쾌하다고는 표현하기 힘든 격한 금속성이 울렸다. "!" 도화령은 놀란 나머지 빈틈을 보인다는 것도 잊은 채 한 걸음 물러 섰다. 놀랍게도, 사유화 옆의 청년은 왼손을 들어 도화령의 검을 받 아낸 것이였다. "유화(柳花)가 대협과 사이가 안 좋음은 알고 있지만, 설명 한 마디 듣지 않고 다른 곳도 아닌 소림사 경내에서 다짜고짜로 검을 휘두르 는 것은 조금 심하지 않소?" 아미타불. 조금 심한 건 아니외다. 좀 많이 심하다고 보는 게 옳을 듯.. 고승답지 않은 잡념을 털어낸 무애선승은 그제서야 그 이름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를 가졌다. 사유화.. 그 흑접 사유화? "그, 그런데 보살은 여기 무슨 용무로 온 것입니까?" "쳇, 저 덩치 큰 바보때문에 돕고 싶은 마음도 싹 사라졌어요. 예 련은 어디 있죠?" "유화, 그런 식으로 말하는 게 아냐. 상대는 나이 많은 고승이라 고." "아, 죄송해요.." 염신의 한 마디에 사유화는 곧 수줍은 표정으로 눈을 내리깔았다. 덕분에 으르릉거리던 도화령은 사레가 들려 캑캑거려야 했고 무애 선승은 자포자기한 심정이 되어 한 방향을 가리켰다. "저쪽입니다." "...." "저거..." "Zzz..." 순간 사유화는 예련에게 패배하고 중상까지 입었던 자신이 혐오스 럽다는 생각을 떠올렸다. * * * 이 소란 아닌 소란은 얼마 후, 예련을 깨우는 데 실패한 -당연하게 도- 남궁란이 예련을 어깨에 메고 철운비가 안내한 방으로 들어갈 때까지 계속되었다. 아마도 소림의 승려들은 앞으로 열흘쯤은 번뇌의 불길 속에서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내야 할 듯하다. "..그러니까, 요약하자면 사 소저는 그 날 중상을 입었다가 염 대협 께 구조된 이후, 그 은혜를 갚고자 우리를 돕기로 했다.. 맞습니까?" "돕는다고 한 적은 없어. 난 단지 염 공자님을 위해 여기 합류한 거 니 착각하지마." "하하.. 아직도 그 일때문에 뾰루퉁하게 있는거야? 이제 화해할 때 도 됐잖아." "아, 공자님..하지만.." 염신의 말에 금방 말투를 부드럽게 바꾸는 사유화를 보며 철운비는 속이 메슥거릴 지경이였다. 하지만 남궁란은 오히려 감탄한 듯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 저런게 바로 사랑의 힘이라는 걸까?" "..." "이런 말 하긴 좀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염 대협의 정신상태를 좀 의심해 봐야 할 것 같은데요." "하핫, 내 정신은 아무 이상 없소. 사술(邪術)에 걸렸다는 의심은 하지 않아도 될 거요." 그 말은 예련도 인정했다. 염신이 사술이나 강제력에 의해 사유화 와 함께하고 있다면 누구보다도 예련이 가장 먼저 알아챘을 것이다. "..뭐, 일단 두 분의 말을 믿기로 하죠. 그렇다면, 생명으로 진 빚 을 갚기 위해 그쪽이 준비한 건 뭐지?" "네가 보답을 받아야 하는 것처럼 말하지 마. 신혈문의 조사에 동 행하도록 하지. 그 쪽 지리는 조금 아니까." --------------------------------------------------------------- 하아..사유화 재등장...^^* 억지로 끼워맞추느라 영 어색하네요. 줄기녀석 나에게 이렇게 고난 이도의 요구를 하다니..--; 문나레에 내 캐릭 등장안시켜주기만 해 봐라..;; 혹시 신행기나 메모리즈의 독자분들 중 CG나 일러스트에 자신있는 분들 치즈루 아이디로 연락 좀 해주세요. 메모리즈 Visual Novil 제작에 그래픽 담당이 모자라 광마가 고생중이라는군요.;; - 성실연재를 말로만 다짐하며 무책임작가 프란이. 오늘의 마법~# :은 내일로 미룹니다; 3. 第四章 - 밝혀지는 음모(陰謀).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음모의 진실은 밝혀지고.. ---------------------------------------------------------------- "내 짐작이 맞다면, 이곳은 마교에서도 상당히 중요한 장소임에 분 명해." 남궁란과 도화령은 '그걸 말이라고 하냐?'는 강렬한 의지가 담긴 시 선을 사유화에게로 보냈지만 사유화는 꿈쩍도 하지 않고 예련을 돌아 보았다. "그곳의 지세(地勢) 때문이오?" 퉁명스럽게 말하던 예련과 그 옆에 무표정하게 서 있던 철운비의 표 정이 싹 바뀌었다. 이미 신혈문을 한번 방문한 적이 있는 철운비는 그곳의 지세가 평범 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얼핏 보기에도 지독할 정도로 음기(陰 氣)와 사기(邪氣)가 모여드는 장소. 당연히 사공대법을 펼치기에는 최 적의 위치이다. 예련도 풍수에 대해서는 손톱만큼도 모르지만 철운비와 같은 추측이 가능했다. 어쨌던 플레인 게이트로 사용될 정도로 다른 차원과 가까운 장소인 것이다. 어림짐작으로도 전에 보았던 그 좀비 -아직도 예련 머 릿속의 몬스터도감에는 강시와 좀비가 같이 들어있다- 같은 걸 대량으 로 뽑아내려면 그만큼 좋은 장소도 드물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곳에서 낭비할 시간이 없습니다. 한시라도 빨리 신혈 문으로 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함정은 아닐까요?" "함정?" 염신의 말에 출정을 외치던 도화령이 고개를 돌렸다. "예. 우리의 주위를 끌기 위해서 일부러 경계를 강화했을 가능성도 있 지 않겠습니까." "흐음.." 예련은 솔직히 감탄했다. 자신 외에 거기까지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니.. 저 자, 아군으로 두면 확실히 도움이 될 인물임에 틀림없어.. "그럴 확률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가 볼 가치는 있겠죠. 그리고 어디까지나 조사니까 무리할 필요도 없고요. 우리는 살아서 돌아오기 만 하면 본전이라고요." "그런..." 두 사람의 말을 듣고만 있던 남궁란이 신음을 흘렸다. 일행이 사지로 뛰어든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 말을 직접 듣고 보니 자신도 모르게 긴장되었던 것이다. 재능은 넘치도록 있지만 -당연하게도- 오랜 경험 에서 오는 침착함을 가지지 못한 남궁란으로써는 걱정이 앞서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 "그럼..일단 눈에 띄지 않게 두 사람씩 짝을 지어 움직이도록 하죠. 흠..저와 남궁란, 철운비와 도화령, 염 대협은 그대로 사유화랑 함 께 다니도록 하세요. 때어놓으면 싫어할 것 같으니까." 순간 발갛게 변하는 사유화의 두 뺨을 보며 도화령은 간신히 비명을 참을 수 있었다. * * * "흠..이건 아무리 봐도 산천 유람으로밖에 보이지 않는걸요." "그게 내가 바라던 거라고." 진선으로 분장한 예련은 태연하게 펜 끝으로 지도를 톡톡 찍었다. 남궁란과 진선 조는 세 팀 중에서 가장 먼 거리를 돌아서 신혈문으 로 가는 길을 선택했다. 고생을 도맡아 주겠다는 희생정신에 다른 사람들은 고마움을 표했지만 실상은 영 그렇지가 않았다. "숭산에서 신혈문까지 가는 길의 명소라는 명소는 모두 들리는 거 로군요. 멋진 여행이 되겠는데요?" "이 정도는 되야 만리길을 걷는 보람이 있지. 이곳을 지나가면서 낙양 거리도 구경하지 못한다는 건 너무 억울하잖아, 안 그래?" 진선은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주 당연한 일이지만, 두 사람은 주점 내 모든 남녀의 선망과 질 투가 반반씩 섞인 시선을 두 몸에 받고 있었다. 지금까지 길을 오면서 남궁란에게 추파를 던지는 남자들은 수도 없 을 정도였고, 아마 진선이 천으로 잘 감싸서 대검처럼 보이게 한 벽 풍기(璧風旗)를 등에 매고 무언의 시위를 벌이지 않았다면 싸움이 나도 수십 번은 났을 것이다. - 물론 진선의 협박에도 불구하고 싸 움을 벌인 바보들은 몇 명 있었고, 그들은 모두 땅바닥에 납작하게 누워버린 지 오래였다. 더 황당한 것은, 예련에게 생애 최초의 애정을 느낀다고 주장하며 접근하는 여자들의 숫자도 만만치 않았다는 점이다. 남장 한두번 해 보는 건 아닌지라 진선은 여유있게 그녀들을 상대해 주었지만 둘은 웃음을 참느라고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가면 예정보다 일정이 늦어질텐데요?" "그렇긴 하네. 잡다한 일이 생길 거라고는 예상했지만 이렇게 발목 을 잡힐 줄을 꿈에도 몰랐어." "그거야 제 미모가 빛을 발했기 때문이죠. 후훗." "그러니까 나처럼 남장을 하라고 했잖아. 얼마나 편해? 움직이는데 편하지, 바보들한테 꽃다발 받을 일도 없지.." 진선이 볼을 부풀리며 투덜거렸지만 남궁란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어머, 여자의 자랑인 아름다움을 숨기고 다니라고요? 그럴 수야 없 죠. 공자께서도 조금 여성스러운 모습을 해보라고요. 오죽하면 여 자들이 반해서 다가오겠어요?" "그건 내 연기력이 뛰어나서일 뿐이야. 후훗." 입싸움에서도 두 사람은 막상막하였다. 결국 잠시 후 예련이 앞에 놓 인 식사가 다 식어간다는 중대한 사실을 상기시켰고 둘은 잠시 휴전을 맺고 점심식사를 계속했다. 밥 먹고, 산책하고, 낙양의 유서깊은 고서점 -남궁란은 머리에 쥐가 난다는 표정을 지으며 자리를 벗어났다- 과 화려한 장신구점 -예련은 저런 걸 어떻게 사람이 달고 다니냐며 프리시안의 무위사상(?)을 역설 했지만 남궁란은 들은 체도 하지 않고 소지금의 반 이상을 써버림으 로써 진선의 입에서 한숨이 나오게 만들었다.- 을 둘러보고 나니 어느 세 저녁이 되어 있었다. 어차피 오늘 계획은 이곳에서 하룻밤 자고 내 일부터 강행군을 하는 것이였으므로 두 사람은 느긋하게 객점을 찾아 들어갔다. "예? 방이 하나밖에 없다고요?" "그렇습니다, 손님. 이런 곳은 찾아오는 손님이 많아 미리 예약을 하 지 않으면 방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죠. 아마 다른 곳도 하나가 남아 있으면 다행일 겁니다." 두 사람이 돌아나가려는 것을 본 점소이가 급히 말을 이었다. "손님, 만약에 다른 곳에 들린 사이에 하나 남은 방까지 예약이 끝나 버리면 어쩌실 겁니까? 제가 싸게 모실 테니 그냥 여기 묵으시죠. 방 이 하나긴 하지만 충분히 넓으니.." 점소이의 입가에 떠올라 있는 이상야릇한 미소는 무시하고 예련과 남 궁란은 서로를 돌아보았다. 지금까지야 돈 아쉬울 게 없으니 방을 따 로 써 왔지만 사실 한 방을 쓴다고 무슨 일이 생기는 것도 아니지 않 은가? 다만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조금 신경쓰일 뿐이였다. 하지만 예련은 곧 자신이 그런 것에 연연하지 않는 타입이라는 사실 을 깨달았다. "좋아요. 방이 어디죠?" "예, 이쪽입니다. 어서 오십시오." 점소이는 입이 함지박만해져서는 두 사람을 3층에 있는 넓은 방으로 안내했다. 꽤나 깨끗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에, 무엇보다 전망이 좋은 것이 상당히 마음에 드는 방이였다. "필요한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불러 주시면 됩니다. 그럼, 즐거운 밤 되십시오." 점소이는 인사를 꾸벅 한 후 문을 닫고 사라졌다. "즐거운 밤은 못 되도 편안한 밤은 되겠는걸. 그럼 슬슬 자야겠지? 란이도 이불 펴고 누워. 내일은 조금 힘든 여정이 될 테니까." 옷을 갈아입기가 무섭게 예련은 바닥에 이불을 깔고 그 속으로 파고 들어가버렸다. "그런데, 혹시 밤중에 저 점소이가 문지방에 구멍 뚫고 여기 엿보는 거 아녜요?" "그렇게 한다면 아마 삽질한셈이 되겠지." "삽질? 그게 무슨 뜻이죠?" "아, 그런 게 있어." "..그렇게 잠충이마냥 잠만 자려고 하지 말고 목욕이라도 하고 오는 게 어때요?" "난 원래 잠벌레라고. 잘 다녀와." "칫, 그래가지고서야 어디 애인이라도 사귀겠어요?" "그런 거 안 먹어도 사는 데 지장 없어. 음냐.." 어느세 예련은 쌔근거리는 숨소리를 내며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사 실 유람이라고는 해도 시간 안에 먼 길을 돌아 신혈문까지 가야하는데 다가 이것저것 구경까지 하느라고 두 사람은 무척이나 지쳐있었다. 제 주도 전역 1박 2일 자전거여행만큼이나 바쁘게 움직였으니 철인이 아 닌 다음에야 당연한 일일 것이다. "..." 옷을 갈아입은 남궁란은 잠들어있는 예련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 았다. 언제 보아도 싫증이 나지 않는 귀여운 모습이다. 남궁란이 알 리는 없겠지만, 에릴의 옛 별명 중 하나가 '잠자는 바다의 공주님'이 라는 사실을 알았다면 아마 손뼉을 치며 동감했을 것이다. 남궁란의 매끄러운 손가락이 예련의 약간 흐트러진 머리를 쓰다듬었 다. "잘 자요, 귀여운 아가씨." --------------------------------------------------------------- 죄송.. 이틀에 하나씩은 올린다는게 이런저런 삽질로 조금 늦어졌습 니다. 내일과 모레는 또 어디 나가야 하기 때문에 이번주 주말에는 신행기의 연재가 없을 것 같습니다. 신행기를 시리얼란에 올려볼까 고민중인데.. 여러분들 생각은 어떠 신지?^^; 예? SF란 망신시키지 말고 찌그러져 잠이나 자라고요?;;; - 비평모의 무책임샵 프란이였습니다. * *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The Means of Freedom - 外傳 3. 第四章 - 밝혀지는 음모(陰謀).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음모의 진실은 밝혀지고.. ---------------------------------------------------------------- "헤헷, 대인. 말씀하신데로 두 사람 다 한 방에 집어넣었고 말씀드 린 향(香)도 피워놨습니다. 정말 대단합니다, 천하가 넓다지만 세 상에 저런 미녀를 보는 기연을 얻을 줄이야 저같은 놈이 어디 생각 이나 했겠습니까?" 손을 싹싹 비비며 입가에 함지박만한 미소를 띄우는 점소이에게 사 내는 말없이 몇 개의 금화를 꺼내 쥐어주었다. 말이 좋아 몇 개지, 금화라는 건 일반 서민들은 몇 년을 모아도 한번 쥐어볼 수 있을까 말까하는 물건이라 금세 점소이의 얼굴은 돈벼락맞은 사람의 가장 모범적 표정으로 변했다. "가, 감사합니다, 대인! 이 은혜는 백골난망이니 죽어도 잊지 않겠 습니다. 하이고, 감사합니다!" 사내의 발에 입이라도 맞출 듯한 기세의 점소이를 무시하고 사내는 2층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저어.. 그런데 말입니다," 막 2층 계단으로 올라가려던 사내의 고개가 뒤로 돌아갔다. "헤헤, 괜찮다면 저도 좀 끼워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거, 아무리 선 녀와 신선 같이 생겨먹어도 결국 남녀가 밤에 할 일이라고는 그 짓 밖에 더 있겠습니까? 저도 구경하는 데 좀..대인어른.." 지금까지 무표정하던 사내의 눈에 처음으로 미소가 떠올랐다. 하지만 그것은 동지를 만난 기쁨이나 자신의 고상한 취미생활을 이해해주는 사 람에 대한 감동이라기 보다는, 그냥 어이없는 웃음이였다. 하지만 점소이는 그 웃음을 찬성을 뜻으로 생각했고, 입이 찢어질 정 도가 되어 사내 뒤를 강아지마냥 촐랑거리며 따라붙었다. "그럼, 허락해 주시는 거죠? 이거 정말.." "착각은 저 밑에서 해." "?" 점소이가 '저 밑'이 어디인지 이해하는데는 약간의 시간이 걸렸다. 그 리고 그가 사내의 말 뜻을 알아들었을 때는 이미 사내의 손 끝이 이마에 닿은 뒤였다. * * * "으음.." 예련은 날씨가 무척이나 덥다고 생각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곧, 자신이 밤잠을 설쳤다는 사실과 창가에 앉아서 저 하늘의 별들을 바라보고 있는 남궁란의 모습에 놀라고 말았다. "란이, 뭐해? 안자고." "아, 잠이 안 와서요. 먼저 자세요." 남궁란은 누가 봐도 둘러대는 투가 뚜렷한 말을 하며 고개를 돌렸다. 하지 만 예련은 별로 신경쓰지 않았다. 그보다 자신의 몸 상태가 너무 이상했던 것이다. 단순히 덥기만 한 것이 아니라, 이상할 정도로 몸이 달아오르고 단 전 부위에서 뭔가 뜨거운 것이 올라오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지금은 10월 이고, 이곳에서 열대야 현상이 일어날리는 없으며, 설령 날씨가 덥다고 해 도 그것만으로 예련을 깨운다는 건 불가능할 것이다. "하아..잠시 나 바람 좀 쐬면 안 돼?" "아, 그러세요." 왜인지 예련과 가까이 붙지 않으려는 남궁란을 무시하고 예련은 상쾌한 밤공기를 가슴 가득히 들이마셨다. 하지만 기분은 편안해지기는커녕 더더 욱 답답해질 뿐이였다. 문득 조영웅과 도화령이 떠올랐다. 이곳에서 만난 동료들.. 꽤 마음에 드는 남자들이였고, 특히 얼굴이랑 근육질의 몸매가..쿨럭. 예련은 순간 자신이 돌아버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왜 이따위 생각들이 계속 떠오르는 거지? 물론 프리시안의 신관이 처녀여야 한다는 규정 따위는 없지만 예련은 육체적인 욕망에 얽매일 레벨은 아니다. 그제서야 예련은 무언가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어팩트 노멀 파이어(Appect normal fire)." 예련의 주문에 따라 방 구석에서 연기를 피워올리던 향이 소리도 없이 꺼 졌다. "제길, 예상은 했었지만 이런 방식일 줄이야.." 꺼진 향을 들어 살펴보던 예련은 향의 냄새를 맡아보고는 인상을 찡그렸다. 천마동부의 서고에서 잠깐 들어본 적이 있는 이름. 눈으로 본 적은 없지만 약사 경력 5년의 베터랑인 예련에게 그 향기의 정체를 알아내는 것은 어렵 지 않았다. "왜 그래요?" "소혼환음향(素魂幻陰香)이야. 마교의 비전 음약이고, 해독약은 전무. 여성 에게만 효과가 있으며 일단 중독된 자는 일각 이내에 완전히 정신을 잃고 정혈을 완전히 소모할때까지 끝없이 정사를 나누다가 결국 껍질만 남아 죽 게 되는 골치아픈 약이지. 덧붙이자면, 이 약을 쓸 수 있는 사람은 마교 내 에서도 몇 안 될텐데.." 말투야 태연 그 자체지만 그 내용은 결코 평범한 것이 아니다. 남궁란의 얼 굴색이 눈에 띌 정도로 새파래졌다. 예련은 자신의 자제력에 자신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것을 과신하는 타입은 결코 아니였다. 곧 예련의 입에서 신성어의 주문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주문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방 안으로 한 줄기의 싸늘한 바람이 밀 려들어왔다. 촛불이 확 꺼지면서 삽시간에 방 안은 괴기영화에나 나올 듯한 어두컴컴하고 불길한 분위기로 탈바꿈했다. "!" "후후..사내가 그리워지는 기분이 어떤가, 하 선녀(仙女)?" 예련과 남궁란은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춘약에 중독된 상태라고 해도 이 정도로 소리소문없이 들어올 수 있다니.. 두 사람이 돌아본 방향, 이 방에 하나밖에 없는 창문 앞에는 어느세 한 사 내가 서 있었다. 창문으로 새어들어오는 달빛이 역광으로 비치고 있어 검은 실루엣으로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최소한 그 박력만은 대단해 보였다. 하지만 상당히 폼을 잡은 듯한 등장은 역시 분위기 브레이커인 예련의 한 마디로 간단하게 깨져나갔다. "Lighting." 역광이 순식간에 예련의 손에 들린 광구에서 뻗어나오는 빛에 밀려나며 사 내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났다. 난데없는 빛에 사내는 빈틈이 눈에 보일 정 도로 자세가 흐트러졌다. 그러나 놀라기는 예련 쪽 역시 마찬가지였다. "뭐야..?" 라이팅 주문의 빛 앞에 완전히 드러난 사내의 모습은, 놀랍게도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이였던 것이다. 예련이 황당해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자세히 뜯어보지 않더라도 감탄사가 나올 만큼 멋진 몸이였다. 군살 하나 없는 체격에 온 몸에 붙은 약간은 지나치타 싶을 정도의 근육은 육체미가 무엇인지를 직접 보여주는 듯했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서 위용을 드러내는 거대한 남성의 상징은... "아주 멋지군. 리본이라도 하나 달면 좋을텐데. 그나저나 누구야?" 춘약에 중독된 상태에서 건장한 사내의 알몸을 보고 몸이 정상적으로 돌아 갈 리 없다. 예련이 태연한 표정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십수년간의 수련 과 고행으로 얻은 인내력이 있었기 때문이였다. 사내의 표정에 떠오르는 당황하는 기색을 보며 예련은 멋지게 한 방 먹였 다고 생각했다. 확실히 엽기성으로는 라그시안 대륙이 중원보다는 몇 수 위 인게 확실한 모양이다. 그보다 저 사내가 리본이 뭔지나 알긴 알까?(--) 하지만 사내는 곧 침착함을 되찾고 여유있게 입을 열었다. "후후. 소개가 늦었군. 미안하오. 본좌는 흑염(黑艶) 배상. 음마 직속의 제 일총관이오." "그리고 이거 내 방에 갖다놓은 장본인이고?" 팟! 예련의 손에 들렸던 향 조각이 무서운 속도로 흑염 배상이라고 자신을 소개 한 사내를 향해 날아갔다. 속전속결. 주문을 외우는 동안 무방비 상태가 되 는 위험부담을 감수하는 것보다는 남궁란과 함께 저 자를 제압하는 게 더 나 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예련은 온 몸의 혈액이 역류하는 듯한 약기운을 무시하며 무상반야진기를 극한까지 끌어올렸다. 하지만 진선의 예상과는 달리 배상은 견제용으로 날아온 향조각을 피하지도 받아내지도 않았다. 그 대신 그의 몸은 삽시간에 수십 개의 환영으로 불어나 며 주위에 음산한 기류를 흩뿌리기 시작했다. 예련이 던진 향조각은 그 기류 와 부딛치자 가볍게 부스러져버렸다. "설마..?" 두뇌보다 몸이 먼저 반응했다. 몸 전체를 터트려버릴 듯 끓어오르는 욕정이 예련의 전신을 휘감았다. 배상의 무공은 놀랍게도 사유화의 염마수라무와 비슷한 형태의 음공(淫功)이 였다. 다만 그 주체와 대상이 남자와 여자로 바뀌었을 뿐. 배상의 몸이 미묘하게 움직일 때마다 강철 같은 가슴과 근육이 잡힌 허벅지 가 예련과 남궁란의 시선을 자극했다. 그리고 그 이상으로 눈에 띄는 그 중심 부는.. 솔직한 심정으로 약간의 감탄사와 상당량의 욕설을 속으로 퍼부으며 예련은 치밀어오르는 욕정을 참기 위해 입술을 피가 나도록 깨물었다. "세상에.. 이런 무공이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어." 남궁란의 중얼거림에 예련은 진심으로 동감했다. 이쪽도 한 방 먹은 것 같 은걸. 하지만 의외로 남궁란은 안색이 조금 하얘진 것만 빼면 괜찮아 보였 다. "자아.. 이제 타락하는 거다. 허울뿐인 위선과 체면은 벗어던지고, 한 마리 암컷이 되어 운우(雲雨)의 즐거움을 누리는 거야, 크하하핫! 자, 이리 와라 . 그리고 네가 원하는 걸 가져가라!" 배상의 광소와 함께 주위에 너울거리는 환영의 숫자가 배 이상 늘어났다. "..젠장, 미안하지만 비구름에는 관심 없어. 내 즐거움은 바람과 함께하는 데 있으니까. 내가 원하는 것.. 구속받지 않는 완전한 의지. 그것이야말로 자유와 바람의 신 프리시안, 그리고 나의 길.." "...?" "..그 길고도 험한 길을 찾는 자를 위한 약간의 축복, 저급한 육체의 고통 이 순수한 의지를 흐트러트리고 그 길을 막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 퓨어리 피케이션(Purification)." ---------------------------------------------------------------------- 안녕하세요? 프란입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언제나 하는 인사지만.. --; 오늘 연참을 하기로 했는데 이런저런 사정 핑계를 대다보니 결국 하나밖에 못 쓰는군요;; 물론--; 밤샘해서하도 하나 더 쓸 계획입니다만(약속 때문에--) 이미 오늘 은 지나가버렸으니...;; 곧 50회군요. 대체 45회가 50회로 되는데 며칠이 걸린 건지.. 어쨌던 궁극 의 게으름병입니다;; 오늘의 마법~# : 특별한 건 없군요;; * *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The Means of Freedom - 外傳 3. 第四章 - 밝혀지는 음모(陰謀).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음모의 진실은 밝혀지고.. ---------------------------------------------------------------- 예련의 중얼거림은 처음에는 중원어였다가 뒤로 가면서 대륙공용어와 신성어가 마구 뒤섞이는 통에 예련 자신 외에는 아무도 알아들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 효과만은 모든 사람이 알아볼 수 있었다. 은은한 푸른빛이 예련의 몸을 감싸는 것과 동시에 홍당무처럼 달아올라 있던 그녀의 얼 굴색이 정상으로 돌아오기 시작한 것이다. "말도 안돼! 소혼환음향은.." "중원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최음약이라고? 미안하지만 내가 해 독하지 못했던 독은 세 손가락으로도 꼽기 힘들거야." 예련은 승리를 확신하는 듯 미소지었다. 사실 방금 해독주문을 쓴 건 거의 도박이였다. 정신 안정을 유지하기 힘든 건 둘째치더라도 캐스팅 도중에 공격을 받았다면 예련은 찍소리도 못해보고 저승으로 갔을 것이다. 하지만 배상이 음공을 사용한 이상 자 신이 어떤 행동- 그가 이해할 수 없는-을 취하면 샤유화와 마찬가지로 직접공격보다는 음공의 강도를 높이는 쪽으로 나갈 것이라는 추측을 가 지고 예련은 도박을 했고, 거기에 성공한 것이다. "좋아! 그 실력은 인정하지. 하지만 네년이 나의 염마나찰무(艶魔羅刹 舞)도 견뎌내나 볼까?" "아니." 짧은 한 마디와 함께 뛰어든 것은 남궁란이였다. 폭이 넓은 남궁란의 치마가 크게 펄럭인다 싶은 순간 배상은 황급히 양 손을 십자로 교차시키며 방어자세를 갖추었다. 하지만 남궁란의 단강각 (斷綱角)은 음면마불 같은 고수마저도 가볍게 가드크러쉬를 내는 극악의 타격기가 아닌가? 단 한 방에 배상의 몸은 주르륵 밀리며 창문 바로 옆의 벽에 부딛쳤다. 괜히 남궁란의 모티브가 브라이언이 아니다.(--) "난 견뎌낸다는 쪽에 걸겠지만, 그 전에 네녀석의 그 밥맛 떨어지는 나 체춤은 더 보고싶지 않아. 작년에 먹은 국밥이 다 올라오는 기분이란 말 이다!" 고함과 함께 남궁란의 주먹이 맹렬한 권경을 일으키며 날아들었다. 배상 은 허겁지겁 몸을 돌렸지만 남궁란의 주먹에 맞은 벽은 콰직 하는 소리와 함께 문자 그대로 박살나버렸고 벽에 몸을 기대고 있던 배상의 몸은 그대 로 밖으로 나가버렸다. "너, 넌.." 간신히 한 손으로 무너지는 벽 모퉁이를 붙잡아 떨어지는 것을 면한 배상 은 공포와 당황으로 말까지 더듬거렸다. 자세를 바로잡거나 뛰어내리는 건 쉽지만 앞에는 근접전에서 자신과 비교도 안 되는 고수가 서 있었고, 아래 에는.. 남궁란은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배상과 한 자 거리에서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음약에 중독되고 염마나찰무를 보았다면 안색이라도 바뀌는 게 정 상일 터인데 남궁란의 백옥 같은 얼굴은 조금의 변화도 없이 그대로였던 것이다. "어떻게 내 염공(艶功)에 걸리지 않는거지? 설마 너..." 한참 머뭇거리는 듯하던 배상은 자신도 이런 말은 못하겠다는 듯 고개를 숙이며 입을 열었다. "남자냐?" "푸훗!" 전체적인 분위기가 상당히 진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예련은 웃음을 터트리 고 말았다. "하핫.. 이건 정말 웃겼어! 중원에도 이런 유머감각을 가진 사람이 있다 니, 정말 놀라운데? 안 그래 란이?" "..." 상대가 '유머'라는 단어를 알아듣던 못알아듣던 배꼽을 잡고 웃어대던 예 련은 다음 순간 갑자기 얼굴이 굳어버렸다. 놀랍게도, 남궁란은 웃기는커녕 오히려 일그러진 표정으로 배상을 노려보았던 것이다. 퍼억-! 다음 순간, 남궁란의 연환각에 정통으로 얻어맞은 배상의 몸은 훌훌 날아 객점 바깥의 바닥 어딘가에 쳐박혀버렸다. "란이..너..?" "그건 나중에 설명하죠. 일단은 밖에 몰려 있는 녀석들의 처리가 더 급한 것 같으니까." "그, 그러니까.." 당황해서 말까지 더듬거리던 -매직유저로써는 결코 있을 수 없는 일- 예 련은 뭔가 말을 하려고 하다가 곧 포기했다. 당장은 꼬인 혀부터 바로잡는 게 급선무겠지. 정신을 차린 예련의 귀에도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보통 사람들과는 전 혀 다른, 매우 낮지만 발걸음조차 동일된 절도있는 움직임들. 적어도 누군 지 확인하기 위해 손을 흔들 필요는 없는 종류의 인간들이 분명했다. "이 상황, 예상한 건가요?" "대강은." "역시.. 일부러 눈에 띄는 길을 골라 온 건 이쪽으로 시선을 끌기 위한 작 전이였군요." 예련은 어깨를 으쓱하며 밖에 보인 사람들의 수를 세어보았다. 당장 눈에 보이는 것만 30여명. 둘이서 상대하기에는 좀 벅찬 숫자다. 그들은 누구처 럼 실전된 전설의 무공을 난사해 한 초에 무림 일류고수 백명씩을 때려잡 는 인간 같잖은 고수는 아니였고 일대 다수의 전투에 익숙한 타입도 아니 다. "이제 계획은 있나요?" "있긴 있는데.. 시간을 좀 끌어야 쓸 수 있어." 예련은 한걸음 앞으로 나서서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마침 객점 뒷편은 숲이였고 적들은 그 사이로 그림자처럼 소리없이 다가오고 있었다. "몬스터 셔모닝(Monster Sommoning).." 저쪽이 사정거리를 잡기 전이였기 때문에 주문은 여유있게 진행되었다. 하지만 막 캐스팅이 끝나려는 순간 예련의 머릿속을 무언가가 스치고 지 나갔다. 여기는 중원이다. 당연히 라그시안 대륙에 있는 몬스터가 살 리는 없다. 막 숲의 요정인 드라이어드를 불러내려고 했던 예련은 그 간단한 사실을 깨닫고 주문을 취소하려 했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주문은 완성되었지만 대상을 잃어버린 마력은 역류를 일으켰고, 예련은 그것을 제어하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했다. 일반적으로 실행된 주문의 에 너지가 그대로 시전자에게로 되돌아오는 마력의 역류는 인간의 몸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지만 다행이도 그리 높은 수준의 주문도 아니였고 예련에게는 넉넉한 마나가 남아 있었기에 그럭저럭 제어는 할 수 있었다. "이런 바보같은.." 예련은 마력의 역류로 인한 현기증때문에 이마를 짚으며 투덜거렸다. 어 느세 적들은 객점 바로 앞까지 접근해 있었다. 적들 한가운데서 은색빛이 반짝하더니 무언가가 무서운 속도로 날아들었 다. "앗!" 피할 틈도 없이 그 무언가는 예련의 몸에 직통으로 명중했고, 예련은 충 격으로 비틀거리면서 물러났다. "피해! 저건 유성은환비침이야!" 남궁란이 황급히 예련을 아직 남아있는 벽 뒤로 잡아끌었다. 곧이어 퍼퍽 하는 예리한 소리가 연이어 들려왔다. 유효사정거리 밖이라 벽을 관통할 만한 타격은 나오지 않는 모양이였다. "이거..예상보다 거칠게 들어오는걸?" 유성은환비침에 관통당한 예련의 옆구리에서 상당량의 선혈이 흘러나와 옷깃을 적셨다. 위험한 것은 아니였지만 어쨌던 부상은 부상이다. 하지만 치유주문을 쓸 틈도 없이 이번에는 붉은 빛들이 다발로 객점을 향해 날아들기 시작했다. "불화살이야! 저 녀석들 여기서 자는 사람들을 다 태워 죽일 작정인가?" 어쨌던 여기 있다가는 불고기나 꼬치구이 중 하나가 될 게 뻔하며, 아마 도 전자가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두 사람은 황급히 짐과 옷을 챙겨들고 방을 빠져나왔다. "저쪽이다!" 각종 병장기를 손에 든 대여섯 명의 흑의인들이 두 사람을 보자마자 흉 흉한 살기를 뿌리며 달려들었다. "슬립(Sleep)!" 예련의 주문에 두 명이 맥없이 쓰러졌지만 나머지 네 명이 한꺼번에 남궁 란에게 달려들었다. 남궁란은 좁은 복도를 이용해 흑의인들의 무기 사정거리 안쪽으로 뛰어들 더니 남은 녀석 중 하나의 면상을 팔꿈치로 찍어버렸다. "돌파하죠! 여기서 노닥거릴 시간이 없어요!" "오..아니, 좋았어." 하마트면 오케이라고 말할뻔한 예련은 급히 말을 고치며 그 뒤를 따랐다. 남궁란은 흑의인들을 제압하기보다는 뚫고 나가는 쪽을 선택했다. 강력한 일격으로 상대를 밀어 버린 후 그대로 다른 둘 사이로 빠져나가 아래층 계단으로 달려갔다. "뭐 주문인가 뭔가 하는 거 좀 써봐요!" "주문 외울 시간을 줘야 쓰지!" 1층에는 어느세 십여 명의 흑의인들이 들어와 있었다. 남궁란이 아무리 뛰 어나더라도 두 개의 손으로는 흑의인들을 쓰러뜨릴 수는 있어도 예련의 캐 스팅 타임을 벌어줄 수는 없었다. "라이팅!" 흑의인들이 느닷없는 빛에 눈을 찡그렸다. 예련은 일단 시간을 벌 심산으 로 구석쪽으로 도망갔지만 흑의인들은 만만찮았다. 빛에 적응하는 훈련을 받았는지 금방 시력을 회복한 흑의인들은 예련을 향해 병장기를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그들의 수준은 제법 높아서, 예련의 무공 수준으로는 흑의인 두세명 정도 를 상대하는 게 고작이였다. 재빨리 머리를 굴린 예련은 급히 방어 위주로 싸움을 진행하며 남궁란이 그쪽 흑의인들을 다 쓰러뜨리기를 기다렸다. "殺!" 하지만 밖에 있을 흑의인들의 지휘자는 예련의 기대를 무참히 저버렸다. 와장창 하는 소리와 함께 객점의 창문들이 부서지며 단검을 쥔 여섯 명의 복면인들이 객점 안으로 날아들었다. --------------------------------------------------------------------- 남궁란에 대해 뭐라고 하진 마시길.. 그녀석은 메모리즈 오프의 작가인 광마(하비키..)녀석의 캐릭입니다. 모티 브는 메모리즈의 주인공인 현희죠. 정확히 말하면 나루사와 야유일까나? ^^; 오늘의 마법~# : 몬스터 셔모닝(Monster sommoning) - 이름 그대로 몬스터를 소환하는 마 법. 같은 마법이라도 여려 등급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예련이 쓴 것 은 그리 수준높은 건 아니다. 대상인 드라이어드는 숲의 정령으로 분류되기도 하지만 D에서는 몬스터쪽으로 보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아서 그냥 써 본 것..-- * *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The Means of Freedom - 外傳 3. 第四章 - 밝혀지는 음모(陰謀).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음모의 진실은 밝혀지고.. ---------------------------------------------------------------- "좀 봐주면서 하면 어디 덧나냐!" 들을 리는 없겠지만 예련은 밖에 있는 지휘자가 들으라는 듯이 투덜 거렸다. 말년 모험가는 마법을 쓰면서도 농담을 할 수 있다는 농담아 닌 농담은 꽤나 유명한 농담이다. 물론 예련에게 마법을 쓸 시간을 주면 덧나는 정도로 끝날 리는 없다. 그 사실을 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 새겨들은 복면인들은 자세를 잡는 것 과 동시에 예련에게 달려들었다. 구석이였기 때문에 한번에 달려드는 건 두셋이 고작이지만 그것만으 로도 예련은 당장 손이 어지러워졌다. 남궁란도 갑자기 배로 늘어난 적들에게 당황했다. 복면인들 몇몇은 남 궁란과 예련에게 접근할 수가 없자 암기를 꺼내 날렸다. 아군이 맞을지 도 모른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도 않는 듯 했다. 그 중 하나가 막 철장봉을 빙빙 돌리며 흑의인들의 공격을 막고 있는 예련의 팔목에 박혔다. 극독이 발라져 있는지 순식간에 상처 부위가 시 커멓게 썩어들어갔지만 예련은 손 쓸 틈도 없었다. "하앗!" 상황이 급해지는 것을 본 남궁란이 공격을 극한으로 끌어올렸다. 밝은 녹색의 강기가 남궁란의 왼손에 맺혔고, 그 기세에 흑의인들은 움찔하 며 뒤로 물러났다. 예련마저도 놀랄 만한 공력의 집중이였다. 남궁란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예련과 상대하고 있는 복면인들 쪽으로 뛰어들며 녹색 강기가 맺힌 왼손을 가로그었다. 콰아아-! 거의 일 장은 될짐한 권경이 휘몰아치며 흑의인과 복면인들을 휩쓸어갔 다. 범위에 들어간 자들은 황급히 무기를 들어 방어하려 했지만 그것은 창호지로 태풍을 막는 것 만큼이나 부질없는 동작이였다. 객점의 한쪽 귀퉁이가 모조리 권경에 휘말리며 부서진 집기들과 부러진 병기 조각, 그리고 피와 살점이 사방으로 튕겨나갔다. 이야기속에나 나올 듯한 엄청난 폭음과 지축을 뒤흔드는 충격파 등은 없었다. 애초부터 폭발계열 기술이 아니니까. 하지만 그 위력만은 대단 해서 범위에 들어가 있던 다섯 명의 흑의인과 튼튼한 1층의 벽들마저 반 가까이 날아가버렸다. "윽.." 예련조차도 그 여력에 휩쓸려 옷자락이 찢겨나가고 몇 개의 파편에 얻 어맞아야 했다. 부러진 칼날 하나가 어깨를 스치고 지나갔다. 정말 험악하네.. 그렇게 투덜거리면서도 예련은 억지로 자세를 바로잡 고 캐스팅에 들어갔다. 남궁란이 큰 수를 써서 잠시라도 주문을 외울 시 간을 벌어주려고 한 것을 잘 알기 때문이였다. 먼지 때문에 눈을 뜨기 힘들어서 예련은 아예 눈을 감고 주문을 외워야 했다. "...콘주어 엘리멘탈(Conjure elemental)." 조금 불안정하긴 했지만 어쨌던 주문은 완성되었다. 예련을 중심으로 사방으로 강풍이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남궁란이 방금 부숴놓은 집기들이 바람에 휘말려오르고 건물 벽은 이중의 고문을 당해 야 했다. "좋았어!" 예련이 전력을 다해 불러낸 에어 엘리멘탈(Air elemental)의 위력은 대 단했다. 객점 안에 작은 회오리바람이 생긴 듯한 모습이였다. 거대한 회오리바람이 세 줄기로 나뉘어져 흑의인들을 향해 쏟아져나갔다. 대경실색한 흑의인들은 황급히 무기를 꺼내고 방어자세를 취했지만 조금 전 남궁란의 기술과는 조금 다른 의미로 그것은 전혀 무의미했다. 칼로 바 람을 자르기라도 하겠다는 건가? 대기의 정령은 그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자세를 잡은 상태 그대로 띄워서 건물 벽에 패대기쳐버렸다. "이런..말도 안되는.." "말로는 뭐던지 다 돼는 법이야!" 불행이도 그 말을 꺼냈던 흑의인은 예련의 반론을 듣지 못하고 천장에 부 딛쳐 정신을 잃어버렸다. "돌파하죠!" 남궁란이 외침과 동시에 자신이 구멍을 낸 벽 쪽으로 뛰어갔고 예련은 대기의 정령으로 엄호하며 그 뒤를 따라 객점을 빠져나왔다. 막 객점을 빠져나가는 남궁란의 눈에 십여 명 정도의 흑의인과 백의인들 이 교차해서 서 있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복면으로 얼굴을 가린 중앙의 복면 사내.. 그가 아마도 이들의 대장인 듯했다. 남궁란의 몸이 튕기듯 앞으로 날아갔다. 지휘자를 제압해 단숨에 여기서 빠져나가려는 생각이였다. 나쁜 생각은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정령으로 주 위를 견제하던 예련은 문득 불길한 느낌을 받았다. 복면 사내의 모습이 어딘가 낮익은 것 같았던 것이다. "설마..." 그 순간 복면 사내의 손에서 뽑혀나온 검이 새하얀 빛살로 변해 남궁란 에게로 날아들었다. 언제 뽑았는지도 잘 안 보일 정도로 빠르고 매끄러 운 발도술. "!" 그 기세가 만만찮음을 본 남궁란은 내뻗으려던 주먹을 회수하며 손등으 로 검날을 흘려냈다. "대단한 실력이군." 복면 사내는 전혀 흔들림없이 검을 회수하며 자세를 고쳐잡았다. "..보자마자 칼부터 날린다는 건 이제 우리가 인사를 나눌 사이가 아니 라는 뜻인가요, 하 대협?" 그제서야 사내의 정체를 깨달은 예련이 미소를 지으면서 말을 걸었다. "...인사는 이미 했었소. 그리고, 이번에는 결코 도망치지 못할 것이오. 설령 전처럼 새로 둔갑하는 방법을 쓰더라도!" "그래요? 뭐, 그렇다면 다른 방법을 쓰면 되겠죠." 싱글거리며 대답하긴 했지만 예련은 속으로 바짝 긴장하고 있었다. 용호 쌍검 하우극은 이미 저번에 자신과 한번 부딛친 적이 있었고, 그렇기 때 문에 다른 사람보다는 예련과 마법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가 이들의 대장이라면 십중팔구는 거의 완벽에 가까운 대비를 해 뒀을 것이 분명했다. "쳐라!" 하우극의 외침과 동시에 사방에서 흑색과 백색의 옷차림을 한 검수들이 어지럽게 움직이며 뛰어들었다. 검진을 형성하는 것이 분명했다. 동시에 하우극 본인도 용호쌍검을 뽑아들고 예련을 향해 뛰어들었다. 그 자신이 직접 검진을 지휘하려는 것이다. "젠장!" 남궁란이 몸을 돌려 하우극과 맞부딛쳤다. 예련이 마법을 유지하는 동 안에는 제대로 움직이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아는 남궁란으로써는 힘들더 라도 대부분의 적을 혼자 상대할 수 밖에 없었다. "용호비탄(龍號非彈)!" 하우극의 쌍검이 어지러운 환영을 그리며 날아들었다. 이러한 환검술 (幻劍術)은 일반적으로 속도와 위력이 떨어지는 것이 보통인데, 하우극 의 초식은 환검이면서도 놀라울 정도로 빨랐다. 남궁란은 급히 손을 휘 둘렀지만 몇 군데에 상처를 입는 것은 피할 수 없었다. 용호쌍검은 강철 을 진흙처럼 베는 신검이고, 그것을 맨손으로 받아내야 하는 남궁란으 로써는 상당히 손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예련의 정령이 진 전체 를 견제하고 있어 하우극 외의 공격을 받지 않는 것만으로도 다행이였 다. "뭐야 이건?" 하지만 예련도 밀리기는 마찬가지였다. 대기의 정령 소환은 예련이 가장 자신있어하는 주문 중 하나이다. 하지 만 그 정령조차도 주위를 둘러싼 흑,백의인들의 검진이 만들어내는 기세 에 서서히 밀리고 있었다. 대기의 정령은 미친 듯 광풍을 일으키며 적들 을 밀어내려 했지만 그 바람은 검진에 위력에 밀려 그들에게 채 닿지도 않았다. 이대로라면 일각 정도면 정령도 물질계의 강제력을 잃게 될 것 같았다. '모험을 해야하는건가?' 남궁란에게 작전을 설명해주면 편하지만 아쉽게도 예련의 내공은 전음 술을 시전할만한 수준이 아니였다. 정령을 제어하고 있는 동안에는 다른 마법을 쓸 수도 없고.. 하우극의 검이 남궁란의 가슴을 스치고 지나가는 것을 본 예련은 주저없이 정령의 바람을 모두 회수했다가 모조리 하우극 을 향해 퍼부어 버렸다. "윽!" 난데없는 돌풍에 하우극은 천근추의 무공을 쓰며 저항했지만 몸을 가누 는 것이 고작이였다. 그리고 하우극이 비틀거리는 순간을 놓치지 않고 남 궁란의 권경이 사정없이 하우극에게 날아들었다. 퍼억 하는 소리와 함께 하우극의 검 하나가 튕겨나가며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하지만 남궁란의 주먹도 무사하지는 못했다. 하우극은 공격이 들 어오는 순간 반사적으로 검을 세워 방어를 취했고, 남궁란은 거기 오른손 손목을 깊숙히 베어버린 것이다. 금속물질이 손을 파고드는 느낌에 진저리치면서도 남궁란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몸을 날렸다. 동시에 예련도 정령의 힘을 모아 한꺼번에 돌풍 을 일으켜 복면인들을 밀어냈다. 진법이 깨지자 복면인들은 도미노 상자마 냥 우르르 넘어져 버렸고 예련은 그 틈을 이용해 남궁란의 뒤를 따랐다. "가게 놔 두지 않는다!" 몸을 일으킨 하우극이 일갈을 터트렸다. 그와 동시에 주위 나무들 사이에 서 예의 복면인들이 소리도 없이 튀어나와 두 사람의 진로를 막았다. '이거 대체 여자 둘..아니, 어쨌던 두 명 잡는데 뭔 사람을 이렇게..' 자신에게 날아오는 단검을 보며 예련은 황급히 몸을 뒤로 뺐다. 하지만 이 번에 나타난 복면인들의 실력은 예사롭지 않았다. 예련의 동작보다 훨씬 빠 르게 날아든 단검은 예련의 가슴과 옆구리를 깊숙히 베고 지나갔다. "!" 입을 열 틈도 없이 제차 이어지는 공격에 예련은 거의 반사적으로 몸을 뒤로 뺐다. 원래 물러서면서 거리를 벌리는 것이 공격을 피하는 가장 간단 한 방법이고 주문을 쓸 시간을 버는 측면에서도 도움이 되기에 마법사들은 근접전에서 공격을 받으면 무조건 물러서면서 피하도록 훈련을 받는다. 예 련도 그 점은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 동작은 신법을 이용한 것이 아닌 단순한 반사동작이였고, 그것 때문에 예련의 행보(行步:무술의 걸음거리 동작. 보법)이 순간적으로 흐트 러져버렸다. 아슬아슬하게 피했던 단검 두 개가 재차 녹광을 뿌리며 날아들었다. 그 순간, 예련은 한 분야에 집중하지 않고 이것저것 좋은 것들만 대강 배 워 익힌 풋내기가 저지를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완전히 당황해버린 나머지자신이 어떤 무공을 써야 할지조차도 결정하지 못한 것이다. 내가 익힌 신법은 금강부동신법과 창궁무영보였지? 이 상황 에서는 무영보쪽이 더 유용한데.. 아냐, 이 자세에서는 부동신법의 자세를 잡기가 더 용이해. 그런데 내가 익힌 신법이 이거 두개 뿐이였나? 뭐더라.. 하나 더 봐둔 게 있었던 것 같은데.. 무공을 제대로 '수련한' 자라면 방법이야 어쨌던 이미 생각보다 몸이 먼 저 움직였을 것이다. 하지만 예련은 혼란 속에서 결국 뒷걸음질로 두번째 공격을 피하는 것을 택했고, 그 결과 예련의 행보와 머릿속은 함께 엉망 진창으로 엉켜 버렸다. "앗!" 짧은 비명과 함께 예련은 세번째 검에 가슴 앞섶을 길게 베이며 엉덩방아 를 찧어버렸다. ---------------------------------------------------------------------- 50회..50회..50회닷!!! 내가 드디어 해냈구나. 숱한 게으름과 개인사정과 작업의 집요한 방해 속 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역경을 헤쳐 나간 결과 드디어 얻어낸 50회..--;; 이게 자랑하는거 맞나?--; 어쨌던 연참은 참 오랜만이군요. 한꺼번에 올렸으면 더 좋았을텐데..^^ 오늘의 마법~# :콘주어 엘리멘탈(Conjure elemental) - 정령 소환 마법이다. 정령사는 정령과의 대화로 각종 정령을 불러내지만 마법사들은 이 주문을 이용해 원소력 자체에 가까운 원소의 정령을 소환해 제어 한다. 강제적인 제어이기 때문에 정령은 주문이 풀리면 곧바로 자 신의 세계로 돌아가려고 하며, 제어를 놓칠 경우 본 세계로 돌아 가기 위해 시전자를 공격하는 경우도 있다. * *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The Means of Freedom - 外傳 3. 第四章 - 밝혀지는 음모(陰謀).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음모의 진실은 밝혀지고.. ---------------------------------------------------------------- 쓰러진 예련의 머리위로 두 둘기의 섬광이 떨어져내렸다. 거의 반사적으로, 예련은 몸을 굴렸고 아슬아슬하게 목표를 빗나간 두 개의 단검이 불똥을 튀기며 바닥을 찍었다. 바닥에서 몸을 굴리 는 동작은 뇌려타곤인가 뭔가 해서 무림인들에게는 치욕적인 기술 이라지만 예련이 그런 쓸데없는 자존심을 챙기는 타입이라면 지금쯤 라그시안 대륙의 물 좋은 산천의 전망 좋은 어딘가에는 '성직자 에릴 , 이곳에서 잠들다' 따위의 글자가 새겨진 비석이 열 대여섯개쯤은 박혀 있을 것이다. 여자가 이런 식으로 교양없게 몸을 굴리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보 수적, 구시대적, 성차별적 사고방식을 지니고 있던 복면인들은 극히 짧은 시간이긴 하지만 한 템포 늦게 반응했다. "하앗!" 예련의 위기를 본 남궁란이 급히 권경을 날렸다. 다급한 탓에 큰 위 력은 없었지만 복면인들이 단검으로 막을 만큼 허접한 공격은 아니였 기에 그들은 급히 몸을 돌려 그것을 피해야 했다. 하지만 예련에게는 그것으로도 충분했다. 자리에서 튕기듯 일어나면서 예련이 금정봉을 강하게 휘둘렀다. 마치 휘둘러진 봉의 원심력에 끌려가듯 예련의 몸은 봉과 함께 앞으로 밀려 나가 방금 자신을 공격한 복면인들을 사정권에 넣었다. 남궁란의 공격 을 피한다고 자세가 흐트러진 그들은 급히 무기를 들었지만 철봉을 단 검으로 막는다는 게 말이나 되는가? 퍼엉 하는 소리와 함께 복면인들 은 금정봉에 맞고 훌훌 날아가 버렸다. 못해도 갈비뼈 두세개는 나갔 을 것이다. 이미 제어가 풀린 탓에 예련이 불러냈던 정령은 본래의 세계로 돌아 가 버린 뒤였다. 주문의 시전자를 공격하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라 고 해야겠지.. 예련은 속으로 투덜거렸다. "란이, 눈 감아! 파워 라이트(Power Light)." 자신들에게로 우르르 달려드는 적들을 본 예련이 마법을 시전했다. 순간 위로 들린 예련의 손끝에서 태양의 강림을 연상시키는 듯한 엄 청난 빛이 터져나왔다. 그 빛 자체는 아무 물리력도 없었지만, 그 광량은 몇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도 눈부심을 느낄 정도로 강력했다. 당연히 이만한 빛을 코앞에서 바라본 자들이 무사할 리 없었다. "크아악!" 망막을 태워버리고도 남을 만한 빛을 정통으로 받은 복면인들이 비 명을 지르며 나뒹굴었다. "이때다! 빨리 도망가자!" 예련은 눈을 감긴 했지만 역시 놀라서 넋이 나간 남궁란의 손을 붙 잡고 숲 쪽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막 숲에 들어가기 직전, 그들의 뒤를 쫓는 외침이 있었다. "이런 비겁한 사술을 쓰다니! 그러고도 그대가 만인에게 칭송받는 성녀(聖女)란 말이오?" 고함과 함께 들려온 예리한 파공음. 두 사람은 반사적으로 몸을 돌 려 그것을 피해냈다. 희고 검은 두 줄기의 검기가 두 사람을 스치고 지나감과 동시에 그들의 앞에는 분노로 얼굴을 일그러뜨린 하우극이 서 있었다. 이런, 중원의 AKIS(Acquire Knightly Ideology Syndrome: 후천성 기사주의 증후군 --;)은 라그시안 대륙보다 한 술 더 뜨는군그래. 좀 증상이 더 심해지면 마법의 존재 자체가 사기라고 주장하고 다닐지도 모르겠어. 예련은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리며 혀를 찼다. 이건 거의 바바리안이랑 소서리스 싸우는데 소서보고 텔레포트 쓰지말라고 하는 수준 아닌가? 하지만 예련에게 마법사의 전투방식에 대한 소개를 늘어놓을 여유 따위는 없었다. 하우극이 쌍검을 강하게 내뻗으며 공격을 가해온 것 이였다. 하우극의 검에서 맹렬한 검기가 실체화될 정도로 강하게 집중되어 뻗어나오기 시작했다. "검강?" 그것은 검기공부의 최상위 단계라는 검강이였다. 하우극이 검도고수 임은 잘 알고 있었지만 설마 검강을 쓸 줄은 몰랐던 남궁란은 황급히 전공력을 집중시켰다. "용호파천(龍號波天)!" "하앗!" "젠장.." 하우극은 초식명을 외치며, 남궁란은 강렬한 기합을 넣으며, 예련은 투덜거리며 각자가 가진 최고의 초식을 발휘했다. 허공 가득히 뻗어 나온 흑백의 검강이 남궁란의 중압파령정(重壓破靈頂)과 예련의 참마 전륜광(斬魔戰輪光)의 녹색과 푸른색 섬광에 정면으로 충돌했다. 콰콰쾅--! 거대한 폭음과 함께 지축이 뒤흔들렸다. 자신의 머리위에서 벌어진 힘의 격돌을 이기지 못한 대지가 비명을 지르자 경기에 산산조각난 고목의 파편이 허공으로 빨려올라갔다. 하늘이 좁다는 듯 솟아오른 흙먼지와 폭발광은 그들이 절세의 대결을 볼 기회를 빼앗아갔다는 것도 모른 채 주위 모든 공간을 점령했다. 가장 불행한 몇 명의 복면인이 경기에 휩쓸려 문자 그대로 산산조 각났지만 예련조차도 그것을 인식할 수 없었다. 흙먼지가 가라앉자 주위의 모습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문자 그대로 초토화된 장소의 한 가운데는, 놀랍게도 지름이 삼 장 은 될짐한 구덩이가 파여 있었다. 장력이나 내공대결이 아닌 검봉과 주먹으로 쓴 기술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실로 놀라운 모습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세 사람의 모습도 그리 편하진 않았다. 두 사람의 합격을 정면으로 받아낸 하우극은 옷자락이 찢어지고 머 리가 헝클어진 모습이 상당한 낭패를 본 것 같았다. 조금 전까지 그 에게서 뿜어져 나오던 패도적인 기세는 씻은 듯 사라져 있었다. 남궁란은 싸움 자체에서는 이익을 본 셈이지만 검강을 맨손으로 받 아내는 것은 역시 무리였던 듯, 몸 칠팔 개소에 깊고 얖은 검상을 입은 상태였다. 하지만 가장 심각한 것은 역시 예련이였다. 겉보기에는 가장 멀쩡하 지만 남궁란이나 하우극의 절반도 되지 않는 내공으로 정면충돌을 감 행한 예련은 오장육부가 튀들리는 듯한 통증을 느끼며 한 사발은 될 짐한 피를 토해냈다. 그녀의 손에 들린 금정봉도 가로세로로 마구 흠집이 나 있었다. 천지 간에 가장 단단한 만년금정으로 만들어진 금정봉이 이 모양이 되었다 는 것만으로도 하우극의 검강이 어떤 위력을 가지고 있는지는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남궁란이 급히 휘청거리는 예련을 부축했다. "이제.. 숨바꼭질은 끝난 것 같소." 두 사람을 바라보던 하우극이 힘겹게 손을 들어올렸다. "!!" 어디선가 나타났는지 또 한 무리의 복면인이 예련과 남궁란을 포위하 고 있었다. 게다가, 그들의 손에는 하나같이 길쭉한 은색 원통 같은 것이 들려 있었다. 그것은 예련도 잘 아는 물건이였다. "유성은환비침..이군. 이걸 여태까지 안 쓰고 있었던 건가요?" "그대가 도망칠 경우를 고려해서 숨겨놓은 자들이였지만, 이젠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군. 자, 이제 놀이는 끝났소. 둘 중에 하나를 결 정하시오. 순순히 항복하고 철성(鐵城)으로 갈 것인가, 아니면 저승 으로 갈 것인가." "철성?" "위대하신 천마대제께서 거처하시는 마교의 성지요. 자, 어떻게 하 시겠소?" "흠..생각할 시간을 조금만 주면 안 될까요?" 하우극의 표정이 사나워졌다. "농담하지 마시오, 그대가 알려진만큼 똑똑하다면 지금 생각 따위를 할 처지가 아니라는 정도는 알 텐데?" "그래도 생각해야 할 이유가 있거든요. 그쪽도 알려진만큼 노련하다 면 제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도는 알 텐데요?" 예련이 생긋 웃으며 하우극의 말을 그대로 따라했다. 순간 하우극은 진짜로 폭발할 뻔 했지만 뛰어난 수양으로 곧 마음을 가라앉혔다. 그리고, 노련한 무림인인 그는 곧바로 예련의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깨달았다. "속았다! 모두 진형을 정비하라! 적의 원군이 온다!" "말이 조금 틀렸어요. 그럴 때는 과거형을 써야죠. '왔다' 예요." 콰아아아--! 하늘 끝까지 말려올라가는 듯한 거대한 회오리바람이 몰아치기 시작 했다. 살아 있는 듯 꿈틀거리는 회오리바람은 흙먼지와 남아 있는 부 서진 나무조각 등을 사납게 빨아들이며 무서운 속도로 예련과 남궁란 을 둘러싼 유성은환비침 사수들을 덮쳤다. "으악!" "끄아악!" 삽시간에 팔다리에 깊은 검상을 입은 복면인들이 다발로 꺼꾸러졌다. 예련이 만든 검진답게 신풍검대는 적에게도 가능한한 치명상을 입히 지 않으며 싸우고 있었다. "쏴라!" "엎드려!" 하우극의 외침과 함께 예련이 남궁란을 끌고 바닥으로 다이빙을 시도 했다. 동시에 그들의 머리 위를 스쳐간 비침들이 예리한 파공음을 일 으키며 신풍검대를 향해 날아갔다. 수십여 개의 비침이 한 발도 빗나가지 않고 -당연하지만- 신풍검진에 명중했다. 그러나 그것들은 신풍검대의 검수들에게 채 접근조차 해보지 회오리바람에 휘말려 사라져버릴 뿐이였다. "좋아. 탈출이다! 체인 캐스팅(Chain Casting), 인비지빌리티(Invisib ility). 레비테이션(Levitation)." 예련과 남궁란의 몸이 허깨비처럼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 글을 쓰자~ 글을 써~;; 오늘따라 컨디션이 괜찮군요. 그런데 리버스 5권과 폴랩 7권이 보여 서 빌리는 바람에 망했다는..^^; 그런데 컴 앞에 너무 오래 앉아 있으니 VDT 증후군이 역시 장난이 아닙니다. 집에 부모님이 워낙 눈치를 줘서 낮에는 컴에 손도 못 대고 두분 잠든 다음에 몰래 켜서 새벽 4~5시까지 두들기는 생활 을 며칠 반복했더니 몸상태가 영 이상해진다는.. 오늘의 마법~# : 파워 라이트(Power Light) - 순간적으로 매우 강력한 빛을 만들어 낸다. 라이팅 주문이 어두운 곳을 밝히기 위한 것이라면 파워 라이트는 오로지 상대방의 눈을 멀게 하기 위해서만 사용하는 빛이다. 실제로 이 주문에 걸릴 경우 망막이 파열될 위험도 있 다. : 체인 캐스팅(Chain Casting) - 제어주문. 두 개 이상의 주문을 이 어서 사용할 때 외우는 제어주문이다. 체인 캐스팅 자체가 4클 래스이므로 3클래스 이하의 주문만 이어서 쓰는 것이 가능하다. : 인비지빌리티(Invisibility) - 모르는 사람이 별로 없을 투명화 주문. 시전자를 투명하게 만들어서 보이지 않게 한다. ^^; * *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The Means of Freedom - 外傳 3. 第四章 - 밝혀지는 음모(陰謀).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음모의 진실은 밝혀지고.. ---------------------------------------------------------------- "제길!" 다 잡은 대어가 자리에서 뿅 하고 사라지는 모습을 본 하우극은 그 답지 않게 상소리를 해가며 사방으로 뛰어다녔다. "유성은환대 뒤로 물러서! 흑백쌍영대 발진(發陳)! 적을 막아라! 조영대는 놈들을 쫓아라!" 하우극의 지휘에 힘입어 흑의인, 백의인, 복면인(--) 들은 제 정신 을 되찾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비장의 병기이던 유성은환비침은 신 풍검대의 기습으로 거의 아작이 났지만 워낙 쪽수가 쪽수인지라 적들 은 아직도 많이 남아 있었다. 흑백쌍영대가 급히 진을 형성하며 신풍검대와 부딛쳤다. 두 거대한 힘의 충돌은 철판이라도 가루로 만들어버릴 만한 위력을 지니고 있다. 순식간에 두 진식 사이의 땅이 진동을 일으키며 갈라져 나가기 시작했다. "호오?" 자신들을 뒤쫓는 자들을 바라본 예련의 눈에 감탄의 빛이 스치고 지 나갔다. 투명화 상태의 자신과 남궁란을 정확하게 찾아 추격하고 있 는 것은 놀랍게도 사람이 아닌, 송아지만한 개와 늑대들이였던 것이 다. 장담하건데 어떤 애견가도 마교대법을 받아 시뻘건 흉광을 눈에 서 뿜어내며 사납게 짖어대는 이 개들에게 호감을 느끼지는 못할 것 이다. '대단한걸? 개라면 냄새를 맡고 쫓아오는 건 쉽겠지.' 이전에 하우극에게 투명화 마법을 선보인 적은 없었다. 그럼에도 불 구하고 여기에 대한 대비를 마련해 놓은 그의 심계는 역시 대단한 것 이였다. '그렇다면..? 내가 지난번에 사용한 기술은 디멘션 도어와 레비테이 션, 콜 라이트닝.. 순간이동은 흩어져서 매복하던 유성은환비침으로 커버하려 했을테고 콜 라이트닝은 공격마법이니 별 대책이 없겠지만 .. 그럼 부유마법은?' 이 정도 대비를 갖추면서 예련이 전에 보여줬던 기술에 대한 대비 가 없을 리 없다. 그렇다면.. "예련! 위예요!" 남궁란의 외침에 예련의 고개가 위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 곳에는, 이십여 마리는 될짐한 거대한 독수리 비슷한 괴조(怪鳥)들이 날개를 퍼덕거리며 기다리고 있었다. 웬만한 사람 보다도 더 클 듯한 키에 철판도 찢어버릴 듯한 발톱, 그리고 붉게 변한 눈동자에서 뿜어지는 마기는 저 새들이 보통내기가 아님을 말 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 새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분명 인간의 형상을 한 무언가가 날개를 펄럭거리며 떠 있었다. "큿큿큿.. 죽엇!" 그 '새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분명 인간의 형상을 한 무언가' 의 입에서 괴상한 소리가 흘러나옴과 동시에 괴조들은 날개를 활짝 펼 치며 두 사람을 향해 날아들었다. 하지만 정확히 두 사람을 향해 들어오는 녀석은 몇 없었다. 예련 은 아직 인비지빌리티를 유지하고 있으니 아마도 개들이 가르쳐 준 위치로 무조건 돌격을 시키는 모양이였다. "핫!" 남궁란이 예련을 붙잡고 있지 않은 오른손을 강하게 내뻗었다. 쐐 액 하는 파공음과 함게 권경이 다가오는 괴조 한 마리를 직격했고, 녀석은 케엑 하는 비명을 지르며 나가떨어졌다. 하지만 바닥에 떨어질 듯하던 괴조는 공중에서 몸을 뒤집더니 아 무 일 없었다는 듯 다시 날아올랐다. 남궁란은 자신의 눈을 믿을 수가 없었다. 아무리 발 디딜 곳이 없 었다지만 자신의 주먹에 맞고도 멀쩡한 새라니? 그때 예련이 고함을 질렀다. "으악! 그냥 공격을 하면 어떻해?" "왜요?" "이쪽에서 공격을 하면 투명술이 깨진단 말야!" 투명마법이 풀리자 방금 헛발질 -발톱으로 찍었으니까..- 로 두 사람을 스치고 지나갔던 괴조들은 이글거리는 눈으로 둘을 노려보 고 있었다. 어느세 두 사람은 반구형으로 늘어선 괴조들에게 완전 히 포위된 형상이였다. 아마도 진법의 일종일 것이다.. 라고 예련 은 추측했다. "거기..있었나.. 크큿. 하지만..절대..도망갈..수..없다..인간이.. 공중에서..새보다..빠를..수..는..없지..크크.." "저 친구, 참 말을 느리게 하는군. 안그래?" "예. 듣는 사람을 참 지겹게 만드는 녀석인걸요. 그나저나 어쩌 죠?" "여기서 기다려. 땅에 있는 개들도 만만찮은 것 같으니까." 예련은 남궁란의 손을 놓고 앞으로 나갔다. 예련에게서 손이 떨어 지자 허공에 놓여진 남궁란은 움찔했지만 예련이 주문을 걸어둔 덕 에 떨어지지는 않았다. '이, 이거..자세가 상당히 불안한걸?' 발로 땅을 딛고 살아가는 인간에게 발판 없이 허공에 둥둥 떠 있는 상태는 별로 익숙하지 못하다. 특히나 그것이 순전히 다른 사람의 힘 에 의해서라면 더더욱. 공중이라서 절의정권류의 기본이 되는 진각 (眞脚)도 쓰지 못하는 남궁란은 안절부절하며 예련을 바라보았다. "감히..공중에서..나와..싸우려는..거냐?" 아무래도 새 모양의 누더기를 걸친 듯한 괴인의 음산한 소리와 함께 괴조들이 무서운 속도로 공중에 떠 있는 예련에게 날아들었다. 하지 만 예련은 피식 웃으면서 가볍게 아래로 이동해 새들의 공격을 피해 버렸다. "흠, 무척이나 느려터진 녀석이군." "뭐..야?" 새 모양의 괴인(..)이 분통을 터트리자 이번에는 예련을 반구형으로 포위한 새들 중 절반 이상이 한꺼번에 예련을 향해 공격을 가해왔다. 공격방향과 좌표가 정밀하게 짜여져 있어 예련의 전신을 범위에 넣으 면서도 새들끼리 교차되는 부분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이야기책에 서처럼 몸을 살짝 피해버리면 자기들끼리 부딛쳐서 다 나가떨어지는 광경을 기대하는 건 무리일 듯 했다. 순간 예련은 묘기를 발휘했다. 허공에서 몸을 날린 예련은 거의 곡예에 가까운 움직임으로 괴조들 의 발톱을 피해내며 괴조들의 포위망을 지나쳐버렸다. 마치 맨땅 위 에서 경공술을 쓰는 듯한, 아니 지상에서보다 훨씬 빠른 움직임이였 다. "마..말도..안..!" 눈 깜빡할 사이에, 예련은 괴조들의 진을 돌파해 새 모양의 괴인 바로 옆에까지 접근했다. "내가 느리다고 한 녀석은 저 새들이 아냐. 바로 네 녀석이지!" 부웅! 꽤나 살벌한 소리와 함께 예련의 금정봉이 허공에 호선을 그렸다. 인간이 공중에서 새보다 빠르게 움직일 수는 없다. 중원에서 그것 을 가능하게 하는 능력은 경공의 최고 경지라는 허공답보 정도가 고 작일테고, 그것을 쓸 수 있는 사람은 천하를 통틀어도 열이 되지 않 을 것이다. 황당한 일이지만, 괴조들을 통제하던 새 모양의 괴인도 그 원칙에 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새보다 느린 인간이, 분명 새보다 빠르게 움 직인 예련의 공격을 피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는 급히 손을 들어 올려 손에 낀 철손톱으로 금정봉을 막았지만 균형을 잃는 것은 피할 수 없었다. "어..어떻게.." 예련은 자신에게로 날아드는 괴조들을 피해 괴인의 등 뒤로 돌아가 주문을 영창했다. 공중에서의 동작에 전혀 어려움이 없는 듯한, 바 람과도 같은 움직임이였다. 예련은 육체를 지닌 바람의 정령이였다. "윈드 포스(Wind Force)." 예련의 손에서 일어난 강렬한 바람이 괴인과 날아오던 새들을 한꺼 번에 휘감았다. 이 괴조는 마령귀응(魔靈鬼鷹)이라는 것으로, 큰 것은 날개를 펼치 면 일장에 달하고 신체는 특수한 마공대법을 거쳐 도검조차 들어가 지 않는다. 게다가 그 발톱은 철판조차도 찢을 수 있어 무림의 일류 고수조차도 상대하기 힘든 괴물이였다. 하지만, 저게 새가 아니라 드래곤이라고 해도 날개달린 종족의 원 칙에서 벗어날 수는 없는 법. 태풍을 연상시키는 강풍에 휘말린 괴조 들은 순식간에 균형을 잃고 바람에 휩쓸려 버렸다. 드래곤이야 마법 을 쓰니 바람을 조정하면 그만이지만 태풍이 불어도 날아다닐 수 있 는 새는 존재하지 않는 법이다. "쿨럭..." 예련의 입에서 다시 선혈이 터져나왔다. 이 몸 상태로 더 이상 무공 을 쓸 수는 없다. 그렇다면 남는 것은 마법 뿐. "웹(Web)." 예련에게서 뻗어나온 거대한 거미줄 같은 것이 삽시간에 떨어진 괴조 와 맹수들을 감쌌다. 살상력은 전무이지만 이 마법의 거미줄은 일시적 이나마 그들의 움직임을 완전히 봉쇄했다. 이 거미줄을 단숨에 풀어버 리는 방법을 불을 지르는 것 뿐이지만 그럴 경우 안에 있는 자들도 한 꺼번에 타격을 입게 된다. 저 위에 화염주문을 떨어뜨려 볼까 하고 생각하던 예련은 곧 생각을 접었다. 하찮은 미물의 생명도 내 몸같이 사랑하라는 실현 불가능한 이 야기는 집어치우고라도, 그 정도에 죽을 녀석들이 아니였다. "좋아..빠져나가는 건 어렵지 않겠는데.." 예련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저 친구들 어쩌지?" 그녀가 바라본 곳에는 흑백쌍영대와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는 신풍 검대의 모습이 있었다. ------------------------------------------------------------------ 흠..제 소설 퍼가시는 분의 메일을 받았었는데... 이멜주소가 깨져서 답장을 보낼 수가 없네요. 이 글 보시면 저에게 멜 좀 다시 보내주세 요. 제가 연재하는 글은 신행기 하나뿐인데 '다른 소설 강호신행기' 라는 건 무슨 말이죠? --; 분명 전에 퍼가신 거 신행기였을텐데.. **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The Means of Freedom - 外傳 3. 第四章 - 밝혀지는 음모(陰謀).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음모의 진실은 밝혀지고.. ---------------------------------------------------------------- 진법에 별 조예가 없는 남궁란이 보기에도 신풍검대가 그 자리를 벗 어나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신풍검진이 일으키는 거대한 폭풍은 무엇이던 찢어버릴 듯 했지만 불행히도 상대 역시 만만하지 않았다. 아직까지는 신풍검대가 절세적인 진식의 위력으로 숫자의 열세를 극 복하고 있지만 적군이 아직도 예비병력을 가지고 있다면 그나마의 우 세도 깨져버릴 것이다. 예련은 쪽수가 만능이라고 믿는 사람은 결코 아니였지만 적어도 줄다리기로 대표되는 '힘의 대결' 에서 그것은 결 코 부정할 수 없는 진리였다. "어쩌지?" 땅 아래에서 거미줄에 뒤덮힌 동물들이 미친 듯 꿈틀대고 있었다. 아마 1분도 지나지 않아 그들은 거미줄을 끊어내고 다시 날아오를 것이다. "프로텍트 미사일(Protect missile)." 예련의 주위에 반투명한 빛의 장막이 생겼다가 곧 사라졌다. 그리고 그녀를 노리고 날아든 유성은환비침의 대부분은 목표물의 근처에도 다 가오지 못하고 힘을 잃고 떨어져버렸다. 작은 화살류의 무기를 방어하 는 프로텍트 미사일 주문은 날아오는 화살 자체가 마법에 의해 움직이 거나 주문의 제어 한계를 넘어서는 크기와 위력이 아니라면 무엇이던 방어하는 것이 가능하다. 일단 유성은환비침이 자신과 남궁란에게 날아오는 것을 막은 예련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한 방, 한 방으로 이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전세를 완전히 이쪽의 것으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두 방이나 세 방을 쓰기에는 시간이 모자랐다. 그리고 그 방법을 찾아내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란이, 저 진 좀 어떻게 해봐. 난 하우극을 맡을께." "지금 제 몸상태로는 조금 무리겠는데요? 그리고 하..소저에게도 무 리일 겁니다." "아냐. 저 희고 검은 보자기 둘러쓴 친구들은 신풍검진과 싸우는 데 도 정신이 없으니까 뒤에서 만만한 녀석 하나 뒷덜미 잡고 끌어내버 리면 금방 무너질꺼야. 그리고 내 경우라면, 걱정할 필요 없어." 폭포수처럼 말을 쏟아놓은 예련은 남궁란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곧바로 몸을 날렸다. 별로 움직일 필요도 없었다. 하우극은 신풍검대와 흑백쌍영대의 싸 움 따위는 무시하고 남아 있는 암기 사수들을 모아 예련에게로 달려 오는 중이였던 것이다. 주문을 외우는 예련의 모습을 본 하우극은 암기 발사를 지시했지만 유성은환비침이 예련의 보호막에 막혀 힘없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는 곧 마음을 고쳐먹고 검을 들어올렸다. ..미안하지만 한 발 늦은 동작이야. 하우극은 문득 예련의 표정이 이상하다고 느꼈다. 그녀의 얼굴에 떠오른 빛은 약간 쑥쓰러운 것 같기도 하고 미안한 것 같기도 한, 마치 나쁜 짓을 하다 교사한테 들킨 꼬마 같은 표정. "미러 오브젝트(Mirror object)." 막 예련을 공격하기 위해 검강을 집중시킨 하우극은 난데없이 예련 이 열여덟 명으로 늘어나는 것을 보고 당황했다. 하지만 그것이 자 신의 착각 -그것도 상당히 부끄러운- 이였음을 깨달았을 때 그는 총 력을 기울여 황당해해야만 했다. 한 유명한 환타지 작가가 자신의 작 품에서 사용한 이 표현은 일부 양식있는 국문학자와 소설가의 비판의 소지가 되긴 하지만 이 상황에서 하우극의 심정을 설명하는 데 있어 이 이상 어울리는 표현법은 몇 없을 것이다. "이, 이건.." 하우극의 주위에는 정확히 열 여덟 명의 미녀들이 둘러앉아 있었다. 단순히 그뿐이라면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 열여덟 명의 미녀들은 하나같이 실오라기 하나 얼치지 않은 나신이였고, 게다가 그들 각자가 취하고 있는 자세는 음란(淫亂)하기 그지없는 것이였다. 얼핏 보면 부끄러움을 못 이겨 몸을 가리는 것 같으면서도 오히려 그 동작이 더 요염해 보이는 것이다. 게다가 그런 여인들의 얼굴은 요염하기는커녕 오히려 한 송이 백합처렁 청초하기까지 하니.. 이 정도면 하우극을 둘러싼 미녀들의 정체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 을 것이다.(--) 십팔소녀염혼진(十八少女艶魂陣). 그 절세의 진식을 이루는 열 여 덟 개의 나신상들이 하우극의 주위에 놓여 있었던 것이다. 하우극이 이 해괴한 현상의 원인에 대한 고찰의 시간을 가질 수는 없었다. 그는 예련과 달리 신체 건강하고 정신상태 멀쩡한 남자였고, 당연히 이 진식에 영향을 받는다. 자리에서 일어난 미녀들이 모든 것을 아낌없이 내보이며 사뿐사뿐 다가오는 모습에 하우극은 순간 넋을 잃고 말았다. 그리고, 그 순간 은 곧 영원이 되었다. * * * "저거 놔둬도 괜찮은 겁니까?" 옥으로 만든 나신상 사이에서 게거품을 물며 차마 눈뜨고 못 봐줄 행동을 하고 있는 하우극을 보며 남궁란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뭐, 어차피 환영이니까 기절할때쯤 되면 알아서 기절하겠죠. 그 전에 주문의 지속시간이 먼저 끝날 것 같지만." 예련은 중원과 대륙간의 남녀간의 애정 표현법의 차이에 상당한 관 심을 보이며 하우극의 모습을 관찰했지만 아쉽게도 그것을 학문적 고찰로 이끌어낼 시간은 없었다. 그래서 예련은 이성을 잃어버린 하 우극을 향해 혀를 한번 내밀어준 후 고개를 돌렸다. 근엄하기 그지없던 자신들의 상관이 처절하게 망가지는 모습을 본 적군의 사기는 바닥에 떨어져 땅을 파고들어갔고 지휘체계 역시 완 전히 붕괴되었다. 남궁란은 예련이 시킨 대로 신풍검대와 죽을힘을 다해 싸우고 있던 흑의인 하나의 뒷덜미를 잡아 끄집어냈고 순간적 으로 흐트러진 진식은 신풍검대의 공격에 회복될 틈을 얻지 못하고 산산히 부서졌다. 그래서 예련과 남궁란은 유유히 신풍검대를 빼낸 후 자리를 뜰 수 있었다. "힐링(Healing)." 안전지대에 들어선 예련은 즉시 자신과 남궁란의 상처를 치료했다. 아직까지 운기조식으로 상처를 치유하는데는 익숙하지 못한 예련이 였다. "대체 그 진식은 뭐죠?" "아, 그거? 전에 어딘가에서 본 물건인데.. 그때 본 모습을 그대 로 재현해서 보여준 것 뿐이야." "그런 것도 가능하다니.. 마법이란 정말 대단한 거로군요." "뭐, 대단하진 않아. 공격력이나 방어력, 속도 등에 있어서 대륙 의 마법은 중원의 무공에 비해 훨씬 떨어지지." "? 그럴 리가요. 방금 본 것들만 해도.." "그게 내 마법 자체가 강해서일까? 그건 그 상황서 적을 무력화 시킬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썼기 때문이야. 새를 상대로는 검을 휘두르는 것 보다는 강풍을 일으키는 게 훨씬 낫지. 많은 군 사가 산지에 진을 치고 있으면 불을 지르고, 큰 배가 강에 떠 있 으면 밑창에 구멍을 내고, 두 명의 지휘관이 있으면 서로 싸우게 만들어 패배시키는 기술, 그것을 '강하다'고 표현하지는 않아. 굳이 따지자면 지략이라고 할까.. 뭐, 교활이나 사기라고 표현하 는 작자들도 많지만." "..." "그나저나, 또 제법 많은 사람들이 죽었겠군.." 예련은 힘없는 한숨을 내쉬더니 양 손을 모아 쥐었다. "내 행동..위선일까?" "응?" "사람들을 죽여놓고는 그 시체 앞에서 사죄하는 것. 아무 의미도 없는 행동이야. 이미 모든 가능성과 기회를 잃어버렸으니까. 사과 받더라도, 용서하더라도 아무 것도 더 할 수 없는 몸이 되었으니 까.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현실인 이상 벗어날 수 없는 일이라 고 주장하지만 과연 이것이 정말로 옳은 일이였을까.." "...." 한동안 두 사람 사이에는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저..하..소저." "말해. 이미 여장남자인 거 들통났으니까." "뭐, 그러죠. 다시 소개해야하는군요. 제 이름은 이미 아실테고, 절의정권류를 이어받은 남궁가의 자손입니다." "역시. 어쨌던 대단했어. 여자가 남자로 변장하는 건 어렵지 않 지만 남자가 여자 모양을 하는 것, 그것도 이 정도 미인으로 변 장할 수 있다니 말야." "과찬의 말씀이죠." "과찬이라니, 나 솔직히 질투했다고." "예에..?" 남궁란의 얼굴이 빨개졌다. "무엇 때문이였는지를 묻는 게 중요하겠지만, 그보다는 어떻게 한 건지가 더 궁금해." 예련이 슬며시 남궁란에게 얼굴을 들이밀며 미소를 지었다. 이 제는 완전히 남자다운 성격을 보이는 남궁란은 당황해서 뒤로 물 러났지만 예련은 뚱한 표정으로 계속 따라붙었다. "그렇다면 그때 내 옆에서 안 자고 멍하니 서 있던것도 그것 때 문이였지? 말도 안 돼! 내가 그동안 내내 남자랑 한 방을 썼단 말야?" "아, 그.. 저, 그게..." "대체 뭐 때문에 그런 짓을 한거야? 나 덮치려고?" "설마, 그게 아니라 단지.." "단지?" 그제서야 남궁란은 예련이 유도심문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아마 예련에 대해 제대로 모르는 상태였다면 절대 알 아채지 못했겠지만. "..그건 여기서 밝히기가.." "칫. 알았어. 나중에 묻지. 그보다, 배상이 한 말 중에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어." "뭔데요?" 남궁란은 예련이 화제를 돌리려고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거기 동 참해주었다. 얼굴 붉어지는건 예련보다 이쪽이 몇 배 더했으니까. 예련은 굳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녀석은 우리와 싸우던 도중 운우지락(雲雨之樂)이 어쩌고 하는 소리를 했었어. 그 말의 뜻은.." 그때 고개를 들어올린 예련은 남궁란의 표정을 볼 수 있었고, 곧 자신도 그 표정을 흉내내고 말았다. "왜 그렇게 얼빠진 표정을 하고 있는거야?" "저.. 하, 소저. 운우..그게 무슨 뜻인지는 아십니까?" "당연하지. 풍우운뢰(風雨雲雷)의 그 우운 아냐? 차례가 바뀐 건 좀 이상하지만. 그게 혹시 마교 사천왕(四天王)을 나타내는.." "....." 예련이 중원어를 배운 지 2년도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상기한 남 궁란은 한숨을 내쉬며 그 단어의 뜻을 설명해 주었고 잠시 후 예 련의 얼굴은 창피함 -이라기보다 정확히 말해서 쪽팔림(--)- 으로 발갛게 달아올랐다. ------------------------------------------------------------- 참 비참합니다. 역시 현실의 벽이라는 것은 넘을 수 없는 걸까요.. 제가 환상에 매달리는 것이 현실을 벗어나기 위한 것인지, 환상에 매달려서 현실 감각을 잃어버린 것인지 감이 잡히지 않습니다. 결국 눈앞의 현실이라는 것은 손 닿기는커녕 바라보기조차 힘든 저 먼 곳에 있는 이상보다는 우선할 수 밖에 없는 것일까요.. 글쎄요; 뭐 모든 게 제 능력와 의지가 부족하기 때문이겠죠. 예련 녀석의 반의 반의 반..의 반만 되어도 이상을 쫓으면서 밥 먹고 살 기는 어렵지 않겠지만 말입니다 ^^;;;; P.s> 영도님께 사죄의 말씀을 드려야겠군요 ^^;; 오늘의 마법~# : 프로텍트 미사일(Protect missile) - 화살이나 작은 암기류로부터 대상자를 보호한다. 관성의 원리를 이용한 것이기 때문에 자체 추진력이 있거나 직접 휘두르는 무기에는 아무 효과 가 없지만 화살류의 무기에 대한 방어력은 상당히 뛰어나 다. 미러 오브젝트(Mirror object) - 환영마법의 일종. 하지만 시전자 의 상상 속에 있는 모습을 형상화하는 일루전 등의 환영 마법과는 달리 실존하는 물체의 영상을 그대로 투영한다. 이 마법을 쓰면 실존하는 물체의 형태, 질감, 그 속성까 지 거의 완벽하게 투영할 수 있다. 단, 그 물체는 시전자 가 마음대로 다룰 수 있는 것이여야 하며, 정확한 위치와 이름을 알아야 한다 ▶ * *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The Means of Freedom - 外傳 3. 第四章 - 밝혀지는 음모(陰謀).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음모의 진실은 밝혀지고.. ---------------------------------------------------------------- "그렇게 됐단 말이지.. 하우극은 뭐라던가?" "두 번이나 중책을 맡겨주었음에도 불구하고 기대에 답하지 못하고 작전에 실패한 것, 죽음으로 사죄하겠다고 합니다만.." 조영웅은 잔을 탕 소리나게 내려놓았다. "지금 농담하는건가? 정예 병력까지 잃은 판에 정예 지휘관도 같이 잃어버리라고? 죽고 싶어하는 심정은 이해하지만 아직 할 일은 산더 미같이 남았다고 전해." "하지만, 상벌이 공평하지 않으면.." "그가 잘못을 저지르기라도 했나?" "예? 그야 당연히.." "하우극이 나를 배신했다거나 그 싸움에서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지만 그는 최선을 다했어. 그리고 좀 볼썽사나운 꼴이긴 했지만 중상까지 입고 간신히 살아났지. 그의 실패는 적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해서 생긴 것이고 책임은 오히려 총지휘관인 내가 져야 정상이야." "공자님.." 그답지 않게 흥분하는 자신의 주군을 바라보며 노인, 철강장(鐵鋼杖) 여수호는 입을 열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하지만.. 여쭙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뭔가?" "어째서 하예련에게 그렇게 집착하시는 겁니까? 무공이라면, 저 같은 범부가 보기에도 그 여자의 근골은 형편없습니다. 그 불가사의한 선술 이라면, 아무리 날고긴다 해도 부활한 쌍존(雙尊)에게는 미치지 못할 것입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천마지존이지, 벽운선녀가 아닙니다." "알고 있네." 여수호는 막 뭐라 하려다 말고 입을 다물어버렸다. 간단하지만 많은 뜻을 내포하고 있는 한마디였고, 그는 그것을 느끼지 못할 만큼 나이 를 헛 먹은것은 아니였다. 그러나 조영웅은 아무래도 그의 가장 충실한 수하를 나이 헛먹은 노 인네로 만들기로 작정한 것 같았다. "하지만 벽운선녀에게는 천마동부의 위치 외에도 도움이 될 요소가 충분히 있네. 그녀는 반드시 우리 편으로 끌어들여야 해. 그렇지 않 으면 제거하거나." 조영웅의 말투는 평온했고 그래서 여수호는 별 감정을 느끼지 않고 자신의 궁금증을 직설적으로 표현했다. "어째서입니까?" "잘 생각해 보게." 그러면서 조영웅은 자신의 앞에 놓인 한 다발의 종이뭉치를 가리켰 다. "하예련은 맨 처음 우리와 조우했을 때 이상한 선술로 혈령마인들을 단숨에 바보로 만들었지. 그리고 이혼강시도. 아, 이건 일단 넘어가 야겠군. 그 다음, 그녀는 도화령과 함께 가짜 달마신검을 들고 도망다니면 서 수많은 추격자들을 몇 번의 도깨비장난으로 가볍게 따돌렸지. 검 을 들고 돌파했다면 수백 명분의 피를 뿌려야 했겠지만 그녀는 한 명도 죽이지 않고, 당연히 한 명도 다치지 않고 추격을 벗어났어." 그제서야 여수호는 그의 주군이 오늘 내내 읽고 있던 서류가 벽운선 녀 하예련의 행적에 관한 보고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누산에서 하우극과 처음 만났을 때는 천하십대고수 중 하나인 용호 쌍검 하우극과 환우칠대암기 중 하나인 유성은환비침의 연합공격을 새로 둔갑해서 피해냈었어. 철노 자네는 분명 벽운선녀가 열 명쯤 달려들어도 한 손으로 모조리 때려눕힐 만한 고수지. 하지만 자네 라면, 하우극과 유성은환비침의 포위를 벗어날 수 있었겠나?" "...죄송하지만 노부로써도 힘들 듯 합니다." "죄송할 건 없네. 어쨌던 다음. 호협곡에서 하예련은 유괴마공으로 체내의 잠력을 몽땅 촉발시킨 상태의, 게다가 삼재마검(三在魔劍)을 연성한 조귀성과 싸웠었지. 미안하지만 한번만 더 묻겠네. 철노라면 그를 이길 수 있었겠나?" "이길 수 없을 겁니다." "나라도 쉽게는 못 이길 상대였네. 하지만 하예련은 공중에서 계속 조귀성의 공격을 어떤 방법으로 유도해 그가 체내의 잠력을 다 써버 릴때까지 허공에 대고 칼질을 하게 만들었고, 그 결과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그를 제압했지." "...." "보물에 눈이 먼 추격자들은 사냥감을 향해 맹목적으로 달려들고, 서 로 반목하며 경쟁하기 때문에 함정을 보고서도 멈출 수 없지. 자신이 멈추었을 때 누군가 먼저 달려가서 사냥감을 잡아버리면 안되니까. 그 점을 고묘히 이용해 만들어진 함정들은 그들 모두에게 사냥감의 얼굴조차 보지 못하게 만들었어. 새로 둔갑한 것 역시 마찬가지야. 하우극은 검도의 최고고수지만 하 늘을 날아가는 새를 땅 위에서 베어 떨어뜨릴 수는 없지. 아마도 유 성은환비침 사수들은 자신의 눈을 의심할 시간도 부족했을테고, 그 틈에 하예련은 유유히 반격을 준비한거야. 조귀성 역시 비슷한 꼴을 당했지. 뛰어난 무인이고 가장 강력한 힘 을 갖추고 있었던 그의 유일한 약점은 이성을 잃었다는 것. 하예련은 그 약점을 이용해 그가 허공에 칼질을 하게 만들었지. 그리고 이번에, 그녀는 자신을 쫓는 것이 새라는 것을 이용해 강풍 으로 그것들을 간단히 땅에 떨어뜨렸네. 철노, 이제 내가 무엇을 말 하는지 알겠나?" "아..." 그제서야 여수호의 얼굴에 수긍과 감탄의 빛이 떠올랐다. "벽운선녀는 상대방의 약점을 읽고 그것을 이용하는 데 있어서 최고 의 재능을 가지고 있네. 그리고 그녀가 사용하는 선술이라는 것 역 시 그러한 용도에 최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형태인 것 같아. 알겠나? 그녀는 무사(武士)가 아니라 책사(策士)야. 스스로 검을 쥘 줄은 모 르지만, 검을 쥔 자들을 지휘하고 작전을 짤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자. 유비에게 제갈공명이 필요했듯이, 나에게도 벽운선녀와 같은 책략가 가 필요한 것이지. 그녀는 조귀성이나 하우극을 요리했듯이 엉망진창 으로 분열되어있는 무림맹을 간단히 요리해 줄 걸세." "소인이 너무나 우둔했습니다. 미처 큰 뜻을 헤아리지 못하고.." "됐네. 그런 소리는 듣고싶지 않으니 어서 두 사람을 찾을 방도나 생 각해보게." "하명!" 여수호는 그림자처럼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그의 손에 들린 일 장은 될짐한 철봉을 생각해볼 때 그것은 실로 놀라운 신법이 아닐 수 없었 다. "천마지존 하예련... 천사지존(天邪至尊) 남궁란. 이 둘이 나의 오른 팔과 왼팔이 되어준다면 백년대계를 세울 필요조차 없겠지. 성질 급 한 늙은이들이 바라는 대로 단순히 무림맹을 쓸어버리는 것으로도 전 설 속에서나 등장하던 천하재패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테니까. 하지 만.." 남궁란은 몰라도 하예련은.. 아마도 자신을 따르지 않을 것이다. 바람 과도 같은 여인. 그녀는 결코 누구의 명령을 받을 자는 아니다. 아니, 그 전에 그녀는 자신이 하는 일을 결코 옳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며, 조영웅은 그녀를 설득할 자신이 없었다. 자기 자신조차 설득할 수 없는 자가 어떻게 다른 사람을 설득하겠는가? 조영웅의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예련이 무림맹의 군사로써 마교와 싸 우게 된다면.. 조귀성이나 하우극, 그리고 무림맹이 가지고 있는 약점 을 자신이나 마교가 가지고 있지 않을 리는 없다. 그녀는 그것을 고묘히 찾아낼 것이고, 자신의 계획은 극히 힘들어질 것이 분명했다. 그렇게 되 기 전에.. "회유할 수 없다면.. 살려둬서는 안 되겠지." 어느세 손톱이 살을 파고들어 주먹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지만 조영웅은 그것조차 의식하지 못한 채 정면을 노려보고 있었다. 마치 그 곳에 철천지 원수가 있기라도 한 듯이. * * * "흐음.." 불광선사의 이마에 깊은 주름이 잡혔다. 성불(成佛)이라 불리는 그도 놀람과 안타까움을 완전히 감추는 것은 힘들었던 모양이다. 물론 그것 이 가능하다면 이미 인간이 아니겠지만. - ...中略.. 이 작전은 물론 정도(正道)가 아닙니다. 저희 고향에서는 이런 종 류의 계략을 속어로 악마의 지혜라고 부르죠. 물론 전면전을 벌이 는 것보다는 피해가 적겠지만, 결국 마교를 쓰러뜨리는 과정에서 생기는 피해는 대단할 것입니다. 세력이 큰 쪽이 작은 쪽을 쓰러뜨 릴때와 그 반대의 경우 중 어느 경우에 죽는 자가 더 많을지는 자 명한 일. 촉의 제갈공명은 남만의 정벌 때 화공으로 십만의 등갑병을 불태 워 죽이고 피눈물을 흘렀다고 합니다. 마교의 행동이 옳지 않음을 알기에 이 계책을 내놓았으나 지금 저의 심정은 그리 편하지 못하 군요. 제갈공명의 흉내를 한번 더 내어본다면, 이것은 중책(中策)입니다. 상책은 무림맹의 비급을 풀어 전 백도의 전력을 올리는 것으로, 이 렇게 되면 마교도 함부로 준동할 엄두를 내지 못하겠죠. 불안하기 는 하나 피를 거의 흘리지 않고 싸움을 막는 법입니다. 하책은 기습입니다. 더 이상 마교와 흑도의 세력이 강해지기 전에 그들을 공격하는 것이죠. 이 편지를 선사님께 맡긴 것은, 믿는 신은 다르나 같은 길을 걷는 분이 제 생각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을리라 생각해서입니다. ... 불광선사는 편지를 내려놓고 앞에 놓인 몇 개의 꾸러미를 바라보았 다. "실로 선녀의 계책은 이 늙은이를 놀랍게 하는구려. 하지만 이런 고 민거리를 맡기다니, 별로 고맙지는 않구려 그래.." 그는 현 무림맹의 중진들이 하나같이 기습과 마교 세력의 준동을 막 기 위한 새로운 세력의 창설 중 하나를 외치고 있음을 잘 알고 있었 다. 그런데 예련은 너무나 가볍게도 그것을 하책(下略)이라고 못박아 버린 것이다. 불광선사는 그와 함께 예련의 마음 씀씀이에도 감탄을 아끼지 않을 수 없었다. 객관적인 시선으로 볼 때 예련이 편지에 적어낸 방법이야 말로 상책이였다. 그러나 많은 사람의 피를 보게 된다는 것만으로, 그 녀는 그것을 두번째로 밀어버린 것이다. 흑도와 백도가 양립할 수 없 으며 하늘 아래 두 태양이 없다고 서로가 으르렁거리긴 하지만, 석가 세존의 눈으로 본다면 그것은 잘난 중생들끼리 아웅다웅하는 꼴이 아 닌가? "하지만.." 거의 한나절이 지난 후에야 불광선사는 몸을 일으켰다. "선녀도 이미 답은 알고 있을 것이오. 이것을 선택할 수 밖에 없다 는 것을..." --------------------------------------------------------------- 안녕하세요? 프란입니다. 원래는 5연참, 못해도 4연참쯤은 해보려고 했는데 결국 실패했습니다. 뭐, 언제 제가 약속 지킨 적이 있었나요? 헤헷...퍼버버버벅~ +_+;; 몸상태가 극악이군요. 체력은 거의 반으로 떨어진 것 같고 머리는 띵 하고 배는 계속 아파서 설사에 두통에..--; 머리는 맑은데 몸이 왜 이 런건지 모르겠습니다; (뭐, 머리가 맑은 건 잠을 많이 자서겠지..쿨럭) - 3GP, 4GW, 5GC. 6GS. 프란이였습니다. 오늘의 마법~# ..은 없죠 * *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The Means of Freedom - 外傳 3. 第四章 - 밝혀지는 음모(陰謀).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음모의 진실은 밝혀지고.. ---------------------------------------------------------------- 새는 하늘을 날고 있었다. 지상의 어떤 불순물도 섞이지 않은 순수한 바람에 몸을 실은 새는 유유히 흘러가는 구름과 성냥갑만한 논밭을 내려다보며 힘차게 날 개짓을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새는 자신이 가야 할 곳을 찾아냈다. 인간의 눈 으로는 올려다보는 것조차 까마득한 산맥, 그러나 불어오는 바람을 막는 방벽으로는 그저 가소로울 뿐이다. 바람을 따라 산봉우리를 돌아가던 새는 찾고자 하던 것을 발견하 고 날개를 접고 아래로 몸을 틀었다. 급격히 방향을 바꾼 새를 향해 고지대 특유의 맹렬한 바람과 찬 공기가 달려들었지만 노련한 새는 스키를 타듯 고묘하게 방향을 돌리며 그 압력을 피해냈다. 차갑고 불투명한 구름 사이를 지나자 지상의 모습이 순식간에 시야 를 가득 채웠다. 그 아래로, 자신이 찾던 것을 본 새는 기뻐하며 그 곳으로 날아갔다. * * * "흠, 이거 참 먹음직스럽게 생겼는걸?" 도화령은 배짱 좋게도 자신의 어깨 위에 걸터앉은 파란 참새(..)를 보며 입맛을 다셨다. 하지만 사레가 걸러 캑캑거리던 철운비가 뭐라 말하기도 전에 그 참새는 그 말에 화를 내기라도 하듯 짹짹거리며 날 아오르더니 부리로 도화령의 뒷통수를 마구 쪼아댔다. "아고고, 이 참새가! 참새구이로 만들어 주마!" 분노한 도화령이 손을 휘둘렀지만 그 파란색 참새는 짹짹거리면서 도 여유있게 그것을 피해 하늘로 날아올랐다. 하지만 막 도화령이 버릇없는 참새를 구워버리기 위해 손을 들어올 리려는 순간, 근처의 나무 위로 올라간 참새의 몸이 난데없이 새하 얀 빛에 휩싸였다. 그리고 도화령이 다시 쳐다보았을 때 그 자리에 는 참새 대신 긴 갈색 머리를 늘어뜨린 청의경장의 여인이 앉아 있 었다. "허, 허억?" 철운비는 혀를 찼고, 자신이 방금 예련에게 무슨 소리를 했는지 깨 달은 도화령은 벌겋게 변한 얼굴로 쥐구멍을 찾아 헤매기 시작했다. "휴, 하마트면 참새구이가 될 뻔 했네." 예련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도화령에게 결정타를 날렸다. "저, 하 소저. 이거 정말 죽을 죄를.." 식은땀을 비오듯 흘리며 도화령은 있는 단어 없는 단어를 다 끌어와 사과의 말 비슷한 모양으로 조립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물론 예련에게 방금 일에 대한 감정은 전혀 없었고 덕분에 일반 무림인들은 돈 주고도 못 볼 광경을 한참동안 즐길 수 있었다. "자자, 장난은 그만 합시다. 남궁소저는 어디 있죠?" 역시 한참동안 도화령의 쩔쩔매는 꼴을 즐겁게 감상하던 염신이 그제 서야 나서서 두 사람을 말렸고 사유화는 남궁란의 이름이 나오자마자 염신을 째려보는 게 아무래도 눈빛이 심상찮았다. 별로 그런 걱정은 할 필요가 없을 텐데...(--) "아, 란이라면 아마 저어기쯤에.." "아악! 늦었다! 이건 반칙이라고요 반칙! 새로 둔갑해서 먼저 오기가 어딧어요?" 예련이 가리킨 곳에서 맹렬한 흙먼지(..)를 일으키며 남궁란이 달려오 고 있었다. 지상의 인간이 제아무리 뛰어난 경공을 가졌다 하더라도 이 험준한 산 맥에서 날아오는 것보다 빠를 수야 없는 법. 그야말로 전력질주를 한 남궁란의 몸과 옷은 먼지와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보아하니 누가 빨리 도착하는지를 걸고 점심내기라도 했나 보다. "자, 그럼 다 도착한 셈인가요?" 예련은 무정하게도 헥헥대는 남궁란에게서 고개를 돌려 어이없어하는 나머지 넷을 바라보았다. 가칭 '마교 탐사 6인 위원회'의 멤버들이 드 디어 한 자리에 다시 모인 것이다. "일단 모두들 미행이나 추적은 없었죠?" "덕분에. 고맙다고 할 필요는 없겠지?" 염신이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예련을 바라보았고, 나머지 모두의 시선 은 염신에게로 고정되어 버렸다. 예련도 꽤나 놀랐다는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자신과 남궁란이 미끼가 되어 나머지 네 사람을 안전하게 도 착시킨다는 계획 자체야 대단한 게 아니지만 염신의 말은 그 이상의 뜻까지 내포하고 있었다. "믿어줘서 고맙군요." "뭐, 사람 보는 눈은 좀 있다고 자부하니까. 둔갑술이라는 거, 실제 로 보니까 정말 대단하군." 예련과 남궁란은 냑양의 싸움 뒤로 이어진 수많은 추격을 아주 간단 한 방법으로 뿌리쳐버렸다. 남궁란은 원래의 모습, 즉 남장을 하고 이동하고, 예련은 예의 파랑새로 변해서 이곳으로 곧바로 날아와버린 것이다. 삼라만상을 궤뚫어보는 천안통(天眼通)의 소유자가 마교 내에 있었다 하더라도 두 사람의 움직임을 간파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원래 대로라면 남궁란도 적당한 것(예련은 물고 가기 알맞은 크기의 지렁이 나 올챙이를 생각했었다--) 으로 폴리모프시키거나 해서 함께 데리고 올 생각이였지만 결코 의심받을 수 없는 남궁란의 완벽 변장법이 드러난 덕에 두 사람 모두 고생을 줄일 수 있었다. -라고 예련 혼자 생각했다. 염신은 예련이 추격을 쉽게 뿌리칠 수 있으리라는 것을 이미 예상하고 있었고, 아마 그 방법도 알아챈 것이 분명했다. 도움이 될 만한 자다. 예련은 그렇게 생각했다. 무공은 안 봐서 모르겠 지만 상당한 것 같고 머리도 좋으며 무엇보다 의외의 상황을 만나도 당 황하거나 흔들리지 않는다. 샤유화의 연인이 될 수 있었던 것도 그런 성 격 때문이겠지만. 어쨌던 지적 수준이 맞는 상대와의 대화는 즐거운 법이다. 두 사람의 생략법을 따라가지 못하는 네 사람이 머리에 쥐가 나던말던 예련과 염신 은 자기들만의 이야기를 계속해갔다. "여기 지형은 어떤가요?" "대강 돌아봤는데, 천연의 요새라는 것의 표본이라고 부를 만하더군. 들어가는 입구는 좁고, 그 안쪽은 넓게 퍼져 있어. 병력으로는 결코 취할 수 없는 곳이지. 게다가 그 위에 인간이 쌓은 요새까지 겹쳐 있 으니 이건 난공불락이 아니라 불공불락(不攻不落)이야." "제가 위에서 본 감상과 별로 다르지 않군요." "언제 들어가지?" "안법(眼法) 중에는 밤에도 낮과 다름없이 사물을 보게 하는 것도 있 다더군요." "아무나 그런 수련을 거치는 건 아냐." "자정으로 하죠." 염신은 가볍게 미소짓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 * * "저기가 신혈문인가요?" 남궁란은 약간 감탄하는 시선으로 철운비가 가리킨 곳을 바라보았다. 과연 천연의 요새였다. 높은 산과 절벽으로 둘러싸인 공간 속에 아래 에서 보았을때는 상상하기도 힘들 정도로 넓은 분지가 생성되어 있었 다. 분지라고 해도 보통 사람이 살기에는 무척 험한 곳이였지만 마교 의 비밀기지로써 이보다 좋은 곳은 제아무리 중원이 넓다 해도 다시 찾 기 힘들 것이다. "지독한 살기로군요. 더 이상 들어가면 감시에 걸릴 듯 합니다." 어찌어찌하다보니 일행의 맨 앞에 서서 걷고 있던 염신이 손을 내밀 어 일행을 막았다. "이 거리에서도 살기가 느껴집니까?" "남들보다는 조금 민감한 체질이니까. 좀 쉬다 가지." 그 말에 의의를 달 만큼 체력이 넘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아직 지친 사람도 없었지만 지금부터 해야할 일이 보통 험한 게 아닌 만큼 힘을 아껴 둘 필요가 있었다. "이제부터 아군에게 들은 각종 감시자들이 나오기 시작할 겁니다. 하 선녀께서는 대책을 세워 두셨습니까?" 철운비가 하늘을 찔러 구멍낼만한 살기를 뿜어내는 주위 숲을 둘러보 며 걱정스러운 듯 말했다. "글쎄요.. 잠입까지는 어떻게 되겠는데.. 문제는 이걸 쓰면 우리도 정 찰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거죠." "어떤 방법입니까?" 예련은 어깨를 으쓱하더니 일행들에게 자신이 생각한 방법을 설명해나 갔다. 그리고, 5인의 얼굴은 동시에 경악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 안녕하세요? 프란입니다. 조금 늦었군요.. 역시 게으름병--; 오늘 친구들이랑 MT를 가는 관계로 이번 화를 표준 용량까지 완성하지 못하고 부랴부랴 올리게 되었습니다. 용서해주시길..; (MT 갔다와서 올리면 공백이 너무 커져서....) #000000} + 글 읽기 URL 제목 [M/F]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56 -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The Means of Freedom - 外傳 3. 第四章 - 밝혀지는 음모(陰謀).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음모의 진실은 밝혀지고.. ---------------------------------------------------------------- "뭐야!" 왕견의 손에 걸린 재수없는 탁자는 아예 두 조각이 나버렸다. 하지만 자신이 아끼던 자단목 탁자를 박살내고도 성이 안 풀린듯 왕견은 씩씩거리며 벽에 걸려 있던 자신의 도끼를 집어들었다. "제, 제발 고정하십시오. 이런다고 해결될 문제는.." "물론 아니지. 저 머리로 뭘 깨달을 수 있겠어? 하하핫!" 대답은 엉뚱한 곳에서 들려왔다. 왕견의 고개가 부러지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로 급격히 돌아간 방 향에는, 긴 흑발에 흑의를 걸친 한 미청년이 서 있었다. 비정상적 일 정도로 새하얀 피부와 검은색 일색의 복장은 잘 어울리면서도 뭐라 표현하기 힘든 위압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누구냐?" "응?" 왕견의 물음에 청년은 어이없다는 듯 되물었다. "지금까지 내내 내 욕을 해 놓고도 모르겠다는 건가? 설마 이 천 상천하유아독존궁극절세최강무공의미공자 진가영님의 모습이 생 각하던 것과 너무 달랐다는..." "미친놈!" 왕견에게 저 정신이 살짝 나가버린 듯한 멍청이의 주절거림을 끝 까지 들어줘야 할 의무는 없었다. 상대가 맨손이라는 것을 확인한 왕견은 사정없이 손에 들린 도끼를 휘둘렀다. 휘이잉! 무시무시한 파공음과 함께 방 안 전체가 도끼에서 뻗어나온 강기의 범위에 휘 말려들었다. 하지만 왕견의 도끼는 목표였던 진가영의 머리 대신 자기 집무실 의 애꿎은 문짝을 산산조각내고 말았다. "!" 왕견은 자신의 등 뒤에서 느껴지는 살기에 반사적으로 반응했다. 그의 몸이 빙글 돌면서 도끼의 넓은 면으로 몸을 가렸고, 곧이어 강렬한 충격이 손에 전해져왔다. "호오? 이 천상천하유아독존궁극절세최강무공의미공자 진가영님 의 공격을 막.." 참으로 불쌍한 것은, 자기소개가 너무 긴 나머지 진가영은 보통 사람이라면 끝까지 말할 수 있는 내용을 늘 중간에서 끊기고 만다 는 것이다. 말하는 시간도 엄연히 시간이다. 특히나 이들 정도의 고수들이 한 마디 할 시간이면 주먹이 몇 번은 오고갈 수 있는 것 이다. 무공이 높다고 말도 비례해서 빨라진다면 무림고수들의 대 화를 알아들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 하지만 문답무용. 왕견은 짧은 기함과 함께 흑살추(黑殺推)의 초 식으로 도끼를 휘둘렀다. 이것이야말로 그가 철성에서 배운 마교본 전의 무공. 그는 이 초식에 절대적인 자신을 가지고 있었고, 그렇 기에 저 잘난채하는 덜떨어진 꼬마녀석이 이번 한 초에 박살날 것 을 의심하지 않았다. "흥. 풍마뇌신퇴법 제 3절 무상퇴!" 뭐, 뭐냐.. 저 장황한 초식명 외우기는..? 하지만 놀랍게도 진가영 의 몸은 허공에서 사라지듯 이동하며 흑살추의 변화를 모조리 피 해냈다. 실로 뛰어난 신법이 아닐 수 없었다. 당황한 왕견이 초식을 회수할 틈도 없이 진가영의 신형은 왕견의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잘 봐둬라! 풍마뇌신퇴법 제 1절 벼락!" 진가영의 몸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공중에 뜬 자세 그대로 진가 영은 발을 크게 들어올렸다가 아래로 강하게 내리찍었다. 올려차 기인줄 알았던 왕견은 그대로 그 일격에 어깨를 얻어맞고 말았다. "크윽!" "풍마뇌신퇴법 제 1절 소나기!" 숨쉴 틈 없이 진가영의 공격이 이어졌다. 공중에 뜬 상태 그대 로 진가영은 연이어 스물네 번의 발길질을 연결했고 왼팔이 거의 마비되다시피 한 왕견은 간신히 그 공격을 막아낼 수 있었다. 천 하장사도 발 디딜곳이 없으면 힘을 못 쓴다지만 진가영의 공중연 속발차기는 그 상식을 가볍게 뒤집어버렸다. "이런.." 간신히 거리를 벌린 왕견은 뻥찐 얼굴로 진가영을 바라보았다. "너.." "뭐냐?" "초식명이..그게 뭐냐?" 순간 두 사람 사이로 싸늘한 바람이 흘러지나갔다. 검은 옷자락 을 바람에 휘날리는 진가영의 모습은 아름다울 정도로 폼나는 분 위기를 연출했지만 장내의 아무도 그것늘 느낄 수는 없었다. 그리고 잠시 후, 여유로운 미소를 띄우고 있던 진가영의 표정이 확 일그러졌다. "이, 이녀석! 이 천상천하유아독존궁극절세최강무공의미공자 진가 영님의 고금최강절세신공이 가지는 유일하고도 가장 치명적인 약 점을.." "...." 한숨을 쉰 왕견은 오른손에 공력을 있는 대로 집중시켰다. 죽을 때 죽더라도, 이런 정신나간 녀석에게 진다는 건 자신뿐만 아니라 문파 전체, 나아가서는 마교의 수치다. 그렇게 생각한 왕견은 끌어올린 공 력을 단숨에 폭발시키며 기합을 넣었다. "하아아앗!" 돌진이라기보다는 거의 대포에서 발사된 포환을 연상시키는 속도로 왕견의 몸이 쏘아져나갔다. 그의 몸 전체를 묵빛의 강기가 휘감고 있 어 마치 검은 유성이 떨어지는 듯 했다. 방어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 오로지 상대를 죽이기 위해서만 사용되는 동귀어진의 수법. 하지만 포커페이스임에 분명한 진가영의 여유있는 미소는 조금의 흔 들림도 없었다. 왕견의 돌격은 굉장했지만, 이미 왼쪽 어깨가 부서졌 기때문에 힘없이 매달려 있는 그의 왼팔은 돌진의 균형을 흐트러뜨리 고 있었다. 다시 한 번 진가영의 신형이 사라졌다. 그리고 눈 깜빡할사이에 왕 견의 왼팔을 붙잡은 진가영은 그를 지나치면서 오 척 정도 높이로 뛰 어올라 그대로 비어 있는 왕견의 등을 밟듯이 걷어찼다. 척추가 부러 지고 이미 부서진 왼팔의 관절이 마디마디 빠져나가는 끔찍한 소리와 함께 왕견의 몸이 바닥으로 쳐박혔다. 위에서 내려찍는 진가영의 발 길질은 돌진의 방향을 앞쪽에서 아래쪽으로 바꾸어 놓았고, 왕견의 몸은 돌진 속도 그대로 바닥과 충돌해버린 것이다. 돌바닥에 파묻힐 정도로 깊숙히 쳐박혀버린 왕견의 몸은 한번 꿈틀 하더니 다시는 움직이지 않았다. "우훗, 이 완벽한 나의 상대가 된 것을 영광으로 여겨라. 왕견." 진가영은 쓰러진 왕견을 한번 바라본 후 몸을 돌렸다. 검은 옷자락 이 휘날리며 그 뒤를 따랐다. 하지만 아직 왕견의 집무실에는 진가영 외에도 사람이 남아 있었다. "죽어랏!" 거렁천문의 부문주와 호위병들이 괴성을 지르며 한꺼번에 진가영을 덮쳐갔다. 하지만 철성에서 마교본전의 무공을 전수받은것은 문주인 왕견 하나 뿐, 나머지 인원들은 거령천문이 별볼일없는 삼류문파였을때에 비해 그렇게 나아진 것이 없었다. 그런 조무래기들이 진가영에게 덤빈 것 은 자살행위와 동의어라고밖에 볼 수 없다. 진가영의 발이 허공에 어지럽게 잔영을 그렸다가 사라졌을 때, 이미 그들 중 살아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아.. 이것이야말로 완벽한 무공, 내가 보아도 너무나 뛰어나군." 자신의 한 초에 날아간 거령천문의 사람들을 바라본 진가영의 입에 서 감탄사가 터져나왔다. 아무리봐도 이녀석 정상은 아니다. (--) 잠시 후, 거령천문을 빠져나온 진가영은 은은한 월광(月光)이 대지를 비추는 가운데 진가영은 품 속에서 부채를 꺼내 입가를 가리며 달을 등지고 서서 먼 하늘을 응시했다. 그렇다. 전신을 감싸고 있는 흑의와 흑발은 달빛을 받아 마치 그를 어둠의 화신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그렇다. 이것이야말로 그 유명한 '흑야(黑夜)의 나르시스트'의 모습인 것이다! * * * "흠.." 조영웅은 담담한 표정으로 백규화의 보고를 듣고 있었다. "이미 예상했던 일이 아닌가? 그렇게 당황할 필요는 없을텐데." 흑도 내에서 마교본전의 무공을 얻은 자들끼리 내분을 일으키리라는 것은 이미 예상되었던 일이다. 마교는 약육강식의 세계. 순식간에 강 한 힘을 얻은 자들이 서로를 견재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였 다. "하지만.. 그 피해가 예상 외로 큽니다. 벌써 6개 문파가 파괴되었 고 본전의 무공을 받아간 자들 중 4명이 죽거나 무공이 폐쇄되었습 니다. 그 중에는 거령천문주 왕견도 포함된 듯 합니다." ".." 그제서야 조영웅의 고개가 돌아갔다. "왕견이라면.. 철마(鐵魔)의 후계자로 각광받던 자일텐데. 그를 쓰 러뜨릴만한 자가 어디 있다는 거지?" "그게.." 백규화는 고개를 깊숙이 숙이며 대답했다. "죄송합니다. 저희도 흉수가 누구인지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만 각법(脚法)을 쓰는 흑도의 인물이라는 것 밖에.." "각법? 적수공권으로 왕견을 이겼다는 건가?" "예. 정황으로 보아서는 그런 듯 합니다." "흐음.. 우리의 영향력 밖에 그럴 만한 고수가 있나?" "무림에는 워낙 은거기인이 많으니 알 수는 없지만 아마도.." "됐어. 그랬군.." 조영웅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무림맹은 자신이 가장 걱정하던 방법을 들고 나온 것이다. "이마제마(以魔制魔)란 말인가.." 급격한 세력 팽창과 판도 변화로 어지러워진 흑도를 혼란시키는 것 은 그리 어렵지 않다. 약간의 미끼만 던져주더라도 그들은 스스로의 이익을 위해 같은 흑도를 공격하는것쯤 어렵지 않게 해낼 것이다. "...일단 철노를 그쪽으로 보내게. 그 각법을 쓰는 자를 잡아오도 록. 가능하면 생포해서." "예? 철노 녀석을 그런 송사리 잡는 데 쓰시겠다는..아,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자신의 말실수를 깨달은 백규화가 고개를 땅에 닿을 정도로 조아렸 다. "마교가 무림을 정복하기 위해서는 흑도의 세력이 백도를 누르고, 마교가 흑도의 정점에 서야 해. 지금 흑도 문파들이 어지러워진다 면 우리의 백년대계가 무너질 수 있다. 극단적으로 마교가 다시 힘을 잃는다고 해도, 흑도가 무림을 통일하기만 하면 그것으로 충 분해." "제가 주군의 큰 뜻을 모르고.." "됐어. 그나저나 일을 빨리 해치워야겠군. 준비는 되어 있나?" "물론입니다." 백규화의 노안이 순간 싸늘한 예기(銳氣)를 뿜어냈다. --------------------------------------------------------------- 안녕하세요? 독자들이 잊을 만하면 슬그머니 나타나서 한 화씩 올리고 사라지는 프란입니다. 흠..오늘 망가졌군요. 제 글이 다시 올라오지 않는다면 진가영 캐릭 주인이 저 암살한걸로 아시면 됩니다 --; 뭐, 저는 캐릭 주인을 그대로 베낀 것 밖에..쿨럭쿨럭;; 방학도 끝나가는데 뭔가 제대로 한 일이 없군요. 시간이 참 아 깝습니다 T_T; 게으름병..고쳐야 하는데.. - 무책임작가였습니다. 오늘의 마법~# :이야 당연히(?) 없다는.. ▶즐거운 만남이 있는 곳, 네띠앙에서 새로운 인터넷 세상을 만나세요. #000000} + 글 읽기 URL 제목 [M/F]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57 -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The Means of Freedom - 外傳 3. 第四章 - 밝혀지는 음모(陰謀).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음모의 진실은 밝혀지고.. ---------------------------------------------------------------- "..비가 오는군요." "...바람도 불고.." "안개도 끼었어요." "확실히 시계(視界)가 많이 줄겠군." "잠입치고는 꽤나 요란하네요?" 도화령, 철운비, 사유화, 염신, 남궁란은 성격이나 외형 등 모든 면 에서 공통점이라고는 찾을 수 없는 인물들이다. 하지만 이 순간 그들 은 완전히 똑같은 자세, 똑같은 표정으로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고 있 었다. "푸훗! 여러분들 모습, 정말 그림으로 그려두고 싶은데요?" 이 상황에 충격이나 감동을 받지 않은 유일한 인물인 예련이 깔깔거 렸지만 그들의 벌어진 입과 넋나간 표정은 도무지 정상으로 돌아올 줄 을 몰랐다.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어.." 사실, 별로 엄청나거나 대단하거나 황당한 장면은 아니였다. 그냥 평 범한, 길 가는 사람들이 좀 싫어할만한 강풍을 동반한 억수 같은 빗줄 기가 쏟아지고 있는 것 뿐이였다. 이들 정도의 무림고수라면 비 정도 로 행동에 제약을 받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들이 놀라고 있는 것은 지금이 소나기가 올 리 없는 계절이 라는 것과 한 시간 전, 즉 예련이 주문을 외우기 전까지 이 주위가 구 름 한 점 없는 청명한 밤하늘이였다는 점이였다. "다 됐어요. 반 시진 정도만 있으면 비바람이 한치 앞도 보기 힘들 정 도로 강해질거예요. 그러면 감시도 힘들어지겠죠." 기도를 끝낸 예련이 손을 툭툭 털며 하늘을 바라보았다. 이미 실프의 방어막을 펴서 비를 차단하고 있는 예련의 몸에는 빗방울 하나 보이지 않았다. "실로 놀랍군요. 촉의 제갈공명은 적벽에서 7일 밤낮으로 기도해 북서 풍을 동남풍으로 만들었다고 하나 하 선녀는 반 시진의 기도로 마른 하늘에 폭풍우를 불러왔으니..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는 광경이요." "뭐, 조금 무리했죠." 예련이 어깨를 으쓱하면서 자신이 컨트롤 웨더(Contral weather)의 주문으로 불러낸 폭풍우를 바라보았다. 깊은 산골짜기의 특성 때문에 몇 배나 강하게 불어오는 바람은 떨어지는 빗방울의 궤적을 제멋대로 바꾸어놓았 다. "이 정도 날씨면 신풍검대까지 잠입시키는 것도 가능하겠는데요?" "하지만 주의는 계속해야 합니다. 난데없는 폭풍우를 의심할 사람도 있으니까요. 그럼 제가 앞장서죠." 염신은 잠입이나 산행에 상당한 조예가 있는 듯 앞도 안 보이는 비 바람 속을 거침없이 나아갔다. 안력이고 시력이고간에 다 막혀버린 나머지 일행은 그 뒤를 졸졸 따라가는 수밖에 없었다. 예련이 만들어 놓은 날씨는 감시자들에게 최악의 상태였지만 잡입하 는 사람들에게도 좋은 것만은 아니였다. 하늘의 수증기란 수증기는 다 끌어모아 떨어뜨리는 듯한 폭우에 땅은 젖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파여 나가다시피했고 일행이 나아가는 길은 작은 흙탕물의 강으로 변해 있 었다. 예련을 제외한 모두의 옷은 비에 푹 젖어 움직임을 방해했고, 빗소리와 나무숲 사이를 통과하는 바람 소리는 전음조차 영향을 받을 정도였다. 안력이 뛰어나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조차도 그들 주위를 둘 러싼 빗방울의 장벽을 궤뚫을 수 없었다. 앞사람의 얼굴만 놓쳐도 길 을 잃을 판이였다. "이거..좀 천천히 가면 안되나요?" 그래도 고수는 고수. 산길에 익숙한 예련이였지만 앞서 가는 5인을 따라잡는건 쉬운 일이 아니였다. 막 내력을 더 끌어올리며 경공을 전 개하려는 순간이였다. "?!" 뭐지? 예련은 몸 전체에서 느껴지는 불길한 감각에 걸음을 멈추었다. 내력이..전혀 모이질 않는다. 그 대신 단전에 모여 있어야할 내력이 방향성을 잃고 제멋대로 몸 속을 맴돌고 있었다. "흑!" 예련의 육체가 감당할 수 있는 한계 이상의 내력이 순환되자 몸 곳곳 이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뭐지?' 해답은 간단하게 나왔다. 주화입마(주화입마). 하지만 갑자기 왜.. 몸 전체가 찌릿찌릿하는 감각과 함께 마치 쥐가 난 듯 온 몸이 마비된 듯 움직이질 않았다. 다행이 아직 몸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주는 공력의 역 류는 없었지만 예련은 소리조차 지를 수 없었다. 다리에 힘이 풀린 예련 이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버렸다. '도대체 뭐가..' 누가 산공독(散功毒) 따위를 하독하기라도 했나? 그런 의심까지 들었 지만 주위에는 아무도 없는 것이 분명했다. 업친데 덮친격으로 이번에는 예련이 축적해 둔 마력이 제멋대로 흐르는 내공과 충돌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단전에 축적하는 내공과 이미지네이 션을 통해 마법사의 정신계에 만들어지는 플랜트(Planet)에 모이는 마력 이 어떻게 충돌할 수 있는지는 짐작할 수 없었지만, 둘이 충돌하는 것만 은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마나의 물질적 특성에 대한 논의 따위의 고 차원적인 생각을 할 틈도 없이 이번에는 마력 폭주의 전조인 현기증과 화이트 아웃(White-out:혈액이나 뇌의 작동의 이상으로 인해 시야가 하 얗게 물드는 것. 전투기 조종사들이 급격한 기동을 할 때 뇌에 혈액이 전달되지 않을 때 나타나는 시력 상실이 대표적이다.) 현상이 나타났다. 예련은 지금까지 마법, 신성마법, 무공 모두를 사용해 왔다.그런데 마 법에 사용되는 마력은 정신공간의 일종인 퍼스트 플랜트(First Planet) 에, 신성주문에 사용되는 마나는 성직자의 의식 자체에, 내공은 단전에 축적되며, 이 셋은 성질 역시 판이하다. 그리고 예련은 그제서야 중요한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내공과 마력은 서로를 배척한다. "설마.." "하 소저! 하 소저!" 새하얗게 물든 시야에 도화령이 그 큰 덩치를 앞세우며 달려오는 모습 이 들어왔다. 아마도 뒷줄에 있던 사람이 사라지자 찾으러 온 모양이였 다. "하 소저! 어떻게 된 거요?" 도화령도 무림인답게 한 눈에 예련이 주화입마 상태임을 알아보았다. 그는 체면차릴 틈도 없이 예련의 명문혈에 손을 대고 진기를 주입시켰 다. 다행이도(또는 불행이도) 이 작업을 위해 옷을 벗기거나 특이한 체위를 취할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도화령은 뜻밖의 반응에 경악해야 했다. "앗!" 예련이 비명을 지르면서 전기충격을 받은 사람마냥 튕겨올랐다. 상당 한 충격을 받았는지 예련의 몸은 힘없이 기울어졌고, 도화령은 황급히 쓰러지는 예련을 부축했다. 하지만 도화령은 자신의 감각을 믿을 수가 없었다. 방금 자신이 주입한 진기가 하나도 예련의 몸 속으로 들어가지 않은 것이였다. 반발이나 저항 같은 게 아니라, 아예 혈도 자체가 막혀 있 었다. '명문혈이 개혈(開穴)되어 있지 않다니..이런 말도 안 되는..' 기해혈과 함께 명문혈은 내공의 운용에 가장 기본이 되는 혈도이며, 공력을 익힌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두개의 혈도는 열려 있어야 한다. 명문혈이 막혀 있다는 것은 누군가 강제로 폐쇄하지 않았다면 아예 운공 자체를 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뜻. 이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예련이 처음 내공을 얻었을 때로 되돌 아가야 한다. 예련은 환희마녀라 불린 여인에게 마령신단을 복용받은 후, 환희마라 대법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에 대법을 파괴해 버렸다. 마령신단을 복용하면 한 갑자의 내공을 얻을 수 있지만 예련은 근골이 좋지 않아 그 내공을 모두 받지는 못했다. 게다가 환희마라대법 도중 무리하게 몸을 움직였고 대법을 중간에 깨트리는 과정에서 상당한 내성을 입어 서 그것을 치료하느라 마령신단의 약효는 절반 가까이 소모되었다. 예 련이 깨어났을 때 몸이 멀쩡했던 것도 그것 때문이였다. 하지만 예련은 그때 기본적으로 아무런 무공도 익히지 않은 상태였다. 단전이나 혈도가 내공을 축적하고 순환시킬 수 있도록 내공심법을 익 혀야만 공력을 받아들일 수 있는데 예련은 그런 과정 없이 내력을 흡 수해 버린 것이다. 당연히 예련의 육체는 반 갑자에 가까운 내공을 감 당할 수 없었다. 하지만 예련에게는 엄청난 양의 마나가 있었다. 만물의 근원, 모든 에 너지의 기본 형태인 마나는 다른 형태의 에너지와 충돌을 일으키지 않 는 성질이 있다. 마력과 내공을 포함한 모든 에너지는 마나의 변질된 모습이므로. 원래대로라면 갈 길을 잃고 폭주해 예련의 단전을 터트려 버리고도 남 을 만한 내력은 압도적인 양의 마나에 의해 제어되었고, 예련은 아무런 내공 수련 없이, 심지어는 가장 기본적인 개혈 단계조차 거치지 않고 마 나를 이용해 내공을 단전에 몰아넣고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었다. 마치 잔잔한 호수에 기름 한 방울을 떨어뜨리면 기름방울이 한데 뭉쳐서 호수 위를 떠다니는 것처럼. 그러한 편법으로 예련은 마력과 내공과의 반발도 자신도 모르는 사이 에 막고 있었다. 워낙 마나의 양이 많아서 자연스럽게 마나가 마력과 내공 모두를 감싸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예련은 조금 전 컨트롤 웨더 주문을 쓰면서 대량의 마나를 소 모해버렸고, 그로 인해 마나에 억눌려있던 내공이 흩어지면서 마력과 충돌을 일으키기 시작한 것이다. "아.." 예련은 자신의 멍청함을 후회했다. 조금만 연구를 했더라면 충분히 알 수 있는 일을.. 하지만 자책보다는 당장 이 상황을 벗어나는 것이 중요 했다. 제어를 잃어버린 내력이 전혀 혈도가 풀려 있지 않은 예련의 몸 속을 순환하자 온 몸이 갈가리 찢어지는 듯한 통증이 밀려왔다. 그에 대한 항의라도 하듯 마력도 제어를 잃고 폭주하고 있었다. 예련은 어떻게던 마나를 끌어모아보려 했지만 헛수고였다. 마나를 마 력이나 내공으로 전환할 수는 있지만 그 반대는 불가능하다. 나무를 이 용해 종이를 만들 수는 있지만 수준 미만의 소설책을 나무로 바꿔 삼림 녹화 사업에 쓸 수는 없듯이 말이다. ----------------------------------------------------------------- 안녕하세요? 프란입니다. 흠..또 한 번의 약속을 어기는군요 ㅜ.ㅡ 이제 약속 어기는 프란이라 고 하면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는.. --; 원래 16일날 올라왔어야 할 글이 이제 올라오다니.. 원래 20일까지 일 이 있어서 16일날 두 편을 올리기로 했는데.. 20일에 끝날 일이 의외 로 하루만에 끝장나버려서 오늘 글을 올릴 수 있게 됐습니다. 좀 황당하더군요^^; P.s> 제 글 퍼가시는 다크 홈지기님.. 이 글 보시면 연락 좀 해주세요 -.- 근데 다크 홈지기가 맞던가..? 오늘의 마법~# : 컨트롤 웨더(Contral weather) - 날씨 변환 마법. 최고 수준의 신성마법 중 하나. 단점이라면 주문을 외 우는데 두 시간 이상을 쓴다는 점이다. 플랜트(Planet) - 마법을 사용하기 위해 마법사들이 이미지네이션 을 통해 만들어내는 가상의 공간. 정신 집중으로 유지 하는 상상 속의 공간에 어떻게 물리력을 지닌 마력이 축 적되는지는 아직까지도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이차원론 이나 비물질론 같은 심오한 이론들은 넘어가고, 중요 플 랜트의 종류에 대해서만 알아본다면.. First Planet: 마력이 축적되는 공간. Second Planet: 2개의 흐름과 거기서 파생되는 속성의 형태를 따 라 마법진을 형성하는 공간. Third(Final) Planet: 형성된 마법을 구현화하는 공간. 외부 세계 와 마법사의 정신 간의 접촉점. Low Planet: 육체와 육체를 구성하는 마나를 나타내는 공간. High Planet: 다른 차원과의 통로로 사용되는 공간. 신성마법의 사 용시 신성력을 받아들이거나 신에게 자신의 의지를 전달하는 공간이며 마법사들의 이론으로만 존재한다. (성직자 자신들은 이런 용어를 쓰지 않는다) ▶즐거운 만남이 있는 곳, 네띠앙에서 새로운 인터넷 세상을 만나세요. #000000} + 글 읽기 URL 제목 [M/F]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58 -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The Means of Freedom - 外傳 3. 第四章 - 밝혀지는 음모(陰謀).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음모의 진실은 밝혀지고.. ---------------------------------------------------------------- "이, 이거 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겁니까?" 힘없이 늘어진 예련을 부축하고 있던 도화령은 발을 동동 구르며 주 위를 돌아보았다. 예련을 치료할 수만 있다면 자신의 심장이라도 빼 주겠다는 듯한 태도였지만 불행이도 세상에는 열혈과 근성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도 있는 법이였다. 게다가 이 소설은 열혈물이 아니다.(--) "흠.." 사유화가 뭔가 생각났다는 듯 입을 열었다. 꼴도 보기 싫은 여자였지 만 도화령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뭔가 방법이라도 있는 거야?" "글쎄.." "뜸들이지 말고 말햇!" "아, 정말 남자들이란. 그런 표정으로 소리지르면 떠오르던 생각도 도로 들어간다고. 게다가 여기는 적진 한가운데야. 알겠어?" "유화, 그만하시오. 도 대협의 심정도 이해해줘야지. 유화는 만약 내 가 다쳤는데 치료법을 알고 있는 사람이 입을 다물고 있으면 어떤 기 분이 들겠소?" "염 공자님이 다친다면 제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치료법을 받아내고 말꺼예요. 하지만 저건 그 잘난 벽운선녀 하예련이지 공자님이 아니 잖아요?" 사유화는 배시시 웃으며 염신의 품에 안겨들었고 으르렁거리던 도화 령은 일순 속이 뒤집히는 감각에 신음을 내뱉어야 했다. "뭐, 혈도가 막힌 상태라고 해도 충분히 진원지기를 안정시킬 수 있는 무공이 하나 있긴 하지." "그게 뭐지? 어서 말해!" "태음대법(태음대법)." "뭐?" 도화령뿐만이 아니라 철운비와 남궁란까지도 망치로 뒷통수를 두어 대 맞은 표정이 되어 사유화를 바라보았다. 태음대법은 남녀간의 교합을 통해 서로의 진기를 북돋아 내상을 치 료하는, 어찌 보면 사도(邪道)의 술법에 가까운 대법. 하지만 그 무 공이라면 확실히 혈도가 막혀 있는 예련의 상태에도 지장을 받지 않 을 것이다. "하, 하지만 그건.." "뭐, 잘 됐네. 다친 사람은 여자고 치료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은 사 내니까 딱 좋잖아?"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를.." "왜, 싫어?" 사유화의 한 마디에 도화령은 사색이 되어 손을 내저었다. "그, 그런.." "뭐 싫으면 어쩔 수 없지. 여기서 태음대법을 쓸 줄 아는 사람이 누 구누구죠? 한번 손 들어봐요." 사유화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주위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도 화령에 이어 철운비, 염신, 남궁란까지 손을 들자 그녀의 표정이 조 금 이상하게 변했다. "너는 왜 손들고 야단이야?" "어머, 태음대법을 아는 사람 다 손들어보라면서요?" "알면 뭐해! 네가 치료할꺼야?" "뭐, 그거야.." 남궁란이 멋쩍게 웃으며 슬그머니 손을 내렸다. "됐어. 그보다 태음대법을 아는 사람이 상당히 많네. 이거 예련이 깨어있다면 골라잡으라고 해도 되겠는걸. 자, 누구로 할까?" "유화, 지금 상당히 즐거워하는 표정인데?" "무슨 말씀을요. 저는 단지 예련을 치료해줄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는 것 뿐이라고요." "전혀 그런 모습으로 보이지 않습니다만." 이번 대답은 철운비의 것이였다. 하지만 사유화는 그 말을 깨끗이 무시하고 쓰러져 있는 예련에게로 다가갔다. 온 몸이 붉게 달아오른 체 가늘게 경련을 일으키고 있는 예련은 비전문가가 보기에도 상당 히 심각한 상태였다. "흠..일단 염 공자님은 당연히 빼야 할테고, 철 대협은 소림의 제자 니 여인을 접하는 건 조금 문제가 있고, 역시 남는 건 도화령 하나 뿐이네?" "유화, 나는 왜 빼는 거지?" "공자께서도 예련한테 관심이 있는 거예요? 야속한 분, 설마 절 놔 두고 다른 여인을 마음에 두려는 건 아니겠죠?" "아, 그, 그건 아니지만.." "이봐. 장난질은 그만둬. 지금은 한시가 급한 때야." 염신에게 매달려 있는 사유화의 징그러운 표정을 보다 못한 도화령 이 한걸음 앞으로 나서며 입을 열었다. "그렇게 무서운 표정 짓지 말라고. 자, 그럼 알아서 해봐. 어떻게 하는 건지는 알지? 일단 옷을 다 벗기고, 천천히, 그리고 부드럽게 해야 해. 너무 성급하거나 거칠게 움직이면 대법이 망가질 수도 있 거든." "이..." 자신을 놀리는 게 분명한 사유화의 태도에 도화령은 열이 머리 끝까 지 올라왔다. 하지만 사유화의 말대로 방법은 하나밖에 없는 것이다. "후우..알았어. 알았으니까 빨리 눈에 안 보이는 곳으로 사라져." "왜?" "너, 그럼 태음대법을 쓰는 장면을 옆에서 구경하겠단 말이냐?" "당연하지. 태음대법은 의외로 까다로운 무공이라고. 전문가인 내가 옆에서 지도를 해 줘야 할 것 아냐?" "이 음탕한 계집이!" 도화령은 씩씩거렸지만 사유화를 한 손으로 끌어안고 있는 염신을 의 식해서인지 등에 맨 대검을 뽑아들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런 도화령의 모습을 본 사유화는 다시 한 번 도화령의 속을 뒤집어놓았다. "너, 대체 왜 그렇게 흥분하는 거야? 설마 예련이랑 그렇고 그런 음 탕한 생각을 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이건 어디까지나 치.료. 의 방 법이라고. 안 그래?" "이익.." 역시 말로는 안 될 상대였다. 도화령은 사유화가 강호 삼대음녀 중 하 나라는 사실을 뼈져리게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동시에, 저런 여자를 데리고 있는 염신이 제대로 된 정신 구조를 가진 인간인지에 대한 의심 이 들기 시작했다. "자자, 도 대협. 진정하시오. 심정은 이해하겠지만 지금은 다른 방법 이 없소. 유화는 내가 데리고 안 보이는 곳으로 갈 테니 하 선녀를 치 료해 주시오." "어머, 이런 좋은 구경거리를 그냥 버려두고 가려고요? 공자께서는 모 두가 성녀라고 숭상하는 저 여자가 사내를 받아들일 때는 무슨 표정을 지을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자자, 장난이 지나치오. 갑시다." 염신은 투덜거리는 사유화를 붙잡고 숲 속으로 들어가버렸다. "휴우.. 대체 뭐하는 녀석을 데리고 온 거지? 저런 음녀를 일행이라고 데리고 들어온 하 선녀의 속은 도저히 짐작할 수가 없다니까.." "...그보다, 우리도 자리를 피하는 게 어떨까요?" "그래야겠군요. 솔직히 말하자면, 훔쳐보고 싶은 생각도 약간 드는데.." "뭐야!" "아, 농담이예요 농담. 자, 철 대협. 가요." 남궁란도 급히 철운비의 옷소매를 잡아끌고 반대편 숲 속으로 사라져버 렸다. "..." 이제 자리에는 자신과 예련 두 사람만이 남아 있었다. 잠시 말없이 서 있는 도화령은 한쪽 무릎을 땅에 대고 앉아서 바닥에 쓰러져 있는 예련을 바라보았다. 주화입마로 인해 고통스러워하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본 도화령의 얼굴에 결연한 빛이 떠올랐다. 도화령은 떨리는 손끝을 애써 진정시키며 예련의 가슴 앞섶을 풀어헤 쳤다. 비에 젖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이만한 폭우 속인 만큼 예련의 속 옷은 몸에 착 달라붙어 있었다. 속옷 한 장 사이로 예련의 풍만한 가 슴 윤곽이 그대로 드러나자 도화령은 자신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았다. '이래서는 안돼.. 그래, 지금 하고 있는 건 분명히 치.료. 를 위한 일 .. 흐트러져서는 안돼.. 침착하자.. 침착..' 도화령은 고개를 크게 내젓고는 다시 예련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고통스러워하는 표정으로 쓰러져 있는 예련이였지만 그 모습을 보는 도 화령의 가슴은 이상할 정도로 떨려왔다. 억수같이 쏟아지는 빗방울들 조차도 예련의 몸에 닿지 못하고 주위에서 흩어지거나 튕겨나가면서 달빛을 받아 작은 보석처럼 보였다. 그리고.... 빗방울이 흩어진다고? 도화령은 기겁해서 예련의 주위를 돌아보았다. 여전히 빗방울들은 예 련의 몸 주위에서 무언가에 가로막힌 듯 흩어지고 있었다. 처음에 보 았을 때는 그저 무슨 술법을 썼겠지 했지만 지금 예련은 의식불명의 상태로 쓰러져 있었다. 그런데 어떻게? "설마.." ----------------------------------------------------------------- 참으로 오랜만입니다--; 드디어 신행기의 월간연재시대가 돌아오는 건가.. 결국 ADSL 애프터서비스를 신청해버렸습니다. 어제 하루동안만 윈도우 를 6번 새로 깔았군요; 역시 개데셀다운 고장이라는.. 윈도우를 6번 재설치하면서 하고 있던 게임의 세이브파일과 PHP 자료 를 실수로 같이 날려먹는통에 결국 할 일이 글쓰기밖에 없게 되어버렸 습니다. 듀론 750을 타자기로 써야 하는 현실에 열이 받치지만 뭐 제 가 힘이 있나요?; ADSL의 설치가 끝나는데로 연재속도를 예련 수준으로 되돌리도록 노력 해보겠습니다. 뭐 그래봐야 주간연재..아니던가? (ㅜ.ㅡ) 오늘의 마법~# : ..... ▶즐거운 만남이 있는 곳, 네띠앙에서 새로운 인터넷 세상을 만나세요. #000000} + 글 읽기 URL 제목 [M/F]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59 -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The Means of Freedom - 外傳 3. 第四章 - 밝혀지는 음모(陰謀).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음모의 진실은 밝혀지고.. ---------------------------------------------------------------- '일단..세컨트 플랜트(Second Planet)는 진정시켰군..' 고통으로 흐릿해져 가는 의식을 가다듬으며 예련은 플랜트의 위치를 직접 제어해 몸 속을 흐르는 내력과 충돌하지 않는 곳으로 옮기는 데 성공했다. 마나를 물에 비유한다면, 곧바로 원소력(Element Power)로 전환될 수 있는 마력은 휘발유나 가스라고 볼 수 있다. 그만큼 다루기가 위험하 다는 뜻이다. 그렇기에 대륙의 수많은 마법사들은 마력을 안전하게 제어하기 위한 여러 장치들을 수없이 연구해 왔고, 제 2차 마법세기의 후반부에 이르 러서는 어지간한 마력 폭주 상태 정도는 마법사 자력으로 처리하는 것 이 가능해진 상태였다. '이제 내력만 처리하면 되겠지.' 예련은 의식의 범위를 기본 플랜드에서 확장 플랜트에 속하는 하이 플랜트와 로우 플랜트(Low Planet)로 확장시켰다. 육체를 구성하는 마 나의 영역인 로우 플랜트를 다루는 것은 조금만 잘못되어도 끔찍할 정 도의 육체 변형이나 파괴를 가져올 수 있다. 합성수나 육체 변화를 연 구하다 실패한 마법사들의 시신은 지름 10m짜리 살덩어리라던가 피 대 신 강산성 액을 토해내는 아메바 형태 등 가지가지여서 매장하는 것조 차 고역이라고 한다. 예련은 아르케미시아 현자학원에서 읽었던 글을 떠올리며 최대한 정신을 집중하기 위해 노력했다. 지금 같은 컨디션으 로 로우 플랜트를 직접 제어하는 것은 술에 취한 상태로 외과수술을 집도하는 것이나 별다를 바 없다. '뭐..그래도 다른 방법이 없잖아?' 일반적으로 마법 시전시 실패율이 0.3%를 넘는 경우 '주의를 요함' 정도로, 1%를 '위험함', 3% 이상은 '매우 위험하므로 목숨 걸고 할 것 ', 10%를 넘어가면 '죽고 싶은 사람만 시도할 것' 정도로 분류한다. - 실제로는 모두 복잡한 전문용어로 이루어져 있지만 이해하기 쉽게 풀이한 것이다.- 로우 플랜트의 직접 제어는 일반적으로 '위험한 마법' 으로 분류되며 ,지금과 같은 상태에서는 '죽고 싶어 환장한 사람만 쓰는 마법' 의 범 주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실패율 10%라면 도박치고는 양호한 편이지. 안 그래?' 예련의 제어에 따라 몸 속을 흐르던 내력은 서서히 로우 플랜트에서 세컨드 플랜트를 지나 하이 플랜트(High Planet)쪽으로 빠져나가기 시 작했다. "응?" 막 예련의 가슴으로 손을 가져가려던 도화령은 예련의 몸에서 난데없 이 뿜어져나오는 새하얀 빛에 기겁해 뒤로 물러났다. 처음에는 별로 강하지 않던 빛은 시간이 지날수록 서서히 강해지면서 예련의 주위는 은은한 백색광으로 둘러싸였다. 쏟아지는 빗줄기 속에 서 주위의 나무들도 백색광을 받아 새하얀 빛을 발하고 있었다. "무슨 일이지?" 조금 떨어진 곳에 있던 나무 뒤에서 남궁란이 고개를 내밀었다. "이건 태음대법이 아닌데.. 뭐 다른 짓이라도 한 거야?" "뭔진 모르겠지만 눈에 띄면 곤란한데.." 반대편의 굵직한 나무에서도 사유화와 염신이 나란히 고개만 내민 채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 난 아무 짓도(?) 안 했는데.." 점점 강해지던 백색광은 약 반각 정도 계속해서 예련의 주위를 밝힌 후 서서히 사라졌다. "대체 뭐지..?" "아무래도 방금의 빛은 하 선녀의 내가진력인것 같소." "뭐라고?" "나도 어떻게 된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하 선녀는 몸 속의 내력을 진 정시킬 방법이 없어지자 그냥 외부로 내보내 버린 것 같소. 그 증거 로 방금의 백광은 무상반야진기의 형상과 상당히 비슷하오." "그럼 하 소저는?" "글쎄.." 염신이 쓰러진 예련에게로 다가가 맥을 짚었다. "맥박은 정상인데.. 누구 단약 같은거 가진 사람 없소?" "저에게 소림의 소환단이 하나 있습니다만." 철운비가 품 속에서 단약 하나를 내밀었다. 소환단은 전설적인 소림 의 대환단을 기초로 만들어진 것으로, 대환단의 약제가 너무 귀하고 만들기 어렵다는 단점을 개선해 만든 단약이였다. 쉽게 비유하자면 산 삼과 인삼 정도? 어쨌던 소환단 역시 내상 치유에 있어서는 무림에서 도 손꼽히는 물건이라 염신과 도화령의 표정은 금세 밝아졌다. "그런데.. 이걸 어떻게 먹이죠?" "그야 누군가 단약을 씹어서 입으로 넘겨주는 수 밖에 없지. 도화령 이 한번 더 수고해야겠는걸?" "뭐야?" "설마 나한테 떠맡기려는 건 아니겠지? 난 여자랑 입을 맞추는 취미 는 없다고." 사유화가 예의 미소를 지으며 도화령과 예련을 돌아보았다. "강호삼대음녀의 명성에 비하면 의외로 건전하군 그래." 도화령으로써는 그나마 최선을 다한 반격일 것이다. 사유화의 눈썹이 약간 꿈틀했지만 그녀는 화를 내는 대신 그대로 입을 다물어 버렸다. "그만들 두시오. 환자를 앞에 두고 뭐하는 짓이오? 그리고 유화는 이 미 사도(邪道)의 길을 버렸으니 그러한 비난은 불가하오." "지금 하는 짓을 보고도 그런 말을 하는 거요? 저게 어딜 봐서 요조 숙녀의 모습이란 말이오?" "그런 식으로 말하자면 예련도 요조숙녀는 못 되지. 젊은 남자랑 하 루종일 붙어 다녔잖아? 남녀칠세부동석 같은 케케묵은 예절을 지켜야 만 여자로 취급받을 수 있다는 건가?" "뭐야?" "자자, 그만합시다. 지금은 하 선녀의 상태가 더 급하오. 게다가 여 기가 적지 한복판이라는 걸 잊은 거요?" "이익.." 속에서 열불이 나는 상태였지만 도화령은 어쩔 수 없이 끌어올렸던 공력을 회수했다. 염신의 말대로 여기는 적진이였다. "자자, 어쨌던 소환단을 하 선녀에게 먹여야 하는 건 사실이오. 어떻 게 하시겠소?" "그건..." "잠시만요." 말을 꺼낸 것은 남궁란이였다. "네가 하려고? 뭐, 그것도 괜찮다만.." "그런 게 아니라.." 남궁란이 예련 쪽을 가리켰다. "하 소저의 짐 중에 내상에 좋은 약이 있는데요." "약은 여기도 있는데 무슨 상관이야?" "그게.. 제 기억이 맞다면 그건 물약이예요." "......." 찬바람이 빗속을 뚫고 꿀먹은 벙어리가 되어버린 일행 주위를 스쳐지 나갔다. 잠시 후, 남궁란이 예련의 입 속에 부어넣은 힐링 포션이 효과가 있 었는지 예련은 낮은 신음 소리를 내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 참.. 한심한 파티라니까.." "응?" "아무 것도 아냐." 예련은 사유화를 흘깃 째려보며 답했다. 쓰러진 상태였지만 의식은 말짱했었던 예련은 지금까지의 대화를 다 듣고 있었던 것이다. "몸은 괜찮은 겁니까?" "예. 다만 앞으로 큰 주문이나 무공은 못 쓰게 될 것 같네요." "역시.. 방금 체외로 배출한 것이 하 선녀의 진원지기였던 거요?" 염신이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 상황에서 일행의 사실상 주축 이라고 볼 수 있는 예련이 전투력을 상실한다는 것은 상당히 안 좋은 일이였다. "뭐, 괜찮아요. 어차피 제 무공이야 있으나 마나한 수준이였고.. 주 문은 몇 시간만 지나면 다시 쓸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여기는 마교의 본거지나 다름없는 곳입니다. 위험하다면 일 단 저희만 들어가고 하 소저는 여기서 기다리는 게 어떻겠습니까?" "흠.." 예련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경공 정도는 어떻게던 쓸 수 있다지만 일단 무공을 쓸 수 없는 상태로 이 엽기적인 전투력을 가진 인간들의 싸움에 휘말려 버리면 그 자리에서 끝장이다. 그것은 처음 예련이 중 원에 도착했을 때 뼈저리도록 느낀 사실이였다. 하지만 빠질 수도 없는 것이, 각종 탐지마법을 지닌 예련이 빠지면 이 빗속에서 신혈문이 마교의 본거지가 맞는지, 안에서 뭔 짓을 하는 지 알아볼 방법이라고는 직접 들어가 보는 것 밖에 없고, 그건 자살 과 동의어라고 볼 수 있었다. "그래도 제가 빠질 수는 없겠죠. 일단 다른 분들의 뒤를 따라다니도 록 해보죠. 위험하면 뭐 몸을 숨기면 되고." "그렇게 합시다." 결론이 나자 일행은 신속하게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따로 말하지 않더라도 지금까지 이곳에서 낭비한 시간과, 빗속이라고는 하지만 한 곳에서 이렇게 떠들고 논(?)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이였는지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 .... 별로 하고 싶은 이야기는 아니지만, 사흘동안 신행기가 올라오지 못한 데 대한 변명을 좀 해야 할 듯 합니다. 이틀 전, 모 독자분과 이틀 전까지(--) 신행기 59화를 올리기로 약속 한 저는 그날 친구들과 노래방에 갔다가 약속을 지키기 위해 자리에서 뛰쳐나와 집으로 돌아온 후, txt파일을 플로피에 저장해 넣고 학교로 달려갔습니다. 그리고 학교 컴에서 새롬을 켜고 업로드를 시도하는 순 간.. 파일이 복사된 게 아니라 링크가 붙어 있더군요. 300바이트짜리 lnk 파일을 보는 순간 황당함이.. 8비트 애플 컴퓨터부터 선더버드까지 안 본 컴퓨터가 없다고 자부하는 저도 윈도우가 TXT파일을 복사하는데 링 크를 붙인다는 말은 들은 적도 본 적도 없었습니다(--;) 어쨌던 이 전대미문의 사건에 의해 그날은 신행기 업로드를 포기하고 다시 친구들이 기다리는 노래방(--)으로 돌아간 후 새벽 3시에 들어 가 잠을 청했습니다. 그리고 어제 저녁 5시. 드디어 기다리고기다리던 AS가 도착했습니다. 아예 ADSL 모뎀을 외장형 으로 교체해버리니까 제대로 돌아가더군요. 좋아서 펄쩍 뛰면서 저는 곧바로 새롬을 인스톨하려 했습니다. 그 순간 울리는 핸드폰.. "선배 군대간단다. 술집으로 뛰어와!" ... 뭐, 갈 수 밖에요. 그리고 11시, 저는 또다시 적당한 핑계를 대고 집으로 잠시 도망왔습니 다. 그리고 신행기 업로드를 위한 새롬의 인스톨..을 하는데, 이 새롬이 인스톨하다가 에러를 내는 것이였습니다. 새롬이 윈98에서 인스톨이 안되는 에러라는 것도 첨 들어보는지라 황당 해진 저는 몇 번 재시도를 해 보았지만 결국 포기.. 또다시 선배와 친구 들이 기다리는 술집으로..(--) 술자리가 끝난 후 새벽 2시, 저는 집으로 돌아옴과 동시에 다시 제대로 복사한 신행기 파일을 가지고 학교로 뛰어갔습니다(--). 그리고 학교 컴 을 켰는데.. 이건 또 왠일입니까? 지긋지긋한 윈도우 로고 대신 알아보기도 힘든 수 많은 글자들이 화면을 가득 메우는 것이였습니다. 예. 학교 컴퓨터에 윈 도우 대신 리눅스가 기본 운영체제로 선택되어 컴을 모두 포멧하고 리눅 스를 깔아버린 것이였습니다. 순간 저는 운명의 여신인가 뭔가 하는 놈이 제가 신행기 올리는 걸 무척 이나 싫어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정말 스팀 돌더 군요. 컴을 이리저리 뒤져보았지만 새롬이고 뭐고 보이는 게 없으니 결국 업로 드를 포기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2시 30분, 악이 받친 저는 밤을 새서라도 신행기를 업로드 하고 말겠다는 굳은 의지로 급한 데로 와레즈를 뒤졌습니다. 이야기를 다 운받아서라도 신행기를 올리려는 생각이였죠. 곧 이야기 2000을 구하고, 드디어 됐다~ 하며 업로드를 하려는데.. '이 버전은 정식 등록판이 아닙니다. 고로 5분 사용후 자동으로 종료됩니 다.' ..... 뭐, 5분이면 파일 하나 업로드하는데는 지장이 없겠죠. 지금 5분짜리 이야 기로 업로드를 시도중입니다. 어쨌던 신행기 하나 올리기 위해 이런 활극(--)을 벌여야 하다니.. 참 기 가 차더군요. 글 쓰는 것보다 올리는 게 더 힘들 수도 있다는 걸 처음 깨 달은 하루였습니다. 오늘의 마법~# : 일반적으로 마력 폭주라는 용어는 마력의 흐름이나 주문의 반동(Mag ic Recoil) 술자의 제어를 벗어나는 현상의 총칭입니다. 마법사들에 게는 여름 감기보다 더 자주 겪는 일이 마력 폭주입니다. 다만 에바 폭주(--) 같은 폭주의 형태는 보통 LPB(Low Planet Break)이며, 꽤나 드문 현상이죠. ▶즐거운 만남이 있는 곳, 네띠앙에서 새로운 인터넷 세상을 만나세요. 제목 [M/F]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외전 1 어느 소년의 이야기. - To. Forgetten my Stars.. ---------------------------------------------------------------- "캬아앙!" 이빨을 번뜩이며 달려든 다이어 울프의 공격은 허무하게 허공을 갈 랐다. 공격의 대상이였던 금발의 소녀가 가볍게 몸을 돌리며 자세를 낮춘 것이다. "흥!" 여유있게 그 공격을 피한 소녀는 손에 든 단검을 위로 세워 달려든 다이어 울프에게 갖다댔다. 칼날을 향해 돌진한 꼴이 된 다이어 울프의 배가 길게 베어지며 피 가 터져나왔다. 고통을 못 이긴 다이어 울프는 비명을 지르며 앞발을 마구 휘둘렀고, 미처 예상하지 못한 동작에 소녀는 팔목을 살짝 긁혔 다. 살짝이라고는 해도 황소의 가죽도 찢을 수 있는 다이어 울프의 발톱 이다. 상처를 입은 팔목에서는 피가 팟 하고 터져나왔고 당황한 소녀 는 한 걸음 물러섰다. 아차차, 내가 지금 모르는 사람 일마냥 중계방송하고 있을 때가 아니 지. 여자 피부에 흉터가 남으면 쓰나. "레나!" 현란한 레나의 몸놀림을 감상하느라 입을 헤벌레 벌리고 서 있던 케 인 녀석이 그제서야 정신이 들었는지 도끼를 치켜들고 달려들었다. 저 녀석, 언제나 사람될려나. "Magic Missile!" 도끼보다 내 주문이 한발 빨리 날아갔다. 윈드 헤이스트(Wind haste) 를 건 상태로 상대인 다이어 울프뿐만 아니라 동료인 내 시야까지 방 해하는 레나의 근접전 스타일 때문에 자칫 잘못 맞을까봐 쓰지도 못하 고 있던 마법이였다. 나이스, 클린 히트! 도끼에 찍히고 마법에 맞은 다이어 울프는 구슬픈 비명소리와 함께 저만치 튕겨나가 몇 번 찍찍거리더니 곧 움직임을 멈추었다. 하긴, 찍 소리도 못하고 죽는 것보다야 얼마나 나은가! ..썰렁하군. "괜찮아, 레나?" "물론이지!" 언제나 그렇듯이 레나는 씩씩하게 손을 흔들어 보였다. "그나저나 큰일이군. 그 상처 집에 보여주면 한바탕 뒤집어질 텐데." 피가 줄줄 흐르는 레나의 팔뚝을 허겁지겁 지혈하는 케인의 모습은 보 기 안쓰러울 정도다. 배낭에 붕대 놔두고 왜 자기 옷을 찢어? 잘못하면 너도 들킨단 말이야. "별 수 없지 뭐. 늘 쓰던 방법대로 하면 되잖아? 라엘, 메모라이즈 남아 있지?" 남아 있기야 하지만.. 또 그 방법이냐? 꼬리가 길면 밟힌다고. * * * "좋았어!" ..별로 안 좋은데. "케인 넌 그렇다치고 레나는 조심해. 일루전 텍스츄어(Illusion tex ture) 로는 상처는 숨길 수 있어도 피냄새까지 숨기진 못해. 그리 고 지속시간은 딱 3분이야. 둘 다 알지?" "걱정 마. 이거 한두번 해보는 것도 아니잖아?" "케인 넌 전혀 걱정이 안된다니까." "...너 여자라고 레나만 생각해 주는거냐?" "응." 순간 케인의 눈에 푸른 불꽃이 맺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지금 질 투하는 거냐? 저녀석, 레나 이야기만 하면 농담과 진담도 구분 못하 는 버서커 모드에 들어가 버린다니까. 뭐, 케인의 버서커 모드를 해제하는 코드가 바로 옆에 있으니까. 따악-! 경쾌한 타격음은 레나가 케인의 뒷통수를 내려치는 소리지. "케에인, 제발 바보같은 행동 좀 하지 말라고." "응.. 미안해." "그래그래." ..더 있다가는 닭살이 돋을 것 같아. 그만 헤어져야지. "자, 더 늦으면 아줌마 아저씨들이 의심한다고. 빨리 돌아가자." "그래, 그럼 마지막으로 우리의 구호 일창!" 레나가 먼저 손을 내밀었고, 곧이어 케인이 나보다 늦을세라 그 위 에 덥석 자기 손을 올렸다. 바보. 물론 난 느긋하게 마지막으로 손을 올려 주었다. 믿음과 신의와 우정을 맹세하는 장엄하고 감동적인 구호는 필요없다. 구호란 생각을 실천으로 옮길 것을 약속하는 예절이고, 예절이란 서 로를 완전히 믿지 못하는 사람들간에 신뢰를 얻기 위해 사용되는 수 단이니까. 믿음을 가지는 상대에게 그것을 다시 물어볼 필요는 없다. 2차 성마대전 때의 용사 세리스 엔드리안이 한 말이지. "하나..둘.." 하지만..이 유치한 구호를 또 외쳐야 하나? 아무리 내 친구들이라지 만 이 녀석들의 정신연령은 정말.. "셋!" 뭐, 그래도 그리 나쁘지는 않지. "Let's go! For level up!" 몸에 탄력을 최대한 넣고 손을 힘차게 들어올리면 손을 따라 온 몸 이 위로 솟아오르는 느낌이 든다. 함성에 놀란 참새들이 짹짹거리며 날아가는 소리를 듣는 것도 꽤나 괜찮고. 이런 걸 즐기다니, 나도 의 외로 유아적 기질이 남아 있는 모양이야. * * * "이 녀석아! 또 이 모양이 돼서 들어오면 어떻해?" ...늦었나? "그렇게 위험한 짓 하고 다니지 말라고 했는데 어쩌자고 나가서 또, 그것도 다쳐서 들어오는 거냐?" "그, 그걸 어떻게..?" "어떻게 알긴? 이래뵈도 이 엄마는 네녀석 하는 짓은 훤히 다 보여, 잔소리말고 빨리 팔 내밀어! 아버지 오시기 전에." 보긴 뭘 봐? 그 사냥개만큼이나 예리한 후각이 술주정뱅이 남편의 거짓말을 탐지할 때 말고 한번 더 쓰인거지. 피냄새를 지우기는 쉽지 않고, 그 냄새에 익숙해져버리면 코가 무뎌지기 때문에 자신은 잘 못 느낀다. 저녀석, 또 설교 좀 듣겠군. 나는 레나 집 담벼락에 편안히 기대서서 별로 듣고 싶지 않은 레나 어머니의 일장연설을 감청하기 시작했다. "여자는 미모가 생명인데 이렇게 나갈 때마다 몸에 흠집을 내 오면 나중에 결혼은 어떻게 하려고 그러냐? 쯧쯧, 너 같은 녀석 받아줄 남자가 있을지 모르겠다." "흥, 전 결혼 같은 거 안 할 거예요!" "그런 어린애 소리 좀 그만 해라. 이 어미 죽기 전에 손주도 안 보 여 줄거냐? 너 같으면 조금만 얌전해지고 잘 차려입으면 얼마든지 좋은 데 시집갈 수 있어. 쯧쯧, 애 하는 소리 하고는.." 음, 레나의 18번이 또 나오는군. 저 말에 눈물 흘리는 사람이 하나 더 있지. "어쨌던 앞으로 그 애들이랑 더 만나지 마라." "엄마!" "케인이던 라엘이던 간에 너한테 덕 될것 하나도 없는 녀석들이다. 언제까지 그런 애들이랑 어울려 다닐꺼냐?" "걔들은 나쁜 애들이 아니예요!" "나도 안다, 하지만 그 쪽이 너에게 더 도움이 될 거야." "하지만.." "좀 있으면 아버지께서 오시니까 오늘하고 내일까지는 밖에 나가지 마라. 알았지?" 말이야 부드럽지만 뭐 명백한 외출금지령이군. 자, 그럼 이 소식을 케인에게 전하러 가 볼까? ..그렇게 생각하고 가벼운 걸음으로 나온 나는 곧 그 생각에 수정을 가해야 했다. 이쪽은 한술 더 뜨는걸. 레나네 집과 케인의 집은 몇 걸음 떨어져 있지도 않은데, 레나 집안 사람들이 들으려면 어쩌려고 저렇게 크게 레나 욕을 해? "정신 상태가 완전히 글러먹었어! 계집애한테 푹 빠져가지고 공부도 안하고 매일 놀러나 다니고 말야. 한번만 더 그 여우 같은 애랑 같 이 있는게 보이면 그때는 용서 없는 줄 알아!" "..아버지, 그건..." "어허! 또 어디서 변명이냐? 이제 그 사기꾼 같은 라엘인가 뭔가 하 는 녀석한테 거짓말까지 배웠어?" 내 욕까지? 이거 정말 인격수양이 덜 된 어른이시군. "..알았어요." "어깨 펴고 다녀! 무슨 사내자식 하는 짓이 그 모양이냐?" 저 말만은 인정한다. 케인이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힘없이 걸어다니 는 꼴은 정말 봐줄 게 못되지. 아무래도 저 녀석도 내일까지는 꼼짝 없이 외출금지다. 내일 레나를 볼 수 없다는 사실에 목놓아 통곡하는 녀석의 얼굴을 보는 재미를 놓친다는 게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일. 이것으로 나도 저 두 거플의 서포트 역할은 모두 완수한 셈이다. 그 럼 슬슬 집으로 돌아가 볼까나. 적어도 난, 저 두 사람처럼 멍청하게 걸릴 바보는 아니라고. 이 손바닥만한 마을 내에서 우리집이 멀 리는 없다. 나는 이 순간을 위해 아끼고 아끼던 인비지빌리티(Invisibility)와 점프(Jump)의 마 력을 메모라이즈로의 구속으로부터 해방시켰다. 우리 집의 일반인 중 아무도 이 높이의 창문을 소리없이 뛰어넘는 마법이 있다는 걸 알 리 는 없으니 가볍게 들어가 자고 있는 척 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라엘!" 어? 여, 여기 어머니께서 왜 계시지? ------------------------------------------------------------------ 이 글은 강호신행기와 함께 라그시안 전기 3부의 외전입니다. 강호신행기가 에릴 레아스의 외전이라면 어느 소년의 이야기는 라엘 프라이스의 이야기겠죠. 신행기에서도 라엘이라는 이름 은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그럼... - 비평모의 무책임# 프란이. ▶즐거운 만남이 있는 곳, 네띠앙에서 새로운 인터넷 세상을 만나세요. [M/F]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59 - ] [61] M/F]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외전 2 어느 소년의 이야기. - To. Forgetten my Stars.. <라그시안 전기 3부- The means of Freedom 外傳> ---------------------------------------------------------------- "도적이라고?" 레나가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뜨는 모습은 언제 봐도 귀엽다. 뭐, 양손에 단검 두 개 쥐고 칼춤추는 게 주특기인 여자애가 귀여워 보일 때라고 해봤자 이런 경우가 고작이지. "응. 옆 마을이 한바탕 크게 당한 모양이야. 루시 아주머니께서 그 쪽에 갔다가 구사일생으로 살아 나오셨데." 사실 옆 마을이라고 해봤자 여기서 언덕 하나 넘으면 곧바로고, 이 곳 사람들은 대부분 두 마을을 따로 떨어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농사도 같이 짓고, 공사 같은 거 할 일이 있으면 옆 마을 사람들 불러서 같이 하고, 뭐 그렇게 한 마을처럼 지내는 이웃이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나가 이웃 동네의 참극을 아직 몰랐던 이유 는, 아직까지 외출금지가 풀리지 않았기 때문이였다. 다이어 울프 사냥 이후 레나 집에서는 이 마을에서 유일하게 중급 교육과정을 마친 아리스 선생님께 수업 들으러 가는 것 외에 일체의 외부 출입 을 사실상 금지시켜버렸다. 지금도 수업을 마치고 돌아가는 레나를 붙잡고 이렇게 얘기를 나누고 있는걸. 이것도 들키면 불벼락이다. "어떻하지?" 레나가 발을 동동 굴렀다. 그도 그럴 것이, 그쪽에는 레나의 친구 여자애들이 셋이나 있고, 언제나 우리들의 모험을 뒷바라지해주시 던 대장간 레인 아저씨도 있었다. 레나의 단검이나 케인의 도끼 모 두 레인 아저씨가 마련해주신 물건이다. 그 아저씨가 없으면 앞으 로 우리 파티, '포 어드벤쳐(For adventuer)'가 활동하는 게 많이 힘들어질 텐데.. "뭐, 레인 아저씨야 왕년에 모험가였다잖아. 용사 세리스 엔드리안 과 함께 싸운 적도 있다는 분이 설마 산적 따위에게 어찌 되셨겠어 ?" "아저씨야 그렇다 치더라도 다른 사람들은.." "안그래도 내가 그쪽으로 가볼 참이야. 뭐 다친 사람들이 많다니 어떤 형태로던 마법사는 도움이 되거든. 케인이랑 가서 알아볼께." "알았어." 더 늦으면 레나 집에서 의심할지도 몰랐다. 나는 레나와 작별인사 를 한 후 그 자리에서 빠져나왔다. "뭐 또 엉터리 모험가 흉내 내려는 건 아니겠지?" 아버지의 눈총이 예사롭지 않았지만 나는 별로 걱정하지 않았다. 내가 표면적으로 내세운 이유, 즉 '다친 사람들을 도우러 가는 아리 스 선생님의 시중을 들기 위해' 라는 것은 누가 보아도 의의를 달 수 없는 완벽한 핑계인 것이다. 나는 아리스 선생님과 함께 이 마을에서 치료술을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이니까. 이미 선생님께도 말을 해 놓 았고, 설령 아버지가 길길이 날뛴다 해도 아리스 선생님에게 대놓고 뭐라고 하지는 못한다는 것쯤, 불보듯 뻔한 일이다. 몇 시간 후, 나는 케인과 함께 새하얀 로브를 걸친 아리스 선생님의 뒤를 따라 옆 마을에 도착했다. 예상했던 것만큼의 처절함은 없었다. 불에 탄 건물이 하나 보였지만 그건 레인 아저씨의 작업장이였고, 그 안에 든 건 쇳덩어리들뿐이였 으니 피해는 없을 것이다. "아아.." 자비의 여신 아르네스의 사제인 아리스 선생님은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 듯한 표정으로 주위를 바라보았다. 뭐, 별로 깨진 것도 없구만. "오셨군요. 이쪽입니다." 통통한 뱃살과 대머리가 인상적인 짐 아저씨가 일행을 마을 촌장님 의 집으로 안내했다. 그나마 이 마을에서는 가장 넓은 촌장님 집 안 에는 다섯 명의 부상자들이 신음하고 있었다. "이쪽 분을 제외하면 중상자는 없을 겁니다." 나는 다친 사람들을 건성으로 둘러보았다. 레나의 친구들이나 레인 아저씨는 보이지 않았다. 중상을 입은 쪽은 이름을 기억 못하는 청년 이였는데, 나머지 넷 중 세 명이 여자인 점을 감안해볼 때 여자를 붙 잡고 희롱하는 꼴에 눈이 뒤집어져 달려들었다 깨진 것 같았다. 흠, 저기 누워 있는 갈색 머리 여자가 애인일까? "라엘, 가서 붕대 좀 가져와요." "예. 약초는 따로 준비할 거 있나요?" "아니요. 미리 찧어서 말린 약초가 있으니 상처 부위에 발라주고, 이 분은 치료가 끝나면 물수건을 올려주세요." 아리스 선생님의 입에서 실프의 노랫소리 같은 신성어가 흘러나왔 다. 치료주문이겠지. 몇 번 본 거라 별 감흥도 없었고, 나는 고개를 돌려 창문 쪽을 내다보았다. 부서진 작업장 앞에서 투덜거리는 레인 아저씨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도적들이 뺏어간 물건이 어느 정도나 되죠?" 내 질문에 촌장님의 얼굴이 팍 구겨지는 것이 보였다. '어린애가 그 런 걸 알아서 뭐하게?' 라는 표정이 역력히 드러나는군. 아니, 그 전 에 15살짜리 꼬마가 그런 걸 묻는 게 엄청나게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 하는 듯하다. 하지만 아리스 선생님의 체면을 봐서라도 무시할 수는 없는지 촌장은 헛기침을 한 번 하고는 입을 열었다. "글쎄.. 꽤나 많은 양이지. 우리가 피땀 흘려 수확한 작물들을.. 나 쁜 놈들!" 역시 두루뭉실하게 넘어가는군. 나이가 어리다고 아무것도 모르리라 고 생각하는 걸까? 적어도 난 촌장이 적당한 선에서 재물을 상납했을 거고, 아마 며칠 가지 않아 그와 비슷한 양을 우리 마을에서도 내줘 야 할 것이며, 그리고 그 양이 이곳보다 적을 경우 두어 명쯤은 목이 날아갈 거라는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아마도 놈들은 두 마 을의 수확량을 비교하며 적은 쪽을 신나게 괴롭힐 것이고, 우리는 서 로 많은 양을 상납하기 위해 경쟁하는 신세가 되겠지. 그게 산적들의 일반적인 수법이니까. 하지만 나는 그 모든 것을 모른 체 하고, 케인과 함께 멍청해보이 는 시선으로 마을을 돌아보며 그냥 고개를 끄덕여버렸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세상의 미화된 모습만을 보여주려 하는 법이다. 촌장은 흉폭한 산적들에게 맞서 싸우는 대신 귀중품을 긁어 모아 갖다 바쳤 고, 우리 마을도 함께 상납에 동참해야 한다는 것을 결코 말하려 하 지 않을 것이다. 그저 난폭한 산적들이 마을을 약탈했다고 말하겠 지. "라엘, 놈들 중에 최소한 한 명은 해비 엑스(Heavy axe)나 모닝스 타(Morning star) 이상의 중병기를 가지고 있을 거야. 산적들이 보 통 쓰는 장작 패는 도끼 쪼가리나 숏소드 가지고 레인 아저씨의 작 업장 기둥을 저렇게 단숨에 박살내는 건 불가능해." 케인의 귓속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모두 알고 있는데. 당신들이 말해 주지 않아도, 우리도 아무 것도 모르는 것 처럼 듣고만 있어도. 말하지 않으려는 것, 우리가 모를 거라고 생각하는 것. 모두 알고 있는데, 왜 더 말해주지 않는 거지? 왜 내가 아무것도 몰라야 하고, 아직은 알 때가 아니라는 거 야? "젠장.." * * * "어떻게 생각해?" 촌장의 집을 나오자마자 케인이 한 말이였다. 녀석이 뭘 생각하고 있는지는 뻔하다. 23년전 일행과 함께 모험을 나섰던 용사 세리스 엔드리안은 이 마을에서 레인 아저씨와 함께 마 을을 괴롭히는 도적들을 소탕했었다고 한다. 뭐, 내가 태어나기도 전 이야기니 진짜인지는 알 바 없지만 그 때의 이야기는 내가 말을 배웠을 때부터 이 마을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어른들의 모험담 제 1 호였다. 나나 케인, 레나같은 아이들이 생긴 것도 귀에 못이 박히도 록 들은 용사 세리스의 모험담 때문일지도 모른다. 녀석은 그 이야기를 자신의 손으로 재현하고 싶을 것이다. 무엇보 다도, 녀석의 손에 들린 무기는 그 때 레인 아저씨가 사용했다는 마 법의 도끼이니까. 내가 풋내기 전사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몇 번 이나 말렸었지만, 지금은 잘 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녀석의 무술 에 대한 재능만은 레인 아저씨도 인정할만큼 타고난 것이였으니까. "우리만으로는 힘들어. 설마 용사 세리스 이야기때처럼 마을 사람 들이 우리들의 연설에 감동받아 산적들을 향해 달려나갈 것 같아? 난 필 레센이 아니라고." 당시 산적들과의 싸움을 겁내던 마을 사람들을 꾸짖고 그들의 마음 속에 용기를 불어넣어주었던 현 아르케미시아 학장 필 레센은 당시 나와 같은 15살이였다고 한다. 하지만 살아 있는 마법사로써는 대륙 제일의 명성을 얻고 있는 대현자의 흉내를 내가 낼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산적들의 숫자가 대략 어느 정도일까?" "글쎄, 듣기로는 20명 조금 못된다던데." 용사 세리스 이야기때의 딱 절반이군. "흠.. 잘 하면 방법이 있을 것 같아." "어떻게?" "우리가 용사가 아닌 다음에야 3명이서 20명의 산적들을 때려잡지 는 못하지. 하지만 녀석들이 산적질을 다시 못하도록 만드는 건 가 능해." "그래? 좋았어! 그럼 날짜는 언제로 할까?" ..무서운 놈. 아예 김칫국물에 푹 빠졌구나. 어떤 방법인지 묻지도 않고 그냥 OK냐? 나는 고개를 내저었다. 저 녀석 머리 나쁜거야 세상이 다 아는 일 이고, 내가 의견을 내 봤자 저 녀석에게 조언을 받는다는 건 전쟁의 마신 카라트를 쓰러뜨리는 것보다 힘든 일일 것이다. 어차피 포 어 드벤스의 두뇌는 나니까. 파티로써는 자기 역할에 충실하다고나 할 까. 어쨌던 내가 세운 작전대로라면.. 시간이 꽤나 걸리겠군. 준비물이 야 레인 아저씨에게 빌리면 되지만 레나의 외출금지가 언제 풀릴지 도 모르고, 무엇보다 한번 나가면 2~3일은 못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 는 게 가장 큰 골칫거리다. 나는 굴러다니는 돌조각 하나를 힘껏 걷어찼다. 젠장. 산적들보다 부모님들이 작전 짜는데 더 큰 걸림돌이야. '눈앞의 유능한 적과 등 뒤의 무능한 적에게 포위당한' 형국이라는 게 바로 이런 건가? ------------------------------------------------------- 안녕하세요? 프란입니다. 드디어 주간연재의 길에 들어섰군요. 변명은 하지 않겠습니다. (왜나면 변명거리가 다 떨어져서..퍼억--) 쿨럭.. 독자들에게 죄송하다는 말밖에.. 다른 거 다 접고 신행기에만 몰두해야 하는데, 왜 계속 다른 소설 쪽에 손이 가는지 원.. 이전 : 62 : [M/F]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외전 3 (written by 백청이) M/F]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외전 2 ] [62] [M/F]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외전 3 어느 소년의 이야기. - To. Forgetten my Stars.. <라그시안 전기 3부- The means of Freedom 外傳> ---------------------------------------------------------------- "자, 어쩌지?" 케인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우리 둘을 돌아보았다. 저 녀석이 뭘 생각하고 있는지 추측하려고 고민할 필요는 없었다. 뭐, 워낙 단 순한 녀석이니까. "오늘 밤 10시, 어때?" "아냐. 어둠은 침입자를 숨겨주지만, 반대로 우리도 제대로 놈들을 확인할 수가 없지." "무엇보다, 밤에 나갔다 들어오면 집에서 또 잔소리가 심하다고. 내일 오후 2시. 점심 먹고 곧바로야." 내가 쐐기를 박자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레나던 케인이던, 도끼 와 창으로 무장한 30여명의 산적들보다는 외출금지와 부모님의 잔소 리가 더 두려울 녀석들이니까. ..그렇게 해서 나와 케인, 레나는 클레맹 산에 위치한 산적들의 아 지트를 정찰하는 데 성공했다. 워낙 어릴 때부터 안마당처럼 놀던 산 이라 어려운 점은 별로 없었다. 경계도 허술하고, 누가 올 거라는 생 각도 전혀 안 하는 듯 산적들은 태평한 모습이였다. 대낮부터 술병을 입에 붙이고 있는 녀석도 있군. 저거 술병의 모양으로 봐서 술집 베리 아줌마 집에서 뺏어간것 같은데. 기분나쁜걸. "이런 위치에 보초를 하나도 안 세웠다는 점에서 점수를 깎으려고 했는데, 저 꼴을 보니 완전 F 학점이야." 산채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바위 위에서 케인이 중얼거렸다. 뭐, 네가 맨날 F만 받는다고 딴 놈들도 다 그런줄 아냐? "전 대륙에 악명을 떨치는 세계 제일의 클레멩 도적단이 될 가능성 은 제로겠지?" 레나는 벌써부터 산적단을 퇴치했을 때 마을 사람들에게 들을 칭찬 부터 생각하고 있나 보다. 태평한 녀석이라니까. "저 녀석들.. 당장 내려가서 박살낼까? 몇 명 안 되는 것 같은데." 케인이 이를 부드득 갈면서 중얼거렸다. ..현실감각이 없는 녀석이 하나 더 있군. 베리 아줌마는 케인이랑 무척 친한 분이니 저 녀석이 흥분하는 거야 이해가 가고도 남지만.. "멍청아. 저 안에 저녀석들 총원의 절반만 있어도 10명이야. 열 명이 랑 싸워서 이길 자신 있어?" "우리 셋하고 술취한 중년들 10명이야. 못 이길 것 같아?" "10명만 있으면 이길 수도 있겠지. 하지만 싸우는 중에 10명이 더 들어오면?" "그건.." "그러다가 다치기라도 하면 집에는 뭐라고 하려고?" "아, 그렇구나. 하하.." 레나의 한 마디에 케인 녀석은 즉시 입을 다물어버렸다. 정말 레나 한테는 한없이 약한 녀석이다. 결혼하면 99.9% 공처가다. 쯧쯧. "그럼 어떻게 하지?" "나한테 좋은 방법이 있어." 조금 고전적인데다 우리 인원으로는 위험한 방법이기도 하지만, 꽤 나 효과는 좋을 것 같다. 저 재수없는 산채는 숲 한 가운데 지어져 있고, 한 방향에만 두 사 람이 겨우 지나갈 정도의 길이 나 있을 뿐 나머지는 모두 울창한 나 무들로 막혀 있다. 그렇다면 아주 간단하게 말해서, 숲에 불을 지르 면 놈들은 모조리 이 좁은 길 쪽으로 뛰어들 게 뻔하다. 불이 났는데 숲 속으로 달려드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열혈 엘프거나 미친놈 둘 중 하나일테니. "...그러는 너야말로 미친 거 아냐? 지금은 겨울이야. 숲에 불을 질 렀다가는 이 산이랑 우리 마을까지 홀라당 날아간다고." "누가 진짜로 불을 지른다더냐?" 그제서야 녀석도 깨달은 게 있는지 아! 하는 표정을 지었다. 불을 지르는 건 산채 자체뿐이다. 기름병이나 염초 더미를 조금 구 해서 불을 붙인 뒤 산채 건물에 집어던져 주면 나무로 된 산채에 불 을 내는 것 정도는 어렵지 않다. 물론 통나무에 기름병으로 불이 붙을 리는 없지. 하지만 불길을 조 절하는 Affect normal fire는 1클래스의 기초마법이다. 용사 세리스 엔드리안은 과거 아이센 용병단 시절 단신으로 노예상인들의 본거지 에 잠입해 이 마법과 두 다스의 양초만으로 8만 제곱세크에 달하는 노예매매단의 기지를 통채로 불태워 버리기도 했다고 한다. 목조건물 에 불 붙이는 것쯤이야 껌이지. 주위에는 불을 붙인 후 환상마법을 적 당히 섞으면 녀석들은 자다 말고 튀어나올 게 분명하다. "하지만 그 정도로 30명이나 되는 도적단들을 다 잡기는 힘들텐데?" "물론." 나는 자신있게 대답했다. 단 한 번의 기습으로 자기보다 훨씬 강한 적을 제압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어린애들에게 들려주는 용사 이야기만큼이나 바보같은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한번 호되게 당한 녀석들은 분명 복수를 하러 올 것이다. 아주 당연 히, 그 대상은 우리 마을이 된다. "그럼 어떻게 할 거야?" 케인 녀석이 자리에서 펄쩍 튀어오를 듯한 포즈를 취했다. 정말 머 리는 나쁜 녀석이야. 뭐, 체력이랑 힘이 워낙 좋은 녀석이니 어찌보 면 공평한 처사일지도. 아까도 말했지만, 놈들의 산채에서 마을로 오는 길 중 사람이 다닐 만한 곳은 딱 한 곳 뿐이다. 열이 머리끝까지 오른 산적들이 험한 숲 속을 통해서 빙 돌아 마을로 올 리는 없다. 간단하지 않은가? 그 길 에 이중, 삼중의 함정을 파놓고 기다리면 그만이다. 모두들 -이라고 해봤자 둘뿐이지만- 내 말이 끝나자 고개를 끄덕였 다. "크..역시 네녀석 잔머리 하나는 끝내준다니까!" 케인 녀석이 갑자기 손을 뻗어 내 머리를 마구 쓰다듬었다. 말이 좋 아 쓰다듬는거지, 그 무식한 힘으로 사람 머리를 붙잡으면 어쩌겠다 는 거냐? 읔, 어지러워.. "역시 라엘이야. 저 녀석들, 제대로만 된다면 꼬리를 말아쥐고 도망 쳐야겠지?" "당연하지." "좋았어. 그럼 준비는 어떤거 해야 되지?" "내가 챙길게. 시약 같은 것도 많이 필요하니까." "그럼 시행날짜는 언제로 하지?" 흠.. 모두들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케인은 외출금지가 풀렸고, 레나는 어떻게던 내일까지 나올 수 있도록 부모님을 꼬드겨 보겠다 고 약속했다. 뭐, 그렇게 해서 우리들의 도적단 공격 날짜는 내일 밤 11시로 결정되었다. 문득 불안한 느낌이 스쳐지나갔다. 나나 저 녀석들이나 전란의 시대, 흑청의 마신 리덴 폰 슈나이더에게 전 대륙이 멸망 직전까지 끌려간 후 하루에도 몇 개의 나라들이 생겼다가 무너지고 있는 이 혼란스러 운 상황 속에서 살아온 아이들이다. 피를 보는 것 따위 전혀 두렵지 않다. 하지만.. 저 둘이 사람을, 살아 있는 인간을 검과 도끼로 베어 낼 수 있을까? 아무래도 저 둘이 위험할 때에 대한 준비도 따로 해 둬야 할 것 같 다. 나는 웃고 떠들고 주먹을 주고받으며 사이좋은 연인들의 모든 모 습을 다 보여주고 있는 두 사람에게서 고개를 돌려 하늘을 바라보았 다. * * * "이녀석아! 네놈은 대체 어떻게 되려고 매일 하는 짓이 그 모양이더 냐?" 어떻게 되긴요. 마법사가 되려는거지. "안 봐도 뻔하다. 또 그 이상한 눈속임 같은거 쓰면서 놀았지?" 눈속임? 뭐 틀린 말은 아닌데... "이녀석아, 정신 좀 차려라. 그런 거 배워가지고는 길거리에서 애들 한태 약 파는것밖에 못해! 그렇게 살고 싶냐? 모름지기 마법사라면 전설의 용사 세리스 엔드리안처럼 메테오나 디크...디.." "디틀라인 션샤인(Decline Sunshine)예요." "그래 맞아. 그거. 그런 마법을 배워야 궁중마법사가 되던 현자가 되건 할 것 아니냐? 그런데 네가 쓰는 마법이라는 건..." ...시간 아깝군. 들을 가치가 없는 말을 억지로 듣고 있어야 하는 것만큼 무의미한 일이 또 뭐가 있을까. 물론 나는 지금 멋대로 레나 랑 케인과 함께 놀러(라고 표현하기는 뭐하지만) 갔다온 것 때문에 아버지 앞에 꿇어앉아 일장 연설을 듣고 있는 중이다. 역시 무의미한 일이지만 듣고만 있는 것보다는 나으니까 대강 토를 달아보자면, 용사 세리스 엔드리안은 마법사가 아니라 마검사다. 물 론 메테오 같은 걸 쓴 기록도 없고. 그리고 공격마법을 최고까지 배 운 사람을 현자라고 부르진 않는다. 메테오 쓴다고 현자면 흑청의 마 신 리덴 폰 슈나이더도 현자였겠다. 젠장. 끝으로, 일루저니스트(Ill suionist)의 환영마법은 그 어떤 마법사와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을 위력과 효용성을 가지고 있다. 친분관계가 없는 사람이 그딴 소리를 내 앞에서 했다면, 그 녀석은 환영마법이 어떻게 사람을 괴롭힐 수 있 는지를 몸으로 느끼는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불행이도 내 앞에 있는 사람은 아버지다. 젠장. "....그러니까, 공부를 해서 궁정에 취직을 하던가 아니면 정말 좀 제대로 된 마법을 배우란 말이야. 알았냐?" 제대로 된 마법? 흥. 난 누가 뭐래도 일루저니스트다. 누구도 처음에 남들이 하지 않는 것을 할 때는 이상한 눈으로 보는 법이지. 아르케이시아의 현자 필 레센도 빙계마법을 연구할 때 모두들 바보짓이라고 부르지 않았던가? 무엇보다도, 난 환영마법이 마음에 든다고. 그러니까 옆에서 암것도 모르면서 떠들지마! ...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랬다가는 나도 외출금지다. 참자. 내가 뭔 힘이 있냐.. --------------------------------------- 안녕하세요? 프란입니다. 외전을 엉망을 써 버렸네요--; 아마 신행기 외전은 다음화쯤에 끝날 듯 합니다.. 그럼~ - 하늘 위에서 바라보는 세상은 과연 아름다울까? (모 님이 이 말에 답변하기를.. 밤에는 검은색 낮에는 흰색과 녹색만 보인다네요--; 썰렁..) 이전 : 63 : [M/F]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외전 4 (written by 백청이) [M/F]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외전 3 ] [63] [M/F]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외전 4 어느 소년의 이야기. - To. Forgetten my Stars.. <라그시안 전기 3부- The means of Freedom 外傳> ---------------------------------------------------------------- 그리하여, 나는 장장 두 시간 동안 꼼짝도 하지 못하고 아버지의 잔 소리 세례를 온 몸으로 받아내야만 했다. 무슨 말이 나왔는지는 잘 모르겠다. 대강 듣기에, 방금 했던 이야기 를 접두사와 접미사만 바꾸어 몇 번이고 반복하는 것 같다. 뭐, 자기 자신은 다른 이야기를 한다고 생각하겠지만.. 어쨌던 듣는 사람 입장 에서는 지겹다 못해 졸음이 몰려올 지경이였다. 하지만, 그 이야기의 끝부분에 이르렀을 때 그 지루함은 싹 달아났 다. "내가 네녀석 때문에 오늘 얼마나 욕을 먹었는지 아냐? 네놈이 레나 와 케인 녀석을 데리고 놀러나갔다고 두 집 사람들이 여기까지 들어 왔단 말이다." "예?" "내가 네 녀석 감싸준다고 오늘 하루종일 고생했다. 알겠냐?" "예.. 감사해요. 아버지." 멍한 대답을 해버렸군. 하긴, 한나절 내내 그 산적들의 아지트를 돌 아보다 왔으니 안 걸린 게 이상할지도. "어쨌던, 너 내일부터 외출금지다." "뭐라고요?" 나는 자리에서 거의 튕겨일어날 뻔 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당장 내일 클래멩 산의 산적들을 토벌(이라고 하긴 좀 뭐하지만)하러 가기 로 약속이 되어 있는데.. "앞으로 마법사가 되겠다는 녀석이 공부도 안 하고, 그런 악동들이 랑 몰려다녀서 뭐가 큰 인물이 되겠다는 거냐? 내일은 내가 하루종 일 집에 붙어 있을 테니, 그렇게 알아!" 뭔진 몰라도.. 아버지 무지 열받은 모양이다. 안그래도 우리 셋이 몰려 다니는걸 각 집에서 서로 네탓으로 돌리는 분위기였으니 오늘 도 아마 그런 식으로 말다툼이 있었나 보다. "저..내일은.." "내일은 뭐?" "내일 아리스 선생님이랑 환자 치료를.." "그건 내가 따로 말해놓으마." ..나는 입을 다물어 버렸다. 아리스 선생님 이름을 대도 안 먹힌다 면 다른 핑계는 아무것도 안 통할게 뻔하다. 이렇게 된 이상 오늘은 방법이 없다. 나는 아버지의 이어지는 잔소 리를 한 귀로 흘려듣고 내 방으로 들어와 문을 닫아버렸다. "젠장.." 침대에 들어간 짚더미가 습기를 먹었나보군. 아무 생각없이 침대 로 몸을 날린 나는 등에 전해지는 둔탁한 충격에 욕지거리를 내뱉 었다. 이걸 핑계로 삼아 밖에 나가볼까? 어쨌던 내가 외출금지를 먹어버렸으니 당장 내일 작전에 엄청난 지장을 받게 생겼군. 어떻게던 빠져나갈 방법을 찾아야 할텐데.. 물론 최악의 경우 마법을 써서 집에서 달아나는 것쯤이야 쉬운 일 이다. 나한테 이 마법 공부해라 저 마법 배워라 하는 아버지가 마 법의 '마' 자도 모르는 건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일이고, 어머 니야 글도 못 읽는 분이니까. 에라, 모르겠다.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하자. * * * ..그렇게 태평하게 잠들었던 나는, 일어남과 동시에 어제의 안일 한 마음가짐을 뼈져리게 후회해야 했다. 메모라이즈를 하려고 책상으로 고개를 돌린 순간, 그 위에 올려져 있어야 할 내 마법서가 사라져 있는 것을 본 것이다. 1클래스 익스 퍼터의 마법책을 노리는 저능한 도적이 이 마을에 있을 리 없는 이 상, 아버지가 챙겨간 게 분명하다. "젠장!" 나무판을 대강 이어서 만든 책상이 내 발길질에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질렀다. 설령 여기서 빠져나갈 수 있다고 해도, 메모라이즈를 못 한 상태의 초급 마법사는 전투에 아무런 도움이 될 수 없다. 결국 오늘 산적 본 거지 습격에 참가하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마법서를 되찾아야 하는 데.. 마법의 기본도 모르는 아버지가 어떻게 마법서가 없으면 메모라이즈 를 못한다는 걸 알고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나는 방을 나갔다. 예상대로 마루에는 아버지가 앉아 계셨고, 나는 아무 말 없이 그 옆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아무리 외출금지라고 해도 그렇지, 마법사 의 마법서를 뺏어가? 저 사람이 아버지가 아니였거나, 설령 아버지 아니라 할아버지라 해도 마법에 대해 기본적인 교양만 갖추고 있는 사 람이였다면 난 이 자리에서 사생결단을 냈을 것이다. "..." 그렇게 나와 아버지 간의 어색한 침묵이 한참동안 이어졌다. "..공부 안하냐?" "책이 없는데 어떻게 공부해요." "네 책이 그것뿐이냐? 딴 거 공부해." 말투로 보아 사정사정해봤자 마법서 돌려받을 가능성은 없다. 그 큰 걸 들고 있지도 못할테니 분명 어디 숨겨놨을 텐데.. 젠장, 마법사의 마법서라는건 훔쳐가봤자 어지간한 방법으로는 숨기 지도 못하는 물건이지만.. 그건 최소한 위치 탐색(Locate object)을 쓸 수 있는 2클래스 이상의 마법사에게 해당하는 말이다. 미치겠네. 한동안 신경전을 편 후 나는 결국 작전을 연기하기로 마음먹었다. 문제는 레나랑 케인과 연락이 안 된다는 점인데..이럴 때 쓰기 위해 특별히 만들어 놓은 캐들립 스펠이 있지만 그마저도 마법서를 뺏긴 통에 못 쓰게 되버렸다. 별 수 없지. 이런 일 한두번 있는 것도 아니고, 내가 약속시간에 안 나오면 대강 상황을 짐작할 것이다. 저녁을 먹은 후, 가능한한 내가 집에 있다는 걸 알리기 위해 나는 독서를 핑계로 내 방에 등불을 최대한 밝게 켜 놓았다. 갑자기 웬 등 불이냐고 아버지와 어머니가 투덜거렸지만 내 마법서를 뺏어가서 라 이트(Light)도 못 쓰게 만들어 놓은 게 누군데? 밤 12시, 결국 안 자고 뭐하느냐는 아버지의 협박에 못 이겨 자리에 누웠지만 잠이 오질 않았다. 아버지의 방해만 아니였다면 지금쯤 신 나게 그 빌어먹을 도적 놈들을 박살내고 있을 시간인데.. 그 녀석들 은 지금 제대로 돌아왔을까? 혹시라도 연락이 안 되서 아무것도 모르 고 기다리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군. 날씨도 쌀쌀한데.. 그 전에 정찰 나온 산적들이나 그런 놈들에게 들키기라도 하면 어쩌지? 나는 고개를 흔들며 불길한 생각을 털어냈다. 그 허접한 도적들이 정찰 같은 걸 할 리가 없잖아? "칫, 그러고보니 산 속에 레나와 케인 둘밖에 없는 상황이네? 그 녀 석들 둘이서 이상한 짓거리라도 하는 거 아냐?" 그 녀석들이라면 어지간한 도적들 열 명 정도와 붙어도 자기 몸 정 도는 내뺄 수 있겠지. 그렇게 중얼거리며 나는 침대에 누워 눈을 감 았다. * * * "그, 그런..." "...장난.." ... 뭐가 아침부터 이리 시끄러워? 이 마을에서 아침에 소란이 일어 날 만한 일이라면 누군가의 술주정 아니면 외부인이 들어왔을 경우 정도일텐데.. 하지만 내 안일한 공상은 곧이어 들려온 소리에 의해 산산히 깨져나 갔다. "꺄아아악!" 찢어지는 듯한 비명 소리가 내 의식을 단숨에 현실로 잡아끌었다. 나는 자리에서 튕기듯 일어남과 동시에 웃옷을 집어들고 밖으로 뛰쳐 나갔다. 메모라이즈도 안 된 지금의 나에게는 아무 힘도 없다는 사실 도 잊은 채. 직감적으로 지금의 비명이 우리들의 어제 작전과 관련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직감은, 빌어먹을, 완벽하게 적중했다. 그것도 최악의 형 태로 말이다. 하지만 그 이상은 전혀 알 수 없었다. 왜 우리 마을에 며칠 전에 본 산적단 놈들이 살기등등한 표정으로 몰려와 있는지, 그리고 그들과 그 앞에 엎드려 뭐라고 외치는 마을 사람들 사이에 피투성이가 된 레 나와 케인이 쓰러져 있는지.. 확실한 것은, 그 둘을 구해야 한다는 것이였다. 짜악-! "라엘!" 방금의 파공성은 산적 중 하나가 말채찍으로 날 후려친 소리였고.. 이 목소리는 아버지 껀가? 어쨌던 달려가던 속도 그대로 자빠져버린 난 꽤나 보기 흉한 모습으로 바닥을 뒹굴어야 했다. "제, 제발 한번만 용서해 주십시오.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의 장난 이지 않습니까? 예? 제발 아량을.." "시끄럿!" 다시 채찍이 허공을 갈랐고, 엎드려 있던 아버지가 비명을 지르며 나뒹굴었다. "저 새끼들 때문에 다친 부하들이 몇인줄 알아? 자그마치 아홉 명이 다! 아홉 명! 나보고 지금 아량 따위를 생각하란 말이냐?" 참 많이도 당했군. 설마.. 레나랑 케인 녀석, 그냥 쳐들어가버린 건 가? "예? 그, 그 애들이 무슨.." "이익.." 녀석의 얼굴이 붉어지는가 싶더니 손이 부들부들 떨리는 것이 보였 다. 그런 '애들' 따위에게 부하들 거의 절반을 날렸다는 게 뭐가 자 랑이라고 그렇게 사방에 대고 외치냐? 다시 채찍을 휘두르지 않는 걸 로 봐서 녀석도 부끄럽긴 한가보군. "어쨌던, 내 부하들에 대한 죄값의 의미에서, 아까 말한 공물은 다 음주까지 가지고 오도록! 그렇지 않으면 이 마을을 풀 한포기 안 자 라는 황무지로 만들어 버리겠다!" "아이고, 제발.. 저희 마을의 수확량을 몽땅 털어내도 그 반도 되지 않습니다. 부디 자비를.." "이 놈이! 아직 정신을 못 차렸구나!" ..안돼! 산적 녀석은 고함을 지르더니 등에 맨 도끼를 빼내 촌장님의 등판을 찍어버렸다. 피가 팍 터져나오는 걸로 봐서 심장 쪽인가? "꺄악!" "으아악!" 촌장님의 비명은 주위 사람들이 겁에 질려 지른 소리에 묻혀 들리지 도 않았다. 산적 녀석이 도끼를 뽑자. 촌장님의 몸이 스르르 앞으로 기울더니 털썩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등에서 샘솟듯이 흘러나오는 피가 옷을 타고 흘러내려가 흙바닥을 적셨다. "한 번만 더 허튼소리를 하면 그 때는 네 놈들 모두를 이 꼴로 만들 어놓겠다!" 그 말만 남기고 산적 놈들은 몸을 돌려 마을 밖으로 걸어나갔다. .... 그제서야 주위 상황이 눈에 들어왔다. 아니, 조금 전까지도 시력에 는 아무 이상도 없었고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인 것도 아니지만, 내가 무엇을 '보고 있다' 는 것을 그제서야 제대로 인식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내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마을 사람들 앞에 버려져 있 는 소년 소녀의 시체였다. "케인! 레나!" 나는 정신없이 그 쪽으로 달려갔다. 혹시 숨이라도 붙어 있을까 하 는 일말의 기대를 가지고 있었지만, 그런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둘 다 옷이 엉망으로 찢어지고 온 몸에 병기에 의한 것이 분명한 상 흔이 여기저기 있는 것으로 보아, 꽤나 치열하게 싸웠던 모양이 분명 했다. 둘 다 어디라고 할 만한 치명상은 없었지만, 저 정도면 출혈과 다로도 충분히 사망할 수 있는 상처들이였다. 아마도 케인은 오른쪽 팔목 근육을 베고 지나간 저 예리한 상흔이, 레나는 뭔가 무거운 걸 단검으로 막아냈는지 터져버린 손아귀가 전투불능의 상태를 만든 결 정타일 것이다. 그리고.. 개자식들! 거의 알몸이 되어 있는 레나의 하복부는 바라보 고 싶지 않을만큼 엉망이 되어 있었다. 살아 있는 상태에서 윤간당한 걸까 아니면 죽은 다음이였을까? 고통이 없는 쪽이였으면 좋으련만.. 젠장, 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이 이런 것들이지? 나한테 둘밖에 없는 친구들이 이렇게 쓰러져 있는데, 왜 슬프다거나 미칠 것 같다거 나 그런 느낌보다 황당하다는 생각이 먼저 드는 걸까? 그래, 그 녀석 들이 무기도 제대로 안 가지고 있는 산적 몇몇에게 맞아죽을 바보들 은 아니다. 충분히 몸은 뺄 수 있었을텐데? 아니, 그렇다면 왜 이런 모습이 되어 돌아온거지? 어딘가 문제가 있었을까..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나는 두 사람의 상 처를 다시 살피기 시작했다. 놈들과 싸우기 전에 어디 다친 곳이 있 는지, 뭐, 그러니까 산을 올라가다가 발목이 삐었다거나 했다면 도망 치기도 힘들었을 테지. 다친 사람을 놔두고 혼자 도망갈 위인들은 아 니고.. "이 녀석!" 짜악! 눈앞에 화끈해지는 느낌과 함께 내 몸이 휘청거렸다. "죽은 사람들에게 뭐 하는 짓이냐!" 정신을 차려 돌아본 쪽에는 레나의 아버지가 씩씩대고 있었다. "네 녀석 따위와 어울려 다니다가 봉변을 당한 것만도 억울한데, 이 놈은 엎드려 빌지는 못할망정 죽은 사람을 가지고 장난을 치는 거냐 ? 네가 그러도고 인간이야?" "맞아! 케인에게 무슨 말을 했길래 저 아이들이 그 위험한 산적 소 굴에 까지 올라갔던 거지? 네 녀석이랑 무슨 말이 있었지?" "너 같은 놈에게 물들어서, 우리 집 아이가..내 아들이.." 케인의 아버지와 어머니도 자리에서 일어나며 외쳐댔다. 그래, 그렇 긴 하지. 하지만 그 자리에 내가 있었다면.. 내가 아버지의 외출금지 에 걸리지만 았았으면 이런 꼴은 절대 나지 않았어! 그거 알아? 내 가.. 내 마음속의 외침이 입 밖으로 나오는 것을 막은 것은 누군가의 앙칼진 목소리였다. "이봐요! 말은 똑바로 하자고요! 누가 누구에게 물들었다고요? 라엘 이야말로 두 사람에게 물들어서 이렇게 된 것 아닌가요?" 어머니 목소리..인가? "어머머, 뭐, 뭐라고요?" "우리 애가 원래는 얼마나 조용하고 공부만 하는 애였는데. 흥, 적 반하장이죠." 우리 어머니가 적반하장이 어디다 쓰는 말인지 알긴 아는걸까? "머가 어쩌고 어째?" "여보! 그만둬요!" ...중간중간에 끊긴 말들이 있었지만 어쨌던 내 귀에 들어온 소리만 으로도 우리 세 사람의 부모님들이 싸우고 있다는 건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잘들 하는 짓이군. 자기 아들딸들의 시체를 눈앞에 두고. 믿을 수가 없었다. 레나와 케인이 이런 식으로 죽으리라고는 생각조 차 해 본적이 없었다. 그러고보니, 레나는 예전에도 이런 식으로 죽 은 체 해서 케인을 기겁하게 만든 적이 있었다. 물론 그때야 그냥 옷 에다가 닭피를 살짝 묻여서 장난을 친 것이였지만, 뭐 만약의 경우라 는 것도 있겠지? 한번 시도해봐서 손해볼 건 없으니까.. 나는 쓰러진 레나의 몸을 흔들어보았다. "레나, 지금 장난치는 거 아냐? 맨날 잘난 체만 하더니, 진짜 그런 놈들에게 당한 거야?" ..흠, 이런 식으로 말했다가 만의 하나, 만 중의 만의 하나라도 레 나가 지금 장난치고 있는 거라면 며칠간은 둘의 놀림거리가 되겠군. "..장난인거 다 아니까 그만하고 일어나라니까?" 레나의 몸이 움찔거렸다. 사후경직인가? 아냐, 이 녀석 진짜로 살아 있는 거 아냐? 물론 확률은 전자가 높지. 그래도.. 혹시나 싶어 레나 의 눈동자를 까뒤집어 놨지만 동자가 없는 걸로 봐서 확실히 죽은 상 태다. 아니아니, 눈동자가 보이지 않으면 죽었다는 내용은 책에서밖 에 안 본 건데, 확실한가? 손톱을 눌러 봐서 색이 변하지 않으면 죽 은 거라는 말도 들어본 것 같고.. 맞아, 케인은? 이 오우거 녀석은 체력이 좋으니까 피를 좀 흘리더라도 숨이 붙어 있을 확률은.. "그만해요. 라엘." 막 케인을 흔들어보려고 몸을 옮기는 내 어깨에 부드러운 손 하나가 닿았다. 이리스 선생님인가? 고개를 돌리자 이리스 선생님만 있는 게 아니라 아까 싸우던 부모님 들이랑 마을 사람들 전부가 내 주위에 몰려 있는 게 보였다. 싸움 벌 써 끝났나? "저들은 이미 죽었어요. 부정해봐도 그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예요." "하지만.." 의외의 경우라는 건 언제나 있는 법이잖아! 용사들이나 모험가의 이 야기를 읽어봐도 죽었다 살아났다는 내용은 단골 중에 단골인데, 모 험가 지망생이라도 그런 경우는 한번쯤 있을 수 있는 거 아냐? "충격이 너무 커서 제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라엘 아버님, 일단 저희 집에 데려가주세요. 다른 분들은 케인과 레나의 시체를 수습해 주시고요." ..내가 미친 것처럼 보이나? 뭐 시체를 잡고 흔들어댔으니 그렇게 보일지도 모르지만, 난 지금 지극히 정상이라고! 나는 날 붙잡으려는 아버지의 손을 있는 힘을 다해 쳐내버렸다. "당신들이 뭘 알아! 이게 지금 누구 때문에 이렇게 된 건데!" 왜 날 나가지 못하게 한 거지? 내가 갈 수만 있었다면, 내가 준비해 놓은 물건들만 거기 있었으면.. 하지만 내 외침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아버지와 빵집 루즈 아 줌마가 양쪽에서 내 어깨를 붙잡고 날 번쩍 들어올린 것이다. "레나! 케인! 안돼요! 이거 놔요!" 내가 생각해도 내가 제정신은 아닌가보다. 내 생각과는 아무 상관 없는 말들이 입에서 마구 나오는걸 보면. --------------------------------------------------------------- 안녕하세요? 프란입니다. 언제나 그렇듯, 모두가 연중이라고 생각할때쯤 되면 쪼르르 나타나 서 한 회 올리고 다시 잠수하는 생활의 연속이군요; 거의 2회 분량을 썼었는데, 중간에 컴이 다운되서 1.5회 분량으로 줄 어버린 덕에 그냥 하나만 올립니다; 이전 : 64 : [M/F]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외전 5 (written by 백청이) [64] [M/F]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외전 5 어느 소년의 이야기. - To. Forgetten my Stars.. <라그시안 전기 3부- The means of Freedom 外傳> ---------------------------------------------------------------- 밤이 깊어갔다. 어두워서 앞이 안 보이는 걸 가지고 어둠은 만물을 공평하게 덮어준 다는둥 웃기는 소리를 지껄이는 놈들도 있지만 내 눈에 보이는 어둠 은 그저 앞을 가리는 장벽의 의미 외에는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았 다. 어느 정도 정신을 추스렸을 때쯤에야, 나는 케인과 레나가 죽었다는 현실을 인식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내가 해야 할 일도. 처음부터 멍청한 짓이였다. 우리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 단순히 우리를 낳았다는 이유만으로 우리가 자신들의 손바닥 위에 올 라가 있는 것처럼 생각하는 바보들의 말을 따르며 살았던 것은. 그 멍청함이, 지금 두 친구의 죽음이라는 형태로 보답받은 것이다. 아니, 그들은 자신의 생각이 옳은 것이였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정말 어쩌면, 그것이 옳을지도 모른다. ...그들이 틀렸다는 것을 보여주고 말 것이다. 우리가 단순히 그들 이 시키는대로 움직이는 인형이 아니였다는 것을, 진실을 모르고 있 는 것은 오히려 그들이라는 것을, 우리 셋이 진정한 동료였음을 증 명해야 한다. 복수라던가 슬픔이라던가 하는 것 보다도 지금 내 마음 속을 꽉 채우고 있는 생각은 그것이였다. "라엘..?" 놀란 듯 아리스 선생님이 내 이름을 불렀지만 나는 대답하지 않고 문을 열었다. "라엘!" 선생님이 뒤에서 쫓아오는 소리가 들렸지만 남자의 발걸음을 따라올 수 있을 리는 없다. 한달음에 우리 집까지 달려온 나는 집 마당에 묻 어두었던 철사줄과 기름병들을 꺼내 챙겼다. 다행이 그것들이 여기 있다는 것은 아버지도 몰랐던 모양이다. 준비물은 다 챙겼으니 이제 필요한 것은 내 마법서뿐. 나는 문을 열 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라엘?" 똑같은 반응이군. 방 안에는 나와 레나, 케인의 부모님 여섯 분이 모여서 뭔가 이야기 를 나누고 있었다. 앞에 술병이나 먹을 게 하나도 없는 걸로 봐서 과 히 좋은 분위기는 아니였나 보다. 하지만 그건 상관없는 일이다. "너 몸은 괜찮니? 이리스 선생님이.." "내 몸 걱정 안해도 되니 빨리 마법서 내놔요." "뭐..?" 이런 말투, 아버지한테 써본 건 처음이다. 저렇게 눈이 동그래지는 것도 무리는 아니겠지. "너 지금 아버지한테 그게 무슨 말투냐?" "시끄러! 아직도 누구 때문에 케인과 레나가 그 꼴이 됐는지 모르는 거예요?" 내 고함에 다른 사람들이 순간 움찔하는 게 눈에 들어왔다. 지금 내 표정이 어떨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그리 인자하지는 않을 것이 다. "빨리 내놔요. 빼앗기 전에." "뭐가 어쩌고.." 아버지가 막 입에 거품을 물기 전에 어머니가 그 앞을 가로막고 나 섰다. "그래, 알았다. 돌려주마. 그런데, 그걸 어디다 쓰려고?" "그게 무슨 상관이예요?" 얼이 빠진 듯한 나머지 네 사람을 돌아본 어머니는 한숨을 쉬며 고 개를 끄덕였다. "그래, 잠시만 기다려라. 그리고 여보, 지금 저 아이도 많이 힘들 거예요. 너무 그러지 말아요." 내가 지금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일단 진정시켜보겠다는 거로 군. 뭐 이 사람들이 날 어떻게 생각하던 그건 상관없다. 어쨌던 지금 은 마법서를 돌려받아야 했다. 잠시 후 어머니는 방에 숨겨져 있던 내 마법서를 찾아서 들고 나왔 다. 그걸 받아든 나는 말없이 그 방을 빠져나왔다. "얘야! 어딜 가려고?" 밖에 놔두고 들어갔던 짐들을 챙긴 나는 도망치듯 마을 밖으로 뛰기 시작했다. 아니, 진짜로 도망치는 것이였다. 마법을 쓸 수 없는 지금 마을 사람들이 날 잡으러 오기라도 한다면 도저히 몸을 뺄 방법이 없 어진다. 아니나다를까 아버지와 레나의 아버지 둘이서 내 뒤를 쫓아왔지만 다행이도 둘다 산길에 밝은 사람은 아니니까 금방 따돌릴 수 있었다. 이제 클레맹 산으로 가는 거다. 어제 두 명의 동료가 하려고 했다 실패했던 일을 내 손으로 마무리하기 위해서. * * * "불이야!" 놈들의 꼴은 그야말로 난장판이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었다. 무기를 들고 뛰어나오는 사람, 물 대신 맥주를 불붙은 나무에 뿌리는 녀석, 속옷도 제대로 못 입은 채 달려나오는 놈들에 부상을 입어서 간신히 기어나오는 것들까지. 열 두어명 남짓밖에 남지 않은 산적들은 우리가 세웠던 원래 계획 대로 마을로 통하는 좁은 길을 향해 달려나왔다. 부상자를 빼면 열 명 정도. 방 안에서도 비명소리가 들리는 것으로 봐서 사람이 남아 있나보다. 역시 동료애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는 녀석들이군. 주위를 가득 메운 시뻘건 불길에 비쳐 주위의 풍경은 마치 붉은 유 리창 너머로 바라보는 것 같았다. 아니, 마치 피빛으로 물든 풍경 이라고나 할까. 불길은 하늘 끝까지 치솟을 듯 맹렬하게 타오르고 있 었다. 원래대로라면 불길은 최소한으로 하고 녀석들을 혼란시키기 위해 환영마법과 레나, 케인 커플의 공격으로 녀석들을 길 쪽으로 몰아 넣어야 했지만 이제는 그 방법을 쓸 수 없었다. 그래서 내는 어쩔 수 없이 산채 주위를 빙 둘러 불을 질러야 했다. 그러지 않으면 놈 들은 도망치는 대신 불길을 잡으려 달려들 테니까. 그게 번져서 산 전체를 날려먹던 그건 이제 내 알 바가 아니다. 남은 사람들이 알 아서 하겠지. 아까 던져둔 기름병 덕분에 이제 통나무로 된 건물 자체도 진화가 불가능할 만큼 타들어가고 있었다. 그 속에서 간신히 재물들을 건 진 산적들은 그것들을 한아름씩 들고 이 쪽으로 도망쳤다. 이제 다음 단계인가. - 쿠쿵! 밧줄로 지탱하고 있던 작은 나무 몇 그루가 쓰러지면서 길을 막아 버렸다. 힘으로 밀어버리면 못 치울 정도로 큰 건 아니였지만, 일 부러 잔가지가 많은 녀석을 골라 기름을 발라둔 거라 손도 못 댈 정도로 맹렬하게 불길이 일어나고 있었다. 마치 파이어 월(Fire w all)로 길을 막아버린 것 같았다. "젠장!" 녀석들이 혀를 차면서 옆 방향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길은 아니라 도 아직 불이 번지지 않은 나무 사이를 지나가 보려는 속셈이겠지. 내가 노리던 것은 바로 그 순간이였다. "어팩트 노멀 파이어(Appect normal fire)." 놈들의 발 밑에서 미리 뿌려둔 낙엽과 기름이 한꺼번에 타오르며 사람 키만한 불길이 솟아올랐다. 비마법적인 불을 다루는 어팩트 노멀 파이어 주문은 불을 일반적인 경우보다 몇 배로 맹렬하게 일 으킬 수도 있었다. 물론 그만큼 탈것이 더 소비되겠지만. 거의 폭발에 가까운 불길에 휩싸인 산적들이 비명을 지르면서 바 닥을 굴렀다. 삽시간에 불덩어리가 되어버리는 패거리들을 본 나 머지 놈들은 거의 패닉상태가 되어 미친 듯 도망치기 시작했다. "판타지멀 포스( )." 놈들의 등 뒤로 다시 불꽃의 벽이 솟아올랐다. 물론 환영이지만 저들은 전혀 그 사실을 알 수 없을 것이다. "갖혔다!" 놈들 중 하나가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정확히 표현했다. 그리고 그 외침이 신호탄이 되어 놈들은 가진 것을 모조리 내팽 치고 숲 쪽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뿐이였다. 이곳은 길 중에서도 특히 숲이 울창한 곳이 였고 그나마 사람이 지나다닐만한 공간에는 아까의 마법으로 인한 불이 아니면 내가 몇 시간동안 고생해서 만든 덫과 철조망으로 둘 러쳐져 있었다. "끄아악!" 기름병을 뒤집어쓴 산적 하나가 미친 듯 구르면서 옷을 벗어던지 려했다. 하지만 화마(火魔)는 인정을 두지 않았고, 이 불바다 속 에서 기름에 젖은 놈은 순식간에 불덩어리로 변하고 말았다. 내 쪽으로 달려오던 산적 하나가 철조망에 걸리자 잔뜩 당황해서 는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내 몸은 내가 생각해도 놀라울 정도로 부드럽게 움직였다. 푸욱- 단검이 인간의 살을 파고드는 느낌은, 외외로 무덤덤했다. 지우개 를 조각칼로 자를 때와 비슷한 살덩어리 특유의 감각이 단검날을 타고 전해지는 것 외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인간을 찌르는 느낌이 특별하다거나 쾌감을 느낀다는 사람은 아무래도 어딘가 비정상인가 보다. 아니, 내가 비정상일 가능성이 더 높지만. 패닉에 빠진데다가 불길 때문에 다른 녀석들은 내 모습을 보지도 못하는 것 같았다. "제길.." 그렇게 세 명을 더 죽였을 때, 갑자기 한심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겨우 이런 놈들 따위에게 레나와 케인이 비참한 꼴로 살해당했단 말인가? 이 따위 것들에게? 내가 아버지의 외출금지를 무시하고 그 자리에 갔었다면.. 마법서 가 없더라도 그냥 집에서 뛰쳐나와 둘을 도왔다면 과연 그 둘이 그 렇게 되었을까? "적이다!" 누군가가 그제서야 날 본 듯 외쳤다. 하지만 너무 늦었어. 이미 네 주변에는 아무도 없다고. 내 손에 들린 피묻은 단검을 본 녀석이 당황한 듯 주위를 둘러보더 니 공포로 도배된 듯한 표정을 지었다. 저급한 놈들. 하지만 녀석은 상대가 나 하나뿐이라는 걸 알아챘는지 살기어린 미 소를 띄며 도끼를 꺼내들었다. 하긴, 내가 한 뼘도 안 되는 단검을 꺼내본들 산적들 겁먹게 할 인상은 아니다. "!" 순간 내 눈에 불똥이 튀는 것 같았다. 못 알아볼 리는 없다. 불빛에 비쳐 은은한 붉은빛을 뿜어내는 저 배틀 엑스는 틀림없는 케인의 마 법 도끼다. 저 자식, 죽여 버리겠어! "매직 미사일(Magic missile)." 빛줄기 한 가닥이 유성처럼 꼬리를 끌며 놈의 안면을 향해 날아갔다. 꽤나 멋있어 보이긴 하지만 잔상이 길다는 건 내 마법 제어가 미숙하 다는 뜻도 된다. 그 사실을 잘 알기 때문에 나는 단검을 고쳐 쥐고 놈 을 향해 뛰어나갔다. 저 정도 마법이라면 충분히 피해낼 수 있겠지만 분명 빈틈이..응? 퍼엉! 놈은 매직미사일을 보고 놀라서 뒷걸음질치더니 그대로 매직미사일을 안면에 얻어맞아 버렸다. 뼈가 깨지는 소리가 나면서 놈은 그냥 뒤로 넘어가버렸다. 순간 허탈해진 나는 그 자리에 멈춰 녀석을 멍하니 바라보아야 했다. 걸핏하면 도끼로 마법화살을 쳐내버리던 케인이나 가뿐하게 피해버리 는 레나에게 익숙해진 탓이였을까. 어쨌던, 아마도 산적단의 두목임 에 틀림없는 자의 실력이 이 정도밖에 안 되다니. 너무나 억울했다. 겨우 이런 놈들에게... 이런 놈들에게 레나와 케인 이 죽어야 했다는 게. "으아아악!" 나는 들고 있던 단검을 그대로 쓰러진 두목 놈의 가슴에 찍어버렸다. 피가 튀며 놈의 몸이 꿈틀하는 게 느껴졌다. "흐흑..." 눈앞이 희미해진다. 눈물이 흐르는 건가? 피범벅이 된 두목 놈의 가 슴 위로 눈물 방울이 떨어졌다. "흐...제길!" 이럴 시간이 없다. 여기서 빠져나가지 않으면 나까지도 이 불바다 속 에 갖혀 버릴 게 분명하다. 내 손이 녀석의 허리춤을 뒤졌다. 주머니에 찔러넣은 레나의 은단검 을 찾아내는 데는 별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친구들의 유품을 찾은 나 는 미련없이 그 자리를 빠져나와 달리기 시작했다. * * * "...." 클레멩 산이 불타오르고 있었다. 아마도 그 속에 있던 산적들과 산채 는 깨끗하게 불타버렸을 것이다. 살아남은 놈이 한둘 있을지 모르겠지 만 그 정도로 다시 이 마을을 공격하진 못하겠지. 레인 아저씨도 있고, 한번 된맛을 봤으니 자경단 비슷한 거라도 구성하던가. 이제 마을로 돌아갈 수는 없다. 그럴 생각도 없고. "... 그대는 내 마음을 아시나요. 그 날 영원에 걸고 맺은 맹세를 깨트리고 돌아간 그대는 내 마음을 아시나요. 당신은 이제 날 볼 수 없겠죠. 대지로 돌아간 그대를 붙잡지는 않겠어요. 하지만 함께 한 나날들이 나에게 행복이였다는 것만은 기억해줘요." 마을에 음유시인이 들렸을 때 레나가 배워서 늘 부르던 노래였지. 꽤나 유치한 대사라고 생각했는데.. 그래, 결국 나도 동료를 잃는 고통을 경 험한 모험자가 된 건가. 이런 꼴로 쓰러진다면 그녀석들, 하늘에서도 날 놀려먹겠지? "레나..케인.." 나는 몸을 일으켰다. "산 사람에게는 산 사람이 갈 길이 있겠지. 하지만 내가 어떤 길을 가 더라도, 너희들의 기억을 잊지는 않겠어. 약속할게." 바람이 불어왔다. 무엇에도 제약받지 않고, 그렇기에 무엇도 구속하지 않는 프리시안의 의지가 내 몸을 감싸는 것이 느껴졌다. "자, 이제 어디로 갈까?" 옛날부터 가보고 싶은 곳이라면 단연 현자학원 아르케미시아겠지. 촌구 석 마법사들이 꿈에서라도 가보고 싶어하는 곳. 빙설의 현자 필 레센이 라는 작자는 대체 어떻게 생겨먹었을지 궁금한걸. 나는 다음 목적지를 향해 걸음을 내딛었다. - End - --------------------------------------------------------------- 안녕하세요? 프란입니다. 드디어 예정보다 두 배는 길어진 듯한 외전을 끝내게 되었네요; 꼭 써보고 싶은 내용이였지만, 이래저래 미루다 보니 외전 하나 쓰 는데 거의 한 달이라는 시간이 지나갔군요 (--) 외전이나마 처음으로 완결이라는 걸 해보는 느낌, 꽤 괜찮네요. 후기 에 쓰고 싶은 말은 많았는데 왠지 하나도 떠오르지도 않고; 어쨌던 열심히! +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The Means of Freedom - 外傳 3. 第四章 - 밝혀지는 음모(陰謀).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음모의 진실은 밝혀지고.. ---------------------------------------------------------------- "여기쯤이였죠?" 예련이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무공이 거의 전폐되다시피 한 예련 에게는 고수들의 발걸음을 따라오는 것만 해도 고역이였다. "아마도요." 염신은 예의 여유 넘치는 표정으로 앞에 서 있는, 어림잡아 오백 년은 되어 보이는 고목을 바라보았다. 날씨만 정상이라면 장님이 아 닌 담에야 못 찾아낼 표식은 아닐 것이다. 조금 쉬자는 예련의 주장에 따라 모두는 적당한 곳에 앉아 -옷이야 다 버린 지 옛날이니 상관없었다.- 일행을 기다렸다. 그리고 잠시 후 그들이 기다리던 사람이 나타났다. "암호!" "그런 거 없어." 예련이 대답하자 수풀이 흔들리더니 흑의차림의 청년이 모습을 드 러냈다. "암호가 없는 걸 아는 거 보니 맞게 찾아온 모양이군요." "..하지만 암호가 '없어' 라니. 정말 하 선녀의 작명법에 대해서는 감동밖에 하지 못하겠군요." "뭐, 간단해서 좋잖아요." "남궁소저도 하 선녀랑 닮아가나보군요." 모습을 드러낸 흑의인은 총 삼십육 명. 예련이 어찌어찌해서 얻게 된 신풍검대의 최정예 멤버들이였다. 신풍검대의 의상은 원래 백의 또는 청의였지만 예련은 잠입작전에 흰옷을 입고 뛰어들 만큼 바보 는 아니였다. "그런데 저쪽은?" 염신이 신풍검대원들의 뒤쪽을 가리켰다. "..제 이십사 염화들이예요, 공자님. 무공은 대단하지 않지만 이곳 의 지리는 어느 정도 알고 있으니 도움이 될 거예요." "흠, 그런가?" "..." "하지만 정찰하기에는 너무 많은 인원이 아닐까요?" 철운비가 입을 열었다. "뭐, 그렇긴 하지만 아무래도 우리 여섯이 하룻밤새에 돌아보기에 는 너무 넓은 공간이니까. 어떻게던 손을 빌려야지." "예." 철운비의 걱정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사람이 많아질수록 감시망에 걸릴 확률이 올라가는 건 당연한 노릇이므로. "그럼 신풍검대 삼 인과 염화 이 인이 조를 지어서 움직이고, 구역 은 미리 정해준 그대로. 비 때문에 시야가 엉망이니까 이 점을 잘 이용하고, 절대 무리하지 마. 한 명만 잡혀도 경계가 발동하면 전 원이 끝장니까. 차라리 자기 구역 못보고 와도 좋으니까 잡히진 말 라고. 알았지?" "예!" "그럼 만나는 시간은 정해둔대로 다섯 시진 후, 제 2지점으로 하자 고. 이곳은 비가 그치면 감시망의 범위에 들어갈수도 있으니까." "예!" 신풍검대가 합창하듯 대답했다. 개성있는 대답을 원했던 예련은 조금 실망했지만 저 엑스트라들에게 더 이상을 바라는 게 무리임을 곧 깨닫고 말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각자 할일 시작해!" "예!" ..라고는 했지만, 신풍검대 멤버들은 예정에 없던 염화들과 조편성 을 하느라 허둥지둥하고 있었다. (--) 한숨을 내쉰 예련과 철운비, 사유화와 염신이 나서 대강 조를 짠 다음에야 그들은 어둠 속으로 다시 사라졌다. "...도대체가 폼이 안 나잖아.." 이번에는 모두가 공감의 뜻을 나타냈다. "유화 언니!" 막 자리를 뜨려던 염화 하나가 고개를 돌렸다. "일소(一少), 왜 그러니?" "...몸조심하세요." 일소라고 불린 아이는 그 말만 마치고 후다닥 뛰어 숲 속으로 사라 졌다. "..저 애, 왜 저러지?" 사유화가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그냥 어린애라서 그러려나 하고 생 각을 접어 버렸다. 하지만 예련의 표정은 조금 이상했다. "하 소저, 뭘 그리 쳐다보는 거요?" "염 대협, 당신은 사람을 볼 때 몸의 어디부터 가장 먼저 보죠?" "응? 아, 그야 얼굴부터..아닌가?" 느닷없는 질문에 염신이 더듬거리면서 대답했고, 사유화는 해괴한 것이라도 보는 듯한 표정으로 예련을 돌아보았다. "..메스. 메세지(Mass. Message)." 예련의 주문이 발동되었다. - 신풍검대 전원에게 알린다. 조금이라도 수상한 낌세가 보이면 아무 생각하지 말고 무조건 도망가도록. 확증은 없지만 매복 의 가능성이 있다. 반복한다. 수상한 흔적을 발견시 이유불문 하고 그 자리를 벗어나라. "?" 예련의 메세지를 듣지 못한 일행은 의아하다는 눈으로 그녀를 바 라보았다. 하지만 예련은 아무 말 없이 일행의 뒤를 따랐고, 그래 서 아무도 그 말의 의미에 대해 물어보지는 못했다. * * * "그러니까.. 귀하의 말은 오십여 명이 넘는 무림맹의 개들이 이 철성(鐵城)에 다가와 있단 말이오? 우리의 감시망을 뚫고?" 쾅! 하는 소리와 함께 흑단으로 만들어진 탁자가 움푹 파였다. 놀라운 장면이였다. 물론 이런 일이 내공만으로 가능할 리야 없 지.. 상대의 주먹에 닿은 흑단이 치지직하는 소리를 내며 녹아들 어가는 것을 본 염마(艶魔) 배리는 코웃음쳤다. "물론 이곳 철성의 감시망이 천하에서 가장 뛰어남을 의심하지는 않소. 하지만 이런 폭우 속에서는 어떤 절세고수라도 시야가 좁아 지는 건 당연하지? 안 그런가?" "흠..그건 사실이오." 큰소리를 치고 있지만 사실 철성의 감시책임자인 그는 초 단위로 들려오는 감시자들의 교대와 기관의 파손 소식 때문에 제 정신이 아니였다. 어지간한 기관이나 진은 아예 물에 떠내려가고 있는 판 이다. 이런 상황에서 감시망이 그나마 제 기능을 하고 있다는 것 만으로도 그는 결코 무능한 자는 아닐 것이다. "내가 방금 말한 십이 개소에 병력을 배치하면 그들 모두를 일망 타진할 수 있을 걸세." "흠.." 빌어먹을 남창놈! 배리의 희고 가느다란 손가락이 움직이는 모습 을 보던 사내는 올라오는 욕지기를 가까스로 참아냈다. 철성의 감 시는 자신에게 전권이 위임되어 있다. 마치 자신을 부하 다루듯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꼴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것은 지금 그가 침입자들의 위치를 훤히 꿰고 있었고, 자신 이 그의 비위를 거슬리면 그것을 말해주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 때문이였다. 전권 위임이라는 것은, 침입자가 내부까지 들어오는 것에 대한 모든 책임 역시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뜻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 자의 말을 따라야 했다. "그런데, 상부에는 보고했소?" 배리가 피식 미소를 지었다. 과연 이것이 남자의 미소란 말인가? 믿기 어려울 만큼 요염한 그 모습을 본 사내의 가슴이 북채로 두들 긴 듯 흔들렸다. "이런 숫자를 가지고 상부에까지 일일이 보고해야겠소? 이 정도면 그대 선에서 처리하는 게 현명하다고 생각했소만, 정 그렇게 말한 다면 곧 보고하겠소." "아, 잠시만!" 그제서야 말뜻을 알아들은 사내가 손을 내저었다. 배리는 전공을 독차지하려고 하고 있는 것이였다. 그리고, 그것은 자신도 원하는 바였다. "지당한 말씀을. 곧바로 병력을 보내겠습니다." 배리의 입가에 걸린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 * * 별로 특별한 것은 보이지 않았다. 온통 시꺼먼 금속인지 돌인지 모를 재질로 만들어진 거대한 성이 분지 한가운데 화산처럼 솟아 나 있는 모습만 뺀다면. 산 한가운데를 눌러서 산을 분지로 만들 어버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중압감을 느끼게 만드 는 그 흑성(黑城)은 이곳이 마교의 총단임을 하늘에 대고 외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일행에게 중요한 것은 건물 자체가 아니라, 그곳에서 하 고 있는 일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였다. "조금만 더 다가가볼까요?" "흠..아뇨. 일단 이곳이 마교 총단이라는 것을 증명할만한 것만 찾으면 돌아가기로 하죠. 느긋하게 대책을 세운다고 저 성이 어 디로 도망가지는 않겠죠." "하지만.." 도화령이 아쉬운 듯한 표정을 지었다. 한 발짝만 더 가면 뭔가 큰 걸 낚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저 거대한 흑성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그런 생각을 가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였다. "도 대협 말도 일리가 있습니다. 여기까지 와서 그냥 돌아가는 건 시간낭비일겁니다." "맞아. 왜 그리 겁이 많아?" "칫, 겁없는 것만큼 위험한 게 없어." 예련은 입술을 내밀고 투덜거렸지만 마땅히 그들을 말릴 방법 은 없었다.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불안감은 자신이 생각하기에 도 너무 근거가 없는 것이였으니까. 하지만 예련에게 단 10초 앞을 내다볼 수 있는 예지력이 있었 더라면 그녀는 두말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도망쳤을 것이다. "멈춰라!" "!" "뭐야?" 질문은 무의미한 것이였다. 이미 그들 주위를 수십의 인영이 둘러싸고 있었으므로. ---------------------------------------------------------- 그러고보니 이틀간 안올렸네요; 늦어서 죄송; - 허접 프란이였습니다; 오늘의 마법~#: Pass.. +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The Means of Freedom - 外傳 3. 第四章 - 밝혀지는 음모(陰謀).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음모의 진실은 밝혀지고.. ---------------------------------------------------------------- "매복인가?" "세살먹은 어린애라도 그 정도는 알 수 있어." 남궁란이 쏘아붙이며 자세를 잡았다. 역시 백전노장들답게 그들은 기습에도 당황하지 않고 서로서로 등을 맞대는 형태로 진형을 짜고 그들과 대치했다. 폐부를 찌르는 듯한 예리한 살기(殺氣). 도화령은 이 싸움에서 곱 게 빠져나가는 것은 힘들 거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이쪽에는 벽운선녀 하예련이 있으니 어떻게던.. 잠깐, 하 소저는 지금? 일행은 지금 여섯 명 모두가 둥글게 서서 서로 등을 보이고 있는 상태. 문제는 지금 무공을 거의 쓸 수 없는 예련도 다른 사람과 똑 같은 자세로 서 있다는 것이였다. 미처 예련을 일행 중앙에 놓고 보 호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 것이다. 그동안 예련이 보여주었던 각종 기적에 가까운 선술들은 작가와 독 자뿐만 아니라(--) 그 일행들에게도 예련의 능력에 대한 착각을 일 으키고 있었다. 예련의 마법은 주문을 외울 시간이 없다면 아무런 쓸모도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이 노출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예련이 급히 몸을 돌렸지만 이미 한 발 늦은 동작이였다. "쳐라!" 당했군. 가슴 언저리에서 화끈한 느낌이 전해졌다. 놈들 중 하나가 자신을 노리고 암기를 던지는 모습은 어렴풋이 볼 수 있었지만, 예련의 눈에는 암기가 날아오는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반사적으로 몸을 최대한 돌렸지만 한참 늦은 동작이였다. "하 소저!" 도화령이 소리를 질렀지만 그에게는 예련을 부축할 시간도 없었다. 자신에게로 날아오는 한 무더기의 암기를 강기를 일으켜 쓸어내버린 도화령은 이를 악물고 흑의인들을 향해 돌진했다. 가만히 서 있다가 는 암기의 표적이 될 뿐이였다. "광화유명(狂火幽鳴)!" 도화령의 검에서 수십 가닥의 불꽃 같은 검기가 사방으로 흩날렸 다. 불길을 뚫고 도화령의 검을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의 검이 수면에 비친 달그림자처럼 흐릿하게 일렁이는 모습에 감탄했을 것이다. 예상 외의 강력한 공격에 흑의인들은 검을 나란히 세우고 불꽃의 검기에 맞섰다. 폭음이 연이어 울리며 흑의인들의 스크럼이 뒤로 주 르륵 밀려나갔다. "여기도 있다!" 폭음과 불꽃 사이를 뚫고 모습을 드러낸 것은 남궁란이였다. 도화 령의 큰 기술이 시야를 가리는 사이 뛰어든 것은 실로 유효적절해 서, 그의 신형은 순식간에 흑의인들의 코앞까지 도달했다. 남궁란의 주특기인 권법이 최고의 위력을 낼 수 있는 거리였다. 도화령의 경 우처럼 힘을 합쳐 받아낼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닌 남궁란의 검법 은 순식간에 서너 명의 흑의인을 쓰러뜨렸다. "저 친구들, 멋진 합동공격인걸? 짜고 한 건 아니겠지.." "괜찮습니까?" "예. 이쪽은 걱정 말고 모두 나가서 길을 뚫으세요." "하지만 그러면 하 소저는.." 예련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저는 무공을 거의 잃은 상태예요. 경공조차 제대로 쓰지 못하는 몸으로 여러분들과 함께 도망쳤다가는 방해만 될 뿐입니다." "하지만.." 철운비가 뭐라고 말하려 하다가 입을 다물어버렸다. 자신들도 제대 로 탈출하기 힘든 판에 무공도 없는 예련을 데리고 가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저 혼자 남으면 어떻게던 선술로 몸은 뺄 수 있어요. 걱정말고 도 망치세요." "...알겠습니다." "칫, 혼자 잘난 체는 다 하는군." "유화!" 염신이 빈정대는 유화를 책망하듯 바라보았다. "..조심해요!" 예련의 외침을 듣고 뒤를 돌아본 철운비가 날아드는 낫 비슷한 기 병(奇兵)의 날을 장력으로 쳐냈다. 어느세 예련과 염신 등이 있는 쪽으로도 흑의인들이 달려들고 있었다. "그 말, 책임져야 합니다." 날아드는 환도(環刀)의 날을 손으로 받아내며 그 무기의 주인을 깨 끗한 업어치기로 메다꽃아버린 염신이 예련 쪽을 바라보았다. "이곳을 돌파하면 신풍검대의 인원들과 함께 약속된 지점에서 기다 리죠. 꼭 그곳으로 와야 합니다." "..그러죠." 예련의 대답을 들은 염신은 그대로 도화령과 남궁란이 싸우는 쪽으 로 몸을 날렸다. 그 뒤를 사유화가 따랐고, 철운비는 잠시 주저하더 니 예련을 한번 바라보고는 그쪽으로 달려갔다. "..." 일행이 다 나간 것을 확인한 예련이 고개를 휘휘 내저었다. 벌써 시야가 흐릿해지고 있었다. 독인가..? 간신히 저쪽에서 싸우고 있는 일행에게 눈의 촛점을 맞춘 예련이 그들을 향해 손을 뻗었다. "....블레스(Blass). 스트라이킹(Striking). 체인 캐스팅(Chain ca sting). 프로텍트(Protect), 메스.컨퓨전(Mass. Confusion)." 예련을 제외한 일행 다섯 명의 몸이 희미한 빛에 감싸였다. 그러고 보니, 중원의 무공 사용자들에게 보조마법을 쓸 경우 전투력 향상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는 실험해 본 적이 없군.. 예련은 쓴웃음을 지 으며 마지막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하지만 흑의인들은 바보가 아 니였고, 예련은 마지막으로 쓰려던 인비지빌리티(Invisibility)의 주문을 절반도 외우기 전에 어디선가 날아온 암기에 혈도를 격중당 하고 의식을 잃었다. "하앗!" 창을 휘두르던 흑의인은 목표인 남궁란이 갑자기 시야에서 사라지 자 당황했다. 그리고, 자신과 코가 맞닿을 정도의 거리에서 나타난 남궁란이 자신의 팔을 붙잡아 꺾어버렸을때는 자신의 눈을 의심해야 했다. 남궁란은 흑의인의 팔을 붙잡은 상태 그대로 몸을 돌렸고, 그쪽을 향해 날아오던 검은 붙잡힌 흑의인의 몸을 관통해버렸다. "역시 하 소저의 선술은 대단하군." 몸에 묻은 피를 털어내며 남궁란이 중얼거렸다. 자신들의 공격이 상당히 강해진 것은 둘째치고, 예련의 주문으로 보이는 기(氣)의 흐 름이 흑의인들을 덮친 이후 놈들의 움직임이 눈에 띌 정도로 혼란스 러워졌다. 간신히 진형을 유지하고 있는 흑의인들을 깨부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사라락.. 면사가 살을 스치는 소리가 이 아수라장 속에서도 또렷하게 귀에 들어왔다. 면사를 벗어던진 사유화가 염마수라무를 전개하고 있는 것이였다. 예련의 컨퓨전에 타격을 입은 흑의인들은 사유화가 전개 하는 염마수라무를 견뎌내지 못하고 얼이 나가거나 이성을 잃고 허 공에 괴상한 몸짓을 하는 등 추태를 보이기 시작했다. "이쪽만 뚫으면 곧바로 숲 속으로 갈 수 있습니다!" 콰쾅-! 철운비가 양 손을 합장했다가 내뻗자 강력한 장력이 정면을 향해 뻗어나갔다. 소림의 복마장(伏魔掌)은 나한권과 마찬가지로 기본적 인 무공으로 알려져 있지만 오랫동안 고련하면 고련할수록 어떤 고 급무공에도 뒤지지 않는 위력을 발휘한다. "좋았어!" 장력에 의해 시야가 가린 틈을 이용해 남궁란이 앞쪽으로 대쉬했 다. "한번 써먹은 수법을 또 쓰려고?" "!" 앞에서 들려온 소리보다 동시에 느껴진 살기에 남궁란의 몸이 흠짓 했다. 그리고, 흙먼지와 폭발의 잔상을 뚫고 한 줄기의 섬광이 무서 운 속도로 날아들었다. "윽!" 남궁란은 황급히 몸을 돌렸지만 한 발 늦은 동작이였다. 흙먼지와 폭발의 잔상이 오히려 자신의 시야를 가린 것이다. 그 섬광은 남궁 란의 오른팔을 두부 자르듯 뼈까지 베고 지나갔다. "남궁 소저!" 베어진 오른팔에서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다. 팔이 완전히 절 단되지는 않았지만 간신히 근육의 한 부분만 몸에 붙어 덜렁거리는 팔은 차라리 절단된 것만 못했다. 남궁란은 신음을 내뱉으며 오른팔 을 움켜쥐었다. 팔이 절단된 것보다 간신히 붙어 있는 팔이 그 무게 때문에 몸을 움직일 때마다 뜯겨나갈 듯 덜렁거리는 것이 더 큰 고 통이였다. "저 목소리는..?" 사유화가 황급히 염마수라무를 멈추고 남궁란과 대치하고 있는 사 내 쪽을 바라보았다. 그 남자인지 여자인지 알 수 없는 외모의 사내 는 그녀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사람이였다. 그리고 그의 손에 들려 있는 흑의의 여인도. "배리..그리고 예련?" "..이 여자를 찾나?" 사내, 배리가 피식 웃으며 축 늘어진 예련의 몸을 앞쪽에 있는 바 위를 향해 집어던졌다. 외공(外功)이 없는 사람이 저만한 속도로 바 위랑 부딛친다면 분골쇄신을 면하지 못할 것이다. 남궁란은 자신의 상태조차 잊고 예련을 향해 몸을 날렸다. "아악-!" 남궁란의 입에서 처절한 비명이 터져나왔다. 북가죽을 찢어내는 듯 한 찌이익 하는 소리가 오른팔 언저리에서 들려왔다. 급히 몸을 움 직이자 그 속도를 이기지 못한 오른팔의 근육이 찢어지며 팔이 문자 그대로 뜯겨나가버린 것이다. 하지만 비명을 지르면서도 남궁란의 몸은 멈추지 않았다. 핏줄기가 뜯겨져나간 팔과 몸을 이어주기라도 하듯 허공에 뿜어져나왔다. -------------------------------------------------------------- 요즘 제 방이 울조 애들의 아지트가 되어간다는 ... --;; - 하늘 위에서 바라보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오늘의 마법~# : 스트라이킹(Striking) - 무기의 공격력을 올리는 성직자 마법. 이 마법이 걸리면 일반 무기로도 마법에만 상처받 는 몬스터나 언데드를 칠 수 있다. 프로텍트(Protect) - 방어력을 올리는 마법사 마법. 메스. 컨퓨전(Mass. Confusion) - 컨퓨전은 적을 혼란시키는 마법 으로, 저항에 성공해도 시전자와 대상자의 정신력 차이 에 따라 일정 수준 영향을 받는다. 제어마법 메스(Mass) 는 단일 개체를 목표로 하는 마법을 다수에게로 확장하 는 주문. +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The Means of Freedom - 外傳 3. 第四章 - 밝혀지는 음모(陰謀).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음모의 진실은 밝혀지고.. ---------------------------------------------------------------- 남궁란은 팔에서 전해지는 고통에 휘청거리면서도 몸을 날려 예련 을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예련의 몸이 날아드는 속도는 부 상당한 몸으로 받아내기에는 너무나 빨랐고, 남궁란은 예련과 함께 바위에 강하게 부딛치고 말았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의 몸이 나뒹굴었다. 남궁란의 몸에 서 흘러나온 피가 바위를 타고 흘러내렸지만 쏟아지는 비에 의해 핏줄기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크윽.." 떨어져나간 팔의 상처 부위를 빗방울이 무자비하게 유린했다. "남궁 소저!" 철운비가 두 사람 쪽으로 뛰어왔지만 어느세 속이 다 비쳐보이는 백의를 입은 네 명의 여인이 요염한 미소를 띄며 철운비 쪽으로 달 려들고 있었다. "배리! 네놈이!" 상대를 알아본 사유화의 입에서 노성이 터져나왔다. 배리와 그가 이끄는 염마 소속 정예들의 참전으로 전세는 순식간 에 불리해졌다. 단순계산으로도 적의 숫자가 배로 늘어난 것이다. "큭!" 도화령의 팔목에서 피가 터져나왔다. 남궁란을 제외하고 일행의 맨 앞에 서 있던 도화령은 흑의인들의 공격에 염마 최정예 취혼음대(취 혼음대)의 합공을 받아야 했다. 취혼음대의 여인들이 도화령 주위를 기묘한 자세로 재주를 넘듯 돌 때마다 보일 듯 말 듯 드러나는 여인 의 신비한 부분이 사내의 시선을 어지럽혔다. 이름 그대로 혼백을 앗 아갈 듯한 장면이였다. "취혼음대.. 배리 네가 음마(淫魔)로 선택되었단 말이냐?" 사유화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하필이면 이 녀석이라니.. 최악 의 장소에서 최악의 상대를, 최악의 형태로 만나게 된 것이다. "후훗, 자. 유화. 네가 그토록 얻고 싶어했던 음마의 힘이 어떤지 눈으로 볼 기회다. 고맙게 생각하라고." 배리의 몸에 허공에 녹아들듯 사라지더니 흐릿한 수십 개의 잔상으 로 흩어졌다. 사유화의 무공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공격. 힘 의 차이를 느낀 사유화는 급히 몸을 빼려 했지만 이미 흐릿한 부유 령을 연상시키는 배리의 잔상은 코앞까지 짓쳐들어와 있었다. 카앙! 맑은 쇳소리가 울리며 배리가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그의 공격을 막아낸 것은 다름아닌 염신이였다. "공자님!" "별 대단한 기술도 아니군. 대체 염마가 뭔데 유화가 저렇게 놀라 는 거지?" 염신이 왼손에 들린 삼절곤(三節棍)을 빙빙 돌리며 앞으로 나섰다. 다루기 까다로운 병기로 유명한 삼절곤이 염신의 손 안에서 마치 살 아 있는 듯 움직이며 배리를 향해 뻗어나갔다. "공자님! 위험해요!" "!" 사유화의 외침과 동시에 염신의 오른쪽에서 뻗어나온 무언가가 삼 절곤에 감겼다. 그리고 왼쪽에서는 소리도 없이 수십 개의 암기가 날아들었고, 정면에서는 배리가 강맹한 장력을 내쏘았다. 쏟아지는 빗줄기가 장력에 휘말려 흩어지는 모습만으로도 그 위력을 충분히 짐작할만했다. 염신의 허리께에 매달려 있던 또 하나의 삼절곤이 검도고수의 발검 술(發劍術)을 연상시키는 속도로 뽑혀나오며 배리의 장력에 부딛쳤 다. 내력이 실린 철제 삼절곤과 장력이 부딛치며 거대한 폭음이 터 져나왔고, 그 폭압에 의해 날아오던 암기들은 대부분 흩어져버렸다. 몇 개가 염신의 몸에 박히기는 했지만 치명상은 아니였다. 동시에 염신은 왼손을 힘껏 당겨 왼손의 삼절곤을 감고 있던 무기를 그 주 인 채로 끌어당겼다. 예상치 못한 대응에 상대는 흠짓했지만 침착하 게 균형을 잡고 자신의 병기를 회수했다. "자미! 예월!" 염신은 그제서야 상대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배리의 오른쪽에는 길이가 일 장은 될짐한 붉은 단발머리의 여인이, 왼쪽에는 수줍은 미소를 띈 백의차림의 소녀가 서 있었다. "탐화비사(貪花秘蛇) 두자미.. 사음소녀(四淫少女) 주예월.. 무림 삼대음녀 중 두 명이군." "네놈이 유화의 기둥서방이라는 그 염신이라는 녀석이냐?" 탐화비사 두자미가 채찍을 허공에 휘둘렀다. 그녀는 무림의 영재 (英材)들을 힘으로 제압해 취한 다음 처참하게 죽여버리는 것으로 유명한 사도의 고수였다. 아마도 무공만은 삼대음녀 중 제일이리라. 아마 입이 험한 것도 제일인듯하군.. 염신은 쓴웃음을 지었다. "둘 다 그만둬! 그 사람은.." "너야말로 정신 차려!" 자미가 사유화의 말을 가로막았다. "저런 남자 따위에게 빠져서 교단을 배반하다니! 흑접(黑蝶)이라는 별호가 아깝지도 않아?" "..배신자가 갈 곳은 지옥뿐이예요." 주예월의 목소리는 외모만큼이나 귀엽고 어려 보였다. 하지만 그녀 는 무림 전체를 통틀어서도 가장 악랄한 마두 중 하나인 것이다. 생 글거리며 앞으로 나선 주예월의 소매에서 네 개의 비도가 발출되었 다. "하지만.." "미안하지만 너랑 놀아야 할 상대는 따로 있어." 콰광! 사유화가 서 있던 자리에 장력이 떨어지며 땅이 움푹 파였다. 배리 의 공격이였다. "이.." 자신은 지금의 배리를 상대로 이길 수 없다. 염신은 자미와 예월 둘을 상대한다면 엇비슷하겠지만 그녀들의 옆에는 수십은 될짐한 부 하들이 있었다. 이제 일행을 포위하고 있는 사람들의 숫자는 거의 백여 명에 가까웠다. 기적이라도 일어나지 않는 한, 살아 나갈 가능 성은 전무. 그리고 기적을 일으킬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인 예련은.. 사유화는 예련과 남궁란이 있는 쪽을 살펴보기 위해 고개를 돌렸 다. 그 순간 짧은 빈틈이 생겼고, 배리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맹렬 하게 달려들었다. 사유화가 마지막으로 본 것은 예련을 안고 있는 남궁란을 향해 날아드는 두 개의 화살과 자신을 향해 쏘아져오는 배 리의 지풍이였다. "큭!" 두 발의 화살이 남궁란의 등에 꽃혔다. "잡아라!" 도망쳐야 해.. 남궁란의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는 것은 한 가지 생 각뿐이였다. 오른팔은 떨어져나갔고 왼팔로는 의식을 잃은 예련을 끌어안은 채로 남궁란은 있는 힘을 다해 몸을 날렸다. 양 손을 못 쓰는 상태로 사방에서 날아오는 공격에 대응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또다시 무언가가 남궁란의 몸을 스치고 지나가며 피가 튀었다. 자 신의 몸에 몇 개의 상처가 생겼을까? 과다출혈 탓인지 눈앞이 흐릿 하게 보였다. 거기에 겹쳐 쏟아지는 빗줄기가 남궁란의 체력과 체온 을 급속도로 뺏어갔다. 예련이 만들어 낸 폭우는, 얄밉게도 남궁란 의 온 몸에서 흐르는 피를 씻어버려 출혈이 멎는 것을 방해하고 있 었다. 비가 내리기 않았다면 남궁란이 입고 있던 야행의는 이미 혈 의(血衣)로 바뀌었을 것이다. "칭찬할만한 근성이군. 그런 상처를 입고도 움직이고 있다니.." 환청인가? 남궁란은 앞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무시하고 몸을 움직 였다. 생각에 따른 동작이 아니였다. 거의 본능적으로, 사고능력을 잃은 뇌에서 전해지는 명령에 따라 앞으로 걸음을 옮기는 것이다.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도망치는 건 불가능하다. 포기해라." 살기... 적인가? 남궁란은 휘청거리면서도 예련을 천천히 바닥에 내려놓았다. 하나 밖에 남지 않은 팔에 내공이 집중되기 시작했다. 남궁란의 최후절초 인 중압파령정(重壓破靈頂). 상대가 전투를 포기한 줄 알았던 흑의 인의 대장은 순간 당황하며 검을 내뻗었다. "하아아앗!" 콰아앙--! 녹색 강기가 남궁란의 왼손에 폭발할 정도로 맺히는 순간 정면을 향해 거대한 강기의 폭풍이 휘몰아쳤다. 흑의인들 몇몇이 강기에 휘 말리는 순간 거대한 망치로 얻어맞은 듯 전신이 산산조각으로 터져 나갔다. "헉, 헉.." 최후의 공력을 모조리 써버린 남궁란이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그 의 앞에는 직경 삼 장이 넘는 구덩이가 만들어져 있었다. 부상당한 몸으로 중압파령정을 제대로 제어하지 못하고 목표물이 아닌 그 앞 의 바닥을 날려버린 것이다. 그리고 폭발에 의한 후폭풍과 흙먼지를 뚫고 은빛 검광이 남궁란의 오른쪽 어깨에서 왼쪽 허리까지를 내리그었다. 피가 솟구쳤고, 남궁 란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휘청거리면서 뒷걸음질쳤다. 그리고 잠시 그렇게 서 있던 남궁란의 몸은 힘없이 무너져내렸다. "...죽었나?" 흑의인이 인상을 찡그렸다. 상대는 반드시 생포해야 할 대상이였 다. 급히 맥을 짚어본 흑의인은 남궁란의 심장이 미약하게나마 뛰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지만 이 상태로는 반 각도 버티지 못할 것이 다. 그는 급히 구급약을 꺼냈지만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피와 끊임없 이 쏟아지는 빗줄기 때문에 약을 바를 수조차 없었다. 인간의 몸 속 에 이렇게 많은 피가 들어 있던가? "젠장!" 흑의인은 그답지 않게 욕설을 내뱉었다. 남궁란이 죽는다면 교주의 명령을 어긴 자신의 목도 날아가리라는 것은 뻔한 일. 부하들 중에 쓸만한 영약(靈藥)이라도 가진 놈이 없는가 둘러보던 -말도 되지 않 는 소리였지만- 흑의인의 시선이 문득 쓰러진 예련에게 닿았다. "!" 예련은 죽은 사람도 살린다는 신묘한 의술의 소유자였고,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 쓸만한 약을 하나쯤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거기까 지 생각한 흑의인은 황급히 예련에게 달려가 그녀의 품 속을 뒤졌 다. 예련에게서 다섯 개의 작은 옥병을 찾아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 았다. 무엇인진 모르겠지만 벽운선녀라 불리는 하예련이 독약을 휴 대하고 있지는 않겠지.. 흑의인은 될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다섯 개 의 옥병에 담긴 액체를 모조리 남궁란의 상처와 잘린 팔 부위에 쏟 아부었다. "잡았다!" "뭐 하는 짓이야!" 염신은 자신의 팔에 매달린 소녀를 떼어내기 위해 힘껏 팔을 휘둘 렀다. 하지만 그 소녀는 떨어지기는커녕 나무덩굴처럼 염신의 몸을 자신의 몸으로 휘감듯이 매달려서는 떨어지지 않았다. "잘했어!" "죽엇!" 자미의 채찍이 맹렬한 속도로 날아들었다. 간신히 그것을 피해낸 염신은 자유로운 오른팔을 들어 소녀의 천령개를 내리치려 했다. 하지만 그 동작은 중간에서 멈추었다. 염신은 지금까지 여자를 해친 적은 단 한번도 없었고, 그 생각은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주예월의 비도가 염신의 심장을 향해 날아들었다. -------------------------------------------------------------- 나우는 주간연재모드.. - 하늘 위에서 바라보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P.s> 수정합니다; 남궁란이 잘려나간 팔은 오른팔입니다 ;;; +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The Means of Freedom - 外傳 3. 第四章 - 밝혀지는 음모(陰謀).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음모의 진실은 밝혀지고.. ---------------------------------------------------------------- "으음..?" 눈앞이 어질어질한게 영 상태가 안 좋았지만 그럭저럭 주위의 풍경 은 볼 수 있었다. 예련은 고개를 한번 크게 흔들어 정신을 가다듬고 는 자신의 앞에 있는 사람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뭐지? 눈이 부실 정 도로 밝은 빛 속에서 누군가 예련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정신이 드나요?" 역광을 받아 어렴풋한 실루엣만이 보였지만 그 목소리만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감미로왔다. "이런, 팔이 묶여 있군요. 풀어드리죠." 그의 손이 예련의 손。을 묶고 있는 쇠사슬 쪽으로 다가갔다. 예련 은 아무말 없이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고, 막 쇠사슬을 풀어내려 던 손은 잠시 멈짓하더니 위로 묶여 있는 팔에서부터 예련의 몸을 쓰 다듬듯 내려왔다. 그의 손이 스치는 곳마다 고통이 사라지면서 뭐라 표현하기 힘든 감각이 느껴졌다. "정말..아름답군요." 그의 손이 예련의 빰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그리고 예련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찬사를 담아서 말했다. "헛소리는 집어쳐." 빛이 사라졌다. 환상이 깨지면서 주위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났다. "..어떤 사술도 통하지 않는다더니, 사실인가보군." "뭐, 전공이니까." 별로 재미없는 대답을 한 예련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꽤 넓지만 축 축하고 음침하고 차갑고 어두침침하고 뭔가 기분나쁜 이 방 안에 있 는 것은 자신과 배리, 그리고 취혼음대인가 뭔가 하는 여자들 몇몇 뿐. "어떻게 알아챈거지?" "눈빛을 보면 알 수 있지. 연기는 감탄할 정도로 멋졌지만, 네 눈 은 누가 봐도 여자를 꼬시는 남자가 아니라 먹이를 쫓는 사냥꾼의 눈이였어. 뭐, 간단하잖아?" "..." "그나저나 질문. 다른 사람들은 어디 갔지?" "..네가 지금 질문할 처지라고 생각하나?" "적어도 질문에 대답할 처지는 아니잖아." 예련의 카운터에 배리의 안면 근육이 씰룩거렸다. "간이 배밖에 나왔군 그래." 촤악! 예련의 눈에는 거의 보이지도 않는 움직임으로 날아든 채찍이 예련 의 몸을 할퀴고 지나갔다. 옷자락이 찢어지면서 예련의 몸에 붉은 혈선(血線)이 그어졌다. ".." "이제 좀 정신이 드나?" "그럭저럭." 짜악! 아까와는 반대 방향에서 날아든 채찍이 예련의 몸에 또 하나의 상 처를 만들어놓았다. "잘 알아둬. 내가 마음만 먹는다면 앞으로 반 시진 안에 네년 입에 서 죽여달라는 말이 나오도록 만들 수 있어. 지금의 네 처지를 명 심하라고." "그래?" 하지만 예련의 대답은 시큰둥했다. "예전에 너와 똑같은 말을 한 녀석이 있었어. 그리고 그 녀석은 자 기가 원했던 말을 듣는 데 정확히 한 달을 소모했었지. 글쎄, 네가 그 귀축놈보다 고문에 정통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데." 결코 예의바르다고 볼 수는 없는 포즈로 - 손이 위로 묶여 있으니 까 - 벽에 기댄 예련은 배리의 눈을 정면으로 마주보았다. 고통이라 던가 공포의 빛은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 평온한 눈동자였다. 오히 려, 그녀와 눈을 마주친 배리가 주춤할 정도였다. "..정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대단한 여자로군 그래." 배리의 눈동자가 기괴한 빛으로 번들거리기 시작했다. 욕망 같기도 하고 슬픔과 열망이 섞인 것 같기도 한, 뭐라 표현하기 힘든 복잡한 눈빛. 예련이 가진 모든 기억 - 에릴 레아스와 아크리치 라카엘 두 사람 몫의 - 을 되짚어봐도 이렇게 복잡한 감정들을 한꺼번에 뿜어 내는 눈빛은 본 기억이 드물었다. "후후.. 역시 암흑마라대법(暗黑魔羅大法)을 쓸 가치가 있어.. 너에 게는.." 배리의 손이 예련의 빰에 닿았다. "암흑마라대법?" 들은 기억이 있었다. 천마동부의 자료에서 얼핏 보았던 이름.. "마교 최강의 대법이지. 상대의 모든 것을 빨아들일 수 있는. 내공 뿐만이 아니라, 그가 가지고 있던 기술이나 경험, 기억까지 그대로 받아들이는 거야. 네년의 머릿속이 어떤 구조로 이루어져 있는지 확 실히 알 수 있겠지." "그러니까 네 말은, 그 대법을 이용해서 내 지식과 기억을 모조리 빼 내가겠다?" "그래. 물론 그 전에 네 살맛도 좀 봐야겠지. 그냥 죽이기에는 아까운 미모니까." "푸하하핫!" 난데없이 예련이 폭소를 터트렸다. "뭐가 우습지?" "후후.. 정말 귀여운 발상인걸?" "뭐라고?" "재미있는 옛날얘기 하나 해줄까?" 살기를 내뿜는 배리를 가볍게 무시하며 예련은 입을 열었다. "옛날에 어떤 남자가 있었지. 그는 불사신이였어. 그 어떤 것으로 도 그를 죽일 수는 없었고, 누구보다도 강한 힘을 가지고 있었지. 자신의 힘을 깨달은 그는 세계를 정복하기로 마음먹었어." "지금 네가 그런 이야기나 하고 있을 처지라고 생각하는 건가?" "화로와 군밤이 없는 게 아쉽군. 다 들으면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이야기야. 감상은 끝까지 듣고 하라고." "..." "당연히, 누구도 그를 막을 수는 없었지. 그 남자는 불사신이였으 니까. 수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죽고, 세계는 그의 거의 그의 발 밑 에 들어왔어. 그는 당연히 마왕으로 불렸고, 공포의 대명사가 되었 지. 그때 한 현자(賢子)가 나섰어. 그는 백 년이 넘게 살면서 많은 것 을 보고 익혔고, 많은 좋은 일을 한 사람이야. 그는 마왕에게 가 서, 그에게 자신이 백 년동안 쌓은 모든 지식과 경험을 그에게 주 겠다고 했지." "그래놓고 뒷통수를 쳤겠지." 어느세 배리는 예련의 말에 빠져들고 있었다. 예련은 편안한 자세 로 벽에 등을 기대며 말을 계속했다. 마치 어느 나무등걸에라도 기 대는 듯한 편안한 자세였다. 그녀에게 자신이 지하 고문실의 돌벽에 묶여 있다는 인식은 전혀 없는 것 같았다. "천만에. 현자는 진짜로 특수한 주술을 이용해 자신의 지식과 경 험, 그리고 자신이 익힌 모든 주술력을 마왕에게 전해주었어. 자신 의 목숨과 바꿔서." "? 어째서? 그는 천하를 구하려는 사람이 아니였나?" "후훗, 여기서부터가 이 이야기의 절정이라고. 마왕은 새로운 세계 를 깨닫게 되었지. 자신이 알고 있던 모든 것은 현자가 가지고 있 던 지식과 지혜, 경험에 비하면 바다의 물 한방울만도 못했지. 어 떤 상황에 처했을 때도 자신이 알고 있던 것보다 그 현자의 지식이 더 정확했고, 훨씬 더 많은 경험을 한 현자의 기억이 자신의 기억 보다 더 강하게 머릿속에 남아 있었던 거야. 자, 그때부터 마왕은 현자의 경험과 기억을 바탕으로 현자처럼 생각하고, 현자처럼 행동 하기 시작했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설마...." "정답. 마왕은 현자가 되었지. 그는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자신 이 파괴한 모든 것을 원상태로 돌려놓은 후 깊은 산 속으로 들어가 서 영원히 다시 나오지 않았어." "...." "인간은 자신의 기억과 경험을 바탕으로 생각하는 존재. 너는 타인 의 지식과 기억을 흡수하면 그걸 그냥 자기 것으로 사용할 뿐이라 고 믿은 거야? 정말 어린애 같은 생각이지." 채찍을 쥔 배리의 손이 부르르 떨렸다. "그 말에는 한 가지 오류가 있다. 다른 사람의 기억을 얻더라도, 그것이 자신의 것인지 타인의 것인지 정도는 알 수 있을 것 아닌 가?" "그렇지. 그가 자기 자신을 인식할 수 있다면. 하지만 자신의 것보 다 더 강하게 각인(刻印)된 기억이 있다면 인간은 자연스럽게 강하 게 각인된 기억을 먼저 떠올리게 되지. 너라면 한 번 들은 것과 열 번 들은 것 중 어느 것을 먼저 떠올릴 수 있겠어? 그것도 열 번 들 은 쪽이 더 자세하고 정확하다면 말이야." "..." "정말 어린애같은 생각이지. 자신있다면 해 보시지. 네가 내 모든 기억을 받아들이고도 제 정신을 유지할 자신이 있다면 말야." "시끄러!" 짜악! 배리는 발작적으로 채찍을 휘둘렀다. 내공도 없지만 외공(外功)은 손 톱만큼도 없는 예련의 몸은 순식간에 살이 찢어지고 터져나갔다. 눈먼 채찍이 눈에 맞는 것을 피하기 위해 고개를 돌린 예련은, 그러나 한 마디의 비명도 지르지 않았다. "헉..헉.." 한참동안 미친 듯 날뛰던 배리는 예련의 몸이 거의 피투성이가 된 다 음에야 손을 멈추었다. "이런 개같은.." 배리는 거칠게 채찍을 바닥에 내팽개치고는 몸을 돌려 나가버렸다. "내가 돌아올때까지 저 계집에게 아무 것도 주지 말도록! 죽던말던 상 관없어." "하지만..교주님의 엄명이.." "...죽이지는 말도록." 자신의 말을 번복해버린 배리는 찬바람을 일으키며 감옥을 도망치듯 빠져나갔다. -------------------------------------------------------------------- 안녕하세요? 프란입니다. 저는 제 글이 백 년이 지나도 기억에 남을 명작이 되리라는 망상 따위는 하지 않습니다만, 적어도 "국내 환타지 문학의 하향평준화를 가져온 대 표적인 소설 강호신행기" 따위의 타이틀이 붙는 건 딱 질색이라는.. (나우에서 출판 관련 이야기가 나올 때의 후기입니다. 그뒤로 며칠이 흘 렀는데 쓴 건 겨우 두편..--;;; M/F]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63 - ] [70] [M/F]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64 -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The Means of Freedom - 外傳 3. 第四章 - 밝혀지는 음모(陰謀).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음모의 진실은 밝혀지고.. ---------------------------------------------------------------- "으음.." 잠시 멍하게 있던 염신은 곧 자신이 마교의 인물들과 싸우다 정신 을 잃었다는 것을 기억해내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려고 하다가 하마트면 앞으로 자빠질 뻔 했다. 그의 목에는 강철로 만들어진, 그 래서 웬만한 사람이라면 그 무게만으로도 눌려 죽을만한 칼이 씌워 져 있었던 것이다. "정말 무식한 칼이군." 물론 보통 칼을 씌워 놓았다면 무림고수인 염신은 당연히 그걸 부 수고 나갈 것이였기에 염신도 이것을 채운 간수의 무식함에 대해 불 만을 토로하지는 않았다. 어느 정도 정신을 차린 염신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특별히 볼 것은 없는, 평범한 지하 감옥이였다. 주위 전체가 감옥인지, 철창 밖으로 는 복도 맞은편에 있는 감옥 몇 개가 보였다. 거기까지야 별로 대단 한 것은 아니지만, 거기 갖혀있는 사람들의 몰골을 본 염신은 순간 오싹한 느낌이 들었다. 그들의 눈동자에서는 살아 있는 자의 눈빛을 전혀 볼 수 없었던 것이다. 걸어다니는 시체라는 단어를 설명하기 위한 예제를 진열해놓은 것 같았다. "기분이 어때?" 목에 씌워진 칼이 갑자기 무거워지는 느낌을 받으며 염신은 고개를 들어올렸다. 거기에는 오만한 자세로 서서 한 발로 염신의 칼을 밟 고 있는 두자미의 모습이 보였다. 그런데, 저런 자세로 서면 염신 눈에 직통으로 치마 속이 보이지 않나? 당연히 명문집안의 자손인 염신은 얼굴이 빨개져서는 고개를 돌렸고, 그 모습을 본 두자미는 웃음을 터트렸다. "이봐, 천하의 흑접 사유화를 붙잡은 남자가 겨우 이 정도에 고개 를 돌리는 거야?" 두자미는 그렇게 말하며 염신을 머리를 붙잡고 강제로 자신의 다리 쪽으로 돌렸다. 누가 음녀 아니랄까봐 두자미는 치마 속에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상태였고, 대리석을 깎아 만든 듯한 허벅지와 그 안쪽 의 은밀한 곳이 보일듯 말듯 다가오는 모습에 염신은 눈을 질끈 감 았다. "이 음탕한.." "어이어이, 너 네 여자가 누군지 잊어버린 거 아냐? 유화는 나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할 거 하나도 없는 음녀(淫女)라고. 안 그래?" 두자미의 발에 힘이 들어갔다. 목에 걸려 있는 칼이 꽉 눌리면서 염신을 짓누르자 목 언저리에서 뼈가 어긋나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 다. "말해 두는데, 난 너 같은 녀석들이 제일 싫어. 어차피 속마음은 다 똑같으면서 성인군자인 양 위선떠는 작자들 말야. 좋으면 좋다 고 솔직히 말하면 귀엽기나 하지, 하는 짓은 다 똑같으면서 말야." "으윽.." "나보고 음녀라고 조잘거리면서 죽어라고 외치는 놈들도 다 하는 짓은 똑같아. 안 그래? 최소한 유화의 기둥서방이라는 녀석이 '아 니야' 라고 하진 않겠지?" 사유화의 이름이 나오자마자 염신은 고개를 들고 두자미를 노려보 았다. 형형한 빛을 내뿜는 눈동자를 마주보던 두자미는 피식 웃더니 염신의 칼을 밟고 있던 발을 조금 더 위쪽으로 끌어올렸다. 간단히 말해서, 다리를 더 벌린 것이다. 그래도 무협에서 알아주는 음녀인 만큼 나올 데 나오고 들어갈 데 들어간 요염한 몸매를 가진 것은 당연하지만 그 중에서도 훤칠한 키 를 지닌 두자미의 다리는 자타가 공인하는 명품이였다. 쭉 뻗은 다 리의 곡선미가 염신의 눈에 들어오는 순간 염신은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을 받았다. "어때? 마음에 들지?" 염신은 고개를 돌리려고 했지만 마치 뭔가에 홀린 듯 두자미의 다 리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나한테..무슨 짓을 한 거지..?" "뭐, 좋은 그림 아냐?" 두자미는 싱긋 웃으며 염신의 칼에 올린 발에 손을 얹고 몸을 앞으 로 숙여 염신을 바라보았다. 당연히 체중이 앞으로 쏠리면서 염신의 목에 하중이 걸렸지만 염신은 이를 악물고 버티며 두자미의 얼굴 쪽 에 시선을 집중시키려 애썼다. "어때?" "..뭐가?" "네가 원한다면, 날 마음대로 해도 좋아. 그 칼도 풀어주지." "..?" 염신의 눈빛이 의아함으로 물들었다. "왜, 날 상대로 그 더러운 욕정을 풀고 싶다는 건가? 아니면 내 공 력을 채양보음으로 뺏어갈 생각이냐?" "..꽤나 말이 험하군. 네 내공을 뺏어갈 생각은 없어. 그럼 손해보 는 일은 아니잖아? 어차피 삼부사첩이 허용되는 세상에 너 정도 남 자가 다른 여자 하나 안는다고 해서 뭐라고 할 사람은 없어." "웃기는 소리. 그럼 네가 내 첩이라도 되겠다는 건가?" "뭐, 그것도 나름대로 재미있지. 날 첩으로 삼은 남자가 지금까지 열 명은 되니까. 네가 열한번째인가?"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아무리 음녀라지만.." "뭐가 잘못됐는데? 남자가 열 명의 첩을 가지는거나 여자가 열 명 의 첩이 되는 게 뭐가 달라?" 염신이 기가 막히다는 듯 말했지만 두자미는 오히려 고개를 갸웃거 리며 되물었다. 두자미는 고개를 더 숙여 염신과 거의 얼굴이 맞닿 을 정도로 가까이 가져갔다. "그런 궤변을..." "궤변? 요즘은 상자(櫃)에 변을 보관하나?" "뭐라고?" 두자미의 농담을 이해하지 못한 염신이 잠시 버벅거리자 두자미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농담이야 농담. 어쨌던, 원래대로라면 남자는 맘대로 다수의 여자 를 데리고 살아도 되고 여자는 한 남자만 바라보며 살아야 한다는 것 자체가 궤변 아닌가?" "그런.." 두자미는 마치 재미있는 장난감을 바라보는 듯한 시선을 염신을 바 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염신은 그런 시선을 즐겁게 받아들여줄 만큼 속이 빈 남자는 아니였다. "헛소리 말고 당장 내 앞에서 사라져. 여자를 상대로 험한 말을 해 본적은 없었지만, 정말 넌 구제불능이군. 유화가 너와 같은 무림삼 대음녀였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아." "..정말 말이 안 통하는 녀석이군." 두자미의 얼굴이 싸늘하게 굳어졌다. "나야말로, 너같은 녀석에게 어떻게 유화가 반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퍼억! 염신의 몸이 그 무거운 칼과 함께 날아가 감옥 벽에 쳐박혀 버렸 다. 두자미가 염신의 목에 올려놓고 있던 오른발을 들어 그대로 염 신을 걷어차버린 것이다. 신음을 흘리는 염신의 옆구리에 발을 올린 두자미는 기분나쁜 듯 그대로 염신을 발꿈치로 찍어버렸다. "헉!" "정말.. 아니, 쓸데없는 말이겠군. 그렇게 멋대로 만들어진 착각 속에서 열심히 사시지. 아마도 그렇게 살다가는 유화의 진심은 평 생 못 얻겠지만." 씩씩거리던 두자미는 쓰러진 염신의 몸을 화풀이하듯 몇 번 더 밟 아주었다. 물론 정상적인 무림인인 염신이 '여왕님~더 밟아줘요~' 따위를 외치지는 않았지만 아무래도 이 모양은 영 보기가 그렇다 (--). "전혀 다를 게 없는 남자잖아.. 어째서 유화가 저런 녀석에게 간을 빼주다시피 하는거지?" 쓰러진 염신에게서 몸을 돌려 나가던 두자미가 한숨을 내쉬며 중얼 거렸지만 염신은 그 말을 듣지 못했다. * * * "대체 여기는 어디지?" 도화령도 염신이랑 비슷한 꼴로 갖혀 있었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미인의 좀 거친 애정표현(--)이 없다는 것과 그의 방 침대에 반쯤 부스러진 해골 하나가 놓여 있다는 것 뿐이였다. 명색이 무림인인 도화령이 해골 따위를 무서워할 리는 없었지만 곧 자신도 저 자와 똑같은 꼴이 될 거라고 생각하니 불안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하 소저는.. 철운비는 어떻게 되었지?" 철운비와 둘이 도망치면서 적이 몰려오자 경공이 느린 자신이 미끼 가 되어 적들을 유인했던 부분까지는 기억이 났다. 아마도 도망치다 가 주변에 설치되어 있던 진법에 걸려들었으리라. 정신을 잃고 쓰러 졌다가 눈을 뜬 곳이 여기였으니.. 도화령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이제 철운비가 무사히 도망쳐 자신들의 소식을 전해주기를 비는 것 밖에 없었다. "그럼..도망칠 방법을 찾아볼까.." ..라고 생각한 것은, 아무래도 일반론이였나보다. 도화령은 목에 씌워진 칼의 엄청난 무게에도 불구하고 씩씩하게 일어나서는 주위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실로 긍정적인 사고방식과 적극적인 행동방식을 골고루 갖춘 모습이 아닐 수 없었다. "..." 그리고 그런 도화령의 정신을 비웃기라도 하듯 도망갈 출구는 하나 도 발견되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주위에 특별히 감시하는 사람이 없었다는 점이다. 알았다면 방방 뛰었겠지만 마교측 -정확히 말해서 배리와 삼대음녀측-에 있어서 도화령은 그저 예련과 남궁란, 염신을 생포하는 과정에 딸려온 엑스트라에 불과했던 것이다. "..어쨌던 이놈들, 하 소저에게 무슨 짓을 하기만 하면 절대 용서 하지 않겠다!" 갇혀 있는 주제에 말은 잘하는 도화령이였다. ------------------------------------------------------------ 안녕하세요? 프란입니다. 역시 연재주기를 올린다는 건 말뿐이였나봅니다 -_-; 요즘 왜 이리 몸이 안 좋은지.. 이런 식으로 글을 써나갔다가는 제가 구상하고 있는 모든 소설을 다 썼을때는 검은머리가 잠뿌리, 아니 풀뿌리 되어 있겠군요 -_- - 하늘 위에서 바라보는 세상은 과연 아름다울까? 이전 : 71 : [M/F]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65 - (written by 백청이) [M/F]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64 - ] [71] [M/F]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65 -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The Means of Freedom - 外傳 3. 第四章 - 밝혀지는 음모(陰謀).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음모의 진실은 밝혀지고.. ---------------------------------------------------------------- 소름끼치는 귀기(鬼氣)가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마교(魔敎)의 본산! 듣는 것만으로도 전율스러운 곳, 그 중에서도 가장 깊숙한 지하에 서부터 뻗어나온 음산한 기운은 주위에 미친 듯한 광풍뇌우(狂風雷 雨)를 일으키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 가로세로가 백 장이 넘는 거대한 지하광장이 펄쳐 져 있는 마교의 최심부(最沈符).. 짙은 어둠속에서 사방에 흩어져 하얗게 빛나는 백골들. 공포스러운 녹광이 이글거리는 아수라(아수라)의 신상과 기둥을 받 치고 서 있는 거대한 천마(天魔)의 형상. 시퍼런 인광(燐光)들이 벽 사이를 넘나들고 곳곳에 귀화(鬼火)가 명 멸하니 이곳이 저주(咀呪) 받은 마역(魔域)임을 어찌 느끼지 못하겠 는가? 인간이라면 그 속에 발을 들여 놓는 순간 심장이 멎고 말 것이다. 우우- 우-- 우우우우--- 혼백을 앗아갈 듯한 소름끼치는 울림이 넓이가 만 장에 이르는 지 하광장을 가득 메움과 동시에 가공(可恐)할 마기가 뻗어나오며 그에 동조하듯 귀화(鬼火)가 미친 듯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어둠과 공포의 전율(戰慄)! 누가 감히 이곳을 인간이 존재하는 장소라 부르겠는가? 그러나 그곳에 존재하는 인간은 분명히 있었다. 기척도 없이 흑포를 뒤집어 쓴 인영이 지하광장의 중앙에 모습을 드러냈다. 일견하기에 그 외형은 분명 인간. 그러나 발의 움직임이 보이지 않 는 그의 신법을 너무나 괴이해 그가 과연 인간인지를 의심스럽게 했 다. 고오오.. 괴인이 지하광장에 서는 것과 동시에, 주위를 에워싼 마기가 폭발 하듯 강해졌다. 그리고, 어떤 인간의 존재도 인정하지 않을 듯한 마기가 믿을 수 없게도 괴인을 중심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천하에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자라면 단 하나. 천마대제(天魔大帝). 모든 마(魔)의 종주. 천하를 피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으려는 마교의 교주가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는 것이다. "감히.." 그의 입에서 섬뜩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객관적으로 듣는다면 별 감정이 실려 있지 않은 무뚝뚝한 목소리였지만 주위를 에워싼 마기 과 귀화는 그의 말에 공명을 일으키기라도 하듯 꿈틀거렸다. "이런 쓸데없는 짓을 하다니.." 그의 손에는 한 통의 서찰이 들려 있었다. 평범한 종이조차도 이글 거리는 녹광에 비치면 소름끼치게 보일텐데 그의 손에 들린 것은 놀 랍게도 핏물에 담궜다 빼낸 듯한 혈지(血紙)였다. 눈동자를 볼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한 마광(魔光)을 일으키는 천마대 제의 눈이 혈지의 내용을 훑어내려갔다. - 아수라화혼대법(阿修羅禍魂大法)을 쓰기 위한 넓이 만 장의 지하 신전을 완성하는데 팔백 명의 인력과 일백이십팔만냥의 황금, 백 명의 동남동녀(童男童女)를 사용했습니다. 이로 인해 집금원(輯 金原)의 재정에 심각한 타격이 예상됩니다. 임시변통으로 철성 내에 있는 오백 명의 무사들의 월급을 동결시켜 놓았으나 계속해 임금이 미지불될 경우 무사들의 파업까지도 바라볼 수 있는.. (中略) 천마대제는 두통이 밀려오는 것을 느끼며 이마에 손을 짚었다. "오늘도 적자인가.." 제아무리 마교라고 해도 돈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은 아니고, 황 금으로 된 동산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였다. 안그래도 빠듯한 마 교 재정상황에 이런 황당한 지출이 또 붙었다는 사실에 천마대제는 한숨이라도 내쉬고 싶었다. 그러나 뭐라고 할 수도 없는 것이, 이 장소는 자신이 직접 지시해서 만든 것이다. '대법을 쓸 장소를 마련 해두도록' 이라는 말 한마디에 이런 엄청난 지하광장을 만들어내리 라고는 미처 짐작하지 못한 것이 실수였지만. 실로 엄청난 과잉충성 이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번 달에 추가로 황금 만 냥 정도를 더 융자해야겠군." 어느 조직이나 최고지휘자가 가장 신경써야 하는 것은 자금과 인 력. 급히 자금을 회전에 대한 대책을 세운 천마대제는 곧 이어 이곳 에 온 원래의 목적, 인력을 얻기 위해 지하광장의 앞으로 걸음을 옮 겼다. "오- 호호호호홋---" 순간 지하광장의 앞쪽에서 소름끼치는 귀기(鬼氣)가 실린웃음소리 가 들려왔다. 이곳에 또 인간이 있단 말인가? 천마대제조차도 놀란 듯 그쪽으로 눈을 돌렸다. "크그긋.." 괴이한 음성과 함께 이번에는 지하광장을 둘러싼 마기가 살아 있는 듯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은 ?칙한 십팔천아수라의 조각 이 둘러선 한가운데를 향해 빨려들어가듯 움직였다. "설마.." 한순간 천마대제의 신형이 사라지는가 싶더니 천마상 한 가운데에 솟아나듯 착지했다. 실로 인간의 경지를 넘어선 신법이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 선 천마대제의 눈 앞에 희미한 그림자가 드러났 다. 그것은 믿을 수 없게도 흑발을 늘어뜨린 절세미녀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최고의 조각가가 심혈을 기울여 빚어낸 듯한 얼굴 아래로 이어지는 어깨부터의 곡선은 흑의를 걸치고 있어도 도저히 가릴 수 없는 것이였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렇게 착각할 수밖에 없을 것 이다. 하지만 지하광장의 끔찍한 마기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여인의 눈동 자는 보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터져나갈 듯한 귀기와 요기(妖氣)로 불타오르고 있었다. 마녀(魔女). 그 단어가 이 이상으로 어울리는 여인은 없으리라. "남궁소저..?" 천마대제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떨려나왔다. "오호호호홋--!" 다시 한 번 소름끼치는 웃음소리가 울려퍼졌다. "후훗, 아직도 내가 남궁란으로 보이나?" "역시.. 사영(邪靈), 너였나.." "그래. 네가 워낙 편안한 잠자리를 마련해준 덕분에 별 무리없이 일어날 수 있었지. 처음에는 부상이 워낙 심해 걱정했었지만." "그랬군." "그나저나, 너도 굉장한 착각을 하고 있는 것 같던데?" "..?" "아, 금방 말해주면 재미없지. 어쨌던 간만의 부활인걸?" 남궁란, 아니 천사지존(天邪至尊) 사영의 손에서 괴이한 기류가 꿈 틀거리며 뻗어나왔다. 그것은 곧 희뿌연 채찍의 형태를 이루었다. 오백 년 전 무림에 피보라를 일으켰던 천사지존의 병기, 사룡편(邪 龍鞭)이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자, 드디어 저주의 시작이다! 천하(天下)를 뒤덮을 거대한 공포라 는 이름의 저주를! 오호호호호홋!" 사영이 사룡편을 바닥에 내려치며 광장이 떠나갈 듯한 웃음을 터트 렸다. 둘 외에는 아무도 없는 지하광장에 사영의 웃음소리가 사방으 로 메아리쳤다. "...쓸데없는 소리는 지르지 마." 천마대제의 차가운 말에 천사지존의 웃음이 딱 멈추었다. 그러고 보면, 좀 썰렁하긴 하다. 사람이라고는 둘밖에 없는 곳에서 여왕님 웃음소리가 난무해 본들 분위기가 안 살잖아? 그나마 있는 남자는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서 있고. "그렇긴 하군. 그럼 엎드려 봐." "뭐야?" "사람이 없으니 너라도 여왕님 분위기를 내는 데 동조해보라고." "...오백 년 동안 구천을 떠돌더니 미쳐버린 모양이로군." 천마대제는 자신에 대한 모독보다는 황당함을 느끼며 말했다. "아냐. 이게 얼마나 재미있는데? 혼백만 남은 몸으로 우연히 다른 세계를 떠돌다가 배운 건데, 정말 나한테 어울리더군." "다른 세계?" 천마대제의 눈에 흥미 어린 빛이 떠올랐다. 그도 지금 다른 세계에 서 온 자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지 않은가? "그래. 그러고보니 여기에도 다른 세계에서 온 자가 하나 있지?" "게다가 천마지존의 비전을 이어받은 여인이지. 지금 지하감옥에 있긴 하지만.." 거기까지 말했을 때 사영의 눈이 갑자기 윗쪽으로 돌아갔다. 건축 공학에 정통한 천마대제는 그녀가 바라보고 있는 방향이 예련이 갇 혀 있는 감옥 쪽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런 개같은.." "뭐야?" "너, 엄청난 녀석을 끌고온 것 같은데.. 그래, 그 녀석이군.." 천사지존 사영의 입가에 불길한 미소가 맺혔다. ------------------------------------------------------------ 안녕하세요? 허접 프란입니다. 이번글은 아무래도 허접날림글의 궁극이로군요 -_-; 왠지 제정신 이 아닌 상태에서 쓴 것 같아서요.. 거 있잖아요, 머리가 붕 뜨는 것 같고 몸은 축 늘어진..그런 상태.. 잘 쓰여진 환타지나 하나 읽고 글을 가다듬어야 하는데.. 요즘은 볼만한 글이 없네요 -_- 무협지 좋은 거나 찾아볼까? 이전 : 72 : [M/F]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66 - (written by 백청이) [72] [M/F]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66 - 2001/05/21 21:14 권오광(atorpedo)님 올림 읽음 160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The Means of Freedom - 外傳 3. 第四章 - 밝혀지는 음모(陰謀).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음모의 진실은 밝혀지고.. ---------------------------------------------------------------- 낙양(洛陽). 하남성(河南省) 서부의 황하 중류에 위치해 있으며, 중·서부지 역으로 진입하기 위한 관문이다. 5000년에 가까운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북쪽으로는 황하, 남쪽으로는 낙수에 인접해 있다. 낙양의 역사는 한마디로 중국역사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다. 예 로부터 여러 왕조의 도읍이었던 곳으로 지금부터 3천년 전에 처 음 도읍으로 정해졌다. 기원전 1050년경 주(周)는 은(殷)을 무너 뜨리고 천하를 얻었다. 주는 원래 섬서성(陝西省)의 서안(西安) 주변에 본거지를 두었지만, 동쪽으로 진출해 하남성의 안양 주변 에 수도를 정하고 있던 은을 공격해 영토를 차지했다. 주의 문왕 (文王)은 동쪽을 정복하는 동안 죽었으며, 은을 물리치고 승리를 얻은 것은 그의 아들 무왕(武王)의 시대였다. 『사기』에는 무왕 이 주공단(周公旦)에게 했던 말을 전한다. 그 가운데 "내가 남쪽 의 삼도를 바라고, 북쪽의 악비(嶽鄙 태행산과 그 주변 )를 바라 고, 돌이켜 황하를 섬기며, 이곳에 낙이(洛伊 낙수와 이수)를 섬 기는데 천실(天室)이 멀지 않았다." 는 말이 있다. 여기저기 땅 을 둘러보았지만, 이 주변이 이상향에 가깝다는 의미다. 실로 천 하의 중심으로 부족함이 없는 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낙양의 거리를 한 청년이 걷고 있었다. "오오.. 역시 모든 사람들이 나의 이 완벽한 모습을 바라보고 있군. 완벽하다는 것이 이럴 때는 흠이 될 수도 있는 것인가.. 아니, 이것 역시 완벽한 인간의 숙명이겠지." 사람들은 헛소리를 중얼거리는 청년, 진가영을 괴상하다는 듯 한번씩 흘겨보고는 갈 길을 재촉했다. "스승이 남긴 네 번째 친서는 아마도 이 부근에 있을 것이다. 이번에는 어떤 문파의 이름이 나와 있을지.. 훗, 흑도의 어떤 놈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진가영님의 스승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죄가 어떤 것인지 가르쳐주지." 죽어도 스승에게 '님' 자는 붙이지 않는 진가영이였다. 원래 자 기가 최고라고 여기는 놈들은 절대 누군가에게 존칭을 쓰지 않는 법. 진가영은 원래 무림의 하급 무사들 사이에서 불리는 속칭 '기연 사냥꾼' 이였다. 오백년 전 마교가 천하를 휩쓸었을 때 천하에 존재하는 쓸만한 무공이라는 무공은 다 빼앗아 버렸고, 그에 저 항해 무림의 수많은 은거기인과 명문가의 고수들은 자신의 절기 를 아무도 모르는 곳에 숨기곤 했었다. 그렇게 숨겨진 후 되찾지 못한 절정의 무공들이 수를 셀 수 없이 많아, 아직까지도 알려지 지 않은 것들이 많다고 한다. 이러한 기연들만을 전문적으로 찾아다닌 자들의 원조는 이백 년 전 무적천유(無敵天儒)라는 자로, 그는 오십 년을 헤맨 끝에 천 유문(天儒門)의 천지일원신공(天地一元神功)과 무적검가의 천풍 광무신검(天風狂舞神劍)이라는 두 개의 전혀 성격이 다른 무공을 기연으로 얻어 당시 천하제일의 고수로 떠올랐다. 그러나 무적천 유는 그 스스로 지은 별호일 뿐, 그의 원래 별호는 탐삼귀비(探蔘 鬼鼻) 로써 기연을 얻은 그를 산삼을 찾은 용한 심마니에 비유하 는 뜻에서 지어진 것이였다. 그리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했지만 어쨌던 그는 노력하면 기연 을 얻을 수 있음을 보여준 좋은 예로써 기연을 찾아 만리길을 떠 나는 후학들에게 모범이 되어 주었다. 진가영 또한 가학(家學)이 일정 수준이 되자마자 무공 연마를 내팽개치고 기연을 찾아 깊디 깊은 산천으로 뛰어든 것이였다. 자신처럼 완벽한 사람을 위해 준비된 기연이 분명 있을 것이라는 판단 하에.. 그리고 그 판단은 틀리지 않았다. 천우신조(天佑神助)! 그는 기연 사냥꾼이 된 지 불과 일 년만에 가공할만한 절학을 손에 넣은 것이였다. 우연히 찾아낸 바위 틈 동굴, 그리고 그 속에 놓여 있던 한 구 의 백골과 손에 들린 한 장의 서찰.. 그것은 그의 일행에 걸친 거대한 원한(院限)이 적힌 편지였다. -..중략.. 노부가 일생을 걸려 완성한 풍마뇌신퇴법(風魔雷神퇴法)의 원 본은 그렇게 허무하게 놈들의 손에 들어갔다. 비록 그들이 흑 도 문파 수십의 연합이였다고 하나 놈들의 간계에 걸려 산공독 (散功毒)을 마시지만 않았더라도 결코 그들이 노부의 적 수가 되지는 못했을 것이다. 놈들은 노부가 죽었으리라 죽었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나는 기적적으로 살아 남았고 이곳에서 나의 절기를 기록으로 남기 려 한다.. 이제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삼맥(三脈)이 끊어지고 오장 육부가 상했기 때문에 강혼단(降魂丹)으로도 이틀을 버티기 힘 들다. 이제 이 글을 읽는 사람에게 노부의 절기인 풍마뇌신퇴법과 신풍검진(神風劍陣)을 남기려 한다. 노부가 원하는 것은 이 무공으로 원수를 갚아 주는 것이다. 이를 위해 노부는 한 가지 안배를 마련했다. 풍마뇌신퇴법은 모두 칠십이 초, 이십사 개의 연식(蓮式)으로 이루어진다. 이곳에는 그 중 여덟 개의 연식이 적혀 있다. 그리고 나의 원수들을 하나씩 갚을 때마다 그대는 여섯 개씩 의 초식을 얻게 되리라! "그 늙은이, 무공을 주려면 곱게 줄 것이지 이런 쓸데없는 짓 까지 시키고 말이야. 이 초절정무적절세미공자 진가영님께서 그런 안배까지 해놓지 않으면 스승의 원수도 안 갚아줄 옹졸한 놈으로 보였나? 무공은 뛰어난데 사람 보는 눈이 없어." 중얼거리던 진가영은 품 속을 뒤져 작은 깃발 하나를 꺼냈다. 천잠사(千蠶絲)로 만들어져 범상찮은 푸른 빛을 내뿜는 작은 깃 발의 중앙에는 알아보기 힘든 문양들이 적혀 있었는데 진가영이 아무리 찾아보아도 그 문양이 무엇인지를 알 수가 없었다. -.. 그것은 신풍검진을 다스릴 수 있는 신풍기(神風旗)이다. 신 풍검진의 위력은 고금을 통틀어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이 며, 그 위력은 마교의 절혼수라진(絶魂修羅陣)과 맞먹는다. 신 풍기는 신풍검진의 주인임을 나타내는 물건이나, 만일 신풍검 진의 진정한 주인을 나타내는 벽풍기(璧風旗)가 나타난다면 신 풍기의 주인은 그를 따라야 할 것이다. "흥.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야. 주려면 벽풍기를 줄 것이지. 이 완벽한 내가 누구 밑에 있어야 한다는 게 말이나 돼는 일인가? 그리고 머릿수로 밀어붙이는 진법 따위, 내 성격에 안 맞아. 가 장 완벽하고 가장 강한 이 초절정무적절세미공자 진가영님의 한 몸에 모든 무공이 집중되어야 하는 거라고. 그래도 명색이 스승 이라는 자가 준 거니 일단은 보관하고 있도록 하지. 게다가 예 정대로라면 이번에 알려주는 문파를 깨트리면 신풍검진의 진식 일부를 알려주기로 되어 있지? 다 죽어가던 노인이 정말 안배 하나는 기가 막히게 해 놨다니까." 한참을 투덜거리던 진가영은 자신의 행동이 상당히 품위가 떨어 진다는 사실을 느꼈지만 신경쓰지 않고 당당하게 걸어갔다. 진정 으로 완벽한 아름다움을 소유한 자는 어떤 행동을 해도 아름다운 법.. 이렇게까지 써야 하는 작가도 괴롭다. 더 따지지 말자. 그렇게 한참을 걸어 도심에서 빠져나간 진가영은 으슥한 산길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의 스승이 안배했다고 하는 산 속의 작 은 사당까지는 경공을 전개해서 십 분 정도 거리였다. 막 사당이 눈에 보일때쯤 진가영은 걸음을 멈추었다. 그가 찾던 사당 앞에 사람 하나가 서 있는 것이 보였던 것이다. "뭐야? 다 쓰러져가는 사당 앞에 서가지고는." 미친놈이 아닌가 하고 다가갔던 진가영은 곧 자신의 생각을 정 정해야했다. 상대는 미친'놈'이 아니라 미친'년'이였던 것이다. 나이는 이십대 중후반 정도? 그리 눈에 띌 정도로 화려한 미인 은 아니였지만 비인간적인 미남미녀만 몰려있는 무림에서는 오히 려 그 평범함이 더 눈에 띌 듯 하다. 여자치고는 조금 큰 키에 등에는 그 키를 감안해도 꽤나 커 보이는 대궁(大弓)이 매달려 있었다. "누구지?" 여인이 진가영이 있는 쪽을 돌아보았다. "호오.. 미안하지만 이 몸을 원하는 여인들은 천하에 구름처럼 많아 그대에게까지 정을 줄 수는 없소. 이 완벽한 초절정무적절 세미 공자 진가영님을 보고 반한 여인의 마음은 십분 이해하고 도 남으나.." "네가 진가영인가?" 딱딱한 목소리가 진가영의 말을 중간에 끊었다. "날 아는 모양이군. 아, 뭐 워낙 뛰어난 이 몸이니 널리 알려져 있는 건 당연한 일이겠지만." "헛소리는 집어치우고, 진가영이 맞긴 맞는 모양이군." "당연히 맞지. 천하가 넓다지만 나같은 초절정무적절세미공자가 또 있을까? 그보다, 왜그리 쌀쌀맞게 구는거야? 나 정도의 완벽 한 인간 이라면 수많은 미녀가 따르는 것은 당연한 일, 진정한 사랑을 가슴에 품었다면 그 정도는 이해해줘야.." 쉬익! 무표정한 여인의 얼굴에 분노의 빛이 떠오르는 것과 거의 동시 에 진가영은 엄청난 살기를 느끼고 몸을 피했다. 그리고 거의 육 안으로 확인하기 힘들 정도의 속도로 강전(强箭) 한 대가 진가영 을 스쳐지나가 뒤의 나무에 꽃혔다. "농담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이, 이거.." 진가영이 얼빠진 표정으로 천천히 활을 내리는 여인과 화살이 박힌 나무를 번갈아 돌아보았다. 아름드리 나무를 관통한 화살촉 이 삐죽히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대체 어느 세 저 거대한 활을 꺼내 시위를 당기고 화살을 쏜 것일까? "뭐야, 감히 이 위대하고 강하고 완벽한 초절정무적절세미공자 진가영님께 덤비겠다는 거냐?" 바람도 없는데 진가영의 소매가 강하게 펄럭이기 시작했다. "휴우.. 들은대로 상식이 안 통하는 녀석이군." 여인이 고개를 내저었다. "그만두지. 내 이름은 배연경. 천궁문의 후계자이고, 네 스승분 의 일로 너와 동행하게 되었지. 그쪽에 대해서는 잘 아니까 설 명해 줄 필요는 없어." "뭐라고? 제길, 그 늙은이랑 연관된 거였나.. 어찌 이곳에 있는 게 이상하다 싶더니." "늙은이?" 배연경의 눈에 의아하다는 빛이 떠올랐다. "왜 자신의 스승을 그 따위로 부르는 거지?" "당연하지. 나보다 윗자리에 앉을 수 있는 인간따위는 천하에 존재하지 않아. 날 보는 것만으로도 그 정도는 짐작할 수 있을 텐데?" 이 얼마나 광망한 말투인가? 배연경은 일순 말문이 막혀 진가영 의 말에 대답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것을 인정으로 받아들인 진 가영은 웃으며 배연경 쪽으로 다가갔다. "그러고보니 몸에서 좋은 향기가 나는걸." 진가영의 말대로 배연경의 몸 주위에서는 기이한 향기가 맴돌고 있었다. 여인의 육향(肉香)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것이지만 그 향은 강하면서도 부드럽게 주위를 감싸고 있었다. 그것은 천지간 의 향(香)의 정수를 모두 한 자리에 모아 놓은 듯한, 신비할 정 도의 향기였다. 과거 온갖 기연을 찾아다니던 진가영이라면 그 향기의 정체를 어느 정도 짐작했을만도 하건만, 이미 자신의 과거를 모두 잊어 버리다시피한 그는 그저 그 향기에 감탄할 뿐이였다. "아아.. 이 진가영님을 만나기 위해 미리 귀奎 향까지 뿌리고 나온 거요? 배소저의 마음은 잘 알겠지만.." "..더 이상 헛소리를 주절거리면 일이고 뭐고 네 목부터 날려 주지. 마지막 경고다." 배연경의 대궁이 웅웅거리는 떨림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무슨 재질로 만든 것인지 은은하면서도 맑은 소리가 울려퍼졌다. "아아, 그만두자고. 그런 협박에 겁먹을 이 진가영님은 아니지 만, 여자와 싸우고 싶은 마음은 없으니까." "좋을대로." 그것이 두 사람의 만남이였다. ---------------------------------------------------------------- ...연중한줄 알았죠? -_-;;;; 오늘의 마법~#: 기억이나 하실려나.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66 - ] [73]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67 - 파올로구찌와 디자인 및 기술제휴한 고급스러운 벨트 - 파올로구찌 남성정장벨트-일반훅 - 24,000 원 3. 第四章 - 밝혀지는 음모(陰謀).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음모의 진실은 밝혀지고.. ---------------------------------------------------------------- "..." 예련은 말없이 자신의 몸에 약을 바르고 있는 사내를 바라보았 다. 남자가 자신의 몸을 만진다는 느낌은 별로 없었다. 지금 예 련의 몸은 걸레쪽과 차이점보다는 공통점이 더 많았으니까. 채찍 이라고는 해도 육체적 능력의 단위부터가 다른 무림고수의 힘으 로 내려 친것이다. 뭐, 제아무리 잘난 미인이라도 이 정도로 피 범벅이 되고 나면 정상적인(중요!) 남자에게 성욕의 대상이 되는 것은 무리다. 사내도 거기에 동의하는지 여자라기보다는 거의 시 체를 대하는 듯한 시선으로 예련의 몸에서 피딱지를 떼어내고 약 을 바르고 있었다. 100명의 처녀 피로 목욕을 하면 예쁘게 보일 거라고 생각한 사람은 대체 어떤 논리적 추론과정을 통해 그런 결과에 도달한 걸까? 예련이 그런 식의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기분 나쁜 삐걱거리는 소 리를 내며 문이 열렸다. "몸은 괜찮나?" "어차피 또 엉망으로 만들 거면서 왜 물어?" "죽으면 안되니까." "그도 그렇군." 만담에 가까운 대화를 나눈 두 사람의 옆으로 한 여인이 빨갛게 타오르는 숫불(..)과 인두가 든 상자를 들고 들어왔다. 저거 안 뜨겁나? 과연 중원의 무공은 말도 안 되는게 많아..라고 예련은 생각했다. 마법중에도 불에 타지 않게 하는 것은 있지만 상자 하 나를 들기 위해 그런 능력을 쓰는 사람은 없다. 마력의 고하를 불문하고 제 정신이 박힌 마법사에게 달아오른 쇠화로를 옮기라 고 하면 아마도 손수레를 이용할 것이다. 그 편이 마법을 시전하 는 것보다 훨씬 더 간단하니까. 뭐 높은 분께서 당장 옮기라고 지시하면 방법이 없긴 하겠군. 불꽃.. 약자의 존재를 허락하지 않는 파괴의 붉은 손길이 눈 앞 에 아른거리는 순간 예련의 몸이 흠짓했다. '아직도 그 녀석의 기억..지우지 못한 건가.' 하긴. 어릴 때 입은 상처는 쉽게 치유되지도 잊혀지지도 않는 법 이다. 예련 자신의 기억이 아님을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라 카엘의 무의식에 깊숙히 박혀 있던 불꽃에 대한 공포는 아직까지 도 예련으로 하여금 파이어볼 정도의 화염계 마법조차 제대로 쓰 지 못하게 만들고 있었다. 물론 기억의 원 주인이던 라카엘에 비 해서야 훨씬 나은 상태이긴 하지만. "왜? 고문에는 전혀 겁을 안 내는 것 같더니." "안 좋은 기억이 있어서." 라카엘의 기억을 머릿속에서 떨쳐버린 예련은 배리를 똑바로 바 라보며 대답했다. 자신이 강자라고 생각하는 자들이 가장 싫어하 는 태도이다. "어쨌던..오늘은 네년 입에서 꼭 비명이 나오게 해 주지." 광기로 번득이는 눈동자. 하지만 예련이 느끼는 감정은 공포와 분노 따위는 아니였다. 그것은 오히려 슬픔. 값싼 동정이 아니다. 예련은 알고 있었다. 지금 자신이 받고 있는 고통보다 상대가 겪 어왔던, 그리고 지금 겪고 있을 고통이 훨씬 더 크다는 것을. 자 신이 모든 것을 바쳐왔던 것이 붕괴되었을 때, 자신의 존재와, 살아온 인생 모두를 부정해야 했을 때.. 그리고 포기했던 그 대 답이 바로 눈앞에 나타났을 때. 그 모든 것이 찢겨져 나가는 고 통을 가죽이나 불에 달군 돌조각 몇 개로 표현하는 것이 가능할 까? 예련은 눈앞에 서 있는 사람과 같은 눈동자를 너무나 많이 보아왔다. 꺾여버린 날개. 산산히 깨어진 꿈. 공허한 눈동자가 바라보는 것은 무엇일까? "..그런 눈으로 바라보지 마!" 배리가 석실이 떠나갈 듯한 고함을 내지르며 채찍을 휘둘렀다. 절규.. 예련은 그렇게 생각했다. "..네가 쫓는 별은 어디에 있지?" "응?" "너는 무엇을 찾기 위해 지금까지 걸어왔지?" 그것은 간신히 묻어두고 있던 상처의 딱지를 뜯어내는 말. 배리 는 고통스러워했고, 그 고통을 잠시나마 잊기 위해 미친 듯 날뛰 었다. 하지만 그는 그 동작을 간신히 제어해냈다. "..뭘 말하려는 거냐." "글쎄." 배리는 광기에 젖은 눈동자로 예련의 턱을 붙잡고 들어올렸다. "이제 거짓말은 듣지 않는다. 있지도 않은 허상(虛想)에 매달리 는 바보들 따위에게 속지도 않아. 극락? 죽어서 그딴 곳에 갈 수 있다는 넘이 있다면 데려와. 반 시진 안에 진짜 극락을 보여 주지. 인간의 본성은 그뿐이야! 배고픔을 느끼기에 먹고, 성욕 을 느끼기에 교접하고, 죽지 않기 위해 죽이는 것! 결국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은 그 세 가지를 체계적으로 맞춰서 행동하는 것 아닌가? 그게 인간의 본모습이다!" "...인간의 본모습이 보고 싶나?" "그래! 한번 봐 주지. 잘난 체 지껄이는 성녀라는 작자의 본모 습을!" 배리는 발작적으로 예련의 몸에 걸쳐져 있던, 이제 옷보다는 피 를 흡수하는 붕대의 기능에 더 충실한 천조각들을 찢어냈다. "이 세계에 와서 절실히 느끼는 건데, 옛날에 입었던 건 정말 좋은 옷이였어..." 예련은 고개를 내저었다. 대체 이 세계에 들어온 뒤로 입고 있 던 옷이 날아가는 게 몇번째지? 5년 동안 숱한 모험과 전투와 위 기 속에서도 아데나의 법의는 주인의 상처를 단 한번도 허락하지 않았었다. "..뭐, 과거의 일이 되버렸지만 말이야. 인간의 본질이라는 거, 파고들면 이렇다고." 배리의 눈 앞에 벌거벗은 여인의 모습이 나타났다. 과거의 모습 이야 어쨌던 배리는 지금 마교의 음마(淫魔)였고, 평범한 여인의 알몸따위는 별 흥미거리가 아니였다. "여기서 네가 말하는 본질로 파고들어볼까?" 예련의 입가에 미소가 맺혔다. 쓸쓸한 미소. 보기 싫어도 외면 할 수 없는, 아니 외면해서는 안 될 모습.. 환상으로 만들어진 여인의 몸에서 서서히 피부가 벗겨졌다. 그 리고 붉으스름한 근육과 그 사이사이를 휘감고 있는 힘줄이 보인 다. "..?" "한 꺼풀 벗겨보면, 인간이란 모두 이런 모습이지.." 살갖이 모두 벗겨져나간 여인의 모습은 끔찍했다. 시체를 많이 보았고 많이 만들었던 배리도 가죽을 완전히 벗긴 인간의 모습을 보는 것은 처음이였다. 하지만 예련은 멈추지 않았다. 근육이 제거되고, 신경과 혈관들 이 그 사이로 언듯 보이기 시작했다. 피인지 모를 물기에 젖어서 번들거리는 내장과 산 채로 박동하는 심장, 그에 맞춰서 수축과 팽창을 반복하는 대동맥이 보였다. "..." 끔찍한 광경..이라고 표현해야 할까? 여인은 그렇게 한 꺼풀 한 꺼풀씩 '분해' 되어갔다. 두개골이 사라지고, 그 속에 담긴 뇌가 조각조각나 단면을 보이는 순간에는 내노라하는 마교의 악당조차 도 신음을 흘려야 했다. 그리고 정신을 차렸을 때, 그의 앞에 있는 것은 거대한 단백질 덩어리였다. "..이것이 인간 육체의 본질이지. 네가 찾고자 한 것은 이것인 가?" "..." 배리는 아무 말 없이 듣고 있었다. 이제는 오로지 듣기만 하겠 다는 생각으로, 그는 모든 신경을 예련에게 집중시켰다. 진정으로 원했던 것. 그러나 포기했던 답이 그 앞에 있다. 상식으로는 설명하기 힘든 장면이 펼쳐져 있었다. 피투성이가 되어 쇠사슬에 결박당한 스승과 그 피로 얼룩진 채찍을 든 학생. 그러나 그 둘에게는 조금의 어색함도 보이지 않았다. '옳은 일일까?' 예련에게는 자신이 옳다는 확신은 없다. 자신이 누군가에게 자 신의 답을 가르쳐줄 자격이 있는가? 타인의 갈 길에 멋대로 이정 표를 꽃을 수 있는 것인가? 예련은 결심했다. 그냥 넘어가고 싶지 않았다. 인간이 대지에 발을 딛고 별을 바라보기 시작한 후 수많은 성인 (聖人)들이 이상을 찾다가 좌절하고 무너져내렸었다. 너무나 순 수한 사람들이 빠지기 쉬운 함정.. 끝없이 나아가다 보면 언젠가 는 답을 찾을 수 있으리라 믿었기에 앞으로 나아가던 사람들은, 결국 아무리 가도 보이지 않는 답을 보고 실망했으리라. "그 때마다 듣는 대답은 '수행이 부족하다' 라는 거지. 하지만 아무리, 끝없이 수행을 계속해나가도 얻는 답은 똑같아! 대체 얼마나 더 가야, 얼마나 더 모든 것을 포기하고 헤매야 답을 찾을 수 있지?" 그와 똑같은 말을 했던 사람은 수천, 수만도 넘으리라. 배리가 조금만 냉정을 유지했더라면, 예련이 자신의 정체를 알 고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그에게 그런 일들은 전혀 중요한 것이 아니였다. "...글쎄." "대답해 봐! 너는 그 답을 이미 구했을텐데! 그럼 알 거 아냐?" "..난 내가 옳다고 확신 같은건 하지 못해.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인간의 언어는 인간의 생각을 그대로 전달하기 에는 너무나 부족한 도구라는 거지." "무슨 뜻이지?" "이를테면, 선의의 거짓말이라는 게 있지." "?" "있잖아. 길거리에서 애가 울 때 뭐 '집에만 가면 맛있는 거 줄 께' 라고 토닥거겨서 집까지 데려가거나 하는 식으로. 대강 그렇다는 거야." "웃기는 소리 하지 마! 그럼 너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는 거냐? 너도 모든 게 다 거짓말이라고, 위선이라고 말하고 싶은 건가?" "글쎄. 난 적어도 네가 틀렸다는 것을 증명해 보일 수는 있을 것 같군. 별로 객관성있는 증거는 아니지만." "...?" 그 순간 예련은 원했다. 그리고 그 의지는 표현할 수 있는 언어 중 가장 진실에 가까운 것이 되어 나타났다. "별을 쫓는 자들에게 도착지가 있을까." 말은 현실이 되었다. 의지는 그가 원하는 것을 구현했다. 그리고, 기적이 일어났다. ---------------------------------------------------------- 안녕하세요? 프란입니다. 음... 릴레이 쓰면서 신행기는 왜 안쓰냐는 항의가 귀에 선하게 들어와서 결국 팬을, 아니 자판을 잡았군요. 그리고.. 드디어 강호신행기를 먼치킨 플레이로 만들고 말았 습니다. 예련 최강의 신성마법 중 하나...-_-; Munchkin's soul Power를 우습게 볼 수 있는 궁극의 주문..(풀썩~!) 무엇인지는 다음화를 기대하세요오~~~ - 이미 연재속도에 대해서는 양심의 가책을 잃어버린 프란이였 습니다. (퍼억!) 이전 : 74 :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68 - (written by 다엔)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67 - ] [74]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68 - 아로마테라피 적용 - 참존 탑뉴스 바디에즈 미스트 - 22,500 원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The Means of Freedom - 外傳 3. 第四章 - 밝혀지는 음모(陰謀).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음모의 진실은 밝혀지고.. ---------------------------------------------------------------- ... 여기가 어디지? 눈에 보이는 풍경은 하나도 바뀌지 않았다. 하지만 배리는 확실히 주위의 모습이 변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뭐라 정확히 꼬집어 말하기는 힘들지만, 같은 곳이였음에도 불구 하고 너무나 크게 바뀌어버린 분위기. "무슨 짓을 한 거지?" "글쎄. 설명하기가 꽤 복잡해서." 무성의한 대답을 던진 예련은 손목을 이리저리 돌리며 관절이 상하지 않았는지 살펴보기 시작했다. 하긴, 저 여자가 무슨 짓을 했던 당장 나에게 무슨 일이 생길 것도 아니고. 별 상관없는 일 이겠군. ..이라고 생각하던 배리는 순간 경악하고 말았다. 내가 무슨 생 각을 한 거지? 그제서야 배리는 예련의 손발을 묶고 있던 족쇄가 모조리 풀려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잡아라!" 배리는 그가 데려온 취혼음대의 여인에게 명령을 내림과 동시에 예련에게로 뛰어들었다. 순식간에 둘 사이의 거리가 제로로 좁혀 지며 배리는 예련의 손목을 붙잡고 비틀었다.. "!" 순간 배리는 그 자리에서 균형을 잃고 넘어질 뻔 했다. 배리의 손은 마치 환영처럼 예련을 그대로 통과해 허공을 휘저었던 것이 다. "무, 무슨 사술을.." "환상은 아냐. 옆을 보라고." "?!" 어이가 없다고 해야 할까. 바닥에 편안한 자세로 드러누워서 하 품을 하고 있는 취혼음대의 여인을 본 배리는 자신의 황당함을 표현할 방법을 찾지 못해 멍한 표정을 지어야 했다. "뭐 하는 짓이냐!" 배리가 천둥 같은 노호성을 터트렸다. 일 갑자도 넘는 내공이 실린 그 외침은 태산이라도 뒤흔들 듯 했지만, 취혼음대의 여인 은 아무 것도 듣지 못했다는 듯 콧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그것은 예련도 마찬가지.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네가 감히 마교 음마(淫魔)의 명령을.." 말을 꺼내려던 배리는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내가 왜 저 여자에게 명령을 내려야 하지? 생각해보면 이름조차 모르는 사람 이다. 마교 소속이기 때문에? ...그게 어쨌다는 거지? "의지의 신전(Sanctuary of Ariser).. 프리시안의 길을 찾는 자 들에게 주어진 최후의 권능이지." "...?" "인간은 살아가면서 타인에게 영향을 받고, 또 영향을 줄 수 밖 에 없는 존재.. 그것은 곧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지. 그렇다면, 진정한 자유란 무엇일까?" 예련의 말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나는 무엇 때문에 여기 있는 거지? 흑접 사유화에 의해 파계(破 戒)한 뒤로 모든 것을 포기하고 마교에 몸을 담았었고.. 그러던 중 자신이 포기한 답을 찾았던 예련을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배리가 자신이 무의미한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데는 별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결국 타인에 의해 생긴 증오였다. 그 모든 것은 지금의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 '자신의 일'이 아닌 것에 그토록 흥분했던 과거의 자신이 바보스럽게 느껴졌다. 편안하다. 배리는 그렇게 생각했다. 이제 그 어떤 것도 자신에 게 영향을 줄 수 없는 것이다. 어떤 것에도 구속받지 않을 수 있 는 공간.. 그것이 바로 프리시안의 의지의 신전. "잘 들어. 네가 내 말에 영향을 받지는 않겠지만, 최소한 들리 기는 하겠지. 네가 그 속에서 어떤 대답을 찾아낼지는 나도 몰 라. 만약 아무것도 찾지 못한다면.. 뭐, 내 사람보는 눈이 잘못 됐다고 말할 수 밖에." 어느세 예련의 몸에 나 있던 상처는 흔적조차 없이 사라져 있었 다. 물결치는 짙은 푸른색 머리와 하늘색 눈동자 아래로 백옥처 럼 깨끗한 몸의 곡선이 아낌없이 드러난다. 아름답다. 배리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생각일 뿐이였다. 아름다운 여인의 벗은 몸을 보 고 있지만 성욕 따위는 느껴지지 않는다. 욕망이란 인간이 탄생 되었을 때부터 존재해왔던 본성. 신(神)이라는 이름의 '타인'이 인간에게 부여한 것. "네가 지금까지 나를 바라보며 원했던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모든 존재로부터 완전하게 자유로운 곳. 누군가의 외침도, 떠올 리는 것만으로도 미쳐버릴 듯한 악몽도, 인간이라면 누구나 느껴 야 할 모든 본능도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 무엇으로부터도 영향 을 받지 않는다면, 무엇을 위해 움직여야 할까. 아무것도 받지 않기에, 아무것도 답하지 않는다. 원인이 없으면 결과도 없다. 무념(無念)... 그리고 무상(無想). * * * "..찾을 수 있을까?" 후회해본들 소용없는 일.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남은 것은 기다리는 것 뿐. "설마 영원히 무념(無念)에 잠겨 있진 않겠지. 뭐, 그게 행복 이라면 말릴 수는 없지만." 예련의 손이 허공에 섬세한 무늬를 그렸다. 형체 없는 신전의 주인, 그 공간의 창조주이자 종속자인 예련 의 뜻에 따라 빛은 그녀가 원하는 형태를 이루었다. 그리고 그 것은 은색과 푸른색의 무늬가 수놓여진 새하얀 신관복의 형태를 갖추어 예련의 몸을 감쌌다. 성직자 최강의 보호구, 아데나의 법 의였다. "휴우.. 이제 어지간해서는 옷 벗을 일은 없겠군." 더 이상 노출씬을 보이지 않겠다는 강렬한 의지가 담긴 한 마 디였다. -별로 눈에 띄는 노출씬이나 있었던가..(--) - 하긴, 도검불침, 수화불침, 만독불침에 만사불침(萬邪不侵)등 어지간 한 공격은 물리적이던 마법적이던 이빨도 들어가지 않는 물건인 만큼 쉽게 찢어지거나 하지 않을 것은 확실했다. "좋아, 하는 김에 성직자 세트 다 만들자고. SOA(=Sanctuary of Ariser)가 평생에 두번 쓸 수 있는 능력도 아니고. 한번 썼을 때 국물까지 우려먹어야지." 예련의 손에 성수병과 고위신관의 상징인 성령의 지팡이가 추 가로 쥐어졌다. "..그러고보니 집에 돌아갈 방법 중 하나가 사라진 건가?" 의지의 신전, 창조주의 권능의 일부인 그 힘을 이용한다면 라 그시안 대륙으로 돌아가는 것도 별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아직 중원에 떨어진지 1년이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원 차원의 위치를 알 수 없었고, 이제 이 주문을 이용해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해 졌다. 물론 1년이라는 기한이 되었다 해도 SOA를 차원이동 따위 -의지의 신전을 발동시켰다는 사실이 가지는 의미를 생각해본다 면 이 표현도 무리는 아니다- 에 쓸 생각은 없었지만.. * * * 그으으--- 거대한 귀기(鬼氣)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치고 있었다. 시퍼런 빛으로 타오르는 지옥의 불꽃 사이로 기괴한 비명을 내지르는 악령들이 날뛰고 있었다. 무질서한 움직임. 통제를 벗어난 마령들의 외침은 그것만으로 도 만 장 넓이의 지하광장을 지옥(地獄)으로 만들기에 부족함 이 없었다. "믿을 수 없군.." 만사(萬邪)의 제왕, 천사지존 사영은 치를 떨며 이 난동의 원 인을 바라보았다. 이십 장 두께의 암벽은 본질에 속한 힘을 읽어 내는 데 전혀 장애가 되지 못한다. 저만한 성력(聖力)이 대체 어디서 나온 것일까. 아니 그보다 대 체 저 힘이 어디 쓰이고 있는 것인지 천사지존은 알 수가 없었 다. 주위로 흘러나오는 힘만으로도 자신에게 힘을 북돋아주고 있 던 아수라화혼대법이 뒤흔들릴 정도의 성력.. 힘으로 구현했다면 이미 이곳 철성의 절반 정도는 흔적도 없이 날아가버렸을 것이 다. 그런데도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 이유는 무얼까? 궁금증과 불안감, 마교 천사지존으로써의 자존심과 거대한 상극 의 힘에 대한 공포를 한동안 저울질하던 천사지존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아무리 자신이 힘을 완전히 회복하지 못했고, 상대가 강력한 신성력의 소유자라고 해도 전투에서는 자신이 훨씬 유리 하다. 주문을 외우기 전에 목을 따버리면 되겠지.. 단순하지만 확실한 생각을 하며 천사지존은 성력의 진원지를 향 해 걸음을 옮겼다. ---------------------------------------------------------- 안녕하세요? 프란입니다. 신행기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 드디어 끝났군요 -_-; 자유에 대해서.. 꼭 한번 써보고 싶은 부분이였습니다. 사실 자유라는 주제로 쓰려고 마음먹고 있는 글이 에릴(예련)의 이 야기인 means of freedom이죠 -_-; 아무리 3무주의 허접글이라지만 그대로 좀 제대로 표현해보고 싶었는데..망했습니다 T_T; 아무리 외전이라지만..생각해보니 정말 엄청난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떠들고 있었군. 난 과연 미친놈이였어..(탕- 프란 사망) 오랜만에 등장한 오늘의 마법~# : 생츄어리 오브 아리세르(Sanctuary of Ariser): 의지의 신전. 시전자의 의지에 따라, 성직자가 믿는 신의 법칙만이 통용되 는 공간을 만든다. 예련의 경우 의지의 신전은 프리시안의 의지인 자유를 구현하며, 모든 다른 존재의 영향을 무시한다. 시전자는 그 신전의 주체로써, 의지의 신전 내에서 창조주의 자격을 갖는다. - 아티팩트급을 제외한 모든 물체를 창조, 소 멸시킬 수 있으며, 신들이 사용하는 모든 형태의 권능을 신전 내의 대상에 대해 사용할 수 있다. 단, 모든 행동은 그 신전 의 규칙에 준하는 것이여야 한다. 프리시안의 의지의 신전 내에서는 시전자도 타인에게 '영향'을 줄 수 없다. (아데나의 법의는 아티팩트이지만, 창조가 아니라 이전에 파 괴되었던 것을 복원한 것이므로 가능하다..고 설정했다) 이 법칙은 어떤 존재도, 심지어 주신들조차도 깨트릴 수 없 다. 무식한 마법인만큼 부작용도 커서, 이 주문은 인간은 평생에 1번, 신들은 3번밖에 쓸 수 없으며 사용한 후 시전자는 원래 의 성직자 레벨의 절반을 잃는다. 이렇게 잃은 레벨은 wish 를 비롯한 어떤 방법으로도 복구되지 않으며, 5년에 1씩 자연 적으로 회복된다. (그렇다면 예련의 성직자 레벨이 원래대로 돌아오려면.. -_-) 별칭은 최후의 시련(last probation). 신들이 자신의 성직자 가 최후의 답을 얻었는지를 묻기 위해 사용하는 주문이라고 전해진다. 이전 : 75 :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69 - (written by 다엔) [75]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69 -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The Means of Freedom - 外傳 3. 第四章 - 밝혀지는 음모(陰謀).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음모의 진실은 밝혀지고.. ---------------------------------------------------------------- 천사지존이 예련의 존재를 알아낸 것과 같은 원리로, 예련 역시 천 사지존의 움직임을 훤히 궤뚫고 있었다. "뭐지? 적어도 발록(barlog)급 악마.. 마교에서 키우고 있는 녀석 인가?" 지금 자신의 아래쪽에서 다가오고 있는 마기(魔氣)만 그대로 들어다 가 무림맹 사람들의 코앞에 던져줄 수만 있다면 마교에서 '뭔가 심각 한 일을 꾸미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에는 아무 문제가 없으리라. "논 디렉션(Non-Detection).." 예련은 자신의 오오라와 존재감을 숨긴 후 SOA의 범위를 넓혔다. 신 전의 거대한 오오라 속에 숨어버리면 아무리 뛰어난 존재라도 마법으 로 기운을 숨기고 있는 예련을 찾아내지는 못할 것이다. 잠시 신전 안 에 있던 예련은 아랫쪽에서부터 빠른 속도로 올라오는 존재의 반대 방 향으로 몸을 날렸다. 의지의 신전은 절대적으로 안전한 공간이지만, 적들에게 포위라도 되면 문자 그대로 갇히는 셈이다. SOA의 피드백(fe edback)이 가져다 준 신성력의 제약 때문에 정면으로 싸우는 것도 불 가능. 무엇보다 예련은 당장 동료들부터 찾아내야 할 판이였다. "레이스폼(Wraithform)." 예련의 신형이 연기처럼 흩어졌다. * * * 철테를 덧대어 만들어진 문이 기분나쁜 소리를 내며 열렸다. 사유화 는 그 소리에 눈쌀을 찌푸렸지만 항의하지는 못했다. 벽에 고정된 쇠 사슬에 팔다리가 묶여 있는 사람이 감옥의 쾌적한 환경 조성을 위한 건의를 내놓은들 누가 들어주겠는가? 문이 끝까지 열리자 희미한 불빛이 비치며 들어온 사람의 얼굴을 비 추었다. 오른쪽에 있는 사내는 사십대 중반 정도의 무사로 찔러도 '피 한방 울 나오지 않을 사람'의 표본으로 들 수 있을 정도의 무감정한 표정 을 자랑하고 있었다. 이마에서 왼쪽 뺨까지 내려온 상처가 인상적이 였다. 애꾸눈이 되지 않은 건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일 것이다. 그리고..왼쪽의 여자는 유화 자신도 잘 알고 있는 사람이였다. "일소(一少).." "..." 사유화의 삼십육 염화 중 첫째인 일소는 사유화의 시선을 마주보지 못하고 고개를 돌려버렸다. "어떤가? 반역자의 모습을 본 느낌이?" 사내의 무표정한 얼굴에 잔인한 미소가 떠올랐다. 타인의 상처를 후 벼파는데 쾌감을 느끼는 부류의 인간이였다. "곡주님.." "됐어." 상황을 짐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사유화의 염화곡은 이미 예전부터 내부적으로 마교에 복속을 맹세하 고 마교 음마 소속의 분타로 자리잡았다. 그 댓가로 사유화는 절정의 염공을 익힐 수 있었고, 그때까지 공석이였던 음마의 후계자 중 한 명으로 지목되기까지 했었다. 하지만 사유화가 예련 일행 -정확히는 염신이라고 해야겠지만- 과 동행하고 마교에 반역자로 낙인찍힌 상황에서, 대장을 잃은 염화곡은 마교의 지휘체계에 흡수되었을 것이다. 아마도 현 염마 배리의 직속 으로..겠지. 그 과정이 결코 조용히 이루어지지는 않았겠지만 사유화 는 자신의 생각을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 "어쨌던, 무슨 일이지?" 사유화의 시선이 사내 쪽을 향했다. 이곳에 온 목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분명 그일 것이다. "염화곡의 마교에 대한 충성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충성?" "그래." 사내의 손에 길다란 채찍 하나가 쥐어졌다. "..네가 말하는 '충성' 이라는 건 애완동물의 충성인가?" 사유화는 어이없다는 듯 중얼거렸지만 사내의 입가에는 차가운 미소 만이 떠올라 있을 뿐이였다. 그리고, 사내는 자신이 들고 있던 채찍을 일소에게로 넘겼다. "..!" "자. 염화곡의 대표로써 마교의 배신자를 벌해라. 어떻게 하는지는 알고 있겠지?" "네 놈이.." 저 자식, 알고보니 완전 변태였잖아? 중원의 여자들이 발음할 수 있 는 가장 심한 욕들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 하지만 사유화는 그 말을 내뱉을 수는 없었다. 염화곡의 사활이 걸린 문제인 것이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일소가 이것을 거부한다면 다음날로 염화곡은 중원 지 도에서 사라져버릴 것이 분명하다. "..." 채찍을 받아든 일소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뭐하는거지? 빨리 저 배신자를 내려치지 않고." 사내가 재미있다는 느낌이 역력한 말투로 일소를 재촉했다. 한참동안 채찍과 사유화를 번갈아보던 일소가 표정을 굳혔다. 손의 떨림이 진정되자 일소는 천천히 채찍을 들어올렸다. "그만둬." "?!" 깜짝 놀라는 일소를 보며 사유화는 쓴웃음을 지었다. "네 옆에 있는 인간은 마교 살마(殺魔) 아니면 철마(鐵魔)쪽의 고수 야. 그런 건 통하지 않아." "어, 어떻게.." "동작이 부자연스러웠어. 갑자기 손과 호흡을 안정시키고 흡기( 吸氣)하는 모습을 보면 누구라도 기습을 생각할 수 밖에." "..제법이군." 마지막의 말은 사내 쪽에서 나온 것이였다. "저 녀석이 시키는대로 해. 난 상관없으니까." 사유화는 눈을 감았다. 불만은 없다.. 자신이 일소의 입장이였다면 그녀는 주저없이 채찍을 휘둘렀을 것이다. 위해서는 강자의 밑에 들어가는 수밖에 없다. 짧은 감정보다는 조직의 이익을 위해 행동해야 한다. 그것이 약육강식의 세계이니까... "그리스(Grease)." "누구냐!" 가장 빠른 반응을 보인 것은 역시 무공이 높은 사내 쪽이였다. 소리 가 들린 것과 동시에 십여 개의 암기가 소리의 진원 쪽을 향해 쏘아 져갔다. 일체의 계산이 배재된, 엄청난 수련으로 얻은 동물적 반사능 력. 하지만 그 동작이 무의미하게도, 날아가던 암기는 목표물에 닿는 것 과 동시에 허무할 정도로 힘없이 바닥에 툭툭 떨어져버렸다. "오랜만이야." 사유화와 일소는 그제서야 상대방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백색과 푸른색이 잘 조화를 이룬 이국 적인 느낌의 옷이였다. 중원에서는 볼 수 없는 형태의 긴 망토가 어 깨에서부터 늘어뜨려져 있었는데 옅은 푸른색으로 된 망토에는 섬세 한 은색의 문양들이 수놓아져 있었다. 화려하면서도 검소한 장식은 눈에 확 들어오지는 않지만 한번 시선을 가져가면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 아데나의 법의는 예련 한 사람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그 주인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예련의 짙은 푸른색 머릿결이 새하얀 법의 위에 걸쳐져 있는 모습은 그야말로 한 폭의 성 화(聖畵)였다. "..대체 그 옷 어디서 난거야?"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그런 질문이 먼저 나오는거지?" 예련의 반문을 제대로 들은 사람은 그 자신뿐이였다. 소리도, 기척도 없이 검을 뽑아든 사내가 예련을 향해 뛰어든 것은 사유화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이였다. 그는 한눈에 예련의 옷이 도검 을 막는 보의(寶依)라는 것을 알아채고 직접공격을 시도한 것이였다. 하지만 불행이도 그는 예련이 등장과 동시에 외웠던 주문이 무엇인 지 알지 못했고, 그 결과로 멋지게 발을 헛딛어야 했다. "흣?" 괴상한 기합과 함께 사내는 허공에서 몸을 세 번 뒤집어 자세를 잡았 다. 그 동작은 백화궁(百花宮)의 비전인 회풍무류(回風舞流)라는 것으 로 그 동작이 미묘하고 아름답기 짝이 없어 무림의 절기로 불리고 있 었다. 하지만 남자가 그 초식을 썼다는 사실 따위는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사내가 그렇게 자세를 잡아 착지한 곳은, 예련의 주문 영향권 안이였 던 것이다. 허공답보의 경공이 있지 않은 다음에야 무슨 대책이 있겠는가. 사내 는 속절없이 다리를 위로, 엉덩이를 아래로 하고 바닥에 넘어지고 말 았다. 마찰력이 0에 수렴하는 바닥은 사내의 몸을 대공원의 범버카마 냥 이리저리 튕기게 만들었다. (--) 그리고, 그렇게 반쯤 맛이 간 사내의 목줄기를 예련의 지팡이가 사정 없이 내리찍었다. "켁!" "변태중년의 비참한 말로야." 사유화는 동의의 뜻으로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 ..날이 갈수록 미쳐가는 신행기! 드디어 본래의 모습을 되찾아가는군.. 오늘의 마법~# 논-디렉션(Non-Detection) - 탐지마법이나 초능력 등으로부터 시전 자의 존재감을 숨겨주는 마법. AD 설정상으로 보면 신 력의 탐지를 차단하기에는 부족함이 있어 보이지만, 어 차피 설정이란 작가 마음대로인 법..(퍽!) 레이스폼(Wraithform) - 모 전략시뮬레이션의 모 종이비행기와는 아 무 상관없는 마법이다. 시전자를 유령과 비슷한 비물질 적인 형태로 만든다. 시전자는 주문의 지속시간동안 진 짜 유령처럼 벽의 좁은 틈이나 환풍기 등으로 '떠다닐' 수 있다. [46] [M/F]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70 - SF/Fantasy (29314/64390) [M/F]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70 - 2001/06/19 23:39 권오광(atorpedo)님 올림 읽음 889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The Means of Freedom - 外傳 3. 第四章 - 밝혀지는 음모(陰謀).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음모의 진실은 밝혀지고.. ---------------------------------------------------------------- "..마교에서는 지하감옥에 수감된 여자들을 묶는 방법이 표준화되어 있나?" 탈출하기 전의 자신과 똑같은 포즈로 벽에 양 팔이 고정되어 묶여 있 는 사유화를 보며 한심한 농담을 중얼거렸다. 감금과 고문으로 망가지긴 했지만 사유화의 미모는 여전히 눈에 띄었 다. 붉은 기운이 감도는 짧은 갈색 머리에 조각한 듯 뚜렷한 이목구 비, 아름다운 얼굴만큼이나 나올 곳은 나오고 들어갈 곳은 들어간 빼 어난 몸매에 미끈한 다리의 각선미가 매력적이다. 온몸 구석구석이 상처자국에 핏자국이 말라붙어 있고 검은 누더기 옷 은 찢겨져 풍만한 가슴 계곡과 허벅지가 환히 드러나 보였지만 그 모 습이 오히려 더욱 위험한 아름다움을 돋보이게 만든다. 어느 녀석이 한 짓인지는 모르겠지만 보는 즐거움(?)까지 계산해서 옷을 저 모양으 로 만들어 놨다면 퇴폐적 디자인 연출의 천재라고 불러도 무리가 없을 듯 하다. 앞서 언급했듯이 아무리 미녀라지만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망가진 상태에서 아름다움을 보이는 거, 쉬운 일 아니다. (;;) "일단 그 사슬이나 풀고 보자고. 언록(Unlock)." 딸깍거리는 소리가 몇 번 나자 사유화의 몸을 구속하고 있던 사슬은 힘없이 풀려나갔다. "정말 재주도 좋아.. 대체 그 옷은 어디서 난 거야?" "내 제복이야." "..정말 좋은 직업에 종사하는 모양이군." "겉보기에는 그렇지." 누가 여자 아니랄까봐 이 판에 옷타령이냐? 예련은 속으로 투덜거리 며 사유화의 손목에 손을 가져갔다. 사슬에 묶여 체중을 지탱하느라 살갖이 찢어지고 뼈가 어긋나 있던 손목이 순식간에 새하얀 빛에 휩 싸이며 회복되었다. "다른 곳도 좀 치료해줘." "..그럴 여유가 없어." 신성력이 격감한 것이 눈에 보일 정도이다. 의지의 신전, 그 신의 권능을 사용하기 위해 치룬 댓가가 너무 컸던 것이다. "휴우..이젠 어쩔꺼지?" 어느 정도 상처가 진정된 샤유화가 호흡을 가다듬으며 말했다. 운기 조식으로 내상을 치료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그럴 시간이 없 었다. "뭐, 도망쳐야지." "어떻게?" "글쎄. 나야 텔레포트해버리면 그만이지만.." "타래보두가 뭔진 모르겠지만 가능하면 너 혼자 도망가." 예련은 샤유화의 말보다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저 어색한 외국 어 발음에 더욱 감탄해버렸다. "..남아서 뭐하게?" "여기 있다간 다 죽어!" "내가 그런 협박한다고 혼자 갈 것 같아?" "...아니." "그럼 같이 도망칠 방법을 찾아보자고." 협상타결. 참으로 스피디한 전개가 아닐 수 없다. (;;) "일단 우리 일행하고, 염화들도 같이 탈출시켜야겠지?" 사유화는 일소를 한번 바라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해보면, 마교를 배신한 건 확실히 미친짓이였어." "맞는 말이야." 대답은 예련의 등 뒤에서 들려왔다. 쓸모없는 짓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예련은 성령의 지팡이를 들어 방 어자세를 취하며 몸을 돌렸다. 그리고 곧, 자신의 뒷쪽 -몸을 돌린 상태에서의- 에서 터져나오는 탄성에 어리둥절해야했다. "자미!" "두자미님!" "아는 사람이야?" 예련은 문 앞에 서서 경비병으로 보이는 사내와 즐겁게 노닥거리고 (?) 있는 미모의 여인을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반쯤 눈이 풀려버린 사내는 입가에서 침을 질질 흘리며 여인을 끌어안고 있었 다. 다른 한 손이 슬그머니 여인의 다리 사이로 들어가지만 여인은 그 손길을 막는 것 같으면서도 오히려 사내에게 몸을 밀착시킨다. "어떻게 된 거야?" "저 여자가 탈출했다는 말 듣고 쫓아왔지. 혼자 도망치지 않으면 갈 곳이라고는 일행들이 갇힌 곳 뿐인데, 그 중에서 여기가 가장 가깝 거든. 어쨌던 생각 외로 대단해. 혼자서도 살아나가지 못할 곳에서 동료까지 구하겠다는 멍청한 마음가짐이 말야." 두자미는 예련을 향해 비웃음과 감탄이 반쯤 섞인 미소를 날렸다. 물론 그러면서도 그녀의 손은 앞에 있는 사내의 가슴을 부드럽게 어 루만지고 있었다. "..휴우.." 예련은 고개를 내저었다. 이제는 익숙해질 때도 됐지만 중원에만 존 재하는 저 특이한 형태의 무공에는 도저히 정이 가질 않았다. 하긴 여자가 저 모습에 익숙해지면 그것도 문제인가.. "그런데 여기는 어떻게 들어온거야? 아무리 너라고 해도 이곳까지 들어오는 건 힘들 텐데." "뭐, 간단해. 오는 길에 있는 경비병들 다 하나씩 붙잡고 녹여줬 지." 자미가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환타지였다면 이럴 때 손가락으로 V 자를 그려줬을 텐데, 아쉽군. (;;) "너 혼자서?" "아니. 네 애들이랑." 두자미의 뒤에서 우르르 몰려나오는 여인들. 그것은 사유화의 수하 인 이십사 염화들이였다. * * * "크윽!" 손목이 꺾이는 듯한 느낌에 도화령은 신음을 흘렸다. 고문을 당한 것은 아니였다. 누가 열혈 아니랄까봐 홧김에 있는 힘 을 다해 칼(목에 거는 칼이다)에 걸려 있는 손목을 비튼 결과가 나온 것 뿐이다. 그런다고 부서지면 그게 무슨 수갑이냐..쯧쯧. "제길! 어서 여기서 탈출해야 하는데.." 열이 머리끝까지 받친 도화령은 감옥안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닥치 는대로 벽과 창살을 두들겼다. 하지만 돌아온 결과는 손목과 족쇄가 걸린 발목의 통증뿐이였다. -하하..그렇게 요란하게 설치다가는 될 일도 안 될걸세. 갑자기 들려온 소리에 도화령은 흠짓했다. 이 감옥에 들어온 이후 비명과 신음 외에 사람의 목소리라고는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방금의 소리는 분명.. '전음?' 이곳 어디에 그만한 고수가 있단 말인가? 도화령은 황급히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전음술을 쓸 만한 사람은 아무데도 보이지 않았다. -소리를 줄이게. 간수도 없는 곳이지만 감시는 있을지도 모르니. 그 말을 듣자마자 도화령은 도둑고양이마냥 몸을 웅크리며 조심스럽 게 주위를 살폈다. 누군가 그 모습을 보았다면 조금 전보다 백 배는 어색한 모습이라고 평가했을 것이다. -..자네 왼쪽이네. 그 말을 들은 도화령은 순간 놀랄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왼쪽 감옥 에는 벽에 결박된 나이를 알아볼 수 없는 괴인밖에 없었던 것이다. 아니, 그뿐이라면 괜찮을지도 모른다. 그의 온 몸은 만년한철(萬年寒鐵)로 만들어진 가느다란 줄로 칭칭 감 겨 있었다. 아니, 자세히 보면 그 한철사는 몸을 묶거나 감아 둔 것 이 아니라 몸 곳곳을 관통해 휘감겨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대체 어떤 사람이길래 전신의 중요한 관절과 혈도를 모두 만년한철 사로 관통당한 상태에서 전음을 쓸 수 있단 말인가? 아니, 그 이전에 살아 있다는 것 자체가 신기한 모습이 아닐 수 없었다. "그쪽의 고인..께서 절 부르셨습니까?" -그렇네. 인사가 없는 걸 섭섭해하진 말게나. 온 몸이 만년한철사에 꿰인 몸이라 고개도 돌리지 못하니. "처, 천만의 말씀입니다. 그런데 고인의 성함은 어떻게 되십니까?" -나? 진염탁이라고 하네. 옛날에는 유혼검성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네 만. 기억하는 사람은 있을지 모르겠군. ---------------------------------------------------------------- 안녕하세요? 프란입니다. 기말고사기간이라 한동안 글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예? 언제는 글 올렸 나고요?;; 이번주 금요일에 시험이 모두 끝나고.. 주말에는 엠티가고.. 어쨌던 다음주나 되어야 제대로 글을 쓸 수 있겠군요. 그때는 정말 열심히 한 번 써 보겠습니다. ...왜 모두들 그렇게 불신감이 가득한 얼굴로 쳐다 보냐고요 T_T 오늘의 마법~# 언록(unlock): 자물쇠 여는 마법... 뭐, 옛날에는 자물쇠라는 게 별로 잘 만들어지지 않아서 웬만하면 열린다..는 뒷이야기가 있음; 그리고.. 은행털이용으로 언록의 상위 마법이 개발된 적이 있 다는 전설도 전해지지만 사실일까나? (퍽!) [47] [M/F]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71 - SF/Fantasy (30372/64390) [M/F]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71 - 2001/06/27 03:34 권오광(atorpedo)님 올림 읽음 929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The Means of Freedom - 外傳 3. 第四章 - 밝혀지는 음모(陰謀).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음모의 진실은 밝혀지고.. ---------------------------------------------------------------- 유혼검성 진염탁! 그 이름은 엄청난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백년 전 그 이름 앞에는 천하제일검이라는 단어가 붙어다녔으므로. 천하제일의 신검으로 불리던 그가 백년 전 홀연히 강호에서 사라졌 을 때 수많은 이야기들이 오갔다. 그러나, 그가 누군가에게 붙잡혀 백년동안 만년한철사에 묶여 살아왔을 거라고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도 없었을 것이다. "저, 정말 유혼검성 진 선배님이십니까?" - 아닌 것 같나? 도화령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전대의 무림을 휩쓸었던 최고수. 절대신협 제무천 이후 검의 최고경지에 올랐던 사람들 중 하나로 불 리었던 존재.. 그 자신도 한때 그와 같은 경지에 오르는 것을 목표로 삼아 왔었다. 마교의 마수가 그 정도로 무림에 깊이 뻗어나와 있었던 것인가? 백 년 전부터 유혼검성을 붙잡아두었을 정도로? - 보아하니 자네는 정파의 인물인듯하군. "그렇습니다. 화령문의 도화랑이라고 합니다." - 화령문.. 그렇군. 도문영과는 무슨 관계인가? "제 조부이십니다." -그렇군.. 잠시동안 진염탁은 무엇인가 생각하는 듯했다. 눈은 계속 감겨 있고 몸은 미동도 없었기에 확실한 것은 아니였지만 왠지 도화령은 그가 고민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 긴 시간은 아니였다. 그러나 도화령에게는 그 짧은 침묵이 견 딜 수 없을 정도로 길게 느껴졌다. - 내 부탁 한 가지만 들어주겠는가? "예! 제가 가능한 것이라면 무엇이라도.." 도화령의 말꼬리가 흐려졌다. 자신도 이곳에 갇혀 있는 처지이다.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 지금부터 전음을 사용해주게. 이곳에 갇힌 후, 우연히 나는 이곳 지하와 연결된 비밀통로를 발견했네. - 저, 정말입니까? 진염탁의 당부가 없었다면 아마도 도화령은 소리를 질렀을 것이다. - 나는 이미 살아있는 게 아닌 목숨일세. 하지만 이곳에 있는 비급 을 숨기기 위해 지금까지 죽지 않고 있었네. - 그런.. - 그동안 마교의 인물들로부터 이것을 숨겨왔네만, 도문영의 자식이 라면 괜찮겠지. - 하, 하지만 저는 아직.. - 선택의 여지가 없네. 이곳에 자네말고는 이것을 취할 사람이 없 어. 어떤가? 허락해주겠나? 그의 말대로였다. 선택의 여지 따위는 없었다. 아니, 있긴 있을 것 이다. 여기에 계속 갖혀 있느냐, 아니면 진염탁의 말을 따르느냐.. 물론 도화령에게 있어서 전자는 생각할 가치조차 없는 선택이였다. -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고맙네. 그가 표정을 지을 수 있다면 아마 미소를 지었을 것이다. - 이쪽으로 오게. 창살 바닥 쪽을 살펴보면 아마 땅이 파이는 곳이 있을 걸세. 예전에 탈출하려고 팠던 건데.. 결국 중간에 붙잡혀서 이모양이 됐지만 그건 들키지 않았었지. 그의 말대로 바닥에는 엉성하게 흙을 덮어놓은 듯한 무른 바닥이 있 었다. 일반인이라면 그 정도를 파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렸겠지만 무림고수인 도화령은 목에 칼이 씌워진 상태에서도 순식간에 흙을 파 옆 감방까지 들어가는 데 성공했다. 아무리 뇌옥이라지만, 손발을 움 직일 수 있는 죄수가 있는 곳에 간수가 없다는 것은 정말로 기적에 가까운 일, 아니 기적 그 자체였다. - 입구는 내 등 뒤에 있네. 진염탁이 몸을 움직일 수 없다는 걸 아는 도화령은 최대한 그가 아 프지 않도록 조심해서 몸을 밀쳤다. -결국 헛수고였지만- 그의 말대 로, 얼핏 보아서는 알아보기 힘든 비밀문이 있는 것이 보였다. 물론 도화령이 알아볼 수 있는 비밀문이 무슨 '비밀'문이겠냐만은 어쨌던 위치를 들었으니 찾아내는 것은 가능했다. 도화령이 진염탁이 가르킨 곳을 손으로 짚자 스르륵 하는 소리와 함 께 돌벽이 올라갔다. 수백 년은 되었을 기관임에 분명한데도 녹슬기 는커녕 기름칠이라도 된 듯 문이 돌아가는 소리는 매끄럽기 그지없었 다. - 어서 가게. - 진 선배님.. 본능적으로 도화령은 자신을 보내는 것이 진염탁의 마지막 일이 될 것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 지금까지의 희생을 헛되게 할 셈인가? 도화령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비밀문을 연 채로 돌아선 도화령은 진염탁의 앞에 서서 큰절을 올렸 다. 한 번.. 두 번.. 정확히 절은 아홉 번 이어졌다. 사제의 예를 갖 추는 것이였다. "..." 두 사람 사이에 말은 없었다. 그러나 무림인인 두 사람은 아무 말 없이도 서로를 이해할 수 있었다. 구배(九拜)가 끝나자 도화령은 진염탁을 향해 마지막으로 목례를 올 린 후 열려 있는 비밀통로로 들어갔다. 기관이 미리 장치되어 있었던 지 그의 몸이 들어감과 동시에 열려 있던 비밀벽은 언제 있었냐는듯 흔적도 없이 닫혀버렸다. 그리고 안에서 몇 번인가 딸깍거리는 소리 가 들렸다. 한 자 두께의 만년한철벽이 비밀벽을 가로막는 소리.. 이 제 천신(天神)이라 할지라도 이 벽을 다시 열지는 못할 것이다. -... 이제 끝났다.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못하고, 고개조차 돌리지 못하 는 몸으로 백 년을 견뎌왔었다. 그 고통을 어찌 필설로 표현할 수 있 겠는가. 끝없는 고통을 겪어와야 했던 백 년의 세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꼴로 살아오면서 미쳤다가 깨어나고, 또 속박의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미치기를 주기적으로 반복하다시피 해왔었다. 이제는..더 이 상 이런 고통을 겪고 싶지 않았다. 편안한 모습으로 서 있는 진염탁의 입가에서 한 가닥의 핏줄기가 흘 러내렸다. * * * "경계를 강화하라!" "수뢰진(水雷陣)! 멸화진(滅火陣)! 각 방위를 지켜라!" "난장판이군.." 사유화는 오 장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들려오는 외침에 대한 감상 을 한 마디로 말했다. "그런데 이거 안 들키는거 확실해?" "아니." 대답은 단호했다. 인비지빌리티와 사일런드(Silence)를 함께 걸어 놓았지만 그것만으로는 안심하기 힘들었다. 무엇보다 삼십 명에 가까 운 대인원인 것이다. 하지만 염화들의 불안감은 예련보다 몇 배는 더했다. 마교측 인물들 에게는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그런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다. 이성적으로는 이곳이 안전하다고 생각하지만 인간 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믿을 수 없는 존재인 법이다. 자신들이 투 명인간이 되었다는 사실을 전혀 실감하지 못하는 염화들이나 두자미, 사유화는 사오장 밖에서 돌아다니는 마교의 검수들이 이쪽을 힐끗힐 끗 쳐다볼 때마다 비명이라도 지르고 싶은 심정이였다. 물론 예련은 비명을 질러봐야 밖에 들리지도 않으니 마음껏 지르라고 말했지만 그 걸 실험해볼 정도로 담이 큰 사람은 몇 없었다. "여기서 어떻게 빠져나갈 생각이지?" "일은 벌린 사람이 생각하라고." 예련은 두자미의 말에 퉁명스럽게 대답했지만, 확실히 이 상황에서 방법을 낼 수 있는 사람은 자신밖에 없었다. 염화들이나 사유화, 두 자미는 무공의 고수가 아니였고, 잠입과 탈출의 대가는 더더욱 아니 였다. 그 점은 예련도 마찬가지긴 했지만 그나마 마법이란 전면전보 다 이런 상황에서 더욱 빛을 발할 수 있는 기술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이건 최악의 상황이군..' 적진 한복판..그것도 절정고수들이 구름처럼 몰려 있는 마교의 본거 지이다. 이미 일행의 탈출사실이 알려지면서 주위에는 천라지망이 펼 쳐진 상태. 그렇다고 예련 일행이 한 번 칼을 휘두르면 사방 백 장을 휩쓰는 검기의 그물이 펼쳐지고 일장을 날리면 앞에 있던 수백 명의 고수들이 흔적도 없이 날아가는 초절정궁극무적고수인가 하면 그것도 아니였다. 더더욱 골치아픈 문제는, 아직도 도화령과 염신의 행방을 알 수 없 다는 것이였다. 사유화는 염신을 찾지 못하면 이곳에서 한 발짝도 나 가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고, 두자미는 한심해하면서도 염신이 있는 곳을 알려주었다. 문제는 그곳으로 가는 길에 백여 명은 될짐한 마교고수들이 진을 치고 있다는 것이였다. "네 마법인가 뭔가로 어떻게 다 잠재우거나 할 수 없겠어?" "네 음공인가 뭔가로 어떻게 다 녹여주거나 할 수 없겠어?" 글자수까지 정확하게 맞춰서 돌아온 대답에 사유화는 입을 다물어버 렸다. "..일단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던 내가 갇혀 있던 방으로 도망쳐. 거 기에는 아직까지 의지의 신전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을 테니 누가 함부로 들어오거나 하진 못해. 염신과 도화령은 내가 찾아보지." "..괜찮겠어?" "이렇게 우르르 몰려다니는 것보단 안전해." 자신에게 걸려있는 사일런스를 해제한 예련은 바람의 정령을 조작해 주위로 소리가 세어나가지 않게 막은 후 주문을 외웠다. 가느다란 실 이 떨리는 듯한 고위 주문 특유의 마나 공명음(Mana resonance soun d)이 울리자 긴장하고 있던 염화들이 처음 들어보는 기괴한 소리에 흠짓하며 주위를 돌아보았다. "디스안티그레이트(disintegrate)." 아무 소리도 없이, 예련이 가리킨 천장에 지름 일 장 정도의 구멍이 나타났다. "이 윗층으로 가면 내가 갇혀 있던 곳은 찾을 수 있겠지? 애들 데리 고 먼저 가 있어. 곧 따라갈테니." ---------------------------------------------------------------- 하아.. -_- 시험도 끝났고, 골치아픈 스토리도 대강 정리됐는데 왜이리 글이 안 써지는지.. 필력이 뚝뚝 떨어지는게 눈에 보이는군요. 이래가지고 어느 세월에 완결할지 까마득합니다; [48] [M/F]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72 - SF/Fantasy (31624/64390) [M/F]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72 - 2001/07/05 01:18 권오광(atorpedo)님 올림 읽음 898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The Means of Freedom - 外傳 3. 第四章 - 밝혀지는 음모(陰謀).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음모의 진실은 밝혀지고.. ---------------------------------------------------------------- 일행은 급히 예련이 천장에 뚫은 구멍을 통해 윗층으로 올라갔다. 그래도 명색이 무림인인만큼 그 정도 높이를 올라가는 건 어렵지 않 았다. 부유의 마법을 쓰는 게 아까웠던 예련만이 꼴사납게 사유화의 손을 붙잡고 끙끙대며 올라왔을 뿐이였다. (;;) "뭐야, 신출귀몰하던 선녀께서." 조금 귀찮더라도 -10 세크 높이의 벽을 기어오르는 것보다 마법으로 공중에 뜨는 일이 더 귀찮고 어렵다는 점은 명백하다- 점프(Jump) 마 법을 쓰는 게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예련은 그냥 무시 하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주위는 꽤나 넓은 방이였다. 뭐하는 곳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군데 군데 거미줄이 쳐져 있고 바닥에는 석재가 굴러다니는 것이 무슨 공 사현장을 연상시켰다. 철성이 아직 완성된 상태가 아니라는 걸까.. 구조물은 다 완성되었지만 아직 내부시설이 완비되지 않았을수도 있 겠지. "..여기 어디야?" "글쎄.." 막 두 사람이 뭐라고 하려는 순간 밖에서 웅성대는 소리가 들렸다. "뭐라고 하는 거야?" "나도 잘은 안들리지만..각 방을 수색중인것 같은데?" 일행 중 가장 무공이 높은 두자미가 벽에 귀를 기울였다. 한 무리의 감시병들이 방을 하나하나 열며 순찰을 돌고 있었다. 대 강 들려오는 발소리로 보아 대여섯 명 정도.. "기습해볼까?" "그보다는 이렇게 해보지 뭐. 판타지멀 포스(Phantasmal Force)." 예련의 주문이 발동되자마자 방문이 사라져버렸다. "?!" 예련의 환상마법을 본 적이 없는 두자미는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놀 랐다. 순식간에 방문이 사라지고 그 자리가 주위와 똑같은 벽으로 바 뀌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덤으로, 방금 예련이 구멍을 뚫은 바닥 역 시 언제 그랬냐는 듯 깨끗하게 원상복구되어 있었다. 물론 눈속임일 뿐이지만. "삼호, 원래 여기도 방이 하나 있지 않았었나?" "글쎄. 이쪽은 워낙 안 쓰이는 곳이라 모르겠군." "그러니까 더더욱 경계를 강화하는 것이지. 숨기에 이곳보다 좋은 곳이 어디 있겠나? 모두 정신 바짝 차리도록." "알겠습니다." 경비병 -외에 마땅한 표현을 찾을 수 없었다- 들은 그렇게 자기들끼 리 수근거리더니 일행이 있는 방을 지나쳐갔다. "휴우.." 발소리가 완전히 사라진 다음에야 두자미는 숨을 크게 내쉬며 벽에서 귀를 땠다. "조금만 여기 있다가 저 녀석들이 사라지면 내가 말한 곳으로 가. 나 는 염신과 도화령을 찾아보지. 염신이 어디 갇혀 있다고 했지?" "지하 감옥 동쪽 구석의 작은 감방이야. 경계가 꽤 삼엄할걸." "...경계는 나중 일이고, 당장 그 설명만 가지고 어떻게 길을 찾아?" "나도 그 이상은 모르겠어. 뭐, 찾다 보면 나오겠지..." 그 무책임한 말에 예련은 물론이고 사유화도 표정을 바꾸며 두자미를 노려보았다. 그때였다. "오호호호홋--!" 소름끼치는 웃음소리가 방 안에 울려퍼졌다. 안심하고 있던 일행들은 그야말로 심장이 목구멍으로 넘어올 정도로 놀라 몸을 돌렸다. 반사적으로 무기를 빼든 사람이 예련과 두자미 둘 뿐이였다는 사실은 이들의 전투원으로써의 능력을 단적으로 증명하는 예일 것이다. 하지만 그나마 대응을 갖추었던 사람 중 예련은 상대를 바라보는 것 과 동시에 놀란 나머지 방어자세를 흐트러트리고 말았다. 예련이 뚫은 후 환영으로 막은 구멍 바로 앞에서 불길한 붉은 기운을 내뿜는 채찍을 양 손에 말아쥐고 서 있는 사람은... 다름아닌 남궁란 이였다. "저거 남궁란 아냐?" "반쯤은 맞았어." 예련은 '남궁란, 너 미쳤어?' 따위의 얼토당토않은 대사를 읊조리진 않았다. 그녀의 눈에는 명확히 보였던 것이다. 남궁란의 몸을 지배하 고 있는 무언가의 존재와 '그것'이 뿜어내는 엄청난 요기(妖氣)가. "어디서 나타난 거지?" "후훗, 신기(神氣)를 숨기는 재주가 너한테만 있는줄 알았나?" 실수했군.. 예련은 입술을 깨물었다. 어떤 수법인지는 모르겠지만 저 악마도 자신의 마기(魔氣)를 숨기고 예련을 추적한 것이다. 무림 의 사술(사술) 을 너무 얕본 결과였다. 탐지전(Battle by Clocking/ Detecting:BCD)에서 지는 것은 마법사로서 큰 수치이다. 예련이 막 사용할 주문을 생각하려는 순간 뒤에서 뭔가가 튀어나와 자신의 옆을 스쳐지나갔다. "하앗!" 두자미의 기습이였다. 길이가 일 장(=약 3m)을 넘는 두자미의 채찍이 무서운 속도로 상대를 향해 뻗어나갔다. 하지만 남궁란은 그것을 힐끗 쳐다보기만 하더니 자신의 손에 들린 채찍을 가볍게 휘둘렀다. 허공에서 두 개의 채찍이 부딛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믿을 수 없게 도, 남궁란의 채찍은 아무렇지도 않게 두자미의 채찍을 통과해 붉은 잔상을 뿌리며 날아갔다. '마법적 무기인가?' 예련이 생각할 틈도 없이 남궁란의 채찍은 두자미를 향해 날아들었다. 조금 전과 마찬가지로 그것은 아무런 저항 없이 두자미의 몸 속으로 들 어갔다. 이 해괴한 현상에 놀란 두자미가 자신의 몸을 바라보는 순간이 였다. "허억.." 두자미의 입에서 바람 빠지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보이지 않는 손이 몸 속을 휘젓는 것 같았다. "후훗.. 비명도 지르지 못하겠지. 몸 속의 장기가 모조리 녹아 내리는 느낌일 테니까." 남궁란이 차가운 미소를 입가에 띄웠다. 그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두자 미는 눈동자를 까뒤집은 채 전신에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몸에 거의 반 가까이 들어가 있는 사룡편 역시 그에 동조라도 하듯 사 방으로 특유의 붉은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무기라기보다는 오히려 살아 있는, 피를 추구하는 생물 같은 느낌이 드는 모습.. "사룡편(邪龍鞭).. 흑룡의 영혼을 붙잡아 만들었다는 전설의 마병(魔 兵).." "더블 스펠(Double spell), 라이트닝 볼트."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도 예련의 주문 영창은 언제나 변함 없는 침착함을 가지고 있었다. 주문 사용자가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고함 을 지르며 주문을 외치는 것은 자살과 동의어는 아니더라도 유의어 정도는 될 것이다. 하지만 한 순간이라도 상대의 집중이 흐트러지기를 바란 예련의 바 램은 비웃음으로 보답받았다. 남궁란 -이미 이 이름으로 부를 수 없 는 존재이지만- 이 사룡편을 들지 않은 왼손을 가볍게 내밀자 서로 교차하며 뻗어나가던 두 가닥의 전격은 허공에 녹아들듯 사라져버렸 다. "잘 아는군. 그럼 사룡편의 주인이 누구인지도 좀 말해주지 그래?" 남궁란, 아니 천사지존 사영의 시선을 받은 사유화는 얼굴색이 새파 랗게 변해서 뒷걸음질쳤다. 무림인들에게 있어서 그 이름은 공포(恐 怖) 그 자체.. "홀리 라이..큭!" 천사지존이 막 주문을 외우려던 예련을 흘깃 바라보더니 사룡편을 가볍게 휘둘렀다. 두자미의 몸에서 빠져나간 사룡편이 그대로 예련에 게 직격했고, 그 충격에 예련은 뒤로 주르륵 밀려났다. "호오, 사룡편이 들어가지 못하는 보의(寶依)라니. 대단한 걸 입고 있군. 탐나는데 그래? 그 옷 속에 있는 네 육체만큼이나 말이야." "도대체가 말이야, 이 동네에서는 만나는 사람마다 나한테 필요 이 상의 관심을 가지더라고. 이번 기회에 그 이유나 좀 설명해 주겠어 ?" 간신히 자세를 잡은 예련이 투덜거렸다. 하지만 농담투의 어조와는 달리 그녀의 머릿속은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메모라이즈된 마법.. 신성마법.. 이 거리에서 녀석보다 빠르게 외 울 수 있는 마법은 없어. 그렇다면 근접전.. 역시 가능성은 전무. 결국 빈틈을 노리는 수밖에 없나?' 하지만 그것도 희망사항일 뿐이였다. 얼핏 보기에는 헛점투성이인 듯한 천사지존의 선홍색 눈동자는 예련의 움직임을 한 동작도 놓치지 않고 바라보고 있었다. "글쎄. 넌 왠지 범하고 싶은 느낌이 들게 만드는 여자야." "칭찬이야?" "후후.. 인간이란 이룰 수 없는 꿈을 꾸는 것을 좋아하지. 이를테 면, 하늘 위에 올라선다던가 하는." "그런가.." 목숨이 왔다갔다하는 상황 속에서도 예련은 피식 웃고 말았다. "으윽..컥!" 두자미의 입에서 선혈이 터져나왔다. 내상이 상당한 듯 몸조차 제대 로 가누지 못하는 듯했다. 사유화가 급히 그녀를 부축해 뒤로 옮겼 다. 그 둘과 염화들에게는 천사지존과 상대할 능력도, 그럴 마음도 없었 다. 너무나 압도적인 힘의 차이.. 희망은 오로지 유일하게 천사지존 앞에서 당당하게 서 있는 예련이 상대를 물리쳐 주는 것 뿐이였다. 하지만 그들은 예련도 아무 방법이 없어서 되는데로 시간을 끌고 있 다는 사실은 알 수 없었다. 물론 그 시간벌기에 이상하리만치 잘 넘 어가주는 천사지존도 어딘가 이상했지만, 그는 자신의 압도적인 힘을 믿고 있었고 무엇보다 예련에 대해 상당한 흥미를 가지고 있었다. 대 부분의 악역들이 다 그렇듯 말이다. (;;) 하지만 사유화 일행의 바램을 무시한 채, 천사지존의 시선은 예련을 떠나 그렇게 뒤로 물러서 있는 일행들에게로 향했다. --------------------------------------------------------------- 흠..오랜만의 부활입니다. 스토리 전개에 상당한 애를 먹고 있습니다. 신행기 캐릭터를 출연시 켜준 모 친구가 이 장면에서의 H씬을 요구하는통에 순도 100%의 억지 전개를 하고 있다고는 절대 말못..(퍽!) 어쩌겠습니까 -_- 6개월전의 약속이였는걸요;; 자자, 다음화는 미성년자 관람불가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리 경고 하는거니까 나중에 읽고 신고하지마요~ (퍼버버버벅!!!) 오늘의 마법~# 더블 스펠(Double spell) - 말 그대로 두 개의 주문을 동시에 발사하 는 제어주문. 주문의 파괴력을 두 배로 올린다는 것과는 다른 개념이다. [49] [M/F]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73 - SF/Fantasy (33480/64390) [M/F]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73 - 2001/07/15 00:40 권오광(atorpedo)님 올림 읽음 863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The Means of Freedom - 外傳 3. 第四章 - 밝혀지는 음모(陰謀).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음모의 진실은 밝혀지고.. ---------------------------------------------------------------- "흐음.." 천사지존의 눈동자에 이채가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이 방에는 여자들밖에 없는 셈이군? 후후.. 스물 일곱 명의 미녀라..좋아. 아주 멋져." "너까지 포함해서 스물 여덟...아참, 아니군." "알고 있었나? 하하하하핫!" 천사지존이 광소를 터트렸다. 그리고 두자미와 사유화는 그 목소리가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 다. 저건 아무래도 남자 웃음소리인데? "아, 모르는 사람도 있었나보군." "?" "좋아좋아. 모르는 사람을 위해 설명해주지. 너희들이 남궁란이라고 부르는 사람의 본명은 남궁성. 진짜 남궁란의 쌍둥이 오빠지." "!" 사유화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남궁란, 아니 남궁성의 몸을 빌린 천사 지존을 바라보다가 자신 외에는 아무도 놀라는 사람이 없음을 깨닫고 자세를 고쳐잡았다. "음, 음..그게 사실이야?" "보여줄까?" "...됐어. 그나저나 그럼 그가 여장을 하고 다녔던 이유는 뭐지? 설 마 호모라서는 아닐테고." "호모(好母)? 내가 그런게 뭔지 알 턱은 없다만.. 원래 남궁란은 기 녀였는데 우연한 일로 녹림(綠林)과 원한을 맺게 되었다더군. 그래서 동생을 피신시키고 자신이 동생으로 분장해 녹림의 암살자들을 피해 다니고 있었지." "그랬나.. 내가 보기에는 여장에 재미붙인것 같던데." "글쎄..후훗." 천사지존이 여자 같은 웃음소리를 냈다. 본체인 남궁란의 육체는 남 자의 것이지만, 예련이 보기에 저 천사지존이라는 악마는 여성형인 듯 했다. 남궁란이 예전부터 여장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었던 것도 어쩌 면 저 악마의 영향일지도 모른다. 저 정도의 악마라면, 인간의 정신 정 도는 자기 자신도 모르는 사이 조작할 수 있을 테니까. 천사지존의 몸에서 적색 기류가 솟아올랐다. 대응할 틈도 없이 방 안 을 가득 메워버린 안개 같은 기운이 예련 일행을 감쌌다. "이건..혼원금색류(混元禁色流)?" 염공에 일가견이 있는 사유화가 가장 먼저 그것의 정체를 알아냈다. 하지만 예련을 제외한 일행 모두는 설명을 들을 필요가 없는 상태였 다. 이미 배교(背敎)의 절기 중 최고라고 불리는 혼원금색류의 효능을 몸으로 체험하고 있었으므로. "으음.." "이, 이건.." "이런..욕정이.." 무공이 약한 염화들은 이미 15세 미만 관람가의 수위를 넘어가는 모습 을 보이고 있었다. 사유화나 두자미는 그나마 버티는 쪽이였고, 당연하 게도 예련은 무감각. 아데나의 법의가 가진 악으로부터의 보호(Protect from Evil)능력과 예련의 마법저항력이 합쳐지자 붉은 기류는 아예 예 련의 주위로 접근조차 하지 못하고 사그라들었다. 예련의 손이 슬그머니 올라갔다. 기껏해야 1, 2초. 그 정도의 틈만 주 어진다면 어떻게던 해 볼수 있다. 혼원금색류를 시전하느라 천사지존의 주의가 흐트러진 틈을 이용한다면.. 쉬익-! 예리한 파공음과 함께 무언가가 예련을 향해 빠른 속도로 날아들었다. 예련은 반사적으로 몸을 돌렸지만 그 물체의 속도는 예련이 인식할 수 는 한계를 가볍게 넘어서는 것이였다. 혼원금색류의 붉은 빛에 가려 거 의 눈에 보이지도 않는 사룡편이 순식간에 예련의 몸을 휘감았다. "아, 잠시 잊고 있었군. 너에게는 사술이 먹히지 않았지?" 잊은 게 아니라 무시한 거겠지.. 예련은 그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온 몸을 죄어드는 사룡편 때문에 입조차 열기 힘들었다. "큭.." "색공에 취한 여자들도 볼만하지만, 강제로 취하는 것도 나름대로 운 치가 있지." 어느세 예련의 옆까지 다가온 천사지존의 손이 예련의 가슴 앞섶에 닿았다. "후훗. 언제까지 그 눈빛을 유지할 수 있을까? 여지껏 보지 못한 열 락(熱樂)의 세계를 보고 나면 아마 생각이 달라질 거야." "개인적으로 비주얼 락을 추천하고 싶은데." 물론 천사지존이 그 말을 이해했을 리는 없다. 하지만 어림짐작으로 자신을 놀리고 있다는 것을 때려맞춘 천사지존은 사룡편을 쥔 손에 힘 을 넣었다. 붉은 뱀처럼 꿈틀거리는 사룡편이 예련의 몸을 죄어들었다. 그때였다. "멈춰라-!" 호통과 함께 막 예련의 가슴에 손을 집어넣으려던(;;) 천사지존을 향해 강맹한 장력이 쏟아졌다. 천사지존은 급히 왼손을 휘둘러 장 력을 맞받아쳤다. 콰앙! 굉음과 함께 사방 오 장이 넘는 방 전체가 뒤흔들리며 석벽에 쩍쩍 금이 갔다. "뭐하는 놈이냐!" 눈에 문 앞에 서 있는 희미한 인영이 눈에 들어왔다. 천사지존은 볼 것 없이 상대를 향해 다시 일장을 날렸다. 두번째로 장력이 부딛치면서 천장에서 돌가루가 우수수 떨어져 내 렸다. 두 사람의 장력이 격돌한 자리의 바닥은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아예 일장이 넘는 크기의 구멍이 뚫리며 무너져내린다. 천사지존은 기혈이 진탕되는 것을 느끼며 한걸음 물러섰다. 그에 비해 상대는 전혀 움직이지 않은 상태. 겉보기로는 천사지존이 밀린 것이였지만 상대가 쌍장을 쓴 데 반해 천사지존은 단장(單掌), 그 것도 오른손에 든 사룡편으로 예련을 붙잡고 있는 상태였으니 실제 적으로는 천사지존의 무공이 상대보다 훨씬 위인 셈이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의 열세가 바뀌는 것은 아니다. 천사지존 은 급히 예련의 혈도 몇 곳을 찍은 후 사룡편을 풀었다. 장력의 폭발로 인해 붉은 안개가 걷혀지자 상대의 모습이 뚜렷하게 보였다. "염..공자님?" 사유화는 순간 혼원금색류의 영향으로 자신이 헛것을 본 게 아닌가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틀림없는 염신이였다. "유화..하 소저, 그리고 남궁소저?" 막 주위 상황을 살펴보던 염신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떻게 된 거요?" "이렇게!" 대답으로 날아온 것은 남궁란의 모습을 한 천사지존의 사룡편이였 다. 염신은 황급히 신법을 펼쳐 피해내려고 했지만 이미 선수를 빼 았긴 뒤였다. 주무기인 사룡편을 든 천사지존의 공격은 아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했고, 염신은 지금 아무 것도 없는 적수공 권이였다. 세번째의 충돌은 굉음도, 폭발도 일으키지 않았다. 칼날처럼 예리한 기운을 품고 날아든 사룡편이 비단폭 찢어지는 소리를 내며 염신의 강기를 찢어버린 것이다. "큭!" "공자님!" 사룡편에 맞은 염신의 옷이 갈가리 찢겨나갔다. 그가 입고 있는 옷 이 황궁비고(皇宮秘庫)에 있던 도검불침의 보의가 아니였다면 아마 걸레조각이 된 것은 염신의 몸이였을 것이다. "운이 좋군." 외상은 막았지만 상당한 충격을 받은 염신은 몇 걸음 뒤로 밀려나 고서야 간신히 자세를 바로잡을 수 있었다. "체인 캐스팅, 홀리 윈드(Holy wind). 에어 블러스트(Air burst)." 푸른 빛덩어리가 천사지존을 향해 날아들었다. 기겁한 천사지존은 급히 몸을 피했지만 그 빛덩어리의 목표는 천사지존이 아니가 그가 서 있는 바닥이였다. 조금 전의 격돌로 망가진 바닥을 다시 한 번 강력한 충격파가 휩쓸 었다. "크아악! 네, 네녀석 어떻게.." 폭풍에 휘말린 천사지존이 비명을 질렀다. 단순한 폭발이라면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을 그였지만 그 폭풍에 실린 것은 그와 상극인 강 력한 신성력으로 이루어진 바람이였던 것이다. 푸른 빛의 폭풍에 휘말린 천사지존이 사룡편을 사방으로 휘두르자 끔찍한 귀곡성이 방 전체에 메아리쳤다. 소리로 들리는 비명이 아니 였다. 마음속에 직접 전달되는 영혼 자체가 내뿜는 고통의 사념. 정 신력이 낮은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귀를 틀어막았지만 비명은 아랑곳 없이 머릿속을 깨트릴 듯 울려퍼졌다. "말도 안 돼. 저걸 맞고도 안 죽어?" 빛 속에서 몸부림치는 천사지존을 바라보던 예련이 황급히 주문을 외웠다. 증오와 파괴의 마왕 라베네스의 현신(現身)이였던 사룡왕 아르켄조차도 치명타를 입은 기술이였다. 정상적인 상태였다면 한 점에 응집된 홀리 윈드의 폭풍에 직격당함과 동시에 천사지존의 영 혼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을 것이다. "크아아아아아악--! 죽여버리겠다!" 천사지존이 악귀처럼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예련을 노려보았다. 보 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멈추어버릴 듯한 섬뜩한 녹광(魔光)이 이글거 리는 두 개의 눈동자는 결코 인간이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리 라. 촤아아악! 사룡편이 허공에 붉은 궤적을 남기며 예련을 향해 날아들었다. "레이스폼(Wraithform)." 간발의 차이였다. 주문이 완성된 예련의 몸이 바닥으로 꺼지듯 사라 졌다. 정면대결로는 어차피 승산이 없는 상대였다. "어딜 도망간다는 거냐!" 콰앙! 예련이 꺼지듯 사라진 바닥이 그대로 박살났다. 그리고 천사 지존의 몸은 마치 유령처럼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 * * "크윽.." 예련과 천사지존이 사라지는 것을 본 염신의 입에서 신음이 흘려나왔 다. 천사지존의 존재력이 주는 압박에서 해방되자 잊고 있던 고통이 한꺼번에 몰려드는 것 같았다. "유화, 괜찮소?" "공자님..으음.." 사유화도 말을 끝맺지 못하고 풀썩 주저앉았다. 긴장과 공포로 인 해 잊고 있었던 혼원금색류의 효과가 한꺼번에 나타난 것이다. 배교 의 무공인 혼원금색류에 타격을 입으면 혈기(血氣)가 비정상적으로 강해져 곧바로 교합(交合)을 통해 그것을 제어하지 않으면 혈맥이 역류해 죽게 된다. 다행이도 시전자보다 강한 무공을 가진 사람은 운기조식으로 혼원금색류를 막을 수 있지만 이 자리에 천사지존보다 강한 무공의 소유자가 이 자리에 있을 리 없다. "아아.." 사유화가 뜨거운 숨을 내쉬며 염신의 품에 안겼다. 그녀의 몸에서 은은한 사향 냄새가 풍겨나왔다. "유화, 이러면 안 되오. 정신차리시오." "안 되긴 뭐가 안 돼.. 이대로 있으면 우리는 다 죽는다고." 그 말에 염신은 흠짓해서 주위를 돌아보았다. 이미 염화들은 거의 의식을 잃은 상태로 몸부림치고 있었다. 이성이 사라진 그녀들은 본 능적으로 자신의 욕정을 풀어 줄 염신에게로 기다시피해서 다가오고 있었다. 염신은 입술을 깨물었다. 그대로 놓아둔다면 이들이 어떻게 될지는 뻔했다. "알겠소." 방법은 단 하나. 자신의 양기(陽氣)를 통해 비정상적으로 강해진 사 유화와 다른 여인들의 음기를 다스리는 것 뿐이였다. 예련이 자리에 있었다면 이런 진부하기 그지없는 술법에 걸리지는 않았겠지만.. 이 미 물건너간 일이다. 염신의 손길이 사유화의 옷을 하나하나 벗겨나갔다. 사유화는 거부 하기는커녕 오히려 적극적으로 그를 도왔고, 별로 입은 거라고 하기 기도 힘든 면사가 사라지자 백옥 같은 나신이 드러났다. 저 가녀린 몸에 어떻게 붙어 있는지 궁금할 정도로 풍만한 두 개의 수밀도가 눈에 들어오는 순간 염신 역시 이성을 잃고 사유화의 몸을 바닥에 내던지듯 눕혔다. 그리고 한 명의 남자와 스물 여섯명의 여자 가 한 덩어리가 되어 뒹굴기 시작했다. -------------------------------------------------------------- 오늘도 주간연재 신행기입니다^^ (퍽! +_+) ...별로 미성년자 관람불가가 되려나? 요즘 미성년자들도 워낙 알 거 모를거 다 알아서리.. ( --) 드디어 순도 100% 억지스토리전개가 끝났습니다. 이제부터는 약 30 ~50%의 억지진행률을 유지하며 나가도록 하겠습니다..(퍼버버벅!) 오늘의 마법~# 에어 블러스트(Air burst): 공기를 극도로 압축시켜 만든 풍탄(風彈) 을 만들어낸다. 자체 공격력은 그저 그런 수준이나 다른 주문과의 연계에 그 진수가 있다. 예를 들어, 독안개를 생성한 후 이 주문을 쓰면 무시무시한 독탄을 상대방에게 날려버릴 수 있다. 본문에서 예련이 사용한 기술은 신성력의 바람인 홀리 윈 드를 이 주문으로 응집시켜 날린 것이다. [50] [M/F]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74 - SF/Fantasy (33588/64390) [M/F]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74 - 2001/07/15 23:55 권오광(atorpedo)님 올림 읽음 830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The Means of Freedom - 外傳 3. 第四章 - 밝혀지는 음모(陰謀).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음모의 진실은 밝혀지고.. ---------------------------------------------------------------- '대체 어디까지 가야 하는거지?' 주위는 끝없는 어둠뿐이였다. 한 점의 빛조차 들어오지 않는 완전한 어둠 속. 빛이 들어오지 않는 게 아니라 아예 있는 빛까지 흡수해 버 린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짚은 어둠이였다. 제아무리 안력이 뛰어난 인간이라도 해도 광량이 완벽하게 0인 곳에서는 사물을 볼 수 없다. 그렇기에 도화령은 최대한 신경을 집중해 한 걸음 한 걸음을 걷고 있 었다. '지금까지 밟은 계단의 수가 정확히 구백팔십칠개.. 계속 내려가는 길이였으니 최소한 오십 장은 더 내려온 셈이다.' 아마도 인공건조물이 아니라 천연동굴 같은 것에 계단을 만든 것 같 았다. 이제 어둠 속에서도 어느 정도 계단을 내려가는 데 익숙해진 도화령은 급히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몇 걸음을 더 걸었을때 도화령은 발 밑이 허전해지는 것을 느꼈다. "!" 덜컹 하는 소리와 함께 바닥이 꺼졌다. 도화령은 급히 경공술을 전 개하려 했지만 바닥이 꺼지는 범위가 워낙 넓은데다 아직 쓰고 있는 칼 때문에 자세를 잡을 수 없었다. 바닥이 꺼진 위치는 정확하게 천 번째 계단. 100, 108, 365, 1000등 등 몇 개의 숫자만 미리 머릿속에 넣어두었더라면 이런 불상사는 당 하지 않았으련만(;;), 불행이도 머리가 거기까지 돌아가지 못하는 도 화령은 속수무책으로 바닥이 보이지 않는 무저갱을 향해 떨어져야 했 다. * * * 거대한 흑색의 성. 험준한 산맥에는 이미 겨울이 찾아와 높은 산봉 오리를 새하얗게 물들여 놓았지만 마교의 철성(鐵成)은 흑색 외의 모 든 불순물을 무시하기로 선언한 듯 짙게 깔린 밤의 어둠보다 더 순수 한 흑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주위의 경관과 끔찍한 부조화를 이루고 있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모든 것을 짓누르는 듯한 압박감이 더욱 두 드러져 보인다. 아마도 겨울이 되면 이 위압적인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해 눈 치우는 인부들이 꽤나 바쁘게 움직여야 할 것이다.(;;) "저게 철성인가? 대체 무림맹의 정보망은 어떻게 되먹었길래 저 거 대한 성의 존재를 아직도 밝혀내지 못한 거지?" 진가영의 시선은 어둠 속에서도 더욱 뚜렷하게 보이는 거대한 검은 성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는 예전부터 흑색을 좋아했다. 모든 사물을 공평하게 감싸주는 어둠의 색. 순수할 수 없기에 거짓일 뿐인 순백의 빛 따위보다야 차라리 아무런 허물도, 가식도 필요하지 않은 순수한 어둠이 낫지 않은가. "이곳은 아예 백도인의 출입 자체가 금지된 곳이였으니까. 여기서 반 리(里)만 더 걸어가면 감시자들과 함정이 곳곳에 설치된 죽음의 경계망이 나올 거야." "상관없어. 처음부터 그런 조직의 힘따위는 믿을 게 못 돼. 나와 같 이 초월적인 고수 한 명이 때로는 수만의 정병(正兵)보다 큰 힘을 발휘하는 법이지." "물론 그런 경우도 가끔은 있다지만.. 그 대상이 너라는 건 좀 이상 하군." "훗, 이 천상천하유아독존궁극절세최강무공의미공자 진가영님의 능 력을 너무 우습게 보는군. 뭐 상관없어. 곧 나의 진정한 모습을 보게 되면 처음에는 감탄하고, 곧이어 나의 완벽한 모습에 반하게 되겠지. 그때까지 여유를 가지고 기다려주도록 하지. 하하핫!" ..요즘 기연으로 무공 얻은 '무림의 심마니' 들은 모두 이 모양이던 가? 속으로 욕을 퍼부으려던 배연경은 곧 자신도 기연을 얻은 무림인 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입을 다물었다. "어쨌던 약속지점은 여기야. 벽풍기(霹風旗)는 가지고 있겠지?" "물론." "꺼내봐." "그게 여기 먼저 자리잡은 친구들과의 약속신호였나보군. 제법 은신 (隱身)을 할 줄 아는데 그래?" ".." 제법이군. 성격이야 어쨌던 무공만은 대단한 자다.. 배연경은 진가 영에 대해 그런 평가를 내렸다. 그렇기에 무림맹에서도 이런 괴팍한 인간을 이용해먹고 있는 것이겠지.. 하지만 배연경의 생각을 모르는 진가영은 미소를 지으며 벽풍기를 꺼내 힘차게 들어올렸다. "신풍현신(身風現身)!" 벽풍기가 들려지는 것과 동시에 낮지만 절도있는 기합과 함께 사방 에서 튀어나오는 수십의 검수들. 그것은 예련이 운용하던 신풍검대였 다. "상황은?" "예. 하 선녀 일행이 마교의 적들에게 잡힌 지 사흘째가 되어갑 니다. 저희는 선녀께서 미리 기습에 대한 언질을 주셔서 큰 피해 없이 도망칠 수 있었습니다." "특이하군. 기습을 예상하면서 정작 자신은 못 피하다니." "아마도 저희들을 빼내기 위해.. 맨 마지막까지 남았던 것 같습 니다." "열 명의 부하를 다스리기 딱 좋은 자로군. 하 선녀라면 그 신의( 神醫)라는 벽운선녀 하예련을 말하는 건가?" 진가영이 약간은 비웃는 투로 중얼거렸다. 열 명의 부하를 돌보는 사람은 부하를 지키기 위해 자신을 희생할 수 있지만 천 명의 부하를 지휘하는 자가 부하를 아끼는 마음으로 가 장 위험한 곳에 남는다면 그것은 지휘자로써의 도리를 저버린 행동이 다. 지휘자가 사라진 천 명의 정병은 오합지졸일 뿐이므로. 백만의 군사를 거느릴 위대한 영웅인 진가영에게 있어 -본인의 생각일 뿐이 겠지만- 그러한 행동은 바보짓 이상의 의미가 없었다. "그렇습니다." "그럼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하 선녀를 저곳에서 구해내는 것이겠군. 무림사미(武林四美)를 무림오미로 바꿔놓은 벽운선녀의 미태(美態) 를 보는 것으로도 이 일은 충분히 가치가 있겠지." 진가영의 입가에 장난기어린 미소가 떠올랐다. 눈앞에 천하무림에 공포로 군림하는 마교(魔校)의 본거지가 있다는 것은 전혀 그의 안중 에 없는 듯 했다. "좋아. 그럼 저쪽의 경계태세는?" "최악입니다. 며칠째 일급 경계태세를 갖추고 있는 듯 합니다." "그럼 모두들 많이 지쳤겠군. 곧바로 들어갈까?" 짙은 구름 덕에 그나마 주위를 밝히던 달빛마저도 서서히 사라져가 고 있었다. 주위를 돌아보던 배연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예련 대신 진가영이 지휘하는 신풍검진이 은형식(隱形式) 제 사형 (四形)으로 포진했다. 예련은 신풍검진을 만들면서 진식의 형태에 이 름을 붙이는 것이 귀찮아 모든 진형을 코드로 표기했었는데, 문제는 S(Shadow)-4 Formation이라는 코드네임을 중원어로 번역하는 것이였 다. 물론 획기적인 방법은 나오지 않았고 덕분에 신풍검진의 모든 진 식은 상당히 삼류초식틱한 -진가영의 눈으로 보기에- 이름이 되고 말 았다. "전진(前陣)!" 신풍검대의 모습이 어둠 속에 녹아들듯 사라졌다. * * * 콰아앙-! 강철만큼이나 단단하다고 알려진 청강석보다도 단단하다고 알려진 묵강석(墨鋼石)으로 만들어진, 줄여서 강철보다 단단하다고 알려진 철성 지하건물의 벽이 굉음과 함께 종잇장마냥 뚫려나갔다. "쥐새끼 같은 년! 잡는 즉시 사지를 찢어 죽이고 말리라!" 흉심이 폭발한 천사지존은 예련과 무시무시한 술래잡기를 벌이고 있 었다. 예련은 기체화(Wraithform) 주문의 효과를 십분 활용해 계속해 서 벽을 통과해 도망다녔고, 그런 재주가 없는 천사지존은 예련이 통 과한 벽을 모조리 때려부수며 추격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였다. 당연 히, 철성 안은 신성마법의 데미지와 분노로 이성을 잃은 천사지존에 의해 그야말로 벌집이 되어가고 있는 중이였다. "잡았다!" 예련의 기척, 숨길 수 없는 성력의 기운이 바로 앞에서 느껴졌다. 천사지존은 즉시 사룡편을 휘둘렀고, 피빛 섬광이 터져나오며 앞에 있던 벽이 산산조각났다. 하지만 그 벽 뒤를 본 천사지존은 피가 꺼꾸로 솟을 정도로 분노하 고 말았다. 찾고 있던 예련은 온데간데없고 그 자리에는 은은한 푸른 빛을 내뿜 는 보석 하나가 공중에 둥둥 떠다니고 있을 뿐이였다. "크아아악!" 분노를 이기지 못한 천사지존은 있는 힘을 다해 사룡편을 휘둘렀다. 대기가 찢어지는 소리를 내며 진동했고 디코이(Decoy) 역할을 하던 주문이 실린 다이아몬드 조각이 단숨에 박살나 산산히 흩어졌다. 천 하에서 가장 단단한 물질이 금강석(金剛石)임을 생각해 볼때 실로 놀 라운 파괴력이 아닐 수 없었다. 난데없는 건물붕괴에 놀라 출동한 마교의 인물들도 사기(邪氣)를 미 친 듯 뿜어내며 닥치는데로 가로막는 것을 때려부수는 천사지존의 주 위에 얼씬조차 하지 못했다. 다가서는 것만으로도 강대한 마령이 내 뿜는 오라 프리세어(Aura Pressure: AP)의 숨막히는 중압감에 밀 리는 것이다.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이 사태를 상급자에게 보고하 는 것 뿐이였다. 콰앙-! 솥뚜껑만한 손바닥이 내려친 흑단목 탁자에 깊숙한 장인(掌印)이 새 겨졌다. "사존(邪尊)께서 철성 안에서 난동을 부리고 있다니! 그게 무슨 소리인가!" 표정은 근엄하게 유지하고 있었지만 마교 사대천왕 중 하나인 철혈 왕(鐵血王)은 식은땀이 흐를 정도로 긴장하고 있었다. 전통적인 마교 의 직책은 일제(一帝)인 천마대제, 천마지존과 천사지존의 쌍존(雙 尊), 그 아래 삼호법과 사천왕의 순서로 이루어진다. 바로 어제 천마 대제가 모종의 이유로 철성을 떠났고, 천마지존은 없으며 삼호법은 천마대제를 늘 수호하기 때문에 천사지존을 제외하면 지금 철성의 총 책임자는 사천왕의 우두머리인 철혈왕이였다. 문제는, 앞에 설명했듯 이 그는 천사지존의 난동을 말릴 군번(?)이 못 되는 것이다. 오백 년 을 봉인당했다가 며칠 전에 부활한 천사지존의 성격에 대해서는 그도 아는 바가 없었으나, 오백년 전 '사존(邪尊)이 가는 곳에 살아남는 것은 없다'는 말이 나돌았던 것을 생각해보면 말리러 갔다가 자신이 맞아죽을 가능성도 적지않았다. "대체 무슨 이유로.." "뇌옥에서 탈출한 벽운선녀 일행을 쫓고 있는 듯합니다만.. 문제는 사존의 행동이 오히려 놈들을 돕는 셈이라는 겁니다. 이미 열 한 명의 무사들이 부상을 입었고 뇌옥 쪽은 엉망진창으로 망가진데다 사존께서 발산하는 강대한 사기(邪氣)의 영향으로 주위에 접근조차 할 수 없어 수색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부하의 보고는 한 귀로 흘리며 철혈왕은 자신이 천사지존과 대결했 을 때의 승률을 계산하고 있었다. 기껏해야 삼할, 철혈위사(鐵血衛 士)를 데리고 나가도 사할이 고작일 것이다. 고민은 그리 길지 않았다. 철성이 빈대 잡으려고 태워먹은 초가삼간 꼴이 나기 전에 천사지존을 말리는 것이 그의 임무였다. ---------------------------------------------------------------- 흠. 오랜만의 일일연재.. 이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내일도 올라옵니다. 그리고.. 그 뒤는 예측불능. ( --) 오징어로 일어난 자, 오징어로 망하리라! (의미불명) P.s> 프란 홈페이지 만들었습니다. 아직 게시판은 텅 비어 있지만 (--) 며칠 안에 소설게시판에 제 소설들을 모두 올릴 계획입니 다. 주소는 http://ece.skku.ac.kr/~fresian ... [51] [M/F]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75 - SF/Fantasy (33695/64390) [M/F]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75 - 2001/07/16 22:22 권오광(atorpedo)님 올림 읽음 869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The Means of Freedom - 外傳 3. 第四章 - 밝혀지는 음모(陰謀).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음모의 진실은 밝혀지고.. ---------------------------------------------------------------- 은은한 붉은 빛이 주위를 밝히고 있었다. 지하 백 장 깊이에 만들어진 거대한 지하광장(地下廣場). 백 장 깊 이의 지하에 이런 넓은 공간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불가사의한 일이련 만, 그러한 곳에 인간의 손길이 닿은 정교한 가공이 되어 있다는 사 실은 더더욱 놀라운 일일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욱 놀라운 것은 따로 있었다. "드디어..본문 오백 년의 염원이.." 지하광장을 밝히는 수백 개의 야명주(夜明珠)보다도 더 눈부시게 빛 나는 두 개의 나신(裸身)이 있었다. 가녀린 사슴의 목에 뻗어내린 어깨에 이어진 풍만한 가슴은 금방이 라도 터질 듯하고, 끊어져 버릴 듯한 허리에서 차고 나간 그 풍만한 둔부는 숨이 막힐 듯했다. 백옥(白玉)이 엉기다 흘러내린 듯한 아랫배, 그리고 그 아래로 이어 지는 대리석 조각과도 같은 희디흰 다리는 천상의 예술가가 만들어낸 작품인 듯 하다. 그리고 두 색의 보석을 녹여 만든 듯 가볍게 휘날리 는 머릿결과 신비한 빛으로 반짝이는 눈동자, 붉디붉은 입술을 본다면 그 누구도 이 여인들 앞에서 자신을 유지할 수 없으리라. ..어째서 이 소설에는 벗은 여자들만 계속해서 등장하느냐고? 신행기 의 세계관은 대본소용 무협지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주 기 바란다.(;;) "드디어 우리 은월궁(隱月宮)의 진전을 이어받을 분이 나타난 거예 요. 그것은.." "천하에 다시 한번 마(魔)의 혈풍이 몰아친다는 것이지. 마교가 재림(재림)할 때, 그것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우리 은월궁 이니까." 지하광장의 정중앙, 야명주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붉은 빛 을 뿜어내고 있는 일 장 정도 크기의 제단 위에 누군가가 누워 있었 다. 칠척거구에 그에 걸맞는 장대한 체격을 지닌 거한이 도화령이라 는 것을 알아보는 건 그리 어렵지 않으리라. "언니, 은월천령밀법(銀月天靈密法)을 전개할 때가 되었어요." 둘 중 붉은 머리의 여인이 검은 머리의 여인을 향해 말했다. "그래..." 두 여인은 걸음을 옮겨 제단 위에 있는 도화령의 머리 윗쪽과 다리 쪽에 각각 자리를 잡고 무릎을 꿇었다. 도화령의 위에 걸터앉듯 자세를 취하자 여인에게 있어 남에게 보여 서는 안 될 은밀한 곳이 살짝 그 신비한 모습을 드러냈다. 침착해 보 이던 검은 머리의 여인도 사내의 앞에서 모든 것을 보인다는 사실에 몸이 가볍게 떨렸다. "우리는 천하의 안위를 위해 선택된 자.. 여인으로써의 사사로운 감 정 따위는 버려야 해. 그리고 대법이 시행된 후 이 분이 우리를 거 두어 주신다면 크나큰 행복이겠지." 검은머리의 여인, 흑월(黑月)이 엄숙하게 말했다. 듣는 사람이야 어 떻게 이해하던 간에, 그녀들의 눈빛은 결연한 의지로 가득 차 있었 다. "대법을 시작하자." 흑월과 적월(赤月)의 두 여인이 도화령의 몸 곳곳을 점혈하기 시작 했다. 가늘고 흰 손가락들이 도화령의 몸 위에서 지극히 완만하면서 도 정교하게 움직였다. 그녀들의 손길이 스쳐갈때마다 도화령의 몸은 서서히 붉은빛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용암의 열기가 지맥을 따라 천 년동안 모여 만들어진다는 만년열옥 (萬年熱玉)으로 된 거대한 제단이 그녀들의 움직임에 호응하듯 더욱 밝은 빛을 발했다. 도화령의 전신 혈도를 훑어나가던 섬섬옥수가 도화령의 거대한 분신 에 닿는 순간 흑월은 움찔하며 몸을 떨었다. 그러나 그녀는 곧 침착 하게 양 손을 뻗어 그것을 부드럽게 감쌌다. 가슴 쪽의 혈도를 타혈(打血)하던 적월이 고개를 끄덕이자 둘은 천 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시 동안 그렇게 서 있던 적월이 먼저 도 화령의 머리 쪽에 자리를 잡았고, 흑월은 허리 위로 앉았다. 우유빛 의 매끄러운 살결이 도화령의 거친 피부에 닿는 순간 전류 같은 감각 이 온 몸을 타고 흐른다. 바로 아래에서 전해지는 열기에 흑월은 정체를 알 수 없는 공포가 밀려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고, 그렇기에 입술을 깨물며 천천히 허리를 내렸다. 여인의 가장 연약한 살결에 뜨거운 감각이 전해지는 순간 흑월은 눈 을 질끈 감았다. * * * '빠져나왔나..' 한참 동안 천사지존과 목숨을 건 추격전을 벌이던 예련은 천사지존 과 어느 정도 거리가 벌어지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레이스폼 주 문을 썼다고 해도 천사지존을 이렇게 쉽게 떼어낼 줄은 몰랐다. 예련은 자신의 오오라를 최대한 은폐하면서 상대방의 존재에 신경을 집중했다. 섣불리 위치 감지마법을 쓰지 못하는 것은 역추적의 위험 때문이였다. 하지만 탐지주문을 중얼거리는 것만이 BCD(Battle by Cl olk/Detection)의 전부였다면 마법사가 마법검을 휘두르는 전사와 다 른 점은 체력이 약하다는 것 뿐일 것이다. 상대방의 검이 날아오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1초 후만 예측할 수 있 으면 족하다. 그러나 마법사의 눈은 때로는 수십, 수백년 앞을 내다 볼 수 있어야 한다. 예련의 손길에 따라 그녀가 아까 도망치면서 길 곳곳에 뿌려둔 마법 시약의 가루들이 미약한 마력을 발산하기 시작했 다. 이제 그 곳 주위로 강력한 오라를 지닌 천사지존이 다가온다면 시약에 담긴 마력이 크게 진동을 일으키며 위치를 감지하기 쉽게 만 들어 줄 것이다. "어디로 가지..?" 지금 찾아야 할 것은 두 가지. 도화령과 자신의 소지품이다. 이곳에 잡혀오면서 예련이 빼앗긴 물건 중에는 무상반야진기가 적힌 책자와 차원이동 때 가지고 있던 파이널 퓨전 스트라이크(Final Fusion Stri ke) 스크롤도 있었다. 무상반야진기야 시크릿 페이지(Sc page)와 봉 인마법의 이중보호를 걸어두었지만 그것도 불안했고, 무엇보다 F2S 스크롤이 가장 큰 문제였다. 제 1차 마법세기의 결정판, 힘의 연구에 대한 완성, 궁극의 파괴자( Ultimate destoryer).. 우주에 존재하는 열, 냉기, 전류, 중력 등 모든 형태의 에너지가 하 나로 통합될 수 있으며, 그것은 본질적인 마나의 힘(Force)을 이룬다 는 통일장 이론(Unified theory of Field)이 등장한 것은 대륙력 550 년경.. 그 힘의 궁극의 형태를 마법으로 만들어내기 위해 1차 마법세 기의 대표적인 마법사들, 마르센 엔드리안과 리덴 폰 슈나이더, 필 레 센이 각자 완성한 최강의 화염, 전격, 빙한계 원소마법과 그에 균형을 맞추기 위한 각 속성계의 최강마법들을 하나로 융합하는 연구가 시작 되었다. 그 결과물이 이 몰개성한 이름의 마법이며, 그것은 '힘'이 가 지는 모든 신비를 풀어냈음을 증명하는 증거물. 어쨌던 대륙 유일의 10클래스 공격마법이 이곳에서 실수로라도 발동 되는 날에는 무림맹은 앞으로 다시 500년간은 마교 걱정을 할 필요가 없어질 것이다. "그래도 그 스크롤을 읽을 수 있는 사람이 여기 있지는 않겠지. 일단 도화령부터 찾아볼까.." 도화령의 위치를 찾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였다. 그가 가지고 있는 물품 중에는 예전에 예련이 준 부적들이 있었으니까. "로케이트 오브젝트(Locate object)." 주문으로 도화령 -정확히는 그가 들고 있는 부적-의 위치를 조사하던 의 표정이 순간 이상하게 변했다. 도화령이 있는 위치는 이곳에서 최 소한으로 잡아도 아랫쪽으로 250세크.. 중원의 단위를 써서 50장이 넘 는 곳이였다. 그렇게 깊은 곳에 대체 뭐가 있다는 거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디멘션 도어(Dimension door)." * * * "교대시간이 지났는데.." 경계를 서던 무사 하나가 지겹다는 듯 몸을 배배 꼬았다. 벌써 이틀 째 잠도 못자고 비상경계를 서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3교대도 아닌 2교대 체제이니 몸이 견뎌낼 리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자세를 풀 수는 없다. 조금이라도 흐트러진 모습을 보였다가는 뒤에서 감시하고 있는 조장에 의해 무슨 꼴을 당할지 몰 랐다. 쉬익! 뭔가 휘파람 소리 같은 것과 함께 어디서 털썩 하는 소리가 들렸다. 뭐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자신은 적이 침입하지 않는 교 대시간까지 절대 자리를 떠서는 안 된다. 진검을 툭툭 건드리며 그 독사 같은 시선으로 자신들을 바라보던 조장의 얼굴을 생각하자 그는 소리의 진원 같은 걸 찾을 마음이 싹 달아나버렸다. 그리고 잠시 후, 그의 이마를 강전(强箭) 하나가 관통했다. "이제서야 반응하는군. 느려." 배연경은 옆에서 관전중인 진가영을 깨끗이 무시한 후 활시위에 화살 을 메기고 시위를 당겼다. 어지간한 장정도 당기기 힘든 철궁(鐵弓)이 섬세한 여인의 손에 의해 초승달처럼 부드럽게 휘어진다. 그리고 날아간 화살은 어김없이 또 한명의 무사를 명중시켰다. 사람 의 형상을 겨우 구분할 수 있는 까마득한 거리였지만 배연경의 화살은 단 한 발도 빗나가는 일이 없었다. 정확하게 네 군데에 있던 일곱 명의 감시자가 제거되는 것을 확인한 진가영이 벽풍기를 꺼내 휘두르자 앞에서 무언가 풀숲에 스치는 소리 가 들려왔다. 진가영 본인조차도 정확한 위치를 찾기 힘들 정도의 은 형진(隱形陳). '확실히 대단하군.' 과연 자신이 얻은 것은 고금절세의 기연이였다. 기연(奇緣)이란 언 제나 준비된 자를 위해 있는 것이며, 그것을 얻은 자는 천하에 큰 일 을 하기 마련. 진가영은 무림에서 마교의 존재를 사라지게 만드는 데 자신이 주역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때마침 불어온 바람에 진가영의 검은 옷깃이 밤의 그림자처럼 펄럭 이며 길게 드리워졌다. --------------------------------------------------------------- 룰룰루~~~; [52] [M/F]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76 - SF/Fantasy (34975/64390) [M/F]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76 - 2001/07/25 01:57 권오광(atorpedo)님 올림 읽음 849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The Means of Freedom - 外傳 3. 第四章 - 밝혀지는 음모(陰謀).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음모의 진실은 밝혀지고.. ---------------------------------------------------------------- 불길한 예감은 적중했다. '뭐지?' 디멘션 도어 주문을 사용한 예련이 가장 먼저 본 것은 붉은 빛을 내 뿜는 제단과 그 위에 죽은 듯 누워 있는 도화령, 그리고 그 위에 18 금 자세로 앉아서 역시 막 18금한 행동을 하려고 하는 두 나체의 여 인이였다. 이미 중원무림의 특수타입 무공(;;)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쌓일 만 큼 쌓인 예련이다. 그녀들의 자세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아내는 것 은 간단했고, 동시에 도화령이 위험하다고 판단한 예련은 망설임 없 이 주문을 외웠다. "일리테이션(Irritation)." 막 은월천령밀법을 전개하려던 흑월과 적월은 문자 그대로 혼비백산 했다. 이 비지(泌地)에 약속된 자 외의 또다른 사람이 나타나다니? 게다가 그녀들은 지금 여인의 몸으로 차마 내보이기 힘든 자세를 취 하고 있지 않은가? 그러나 그녀들이 현재의 상황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기도 전에 또 하나의 과제가 두 여인을 덮쳤다. 도화령의 피부가 닿을 때의 야릇한 느낌과는 전혀 다른 형태의 기묘 한 감각이 그녀들을 감쌌다. 피부 밑으로 수십 마리의 개미가 기어다 니는 듯한... 그리고 곧 그것은 견딜 수 없을 정도의 가려움으로 변했다. "윽.." 대체 무슨 사술(邪術)이지? 흑월은 그제서야 이 장 정도의 거리를 두고 서 있는 백의차림의 여인을 볼 수 있었다. 중원에서는 볼 수 없 는 벽안에 옅은 갈색 머리, 그리고 이국적인 모양의, 은빛과 푸른빛 이 교차하는 긴 옷이 얼핏 보아도 심상찮은 내력을 지닌 자임에 분명 했다. 게다가 그 여인은 이상한 모양의 장(仗)을 들고 무언가를 중얼 거리며 손을 내젓고 있었다. 또다시 사술을 쓰려 하는 것이 분명했 다. "비월참마수(飛月斬魔手)!" "홀리 쉴드(Holy Shield)." 흑월이 도화령의 위에서(;;) 일어나며 출수한 것과 예련의 주문이 완성된 것은 거의 동시였다. 수십 개의 장영(掌影)이 어지럽게 휘날 리며 예련의 주위를 둘러싼 푸른빛 장막을 난타했다. 힘의 우열은 쉽게 가려졌다. 2클래스의 신성마법으로 은월문의 절기 를 막는 것은 역시 무리인 듯, 순식간에 빛의 장막이 깨지며 예련의 몸에 몇 발의 공격이 명중했다. "큭!" 예련의 몸이 주르륵 밀려 석벽에 부딛쳤다. 내상을 입었는지 입가에 비릿한 피냄새가 느껴진다. '이건 사기야..' 분명 자신은 선기를 잡았어고 일리테이션을 외운 후 홀리쉴드의 캐 스팅에 들어간 후에도 상대방은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주문이 완성되기 직전에, 아무런 준비동작도 없이 날아온 공격의 위 력만으로 방어막이 박살나 버린 것이다. 물론 예련도 마음만 먹는다면 저 정도 위력의 공격을 가할 수는 있 다. 하지만 예련이 그만한 주문을 외울때쯤이면 상대는 예련을 죽이 고 두어번 쯤 확인사살한 후 제사 지내고 음복까지 마친 후가 될 것 이다.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놀라기는 흑월 쪽도 마찬가지였다. '호신강기? 게다가 아마도 불가나 도가(道家)쪽의 내력으로 보이 는데.. 어떻게 된 거지?' 일격에 격퇴하기는 했지만 저만한 위력의 호신강기를 지닐 정도의 인물이라면 결코 자신의 하수가 아니였다. 흑월은 온 몸을 갉아먹는 듯한 지독한 가려움을 애써 참으며 자세를 갖추었다. "그대는 누구이기에 다짜고짜로 우리에게 사술을 쓰는 거죠? 마교의 인물은 아닌 듯 한데.." "그쪽이야말로 마교의 인물은 아닌 듯한테 내 동료에게 무슨 짓을 하고 있는거지?" "..." "..." 순간 뭔가 심각하게 꼬이고 있다는 느낌을 받은 두 사람은 잠시 서 로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상황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을 먼 저 시작한 쪽은 흑월이였다. "동료라니요?" "저기 저 사람!" 그제서야 흑월은 이 의문의 여인이 누구인지 대강이나마 짐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사실은 그녀에게 더 큰 혼란을 가져다주었다. "그렇군요.. 적월, 이쪽으로 와서...응?" 막 고개를 돌린 흑월의 표정이 이상하게 변했다. 적월은 가려움을 이 기지 못하고 앉은 자리에서 온 몸을 벅벅 긁어대고 있었던 것이다. 풍 만한 몸이 출렁일때마다 긴 붉은 머리가 물결치며 같은 색의 빛을 받 아 눈부시게 빛나..지만 아무리 형용사와 부사를 집어넣어도 저 모습 을 아름답게 꾸며내는 건 불가능해 보인다. (;;) "일단 저 사술(邪術)부터 풀어주세요." "..지금쯤 풀릴 시간이 다 됐는데.." 어차피 일리테이션은 지속시간이 긴 주문이 아니다. 전신을 피가 나 도록 긁어대고 있던 적월은 얼마 가지 않아 몸상태가 진정되었는지 예련을 돌아보았다. 아마 지금까지의 대화는 들리지도 않았을 것이다. 괜히 일리테이션이 고문주문이라고 불리는 게 아니다. (;;) 적월의 상태가 회복된 것을 본 흑월이 손짓으로 그녀를 불렀다. 적월 은 자신에게 무시무시한 사술을 건 -것으로 추정되는- 상대와 흑월이 사이좋게 서 있는 모습에 의아해했지만 별말없이 흑월의 뒤에 서서 예 련을 마주보았다. 영문을 알 수 없는 예련이 멍하니 둘을 바라보는 가운데 흑월은 예련 의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우선 인사부터 드리죠. 저희는 은월문의 후계자인 흑월과 적월이라 고 합니다." "일단은 하예련이라고 불러줘요." 같이 무릎을 꿇고 앉아야하나 고민하던 예련은 결국 그냥 선 채로 대 답했다. "예. 저 분은 본문의 예언에 따라 은월문(銀月門)의 제이대(第二代) 문주로 선택받았으며 저와 적월은 이미 은월천령밀법을 위해 저 분 에게 모든 것을 보여드렸습니다. 당장 이해를 바라는 것은 무리지만 한 세대를 풍미하는 영웅에게 삼처사첩은 흔한 일. 앞으로 언니로 모 시겠으니 부족한 동생들을 잘 이끌어주시기 바랍니다." "..." 예련이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한 것은 순전히 번역의 문제 때문이였다. 아예 단어를 모른다던가 문법을 맞출 수 없는 경우라면 대강이라도 의 미를 끼워맞출 수 있지만, 분명히 제대로 들었는데 무언가 말같지 않 은 말이 나오는 형태로 번역이 되어버리면 그만큼 골치아픈 일도 없는 법이다. 예련은 흑월이라는 여인이 한 말을 자신이 아는 문법 내에서 최대한 이 상황에 맞는 말이 되도록 이리저리 끼워맞춰봤지만 성과는 제로였다. "저.. 실례가 아니라면 좀 쉬운 표현을 써서 다시 말해줬으면 하는데 요. 아직 중원어를 제대로 익히지 못한 것 같아서 말이예요." "..." 이번에는 흑월이 당황할 차례였다. * * * "그러니까 요약하자면 이곳은 오백년 전 마교가 멸망할 당시 마교의 부활을 예견한 한 무림고인에 의해 만들어졌고, 만들고나서 오백년 후 천기를 통해 예견된 사람이 올 것이며 이곳은 그 사람을 위해 안배된 곳이라는 거죠? 두 사람도?" "예." "...중원의 점성술(占星術: Astrology)도 대단하군요. 오백 년 후의 일을 예언할 수 있다니. 실제로 그런 게 가능할줄은 몰랐어요. 그 보다 그 예정된 자가 도 대협이라.." 아무리 생각해도 이 상황이 오백 년 전부터 일어나기로 정해져 있었 던 것 같지는 않은데. 예련은 그렇게 말하려다가 그만두었다. 프리시 안의 성직자는 운명을 믿지 않는다. "그보다..." 적월이 말꼬리를 흐리며 도화령을 바라보았다. "아, 그러고보니 도 대협부터 깨워야겠군요. 리스토어(Restore).." "안돼요!" "?" 주문을 막 사용하려던 예련은 흑월과 적월의 격렬한 반응에 순간 어 리둥절했다. "왜 그러나요?" "그, 그게.. 지금 도 대협께서는 은월천령밀법을 받을 준비가 된 상 태이기 때문에.. 저희들의 대법 외에 외부의 충격을 줘서는 안 됩니 다. 그리고.. 곧 대법을 시행하지 않으면.." "그렇군요." 꽤나 침착하고 냉담해 보이던 흑월이 저렇게 말꼬리를 흐리는 이유 를 대강 짐작한 예련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물론 그 대법이라는 게 도 대협의 승인을 받고 하는 건 아니겠죠?" "그렇습니다. 하지만 저 분 역시 마교에 맞서 싸우는 정파의 무사.. 결코 이를 거부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긴, 가만히 누워서 절정무공을 얻고 미녀 둘까지 덤으로 끼워준다 는데 세상 어느 남자가 거부하겠는가? 하지만.. 예련은 고개를 저었 다. 힘이라는 것은 가지는 만큼 그에 따르는 책임과 부담을 짊어지게 되 는 법이다. 당장 도화령이 은월문의 힘을 얻게 된다면 마교와의 전투 에 가장 앞장서 마교 최강의 고수들을 상대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보통의 무사가 보통의 마교 인물들을 상대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부담일 것이다.. 그 정도도 생각하지 않는 자는 힘을 얻을 자격조차 없다. 도화령이 그렇게 약한 인간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예련은 분에 넘치는 힘을 주워들고 설치다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는 자들을 수도 없이 보아 왔 었다. "그런데.." 적월의 가느다란 목소리가 상념을 깨트렸다. "대법이 끝날 때까지 이 방에서 아무도 나갈 수 없는데요.." "....." 그제서야 예련은 문제의 본질을 깨달을 수 있었다. "...눈 감고 있을까요?"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죠 뭐. 저는 방해 안되게 구석에 앉아 있을테니 두 분 볼일 보세요." "...." 세 여인 사이에 어색한 냉기류가 흘렀다. --------------------------------------------------------------- 아싸 좋구나~ 생각없이 스토리를 진행하면 이런 경우도 나오는군요^^ (죽엇! 퍽! +_+) 기능사 시험때문에 한동안 글을 못썼습니다. (디아확팩도 있었다고는..말못해--;;) 최대한 주기를 올려보도록 노력하죠; 언제나처럼 말뿐일지도 모르겠 지만.. [53] [M/F]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77 - SF/Fantasy (36428/64390) [M/F]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77 - 2001/08/04 04:14 권오광(atorpedo)님 올림 읽음 829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The Means of Freedom - 外傳 3. 第四章 - 밝혀지는 음모(陰謀).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음모의 진실은 밝혀지고.. ---------------------------------------------------------------- 마교의 손아귀에서 무림을 구하기 위해 태어난 위대한 인물을 위해 준 비된 대법, 은월천령밀법은 그 엄숙한 취지와는 영 어울리지 않는 분위 기로 진행되고 있었다. "아아..아.." "으음.." 사내의 간장을 녹이는 신음소리가 들려온다. 사향과도 같은 여인의 체 향이 후끈한 열기와 함께 전해진다. 이게 어디를 봐서 무공을 전수하는 광경이란 말인가? 뒤돌아서 있어도 소리는 들려오고, 열기와 땀냄새는 한참 떨어진 예련 에게까지 느껴질 정도였다. 나갈 곳도, 숨을 곳도 없는 이 곳에서는 어 찌 할 방법이 없었다. 그렇다고 끼워달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예련으로써는 가만히 귀 막고 앉아 있는 수밖에.. 자신의 동료들이라면 이럴 때 어떻게 했을까? 인비지빌리티(Invisvibil ity)로 숨은 상태에서 열심히 구경한다거나 우리도 저런 멋진 광경을 연 출하자며 옆사람을 찝쩍거리다가 장미 채찍에 얻어맞거나 장난삼아 열심 이 몸을 움직이는 남녀들에게 스케어(Scare)나 일리테이션을 걸어본다거 나, 주문에 걸린 남녀의 반응을 수첩에 꼼꼼하게 기록해두는..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자신이 정상과는 거리가 먼 동료들과 살아왔었다는 것만 확 실히 느껴질 뿐이였다. 결국 예련은 가장 상식적인 방법을 사용했다. "사일런스(Slience)." 외부의 소리를 차단시킨 예련은 자리에 앉아 메모라이즈(Memorize)를 시작했다. 생각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F.F 스크롤을 찾으러 나서거나 염 신-사유화 일행을 도우러 달려나가고 싶었지만 예련이 지닌 이동마법은 이미 바닥이 난 상태였다. 겨우 두 개 메모라이즈해뒀던 디멘션 도어나 하나밖에 없던 디스안티그레이트가 사라졌고 텔레포트 마법은 도착지점 에만 사용이 가능하니 이곳에서 자력으로는 나갈 방법이 없었다. 돌을 진흙으로(Stone to mud)만드는 주문이나 용해(Dissolve) 따위의 마법은 아예 메모라이즈를 해놓지 않고 있었다. 결국 나가려면 은월천령밀법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그동안 떨어진 주문이나 보충해 놓으려는 것이 예련의 생각이였다. 그때까지 사유화 일행이 살아있기를 비는 수 밖에.. * * * 퍼엉-! 신호탄이 가벼운 폭음을 내며 솟아올랐다. 그러나 그것이 채 터지기도 전에 날아온 화살이 그것을 공중에서 궤뚫어 버렸다. 화살에 궤뚫린 신 호탄을 터지지 못하고 그대로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이미 신풍검대는 철성의 외벽 부근까지 도착한 뒤였다. "왠지 감시가 너무 소홀한걸. 마교의 본거지라는 곳이 이 정도로 허술 할 리가 없는데." 진가영도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일행은 오는 길에 수십 명의 감시를 처치했다. 문제는, 아무리 은밀하게 움직였다지만 이십여 명도 넘는 사 람이 죽었는데 이곳에서는 아무 반응도 없다는 것이였다. "함정일까?" "아니.. 단지 함정일 뿐이라면 여기까지 끌어들여야 할 이유가 없는데." 배연경의 말을 듣던 진가영은 고개를 들어 철성의 외벽을 바라보았다. 멀리서 볼 때도 웅장했지만 바로 눈앞에서 보는 높이 십여 장의 성벽은 실로 감탄이 나올 정도로 대단했다. 진가영조차도 순간 매혹되어버릴 정 도의 순수한 흑색의 벽. "..일단 내가 먼저 올라가보지." 순간적인 감정을 떨쳐버리듯 진가영은 배연경의 답변도 기다리지 않고 칠흑의 벽을 향해 뛰어올랐다. 단 한번의 도약으로 사오 장을 뛰어오른 진가영은 벽에 부딛치기 직전 발을 굴려 벽을 밟고 다시 도약했다. 원래 앞으로 나아가던 힘과 벽을 굴린 힘이 평형을 이루자 진가영의 몸은 거의 수직으로 솟구쳐 오르는 것 같았다. 그 상태로 다시 한번 벽을 박찬 진가영은 성벽 위까지 올라 가는 순간 손을 뻗어 성벽 윗쪽을 잡고 몸을 안으로 날렸다. 설명을 길 지만 이 모든 동작이 이루어진 것은 한순간이라 다른 사람들 눈에는 마 치 수직의 벽을 평지처럼 뛰어가는 것으로 보였다. 배연경조차도 감탄한 듯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뭐냐!" 마교의 무사 하나가 막 벽을 넘어 뛰어들어온 진가영을 바라보더니 의아 한 표정을 지었다. 그의 의복이 검은 색 일색이였기 때문에 잘 알아볼 수 가 없었던 것이다. 적의 숫자는 총 다섯 명. 선즉제인(先卽制人)이라는 말을 실천이라도 하 듯 진가영은 그대로 무사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단순한 기술만으로도 제 압할 수는 있지만 저들이 소리를 낼 틈을 주어서는 안된다. 그렇기에 진 가영은 큰 수를 쓰기로 마음먹었다. "풍마뇌신퇴법, 눈폭풍!" 콰아아-! 얼어붙을 듯한 싸늘한 기운이 사방으로 휘몰아쳤다. 진가영의 몸이 무서 운 속도로 몸을 돌리자 칼날같은 경풍이 사방으로 쏟아져나갔다. 무사들 은 황급히 가진 무기를 들어 막았지만 어림없는 일이였다. 소리조차 없이, 눈깜빡할 사이에 무사들의 몸은 조각조각으로 베어져나갔다. 가볍게 몸을 틀며 착지하며 진가영의 움직임에 따라 그의 옷자락이 검은 장막처럼 휘날렸다. "훗.." 진가영은 언제나 그렇듯이 검은 부채를 꺼내 입가를 가리고 살짝 웃었다. 자신이 일으킨 싸늘한 바람이 온몸을 훑고 지나갔다. 이 느낌 때문에 그는 눈폭풍의 초식을 좋아했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작명센스가 엉망이라는 것 뿐. 아마도 그가 풍마뇌신퇴법의 모든 초식명이 단 5분만에 날림으로 지어진 거라는 사실을 알면 신공이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당장 예련과 무영신개를 죽이려 들었을 것이다. 촤라락-! 아래쪽에서 날아온 밧줄이 걸린 화살을 진가영이 잡아 적당한 기둥에 묶 었다. 신풍검대의 검수들이 하나씩 밧줄을 타고 올라왔다. 배연경이 맨 마지막으로 올라온 것은 통 넓은 옷에 긴 치마 차림이라는 복장의 문제 때문이였으리라.(;;) 일행은 빠른 속도로 성 안으로 들어섰다. 서른 다섯명이라는 인원에도 불 구하고 발걸음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한참 복도를 달려가던 일행의 앞에 두 갈래의 길이 나타났다. "어느 쪽으로 가볼까?" 환타지 쪽 세계였다면 동전던지기라는 비장의 기술이 존재할 수도 있었겠 지만 여기는 무림이였고, 진가영과 배연경은 잠시 생각한 끝에 그냥 기분 내키는 데로 들어가기로 결정했다. "어디로 가야 하는거지?" "그냥 아래로!" 배연경의 대답은 간단했다. 지하감옥이 지상에 있다면 그건 이름을 잘못 지은 감옥일 것이다. "누구냐!" 맞은편 모퉁에서 몇 명인가의 무사가 달려오더니 일행을 보고는 급히 무 기를 뽑아들었다. 그러나 이쪽이 더 빨랐다. 배연경이 언제 뽑았는지도 모 르게 활시위를 당겼다. "으악!" "크악! 마궁(魔弓)이다!" "아아악!" 비명이 연이어 울리며 무사들이 다발로 쓰러졌다. 단 몇초도 안되는 시간 사이에 배연경은 십여 발의 화살을 쏘아 모조리 무사들의 급소에 명중시킨 것이다.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속사(速射)였다. "마교의 인물들답지 않군. 이 정도에 쓰러지다니.." "우리가 너무 강한 거야." "뭐, 그럴지도." 배연경이 쓰러진 마교 무사들 쪽으로 걸어가 화살을 뽑아냈다. 아무리 뛰어난 궁수라도 가진 화살의 숫자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자들은 대체 어디로 이렇게 열심히 달려가고 있었던 거지?" "글쎄.." 진가영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그들은 그 이유를 알기 위해 오래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콰르르릉---! 천지개벽이라 해도 이렇지는 않으리라. 돌로 만들어진 건물에 울리는 굉음은 그야말로 철성이 통채로 무너져 내리는 듯 했다. "뭐야?" 직감이나 판단, 예지력 따위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이 굉음이 자신들 이 이곳에 들어온 이유와 관련이 있으리라는 것은 상식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일이였다. 서로를 한 번 돌아본 진가영과 배연경은 동시에 소 리가 들린 쪽을 향해 달려갔다. 물론, 신풍검대도 그 뒤를 따랐다. "침입자다!" "잡아라!" 수십 명의 무사들이 바닥에서 솟아오르기라도 한 듯 나타났다. "마교 정예는 모두 여기 있었나 보군." 싸늘하게 한 마디를 내뱉은 진가영의 몸이 순간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그야말로 순식간에, 진가영의 몸이 마교 무사들 사이를 스치고 지나갔 다. 한 줄기 섬광처럼 무사들의 진영을 뚫고 지나간 진가영이 가볍게 착지 하며 몸을 돌리자, 멍하니 서 있던 무사들의 몸이 하나둘씩 풀썩풀썩 쓰 러졌다. "훗.." 진가영이 예의 검은 부채를 꺼내 입가를 가리며 쓰러진 무사들을 오만 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대체 이 인간은 얼마나 폼을 잡아야 적성이 풀 리는 걸까? 그때였다. ------------------------------------------------------------------ 예.. 저번화에 '주기를 올려보겠다'고 쓴 기억이 어렴풋이 나는데.. (퍼버버버버벅!!!) 슬슬 신행기 3장도 끝을 향해 달려가는군요. 이제 완결도 가능성이..; 어, 어쨌던 다음화의 목표는 이것보다는 빨리 올리는 것! -.-; 오늘의 마법~# Stone to mud: 말 그대로다. 돌이나 암석을 진흙으로 만들어 버린다. Dissolve도 비슷한 역할을 하는 마법이다. [54] [M/F]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78 - SF/Fantasy (37154/64390) [M/F]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78 - 2001/08/09 07:49 권오광(atorpedo)님 올림 읽음 869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The Means of Freedom - 外傳 3. 第四章 - 밝혀지는 음모(陰謀).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음모의 진실은 밝혀지고.. ---------------------------------------------------------------- 검강(劍剛)이 수십 장 밖까지 뻗어나가며 가로막는 모든 것을 베어 낸다. 그 틈으로 붉은 폭풍과도 같은 기운이 뿜어져나올 때마다 주위 의 모든 것이 소리없이 바스라진다. "이런.." 호신강기를 펼쳐 날아오는 돌조각과 강기의 폭풍을 막은 진가영은 감탄한 듯 두 남녀의 싸움을 바라보았다. 얼핏 보아도 초절정의 마공 고수로 보이는 반라의 여인은 악귀 같은 표정을 지으며 연신 맞은편 의 검수를 향해 공격을 퍼붓고 있었다. 진멸수라염무(眞滅修羅炎舞), 귀혼류(鬼魂流), 천마편(天魔鞭).. 하나하나가 절정의 마공이 아닌 것이 없었다. 그러나 칠척거구의 검수 역시 그에 못지않은 무공을 과시하고 있었 다. 검술의 최고경지라는 검강이 초식을 쓸 때마다 뻗어나와 장력과 경기를 찢어발기며 날아들었고, 마공을 쓰는 여인은 그때마다 붉은 빛이 감도는 채찍을 휘두르며 방어하기에 급급했다. 찬란한 은빛과 은은한 푸른빛이 동시에 감도는 남자 쪽의 검은 진가영의 눈으로 보 기에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니였지만 검 자체가 복마(復魔)의 기운을 지닌 듯 닿기만 해도 상대의 마공을 파해(破解)시키고 있었다. 주위에는 백여 명은 되어 보일 듯한 마교의 무사들이 서 있었지만 그들은 싸움에 끼여들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무너지는 벽들을 피해다 니기에 바빴다. "대체 뭐지?" 진가영, 배연경 모두 앞에서 싸우고 있는 둘에 대해 몰랐다. 하지만 신풍검대의 검수들은 그들을 잘 알고 있었다. "도화령 대협..그리고 저쪽은.. 남궁소저?" "뭐야?" 배연경이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신풍검대의 조장을 바라보았다. "내가 알기로 도 공자는 저 정도 고수는 아닌데? 그리고 저건 아무리 봐도 절정의 마공고수야! 남궁란이라는 여자는 권법을 쓴다면서?" "그, 그렇긴 합니다만.." 그는 말을 채 끝맺지 못했다. 그들이 서 있던 바닥이 뒤흔들리더니 순식간에 무너져 내린 것이다. 일행 역시 상당한 고수인지라 가볍게 몸을 날려 자리를 옮겼지만, 그 곳 역시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쩍쩍 금이 가고 있었다. "하 장로님!" 자리를 옮기자 벽에 가려 보이지 않았던 다른 자들의 모습이 보였다. 네 명의 여인이 달려드는 수십의 마교 무사들과 사투를 벌이는 중이였 다. 하나같이 절세미인들이였지만 그보다는 그 중에 신풍검대원들이 너무나 잘 아는 얼굴이 끼어 있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어? 여기는 어떻게 들어온.. 윽, 또야? 어쨌던 위험하니 물..러나 요! 이거 장난이 아니잖아? 큭.." "괜찮으십니까?" 꽤나 이상한 예련의 말투에 놀란 신풍검대의 조장이 몸을 날려 예련에 게로 다가갔다. 그와 동시에 다른 검수들도 달려와 신풍검진을 펼쳐 다 가오는 적들을 막기 시작했다. 검풍이 사납게 몰아치며 주위의 무너진 벽을 휩쓸었다. 삼십여 명의 인원이 진식을 펼치기에는 장소가 너무 좁 았던 탓이였다. "아, 괜찮아요. 이제야 공격이 좀 줄었군요. 그럼.. 아이언 스킨(Ir on skin)." 도화령의 주위에 은빛의 반투명한 장막이 나타났다. "빌어먹을!" 천사지존은 미칠 지경이였다. 별 거 아니라고 생각했던 도화령이 난 데없이 자신과 맞붙을만한 고수가 되어 나타난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 었다. 하지만 그 뒤에 있는 예련이 무언가를 중얼거릴 때마다 도화령 의 공격력과 방어력이 마구마구 올라가는 것이다. 게다가 무슨 수를 썼는지 자신의 사술은 하나도 도화령에게 먹혀들어가지 않았다. 바람 에 흩어지는 안개처럼, 아무런 영향도 주지 못하고 사라져버릴 뿐. 실 로 불가사의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예련이 뭔가 술법을 썼다는 것은 천사지존도 짐작할 수 있는 일이였지만 그도 예련이 필 오브 세크리파 이스(Feel of Sacrifice)로 도화령에게 가해지는 정신공격을 모조리 자신이 대신 받아내고 있다는 사실은 알 수 없었다. 사술만 먹히면 당장 박살내버릴 수 있는 상대인데.. 짜증이 솟구쳐오 른 천사지존이 순간 눈에서 붉은 광망을 내뿜으며 전신내력을 끌어올 렸다. "수-라-사-천-광(修羅邪天光)-!" 핏 로드(Pit lord)의 울부짖음같은 끔찍한 목소리가 울려퍼지며 천정 과 벽이 마구 뒤흔들렸다. 그리고 천사지존의 전신에서 뻗어나온 무형 의 사기(邪氣)가 도화령을 향해 쏟아졌다. "은-환-천-령-검(銀幻天靈劍)-!" 보이지조차 않을 정도의 속도로 뻗어나간 한 줄기 은빛 섬광이 천사지 존의 사공에 맞서 뻗어나갔다. 천붕지괴(天崩地壞)! 두 절정무공이 부딛치는 순간 모든 것을 박살내버릴 듯한 강기가 사방 을 휩쓸었다. 이번에는 벽이 무너지거나 하지는 않았다. 아예 흔적조차 없이 파괴되어버렸으므로. "크윽!" "으아악!" 주위의 마교 정예무사들이 그 충돌의 여파에 휩쓸려 조각조각나 날려가 버렸다. 폭풍이 가라앉자 주위의 정경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믿을 수 없게도, 도화령과 천사지존 사이에는 반경 십여 장이 넘는 구 덩이가 파여 있었고 이십여 장 안으로는 제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물체 가 아무것도 없었다. 인간끼리의 대결이라고는 믿기 힘든 장면이였다. 그리고 천사지존의 앞에는 돌바닥에 선명하게 찍힌 두 개의 발자국이 나있었다. 역시 싸울때는 목소리 큰 놈이 이긴다는 진리가 다시 한 번 증명되는 순간이였다(;;). "..." 도화령은 아무 말 없이 앞으로 한 걸음을 내딛었다. 간단한 동작이였지 만 거기에는 실로 엄청난 위압감이 실려 있었다. "큭.." 자신히 정면대결에서 손해를 본다는 사실을 이미 느낀 천사지존은 주저 없이 몸을 날렸다. "두고보자! 이 빚은 수백, 수천배로 갚아 주겠다! 너희 년놈들의 두개골 로 잔을 만들어 그 피를 마셔주마!" 천사지존의 모습이 허공에 녹아들듯 사라졌다. "뭘 두고 봐? 그냥 들고다니면서 보지." 오늘도 피리니컬 개그 한 건..예련은 자신을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는 주 위 사람들에게 생긋 미소를 지어주었다. "신풍검대 분들.. 다행히 그때 제대로 도망쳤나보네요." "예. 덕분에 모두들 목숨을 구했습니다. 장로님은 괜찮으십니까?" "보시다시피요. 저쪽의 두 분은?" "나중에 설명하죠. 지금은 다른 일이 급해요." 천사지존이 없어지자 다른 마교 무사들은 전의를 상실해 모조리 도망쳐버 렸다. 예련이 조금 황당해했던 건, 그 중에 '공포'라는 개념이 없는 스켈 레톤 워리어나 언데드류가 끼어 있었다는 점이다. 확실히 도망보다는 그냥 물러난다고 보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빨리 염 대협과 사유화를 찾아서 여기서 빠져나가죠. 천사지존은 어떻게 막았지만 또 뭐가 올지 몰라요." "천만에. 무명소졸들이 아무리 달려든들 절정고수를 상대할 수는 없습 니다. 적들 중 최고수가 아군에 의해 격퇴되었으니 이곳에 위협이 되는 적은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예련의 고개가 진가영 쪽으로 돌아갔다. "아, 인사가 늦었군요. 본 공자는 진가영이라고 합니다. 과연 천하오미 의 명성에 어울리는 분이로군요. 그 뒤의 세 분도 마찬가지지만." 부채로 얼굴을 살짝 가리며 말하는 진가영의 모습을 본 예련은 상대를 바보로 결론지어버렸다. "그런데 옆의 분은.." "배연경이라고 합니다. 불광선사께서 하 선녀를 구출하라는 부탁을 하 셨습니다." "아, 그렇군요.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일단 인사는 뒤로 미루고 저희 일행부터 찾죠. 월 소저와 다른 분들은 일단 퇴로를 열어주세요. 도화 령과 저 둘이면 되니까요." "그러죠." 역시 진가영을 가뿐히 무시한 배연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 * * 염신과 사유화를 찾는 건 쉬운 일이였다. 하지만 그들을 찾아냈을 때 예련은 사람을 더 데려오지 않은 것을 후회해야 했다. "웁!" 도화령이 입을 틀어막은 것은 이상야릇한 냄새 자체보다는 예련을 의 식한 것이였다. 그 증거로 도화령의 얼굴은 홍당무처럼 붉게 변해 있 었다. 문을 여는 것과 동시에 확 밀려드는 열기와 뭐라 표현하기 힘든 복잡 한 땀냄새, 그리고 밤꽃 향기 비슷한 냄새가 예련과 도화령의 후각을 자극했다. "..." 어지간한 예련도 한동안 입을 열 수 없었다. 수십 명의 벌거벗은 여인들이 바닥에 엎어지거나 쓰러져 있었다. 모 두 의식을 잃기는 했지만 가끔 미약한 신음소리나 비음이 쓰러진 여인 들 사이에서 흘러나왔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 예련이 잘 아는 몇 사람이 있었다. 바닥에 누워 있는 염신과 사유화가 서로 부둥켜안은 채 사이좋게 의식을 잃고 쓰러 져 있었다. 그리고 그런 염신을 뒤에서 끌어안고 있는 사람은 다름아 닌 두자미였다. "대, 대체 어떻게 된 거죠?" 도화령은 아예 그 광경에서 고개를 돌려버렸다. "글쎄요. 무슨 음약 따위에 당한 것 같은데요." 주위를 살펴보던 예련이 염신과 사유화 쪽을 향해 걸어나갔다. 체향 (體香)과 기타 표현하기 좀 그런 냄새로 숨도 제대로 쉬기 힘들었지 만 예련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뒤에서 보고 있는 도화령으로써는 혀 를 내두르는 수밖에. 염신 앞에 도착한 예련은 그를 끌어안고 있는 두 여인을 밀쳐버리고 는 염신의 상태를 살펴보았다. 아니나다를까, 염신의 몸은 정혈을 빼앗겨 거의 미이라처럼 삐쩍 말 라 있었다. 무리도 아니였다. 최음약에 중독된 자그마지 스물 여섯명 의 여인을 상대한 것이다. "그래도 용하게 살아는 있군.." 염신의 맥박이 미약하게 뛰는 것을 감지한 예련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쪽으로 와서 염 대협 좀 데려가세요. 그리고 신풍검대도 부르고 요. 저희 둘로는 이 사람들 다 못 옮기겠는걸요." "아, 예.." 도화령은 들고 있던 보검을 검집에 꽃고는 주춤거리며 쓰러진 염화 들 사이로 걸어들어왔다. 혹시나 발이 염화들의 몸에 닿을세라 징검 다리라도 건너듯 조심조심 걷는 도화령의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도 웃음이 터져나올 것 같았다. 물론 예의상 예련은 소리죽여 킥킥거리 는 정도로 끝내긴 했지만. "이거야 원.." 풍만하고 요염하고 아름답고..어쨌던 아무것도 가리지 않은 사유화 와 두자미의 몸을 한눈에 보아버린 도화령은 견디지 못하고 눈을 질 끈 감아버렸다. "..생각해보니 이거 신풍검대 부르기도 힘든 상황이겠는걸.." 예련은 한숨을 내쉬었다. ----------------------------------------------------------------- 과연 이번화는 무슨 생각을 하면서 쓴 걸까? -.- 오늘의 마법~# 아이언 스킨(Iron skin) : 대상에 대한 물리공격을 막아준다. 주문의 대상을 감싼 강철의 피부는 대상에게 가해지는 공격을 일정 횟수 대신 받아주게 된다. 마법사의 스톤 스킨(Stone skin) 과 비슷한 주문이다. (스톤스킨..별로 대단한걸로 안 봤는데 -.- 발더스 2를 해보니 이것만 큼 중요한 기술도 없더군요 -.-; 마법사의 생명보험;;) 필 오브 세크리파이스(Feel of Sacrifice) : 파티원 전부에게 가해지는 상태이상(죽음을 포함한) 주문이나 그에 준하는 공격을 시전자 에게로 돌린다. 파티원 다수에게 같은 주문을 썼을 때 시전자가 그 숫자만큼의 마법을 받는 것은 아니지만 파워 워드 킬과 같은 주문의 타격은 시전자에게로 집중된다. 이 주문은 시전자가 상태이상에 대한 대항또는 면역 주문을 사용 하고 있을 경우에는 쓸 수 없다. [55] [M/F]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79 - SF/Fantasy (37938/64390) [M/F]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79 - 2001/08/14 07:51 권오광(atorpedo)님 올림 읽음 852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The Means of Freedom - 外傳 3. 第四章 - 밝혀지는 음모(陰謀).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음모의 진실은 밝혀지고.. ---------------------------------------------------------------- 철성에서 탈출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만은 아니였다. 안에서 그 난 리를 쳐댔으니, 밖에 있는 경비들이라고 세상 모르고 제 구역에만 앉 아 있을 리는 없었다. 아무리 엉망이 됐다지만 마교의 본거지라는 곳 이 그렇게 마음대로 들어왔다가 마음대로 나갈 수 있는 곳은 아니다. "크아악!" 또 한 명의 검수가 피를 뿜으며 바닥에 나동그라졌다. "지독하게도 많군.." 그들이 지나가는 길은 그야말로 혈로(血路)였다. 적들은 끝도 없이 튀어나왔고, 무엇보다 그들 하나하나의 실력이 대단해 엄청나게 레 벨업된 도화령이나 원래부터 절정고수였던 진가영, 배연경조차도 쉽 게 뚫고 나갈 수가 없었다. "이쪽으로 가면 안됩니다." 뒤에서 들려온 청아한 목소리의 주인은 월유영이라는 이름의 소녀였 다. "진세의 형태로 볼 때 아마도 이 방위의 끝에는 이십사 독인(毒人 )이 펼치는 수라천독진(修羅千毒陣)이 기다리고 있을 터.. 지금 우리의 전력으로는 그들을 돌파하기 힘들 것입니다." "지금 이곳 전체가 하나의 진세란 말인가?" "예. 팔옥마금쇄(八獄魔禁鎖)라는 것으로, 여덟 방위에 각자 강력한 절진이나 고수들이 지키고 있으며, 그냥 벗어나려면 그들 중 최소한 셋 이상을 쓰러뜨려야 합니다." "파해법(波解法)은?" "없습니다. 최소한 팔방의 적들 중 하나와 상대해야 합니다." 기껏해야 십육 칠 세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는 소녀가 어떻게 마교의 진식에 대해 그렇게 잘 알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어쨌던 그 말이 맞 다면 이대로 갈 수는 없는 일이였다. "가장 빠른 길이 어디죠?" "건곤괘(乾坤罫)를 밟아 나가는 길이지만.. 그 끝에 무엇이 있을 지는 저도 모릅니다." "뭐던 상관없어. 마교교주나 쌍존(雙尊) 정도가 나오지 않는 이상 이 진가영을 상대할 자는 없을 테니. 걱정마시오 월 소저." "하지만.." "놔둬요. 원래 저런 녀석이니." 월유영의 말대로 방향을 바꿔 달린 지 반 시진 정도. 가장 앞서 달 리던 도화령이 문득 자리에 멈추어섰다. "적인가?" "그런 것 같네요.." 흐릿한 안개처럼 보이던 예련의 몸이 원상태로 돌아왔다. 일행의 속 도에 방해가 되지 않으려면 예련으로써는 윈드 워크(Wind walk)같은 고속의 이동마법을 쓰는 수밖에 없다. 무림고수들을 따라 산길을 몇 분간 뛰어보고 나서 얻은 뼈저린 교훈이였다. "크하하하하핫!" "멋진 웃음소리인걸." 주위의 나뭇잎이 우수수 떨어질 정도로 웅혼한 내력이 실린 광소는, 불행이도 바로 뒤이은 진가영의 한 마디 때문에 그 분위기를 반 이상 잃어버리고 말았다. "크크큭.. 이 방향으로 오다니, 제법 진법을 잘 아는 놈들이구나. 하지만 너희는 그 뛰어난 두뇌를 원망해야 할 것이다!" 콰아아아! 일행의 이십 장 앞에서 검은 돌개바람이 솟아올랐다. 숨 막힐 듯한 마기가 주위를 짓누르며 퍼져나갔다. "뭐지?" 예련으로써는 저 무시무시한 돌풍을 궤뚫어볼 안력이 없었다. 하지 만 안에 있는 '무언가'가 뿜어내고 있는 사악한 오오라만은 누구보다 도 뚜렷하게 볼 수 있었다. "저건.. 사강시(邪畺尸)들.. 하나하나가 무림 십대고수와 맞먹을 능 력을 지니고 있어요! 저런 자들이.." "훗, 무림 십대고수 정도가 이 진가영을 어찌 할 수 있으리라 보 오?" "충분히 가능해." "...배 소저도 날 못믿는거요?" 결국 깨끗하게 무시당한 사강시들의 대장, 사령귀시(死靈鬼尸)는 열 이 머리끝까지 올라 그들의 절기인 사혼귀폭령(邪魂鬼暴令)을 발동했 다. 이것은 이십사 사강시들의 진원까지 모조리 뽑아내어 한꺼번에 공격을 가하는 것으로, 그 위력은 가히 상상을 불허할 정도이다. "받아라! 사-혼-귀-폭(邪魂鬼暴)..." "퀘에에엑!" 사령귀시는 느닷없는 비명소리에 그만 넘어질 뻔 했다. 아직 기술은 발동되지도 않았는데..게다가 폐부가 찢어진 듯한 기괴한 비명소리는 분명 살아있는 인간의 것은 아니였다. 즉, 자신의 시강시들 중 하나 가 낸 비명이라는 뜻. "케엑! 쿠웨엑!" 사강시 하나가 미친 듯 비명을 지르며 도망쳤다. 사령귀시는 처음에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했지만, 다른 강시들도 하나둘 계속해서 도망가 거나 공포에 질려 덜덜 떨거나 주저앉아버리자 상황이 심상찮음을 느 꼈다. "대지에서 난 자, 지금 프리시안의 의지가 그대들을 묶은 굴레를 벗기니 그대들이 있어야 할 곳, 그대들이 원하는 곳으로 되돌아 가며.." 예련의 터닝(Turning)이 계속될때마다 사강시들이 겁에 질린 듯 주 춤거리더니 하나둘씩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돌아와라!" 강력한 마기를 담은 음성이 메아리쳤다. 도망가던 사강시들이 움찔 했지만 이미 진은 흐트러진 뒤였다. 피잉-! 사령귀시는 순간 자신의 가슴을 관통한 화살을 보며 어이없다는 표 정을 지었다. 분명히 화살이 발사되는 것을 보고 몸을 날렸는데도 화 살은 살아 있는 것처럼 방향을 틀어 그의 몸에 박힌 것이다. "추사궁(追絲弓).. 천궁문에 이런 고수가 있었나?" 분명 심장을 관통했음에 분명한 화살을 태연하게 뽑아내며 사령귀시 는 배연경을 노려보았다. 저거 인간 맞아? 터닝에 영항을 안받는걸로 봐서 살아 있긴 살아 있는 녀석인데 저건 리치도 아니고.. 결국 머리 를 싸매던 예련은 결국 '여기는 무림이다!' 라고 결론을 내버렸다. "크크크..추사궁이라..이거 재미있군." "이래도?" 콰앙! 사령귀시의 몸이 폭탄이라도 맞은 듯 밀려나가 오 장 뒤에 있는 아름 드리 나무 하나를 박살내버렸다. 그리고 그가 처음에 서 있던 자리에는 검은 옷자락을 흩날리는 진가영이 있었다. "크으으..." 사령귀시가 신음을 내뱉으며 몸을 일으켰다. "과연 강시답군. 인간이라면 이미 즉사했을텐데..훗." "그런 소리 하지말고 죽일 방법이나 찾아." 저런 불사형 몬스터는 템포럴 스테이시스(Temporal Stasis)나 위어드( weird)로 잡으면 되는데.. 문제는 둘 다 9클래스의 마법이라 예련으로 서는 쓸 수가 없다는 것이다. "사령귀시는 마공의 절정고수.. 그에게 걸린 마공대법을 제거하지 않 는 한 칼로 베거나 찌르는 것으로는 결코 죽일 수 없을 것입니다." "크크?! 저 계집이 뭔가 알긴 좀 아는구나!" 어느세 일어난 사령귀시가 광소를 터트렸다. "..내가 살던 곳에서 한 마법사가 한 말이 있지. 자신이 불사의 육체 를 지녔다고 자랑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다고." "어째서죠?" "그런 말을 해놓고 오래 산 사람이 없으니까." 사령귀시가 비틀거리면서 물러났다. 어느세 그의 한쪽 팔이 몸통에서 떨어져나가 바닥을 구르고 있었다. 깨끗하게 잘려나간 팔의 단면에서 는 피조차 흐르지 않았다. "정말 괴물이군.. 하지만 은령복마신검의 상대는 되지 못할 것이다." 은빛 섬광이 허공을 갈랐다. 사령귀시는 있는 힘을 다해 몸을 날렸지 만 도화령의 검은 그 덩치에서 나오는 것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을 정 도로 빨랐다. 가슴을 깊숙하게 베인 사령귀시는 간담이 서늘해지는 것 을 느끼며 예련에게 터닝되지 않은 사강시들을 불러모았다. '괴물들이군.' 언데드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존재들 중에서 예련의 터닝을 벗어날 수 있는 것들을 뽑으라면 기껏해야 윔 급 좀비 드래곤 정도일 것이다. 예련은 새삼 마교의 능력에 대해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도 대협께서는 걸리적거리는 시체들이나 처리해 주십시오. 저 뭔가 잘못 먹은 것 같은 뼈다귀는 제 몫입니다!" 진가영의 몸이 한 줄기 빛살처럼 사령귀시를 향해 쏘아져나갔다. 풍 마뇌신퇴법의 기초가 되는 '번개'의 신법이였다. 진가영조차도 이 기 술만은 기술명을 외치기가 좀 그런지 아무 말 없이 사용하곤 했다. 예 련은 외국어의 어감까지 살릴 수 있는 뛰어난 번역자는 아니였고, 무 엇보다 그녀는 진가영의 폼생폼사에 동참해서 풍마뇌신퇴법의 기술명 을 수정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름이야 어찌 되었던 천마동부의 마공들의 정화를 짜집기해 서 만든 풍마뇌신퇴법의 위력은 대단했다. 퍼억! 이번에는 폭음이나 대폭발, 섬광 따위는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진 가영의 발차기에 맞은 사령귀시의 몸은 문자 그대로 '부서졌다'. 물체 의 내부에 충격을 가해 산산조각내는 발경의 기술이 각법(脚法)으로 재현된 것이다. "끝났군." 조각조각으로 부서지고도 살아남을 수 있는 생명체는 없다. 물론 그 상황에서도 꾸물거리며 재생하는 것들이 몇 종류 있긴 하지만 그런 걸 막을 주문은 넘칠 정도로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불사의 비법을 연 구해왔고, 불사의 존재를 파괴하는 방법은 그 이상으로 발전해 왔다. "디스펠(Despell)." 혹시라도 마법이나 저주에 의해 복원될 가능성을 막기 위해 예련은 박살난 사령귀시의 파편 위에 디스펠과 저주 해제(Remove Curse)를 외웠다. "..대단하군요. 사령귀시와 십이 사강시들의 위력은 수라천독진과 거의 맞먹으며 무림의 문파 하나쯤은 한두 시진만에 소멸시킬 수 있다고 들었는데.." 월유영은 진심으로 감탄한 듯 말했다. "과연 저희들의 낭군님이세요!" 월유영의 뒤에 서 있던 적월이 쾌활하게 소리쳤고 흑월은 당연하다 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도화령의 얼굴은 또다 시 홍당무가 되어버렸다. 안면에 철판만 좀 더 깔았더라면 주인공으 로 손색이 없을 녀석이련만.. "자, 잠깐.. 사령귀시를 잡은 건 나라고!" 진가영의 절규에 신경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 ....이미 달팽이로 변해 바닥을 기어다니고 있는 프란입니다;; 완결..완결..;; ~__/@.@ 오늘의 마법~# 디스펠(Despell): 마나의 흐름을 강제로 변화시켜 다른 마법을 해제 하는 주문. 사용 자체는 단순하지만 그만큼 확실하기 때 문에 가장 널리 사용되는 주문해제기술이다. 리무브 커즈(Remove Curse): 말 그대로 저주를 해제하는 주문. 성직 자의 레벨에 따라 달라지지만 주문만으로 해제할 수 없는 저주도 상당수 있다. [56] [M/F]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80 - SF/Fantasy (39480/64390) [M/F]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80 - 2001/08/24 05:01 권오광(atorpedo)님 올림 읽음 785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The Means of Freedom - 外傳 3. 第四章 - 밝혀지는 음모(陰謀).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음모의 진실은 밝혀지고.. ---------------------------------------------------------------- "휴우.." 어느 정도 안전한 곳까지 도망쳤다고 판단한 일행은 그제서야 걸음 을 멈추었다. "여기까지 쫓아오진 않겠지." 일행 중 경공이 가장 빠른 진가영을 제외한 모두는 거의 기진맥진 한 상태였다. "그런데 어째서 마교의 본거지라고 알려진 철성에 그렇게 고수가 없었을까요? 물론 상당한 고수들이 많이 있긴 했지만 마교의 핵심 인물들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었어요." "글쎄요.. 아마도 마교의 정책 때문이겠죠. 철성에는 최소한의 인 원만을 남겨두고 흑도 문파 전체를 마교의 주력으로 사용하는.. 하 지만 마교교주 본인이 나타나지 않은 이유는 모르겠어요." 예련도 일행이 쉽게 탈출했다는 말에는 공감했다. 천사지존이 그 정도였으니 천마대제가 직접 나타났더라면 아마 일행은 몰살을 면하 기 힘들었을 것이다. 예련은 천마대제의 정체에 대해 어렴풋이나마 짐작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가 철성에 없는 이유도 짐작할 수는 있었 지만... "아까 그 마교고수가 천사지존이였습니까? 남궁소저와 비슷하게 생 긴.." "비슷한 게 아니라 남궁란 본인이예요." "예?" "아마도..천사지존의 사령(邪靈)이 그의 몸 속에 들어가 있었던 모 양이예요.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예련은 예전 달마삼검 건으로 파양호의 객잔에서 마교의 공격을 받 았던 일을 떠올렸다. 그때 분명 남궁란에게서는 강력한 마력이 느껴 졌었다. 그때 좀 더 신경을 썼어야 했는데.. "그건 그렇다 치고, 저 여인들은 대체 누구요?" 그건 그렇다 치고..라고 넘어갈 문제가 아닌데. 하지만 월유영의 정 체가 궁금하기는 다른 일행들도 마찬가지였다. 얼핏 보아도 마굴(魔窟) 한가운데 있을 여인들은 아니다. 모두의 시선이 월유영과 그 뒤의 두 여인에게 집중되자 도화령이 자기 일이라도 되는 듯 고개를 푹 숙였 다. "설명하자면 좀 길죠." * * * 은월천령밀법은 다행이도 사흘 밤낮으로 계속된다거나 하는 식의 만 행을 저지르지는 않았다. -그랬다면 예련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방을 뛰쳐나갔을 것이다.- 예련의 추가 메모라이즈(Additional memorize) 가 끝났을 때쯤 도화령의 몸 위에 올라가 있던 흑월과 적월은 휘청거 리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들의 몸 속에 잠재되어있던 엄청난 양 의 내력이 모두 도화령에게로 주입된 것이다. "대법은 다 끝났나요?" "예. 이제.. 다음 방으로 들어가서 마지막 관문을 통과하면 됩니다." 흑월이 말하는 것조차 힘겹다는 듯 힘없이 대답했다. "그럼.. 도 대협은 언제 깨어나죠?" "아마도.. 앞으로 두 시진 정도면 될겁니다.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 하니까요." 휴식은 도화령보다 당신들이 더 필요할 것 같은데. 예련은 그 말을 입밖에 꺼내지는 않았다. "너무 늦어요. 지금 그냥 잠들어있는 상태인거죠?" "예, 하지만.." 예련은 흑월의 말도 듣지 않고 죽은 듯 누워 있는 도화령에게로 다 가갔다. 주위는 뜨거운 열기와 여인의 체향, 기타 좀 말하기 곤란한 냄새로 가득했지만 예련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한쪽 무릎을 꿇고 앉은 예련은 도화령의 가슴에 한 손을 올렸다. "저..이쪽은.." "예?" "여인의 몸으로 이런 모습을 보기에는..그게..아..저희들은 이미 저분의 것이 되었으니 괜찮지만.." "뭐, 상관없어요." 예련은 별로 신경쓸 거 없다는 투로 도화령의 벌거벗은 몸을 죽 훑 어보았다. "내장을 흘리고 있는 사람 뱃속에 손을 집어넣고 내장 위치를 바로 잡아 본 적이 있다면 정액을 흘리는 사람정도는 수채화의 한 장면 으로 보이게 되죠. 리커버리(recovery)." "그, 그런 일도 해 본적이 있어요?" "더한 일도요." 예련의 손이 새하얀 빛을 내뿜었다. 성직자 마법이 아닌 백마법계 의 치료주문인 리커버리는 단순히 육체의 회복력을 극도로 활성화 시키는 기술이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신성마법보다도 훨씬 유리했다. 몇 분 지나지 않아 도화령은 정신이 든 듯 눈을 뜨고 주위를 둘러 보았다. "아, 하 소저....?" 잠시간의 침묵이 이어졌다. 도화령은 조금 전까지 자신이 무슨 짓 을 하고 있었는지를 어렴풋이나마 기억해낼 수 있었고, 자신이 무 슨 꼴로 누워 있는지도 알 수 있었다. "으아아아아악---!" 약 2분간 활극이 벌어진 후, 이 방 어디서도 입을 것을 찾을 수 없 다는 사실을 깨달은 도화령은 예련에게 등을 돌린 채 방 한구석에 쪼 그려앉아 흑월과 적월로부터 상황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확실히 도 화령은 무협지 주인공으로 성공하기는 힘든 타입이다.(;;) "그러니까 본협이 은월문의 차기 후계자로 선택받은 인물이란 말입 니까? 그리고 마교의 부활을 막기 위해 준비되었고.." "그렇습니다." 흑월이 도화령의 뒤에 무릎을 꿇고 앉아 말했고 도화령은 그 말을 들 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실로 막중한 짐을 어깨에 지게 된 것 같소. 과연 내가 그 일을 해낼 수 있을지.." "주군이라면 분명 해내실 것입니다." 적월의 말에는 확신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등을 돌리고 쪼그려앉아 있는 벌거벗은 남자에게 하는 말이라는 점은 그 말의 분위기를 상쇄시 키기에 충분하도고 남음이 있었다. "자자,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습니다. 어서 다음 방으로 들어가야죠." "예." 흑월과 적월이 몸을 일으켰고, 도화령은 예련을 힐끔 쳐다보면서 자리 에서 일어났다. "하 소저.. 이쪽으로 돌아보지.." "알았어요." * * * 그그긍-! 수라(修羅)의 심장을 궤뚫은 은색의 검이 양각된 문이 굉음을 내며 열 렸다. 얼핏 보아도 두께가 한 자는 되어보이는 철문의 무게가 얼마나 될 까 생각하던 예련은 그 건물 안에서 뿜어져나오는 심상찮은 기운에 잔뜩 긴장했다. "저희는 이곳에서 더 들어갈 수 없습니다." 흑월과 적월이 뒤로 물러났다. "그럼 들어가봅시다. 하 소저." "그러죠." 순간 두 여인은 당황해야만 했다. 그들이 알기로, 이곳에 도화령 외의 사람이 동행해도 된다는 조건은 없었다. 문제는, 동행인이 없어야 한다 는 조건도 없다는 점이였다. 잠시 동안 흑월과 적월은 예련이 들어가는 것을 막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가지고 고민했고, 막는 쪽으로 결론이 났을 때 이미 두 사람은 방 안에 들어가버린 뒤였다. "이런.." "괜찮을까요?" "글쎄. 저 사람이라면.." 흑월의 표정에는 왠지 모를 불안감이 담겨 있었다. "이건.." 한쪽 벽을 가득 채우고 있는 천수관음(千手觀音)의 벽화. 소림사에서 보았던 것과 비슷하지만 이곳에 있는 그림은 무언가 달랐다. 보일 듯 말 듯한 미소를 띄고 서 있는 보살의 모습 뒤로 나타나 있는 천 개의 손은 하나하나가 미묘한 동작을 표현하고 있었다. 움직이는 것 같기도 하고 정지된 것 같기도 한, 단순한 듯 하면서도 천변만화하는 모습이 각각의 천수(千手)에 담겨 있다. 아무리 바라보아도 명확하게 알아볼 수가 없었다. 머릿속을 온통 헝클어놓을듯 복잡하면서도 단지 흔들리 는 시계추처럼 단순한 동작의 배열.. 예련과 도화령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그 그림에 빨려들어가고 있었다. 그 그림이 왠지 모르게 자극적이라는 느낌이 든 것은 바로 그 다음의 일이였다. 아니, 그것은 실로 거부할 수 없는 유혹(誘惑)이였다. 사내 라면 범하고 싶어지고, 여인이라면 그 손길에 모든 것을 내맡기고 싶 어지는. 촛점을 잃은 도화령의 눈동자가 예련을 향했다. 방 안에 낮은 진동음 과 함께 무언가가 바닥에서부터 올라오고 있었지만 아무도 거기에 신 경쓰지 않았다. 천수관음의 벽화가 지닌 마력은 인간의 내면 깊숙한 곳에 자리잡은 본성을 끌어내는 힘. 그것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자는 백치가 아니 면 신(神)밖에 없으리라. 도화령은 둘 중 어느 쪽도 아니였지만, 다행이도 예련은 후자에 근접 한 인간이였다. "정신차려요." 예련이 도화령의 등을 가볍게 한 대 쳤다. 이런 류의 최면술은 술자가 의도하지 않는 자극, 특히 약간의 물리적인 충격만 주어도 쉽게 깨지게 된다. 잠깐 멈짓하던 도화령은 금세 정신이 돌아온 듯 눈을 깜빡이다가 예련을 보고는 얼굴이 벌개져서 몸을 홱 돌렸다. "바, 방금 무슨 일이였습니까?" "별 거 아니예요. 그보다 저거나 보는 게 어때요?" 예련이 방 한가운데를 손으로 가리켰다. ------------------------------------------------------------------ 또 주간연재군요 -_-; 요즘은 밤 12시가 넘지 않으면 글이 나오질 않습니다. 빨리 이 야행성 생활에서 탈피해야 하는데.. 나우누리에 올라오는 강호신행기를 다른 홈페이지에 링크하고 있는 분 들이 있다면 나우누리의 글을 퍼가는 대신 다음 주소를 여러분의 홈페 이지에 링크시키기 바랍니다. http://ece.skku.ac.kr/~fresian/MF.html 저걸 보시면 아시겠지만 프란의 홈페이지 주소는 http://ece.skku.ac.kr/~fresian 입니다. 가끔씩 놀러와서 글도 좀 남기 고 해주세요^^/ [57] [M/F]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81 - SF/Fantasy (40156/64390) [M/F]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81 - 2001/08/28 02:31 권오광(atorpedo)님 올림 읽음 827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The Means of Freedom - 外傳 3. 第四章 - 밝혀지는 음모(陰謀).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음모의 진실은 밝혀지고.. ---------------------------------------------------------------- 방 중앙에 나타난 것은 수정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제단(祭壇)이였다. 주위의 공기가 얼어붙을 듯한 냉기가 제단에서부터 흘러나오고 있었 다. 심후한 내공을 지닌 도화령이나 아데나의 법의를 걸친 예련조차 도 견디기 힘들 정도의. 공기 중의 수분이 순식간에 얼어붙으면서 주위는 보석처럼 빛을 반 사하는 눈부신 안개 속에 뒤덮였다. 야명주의 붉고 푸른 빛이 제단에 엉겨붙듯 모여들며 무지개빛을 만들어냈다. "아.." 순간 도화령은 숨이 멎는 것 같았다. 안력이 뛰어난 자들만이 궤뚫어볼 수 있는 빛의 안개 속에 한 여인 이 있었다. 폭포수처럼 흘러내린 긴 머리 아래로 드러나는 여인의 모습. 풍만 한 가슴과 한 줌도 되지 않을 듯한 허리, 그 아래로 이어진 몸의 곡 선은 최고의 조각가가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 낸 작품이라도 흉내낼 수 없을 것이다. 수정을 빚어 만든 듯 투명할 정도로 새하얀 살결은 인세에 하강한 달의 여신인 듯 했다. 화려함과 차가움, 그리고 부드 러움을 모두 갖춘 완벽한 여체가 그 자리에 있었다. 얼음으로 만들어진 안개가 서서히 옅어지며 예련도 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또 여자야?" 도화령의 얼굴이 안면에 살얼음이 낄 정도의 추위도 무시하고 붉게 달아올랐다. 누차 강조하지만 이 소설에서 벗은 여자들이 계속 등장 하는 이유는 오로지 세계관이 그렇기 때문일 뿐이다.(;;) 어쨌던 두 남녀가 눈부신 여체를 바라보는 가운데 천수관음의 벽화 가 있던 벽에 황금빛의 글자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 아마도 이 글을 누군가가 읽고 있다면 중원 무림은 마교의 부활 로 인해 극히 혼란스러워져 있을 것이다. 노납이 서역 포달랍궁(包達拉宮)의 법왕이던 시절, 우리는 마교 가 중원을 침략하기 전부터 그들의 존재를 감시하고 경계해 왔 다. 이는 마교의 무공이 서역(西域)의 것에 기초한 것이기 때문 이였다. 도화령은 크게 놀랐다. 마교의 무공이 서역의 것이였다니.. 하지만 도화령의 마음과는 상관없이 글은 계속 이어졌다. - 노납은 포달랍궁의 힘으로 마교를 충분히 제압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착각이였다. 노납은 마교의 천마대제 (天魔大帝)에게 승부를 청했으나 불과 이천 초만에 그에게 패 배하고 말았다. 천마대제의 무공은 서역의 것이였으나 그는 청 출어람(靑出於藍)의 인물로 서역 무공의 한계를 뛰어넘고 있었 던 것이다. '불과' 이천 초? 예련은 그 스케일에 혀를 내둘렀다. 무림의 절대 고수들이 1초(second)동안에 몇 초를 주고받을 수 있는지 순간 계 산해보고싶은 생각이 들었다. 뭐 그래도 일곱 밤 일곱 낮동안 싸움 을 계속하는 음유시인의 이야기 속 주인공들보다는 나은 편일까.. - 마교의 힘은 나와 서역의 고수들의 상상 이상이였기에, 우리는 그들이 중원과 서역을 휩쓰는 것을 속수무책으로 보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포달랍궁은 멸망하고, 노납은 구사일생으로 목숨 을 구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하늘은 무림을 버리지 않았다. 천기(天氣)를 살펴본 노 납은 이들이 한 번 멸망한 후 오백년 후에 다시 등장할 것이라 는 사실을 알아냈다. 지금 마교의 피빛 운명성(運命星)은 눈부 실 정도로 밝아 누구도 해할 수 없으며, 설령 가능하다고 해도 그들을 완전히 뿌리뽑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마교가 재등장하는 오백년 후, 그들의 명(命)은 크게 약해질 것이고, 그때야말로 마교는 진정한 최후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이 먼 과거에 오늘의 일을 바라보고 대비하신 분이 있었다니.. 과연 무림에는 수많은 은거고인들이 있군요. 실로 고개가 숙여 집니다." "...." 도화령이 감탄한 듯 말했지만 예련은 고개를 흔들었다. - 노납은 그 때 마교를 멸망시킬 자가 누구인지 찾아낼 수는 없 었다. 그렇기에 노납은 이곳에 은월문을 만들고 이곳을 찾을 자를 위한 안배를 해 두었다. 독이 있으면 그 옆에 해독약이 있 는 법, 지혜로운 자라면 마교의 성지 바로 아래에 위치한 이곳 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저 아이는 나의 하나밖에 없는 손녀인 유영(柳英)이다. 그 아 이는 백 년에 하나 나오기 힘든 태음지기(太陰之氣)를 타고났 기에 노납은 피눈물을 흘리며 이 아이에게 혈천전혼대법(血天 傳魂大法)을 시전한 후, 오백 년 후에 나타날 인연자를 기다리 도록 동면(冬眠)시켜두었다. 그대는 이미 은월천령밀법을 받은 몸일 것이다. 그 상태로 유 영과 몸을 섞게 되면 그대의 몸 속에는 총 이 갑자의 내공이 쌓일 것이며, 노납이 창안한 은월천기공(銀月天氣攻)을 대성하 게 되리라! 은월천기공은 노납이 마교의 무공에 대항하기 위해 말년에 창 안한 것으로 거의 대부분의 마교 무공에 극성이다. 이것을 완 성한다면 천마대제와 대결하는 것도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대에게 선택의 여지는 없다. 이 글을 읽는 지금 그대는 환 희마라불(歡喜魔羅佛)에 의해 심령을 금제당한 상태일 것이므 로.. "하 소저, 대체 이 분은 누구일까요? 이름조차 알리지 않고 이 런 일을 해내다니.." 물론 이곳을 만든 사람의 이름이 없는 것은 작가가 이름짓기를 귀찮아해서이다.(;;) 하지만 그 사실을 도화령이 알 리가 없지. "글쎄요. 그보다 이 대륙의 마학 수준으로 인간의 동면이 가능 하다니.. 놀랍군요. 게다가 저 환희마라불이라는 그림의 최면 효과는 정말 대단해요." "아, 예. 그렇습니다." 도화령은 조금 전의 일이 생각나자 당황해서 말을 마구 더듬었 다. 원래대로라면, 자신은 환희마라불에 금제당해 저 수정 제단 위의 여인과 정사를 벌이고 있었을 것 아닌가? - 독자들로써는 참으로 아쉬운 일일 것이다.(;;)- 아마 그가 예련이 지금 저 그 림을 떼어가서 연구할 생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뒤 로 넘어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쓸데없는 것을 만들었군요." "예?" 그 말을 들은 도화령의 표정은, 무림맹 총단 현판에 운석이 떨어 져서 지나가던 벼룩 두 마리를 압사시켰다는 소식을 들은 드워프의 것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였다. "그게 무슨 뜻입니까?" "과거의 인물은 과거에 존재해야 정상이라는 거죠. 오백 년이나 뒤의 세상에 관여하기 위해 자신에게 있어 현재의 모든 것을 포기 하다니. 마교를 막기 위한 저 분의 의지는 숭고하지만, 옳은 방법 이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그런 말이.." 도화령은 거칠게 고개를 흔들었다. "고인께서는 후대에 일어난 재앙을 미리 내다보시고 그것을 막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어 그에 대비하셨습니다. 자신의 손 녀까지 희생시킨 분의 노력을 비방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재앙이란 홍수라던가 지진, 폭풍 등을 말하는거죠." "..." "현재 일어나고 있는 무림맹과 마교간의 갈등은 '현재를 살아가는' 무림인들 사이의 일이고, 당연히 그들에 의해 해결되어야 해요. 바 둑으로 치자면, 훈수 같은 거죠. 후대를 위한 자산을 남기는 것은 좋지만, 운명이라는 이유로 자신이 속한 현실에서 눈을 돌려서는 안 되요. 인간의 삶은 끝없이 어이진 수많은 길(道).. 운명을 인정 하는 것은 결국 거기서 벗어나려는 노력을, 자신의 길을 찾는 것을 포기한다는 뜻이니까요." 예련의 말을 들으면서 도화령은 아무런 반론도 할 수 없었다. "저 분이 진정으로 무림을 위한다면, 미래의 용사를 키울 궁리를 하기보다는 자신 대에서 마교의 세력과 무림의 피해를 조금이라도 더 줄이기 위해 노력했어야 해요. 적어도, 저라면 그렇게 했을 거 예요." 머릿속이 어지러워지는 느낌이였다. 자신이 믿고 있던 진실이 순식 간에 뒤흔들리는 순간. 그리 대단한 사건도 아닌 하나의 설교에 불 과한 것이였지만 예련의 생각은 도화령에게 있어서 너무나 생소한 것이였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그렇듯이 도화령 또한 그 말을 인정할 수 없 었다. "그렇다면, 고인께서 한 일이 모두 쓸모없는 짓이였다는 겁니까?" 도화령의 언성이 조금 높아졌다. "아니요. 세상에 완전히 틀린 것이 없다는 것은, 완전히 옳은 것이 없다는 것만큼 확실한 사실이죠. 이 분이 한 일도 그런 것들 중 하 나일 뿐이예요. 장점이 있고, 단점이 있는, 하지만 그렇게 해야 할 이유가 있었던 일. 따지고보면 간단한거죠. 인간이 하는 일이란 모 두 그러니까요." 대체 무슨 뜻이지? 명확한 것 같으면서도 무언가 잡히지 않고 머릿 속을 맴돈다. 분명히 머리로는 이해할 수 있는 말이지만 마음은 거 기에 따르지 않는다. "그 말도 일리는 있습니다만.. 고인께서는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은월문을 만들었습니다. 마교와 무림맹의 대결이 확실시되는 지금 의 무림 정세에서 그 힘은 결정적인 도움이 될 겁니다. 무의미한 저항보다는 먼 안목에서 볼 때 훨씬 현명한 행동이 아니였을까요?" "..." 예련은 이야기가 원점으로 돌아간 것을 느꼈다. 도화령은 자신의 말 뜻은 이해했겠지만 그뿐일 것이다. 대부분의 토론이 그렇듯이, 예련이 무슨 말을 하더라도 대화는 평행선을 달릴 뿐이다. 모든 것 을 되돌아보고 생각할 긴 시간이 있다면 서로를 이해할 수도 있겠 지만, 현실은 그런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크리세아의 심안(心眼) 은 아제블의 회색 안개를 궤뚫지만, 인간의 사고는 결국 시간과 공 간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 "이 이야기는 나중으로 미루죠. 그럼, 이제 어떻게 할까요?" "..하 소저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예련은 대답 대신 수정의 제단과 그 속에 있는 여인을 뚫어질 듯 바라보았다. "살릴 수 있을 거예요." "예?" "동면이라면 아직까지 생명의 불꽃이 완전히 꺼진 건 아니예요. 제대로 살펴보기 전에는 모르겠지만, 살릴 수 있다는 건 확실해 요." "설마.. 저 여인을 되살릴 수 있단 말입니까?" "그럴 수 있다면, 어떻게 하겠어요?" 예련은 차분한 목소리로 도화령을 향해 물었다. ------------------------------------------------------------- 냠~; -사랑하면서도 서로를 향해 검을 들이댈 수 밖에 없는 연인들, 잊을 수 없는 영원한 우정, 조국을 위해 장렬히 죽어간 영웅. 이 모든 것을 돈으로 환산시키는 것이, 자본주의 시스템이다. [58] [M/F]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82 - SF/Fantasy (40530/64390) [M/F]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82 - 2001/08/31 02:28 권오광(atorpedo)님 올림 읽음 800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The Means of Freedom - 外傳 3. 第四章 - 밝혀지는 음모(陰謀).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음모의 진실은 밝혀지고.. ---------------------------------------------------------------- "..그렇게 된 것이로군요." 배연경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던 기연을 얻으신 것을 축하하오. 도 대협. 이 무림의 혼란 을 바로잡고 마교의 잔당을 뿌리뽑기 위해 선택된 자가 본 공자말 고 또 있었다니 실로 놀라울 다름이오." "저 사람의 말에는 신경쓰지 마세요." "배 소저는 아직도 마음을 돌리지 못하셨소? 어찌하여 본 공자의 진면목을 아직도 알아보지 못하는지.. 어서 그 얼어붙은 마음을 풀고 공자의 품 속으로.." 진가영의 말이 거기서 멈춘 것은 배연경이 등에 매고 있는 철궁 쪽으로 손을 가져간 탓이였다. 그러면서도 얼굴에 일체의 표정이 드러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원래 극도로 과묵한 성격이거나, 아 니면 이런 일에 질릴 정도로 익숙해진 모양이다. 예련은 아무래도 후자 쪽이라도 판단을 내렸다. 뭐, 그래도 나름대로 잘 어울리는 한 쌍이군. 예련의 감상을 두 당사자가 들었다면 아마 한쪽은 당 연하다며 고개를 끄덕이고 나머지 한 쪽은 길길이 날뛰었을 것이 다. 꽤나 힘든 일이였다. 월유영이 강제적으로 동면상태에서 깨어날 때 소크를 받을 것에 대비해 절대생존주문인 서바이브(Survive)를 걸고 동면장치를 파괴시킨 예련은 곧바로 월유영의 몸에 강력한 회복주문을 걸었다. 육체적으로 죽은 상태가 아니였으니 금방 깨 어날 거라고 생각했엇지만 의외로 그녀는 한참이 지나도록 정신 을 차릴 줄 몰랐다. 너무나 오랫동안 잠들어 있던 정신이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지 못한 것이다. 결국 예련은 그녀의 의식 속으로 직접 다이브(Dive)를 시도한 끝 에 간신히 월유영을 깨울 수 있었고, 그 이후에 또 하나의 사건이 있었지만 그 일은 꺼내지 않는 게 좋겠다고 예련은 생각했다. 일행은 거의 반나절을 달린 끝에 무림맹의 영향력이 미치는 작은 마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곳까지 오는 데 약간의 해프닝이 벌 어졌었는데, 예련이 그날 쓸 수 있는 윈드 워킹 능력을 모두 사용 해버려서 다른 일행과 보조를 맞출 수 없었던 것이다. 예련의 걸 음걸이, 즉 무공이 없는 일반인의 속도에 맞춰서 걷다가는 분명 추적에 걸릴 것이 분명했다. 예련은 누군가 경공이 높은 사람이 자 기를 업고 가면 된다고 태연하게 말했지만 그 말의 여파는 꽤나 커 서, 진가영이 가장 먼저 나섰다가 배연경의 살기어린 시선을 받고 포기했고, 도화령은 두 사람이 손만 잡아도 폭발할듯한 흑월, 적월 의 표정을 보더니 뒷걸음질치며 물러나버렸다. 사유화나 두자미는 아직 몸상태가 좋지 않은데다 무공도 낮았으니 결국 남는 것은 신 풍검대뿐이는데, 신풍검대의 조장은 딱 한 마디로 예련의 청을 거 부했다. "남녀칠세부동석이라 하는데 어찌 제가 하 장로님께 그런 불경을 저지를 수 있겠습니까? 차라리 제 목을 가져가십시오." 결국 이 문제는 꽤나 거창한 방법으로 해결되었다. '하 장로님 을 위해' 신풍검대원들이 주위의 나무를 잘라 즉석해서 가마 비슷 한 것을 만들어버린 것이였다. 예련은 이 새로운 운송수단에 부담 감을 표시했지만 결국 그것을 타는 수밖에 없었다. 어쨌던 그렇게 해서 오랜만에 편안한 잠자리와 식사를 얻게 된 일행은 우선 부상자들부터 정리했다. 사유화 등의 음약 중독을 풀 어주기 위해 거의 미이라가 되버린 염신에게 간단한 응급처지 -예 련은 서바이브 주문을 한번 더 써야 하는게 아닌가 생각했었다- 를 한 후 같은 이유로 탈진한 사유화와 염화들을 방을 따로 얻어 재운 후 남은 사람들은 객잔 1층의 식당에 모여앉았다. 두자미는 체력소모가 심한 듯 약간 창백한 인상이였지만 주위의 만류를 뿌 리치고 자리에 나왔다. "일단 이 상황부터 정리해보죠." 도화령이 일행을 둘러보며 말했다. 워낙 정신없이 많은 일들이 벌어진 터라 도화령이나 다른 사람들은 물론이고 예련조차도 머 리를 식힐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결론만 말하자면, 우리는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확인한 것 외 에는 아무런 성과도 얻지 못했어요." "최소한 마교의 본거지가 철성이라는 것은 확인했소. 원래의 목 적인 정찰에는 성공했으니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겠소?" "이미 정찰이라고 부를 수 없는 난장판이 되버렸잖아요." 예련의 말에 모두 쓴웃음을 지었다. "어쨌던 우리는 죽을 고생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거기서 당연한 사실을 확인한 것 외에는 알아낸 게 아무것도 없다는 뜻이군요." "있어요." 모두의 시선이 배연경에게로 돌아갔다. "지금 철성에는 천마대제와 천마지존이 없다는 거죠." "..!" "아시겠지만 마교의 서열체계는 마교교주인 일대제(一大帝) 밑에 쌍존(雙尊), 삼노(三老), 사천왕(四天王), 오마(五魔)가 있어요. 이 중 오마가 실제로 마교의 외단(外團)의 병력을 통제하는 핵심 인데, 검마(劍魔), 철마(鐵魔), 사마(邪魔), 살마(殺魔), 음마(淫 魔)의 다섯이죠. 문제는, 우리가 철성에서 도망치면서 오마 본인 중 아무도 보지 못했다는 거예요. 그들이야 외단을 맡았으니 그렇 다 치더라도 삼노와 사천왕 중 철마왕 단 한명만이 철성에 남아 있었다는 것은 뭔가 이상하군요. 오마 위의 마두(魔頭)들은 모두 내단에 속해 있는데.." 월유영이 차분히 가라앉은 목소리로 설명했다. 오백 년 전 마교에 대비하기 위해 만들어진 은월문의 전승자인만큼 그녀가 이 자리에 서 마교에 대해 잘 아는 것은 당연했다. "그 말씀은.." "두 가지 경우가 있어요. 하나는 마교의 세력이 아직 부족해서 모든 직책이 정비되지 않았을 경우이고.." "나머지 하나는, 그들이 모종의 이유로 다른 곳에 가 있을 경우 겠죠. 물론 일부러 나오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지만 일단 무시하 죠." 그 난리를 피웠으니 도화령이나 진가영, 배연경 등과 상대할 만 한 고수가 당시 철성 안에 있었다면 반드시 뛰쳐나와야 했을 것이 다. "첫번째 경우라면.. 그들이 이미 무림맹 각지에 마수를 뻗치기 시 작한 이상 세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빨리 무림맹에 이 사실을 알려야겠군요." 배연경의 마지막 말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었다. 다음날, 무림맹에서 나온 개방 제자들과 연락한 일행은 무림맹으 로 발걸음을 옮겼다. 다만 중상을 입은(;;) 염신은 치료가 시급한 탓에 예련이 남아서 간호하기로 했다. 물론 사유화와 휘하 염화들 이 예련과 행동을 같이했음은 물론이다. 두자미가 남겠다고 한 것 이 조금 의외이긴 했지만. 하지만 예련이 그 이유(?)를 알게 된 것은 바로 그 다음날이였다. 퍼억! 막 염신의 몸 위에 걸터앉아 H 씬을 연출하려던 두자미의 뒷통수 에서 불꽃이 튕겼다. -꽤나 돌머리였나 보다(;;) - "으윽.." "환자한테 뭐하는 짓이야?" 옷을 벗기던 자세 그대로 염신의 얼굴 위에 꼬구라진 두자미의 뒤 에는 맞으면 무지하게 아플 듯한 선장(仙仗)을 쥔 예련이 씩씩거리 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예련의 무기인 성령의 지팡이(Staff of Holy spirit)이지만 그렇게 따지지는 말자. "안그래도 누구 때문에 양기(陽氣)를 다 날리고 이 모양이 됐는데. 네가 그럴수록 치료기간이 길어진단 말야!" "우, 웁.." 쓰러진 두자미 밑에 깔린 염신이 호흡곤란으로 바둥거렸다. 하필이 면 넘어지면서 두자미의 가슴이 정확하게 염신의 얼굴을 깔아뭉개버 린 것이다. 숨은 막히겠지만 꽤나 기분은 좋겠지? (;;) 급히 두자미를 끌어올린 예련은 염신의 상태를 살펴보았다. 철성에서 정혈을 모조리 빨려버린 염신의 몸은 그야말로 미이라라도 해도 의심하지 않을 정도로 삐적 말라 있었다. 살아 있는 게 용하달 까? "무슨 소리야! 난 염 공자를 치료하려고 했을 뿐이라고!" 두자미가 뒷통수를 어루만지며 퉁명스럽게 답했다. "그게 어느 나라식 치료야?" "으이구.. 모르면 잠자코 있어! 이것은 태음교합법(太陰交合法)이라 는 것으로, 남녀간에 정기를 북돋아주는 방중술(房中術)이지. 나하 고 유화가 돌아가면서 하고 있으니까 몸은 금방 회복될꺼야." ".... 세상에 그런 것도 있어?" "응." 짧고 간결한 답변에 순간 예련은 혼란에 빠져버렸다. 실제로 정기를 흡수하는 게 가능하니까 반대로 내주는 것도 될 것 같은데.. 하지만 밤일(;;)을 통해 치료를 한다는 건 예련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인정할 수 없는 일이였다. "어쨌던 이건 치료일 뿐이야! 치료! 그러니까 방해하지 말고 나가 있어!" "왠지 못 미더운걸. 그래놓고 즐기려는 거 아냐?" "..그동안 몇 번이나 묻고 싶었는데, 너 정말 성녀 맞아?" "예절이란 화장과 같은 것이지. 인간을 보기 좋게 꾸며주지만, 반 대로 그 사람의 본모습을 가리고 포장하는 것이라고. 뭐, 속이 검 은 사람들은 아무래도 좀 포장을 할 필요성을 느끼겠지만 말야." "...." 두자미는 대답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 듯 멍하니 예련을 바라보았다. 아마 지금까지 예련을 본 중원인들과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 다. "어, 어쨌던! 사람을 뭘로 보는 거야! 내가 아무리 금욕과는 거리가 먼 체질이라지만 설마 은인을 죽이려 들겠어?" "중원에 알려진 너에 대한 평가대로라면 충분히 가능하지." "뭐야?" 자미의 눈꼬리가 치켜올라갔다. "으음.." 막 싸움이라도 벌일 듯한 둘을 말린 것은 염신이 누워 있는 병상 에서 들려온 신음소리였다. 반쯤 식물인간이 된 염신의 몸은 꼼짝도 하지 않았지만 여기서 저런 소리를 낼 사람은 하나밖에 없다. "염 공자님! 괜찮아요?" 공자님? 언제부터 두자미가 염신에게 저런 호칭을 썼지? 성직자치 고는 눈치가 상당히 빠른 편인 예련은 뭔가 일이 이상하게 흘러간다 는 느낌을 받았다. "휴우.. 하 소저, 배려는 고맙지만 자미를 너무 몰아세우지는 마시 오. 그녀도 악의를 가지고 한 일은 아니니.." 염신의 뼈만 남은 손이 자미의 등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에?" 순간 예련은 자신이 환영마법에 걸리지 않았는지 의심해야 했다. 원 래대로라면 염신은 모레쯤에나 의식을 되찾아야 했다. "확실히 태음교합법의 효과가 있군. 어때? 성녀께서 보기에?" "...멋지군. 개인적으로 하나만 더 묻고싶은데, 대체 중원에서 그 방 중술인가 뭔가로 할 수 없는 게 뭐야?" 방안에 잠시동안 정적이 내려앉았다. "..글쎄." 어쨌던 그렇게 해서 염신의 치료는 두자미와 사유화, 그리고 휘하 염 화들이 전담하기로 결정났다. 그리고 예련은 가지고 있던 천마동부의 자료들을 뒤져 방중술에 관련된 글들을 살펴보았다. "...이거 네이트 선배님이 보면 기절하겠는걸." 에릴 전대의 하이 프리스트였던 네이트 크레이즈는 결벽증에 가까울 정도의 금욕주의자였다. 처녀동정의 계율이 없는 프리시안의 교단에 서도 끝끝내 여자를 접하지 않고 수련에만 몰두하던 그는 결국 홀리 플레인으로 떠났고, 그 덕에 자신은 윈드네스트(Windnest)의 엄청난 일거리들을 홀로 떠맡아야 했었다. 이런저런 과거의 기억들을 떠올리면서 예련은 피식 웃었다. 자신이 없는 동안 프리시안의 교단 상태는 어떻게 돌아가고 있을지.. 어차 피 교단이 없어도 먹고사는데야 지장없을 사람들이니 상관없지만 행 정업무는 완전 마비되어 있을 것이다. 늦게 돌아가면 갈수록 일거리 가 더 쌓여있겠지... 왠지 진지하지 못한 생각을 하며 귀환의 의지를 다지는 예련이였다. ---------------------------------------------------------------- 안녕하세요? 프란입니다. 왠일인지 신행기 진도가 빨라지고 있습니다; 드디어 성실연재? -.-;; 설마...; 오늘의 마법~# 서바이브(Survive) - 절대생존주문이라고 알려져 있으며, 일반적으로 어떤 상황에서도 대상자가 즉사하지 않도록 만드는 주문을 뜻한다. 물론 몸이 산산조각나거나 했다면 주문이 풀림과 동시에 사망하겠지만. (--) 다이브(Dive) - 마법용어로 사용시, 상대방의 의식에 직접 들어가는 것을 뜻한다. -사랑하면서도 서로를 향해 검을 들이댈 수 밖에 없는 연인들, 잊을 수 없는 영원한 우정, 조국을 위해 장렬히 죽어간 영웅. 이 모든 것을 돈으로 환산시키는 것이, 자본주의 시스템이다. [59] [M/F]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83 - SF/Fantasy (44596/64390) [M/F]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83 - 2001/09/22 04:21 권오광(atorpedo)님 올림 읽음 722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The Means of Freedom - 外傳 4. 第四章 - 그릇된 종점(終點). 결국 모든 것이 파국을 향해 흘러가니.. ---------------------------------------------------------------- "불이야!" 보초의 외침 한 마디에 무림맹 총단은 벌집을 쑤셔놓은 듯 소란스러 워지기 시작했다. 경계령을 뜻하는 종 소리가 울려퍼지자마자 사방팔 방에서 패검을 찬 무사들이 옷도 제대로 걸치지 못하고 뛰쳐나오는 모 습은 불붙은 벌집에서 도망치는 벌 떼를 연상시켰다. 비록 엉망이긴 했지만 경보가 울리자마자 자다 말고 무장을 챙겨 뛰 쳐나오는 무사들의 모습은, 그들이 얼마나 잘 훈련되었는가를 단적으 로 증명하는 것이였다. 그러나 그들이 제정신이 아니라는 것에는 변함이 없었고, 그렇기에 아무도 무림맹 총단이 방화 따위로 무너지거나 할 리는 없다는 당연 한 사실을 깨달을 수 없었다. 쉬잇-! 정신없이 자신의 위치를 향해 내달리는 사람들에게 어둠 속에서 날아 온 화살을 피할 능력은 없었다. 비명 소리가 울리며 수십 명의 무사들 이 가슴을 움켜쥐며 나뒹굴었다. "기습이다!" 그제서야 상황을 인식한 무사들이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이미 늦은 일. 수십 개의 검은 그림자가 담을 뛰어넘으며 우왕자왕하는 무사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무기를 들었다면 횃불빛에 반사광이라도 비쳐야 정 상이건만 이들의 몸에서 검은색이 아닌 부분은 단 한군데도 보이지 않 았다. 살아 움직이는 어둠이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흑의의 살수(살 수)들이 달빛을 가리며 무사들을 향해 뛰어들었다. "아악!" "크으윽!" 흑의인들이 무사들 사이를 스치고 지나갈 때 마다 사방에서 참혹한 비명이 터져나왔다. "이런 미친.." 적운검(赤雲劍) 서문현은 자신이 이들을 지휘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도저히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대체 이곳을 공격한 자들 은 누구이지? 이곳은 다름아닌 무림맹의 총단. 중원 백도무림을 사실 상 총괄하는 곳이며 구파일방의 단결을 나타내는 상징이기도 하다. 이 곳을 공격한다는 것은 곧바로 중원 전체를 적으로 돌리겠다는 것 이나 마찬가지. 대체 어떤 미친 녀석들이 어떤 정신나간 이유로 여기 서 난동을 부린단 말인가? 지금껏 20년 가까이 무림맹에서 근무해 왔 지만 이곳이 누군가에게 습격받을 거라는 생각은 단 한번도 해보지 못했다. "어떻게 이런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는거지?" "그 '말도 안되는 일'에 대비하기 위해 너 같은 자들이 있는 것 아 닌가?" "!!" 서문현은 전류 같은 느낌이 등골을 타고 흐르는 것을 느꼈다. 바로 등 뒤서, 아니 자신의 귀에 대고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 하지만 그는 뒤를 바라볼 수 없었다. 그보다 먼저 그의 목 위쪽 연 수에 파고든 작은 비수가 사신의 낫처럼 그의 목숨을 앗아갔기 때문 에. 몸의 조정 능력이 사라지고, 심장이 멈추는 데는 3초도 걸리지 않았다. 다만 뇌는 당장 기능을 상실하지는 않으니, 그가 죽기 전에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볼 정도의 시간은 주어질 것이다. "..." 쓰러지는 서문현의 뒷통수에서 비수를 뽑아낸 살마(殺魔) 무인은 옆 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흑의인의 시선을 느끼고 미소지었다. 마교 본 성에서 훈련받아 뼛속까지 살수근성으로 가득 찬 그의 부관은 살수가 말 따위를 하는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모양이였지만, 쓰러진 적 에게 농담이라도 건내지 못하면 무슨 재미로 이 짓을 하겠는가? 무인 은 어느세 무림맹의 무사들을 거의 다 제압한 자신의 부하들을 보며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신혈흑영대 시절부터 공들였던 그의 부하들은 자신을 실망시키지 않 았다. 서문현의 부하들 쪽은 차라리 나았다. 무림맹 북쪽의 경비를 맡고 있던 중령정(重靈頂) 제육포는 밖으로 달려나온 사람이 자기 하나뿐 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어이가 없어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미친놈들, 경보가 울렸는데 한 놈도 자리에서 안 일어나? 다들 쥐약 이라도 먹었나?" 욕설을 내뱉으려던 그는 순간 자신의 한 말의 의미를 깨닫고 흠짓했 다. 아무리 기강이 엉망이라도 해도 무림맹 전체에 경보가 울리고 있 는데 전원이 잠들어 있을 리는 없다. 그렇다면..? 제육포는 그대로 무사들이 자고 있는 숙소로 뛰어들어갔다. "모두들 어찌 된 거야!" 문을 부수듯 열어젖히고 숙소 안으로 들어온 제육포는 안의 상황을 보고는 순간 굳어버렸다. 자신의 무사들은 한 명도 빠짐없이 모포를 말고 잠들어 있었다. 일부는 자기 옆사람을 끌어안고 있다거나 모포 를 저만치에 걷어차놓고 누워있는 등 다양한 잠버릇을 보이고 있었지 만, 그들 중 움직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오로지 적막감만이 방 안을 가득 메우고 있을 뿐. "설마.." 당장이라도 도망치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며 제육포는 무사들에게로 다가가 그 중 한 명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맥박을 짚어볼 필요도 없 었다. 이이 몸은 싸늘하게 식어 있었지만, 표정은 자고 있을 때 그 대로였다. 아마도 자신이 죽는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 죽어갔으리라. 제육포가 아는 범위 안에서, 이런 일을 해낼 수 있는 것은 단 하나 밖에 없었다. '무형지독(無形之毒)?' 소리도 냄새도 없이 일순간에 하독당한 상대를 즉사시키는 독이라 면 그것밖에 있을 수 없다. 그러나 대체 누가 이런 것을 만들 수.. 순간 제육포의 의식이 흐릿해졌다. 그리고 그 이유를 생각해볼 틈 도 없이 그의 의식은 사라졌고, 제어를 잃은 몸은 힘없이 바닥에 쓰 러졌다. 자신이 중독되었다는 것을 인식할 틈조차 주지 않는다는 점, 그것이 바로 무형지독의 진정한 공포였다. * * * "대체 무슨 일인가!" 무림맹주 철기신장 철하위는 버릇대로 앞에 있던 탁자를 내리쳤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탁자에 깊숙한 장인(掌印)이 새겨졌고, 그 깊 이를 살펴본 비철룡(飛鐵龍) 유호연은 자신의 주군이 평상시보다 조 금 더 흥분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아직은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만, 아무래도 상당히 조직적이고 강 력한 기습인 것 같습니다." 철혈문의 두뇌인 유호연은 상황을 정확하게 짚어보고 있었다. 아직 까지 적의 정확한 규모가 전달되지 않는다는 것은 전령을 보낼 여유 조차 없었다는 뜻. 무림맹 총단의 외곽부는 그야말로 순식간에 침묵 상태에 빠진 것이다. "내가 직접 나가보겠다!" "그것은 너무 위험합니다." 철하위의 눈썹이 꿈틀했다. "위험? 무림맹의 본관에서 무림맹주를 위험하게 만들 자가 어디 있 단 말인가?" "이런 짓을 할 수 있는 조직이라면 단 하나, 마교뿐입니다. 설령 문 주님께서 직접 나가시더라도 쉽게 상대할 수는 없는 자들일 것입니 다." "내가 누구인지 잊었는가? 날 상대하려면 최소한 마교교주 정도는 직 접 와야 격이 맞겠지." 그 말과 동시에 철하위는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애병인 거대한 언 월도(偃月刀)를 집어들었다. 철하위가 이런 식으로 나온다면 누구도 말릴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아는 유호연은 한숨을 내쉬었지만 어쩔 수 없이 수하를 불러 철하위의 갑옷과 호위무사들을 불러들였다. 이미 무림맹의 총단은 곳곳이 불에 타들어가고 있었다. 창칼이 부딛 치는 소리와 비명이 들려왔지만, 그 수는 그리 많지 않았다. 유호연의 명령으로, 연락이 가능한 무사들은 모두 이곳에 집결되었기 때문이였 다. "오오!" "무림맹주께서 친히 출전하셨다!" 삼백 근이 넘는 거대한 갑옷을 걸친 철하위의 모습을 본 병사들에게 서 탄성이 터져나왔다. "모두들 들어라!" 유호연이 철하위의 앞으로 나오며 입을 열었다. "현재 무림맹 총단에 정체불명의 적들이 나타났다. 아직 그들의 의도 나 정확한 규모를 알 수 없기 때문에, 일단 안전을 위해 맹주께서는 잠시 이곳을 벗어나도록 할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맹주의 안전이 다. 모두는 그 점을 명심하라!" 돌려 말하긴 했지만 결국은 도망치겠다는 뜻이였다. 철하위가 아무리 전의에 불타고 있더라도 규모도 모르는 적과 싸울 수는 없었다. 유호연 은 신중한 사람이였고, 철하위 역시 두뇌라는 면에서는 그를 절대적으 로 신뢰하고 있었다. 하지만 철하위는 유호연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전원 전투준비." "예?" 느닷없는 말에 뒤를 돌아본 유호연은 순간 얼어붙고 말았다. 철하위의 몸에서는 보는 것만으로도 짓눌려 버릴 듯한 강맹한 기운이 뿜어져나오 고 있었다. 마치 거대한 철벽을 바라보고 있는 듯한 느낌. 그리고 그 속 에서 유호연은 익숙한 모습을 찾아낼 수 있었다. "적이 다가왔다! 진형을 갖춰라!" 유호연이 비명처럼 소리지르며 검을 뽑아들었다. ----------------------------------------------------------------- 에고고..; 이제야 글을 올리는군요. 1권 분량을 재수정하느라 꼬박 일주일을 보낸 탓에 진도가 상당히 느려 졌습니다. 그래도 월간연재는 피해야겠죠? ^^싱긋..(퍽!) [60] [M/F]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84 - SF/Fantasy (47615/64390) [M/F]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84 - 2001/10/09 01:51 권오광(atorpedo)님 올림 읽음 623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The Means of Freedom - 外傳 4. 第四章 - 그릇된 종점(終點). 결국 모든 것이 파국을 향해 흘러가니.. ---------------------------------------------------------------- 소문은 바람보다도 더 빠르게 천하로 퍼져나갔다. 무림맹 총단 궤멸(潰滅)! 마교가 무림맹 총단을 기습했다. 그들의 힘은 실로 막강해 무림맹 총단 전체가 초토화되고, 안에 있 던 사람들은 대부분 사망했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사망자 중 무림맹주인 철혈신장 철하위가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이였다. 철혈문의 문주이자 철검기(鐵劍氣)을 대성해 그 무엇으로도 상처를 입힐 수 없는 절정의 고수. 지금껏 그 누구도, 심지어는 구파일방의 장로나 장문인들조차도 철검기를 사용하는 그에게 타격을 입히지 못 했었다. 그 말은, 철하위의 목을 벤 흉수의 무공은 구파일방의 어떤 고수보다 뛰어나다는 뜻이며, 그것은 곧 마교의 무공이 백도의 것보 다 위에 있다는 뜻이 아닌가? 그러나 그러한 마교조차도 한 신비인(神秘人)이 그 장소에 등장함 으로써 지리멸렬하고 말았다. 복마신협(伏魔神俠) 조영웅! 마교에 의해 점령당하기 직전의 무림맹 총단에 복마신협과 그를 따 르는 수많은 고수들이 나타났고, 그 신출귀몰한 전술과 무공에 마교 의 인물들은 견디지 못하고 도망쳐버렸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의 수하들 하나하나가 무공이 극히 고강할뿐더러 물과 기름처럼 서로 어 울리지 못한다는 정사(正邪)의 고수들이 함께 행동하고 있다는 사실 이였다. 대체 복마신협의 정체는 무엇이길래 정사의 고수들이 모두 그를 따른단 말인가? 소문은 세인들의 입에서 부풀려지고 또 부풀려졌고, 숱한 억측과 소 문들이 무림 전체로 퍼져나갔다. 그리고 그 소문은, 철성의 일을 끝마치고 막 무림맹으로 돌아가려던 예련 일행의 귀에도 들어왔다. "그런 말도 안되는 일이.." "무림맹 총단이 무너지다니, 아무리 마교라지만 그건 불가능합니 다." "아뇨. 마교가 오백년 간 비축해 둔 힘을 무시하지 마세요. 하지만 ..왜 그렇게 위험을 감수해가며 무림맹을 공격한 것일까요? 듣기로 는 구파일방의 핵심 인물들은 무림맹에 거의 없었고, 무림맹주와 그 심복들만이 자리에 있었다고 하더군요." "..단순히 선전효과를 노린 것일지도 모릅니다." 월유영의 말에 대답한 것은 염신이였다. 음녀들과의 일(?)로 정혈 을 빼앗겨 죽을 뻔 했던 그는 체력은 대부분 회복했지만 아직 무공 까지 예전대로 돌아오지는 않은 상태였다. "'왜'보다는 '어떻게' 무림맹 총단을 때려부순건지 더 궁금하군요. 철성에 사람들이 없었던 게 무림맹 총단 공격에 모두 투입된 거라 고 해도, 소문에 의하면 무림맹주 철하위는 적의 대장으로 보이는 자에게 패해 사망했다더군요." 물론 소문이기 때문에 확실한 것은 아니였다. 하지만 이곳은 무림 맹에서 팔백 리 정도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이였고, 일행이 각자의 연락망을 통해 입수한 정보들은 꽤나 정확한 편이였다. "도 대협, 무림맹주의 무공을 전에 겨루어 본 천사지존과 비교하 면 어떨까요?" 사실 이런 질문은 상당한 실례이기는 했지만 상황이 상황인만큼 뭐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었다. 특히 월유영은 흥미있다는 듯 도화 령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음.. 천사지존의 주특기는 사술(邪術)이고 무림맹주의 무공은 파괴력을 중시하는 철검기이니 단순히 우열을 비교하는 것은 어 려운 일이오. 하지만 철검기가 알려진 그대로의 위력을 지니고 있다면, 천사지존이라 하더라도 무림맹주를 쉽게 해할 수는 없 을 것이오." "무림맹주가 그 정도로 강하단 말인가요?" "월 소저는 무림을 너무 우습게 보는구려. 그 철성 지하에서만 살아왔으니 그럴 만도 하겠다만은, 백도라고 해서 오백 년 동안 손 놓고 시간만 죽이고 살았던 것은 아니오." ".." 배연경이 놀랍다는 듯 진가영을 바라보았다. "소저, 그 시선은 뭐요?" "네가 그런 말을 할 줄 안다고는 상상도 못했는데." "하아.. 어찌하여 소저는 본인의 진가를 그리도 몰라준단 말이 오?" "진가영의 진가는 0이겠지 뭐.." 순간 장내에 찬바람이 휘몰아쳤다. 썰렁함에 얼어붙어버린 사람 들을 한 번 돌아본 예련은 한숨을 내쉬었다. "앞으로 이런 대화중에 피리니컬 개그는 하면 안되겠군." 전혀 진지하지 못한 말을 진지하게 중얼거림으로써 일행을 다시 한 번 얼려버린 예련은 자신의 만행(?)은 깨끗이 무시한 채 자신 의 생각을 정리했다. 마교에서 천사지존보다 강한 자는 단 두 명. 그 중 천마지존은 누산에 남겨져 있던 그의 안배가 깨졌으니 분명 나타나지 않았을테 고, 그렇다면 남는 건 단 한 사람뿐. '천마대제..본인이군.' * * * 무림맹의 총단(總壇). 산 하나를 거의 통채로 차지하고 있는 듯한 거대한 건물들은 곳 곳이 불에 타 무너지거나 연기를 피워올리고 있었다. 한때 천하무림의 힘의 상징이였던 무림맹, 하지만 단 하루만에 모든 것이 바뀌어버렸다. 마교의 무림맹 습격, 그리고 철하위의 사망은 실로 엄청난 충격 이였다. 무림맹의 권위가 땅에 떨어진 것은 나중의 일이라 치더라 도, 당장 백도무림 전체의 지휘체계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버린 것 이다. "무량수불.. 이 일을 어찌하면 좋겠소?" 무당 청허자의 입에서 한숨이 흘러나왔다. 구파일방의 핵심인물들은 참극의 소식을 듣자마자 무림맹으로 달 려왔다. 아직 많은 사람들이 도착하지 않았지만 그들을 기다릴 틈 도 없이 모두는 대책을 생각해내기 바빴다. "..조 대협께서는 어찌 생각하시오?" 곤륜파의 장로 하나가 좌중에 앉아 있는 백의미공자를 향해 물었 다. 무림맹이 완전히 박살나는 것을 막고 적들을 쫓아낸 조영웅은 수 하들에게 부상자를 구하고 중요 자료들을 보관하도록 지시해놓은 후 구파일방의 인물들과 함께 회의에 참석해 있었다. 그런 그의 발 빠른 조치가 없었다면 무림맹은 완전히 그 기능을 상실했을지도 몰 랐다. "이는 두말할 나위가 없는 마교의 선제공격입니다. 지휘부를 무너 뜨림으로써 무림맹측이 제대로 공격에 대응할 수 없도록 만들고자 하는 것이죠."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뿐입니다. 하루빨리 무림맹을 정상화시키고 저들의 본 격적인 공격에 대비하는 것.. 그것만이 마교를 상대할 수 있는 방 법입니다." 조영웅의 말은 간단하지만 명확하고 논리정연한 것이였기에 좌중의 인물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당장 무림맹주 자리가 공석이 되어버렸소. 차기 맹주를 임 명해야 하는데.." "너무 늦습니다." 청허자의 말은 조영웅의 단호한 대답에 의해 중간에서 끊겨버렸다. 원래 무림에서 배분이 높은 상대의 말 도중에 끼어드는 것은 상당한 실례인지라 청허자의 인상이 사나워졌지만 조영웅의 표정에는 아무 런 감정도 떠올라 있지 않았다. "마교는 이미 무림맹을 향한 전쟁을 시작했습니다. 이 판에 정상적 으로 백도무림의 지도자들이 모여 표결로 무림맹주를 뽑는다면 너 무 시간이 걸립니다." "그렇다면 조 대협이 생각하는 것은 무엇이오?" "이곳에 백도의 주요 인물들이 모이는 것과 동시에 맹주를 선출해 야 합니다. 내일, 아니 늦어도 사흘 안에는 무림맹이 제 기능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 "새 무림맹주가 누가 되던 간에, 저 복마신협 조영웅과 제 수하들 은 그 분의 뜻을 따라 마교와의 일전에 선봉이 되어 나서겠습니다." 조영웅은 그렇게 말하며 좌중의 인물들을 하나하나 바라보았다. 순 간 좌중의 인물들은 조영웅의 몸이 방 전체를 가득 채울 정도로 커진 듯한 느낌을 받았다. 간단한 동작이였지만 거기에는 감히 범접하기 힘든 위엄이 실려 있었던 것이다. '겨우 약관의 나이밖에 되지 않은 듯 한데.. 몸에서 풍겨지는 기도 는 실로 일대종사의 것 이상이다!' '당금 천하에 이런 인중룡(人中龍)이 있다니.. 이는 실로 무림의 행 운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좌중의 인물들은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흠흠.." 점창파의 오대장로(五代長老)중 하나인 선유검(仙流劍) 구철기가 헛 기침을 몇 번 하더니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다른 인물들보다 차라리 무림맹을 마교로부터 막아낸 조 대협에게 무림맹주 자리를 맡김이 어떠하겠소?" "!" 그의 말을 들은 좌중의 인물들은 놀란 듯 서로를 돌아보았다. 구철 기의 제안은 실로 파격적인 것이였다. 갓 스무 살이 겨우 넘어 보이 는, 게다가 무림출도한 지 반 년도 안 된 청년에게 무림맹을 맡기다 니! "구 장로께서는 말씀을 거두십시오. 본 공자에게는 그런 중책을 맡 을 자격이 없습니다." "천만의 말씀이오. 조 대협은 무림맹을 위기로부터 구해냈고, 또한 자질과 무공 모두에서 무림맹주로써 손색이 없는 인물이오." "하지만.." "게다가 현실적인 이유도 있소." 그 말에 좌중의 시선이 구철기에게로 집중되었다. "분명 구파일방이나 백도의 유명한 인물을 무림맹주에 임명한다면 의견을 맞추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뿐더러, 다른 문파들과의 갈 등이 생길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오. 하지만 조 대협이라면 일단은 모두가 반발할지 몰라도 각 문파들간의 알력이 발생하는 일은 없을 것이오." "그 말에도 일리가 있소. 나는 구 장로의 의견에 찬성하는 바이오." 곤륜파의 장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본 좌중의 인물들은 하나둘씩 조영웅을 무림맹주로 추대하는 데 찬성의 입장을 밝히기 시 작했다. "무량수불.. 하지만 노도는 그 의견에 찬성할 수 없소." "하지만.." 무림의 대표인 청허자는 침중한 안색으로 조영웅을 바라보았다. "분명 구 장로의 의견에도 일리가 있고, 조 공자가 걸출한 인물임은 의심치 않소. 하지만 무림에 등장한 지 반 년도 안 되는, 게다가 백 도무림과 아무런 관련도 없는 인물에게 무림맹주의 자리를 맡긴다면, 천하의 무림인들이 우리를 보고 손가락질할것이오." "그렇지만 대안이 없소이다." "..한 마디만 여쭙겠습니다." 조영웅은 조용히 청허자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 시선을 받은 청허자는 순간 이유모를 위압감을 느꼈지만 애써 그 느낌을 무시하 며 상대를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장문인께서는 어째서 제가 백도무림과 인연이 없다고 생각하시는 것입니까?" "사실이 그렇지 않소? 그대가 구파일방의 무공을 사용하기는 하나 그것만으로 백도의 인물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소. 무림맹은 백도 무림이 마교와 사파들에 맞서기 위해 만들어진 곳. 대의명분이 없 이는 백도무림을 통솔할 수 없소." "옳으신 말씀입니다." 조영웅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하지만 저는 분명 백도무림과 약간의 인연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을 보시겠습니까?" 그렇게 말하며 조영웅은 품 속에서 작은 옥패(玉佩) 하나를 꺼냈 다. "그것은..!" 순간 그것을 본 청허자의 눈이 휘둥그래졌다. 그리고 그는 갑자 기 자리에서 튕기듯 일어나더니 조영웅의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 다. "무당 장문인 청허자가 태상장로를 뵈옵니다!" "?!" 그 모습을 본 모두가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조영웅의 손에 들 린 것은 무당파의 태상장로의 신분을 상징하는 물건이였던 것이다. "이래도 본 공자가 백도무림의 인물이 아니라고 하시겠습니까?" 그 말에 대답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복마신협 조영웅은 만장일치로 무림맹의 차기 맹주로 선출되었다. ------------------------------------------------------------ 흠냐 -_-; 이래가지고 어느 세월에 완결하려나..; [61] [M/F]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85 - SF/Fantasy (47616/64390) [M/F]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85 - 2001/10/09 01:52 권오광(atorpedo)님 올림 읽음 588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The Means of Freedom - 外傳 4. 第四章 - 그릇된 종점(終點). 결국 모든 것이 파국을 향해 흘러가니.. ---------------------------------------------------------------- 무림은 불길한 기운에 휩싸여 있었다. 겉으로는 아무런 일도 나타나지 않았다. 오히려, 흔히 볼 수 있는 각 문파들간의 알력이나 이권 다툼 같은 일까지 벌어지지 않아 오 히려 평상시보다 더 평화로운 상태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런 고요함 속에 숨겨져 있는 폭발 직전의 긴장 감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실로 폭풍전야(暴風前夜)! 무림에는 이미 갖자기 흉흉한 이야기들이 나돌고 있었다. 마교와 의 전면전이 곧 이루어진다는 것은 이미 기정사실로 받아들어진 상 태였다. 그와 함께 퍼져나간 소문은 무림맹을 구하고 무림맹주가 되어 그 싸움을 지휘하고 있는 한 인물에 대한 것이였다. 복마신협 조영웅은 무림맹주가 된 지 단 사흘만에 무림맹의 모든 기능을 정상화시키고 업무를 처리해나가기 시작했다. 실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순식간에 무림맹은 마교와의 일전을 위한 준비를 착착 갖추어 나가고 있었다. 처음 조영웅이 무림맹주의 자리에 오르는 것에 반대했던 사람들 도 지금은 입을 모아 그를 칭송하고 있었다. 조영웅은 무림맹주 가 되자마자 구파일방의 실전된 비전들을 그들에게 내주었던 것 이다. - 복마신협은 오백 년 만에 다시 나타난 절대신협 제무천의 후예 이다! - 구파일방의 모든 절기를 한 몸에 지니고 있음이 바로 그 증거 이며, 그가 있는 한 마교는 결코 무림을 이길 수 없으리라! 수많은 추측들이 나돌았지만 조영웅은 자신의 사문이나 정체에 대 해 한 마디도 입을 열지 않았다. 그러나 그가 제무천의 후예라는 것은 이미 기정사실화되어 있었고, 그렇기에 무림에서 그의 말에 반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 * * ".." 조영웅은 무림맹 총단의 뒷뜰을 거닐고 있었다. 언제나 포커페이스 를 유지하던 그였지만 지금 그의 표정은 잔뜩 굳어 있었다. 평상시 그의 모습을 보던 사람이라면 전혀 동일인이라 생각할 수 없을 정도 였다. 그는 막 무림맹의 정예 병력들을 마교의 본거지로 알려진 신혈문의 영지, 아니 이제는 철성(鐵城)이라고 불러야 할 곳으로 모으기 위한 병력 이동 계획을 처리하고 나온 길이였다. 이 대담할 정도의 공격 적인 전개는 마교측이 본격적으로 공격에 나오기 전에 이미 위치가 밝혀진 본거지를 압박함으로써 그들이 함부로 움직일 수 없도록 만 드는 것에 목적이 있었다. 그들이 아무리 무림을 휘젓고 다니고 싶 어도 본거지가 위협받는 이상 방어를 무시할 수는 없으므로. 그 점 은 무림맹 측도 마찬가지이긴 했지만 방어를 무시하는 싸움에서는 먼저 공격하는 쪽이 유리한 법이다. 그때였다. 소리도 기척도 없이, 걸음을 옮기는 조영웅 앞에 인영 하나가 떨어 져 내렸다. 온 몸을 흑색으로 감싼 인영은 조영웅의 앞에 무릎을 꿇 고 앉아 고개를 숙였다. 어떻게 무림맹의 핵심부에 이런 수상쩍은 인물이 들어올 수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확실한 것은 흑의인이 조영 웅과 적대관계는 아니라는 것이였다. "태상(太上)께서 뵙고자 합니다." 순간 조영웅의 얼굴에 놀람이 그대로 드러났다. 이 남자에게 있어 서는 정말로 드문 일일 것이다. "왜..?" 대답이 돌아오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조영웅은 무의식적으로 물었 다. "그것은 속하도 알 수 없습니다." "이곳의 일이 얼마나 급박하게 돌아가는지는 그분께서도 잘 알고 있을 터인데?" "예. 그래서 태상께서 직접 이 근방까지 오셨다고 합니다." "..!" 조영웅의 몸이 흠짓했다. 그가 직접 움직였단 말인가? 무슨 일인지 물어볼 필요는 없었다. 그가 움직였다는 것은, 질문 따위를 할 시간조차 없을 정도로 급한 일이 생겼다는 뜻이므로. "안내해라." "예." 간단한 두 마디의 말이 오간 후, 그들의 몸은 그 자리에서 사라 졌다. * * * "어서 오너라.." 지하 밑바닥에서 흘러나오는 듯한 귀기서린 울림이 방 안을 뒤흔 들었다. 조영웅은 저 목소리와 방 안을 가득 메운 불길한 기운이 밖으로 새어나가 누군가에게 들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것은 기우였다. 얼핏 보기에는 평범한 이 기루 전체는 몇 중의 진법에 의해 보호받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조영웅의 앞에 앉아 있 는 노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마기(魔氣)는 대단했다. 원래는 고급 스런 방이였을 그곳은 그가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한 폭의 지옥도 (지옥도)로 변해 있었다. 끈적이는 듯한 느낌이 전해질 정도로 농 밀한 어둠. 그것은 휘몰아치는 광풍뇌우(狂風雷雨)보다도 더 큰 압 박감과 공포로 보는 자를 마비시킨다.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것은 마(魔)의 결집체라고밖에 표현할수 없는 존재. 노인의 두 눈이라고 생각되는 곳에서 시퍼렇게 타오르 는 불꽃은 그의 주위에서 명멸하는 기괴한 인광(燐光)과 같은 성 질의 것이다. 방 구석에 있는 몇 개인가의 촛불은 압도적인 귀기 에 밀려 방 안을 밝히는데는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했다. "어찌하여 저를 이런 곳까지 부른 것입니까, 태상교주(太上敎主)?" 이 자리에 다른 무림인이 있었다면 아마 자기의 귀를 의심했으리 라. 무림에서 태상교주라는 직책이 있는 곳은 단 하나. 마교(魔敎)뿐인 것이다. "이번 계획을 위한 준비가 어째서 이리도 부족한 것인가?" "예?" 조영웅은 무슨 소리냐는 듯 반문했다. 노인, 마교의 태상장로가 인 상을 찡그리자 그의 심정을 대변하듯 방 안을 감싼 마기가 꿈틀거리 며 주위를 맴돌았다. 보통 사람이라면 기절하고도 남을 마기를 받으 면서도 태연한 조영웅도 보통 인물은 아니였다. "철성 방향으로 무림맹의 고수들을 집결시켜 그들을 몰살시킨다는 계략은 실로 훌륭하나, 지금 집결된 자들만으로는 놈들을 쓸어버리 기에는 부족하다. 그대 정도 되는 자가 그 사실을 모르지는 않겠 지?" "..송구스러운 일이지만 본제(本帝)는 그들을 전멸시킬 계획 같은 것은 처음부터 세우지 않았습니다." 조영웅이 자신을 부르는 호칭에 담긴 의미는 실로 엄청난 것이였다. 천하에서 자신을 본제(本帝)라고 칭할 수 있는 사람은 황제 외에 단 한 명. 그가 바로 베일에 가려져왔던 마교의 교주, 천마대제(天 魔大帝)란 말인가? 실로 하늘이 울고 땅이 뒤흔들릴만한 일이였다. 무림의 구성, 무림 맹의 신임맹주가 마교의 교주였다면.. "무슨 뜻이냐?" "단지 그들을 조금 거기 머무르게 하는 것으로도 충분합니다. 몇몇 인물들은 무형지독의 하나인 실혼향(失魂香)을 뿌려 우리 편으로 만 들어야 겠지만, 그들을 죽일 계획은 없습니다." "왜?" 노인의 눈에서 시퍼런 비수같은 안광이 쏟아져나왔다. "불필요한 살생(殺生)일 뿐입니다. 그들이 자신의 문파로 돌아왔을 때 이미 전 무림은 마교의 손에 들어가 있을 것입니다. 우리의 목 적은 무림일통(武林一統)이지 무림말살이 아닙니다. 그들도 장래 우리에 의해 지배되는 무림의 한 구성원이 될 자들인데, 마구 죽인 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 조영웅의 담담한 말에 노인은 기가 막힌 듯 한동안 대답을 하지 못 했다. "유혈을 최소화하겠다는 건가?" "그렇습니다." "그게, 마교의 교주, 천마대제(天魔大帝)의 입에서 나올 소리란 말 인가!" 노인의 일갈에 주위의 벽이 부르르 떨렸다. 동시에 주위를 감싸던 마기가 폭발하듯 소용돌이쳤고, 조영웅도 놀란 듯 안색을 굳혔다. "정파의 위선자들이나 할 소리를 내 제자의 입에서 듣게 될 줄이야 ..그래. 우리의 진정한 목적은 마교에 의한 무림의 지배.. 그리고, 우리를 짓밟았던 저 백도 놈들에게 우리가 당한 만큼 돌려주는 것 이다. 오백 년 전에 했던 그대로!" "...." "백도의 버러지들 따위, 살려둘 가치는 없다. 알았나?" "...그것은 그들이 아니라 그들 선조 대의 원한일 뿐입니다. 그들 을 싸그리 죽인다고 해서 무엇이 달라진단 말입니까?" 노인의 눈에 떠오른 안광이 더욱 강해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것은 곧 사라지고 그의 표정은 평상시의 모습을 되찾았다. -그것 만으로도 충분히 끔찍하지만. "하..하하핫!" 갑자기 그는 웃음을 터트렸다. 별 힘은 실려 있지 않았지만 그 웃 음소리에는 놀라움과 당혹감, 분노와 호기심 등등이 복잡하게 뒤섞 여 있어 그 진위를 알 수가 없었다. "내 평생에.. 내가 이런 제자를 키워내리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 다." "..." 조영웅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태상교주가 자신의 말에 분노 를 터트렸으니, 그 뒷감당이 힘들 것은 뻔한 일이였다. 비록 아직 마교 내에서 전대 교주이자 자신의 스승이기도 한 그의 영향력은 대단했기 때문에, 의견 충돌이 생긴다면 마교가 둘로 갈라질 가능성 도 있었다.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조영웅이 입술을 깨물고 생각 하고 있을 때, 의외의 말이 귀에 들려왔다. "좋다. 너를 정식으로 교주에 임명하고, 천마전혼대법(天魔傳魂大 法)을 시행하겠다." "예?" 순간 조영웅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너의 생각이 그 정도로 깊으니, 마교를 실질적으로 다스리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다. 오늘 이곳에 온 것도 그 문제를 논하 기 위해서였다." "그렇다면.." 천마전혼대법(天魔傳魂大法)! 마교의 교주가 그 자리를 다음 대의 교주에게 넘겨줄 때 시행되는 대법이다. 그것은 자신이 지닌 공력만이 아니라 자신의 기억과 경험, 무공까지 모조리 전해주는 무서운 기술이였다. 이 대법이 계속 이어짐 으로써 마교의 교주는 인간이 지닐 수 있는 최고의 강함을 얻게 된 다. 마교의 신화는, 이런 상식을 초월한 방법으로 유지되어 왔던 것 이다. "준비는 모두 끝났다. 어떻게 하겠는가?" ".. 부족한 저를 그렇게 높이 평가해주시니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 다. 마교의 부흥을 위해 한 몸 바쳐 노력하겠습니다." "그래야겠지.." 조영웅은 고개를 숙였기 때문에 볼 수 없었지만, 태상교주의 눈빛에 는 복잡한 생각들이 떠올라 있었다. 천마전혼대법.. 그 악마의 기술 이 지닌 비밀을 아는 자는 천하에 자신 하나뿐일 것이다. 아니, 한 명 이 더 있었지만 태상교주는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어느세 먹구름이 낀 하늘에서 빗줄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 3연참.. 우욱 -_- 원래 계획이 4연참이였는데.. 양이 조금 모자라서 3번째 글의 길이를 늘렸음.. -사랑하면서도 서로를 향해 검을 들이댈 수 밖에 없는 연인들, 잊을 수 없는 영원한 우정, 조국을 위해 장렬히 죽어간 영웅. 이 모든 것을 돈으로 환산시키는 것이, 자본주의 시스템이다. [62] [M/F]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86 - SF/Fantasy (47617/64390) [M/F]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86 - 2001/10/09 01:52 권오광(atorpedo)님 올림 읽음 657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The Means of Freedom - 外傳 4. 第四章 - 그릇된 종점(終點). 결국 모든 것이 파국을 향해 흘러가니.. ---------------------------------------------------------------- 10월이라지만 산중턱에 부는 한밤중의 바람은 살을 에일 듯 차가웠 다. 바람이 잎사귀가 다 떨어진 나무들을 스치고 지나갈때마다 찢어 지는 듯한 소리가 울려퍼진다. 이런 상황에서 보초 따위가 제대로 돌아갈 리 없다. 정문을 지키고 있는 종남파의 무사 둘의 머릿속에는 얼마 안 있으면 돌아올 교대시 간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이봐, 다음부터 이런 일은 신참들에게나 시켜야지 원.. 이 날씨에 무슨 고생이람?" "그러게 말일세. 어쩌겠나." 그때였다. 두 무사 중에 하나가 인기척을 느끼고 앞을 바라보았다. 특별히 수상한 것은 없었다. 하지만 바람에 휘날리는 낙엽들 사이로 보일 듯 말 듯한 붉은 빛 두 개가 눈에 들어오자 무사는 고개를 갸웃 거렸다. "갑자기 왜 그러나?" "아, 아니.. 저게 뭐지?" "늑대나 호랑이 눈동자인것 같구만. 꽤나 살기(殺氣)가 강한 게 며 칠 굶기라고 한 모양일세." "그런가?" 하지만 그는 곧 의아함을 느꼈다. 이곳에서 10년이 넘게 살아왔지만 종남산에 호랑이가 나타난다는 말은 들은 적이 없었던 것이다. 게다 가 이곳은 구파일방 중 하나인 종남파(終南派)의 본당이 아닌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가운데 두 개의 불빛은 빠른 속도로 무사들을 향해 다가왔다. 아니, 자세히 보니 그것은 두 개가 아니라 수십 개의 불빛이 두 무리 로 뭉쳐서 떠 있는 것이였다. 단지 너무 멀어서 그렇게 보였을 뿐. 그제서야 뭔가 수상하다는 것을 느낀 무사들은 보고를 위해 정문 옆 의 작은 쪽문을 열었다. 쉬익! 불행이도 그들의 동작은 더 이어지지 못했다. 붉은 빛덩어리들 중 두 개가 무사들을 향해 날아들었고, 그것은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고 무사들의 가슴을 관통했다. 피조차 흘러나오지 않았다. "크크크.." 의식이 사라지기 직전, 두 무사는 마지막으로 상대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피빛의 등(燈)을 들고 칠흑색의 옷으로 온 몸을 감싼 유령 (幽靈)들의 모습을. 종남파 무사들의 몸에서 마등(魔燈)을 뽑아낸 괴인들이 그것을 높이 들어올리자 주위 곳곳에서 같은 형태의 붉은 빛이 날아들었다. 정확 히 삼십육 명의 마등귀령(魔燈鬼靈)들이 종남파의 정문 앞으로 날아 와 두 줄로 자리잡으며 손에 들린 마등을 내밀었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두 줄로 늘어선 피빛의 등(燈)사이로 여섯 명 의 사람이 걸어들어왔다. 아니, 걷는다고는 하지만 그들의 몸은 한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사오 장씩을 미끄러지듯 움직이고 있었다. 실 로 놀라운 신법. 눈깜빡할 사이에 그들은 종남파의 정문 앞에 도착했다. 참나무로 만 든 두꺼운 문에는 검을 들고 악마를 찍어누르는 사대금강(四大金剛) 의 모습이 정교하게 그려져 있었다. 여섯 괴인들 중 하나가 비릿한 미소를 입가에 띄우며 한 손을 들어 올렸다. 언듯 깡마른 듯 보이는 손에서 눈에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 는 거대한 암경(巖頸)이 해일처럼 쏟아져나와 문에 부딛쳤다. 콰아앙-! 참나무에 철테를 둘러 만든 문이 단 일초에 굉음과 함께 산산히 부 서졌다. 낙엽 떨어지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던 종남파의 본산에 울려 퍼진 폭음은 산 전체를 뒤흔들 듯 했다. 그리고 그 소리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그들의 등 뒤에서 거대한 함성이 터져나왔다. "천마재림(天魔再臨)!" "사혈지해(邪血池海)!" 수십, 아니 수백은 넘어 보이는 마인(魔人)들이 질풍처럼 담을 넘어 종남파의 본당을 향해 쇄도해갔다. "크크크.. 종남파의 저능아들.. 오늘이 너희들의 제삿날이 될 것이 다! 크하하하핫!" 광소가 하늘 가득히 울려퍼졌다. * * * "크아악!" "아악!" 일방적인 살육이였다. 기습적인 공격을 받은 종남파의 무사들은 검 한번 쥐어보지 못하고 마인들의 공격에 쓰러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였고, 운 좋게 무기를 챙 겼거나 순찰중이던 무사들 역시 압도적인 전력의 차이 앞에 순식간에 시체로 변해 나뒹굴어야 했다. "멈추어라!" 종남파의 본관 앞에서 우렁찬 사자후가 터져나왔다. 그 한 마디에는 실로 심후한 내력이 실려 있어, 미친 듯 종남파를 휘젓던 마인들조차 움찔하며 동작을 멈추었다. 종남파에 이만한 내공을 지닌 자라면 단 한 사람 뿐. 청운신검 종리단현! 종남파의 현 장문인인 그가 나타난 것이다. "이런..악독한..!" 처참하게 죽어 있는 무사들의 모습을 본 종리단현의 눈에서 불길이 솟아올랐다. "천하육검세(天下六검세)를 발동하라!" "하명(下命)!" 종리단현의 주위에 서 있던 삽십육 명의 검수들이 동시에 발검(發 劍)하며 진세를 갖추었다. 그들의 움직임이나 검에서 느껴지는 싸늘 한 예기(銳氣)로 보아 종남파 전체에서도 손꼽히는 실력자들일 것이 다. 천하육검진세는 종남파의 절기인 천하삼십육검(天下三十六劍)을 기 초로 만들어진 진식으로, 천하삼십육검의 각 여섯 초씩을 익히고 있 는 검수 여섯 명이 한 조가 되어 6개의 진세를 형성한다. 그 위력은 완성된 천하삼심육검과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으며, 다수의 인원이 전 개하기 때문에 파괴력에 있어서는 오히려 뛰어난 능력을 지니고 있 다. 삼십육 명의 천하검수들이 빛살처럼 앞으로 쏘아져나가자 주위에 눈 부신 검광의 장벽이 형성되었다. 그리고 종남파의 문인들을 살육하던 마인들은 그 검광에 걸리는 족족 피를 뿜으며 쓰러졌다. 그때였다. "으하하하--!" 천둥이 울리는 듯한 광소와 함께 한 줄기 강기가 천하육검세를 향해 쏘아져갔다. 콰앙! 폭약을 터트린 듯한 굉음이 울려퍼지며 진세가 순 간 추춤했다. "이런 장난감을 가지고 무얼 하겠다는 거냐? 종리단현!" 강기가 뻗어나온 방향에는 한 명의 노인이 서 있었다. 다섯 자가 간 신히 넘을 듯한 작달막한 키에 허리까지 내려오는 수염이 촌구석 노 인을 연상시켰지만 그의 몸에서 뿜어져나오는 기세는 실로 대단했다. 게다가 그가 손에 들고 있는 철봉은 어림잡아도 삼백 근은 되어보이 지 않는가? 종리단현의 머릿속에 한 인물의 이름이 떠올랐다. "설마.. 철강장(鐵鋼杖) 여수호?" "꼬맹이가 눈은 제대로 달렸구나. 하지만 하나 틀린 게 있으니 지 적해주지!" "뭐가 말이오?" 상대가 자신보다 한 배분 위의 고인이라는 것을 안 종리단현은 경어 를 써서 말했다. 그러나 되돌아온 대답은 실로 놀라운 것이였다. "이제는 철강장 여수호가 아니라 철노(鐵老) 여수호라고 불러야 한단 말이다! 알겠느냐?" 종리단현은 뒷통수를 철퇴로 한 대 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 "설마.. 마교의 삼장로(三長老)중 하나란 말이오?" "듣고도 모르느냐?" 여수호가 코웃음치더니 몸을 날렸다. 단 한 번의 도약으로 천하육검 진의 삼십육 검수들의 머리 위를 뛰어넘은 여수호의 철봉이 무시무시 한 파공음을 일으키며 종리단현을 향해 뻗어나갔다. 그 무서운 속도에 종리단현은 헛바람을 삼키며 검을 뽑아들었다. 그 의 발검술(發劍術)은 실로 대단해 허공에 새하얀 빛줄기가 그어지는 모습밖에 보이지 않았다. 챙! 철봉과 검이 부딛치자 종리단현은 손목이 부러지는 듯한 충격을 느끼며 한 걸음 물러섰다. 당연한 일이였다. 철봉과 장검 중에 어느 게 무겁겠는가? "제법이구나!" 하지만 여수호는 전혀 타격을 받지 않고 재차 봉을 휘둘렀다. 부딛 쳐서는 승산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종리단현은 있는 힘을 다 해 몸을 굴렸다. 이러한 수법은 무림의 고수로써는 상당히 치욕적이였지만 그 런 것을 따질 겨를이 아니였다. 종남파의 장문인이 설마 바닥을 구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여수 호의 철봉은 허공을 갈랐다. 그와 동시에 종리단현의 반격이 시작되 었다. 예련이 천마동부에서 되찾은 구파일방의 비전무공 중에는 실전되었 던 종남파의 천하삼십육검 원본이 포함되어 있었다. 종리단현이 펼치 는 천하비사(天下飛射)와 천하제탄(天下制彈)의 검초는 실로 예리해 마교의 절대고수인 여수호조차도 한 걸음 물러설 수 밖에 없었다. "하앗!" 승기를 잡은 종리단현이 검을 강하게 내질렀다. 그러나 여수호는 철 봉을 돌려 가볍게 그 검을 튕겨내며 반격에 들어갔다. 무기 무게 차 이가 크기 때문에 철봉을 갖다대는 것만으로도 검 정도의 무기는 그 냥 튕길 수밖에 없었다. 수평으로 휘둘러지는 철봉을 피하는 방법은 일반적으로 허리를 숙이 거나 위로 뛰는 것밖에 없다. 그러나 종리단현은 믿을 수 없게도 검 을 밀어내듯 비스듬히 철봉으로 가져가더니 부딛치는 순간의 반동으 로 공중으로 떠올라 가볍게 여수호의 오른쪽에 착지했다. 놀라운 신 법이 아닐 수 없었다. "천하도사(天下道使)!" 천하삼십육검의 절기가 잇달아 펼쳐졌다. 창이나 봉(棒)은 검이나 도에 비해 같은 양손을 쓴다 해도 훨씬 무 기를 길게 잡을 수 있다. 그럴 경우 같은 무게가 무거워져도 큰 부담 없이 무기를 휘두르거나 회수할 수 있지만 당연히 검 등의 무기에 비 해 속도는 느릴 수밖에 없다. 그런 이유로, 중병기를 쓸 때는 최대한 작은 움직임으로 빠르게 다가오는 적의 무기를 막거나 흘려내는 방어 기술이 발달하게 된다. 종리단현과 여수호의 대결이 그런 축이였다. 눈부실 정도의 검영(劍 影)이 어지럽게 펼쳐지며 검기가 쏟아지는 종리단현의 공격에 비해 여수호는 거의 가만히 서 있는 것 같이 보였다. 그러나 그의 철봉은 아주 짧게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그 현란한 검의 공격을 거의 다 막아 내고 있었다. '뭔가 불길하다.' 선기를 잡아 공격을 계속해서 퍼붓고 있었지만 종리단현은 뭔가 알 수 없는 불안감을 느꼈다. 여수호는 밀리면서도 꿈쩍도 하지 않고 자 신의 공격을 모두 막아내고 있었다. 마치 자신의 수를 모두 읽고 있 기라도 한 듯.. 종리단현은 크게 진각을 밟으며 천하삼십육검 중 가장 파괴력이 강 한 천하성진(天下星陳)의 초식을 전개했다. 섬광이 벼락처럼 여수호 를 향해 내리꽃혔다. 그러나 막 두 사람의 병기가 부딛치는 순간 여수호의 표정을 본 종 리단현은 심장이 얼어붙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여수호는 미소짓고 있었다. 마치 승리를 확신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그리고 마치 거대한 뱀처럼 자신의 검을 타고 들어와 가슴을 관통한 철봉을 보았을 때 그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어떻게..? "하하하하! 종남파의 장문인이라는 자가 오백 년 전 구파일방이 자 신들의 절기를 모두 마교에 바쳤음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냐?" "...!" 처음부터.. 처음부터 자신의 검법을 모두 알고 있었다는 것인가? 그 렇지 않고서는 이 상황을 설명할 방법이 없다. 하지만... 종리단현의 눈이 스르륵 감겼다. * * * "뭐라고?" 해남파 문주 벽검(霹劍) 유천운은 자신이 늙었음을 뼈저리게 실감했 다. 종남파가 멸문(滅門)했다니, 환청치고도 참 고약한 소리가 아닌 가? "정말입니다! 적들은 흑도의 절정고수, 아마도 마교의 인물들로 판 단됩니다. 저는.. 이 사실을 알리기 위해 동료들의 시체를 두고 도망 쳐왔습니다! 믿어 주십시오!" 피투성이가 된 채 절규하는 종남파의 무사. 등에 매고 있는 검으로 보아 종남파가 최근에 만들어낸 절진(絶陳)인 천하육검진을 구성하는 삼심육 천하검수(天下劍手)중 하나..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것은 실로 심각한 문제였다. 구파일방 중 하나가 하루아침에 사라졌다는 건 둘째치고라도, 해남파는 구파일방 중 지리적으로 종남파에 가장 가까운 곳이였다. 게다가 상대가 마교 라면.. "일단 종남파 쪽으로 정찰조를 보내고, 천 장로께서는 무림맹에 이 사실을 전해주십시오." "알겠소." "일단 사문의 전 문인들에게 경계를 강화하라고 지시하시오. 적이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니." "예." 명령을 받은 무사가 급히 밖으로 뛰어나갔다. 마교가 본격적으로 공격을 시작했다면, 다음 위치는 분명 지리적으 로 가까운 이곳 해남파가 될 것이다. 그에 대한 대비를 갖추려면.. "문주님!" "뭐야?" 막 생각에 잠겨 있던 유천운은 인상을 찡그리며 그 목소리의 주인공 을 쳐다보았다. 침착하고 인자한 성품으로 알려져 있는 그였지만, 방 금 명령을 내려 내보낸 무사가 가다 말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되 돌아오는 모습을 보고도 태연할 수는 없었다. "마교의 내습입니다!" --------------------------------------------------------------- 흠; 오랜만의 연참~ (전에 했던 것처럼 말하지맛! -.-) -사랑하면서도 서로를 향해 검을 들이댈 수 밖에 없는 연인들, 잊을 수 없는 영원한 우정, 조국을 위해 장렬히 죽어간 영웅. 이 모든 것을 돈으로 환산시키는 것이, 자본주의 시스템이다. [63] [M/F]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87 - SF/Fantasy (53112/64390) [M/F]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87 - 2001/11/23 01:19 권오광(atorpedo)님 올림 읽음 664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The Means of Freedom - 外傳 4. 第四章 - 그릇된 종점(終點). 결국 모든 것이 파국을 향해 흘러가니.. ---------------------------------------------------------------- 예련을 포함한 일행이 무림맹 총단에 도착했을 때 불광선사를 비롯 한 무림맹 지도자들의 반응은, 예련으로 하여금 무림맹 총단 지역이 심각한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착각을 하게 만들 정도 였다. - 프리시안의 성직자는 컨트롤 웨더(Contral weather)주문에 능하기 때문에, 가뭄이 난 지역에서는 프리시안의 고위성직자를 보면 눈이 돌아간다고 한다(;;). "대체 무슨 일입니까?" 일행의 의문은 당연한 것이였다. 무림맹 총단이 습격받았다는 소식 을 들은 이후 그들은 밤낮으로 달려 불과 사흘만에 이곳까지 도착했 던 것이다.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지만 불과 사흘만에 섬서성에 위치한 종남파와 해남파의 멸문 사건이 일행들에게까지 전해질 리는 없었다. "종남파와 해남파가 마교에 의해 습격받은듯 하오. 종남파는 사실상 멸문(滅門)당했고, 해남파는 종남파의 생존자들과 함께 간신히 맞서 싸우고는 있지만 오래 가지 못할 것 같네. 아미타불.." "그, 그런.." "무림과 마교 간의 전면전입니까?" 월유영의 백옥 같은 얼굴에 짙은 그늘이 드리워졌다. 그녀는 당금 천하에서 마교의 무공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인물인 것이다. 물 론 500년 전의 지식이라는 문제가 남아 있긴 하지만. "일단 들어와서 이야기하지." "바쁘실텐데 괜찮을까요?" "지금 자네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보다 바쁜 일은 없을 걸세." 예련, 도화령, 염신, 사유화, 두자미, 월유영, 진가영, 배연경까지 여덟 명이 줄줄이 방 안으로 들어섰다. 따지고 보면 참으로 신기한 일행이였다. 중원의 옷과는 전혀 다른 새하얀 법의를 걸치고 푸른 눈동자를 반짝이는 예련에 단신으로 방 안을 가득 채울 듯한 거구의 염신, 시위를 풀어놓지도 않은 거대한 철궁(鐵弓)을 등에 매고 있는 무표정한 얼굴의 배연경이나 역시 얼음 을 깎아 만든 듯한 무표정의 화신 월유영까지는 그나마 정상이라고 쳐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가슴과 허리 부근만 간신히 가려주는 검은 면사를 걸치고 있는 사유화나 골반의 앞뒤가 쫙 찢어진 치마를 입은 두자미 등은 왠만한 사람들은 쳐다보기조차 민망한 모습이 아닐 수 없었다. 둘다 몸매 하나는 중원 전체를 통틀어서도 최강급인데다 가 옷차림들이 움직일 때마다 미끈한 다리라던가 풍만한 가슴이 살짝 살짝 드러나도록 되어있는지라 그저 걷는 것만으로도 주위 사내들의 심장을 터트려버릴 수 있는 가공할 살인병기(?)들이였다. 그리고 나머지 두 남자, 염신과 진가영은 겉보기에는 멀쩡하다못해 준수함과 남성미와 지성미를 두루 갖춘 무협지 주연캐러의 표본들이 였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한쪽은 무림삼대음녀의 2/3을 자신의 첩 으로 끌어들여버린 가공할 색마(色魔)이고, 다른 쪽은 중원 전체를 통틀어서도 그 짝을 찾을 수 없는 -있다면 진가영은 당장 그 자를 찾 아가 요절을 내버렸을지도 모른다(;;)- 극강의 자아도취의 소유자였 다. 참고로 사유화의 경우 주위의 정상인들이 '제발 좀 옷 같은 걸 입어 라'며 만류했지만 '아름다운 것은 보여주어야 한다!'는 발언에 염신 이 고개를 끄덕이는 바람에 예의 반투명 망사를 그대로 쓰기로 결정 했다고 한다. 일행이 안내된 곳은 꽤 넓은 방이였지만 이런 괴상한 인간들 여덟 명이 앉자 금세 좁아진 느낌이였다. 잠시 후 시동이 차를 날라왔지만 아홉 개의 찻잔을 옮기다가 실수로 발을 헛디뎌 넘어지고 말았다. "아, 죄송합니다.." "괜찮다. 다친 곳은 없느냐?" "예.." 그러면서 소년은 허둥지둥 깨진 잔을 치우고 밖으로 나갔다. "아미타불.. 무림맹 내부도 혼란이 이만저만이 아닐세. 일개 시동 들까지 저렇게 흔들릴 정도니 그 윗사람들이야 오죽하겠는가.." "..." "그보다 못 보던 얼굴이 둘이나 있구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들려주지 않겠나?" "예. 꽤 긴 이야기가 될 것 같지만..." 예련은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하나하나 말했다. 철성의 존재, 일행 의 위치를 알고 있었던 듯한 적들의 기습, 그리고 탈출과 도화령의 기연, 끝으로 월유영에 대해서까지. 이야기를 듣는 불광선사의 표정이 몇 번이나 변했다. 그리고 월유영 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불광선사는 놀란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런 일이.." 월유영의 표정에는 아무 변화가 없었지만 불광선사는 십칠 세 정도 로밖에 보이지 않는 눈 앞의 소녀에 대해 연민을 느꼈다. 자기 자신 의 앞날조차 감당하기 힘든 나이에 중원의 미래를 위해..라는 명목으 로 다른 사람에게 내공을 전해주기 위한 도구로 사용되고, 500년간 냉동보관(?)되었다가 간신히 정신을 차려보니 마교의 무림맹 침공에 휩쓸려 버린 것이다. 저 어린 소녀가 그 모든 일을 감당할 수 있을까 ? "마교의 침공은 중원 전체를 피로 물들일 위협.. 천하를 위해 이 보잘것없는 목숨을 바칠 각오는 되어 있습니다." 월유영의 대답에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 하지만 예련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누군가의 표현을 빌리자면, 미소녀를 제물로 삼아 유지되는 세상 따위는 존재할 가치도 없는 법이죠. 무림인으로써 무림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건 당연하지만 그것을 위해 자기 자신을 버려서는 안 되요." 자신이 말해놓고도 괴상한 듯 예련이 한번 더 고개를 내저었다. 교 장이라는 자의 말투가 이런 식이였으니 아르케미시아 현자학원의 학 풍이 어떠했을지는 능히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을 것이다. "멋진 말이군." 두자미의 대답에는 비웃는 듯한 느낌이 실려 있었지만 그녀의 원래 말투가 그런 것을 잘 아는 예련은 무시하고 넘어갔다. "..일반 무림의 힘은 마교에 비하면 너무나 미약합니다. 목숨을 버릴 각오 없이는 결코 그들에게 맞설 수 없어요." 힘있는 어조, 확신에 찬 결연한 눈빛.. 그 모습을 본 예련은 한숨을 내쉴 수 밖에 없었다.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조금도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아마도 말을 배우기 시작했을 때부터 그러한 사고방식을 주 입받았으리라. 무림인으로써 무림의 위기를 맞아 목숨을 걸고 싸운다는 생각 자체 는 좋다. 하지만 그것이 '무림을 위해, 이 보잘것없는 한 목숨 바쳐' 라는 식으로 바뀌어서는 안된다. 그것은 자신 스스로의 의지로 싸우 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한 의식 없이 무림이라는 거대한 조 직의 일부로써 움직인다는 뜻이므로. 프리시안이 죽음을 인정하는 것 은 스스로의 의지로 죽음을 선택하는 경우뿐이다. 이유도 알지 못한 체 부여된 의무와 자신의 의지를 혼동하는 자들이 죽어가는 것이야말 로 무의미한 일인 것이다... "무림의 힘은 그렇게 강하지 않소. 마교의 힘을 한데 모으면 구파일 방 중 네다섯 개 정도는 파괴할 수 있겠지만 무림 전체와 상대한 다는 건 어불성설이오." "그렇게 할 수 없기 때문에 마교가 강한 거예요." 월유영의 대답은 간단했다. "..그렇지. 지금도 공격받고 있는 해남파에 보낼 원군의 편성 때 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중이네." 해남파는 종남파의 희생(?)으로 공격받기 전에 전열을 가다듬을 시 간 정도는 벌 수 있었다. 하지만 종남파와 해남파의 힘은 큰 차이가 없었고, 아마 전멸은 시간문제일 것이라는 게 무림맹측의 생각이였 다. "그래서요?" "일단 지원에 대해 무림맹 내에서 회의중일세." "흠.." "그리로 자리를 옮기지." 불광선사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예련과 월유영, 염신과 진가영이 자 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염신이 움직이는 것을 본 사유화와 두자미 가 동시에 몸을 일으켰다. "..자네들도 따라오려는 건가?" 두 음녀(淫女)의 모습을 본 불광선사가 인상을 찡그렸다. 그 정도로 두 여인의 차림세는 엉망이였던 것이다. 사실 예련의 일행이 아니였 다면 둘은 무림맹 총단에 들어섬과 동시에 정의감에 넘치는 정파의 무사들에게 맞아죽었을지도 모른다. "저와 자미는 염 공자님이 가는 곳이라면 어디든 따라갈거예요." "...말과 말이 아닌 소리 정도는 구분할 수 있는 나이인줄 알았 는데." 닭살돋는 대사를 끊어버린 것은 지금껏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있던 배연경이였다. 발끈한 유화가 한걸음 앞으로 나섰지만 염신이 급히 붙어 말렸다. "유화, 배 소저의 말이 옳아. 무림맹 회의는 아무나 참가할 수 있 는 곳이 아니지." "예.." 사유화가 시무룩해져서는 자리에 주저앉았고 두자미도 그 뒤를 따랐 다. 예련과 월유영은 질렸다는 듯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밖으로 나 섰고, 닭살 따위와는 체질적으로 인연이 없는 배연경도 '흥' 하는 한 마디를 남기고 방을 나가버렸다. 진가영이 그 뒤를 따랐고, 앉아 있 기가 뭐해진 도화령도 산책을 핑계로 도망치듯 빠져나왔다. 결국 남 은 것은 염신과 두 음녀뿐. 그 셋만 남은 방에서 곧 벌어질 일을, 일 행들 모두는 애써 모른 체하며 각자의 일에 몰두했다. 그리고 약 반 시진 후, 남아 있는 사람들을 위해 간단한 다과를 준 비해 온 시동의 자지러지는 비명 소리가 무림맹 총단에 울려퍼졌다. --------------------------------------------------------------- 드디어 월간연재인가..;;;; 아, 신행기 곧 출판됩니다. 출판사는 해우이고 26일날 책이 나온다 는군요. 원고를 보내놓고도 영 출판한다는 기분이 안 들었는데 작가 의 말이 어쩌고 표지가 어쩌고 하는 전화가 걸려오니 왠지 들뜨네요; 참 사람이란 간사한 동물입니다. 처음 원고 낼 당시에는 '어쨌던 글 만 좋으면 돼!'라고 생각했었지만 지금은 글보다 표지밖에 걱정되는 게 없군요. 이러다가는 어쩌면 출판 이후에는 판매부수와 인세에 목 숨을 걸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뭐, 타락만큼 쉬운 일이 어디 있겠 습니까 ( --) [64] [M/F] 강호신행기 캐릭터 담화입니다(^^) SF/Fantasy (54169/64390) [M/F] 강호신행기 캐릭터 담화입니다(^^) 2001/11/28 22:44 권오광(atorpedo)님 올림 읽음 422 강호신행기 캐러 좌담회 예련: 반갑습니다아~ 도화령: 이거, 이런 자리에는 익숙하지 않은데.. 자월: 후훗, 낭군님께서는 얼굴 빨개지는게 특기인가봐요. 도화령: 아, 그, 그게 아니라... 염신: 자자, 잡담은 그만두고 본래의 이야기로 돌아갑시다. 남궁란: 본래의 이야기? 그런 게 있었나? 어차피 작가가 심심해서 쓰는 거 아냐? 예련: 그, 그렇게 직설적으로 말해버리면.. 남궁란: 뭐 어때서요? 후훗♡ 염신: ..솔직히 말해서, 저건 완전 이중인격이야.. 예련: 별 수 없잖아. 원래부터 남궁란 캐러 주인이 그렇게 컨셉을 잡았었으니까. 월유영: 그러고보니 신행기에서 다른 사람들의 캐릭터가 상당히 많이 출연했죠? 예련: 그렇죠. 작가가 그것때문에 고생을 참 많이 했다죠. 진가영: 고생은 무슨.. 우리가 없었으면 이 글 스토리가 이만큼 나 가지도 못했다고. 물론 이 천상천하유아독존궁극절세최강무 공의미공자 진가영님의 도움이 가장 컸지만 말야. 도화령: 일설에 의하면, 작가가 진가영의 자기소개를 기억하지 못해 진가영이 등장할때마다 56회를 찾아 복사해 붙이곤 했다죠? 예련: 어쩔 수 없죠. 다음 편을 쓸때쯤이면 전편의 내용도 기억을 못 한다는 인간이니. 유화: 후훗, 그래도 진가영의 캐러가 캐러주인의 압력(?)이 없는 탓에 가장 덜 망가진 편이라고 하죠 아마. 진가영: 뭐? '눈폭풍!'따위의 대사나 외치고 있어야 하는 나보다 더 망가진 캐러가 있단 말야? 예련: 저어기. 자미: 왜 염 공자님을 가리키는거죠? 불광선사: 아미타불.. 염신 캐릭터는 원래 황성 금군의 무술대장을 맡고 있다가 강직하고 자유로운 성품에 황실의 부패를 보다 못해 무림으로 도망쳐나온 선비형의 인물이였다고 하오.. 유화: 왜요? 지금도 그렇잖아요? 월유영: ..저런 걸 '제 눈에 안경'이라고 하지. 자미: 월유영도 원래 저런 냉정무비한 성격이 아니였는데.. 예련: 작가는 월유영의 성격에 대해 아예 생각해 본 적도 없다던 데요. 배리: ...작가는 신행기를 쓰기 시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아무것도 생각한 적이 없을걸. 남궁란: 그렇지. 무책임, 무설정, 무스토리의 3무주의의 거두잖아. 예련: 배리 말이 맞아. 작가가 신행기를 쓰기 시작했을 때 생각해 놓은 스토리는 단 한 줄도 없었다잖아. 염신: 그거야 원래부터 '생각없이 글을 써보고 싶다'는 의도로 시 작해서지 않소? 심심풀이용이였다지 아마... 자미: 그래놓고 뻔뻔하게 작가의 말 부분에 '재미 외에 무언가를 생각하며 쓴 소설이 강호신행기입니다' 라고 써놓은거야? 예련: 그건 말도 꺼내지 맛! 배리: 그게 원래는 '강호신행기..는 아닙니다(^^)'로 써서 보냈던 거야. 출판사에서 편집중 실수인지 뭔지로 잘려버렸을 뿐이지; 염신: 지금 그 건으로 작가는 입에 거품을 물고 있다고 하더군. 예련: '출판사가 공윤이라도 되냐! 가위질이라니!' 따위의 망언까지 서슴치 않고 있다니 원.. 유화: 작가는 그 건때문에 자기가 굉장히 잘난척하는 인간으로 보 일까봐 두려운 모양이야. 의외로 어린애처럼 사소한 데 집착 하는 성격이니까. 예련: 그 외에도 자잘한 오류나 오타가 많은 모양이야. 특히 표지 뒤의 글은 정말 극악이였다지. 작가도 절망하고 있다더군. 불광선사: 아미타불.. 하우극: 그 점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소. 도화령: 흐, 흠.. 그런데 우리 무슨 말 하려다 이쪽으로 이야기가 흐른거죠? 배리: 염신 얘기였잖아. 예련: 아, 맞아.. 염신 캐러 주인이 유화, 자미, 예월의 무림삼대 음녀와 이십사 염화를 몽땅 염신의 첩으로 넣어달라고 강력 하게 건의했다지. 배리: 그 덕분에 염신은 나보다 더한 색마가 되어버렸지. 주아군: 작가는 이제 모든 H씬을 염신 쪽으로 몰아넣을 생각인가 봐요. 조영웅: 원래 작가는 와룡강류 무협세계에 여성직자를 떨궈놓는다는 설정으로 글을 밀고 나갔었는데, 작가가 '차마 이렇게는 못 쓰겠다!'라고 절규하는통에 조금 소프트하게 바뀌었던거요. 철하위: 어, 언제 나온거냐! 조영웅: 뭐, 전 캐러가 등장하는 좌담회인 만큼 못 나올 거도 없죠. 염신: 흥, 내숭이지. 예련: 일설에 의하면 염신의 캐릭터 주인이 '삼음녀와 염화들을 더 야하게 써줘!'라고 외치며 자료로 쓰라고 어마어마한 양의 삐이~(심의삭제)자료를 보냈다지. 염신: ..어마어마한 양이라니! 1기가도 안돼! 일동: ..... 철운비: 어쨌던 저런 노력이 있었기에 사유화와 두자미가 아직도 주연급으로 일행의 뒤롤 따라다니고 있는 겁니다. 그리고 우리들 같은 오리지날 캐릭터들은 잊혀진 존재가 됐고요. 예월: 여기도 있어요~ 염신: 오옷 예월~ 마이 써드 러브~ 예련: ...이 소설의 배경세계가 와룡강식 무협지라는 점을 생각해 본다면, 염신이야말로 진정한 주인공일지도 몰라. 흑월: 저희 낭군님도 있어요. 염신: 아, 도 대협도 있지? 어이! 그 덩치로 쥐구멍에 숨는 게 가능 할 것 같아? 그냥 나오라고. 불광선사: 아미타불.. 남궁소저, 아니 남궁공자도 꽤나 망가지지 않았소? 예련: 별로요. 캐릭터 주인이 원래부터 '멋있게!'를 외쳐서 남장여 자건 외에는 대부분 정상이죠. 조영웅: 원래 컨셉인 남장여자에 이중인격은 지켜지고 있지. 진가영: 훗, 남궁란 캐러가 처음에 신행기 남자캐러 중 최고의 미남 자리를 놓고 나와 다투었었다지. 예련: ...진가영 캐릭터는 작가가 만들어놓고도 캐릭터 주인과 너무 닮았다고 좋아하더군. 진가영: 그럼! 진정한 흑야의 나르시스트는 이 세상에 나 하나뿐! 철운비: ..그 외에 진가영과 남궁란 캐릭터가 작가를 고생시킨 부분 이, 진가영은 철권의 화랑, 남궁란은 브라이언의 기술을 모 티브로 하고 있다는 거지. 남궁란: 중압파령정이 브라이언의 초필이라죠 아마? 예련: 그렇죠. 와룡강류 무협지에서 누가 격투기를 쓰겠어요. 그냥 휘둘러라 검! 뻗어라 검기! 죽어라 적! 무너져라 산! 하는 식이죠. 진가영: 그렇기에 이 천상천하유아독존궁극절세최강무공의미공자 진가영님이 더 돋보이는 거지. 예련: 방금도 작가가 그 대사 못외워서 붙여넣기 했어요. 진가영: .... 배연경: 앞으로 진가영과 제 활약이 늘어날거라죠? 예련: 그렇지. 배연경의 경우 원래 천궁노인 배준상이 원 캐러였는데 엑스트라로 죽어버리자 캐러 주인이 새로 만들어 넣은 경우지. 참고로 배리도 중요한 역을 맡게 될꺼야. 배리: 내가 뭘? 그 끔찍한 의지의 신전인가 뭔가 하는데 쳐박힌 뒤로 소식도 없잖아. 예련: 어이, 그게 어떤 주문인지나 알고 있는거야? 불멸의 의지에 도달하기 위한 최후의 관문이라고. 도화령: ...알기 쉽게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예련: ..이모탈 자격시험 검정고시 정도라고 생각하면 돼. 배리: 그런 걸 인간 따위가 어떻게 쓴 거지? 예련: 24레벨의 성직자를 무시하지 마. 한 50년쯤 후에는 이모탈이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고. 진가영: 그런 위대한 분이 맨날 썰렁한 농담이나 하고 있나? 배리: 작가의 능력부족이야. 예련은 원래 라그시안 전기 3부의 부 제인 '자유의 의미'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는 수도자형 캐 릭터였는데 작가가 그런 류의 캐릭터를 그려낼 능력이 부족 해서 이렇게 되버린거야. 예련: 그렇다기보다는 작가부터가 '자유'가 무엇인지 모르는 판에 그 답에 한걸음 다가간 캐릭터를 그린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겠지. 의지의 신전같은 경우도 작가가 며칠동안 끙끙댄 끝에 아무 렇게나 설정한 거라더군. 도화령: 결국 예련이라는 캐릭터의 존재 자체가 불행의 근원이였군. 월유영: 부인할 수는 없죠. 덕분에 코믹물도 아니고 진지한 주제가 들어간 것도 아닌 어중간한 글이 되어버렸으니까요. 예련: 에휴.. 염신: 그래도 참조출연캐릭터 중에서는 작가가 가장 좋아하는 게 배연경이야. 예련: 개인 취향이 아니라, 배연경의 천궁무예와 철하위의 철검기가 작가가 가장 마음에 들어하는 무공이라던데? 조영웅: 해괴한 취미오. 모름지기 남자라면 맨손에 보검 하나를 들고 혈혈단신으로 천하를 휩쓸어야 하는 법. 활에 갑옷에 잘생기 지도 못한 남자들이 낀 파티라니. 실로 멋없는 취향이 아니오? 염신: 그렇지. 배리: 작가도 무기로써는 검을 가장 좋아하지만 어쨌던 리얼물에 익숙한 사람이라 그래. 예련: 이번에 출판한 돈으로 가장 먼저 사고 싶은게 진검이라지. 염신: 위험한 인간이군.. 배리: 하지만 그 연재속도로 어느 세월에 다음 권을 찍으려고. 예련: 연재속도라면 배리의 캐릭터 주인도 만만치 않아. 배리: 흥, 그래도 월간연재는 안해! 예련: 아, 맞다. 이번에 신행기 1권 출간으로 통신상에 연재되던 신 행기 1-31화가 삭제될거라고 하던데. 배리: 말돌리기의 명수군. 어쨌던 날짜는 11월 30일 0시 정각이라니 만에 하나라도 소장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받아 두는 게 좋 겠지. 염화들: 모두모두 강호신행기 마~니 사랑해주세요~! 예련: 어, 어디서 나타난거야? 유화: 방금 염신 캐러 주인이 나타나서 '염화들 대사는 없냐?'고 물어서 그래. 도화령: 휴우.. 작가도 참 불쌍하군. 자미: 그럼 모두들 안녕히~ 배연경: 작별인사는 네 몫이 아니였잖아? 조영웅: 괜찮소. 본 공자는 그런 데 연연할 정도로 속좁은 사람은 아니니. 라엘: 어이. 예련: 라엘 넌 신행기 캐릭터도 아닌데 여기 왠일이야? 라엘: 작가가 전해달라는데, 2권 마감과 기말고사가 이어져서 당분간 다음화 올라오기가 힘들다는군. 염신: 핑계야 핑계. 라엘: 그럼 말 전했으니 난 이만. 예련: ..끝까지 이상하게 끝나는 좌담회로군. 어쨌던 다음에 봐요~ [65] [M/F]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88 - SF/Fantasy (61926/64390) [M/F]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88 - 2002/02/01 04:34 권오광(atorpedo)님 올림 읽음 478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The Means of Freedom - 外傳 4. 第四章 - 그릇된 종점(終點). 결국 모든 것이 파국을 향해 흘러가니.. ---------------------------------------------------------------- "처음에 염신과 소림사에서 처음 만났을 때 불건전한 연애를 말렸 어야 했어.." 예련의 말에 도화령과 월유영이 약속이나 한 듯 동시에 고개를 끄덕 였다. 일반인의 걸음으로 걷기에 무림맹 총단은 상당히 넓은 곳이였다. 아 직도 완전 복구되지 않은 건물들 사이를 한동안 걷다 보니 웅장한 건 물이 보였다. "뒤의 분들은?" 경비를 서고 있던 무사의 질문은 형식적인 것이였다. 무림맹의 소림 대표자인 불광선사를 의심할 사람도 없을뿐더러, 있다 하더라고 일개 경비에 불과한 이 무사는 아닐 것이다. 불광선사는 일행을 이끌고 건물 중앙에 위치한 회의실로 들어섰다. "..." 한 걸음을 내딛는 순간 일행 전원이 느낀 것은 주위의 공기가 납덩 이로 변해 어깨를 짓누르는 듯한 압박감이였다. "기다리고 있었소. 들어오시오." 예련이 그 목소리의 주인을 인식하는데는 약 2초 정도의 시간이 필 요했다. 조영웅은 거대한 탁자의 안쪽 중앙에 앉아 일행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시선에서 느껴지는 위엄이나 박력은, 물론 예전에도 상당했지만 지금은 그때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것이였다. 좌중의 인 물들 중 누구 하나 무림의 최고수가 아닌 사람이 없었지만 하나같이 그 위압감에 밀려 숨을 죽이고 있었다. "모두 모인 것 같으니 자리를 옮깁시다." 일행에게 자리도 권하지 않고 일어난 조영웅은 회의실 뒤에 있던 벽 을 몇 군데 두들겼다. 그러자 벽이 소리도 없이 열리며 아래로 내려 가는 계단이 나타났다. "저건..?" 꽤나 부드럽게 움직이긴 했지만 얼핏 보아도 방금 열린 벽의 두께는 한 자(=약 30cm)정도는 되어 보였다. 저런 것이 가볍게 움직일 정도라 면 보통 공을 들여서 만든 기관은 아닐 것이다. "지하에 만들어진 비밀 회의실이네. 보안과 방어를 위해 두께 한 자 의 만년한철로 만들어져 외부에서는 절대로 들어올 수 없도록 되어 있지. 아미타불.." 조영웅이 앞장서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을 성큼성큼 걸어나가자 다른 사람들도 잠시 서로를 바라보다가 그 뒤를 따랐다. 어쨌던 회의는 해 야 할 것 아닌가? "..무림맹이 큰 피해를 입은 건 사실이지만, 굳이 땅 속에 숨어서 회 의를 할 필요가 있을까요? 오히려 사기만 떨어뜨릴 것 같은데." "그렇지만 도청의 염려가 없고 기밀이 유지되기 때문에 중요한 회의 는 이곳에서 하게 되지." 계단을 다 내려서자 원형의 커다란 방이 눈에 들어왔다. 가로세로가 거의 이십여 장은 되어 보이는 거대한 회의실의 가운데는 길다란 탁 자 네 개가 놓여 있었다. 지상에 있는 회의실보다 훨씬 크고 웅장한 곳이였다. 얼핏 보아도 수많은, 외부에는 알려지지 않은 역사가 만들 어진 곳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자, 모두 자리에 앉으시오." 일행이 다 들어온 것을 확인한 조영웅이 기관을 조작하자 육중한 철문이 움직이며 쿵 소리와 함께 닫혔다. 만년한철로 이루어진 문은 어떤 공격에도 파괴되지 않을 것이다. "이곳까지 왔으니 분명 중요한 이야기가 있을 듯 한데.. 대체 무슨 일이오?" "물론 중요한 일이오. 무림맹의 안위와 관련된.." 상석에 자리를 잡은 조영웅이 장내의 인물들을 바라보았다. "!?" 그 시선을 바라본 사람들은 순간 이유모를 불길한 느낌을 받았다. 그것은 평상시의 조영웅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였다. "시간이 없으니 간단하게 말하겠소. 중요한 얘기란, 내가 마교의 천 마대제(天魔大帝)라는 것이오." "?" 놀라기보다는 어이가 없어진 중인들은 저 사람이 갑자기 더위를 먹 었나..하는 식의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농담으로 들린다면 모두들 공력을 끌어올려 보시오." "..." 예련을 제외한 중인들은 의아해하면서도 각자 내력을 순환시켜 보 았다. 아니 해보려 했다. "공력이.. 흩어졌다?" "설마 산공독(散功毒)?" 중인들의 얼굴은 새하얗게 변했다. "이런 비겁한.."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몇몇 사람이 조영웅을 향해 소리질렀다. 아니, 이제는 천마대제라고 불러야 할 것이다. "비겁? 무림맹의 원로쯤 되는 자들이 그런 소리나 하고 앉아 있는단 말인가?" ".." "이것은 전쟁이다. 전쟁에서 계략을 쓰는 것이 어디를 봐서 비겁한 일이라는 거지? 모두는 조영웅의 눈에서 강렬한 마광(魔光)이 뿜어져 나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마공을 익혔다는 부정할 수 없는 증거였다. 공력을 잃은 사람들은 그 시선과 마주치지 않기 위해 고개를 돌 렸다. "아, 벽운선녀의 선술은 공력이 없어도 쓸 수 있던 것이였던가?" 천마대제가 예련을 향해 몸을 돌렸다. 무영신개와 철운비, 도화령이 몸을 날려 그녀의 앞을 막아섰지만 공력을 끌어올릴 수 없는 상태의 그들은 너무나 무력했다. 천마대제가 가볍게 손목을 한 번 흔들자 그 들 모두는 허공을 날아 회의실 벽과 탁자에 쳐박혔다. "크윽!" 벽이 부서지며 돌조각들이 흩어져 내렸다. 세 사람 모두 의식을 잃지는 않았지만 입에서 한 모금의 피를 토해내며 주저앉았다. "자, 죽이기 전에 한 가지 선택의 길을 주겠다." "뭔데?" 예련이 무성의하게 되물었다. 이 상황에서 무언가 유익한 이야기가 나올 리는 없었다. "그대가 본교(本敎)에 귀의하는 것이다." 그 말에 좌중이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네가 누산에서 마존(魔尊)의 유산을 발견한 것을 알고 있다. 지금 본 교에 귀의한다면 환희마라대법을 다시 받고, 너를 본교의 다음 대 천마지존으로 임명하겠다. 또한 여기 있는 자들의 목숨만은 살려 서 돌려보내고, 덤으로 너를 천사지존 사영과 함께 나의 비(妃)로 맞아들이지." "뭐라고?" 어이없다는 듯 중얼거린 것은 당사자인 예련이 아니라 조영웅의 뒤 에 있던 곤륜파의 대표였다. 퍽! 그리고 바로 다음 순간 그의 머리가 잘 익은 수박처럼 부서져나갔 다. 좌중의 누구도 그가 무슨 수법을 썼는지 보지 못했다. '강하다..' 설령 공력이 남아 있었다 해도, 이 자리에서 저 자와 상대할 수 있 는 인간은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다. 그제서야 그들은 철기신장 철하 위가 어째서 그렇게 허무하게 죽었는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자, 어떻게 하겠는가?" 천마대제가 한 걸음 다가서며 물었다. 하지만, 예련의 대답은 완전히 상식에서 벗어난 것이였다. "흠.. 먼저 다른 분들의 생각은 어떤가요?" "..." 좌중의 인물들이 서로를 돌아보았다. "저야 어느 쪽을 선택하던 별로 차이는 없을 것 같으니, 다른 분들 의 의견에 따르기로 하죠." "그, 그런.." 예련은 말없이 천마대제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내 눈을 마주 바라보다니?' 그의 마공은 이미 인간이 지닐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고 있었다. 설 령 공력이 정상인 상태의 일류고수들이라 해도 그의 안광을 견딜 수 없는데 예련은 아무렇지도 않게 그 눈을 마주보고 있는 것이다. "당신... 조영웅이 아니군." "!!" 경악이 주위를 휩쓸었다. 저 자가 무림맹주인 복마신협 조영웅이 아 니란 말인가? 하지만 가장 놀란 것은 바로 천마대제 본인이였다. 어떻게.. 천하에 자신 외에 그 대법을 알고 있는 자는 없을 텐데? 아무런 흔들림없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예련의 푸른 눈동자를 본 천마대제는 그 순간 살심을 굳혔다. "과연.. 생각이 바뀌었다. 너는 마교를 위해 살려두어서는 안 될 인 물이군." "그걸 이제야 알았나?" 예련의 퉁명한 대답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천마대제는 손을 들어올렸 다. ---------------------------------------------------------------- 하아 -.-; 2개월 만의 글입니다;; 제가 얼마나 게을렀는지를 뼈져리게 느끼는군요. 그동안 이런저런 일이 좀 있었다고는 하지만 정말 이 게으름은..; (마감도 어겼습니다 T.T) 근데 전 어찌된게 출판사보다 주위 사람들이 더 독촉을 하는군요. (물론 독자들도 이제는 독촉 안하죠. 다 포기해버렸...쿨럭;) 어쨌던, 마감이 눈앞에 다가온 이상 폭주하는수밖에요. 자, 앞으로 4개 더 올립니다~; [66] [M/F]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89 - SF/Fantasy (61927/64390) [M/F]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89 - 2002/02/01 04:35 권오광(atorpedo)님 올림 읽음 397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The Means of Freedom - 外傳 4. 第四章 - 그릇된 종점(終點). 결국 모든 것이 파국을 향해 흘러가니.. ---------------------------------------------------------------- 그 순간, 소리도 없이 예련의 뒤에서 무언가가 움직였다. 파바밧! 탄지신통(彈指神通)특유의 중후한 지력(指力)이 연속으로 천마대제를 향해 뻗어나갔다. 불광선사였다. "!" 의외의 상황에 놀란 천마대제도 장력을 뿜어냈다. 두 가닥의 힘이 부 딛치면서 지하실 전체가 뒤흔들렸다. "크윽!" 두 힘이 부딛친 근처 자리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칠공에서 피를 토하 며 튕겨나갔다. "체내에서 산공독을 태워버린 건가.. 과연 소림의 기공(氣攻)은 명불 허전이군." 불광선사의 양 손에서 새하얀 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필생의 공력을 끌어올리는 것이였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뭐라 할 틈도 없이 불광선사는 무시무시한 속도 천마대제를 향해 뛰어들었다. 자신의 방어는 일체 생각하지 않는 동귀 어진의 수법. 그 기세에 천마대제의 표정도 굳어졌다. 콰아아! 두 사람의 공력이 충돌하는 순간 굉음과 함께 눈부신 섬광이 주위를 휘감았다. 사람들은 충격파를 피해 급히 바닥에 엎드렸지만 동작이 느 린 몇몇은 그대로 폭풍에 휩싸여 날아가버렸다. "크크큭..." 섬광이 사라지고도 한참 후에야 사람들은 고개를 들 수 있었다. 그리 고 천마대제가 있던 곳을 바라본 사람들은 순간 심장이 내려앉는 듯한 충격을 받아야 했다. 온 몸이 피에 젖은 채 일그러진 미소를 입가에 띄운 천마대제의 주위 는 반경 삼 장 정도의 구덩이로 변해 있었다. 그리고 그의 발치에는 분 명 원래는 인간이였을 것이 틀림없는, 조각조각으로 부서진 살점들이 떨어져 있었다. "..." 한동안 누구도 입을 열지 못했다. "..이, 이놈! 죽어라!" 철기신장 철하위를 대신해 철혈문의 장문인직을 맡고 있던 유호연이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천마대제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는 이백 근의 갑 옷을 가볍게 걸칠 정도로 외공에도 뛰어난 고수였으나 천마대제를 상대 할 수는 없었다. "발악이냐?" 천마대제가 가볍게 한 손을 휘두르자 유호연의 몸은 칼로 벤 듯 순식 간에 두동강나버렸다. 쓰러진 유호연은 자신의 하반신이 저만치에서 뒹 구는 것을 믿을 수 없다는 듯 잠시 바라보더니 동작을 멈추었다. "후후.. 정말 불쌍한 모습들이군. 정파무림을 대표하는 자들의 최후치 고는 너무나도 비참하지 않은가?" 단 몇 분만에 백도무림은 돌이킬 수 없는 손실을 입고 말았다. 소림의 불광선사, 철혈문의 유호연을 비롯해서 무림맹을 이끄는 핵심 인물들 중 십여 명이 어이없이 저 세상으로 떠난 것이다. "이 비겁한 놈! 내가 공력만 남아 있었어도.." "패자의 변명은 구차할 뿐. 최소한 무림맹의 위신 정도는 지켜가며 죽 는 게 낫지 않.." "퓨어리피케이션(Purification)." 천마대제의 말을 끊은 것은 예련에게서 흘러나온 낮은 마력어(魔力語) 였다. 주문이 완성되자 그녀의 바로 앞 바닥에 쓰러져 있던 도화령의 몸 에서 밝은 푸른빛이 솟아나왔다. 천마대제가 불광선사와 유호연에게 신 경쓰느라고 잠시 예련을 잊고 있었던 사이에 캐스팅을 마친 것이다. "크으.." 공력이 되돌아오는 것을 느낀 도화령이 신음소리 같은 기합과 함께 검 을 뽑아들었다. 동시에 천마대제가 도화령과 예련을 향해 일장을 날렸 다. "하앗!" 도화령이 검을 치켜들었다가 일직선으로 내려긋자 천마대제의 장력이 둘로 갈라지며 두 사람을 빗겨나가 벽에 충돌했다. 굉음과 함께 벽이 흔 들렸지만 정작 벽 자체에는 흠집 하나 나지 않았다. "멸(滅)!" 동시에 날카로운 기합이 울려퍼졌다. 검을 뽑아들고 돌진하는 사람은 다름아닌 아미파(峨嵋派)의 귀모사태였 다. 그녀 역시 공력이 회복된 듯 시퍼런 검강(劍 )이 검에서 뿜어져나오 고 있었다. "하 소저! 문을!" 그 모습을 본 도화령도 동시에 몸을 날렸다. 두 사람 모두 현 무림에서 짝을 찾기 힘든 절정고수. 그런 두 사람의 합공이 펼쳐지자 천마대제의 주위는 푸른 색과 백색의 검영으로 둘러 싸여 당장이라도 상대를 조각조각으로 나누어버릴 듯 했다. "예상 외의 일이 많이 생기는군. 뭐, 이 정도가 되지 않으면 너무 시 시하겠지만." 천마대제의 손에서도 새하얀 빛줄기가 뻗어나왔다. 그가 허리에 차고 있던 검을 뽑은 것이다. 육안으로 식별하기 힘들 정도의 극쾌(極快)의 발검술(發劍術)이 두 사람의 기술과 충돌했다. 파바밧! 한 순간에 세 사람의 검이 거의 백여 번 가까이 부딛쳤다. 공간이 공간인지라 모두들 기술에 제약을 받고 있었지만 실로 공전절 후의 대결이라 할 만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천마대제의 검광이 흑색으로 변한다 싶은 순 간, 흑색 섬광이 폭풍처럼 몰아치며 두 사람의 검세를 삼켜버렸다. "은환천령(銀幻天靈)!" "적우세영(赤雨世影)!" 불길한 느낌을 받은 도화령과 귀모사태는 각각 은환복마신검과 소청 검법의 최고 절기를 발휘했다. 중인들의 눈에는 섬광이 그물망처럼 얽히는 모습밖에 보이지 않았다. 검을 휘두르는 사람의 모습조차 감싸버린 섬광의 집합은, 무질서한 듯 하면서도 하나하나가 완전한 규칙성을 이루고 있었다. 그것은 차라리 예술적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듯 했다. 다음 순간, 주위를 뒤덮은 검광이 씻은 듯 사라졌다. "크윽!" 도화령과 귀모사태가 신음을 내뱉으며 휘청거렸다. 둘 다 온 몸에 수 십 개소는 될짐한 깊고 옅은 검상을 입은 상태였다. "자, 더 덤빌 사람은 없나?" 천마대제가 앞으로 걸어나오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시뻘건 안광이 뿜어져나오는 그의 눈과 마주친 중인들은 모두 섬뜩한 느낌을 받으며 물러서야 했다. 그의 시선은 그 자체로 심혼(心魂)을 파괴하는 극렬한 마공인 것이다. 잠시 주위를 둘러보던 천마대제의 시선이 무언가 주문을 외우고 있는 예련에게 고정되었다. "벽운선녀의 선술이라.. 기대되는군." 천마대제가 예련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그도 한 가지 착각을 하고 있었다. 한 자 두께의 만년한철로 둘 러싸인 이 방에서는 누구도 탈출할 수 없다는. 그렇기 때문에 예련이 자신이 아닌 뒤의 문을 향해 지팡이를 내뻗는 것 을 말리지 않았다. "디스안티그레이트(Disintegrate)." 주문과 함께 지하실 입구를 막고 있던 만년한철벽에 지름 일 장 정도의 구멍이 뚫렸다. "!!" 천마대제를 포함한 장내의 모든 사람이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소리없이 뚫려버린 문을 바라보았다. "경보가 울렸다! 모두 정위치로!" "지하 회의실에 이변이 일어났다!" 떠들썩한 소리와 함께 총 십팔 명의 경호무사가 안으로 뛰어들며 남아 있 는 사람들을 보호하는 형태로 진식을 펼쳤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모두 물러서시오! 이 틈에 빠져나가야 하오!" 무영신개의 외침에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사람들이 몸을 돌려 뚫린 문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산공독에 중독되어 무력한 상태의 그들로써는 자존 심 따위를 챙길 여유가 없었다. "이것들이.." 천마대제가 어이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계획은 실패했다. 문이 뚫린 이상 계속해서 호위무사들이 들어올 것이다. 지금 장내의 모든 인물들을 죽일 수 있다 하더라도 그 혼자서 무림맹 전체 를 상대하는 것은 무리였다. "이렇게 된 이상.. 별 수 없군." 천마대제의 몸에서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강렬한 기운이 뿜 어져나왔다. "천마제력(天魔帝力)! 물러서요!" 가장 먼저 그 기운의 정체를 알아본 월유영이 소리질렀다. 하지만 도화령과 귀모사태는 그 이름을 듣자마자 동시에 검을 치켜들고 천마대제를 향해 뛰어들었다. 유일하게 공력이 남아 있는 두 사람이 물러 하게 되면 이 방 안에 있는 사람들은 한 명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그 뒤를 따라 경호무사 열여덟 명도 진식을 펼치며 천마대제를 공격해 갔다. 다음 순간, 흑색의 섬광 같은 기운이 폭발하듯 확산되며 정면으로 뻗어 나갔다. 쿠과과과-! 이십 장 넓이의 지하 회의실을 거의 뒤덮어버릴 정도의 거대한 흑광이 벼락치듯 뻗아나왔다. 그 위력은 정녕 경천동지(驚天動地)! 천마대제를 향해 달려들던 이십 명의 공세는 그 앞에서 마치 강가에 던 진 조약돌처럼 삼켜져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무시무시한 기세로 뻗어나간 흑광은 주위의 벽, 인간의 힘으로는 결코 뚫을 수 없다는 한 자 두께의 만년한철벽을 종잇장처럼 찢어내며 사 방으로 뻗어나갔다. 그리고 천지가 뒤집어지는 듯한 폭풍이 모든 것을 휘감았다. -------------------------------------------------------------------- 아아..또 한자 때문에 고생하기 시작했다 T.T (어째서 무림용어사전에 초식명들은 있는데 한자로 적힌게 없냐고! -_-) 7시간동안 계속 글을 썼더니 머릿속이 엉망으로 뒤엉킨 상태입니다. 이번 화는 아무래도 이상한 구석이 많은 듯 한데.. 제 정신이 아니니 알 수가 없군요. 내일쯤 읽어보고 절규한 다음 지우고 다시 쓸지도요 (...) P.s> 2권 광고가 있었군.. 하지만 이 극악의 뒷표지 문구는 제발~~!! T.T [67] [M/F]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90 - SF/Fantasy (61928/64390) [M/F]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90 - 2002/02/01 04:36 권오광(atorpedo)님 올림 읽음 400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The Means of Freedom - 外傳 4. 第四章 - 그릇된 종점(終點). 결국 모든 것이 파국을 향해 흘러가니.. ---------------------------------------------------------------- 안에서 벌어진 혼란은 몇 겹의 물리적인 장벽 때문에 밖에서는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아니, 최소한 무림맹 회의실의 문을 태연하게 열고 나온 시녀 차림을 한 소녀는 그렇게 생각했었다. "누구냐?" "!" 살기등등한 표정으로 검을 뽑아들고 달려드는 무림맹 경호무사들을 본 소녀의 눈이 크게 뜨여졌다. "저, 저는.." "너는 저 안에서 나오는 길이였느냐?" 달려오던 무사들 중 한 명이 앞으로 나서며 소녀를 노려보았다. 그 는 무림맹 경호무사단장인 빙랑객(氷郞客) 사천호라는 자로 십팔반병 기 모두를 자유롭게 다루며 은신과 변장을 탐지하는 데 능한 인물이 였다. "아..저, 저는.." "어서 말해라!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이냐?" 시퍼런 살기를 내뿜는 십여 개의 검을 본 소녀의 얼굴에서 핏기가 빠져나갔다.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치던 소녀의 몸이 무언가에 걸린 듯 살짝 흔들렸고, 그와 동시에 손에 들려 있던 찻잔들이 요란한 소 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났다. "!" 순간 소녀를 바라보던 무사들의 눈이 크게 뜨여졌다. 찻잔이 떨어지 는 것과 동시에 소녀의 웃옷 자락을 묶고 있던 끈이 스르륵 풀리며 새하얀 살결이 드러난 것이다. 떨어진 찻잔이 옷고름에 걸린 모양이 였다. 너무나도 의외의 상황이였기 때문에, 무사들이 소녀가 이 겨울철에 옷 안에 속옷조차 걸치고 있지 않은 이유를 판단하는데는 조금 시간 이 걸렸다. 그리고 그 약간의 시간은, 소녀가 품 속에서 작은 옥병을 꺼내 뚜껑을 열기에는 충분한 것이였다. "크흑!" 소녀가 가볍게 손을 한 번 흔들자 앞에 서 있던 무사들 중 다섯 명 이 동시에 동작을 멈추고는 힘없이 쓰러져버렸다. "설마..무형지독?" 상대의 정체를 알아챈 사천호는 거의 본능적으로 물러서며 호흡을 멈추려 했다. 하지만 소녀가 일으킨 기류를 타고 흐르는 무형지독이 공기중에 퍼지는 속도는 그보다 훨씬 빨랐다. "겨, 경보를..." 사천호의 목소리는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순식간에 의식이 사라 지고, 곧이어 심장이 활동을 멈춘 것이다. "빌어먹을.." 손짓 두 번으로 무림맹의 정예무사 열 한명을 단숨에 제압해버린 소 녀는 투덜거리며 옥병의 뚜껑을 닫았다. 이미 그녀의 모습은 소녀라 부르기에는 어울리지 않았다. 풀어진 웃 옷 자락 사이로 속살이 내비치는 것조차 상관하지 않고 서 있는 소녀 의 몸은 이미 농익을 대로 농익은 풍만한 여인의 것이였다. 아니, 어 느 새 그녀는 조금 전의 시녀와는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변해 있었다. 축골변체(縮骨變體). 내공으로 골격의 위치를 바꾸고 근육을 제어해 다른 사람의 모습으로 변장하는 고도의 변장기술이였다. "대제(大帝)께서 친히 나서서 처리한 일이건만 벌써 놈들이 알아 챘단 말인가..? 의외로 무림맹 놈들도 바보는 아니군." 여인, 강호삼대음녀의 마지막 한 명인 사음소녀(邪淫小女) 주예월의 입가에는 가느다란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하지만 늦었어. 이미 무림맹의 수뇌부들은 회의실에서 참살당했을 테니까. 늦어도 사흘 후면 무림맹 총단은 완전히 기능을 잃게 된다!' 일반적으로 무림에서 무형지독이라는 단어는 두 가지 뜻으로 쓰인 다. 하나는 일반적인 의미로 형체나 냄새가 없이 사람을 죽일 수 있 는 독을 총칭하는 단어이며, 다른 하나는 전설적인 독마(독마)였던 만독신군(만독신군)이라는 자가 필생의 노력을 기울여 만들어 낸 극 독을 뜻하는 것이다. 지금 예월의 손에 들려 있는 독은 후자의 것이 였다. 지금 주예월의 손에 들린 독약의 양이라면 능히 이백 명 정도는 독 살시키는 것이 가능하리라. "어디냐!" 밖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일단 도망치는 게 급하겠군.' 예월은 급히 밖으로 몸을 날렸다. * * * '제길..' 의외였다. 엉망일 거라고 생각했던 무림맹의 경비는 의외로 튼튼했 다. 한 명 한 명의 무공은 그리 높지 않았지만 워낙 요소요소에 배치 되어 있는지라 몸을 숨길 곳이 거의 없었다. "한 곳도 빼놓지 말고 뒤져라!" 예월의 은신술은 무림에서도 정평이 나 있었지만 상대는 아예 숨기 에 적합한 위치를 다 외워놓고 하나하나 뒤져가는 식으로 추적을 해 나가고 있었다. 결국 숨기 좋은 곳을 찾을 수 없으니 그만큼 기술에 제약을 받는 것이다. "이쪽이다!" '!' 외침과 함께 십여 개의 발걸음 소리가 정확히 예월이 있는 방향을 향해 움직였다. 들켰나? 다급해진 예월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몸을 숨길 만한 곳은 몇 군데 있었지만 그 장소들은 아마 저들도 외우고 있는 장소일 것이다. 그렇다면.. 문득 예월의 눈에 앞에 있는 작은 건물이 들어왔다. 외부인들을 대 접하기 위한 장소인 듯 했다. 그렇다면 사람이 없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판단한 예월은 망설임없이 창문을 열고 건물 안으로 뛰어들었 다. 물론 창문을 여는 순간 발각되겠지만 건물 안은 밖보다는 훨씬 숨거나 도망치기 쉬울 것이다. "저기다! 잡아라!" "흉수가 귀빈실로 들어갔다!" 문이 소리없이 열리고 희끄무레한 형체가 창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 가는 것을 본 무사들은 소리를 지르며 건물 쪽으로 달려들었다. "....!" 막 인기척을 느끼고 무형지독이 든 옥병의 마개를 뽑으려던 예월은 방 안의 광경을 보자마자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 "아아..공자님.." "으음.." 방 안에서는 전체관람가인 나우 SF란에 올리기 뭐할 정도로 낮뜨거 운 장면이 펼쳐져 있었다. 염신의 좌우에 누은 사유화와 두자미 두 사람이 정신없이 염신에게 들러붙어 신음을 흘리는 모습을 본 예월은 순간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이미 세 사람의 몸은 모두 땀투성이였다. 대부분의 H씬이 다 그렇듯 이 경우에도 서비스(?)를 받는 염신 쪽은 별 움직임이 없는 데 반해 두 여인 쪽이 더 흥분한 듯 예월이 들어온 것조차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듯 했다. "이것들이.." 그제서야 예월은 상황을 눈치챌 수 있었다. 그녀도 강호삼대음녀 중 두 사람을 자신의 첩으로 만들어버린 색마에 대한 이야기는 들은 적이 있었다. 그녀의 입가에 예의 싸늘한 미소가 떠올랐다. "흑접과 탐화비사도 타락했군. 둘이서 한 남자를 상대하지 못해서 쩔 쩔매고 있는 꼴이라니." 어쨌던 상관없었다. 염신과 두 배신자는 자신의 존재조차 인식하지 못 할 정도의 무방비 상태. 막 예월이 옥병의 마개를 뽑으려는 순간이였다. "이쪽이다!" 문이 벌컥 열리는 소리와 함께 요란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염신과 두 음녀들의 모습에 잠시 도망쳐야 한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던 것이다. 그 순간 예월은 기지를 발휘했다. 무슨 방법을 썼는지 예월이 손을 한 번 움직이는 것과 동시에 그녀의 몸을 감싸고 있던 옷가지들이 동시에 스르륵 흘러내렸다. 순식간에 나 체가 된 예월은 그대로 황홀해하고 있는 염신의 얼굴 위에 풀썩 주저앉 아버렸다. 무형지독을 뿌리고 다니는 흉수를 붙잡고 귀빈실의 손님들을 보호하겠 다는 일념으로 똘똘 뭉친 무림맹의 무사들이 방문을 부수다시피 하고 안 으로 뛰어든 것은 그와 거의 동시의 일이였다. "....!" 방 안의 광경, 그러니까 세 명의 미녀가 한 남자의 위아래에 달라붙어 신음을 흘리며 몸을 뒤틀고 있는 장면을 본 그들의 발걸음은 자석에 달 라붙기라도 한 듯 그 자리에 딱 멈추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염신의 얼굴 위에 걸터앉아있던 예월이 그들에게 결정타를 먹였다. "하아.." 예월의 교태에 찬 목소리를 듣는 순간 무사들의 머릿속은 새하얗게 탈 색되어 버렸다. "..우리, 왠지 와서는 안 될 곳에 온 것 같지?" "..그렇군." "자자, 나가세." 무사들은 무언가에 홀린 듯 멍한 동작으로 방을 빠져나갔다. 어째서 이런 말도 안되는 전개가 이루어지는지에 대해 작가에게 묻지 말기 바란다. 이 화 전체는 염신 캐릭터가 거의 보름 이상 졸라댄 끝에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다짐을 받고 써주기로 한 것이므로 사실성이나 개연성 따위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 (염신과 삼음녀 덕분에 신행기 독 자가 30% 정도는 늘었을 거라는게 작가의 생각이다..퍽!) "휴우.." 무사들이 사라지는 것을 확인한 예월은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챙 겨들었다. 그 순간 막 아래를 내려다본 예월과 위를 바라보는 염신의 눈동자가 마주쳤다. "..!" 예월은 황급히 몸을 숙여 염신의 마혈을 짚어버렸다. 유화와 자미는 황홀경에 빠져 아직까지도 예월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 정말 사기다..) 그리고 벗을 때와 같이 한 동작으로 옷을 걸쳐 입은 예월은 그대로 몸을 날려 밖으로 빠져나갔다. ---------------------------------------------------------------- 원래 누구누구가 요구한 내용에서 강도를 왕창 낮췄습니다. 정말 이러다가는 야소설 목록에 제 글이 올라갈지도 모르겠군요. 그 런 일 따위는 절대 사양하고 싶은데...;;; [68] [M/F]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91 - SF/Fantasy (61929/64390) [M/F]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91 - 2002/02/01 04:36 권오광(atorpedo)님 올림 읽음 399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The Means of Freedom - 外傳 4. 第四章 - 그릇된 종점(終點). 결국 모든 것이 파국을 향해 흘러가니.. ---------------------------------------------------------------- 무림맹 총단은 거의 초상집 분위기였다. 실제로도 합동제사를 지내 야 할 판이긴 했지만 그보다 마교교주에게 그동안 완벽하게 농락당해 왔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사람들의 사기가 뚝 떨어져 버린 것이다. 회의실에 있던 사람들이 살아남은 것은 거의 기적이였다. 산공독에 저항하기 위해 강혼단(降魂丹)을 복용한 귀모사태가 자신의 전신 잠 력을 모조리 뿜어내 천마제광의 공세를 약화시킨 것이였다. 하지만 운 좋게 살아난 일부를 제외하고 거의 절반 이상의 무림맹 대표들이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 살아난 사람들은 예련의 회복마법에 의해 금방 완치되었지만 정신적인 충격까지 어찌할 수는 없었다. 무영신개 유풍기가 해파리처럼 흐느적거리며 사망자들의 유해(遺骸) 를 수습하는 모습을 본 예련은 이러다가 무림맹이 내부붕괴로 주저앉 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을 정도였다. "아미타불..." 불광선사의 시신을 화장하고 있는 사람은 소림의 장문인인 혜광선사 (慧光先師)였다. 불광선사와 같은 광(光)자 항렬인 그는 불광선사와 친분이 두터웠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팔십이 넘은 노승(老僧)의 독 경 소리에는 잔잔하면서도 처연한 울림이 담겨 있었다. 지금 무림맹 사람들의 심정을 대변하기라도 하듯. "...큰일이군요. 무림맹의 충추부가 이렇게 되버려서는." "흥, 실패를 딛고 일어설 줄 아는 것이야말로 영웅의 모습. 역시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 중 인재는 없군. 모두 이 천상천하유아독존궁 극절세최강무공의미공자 진가영님의 부하 정도밖에는 못 될 그릇들 이야." "..그렇게 일찍 죽고싶나?" 배연경의 지적은 농담이 아니였다. 정신적 충격을 몇 번이나 받은 무림맹의 무사들은 누군가 건드리기라도 하면 당장 폭발할 듯한 상태 였다. 그들이 전의에 차 있다는 뜻은 아니였다. 자포자기의 상태, 전 재산을 도박으로 날린 가장이 길거리에 앉아 깡소주를 뜯다가 말리는 경찰을 두들겨패는 식의 분위기가 무림맹 전체에 퍼져 있었던 것이다. 실제로 바로 몇 시간 전에 화산파 부근의 작은 백도문파 하나가 부 근의 흑도문파와 충돌했다는 보고를 받은 백혼(百魂) 추여기라는 자 가 '안그래도 바빠 죽겠는데 그런 사소한 일을 여기까지 들고오다니!' 라고 고함을 지르며 보고를 들고온 전령을 두들겨 반죽음시킨 일이 있었다. "그나저나 염 대협은 뭘 하고 있는거요? 밖에 나오지도 않고.." "염 대협께서는 치료 도중 무림맹에 침입한 적의 습격으로 주화입 마에 빠지셨다고 합니다만.." "...뭐, 그런거지." 예련이 한숨을 내쉬면서 염신과 유화, 자미가 있는 방의 문을 열었 다. "뭐, 뭐야 갑자기!" 이 인간들이 제대로 옷을 입고 등장하는 경우는 그 반대의 경우보다 드물군 그래. 예련은 정말로 한심하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래 도 외간남자들 앞이라고 주섬주섬 옷을 챙겨입는 - 물론 그 동작보다 일행 중 유일한 남자인 도화령이 고개를 돌리는 속도가 다섯 배 이상 빨랐다. 진가영은.. 대놓고 두 사람에게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다(;;) - 사유화와 두자미 사이에는 삐쩍 말라 미이라가 되어가는 염신이 누 워 있었다. 눈은 풀리고 입에서 침이 흘러내리는 게 아무래도 심각한 상태인 모양이였다. "우리는 염 공자님을 돌봐야 하니까 관계없는 사람들은 빨리 나가라 고!" "..또 태음대법을 쓰려고?" "아냐. 이번엔 상태가 너무 안 좋아. 우리도 태음대법을 써보려고 온갖 노력을 다 해봤는데, 안되더라고." 뭐가 안되서(?) 그 무적의 대법을 쓰지 못하는가 대해서는 따로 말 할 필요가 없을 듯 하다. 뼈와 거죽밖에 남지 않은 염신의 상태는, 손가락 하나 들어올리는 것조차 불가능해 보일 정도였으니까. "어쩌다가 이 정도까지.." "다 예월, 그 계집 때문이야." 두자미가 이를 바드득 갈며 중얼거렸다. 그러니까, 주예월이 염신 일행의 방에 들이닥쳤을 때 두 사람이 하 고 있던 것은 그냥 그 짓(?)이 아니라 염신의 체력을 회복시키기 위 한 대법이였던 것이다. 마침 예월이 들어왔을 때는 대법이 막 중요한 단계에 이르러 있었고, 몸을 뺄 수 없었던 둘은 예월을 보고서도 손 을 쓸 수가 없었다. 즉, 못 본 게 아니라 보고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는 말이다. 어쨌던 예월이 대법 중간에 들어와 방해아닌 방해를 해버림으로써 중요한 순간에 깨져버린 대법은 오히려 역류, 겨우 어느정도 회복된 염신의 정기가 모조리 빠져나가 버린 것이였다. "...." 예련의 설명을 들은 일행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뭐랄까.." "자업자득이군." "뭐, 그런거죠." "뭐가 자업자득이야!" 그래도 저 정도로 끝난 게 다행이였다. 운기조식이나 대법 도중 혈 도를 찍혔다면 주화입마로 폐인이 되거나 죽는 것이 일반적이다. "어쨌던 무림맹 총단에서 무형지독으로 무사 십여명을 독살한 여자 가 사음소녀 주예월이였다는 건 알아냈으니 다행이군요." 태연하게 중얼거리는 배연경이였다. * * * 예상 외로, 무림맹 내부의 절망적인 분위기는 단 하루만에 사라졌다. 하지만 그것이 꼭 다행이라고만 할 수는 없는 것이, 그 원인이 그렇 게 유쾌한 것이 아니였기 때문이다. "마교의 선봉부대가 화산파를 지나 이동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벌써 화산이 당했단 말인가?" "정확히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보고에 따르면 마교의 정예부대 가 숭산 방향으로 직진하고 있는 것은 확실합니다." 순간 회의실 전체는 경악에 휩싸였다. "숭산? 소림사를 노린단 말인가?" 순식간에 무림맹의 임시회의실 - 조영웅, 아니 천마대제가 지하 회 의실에서 무림맹 수뇌부들을 암살하려 한 것이 바로 어제 일인지라 회의실은 다른 곳으로 이전되었다 - 은 열띤 토론장으로 변했다. "현재 종남파와 화산파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구대문파는 소림 입니다. 놈들은 다른 백도문파들을 모두 무시하고 구파일방만을 노 리고 있는 것입니다. 이 진격속도나 해남파를 이틀만에 파괴한 전력 으로 볼 때 놈들은 오래전부터 치밀한 준비를 해 왔을 것입니다." "마교가 중원을 침공할 계획은 오백 년 전부터 세워져 있었을 거요. 지금은 그런 원론적인 이야기보다는 당장 저들을 어떻게 막을 것인 지부터 생각해봐야 할 때요." "대체 놈들은 무슨 전법을 쓰고 있는 걸까요? 종남산에서 화산파 까지 반나절, 그리고 방금 들어온 정보에 따르면 이미 놈들은 태현 문(태현문)의 영역까지 들어왔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실제적으로 화 산파에서 싸운 시간은 반나절이 채 되지 않는다는 뜻인데, 제아무리 마교라 해도 이렇게 빠르게 움직일 수는 없습니다!" "종남파를 파괴한 후 쉬지 않고 화산으로 이동했다면 가능해요." "그런 일이 가능할 리 없지 않소!" 월유영의 말에 한 장로가 책상을 내리쳤다. "아무리 마교의 정예 병력이라고 해도 한나절에 종남파와 화산파를 꺾을 순 없소! 처음 종남파가 마교의 습격을 받은 시간은 사흘 전. 그리고 다음 날 마교의 선봉대는 화산파를 공격했다. 종남파와 화산파는 같은 화산 자락을 타고 있지만 경공이 빠른 자라도 반나절은 걸리는 거리. 그리 고 지금 적들의 위치는 화산에서 하루 거리인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 다면 종남파가 파괴된 후 첫 연락이 들어왔다고 해도 종남파와의 전투 후 하루를 쉬었다면 화산파를 공격하는 데 쓴 시간은 반나절에 불과하 다는 결론이 나온다. "도대체.. 무슨 조화를 부린거지. 이놈들.." 그때였다. 회의실 문이 거칠게 열리며 한 사내가 안으로 들어왔다. 나이는 40대 정도 되어 보였지만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새하얀 백발 이 인상적이였다. 형식적으로 인사를 한 사내는 성큼성큼 걸음을 옮겨 회의실의 빈 자 리에 털썩 앉아버렸다. "어서 오시오, 추 문주." "늦어서 죄송하오. 잡일들이 좀 쌓여서.. 종남파와 화산파가 무너졌 다는 소식이 전해지니 부근의 흑도문파들이 물 만난 물고기처럼 날 뛰고 있소." 백혼 추여기는 짜증이 난다는 듯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며 탁자에 놓 여진 커다란 지도를 바라보았다. "잠시만요." 예련의 시선이 지도를 향했다. "?" "방법이 있어요. 마교의 선봉이 이틀만에 종남파와 화산파를 지나갈 수 있는 방법이.." "뭐라고?" "대체 무슨 방법이오?" 장내의 모든 사람이 눈동자에 '어떻게?' 라고 써붙인 채로 예련을 바라보았다. "저도 정확히는 모르지만.. 이건 제가 살던 곳에서 사용하던 용의 날개(Dragon wing)라는 전술 같아요." "용익진(龍翼陳) 이란 말입니까?" "아뇨. 진법이나 이런 건 아니고.. 전격전(電擊戰)의 한 방법이예 요." 그렇게 말한 예련은 지도 위의 몇 군데에 작은 빛의 구체를 띄워 마교측의 움직임을 표시하기 시작했다. 짙은 붉은색으로 만들어진 작은 구체가 먼저 종남산 방향으로 이동했고, 그 뒤에 조금 더 크 고 옅은 색의 구체가 대기하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용은 상대를 공격할때 먼저 입으로 물거나 불을 뿜 고, 이어서 양 발과 날개로 찍은 후 마지막으로 꼬리로 후려쳐 적 을 날려버리죠. 하지만 용의 주무기는 입에서 뿜어내는 용의 숨결 (Breath)예요. 첫번째 공격으로 적이 거의 무력화되면 양 팔과 꼬 리로 끝장을 보는 거죠." "호오.. 하 선녀께서는 용과도 싸워 보셨단 말입니까?" "한 세번 정도요." 태연한 예련의 답변에 좌중에서 놀란 듯한 웅성거림이 흘러나왔다. 대륙에서 드래곤을 보는 것도 힘들긴 하지만, 중원에서 용(龍)이라 는 것은 그야말로 신수(神獸)로써 싸우기는커녕 전설로만 전해져 내 려오는 생물이였다. 중원에도 용이라는 게 있다고만 알고 있을 뿐 그게 어떻게 생겼는지는 전혀 모르는 예련은 기대 이상의 반응에 의 아해했지만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그러니까 용의 머리, 즉 최정예부대가 먼저 진격하면서 적의 예봉 을 꺾으면, 뒤이어서 제2진이 흐트러진 적진을 공격합니다. 그리고 1진은 2진의 전투 여부에 상관없이 그대로 다음 목표로 이동하죠." 첫번째의 구체가 '終南'이라고 적힌 지점에 잠시 머물렀다가 이동 하고, 곧이어 두번째 구체가 그 자리에 멈추었다. 그리고 첫번째 구 체는 그대로 '火山'이라고 적힌 곳에 머물렀다가 또다시 아래로 이 동했다. "2진 역시 충분한 타격을 주고 나면 다음 목표를 따라 이동하고, 실질적으로 적진을 점령하는 것은 제 3진입니다. 마교의 경우 용의 꼬리가 되는 3진은 마교에 복속된 흑도 문파들의 병력..이겠죠. 추 문주께서 보고받은 흑도 문파들의 준동은 아마도 이 3진의 이동인 것 같아요." "흠.." "이런 식으로 싸우게 되면 선봉은 굳이 적을 괴멸시키지 않고 입구 를 뚫는 정도만 하고 이동하면 되기 때문에 엄청난 속도의 전격전 이 가능해져요. 주로 병력의 질과 양, 집중도가 높은 쪽이 기습으 로 빠른 시간안에 다수의 목표를 공격할 때 사용하는 전술이죠. 비 슷한 방법으로 부대를 둘로 나뉘어서 한 부대가 첫번째 목표를 공 격하는동안 두번째 부대는 첫번째 목표를 지나쳐 다음 목표를 공격 하는 식으로 진격하는 전술도 있죠." "하지만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맞아요. 하지만 방비가 제대로 되지 않은 적을 기습할때는 일단 적이 대응하기 전에 최대한 진격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가끔씩 쓰이죠." "..대담한 전술이군." 고개를 끄덕인 사람은 예련도 안면이 있는 지다성녀 조화영이였다. "그런데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 "예. 말씀하세요." "그 설명대로라면 이 전술의 이름으로 용의 날개라는 건 어울리지 가 않는데, 왜 그런 이름이 붙었죠?" "아, 그건.. 만든 사람이 이름을 이상하게 짓는 버릇이 있어거든 요." 2차 성마대전 당시 드래곤 윙 전술을 처음으로 사용한 루디스 다르 세인은 뛰어난 마법사이자 전술가였지만 언제나 자신을 음유시인이 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였다. 그래서 늘 작전이나 기술의 이름을 지을 때 겉멋을 지나치게 부려 주위의 지휘관들과 자잘한 다툼이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어떤 인간이던 사소한 단점은 어디에나 있다는 증거 라고 해야 할까.. 하지만 어쨌던 황당한 건 황당한 것이였고,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서 로를 돌아보는 사람들을 보며 예련은 고개를 끄덕였다. ---------------------------------------------------------------- 연참..연참..; [69] [M/F]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92 - SF/Fantasy (61930/64390) [M/F]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92 - 2002/02/01 04:36 권오광(atorpedo)님 올림 읽음 452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The Means of Freedom - 外傳 4. 第四章 - 그릇된 종점(終點). 결국 모든 것이 파국을 향해 흘러가니.. ---------------------------------------------------------------- "확실히 상대가 그런 전술을 쓰고 있다면 이 상황은 모두 설명이 가 능하군요." "하 선녀의 말이 거의 확실할겁니다. 그 외의 방법으로는 절대로 종 남, 화산의 두 문파를 이틀만에 격파할 수 없소." "그렇다면 적의 주력은 이 선봉이겠군요." 조화영의 희고 가느다란 손가락이 붉은 광점을 가리켰다. "예. 아마도 마교본전의 고수는 다 1진에 모여 있겠죠." "그럼.. 전술이 알려져 있다는 것은, 그에 대항하는 방법도 만들어져 있다는 뜻이겠죠. 천외천에서는 이 전술을 쓰는 적을 어떻게 상대하 나요?" "흠..그런전 제 전공은 아니라서 잘 모르겠지만, 이 전술은 일종의 각개격파입니다. 정예병력을 집중시킨 부대를 고속으로 이동하면서 병력이 흩어져 있는 적들을 하나씩 제거하는거죠. 여기에 대응하려 면 적이 이동하려는 예상지점에 적군 이상의 병력을 집중시켜 맞서 던가, 아니면 요새 등을 이용해 선봉부대에 계속 출혈을 강요한 후 상대의 진격이 한계에 이르렀을 때 반격하는 방법..이 두가지가 있 다고 배운 것 같아요." "하지만 숭산은 마교 정예고수의 진격을 막을 정도로 험한 곳은 아 니니 결국 첫번째 방법을 써야겠군." "아미타불.." 혜광선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무림맹 전체의 병력을 모아 한 곳에 모으려면 최소한 열흘 정도가 필요하오. 숭산에서 저들의 발목을 붙잡은 후 최대한 빨리 병력을 모아 포위, 섬멸하는 것이 좋을 듯 같구려." "무량수불.. 무당의 병력은 닷세 안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오. 마교 가 아무리 날고긴다 한들 소림과 무당의 합공을 견딜 수는 없으리라 장담하오." "하지만..." 혜광선사와 청허자의 말에 조화영의 초승달같은 눈썹이 찌푸려졌다. "차라리.. 소림사를 내주고 다음 목표가 될 무당파 쪽에 병력을 집 중하는 게 나을 겁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요! 소림은 무림의 정신적 지주요. 이곳을 잃으 면 사실상 무림은 무너진 것이나 마찬가란 말이오." "물론 그렇긴 합니다만.. 상대는 마교의 정예. 종남과 화산 두 곳이 무너진 마당에 소림이 그들을 막을 수 있을까요?" "아미타불.. 무림의 태산북두라는 명성은 헛된 것이 아니외다. 저들 을 물리칠 수는 없다 해도 시간을 끄는 것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 소. 소림이 싸우지도 않고 물러선다면 백도무림의 사기는 땅에 떨어 질 것이오." 조용한 말투였지만 그 한 마디 한 마디에는 반박을 허락하지 않는 위엄이 담겨 있었다. 혜광선사로써는 가장 격한 어투였을 것이리라. 그 사실을 잘 아는 조화영은 그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사 실 소림을 내버린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소리인 것이다. 결정 이 내려진 이상 생각할 시간은 없었다. 일각이 아쉬운 상황이였다. "그럼 그렇게 작전을 짜겠습니다. 각 문파의 대표들은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연락을 취하고 정예 병력들을 숭산으로 이동시키세요." 조화영의 손이 지도 위를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무림맹에 소속된 각 문파의 위치와 이동 시간을 고려해 작전을 짜는 것이였다. 숭산에 서 소림사가 마교의 정예 병력을 막는 동안 다른 문파들의 지원군이 그 뒤에서 협공을 가해 포위, 섬멸한다는 단순한 작전이였지만 조화영 은 지다성녀라는 별호가 아깝지 않게 각 문파의 이동시간을 계산, 완 벽에 가까운 포위망을 구축하도록 만들었다. "마교의 전력은 무림맹 전체보다는 약할 것입니다. 포위에만 성공하 면 제아무리 천마교주가 날고기는 능력이 있다 해도 어쩔 수 없을 겁 니다." "그렇습니다." 조화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까지 소림이 버틸 수 있다면..말이지.' * * * 밤(야). 달빛조차 비치지 않는 밤의 어둠 속은 단순히 '빛이 없다'는 것만으 로는 표현할 수 없는 분위기를 지니고 있다. 손에 잡힐 듯 느껴지는 불안과 두려움, 그리고 안개 속을 바라보는 듯한 불길한 매력. 그 두 가지를 동시에 지닌 어둠을 인간은 언제나 한편으로는 두려워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동경해 왔다. 그리고 지금, 그러한 어둠을 동경하는 자들 중 일부가 그 아래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수십, 수백? 아니 거의 일천은 될 듯한 검은 그림자들이 어둠과 동 화되어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그 엄청난 숫자에도 불구하고 들려오 는 것은 낙엽이 부스러지는 소리와 바람 소리밖에 없었다. 누군가 이 들이 움직이는 한가운데에 서 있었다면 수많은 그림자의 물결이 주위 를 스쳐갔다고 느꼈을 것이다. 그림자들은 곧 그들의 목적지를 찾아냈다. 완전한 어둠 속에서는 촛불 하나라도 뚜렷하게 눈에 들어오는 법이 다. 하물며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수십 개의 화톳불을 주위에 피워 놓은 거대한 사찰(사찰)이라면 더 말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저곳이다. 소리 없는 대화가 잠시 오간 후, 흐릿한 어둠의 장막이 불 빛을 향해 퍼져나갔다. '저곳이 소림사(소림사).. 무림의 태산북두라 불리는 곳..' 어둠의 한가운데 서 있는 한 인영의 눈에서 붉은 안광이 폭사되어 나 왔다. 이제 곧 저곳은 불길에 휩싸일 것이다. 언제나처럼 그들을 인도할 삼십육 명의 마등귀령(마등귀령)이 소림사 정문 앞에 두 줄로 내려앉았다. 그리고 천지를 뒤흔드는 폭발음이 밤의 적막을 한순간에 깨트리면서, 후세에 남을 거대한 싸움이 시작되었다. * * * 콰과과과과광! "...." "..." 예련과 해광선사는 말없이 시선을 교차했다. "아미타불.. 저들이 정말로 저 자리에 설 줄은 몰랐소." "그러게요. 저도 설마설마 하면서 만든건데..." 굉음과 폭발, 그리고 불꽃놀이의 폭죽처럼 하늘 높이 날아오르는 서 른여섯 개의 혈옥(血玉)으로 된 등(燈)을 보며 무림맹의 인물들은 마 교의 단순함에 혀를 내둘렀다. 종남파와 화산파에서 마교가 공격할 때 정문 앞에 삼십육 마등귀령 (魔燈鬼靈)들을 의장대처럼 세우고 그 사이로 당당하게 들어왔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은 바로 오늘 아침의 일이였다. 그 이야기를 들은 예련은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소림사 정문 앞에 룬 마인(Rune mine)을 깔았고, 그것들이 지금 폭발한 것이다. 그것도 한 치의 오차 도 없이 36개 모두가. 당한 마교측도 마교측이지만 설마 다 걸릴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던 예련 등 무림맹측 인물들의 황당함도 만만치 않았다. 이것으로 소림사 대 마교, 스코어는 1:0.. 아니아니 이게 아니고.. 어쨌던 의외의 상황에 놀란 마교측 인물들도 당황하긴 했지만 침착하 게 대열을 갖추고 돌격을 시작했다. "소림사 내에 살아 움직이는 것은 모조리 죽여라!" 길이 일 장이 넘는 거대한 철봉을 지켜든 인영에게서 분노에 찬 사 자후가 터져나왔다. 주위의 나무들이 그 공력의 수위를 대변하듯 부 르르 떨며 낙엽을 흩날렸다. 아마도 절반 정도는 자신의 화려한 등장 씬이 망가진 것에 대한 화풀이이리라. (..) 일천이 넘는 흑의의 인영들이 해일처럼 담을 넘어 소림사 경내로 날 아드는 장면은 과연 장관이였다. "패룡무(覇龍舞)!" 흑영이 철봉을 휘두르자 지름이 거의 십여 장에 달하는 묵빛 강기가 사방으로 소용돌이치며 뻗어나갔다. 거대한 용트림이 지상을 쓸고 지 나가자 떡갈나무로 만들어진 웅장한 정문이 주위의 담벽과 함께 그야 말로 산산조각나서 흩어졌다. 그리고 그 뒤에 서 있던 불행한 몇 명 의 승려들도 시체조차 찾을 수 없게 분해되어 함께 사라졌다. "쳐라!" "마도(魔徒)들에게 자비를 구할 여유는 없다. 모두들 살계(殺戒)를 풀라!" 흑의인들의 압박감에 전혀 뒤지지 않는 거대한 함성과 함께 선장(禪 杖)과 계도(戒刀)를 치켜든 승려들이 적들을 향해 달려나갔다. 그들 중에는 속인의 복장을 한 사람들도 군데군데 끼어 있었다. 소림사의 무승(武僧)들과 주위 문파들의 정예 무사들이였다. 흑색과 백색의 물결이 가운데서 충돌했다. 단 한 순간에 삼십여 명 의 사지가 잘리고 부서져 하늘로 치솟았다. 새하얀 포석(布石)이 깔 린 바닥에 붉은 피가 흩뿌려졌다. 처음에 쓰러진 쪽은 대부분 흑의인들이였다. 소림사의 담은 성벽처 럼 사람이 위에 올라가서 올라오는 적을 방어하거나 하는 용도로 만 들어진 것은 아니였지만 소림의 무승들은 대신 담 바로 뒤에 서서 담 을 뛰어넘어 착지한 적을 하나하나 쓰러뜨리는 전법을 쓰고 있었다. 멋지게 담을 넘은 흑의인들은 백도무림의 성지에 발을 디딘 소감을 말해 볼 겨를도 없이 선장과 계도, 주먹과 발길질에 맞고 꼬구라졌 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였다. 소림사에 모인 백도 측 인물들의 숫자는 약 천여 명. 마교측과 숫적으로는 비슷하지만 이쪽이 소림사에서 싸 울 수 있는 모든 사람들과 주위 백도문파들의 인원 대부분을 끌어온 것인데 비해 마교 측은 그야말로 용의 머리, 즉 정예 중의 정예만이 모인 부대인 것이다. 전력의 차이가 나는 것은 당연했다. 흑의인들이 하나둘씩 담을 넘어 자리를 잡자 상황은 곧 바뀌기 시작 했다. 곳곳에서 비명이 울려퍼지며 소림의 승려들이 피를 뿌리기 시작했 다. "하 선녀, 해우(亥雨)와 함께 지휘를 맡아 주시오." 해우선사는 소림의 장경각을 담당하고 있는 고승으로 혜광선사에 비 해서는 한 배분 아래지만 그 뛰어난 학식 덕에 원로들을 제치고 장경 각의 주지로 임명된 기재였다. "하지만.." 해우가 무어라 말하려 했지만 혜광선사는 그대로 몸을 날려 양 측이 싸우고 있는 한복판으로 뛰어들었다. 자신이 가르친 제자들과 한솥밥 을 먹은 동문이 죽어가는데 혼자서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는 것은 혜 광선사의 성격에 맞지 않았다. "아미타불.. 어쩔 수 없구려." 해우선사가 한 손을 들어올리더니 왼쪽으로 세 번 흔들었다. 그러자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일단의 승려들이 진식을 이루며 달려나갔다. 소림사 내에서도 뛰어난 자질을 지닌 일, 이대 제자들로 구성된 정예 였다. 이들이 아직까지 진형을 갖출 만한 공간을 확보하지 못한 흑의 인들에게 달려들자 또다시 전세는 소림 측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혈로를 뚫어라!" 계도를 휘두르는 승려의 가슴을 흑의인의 손이 파고들었다. 가늘고 섬세한 손이 단련된 인간의 신체를, 그것도 맨손으로 종잇장처럼 꿰 뚫고 들어갔다. "으..크..흑.." 심장을 관통당한 승려가 눈을 까뒤집고 쓰러졌다. "이 마두(魔頭)! 죽음으로 속죄해라!" 앙칼진 음성과 함께 흑의인을 향해 강력한 암경(암경)이 쏟아졌다. 마치거대한 해일이 밀려들어와 흑의인을 덮치는 것 같았다. "서역(西域)의 천중태극수류(天重太極水流)인가..?" 하지만 태산이라도 휩쓸어버릴 듯한 암경은 흑의인에게 아무런 영향 도 주지 못했다. 그대로 뻗어나간 암경은 그대로 십 장 앞의 삼층석 탑 하나를 굉음과 함께 산산조각내버렸다. "어떻게..." 암경을 날린 장본인은 월유영이였다. 하지만 필살이라고 생각했던 공격이 어이없이 무산되자 무표정하던 그녀의 얼굴에도 당황한 빛이 떠올랐다. "천축의 인물인가보군. 하지만 상대를 잘못 골랐어." 흑의인이 손을 뻗어 걸치고 있던 야행의를 벗어던졌다. "..너는?" 검은 야행의를 벗어던진 상대의 외모는 놀랍게도 눈처럼 새하얀 백 의에 백발을 늘어뜨린 삼십대 중반의 여인이였다. "백노(白老) 백규화라고 한다. 각오는 되었겠지, 꼬마야?" "...!" 마교에 대해 누구보다도 잘 아는 월유영이 그 이름에 담긴 의미를 모를 리 없었다. "마교의 삼대장로 중 하나란 말인가? 하지만 그건 마교의 무공이 아 냐.." 백규화의 입가에 가느다란 미소가 떠올랐다. "그렇지. 마교의 무공은 마성(魔性)을 바탕으로 한 강렬하고 직선 적인 형태. 그렇기 때문에 너와 같은 음유(陰柳)의 기공을 익혔다면 이유제강(以柳制强)의 원리로 제압하는 것이 가능하지. 하지만.." "..." "마교가 오백 년 전의 그 모습 그대로일거라 생각했나?" 화르륵! 백규화가 손을 흔들자 새하얀 기류가 그녀의 전신을 휘감았다. "큭..!" 살기를 느낀 월유영이 급히 천중태극수류를 이용해 몸을 방어했다. 그와 동시에 백규화의 주위를 맴돌던 새하얀 불꽃 같은 기운이 폭발 하듯 팽창했다. 불꽃의 형상을 하고는 있지만 뜨겁지도, 강렬하지도 않은, 차가운 불꽃이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백염(白炎)이 사위를 뒤덮을 듯 월유영을 향해 뻗어나갔다. ------------------------------------------------------------- 5연참.. 사람이 미치니 별 짓을 다 하게 되는군요 -_-; [70] [M/F]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93 - SF/Fantasy (62213/64390) [M/F]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93 - 2002/02/03 01:56 권오광(atorpedo)님 올림 읽음 452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The Means of Freedom - 外傳 4. 第四章 - 그릇된 종점(終點). 결국 모든 것이 파국을 향해 흘러가니.. ---------------------------------------------------------------- 차앙! 맑은 금속음이 울려퍼졌다. "화룡검객 도화령인가?" "그 철봉.. 철강장 여수호?" 흑의인, 철노(鐵老) 철강장(鐵鋼杖) 여수호는 눈앞의 사내를 즐거운 듯 바 라보았다. "당신이 마교의 주구(走狗)라는 말을 듣긴 했었지만.." "무언가 불공평한 말이군. 흑도를 위해 싸우는 사람은 개고, 백도 편에 서 면 정의의 화신이란 말인가?" 순간 도화령은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상대가 이런 식의 어법을 사용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아니아니, 어쨌던 상관없지. 지금 중요한 건 내가 이 자리에 서 있다는 것 뿐이니까." 자신이 살아 있는 동안에는 결코 이룰 수 없으리라 생각했던 꿈이였다. 조영웅의 대에서 시작해 그 다음 대의 마교교주가 완성하는 마교의 천하 제패(天下制覇).. 그 백년지계(百年之計)의 끝을 보기에 그는 너무 늙었었 다. 그러나 계획은 바뀌었고, 그는 지금 무림 정복의 선봉으로 서 있는 것 이다. "자, 시작하지. 노장이 혼을 불태울 곳은 역시 전장이 아니겠나?" 그 말과 동시에 여수호는 철봉을 휘두르며 도화령을 향해 달려들었다. "하앗!" 도화령이 강하게 검을 내뻗었다. 창봉류의 무기와 싸울 때 간격을 빼앗기 면 짧은 검이 불리해진다. 여수호도 그 사실을 알기 때문에 철봉을 휘둘러 검을 튕겨내며 거리를 유지하려 했다. 하지만 도화령의 검은 튕겨나가는 방향 그대로 곡선을 그리며 여수호의 아래쪽으로 파고들었다. '유검(柳劍)? 이건 화룡검법이 아닌데?' 천하의 여수호도 허를 찔리게 되자 한 걸음 물러서는 수밖에 없었다. 도 화령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간격을 좁히며 공격을 가했다. 도화령의 검 이 흐릿한 잔상을 그리며 나누어지는가 싶더니 수십 가닥의 검기가 여수호 의 전신을 향해 쇄도해갔다. '이번에는 강검인가?' 상대의 검법이 변화무쌍함을 깨달은 여수호도 절기를 펼쳐냈다. 묵빛 강 기가 사방으로 뻗어나가며 도화령의 검세를 휘감았다. '대단하군..' 공격을 차단당한 도화령은 검을 물리며 자세를 고쳐잡았다. 겨우 좁힌 간 격을 다시 빼앗긴 셈이 되어버렸지만 어쩔 수 없었다. 둘 다 상대가 방심할 수 없는 수준임을 깨달았기 때문에 자연히 방어 위 주의 전투로 변할 수 밖에 없었다. 순식간에 백여 초를 교환했지만 승부는 쉽게 갈리지 않았다. "이쪽도 손놓고 바라볼 수만은 없겠군." 죄책감이나 이상 같은 건 잠시 접어두자. 전장에 들어선 이상 감정에 휘 말려 머뭇거리는 것은 더 큰 희생을 불러올 뿐이다. 가장 좋은 것은 이런 전쟁이 아예 일어나지 않는 것이지만, 이미 싸움이 시작된 이 시점에 와서 그런 소리를 하고 있을 여유는 없다. 주문은 금방 완성되었다. "Call lightning." 예련이 한 손을 들어올리는 것과 동시에 하늘을 둘로 갈라놓을 듯한 거대 한 벼락이 소림 무승들의 방어를 뚫고 진형을 갖추려는 흑의인들의 머리 위에 떨어졌다. "크아악!" "뭐, 뭐냐!" "어째서 벼락이?" 적진 한가운데에 떨어진 벼락은 그 자체의 파괴력보다는 적들을 동요시키 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예련은 주저하지 않고 적진에 연이어 전격을 떨 어뜨렸다. 콰르르릉! 열 여덟 번의 전격이 연이어 마교측 진영의 한가운데 떨어졌다. 전격 자 체에 맞아 쓰러진 흑의인은 삼십여 명 정도에 불과했지만 그 광경을 본 다 른 흑의인들도 함께 놀라서 주춤거렸다. "이때다!" 어느새 무승들의 대열 맨 앞까지 나선 혜광선사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마교의 인물들 한가운데로 뛰어들었다. 얼핏 보기에는 무모한 행동인 듯 했지만 그것이 플러스가 될 정도로 혜광선사의 무공은 뛰어났다. 왠 떡이냐 하고 사방에서 혜광선사를 포위하던 흑의인들이 순식간에 혈 도를 제압당해 나가떨어졌다. "전진하라!" 사기가 올라간 무승들이 다시 적들을 벽 쪽으로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벽 과 소림 쪽 무사들의 사이에 끼어 제대로 된 진식을 형성할 공간을 얻지 못하는 마교의 무사들은 뛰어난 무공에도 불구하고 질서있게 공격해들어오 는 무림맹 무사들의 공격 앞에 하나둘씩 쓰러졌다. "제일진의 무승들은 현 위치를 고수하라! 사대금강(四大金剛)은 정문을 막아라!" 해우선사가 손을 흔들며 지시를 내렸다. 현 상태를 유지한다면 전술적으 로 유리한 상황에서 싸울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철강장 여수호가 박살내놓 은 정문 쪽은 적들이 그대로 들어올 수 있기 때문에 방어를 보강해야 했 다. 그의 명령에 따라 사대금강을 비롯한 소림의 무승들 일부가 정문 쪽으로 이동해갔다. 그리고 또 한명의 인물이 그 뒤를 따라 움직였다. "좋아! 나도 가지. 송사리를 잡는 건 이 천상천사유아독존궁극절세최강무 공의미공자 진가영님께 어울리는 역할이 아니라고." 그때였다. 해우선사와 예련의 눈에 정문 쪽으로 쇄도해오는 일단의 무리 가 들어왔다. "저건...?" "흠, 역시 중원에도 중장기병대를 운용하는 부대가 있긴 있나보군." 흙먼지를 일으키며 달려오는 것은 온 몸을 흑색의 철갑으로 감싼 철갑기 병(鐵鉀騎兵)이였다. 심지어는 말조차 흑마에 흑색 마갑(馬鉀)을 걸치고 있 어 그야말로 어둠에 동화되어 움직이는 듯했다. 빛을 발하는 것은 오로지 사람과 말의 눈동자뿐. 철기병들은 소림의 무사들을 짓밟아버릴 듯한 기세로 정문 방향을 향해 질주하고 있었다. "위험해! 물러서라!" 해우선사도 놀란 듯 황급히 소리쳤다. 하지만 한발 늦은 뒤였다. 이미 철기병들은 사대금강과 진가영 등의 바로 앞까지 도달해 있었던 것이다. 예련이 급히 콜 라이트닝을 날려 몇몇을 쓰 러뜨렸지만 돌진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디그(Dig)나 플레임 스피어스(Flam e spheres), 블랙 텐타클 등 중기병의 돌진을 저지할 수 있는 마법은 많았 지만 당장 예련의 위치에서는 사정거리가 닿지 않았다. "이, 이건 사기야! 저런 무식한 피라미들을 상대하려고 여기까지 온 게 아 니란 말이다!" 하지만 피할 수도 없는 상황이였다. 진가영은 몸을 날려 맨 앞에서 돌진 해오는 철기병 하나를 말에서 떨어뜨렸다. 뒤이어 사대금강이 장력을 날려 네 명의 철기병을 날려버렸다. 하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철기병들은 그대로 쓰러진 동료를 밟고 계속 전진해왔다. 잔인하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중장기병이 한번 돌진을 시 작하면 앞에 무언가가 있다는 이유로 멈추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진가영이 옆으로 물러서고 사대금강이 목숨을 걸고 철기병들을 막기 위해 공력을 끌어올리려는 순간이였다. 콰과과광! 천지가 뒤집히는 듯한 폭발이 일어나며 땅이 뒤흔들렸다. 달려오는 철기병들의 전열에서 거대한 기의 폭발이 일어난 것이다. 사대 금강들마저 충격에 비틀거리며 눈을 가려야 했다. 그 엄청난 공격에 철갑기병대의 전열은 문자 그대로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그 폭압으로 뒤따라오던 철기병들도 비틀거리거나 넘어졌 고, 그 뒤로 달려오던 기병들은 또 앞에 쓰러진 아군에게 걸려 넘어지며 비명을 질렀다. 순식간에 철기병들의 절반 가량이 전투불능이 되며 정문 주위는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아미타불..." 그 엄청난 장면을 만들어낸 사람은 다름아닌 혜광선사였다. 어느새 사대 금강의 앞에 합장한 자세로 서 있는 혜광선사의 주위에는 백여 명쯤은 너 끈하게 앉을 만한 거대한 구덩이가 파여 있었다. "오오, 제법인걸?" 진가영이 아마 그로써는 최대의 감탄사임에 분명한 말을 내뱉었다. 돌진이 중단되어버린 철기병대가 사방으로 흩어져 움직이기 시작했다. 최 대 무기인 밀집대형의 돌격은 막혔지만 중무장한 기마병의 전투력은 만만 한 것이 아니였다. "흥! 하지만 이 천상천사유아독존궁극절세최강무공의미공자 진가영님의 상대는 못돼!" 방금 도망친 건 까맣게 잊어버렸는지 큰소리치며 진가영이 몸을 날렸다. 공중에 뜬 그의 몸이 수십 개로 분리된 듯 수많은 환영이 주위를 휘감았 다. "진(眞). 소나기!" 수십 개로 분리된 진가영의 몸이 사방에 흩어진 철기병들을 향해 쏟아져 내렸다. 퍼버버벅! 타격음이 연속으로 울려퍼지며 이십여 명에 달하는 철기병들이 동시에 동격을 받고 휘청거렸다. "으음.. 진 소나기네?" "...저 무공 말입니까? 이름이 이상하군요." 해우선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 이런저런 책들을 뒤져보니까 보통 완성판 필살기들의 이름 앞에는 꼭 진(眞)자가 붙더군요. 그래서 그냥 붙여넣어본 거예요." 예련이 싱긋 웃으며 그렇게 말하자 해우선사는 입을 다물고 말았다. 아무 리 말을 익혔다고 해도 외국인이 다른 나라 말의 미묘한 어감 -하지만 이 게 과연 '미묘한' 것일까?- 을 알기는 힘든 것이다. 결국 불쌍한 것은 '주 인공은 언제나 초식명을 외쳐야해!' 라고 주장하며 예련이 지은 극악 네이 밍 센스의 초식들을 사용하는 진가영뿐이였다. "하지만..." 예련이 머리를 긁적였다. "어어?" 진가영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철기병들은 비틀거리기만 했을 뿐 아무도 넘어지거나 심각한 타격을 입지 않았던 것이다. "저 기술은 원래 한 사람에게 집중적인 연속타격을 줄 때 사용하는 건 데.." "저렇게 다수에게 쓰면 한 명에게 가는 타격이 분산되어서 치명타를 가하 지 못하는 것이로군요." "예. 저 사람은 자기 초식의 사용법도 모르나?" 물론 진가영은 그 정도의 바보는 아니였다. 다만 상대의 방어력을 과소평 가했을 뿐. "쥐새끼 같은 놈이군. 죽어라!" 부웅! 파공음과 함께 무시무시한 강기가 진가영을 향해 뻗어왔다. ----------------------------------------------------------------------- 마감..이라는 건 정말 힘든 거군요 -_-; 의욕은 없는데 글은 써야겠고.. 스토리는 엉망이 되가고, 글의 질은 떨어지고, 작가는 계속 폐인화되어갑 니다. -_-; 뭐, 그동안의 게으름의 댓가라고 생각해야 겠지만.. [71] [M/F]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93 - SF/Fantasy (62213/64390) [M/F]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93 - 2002/02/03 01:56 권오광(atorpedo)님 올림 읽음 452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The Means of Freedom - 外傳 4. 第四章 - 그릇된 종점(終點). 결국 모든 것이 파국을 향해 흘러가니.. ---------------------------------------------------------------- 차앙! 맑은 금속음이 울려퍼졌다. "화룡검객 도화령인가?" "그 철봉.. 철강장 여수호?" 흑의인, 철노(鐵老) 철강장(鐵鋼杖) 여수호는 눈앞의 사내를 즐거운 듯 바 라보았다. "당신이 마교의 주구(走狗)라는 말을 듣긴 했었지만.." "무언가 불공평한 말이군. 흑도를 위해 싸우는 사람은 개고, 백도 편에 서 면 정의의 화신이란 말인가?" 순간 도화령은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상대가 이런 식의 어법을 사용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아니아니, 어쨌던 상관없지. 지금 중요한 건 내가 이 자리에 서 있다는 것 뿐이니까." 자신이 살아 있는 동안에는 결코 이룰 수 없으리라 생각했던 꿈이였다. 조영웅의 대에서 시작해 그 다음 대의 마교교주가 완성하는 마교의 천하 제패(天下制覇).. 그 백년지계(百年之計)의 끝을 보기에 그는 너무 늙었었 다. 그러나 계획은 바뀌었고, 그는 지금 무림 정복의 선봉으로 서 있는 것 이다. "자, 시작하지. 노장이 혼을 불태울 곳은 역시 전장이 아니겠나?" 그 말과 동시에 여수호는 철봉을 휘두르며 도화령을 향해 달려들었다. "하앗!" 도화령이 강하게 검을 내뻗었다. 창봉류의 무기와 싸울 때 간격을 빼앗기 면 짧은 검이 불리해진다. 여수호도 그 사실을 알기 때문에 철봉을 휘둘러 검을 튕겨내며 거리를 유지하려 했다. 하지만 도화령의 검은 튕겨나가는 방향 그대로 곡선을 그리며 여수호의 아래쪽으로 파고들었다. '유검(柳劍)? 이건 화룡검법이 아닌데?' 천하의 여수호도 허를 찔리게 되자 한 걸음 물러서는 수밖에 없었다. 도 화령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간격을 좁히며 공격을 가했다. 도화령의 검 이 흐릿한 잔상을 그리며 나누어지는가 싶더니 수십 가닥의 검기가 여수호 의 전신을 향해 쇄도해갔다. '이번에는 강검인가?' 상대의 검법이 변화무쌍함을 깨달은 여수호도 절기를 펼쳐냈다. 묵빛 강 기가 사방으로 뻗어나가며 도화령의 검세를 휘감았다. '대단하군..' 공격을 차단당한 도화령은 검을 물리며 자세를 고쳐잡았다. 겨우 좁힌 간 격을 다시 빼앗긴 셈이 되어버렸지만 어쩔 수 없었다. 둘 다 상대가 방심할 수 없는 수준임을 깨달았기 때문에 자연히 방어 위 주의 전투로 변할 수 밖에 없었다. 순식간에 백여 초를 교환했지만 승부는 쉽게 갈리지 않았다. "이쪽도 손놓고 바라볼 수만은 없겠군." 죄책감이나 이상 같은 건 잠시 접어두자. 전장에 들어선 이상 감정에 휘 말려 머뭇거리는 것은 더 큰 희생을 불러올 뿐이다. 가장 좋은 것은 이런 전쟁이 아예 일어나지 않는 것이지만, 이미 싸움이 시작된 이 시점에 와서 그런 소리를 하고 있을 여유는 없다. 주문은 금방 완성되었다. "Call lightning." 예련이 한 손을 들어올리는 것과 동시에 하늘을 둘로 갈라놓을 듯한 거대 한 벼락이 소림 무승들의 방어를 뚫고 진형을 갖추려는 흑의인들의 머리 위에 떨어졌다. "크아악!" "뭐, 뭐냐!" "어째서 벼락이?" 적진 한가운데에 떨어진 벼락은 그 자체의 파괴력보다는 적들을 동요시키 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예련은 주저하지 않고 적진에 연이어 전격을 떨 어뜨렸다. 콰르르릉! 열 여덟 번의 전격이 연이어 마교측 진영의 한가운데 떨어졌다. 전격 자 체에 맞아 쓰러진 흑의인은 삼십여 명 정도에 불과했지만 그 광경을 본 다 른 흑의인들도 함께 놀라서 주춤거렸다. "이때다!" 어느새 무승들의 대열 맨 앞까지 나선 혜광선사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마교의 인물들 한가운데로 뛰어들었다. 얼핏 보기에는 무모한 행동인 듯 했지만 그것이 플러스가 될 정도로 혜광선사의 무공은 뛰어났다. 왠 떡이냐 하고 사방에서 혜광선사를 포위하던 흑의인들이 순식간에 혈 도를 제압당해 나가떨어졌다. "전진하라!" 사기가 올라간 무승들이 다시 적들을 벽 쪽으로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벽 과 소림 쪽 무사들의 사이에 끼어 제대로 된 진식을 형성할 공간을 얻지 못하는 마교의 무사들은 뛰어난 무공에도 불구하고 질서있게 공격해들어오 는 무림맹 무사들의 공격 앞에 하나둘씩 쓰러졌다. "제일진의 무승들은 현 위치를 고수하라! 사대금강(四大金剛)은 정문을 막아라!" 해우선사가 손을 흔들며 지시를 내렸다. 현 상태를 유지한다면 전술적으 로 유리한 상황에서 싸울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철강장 여수호가 박살내놓 은 정문 쪽은 적들이 그대로 들어올 수 있기 때문에 방어를 보강해야 했 다. 그의 명령에 따라 사대금강을 비롯한 소림의 무승들 일부가 정문 쪽으로 이동해갔다. 그리고 또 한명의 인물이 그 뒤를 따라 움직였다. "좋아! 나도 가지. 송사리를 잡는 건 이 천상천사유아독존궁극절세최강무 공의미공자 진가영님께 어울리는 역할이 아니라고." 그때였다. 해우선사와 예련의 눈에 정문 쪽으로 쇄도해오는 일단의 무리 가 들어왔다. "저건...?" "흠, 역시 중원에도 중장기병대를 운용하는 부대가 있긴 있나보군." 흙먼지를 일으키며 달려오는 것은 온 몸을 흑색의 철갑으로 감싼 철갑기 병(鐵鉀騎兵)이였다. 심지어는 말조차 흑마에 흑색 마갑(馬鉀)을 걸치고 있 어 그야말로 어둠에 동화되어 움직이는 듯했다. 빛을 발하는 것은 오로지 사람과 말의 눈동자뿐. 철기병들은 소림의 무사들을 짓밟아버릴 듯한 기세로 정문 방향을 향해 질주하고 있었다. "위험해! 물러서라!" 해우선사도 놀란 듯 황급히 소리쳤다. 하지만 한발 늦은 뒤였다. 이미 철기병들은 사대금강과 진가영 등의 바로 앞까지 도달해 있었던 것이다. 예련이 급히 콜 라이트닝을 날려 몇몇을 쓰 러뜨렸지만 돌진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디그(Dig)나 플레임 스피어스(Flam e spheres), 블랙 텐타클 등 중기병의 돌진을 저지할 수 있는 마법은 많았 지만 당장 예련의 위치에서는 사정거리가 닿지 않았다. "이, 이건 사기야! 저런 무식한 피라미들을 상대하려고 여기까지 온 게 아 니란 말이다!" 하지만 피할 수도 없는 상황이였다. 진가영은 몸을 날려 맨 앞에서 돌진 해오는 철기병 하나를 말에서 떨어뜨렸다. 뒤이어 사대금강이 장력을 날려 네 명의 철기병을 날려버렸다. 하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철기병들은 그대로 쓰러진 동료를 밟고 계속 전진해왔다. 잔인하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중장기병이 한번 돌진을 시 작하면 앞에 무언가가 있다는 이유로 멈추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진가영이 옆으로 물러서고 사대금강이 목숨을 걸고 철기병들을 막기 위해 공력을 끌어올리려는 순간이였다. 콰과과광! 천지가 뒤집히는 듯한 폭발이 일어나며 땅이 뒤흔들렸다. 달려오는 철기병들의 전열에서 거대한 기의 폭발이 일어난 것이다. 사대 금강들마저 충격에 비틀거리며 눈을 가려야 했다. 그 엄청난 공격에 철갑기병대의 전열은 문자 그대로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그 폭압으로 뒤따라오던 철기병들도 비틀거리거나 넘어졌 고, 그 뒤로 달려오던 기병들은 또 앞에 쓰러진 아군에게 걸려 넘어지며 비명을 질렀다. 순식간에 철기병들의 절반 가량이 전투불능이 되며 정문 주위는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아미타불..." 그 엄청난 장면을 만들어낸 사람은 다름아닌 혜광선사였다. 어느새 사대 금강의 앞에 합장한 자세로 서 있는 혜광선사의 주위에는 백여 명쯤은 너 끈하게 앉을 만한 거대한 구덩이가 파여 있었다. "오오, 제법인걸?" 진가영이 아마 그로써는 최대의 감탄사임에 분명한 말을 내뱉었다. 돌진이 중단되어버린 철기병대가 사방으로 흩어져 움직이기 시작했다. 최 대 무기인 밀집대형의 돌격은 막혔지만 중무장한 기마병의 전투력은 만만 한 것이 아니였다. "흥! 하지만 이 천상천사유아독존궁극절세최강무공의미공자 진가영님의 상대는 못돼!" 방금 도망친 건 까맣게 잊어버렸는지 큰소리치며 진가영이 몸을 날렸다. 공중에 뜬 그의 몸이 수십 개로 분리된 듯 수많은 환영이 주위를 휘감았 다. "진(眞). 소나기!" 수십 개로 분리된 진가영의 몸이 사방에 흩어진 철기병들을 향해 쏟아져 내렸다. 퍼버버벅! 타격음이 연속으로 울려퍼지며 이십여 명에 달하는 철기병들이 동시에 동격을 받고 휘청거렸다. "으음.. 진 소나기네?" "...저 무공 말입니까? 이름이 이상하군요." 해우선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 이런저런 책들을 뒤져보니까 보통 완성판 필살기들의 이름 앞에는 꼭 진(眞)자가 붙더군요. 그래서 그냥 붙여넣어본 거예요." 예련이 싱긋 웃으며 그렇게 말하자 해우선사는 입을 다물고 말았다. 아무 리 말을 익혔다고 해도 외국인이 다른 나라 말의 미묘한 어감 -하지만 이 게 과연 '미묘한' 것일까?- 을 알기는 힘든 것이다. 결국 불쌍한 것은 '주 인공은 언제나 초식명을 외쳐야해!' 라고 주장하며 예련이 지은 극악 네이 밍 센스의 초식들을 사용하는 진가영뿐이였다. "하지만..." 예련이 머리를 긁적였다. "어어?" 진가영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철기병들은 비틀거리기만 했을 뿐 아무도 넘어지거나 심각한 타격을 입지 않았던 것이다. "저 기술은 원래 한 사람에게 집중적인 연속타격을 줄 때 사용하는 건 데.." "저렇게 다수에게 쓰면 한 명에게 가는 타격이 분산되어서 치명타를 가하 지 못하는 것이로군요." "예. 저 사람은 자기 초식의 사용법도 모르나?" 물론 진가영은 그 정도의 바보는 아니였다. 다만 상대의 방어력을 과소평 가했을 뿐. "쥐새끼 같은 놈이군. 죽어라!" 부웅! 파공음과 함께 무시무시한 강기가 진가영을 향해 뻗어왔다. ----------------------------------------------------------------------- 마감..이라는 건 정말 힘든 거군요 -_-; 의욕은 없는데 글은 써야겠고.. 스토리는 엉망이 되가고, 글의 질은 떨어지고, 작가는 계속 폐인화되어갑 니다. -_-; 뭐, 그동안의 게으름의 댓가라고 생각해야 겠지만.. [72] [M/F]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94 - SF/Fantasy (62615/64390) [M/F]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94 - 2002/02/06 20:13 권오광(atorpedo)님 올림 읽음 405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The Means of Freedom - 外傳 4. 第四章 - 그릇된 종점(終點). 결국 모든 것이 파국을 향해 흘러가니.. ---------------------------------------------------------------- "뭐냐? 이 무례하고 비열한 암습 주제에 느려터지기까지 한 한심한 공격 은?" ..하지만 상대 역시 진가영을 과소평가하기는 마찬가지였나 보다. 가볍게 몸을 날린 진가영을 스쳐지나간 강기는 땅을 쟁기로 갈아엎듯 뻗어나가며 근처의 건물에 부딛쳐 벽을 박살내놓았다. "이놈이!" 강기를 날린 자는 거대한 철기병들 사이에서도 다른 사람의 배는 되어 보 이는 키에 백 근은 넘어 보이는 거대한 언월도(偃月刀)를 든 거한이였다. 입고 있는 갑옷 역시 그 덩치에 어울리는 육중한 것이였다. "나 철마(鐵魔)를 모욕하다니! 곧 네놈의 헛소리를 지옥에서 후회하게 해 주마!" 거한, 철마의 몸에서 패도적인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마교 오마(五魔)중 하나로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는 위력이였다. "웃기는군." 진가영이 냉소를 흘리며 몸을 날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쳐라!" 철마의 외침과 함께 사방에서 철기병들이 달려들었다. '이 비겁한!' 허를 찔린 진가영은 목구멍까지 올라오려는 욕설을 꾹 참았다. 무림의 영 웅들 중 상대의 숫자가 많다고 불평하는 자는 여지껏 없었다. 오로지 혈혈 단신으로 모든 적을 물리치고 승리를 쟁취하는 것만이 영웅의 도리인 것이 다! "풍마뇌신퇴법! 무상퇴!" 진가영의 몸이 허공에서 급격히 방향을 꺾으며 우측의 철기병 뒤로 돌아 갔다. 이 상식을 벗어난 움직임을 상대가 파악할 틈도 없이 철기병의 머리 에 진가영의 강렬한 발차기가 들어갔다. 투구가 날아가고 상대는 의식을 잃었는지 그대로 말에서 떨어졌다. 그와 함께 사대금강을 비롯한 소림의 무승들도 철마의 부대에 맞서 혼전 을 벌였다. 하지만 말 위에 탄 철기병들을 상대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일 단 적이 높은 곳에 있기 때문에 길이가 짧은 단병기로는 불리할 수밖에 없 었다. "말을 노려라!" 해우선사가 외치자 그제서야 무승들은 공격방법을 바꿔 말의 다리를 공격 하기 시작했다. 공격력과 방어력이 뛰어난 대신 속도가 느린 철기병들로 서는 말의 다리까지 일일이 보호할 수가 없었다. 순식간에 몇 명의 철기병 이 말에서 굴러떨어졌다. "좋아. 방해꾼도 없어졌으니 이제 제대로 싸워볼까?" 긴 검은 머리를 쓸어올린 진가영이 옷자락을 휘날리며 철마를 향해 날아 들었다. 그야말로 검은 바람이 몰아치듯 움직이는 그의 신법에 철마의 안 색도 조금 변했다. -물론 투구에 가려서 보이지는 않았지만. 일직선으로 달려오던 진가영의 신형이 순간 철마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뒤쪽!' 살기를 감지한 철마가 급히 몸을 돌렸지만 너무 늦었다. "번개, 쌍(雙)!" 콰직! 원심력이 실린 두 방의 발길질이 연속으로 철마의 등을 강타했다. 철갑이 우그러지는 짜릿한 손맛, 아니 발맛(?)이 전해졌다. '들어갔다!' 하지만 진가영은 곧 자신의 오감을 의심해야 했다. 분명 강력한 타격을 받은 철마가 아무렇지도 않게 몸을 돌리며 언월도를 휘두른 것이다. 진가 영은 급히 양 손을 교차시켜 방어했지만 백 근짜리 언월도를 막기에는 무 리였다. "크윽!" 언월도에 정통으로 얻어맞은 진가영이 그대로 튕겨나가며 오 장 뒤의 나 무에 부딛쳤다. 양 팔이 부러지는 듯한 충격이 전해졌다. 철마가 그대로 말의 방향을 틀어 쓰러진 진가영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대 로 말발굽으로 짓밟아버릴 듯한 기세였다. 철마의 말이 막 앞발을 치켜든 순간, "히히힝!" 말이 갑자기 비명을 지르며 몸부림쳤다. 그리고 말의 목에는 어디선가 날 아온 강전(강전) 한 발이 박혀 있었다. 철마는 급히 몸을 날려 쓰러지는 말에서 뛰어내렸다. "어느 놈이냐!" 노호성이 터져나왔다. 자신의 애마를 잃은 철마의 눈에서 시뻘건 혈광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대답 대신 돌아온 것은 예리한 파공음이였다. 팍! 철마의 갑옷에 박힌 화살이 부르르 떨렸다. 하지만 화살대가 거의 반 가 까이 들어갔는데도 상처에서는 피 한방울 흘러나오지 않았다. "역시 이상할 정도로 덩치가 크다 싶었는데.. 갑옷 사이에 공간이 있었던 거군." 소림사 중앙의 한 건물 뒤에 몸을 숨긴 배연경이 중얼거렸다. 그 말대로였다. 철마의 육중한 갑옷은 두 겹으로 되어 있었고, 그 사이에 빈틈이 있어 충격을 완화하는 공간장갑이였다. (아니, 어쩌면 초밤장갑일지 도;;) 분노한 철마가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배연경의 위치는 대웅전 지붕 위에 있는 해우선사나 예련보다 뒤쪽, 철마로부터는 삽십 장 이상 떨어진 장소 였다. 그 위치에서 몸을 숨겼으니 상대의 눈에 보일 리가 없었다. "뭐 저 바보녀석이야 죽어도 상관없지만.." 언제나처럼 무감정하게 중얼거리며 다음 화살을 시위에 매기던 배연경이 순간 흠짓했다. '독(毒)?' "만독왕(萬毒王)!" 해우선사가 경악성을 터트렸다. 정문 주위에서 싸우고 있던 승려들의 피 부색이 시꺼멓게 변하더니 짚단처럼 툭툭 쓰러지기 시작한 것이였다. 그리 고 그들의 한가운데 유일하게 한 사람만이 서 있었다. 검은 천 같은 것을 둘둘 말고 있어서 나이도, 성별도 짐작할 수 없는 모습이였지만 그것이 오 히려 그의 정체를 알려주는 역할을 했다. 그나마 맡은 상대가 없는 혜광선사가 급히 주위의 승려들을 물리며 만독 왕에게 달려들었다. 독공의 특성상 숫자로 밀어붙이는 것은 거의 무의미하 다. 그런 점에서 혜광선사의 판단은 옳은 것이라고 볼 수 있었다. "마교 사천왕까지.. 마교의 주력이란 주력은 다 모여 있구려. 지금까지는 다행이 그럭저럭 버티고 있지만.." "예. 지금까지는요." 이런 형태의 싸움에서 전세를 좌우하는 것은 몇 명 안 되는 절정고수들의 움직임이다. 적의 고수들의 움직임을 최대한 봉쇄하고 아군의 고수들이 피 해 없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면 병력의 열세는 어렵지 않게 극복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전투는, 적의 절정고수 한 명에 대해 이쪽의 고수 하나가 맞 서서 대치하고 있는 양상으로 나가고 있었다. 당장은 팽팽하게 맞서고 있 지만, 아군의 핵심 고수들 중 하나라도 쓰러지거나 하면 당장 그 균형은 깨어지고 전세는 완전히 뒤바뀌고 만다. 예를 들어 만독왕이나 진가영과 싸우고 있는 철마 같은 고수가 풀려난다면 최소한 백 명 이상의 전력이 될 것이 분명했다. "싸우고 있는 사람들에게 지원해줄 인원이 없소. 그저 저들을 믿는 수밖 에.." 병력은 열세. 지형의 잇점으로 그럭저럭 싸움을 꾸려나가고 있지만 그것 도 상대의 초일류 고수들에게는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 서 이쪽의 고수들이 상대에 비해 월등하게 강한 것도 아니였고, 싸움 상대 가 적절하게 배치된 것은 더더욱 아니였다. 혜광선사가 전장으로 뛰어드는 것과 함께 월유영이나 도화령같은 아군 고수들이 마음대로 움직여 적과 부 딛쳤기 때문이다. 해우선사는 사대금강 등 남은 고수들을 최대한 모아 상 황을 바꿔보려 했지만 당장 마교의 일반 무사들을 상대하기에도 힘이 부쳐 그쪽까지 손을 뻗칠 여력이 없었다. 하지만 마교 쪽이라고 해서 상황이 그리 좋은 것도 아니였다. 절정고수들 간의 싸움이라는 측면에서는 동일한 상황이였고, 무엇보다 마교의 일반 무 사들은 불리한 지형에서 소모전을 강요당하고 있었다. 해우선사가 지휘하 는 무림맹측의 병력이 담벽에서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았기 때문에 마교 쪽은 아직도 충분한 공간을 얻지 못하고 있었다. 물러서서 부대를 재편성 할 필요가 있었지만 지금 병력을 빼면 여유가 생긴 무림맹의 인물들이 1:1 로 싸우고 있는 마교 측 핵심인물들을 합공할 것이 분명했다. 진법 등을 사용하면 일반 무사들이라 해도 절정고수에게 충분한 위협이 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마교 진지의 후방에서 전투를 지휘하고 있는 도왕(刀王) 사도제일도(邪道第一刀) 아사리도 속이 탈 수 밖에 없었다. 마교 사천왕 중 홍일점인 그녀는 원래 철성의 경비를 책임지고 있었으나 검술과 무공뿐 아니라 병법에 있어서도 뛰어나 이번 공격의 지휘를 맡고 있었다. "결국 이 싸움의 승패는 절정고수들의 싸움에 의해 결정될 것이오." "..도박이군요." 예련의 목소리에도 힘이 없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응?" 해우선사가 갑자기 선장을 들어 옆으로 휘둘렀다. 챙 하는 금속음과 함께 작은 유엽비도(柳葉飛刀) 두 개가 튕겨나갔다. "벌써 여기까지.." "프로텍트 미사일(Protect missile)." 해우선사가 주위를 경계했고, 예련은 원거리 무기에 대한 방어주문을 외 웠다. 곧 이어 눈에 보이지도 않는 가느다란 비침(飛針)과 표창 등 각종 암 기들이 날아왔지만 모조리 보이지 않는 장벽에 부딛쳐 흩어졌다. "살마대(殺魔隊)의 살수들인가?" 예련이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당연히 눈에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이 녀석들을 상대하는 게 가장 힘들지도 모르겠군요." 해우선사의 이마가 찌푸려졌다. "성가시군." 배연경의 무영시(無影矢)에 이마를 관통당한 살수가 피를 뿜으며 나동그 라졌다. 벌써 세 번째였다. 이래서는 뒤에서 적의 고수들을 저격한다는 원래의 작 전을 실행하기도 힘들 것 같았다. '차라리 이쪽의 살수들을 모조리 정리하는 쪽으로 나갈까?'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녀 역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전투의 핵심을 파악 하고 있었다. 자신 정도의 고수가 여기저기 숨어 있는 살수들을 잡으러 다니는 일에 시간을 낭비하게 되면 그만큼 전력에 차질이 생기게 된다. '어느 쪽을 노릴까?' 주위에 살수들이 없는 것을 확인한 배연경은 다시 화살을 시위에 걸며 주 위를 둘러보았다. 지원이 필요한 곳이라면.. "방해하는 거냐!" 막 월유영을 향해 장력을 날리려던 백규화는 몸을 돌려 날아온 화살을 튕 겨냈다. 그 틈에 월유영은 겨우 몸을 일으킬 수 있었다. 이미 월유영의 온몸은 상처투성이였다. 하늘하늘한 옷자락은 찢겨지고 피 에 물들어 행동을 방해했고 출혈과 통증으로 서 있는 것조차 힘들었지만 백규화의 몸에는 긁힌 자국조차 없었다. "그만 포기하시지. 넌 내 상대가 될 수 없어." 백규화의 손에서 새하얀 불꽃 같은 장력이 뻗어나왔다. 월유영도 남아 있 는 힘을 모조리 끌어올려 맞섰지만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두 걸음 밀려나고 말았다. "윽.." 공력의 차이가 너무 컸다. 상대는 최소한 백 년 이상을 살아온 대마두. 은 월천령밀법을 위해 한 갑자 반의 내공을 지니고 있던 월유영이였지만 상대 의 내공은 그보다 한 수 위였다. 게다가 억지로 대법을 깨트리고 부활하는 과정에서 상당량의 공력을 소실한 탓에 그 격차는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나는 마교에 맞서기 위해 태어난 월영(月影)의 후예.. 여기서 죽을지언정 결코 물러서지는 않는다!" 앙칼진 기합과 함께 이번에는 월유영이 공격을 가했다. 십이성 공력을 집중시킨 천중태극수류의 절초가 펼쳐졌다. 한 손을 펼쳐 공격을 막으려던 백규화는 그 초식의 위력이 조금 전까지와는 다른 것을 깨닫고 급히 쌍장을 올렸다. 콰아앙! 이전까지와는 전혀 다른 폭음과 함께 월유영은 두 걸음, 백규화는 반 걸 음 뒤로 밀려났다. "큭!" 월유영의 입에서 핏덩어리가 쏟아져나왔다. 하지만 백규화쪽의 놀람도 만만치 않았다. 지금까지 그녀는 밀리기는커녕 자신이 서 있는 장소에서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았던 것이다. '어떻게..' 놀란 것은 오히려 월유영쪽이였다. 하지만 영리한 그녀는 곧 그 이유를 깨달을 수 있었다. '천중태극수류는 유(유)를 기본으로 하는 무공이지만 동시에 중(중)의 특 성도 가지고 있다. 같은 음유지기의 싸움으로 이길 수 없다면 차라리 중압 으로 부딪치는 것이 낫다는 것인가..?' 들끓는 기혈을 가다듬으며 월유영은 다시 자세를 취했다. 대단한 원리는 아니다. 공격의 형태를 바꾼다고 해봤자 상대는 수많은 실전을 겪어 온 대 마두. 금방 대응법을 찾아낼 것이다. 아니 방금 정도의 타격을 줘 봤자 먼 저 쓰러지는 쪽은 오히려 자신. 방법은 단 하나 뿐이였다. '기회는 단 한번.. 화살이 한번 더 날아오는 순간이다!' 그녀도 방금 날아온 화살의 주인이 누구인지 정도는 알고 있었다. 배연경 이라면 분명 자신의 상황을 알아보고 한번 더 공격을 할 것이다. 그렇게 판 단한 월유영은 시간을 끌기 위해 수세로 전환했다. 선녀의 춤사위처럼 아름 다우면서도 어긋나는 곳이 하나도 없는 그 움직임은 백규화의 공격이라고 해도 단시간 안에 제압하기는 힘들 것이다. 하지만 그녀도 한 가지는 계산에 넣지 못하고 있었다. '!' 상체를 뒤로 젖힌 배연경의 코앞을 머리털보다 가는 세침(細針)이 스치고 지나갔다. 보통의 인물이였다면 자신이 무엇에 맞았는지도 모른 채 절명했 으리라. "제길!" 여성스럽지 않은 욕설을 내뱉으며 배연경은 철궁의 시위를 당겼지만 이미 상대의 기척은 사라진 뒤였다. 생각 이상의 상대였다. '이 정도의 은신술을 펼칠 수 있는 자라면 살마(殺魔) 본인밖에 없다. 의 외로 과대평가되고 있군..' 쓴웃음을 지으며 배연경은 온몸의 감각을 최대로 끌어올렸다. 안력을 최 대로 끌어올려 주위를 돌아보자 방금 날아온 세침이 벽에 박혀 있는 모습 이 눈에 들어왔다. '저건 일진영파(一眞影派)의 암기인 일섬침(一閃針)?' 일진영파는 흑도의 암살류(暗殺類) 중에서도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유 파였다. 그 기원은 천 년 전부터라고도 했고 마교 이전이라고 하기도 했 다. 오랜 세월동안 꾸준히 발달해온 그들의 술법은 단연 암살에 있어 무 림 제일로 알려져 있다. 굳이 비교하자면 흑도의 사천당문이랄까. "혹시 당신이 일진 무천(無天)입니까?" - 그렇다. 대답은 공곡회음(空曲回音)의 전음으로 전해져왔다. "대단하군요. 그렇다면 당신이 마교의 오마 중 살마(殺魔)이겠군요." - 그렇다. 억양조차 바뀌지 않고 독같은 목소리로 대답이 돌아왔다. -------------------------------------------------------------------- 하아..미쳐돌아가고 있습니다 -_-; 마감은 사람을 괴물로 만드는 거로군요. 36시간동안 원고지 100매, 3~4회 분량을 써내다니.. 몸도 마음도 정상이 아니건만.. 마감에 맞추려면 내일 아침까지 50매 정도 를 더 써야 합니다. T.T 아아.. 내가 왜 출판하자는 말에 덥석 넘어가가지 고.. -_-; [73] [M/F]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95 - SF/Fantasy (63708/64390) [M/F]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95 - 2002/02/17 19:24 권오광(atorpedo)님 올림 읽음 330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The Means of Freedom - 外傳 4. 第四章 - 그릇된 종점(終點). 결국 모든 것이 파국을 향해 흘러가니.. ---------------------------------------------------------------- '과연..' 이미 알려진 사실이지만, 자체의 세력을 크게 확장할 수 없었던 마 교는 비밀리에 인재를 육성하거나 다른 문파의 고수를 납치해와 실 혼인으로 만들어 쓰는 따위의 위험하고 효과가 낮은 짓을 하는 대 신 이미 자질이 검증된 각 문파의 고수들에게 충성을 댓가로 무공 을 전수하고 마교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는 방법을 사용해 왔다. 현재 마교 오마는 사마(邪魔) 한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원래 흑도무림의 절정고수로, 대학입시에 버금가는 치열한 경쟁 끝에 지금의 자리를 챙취한 인물들이였다. 검마(劍魔) 용호쌍검(龍虎雙劍) 하우극. 철마(撤魔) 수라창(修羅槍) 적운귀. 음마(淫魔) 사음소녀(四淫小女) 주예월. 살마(殺魔) 일진(一眞) 무천. 현재 오마 중 네 명으로 추정되는 이들은 하나같이 그 이전부터 무 림에 악명을 떨치던 고수들이였고, 지금은 마교의 비전을 이어받아 그성취가 이전의 수 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부작용도 많았다. 음마의 경우, 원래 흑접 사유화 를 음마로 점찍어 놓았었지만 그녀는 도저히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이유에 의해 염신에게 빠져 마교를 배반했고, 그 다음으로 거 론된 배리는 예련에 의해 정화(?)되어 본래의 모습인 소림승으로 돌 아와버렸다. 그런 이유로 뒤늦게 음마로 발탁된 주예월은 아직 마교본전의 무공 을 제대로 익히지 못했고, 그로 인해 이번 전투에서도 직접 전력으 로 참가할 수 없었다. 다만 살마 무천과 검마 하우극의 경우 두 사람을 뛰어넘을 만한 경 쟁자가 없었고, 철마는 경쟁상대였던 인물이 무림맹 습격전 때 철하 위에 의해 죽어버려 그나마 깨끗하게 지금의 자리에 올라갈 수 있 었다. '마교 오마가 이 정도의 인물들로 이루어져 있다면 대체 사천왕이 나 삼노(三老)는 어떤 자들이란 말인가?' 어지간한 배연경도 그렇게 생각하니 불안감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렇게 그녀의 신경이 흩어진 틈을 놓치지 않고 이번에는 새하얀 안개 같은 것이 허공에 흩뿌려졌다. "흡!" 급히 몸을 날린 배연경이 천장의 한 곳을 향해 무영시를 날렸지만 벽을 꿰뚫은 화살에 걸린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시위를 당기는 데 시간이 걸리는 활로는 한 순간만 흔적을 드러내 는 살수를 상대하기 힘들다. 게다가 그 상대가 일진영파의 무천이라 면 더더욱. '시간을 끌자는 건가..' 배연경이 시선이 고전하고 있는 월유영과 백규화에게로 돌아갔다. 천중태극수류의 부드러운 움직임으로 상대의 공격을 흘려보내고는 있지만 누가 보아도 월유영은 수세에 몰리고 있었다. 저대로 둔다면 기껏해야 반각 정도밖에 버티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무천도 그 사실을 알고 있는 듯 계속해서 배연경이 활을 쓸 수 없도록 견재만 하고 있었다. 답답해진 배연경은 온갖 방법을 다 써서 상대의 공격을 유도해 보 았지만 무천은 요지부동이였다. "크윽!" 결국 월유영은 피를 토하며 바닥에 나뒹굴었다. 입에서 쏟아져 나오는 핏덩어리에는 부서진 내장 조각까지 섞여 있 었다. 백규화의 공격을 계속해서 받아내는 동안 타격이 축적되어 결 국 심각한 내상을 입은 것이다. "이렇게..쓰러질 수는.." 비틀거리면서도 월유영은 다시 자세를 잡으려 했다. 하지만 무리였 다. 지금의 그녀에게는 일어나는 것조차 힘겨운 일인 것이다. "포기해라. 나를 상대로 이 정도까지 버틴 것만 해도 대단한 일이니 까." "..." 기혈이 뒤엉키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월유영은 억지로 몸을 일으 켰다. 하지만 그뿐이였다. "대단한 근성이군. 그 각오를 높게 사서 고통은 없이 죽여주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강렬한 불길이 백규화의 전신에서 뿜어져 나왔다. 주위 바닥이 그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쩍쩍 갈라지며 화산 처럼 불길을 뿜어올렸다. '삼매진화(삼매진화)의 최고 경지.. 이 상태로는 절대로 받아낼 수 없어.' 눈부실 정도로 밝게 타오르는 새하얀 불길이 흐릿해진 눈동자를 파 고드는 듯 했다. 월유영의 몸이 한 걸음 앞으로 움직였다. 죽는 한이 있더라도 마교의 인물 앞에 무릎을 꿇을 수는 없다.. 그 생각만이 지금의 그녀를 지탱하고 있었다. '이렇게..죽어도 되는 걸까?' 백규화의 장력이 뻗어오는 순간, 월유영의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무 언가를 위한다는 생각만으로 죽어서는 안 된다고 말하던 예련의 얼 굴이였다. * * * "풍마뇌신퇴법, 회오리!" 진가영의 몸이 한 바퀴 뒤로 돌며 다섯 번을 연속으로 걷어찼다. 피 할 틈도 없이 그 공격을 다 맞아버린 철마가 휘청거렸다. 하지만 공격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연풍(連風)!" 방금의 동작으로 벌어진 거리를 이용해 도약한 진가영이 공중에서 철마의 가슴을 걷어찬 후 그 동작 그대로 머리를 올려찼다. 그리고 휘청거리는 철마의 머리 위에서 강력한 내려찍기의 연타가 이어졌 다. "이..쥐새끼 같은 놈!" 계속 얻어맞는 사람 입장에서는 할 소리가 아니지만 어쨌던 철마는 분노하며 언월도를 휘둘렀다. 퍼억! 강기에 휩쓸린 바닥이 박살나며 돌가루와 흙먼지가 사방으로 비산 했다. 이미 철마의 갑옷은 우그러지고 부서져 거의 제 구실을 하지 못하 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겉보기만이고 실제 그의 갑옷은 공간장갑 으로 나누어진 이중 구조였기 때문에 실제로 갑옷을 뚫고 들어간 공격은 없었다. "정말 지긋지긋하군. 슬쓸 쓰러질 때도 됐을텐데.." "웃기는 소리!" 철마가 다시 달려들며 언월도를 휘둘렀지만 육중한 철갑에 감싸여 중병기를 휘두르는 그의 동작은 진가영을 상대로는 너무 느렸다. "느려, 느려." 어느새 철마의 뒤로 돌아선 진가영이 비웃듯 외치며 발을 들어올렸 다. "풍신각(風神角)!" 칼날 같은 공격이 또다시 철마의 갑옷을 길게 찢어놓았다. "이.." 차라리 무거운 갑옷을 벗어던지고라도 저 다람쥐같은 녀석을 찢어 죽이고 싶은 것이 철마의 심정이였지만 그렇게 되면 상대의 수법에 휘말려들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철마는 이를 갈면서도 상대가 헛점 을 보일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곤혹을 치르고 있는 것은 철마 본인만이 아니였다. 철마대의 다른 철기병들도 집요하게 말을 노리는 무림맹 무사들의 공격법과 사대 금강의 힘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맞출 수 없다면 아예 통채로 날려주마!" 철마가 극한까지 끌어올린 공력이 언월도에 주입되자 언월도가 웅 웅거리는 소리를 내며 진동하기 시작했다. "예의 느려터진 기술이군. 그렇다면 이 천상천사유아독존궁극절세최 강무공의미공자 진가영님 역시 최후절초로 맞서주기로 하지. 나를 상대로 이만큼이라도 버틴 자에 대한 예의다." "이놈이..." 철마가 이를 부드득 갈며 언월도를 들어올렸다. - 그만둬라. 차가운 여성의 음성이 철마의 귀에 파고들었다. '이 목소리는..설마?' 급히 끌어올렸던 공력을 회수한 철마가 뒤쪽, 전음이 들려왔을 방향 으로 고개를 돌렸다. - 일단 물러선 후 갑주를 교체해서 다시 들어가도록. 저 자는 네가 상대하기에는 좋지 않다. 하지만.. 그쪽으로 전음을 보낼 수 있었다면 철마는 아마 도왕 아사 리를 향해 욕을 퍼부었을 것이다. -철마가 있는 곳에서는 아사리가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전음을 보낼 수가 없다.- 자신을 이 모양으 로 만든 상대를 눈앞에 두고 후퇴하라니! 갑옷은 엉망진창이 되었 지만 오히려 몸 자체는 멀쩡했기에 더더욱 전의가 불타오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어지는 한 마디에 그의 동작은 그대로 멈춰버렸다. - 곧 혈왕(血王)이 도착한다. "...." "이봐, 뚱땡이. 싸우다 말고 뭘 하나?" 여유있게 말까지 걸어가며 주위를 빙빙 돌고 있는 진가영을 보고 있으니 속에서 불길이 솟아올랐지만 결국 철마는 명령에 따르기로 결정했다. "빌어먹을, 쥐새끼 녀석. 운이 좋은 줄 알아라!" 철마가 들고 있던 언월도로 화풀이하듯 땅을 내려찍자 바닥이 쩍쩍 갈라지며 흙먼지가 일었다. "뭐?" "가능성은 없겠지만, 다음에 만날 때까지 살아 있기를 빈다. 네녀석 은 내 손으로 찢어 죽이고 싶으니까." 그리고 철마는 그대로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가버렸다. "흠, 도망치는 거냐?" 진가영은 굳이 도망치는 철마를 쫓지는 않았다. 완벽한 영웅에게는 관용도 중요한 덕목이니까. 그 대신 그는 바로 옆에서 싸우고 있는 만독왕과 혜광선사의 싸움 으로 시선을 돌렸다. 마교 사천왕 중 하나인 만독왕과 소림의 장문인 혜광선사라면 거의 엇비슷한 수준. 하지만 혜광선사는 방금 철마대의 돌격을 막기 위해 공력을 지나치게 써버린 뒤였고, 그로 인해 상당한 부담을 안고 싸 우고 있었다. 만독왕의 독공(毒功)을 막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내력 으로 독기운을 막아야 하는데 공력을 소모한 혜광선사의 상태로는 그런 식으로 공력을 계속 사용할 여유가 없었다. 사실 진가영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그리고 가장 도 움이 절실한 장소는 월유영과 백규화 쪽이였다. 그러나 그 둘 사이 를 커다란 불당 하나가 시야를 가로막고 있었기에 진가영은 그 사 실을 알 수 없었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진가영이 월유영의 위기를 알았다면 늙어빠진 혜광선사 따위야 어찌 되던 미녀를 구하기 위해 달려갔을 것이다. "그렇다면!" 진가영의 신형이 만독왕을 향해 번개처럼 쏘아져나갔다. * * * 콰아아! 폭풍이 휘몰아치며 주위의 사물을 박살내고, 소용돌이로 변한 열 기가 그것들을 휘감아 하늘로 날려보낸다. 폭발이 한 차례 주위를 휩쓸고 지나간 후에야 월유영은 눈을 뜰 수 있었다. '살아...있어?' 백규화의 백염이 자신을 향해 날아오던 것까지는 기억나는데.. 그제 서야 그녀는 자신이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양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공포.. 아마도 백규화의 장력에 격중당하기 직전에 정신을 잃었을 것이다. 높은 곳에서 떨어진 사람이 바닥에 닿기 전에 공포로 인해 의식의 끊을 놓아버리듯이. 죽음의 느낌이란 의외로 그렇게 슬프거나 고통스럽지는 않았다. 그 야말로 아무런 생각도 떠오르지 않는 멍한 상태.. 아니, 어쩌면 너무 나 큰 공포가 정신을 마비시켰을지도 모른다. 월유영이 주위를 살펴볼 정도의 정신을 회복하는데는 약간의 시간 이 걸렸다. "..누구지?" 어디서 나타났는지 회색 승포(僧布)를 걸친 사내가 그녀의 앞에 등 을 돌리고 서 있었다. 승복을 입긴 했지만 거의 허리 부근까지 오는 긴 머리로 보아 승려는 아닌 듯 했다. "무상반야진기(無想般若眞氣)? 불광과 혜광 두 늙은이 외에 무상반 야진기를 이 정도까지 익힌 사람은 없을 텐데.. 귀하는 뉘시오?" "소승은 아직 법명은 받지 못했고 속세의 이름은 배리라고 합니다. 변변찮은 이름이라 기억하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아마 들어는 보았을 것입니다." 그 이름을 기억해내는 것과 동시에 백규화의 눈동자에서는 불길이 타올랐다. "배리? 철성에서 행방불명되었다는 음마(淫魔)의 후계자인 배리 말 인가?" "그렇습니다." "..무림맹 편에 붙었다는 말을 얼핏 듣긴 했지만 설마 승려가 되어 나타날줄은 몰랐군. 소림에는 비구니도 없을 텐데 뭐하러 머리를 깎 았나?" "제 스스로 선택한 길입니다." "그래? 그럼 배신자의 길을 선택한 대가가 어떤 것인지도 알겠지?" 배리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죽어라!" 외침과 함께 백규화의 신형이 흐릿한 그림자처럼 일렁거리며 배리 를 향해 날아갔다. 얼핏 보면 느린 것 같은 그 움직임은 오히려 잔 상밖에 남지 않을 정도로 빠르기에 그렇게 보이는 것이다. '이 자는 제가 막고 있을 테니 일단 여기서 물러나십시오.' 월유영이 뭐라고 할 틈도 없이 배리는 쌍장을 뻗어 백규화의 돌격 을 그대로 맞받았다. 두 사람의 공력 모두가 패도지기(覇道之氣)는 아니였기에 폭발이나 굉음은 크게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속에 실린 위력은 강철이 라도 가루로 만들어버릴 만 했다. "...!" 월유영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방금 한 초의 결과는 거의 백중지세. 하지만 배리라는 사내는 자신에게 전음을 보 낸 뒤 백규화의 공격을 막은 것이다. 그 말은 전음을 보낼 정도의 여유가 있었다는 뜻. "저건 누구지? 소림에 저런 인물은 없을 터인데..." 해우선사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예련은 그 인물을 잘 알고 있었다. '배리..인가? 그 녀석, 결국 의지의 신전을 통과한 모양이네. 게다가 저 공력은 무상반야진기와 비슷해 보이는데..' 무공을 제대로 익혀본 적이 없어 확실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 저 승 복 차림의 청년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은 분명 무상반야진기의 그것 과 비슷했다. 자신이 만든 신전에서 그가 찾은 길은 어떤 것일까.. 당장이라도 달 려가서 물어보고 싶었지만 지금은 전투중이였다. 뭐, 이 싸움만 끝 나면 얼마든지 이야기할 수 있을 테니까.. 그렇게 생각하며 예련은 다시 전장으로 시선을 돌렸다. ---------------------------------------------------------------- 초절의 게으름이란 어떤 것인지 밝혀지는 순간이군요 -0- 비축분이 있으면서도 사흘동안 올리지 않고 딩가딩가 놀고 있었다니.. (설날동안 시골에 내려가 있었고 올라오니 곧바로 군대가는 친구가..; 변명은 필요없어 -_-+ 죽엇!) -사랑하면서도 서로를 향해 검을 들이댈 수 밖에 없는 연인들, 잊을 수 없는 영원한 우정, 조국을 위해 장렬히 죽어간 영웅. 이 모든 것을 돈으로 환산시키는 것이, 자본주의 시스템이다. [74] [M/F]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96 - SF/Fantasy (64030/64390) [M/F]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96 - 2002/02/20 02:40 권오광(atorpedo)님 올림 읽음 334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The Means of Freedom - 外傳 4. 第四章 - 그릇된 종점(終點). 결국 모든 것이 파국을 향해 흘러가니.. ---------------------------------------------------------------- 배리의 손이 허공에 수를 놓듯 천천히 움직였다. 그 궤적을 따라 새 하얀 광구(光球)가 하나둘씩 떠올라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뭐지? 저 무공은.." 예련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소림의 탄지신통(彈指神通)인 듯 하군요." "예?" 배리가 손을 내뻗자 그의 주위에 떠 있던 수십 개의 광구가 일순간 에 폭발하듯 백규화를 향해 쏘아져나갔다. 얼핏 보아서는 그리 화려 하거나 압도적인 광경은 아니였지만 그 빛줄기 하나하나는 무상반야 진기가 담긴 소림의 절기, 탄지신통인 것이다. '받아내면 연격(連擊)이 들어오겠군.' 백규화는 배리의 의도를 짐작할 수 있었다. 저 정도의 공격을 받아 내면 잠시나마 빈틈이 생길 것이고 그 틈을 이용해 연속으로 공격, 선기를 잡으려는 것이다. 거기까지 판단한 백규화는 몸을 날려 빛줄 기들을 피하며 공력을 끌어올렸다. 하지만 그녀는 곧 자신의 행동을 후회해야 했다. 콰아아! 해일 같은 장력이 어느새 백규화의 지척에 도달해 있었다. 이만한 공력을 일순간에 집중시키는 게 가능하단 말인가? 백규화는 놀라면서 도 급히 마주 일장을 날렸다.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은 동시에 한 걸음씩 밀려났다. "무상반야진기가 칠성(七成)에 이르렀군. 정말 그 배리가 맞나?" 어떻게 이만한 공력을 단시간에 얻을 수 있었는지 백규화로써는 도 저히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무상반야진기를 익힌 인 물이 위장이라고 해도 음마대의 대장 후보에까지 올라갔다는 것 역시 이해가 안 되는 일. 결국 백규화의 머릿속은 엉망진창으로 꼬일 수밖 에 없었다. '이때입니다. 어서 물러나십시오.' 자신의 상태조차 잊고 두 사람의 싸움을 바라보고 있던 월유영은 그 제서야 정신을 차렸다. "어떻게.." 마교에 천마지존이 없다면 백노 백규화는 천마대제와 천사지존에 이 은 마교 서열 제삼위의 인물. 약관을 겨우 넘어 보이는 청년이 저런 노마두와 대등하게 싸울 수 있다니.. 이것이 중원의 저력이라는 것일 까? 자신이 중원의 힘을 과소평가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시간이 없습니다. 무언가 강대한 마기(魔氣)가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어서!' 움직이지 않는 몸을 억지로 가누며 월유영은 몸을 일으켰다. 지금 해야 할 일은 단 하나, 살아남는 것 뿐이였다. 그 본능에 따라, 월유 영은 비틀거리며 걸음을 옮겼다. * * * "월 소저를 치료하러 가보겠어요!" 소저(小姐)라는 단어는 보통 남자가 여자를 부를 때 쓰는 호칭이 아 니였던가? 하지만 해우선사가 예련의 잘못된 중원어 사용을 바로잡아 줄 틈도 없이 그녀는 지붕에서 뛰어내렸다. 패더 폴(feather fall) 마법으로 안전하게 착지한 예련은 곧바로 월 유영을 향해 달려갔다. 이곳에서는 전투력이 거의 전무라고 해도 좋 을 그녀였지만 다행이 마교의 공격도 아군 진영의 중앙에 있는 그녀 에게까지 도달하지는 않고 있었다. "괜찮아요?" "..." 비틀거리며 다가오던 월유영은 예련을 보자마자 신음을 흘리며 바닥 에 쓰러져버렸다. 긴장이 풀리며 간신히 지탱하고 있던 의식의 끈을 놓아버린 것이리라. "지독하군." 어지간한 예련도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월유영의 상태는 보통 사람이라면 수십 번은 더 죽고도 남았을 정도였다. 무공이 높으면 어 지간한 상처나 출혈에도 버틸 수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이 정도가 되고도 움직일 수 있다니.. "힐링(Healing)." 하늘색의 빛이 월유영의 전신을 휘감았다. 얼굴에 핏기가 돌아오며 호흡이 안정되는 것이 보였지만 그 속도는 상당히 느렸다. '20분 정도는 걸리겠는걸..' 최고의 회복주문이라고 해도 대상을 일순간에 완전 회복시킬 수는 없다. 안전지대라고 해도 전장 한가운데인지라 불안하긴 했지만 예련 은 계속해서 회복마법에 집중했다. 전세가 급변한 것은 그 직후였다. * * * "크아악!" "커헉!" "괴, 괴물이다!" 소림 무승들이 밀집한 방어진의 한 부분에서 처절한 비명이 터져나 왔다. 팔다리가 떨어져나가고 목이 기괴한 각도로 꺾인다. 꿰뚫린 가슴에 서 피가 터져나와 바닥을 적시고, 으개졌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망가진 인간의 시체가 벽에 쳐박히며 크로테스크한 무늬를 만들어냈 다. 그 모든 것은 단 한 사람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었다. "크하하핫! 겨우 이 정도냐?" 광소를 터트리며 연신 소림의 승려들을 격살하는 붉은 머리의 괴인. 그는 이러한 이름으로 불린다. 혈왕(血王)! 마교 사천왕 중 두 번째의 인물이 나타난 것이다. "지원을 요청해라!" "시끄럽군." 혈천왕이 가볍게 손을 내뻗자 오 장 밖에서 승려들을 지휘하고 있던 노승의 가슴에서 피가 터져나왔다. 갈비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리며 터진 가슴 사이로 주먹만한 회색의 물체가 떨어져나와 혈천왕의 손으 로 날아들었다. "..!!" 어지간한 무승들마저도 비명을 터트릴 수 밖에 없었다. 피를 뚝뚝 흘리고 있는 그것은 다름아닌 인간의 심장이였다. 혈천왕은 손에 들어온 심장을 맛있는 음식인양 씹어먹기 시작했다. "우욱..." 그 끔찍한 광경에 승려들 몇몇이 입을 막으며 뒤로 물러났다. "나이도 많은 주제에 이빨은 좋은 편이군. 관리를 잘 했어." 예련이 농담처럼 중얼거렸지만 옆에 있는 해우선사에게는 아무 도움 이 되지 못했다. "저, 저런 잔혹한.." "...저 자를 상대할 사람이 아군 진영에 남아 있나요?" 지금 소림 측에 마교 오마나 그 이상의 적을 상대할 수 있는 고수는 모두 전투에 참가해 있었다. 소림의 장로들이나 일대제자 중에는 일 류고수가 많았지만 마교의 정예 병력들도 그 이상의 실력을 갖추고 있어 다른 전투에 뺄 여력이 없었고, 도화령이나 배연경 등은 각자의 상대를 처리하기에도 힘에 부친 상태였다. 예련은 신풍검대를 찾아보 았지만 그들 역시 검마 하우극이 지휘하는 일월쌍진에 막혀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이미 한 번 부딛쳐 본 적이 있는 그 둘이 당장 승부 를 낼 수는 없을 것이다. 그 말은, 당장 혈천왕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이 이쪽에는 아무도 없다 는 뜻이 된다. 순식간에 이십여 명의 소림 무승들이 피를 뿌리며 나가떨어졌다. "육합진세(六合陳勢)로 저 자를 막아라!" 해우선사가 손을 흔들자 승려들 중 나이가 들어보이는 자들이 여섯 명씩 짝을 지어 진세를 형성해 혈천왕을 향해 달려들었다. 소림 나한 진(羅漢陳)의 기본이 되는 육합진이였다. "크크.. 가소로운 것들!" 혈천왕이 괴소를 흘리며 몸을 날렸다. 핏빛의 그림자가 수십 개로 늘어난다 싶은 순간, 비명이 터져나오며 육합진을 펼치고 있던 여섯 명의 승려들이 피떡이 되어 날아가버렸다. "저런 걸로는 안 되겠어요." "...." 두 사람의 머릿속에 동시에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백팔나한진(百八羅漢陳)을 사용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먼저 말을 꺼낸 것은 해우선사였다. "하지만.. 그건 천마대제를 상대하기 위해 지금까지 꺼내지 않고 있 었던 거잖아요." "지금 그런 것을 따질 여유가 없지 않습니까." "하지만..." 이 전투에는 마교의 모든 전력이 집중되었다. 그렇다면 마교의 최대 전력이라 할 수 있는 천마대제 본인이 나타나지 않을 리가 없었다. 그에 대비하기 위해 지금까지 백팔나한진만은 꺼내지 않고 아껴두고 있었지만.. "어쩔 수 없군요." 백팔나한진까지 쓰게 되면 천마대제가 나타났을 때 그를 막을 수 있 는 방법은 없어진다. 하지만 당장 혈천왕을 그대로 놔두면 천마대제 가 나오기도 전에 소림은 무너질 것이다. 예련의 손에서 밝은 빛덩어리가 하늘로 치솟았다. "신호가 떨어졌다!" "마도(魔道)에 물든 자들을 하나도 남기지 마라!" 우렁찬 외침과 함께 대기하고 있던 백팔나한들이 한꺼번에 쏟아져나 왔다. 소림 천 년 역사상 단 한 번도 깨진 적이 없다는 전설의 백팔 나한진이 드디어 나타난 것이다. 백팔나한진은 소림 내에서 재능이 뛰어난 일, 이대 제자들로 이루어 지는 것으로 이들은 진법에도 익숙하지만 그들 개개인의 무공 역시 출충했다. 진식을 펼치기 위해 달려나가는 그들을 막아선 마교의 인 물들은 몇 초도 견디지 못하고 쓰러져버렸다. "혈왕을 막아라!" 해우선사의 지시에 따라 그들은 방향을 돌렸다. 핏빛으로 전신을 도 배한 듯한 혈왕을 알아보는 것은 색맹이 아닌 이상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였다. "크크크.. 혈천귀(血天鬼)들! 저 땡중들을 죽여라!" 혈천왕 주위로 열두 개의 혈영(血影)들이 떨어져내렸다. 혈천왕의 친위대인 십이 혈천귀였다. 백팔나한들이 흩어지며 진식을 형성했다. 그리고 거의 동시에 혈천 귀들과 혈천왕의 공세가 진식과 충돌했다. "?!" 하지만 그들의 공격은 백팔나한진에 닿자마자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 렸다. 마치 바닷가에 던진 조약돌처럼. "이게 소림의 신화라는 백팔나한진이란 말인가.." 이미 그들은 진권(陳圈)에 완전히 들어가 있었다. 나갈 수 있는 방 법은 단 하나, 진을 파괴하는 것 뿐. "아미타불..일단 저쪽은 해결됐군요." 해우선사가 힘없이 중얼거렸다. 이제 이쪽은 모든 패를 던졌다. 하지만 마교측은 최강의 패인 천마 대제가 아직 남아 있는 것이다. 아니 천마대제 본인까지 올 필요도 없이 천사지존 정도만 나타나도 이쪽에 승산은 없었다. "..." "..후퇴계획을 짜야 하지 않을까요?" 예련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어느 전쟁이나 패배를 이야기하는 지휘관은 비난받기 마련이다. 하 지만 패배가 다가왔을 때 그것을 빨리 인정하고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이는 것 역시 명장(名將)의 요건 중 하나. "하지만..." 그것이 어려운 이유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졌다는 사실을 쉽 게 인정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상황을 제대로 몰라서, 상부의 문 책이나 동료들의 비방이 두려워서, 또는 자신이 약하지 않다고 생각 해서 그들은 '잘 하면...'이라고 중얼거리며 진 싸움을 계속 끌어나 가다가 결국 수많은 병사들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만다. '아직 더 싸울 수 있어!' 라고 외치며 일어나 적을 물리치는 용사 같은 것은 이야기 속에서 밖에 존재할 수 없는 법이다. "상황을 조금만 더 지켜봅시다." "그랬다가는 늦어요!" "...." 해우선사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아미타불.. 일단 혜광 스승님의 의견을 들어야 합니다. 노납에게는 후퇴의 권한은 없으니.." "어떻게요?" 혜광선사는 진가영과 함께 만독왕을 상대하고 있었다. 예상 외로 정 파의 공력을 익히지 않은 진가영은 만독왕의 독기에 밀려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었고, 혜광선사 역시 공력의 소모가 큰 상태였다. "노납이 가서 이야기를 하고 오겠습니다. 이곳에서 잠시만 지휘를 맡아 주십시오." "예." 해우선사가 지붕에서 뛰어내려 만독왕과 혜광선사가 싸우고 있는 방 향으로 달려나갔다. -------------------------------------------------------------- 3권 원고는 보냈는데.. 아직 통신연재는 3권 분량을 넘어가지 않았 다는.. -_-;;; -사랑하면서도 서로를 향해 검을 들이댈 수 밖에 없는 연인들, 잊을 수 없는 영원한 우정, 조국을 위해 장렬히 죽어간 영웅. 이 모든 것을 돈으로 환산시키는 것이, 자본주의 시스템이다. [75] [M/F]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97 - SF/Fantasy (64304/64390) [M/F]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97 - 2002/02/23 01:32 권오광(atorpedo)님 올림 읽음 207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The Means of Freedom - 外傳 4. 第四章 - 그릇된 종점(終點). 결국 모든 것이 파국을 향해 흘러가니.. ---------------------------------------------------------------- "좋아!" 도왕 아사리는 주먹을 꽉 움켜쥐며 외쳤다. 아마 앉은 자세였다면 무릎을 치며 기뻐했을지도 모른다. "드디어 백팔나한진이 나왔단 말이지.." 지금까지 마교측이 총공세로 나가지 않았던 것은 백팔나한진의 존재 때문이였다. 차라리 먼저 등장했다면 신경쓸 일이 없지만 계속 꺼내 지 않고 숨어 있으니 어디서 뒷통수를 때릴지 몰라 신중하게 나서기 로 한 것이였다. "이제 마음 놓고 공격해도 되겠어." "대제(大帝)께서 오랫동안 기다리셨을 것입니다." "그래, 백팔나한진이 그 분을 노리고 숨어 있었던 것 같은데.. 이제 야 걱정이 덜었군." 아사리가 자신의 도를 뽑아 높이 치켜들었다. 그리고 공력을 집중시 키자 도신이 붉게 달아오르듯 빛을 내뿜더니 그대로 폭발하듯 하늘을 향해 섬광을 뿜어냈다. "...도강(刀 )을 신호탄 대용으로 쓰다니.." "시끄러! 잘 보이기만 하면 되잖아!" 부하의 웅얼거리는 소리를 막아버린 아사리는 자신의 애도(愛刀)를 쓰다듬으며 소림사 쪽을 바라보았다. "이제 슬슬 나도 나가볼까?" * * * 가장 먼저 변화를 눈치챈 것은 도화령과 여수호 두 사람이였다. "이건.." 여수호의 철봉을 비껴 쳐낸 도화령이 급히 뒤로 물러서며 자세를 바 로잡았다. 눈에 보이는 것은 바뀌지 않았다. 하지만 무어라 딱 잘라 말하기 힘 든 불길한 느낌이 전신을 엄습해오고 있었다. "드디어 대제께서 움직이는 것인가.." "천마대제가?" 도화령의 눈에서 불길이 타올랐다. "그 비열한 놈이.. 좋아! 저번에는 공력을 쓸 수 없어 그냥 당했지 만 이번에는 박살을 내주지!" 도화령이 검을 움켜쥐며 외쳤다. "네놈이 감히 그분을 능멸하려는 거냐? 그분과 싸우고 싶거든 나부 터 이겨봐라!" "물론이지!" 두 사람의 병기가 격렬하게 맞부딛쳤다. "어서 후퇴 명령을!" 예련의 표정도 굳어졌다. 그녀 역시 천마대제의 존재를 느낄 수 있었다. 아직 전투에 참가하 지 않은 병력은 천마대제 단 한 사람은 아닐 것이다. 아직 검에 핏방 울 하나 묻히지 않은 예비부대가 그와 함께 움직이고 있을 것이 분명 했다. 해우선사는 이미 만독왕과 혜광선사에게 다가가 무언가 말을 끝낸 것 같았다. 하지만 기다리는 신호는 오지 않았다. "어서.." 그때였다. 콰과과광! 메테오 스트라이크(Meteor strike)가 떨어진 게 아닌가 하는 착각을 일으킬 정도의 대폭발이였다. 불당 몇 개가 폭발에 휘말려 그야말로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물론 그 주위에 있던 사람들도 함께. 천하에 이런 공력을 지니고 있는 자라면 하나밖에 없다. "더 이상 늦으면 끝장이야.." 예련은 급히 천마대제가 나타난 곳 주위의 모든 인원을 뒤로 돌렸 다. 저런 절대고수를 상대로 일반 무림인이 진형도 갖추지 않고 덤벼 본들 개죽음만 당할 뿐이다. 만독왕과 맞서고 있던 해우선사가 그제서야 손을 들어올렸다. '후퇴신호다!' 예련의 손에 세 개의 광구가 떠올랐다. "젠장! 이 초절정궁극...중략 진가영님이 꼴사납게 후퇴라니!" "..." 하늘로 솟아오르는 세 개의 빛줄기를 보며 투덜거리는 진가영을 본 혜광, 해우선사는 왠지 후퇴를 선택한 게 잘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 다. "뭐야!" 도화령 역시 분노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천마대제가 나타나자마자 후 퇴라니, 겁을 먹어도 이건 도가 지나친 것 아닌가?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당황하면서도 해우선사와 예련의 지휘에 따라 침착하게 후퇴를 시작했다. "...후퇴인가. 현명한 선택이긴 하지만.." 배리도 침울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의 고향이나 다름없는 곳이 다. 이제야 간신히 돌아왔는데 이제는 이곳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고 있어야 하다니.. 하지만 그는 곧 고개를 내저었다. 감상에 젖어 있기보다는 당장 피 해를 최소한으로 줄이며 후퇴하는 것이 중요했다. "이제 소림사도 끝이군." 백규화가 웃으며 후퇴하는 무림맹의 인물들을 바라보았다. "소림사라는 절은 분명 사라지겠지. 하지만 이곳을 지탱하는 사람들 이 살아 있는 한 소림은 없어지지 않아." "그렇긴 하지. 하지만 너희 중 몇 명이나 살아남을 수 있을까?" 배리는 백규화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몸을 날렸다. * * * "뭐라고?"문상훈 무림맹 지휘부는 순식간에 초긴장 상태에 돌입했다. 소림(小林)의 패배! 무림의 태산북두가 마교의 공격 앞에 무릎을 꿇은 것이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때늦지 않은 후퇴 덕분에 피해는 그리 크 지 않았다는 것과 마교 사천왕 중 하나인 혈왕(혈왕)에게 심각한 부 상을 입혔다는 것 정도일까. 백팔나한진의 명성은 헛된 것이 아니여 서 혈왕조차 부하들을 모조리 희생해서 겨우 몸을 뺄 수 있었다. 그 나마 백팔나한진이 후퇴하는 병력의 후위를 보호하기 위해 혈왕에 대 한 공격을 풀었기에 가능한 일이였다. "백도무림 전체의 사기에 문제가 생기겠군요. 소림은 백도의 정신적 지주 아닙니까." "당장 그것보다 더 급한 일이 있어요." 조화영의 손이 지도 위를 어지럽게 움직였다. 마교를 나타내는 붉은 옥돌과 무림맹의 병력을 뜻하는 십여 개의 푸른 색 옥돌이 지도 곳곳 에 뿌려져 있었다. "이걸 봐요. 지금 이대로라면.." 지도에는 소림사에 있는 마교 정예병력, 그리고 그쪽으로 이동하고 있는 무림맹 각 문파의 위치가 표시되어 있었다. 원래 계획대로 각자 소림사를 향해 이동하던 문파들의 병력은, 이제 서로서로 완전히 분 리되어 각개격파의 먹이로 변한 것이다. "아아.." "마교가 노린 것은.. 처음부터 이것이였단 말입니까?" "아마도... 놈들은 그 용의 날개인가 뭔가 하는 작전을 짰을 때부터 이 상황을 계산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실로 대단한 책략가(策略家)가 적진에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조화영이 한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말했다. '역시.. 소림만으로 마교의 총 병력을 막아내겠다는 건 무리였어..' 천마대제.. 분명 그 자일 것이다. 마교의 교주 주제에 임시 무림맹주직을 맡을 정도의 대담함, 그리고 흑도의 문파들을 마교의 전력으로 사용하는 발상.. 그라면 이 정도의 작전을 짜고도 남음이 있다. 자신이 혜광선사를 말렸어야 했는데.. 그런 생각들이 떠올랐지만 이 미 늦은 일이였다. "그럼.." "최대한 빨리 전문을 띄워야 합니다! 마교는 도망치는 소림사의 정 예병력은 무시하고 아래에서 올라오는 지원군을 하나하나 제압해 나 갈 것이 분명해요. 그리고 그 첫 번째 대상은.." 그녀의 가느다란 손가락이 소림사에 근접해 있는 커다란 옥돌을 가 리켰다. "무당파로군요." "여기까지 연락을 보내는 데는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요?" "최소한 이틀은 걸릴 거요." 무영신개가 침통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소림사와 무당 병력간의 거 리는 마교 본대의 이동속도를 계산해 보면 반나절밖에 걸리지 않는 것이다. "그래도 어쩔 수 없습니다. 최대한 빨리 각 문파에 전령을 보내 주 십시오. 각 문파 병력의 이동을 멈추고 아 장소에서 집결하도록 해야 합니다. 그리고 지휘는.. 청성파의 성 문주께 맡기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서열로 본다면 무당파의 청허자가 지휘를 맡아야 할 것이다. 즉, 조 화영의 말은 무당파가 패퇴한다는 것을 이미 전제로 한 것이다. "알겠네." 반대하는 사람은 없었다. * * * "추격이 없군요. 이상할 정도로.." 예련이 전술에 대한 식견의 한계를 드러내자 해우선사는 쓴웃음을 지었다. "아미타불.. 놈들의 목표는 우리가 아닐 것입니다. 질서정연하게 후 퇴하는 이쪽을 쫓는 것보다는 지금 급히 이곳으로 달려오고 있는 무 당파 및 다른 문파들의 지원군을 기습할 것이 분명합니다." 전술학을 배운 적이 있다고는 하나 예련은 본질적으로 지휘관은 아 니였다. 수천이 넘는 신도들을 관리해 온 그녀이지만 스스로는 자신 의 손가락 수보다 많은 아군을 지휘해 본 경험이 없는 것이다. 알고 있는 것과 완전히 익혔다는 것은 분명 다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배리 넌 대체 언제 나타난거야?" "아, 스승님, 소란중이라 인사가 늦었군요. 정식으로 다시 인사드립 니다." 배리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예련을 향해 정중히 포권했다. 하지만 예 련은 인사보다는 그의 자신에 대한 호칭에 더 놀랐다. "스승님?" "그렇습니다. 스승께서는 우둔한 저를 일깨우고 길을 열어주셨습니 다. 그 은혜는 백 번 죽어도 갚을 수 없는 것이니 앞으로 스승으로 모시며 백분지 일이라도 갚겠습니다." "그, 그런.." "아미타불.. 반신반의했었지만.. 저 아이에게 무상반야진기를 건내 준 것은 하 소저이오?" "예. 무, 물론 다른 사람에게 건내면 안 된다는 조건 하에 받은 것 이였지만.." "....어쨌던 결과적으로는 번뇌에 시달리던 한 중생을 구한 것이니 뭐라 말하진 않겠소." "감사합니다." 대답한 것은 예련이 아니라 배리였다. "그런데 어떻게 소림사에까지 온 거지?" "그건.." -------------------------------------------------------------- 하드가 날아갔습니다 -_- 3권 완성판 원고..가 어찌어찌하다가 실수로 백업본을 지워버려서 그 이전 백업이 남았내요;; 출판 후 망가진다라.. 저도 본래의 취지를 많이 잃어버렸다는 느낌 은 많이 받았었죠. 충고에 힘입어 4권부터라도 제대로 돌아가도록 노 력해봐야겠습니다^^ 아, 며칠 후에 2,3권 출판삭제가 있을 듯합니다.그럼..; -사랑하면서도 서로를 향해 검을 들이댈 수 밖에 없는 연인들, 잊을 수 없는 영원한 우정, 조국을 위해 장렬히 죽어간 영웅. 이 모든 것을 돈으로 환산시키는 것이, 자본주의 시스템이다. [76] [M/F]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98 - SF/Fantasy (64694/64972) [M/F]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98 - 2002/02/25 21:52 권오광(atorpedo)님 올림 읽음 267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The Means of Freedom - 外傳 4. 第四章 - 그릇된 종점(終點). 결국 모든 것이 파국을 향해 흘러가니.. ---------------------------------------------------------------- 소림사 대웅전 앞은 승려들로 가득했다. 전에 공색(空色)이라는 법 명을 지녔던 한 파계승(破戒僧)이 돌아왔다는 말을 듣고 몰려든 것이 다. "그래서, 철성에서 하 선녀를 만났다는 것이냐?" "예. 하 선녀께서 우둔한 저를 위해 큰 법을 내려주시니, 그 덕에 저는 제가 있어야 할 곳이 어디인지를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예전이 나 지금이나, 제가 원했던 자리는 바로 이곳이였습니다. 저 스스로의 우둔함으로 길을 잃고 잘못된 곳으로 빠졌던 죄는 입이 백개라도 할 말이 없습니다." "네 이놈! 이곳이 오고 싶으면 오고 가고 싶은 맘대로 갈 수 있는 곳인 줄 아느냐!" "그만두게." 혜광선사가 손을 내밀어 고함을 지르는 승려를 말렸다. "하 선녀에게 들은 것이 무엇인지 말해 보겠느냐?" "예. 제가 소림사를 떠날 때 했던 말이 무엇인지 기억하십니까?" "물론이지. 강호삼대음녀 중 하나인 두자미에게 네가 유혹(誘惑)당 한 후, 인간에게 불법 따위는 무의미한 것이라고 했었지. 어차피 인 간은 타고나기를 욕망과 사심을 가지고 있는 존재이고, 그렇기에 당 연히 존재하는 것을 부정하려는 불타의 가르침은 거짓일 뿐이라고 말이다." "예, 그랬습니다." 주위의 승려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배리는 담담하게 말을 이어 나갔다. "하지만 하 선녀께서는 제 의문에 대한 해답을 보여 주셨습니다. 그 때.. 하 소저가 저에게 불법을 내리는 순간, 제가 가지고 있던 모든 번뇌가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저는 제가 그동안 얼마나 어리석었는가 를 깨닫고 다시 이곳으로 돌아온 것입니다." "하지만 불도의 길은 멀고도 험하지. 너는 지금 그 고난을 이겨낼 각오가 되어 있느냐?" "도(道)란 원래 길을 뜻하는 것입니다. 도(道)는 원래부터 목적지가 아니라, 나아가는 길을 뜻하는 것입니다. 도달하는 게 목적이 아닌, 나아가는 것 자체가 목표인.. 수행이 곧 도(道)이고, 도가 곧 수행인 것입니다." "허허헛!" 혜광선사가 통쾌한 웃음을 터트렸다. "허허.. 내가 사람을 잘 보긴 잘 봤구나. 너 같은 망나니를 이렇게 바꾸어놓다니, 과연 선녀의 칭호가 부끄럽지 않구나. 허헛!" "제가 이곳의 원래 위치를 되찾기를 원하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그 러나 제가 저의 길로 되돌아왔다는 것만은 알아주셨으면 하고 이곳까 지 찾아온 것입니다." "그래? 그럼 소림이 너를 받아주지 않으면 너는 어디로 갈 것이냐?" "하 선녀를 돕기 위해 떠날 것입니다. 하 선녀는 저에게 설법을 내 려주신 불타와 다름없는 분. 그 은혜를 갚기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할 것입니다." 급성모근경직증에 대한 면역이 결핍된 일부 독자들이라면 '나 한순 간에 닭됐어!'등을 열창하며 파닥거릴지도 모르겠지만, 지금 배리의 말에는 구구절절 진심이 배어 있었다.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승려 들은 감동에 겨운 표정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았고, 게중에는 법열을 느끼는지 눈물을 흘리거나 무의식적으로 불경을 외우는 사람도 있었 다. 전체적인 분위기를 망가뜨릴 정도는 아니였지만 정상적인 사람들 의 시각으로 본다면 꽤나 해괴한 모습이라고 평가해줄 만 하다. "..자네 말뜻은 이해하겠네. 하지만 하 소저는 은혜라던가 보답에 얽매이는 사람은 아니네."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진정으로 은혜를 갚고 싶다면, 그것을 말리지도 않을 것입니다." "아미타불.. 그렇다면 일단 이곳에 있도록 해 주겠네. 하 선녀도 곧 이리로 올 터이니." "감사합니다." * * * "그렇게 된 건가.." "예. 그 뒤로 암자에서 무상반야진기를 수련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마교의 공격 때 이야기가 없었던 걸로 봐서 선사께서도 네 무공에 대해서는 모르고 있었나 보군." "그렇소. 설마 저 막되먹은 녀석이 무상반야진기를 팔성(八成)까지 익혔을 줄이야.." 혜광선사가 못믿겠다는 눈초리로 배리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별로 스승이라고 불리고 싶진 않아. 딱히 가르쳐 준 것도 없고, 본질적으로 네가 나와 같은 길을 걷지는 않을 테니까." ".." "사람마다 갈 길은 다른 법이지. 그리고 난.. 이 세계의 사람도 아 니니까. 내 뒤를 따라오기보다는 스스로 갈 길을 찾아 나서는 것이 더 나을 거야." "그것은 알고 있습니다." "다행이군." 퉁명스러운 한마디였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이미 두 사람 모두 마교 지하감옥에서의 대면은 기억에서 지워버린 지 오래였다. "그럼.. 최소한 스승으로 부르는 것만은 허락해 주시겠습니까?" "그게 중원의 방식이라면 어쩔 수 없지. 좋아." "그럼.." 배리가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다. 구배(九拜)를 하지 않은 것은 예 련이 그런 격식을 싫어한다는 사실을 어느 정도는 깨닫고 있었기 때 문이였다. "아미타불.. 잘 된 일이오. 이번 기회에 하 선녀께서도 불가에 귀의 하시는 게 어떻겠소?" "싫어요. 이 머리 기르는데 몇 년이 걸렸는데 지금 와서 다 밀고 비 구니가 되라고요?" "하하핫!" 주위에서 폭소가 터져나왔다. "어쨌던.. 원한다면 다시 소림의 승려로 입적시켜주마. 하 선녀를 스승으로 모시는 것은 상관없다. 다만 지금은 소림사가 없어져버렸으 니 그곳에 들어갈 수는 없지만.." "감사합니다.." 다행이군.. 예련의 입가에도 미소가 떠올랐다. 의지의 신전을 보여 준 것이 충분히 가치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모든 댓가를 생각하더라도 말이다. "그럼, 이제 본론으로 돌아갑시다. 일단 어디로 가야 할지부터 결정 해야 합니다." 배연경의 말이 일행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일단 무림맹의 영향력이 미치는 문파에 들어가 부상자를 치료하고 다음 지시를 기다려야 할 것이오." "흐음.. 그보다 아예 무당파 쪽으로 이동해 그들과 합류하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뭐라고?" "불가능한 일이오. 이쪽이 마교의 병력보다 빨리 도착할 수도 없을 뿐더러, 우리는 패잔병이오. 부상자를 치료하지도 않고 곧바로 다시 싸움에 뛰어들다니.." "바로 그렇기 때문에 가능합니다!" 모두의 고개가 목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돌아갔다. "..염신?" 그 외침은 사유화와 두자미의 어깨에 기대 간신히 서 있는 염신에게 서 나온 것이였다. "놈들도 우리가 후퇴한 것으로만 생각하지, 다른 병력과 합류해 다 시 싸울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할 것입니다. 피해가 크긴 하지만, 일류고수 이상의 전력은 아직 남아 있지 않습니까?" 자기 몸 하나 가누기 힘든 상태였지만 염신의 목소리에는 힘이 들어 가 있었다. "이곳에 있는 몇몇 고수들과 백팔나한진만 이동시켜도 지원군을 습 격하는 마교 놈들의 허를 찌를 수 있습니다. 이대로 간다면 남는 것 은 패배밖에 없을 것입니다!" 만류하는 두 여인을 뿌리치고 염신은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아직 주화입마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에서는 힘겨운 걸음일 것이다. 그런 데, 그 동작이 어딘가 어색했다. 왠지 허리를 구부리고 어기적거리는 것이 뭔가 수상해 보인다. "..그거 어떻게 된 거야?" 예련의 직설적인 물음에 천하의 염신마저도 얼굴이 시뻘개졌다. 그제서야 중인들은 염신의 다리 사이에 불쑥 솟아나와 있는 무언가 를 볼 수 있었다. 아마도 그것이 저 이상한 걸음걸이의 원인이리라. "뭐야? 네가 치료랍시고 이상한 기술을 쓴 다음에 저렇게 되버렸다 고!" 샤유화의 손이 염신의 그곳(!)을 가리키자 주위의 무림인들도 얼굴 색이 변해 고개를 돌렸다. "푸후훗!" 그 장면을 본 예련도 더 이상은 견디지 못했는지 폭소를 터트리고 말았다. "내가 치료주문을 쓴 후에? 부작용이야?" 한참을 웃고 나서야 정신을 차린 예련이 입을 열었다. "그걸 내가 어찌 알아! 이래서 너한테 염 공자님을 맡기는 게 아니 였어!" "왜, 너희들 입장에서는 차라리 더 나아진 거 아냐?" 비웃는 듯한 목소리로 말한 것은 배연경이였다. 어찌 여자들이 더 하는군.. 좌중의 남자들은 모두 고개를 돌리며 그렇게 생각했다. "그, 그렇긴 하지만 어떻게 될지 모르는 증상이니까.." "뭐가 '그렇긴 하지만' 이야?" "자자, 그만. 그만. 지금은 더 중한 일이 있지 않소?" 진가영이 앞으로 나서 소리를 지르는 사유화를 말렸다. "에에..?" "저 녀석도 저런 소리를 할 줄 아나?" 사유화와 배연경이 동시에 중얼거리자 막 폼을 잡으려던 진가영은 망치로 뒷통수를 두 방 정도 맞은 사람처럼 비틀거렸다. 역시, 사람 이란 평소 평판이 좋고 봐야 한다. "아미타불.. 그 말이 맞소. 일단 어떻게 할 것인지부터 생각해봅시 다." "이, 일단 염 공자의 말에는 일리가 있습니다. 부상을 입은 사람들 은 후방으로 보내고 남은 사람들이 무당 쪽으로 가는 것이 어떻겠습 니까?" "..하지만, 우리는 무당파의 인원이 어디 있는지도 정확히 모르고 있지 않소?" "그들은 원래 계획대로 이동중일 것입니다. 위치는 쉽게 예측할 수 있습니다." "이대로 놔두면 무당파의 지원군은 적에 의해 섬멸당할 것입니다. 중앙에서의 연락도 시간이 걸릴 테고.. 우리가 가는 수밖에 없습니 다." 꼴사나운 모습이긴 했지만 염신도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으음.." 혜광선사가 눈을 감은 채 수염을 쓰다듬었다. 그것이 그가 깊은 생 각에 잠겼을 때의 버릇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조용히 대답이 나 오기를 기다렸다. "노납의 실수로 수많은 인명을 잃게 되었소. 그 일에 대해서는 무어 라 할 말이 없구려." "..." "하지만 그런 실수를 두 번씩 반복해서는 안 되겠지. 해우선사는 부 상자들과 무공이 낮은 사람들을 데리고 안전한 곳으로 이동하게. 그 리고 일정 이상의 무공과 경공을 지닌 사람들만 무당파의 병력 쪽으 로 이동합시다." "좋아! 이번에야말로 놈들을 싸그리 없애주지!" 누가 열혈한 아니랄까봐 도화령이 거의 광분하며 손을 흔들었다. "그럼, 그렇게 합시다." 모두들 자리에서 일어나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불안하다..' 청허자는 그 말을 입밖에 내지는 않았다. 지휘관의 동요가 일반 병 사들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 잘 알기 때문이었다. 차라리 적과 대면하고 있는 것이 나을 것이다. 싸우기 위해 달려가 고 있지만 적은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그 끝에 있 는 것은 혼자서는 어찌할 수 없는 거대한 상대와 그때까지 살아 있을 지조차 확실하지 않은 아군.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갈 때마다 불안감 만 증폭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였다. 자신만이 아니였다. 일반 문인들 사이에서도 이럴 바에야 막는 적이 라도 있어서 한판 붙는 쪽이 더 나을 것 같다는 이야기가 나돌고 있 었다. "조금만 더 가면 귀인곡(鬼刃谷)입니다. 산세가 험하고 길이 좁은 곳이니 지나갈 때 각별히 주의해야 할 것입니다." "알겠네. 제자들에게도 주의를 주게." "예." 고개를 숙여 예를 갖춘 장로는 곧 명령을 전하기 위해 사라졌다. "다른 문파들의 병력은 언제쯤 도착하나?" "우리가 숭산에 도착한 후 이틀 정도면 거의 동시에 모여들 것입니 다. 그때야말로 오백 년 전에 이루지 못했던 마교의 완전한 멸망의 순간입니다." "그렇지." 청허자는 먼 하늘로 시선을 돌리며 중얼거렸다. "그때까지 그들이 거기 있으면..말이지." 그 순간이였다. "기습이다!" 부대의 전열에서 요란한 함성이 터져나왔다. "무슨 일이냐?" "적의 기습입니다!" "숫자는?" "약 이십여 명 정도..." "겨우 그 정도 가지고 이 난리인 것이냐?" 부하가 말끝을 흐리자 청허자는 버럭 역정을 냈다. 안그래도 불안감 이 쌓인 상태였는데 이런 일까지 벌어지자 수양이 높은 도인인 그도 한순간 평정이 무너진 것이다. 하지만 이어서 들려온 말은 그런 그의 노기까지도 한꺼번에 날려버 리기에 충분했다. "그게.. 모두들 여인들인지라.." "뭐?" "음마대(淫魔隊) 소속의 정예인 것으로 판단됩니다. 속히 대책을 내 리셔야..." 음마대라면 마교 오마의 하나. 그 정도 인물들이 이곳에 있다면 그 저 정찰대나 기습 정도로 생각하고 넘어갈 수는 없었다. "전열을 가다듬어라! 내가 직접 나서겠다!" 청허자가 검을 뽑아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 내일 이사갑니다.. 이삿짐 싸야 하는데 T.T -사랑하면서도 서로를 향해 검을 들이댈 수 밖에 없는 연인들, 잊을 수 없는 영원한 우정, 조국을 위해 장렬히 죽어간 영웅. 이 모든 것을 돈으로 환산시키는 것이, 자본주의 시스템이다. [77] [M/F]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99 - SF/Fantasy (64937/64972) [M/F]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99 - 2002/02/27 23:29 권오광(atorpedo)님 올림 읽음 172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The Means of Freedom - 外傳 4. 第四章 - 그릇된 종점(終點). 결국 모든 것이 파국을 향해 흘러가니.. ---------------------------------------------------------------- "호호호.." "으음.." 무당파 진열의 앞쪽 광경은 어떤 의미에서 보면 천국이라고 해도 좋 았다. 돈 주고도 보기 힘든 미모의 여인들이 옷을 벗어던지며 교태를 부리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 모습에 혹해서 달려드는 바보들에게 기다리는 것은 죽음 과, 그보다 더 지독한 고통이였다. 넋이 나가 흐느적거리는 도인의 이마에는 어김없이 비도(飛刀)가 꽃혔고, 그보다 더 운 나쁜 자들은 여인들에게 접근했다가 즉석으로 정혈이 빨려 뼈와 거죽만 남은 채 죽어갔다. "과연 남자들을 유인하는데는 이만한 부대가 없겠군.." 도왕 아사리는 무당파의 선두를 말 그대로 유린(?)하고 있는 음마대 를 보며 중얼거렸다. "그렇다고는 해도 주의하는 게 좋습니다. 저들 역시 정종내공과 심 법을 익힌 도인들. 음공(淫功)에 대한 저항력이 상당히 높을 것입니 다." 막 유엽비도 두 개를 내던진 사음소녀 주예월이 무뚝뚝하게 대답했 다. 이 여자는 음마대보다는 살마대(殺魔隊)의 대장이 더 어울릴 것 같군. 다시 암기를 꺼내드는 주예월을 본 아사리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럴지도. 그런데 말이야.." "예." "나는 왜 이 옷을 입고 있어야 하는거지?" 아사리가 입고 있는 옷은 반투명한 천으로 만들어진 하늘하늘한 한 장짜리 겉옷으로, 그 안으로는 허벅지와 가슴 위쪽까지 시원하게 뚫 려 있는 음마대의 공식 제복(?)이였다. 그녀 역시 어디 내놓아도 뒤 질 곳 없는 미모의 소유자였으나 칼집을 걸 곳이 없어서 네 자 여섯 치의 대도(大刀)를 한 손에 든 채 멀뚱멀뚱하게 서 있는 아사리의 모 습은 유혹적이라기보다는 차라리 유머스럽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듯 했다. "어쨌던 이곳에는 음마대만 있는 것으로 생각하게 만들어야 하니까 요." "휴우.." 어쨌던 이곳의 지휘는 자신이 맡아야 했기에 뭐라 할 수도 없었다. 아사리는 한숨을 내쉬며 음마대를 서서히 뒤로 물리기 시작했다. "놓치지 마라!" 조금 전까지 함께 웃고 떠들던 동문들을 잃어버린 무당파 제자들의 분노는 대단했다. 염공(艶功)의 영향에서 벗어난 그들은 지옥 끝까지 라도 따라와 음마대를 요절내버릴 듯 했다. "전군 공격!" 저 여자들을 군(軍)이라고 표현해줘도 되려나? 어쨌던 아사리의 외 침에 따라 1진 뒤에 있던 음마대의 모든 인원이 한꺼번에 튀어나와 공격을 시작했다. 근접전에서 약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들 역시 마교의 인물. 다른 무 술을 전혀 익히지 않고 있을 리는 없었다. 백여 명이 넘는 음마대의 전 병력이 몰려나오자 무당파 측도 당황한 듯 했다. "음마대를 이용해 우리를 막아보겠다는 건가?" "그렇습니다! 주력은 소림사를 공격하고 원군을 지연시키기 위해 이 들이 나선 듯 합니다." "그렇군.." 청허자가 보기에도 적들은 싸우기보다는 시간끌기에 더 치중하고 있 었다. 처음부터 전투부대라고 할 수 없는 음마대가 싸움을 거는 것도 그렇고, 부대를 교묘하게 전진시켰다가 빼는 식의 운용도 제대로 싸 우자는 식은 아니였다. "전진하라!" 청허자가 그를 호위하는 여덟 명의 제자들과 함께 앞으로 나섰다. 그는 특별히 다혈질이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싸움에 있어서 대장이 맨 앞에 서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였다. "아, 한 장로.." 그의 옆에 다가온 사람은 무당의 장로들 중 하나였다. "장문, 앞은 귀인곡입니다. 혹시 적의 복병이라도 있다면.." "놈들이 노리는 건 바로 그것입니다. 귀인곡으로 도망치면 우리가 복병이 두려워 추격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시간을 벌려는 게 분 명합니다." "하지만 어떻게.." "놈들의 행동을 보십시오. 우리를 맞아 싸울 생각이 있다면 바보가 아닌 이상 누구라도 귀인곡 안에 기다리고 있다가 기습했을 것입니 다. 그런데 저들은 귀인곡 앞, 그것도 바로 앞에서 공격을 가해왔습 니다. 그것은 저들에게 시간을 끌 생각밖에 없기 때문이죠. 정예병력 이 모두 소림에 집중된 마당에 여기까지 배치할 병력은 저들에게도 없을 것입니다." "흐음...그도 그렇군." "우리가 한 걸음 늦을수록 더 많은 소림의 승려들이 죽어갈 것입니 다. 최대한 빨리 저들을 돌파해 소림사에 도착해야 합니다." "알겠네. 전원 돌격하라! 저 요망한 계집들을 한 명도 남겨두지 마 라!" 공력이 실린 한 장로의 목소리는 전장 전체로 퍼져나갔다. "뭐, 요망한 계집? 저게.." 평생을 도법에 정진하며 무인으로써의 자존심을 지켜 온 아사리는 그 말에 이를 갈았지만 당장 입고 있는 옷이 그 모양이니 딱히 반박 할 수도 없었다. "적들을 유인하죠." 주예월이 손을 들자 음마대의 여인들이 다시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 다. "자, 지금부터가 중요한 부분이야." 싸움에서 이기는 것도 힘들지만 지는 척 하는 것은 더 어려운 법이 다. 상대가 이기고 있다고 생각하도록 밀리면서 동시에 아군의 피해 를 최소화한다. 말은 쉽지만 보통의 지휘능력으로는 해낼 수 있는 일 이 아니였다. "이대로 귀인곡까지 도망친다. 그러면 놈들은 그대로 쫓아 올 것이 다." "의심하지 않을까요?" "우리가 귀인곡 밖에서 공격을 가했기 때문에 놈들은 이것이 시간을 끌려는 수법이라고 생각하겠지. 그리고 우리를 돌파해 곧바로 소림사 로 이동하려 하겠지. 어차피 이쪽이나 저쪽이나 귀인곡의 지형을 이 용할만한 숫자가 안 돼." 무림인들간의 전투는 일반 병사들의 싸움과는 차이가 크다. 갑옷이 나 중장비를 걸치지 않고 무공을 익혀 몸이 날쌘 무림인들을 상대로 절벽 위에서 바위를 떨어뜨리거나 하는 방법은 큰 효과를 볼 수 없 다. 게다가 무당파 무사들의 수는 겨우 삼백. 귀인곡 안이라고 해도 움직임에 그리 큰 제약을 받을 숫자는 아니다. 음마대의 여인들이 도망치고 그뒤를 무당파의 무사들이 뒤쫓는 상황 은 한동안 계속 이어졌다. 계속 도망치면서도 적당히 뒤로 돌아서 반 격을 가하고 다시 도망치는 식으로 상대를 괴롭히는 아사리의 지휘능 력은 과연 일절(一絶)로 불릴 만 했다. 이미 그들은 귀인곡 한가운데까지 들어와 있었다. "좋아. 이 정도면 됐겠지." 아사리가 도를 뽑아 예의 ‘도강 신호탄’을 허공에 쏘아올렸다. 대 낮에도 똑똑히 보이는 붉은 빛의 궤적이 허공에 그려졌다. "도강?" 청허자가 도강을 못 알아볼리 없었다. "누가 저런 기술을 허공에 대고 사용한단 말인가?" 신호탄 대용이라고 생각하기에 청허자의 상상력은 조금 부족했나 보 다. 하지만 저런 고수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긴장을 가져오기에는 충 분했다. "설마.." "자, 그럼 너희들은 물러나라. 그 동안 놈들은 내가 막고.." 기세좋게 나서려던 아사리의 표정이 순간 굳어졌다. "그, 그런데.." "예." "어디 입을만한 옷이나 뭐 없나? 이 꼴로 어떻게 싸우러 나가란 말 야?" 두 사람 사이에 싸늘한 바람이 스치고 지나갔다. "..죄송하지만 옷은 없고 다른 걸 걸쳐봤자 여자 치한으로밖에 보이 지 않을 것입니다." "....." 아사리는 절망한 듯 고개를 푹 숙였다.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어차피 저들은 한명도 남김없이 다 죽 을 운명이니 도왕님의 모습을 기억할 자는 저희들밖에 없을 것입니 다." "아, 듣고 보니 그도 그렇네?" 아사리가 오른 주먹으로 왼손바닥을 딱 소리나게 내리쳤다. "..그럼 이거라도." 주예월이 자신의 망사옷을 벗어 건내주었다. 그나마 두 겹이 되고 나니 안이 비쳐 보이는 것도 한결 덜했다. "하아.. 사도제일도(邪道齊一刀)라는 내가 이런 옷을 입고 있어야 한다는 건가.." 불평하기에는 이미 늦은 일. 아사리가 도를 휘두르며 뒤로 돌아섰 다. '..의외로 단순하다니까.' 아사리가 주예월의 생각을 읽었다면 당장 그녀를 죽이려 들었을 것 이다. 물론 그것은 가정일 뿐이고 염마대는 아사리를 남겨둔 채 빠른 속도로 귀인곡의 출구 쪽으로 달려나갔다. "폭섬참(爆閃斬)!" 우우웅! 도강이 결집되며 용의 울부짖음 같은 공명음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동시에 수십 가닥의 도강이 달려오는 무당의 도사들을 향해 뻗어나갔다. "피해라!" 청허자는 급히 태극혜검(太極慧劍)의 절초를 펼쳐 달려드는 붉은 빛 무리들을 튕겨냈다. 그러나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무당파 내 에서 자신과 몇몇 장로들 뿐. 그 외의 사람들은 속절없이 도강에 관 통당해 피를 흩뿌리며 쓰러질 수 밖에 없었다. "자, 여기서는 더 지나갈 수 없다." 달려오던 무당파의 인물들이 그 자리에 멈추어 섰다. 이곳을 지나는 길의 폭은 오 장 정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 한 명 의 여인이 막아선 것만으로도 그리 좁지 않은 길이 꽉 막힌 듯해 보 였다. "...천하에 여인의 몸으로 도강을 익힌 자라면 단 하나.. 사도제일 도 뿐인데.." "잘 아는군." "그대의 명성은 오래 전부터 들은 바 있다. 하지만 그 평가를 이제 바꿔야할 것 같군. 무인의 긍지를 내버린 타락한 계집에게 사도제일 도라는 호칭은 아깝다!" "그, 그건 오해야!" 아사리가 소리쳤지만 청허자는 들은 채도 않고 검을 내질렀다. 그 역시 무림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검의 고수. 그 맹렬한 기세를 느낀 아사리는 황급히 도를 들어 청허자의 공세를 받아냈다. 검과 도가 어울어지며 순식간에 십여 초를 교환했다. '과연.. 무공만은 사도제일도라 불릴 만 하군.' '이익! 이러다가 이미지 다 버리겠어!' ..하지만 두 사람의 머릿속에 들어 있는 생각은 전혀 다른 것이였 다. 아사리의 도에서 뻗어나오는 도강에 맞서 청허자의 검에서도 푸른 빛이 뿜어져나오고 있었다. 그것은 검기공부의 최고 단계라는 검강 (劍 ). "오오..." "이런 절세의 대결을 볼 수 있다니.." 검강과 도강. 그 절정무공들이 부딛치는 전투를 보게 된 무당파의 도사들은 싸움조차 잊고 두 사람의 대결에 빨려들었다. 무림이 넓다 지만 이만한 전투를 볼 기회가 몇 번이나 있겠는가? 물론 무당파의 인물들이 멈춰선 것에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었다. 귀인곡의 길 폭은 기껏해야 오 장 정도. 좌우는 수십 장 높이의 절 벽이다. 바로 그런 길목에서 검강과 도강이 미친 듯이 흩뿌려지고 있 는 것이다. 주위의 바위와 절벽들이 빗나간 검기에 쩍쩍 갈라지고 금 이 가는 모습을 보면서도 그 옆을 통과할 겁없는 인간은 그 자리에 없었다. '뭔가 이상하다?' 아무리 사도제일도라지만 단신으로 무당의 정예병력을 막겠다는 건 가? 그녀가 지휘하던 -결국 오해의 원인이 되었지만- 염마대의 여인 들도 모두 사라지고 지금 귀인곡 내에 있는 마교의 인물은 아사리 하 나뿐. 그리고, 아무리 마교라지만 사도제일도라면 제법 높은 위치에 있는 인물일 터, 그런 자가 수행원 하나 없이 움직인단 말인가? "설마...." 청허자의 생각이 채 말이 되어 나오기도 전이였다. "천마재림(天魔再臨)!" 귀인곡의 양쪽 입구로부터 수많은 검은 그림자들이 쏟아져나왔다. "뭐냐! 이것들은.." "크아악!" 일사불란한 동작으로 움직이는 흑의인들의 무공은 극히 뛰어나 한 번 무기를 휘두를 때마다 한 명씩의 무당파 제자들이 피를 뿌리며 쓰 러졌다. 하지만 청허자를 놀라게 한 것은 그 무공보다는 적들의 숫자였다. 흑의인들의 숫자는 어림잡아도 오백 명은 되어 보이지 않는가? 그 정 도면 종남파와 화산파를 공격했다는 인원의 거의 절반인 셈이다. "그런... 설마 소림이 무너졌단 말인가..?" "이제 알았나?" 아사리의 도가 청허자를 두조각내버릴 듯한 기세로 내리꽂혔다. 급 히 몸을 돌렸지만 분명 내려베기였던 아사리의 공격은 흐릿하게 갈라 지는 듯 하더니 순식간에 횡베기로 변해 청허자의 옆구리를 노리고 들어왔다. 그 공격을 간신히 막아낸 청허자는 숨을 돌리며 뒤로 물러 섰다. 계획은 완전히 빗나갔다. 소림사를 제압한 마교의 주력이 이동해서 이곳으로 들어온 것이라면 이들의 전력은 이쪽의 배 이상일 것이다. 그들이 전투장소로 귀인곡을 택한 이유는 단 하나, 퇴로를 완벽하게 차단하기 위해서였다. "진식을 펼쳐라! 공간이 좁아 적들도 한꺼번에 공격하진 못한다!" 청허자가 급히 외쳤지만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날아온 아사리의 도가 그의 옆구리를 베고 지나갔다. 피가 터져나와 도복 자락을 붉게 물들 였다. 그들 정도 되는 고수들간의 싸움에서 정신이 흐트러진다는 것은 곧 패배와 직결된다. 청허자는 속이 탔지만 당장 아사리를 떨쳐낼 방법 이 없는지라 어쩔 수 없이 이쪽을 상대해야 했다. "이번에는 도망도 못 갈테니 확실하게 요절을 내주마!" 어제의 소림사 전투에서 상대가 도망쳐버리는 통에 승부를 끝맺지 못했던 여수호가 가장 먼저 철봉을 휘두르며 나섰다. "저 노인네 노망 든 거 하고는..쯧쯧." 백규화도 투덜거리며 그 뒤를 따랐다. 마교 삼대장로 중 두 사람이 앞에 서자 일반 무림인들로서는 도저히 그 둘을 막을 방법이 없었다. "멈춰라!" -------------------------------------------------------------- 드디어 이사했습니다 -_-; 방이 넓어져서 좋긴 한데.. 친구녀석이 있어서 결국 평균 공간은 거 의 전과 비슷하다는..; 뭐, 깨끗하고 좋습니다; -사랑하면서도 서로를 향해 검을 들이댈 수 밖에 없는 연인들, 잊을 수 없는 영원한 우정, 조국을 위해 장렬히 죽어간 영웅. 이 모든 것을 돈으로 환산시키는 것이, 자본주의 시스템이다. [78] [M/F]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100 - SF/Fantasy (64940/64972) [M/F]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100 - 2002/02/27 23:50 권오광(atorpedo)님 올림 읽음 195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The Means of Freedom - 外傳 4. 第四章 - 그릇된 종점(終點). 결국 모든 것이 파국을 향해 흘러가니.. ---------------------------------------------------------------- 무당파의 일곱 장로들 중 다섯이 한꺼번에 두 사람을 향해 달려들었 다. "그래, 이 정도는 되야 싸울 맛이 나지!" 예의 묵빛 강기가 폭발하듯 장로들을 향해 뻗어나갔다. 백규화는 또 무어라 투덜투덜댔지만 여수호를 도와 백염장(白炎掌)을 날렸고, 다 섯 장로는 오행검진(五行劍陣)을 펼치며 그 공격을 받아냈다. "크크크.. 여기도 있다!" 만독왕이였다. 아군까지 휘말릴 우려가 있어 그의 특기인 독을 마구 퍼트리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그의 독공은 충분히 강력했다. 무당파로써는 이들을 상대할 만한 전력이 없었다. 순식간에 무당파 의 제자 수십 명이 꼬구라지며 진열이 붕괴되었다. "물러서지 마라!" 한 장로가 소리를 지르며 제자들을 독려했지만 그 자신도 빠져나갈 방법이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막 그가 다가오는 마교의 검 수 한 명을 베는 순간, 어디선가 날아온 비침이 그의 등에 박혔다. "커헉!" 피를 토하면서도 한 장로는 검을 다시 휘둘러 옆에 있던 적병 하나 를 베어넘겼다. "이, 이런.." 제자 몇몇이 그 모습을 보고 한 장로를 부축했다. 하지만 암기에 독 이 발라져 있었는지 그의 안색은 순식간에 시퍼렇게 변했다. "殺!" 설상가상으로 마교의 검수들이 그들을 향해 한꺼번에 달려들었다. 한 장로와 그를 부축하던 제자들은 거의 무방비 상태였기 때문에 그 공격을 막을 방도가 없었다. 날아드는 칼날을 본 제자들은 다가올 죽 음을 보지 않으려는 듯 눈을 질끈 감으며 고개를 돌렸다. 카강! "?!" 눈을 뜬 무당파 제자들의 눈에 보인 것은 놀라운 광경이였다. 달려들던 마교 검수들의 검이 모조리 두 동강이 나 있고 그들은 반 쪽이 된 검을 들고 사색이 되어 뒷걸음질치고 있었다. 그 앞에는, 천 장(天將)이 내려온 듯한 거구의 사내가 그 덩치에 어울리는 거검(巨 劍)을 치켜들고 서 있었다. "그, 그대는..쿨럭!" "어서 이곳에서 벗어나 도움을 요청하십시오. 벽운선녀 하 소저가 와 있으니 독 정도는 금방 치료할 수 있을 것입니다." 거구의 사내, 도화령은 말이 끝남과 동시에 적진 한가운데로 뛰어들 어 검을 휘둘렀다. "설마..아군인가?" 귀인곡의 건너편, 숭산 방향의 입구로부터 구름처럼 몰려드는 무사 들을 본 청허자의 표정이 밝아졌다.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대머리와 회색 승포. 무림에 이런 차림을 한 집단이 몇 개나 더 있겠는가? 순식간에 상황은 바뀌었다. 뒤에서의 기습을 받은 마교 진영은 모래 성처럼 무너지기 시작했다. "하앗!" 아사리의 도가 폭발하듯 붉은 섬광을 흩뿌렸다. 그 위력을 본 청허 자가 급히 검을 휘둘러 초식을 막았지만 그 틈에 아사리는 몸을 날려 마교 진형 쪽으로 도망쳐버렸다. "승부는 다음에 내자!" 청허자 역시 도망치는 그녀를 굳이 쫓지 않았다. 그도 당장 아군을 지휘해야 할 입장이였기 때문이다. 양측 합쳐서 일천에 가까운 인원이 한꺼번에 몰려들자 귀인곡은 그 제서야 자신의 존재의의를 주장하기 시작했다. 삽시간에 불어난 인원 이 모두 싸울 수 있을 만큼 이곳은 넓지 않았고, 결국 전투는 전면에 선 일부 고수들만의 싸움으로 바뀌어갔다. 특히나 백팔나한진 같은 큰 진식을 펼칠 공간이 없었기에 전투는 거의 우격다짐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자, 어서 병력을 수습해서 여기서 빠져나갑니다!" 혼전의 와중에서 간신히 청허자를 찾아낸 해우선사가 상황을 설명했 다. "무림맹의 전 병력이 모이기만 하면 이쪽이 훨씬 유리해집니다! 이 런 곳에서 병력을 낭비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지. 와줘서 고맙네." 청허자가 침울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적의 수법에 당했다는 자괴감 탓이리라. "아미타불.. 천만의 말씀입니다." 어쨌던 두 사람은 혼전이 벌어지고 있는 병력을 수습하기 시작했다. "놓치지 마라! 진열을 정비하고 싸워라!" 같은 이유로, 마교측은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맹렬한 공격을 계 속했다. 이곳에서 소림과 무당의 병력이 빠져나가 다른 문파와 합류 한다면 그들이 처음에 계획한 각개격파 계획은 완전히 실패하게 된 다. 그렇기에 마교로써는 약간의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이곳에서 두 문파의 병력을 섬멸시켜야 했다. 양측의 병력은 비슷하지만, 지금까 지 승리를 거듭해온 마교 측의 사기는 상대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그럼.. 시작해볼까?" 귀인곡이 내다보이는 높은 언덕에서 지상의 혼란을 지켜보고 있던 예련이 손을 들어올렸다. 보병이 거리를, 기병이 속도를, 궁병이 높이를 얻었을 때 최고의 효 율을 낸다면, 마법사는 시간을 얻었을 때 그 진가를 발휘한다. 거의 한 시간 이상이 걸린 캐스팅이 드디어 마무리되자 예련의 손에 들린 지팡이에서 푸른 빛이 뿜어져나왔다. 콰아아! "뭐, 뭐냐!" 난데없이 불어온 강풍에 귀인곡 내에서 싸우던 사람들은 중심을 잃 고 비틀거렸다. "난데없이 무슨 폭풍이지?" 귀인곡의 윗쪽으로부터 눈조차 뜨기 힘들 정도의 강풍이 몰아치기 시작한 것이다. 이곳의 지세는 양 입구 쪽이 넓고 그 안은 병의 주둥 이처럼 좁아지는 형상이기 때문에 밖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안으로 들 어갈수록 풍속이 빨라지게 된다. 게다가 지금은 낮이라 산 위에서 아 래로 바람이 불어올 시간이였다. 그 바람이 몇십 배로 증폭되어 불어 오자 귀인곡 안은 거의 태풍의 한가운데 들어가 있는 것과 같았다. "하 선녀의 선술입니다! 자, 이 틈에 여기서 빠져나갑시다!" "이, 이게 말이오?" "나중에 천천히 설명드리겠습니다. 그럼!" 해우선사가 급히 병력을 지휘해 출구 쪽으로 이동시켰다. 소림의 승 려들은 미리 언급이 있었던 듯 당황하지 않고 몸을 낮추어 귀인곡을 빠져나갔다. "쫓아라!" 여수호가 철봉을 휘두르며 소리쳤지만 그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였 다. 바람이 불어오는 반대편, 즉 귀인곡의 아랫쪽 입구로부터 또 한 줄 기의 강풍이 불어왔다. 그리고 그것은 위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부딛 쳐 귀인곡 한가운데서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협곡 한가운데서 회오리바람이 생겨난 것이다. 고오오오..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회오리바람이 미친 듯 소용돌이치며 주위의 바 위와 사람들을 빨아올렸다. 주위의 암벽마저 그 풍압을 견디지 못한 듯 들썩거리고 있었다. "귀인곡이 무너진다!" 풍압을 이기지 못한 암벽이 쩍쩍 갈라지며 돌덩어리들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물러나라!" 마교의 인물들도 사색이 되어 그 자리를 벗어났다. 그리고 잠시 후, 엄청난 굉음과 함께 귀인곡 전체가 뒤흔들리더니 서서히 무너져내렸다. 폭풍에 휩쓸린 대량의 흙먼지가 시야를 가리는 가운데 아군 적군 가릴 것 없이 그 모습을 넋을 잃고 바라보고 있었 다. "휴우..." 그제서야 예련은 한숨을 내쉬며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았다. "메이시아나 아르네스의 신관이였다면 어스퀘이크(Earthquake)를 써 서 간단하게 처리할 수 있는데.. 이것도 참 무식한 방법이라니까." 폭풍이 잠잠해지려면 앞으로 한 시진 정도는 더 필요할 것이다. 그 정도면 아군이 후퇴해 전열을 가다듬을 시간은 충분했다. "자, 우리도 슬슬 물러나죠." "존명(尊命)!" 그녀를 호위하고 있던 신풍검대가 일사불란한 동작으로 주위를 경계 하며 움직였다. "이걸로 동점이군.." 마교의 기습공격은 상당한 성과를 거두긴 했지만 결국 실패로 끝났 다. 이제부터, 마교와 무림맹, 흑도와 백도 간의 진짜 전쟁이 시작될 것이다. 어느 쪽이 승리하던 수많은 사람이 죽게 될 것이다. 이미 시작된 전 쟁을 되돌릴 수는 없다. 그 결과로 얻은 평화가 그만큼의 가치가 있 기를, 너무나 비싼 수업료를 지불하고 얻은 교훈이 그 이상으로 많은 사람을 구할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 고작이겠지. 매섭게 불어오는 바람에 옷자락을 흩날리며 예련은 걸음을 옮겼다. ------------------------------------------------------------- 3권을 드디어 다 올렸습니다. 원고에 이사에 이런저런 일이 겹치다보니 출판본보다 통신연재가 느 린 기현상까지 벌어지는군요.; 내일부터 4권 원고에 들어가야겠죠...; (한숨 푹) 이번에는 일단 1권 분위기로 돌아갈 생각입니다. 스토리와 분위기를 놓고 고민한 끝에 내린 결론인데.. 대신 4권 스토리 보면 뒤로 넘어 갈 사람들이 꽤 있을 것 같군요 ( --);;;;; 그러고보니 드디어 100 회로군요. 이거 작년 9월까지 만들겠다고 한 거 아니였던가요....?; -사랑하면서도 서로를 향해 검을 들이댈 수 밖에 없는 연인들, 잊을 수 없는 영원한 우정, 조국을 위해 장렬히 죽어간 영웅. 이 모든 것을 돈으로 환산시키는 것이, 자본주의 시스템이다. [3] [M/F]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101 -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The Means of Freedom - 外傳 4. 第五章 - 또다른 여행. ---------------------------------------------------------------- 일반적으로, 군 내에서 전황이 예측한 대로 돌아가지 않으면 가장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은 그 군대의 군사와 참모들이다. 그 원칙에 충 실하게 무림맹의 군사인 지다성녀 조화영은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다 섯 개째의 찻잔을 비우고 있었다. "휴유..차도 너무 많이 마시는건 좋은 게 아닌데.." 전장에서 끼니도 제대로 먹지 못하며 싸우고 있는 무림인들이 들었 다면 쌍심지를 돋을 대사였지만 조화영은 차라리 그런 사람들과 자리 를 바꾸고 싶은 심정이였다. 물론 그 생각을 실천으로 옮긴다면 일만 오천명의 무림맹 군사들은 일주일 안에 군사라고 부를 수 없는 존재 가 되어버리겠지만. "엉망이군요." 옆에 있던 혜광선사가 고개를 내저었다. 그 자리에 동석해 있던 다른 사람들의 생각도 마찬가지였다. 불과 며칠 동안 무림맹은 지난 이백 년 동안의 일을 모두 합친 것보다 더 큰 문제를 겪고, 피해를 입었다. 귀인곡에서의 접전 후 부상자를 수습하고 진지를 세운 후 무림맹의 수뇌부는 며칠째 회의를 반복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조화영 의 심정을 공유하고 있었던 것이다. "마교가 숭산 소림사를 습격한 직후 무림의 흑도 문파들 중 상당수 가 백도의 문파들에 대한 공격을 감행했어요. 이것 때문에 대부분의 군소문파들은 자신들의 영역을 지키기 위해 후퇴해야 했고요." "무림 전체가 난장판으로 바뀐 거로군." 무영신개가 혀를 찼다. 조화영의 말을 듣지 않아도, 구파일방의 눈 과 귀라 할 수 있는 개방의 정보망은 무림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흑도와 백도 문파들간의 싸움을 손바닥보듯 파악하고 있었다. 대응할 여력이 없다는 것이 문제일 뿐. "마교의 정예병력과 흑도문파의 준동 중 하나만이라면 지금 무림맹 의 힘만으로 감당할 수 있겠지만.." "지금 무림맹의 힘으로는 무리라는 거로군. 그러므로 이 천상천하유 아독존궁극절세최강무공의미공자 진가영님같은 신비의 초절정고수가 나타나 무림을 정복하려는 미친 무리들을 쳐부수어야 할 필요가 있다 는.." 진가영의 말이 끝까지 이어지지 못한 것은, 그의 헛소리를 보다 못 한 배연경이 진가영의 뒷통수를 강하게 내리쳐버렸기 때문이었다. "크윽.. 이건 너무한 처사라고 생각하지 않소? 본 공자가 바다처럼 넓은 마음을 지니고 있었기에 망정이지, 다른 사람이라면 당장 사생 결단을 냈을 거요." "지금 그렇게 한다고 해도 별로 나쁘진 않은데." 아무렇지도 않은 듯한 배연경의 대답에는 천하의 진가영도 입을 다 물 수 밖에 없었다. "도움을 청할 곳이 하나 있긴 해요." "뭐?" 월유영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그녀에게로 돌아갔다. "마교와 맞서 싸울 세력이 또 어디 있단 말인가?" "서역(西域)이라면 가능할 거예요." "서역?" 수천 명의 조직을 이끄는 위엄있는 지도자들이 앵무새라도 된 듯 월 유영의 말을 되풀이했다. "예. 마교의 무공은 그 근본이 서역에 있습니다. 또한 오백 년 전 그들이 혈풍을 일으켰을 때 서역의 포달랍궁과 뇌음사(雷音寺) 역시 피해를 입은 바 있습니다. 저희 월영문 역시 포달랍궁의 한 유파입니 다." "흐음..." "그들에게 도움을 청한다면 결코 거절하지 않을 것입니다." 좌중의 몇몇 인물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 거지가 들은 이야기에 따르면 마교교주의 무 공은 서역의 것보다는 중원 고유의 원리에 기초한 것이 많다고 하더 군. 마교가 서역에서 창시되었다는 것은 전설일 뿐, 뚜렷한 증거가 없네." "그건 중원인들의 생각일 뿐입니다. 천하는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넓으니까요." "뭐야?" 월유영의 도발적인 말에 곤륜파의 장로 하나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 났다. 기껏해야 열 대여섯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는 어린 소녀에게 그 런 말을 듣고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사람은 몇 없을 것이다. "자자, 그만들 하시오." 혜광선사가 곤륜파의 장로를 말렸지만 그의 화는 쉽게 가라앉지 않 았다. "대체 무슨 소리요? 중원의 무공이 저런 서역의 꼬마 계집 따위에게 우물 안 개구리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형편없는 것이였소? 중원 무 림의 자존심은 모두 어디 팔아먹었소?" "자자, 여기는 이런 얘기를 할 만한 장소가 아닐세." 무영신개가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대고 있는 곤륜파 장로의 뒷덜미를 잡더니 밖으로 끌고 나갔다. "아미타불.. 월 소저의 말도 틀린 것은 아니나 좀 더 장소를 배려해 서 말을 해 주는 것이 예의일 것이오." "..알겠습니다." 혜광선사의 말에 자신이 실수했다는 것을 깨달은 월유영도 입을 다 물었다. 하지만 엎지른 물은 주워담을 수 없는 법. 월유영의 말실수로 인해 냉각된 분위기는 회의가 끝날 때까지 계속되었고, 결국 회의는 별 소 득 없이 끝났다. "휴우...." 좌중의 인물들이 거의 모두 돌아간 후 조화영은 여섯 잔째의 차를 w 잔에 따랐다. "아까는 죄송합니다. 제 실수로.." "아, 별 상관 없어요." ".." 그녀의 말이 화가 난 탓이라고 생각해서인지 월유영은 고개를 푹 숙 였다. "모두들 신경이 곤두서서 그런 것 뿐이예요.최소한 진 공자보다는 훨씬 나은 말이였어요." 그도 그렇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자 월유영은 피식 웃음을 지었다. "어차피 무림맹을 도와줄 곳이 있다면 고양이의 손이라도 빌리고 싶 은 생각일걸요. 내일 다시 회의를 열어서 건의하면 저쪽도 안 들어줄 수 없겠죠." "..서역의 힘까지 빌리면 마교를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거예요." "그렇겠죠. 하지만 중원의 무공은 결코 서역에 비해 떨어지는 게 아 니예요. 그쪽에서 무공을 배웠으니 그렇게 생각할만도 하지만, 주위 를 좀 더 객관적으로 보는 법을 배우는 게 좋을 듯 하군요." "예.." "그런데 하 선녀께서는 어디에?" 조화영이 화제를 바꾸기 위해 질문을 던졌다. "아마도 본관 뒤 건물에 아직 있을 거예요." 물론 조화영도 예련이 그곳에서 하루종일 부상자들을 치료하고 있었 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일단 그쪽으로 가보기로 하죠." 조화영이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섰다. 월유영은 영문도 모르고 그 뒤를 따랐고 둘은 곧 환자들이 수용되어 있는 건물에 들어섰다. 문을 열자 약초와 탕약 냄새와, 그 이상으로 짙은 피와 썩어들어가 는 살냄새가 후각을 자극했다. 이십여 명의 사람들이 누워 있는 병실 에는 몇 명의 사람들이 바쁘게 오가며 약초를 달이고 환자들의 상처 에 붕대를 감고 있었다. 기적을 일으키는, 즉 소생가능성이 없는 사 람을 치료가 가능한 수준까지 치료하는 데 모든 치료마법을 써버린 예련도 평범한 방법으로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었다. 다행이 그녀는 신성마법을 빼놓더라도 상당한 실력의 의술을 지니고 있었다. "아, 두 사람 여기는 무슨 일로..?" "잠시 할 얘기가 있어서요." 조화영의 말에 예련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지금요?" "당장 급한 환자가 없다면 잠시만 시간을 내 주실 수 있을까요?" "...그러죠." 예련이 피와 얼룩이 묻은 앞치마(?)를 벗어 한구석에 내던지고는 조 화영을 따라 밖으로 나왔다. "..갑자기 무슨 일이죠?" "오늘 회의에서 나온 얘기 때문에 하 선녀와 할 말이 있어서요." "으음.." 예련의 표정이 굳어졌다. 전술가는 아니지만 그녀도 전황을 대강이 나마 파악할 능력은 갖추고 있었고, 그렇기에 지금의 상황이 최악이 라는 것 역시 느끼고 있었다. 차라리 한 쪽이 압승하는 것보다 못한, 끝없는 소모전으로 이어지는 싸움의 형태.. 전쟁이라는 블랙홀에 만 신창이가 될 때까지 인명과 물자를 쏟아붓고, 결국에는 승자도 패자 도 없이 자신이 왜 싸우고 있는지조차 잊어버리는, 카라트의 성직자 와 썩은 시체를 파먹는 구울(Ghoul)만이 기뻐할 뿐인 그런 전쟁.. 그 러한 싸움을 몇 번이나 보아 온 적이 있는 예련은 그것이 얼마나 끔 찍한 결말로 이어지는지 잘 알고 있었다. "월유영이 이번 회의에서 서역 쪽의 힘을 빌리자는 의견을 냈었죠." "그래요?" "예. 그들의 힘을 빌릴 수 있다면 지금의 힘의 균형을 깨트릴 수도 있어요. 그리 기대하지는 않지만, 어쩌면 천마대제를 상대할 정도의 고수가 있을 수도 있고요." "음.." "사실 저는 다른 방향을 생각해봤었는데, 그쪽도 괜찮을 것 같더군 요." "다른 방법?" 월유영이 놀란 듯 되물었다. "예. 저는 천외천(天外天)의 힘을 빌려볼까 생각했거든요." "천외천?" 예련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조화영을 바라보았다. 대륙에서 마교에 대항할 세력을 빌려온다고? 아이레나인의 빙벽과 리크리드의 탑을 동 시에 소환하기라도 하지 않는 다음에야 무림의 고수들을 상대한다는 건 불가능할 것이다. 왠지 자기가 생각해놓고도 재미있는 발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은 설의 방패, 메테오 스트라이크(Meteor Strike)로도 깨트릴 수 없다는 대륙 제일의 성벽인 아이레나인의 빙벽과 오천이 넘는 아르켄의 언데 드 군단을 분쇄시킨 아르케미시아의 주탑, 홍염의 투창 리크리드의 탑이 한 자리에 모인다면.. "아, 하 선녀께서 왔다는 그 천외천이 아니예요." "예? 그럼.." "중원 어딘가에는 무림에 소속되지 않고 활동하는 세 개의 신비한 문파가 있다고 알려져 있죠. 저는 그들을 찾아서 힘을 빌려볼까 하고 생각했었죠."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자들을요?" "예. 하 선녀의 능력이 있다면 빠른 시일안에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월유영의 말을 듣고 보니 차라리 서역에 도 움을 요청하는 게 나을 것 같군요." "그럼..." "중원의 자존심이 어쩌고 말들이 많겠지만, 그런 걸 따질 상황이 아 니니 결국은 그 쪽으로 이야기가 나갈 듯 합니다." "그럼 절 부른 건.." "예. 하 선녀께서 월유영과 함께 서역으로 가 주셨으면 합니다." * * * 조화영의 예상대로, 회의는 꽤나 요란하게 진행되었다. 어제의 그 곤륜파 장로를 필두로 반대의견이 빗발쳤지만, 결국 끝까지 반대하는 사람은 없었다. 기껏해야 '서역 문파에게 도움을 청한다는 형태가 되 어 나중에 빛을 지는 일이 없도록 동등한 외교적 관계를 명확히 할 것' 따위의 쓰잘데없는 의견들만이 조화영을 괴롭혔을 뿐이다. "그런 일에 신경을 쓸 정도로 우리에게는 충분한 여유가 없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실제로 도움을 청하러 가는 상황이 아닙니까?" "그렇긴 하지만.." "그런 문제에 있어서는 서역으로 갈 특사에게 재량권을 주는 것이 가장 빠르게 처리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흠.. 확실히 한시가 급한 마당에 그런 걸 토론하고 있는 여유는 없 소. 그럼 서역으로 보낼 사람을 정하는 것이 중요하겠구려." "예. 일단 서역 출신인 월유영과 함께 벽운선녀 하예련 두 사람을 보내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좌중에 약간의 술렁임이 일어났다. "아미타불.. 확실히 그 둘이면 충분히 소임을 맡을 수 있다고 생각 하오. 하지만 여인 둘만으로 머나먼 서역 땅까지 가는 것은 힘들지 않겠소?" 혜광선사였다. "전 상관없습니다만.." 먼저 대답한 것은 예련이였다. 모험가 생활을 하면서 대륙에 안 가 본 곳이 없다고 자신하는 그녀에게 길이 험하다는 것쯤은 전혀 장애 가 아니였다. "그래도 한두명 정도는 일행을 데려가는 것이 좋을 것이오. 아무리 월 소저가 서역의 인물이라 해도, 여인들만 가서는 그쪽에도 얕보일 것이 분명하니.." "확실히 그건 그렇구려." 무영신개도 그 말에 수긍했다. 누가 뭐래도 이 세계는 남성중심사회 인 것이다.(?) "그럼 누가.." "본 공자가 가겠소."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부채를 펼쳐들고 얼굴을 가리는 흑의의 청 년은 다름아닌 진가영이였다. "이 천상천하유아독존궁극절세최강무공의미공자 진가영님 전쟁의 승 패를 결정짓는 이번 임무에 가장 적합한 자가 아니겠소? 본 공자가 간다면 이 임무의 성공은 확실히 보장될 것이오." "...실패가 보장되겠지." 배연경마저도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그럼 본협은 어떻겠소?" 그렇게 말하며 일어난 사람은 염신이였다. "자랑할 정도는 아니지만, 예전에 서역으로 가는 무역로를 몇 번 가 본 일이 있어 그곳 지리에는 익숙하오. 어떻게 생각하시오?" "..확실히 염 대협은 저랑 같이 가지 않으면 안되겠군요. 치료를 해 야 하니.." 회의실 구석에서 킥킥거리는 소리가 들렸고, 자신을 제외한 주위 모 든 사람이 공인하는 철면피 염신의 얼굴도 시뻘게지고 말았다. 예련 이 말하는 '치료'가 필요한 부위는 다름아닌, 그때 주화입마와 마법 적 치료의 부작용이 일어난 그곳이였다. 속칭 '비아그라 효과'라 불 리는 이 해괴한 부작용에 몇몇 의원이 손을 대 봤지만 원인은 도저히 알 수 없었다. "...설마 저 둘을 정말로 데려갈 생각은 아니겠죠?" 간신히 정신을 차린 배연경은 예련의 입가에 떠 있는 미소를 보며 불길함을 느꼈다. "데려갈 생각인데요." "탁월한 선택이군!" "부족하나마 최선을 다하겠소." 진가영이 부채를 좌 소리나게 접었다 폈고, 염신은 정중하게 포권을 하려다가 그 부위가 옷자락에 걸려 끙끙거리며 자리에 앉았다. "... 정말 저 둘을 데려가도 될까요?" "뭐, 포달랍궁이나 뇌음사의 사람들과 만날때는 침묵(Slience)주문 이라도 걸어놓으면 되겠죠. 호위역으로는 저만한 사람들도 드무니까 요." 모두들 불안해했지만 이미 결론은 내려졌고, 그렇게 무림의 운명을 결정지을 임무를 부여받은 네 사람이 결정되었다. ------------------------------------------------------------- 크하하핫! 이번 내기는 내가 이겼다 -_-/ 이거 시간 맞춰 쓰느라고 소포 붙이는 것도 빼먹고 동사무소에 가서 이전신고하는 것도 하루 늦추고 집값 보내는 것도 깜빡해버린..; 네이아르 .. 허허... 강호 신행기를 찾아다닌지 어언.. 몇달째.. 왜 전 여기 가입 하고도 몰랐던 것일가요...? ,, 정말 잼잇게 읽고 있는데... 어쨌건 연재재개 감사!!! 열심히 써주세요!! 2002/05/21 19:27 [4] [M/F]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102 -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The Means of Freedom - 外傳 4. 第五章 - 또다른 여행. ---------------------------------------------------------------- "그런데, 서역에서 신분을 증명할만한 방법이 있나요? 그때 유영이 있던 곳에서 따로 들고나온 물건은 없었는데..." 회의를 마치고 나오자마자 예련은 월유영에게 말을 걸었다. "물건은 없어요." 당시 월유영은 정신을 차리자마자 시녀인 흑월, 적월과 함께 옷가지 하나만 걸쳐입고 밖으로 뛰쳐나왔고, 그 와중에서 건진 것은 하나도 없었다. -당시 은월천령밀법이 준비되어있던 방의 환희마라불 그림을 떼어가고 싶어했던 예련에게는 무척이나 아쉬운 일이였지만. - "그럼?" "천중태극수류는 포달랍궁의 무공 중 하나예요. 외부로 유출된 적이 없으니 아마도 알아보겠죠." "흠.." 상당히 불확실한 열쇠였다. 과연 그것으로 문을 열고 도움을 요청할 자들을 만날 수 있을까? 불안하긴 했지만 당장 믿을 것은 그것 하나 뿐이였다. "꼭 그게 아니더라도 무림맹에서 정식으로 보낸 사자, 그것도 이 천 상천하유아독존궁극절세최강무공의미공자 진가영님이 친히 왔는데 감 히 박대하진 않을 거요. 걱정할 필요는 없소." "..." "...." ".." 염신, 예련, 월유영 세 사람은 약 5초간 어이없다는 빛을 얼굴 가득 띄우며 진가영을 바라보았다. "흠, 그런데 천마대제는 왜 갑자기 행동방침을 바꾼 것일까요?" 어색해진 분위기를 바꾸려는 듯 예련이 화제를 돌렸다. "바꾸다니?" "이번 일이 터지기 전까지만 해도 마교의 전략은 흑도의 문파들을 끌어들임과 동시에 그들에게 무공을 전수해 흑도와 백도간의 전력차 를 끌어올린다는 것이였죠. 넉넉잡고 50년 정도면 크게 힘들이지 않 고 중원을 지배할 수 있었을텐데 갑자기 방향을 바꿔 완전하지 못한 전력으로 공격을 감행한 이유를 알 수가 없어요." "50년? 그건 너무하지 않소? 영웅의 자리는 본 공자처럼 완벽하고 아름다운 청년의 것이여야 하는 법, 그때쯤이면 아무리 반로환동에 벌모세수를 한다고 해도 본 공자의 나이는 70대란 말이오." "...그래서요?" 월유영은 그제서야 배연경이 왜 이 자만 보면 못 죽여 안달인지를 확실히 깨달을 수 있었다. "우리가 놈들의 계획을 알아챘기 때문일지도 모르지." "아니예요. 그런 커다란 계획을 세우면서 수십 년 동안 밝혀지지 않 기를 바란다면 그것도 바보같은 짓이죠. 조영웅의 전략은 처음부터 상대가 알아낸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거예요. 이쪽에서는 기껏해야 재능있는 자들 몇백명을 뽑아 무공을 전수한다는 정도의 발 상밖에 하지 못할 거라는 걸 알고 있을 테니까요." 그런 방법으로 고수 몇십, 몇백명을 만들어본들 전체적인 전력차가 커져버리는데는 대응할 방법이 없다. 계란을 조약돌로 바꾼다 한들 바위는 깰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조영웅은 무리한 기습을 감행했고, 그것은 실패했어요. 무림맹에 상당한 타격을 주긴 했지만, 무림 전체가 무너질 정도는 아 니였죠." "그렇다면, 불리한 전술을 써야 할 만큼 급박한 상황이 마교 내에서 발생했다는 거요?" "그럴지도 모르죠. 어떤 이유로 갑자기 시간이 촉박해졌다거나 하는 식으로요." "혹시 천마지존을 능가하는 절대의 고수가 마교에 있었던 것은 아니 겠소? 그 자의 부활이 임박해왔기에 모두들 출진 준비를 갖추었다.." "그리고 그 절대고수는 천상천하..어쨌던 잘난 진 공자의 손에 쓰러 지는 이야기라 이건가요?" "물론이오. 그렇기에 본 공자가 영웅이라 불리는 것이고." 진가영이 예의 부채로 입을 가리며 말했다. 모두는 한숨을 내쉬었지 만 어쩌겠는가. 이 인간의 자아도취는 이미 구제불능인것을.. 하지만 그 말이 30%정도는 맞았다는 사실을 알아챈 사람은 그 자리에 아무도 없었다. "어쨌던 그 문제에 대해 유 방주님께 얘기해 봐야겠어요. 필시 무슨 이유가 있을 거예요." "그렇게 하시오. 그리고 나와 월 소저는 서역으로 가는 데 필요한 장비를 준비하도록 합시다. 그쪽으로 가려면 타클라마칸(塔克拉瑪干) 사막을 지나가야 하니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오." 이럴 때만 정상적인 염신이 진지하게 주위를 돌아보며 말했다. 실크로드를 통하는 최대의 관문인 타클라마칸 사막은 위구르어(語) 로 '들어가면 나올 수 없는' 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으며, 큰 것은 높 이 수십 장이나 되는 사구(砂丘)가 바람에 밀려 계속해서 자리를 바 꾸기 때문에 예로부터 교통의 큰 장애가 되었다. '…사하에는 원귀와 열풍이 심해 이를 만나면 한 사람도 살아 남지 못한다. 위로는 나는 새 한 마리 없고, 아래로는 기어 다니는 짐승 한 마리 없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망망할 뿐. 가야할 길을 찾으려 해 도 어디로 가야할지 알 수가 없다. 다만 언제 이 길을 가다 죽었는지 모르지만 죽은 이의 해골만이 길을 가르쳐주는 지표가 돼 준다…' 동진시대의 고승 법현(法顯)이 사막을 지나가며 남긴 기록이다. 해 골만이 이정표가 되는 곳, 삭막한 죽음의 땅인 것이다. 이곳을 통과 하는 사람은 기껏해야 사막에 익숙한 대상(大商)들 정도가 고작이였 다. "어쨌던 상황이 좋지 않으니 서두릅시다. 이번 일의 성패는 시간에 달려 있으니." "공자님!" 진지해지려던 분위기를 유리창에 돌 던지듯 깨트려버린 것은 소프라 노 톤의 여자 목소리였다. "공자님, 설마 저희들을 두고 가시는 건 아니겠죠?" "..." 두말할 것도 없이, 소리의 주인은 염신의 그림자 - 치고는 너무 색 이 밝지만 - 인 사유화였다. 그 옆에는 역시 두자미가 배낭 하나를 짊어지고 서 있었다. "유화, 자미.." "저희도 따라가겠어요. 공자님이 가시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사유화의 한 마디는 주위 모든 사람들을 일순간에 계화(鷄化)시켜버 렸지만 정작 본인은 아무 것도 느끼지 못했는지 눈물이라도 흘릴 듯 한 표정으로 염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사막은 너무나 위험한 곳이오. 유화나 자미 같은 여인의 몸 으로는 건너기 쉽지 않을 거요." "뭐가요! 저 허약해빠진 예련이나 월유영 같은 사람도 가는데, 왜 저희가 못 간다는 거예요? 설마, 공자님.." "?" "저희들이 싫어진 건가요? 그래요, 그럴 만도 하시겠죠. 저희처럼 난잡한 여자들에게 싫증을 내실 만도 하겠죠. 주위에는 상냥하고 아 름다운 여인들이 널려 있고, 영웅의 피는 끓어오르니.." "..." "..." 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특히 월유영 은 이제 계화(鷄化)를 넘어 석화상태로 변해가고 있었다. "뭔가 모르고 있군. 영웅은 이 천상천하유아독존궁극절세최강무공의 미공자 진가영님말고는 아무도 없는 법이오." "아마도 마지막 말은 염 대협의 몸상태를 두고 한 말이겠지?" 진가영과 예련이 한마디씩 했지만 분위기를 되돌리기에는 무리였다. "자자, 진정하시오. 유화와 자미가 원한다면야 당연히 가야지. 따라 올 자신은 있소?" "물론이예요!" 순식간에 사유화의 표정이 밝아졌다. "...준비할 게 좀 늘었군요." 예련이 고개를 내저었다. * * * 서역으로 이어지는 실크로드는 장안에서 시작되어 서역까지 이어진 다. 예련, 월유영, 염신, 진가영의 네 사람은 간단한 장비와 식량만 짊어지고 개방에서 나온 안내원을 따라 타클라마칸 사막의 입구까지 이동했다. 말을 사용하지 않은 것은, 최대한 시간을 아끼기 위해서였 다. 경공이 없는 예련은 자신의 물품들 중 부피가 나가는 것들- 고도계 라던가, 마나유동량 측정용 진동추 같은 -을 대부분 진가영에게 떠맡 겨버린 후 예의 파랑새로 폴리모프해 이동하는 방법을 택해 사유화와 두자미의 증오의 대상이 되었다. "아악! 저녀석 혼자만 편하게 날아다니고!" 일행 중 경공이 가장 떨어지는 사유화는 온 몸이 땀으로 범벅이 된 채 유유히 하늘을 날아가는 파랑새를 손가락질하며 욕을 퍼부어댔다. 하지만 답변 대신 돌아온 것은 근처 나무에서 슬쩍한 듯한 도토리 두 어 개 뿐이였다. "자자, 오늘까지는 이 산을 넘어야 합니다요. 좀 걸음을 빨리합시 다." "예에?" 거지차림을 한 안내자의 말에 유화는 뒤로 넘어가버릴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만해 유화. 체력만 더 떨어진다고." "...." 말없이 이마의 땀만 닦아내고 있던 두자미가 한마디했다. "저..공자님, 지금 몸으로 달리는데 불편하지 않나요?" "...." 그렇게 일행은 단 나흘 만에 장안에서 사막의 입구가 되는 작은 마 을까지 도착했던 것이다. 가장 편하게 날아온 예련조차도 피곤한 나 머지 폴리모프를 풀지도 않고 나뭇가지에 기대서 잠들어버렸을 정도 의 강행군이였다. 거의 몸을 던지듯 숙소에 들어가 드러누워버린 일행은 다음날 해가 중천에 뜬 다음에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휴우..아직도 다리가 후들거려.." 왠지 다른 의미로 들릴 수도 있는 대사를 중얼거리며 밖으로 나온 사유화는 곧 심각한 사실 한 가지를 깨달았다. "..세수를 못 한다고요?" "이보게 아가씨, 안까지 들어가지는 않았다고 해도 여기는 물이 귀 한 지역일세. 마실 물은 충분하지만 몸을 씻을 정도까지는 힘들어." "그, 그런.." 절망하고 있는 사유화의 눈앞에 왠 하얀 수건 하나가 불쑥 내밀어졌 다. "뭐야?" "보시다시피, 물수건." 그 물건의 주인은 언제나와 같은 깨끗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예련 이였다. "...이걸로 얼굴을 닦는거야?" "좀 있으면 그것도 못하게 될걸." 어이없어하는 유화의 손에 물수건을 턱 쥐어준 예련은 그대로 몸을 돌렸다. 하지만 사유화는 예련이 몸을 돌리면서 긴 갈색 머리가 부드 럽게 찰랑거리는 -절대로 나흘 동안 머리 못감은 사람이라고는 볼 수 없을 정도로- 모습을 놓치지 않았다. "너..이거 말고 뭔가 가진 게 있지?" "뭐, 캐들립(Cantrip)의 간단한 응용인데..하루에 한번밖에 못 쓰거 든? 그럼 이만." "이, 이게!" 사유화의 이마에 굵직한 힘줄이 불거져나왔다. 마법학에 대한 지식 은 눈꼽만큼도 없는 그녀였지만 그 말이 거짓말이라는 것 정도는 쉽 게 짐작할 수 있었다. "뭐해? 필요한 거 있으면 빨리 사두는게 좋을걸? 앞으로 언제 상점 을 볼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르니까." 그 말은 사유화의 정신을 원상태로 되돌렸다. 그녀는 예련의 뒷모습 을 한번 노려본후 곧바로 반대 방향을 향해 달려나갔다. ---------------------------------------------------------------- 예전의 분위기로 돌아오는 것도 꽤나 힘들군요. 요즘은 신행기보다는 이런저런 프로그래밍과 다른 글의 구상에 더 신경을 쓰고 있어서.. (원래부터 그랬잖아! 퍽!) 제 날짜에 완결하는 게 가능할지 참 기대되는군요 (..) 흐음.. 오늘의 마법군은 참 오랜만에 등장하네요^^ P.S> 본문에서 인용된 게 법현의 말 맞나요? 제가 뒤진 인터넷 사이트에 서 본 데로 쓴 건데.. -_-; 왠지 불안한..; 오늘의 마법~# 캐들립(Cantrip) : 마법 수련생들이 입문 단계에서 배우는 간단한 마법 을 이용한 장난. 확실한 물리적 효과를 만들어낼 수 없도록 안 전장치가 되어 있지만 용도는 다양해서 솜사탕 맛의 쿠키를 만 든다던가 손에서 장미꽃 다발이 나타났다 사라지거나 방안의 먼 지를 빨아올리는 소용돌이를 만드는 등 여러가지 재미있는 일 들을 할 수 있다. 다른 마법과 함께 사용해서 마법사의 집안일 기술이 되기도 한다. [5] [M/F]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103 -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The Means of Freedom - 外傳 4. 第五章 - 또다른 여행. ---------------------------------------------------------------- "예?" 내노라는 예련도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원래 내일쯤에나 출발 하기로 했던 캐러밴(Caravan: 대상)이 예정을 앞당겨 어제 출발해버 렸기 때문이였다. 원래 그 캐러밴은 도중에 문제가 생겨 일정이 연기되었었는데, 어떻 게 그 문제를 해결해서 원래 날짜에 맞춰서 출발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들 입장에서야 신의 은총을 만끽하고픈 기분이겠지만 동행 을 찾던 일행에게는 맥빠지는 소리가 아닐 수 없었다. 요령이란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다. 잘 모르는 위험한 길을 지나가 는 방법 중에는 기발하고도 화려한 것들이 많지만, 가장 확실한 것은 그 길을 잘 아는 사람과 동행하는 것이다. 그 사실을 잘 아는 예련은 어떻게던 대상들과 접촉하기 위해 사방으로 뛰어다녔지만 - 이런 일 에 진가영이나 월유영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명백했다 - 이 곳에 다른 대상은 없었다. 다음에 올 대상과 합류해서 가려면 한 달 은 기다려야 한다는 말에 예련과 염신은 모래 씹은 표정을 지었다. "어쩌죠?" "우리만으로 사막을 건너는 것도 불가능하진 않소." "저 역시 사막을 지나는 법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그 걸 직접 실천해 본 경험은 없다고요. 아는 것과 익히고 있는 것은 다 른 거예요." 지식은 모든 상황에서 큰 도움이 되지만, 그것으로 모든 것을 해낼 수는 없다. 가장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일조차도 직접 그 앞에 나 섰을 때는 이질적인 모습으로 보이기 마련이다. 현자 라르고 일리아 드가 그 유명한 격언을 남긴 후에도, 많은 사람들은 그 사실을 가장 비싼 수업료를 지불하고서야 배우곤 했다. "저 역시 사막을 건너본 적은 있지만 그때는 군사를 이끌고 간 것이 였소. 내 손으로 그곳에서 전투 외의 무언가를 해 본 적은 없었지." "어쩔 수 없군요." 잠시 천장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 있던 예련이 결론을 내린 듯 입 을 열었다. "위험하긴 하지만, 그 사람들을 쫓아가는 게 좋을 것 같군요. 그쪽 은 다수인데다 짐도 있을테니, 사흘 정도면 따라잡을 수 있겠죠." "..꼭 그렇게 해서까지 상인들과 같이 가야 합니까?" 염신의 말은 질문이라기보다는 불평에 가까웠다. "만약을 대비해야죠. 그럼 출발하기로 하죠. 유화들과 진가영 등등 에게 말해주세요." "알겠소." 일행이 원래 가지고 있는 지식과 이곳 마을에서 이것저것 주워들은 것까지 합쳐서 단단히 준비를 갖춘 일행은 짐을 두 마리의 낙타에 나 누어 싣고 사막을 향해 출발했다. 이것저것 너무 많이 챙긴다고 진가 영과 사유화 등이 투덜거렸지만 예련은 눈 하나 꿈뻑하지 않고 모든 짐을 정리했다. "뭔가 불길한데.." 거의 완벽한 준비를 갖추었다고 생각했었지만, 예련은 무언가 빠졌 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하지만 아무리 장비목록을 뒤지고 고민 해봐도 그게 무엇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 * * 작열하는 햇살이 사막을 뜨겁게 달구고, 발목까지 푹푹 빠지는 모래 는 그대로 지나가는 사람의 발목을 휘감아 끌어당길 듯 했다. 그 열 기를 견디지 못한 대기마저 이그러지며 사막의 모습을 일그러뜨리는 모습은 모든 것을 태워버리는 빛과 열기에 대한 항의의 몸짓인 듯 했 다. 빠트린 것이 무엇인지는 일행이 사막으로 나온 지 두 시간도 되지 않아서 깨달을 수 있었다. "아악! 이러다가 피부가 다 타겠어!" "나도야.." "젠장, 이 천상천하유아독존궁극절세최강무공의미공자 진가영님께서 는 햇빛 따위에 굴하지 않는다!" "...." 예런은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사유화, 두자미와 진가영 세 사람을 돌 아보았다. 언제나와 똑같은, 예의 그 입었는지 벗었는지도 알 수 없 는 망사옷 차림의 사유화와 그에 맞먹는 노출도를 자랑하는 두자미, 그리고 예의 검은 옷으로 온몸을 감싼 진가영은 사막의 햇살 아래에 서 그 안일한 옷차림의 댓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었다. "이..이봐, 어디 남는 옷가지 없어? 햇빛 막을 수 있는 풍성한 걸 로..." "그게..방금 생각났는데 우리가 사막에서 입을 옷을 전혀 준비 안해 왔었어. 남은 옷은 각자자 가진 것밖에 없을걸?" 풍성한 밝은 옷차림의 월유영이나 역시 온몸을 감싸는 흰색의 법의 를 걸친 예련은 그나마 햇빛의 영향을 덜 받았지만, 그 외의 사람들 에게 있어서 사막의 태양은 그야말로 재앙이였다. "그런 것도 준비 안하고 뭐했어!" 사유화가 빽 소리를 질렀다. 열기 탓도 있겠지만, 정작 예련 본인은 그리 힘들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더더욱 그녀의 기분을 상하게 했 다. "생각해보니까, 전에 사막을 건넜을 때는 모두들 자기 옷을 알아서 챙겼었거든. 나는 이거 하나면 문제없고. 그래서 깜빡했나봐." 예련이 아데나의 법의 자락을 흔들어 보이면서 말했다. 비마법적인 일정 수준의 고온이나 저온에 저항하는 마법은 그리 높은 레벨의 것 이 아니므로, 아티팩트급인 아데나의 법의가 그런 기능을 지니고 있 다는 것은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닐 것이다. "너어어어어..." "자자, 빨리 가자고. 대상들과 합류하면 여분의 옷 정도는 얻을 수 있겠지. 그리고 덥다고 땀 닦지 마. 땀이 증발하면서 열을 흡수하고, 직사광선에 의해 화상을 입는 걸 막아주니까." "젠장.." 진가영은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내공으로 열기를 막아보려는 듯 운 공을 계속하고 있었다. 속성으로 익힌 내공 탓에 한서불침(寒暑不侵) 의 경지에 들어서지는 못했지만 공력만으로라면 이 정도 열기에 어찌 될 진가영은 아니였다. 물론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에 예련도 별 걱정 없이 사막에 나온 것이지만. "조금만 쉬었다 갈까요?" "이곳에서 말입니까? 빛을 피할 만한 곳을 찾지 않는다면, 한 시간 도 되기 전에 쪄죽을 게 뻔하오." "그거야 별로 어려운 일은 아니죠." 예련이 한 손을 하늘을 향해 들어올렸다. 일행의 머리 위에 흐릿한 푸른 빛의 가루 같은 것이 생겨났다. 바람 을 타고 날아오른 사막의 모래가 빛을 반사해 빛나는 듯한 모습이였 다. -물론 그런 모습은 사막보다는 바닷가에서나 볼 수 있겠지만.- 그리고, 놀랍게도 그 빛의 입자는 마치 차양을 둘러친 듯 쏟아지는 햇빛을 막아주었다. 예련을 중심으로 반격 1장 정도의 공간은 완전한 그늘이 되어 있었다. "이, 이게 뭐야?" "한 두시간 정도는 지속될테니까 잠시 쉬자고. 자, 그리고 이건 선 물." 예련이 낙타의 등에 올려진 자신의 짐들을 한참 뒤적거리더니 무언 가를 끄집어냈다. 그것은 보통의 장검보다는 약간 짧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검집이였다. 현재 일행 중에서 검을 쓰는 사람은 아 무도 없기 때문에 모두들 의아한 눈으로 예련을 바라보았다. "프리즈 메탈(Freeze metal)." 검집을 쓰다듬으며 예련이 주문을 외우자 순식간에 검신에 이슬이 맺히며 주위로 서늘한 기운이 전해졌다. "자, 쓸 사람?" 예련이 서리가 낄 정도로 차가워진 검을 모래바닥에 꽂아넣자 치지 직 하는 소리와 함께 수증기가 피어올랐다. "너, 다시 봐야겠다?" 사유화가 탄성을 지르며 손이 안 보일 정도의 속도로 검을 낚아채 꼭 끌어안았다. "어이, 그러면 다른 남자들이 못 쓰잖아. 뭐, 염 대협은 예외겠지 만." "하나 더 만들면 되잖아! 무슨 상관이야." "휴우.. 말이 쉽지." 예련이 가진 마력의 용량에는 제한이 있었고, 이런 식으로 평상시에 마법을 마구 써대면 정작 급한 상황에서 주문이 모자라는 경우도 생 길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전투의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마법사 들은 늘 주문을 아껴 사용한다. "이렇게 움직여서 대상을 따라잡을 수 있겠소?" 염신이 자리가 불편한 듯 엉거주춤한 자세로 서서 말했다. 아직까지 도 지속되고 있는 그 부작용(?) 때문에 그는 자리에 앉는 것도 힘든 상태였다. "뭐, 어떻게던 되겠죠. 속도보다 이 사막에서 방향을 잃지나 않았는 지 제일 걱정이예요." "흐음.." 가도가도 끝없이 똑같은 모습만이 펼쳐져 있는 사막. 그러나 그 풍 경마저 잘 살펴보면 시시각각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 사막 전체로 놓 고 보면 피부에 난 땀구멍 정도에 불과한 수많은 사구(砂丘)가 바람 에 의해 움직이며 사막의 지형을 바꾸어놓는 것이다. 이런 환경 하에 서 지형에 의지해 길을 찾는다는 것은 미친 짓이였다. 끝이 보이지 않는 길, 방향을 종잡을 수 없는 텅 빈 황야만큼 사람 을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없다.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 모두는 어떤 적도 두려워하지 않는 무공과 마법의 고수였지만, 시야의 끝에서 끝 까지를 가득 채운 모래언덕의 모습 앞에서는 불안감을 완전히 떨쳐낼 수 없었다. "..빨리 대상들이랑 합류했으면 좋겠군요." "응." 월유영의 말에 사유화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도 예련이 대상을 그 렇게 찾아 다녔던 이유를 깨닫고 있었던 것이다. 미지의 상황에서 가 장 필요한 것은, 믿을 수 있는 이정표와 의지가 되는 사람이였다. -------------------------------------------------------------- ...정말 게으름의 극치로군요. 발더스 2와 확팩까지 다 깨고 나서도 한참동안 놀다가 겨우 글을 썼습니다 -_-; "신행기 안 올리나요?" 라는 한 독자분의 쪽지가 가슴을 찌르는군요 (.. )....; 역시 발더스 최강의 성직자는 비코니아.. 30레벨이 넘어가니까 언데 드의 제왕이 되더군요 --; 리치 터닝해서 아군으로 꼬시고, 적들이 일반 몬스터와 언데드가 섞여 나오면 나이스~ 하며 자기들끼리 싸우 게 만드는..;; 하긴, 신행기의 예련도 24레벨이였는걸--; 역시 AD&D의 궁극은 듀얼클래스죠; 파이터/클레릭의 아노멘 같은 녀 석이 의외로 강합니다. 플레일에 마스터리 다섯개 박고 아이언 스킨 걸고 칼날의 글로브 둘러친다음 돌격하면..; (개인사정상 오늘의 마법군은 다음회로 미루겠습니다; 나흘째 술마 시고 있거든요 -0- 오늘은 제 생일이랍시고 2차중... 옆에서 술안먹 고 컴한다고 째려보네요;) [6] [M/F]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104 -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The Means of Freedom - 外傳 4. 第五章 - 또다른 여행. ---------------------------------------------------------------- 예련과 두 마리의 낙타가 일행의 평균 이동속도를 떨어뜨리고 - 물 론 경공을 지닌 사람들의 입장에서 - 예상치 못한 문제들이 사유화, 두자미, 진가영 등을 괴롭혔지만 일행이 하룻동안 전진한 거리는 사 막 여행자로써 합격점을 받기에 충분했다. 사막의 일교차는 악명높다. 낮에는 하늘이 죄많은 인간들을 불로써 단죄하려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들다가도, 밤이 되면 달빛 마저 얼어붙는 듯한 추위가 사막을 뒤덮는다. 이 극단적인 온도차에 의해 암석은 팽창과 수축을 반복하며 결국은 모래로 화하고, 사람들 은 자신의 오감을 의심하며 모닥불을 피우는 수밖에 없다. "대체 왜 이런 거야?" "아무것도 없으니까." "응?" 선문답 같은 대답에 두자미는 눈살을 찌푸렸다. 하지만 예련이 자신 의 무지를 놀리고 있다고 판단한 그녀가 상대의 목을 조르기 직전에 뒷말이 이어졌다. "물은 낮에 열을 받아들였다가 태양이 사라지고 밤이 되면 저장해 둔 열을 내놓지. 모든 물체가 다 그렇지만, 물보다 비열이 높은 물질 은 그리 많지 않아. 해안 지방이 낮과 밤, 여름과 겨울의 온도차가 다른 지역에 비해 낮은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고. 이곳에는 물도 없 고 그걸 저장할 나무도 없으니까 태양이 사라지면 모래는 순식간에 가진 열을 다 공기중에 방출해 버리고, 더 이상 열을 받을 수 없는 땅은 계속해서 식어가는 거지." "...다른 건 무슨 소린지 하나도 모르겠지만, 마지막 말대로라면 앞 으로 해가 뜰 때까지 계속 더 추워진다는 거야?" "응." "하지만, 사막이 밤에 이렇게 추운 곳이라고는 생각못했어." "공자님, 추워요.." 옆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월유영과 진가영은 무엇을 하 는지 볼 필요도 없다는 듯 고개를 돌렸고 잠시 생각하던 예련은 자리 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소리의 진원지를 향해 걸어갔다. "왜? 부러워?" 사유화는 빙그레 웃으며 왼손으로 염신의 가슴께를 어루만지고 있었 다. 모포 아래로 들어간 오른손이 무슨 짓을 하고 있을지는 보지 않 아도 뻔했다. 그리고 두자미는 그 장면에 자극을 받았는지 어느새 염 신의 반대편에 누워 사유화와 비슷한 동작을 취할 준비를 하고 있었 다. 이 여자들의 사고방식과 행동패턴에 대한 심리학적 분석을 해보 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예련은 그 대신 말없이 두 사람의 모포 를 확 걷어냈다. "뭐하는 짓이야!" "너희들 모포 필요없지? 염 ‘공자님’과 함께 쓰면 될테니까 말야. " "그, 그렇긴 하지만.." "그럼 됐어." 그렇게 말하고는 예련은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가 모포 세 겹을 가 지런히 펼쳐놓고 그 위에 눕더니 그대로 모포를 몸에 돌돌 말고는 눈 을 감아버렸다. 거의 동시에 낮게 쌔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 설명은 길었지만 예련이 모포를 바닥에 깔 때부터 잠들기까지의 동 작은 거의 한순간에 이루어졌다. 한참 후에야 제정신을 차린 사유화 와 두자미는 거의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예련에게로 달려왔다. "야! 내 모포 내놔!" "혼자서 세 겹이나 덮고 잘 작정이냐?" "...." 세 번째의 말줄임표는 역시 어이없는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 던 염신의 것이였다. 사유화와 두자미가 자신들이 옛날 에릴 레아스의 동료들이 겪었던 고충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리는 없었다. 어쨌던 예련 을 잡고 흔들고 꼬집고 때리고 걷어차고 온갖 짓을 다 해보았지만 세 겹의 모포에 의해 보호되고 있는 예련은 꿈쩍도 하지 않았고. 한참 동안 난리를 치고서야 두 여인은 자고 있는 예련을 일반적인 방법으 로 깨우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이걸 어쩌지?" "..글세. 두 개라도 있으면 어떻게 해보겠는데.. 세 사람이 모포 하 나라니 너무하잖아!" "이 녀석은 추우면 그 잘난 마법이라도 쓰지, 남의 모포를 뺏어가?"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그들은 막 예련의 전 동료들이 생각했던 것과 똑같은 결론을 이끌어낸 것이다. "유화, 자미. 그만들 두시오. 하 선녀는 공력을 지니지 못한 일반인 이 아니오. 이 날씨에 추위를 느끼는 것도 당연하겠지." 두 여인이 예련을 집어들어 모포를 강제로 벗겨낸 후 모래바닥에 다 시 내던진다는 잔인하고도 당연한(?) 계획을 실행에 옮기기 직전, 염 신의 음성이 뒤에서 그녀들을 가로막았다. "하지만.." "어차피 이 정도로 얼어죽는 것도 아니잖아요. 다른 사람 잠까지 방 해하지 말아주세요." 어느새 잠에서 깬 월유영까지 그렇게 말하자 그녀들로서도 어쩔 수 없었다. 둘은 한숨을 내쉬며 자신들의 자리로 되돌아갔다. 자신들 외에 정상적인(이라고 부르기는 상당히 힘들지만) 남자 하나 와 여자 둘이 더 있는 상황에서는 아무리 음녀들이라고 해도 맘놓고 이상한 짓(?)을 할 수는 없다. 물론 부끄러움 같은 단어는 옛날에 지 워진 불량단어사전을 소유하고 있는 그녀들이지만 예련을 제외한 두 사람이 잠에서 깨기라도 하는 날에는 어떤 형태의 공격이 날아올지 예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둘의 선택은 행복하게 잠들어 있는 예련을 노려보며 염신의 좌 우에 달라붙어 모포 한 장으로 추운 사막의 밤을 지새는 것이였다. * * * 모두가 신기하게 여기는 사실 중 하나는, 한번 잠이 들면 세상이 멸 망해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예련이 일어날 시간이 되면 스스로 일 어난다는 것이다. 자명종 같은 것을 들고 다니는 흔적도 없고, 세상 에 예련을 깨울 만한 자명종이 있을 리도 없는데도. 일행이 생각한 이동방법은, 해가 지는 것과 동시에 잔 후에 새벽에 일어나 가장 추울 때 행군을 시작해 최대한 빠르게 이동한 후, 점심 이후부터 사막이 가장 더울 때 휴식을 취하는 식이였다. 쉬는 시간이 많아 보이지만 어차피 하루종일 걸을 수 있는 것도 아니므로 사막의 더위에 익숙하지 않은 일행에게는 괜찮은 방법이였다..라고 예련과 염신은 생각했다. 해가 떠오르며 사막이 서서히 밝아진다. 밤새 얼어붙은 땅이 태양의 출현과 동시에 다시 열기를 얻고, 하늘은 붉은빛에서 밝은 주홍색을 거쳐 다시 새하얗게 이글거리는 백열(白熱)로 바뀐다. 하지만 그 화려한 일출의 아래에서도 자연의 신비와는 동떨어진 대 화를 하고 있는 사람은 있었다. "난 한숨도 못 잤단 말이야.. 젠장! 왜 남의 모포를 뺏어가냐고!" "왜, 어차피 쓰지도 않았을 거면서." "뭐가? 덕분에 얼어죽을 뻔 했다고. 넌 그 좋은 옷 입고 뭐가 모자 라서 모포를 세 겹이나 애벌레처럼 말고 자냐?" "어쩔 수 없는걸. 아데나의 법의는 열기에 대한 보호 능력은 있지만 대신 냉기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안 입고 있는거나 마찬가지거든. 이 런 날씨면 좀 추워질수밖에." "칫, 마법이라고 뭐던 다 되는건 아니네." "당연하지. 그 증거로 난 무림고수들이 나오면 손도 못 쓰잖아? 이 럴 때나 자랑해야지 뭐." 가볍게 받아넘긴 예련은 잠이 덜 깼는지 크게 기지개를 켰다. 해가 완전히 떠오르면서 사막은 다시 더워지기 시작했다. 어제 태양 빛의 좋은 표적이 되어 살갗을 태워먹을 뻔 한 사유화와 두자미는 햇 빛을 막기 위해 잘 때 사용했던 모포를 둘러쓰고 길을 걸어야 했다. 당연히, 새하얀 살결을 보존하는 댓가로 둘은 찜통에 들어간 듯한 더 위를 느껴야 했다. "..아무리 그래도 강호삼대음녀의 위신이 있지. 꼭 집잃은 부랑인 같지 않소?" 진가영의 잔인한 한마디에 두 여인의 신형이 크게 휘청거렸다. 그렇게 몇 시간이나 걸었을까. 점심때 정도 되어서 일행이 슬슬 쉴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월유영이 갑자기 걸음을 멈추었다. "저게 뭐죠?" 그녀의 물음에 모두들 동작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월유영이 가장 먼저 그것을 발견한 것은 안력이나 공력의 강약이 아 니라, 아마도 단순한 관찰력의 차이였을 것이다. "..사람..같은데요?" 염신에 이어 진가영과 두자미도 곧 사막 저편에 쓰러져 있는 사람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가봅시다!" 역시 진가영이 가장 먼저 몸을 날렸고, 일행은 급히 그 뒤를 따랐 다. 하지만 예외도 있었다. 경공이 없는 예련은 일행이 내버린(?) 낙타 두 마리를 끌고 일행을 따라가려 애썼고, 염신은 막 몸을 날리다 말 고 갑자기 낮은 비명을 지르며 그 자리에 주저앉아버렸다. 다리 사이 에 손을 넣고 인상을 찌푸리는 걸로 봐서 무슨 일인지는 쉽게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냥 천천히 가요." 예련이 쥐고 있던 고삐 하나를 염신에게 건내며 말했다. "이미 죽은 것 같군." 쓰러진 사람, 아니 시체 옆에 도착한 두자미가 인상을 찡그렸다. 이 미 시체는 부패가 시작되어 지독한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굶어 죽거나 수분부족으로 탈진해 죽은 것은 아니였다. 서역인의 어 깨에서 허리까지를 가로지른 상처는 상당히 예리한 무기에 의한 상처 였다. 주위의 모래에 말라붙은 검붉은 핏자국은 그것이 치명상이였음 을 증명하고 있었다. "죽은 지 하루나 이틀 정도 지난 것 같은데?" "여기는 무더운 사막이니까 그보다는 조금 덜 됐겠지. 하지만 차림 새로 보아 서역인인 것 같은데.." 잠시 생각하던 진가영이이 몸을 숙이고 썩어가는 시체의 옷가지를 뒤졌다. 비상식량으로 보이는 음식 약간과 가죽 주머니에 든 물, 나 무를 깎아 만든 장식품 같은 것이 나왔다. "뭔가 신원을 확인할만한 게 없나?" "모르겠군요." 월유영과 진가영이 동시에 고개를 흔들었다. "뭐야? 이리 줘봐." 그제서야 도착한 염신과 예련이 두자미가 꺼낸 물건들을 받아 살펴 보았다. "솜씨가 투박한 것으로 보아 이건 그냥 취미삼아 만들었거나 구입한 것 같소. 특별히 어디서 만들었다고는 말하기 힘들겠는걸." "옷차림이나 그런 걸로 봐서 대상의 수행원 같은데요." "하긴, 이 때에 사막을 건너는 사람이라면 그들밖에 없겠지만.. 대 상이라면 왜 여기 쓰러져 있는거지? 그것도 죽은지 하루 정도밖에 안 된 것 같은데." "흐음..일단 화장부터 하고 생각하죠." "뭐?" 염신과 진가영이 상대의 정신 상태를 의심하는 듯한 눈초리로 예련 을 바라보았다. "왜 그래요?.. 아, 여기서는 죽은 사람을 매장하는 풍습이 있었죠?" "..그렇소." "하지만.. 이 사막에 사람을 묻는 게 쉬운 일일까요? 바람이라도 잘 못 불면 모래가 모조리 쓸려나갈텐데." "뭐, 깊이 파면 되겠지." 죽은 사람의 유해를 처리하는 방법은 생각 외로 다양하다. 일반적으 로 알려진 매장이나 화장(火葬)외에도 수장(水葬)이나 시체를 공기 중에 놓아두는 풍장(風葬)이 있으며, 이것도 시체를 관에 넣은 채로 놓아두거나 유체가 완전히 해체되면 뻐를 거두어 따로 묻는 등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하지만 진가영의 한 마디로 일행은 전통적인 중원 의 매장, 즉 극히 비효율적인 방법을 선택했다. 예련이 말한 데로 사막에서는 바람을 따라 높이가 십여 장에 달하는 사구들이 이동하기 때문에 보통 깊이로 파서는 안심할 수가 없었다. 염신은 사구 아래의 땅을 골라서 사 장(약 13.2m)정도 파면 될 거라 고 생각했지만 그 반의 반만 파도 무너져 내리는 모래 앞에서는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아마 보통 사람이라면 예련의 충고에 따라 다른 방법을 선택했을 것 이다. 하지만 일행은 무림에서도 내노라하는 무공의 소유자들이였고, 채 한 시진도 되지 않아 무시무시한 크기의 구덩이를 만들고 그 속에 서역인의 시체를 안치한 후 모래를 덮을 수 있었다. 염신은 봉분(封 墳)을 만들지 못하는 것을 아쉬워했지만 그것까지 바랄 수는 없는 일 이었다. "대단한 정성이라고밖에 말할 수가 없군요." "뭐, 이정도야 군자의 당연한 도리가 아니겠소?" 진가영이 부채를 꺼내들며 말했지만 이제 익숙해진 일행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나저나, 뭐하는 사람이였길래 이런 곳에서 죽은거죠?" ------------------------------------------------------------- 밤샘하고 글 쓰느라 제정신이 아니군요. 문명 3은 절대로 인간이 해서는 안 될 게임입니다..(풀썩) 마감 맞추려면 하루에 한편씩 써야 하는데..;; 오늘의 마법~# (정확히는 어제의 마법이군요 -_-;) Heat metal/Freeze metal: 금속 가열/냉각 마법. 히트 메탈은 금속 을 순간적으로 가열하는 주문이다. 비상하는 매의 표현을 빌리자면 ' 갑옷입은 얼간이를 지져버리는 데 사용하는' 마법이지만, 물 끓일때 모닥불 대신으로 사용하는 쪽이 더 많을 것 같다.;; 프리즈 메탈은 당연히 역주문. 효과는 정반대.. [7] [M/F]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105 -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The Means of Freedom - 外傳 4. 第五章 - 또다른 여행. ---------------------------------------------------------------- "글세, 아무래도 대상의 일원인 것 같긴 한데.. 대상을 사막에서 습 격한다고? 최소한 지성을 가진 생물이라면 그런 짓은 안 할거라고 생 각해." "어째서?" "그렇게 했다가는 대상들이 가지고 있던 물건을 짊어지고 사막을 빠 져나가야 할 테니까. 모르긴 몰라도, 사막 횡단이라면 짐꾼 값도 상 당히 비쌀걸?" "흐음.." 의논이 멈추자 일행은 각자의 취향대로 생각에 잠겼다. 하지만 해답 은 금방 나오지 않았고, 이곳은 기온이 40도를 오르내리는 사막이였 다. "아악! 지금 남 일 생각할 틈이 어딧어! 생각하다가 일사병으로 쓰 러지겠다!" 이런 식의 생각과는 인연이 없는 사유화가 가장 먼저 고개를 내저었 다. "그러자고. 일단 이 방향으로 쭉 가보자." 예련이 손가락을 들어 한 방향을 가리켰다. 그 동작에서 특이점을 발견한 사람은 그나마 머리를 다용도로 사용할 줄 아는 염신뿐이였 다. "우리가 가는 방향이랑 조금 다른 것 같은데?" "맞아요. 방금 저 사람이 쓰러져 있던 방향이 저쪽이였죠." "만약에 일행이 있다면 그 쪽이라는 건가?" 염신의 말에 예련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 잠깐! 그걸 어떻게 단정할 수 있는거야?" "그야 내가 그 사람 입장이였다면 동료가 있는 방향으로 가려 했을 테니까. 너도 그럴테고." 예련이 허공에 대고 팔을 크게 세 번 돌리자 그 앞의 공간에 반투명 한 원반 같은 것이 나타났다. 일행이 놀랄 틈도 없이 예련은 낙타 한 마리에 실린 짐을 모조리 그 원반 위로 옮긴 후 그 위에 올라탔다. 최소한으로 잡아도 그녀의 몸무게보다는 더 나갈 것이 분명한 짐이 실려 있었지만, 우산으로도 효과가 없을 것 같은 그 반투명한 원반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저 자가 대상의 일원이라면, 그쪽에 무슨 일이 생겼을지도 몰라요. 좀 빠르게 움직여야겠어요." "그러지." 염신이 대답했고 월유영은 일행을 한번 돌아보고는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진가영과 사유화, 두자미는 트롤 고기로 만든 육회를 씹은 사 람 같은 표정을 지으며 그 뒤를 따랐다. * * * 일행은 오전 내내 사막을 걸었지만 대상은커녕 헝겊 조각 하나도 발 견하지 못했다. 설령 무언가 단서가 더 있었다 해도 거의 추측으로 움직이고 있는 예련 일행이 정확히 단서가 있는 곳으로 지나갈 가능 성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도 일행이 걸음을 재촉하는 것은, 죽은 남 자가 가던 방향이 일행의 목적지와 거의 비슷했기 때문이였다. "더 갈 생각이오?" "아니요. 대상이라도 지금은 점심식사를 하고 있겠죠. 모래바람을 피할 만한 곳을 좀 찾아봐요. 그리고 염 공자는 거기 땀 안 차도록 주의하고요. 이런 곳에서라면 피부가 썩어들어갈 수도 있어요." 염신의 얼굴이 시뻘겋게 변한 것은 사막의 열기에 의한 것이 아니였 다. 그 ?을 듣기 한참 전부터 자신의 바지 가랑이 사이가 땀으로 완 전히 젖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염신의 특수한 현상( ?)이 아니였다면 칠칠맞게 어른이 바지에 오줌이나 싸냐는 오해를 받 아도 할 말이 없을 정도였다. 잠시 모래바닥을 파고 들어가 숨어볼까 하는 생각을 하던 염신은 고개를 푹 숙이고는 낙타 쪽으로 터벅터벅 걸어갔다. "걱정마세요 공자님. 별로 나쁜 병도 아니잖아요? 자, 제가 땀 닦아 드릴게요." "아, 아니, 됐소." 도화령의 심정을 어느 정도는 이해하게 된 염신이였다. 일행이 대상들보다 나은 점은, 햇빛과 열기를 확실하게 차단해주는 마법의 차양막 아래에서 점심식사를 할 수 있다는 점이였다. -모래바 람을 막지 못한다는 단점도 있지만. "응?" 밥그릇을 치우던 월유영이 갑자기 고개를 돌려 사막의 한 방향을 바 라보았다. "왜 그래?" "소리가 들려요.." "무슨 소리?" 진가영과 염신도 자리에서 일어나 주위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처 음에는 들리지 않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그들도 사막 저편 에서 들려오는 희미한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무언가가 달리는 소리..상당히 빠른 것 같은데? 그리고.." "..병장기 부딪치는 소리군." 염신이 들고 있던 밥그릇을 내팽개치고 차양 밖으로 뛰쳐나갔고, 진 가영은 여유있게 그릇을 내려놓은 후 경공술을 자랑하듯 순식간에 염 신을 앞질렀다. 그리고 월유영은 잠시 무언가 생각하는 듯하더니 몸 을 날려 예련을 한 팔로 붙잡고는 그대로 두 사람의 뒤를 따랐다. "나머지 두 사람은 자리 지키고 있어! 우리 짐은 다 거기 있다고!" "자미, 들었지? 자리 지키래. 그럼 난 간다!" "야, 너.." 두자미를 제외한 模?nbsp명의 일행은 -한 명을 제외하고- 각자가 지닌 최고의 경공술을 발휘해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달려갔다.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소리는 뚜렷하게 들려왔다. 칼이 부딪치는 소 리와 비명 소리, 모래를 박차고 달리는 소리가 일행의 귀를 자극했 다. 말을 탄 한 무리의 도적들이 짐이 가득 실린 낙타를 끌고 가는 사람 들- 아마도 대상일 듯한 -을 공격하고 있었다. 대상의 호위 무사들도 각자 무기를 뽑아 들고 맞서고 있었지만 도적들의 상대는 되지 못했 다. 말에 한 도적 하나가 아래에 있는 호위무사를 향해 예리하게 휜 곡 도(曲刀)를 휘둘렀다. 호위무사는 급히 검을 들어올려 막으려 했지 만, 힘의 차이가 너무 컸다. 검이 부러져 나가며 곡도는 그대로 호위 무사의 이마를 반으로 쪼개놓았다. "멈춰라!" 공력이 실린 염신의 호통이 사방으로 울려퍼지자 주위의 모래가 폭 풍이라도 맞은 듯 동심원을 그리며 밀려나갔다. 느닷없는 굉음에 놀 란 도적들이 일행 쪽으로 시선을 돌렸고,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염신 의 몸이 섬광처럼 쏘아져나가...는 듯 했다. "으윽!" 신음과 함께 멋지게 달려나가던 염신의 몸이 모래바닥을 굴렀다. 일 행은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지만 도적들 입장 에서는 실로 어이없는 광경이였을 것이다. "공자님!" 사유화가 바닥에 엎어져서 부들부들 떨고 있는 염신에게로 달려갔 고, 나머지 사람들은 각자의 취향대로 한숨을 내쉬거나 먼 하늘을 바 라보는 등의 제스쳐를 취했다. "뭐 하는 놈들이냐!" "상관없다! 다 죽여!" 거친 욕설과 함께 도적들 중 몇몇이 말머리를 돌려 일행을 향해 달 려왔다. 말들이 콧김을 뿜어올리며 돌진하자 그 뒤로 모래가 튀어올 랐다. 일행 모두는 그 모습에 알 수 없는 섬뜩한 느낌을 받았다.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도적들의 진가영이나 월유영 등에 비하면 형 편없는 수준이였다. 체계적인 검술을 익히지 않은 듯 곡도를 치켜들 고 달려오는 동작은 허점투성이였다. 그런데도 함성을 지르며 달려드 는 도적들의 기세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대단했다. 무언가 이상하다.. 예련은 그렇게 생각했다. 미친 듯 칼을 휘두르는 도적들의 눈동자에서는 무언가가 빠져 있었 다. "...공포?" 진가영의 발길질이 달려오는 도적의 가슴팍에 명중했다. 말 위 정도 의 높이차는 진가영에게 있어서는 아무런 장애도 되지 않았다. 거의 동시에 월유영도 장력으로 한 명의 사내를 말에서 떨어뜨렸다. 전력을 다한 것은 아니였겠지만 그래도 어지간한 상대라면 그 한 방 으로 무력화되었을 것이다. "뭐야, 이 싱거운 녀석들은? 역시 이 천상천하유아독존궁극절세최 강.." 실로 오랜만에 진가영의 자기소개가 중간에서 끊겼다. 자신의 공격 을 정통으로 맞은 사내가 다시 일어나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옷에 붙은 모래를 털어내는 여유까지 보이면서. 일어나는 것까지는 그렇다 치더라도 그 여유있는 동작은 진가영의 하늘을 찌르는 자존심에 상처를 주기에 충분했다. "풍마뇌신퇴법, 뇌신각(雷神脚)!" 콰앙! 폭음과 함께 모래먼지가 하늘을 가릴 듯 피어올랐다. 거의 눈에 보 이지도 않을 정도의 속도로 뛰어든 진가영이 막 상체를 일으킨 도적 을 걷어찬 것이다. 거의 팔성(八成)의 공력이 실린 공격에 맞은 도적 의 몸은 모래바닥에 깊이 이 장 정도의 크레이터를 만들며 쳐박혔다. "이걸 맞고도 살아난다면, 칭찬해주지." 진가영이 부채를 -그 무더운 사막에서도 한번도 사용하지 않았던- 꺼내 흔들며 몸을 돌렸다. 그 광경에 싸우고 있던 대상과 도적들은 넋을 잃고 진가영을 바라보 았다. 그들 같은 자들이 어디에서 이런 엄청난 무공을 보았겠는가? "훗, 이 천상천하유아독존궁극절세최강무공의미공자 진가영님에게 덤비다니. 무서운 줄 모르는군. 자, 다른 녀석들도 이렇게 되고 싶지 않으면 무기를 버리고 항복해라!" 진가영이 부채로 산적들을 가리치며 외쳤다. 바로 그 순간, 공기의 흐름이 미묘하게 변했다. "조심해!" --------------------------------------------------------------- 뭐랄까요, 어느 독자분의 지적대로 출판하면서 글이 점점 퇴보해간 다는 느낌입니다. 역시 시간과 분량에 쫓겨 쓰는 글은 제대로 될 수 없다..는 걸까요. (무, 물론 시간이 부족하다는 말에는 이의를 달 분 들이 많겠지만..^^;;;) 오늘의 마법~# 텐서의 떠다니는 원반(Tenser's Floating Disc): 말 그대로 비행 접시(?)를 만들어낸다. 용도는 짐 싣기. 기본적으로 시전자나 시전자가 지정한 대상을 따라다니기 때문에 수레 대용으로는 안성맞춤이다. 다만 지속시간이 끝나는 순간 올려져 있던 짐들이 바닥에 쏟아지게 되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8] [M/F]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106 -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The Means of Freedom - 外傳 4. 第五章 - 또다른 여행. ---------------------------------------------------------------- 살기를 감지하고 몸을 돌린 진가영의 목에서 반 치 정도 떨어진 공 간을 칼날이 스치고 지나갔다. 공격의 정체를 깨달았을 때 진가영의 눈이 크게 부릅뜨여졌다. 뇌신 각에 맞아 산산조각이 났어야 할 사내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걸어 나오고 있었다. “어떻게...” 월유영에 의해 쓰러졌던 사내들도 전혀 타격을 받지 않은 듯 어느새 일어나 있었다. "저들은 불사신(불사신)이오! 어떤 방법으로도 죽일 수가.." 대상 하나가 벌벌 떨면서 중원어로 외쳤다. "불사신?" "그렇소! 전에 습격받았을 때도 몇 명을 베었었지만..아무도 죽지 않았었소." 도적들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떠올랐다. 무적의 존재인 자신들에 대한 자부심과, 절대 그들을 이길 수 없는 적들을 짓밟는 쾌감이 그 들을 즐겁게 하고 있었다. 죽지도, 고통을 느끼지도 않는 자들에게 공포라는 감정이 있을 리 없다. "다 죽여라!" "크크큭.." "겁먹지 마라! 놈들의 무공은 우리보다 떨어진다!" 일행과 대상, 도적들이 다시 어울려 싸우기 시작했다. 하지만 쓰러 뜨려도 쓰러뜨려도 다시 일어나는 상대 앞에서는 내노라는 사막의 대 상과 무림의 고수라고 해도 대책이 없었다. "무슨 방법 없어요?" 엉성한 자세로 곡도를 휘두르는 도적 하나를 멀리 던져버린 월유영 이 예련을 바라보며 외쳤다. "있긴 있는데.." 전투가 이 시간에 벌어진 것은 예련 입장에서는 다행스러운 일이였 다. 새로운 장소에 올 때마다 루즈의 좌표테이블 작성은 게을리 하지 않았지만, 밤에 이동하고 낮에 쉬는 식으로 움직였기 때문에 지금 그 녀가 가진 데이터는 낮, 정확히 말해서 지금 시간대에 측정한 것밖에 없었다. 예련이 아직도 사타구니를 감싸쥐고 괴로워하는 염신의 등을 두드렸 다. "예?" "정확히 다섯을 센 다음에 방금 그 소리를 한번 더 질려주세요." "예?" 염신이 멍하게 되물었지만 예련은 곧바로 주문의 영창에 들어갔다. 넷을 세었을 때 주문이 완성되었다. 예련의 가느다란 손가락이 도적 들과 일행이 엉켜 싸우고 있는 한가운데를 가리키자, 놈들 중 몇몇이 움찔하는 것이 보였다. 거의 반사적으로 염신은 기합을 터트렸다. "갈(喝)!" 염신을 중심으로 모래가 폭발하듯 터져올랐다. 소리가 아니라 그 충 격파만으로도 고막이 터질 만한 위력. 공력이 높은 예련 일행 -예련 본인은 빼고-을 제외한 모두가 귀를 틀어막고 비틀거렸다. 그리고 예련의 마법에 걸린 도적들은 그보다 훨씬 극적인 반응을 보 였다. 몇몇이 말에서 떨어지고, 넋이 빠진 듯 비틀거리던 놈들은 거 의 동시에 칼을 내던지고 단말마의 비명을 내지르며 도망치기 시작했 다. "크에에엑!" 조금 전까지 기세등등하던 도적들이 갑자기 도망치는 것을 본 대상 들은 잠시 서로를 바라보다가 염신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그 시선에 는 감탄과 놀라움, 그리고 존경의 빛이 섞여있었다. 미친 듯 도망치는 도적들은 곧 일행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사막에서 물 없이 길을 잃는다는 것은 곧 죽음으로 직결되는 일. 일반인이라면 이틀이나 사흘도 힘들 것이다. "사막에서 이런 기인을 만나게 되다니, 신의 인도하심이오." 대상의 우두머리로 보이는 자가 염신의 앞에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왜소한 체구에 긴 수염이 늘어뜨려져 있었다. 서역인으로 보였지만 정확한 발음의 중원어를 구사하고 있었다. 작지만 단단한 체격에서는 사막을 지나는 대상다움이 느껴졌다. "천만의 말씀입니다." 간신히 자리에서 일어난 염신이 간신히 상대의 손을 맞잡았다. "오늘 견식을 넓히게 되었구려. 오십 평생에 꽤 많은 무사들을 만 났다고 자부했지만 저 끔찍한 불사의 괴물을 호통 한 번으로 날려보 내다니, 정말 대단하오. 만마를 굴복시킨다는 소림의 사자후(獅子吼) 도 그 정도는 아닐 것이오." "과찬이십니다." 염신은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라 허둥댔다. 저들의 눈에는 분명 도 적들이 염신의 기합 한 방에 모조리 도망가버린 것으로 보였을 것이 다. "은혜와 원수는 반드시 갚는 것이 사막의 철칙이오. 도움이 필요하 다면 말하시오." 대상은 호위무사까지 포함해 대략 삼십여 명. 꽤 많은 수의 낙타들 은 하나같이 짐을 가득히 짊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낙타와 사람들에 게 묻어 있는 핏자국은 그들이 무슨 일을 겪었는지 쉽게 짐작할 수 있게 했다. "아, 오는 길에 사막에 쓰러진 사람을 하나 발견했었습니다만." "아마도 저번 습격 때 뒤쳐진 사람이였을 겁니다. 어떻게 되었습니 까?" "그게..." "..죽었나요?" 청아한 목소리가 노인의 뒤에서 들려왔다. 일행이 돌아본 곳에, 한 소녀가 서 있었다. 나이는 15,6세 정도? 내리쬐는 햇빛을 반사해 빛나는 금발이 허리까 지 늘어뜨려져 있고, 그 아래로 빛나는 눈동자는 심혼을 빨아들일 듯 맑은 푸른빛이였다. 그 아래로 최상질의 백옥으로 만들어진 듯한 피부와 선이 얇으면서 도 뚜렷한 얼굴의 윤곽은 황금을 뽑아 만든 듯한 머릿결과 어울려 어 떤 장신구보다도 화려하게 빛났다. 대상들이 입는 넉넉한 품의 흰 옷 도 풍만한 몸의 굴곡을 감추기에는 모자랐다. 사막의 강렬한 햇살이 소녀 위에서 눈부시게 반짝였다. 살아있는 보 석.. 그 이상으로 이 소녀에게 어울리는 표현은 없으리라. "...그 녀석은 저 아이의 오빠였소. 내 아들이기도 하고." "..." 한동안 주위는 침묵에 휩싸였다. "어차피 지난 일. 일단 앞으로의 일을 생각해봅시다." 노인이 손짓으로 대상과 호위무사들을 불러보았다. 시간은 그리 좋 지 않았지만 부상을 입은 자도 있었기 때문에 정리가 필요했다. 익숙한 동작으로 천막이 펼쳐지고 부상자들은 그 안으로 이동했다. 일행은 손님 대우로 다른 천막 안에 들어가게 되었지만 예련은 주위 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부상자들의 천막으로 들어가 사람들을 치 료했다. "혼자만 잘난 체라니까." 씩씩거리며 따라온 사유화가 같이 환자들을 돌보려 한 것은 순전히 예련 혼자 돋보이는 것이 꼴보기싫어서였을 것이다. 하지만 도적들에 게 상처를 입은 세 사람은 일각 정도의 시간도 지나기 전에 완치되었 기 때문에 그녀가 활약할 기회는 없었다. 서역인들은 지나칠 때마다 일행을 신기한 듯 바라보았다. 중원인들 을 보는 것이 흔한 일도 아니였지만 눈앞의 일행들은 그 중에서도 신 기한 부류였다. 기합 한 방으로 도적들을 날려버림으로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염신 이나 이 사막에서 검은 옷에 검은 부채를 내저으며 잘난채하고 있는 진가영, 그리고 무엇보다 사유화나 두자미의 모습은 사람들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사내를 유혹하는 몸의 굴곡과 터질 듯한 가슴, 거 기에 입고 있는 옷은 속이 아슬아슬하게 들여다보이는 면사와 그에 맞먹는 노출도의 짧은 옷이였다. 게다가, 이곳은 피부를 조금만 노출 시켜도 내리쬐는 태양에 화상을 입을 수도 있는 사막인 것이다. 자신들에게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는 것을 느낀 사유화가 주위를 둘러보며 눈웃음을 날리자 그들은 깜짝깜짝 놀라 고개를 돌리곤 했 다. 잠시 후 일행이 있는 천막에 예의 노인과 소녀, 그리고 호위무사인 듯한 한 사내가 들어왔다. "소개가 늦었구려. 이 늙은이는 그냥 대경상인(大徑商人)이라 부르 면 되오. 중원인들이 그렇게 부르더군." "월유영이라고 합니다." 형식적이기는 하지만 일행의 대표격인 월유영이 먼저 자기소개를 했 다. 뒤이어 다른 사람들도 각자 자신을 소개했다. 마지막으로 예련이 자신의 이름을 밝혔을 때 노인이 의아하다는 듯 입을 열었다. "그쪽은 서역 출신이오?" "아니요. 다른 곳에서 왔어요." 중원에서는 서역인이라고 대강 둘러댔었지만 이곳에서는 그렇게 말 하는 것도 먹히지 않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 서역인의 골격도 다른 세계 출신인 예련과는 조금 다른 부분이 있었다. 노인도 예련의 출신에 대해 캐물을 생각은 없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쪽의 소저는?" 진가영이 우아한 동작으로 금발의 소녀를 가리켰다. 절대 미녀를 보 고는 지나치지 않는 그였다. 아마도 그것이 영웅의 공식이기 때문이 라는 생각-또는 착각-탓이리라. "이쪽은 내 딸인 주령. 그리고 그 옆은 호위무사인 백승우라고 하 오. 보다시피 중원인으로, 얼마 전에 이곳에 들어온 사람이지." "처음 뵙겠습니다." 백승우라고 불린 사내가 고개를 가볍게 숙였다. 내공의 고수는 아니 였지만 동작 하나하나가 절도있게 이어지는 것이 상당한 수련을 쌓은 무사인 것 같았다. 허리에 매달린 장검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부류의 인간이었다. "그런데, 이곳을 지나가고 있다는 것은 사막을 지나겠다는 뜻일텐데 은인들께서는 어디로 가려는 것이오?" 노인이 일행을 둘러보며 물었다. 아무리 봐도 상식적인 목적으로 움 직이는 일행으로는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저희는 포달랍궁으로 가려고 합니다. 원래 이곳 대상 분들과 함께 가고 싶었는데, 저희가 한 발 늦어버린 탓에 이렇게 되었군요." "아쉽구려. 일찍 만났다면 이런 일도 당하지 않았을 텐데." "아, 그 점은 뭐라 위로의 말씀을.." "아니, 상관없네. 어제 습격받았을 때 짐을 꽤 잃어버렸지만, 어차 피 사막을 뒤져서 찾아내는 것도 불가능하겠지. 죽은 사람이 몇 안된 다는 것이 다행이오." 내용에 비해 말투는 담담했다. 나이만큼의 경륜을 쌓은 사람의 모습 이었다. "그건 그렇고, 여기서 가까운 오아시스까지는 얼마나 남았죠?" "낙타 걸음으로 하루 반 정도일거요. 이쪽은 물에 여유가 있으니 걱 정하지 마시오." "아, 그게 아니라.." 예련은 자신이 온 길을 되짚어 보았다. 자신의 계산으로는 약 이틀 정도 남았다고 생각했는데.. 그리 큰 오차는 아니지만 이정표 하나 없는 사막에서는 그 정도의 차이도 엄청난 결과를 가져올 수 있었다. 방향이 1‘만 어긋나도 100하이크(1 Hike = 약 600미터)를 걸으면 약 1.75하이크의 오차가 생긴다. 그 정도 거리에서 오아시스가 눈에 보 일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고, 실수로 지나쳐 버리면 그 결과는 끔 찍할 것이다. "걸음을 빨리해야 할 것이오. 놈들이 언제 다시 쳐들어올지도 모르 고, 오아시스에도 도적의 출현을 알려 방비를 갖추도록 해야 할 테 니. 그럼 난 이만 낙타를 보러 가겠소." 노인, 대경상인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주령이라는 금발의 소녀가 고 개를 숙여 인사한 후 뒤따라 천막을 나갔고, 백승우는 인사 한 마디 없이 일어나 그 뒤를 따랐다. "휴우.. 어쨌던 이제 좀 편하게 가겠네." "그러게. 어림짐작으로 길찾는 부담도 덜었고." "뭐야?" 사유화가 눈을 부릅뜨며 예련을 바라보았다. 반쯤은 진담이였다. 대륙의 마법사들이 사용하는 측량술이 아무리 정교하다 해도 '낙타 걸음으로 서쪽으로 사흘 반'이라는 식의 길안내 를 받고서야 도저히 사용할 수가 없다. "뭐, 어쨌던 제대로 왔잖아?" 기초지식은 고사하고 기본적인 인식조차 없는 사람에게 하나하나 설 명하는 것만큼 귀찮은 일도 없다. 예련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 가려고?" "저 사람들 옷 남는거 없는지 물어보려고. 내일하고 모레도 그 옷차 림으로 다니게?" "..."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 오늘도 내일도 집필! ...;; 아, 프란 개인 홈피가 만들어졌습니다. 주소는 http://fresian.wo.to (wo.to 싫어어엇;;) [9] [M/F]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107 -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The Means of Freedom - 外傳 4. 第五章 - 또다른 여행. ---------------------------------------------------------------- 숭산(嵩山). 천하무림의 태산북두라 불리는 소림사가 존재했던 이곳은 지금 불타 고 부서진 폐허로 변한 채 새로운 주인에 의해 사용되고 있었다. 불상들은 파괴되고, 거대한 범종은 녹여져 검과 창으로 바뀌..지는 않았다. 대부분의 범종은 쇠가 아닌 청동을 주조해서 만들기 때문이 다. 소림사는 마교 제일진(齊一陣)의 주둔지로 바뀌면서 문자 그대로 흙 발에 짓밟혀야만 했다. 그리고 원래 소림사의 대웅전이었던 곳, 이제는 간판이 바뀌어 마중 전(魔中殿)이라고 적힌 거대한 건물 안에는 두 명의 남녀가 서 있었 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한 명의 남자와 한 명의 여장남자이고,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인간을 초월한 마인(魔人)하나와 인간의 껍질을 쓰 고 있는 한 사령(死靈)이였다. "결국.. 되어버렸군." 주어가 빠진 문장이였지만 이해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었다. 남자-천 마대제의 입술끝이 말려올라갔다. 실로 준미절세한 청년의 모습이였 지만, 인간의 모습이 아니였다. 짙은 피냄새- 죽음의 향기가 그의 주 위를 맴돌고 있었다. 이전의 조영웅과는 너무나 다른 모습이였다. "당연한 일이지. 오히려 너무 늦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맞아. 확실히 너무 늦었어." 긴 검은 머리를 늘어뜨린 궁장차림의 인간-천사지존이 입을 열었다. "왜 이제서야 '합친'거지?" 하지만 천마대제-조영웅은 대답 대신 한 손을 뻗어 천사지존의 아래 턱을 살짝 들어올렸다. 천사지존 사영은 생전에 여자였었다. 마교가 멸망할 때 그녀는 스스 로 자신의 마령(魔靈)을 봉인하고 마교 재림의 때와, 자신의 능력을 끌어낼 수 있는 근골의 소유자를 기다렸다. 지금 천사지존의 모습을, 과연 남자라고 해야 할까 여인이라고 해야 할까? 최소한 천마대제는 그에 대한 확고한 대답을 가지고 있는 듯 했다. 남궁란의 얼굴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은, 분명 여인을 바라보는 남성 의 것이였다. "정말 아름답군. 이게 사내의 얼굴이라니, 믿을 수가 없어." 천사지존이 대답하지 못한 것은 자신의 턱에 닿아 있는 손 때문만은 아니였다. 그가 말을 걸기 전까지만 해도 두 사람은 이 장이 조금 넘는 거리를 두고 있었다. 그것이, 인식할 틈도 없이 자신의 바로 앞에 다가와 손 을 뻗은 것이다. 원래부터 상대가 자신의 앞에 있었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방금 천마대제가 적의를 가지고 공격해 들어온 것이였다면? "...더 강해졌군.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당연하지. 나는 천골(天骨)을 타고났었으니까. 보통의 인간이라면 절대로 감당하지 못할 힘이겠지만, 지금의 나는 거의 모두를 끌어낼 수 있다." "..." "그건 그렇고, 여기까지 들어온 이유는 뭐지?" 그제서야 천사지존은 자신의 용건을 기억해냈다. 놀람과 불안을 숨 기려 애쓰며, 그녀는 첩자들이 보고한 내용을 천마대제에게 이야기했 다. "..그러니까, 놈들이 서역에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사자를 보냈단 말이지?" "그래. 추격대를 파견해야 할 것 같아서 연락한거야." "그것뿐인가?" 천마대제의 눈이 예리한 빛을 발했다. 자신의 마음속까지 궤뚫어보 는 듯한 느낌에 천사지존은 자기도 모르게 흠짓하며 몸을 조금 뒤로 뺐다. "단순히 추적대를 편성하자는 말 정도라면 네가 직접 나에게 말할 이유가 없지. 원하는 게 뭔가?" "..." 순간의 정적. 하지만 그녀 역시 수백 년 이상을 살아 온 사(邪)의 지존이였다. 금세 평정을 되찾은 천사지존은 잠시 뜸을 들이듯 천마 대제를 바라보더니 입을 열었다. "놈들을 잡아 죽이는 건 내가 직접 하고 싶은데, 어때?" "흠.. 전력에 차질이 생기지만 그쪽도 상당한 인력을 동원한 셈이니 균형이 맞겠지. 좋을대로 하도록." 이것이 이 사내의 무서운 점이였다. 사사로운 감정에 휩싸이지 않 고, 철저히 계산적으로 상황을 파악하며 상하관계가 절대적인 마교에 서는 파격적이라 할 만큼 부하들의 의견을 존중한다. 좁은 시야와 편 견, 자만과 권위의식이라는 자멸의 지름길을 피하는 방법을 그는 알 고 있었다. '하지만..언제까지일까..?' * * * 자신들이 천하에서 두 번째로 위험한 인물의 사냥감이 되었다는 사 실을 예련 일행이 알아챌 수는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눈앞에 보이는 사막과 내리쬐는 햇살 외에는 아무런 문제도 없는 사람처럼 웃고 떠들며 걷고 있었다. 중원과 서역을 오가는 대상답게 꽤 많은 사람들이 중원어를 할 줄 알았고, 인격적인 결함이 크지 않은 몇몇 일행은 벌써 상인들과 어느 정도 친해지기까지 했다. "염 공자. 그런데 말입니다, 다리 사이에 그건 뭡니까?" 염신과 이야기를 나누던 한 상인이 씨익 웃으며 염신과 그 옆에 매 달려 아양을 떨고 있는 사유화를 바라보았다. "에이, 다 알면서 뭘 그래요?" 염신의 오른팔에 매달리다시피 하며 딱 붙어서 물리적 의미에서의 불쾌지수를 올리는 데 한몫하고있던 사유화가 혀를 살짝 내밀며 답했 다. 염신은 태연을 가장하려 했지만 그도 초월적인 색마는 못 되는지 라 얼굴이 붉어지는 것은 막을 수 없었다. 아무리 지금 모습이 이래 도 원래는 황실의 무술 교관으로 건전한 삶을 살아왔던 것이다. -믿 던지 말던지는 자유지만. "후후, 좋겠습니다. 저런 멋진 소저를 옆구리에 끼고 있으니. 거, 복 받으셨구려." "거, 남자 여럿 잡아먹을 상인데, 밤에 혼자서 감당이 되오?" 옆에 있던 상인들이 걸쭉한 농담을 던졌지만 사유화는 오히려 즐거 운 듯 염신의 품에 기대며 꺄르르 웃어댔다. "어머, 염 공자님을 뭘로 보시는 거예요? 저랑 저어기 있는 애까지 달려들어도 상대가 안 되는걸요. 그치 자미?" "누가 애라는 거야?" 두 사람의 바로 뒤에서 걷고 있던 두자미가 고개를 내저었다. 같은 강호삼대음녀이고 같은 낭군을 모시고 있지만(어쩌다가 그렇게 된 거 였지?...) 사유화의 성격은 정말 따라가기 힘들었다. 이 뜨거운 사막 에서, 그저 다른 상인들의 눈에 띄기 위해서 염신과 딱 붙어 걷고 있 는 것이다. 게다가 염신도 사람이 옆에 붙어 있으면 훨씬 더워질텐 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사유화의 어리광을 받아주고 있다. 그 점이 마음에 들었던 것이지만.. "하지만 이 사막에서 대낮부터 그렇게 열을 내고 있다가는 땀이 채 여서 피부에 병이 생길수도 있는데.. 괜찮은거요?" 한 사내의 말에 여기저기서 킥킥대는 소리가 들렸다. 염신이 한숨을 내쉬고, 사유화가 주위의 사내들을 살벌하게 노려보았지만 정작 결정 타는 엉뚱한 곳에서 터졌다. "병이라면, 이미 걸려 있는걸요." 그 목소리는 낙타 위에 앉아 짐이 가득 실린 텐서의 원반을 머리 위 에 띄워 차양 대신으로 사용하는 묘기를 선보이고 있는 예련의 것이 였다. "야, 너!" 사유화가 소리질렀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였다. "병이라니? 무슨.." "아 그게.." 예련은 장난기가 듬뿍 담긴 목소리로 염신의 병(?)에 대해 설명해주 었다. 잠시 멍해져 있던 상인들은 예련의 말이 끝나자 배꼽을 부여잡 고 폭소를 터트렸다. "푸하하핫!" "하하핫..그, 그게 사실이란 말이오?" 과장된 연기를 좋아하는 듯한 한 사내는 아예 모래바닥을 데굴데굴 구르기까지 했다. "그거 정말 엄청난 병이구려! 거 여자들이 무척 좋아하겠습니다?" "그 말대로라면 그건 정말 무적 아니오? 여자 둘이 아니라 스무 명 을 상대해도 되겠소!" 역시 남자들의 이야기거리로는 음담패설만한 것이 없는 것일까.. 일 행 중 유일하게 정상적인 사고방식을 유지하고 있는 월유영은 귀밑까 지 빨개져서는 고개를 돌렸다. "그만들 하시오!" 벼락같은 호통이 사내들의 뒤에서 터져나왔다. 날벼락을 맞은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린 사람들의 눈에 낙타 고삐 를 붙잡은 채 싸늘한 눈길로 상인들 쪽을 바라보고 있는 백승우의 모 습이 들어왔다. 그리고 그가 고삐를 잡고 있는 낙타 위에서 고개를 돌려 있지도 않은 먼 산을 바라보는 금발의 소녀를 본 순간 상인들은 자신들의 실수를 깨달았다. "아, 이건.." "죄송합니다, 아가씨." 사내들은 멋쩍은 듯 사과를 하고 자신들의 자리로 돌아갔다. "슬슬 오아시스가 보일 때가 됐는데.." "저기 보이는군요." 안력이 뛰어난 월유영이 사막의 한 점을 가리켰고, 예련은 혀를 내 둘렀다. 물론 월유영의 시력에 감탄해서는 아니였다. "경험이란 정말 대단한 것이군요. 이 곳, 정확한 지도가 있어도 쉽 게 찾아내기 힘들 텐데.." "사막 생활만 삼십 년일세. 이 정도도 못한다면 그게 이상한 것이겠 지." 시원한 곳에서 마음껏 물을 마시며 쉴 수 있다는 생각에 사람들은 들뜬 걸음걸이로 오아시스를 향해 걸었다. 물론 가장 기뻐했던 사람 은 사유화와 두자미였지만. 약 반 시진 정도를 더 걸어서 일행은 오아시스 부근까지 도착했다. 이름을 알 수 없는 나무들이 그리 넓지 않은 웅덩이를 중심으로 자라 나 있었고, 그 부근에는 작은 풀들이 곳곳에 자라나 있었다. 이 죽음 의 사막 한가운데서도 물웅덩이 하나에 의지해 살아가는 수풀들은 자 연의 신비라 불리기에 손색이 없으리라. 오아시스를 빙 둘러싸듯 열 대여섯 개의 크고작은 천막들이 늘어서 있고 그 사이로 사람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천막 주위로 적을 방어하 기 위한 목책이 죽 늘어서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였다. "뭔가 이상한데..." "여기 전부터 저런 목책 같은 게 있었나요?" "만약을 대비해서 있긴 했지. 하지만 그것보다.." 굳이 설명해 줄 필요는 없었다. 살기(殺氣). 죽음과 삶의 경계를 넘 어온 자들만이 느낄 수 있는 미묘한 느낌이 그들 주위를 감싸고 있었 다. ------------------------------------------------------------- 역시 밤샘모드- 새벽 4~6시 사이에 가장 글빨이 잘 받는군요. 정녕 하늘은 나에게 폐인의 운명을 선사했단 말인가..(각혈) 무협지라고 쓰면서도 날이 갈수록 문체가 환타지풍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이대로 나가다가는 환협지가 되어버릴 듯.. 가장 큰 원인은, 꼴에 무협을 쓰면서도 근 반년간 무협지라고는 한 장도 읽은 적이 없다는... (정말 작가정신의 부재죠 이건 -_-) 작가 홈페이지: http://fresian.wo.t [10] [M/F]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108 -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The Means of Freedom - 外傳 4. 第五章 - 또다른 여행. ---------------------------------------------------------------- 손에 무기를 든 한 무리의 무사들이 천막에서 달려나와 일행 앞에 섰다. "못 보던 얼굴이군. 누군가?" 대경상인이 앞으로 나서며 물었다. "이제부터 이 오아시스는 우리가 다스린다. 무기를 내리고 따라와 라." "뭐라고?" 대상들의 눈꼬리가 치켜올라갔다. 하지만 분노한 그들의 동작은 그 자리에서 멈추어야 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사들의 뒤에서 흙먼지가 일며 수십 기의 기마(騎馬)가 뛰쳐나온 것이다. 일행의 좌우로 흩어진 그들은 순식간에 대상의 좌 우를 막아버렸다. 뒤를 막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쪽, 사막 방향으 로 도망칠 수는 없을 테니까. "이놈들은..." 나타난 기병들은 하나같이 눈에서 흉흉한 기운을 뿜어내고 있는 것 이 범상한 인물들은 아니였다. 그리고 그 모습은, 이틀 전 대상을 습 격했던 그 불사의 괴인들과 똑같았다. "그래도 내 얼굴을 잊지는 않은 모양이군." 한 사내가 앞으로 나서며 진가영을 노려보았다. 진가영도 상대의 시 선을 마주 바라보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전혀 엉뚱한 것이였다. "네 얼굴? 모르겠는데. 이 고귀한 천상천하유아독존궁극절세최강무 공의미공자 진가영님께서 어째서 너 같은 녀석의 얼굴을 기억해야 한 단 말이냐?" 그 사내는 대상을 습격했던 자들 중 하나인 듯 했다. 어떻게 이 열 사의 사막을 걸어 이곳까지 도착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던 사내 는 몹시 화가 난 듯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가, 감히 이 몸을 무시하다니.." '기억해주는 게 더 이상하지.' 주위 사람들의 머릿속을 동시에 스치고 지나간 생각이였다. "..오아시스의 물은 사막을 지나는 모든 생명에게 공평하게 나누어 준다. 그것이 사막의 법칙이다. 잊은 것인가, 아니면 무지한 미개인 들이라 아예 모르고 있는 건가?" 대경상인의 말과 동시에 상인들도 각자의 무기를 뽑아들었다. 물을 독차지하려는 자가 있다면 힘을 합쳐 몰아낸다. 그것 역시 사막의 법 칙 중 하나였다. 하지만 상대는 이전 전투에서도 경험했듯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죽일 수 없는 불사신들. 게다가 그 숫자도 저번의 배는 넘어 보였다. "하 소저, 그때의 마법 다시 쓸 수 있겠습니까?" "아니요." "예..?" 너무나 당연한 듯 돌아온 대답에 염신은 말문을 잃고 말았다. "여기는 물이 있어서 마나의 흐름이 다른 사막과 크게 달라요. 측정 을 하기 전에는 함부로 마법을 쓸 수 없어요." "그런.." 진가영과 월유영 등도 각자 공력을 끌어올리며 전투태세를 갖추었 다. 저쪽이 불사신이긴 하나 무공에 있어서는 이쪽이 절대적으로 유 리하다. 상인들은 대경상인과 주령을 보호하는 형태로 둥글게 진형을 짰다. "도망치는 것 정도는 충분히 가능해." "어디로?" 한 상인이 비웃음 비슷한 말투로 답했다. "여기서 나흘 거리 안에 물을 구할 수 있는 곳은 없어. 도망쳐봤자 탈수로 죽을 뿐이지." "그럼.." 천하의 진가영도 표정이 어두워졌다. "자, 순순히 항복하시지. 이틀 전에는 이상한 술수를 써서 살아났지 만, 이번에는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다. 타록님이 네놈들을 보고 싶 어 하시니까. 죽이지는 않겠다." "타록?" 중원인과는 어감이 다른 이름이였다. 아마도 서역인, 사막 근처에 사는 부족 중 하나일 것이다. 대경상인의 인상도 찡그려졌다. 사막 근처의 소식에는 정통한 그도 타록이라는 이름은 들어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애초에 사막에 사는 부족이라면 말 따위를 끌고 다니지도 않겠지만. "어떻게?" 주령의 바로 옆에서 검을 들고 있던 백승우가 낮은 소리로 물었다. "중원의 무사분들, 방법이 없겠습니까?" 대경상인의 말에 염신은 고개를 저었다. "..항복하는 대신 조건이 있다." "뭐지?" "먼저 우리의 생명은 확실히 보장해 다오." 대장인 듯한 사내가 코웃음쳤다. "방금 보장한다고 말했을텐데. 내 말을 못 믿겠다는거냐?" "그렇게 말해버린다음 맨몸으로 사막에 던져버린다거나 하면 곤란하 거든." 두 사람의 말에 끼어든 것은 예련이였다. 사내는 콧김을 뿜어내며 뭐라 말하려 했지만 대경상인의 이어지는 말이 그것을 가로막았다. "그리고 일행 중 여인들의 안전을 보장해 줄 것. 무슨 뜻인지는 알 겠지?" "흠.." 사내가 잠시 생각하듯 대상 일행을 훑어보았다. 사유화와 두자미는 잔뜩 긴장해서 염신의 좌우에 붙어 있었고 월유영은 당장이라도 공격 할 듯 공력을 끌어올린 상태였다. 주령은 호위무사들의 호위를 받고 있었지만 창백하게 변한 안색으로 보아 전투는 처음인 듯 했다. 여자 들 중 태연한 것은 예련 하나뿐이였다. 다섯 명의 여자를 번갈아 바라보던 사내는 침을 꿀꺽 삼키더니 입을 열었다. "그건 좀 곤란한걸. 이쪽도 젊은 사내들이라서, 저런 미녀들을 보고 그냥 넘어가기는 그렇단 말이야.." "그럼 별 수 없군. 진 공자, 염 대협, 유영. 내 낙타에 보통 방법으 로는 안 끊어지는 밧줄이 있으니까 꺼내서 저 친구들 전부 묶어버려 요." 주위 사람들이 그 지시의 의미를 깨닫는 데는 약간의 시간이 걸렸 다. 그리고 거의 동시에 대상 쪽 사람들의 표정에 화색이 돌았고 도 적들의 표정은 일그러졌다. 상대가 이쪽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이점은 오직 하나, 죽지 않는다는 것 뿐. 그렇다면 죽이는 대신 묶어서 제압해버리면 간단한 것이다. "전에 말하지 않았나? 자기가 불사신이라고 자랑하는 것만큼 바보같 은 짓은 없다고." 예련 낙타에서 가장 가까이 있던 두자미가 순식간에 밧줄을 찾아 던 졌고 그것들을 나누어 받은 진가영, 월유영 두 사람은 좌우 방향으로 뛰쳐나가며 무서운 속도로 도적들을 묶기 시작했다. 그들 역시 일반 적인 인간이라고는 믿기 힘든 괴력을 지니고 있었지만 그 둘을 상대 하기에는 역부족이였다. 어이없게도 불사(不死)를 자랑하던 괴인들은 차 한잔 마실 시간도 지나지 않아 모조리 밧줄에 묶여 모래바닥을 뒹구는 신세가 되고 말 았다. "이, 이 놈들!" 입에 들어간 모래를 뱉어내며 대장 사내가 이를 갈았지만 팔다리가 한 가닥으로 묶여버린 자세로는 도저히 모양이 나지 않았다. "..의외로 재능들이 있네.." 개성있는 방법으로 묶여버린 도적들을 바라보며 예련이 중얼거렸다. 무슨 종류의 재능인지는 별로 알고 싶지도 않다.(?) 대경상인의 지휘로 상인들이 묶인 도적들을 하나씩 집어들고 천막 안으로 들어갔다. "전에 이곳에 있던 사람들은?" "말을 듣지 않아서 모두 죽였다." 두목 사내가 눈을 부릅뜨며 일행을 노려보았다. 한 상인이 분을 이기지 못하고 곡도의 등 쪽으로 사내를 내리쳤다. 퍽 하는 소리가 나며 사내의 몸이 휘청거렸지만 상대는 신음 소리 하 나 내지 않고 칼을 휘두른 상인을 노려보았다. "고통도 느끼지 않는 모양이군.." 예련이 혀를 내두르며 천막 앞의 모래바닥에 측량자를 박고 줄을 늘 어뜨려 수직각을 맞췄다. "대체 어떻게 된 괴물들이지?" "괴물이라고 하지 마라! 우리는 위대한 타록님의 은총을 입은 전사 들이다!" "그런데 말야, 타록 타록 하는데 대체 그놈이 누구야?" 두자미가 사내의 어깨를 지긋이 밟으며 무릎에 팔을 걸치고 내려다 보는 자세를 취했다. 채찍을 꺼내지 않은 것은 상대가 고통을 느끼지 않는다는 말을 잊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분을 모독하지 마라! 타록 님은 우리의 제사장이시며, 생로병사 를 초월해 이미 신인(神人)이 되신 분이다! 너희들 따위, 그분이 나 타나면 한 주먹거리도 되지 않을 거다!" "신인이 아니라 사인(死人)이겠지.." "뭐야?" 측량자 주위에 수정으로 된 추가 달린 밧줄을 늘어뜨리던 예련이 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마도 그 은총이라는 건 육체로부터 생명과 영혼을 분리해 별도의 장소에 봉인하고, 그곳에서 빈껍데기뿐인 육체를 조종하는 것이겠지. 그 은총인지 저주인지를 받을 때 보석이나 금속으로 된 통 같은 것에 피를 묻히지 않았나?" "...! 네년, 뭔가 알고 있는 거냐?" 보석이나 금속 용기 같은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신비적 의식에 서 자주 쓰이는 소도구였다. 사내가 조금만 상식에 능했더라면 예련 의 질문을 어림짐작으로 물어본 것뿐이라고 반박할 수 있었을 것이 다. "내가 살던 곳에도 비슷한 의식이 있거든. 너희들과는 달리 그쪽은 '저주'지만." "..흥, 그래봤자 소용없어. 너희들은 절대로 우리를 죽일 수 없다. 결국 이기는 것은 이쪽이 될 것이다." "바보같은 소리야. 세상에 존재할 수 없는 것 중 네 가지를 들라면, 열 수 없는 문, 깨트릴 수 없는 봉인, 풀 수 없는 수수께끼, 그리고 죽일 수 없는 인간 정도가 되겠지." 수정 추들의 움직임에 시선을 집중시킨 채 예련이 말했다. -------------------------------------------------------------- 알만한 분은 다 아시겠지만, 원래 신행기는 3권 분량에서 끝나야 했 을 글입니다. 다섯 권은 되야 출판된다는 말에 네 권으로 협의를 봤 다가 지금 이 고생이군요 T.T; 프로작가들처럼 하루에 원고지 100매씩 써갈기는 방법 어디 없으려 나 T.T [11] [M/F]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109 -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The Means of Freedom - 外傳 4. 第五章 - 또다른 여행. ---------------------------------------------------------------- "뭐.." "아스트랄 도어(Astral Door)." 예련이 품 속에서 작은 단검 하나를 꺼내 그 위에 한 손을 얹었다. 주문이 완성되자 새하얀 빛의 원이 수인을 맺은 예련의 손과 거기에 닿은 검날 부위를 중심으로 물결처럼 퍼져나갔다. 원은 점점 넓어지 며 검 전체를 감쌀 듯 빛나다가 잠시 후 마치 검신에 흡수되듯이 사 라졌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선 예련은 천막 안으로 들어와 아무 말 없이 마법이 걸린 단검으로 사내의 어깨를 푹 찔렀다. "..!" 사내의 눈이 크게 부릅뜨여졌다. "고통이라는 것도 오랜만에 느끼는 거지?" 예련이 사용한 것은 물질계의 타격을 다른 차원에 연결된 본체에게 까지 전달할 수 있도록 만드는 주문이였다. 또다른 별명은 절대의 문 장(Absolute simbol). 멀티버스(Multibus)이론이 체계화되기 전까지 이 주문은 특별한 재 능을 지닌 사람만이 쓸 수 있었다. 또한 일반적인 무기로 이 세상에 본체를 두고 있지 않은 마신들에게 타격을 입힐 수 있는 방법 역시 이 마법뿐이였기 때문에 이 주문을 사용하는 재능을 지닌 자, 즉 엔 드리안 가의 핏줄은 대대로 '용사의 가문'이라고 불렸다. 알자스 엔 드리안이 제 1차 성마전쟁 때 마왕 루나스를 무찌르기 위해 이 마법 을 개발했고, 그 후손인 세리스 엔드리안은 역시 마신 레베네스를 이 마법이 걸린 검으로 쓰러뜨렸다. 물론 예련에게 용사의 피 따위는 한 방울도 흐르지 않고 있다. 하지 만 2차 성마대전 이후 전설의 용사들만이 사용했던 마법조차 평범한 부여마법으로 바꾸어놓을 정도로 발전했던 것이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너 자신은 분명히 느끼고 있을 거야. 네가 '인 간'이 아니라는 걸." "...뭐가 상관이냐!" 사내가 버럭 고함을 질렀다. "나는 그분의 은총으로 불멸과 영생을 얻었다! 내가 사람을 잡아먹 어야 하는 괴물이 된 것도 아니고, 밤일을 못하게 된 것도 아니란 말 이다! 뭐가 문제라는 거지? 내가 잃은 건 아무것도 없어!" "..어이어이, 다 좋은데 거기서 밤일은 왜 나와? 뭔가 수상한걸..?" 두자미가 어깨를 으쓱해보이며 고개를 내저었다. "어, 어쨌던 은총을 입어서 나빠진 건 아무것도 없어!" "그럼 왜 그렇게 흥분하지?" "..." "아마도 이미 알고 있을거야. 자신이 어둠에 물들어가고 있다는 사 실을." ".." "사람을 빛이 안 들어오는 독방에 한 달 정도 가둬놓으면 어떻게 되 는지 알아? 처음에는 무언가를 하려고 하지. 벽에 날짜를 새기거나, 식사 횟수를 세거나, 무언가를 생각하는 데 집중하기도 하고. 하지만 일주일 정도 지나면 그것도 불가능해져. 낮도 밤도 없이 주위는 어둠 뿐이고, 시간의 흐름도 알 수 없어. 지금이 언제인지,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무엇을 하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게 되지. 아무것도 하지 않 는 두뇌는 점점 사고력을 잃어가고, 결국 정신은 완전히 파괴되어 자 기 자신이 누군지조차 알 수 없게 되어버려. 본능만 남은 인형처럼,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거지." "그런.." "영혼도 비슷해. 아무런 변화도 없는, 시간도 공간도 볼 수 없는 곳 에 가두어진 영혼은 서서히 미쳐가게 돼. 몸은 자유롭게 움직이고, 눈에 보이는 것은 그대로이지만 분명하게 느낄 수 있지. 거기서 벗어 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잠시라도 그 허무를 잊기 위해 피와 쾌락에 매달려 보아도 광기를 가속화시킬 뿐이야. 영혼과 생명력을 봉인함으 로써 얻는 불사(不死)의 결과는 감정도, 이성도 망가져버린 짐승의 삶이지." "..." ".."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아니 열지 못했다고 하는 것이 옳을 것이 다. 사내의 전신에서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 "....되돌리는 방법은 있나?" "내가 아는 범위 내에서는 없어. 영혼과 생명력, 정(情)과 기(氣)가 몸(身)에서 분리되었다는 건 죽었다는 말과 동의어야. 그것들을 억지 로 이어붙이고 있는 게 타록인가 초록인가 하는 놈의 주술이지. 그리 고 놈은 그 실을 놓아버리는 것만으로도 널 죽일 수 있어. 확실한 인 질이라고 해야 할까?" "...." "못믿겠다면 지금이라도 이 쪽에서 주술을 깨줄수도 있어. 물론 결 과를 네 눈으로 보지는 못하겠지만." 사내의 몸이 가벼운 경련을 일으키는 것이 모두의 눈에 보였다. "어떻게 하고 싶어?" 예련이 사내의 앞에 털썩 주저앉았다. 둘의 눈동자가 같은 높이에서 마주치자 사내는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난..." "..." "타록이 있는 곳을 말해주게." 묵묵히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만 있던 대경상인이 입을 열었다. "!" "솔직히 방금의 대화, 모두 이해했다고는 못하겠지만 확실한 것은 인간의 영혼을 가지고 노는 것은 분명한 악행이라는 것일세. 그는 그 죄값을 받아야 해." "내가 불사인(不死人)이 된 것은 내 스스로 선택한 일이요! 지금 와 서.." "모든 것을 안 상태에서? 그건 '스스로'라고 할 수 있는 게 아냐." 예련의 지적에 사내는 입을 다물었다. 그의 말이 이어진 것은 한참 뒤의 일이였다. "...아무리 살아있는 것도 아니라고 하나, 독왕전(毒王殿)의 전사로 서의 긍지는 버릴 수 없다. 죽일 방법이 있다면, 그냥 죽여라." "독왕전?" 상인들이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최소한 절반 이상이 들은 적이 없는 이름이였다. "..묘강의 주축세력으로부터 떨어져나와 초원과 사막의 경계지대에 정착한 작은 문파라고 들은 적이 있습니다." 백승우였다. 예련과 독왕전 무사와의 대화를 처음부터 들은 것이 분 명한데도 그의 눈빛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주령의 옆에서 꼼짝 도 하지 않은 채 입술만을 움직이는 그의 모습은 냉철하다못해 비인 간적으로까지 보였다. "나도 이름은 들은 적이 있는 것 같군. 지도에 이름이 있을 거다." 실크로드는 타클라마칸사막의 주변에 산재한 다수의 오아시스 나라 들의 대상활동으로 유지되었으며, 그 무역의 이익은 동방에서 중국인 을, 북방에서 유목민을, 또 남방에서는 티베트인을 끌어들여 그들에 의해 강화되었다. 그들을 지배해 시장이나 상로를 독점하려는 시도는 여러 번 있었지만 그때마다 각국의 이해관계에 얽혀 무산되었다. 타록이라는 자가 오아시스를 점령했다는 것은, 그 역시 실크로드 지 배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뜻. "타클라마칸 사막에 산재한 부족국가들은 지금까지 세력의 균형을 유지해 왔네. 물론 스스로의 힘에 의한 것만은 아니였네만. 하지만 타록이라는 자가 불사인을 만들어 실크로드를 정복하려는 계획을 꾸 미고 있다면, 이것은 심각한 일이야." "...." "사막의 규칙에 따라 우리에게는 이 일을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네. 도와주겠는가?" 대경상인이 염신을 돌아보았다. 물론 염신은 예련과 월유영에게로 시선을 돌렸지만 두 여인은 꼼짝도 하지 않고 있었기에 그는 당황해 야 했다. "저에게는 이 여정의 행로에 대한 결정권이 없습니다. 하 선녀..월 소저나 둘 중 한명이 대답해 주시오." "우리에게는 시간이 없어요. 지금도 무림맹의 무사들은 마교와의 전 투에서 죽어가고 있을 겁니다." 월유영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지만 예련은 고개를 내저었다. "하지만 이들만으로는 타록을 상대할 수 없어요." "남의 일에까지 신경써줄 여유가 없어요!" "그렇소. 영웅은 대업을 이루어야 하는 법. 그를 위해서는 소수의 희생은 불가피한 일이오. 옳고 그르고를 떠나서 말이지." "....독왕전이라는 곳까지는 얼마나 걸리죠?" "지금이 어줍잖은 성녀 흉내낼때야?" 사유화가 외쳤지만 예련은 말없이 대경상인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한나절이면 될 거요. 그리고 그곳에서 두 번째 오아시스까지는 사 흘 정도. 약 하루 반 정도 늦춰지는 셈이오." "하지만.." "이 뒤쪽의 오아시스라면, 이미 독왕전의 손에 떨어졌을 거다." 사내가 무뚝뚝하게 말하고는 고개를 홱 돌렸다. "...가는 쪽이 낫겠군요." 잠시간의 침묵이 이어진 후, 예련이 옷에 묻은 먼지를 털며 자리에 서 일어났다. * * * "예상했던 것보다 시간이 지체되고 있어요. 무림맹이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해요." 불어오는 모래바람을 막기 위해 두건을 눌러쓰며 월유영이 말을 꺼 냈다. 전 무림에서도 손꼽히는 공력의 소유자인 그녀도, 모래가 눈에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호신강기를 펼칠 만큼 내력이 남아돌지는 않았다. 예련의 의견에 따라 일행은 대상들과 함께 타록이 있다는 독왕전을 향해 이동하는 중이였다. 무공이 떨어지는 상인들은 가봤자 위험할 뿐이라고 일행이 말렸지만 그들의 결의는 확고했다. '이건 우리의 일이오. 당사자가 빠져서야 말이 되겠소?' 결국 예련도 두 손을 들고 대상들의 동행을 허락하고 말았다. 전투 력이 없는 사람들은 오아시스에 남아 사로잡은 도적들과 짐을 지키고 대경상인 본인과 호위무사들, 젊은 축에 속하는 상인들만이 참가했 다. 그 속에는 검은 두건과 옷으로 전신을 감싼 백승우도 포함되어 있었다. "언제나 하는 말이지만, 무림의 잠재력은 소저가 생각하는 것 이상 이오." "마교의 잠재력도 대협이 생각하는 것 이상이예요." 월유영과 진가영 사이에 불꽃이 튀는 것 같았다. 그의 말투나 행동 은 중원의 무공보다는 자신의 무공이 천하에서 제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는 인상을 강하게 풍겼지만, 자신의 초식 중 절반 이상이 마교의 무공에서 참고한 것이라는 것을 알면 무슨 표정을 지을까? "전쟁의 승패라는 것은 결국 한순간에 갈리는 것이죠. 그게 오늘이 될지, 지원군이 도착한 다음이 될지는 아무도 몰라요. 그리 높지는 않겠지만, 가능성은 언제나 존재하죠." "그럼.." "하지만, 우리가 돕지 않는다면 이곳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죽고, 영 혼을 빼앗긴 강시가 된다는 것은 확실해요." ".." "15년동안 고민했었지만, 저도 어느 쪽이 옳은 건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그동안 깨달은 게 있다면, 이런 경우에는 자기가 가고 싶은 길로 가는 것이 나중에 뒤돌아보았을 때 가장 후회가 적다는 거죠." "쳇, 입심만은 천하제일이군." 진가영이 투덜거리며 낙타 고삐를 잡아당겼다. 아마도 예련이 자신 보다 더 멋진 대사를 읊어대는 것에 대한 불만의 소리였을 것이다. -------------------------------------------------------------- 때아닌 비로군요. 뭐, 덕분에 봄 가뭄이 해소되었다니 잘 된 일이지만.; 프란처럼 손바닥만한 자취방에 쳐박혀 사는 사람들은 비가 오면 괴로워 집니다. 방 안은 습기가 차서 눅눅해지고, 옷은 들러붙고, 밖에서 창문 을 통해 연결된 ADSL케이블을 타고 흘러온 물이 바닥에 떨어져서 방 안 을 엉망으로 만들어놓죠-_- (뭐, 전용선의 속도저하같은건 말하지 맙시다;;) 오늘의 마법~# 아스트랄 도어(Astral door): 대상에 타차원간의 에너지 통로를 열어 물질계에서 준 타격이 다른 차원에 있는 본체에까지 전달되도 록 하는 마법. 본문에서 한참 떠들었기때문에 자세한 설명은 생략; 성직자의 단검 사용에 대해: 날있는 무기 사용이 금지라고 하지만, 사 실 메이스나 모닝스타같은 무기로 사람 쳐죽이는 게 훨씬 더 잔 인합니다 -_-; 위선이라고 해야할까요. 프리시안과 크리세아, 쥬나인의 성직자는 (이것만으로도 과반수 지만) 무기사용에 제한을 두지 않습니다. 하지만 검날을 쓰다듬 으며 왠지모를 흥분에 휩싸이는 작자들이 성직자가 될 가능성은 없으니, 일단은 안전. (단순한 논리군; [12] [M/F]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110 -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The Means of Freedom - 外傳 4. 第五章 - 또다른 여행. ---------------------------------------------------------------- 사막도 무한히 뻗어있는 것은 아니다 사막과 초원의 경계선까지 들 어선 일행은 주위에 드물게 자라 있는 풀과 나무들을 보고 환성을 터 트렸다. "와! 드디어 사막에서 벗어난거야?" "이제 강물이라도 찾으면 씻고 머리도 감을 수 있어!" 사유화와 두자미가 얼싸안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지만 상인들의 반응 은 냉담했다. "아직 강이 흐를 정도의 물은 찾기 힘들 걸." "괜찮아요! 더 들어가면 나올수도 있잖아요?" "..미안한 말이지만, 독왕전은 이 부근에 있어." "...." "조용히. 저기 보인다." 지도를 보고 있던 대경상인이 손을 뻗어 앞쪽을 가리켰다. 독왕전은 그 거창한 이름에 비해서 우스울 정도로 작은 곳이었다. 목책과 거칠게 다듬어진 바위, 자갈과 모래 등으로 쌓아진 벽 안으로 역시 비슷한 소재로 된 건물 하나가 보였다. 주위 벽의 넓이를 생각 해 보면 아마도 다른 시설들도 있을 것이다. "뭐야, 형편없잖아." 상인들 몇몇이 투덜거렸다. "아니. 상당한 솜씨군. 얼핏 보기에는 조잡해도 상당히 견고한 벽이 오. 이 사막지대에서라면 요새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겠는데." 염신은 한 때 황실의 군대를 지휘했었고, 그렇기에 성벽에 대해서라 면 이 자리에 있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공성(攻城)에 능통한 사람이 만든 것임에 틀림없소. 하지만.." "하지만?" "저 정도 되는 인물이 왜 하필이면 이런 곳에 본거지를 만든 건지 모르겠군. 물이나 식량을 구하기도 그리 좋지 않고, 방어 면에서도 쓸만한 장소는 아니오. 저 벽을 보면 알겠지만 건물을 지을 재료를 구하기도 힘드니 시설을 짓기도 힘들고.." "그도 그렇군요. 이곳은 교통의 요지도 아닌데.. 저라면 차라리 조 금 더 벗어나서 아예 초원 지대나 숲 속에 건물을 만들어버리겠습니 다." 상인 하나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말했다. "일단 자리에 앉아서 생각하지. 사람도 낙타도 지쳤으니까." 대경상인이 대상들에게 지시를 내리자 그들은 빠른 속도로 짐을 풀 고 앉을 자리를 만들었다. 발각될 우려가 있어 천막은 치지 않았다. "일단 야음을 틈타 잠입하는 것이 좋을 듯 하군." "아니요. 저들이 제가 생각하는 종류의 존재라면, 음기(음기)가 강 해지는 밤에는 오히려 불리해요. 시간도 없고요." "좋아. 그럼 잠시 쉬었다가 출발하세." 대경상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상인들 중 무공을 아는 자들도 동행하도록 하지. 그대들정도는 아 니지만 방해는 되지 않을 걸세." 대경상인이 손짓하자 호위무사들 중 세 명이 앞으로 나섰다. 흉터자 국이 가로세로로 얼굴을 가로지른 외모에도 불구하고 그리 험악해보 이지는 않는 중년의 사내와 염신을 상대로 껄렁한 농담을 해대던 키 큰 청년, 그리고 어느새 사막의 모래와 비슷한 색의 옷으로 갈아입은 백승우였다. "제가 준비하는 데 한 시간 정도 걸려요. 그때까지 각자 할 일 있으 면 해두세요." "흥, 저러니까 마치 예련이 이 일행 대장같잖아. 안그래요?" "유화, 질투하는 거야?" "당연한 거잖아요." 두 사람의 말을 듣고 있던 일행의 '원칙상'의 대장, 월유영이 옷을 툭툭 털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 지금까지 자신이 일행을 이끌고 있다는 생각은 한번도 해본 적이 없 었다. 무림맹을 위해 포달랍궁과 접선한다.. 그것이 전부. 그 외에는 아무것도 떠올릴 필요가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역할을 수행 하는 것 뿐.. 과연 그것으로 좋은 것일까? 저 멀리서 투덜거리는 사유화와 그녀를 달래는 염신이 보였다. 예련 은 밖에 나가서 또 무슨 측정인가를 하는 중이였고, 진가영은 상인들 과 둘러앉아서 자기자랑에 열중. 두자미는 호위무사 몇몇과 농담을 주고받고 있었다. 이 사람들은 나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 궁금해져서, 예련을 향해 한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더 다가갈 수가 없었다. 한참동안 얼어붙은 듯 서 있던 그녀 는 결국 다시 그 자리에 앉아버렸다. 중요한 것은 눈앞의 싸움이다. 일단은 그것에만 집중하자. 그것이 자기합리화라는 것을 알면서도 월유영은 움직이지 않았다. "Z축 벡터 0.24정도.." 이 일행에서 월유영의 상담 상대가 될 수 있을 만한 유일한 인물은 두꺼운 책 한 권을 펼쳐 들고는 자작한 펜으로 수치를 기입해넣는 중 이었다. 두께가 세 치 정도는 되어보이는 책에는 중간중간 빈 공간이 눈에 띄었다. '조금은 아쉽군..' 마나의 흐름은 장소만이 아니라 시간대, 계절, 기후에 의해서도 미 세하게 변한다. 그런 것들을 계산하기 위해서는 한 장소에서 마나의 흐름을 계속 측정해야 하지만, 워낙 바쁘게 움직인 탓에 그동안의 측 정은 그 장소에서 일단 마법을 쓰기 위한 임시방편의 수준밖에 되지 않았다. 아마도 내년 봄이 되면 지금 측정한 데이터는 하나도 맞지 않을 것이다. "뭐 어쩔 수 없지. 이정도만 해도 어느정도는 쓸만하니까." "뭐라고요?" "아, 아무것도 아니예요." 예련이 책을 탁 덮으며 고개를 들었다. "자, 그럼 들어가볼까요?" * * * 독왕전을 둘러싸고 있는 벽은 의외로 손질이 잘 되어 있었다. 돌과 나무로 만들어진 벽은 적들이 타고 오르는 것을 막기 위해 튀어나온 돌이나 바위를 깎아내고 틈 사이에 모래를 무언가로 굳혀 채워넣었 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지금 상대해야 할 적들에게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었다. 벽 위에서 어슬렁거리고 있던 -목적은 순찰이였겠지만- 묘강 출신 무사의 등 뒤로 새하얀 그림자 하나가 소리도 없이 나타났다. 인식할 틈도 없이 그림자는 그 무사의 입을 틀어막았고 곧이어 나타난 검은 그림자가 가느다란 밧줄로 그를 꽁꽁 묶어버렸다. "전부 다 이렇게 처리해야 하는 건가? 꼴사납군." "죽일 수도 없고, 혈도를 찍을 수도 없는데 어쩌란 말이예요?" "월 소저, 짜증이 나는 것도 당연하겠지만 이 천상천하유아독존.." 월유영이 몸을 돌려 벽 아래로 뛰어내렸다. 바람소리가 들릴 정도로 빠른 움직임이었다. 진가영이 부채를 꺼내 한번 흔들고는 월유영이 간 방향으로 몸을 날 렸고, 곧바로 대여섯 개의 인영이 그 뒤를 따랐다. "하 소저, 뭔가 잡히는 거라도?" "일단 그 팔부터 놓고 말해요." 사유화의 가시돋힌 목소리에 염신은 그제서야 예련의 허리를 붙잡고 있던 팔을 놓았다. 일행과 같은 속도로 움직일 능력은 없는 예련인지 라 염신이 한 팔로 끌어안고 담을 넘었던 것이다. "..저 중앙 건물의 아래..지하인 것 같아요." 잠시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하던 예련이 말했다. 월유영이 손가락으로 독왕전 본당의 측면을 가리켰다. 이곳의 규모 를 생각해보면 꽤 화려한 본당 건물은 2층으로 되어 있었다. 1층 주 위에는 보초가 돌고 있지만 2층 창문을 통해서 들어갈 수 있을 것 같 았다. "좋아." 일행 중 가장 경공에 뛰어난 진가영을 선두로 일행은 본당 쪽으로 이동했다. 곳곳에 독왕전의 무사들이나 하녀인듯한 여자들이 돌아다니고 있었 지만 별 문제는 되지 않았다. 진가영의 경우를 들자면, 그가 마음먹 고 잠입하려 한다면 막을 수 있는 곳은 전 중원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들 것이다. 하물며 이런 엉성한 경비 정도는 없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 "본당 주위에 여덟 명이 있다. 네 명이 앞뒷문에 서 있고, 나머지 넷은 둘씩 짝을 지어서 주위를 돌고 있는 것 같군." 진가영이 본당 쪽을 살펴보더니 일행을 돌아보았다. "놈들이 둘 다 딴곳에 가 있는 틈에 하나씩 들어간다. 일단 염 대협 부터. 안에 사람이 있으면 소리없이 처리해주시오." 목에 힘을 잔뜩 주고 말하는 폼이 꽤나 우스워서 사유화와 키 큰 호 위무사가 고개를 돌리며 낮게 킥킥거렸다. 진가영의 신호로 보초가 반대편으로 도는 순간 한 명씩 2층 창문으 로 뛰어들었다. 가장 먼저 들어선 염신이 손을 흔들었다. 아무도 없 다는 신호였다. 뒤이어 경공이 낮은 순으로 차례차례 2층으로 들어섰다. 모두들 어 느 정도의 무공을 갖춘지라 들어가는 데 별 문제는 없었다. 물론 예 련만은 월유영이 붙잡아 들고 들어와야 했다. "짐짝 취급이군." "왜 마법을 쓰지 않는거야?" "이쪽이 더 편하거든." 어이없어하는 사유화에게서 시선을 돌린 예련이 품에서 은빛으로 반 짝이는 가루 같은 것을 한 줌 꺼내 흩뿌리며 무어라 중얼거렸다. 사 유화와 두자미 둘은 전에 한 번 본 적이 있는 마법이었다. "이거 철성에서 썼던 그건가? 모습이 보이지 않게 만든다는.." "맞아. 메스 인비지빌리티(Mass Invisibility)지." -------------------------------------------------------------- 앞으로의 목표는 일일연재. 말도 안 된다고 외치는 분들이 대부분이 겠지만, 남은 원고와 마감날짜를 계산해 보니 어쩔 수 없더군요 T.T 제가 얼마전에 만든 토론게시판이 돌아가고 있습니다. 환타지와 관련 된 토론을 한 장소에 모여서 할 수 있는 장소를 만들어보자..는 생각 으로 만든 게시판이죠. 주소는 http://kmsm.or.kr/dboard/subjectlist.php 입니다. 관심있으시면 한번 구경해 보세요^^; (현재 라다가스트 토론방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작가 홈페이지: http://fresian.wo.to 시키군이 보내준 축전을 대문에 장식했습니다^^/ 궁극허접홈피이므로 회선이나 컴 사양이 좋지 않은 분들은 주의하시길.; 오늘의 마법~# 메스 인비지빌리티(Mass Invisibility): 인비지빌리티의 확장버전. 다 수의 대상을 한꺼번에 투명화시킨다. [13] [M/F]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111 -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The Means of Freedom - 外傳 4. 第五章 - 또다른 여행. ---------------------------------------------------------------- 염신과 진가영 등의 사람들은 처음 사유화 등이 보였던 반응을 그대 로 재현했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주위를 돌아보며 보이지 않는 일 행들을 찾으려 하는 모습을 보던 예련은 피식 웃고 말았다. "본당 중앙의 지하 쪽.. 가보죠." 일행이 조심스럽게 전진했다. 상대의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알 지만 당장 자기 자신에게는 그런 느낌이 전혀 들지 않기 때문에 예련 과 사유화 등을 제외한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몸을 숨기며 움직였다. 곳곳에 보초가 서 있었지만 예련의 신호로 인간의 경우는 제압하고, 불사인은 입을 틀어막고 묶어서 구석에 쳐넣으면서 일행은 1층 중앙 까지 도착했다. "너무 허술한데요." 한 상인이 불안한 듯 칼날을 툭툭 건드리며 중얼거렸다. "이정도 문파에 고수가 있어봐야 얼마나 있겠어요?" "아니오. 모름지기 허황된 야망을 지닌 악의 세력들은 본거지에 절 정고수들을 숨겨놓고 있는 법. 그런데도 이 본당에 아무런 반응이 없 다는 건 뭔가 수상하지 않소?" "...." 모두는 진가영의 말에 말문을 잃고 말았다. "굳이 그런 것까지 동원하지 않더라도, 기관장치나 진법 하나 없는 건 무언가 수상하군." 그나마 익숙한 편인 염신이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함정이란 말인가?" "아뇨. 그런 조짐도 없고.." "일단 지하로 내려가보면 확실히 알 수 있겠지." 진가영이 옷자랏을 휘날리며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을 내려갔다. "자, 잠시만.." 일행이 급히 진가영을 뒤따랐다. "역시.." 진가영이 주위를 둘러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뒤따라온 일행 중 몇몇은 입을 떡 벌리고 말았다. 폭이 이 장, 길이가 이십여 장 정도는 될짐한 긴 통로가 계단 바로 앞에 펼쳐져 있었다. 좌우로도 거의 비슷한 길이의 복도가 있고 곳곳 에 문이 달려 있는 것으로 보아 단순히 통로만 뚫려 있는 것은 아니 였다. "...이 정도면 지상 건물의 다섯 배는 되겠는데?" "..우리가 찾는 건 더 아래에 있어." 빙산의 일각이란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이리라. 대체 변변한 재료 도 없을 이 사막에서 어떻게 이런 거대한 지하건물을 만든 것일까? "천하재패를 꿈꾸는 사악한 무리들이라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 그리 고 이 천상천하유아독존궁극절세최강무공의미공자 진가영님이야말로 그들의 야욕을 분쇄하기 위해 선택된 자.." "그만, 그만." 듣다못한 월유영이 고개를 휘휘 내저었다. 어쨌던 일행은 다시 전진했다. 길이 넓어지긴 했지만 대신에 보초가 뜸하게 돌기 때문에 잠입은 오히려 더 쉬웠다. 게다가 이제 일행도 인비지빌리티의 효과에 어느 정도 익숙해져 있었다. 하지만 꼭 그런것만도 아니였다. 몸을 숨기고 할 것도 없이 발걸음 소리만 죽인 채 걷고 있던 진가영이 손을 흔들며 걸음을 멈추었다. 앞에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른 호흡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었다. 내공 심법을 정식으로 익힌 자였다. 하지만 그것은 실수였다. 맨 앞에 서서 걷고 있던 진가영은 잊고 있 었지만 지금 일행은 서로의 모습도 보이지 않는 상태. 진가영의 손짓 을 전혀 보지 못하고 걷던 월유영은 하마터면 진가영의 등에 부딛칠 뻔 했다. 그러나 안도의 한숨을 내쉴 틈도 없이 그녀의 뒤에 있던 두 자미와 사유화와 서로 부딛쳐버렸고, 사유화의 뒤에 있던 염신도 그 녀와 부딛쳤다. "아.." 사유화가 낮은 신음을 흘렸다. 두 사람이 부딪치면서 예의 병(?)에 걸려있는 부분이 사유화의 엉덩이에 닿은 것이다. 여성은 자아를 가지지 못한 남성의 노리개에 불과하며 성적인 자극 을 가하면 무조건반사적으로 흥분하게 된다는 어딘가의 논리에 충실 하게(..어디의 논리지?) 사유화는 상황을 잊고 신음소리를 냈고, 염 신은 깜짝 놀라 옆으로 한 걸음 비켜섰다. 쿠구궁-! 벽이 뒤흔들리며 사방에서 돌로 된 막대 같은 것들이 마구 튀어나왔 다. "기관이다! 피해!" 일행은 각자 지닌 최고의 신법을 전개해 사방으로 흩어졌다. 기관장 치는 염신이 밟은 곳보다 조금 앞, 진가영이 있는 곳을 중심으로 발 동되었지만 워낙 신법이 뛰어난 진가영은 간발의 차로 그것을 피해냈 다. 뒤쪽에 있던 사유화와 두자미, 중년의 상인도 가장자리에 있었던 덕에 간신히 빠져나올 수 있었다. 벽에서 튀어나온 돌 막대들이 주위를 둘러싸자 일행은 순간적으로 방향감각을 잃어버렸다. 지름 이 장 정도밖에 되지 않는 돌 막대의 집합이 마치 암석기둥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숲처럼 느껴졌다. "진법인가?" 예련은 급히 자신이 알고 있던 중원의 진법에 대한 기억을 떠올려보 았다. 하지만 진이 완성되기 직전 잠깐 본 것만으로는 무엇인지 정확 히 알 수 없었다. "중원의 진법은 아니군." "그걸 어떻게 아는거지?" 예련이 진가영을 돌아보았다. 그가 가지고 있는 무공은 분명 진가의 무술과 풍마뇌신퇴법, 신풍검진이 전부일텐데.. "그야 영웅은 만능인 법이니까." "역시.." 월유영이 한숨을 내쉬더니 공력을 끌어올렸다. "흥, 이정도 진법 따위.." 월유영의 양손에서 거대한 기운이 해일처럼 쏟아져나왔다. 천중태극 수류를 십성까지 끌어올린 일장은 아마 명중한다면 진식과 함께 이곳 통로까지 박살내버리고도 남음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전공력이 실린 일장은 마치 앞에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진식을 통과해버렸다. 아니 사라져버렸다고 말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이, 이건?" "힘으로 파괴할 수 있는 게 아니예요. 파해법을 찾아내야.." 그때였다. 보랏빛의 연기가 일행을 감쌌다. 어떤 방법을 쓴 것인지 연기가 흘 러나오는 모습이 보일 틈도 없이 순식간에 진법 안이 보라색 연기로 가득 차 버린 것이다. "독이다! 숨을 멈춰!" 염신이 소리쳤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공력이 약한 사람들은 몇 초 견디지 못하고 바닥에 쓰러졌고 월유영과 염신만이 공력을 끌어올려 연기에 저항했다. 하지만 그것도 얼마 가지 못했다. 아무리 내공을 사용해도 몸에 들 어온 약기운은 사라지지 않았다. 유명한 묘강의 독술을 너무 무시한 것인가.. 그렇게 생각하던 염신의 몸이 서서히 기울어졌다. "저, 저거 좀 어떻게 해봐! 공자님!" 사유화가 발을 동동 굴렀지만 아무리 마음이 앞서도 어떤 종류인지 도 모르는 진법 속을 무작정 뚫고 들어갈 수는 없었다. "저쪽이다!" 복도 저편에서 붉은 옷차림의 무사들이 우르르 몰려나왔다. 무공이 없다고 하더라도, 저 숫자가 모두 불사인이라면 지금 남은 네 사람으 로는 감당하기 힘들었다. "일단 물러난다." "아, 안 돼요! 공자님이.." "나도 알고 있어." 진가영이 두자미와 사유화의 팔을 끌어당기며 반대쪽 벽 쪽으로 달렸 다. 예련이 의식을 잃은 탓에 인비지빌리티는 이미 풀려 있었다. "서라!" 보초들까지 한꺼번에 달려드는 것을 때려눕히고 밀어내며 네 사람은 복도의 끝을 향해 내달렸다. * * * 촤아! 밖에서 찬물 한 통이 쓰러져 있는 예련의 몸에 퍼부어졌다. 다른 일 행들은 황급히 몸을 피했지만 예련은 그대로 물벼락을 맞고 말았다. "...으음..더 잘래.." "...." 밖에서 물을 뿌린 사내가 오히려 더 당황했다. 물론 겨우 찬물 한 바가지로 예련을 깨우겠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겠지만 사내가 그것을 알 리는 없다. "..두시간쯤 있으면 일어날거요." "..너희들, 잡혀왔다는 자각이 있긴 한거냐?" 일행이 있는 곳은 지하에 조잡하게 만들어진 감옥이였다. 물론 조잡 하다고 해서 부수거나 빠져나가기 쉽다는 것은 아니겠지만. 일행이 맡은 것은 일종의 강력한 수면제였다. 아마도 잠든 동안에 이곳으로 끌려왔을 것이다. 무기는 모두 빼앗겼고, 양 손은 한철사 (寒鐵絲)로 묶여 있었다. 문제는, 그런 상황에서도 일행은 최소한 겉으로는 태연하기 그지없 어 보인다는 것이였다. "하긴, 이곳까지 숨어들어왔다는 것만 봐도 미친놈이지." 그때 감옥 밖의 통로와 연결된 문이 삐걱거리며 열렸다. "거기 저 놈들 끌고 나와! 타록님께서 놈들을 보고자 하신다." -------------------------------------------------------------- Zzz...; [14] [M/F]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112 -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The Means of Freedom - 外傳 4. 第五章 - 또다른 여행. ---------------------------------------------------------------- 예련을 깨우는데는 대략 3분 정도가 걸렸다. 지금껏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있던 백승우가 묵묵히 옆에 놓여 있던 주먹만한 돌 하나를 들어 예련의 뒷통수를 내려친 것이다. 보통 사람이였다면 깨어 있다가도 기절한만한 충격을 받고서야 일어난 예련은 백승우를 노려보았지만 그의 표정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떠들지말고 움직여!" 일행의 뒤에서 보초 하나가 단검으로 일행의 등을 쿡쿡 쑤시며 걸음 을 독촉했다. 복도 모퉁이를 몇 번 돌아 계단을 내려가자 길다란 동굴 같은 것이 보였다. 자연동굴은 아니였다. "이건.." "광산 같은걸?" 예련이 주위를 둘러보며 중얼거렸다. 아무 생각없이, 오직 밑으로 파내려가기 위해서만 만들어진 듯한 동굴에는 받침목이 대어져 있는 것 외에는 아무런 가공이 되어 있지 않았다. "꾸물거리지 마!" 횃불을 꺼낸 사내가 앞장서 일행은 지하 갱도로 끌려내려갔다. 사람 하나가 고개를 숙여야 간신히 걸어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갱도 는 생각외로 길고 복잡했다. 곳곳에 갈림길이 있고 길이 연결되는 곳 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아무런 표식도 없는 곳이였는데도 일행을 안내하고 있는 사내는 거침없이 길을 찾아 움직였다. 일행은 자신들 이 지나온 길을 기억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 돌아가는 길을 기억할 수 있겠소? 염신의 전음에 예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저쪽이 우리가 찾던 곳이예요." 갈림길 하나를 지나치던 예련이 손을 들어 반대편 통로를 가리켰다. "음.. 그럼 우리는 어디로 가는거지?" "갱도 맨 끝의 시체 버리는 곳이나 유황광산 같으로 가지 않을까요 ?" "..." 일행들이 진지하게 받아들이자 오히려 당황한 쪽은 예련이였다. "아, 농담이예요. 아까 타록이라는 자가 우리를 보자고 했으니 그쪽 으로 가겠죠." "...지금 농담할 때가 아니잖아요." 월유영이 인상을 찡그렸다. "조용히 해!" 그렇게 일행은 거의 한 시진 동안 좁은 갱도를 걸었다. 내려갈수록 공기가 탁해지고 먼지가 섞여나와 숨쉬기도 힘들 지경이였다. 이미 지상에서 백여 장은 떨어진 깊이일 것이다. 대체 무엇을 위해 이런 깊은 갱도를 만든 것일까? 설령 이곳에 있는게 금광이라도 해도 이런 식으로는 남는 게 없을 것이다. "다 왔다." 갑자기 통로가 확 넓어졌다. 그리고 그 앞에는 가로세로 일 장 정도 크기의 육중한 철문이 일행을 맞이하듯 그 위용을 드러내고 있었다. '저게 모두 한철이라면 오천 근은 되겠군..' 두께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그 문에서 느껴지는 중량감으로 염신은 그렇게 판단했다. 단순히 과시용으로 달아놓은 것은 아닐 것이다. 필요할 경우 길을 봉쇄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저 안에 있는 것은, 그만큼 이들에게 있어 중요한 '무언가' 일 것이다. 일행을 안내(라기보다는 끌고온 것이겠지만)해온 사내 둘이 끙끙대 며 문을 밀기 시작했다. "...." "어디 문을 잡아당기는 도르래라도 하나 만들지.." 끼긱거리며 조금씩 열리는 문을 보며 일행은 동정어린 시선으로 두 사내를 바라보았다. 차 한잔 마실 정도 시간이 걸려서 둘은 간신히 문을 다 열었다. "자, 가자." "...." 사내가 땀을 뻘뻘 흘리며 안쪽을 가리켰다. 문 안쪽은 다시 잘 다듬어진 통로였다. 이 깊은 곳에 넓은 통로를 만들기 위해서 어느 정도의 인력과 자원이 들어갔을지를 생각하면 한 숨이 절로 나왔다. 물론 감탄이 아니라 한심함의 의미였다. 널찍한 통로를 지나자 아까보다는 작은 철문이 보였다. 그리고 그 문까지 열고 일행을 밀어넣은 사내들은 무언가에 겁을 집어먹은 듯 황급히 철문을 닫아버렸다. "..." 사방 오 장 정도 넓이의 정방형의 방이였다. 천장에 박힌 야명주에 서 흘러나오는 푸른 빛이 희미하게 방 안을 비추고 있었다. 방 중앙에는 거대한 원형의 제단이 세워져 있고, 그 중앙에 어린아 이 주먹만한 크기의 둥근 구슬 같은 것이 솟아나온 암석 위에 놓여져 있었다. 붉은 빛을 내뿜는 그 구슬은 주위의 푸른 빛과 어울려 제단 주위를 뭐라 표현하기 힘든 분위기로 만들고 있었다. 원래 그 구슬과 그것이 박혀 있는 암석에 손을 대지 않고 그 주위를 빙 둘러싸듯 제 단을 만든 듯 했다. 제단 앞에는 매끄러운 검은 돌로 만들어진 커다란 판 같은 것이 놓 여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 인간의 형체를 한 그림자가 보였다. "당신이 타록인가?" "무례한 놈이군." 그것은 긍정의 뜻이였다. 오 척이 간신히 넘어 보이는 키였지만 거기서 느껴지는 존재감은 상 당했다. 긴 수염을 드리운 모습은 꽤 인자하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날카로운 눈빛과 그를 비추고 있는 푸르고 붉은 조명 탓에 오히려 차 갑고 사이(邪異)한 분위기를 내뿜고 있었다. 타록이 손짓을 하자 일행이 들어온 문 근처에 있던 무사들이 월유영 과 예련을 붙잡고 앞으로 끌어냈다. "뭐하는 짓이냐!" 염신이 소리지르며 월유영을 붙잡은 무사에게 손을 뻗었지만 그가 손을 휘두르자 염신은 뒤로 반 장이나 밀려났다. 엄청난 괴력이였다. 간신히 넘어지는 것을 면한 염신의 표정이 굳어졌다. 방금 자신을 뿌리친 무사의 손이 마치 나무등걸처럼 뻣뻣하게 굳어 있었던 것이 다. "...이것들..설마 천강시(舛畺屍)?" 월유영의 눈빛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묘강의 무공은 내공심법 대신 주로 고독술과 구시술(驅屍術) 종류로 이루어져 있다. 그 중에서도 천강시는 묘강의 극히 일부 술사들만이 만들 수 있는 최강의 강시.. 이것을 다룰 수 있다는 것은 상대가 절 대 평범한 인물은 아니라는 뜻이다. "천강시를 만들 수 있을 정도의 인물이 왜 이런 곳에...?" "궁금하다면 설명해주지." 타록이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 * * 타클라마칸 사막을 인간의 힘만으로 횡단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도움을 줄 낙타와 충분한 물, 그 외 모든 준비를 갖추고서야 간신히 지나갈 수 있는 곳이 이 죽음의 사막이다. 최소한 그들이 나타나기 전까지 그것은 절대적인 진리였다. 모래바람을 뚫고 두 개의 인영이 모습을 드러냈다. 서 있기조차 힘 들 정도의 폭풍에는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 듯 앞서 걷고 있는 인영 에게서는 한 치의 흐트러짐도 보이지 않았다. 미친 듯한 바람에 휘날 리는 긴 머리는 새하얗다못해 창백하게까지 느껴지는 얼굴과 대조되 어 더욱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조각한 듯한 얼굴과 붉은 입술, 오똑 한 콧날 위로 섬뜩한 사광(邪光)을 내뿜는 두 개의 눈동자가 자리잡 고 있었다. 한 때 남궁란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던 절세미녀의 모습이 그곳에 있 었다. 물통 하나 없는 맨몸임에도 불구하고 천사지존은 여유있게 모래폭풍 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뒤로 나타난 인영은 그나마 정상적인 복장이였다. 태양빛을 막는 풍성한 옷에 아마도 물이 가득 담겼을 듯한 배낭을 매고 있는 이십대 중반의 여인은, 심하게 숨을 헐떡이고 있었지만 아무런 불평도 하지 않았다. 그런 말을 하기에 눈앞의 상대는 너무나 두려운 인물이였기 때문이었다. 예련을 뒤쫓고 싶다는 천사지존의 요청에 대한 천마대제의 답변은 극히 실리적인 것이였다. - 암살에 다수는 오히려 불리하다. 하물며 그것이 천사지존이라면 더더욱. 너와 음마대의 주예월, 두 사람이면 충분할 것이다! 천사지존 정도의 인물을 상대로 자신의 친위대조차 동행하지 않고 단신으로 임무에 내보내는 것은 상대의 권위를 무시하는 처사로도 볼 수 있다. 그러나 그 지시는 합리적이였고, 불만을 가지면서도 천사지 존은 그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친위대 따위가 그렇게 필요한 것도 아니였다. "예월, 놈들이 이 쪽으로 간 것이 확실한가?" "예. 대상들에게 들은 것이니 틀림없습니다. 그리고 서역으로 가는 것이라면 이쪽 외에는 길이 없습니다." "앞에 오아시스가 보이는군." 주예월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십 장 앞도 잘 보이지 않는 모래폭풍 속을 뚫고 한참 떨어져 있는 오아시스를 찾아낸 것이다. "..근처에 꽤 많은 수의 인간이 있다. 아마도 앞서 출발했다는 그 대상일지도 모르겠군." "그렇다면.." "저기에 벽운선녀는 없다. 하지만 저들에게 물어보면 어디로 갔는지 정도는 가르쳐 주겠지." 천사지존의 입가에 차가운 미소가 떠올랐다. -------------------------------------------------------------- 내일(정확히 말하면 오늘 오후)에 대전에 내려갑니다. 사촌 누나의 딸이 돌잔치라네요^^; 참 이제 나도 꽃다운 나이(.....)에 삼촌이라고 불려야 하는건가..; [15] [M/F]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113 -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The Means of Freedom - 外傳 4. 第五章 - 또다른 여행. ---------------------------------------------------------------- "저것이 보이는가?" 타록이 손을 뻗어 방 한가운데 있는 붉은 구슬을 가리켰다. "안 보이면 장님이지." 예련의 혼잣말을 들었는지 타록의 눈썹이 치켜올라갔다. 그의 기분 을 대변하듯 천강시 하나가 예련의 멱살을 한 손으로 잡고 그대로 들 어올렸다. "큭..." "버러지같은 삶이나마 연장하고 싶다면 입 닥치고 있는 게 좋을 거 야." 천강시가 손을 휘둘러 예련을 바닥에 내던졌다. 손이 묶인 상황에서 도 낙법으로 충격을 줄이긴 했지만 워낙 무식한 힘으로 던져진 것이 라 양 팔이 얼얼했다. "하 선녀!" 염신이 급히 예련을 부축했다. "인간이 인간의 삶을 살지 않는다면 그건 죽은 것과 마찬가지야. 하 지만 그쪽이 말하는 데 방해되니 잠시 기다려주지." 콜록거리면서 일어난 예련이 타록을 바라보며 말했다. 타록의 눈썹 이 부르르 떨리는 것이 일행의 눈에 보였다. "이쪽이 상황을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넓으신 아량으로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 "...?" 타록보다 일행이 더 놀랐다. 예련의 앞으로 나서며 고개를 숙인 것 은 다름아닌 백승우였던 것이다. 그가 적에게 고개를 숙일 줄은, 그 리고 저렇게 긴 말을 할 줄은 아무도 짐작하지 못했다. 하지만 대답으로 돌아온 것은 타록의 코웃음이였다. "..흥. 계집 주제에 배짱은 제법이군. 특별히 기억해주지. 팔다리를 모두 잘라버려도 써먹을 수는 있으니까." 일행들의 안색이 조금 변했다. 염신과 월유영은 최악의 경우를 상상 하며 암암리에 공력을 끌어올렸지만 다행이도 그는 자신의 말을 당장 실행에 옮길 생각은 없는 듯 했다. "저 보석은 무엇입니까?" 고개를 숙인 채 다시 백승우가 질문했다. 아마도 타록의 신경을 예 련에게서 돌리려는 생각으로 한 말이였을 것이다. "저것은..화암정(火巖情)이다." "화암정?" "그렇다. 사막에 내리쬐는 태양의 열기가 천 년동안 모여 만들어진 정수, 사막의 불꽃이지." "설마..." 월유영의 눈동자에 경악이 떠올랐다. "저건 사막의 전설인데.. 실제로 존재했다는 건가?" "그렇다. 화암정의 열기를 사천귀원대법(邪天歸原大法)으로 흡수하 면, 삼 갑자에 달하는 공력을 얻을 수 있지." "..!" "처음에는 나도 반신반의했었다. 하지만 묘강의 고대 전설에서 화암 정의 위치를 찾아냈을 때, 나는 그것이 내 생애 최고의 행운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지. 나는 곧바로 묘강을 떠나 이곳에 독왕전을 세웠 고, 주위의 소부족들을 점령한 후 그들을 노예로 부려 화암정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노력이 결실에 이르렀을 때, 사천귀원대법을 쓰 기 위한 또다른 재료들이 눈앞에 나타났다. 이 어찌 하늘의 안배라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타록이 손을 뻗어 화암정을 쓰다듬듯 가볍게 움직였다. 그의 눈에는 광기가 흐르고 있었다. 수십, 어쩌면 수백 년에 걸친 집착이였을 것이다. "또다른 재료..라는 건?" "!" 일행은 다시 한번 놀라야 했다. 월유영의 몸이 떨리고 있었다. 공포나 놀라움에 의한 것은 아니였 다. 그녀의 입술 사이로 쥐어짜는 듯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화암정이 전해지는 전설대로라면 극양(極暘)의 신물.. 인간이 취할 경우 순식간에 숯덩어리가 되어 버리겠지. 그리고 그것을 막기 위해 필요한 것은.." "화암정의 양기를 다스릴 수 있는 음기(蔭氣). 즉 태음지기(太蔭之 氣)를 지닌 여인 둘을 취함으로써 음양의 조화를 맞춰야 하지." 그제서야 예련은 모든 상황을 깨달을 수 있었다. 태음지기는 백 년 에 한 번 보기도 힘든 특별한 체질. 그리고 월유영은 바로 그 태음지 기의 소유자였기 때문에 오백년 전 은월천령밀법의 매개체가 되어 냉 동보관된 전적이 있다. 타록이 노리고 있는 것은, 바로 그녀일 것이 다. "내가 처음에 태음지기의 소유자라고 생각했던 여자는 대경상인의 손녀인 주령이였다. 오아시스에 진을 치고 있었던 것도 그 때문이었 지." "!!" 백승우와 다른 호위무사가 흠짓하며 타록을 바라보았다. "아직 그 계집이 태음지기를 지녔는지는 몰라. 하지만 지금 내 앞에 이렇게 또다른 태음지기의 소유자가 나타나 있으니, 이는 하늘이 이 타록을 위해 배푸신 안배라고밖에는 생각할 수 없지 않은가? 나머지 한 명을 찾는 데 시간이 걸리겠지만, 저 당돌한 계집의 음기도 상당 히 순수하니 한동안은 괜찮겠지." "...." 월유영의 머릿속으로 수많은 기억들이 폭포처럼 쏟아져들어왔다. '너는 천하의 미래를 위해 선택된 아이이다!' 처음으로 글을 깨우쳤을 때 들었던 말이였다. 그녀는 언제나 무림을 위해 만들어진 존재로 받아들여졌고, 그렇게 키워졌다. '은월천령밀법을 받을 자는 무림의 구성(救星)이 될 것이니, 너에게 주어진 막중한 임무를 잊지 말아야 한다!' 오백 년이라는 시간의 벽을 뛰어넘기 위해 동면상태에 들어가기 직 전, 그녀의 아버지가 했던 말이였다. 그것이 생애 마지막으로 들은 가족의 목소리였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월유영은 무림의 구원이라는 거대한 의식을 위한 제물에 불과했다. '사천귀원대법을 쓰기 위한 또다른 재료가 내 눈앞에 나타났다!' 모든 장소, 모든 상황에서 그녀는 인간이 아닌 도구였다. 월유영의 감정과 생각, 살아온 시간과 동료들에 대해 생각해주는 사람은 어디 에도, 심지어 같은 일행들 중에서도 없었다. "재료 따위...아냐.." "..?" "나는..나란 말야!" 절규에 가까운 외침이 방 안을 뒤흔들었다. 거의 발작적인 동작으로, 월유영은 있는 데로 공력을 끌어올리며 양 팔을 휘둘렀다. 손목을 감고 있는 한철사가 죄어들면서 팟 하고 피가 뿜어져 나왔다. 하지만 다음 순간, 땅 하는 맑은 쇳소리가 울리며 한 철사가 폭발하듯 끊어져나갔다. "천중포(天重砲)!" 벼락이 치는 듯한 굉음이 울려퍼지며 월유영의 양 손에서 거대한 백 색의 섬광이 터져나왔다. 그 일장에 실린 위력을 보자 타록도 안색이 변해 급히 장력을 내뻗었다. 콰과과! 두 힘이 격돌하자 사방 오 장 넓이의 방 안이 지진이 일어난 듯 뒤 흔들렸다. 충격파가 주위를 휩쓸자 벽과 바닥에 금이 쩍쩍 가며 돌가 루가 사방으로 날렸다. 예련이나 백승우처럼 내공이 높지 않은 사람 들은 견디지 못하고 바닥에 냉동댕이쳐졌다. 두 사람 모두 공격을 날린 위치에서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 것은 둘의 공력이 백중세라는 뜻. 태음기지를 타고나고, 은월천령밀 법을 위한 백 년 이상의 내공을 지닌 월유영의 혼신의 일격을 받아낸 타록의 무공은 내공심법이 뒤떨어지는 묘강에서는 실로 보기 드문 것 이였다. "멈춰, 유영! 여기는 지하 백 장도 넘는 깊이야!" 이 방이 무너져 내릴 경우 살아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 다. 예련의 외침에 월유영은 잠시마나 이성을 되찾은 듯 공력을 회수 했다. "쳐라!" 타록의 외침과 함께 천강시들이 눈에서 붉은 빛을 뿜어내며 일행에 게로 달려들었다. "천강시는 세 마리만 있어도 한 시진 안에 중원의 문파 하나를 지도 에서 지워버릴 수 있다. 필요한 건 계집들 뿐이다! 나머지는 다 죽여 라!" "어림없는 소리!" 예련이 양 손을 펼치며 신성어로 된 주문을 외쳤다. 그녀를 묶고 있 던 한철사는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도 않았던 것처럼 손목에서 떨어 져나가 바닥을 뒹굴었다. 자신이 포박 따위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숨기기 위해 지금까지 조용히 있었지만 지금은 여유를 부릴 때 가 아니였다. "키에엑!" 턴 언데드의 영향을 받은 천강시들이 주춤하며 한 걸음씩 물러났다. "염 대협! 손을!" 짧은 틈이 생기자 예련이 외쳤고 염신은 생각할 틈도 없이 묶인 양 손을 예련 쪽으로 내밀었다. 예련이 그 위에 손을 얹자 그의 손목을 묶고 있던 쇠줄이 미끄러지듯 풀려나가 바닥으로 흘러내렸다. "저건 또 무슨 사술(邪術)이냐!" "너 같은 녀석, 절대 용서 못해!" 월유영의 신형이 폭풍처럼 타록을 향해 뻗어나갔다. 타록 역시 양 손을 기묘한 각도로 구부리며 먹이를 노리는 육식동물을 연상시키는 자세를 취했다. 아마도 묘강의 절기 중 하나일듯한 권법이 어지러운 잔영을 그리며 두 사람은 십여 초를 교환했다. "크윽!" 천강시의 손톱을 간신히 피해낸 백승우가 분노와 당황이 반반씩 뒤 섞인 신음을 내뱉었다. 상대의 동작이 시체의 것이라고는 믿을 수 없 을 정도로 빠르고 정교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자신은 양 손이 묶여 있는 상태. 도저히 승산이 없었다. 달려드는 천강시의 손을 뿌리친 염신은 팔이 저려오는 것을 느끼며 한 걸음 물러났다. '지금 보이는 천강시는 모두 다섯. 저들 하나하나는 무림의 일류고 수 세 명 정도를 상대할 수 있다. 내가 한 마리를 맡을 수는 있지만. . 둘 이상은 힘들다. 그렇다면..' 예련이 달려오는 천강시 둘을 향해 손을 뻗자 그들은 마치 보이지 않는 손에 밀리듯 비틀거렸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예련은 백승우와 나머지 호위무사를 묶은 줄도 풀어냈다. 대륙에서도 이 정도로 강력한 마력을 가진 언데드는 몇 없었다. 예 련조차도 터닝으로 두 마리 정도를 밀어내는 것이 고작. 염신과 예련이 손을 쓰지 못한 나머지 천강시 둘이 일행을 향해 달 려들었다. -------------------------------------------------------------- 어제부터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별 대단한 건 아니고, 그냥 친구와 같이 매일 학교 운동장을 도는거죠. 400미터짜리 트랙을 두 바퀴 돌고 나니까 숨이 턱에 닿더군요 -_-; 정말이지 운동부족이 심각하다는 사실을 그제서야 깨달을 수 있었습 니다. 역시 사람은 규칙적인 운동을 해야 하는 법.. (그러면서 밤낮 이 뒤바뀐 생활을 하고 있는 프란 -- [16] [M/F]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114 -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The Means of Freedom - 外傳 4. 第五章 - 또다른 여행. ---------------------------------------------------------------- "휴우.." 복잡한 복도를 얼마나 뛰었는지 모른다. 어쨌던 간신히 추격자들을 따돌린 진가영, 사유화, 두자미와 중년의 대상은 그제서야 안심한 듯 부채를 꺼내 부치거나 바닥에 주저앉는 등 각자의 취향대로 자신들이 처한 상황에 대한 감상을 나타냈다. "여기 정말 넓긴 넓네.. 그치 자미?" "..나도 나가는 길 기억 못해." "쓸데없는 걱정이오. 아무리 그래도 사방 백 장을 겨우 넘는 건물 안에서 길을 못 찾겠소?" 일반 고등학교 운동장 9개를 합쳐놓은 크기의 미로라면 그렇게 출구 를 찾기 쉬운 것도 아니련만 진가영은 전혀 불안해하는 기색이 없었 다. "그 건물이라는 게 죽지 않는 괴물들로 가득 차 있어도 말이예요?" "아, 물론 불사인들은 제외하고.." 결국 단순한 바보인건가? 사유화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곧이어 들려 온 진가영의 말에 그 생각을 바꾸어야 했다. "물론 저런 것들 따위 백이던 천이던 이 천상천하유아독존궁극절세 최강무공의미공자 진가영님의 길을 방해하지는 못하지. 하지만 영웅 이 미녀를 버리고 도망칠수는 없는 법. 반드시 두 분 소저를 무사히 이곳에서 나가게 해 주겠소." "...." 단순한 바보 이상이었다. 두자미와 사유화는 약속이나 한 듯 나란히 한숨을 내쉬었고 옆에 서 있던 대상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세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지?" 그나마 다른 두 사람에 비해 아주 조금 더 정상적인 두자미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야 하 소저부터 찾아야 하지 않겠소?" "왜요?" 사유화가 눈을 치켜뜨며 진가영을 바라보았다. "그야.. 탈출과 은신(隱身)에 있어서는 하 소저를 능가할 자가 없지 않소? 이곳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찾아야 할 사람이오." "칫.." 사유화가 투덜거렸다. "어딜가나 하 소저, 하 선녀로군. 그 가짜 성녀가 뭐가 좋다고 모두 들 저렇게 따라다니는거지?" "..솔직히 말해서, 너 자신이 하예련보다 나은 점이 있다고 생각해 ?" "물론이지!" "뭔데?" "몸매가 훨씬 좋아!" 사유화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양 팔을 들고 몸을 한바퀴 빙글 돌렸다. "...." 두자미는 어이가 없었다. 자신의 오랜 친구가 어린애같은 면이 있다 는 것은 잘 알고 있었지만 -그렇기 때문에 마음에 들었다는 이유만으 로 마교를 배신하고 소림사에 망사옷 차림으로 나타날 수 있었겠지만 - 이 정도로 상황파악을 못할 줄은 몰랐다. 그나마 호협곡의 곡주로 서 억지로 꾸미던 침착함이나 냉정함도 염신을 만난 후부터는 모두 사라져 버렸다. "지금이 농담할때야?" "하지만 그 여자 싫은건 사실인걸."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않습니까? 이러고 있는 동안에도 붙잡힌 사람들은 무슨 일을 당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지금껏 잊혀져 있던 중년 상인이 두 사람의 영양가 없는 대화를 중 단시켰다. "하지만 찾으러 나선다고 해도, 이 넓은 지하에서 무슨 수로 염 공 자님이 있는 곳을 찾아내지?" "글세.." "음..보초 몇 명을 생포해서 다른 일행들이 있는 곳을 심문하는 것 은 어떻겠습니까?" "그것도 괜찮을 것 같구려." 진가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 제안은 실천에 옮겨지지 못했다. 콰아아앙! 굉음과 함께 지하 건물 전체가 뒤흔들리는 듯한 진동이 일행을 덮쳤 다. "꺄악!" "조심해!" "뭐지 이건?" 누군가 폭약이라도 터트렸단 말인가? 난데없는 진동에 놀란 일행이 서로를 바라보았지만 그들보다 일행을 추적하고 있던 독왕전 무사들 의 놀라움은 더욱 컸다. 그들은 비상식적인 상황에 그리 익숙한 편이 아니였고, 무엇보다 그 폭발의 진원지에 일행보다 더욱 가까이 있었던 것이다. "뭐, 뭐냐!" 폭발로 인해 그들의 머리 위에 만들어진 지름 오 장 크기의 구멍-이 라고 부르기도 힘들지만-을 바라보는 그들의 눈동자는 경악으로 가득 차 있었다. 대체 무슨 힘이 두꺼운 암벽을 종잇장처럼 찢어내고 저택 하나가 들어갈만한 구멍을 만들 수 있단 말인가? 그리고 그 폭발을 일으킨 장본인을 본 사람들의 놀라움은 극에 달했 다. 그 구멍을 통해 모습을 드러낸 두 개의 인영은, 양쪽 다 불면 날 아갈 듯한 가녀린 미녀였던 것이다. "역시 예상했던데로 지하였군. 제법 귀여운 발상이야." 둘 중 앞에 서 있던 검은 머리의 미녀가 미소를 지으며 독왕전의 무 사들을 바라보았다. 역광 때문에 표정을 볼 수는 없었지만 그들은 본 능적으로 자신들이 생애 최악의 불운을 겪게 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 었다. "공격하라! 암기를 던져라!" 무사들의 대장인듯한 중년의 사내가 소리치자, 그제서야 무사들은 마비에서 풀린 듯 한꺼번에 움직였다. 수십 가닥의 장력과 지풍, 갖 가지 종류의 암기들이 두 미녀를 향해 쏘아져나갔다. 객관적으로 평가했을 때 결코 좋은 위치는 아니였다. 천장에 뚫린 구멍 가장자리에 서 있는 상대는 한두 걸음 뒤로 물러서는 것만으로 도 충분히 모든 공격을 피해낼 수 있었다. 그것을 모를 리 없는 대장 이 공격명령을 내린 것은, 그 역시 알 수 없는 불길한 느낌에 휩싸여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검은 머리의 여인은 피하지도, 공격을 막으려고 하지도 않았 다. "?" 무사들이 의아해했지만 그것은 곧 경악으로 바뀌었다. 그들이 날린 암기와 공격은 여인의 다섯 자 정도 앞에서 보이지 않는 벽에 부딛친 듯 힘없이 퉁겨져나왔다. "호신강기(護身 氣)?" 중원의 무공에 그리 익숙하지 않은 그들도 들은 적은 있었다. 중원 의 고수들은 강력한 내공으로 자신의 주위에 보호벽을 둘러쳐, 어떤 공격도 그것을 뚫을 수 없다고 한다. 상당히 와전된 이야기이긴 하지 만, 어쨌던 상대가 엄청난 고수라는 것을 깨달은 무사들은 섣불리 공 격하지 못하고 주춤거렸다. "뭣 하는 거냐! 우리는 위대한 독왕전의 무사들! 불사인(불사인)들 이여, 저 계집을 잡아라!" 예의 대장이 다시 외치며 손에 들린 검을 휘두르자 무사들 중 몇몇 이 앞으로 뛰쳐나왔다. 다른 무사들에 비해 유달리 거대한 병장기를 지닌 그들의 눈빛에는 자신감이 넘쳐흐르고 있었다. 그들은 결코 죽 지 않는 불사신의 육체를 지니고 있었으므로. "아까 오아시스의 그놈들인가?" 흑의미녀의 입가에 차가운 미소가 떠오르는 순간, 한 줄기의 붉은 섬광이 달려오는 불사인들 사이를 가로질렀다. "?!" 덜컥 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달려오던 불사인들은 일순 그 자리에 굳어버린 듯 동작을 멈추었다. 그리고 그들의 정수리 한가운 데를 붉은 빛을 흩뿌리는 채찍이 관통하고 있었다. 십여 명의 사람을 한 동작에 차례대로 꿰뚫어버리는 편술(鞭術)은 중원에서도 보기 힘 든 것. 그리고 붉은 수정으로 만든 듯 반투명한 붉은 빛의 채찍은 지 금껏 단 한 사람만이 사용한 무기였다. 천사지존(天邪至尊) 사영이 나타난 것이다. "시체 따위를 상대하는 데 내가 직접 손을 써야 하다니, 불쾌하군." "..." 천사지존이 팔을 당기자 불사인들을 관통한 사룡편이 빠져나와 그녀 의 팔목에 감겼다. 그리고 잠시 멍하니 서 있던 불사인들은 줄 끊어 진 꼭두각시처럼 힘없이 주저앉았다. 사룡편이 관통했던 그들의 이마 에는 상처자국 하나 없었다. "어, 어떻게 불사인들을...." "염라대왕에게 가서 내 이름을 대고 물으면 친절하게 대답해 줄 거 다." 천사지존의 몸 주위로 진녹색의 불꽃이 이글거리며 타오르기 시작했 다. 마치 도깨비불처럼 바닥과 주위에 튀어나온 돌조각들에 맺히는 귀화(鬼火)는 독왕전의 인물들도 잘 아는 것이였다. "파..파혼염(破魂炎)?" "설마 마교란 말인가?" 무사들의 안색이 새하얗게 변했고, 몇몇은 무기를 떨어뜨리기까지 했다. 마교의 공포는 중원에서 떨어진 이곳에서도 절대적인 것이었 다. "도망치지 마라! 마교 따위 먼 옛날에 죽어버린 망령일 뿐이다!" "그렇게 생각하나?" 낮은 목소리였지만 그 한 마디는 모두의 귀에 또렷하게 들렸다. 그 말에 실린 위압감에 무사들의 대장은 하던 말을 멈추고 말았다. 그리고 다음 순간, 천사지존의 주위에서 타오르고 있던 파혼염이 폭 발하듯 확산되었다. 거의 반경 십 장 넓이까지 확산된 파혼염은 그녀 와 대치하고 있던 독왕전 무사 전부를 휘감기에 충분했다. 폭음도, 비명도 없었다. 진녹색의 불꽃에 휩싸이는 것과 동시에 그 들은 생명의 끈을 놓아버렸고, 힘없이 쓰러지는 몸뚱아리만이 서서히 불길에 타들어갔다. "여기는..?" "묘강의 미개인들이 모여 있는 곳인가 본데, 왜 놈들이 이런 사막에 자리를 잡았는지는 모르겠군. 하지만 확실한 건, 벽운선녀가 이곳에 있다는 것이다. 전에는 잘도 도망졌지만 이번에는 자신의 신기(神氣) 를 그냥 노출시키고 있군. 내가 왔다는 걸 모르는 것이겠지." "..." "그럼 가볼까?" 천사지존이 사룡편을 든 손을 살짝 들어올렸다가 강하게 내리그었 다. 살아 있는 듯 천사지존의 머리 위에서 꿈틀거리던 사룡편이 이름 그대로 용의 울음소리같은 파공음을 일으키며 바닥을 강타했다. 콰아아! 다시 한번 지하 건물이 뒤흔들리며 천사지존의 앞에 지름 오 장 크 기의 구멍이 생겨났다. "지하 백 장 정도다. 뭐하는 곳인진 몰라도 무덤으로는 괜찮겠지." 천사지존의 입가에 그의 별호를 대변하는 듯한 사악한 미소가 떠올 랐다. -------------------------------------------------------------- 하루 한편을 써도 마감을 지킬 수 없단 말인가.. (쓰러진다 [17] [M/F]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115 -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The Means of Freedom - 外傳 4. 第五章 - 또다른 여행. ---------------------------------------------------------------- "대, 대체 저 녀석이 여기 왜 있는거야?" 천사지존과 주예월이 아래로 사라지자마자 사유화가 숨어 있던 곳에 서 벌떡 일어났다. "설마.. 우리를 쫓아온건가?" "그럴리가.. 우리가 서역으로 떠난다는 걸 아는 사람은.." "한 백여 명 정도 되겠군. 안 들킨 게 더 이상하지." "..." 진가영의 대답에 사유화는 할 말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마교서열 삼위의 천사지존이 직접 움직이다니.." "그보다, 저 뒤에 서 있던 여자, 예월 아냐?" "잘은 모르겠지만 맞는 것 같은데." 사유화는 주예월과 어느 정도 친분이 있었지만, 두자미는 그녀에 대 해 일반적으로 무림에 알려진 것 정도의 지식밖에 없었다. "저게 진짜 예월이라면 왜 천사지존과 함께 있는거지?" 진가영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글세.. 천사지존도 여장남자라니까 혹시 시중들려는 거 아닐까?" "지금이 농담할때야?" 두자미의 말에 사유화가 발끈했다. 하지만 그 속심은 화가 났다기보 다는 그동안 들은 소리를 되돌려주고 싶은 심술에 가까웠을 것이다. "무림에 떠도는 소문은 사실과 전혀 달라. 사음소녀가 남자들과 즐 긴 후 잔인하게 죽여버린다고 하지만, 사실은 정반대야. 녀석은 암살 을 위해서가 아니면 남자에게 접근하지 않아. 염공이나 섭혼술(攝魂 術)의 사용도 마찬가지고." "암살의 전문가라는 거야?" "맞아. 저 녀석이랑 부딪치면 조심하는 게 좋을거야. 비도술의 달인 인데다 독술에도 능하니까. 잘못하면 근처에 가기도 전에 하독(下毒) 당할수도 있어." "그래봤자 천사지존보다 더 무섭겠어?" "..그도 그렇네."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거요?" 둘의 만담을 보다못한 진가영이 끼어들었다. "저 악마는 아마 하 소저나 월 소저가 있는 곳으로 가고 있을 거요. 빨리 뒤쫓아가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이 위험하오." "하지만 우리 힘으로는.." "상대가 비록 사(邪)의 제왕이라 하나 결국 악역! 이 영웅이신 천상 천하유아독존궁극절세최강무공의미공자 진가영님 앞에서는 결국 비참 하게 쓰러지는 역할밖에 정해져 있지 않소. 소저들은 걱정말고 이 몸 만 따라오시오." "..." "자미, 왠지 따라가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지 않아?" "응. 상당히." "자, 이쪽으로!" 두 사람의 의사를 깨끗이 무시하며 진가영은 천사지존과 주예월이 사라진 방향을 향해 달려나갔다. "..." "우리 혼자서는 여기 있기 힘들겠지?" "아마도.." "따라가야겠네." 두 사람이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 * * "하앗!" 염신의 장력이 천강시 하나에게 격중했다. 하지만 분명 그 공격을 정통으로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천강시는 잠시 비틀거렸을 뿐 다시 붉 은 눈동자를 빛내며 염신에게로 달려들었다. ‘내 십성 공력이 실린 장력이건만..’ 달려오는 천강시의 손을 피해내며 염신은 이번에는 강력한 권격(拳 擊)을 천강시의 기해혈에 꽂아넣었다. 인간이였다면 치명적인 타격을 받았을만한 공격이지만 천강시는 이번에도 휘청거리는 것 외의 반응 을 보이지 않았다. 일행과 천강시들의 싸움은 쉽게 결말이 날 것 같지 않았다. 천강시 는 엄청난 힘과 염신의 공격에조차도 끄떡하지 않는 신체를 지니고 있었지만, 그 대신 움직임이 느렸다. 그 점을 최대한 활용해 염신은 천강시 두 마리를 상대하고 있었고, 백승우와 다른 호위무사는 두 명 이 번갈아가며 치고 빠지는 절묘한 협공으로 다른 천강시 하나를 묶 어놓고 있었다. "이렇게 싸우면 이쪽이 불리해요! 놈들은 고통을 느끼지도, 지치지 도 않는 움직이는 시체라고요!" 예련이 일행을 돌아보며 외쳤지만 그들도 자신이 맡은 천강시들을 상대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어떻게 주문을 외울 시간만 생겨도.." 마주잡고 있는 예련의 손에서 희미한 푸른 빛이 뿜어져나오고 있었 다. 그 빛에 겁을 먹은 듯 그녀와 대치하고 있는 두 마리의 천강시는 위협하는 듯한 자세를 취하며 괴성을 질러댈 뿐 선뜻 접근하지 못하 고 있었다. 의지의 신전 사용 이후 격감한 예련의 신성력으로는 그 정도가 한계였다. 주문을 외우기 위해 터닝을 멈추면 그 순간 천강시들이 달려들 것이 다. 어떻게 시간을 벌 방법이 없는 이상 예련은 이 상태를 계속 유지 하는 것 외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이렇게 시간이 지날수 록 불리해지는 것은 제한된 체력과 마력을 지닌 인간들 쪽일 것이다. 예련의 시선이 월유영과 타록 쪽으로 돌아갔다. "천영류(天影流)!" "귀마폭(鬼魔爆)!" 푸른색의 기류가 해일처럼 쏟아져나가고, 폭발하듯 뻗어나온 장력이 그것을 흩어버리며 대기를 뒤흔든다. 월유영과 타록은 마치 철천지 원수라도 만난 듯 서로가 지닌 절기들을 총동원해 싸우고 있었다. 이 미 그들 주위에 멀쩡하게 남아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두 사람의 공력이나 기술은 백중세였다. 하지만 방이 무너져도 상관 하지 않겠다는 듯 절초들을 연달아 사용하고 있는 월유영과는 달리 타록은 화암정이 있는 제단이 파괴되지 않게 하기 위해 그 앞에 서서 월유영의 공세를 받아내고 있었다. 행동에 제약이 있는 쪽이 싸움에 불리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런 미친 계집이!" 자신의 손자뻘도 되지 않는 여자애를 상대로 밀린다는 사실이 그의 성격에 불을 질렀다. 흉성이 폭발한 타록이 전공력을 끌어올리자 그 의 주위로 붉은 안개 같은 것이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아수라혈운공(阿修羅血雲功)?" 월유영이 급히 내뻗으려던 손을 회수하며 몸을 날렸다. "죽어라!" 타록의 주위를 둘러싼 붉은 안개가 폭발하듯 팽창하더니 무시무시한 기세로 뻗어나갔다. 방금 전까지 월유영이 서 있던 곳을 스치고 지나 간 핏빛 기운은 그대로 근처의 벽에 명중했다. 파스스슷.. 핏빛 기운에 닿은 벽이 소리도 없이 증발했다. 부수거나 날려보내는 수준을 넘어서, 눈으로 볼 수 없을 정도의 미세한 조각들로 분해해 버린 것이다. 대륙식으로 표현하자면 원자 레벨의 분해일까. 벽 한 귀퉁이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것을 본 월유영의 등에 식은 땀이 흘렀다. "세상에 저런 무공이 존재하다니.." 백승우와 호위무사도 그 광경에 할 말을 잊어버렸다. 하지만 그것은 실수였다. 놀란 나머지 자세가 흐트러지자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천강 시가 달려들었다. "위험해!" 천강시가 팔을 철퇴처럼 휘둘러 백승우의 앞에 있던 호위무사를 내 리쳤다. 단 일격으로 머리가 수박처럼 깨져나가며 뇌수와 피가 흩날 렸다. 동료의 죽음은 오히려 감정을 가라앉히는 역할을 했다. 천강시가 다 음 사냥감을 향해 뛰어드는 순간 백승우는 자세를 낮추며 천강시의 다리를 걷어찼다. 바윗덩어리를 찬 듯한 느낌이었지만 천강시는 크게 휘청거렸고,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백승우는 있는 힘을 다해서 어깨로 천강시를 들이받았다. 완전히 균형을 잃어버린 천강시는 바닥에 넘어 져버렸다. 넘어지는 천강시를 보며 백승우는 잠시 멈짓했다. 그에게는 천강시 에게 결정타를 먹일 만한 기술이 없었다. 검이라도 가지고 있다면 어 떻게던 해보겠지만 그는 지금 맨손이었다. 염신의 공격조차 먹히지 않는 괴물을 상대로 어찌 해 본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양 측의 전력이 비슷한 상태에서, 전투의 승패는 한 순간의 빈틈에 의해 결정된다. 순간적인 판단으로 백승우는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가장 적절한 방법으로 사용했다. 예련과 대치하고 있는 두 천강시를 향해 달려든 것이다. 백승우가 천강시 한 마리를 가로막자 예련은 성력을 남은 한 마리에 게 집중시켰다. 정확히 두 배의 압력이 가해지자 천강시는 미친 듯 울부짖으며 몸을 돌려 예련에게서 벗어나려 했다. 하지만 예련은 터 닝을 멈추지 않았고, 잠시 후 천강시는 눈에서 빛이 빠져나가며 바닥 에 쓰러져버렸다. 생명이 없는 육신을 움직이던 마기(魔氣)가 흩어져 버린 천강시는 조금 단단한 시체에 불과했다. 전력의 균형이 무너지자 상황은 급변했다. 예련은 곧바로 백승우가 넘어뜨린 천강시까지 터닝해버렸고, 남은 천강시가 셋으로 줄어들자 타록도 당황해서 남은 강시들을 후퇴시켰다. 눈앞의 계집 하나도 상 대하기 힘든 판에 저들이 천강시를 모두 제거해버리고 자신에게 달려 들면 도저히 이길 방법이 없었다. "이런 개같은.." 가장 불안한 것은, 중원과 묘강, 서역의 무공 모두를 통달한 타록조 차도 천강시 두 마리가 대체 어떤 방법으로 쓰러졌는지 짐작조차 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상대의 술수를 알 수 없기 때문에 타록도 신중 해질 수 밖에 없었다. 그때였다. 콰아앙! 지축이 뒤흔들리는 듯한 굉음과 함께 방으로 들어오는 철문이 엿가 락처럼 휘어져나갔다. 그리고 한번 더 폭음이 터지자 철문은 그대로 떨어져나가 쿵 하는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져버렸다. 그리고 흙먼지와 연기 사이로 두 개의 인영이 모습을 드러냈다. ------------------------------------------------------------- 채액소녀의 작가 모모와 용량내기를 18일까지 하기로 했습니다. 마감모드에 목적이 하나 더 생겼군요^^; 스머프 체액 소녀 어디서 연재해요? 2002/05/09 [18] [M/F]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116 -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The Means of Freedom - 外傳 4. 第五章 - 또다른 여행. ---------------------------------------------------------------- "저건 또 뭐야?" "설마..." 타록이 눈살을 찌푸렸고, 일행 중 그 인영의 정체를 아는 사람들은 눈을 부릅떴다. "..여기를 어떻게 알고 나타난거지?" 월유영의 질문에 천사지존은 상대의 무지를 비웃기라도 하듯 미소를 지었다. "일의 경중을 잴 줄 모르는 바보로군. 그건 너희들이 여기서 살아서 나간 다음에나 생각할 문제지. 지금 물어야 할 건 '어떻게'가 아니라 '왜' 내가 여기 나타났느냐 하는 거야." 마치 이해력이 부족한 아이를 가르치는 선생 같은 말투로 대답하며 천사지존은 일행 쪽으로 걸어왔다. 평범한 걸음걸이였지만 거의 발이 땅에 닿지 않는 듯한 신법은 그녀가 어느 정도의 고수인지를 단적으 로 보여주고 있었다. 타록 역시 그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나타난 상대가 적인지 아군인지 는 알 수 없지만, 확실한 것은 그가 미로와도 같은 지하 갱도를 통과 해 독왕전 내부의 인물들도 잘 모르는 이 방을 정확히 찾아와서는 오 천 근짜리 철문을 장난감처럼 부숴버리고 들어왔다는 것이다. 그 뒤에 서 있는 여자는 제외하고라도, 상대의 무공은 자신과 비슷 하거나 그보다 위일 것이다. 그는 이 무례한 상대를 쫓아내야 할지 건드리지 말아야 할지에 대해서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 점은 천사지존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원래 숨어 있는 예련 일행을 암살하겠다는 생각만으로 이곳에 들어왔었다. 그런데 막상 문을 부수고 들어와 보니 독왕전의 문주인 듯한, 이런 변경에 걸맞지 않은 상당한 고수가 버티고 서 있는 것이 다. 지금 섣불리 움직였다가 예련 일행과 독왕전의 문주가 협공이라도 가한다면 상당한 부담이 된다. 그렇게 판단한 그녀는 동작을 멈추고 예련 일행과 독왕전의 문주를 찬찬히 훑어보았다. 묘강의 인물인 듯 하지만 서역이나 중원 쪽의 내가심법을 익힌 듯한 상당한 고수, 그리 고.. 천사지존의 시선이 방 중앙에 있는 붉은 빛덩어리에 닿았다. "화암정(火巖情)? 저게 이런 곳에 있었나? 재미있군." 타록이 움찔했다. 화암정의 존재를 깨닫다니.. 상대가 화암정에 욕 심을 부리려 한다면 상황은 심각했다. 타록은 암암리에 공력을 끌어 올리며 상대의 행동을 주시했다. "화암정을 노리는 새로운 적인가?" 상황을 빠르게 파악한 백승우가 두 사람 모두에게 들릴 만한 소리로 이죽거렸다. 물론 그것은 사실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타록의 신경을 자극하기에는 충분했다. 염신이나 예련 역시 백승우의 속셈을 깨달았다. 예련이 뭐라고 할 틈도 없이 염신이 외쳤다. "타록이라고 했소? 이대로는 저 자가 우리와 당신 모두를 죽이고 화 암정까지 빼앗아 갈 거요. 잠시 힘을 합치는 게 어떻겠소?" 예련의 표정이 굳어졌다. '저런 바보같은.. 말을 그렇게 직설적으로 해 버리면 어쩌자는 거야 ?' 급박한 상황이 사고력을 떨어뜨렸는지, 바보의 표본이라 불릴만한 사유화와 함께 다니며 전염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염신의 말은 확실한 실수였다. '저 여자가 이곳을 알고 들어왔을 리는 없다. 저렇게 말하는 걸로 봐서 여자의 목표는 놈들.. 잠시 위기를 모면하려고 머리를 쓴 것 같 지만, 그런 얕은 수에는 넘어가지 않는다!' 그렇게 생각한 타록은 천사지존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계략이 오히 려 역효과를 불러온 것이다. "협상을 하는 게 어떤가?" "들어주지. 말해봐." 천사지존은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자기 손자뻘도 되어 보이지 않는 계집에게 하대를 들은 타록은 순간 예련 대신 눈앞의 계집을 붙잡아 사천귀혼대법에 사용할까 하는 생각을 했지만 내색하지는 않고 말을 계속했다. "내가 필요한 건 저쪽의 두 계집뿐이다. 저들을 붙잡는 데 내가 협 조하고, 독왕전에 무단으로 침입한 일은 없었던 것으로 해주겠으니 저 둘만 넘겨다오. 나머지 놈들은 네가 어떻게 하던 신경쓰지 않겠 다."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것 같았다. 지금 상황에서 천사지존과 타록이 힘을 합친다면 일행으로서는 도저히 감당할 방법이 없다. 백승우가 급히 무어라 외치려 했지만 그보다 먼저 천사지존의 웃음소리가 방 안을 뒤흔들었다. "호호호홋.." 그 웃음소리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기괴해 들은 사람들 중 내공이 낮은 자들은 자기도 모르게 귀를 틀어막고 뒷걸음질쳤다. 크게 망가 진 주위의 벽들이 부르르 떨리며 돌더미가 우수수 떨어졌다. "그렇다면 안됐군. 내가 원하는 것도 저 두 년들이라서." 천사지존의 대답에 타록이 한 손으로 턱을 괴더니 생각에 잠겼다. 둘 사이에 낀 처지가 된 예련 일행은 각자 불편한 기색을 그대로 드 러냈다. 아무리 상황이 좋지 않다지만, 지금 저들의 행동은 완전히 물건을 앞에 두고 흥정하는 투가 아닌가? 하지만 누구도 그것을 말로 옮기지는 못했다. 팽팽하게 긴장된 공 기, 바늘 하나만 떨어져도 부서질듯한 긴장이 방 안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그리고 바늘 하나가 떨어졌다. 예련이 미끄러지듯 염신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조용한 움직임이었 지만 타록은 물론이고 천사지존 역시 알 수 없는 수법으로 천강시 둘 을 쓰러뜨린 그녀의 이상한 기술을 경계하고 있었기 때문에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천사지존이 먼저 손을 뻗었지만 공격을 가하지는 않았다. 그녀의 위 치에서 볼 때 예련은 염신 바로 뒤에 있었다. 제아무리 천사지존이라 해도 상당한 고수인 염신을 무시하고 예련만을 단번에 제압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타록 쪽으로는 아무것도 거슬리는 것이 없었다. 그가 손을 뻗자 대여섯 가닥의 지풍이 예련에게 명중했다. "혈도를 짚었으니 꼼짝도 하지 못할.." 타록의 말은 그 자리에서 멈추었다. 분명 혈도를 격중당한 예련이 아무렇지도 않게 손을 놀리며 무언가를 중얼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바보 같은 놈!" "미러 이미지(Mirror image)." 천사지존이 노호성을 터트리며 사룡편을 빼어든 순간, 예련의 몸이 여섯 개로 늘어났다. 아니 정확히 표현하자면 예련의 모습을 거울에 비춘 듯 똑같은 영상 다섯 개가 동시에 나타난 것이다. 타록의 놀람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자신조차도 여섯 개의 영상 중 어느 것이 진짜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가 생각할 틈도 없 이 여섯 명의 예련이 동시에 양손을 둥글게 교차시키며 작은 원을 그 렸다. 무림인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태극권의 초식이었다. 그대로 놔두면 당한다. 무엇인지 알 수조차 없는 기괴한 주술(呪術) 과 무당파의 비전 무술에 놀란 타록은 본능적인 위기감 속에서 공력 을 있는 대로 끌어올리며 양 손을 휘둘렀다. 환영의 수는 겨우 여섯. 어느 게 실체인지 알 수 없다면 모조리 파괴해 버리면 되는 것이다. 대기가 소용돌이치며 여섯 가닥의 장력이 여섯 명의 예련을 향해 각 각 뻗어나갔다. 옆에 있던 염신과 월유영조차도 손쓸 수가 없었다. 그들도 어느 것 이 실상인지 구분하지 못했기에 어느 쪽을 방어해야 할지 감을 잡지 못한 것이다. 투캉! 쇠끼리 부딪치는 듯한 소리와 함께 왼쪽에서 두 번째 예련에게 날아 들던 장력이 붉은 빛과 충돌했다. 천사지존의 사룡편이었다. "나는 아직 저 년을 죽여도 좋다고 말한 적이 없다." 나머지 다섯 가닥의 장력이 예련의 영상을 통과하자 영상은 허깨비 처럼 사라지고 천사지존이 막은 위치에 있던 예련 하나만이 남았다. 그녀만은 예련의 환술을 궤뚫어 본 것이다. "크윽.." 타록이 왼손 손목을 붙잡고 신음을 흘렸다. 싸늘한 한기가 손끝을 타고 들어와 왼손을 거의 마비시켜 놓았다. 원래부터 무공의 차이가 있는데다가 그는 여섯 방향으로 공격을 분산시켰으니 손해를 본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염신의 말에 의해 협력할 생각을 하긴 했지만 타록은 천사지존을 믿 지 않았다. 목적이 다른 것이라고 해도 순식간에 마음을 바꿔 화암정 을 노릴 수도 있다. 월유영이 태음지체의 소유자이고 예련이 듣도보 도 못한 사술을 쓴다 해도 삼 갑자의 내공을 부여하는 이 신물(神物) 보다 중요한 것은 아니리라. 상대가 목적을 바꾼다 해도 이상할 것은 전혀 없었다. 처음부터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천사지존이 자신의 공격을 받아냈을 때 의심을 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상대는 저 이상한 여자의 환술을 분명 궤뚫어보고 있었지만, 그럼에 도 불구하고 공격하기는커녕 자신으로부터 그녀를 보호해 주었다. 그 것이 의미하는 바는 간단했다. 둘이 힘을 합쳐 자신을 쓰러뜨린 후 화암정을 나누려는 생각이다. 무림에서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료가 되는 경우는 비일비재했다. 하지만 그 생각은 깨끗하게 빗나갔다. "이때다! 모두 남궁란을 공격해!" 예련의 외침에 그때까지 굳어 있던 일행들이 거의 반사적인 동작으 로 천사지존을 향해 움직였다. 모두의 예상을 깬 행동이었다. 그 자리에 있던 누구도 상황을 완전 히 꿰뚫어보지 못했고, 그렇기에 가장 먼저 눈앞에 보이는 것에 집중 했다. 붉은 빛이 사방으로 흩뿌려졌다. 사룡편은 마치 스스로 생명을 지닌 듯 월유영을 향해 뻗어나갔다. 그 단순해보이는 한 초는 월유영의 전 신 요혈을 모두 공격범위에 넣고 있었다. 예련과 한 번 상대해본 적이 있는 천사지존은 그녀의 선술이 발동에 시간이 걸리며, 발동되기 전에 충분히 막을 여유가 있음을 알고 있었 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는 나머지 일행들 중 가장 강하다고 판단된 월유영을 향해 공격을 가한 것이다. 하지만 타록의 안색은 흙빛으로 변했다. 백 년에 한 번 보기도 힘들 다는 태음지체. 사천귀원대법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재료'가 파괴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앝 뒤 가릴 것 없이 그는 휘하의 천강시들에게 공격명령을 내리며 끌어올렸던 공력을 일시에 발출했다. 아수라혈운공의 붉은 기운과 사룡편이 굉음을 터트리며 충돌했다. 사방으로 터져나가는 충격파에 염신이나 월유영 같은 고수들조차도 몸을 가누기 힘들 만큼 강력했다. "네놈이!" 천사지존이 분노에 찬 외침과 함께 타록을 향해 왼손을 뻗었다. 푸 른 불꽃 같은 기운이 일직선으로 타록을 향해 뻗어나갔다. 공격에는 반격. 그녀는 거의 본능적으로 나머지 일행들이 거의 살기 를 지니지 않고, 타록만이 자신에게 위협적인 공격을 가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무리 천사지존이라 해도 타록은 쉽게 볼 수 있는 인물이 아니었다. 예련이 급히 옆으로 빠졌고, 그녀의 생각을 깨달은 염신과 백승우도 반대편으로 몸을 날렸다. 그들이 움직이는 것을 본 월유영과 나머지 호위무사도 예련의 뒤를 따랐다. 순식간에 천사지존과 타록은 십여 초를 교환했다. 거대한 힘의 충돌 은 폭발과 충격파를 불러왔고, 이미 몇 번의 충돌로 망가져 있던 벽 은 그 충격을 견디지 못했다. "벽이 무너진다!" -------------------------------------------------------------- 친구녀석이 어제 출판했습니다. 그래서 밤새도록 떠들고 놀다가 집 에 와서 2/3나절동안 자고 있었다는.. (반나절과 한나절의 중간쯤이 니 2/3나절..말이 되나?;;;) chii nummer eins 2002/05/19 09:49 [19] [M/F]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117 -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The Means of Freedom - 外傳 4. 第五章 - 또다른 여행. ---------------------------------------------------------------- 그 외침은 거의 절규에 가까웠다. 벽이 쩍쩍 갈라지며 떨어져 나가기 시작했다. 주먹만한 돌덩이들이 떨어져 내리고, 중앙과 사방 벽쪽에 세워 놓았던 지지대도 압력을 이 기지 못하고 금이 가더니 결국은 가운데가 부러지면서 무너져 내렸 다. 예련 일행은 각자가 낼 수 있는 최대한의 속도로 이미 뚫려 있는 입 구 쪽으로 달려갔다. 지금까지 그림자처럼 천사지존의 뒤에 서 있던 주예월도 상관의 안위 따위는 안중에도 두지 않고 몸을 돌렸다. 하지 만 이미 초식을 주고받고 있던 천사지존과 타록은 그렇게 움직일 수 없었다. 고수들간의 싸움에서는 순간의 빈틈이 승패를 결정하는 법. 방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움직이는 순간 공격을 받을 가능성은 충분했 다. 먼저 움직이는 쪽이 지는 것이다. 두 사람은 천장 전체가 무너져 내리며 방이 매몰되기 직전에서야 몸 을 움직였다. 하지만 거대한 바윗덩어리가 떨어져 내리며 그들의 앞 길을 가로막았다. 그 바위는 타록이 날린 일장에 흔적도 없이 박살났 지만 두 사람이 멈춰 선 순간 천장 전체가 무너지며 흙더미가 그들의 모습을 지워버렸다. "이쪽으로!" 염신이 경공이 낮은 호위무사를 한 손으로 붙잡아 끌어당겼다. 그리 고 두 다리로는 빠져나갈 수 없다고 판단한 예련은 폴리모프 주문을 외워 예의 파랑새로 변신해 쏟아지는 흙더미 사이를 빠져나와 일행의 뒤를 따랐다. 진짜 새들이 보아도 감탄할만한 비행이었지만 거기에 신경써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전속력으로 도망치는 일행의 뒤로 통로가 차례대로 무너져내렸다. 가장 앞서나간 것은 역시 무공이 높은 월유영이었다. 그리고 그곳( ?)의 통증에도 아랑곳않고 자기보다 머리 하나는 큰 호위무사를 붙잡 고 달리고 있는 염신, 그 뒤로 원래는 일행의 적이었던 주예월이 달 리고 있었다. 무방비 상태로 등을 내보이고 있는 예련 일행을 본 예월은 자신이 받은 임무를 떠올렸다. 서역으로 가는 월유영과 그 수행원을 한 명도 남김없이 몰살시킬 것. 그것을 수행하기에 지금만큼 좋은 기회도 없었다. 주예월의 손에 싸늘한 금속성의 광택을 내뿜는 다섯 개의 비도가 쥐 어졌다. "?!" 막 비도를 내던지려는 순간 주예월은 살기를 느끼고 몸을 돌렸다. 하지만 예측하지 못한 기습이었기에 완전히 피하지는 못하고 어깨를 얻어맞고 말았다. "앗.." 그 충격으로 주예월은 들고 있던 비도를 모두 놓쳐버렸다. 하지만 몸을 추스릴 틈도 없이 두 번째의 공격이 들어왔다. 그제서야 그녀는 상대를 볼 수 있었다. 전신을 검은 색으로 감싼 흑 발의 무사. 백승우였다. "비열한 계집, 목을 내놓아라!" 백승우가 맹렬한 기세로 주예월을 향해 일권을 뻗었다. "둘 다 멈춰!" 막 뒤를 돌아본 염신이 기겁해서 외쳤다. 방금의 싸움으로 뒤쳐진 백승우와 주예월의 머리위로 집채만한 바윗덩이가 떨어지려 하고 있 었다. 염신은 급히 전공력을 끌어올려 남아 있던 왼손을 내뻗었다. 그러자 마치 보이지 않는 손에 붙들린 듯 두 사람의 몸이 염신 쪽으로 끌려 들어왔다. 바윗덩이는 아슬아슬하게 위기를 모면한 두 사람의 바로 옆에 굉음을 내며 떨어졌다. "싸우고 있을 틈이 없다! 어서 뛰..!" 염신은 채 말을 끝맺지 못했다. 방금의 바윗덩이에는 미치지 못하지 만 사람 머리통만한 돌 하나가 떨어져 그의 머리를 강타했기 때문이 다. 내가고수인 그에게 그 정도는 큰 타격이 되지 못했지만 일행은 크게 놀라 염신 쪽으로 다가왔다. "어서!" 염신이 다시 한 번 외치며 몸을 돌렸다. 백승우는 뒤쪽을 슬쩍 쳐다 보더니 말없이 달려나갔고, 주예월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그 뒤를 따 랐다. 다행이 붕괴는 지하 통로 전체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한참을 달리 던 일행은 통로가 무너지는 소리가 그치자 걸음을 멈추고 숨을 가다 듬었다. "휴우.." 인간형으로 변한 예련이 근처 바위에 털썩 주저앉았다. 어깨가 들썩 이는 것이 체력을 상당히 소모한 듯 했다. "여기도 언제 무너질지 모르오. 힘들더라도 어서 밖으로 나갑시다." 염신이 그렇게 말했을 때였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이오?" 익숙한 목소리였다. 고개를 돌린 일행의 눈에는 통로 위쪽에서 달려 오는 진가영과 사유화, 두자미의 모습이 보였다. "뭔가 무너지는 소리가 들렸는데...예월?" 일행들 사이에서 익숙한 얼굴을 찾아낸 사유화가 놀란 듯 중얼거렸 다. "맞아. 그러고보니 천사지존의 뒤에 있던 사람이 우리와 함께 도망 쳤었지?" 그제서야 주예월의 존재를 인식한 예련이 말했다. 일행의 시선이 모 두 주예월에게 집중되었고, 성질 급한 몇몇은 무기를 빼들기까지 했 다. "염 공자의 원수! 잘 만났다!" '성질 급한 몇몇'중 하나인 사유화가 자신의 무기인 면사를 꺼내들 자(?), 주위 사람들은 모두 눈 둘 곳을 몰라 고개를 돌렸다. 저 무기 의 특수효과는 상대방의 시선을 교란시키는 것인가? 예련은 문득 '중 원기병(中元奇兵)'이라는 제목으로 책을 써 내면 어떨까 하고 생각했 다. "..원수(怨讐)라는 말은 일반적으로 대상이 멀쩡하게 있을 때는 성 립되지 않아." 주예월이 멀쩡하게 살아 있는 염신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어, 어쨌던! 너 때문에 염 공자는 정혈을 빨리고 거의 죽을 뻔 했 다고!" "...빨아들인 건 너겠지." 그 말은 사실이었기에 사유화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주위 사람 들까지 동참해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는 다급하게 외쳤다. "자, 잠깐. 그게 아니라고!" "네가 대법을 방해한 탓에 치료가 실패하면서 그렇게 된 거야." 두자미까지 끼어들며 말했지만 주예월은 오히려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뭐가 그렇게 돼?" 그녀는 염신의 증상에 대해 몰랐기에 당연히 그 말을 이해할 수 없 었다. 다시 한 번 사유화는 침묵했고, 일행은 그 사이에 자신들이 처 한 상황을 확실하게 인식했다.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오! 이곳도 언제 무너질지 모르니 일단 지상으로 올라가는 게 먼저일 것이오." 염신의 말에 제 정신을 유지하고 있던 사람들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 다. "일단 주 소저도 우리를 따라오시오." 주예월의 눈에 이채가 떠올랐다. 지금의 일행이라면 자신 하나를 죽 이는 것 쯤 간단한 일. 그런데도 간단한 방법 대신 굳이 자신을 생포 하려는 것이다. 사유화와의 우정 덕분인지 단순히 자신의 몸을 노리 는 것인지, 더 단순히 상대가 바보여서인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한 사실은 살아남을 확률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자, 어서!" "잠깐만. 지금 상황이나 좀 설명해주고.." 진가영의 말을 무시하고 일행은 다시 위로 달려나갔다. 내려올때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었지만 지금은 경공을 자유롭게 사용 할 수 있었기에 올라가는 데는 거의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미 천 사지존이 독왕전의 인물들 중 반 이상을 움직이지 못하는 시체로 바 꾸어 놓은 탓에 일행은 별 저항 없이 지상으로 나올 수 있었다. "..." 일행 모두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들이 나온 곳은 천사지존이 뚫어 놓은 구멍으로, 놀랍게도 그곳은 독왕전을 둘러싼 목책 바깥쪽 이었다. 지상에 비해 지하가 비정상적으로 넓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 만.. "지하가 모두 무너진 것 같진 않군요." "예?" 월유영이 반문했다. 자신들이 올라온 길이 무너지지 않았으니 당연 히 모두 무너진 건 아니지 않은가? "불사인들을 조종하는데 사용하는 제기(祭器)가 아직 부서지지 않았 어요. 아무래도 무너진 부분은 화암정이 있던 방과 입구뿐인 것 같네 요." "그럼..?" "저는 내려가서 저것들을 마저 파괴하고 오죠." "괜찮겠소? 다시 지하로 돌아가는 것인데.." "죽어도 죽지 못한 자의 원혼을 풀어주는 일이예요. 직업인 이상 그 냥 넘어갈 수는 없죠. 유영, 같이 가 주겠어?" "....예." 왠지 힘없는 목소리로 대답하며 월유영이 예련의 옆에 섰다. 둘은 몸을 돌려 그들이 올라왔던 구멍으로 다시 들어갔다. "그런데 천사지존과 타록은 확실히 죽은 걸까..?" 두 사람의 모습이 사라지자 사유화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천사지 존의 이름이 언급되자 주예월의 몸이 움찔했다. "뭐 아직까지 반응이 없는 걸로 봐서 죽었겠지." "그럼 저 여자는?" 백승우가 한 걸음 나서며 물었다. 조용한 어투였지만 그 목소리에는 진득한 살기가 들러붙어 있었다. "잠깐만요, 굳이 죽일 필요는 없잖아요?" "저 여자는 우리가 도망치고 있을 때 뒤에서 비도를 던지려 했었습 니다. 언제 등에 칼을 꽂을지 모르는 적을 살려두자는 겁니까?" "..." 사유화는 그 말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미 싸움이 끝난 마당에 굳이 상대를 죽일 필요까지는 없 다고 생각하오." "그렇지. 영웅이 붙잡은 미녀를 죽이는 경우 따위는 본 적이 없지 않소?" 두 번째 말의 설득력이 너무나 부족했기에 주예월은 실소를 금치 못 했다. "그럼, 저 여자를 서역까지 데리고 갈 생각이십니까? 여기에 버려둔 다는 건 살인과 별다를 바가 없습니다." "당연히 데려가야지. 그게 상식 아니오?" 진가영의 대답은 너무나도 당당해서 백승우는 순간 말문을 잃었다. 아직까지는 그도 이 해괴한 일행에는 그리 익숙해지지 않은 모양이 다. "위험한 적을 제거하는 쪽이 상식입니다." "책임은 내가 지겠네. 일단 서역까지만 동행하도록 하지. 그곳라면 풀어줘도 사는 데는 별 지장이 없을 테니. 괜찮겠나?" 마지막 물음은 주예월을 향한 것이었다. "튀겨먹던 삶아먹던 마음대로 해. 어차피 나한텐 선택권이 없으니 까." "좋아." 쌀쌀맞은 대답이었지만 염신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일행 중 누구도 염신의 속마음을 들여다볼수는 없었지만 -과연 그런 것이 존재하는가 에 대해 의문을 가지는 사람도 있었다- 본인이 책임을 지겠다는데야 더 할 말이 없었다. "..무기는 모두 압수하도록 하죠. 그것만은 절대 양보할 수 없습니 다." 백승우가 고개를 내저었지만 염신은 뜻을 알 수 없는 미소를 입가에 띄울 뿐이었다. chii nummer eins 2002/05/19 09:52 [20] [M/F]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118 -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The Means of Freedom - 外傳 4. 第五章 - 또다른 여행. ---------------------------------------------------------------- 불안하긴 했지만 전체 갱도의 붕괴 조짐은 보이지 않았다. 예련의 기억력에 의지해 복잡한 갈림길을 내려가던 두 여인은 처음 끌려올 때 보았던 갈림길 쪽으로 들어섰다. 중간중간 독왕전의 생존자들이 덤벼들기도 했지만 이미 지휘부가 붕괴된데다 살아있는 자들은 거의 다 강제로 이곳에 끌려온 노예들이어서 그 수는 얼마 되지 않았다. "여기야." 문에는 자물쇠가 걸려 있었지만 예련이 손을 한번 대자 힘없이 풀려 나갔다. 마법적 방어가 되어있지 않은 문을 여는 것은 그녀의 능력으 로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안으로 들어서자 그리 넓지 않은 방 안에 수십 개의 상자들이 늘어 서 있는 것이 보였다. 진녹색의 보석 같은 재질의 상자는, 방 안을 비추고 있는 새파란 불꽃과 어울려 무어라 표현하기 힘든 빛을 발하 고 있었다. "이걸 깨트리면 불사인들의 영혼은 모두 풀려나오게 돼." "..." 월유영이 앞으로 걸어가더니 손을 뻗어 녹색의 상자 중 하나를 쓰다 듬었다. "뭐하는 거야? 건드리면 위험해!" 예련의 외침에 월유영은 흠짓하며 손을 뗐다. "..." "왜 그래?" "저는...무엇이죠?" 느닷없는 질문이었지만 예련은 피식 웃으며 다가가 월유영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럼 넌 자신이 누구라고 생각해?" "...모르겠어요. 하지만 옛날부터.. 제가 그곳에 잠들기 전부터 절 인간으로 대우해준 사람은 하 선녀밖에 없었어요. 태음지체의 소유 자, 대법을 위한 도구, 전력으로서의 가치밖에는 생각해 주지 않았으 니까요.." ".." "그럴 수 밖에 없다.. 천하무림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 도.. 갈수록 무언가가 빠져 있다는 느낌은 지울 수가 없어요. 어째서 일까요..?" 월유영의 손등에 물방울 하나가 떨어졌다. 뒤에 서 있었기에 그녀의 얼굴은 볼 수 없었지만 그것이 무엇인지는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그건 네 착각일 뿐이야. 누구도 너한테 그렇게 강요한 적은 없어. 오백 년 전에는 그랬을지 모르지만 말야. 지금의 네가 누구인지 기억 하는 사람도 없다고." "하지만.." "하기 싫으면 그만두면 돼. 아무도 너한테 그런 일을 요구하진 않 아." "하지만, 제가 빠지면 수많은 사람들이 죽게 되요! 그렇게 생각하 면..." "그럼, 그 수많은 사람들이 시켜서 지금 이 일을 하고 있는 거야? " "...?" 말뜻을 이해하지 못한 월유영이 예련을 돌아보았다. "너는 지금 그 사람들을 위해서 여기까지 온 거잖아. 누군가 시켜 서 하는 일이 아니라." "..."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 처음부터, 옳고 그름을 가리기에는 너무 어렸을 때부터 그렇게 배워왔을 테니까. 네 말도 맞아. 잘못된 생각을 한 사람들도 있었고, 너한테 '도구'가 되기를 강요한 사람들 도 있었지. 하지만, 지금 너는 전혀 그런 것에 신경 쓸 필요가 없는 위치에 서 있는거야. 서역 출신인 네가, 중원의 사람들이 죽던말던 신경쓰지 않겠다고 하면 그냥 돌아가면 되는거야." 월유영의 입술이 달싹거렸지만 예련은 무시하고 계속 말을 이어나갔 다. "죽어가는 사람들이 불쌍해서 이렇게 있는 것이라면, 그것은 절대 타의에 의한 것이 아냐. 네 스스로가 원하는 것이지. 그렇지 않아?" "..." "네가 생각하는 것과는 달라. 저 위에 있는 바보들도, 겉으로 보기 엔 저럴지 몰라도 속으로는 널 걱정하고 있을 거야. 생각은 나중에라 도 할 수 있으니까, 빨리 이 상자들부터 깨버리고 올라가자고. 너한 테는 생각할 자유라도 있지만, 이들은 그것조차 할 수 없는 죽은 영 혼들이니까." "예.." 월유영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양 손에 공력을 모았다. 겉보기와는 달리 진녹색 상자는 그리 튼튼한 것이 아니었다. 단 일장에 상자들 모두가 박살나며 주위로 소용돌이 같은 것이 일어났다. 그리고 수십 개의 푸른 아지랑이 같은 것이 위로 올라가는 것이 희미하게 눈에 보 였다. "끝났어. 가자." 죽은 자들을 위한 기도문을 읊은 후, 예련은 몸을 돌렸다. "잠시만.." "응?" "저.." 잠시 머뭇거리던 월유영은 무언가 결심한 듯 고개를 들며 말했다. "언니라고 불러도 되요?" 잠시동안 아무 말도 없었다. 자신이 잘못 말했나 하는 생각으로 우 물쭈물하는 월유영을 보던 예련은 피식 웃고 말았다. "물론이지. 그 말 하려고 지금까지 미적거린 거였어?" "언니.." "응?" "고마워요." 월유영이 싱긋 웃었다. 처음으로 짊어지고 있던 고뇌를 잊어버린 채 해맑게 웃는 월유영의 모습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그 모습을 보면서, 예련은 자신과 도화령이 올바른 선택을 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 할 수 있었다. * * * "자, 오아시스를 가로막은 괴물들도 사라졌고 이제 서역까지는 금 방이군." 진가영이 즐거운 듯 일행 맨 앞에 서서 중얼거렸다. 그의 경공은 최 근 며칠 동안 더욱 발전하여 발목까지 빠지는 모래 위에서도 발자국 하나 남지 않았다. "저기 오아시스예요!" 모래바람이 지나가자 저 멀리 예의 오아시스가 보였다. 일행이 그곳 에 도착하자 남아 있던 무사들과 대경상인이 밖으로 뛰어나왔다. "승우, 무사님들, 괜찮으셨습니까?" "예. 덕분에 잘 처리했습니다. 이제 죽지 않는 괴물 따위는 두 번 다시 나오지 않을 겁니다." 염신이 차분하게 말했지만 대경상인은 고개를 저었다. "그 말이 아닙니다. 여러분들이 독왕전으로 떠난 후, 이상한 자들 이 오아시스에 도착했습니다." "이상한 자라면.. 녹색 궁장차림의 미녀와 저 여자요?" 예련이 손가락으로 주예월을 가리켰다. "아, 예! 저 여자입니다. 그 둘은 오아시스에 들어오자마자 하 소 저의 행방을 묻더군요. 말하지 않으면 모두들 처참하게 죽여버리겠다 고.. 하지만 우리가 대답도 하기 전에 궁장차림의 여자 쪽이 방향을 잡았다고 말하더니 놀랍게도, 사로잡은 불사인들 모두를 손짓 한 번 으로 죽여버리고는 여러분들이 간 방향으로 떠났습니다." "그럼 주 아가씨는?" 백승우가 튀어나오듯 나서며 물었다. "령아는 조금 놀라긴 했지만 별 일 없네. 자네가 그 아이의 호위무 사인 건 알지만, 참 신경을 써주는군그래." 대경상인의 말에 백승우는 아무 말 없이 몸을 돌렸다. "음..." 예련이 생각에 잠긴 듯 팔짱을 끼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걱정마십시오. 그 여자도 지금쯤 타록과 함께 지하 백 장 깊이의 동굴 속에 생매장되었을 겁니다. 두 번 다시 다른 사람에게 해를 입 히지는 못할 겁니다." "그거 다행이군요." 대경상인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나저나 저 여자는?" "아, 서역으로 데려갈 예정입니다. 이런 곳에 버려둘 수는 없죠." 염신이 급히 끼어들며 말했다. 일행 중 몇몇이 곱지 못한 시선으로 노려보았지만 염신은 얼굴에 철판을 깐 듯 꿈쩍도 하지 않았다. "..시간이 없으니 빨리 출발하기로 하죠. 그리고.." 예련이 대경상인에게 다가가더니 그의 귀에 대고 무언가를 말했다. "음..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그걸 왜?" "지금 말할 일은 아니고..어쨌던 부탁드립니다." "알겠소." 대경상인은 근처에 있던 호위무사 하나를 부르더니 무언가를 지시했 다. 그도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신의 낙타 쪽으로 달려가 무언가 짐을 꾸리기 시작했다. "그럼 반 시진 후에 출발합시다." "예." 일행은 각자 사막을 여행할 준비를 하기 위해 오아시스로 흩어졌다. -------------------------------------------------------------- Zzz.. chii nummer eins 2002/05/19 09:53 [21] [M/F]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119 -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The Means of Freedom - 外傳 4. 第五章 - 또다른 여행. ---------------------------------------------------------------- 사막의 타는 듯한 더위는 여전했지만 이곳에서부터는 하루 거리마다 오아시스가 하나씩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보다는 훨씬 여행이 쉬운 편 이다. 마실 물만이 아니라, 휴식을 취하기에도 일교차가 훨씬 적은 물 주변이 유리한 것은 당연한 일. 이제는 익숙해졌는지 사막여행 내내 투덜거리던 사유화도 말없이 따 라와 일행은 별 일 없이 다음 오아시스에 도착했다. 사실 아무일 없이 도착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었다. 일행 중에는 바로 어제까지 적군이었던 여자 하나가 끼어 있었기 때문이다. 주예 월은 미모를 이용한 유혹 후 독술과 암기로 상대를 소리없이 제거해 버리는 암살의 전문가. 비록 독약과 무기를 모두 압수당하긴 했지만 그녀를 붙잡은 자들은 무공이나 사지는 전혀 제압당하지 않았다. 염 신을 제외한 일행들은 무슨 일이 벌어지든 자기 책임이 아니라는 투 로 그녀를 무시했고, 염신은 무슨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확신 하는 듯 그녀에게 신경쓰지 않았다. 마음만 먹는다면 암습할 수 있는 기회는 얼마든지 있었다. "자아! 오늘이야말로 목욕이다!" 사유화가 힘차게 외쳤지만 곧이어 들려온 예련의 말에 그대로 석화 되어버렸다. "안돼. 서역의 관문인 미란까지는 앞으로 이틀이 남았으니까 그때까 지 참아." "흐윽..." "다섯 시간 뒤에 출발한다! 모두들 쉴 준비를 갖추도록!" 이제는 익숙해진 일행도 빠르게 부족한 물로 대강 씻은 후 각자의 침구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아, 주 소저는 침구가 없지? 잠시만 기다리시오. 남는 게 어디 있 을 텐데.." "그만둬요." 차가운 음성에 염신의 동작이 멈추었다. "나한테 뭘 원하는 거죠? 마교의 정보라면, 내 소속인 음마대 외에 는 아는 게 아무것도 없어요." "난 소저에게 아무것도 원하지 않소." "거짓말 말아요!" 갑자기 주예월이 걸치고 있던 옷을 확 벗어던졌다. "!!" 그 광경을 본 사람들 모두의 눈이 휘둥그래졌다. 대체 무슨 방법으로 걸치고 있던 겉옷 전부를 한 동작에 벗어던졌는 지는 논외로 치고라도, 그녀가 속에 입고 있는 옷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모으기에 충분했다. 검은 색의 상의는 가슴 어깨에서 가슴 위까지만 감싸는 형태로, 배 와 허리가 그대로 맨살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밑에는, 몸에 쫙 달라붙는 역시 검은 옷이 육감적인 둔부와 매끄러운 두 다리를 감 싼다. 게다가 하의 쪽은 사유화가 입고 있는 것과 거의 비슷한 망사 재질이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이 옷을 디자인한 인간의 여성 취향을 짐작하도고 남음이 있는(강조하지만, 절대로 작가가 디자인한게 아니다!) 옷차림 에 주위 사람들 모두, 심지어는 염신조차도 얼굴을 붉혔다. "뭐, 뭐 하는 거요!" "원하는 게 내 몸이라면, 마음대로 가져요. 어차피 난 포로고, 칼자 루를 쥔 건 그 쪽이니까." "..." 염신은 말없이 주예월을 바라보았다. 왜일까. 아무런 이유도 없었지 만, 왠지 그 시선을 바라보고 있자니 마음이 흔들리는 것 같았다. "옷 입어요." "..?" "내가 소저를 구해준 건, 정보를 얻으려는 것도, 소저의 몸을 노린 것도 아니였소. 단지 유화의 친구이기 때문에 그렇게 한 거였소." ".." "원한다면 마음대로 돌아가도 좋소. 무기와 돈 정도는 돌려줄 수 있 고, 길은 어차피 글로 써야 할 만큼 복잡한 것도 아니니 알려주겠소. " 주예월은 상대의 눈을 뚫어지게 노려보았지만 그 속에서 아무것도 읽어낼 수 없었다. 한참을 그렇게 서 있던 그녀는, 아무 말 없이 몸 을 돌려 옆에 놓여 있는 옷을 집어들었다. 그리고 역시 한 동작으로 옷을 걸쳐입고는, 앞으로 걸어나왔다. "내 자리는 어느 쪽이죠?" "유화 옆이 좋겠지. 저쪽이오." 염신이 자신의 뒤쪽을 가리켰다. "말해두지만, 지금은 당신이 좋아서 따라가는 게 아니예요. 등 뒤를 조심하는 게 좋을 걸요." 그렇게 말하고는 주예월은 염신의 옆을 스쳐지나갔다. * * * 그로부터 닷새가 지났다. 일행은 서역의 관문도시인 미란을 지나 드디어 포달랍궁의 영역에 들어섰다. 일행을 안내했던 대상들과는 작별 인사를 나누고 헤어지려 했지만, 대경상인은 서역 안내를 할 사람이 필요할 거라며 백승우를 강제로 떠맡기듯 일행에게 넘겨버렸다. 일행은 그의 안내원으로써의 재능을 그리 높게 평가하지 않았지만 서역의 지리를 아는 사람이 전무하다는 현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 제안을 받아들여야 했다. 소림(小林)이 중원을 대표한다면, 서역을 대표하는 것이 바로 이곳 포달랍궁(包達拉宮)이다. 포달랍궁의 본산은 중원의 어떤 문파 건물에서도 볼 수 없는 웅장함 을 자랑하고 있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그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압도될 것이다. 물론 일행 중 정상인이라 불릴 사람은 몇 없었고, 그렇기에 그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언제나의 만담(?)을 나누고 있었다. "그 막대기를 바닥에 박아놓고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로 중얼거리는 건 천외천의 내공심법이오?" "그냥 기의 흐름을 조사하는 거라니까요." "그런 것보다 저 건물 좀 보세요. 정말 대단한데요?" "주 소저, 이제 표정 좀 펴는 게 어떻겠소? 고운 얼굴이 다 망가지 겠소." "남의 일에 참견하지 말아요." "예월, 넌 아직도 그 모양이냐?" "..." 일행은 그렇게 제멋대로 떠들면서 포달랍궁의 정문으로 걸어가는 중 이었다. 중간에 예련이 좌표테이블 구성을 위해 잠시 멈춘 것 외에는 아무런 일도 없었다. 가로가 이 장, 높이 일 장 반은 될짐한 거대한 정문 앞에는 붉은 승 복을 걸친 두 명의 여인들이 철봉을 들고 서 있었다. 머리를 깎긴 했 지만 헐렁한 승복으로도 감출 수 없는 굴곡이 뚜렷한 몸매는 사내들 의 시선을 잡아끌기에 충분했다. 포달랍궁에 언제부터 미녀 비구니들 을 정문 경비에 배치하는 관습이 생겼는지는 알 수 없지만, 들어오는 사람들의 눈을 즐겁게 해 주는 것 외에 실용적인 용도는 거의 없어 보였다. "이곳은 허락받은 자 외에 외인(外人)의 출입을 금하는 장소입니다. 돌아가십시오." 일행이 다가가자 두 비구니가 문 앞에서 철봉을 교차시키며 말했다. 글자 하나 어긋나지 않고 두 개의 목소리가 겹치는 것이 사전에 연습 을 해 놓은 것 같았다. "법왕(法王)을 만나러 온 무림맹의 사자요. 어찌 이렇게 문전에서 박대할 수 있단 말이오?" "여기가 어디라고 헛소리냐!" 물론 객관적으로 볼 때 일행에게 무림맹의 사자로 보일 만한 구석은 어디에도 없었으므로 비구니들의 반응은 당연한 것이었다. 하지만 진 가영이 그런 것을 생각할 위인이던가? "뭐야? 이 천상천하유아독존궁극절세최강무공의미공자 진가영님의 진언(眞言)을 감히 헛소리라고 우기다니, 아무리 우민(愚民)의 눈이 이 몸의 본질을 알아보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는 하나 이토록 인물 을 볼 줄 모르다니. 포달랍궁의 수준도 짐작이 가는군." 앞의 말은 진가영 특유의 헛소리였으므로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지만 마지막 구절만은 비구니들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이 놈들! 감히 포달랍궁을 능멸하다니! 죽음으로 속죄해라!" 두 비구니가 동시에 외치며 진가영을 향해 달려들었다. 저 둘은 아 무래도 말 맞추는 연습을 꽤 많이 한 모양이다. 파공음과 함께 철봉이 매서운 기세로 진가영을 향해 뻗어나갔다. 하 지만 그 공격이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그곳에는 이미 상대의 잔상밖 에 남아있지 않았다. "훗, 그런 실력으로 이 천상천하유아.." "대천회격(大天回擊)!" 철봉이 상식을 무시한 움직임을 보였다. 앞으로 찔러들어가던 봉이 아무런 예비동작 없이 위로 쳐올려치며 반원을 그린 것이다. 말로 하 기는 쉽지만 찌르기 동작을 그대로 정지키시고 자세를 바꾸지 않은 상태에서 팔의 힘만으로 올려치는 것은 철봉이 젓가락 정도의 무게가 아닌 이상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공중으로 뛰어 비구니들의 뒤로 돌아가려던 진가영도 그 동작에 당 황했다. 하지만 그 역시 중원에서도 손꼽히는 무공의 소유자. 허공에 뜬 상태에서, 진가영의 몸이 한 자 정도 옆으로 움직였다. 선기를 잡 은 공격에도 불구하고 철봉은 종이 한 장 차이로 진가영의 좌우로 스 치고 지나갔다. 경공의 최고봉이라는 허공답보(虛空踏步)의 기술. "!" 얼핏 보면 아슬아슬하게 피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쓸데없는 동 작을 완전히 배재한,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이루어진 회피였다. 그 사 실을 깨달은 비구니들의 안색이 변했다. "제법 실력은 있군." 두 비구니가 동시에 중얼거리며 진가영의 양쪽으로 뛰어들었다. "정말 쓸데없는 짓을 벌이는데는 따라올 자가 없네요." "저거, 그대로 놔둬도 되겠습니까?" "제가 나갈까요?" "저래서 바보는 안된다니까!" "...한심하군." 뒤에서 그 싸움을 바라보고 있던 일행이 한마디씩 했다. 이대로 놔 뒀다가는 아무래도 큰 일이 터질 것 같았다. 월유영이 예련을 바라보 았고, 예련은 고개를 끄덕였다. 막 초식을 교환하려던 두 비구니와 진가영은 갑자기 특이한 암경(暗 經)이 자신들을 감싸는 것을 느꼈다. 마치 깊은 물 속에 잠긴 것 같 은 느낌이었다. 주위를 감싼 압력이 공격의 힘을 흡수했고, 움직임을 둔하게 만들었다. "뭐, 뭐지?" 진가영이 공중에 뜬 채 허우적거렸고, 비구니들은 안색이 새파랗게 변해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건.. 본궁의 비전 무공인 천중태극수류.. 설마?" 그제서야 월유영을 발견한 비구니들의 눈이 부릅뜨여졌다. "당신은 누구지?" "포달랍궁의 진전을 이어받은 월유영이라고 합니다. 마교의 준동과 관련해 긴히 할 말이 있으니 법왕께 연락해 주십시오." 월유영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 두 비구니의 안색이 새하얗게 변했다. 천중태극수류는 포달랍궁의 법왕과 최고위의 장로들밖에 익히지 못하는 신공. 그것이 외부로 유 출되었을 가능성은 없었다. 하지만 눈앞의 소녀가 쓰고 있는 무공은 틀림없는 본궁의 기술이었다. "..저희가 어찌 할 일이 아닙니다. 곧 안쪽으로 연락을 취하겠습니 다." "예. 그렇게 해 주십시오." 월유영이 공력을 회수하자 비구니들을 감싸고 있던 압력이 씻은 듯 사라졌다. 잠시 진가영과 월유영을 번갈아 바라보던 비구니들은 문 쪽으로 물러서더니 한 명은 문을 지키고 나머지 한 명이 옆에 있는 작은 쪽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훗. 이제 포달랍궁은 이 천상천하유아독존궁극절세최강무공의미공 자 진가영님의 이름을 영원히 잊지 못하겠지." 부채를 꺼내 입을 가리고 웃어대는 진가영을 보며 일행은 뒷통수를 한 대 갈겨주고싶은 충동을 느꼈다. 차 한잔 마실 시간쯤이 지나자 문 뒤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 다. 곧이어 정문이 열리며 붉은 승포를 걸친 승려들이 두 줄로 늘어 섰다. 그 가운데에 금색으로 장식된 화려한 승포를 걸친 노인이 보였 다. 금빛의 깃발 같은 것을 든 승려 둘이 그 뒤에 서 있었다. "법왕께서 나오셨다!" "모두 경배하라!" --------------------------------------------------------------- 아아악.;; 이런 속도로는 마감을 맞출 수 없어..; chii nummer eins 2002/05/19 09:57 [22] [M/F]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120 -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The Means of Freedom - 外傳 4. 第五章 - 또다른 여행. -------------------------------------------------------- 주위에 늘어선 승려들이 동시에 고개를 숙였고, 법왕이라 불린 노인 은 그 사이로 천천히 걸어나왔다. 월유영도 급히 고개를 숙여 예를 표했고 두자미나 주예월 등 어느 정도 제정신이 박혀 있는 사람들은 급히 그 동작을 따라했지만, 나머지 일행들은 그저 멀뚱히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뭐하는 것이냐! 예를 취하지 않고!" 멀쩡하게 서 있는 일행을 보며 법왕 뒤의 승려가 외쳤지만 일행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예련이야 누구에게도 지배받지 않고 누구도 지 배하지 않는 프리시안의 성직자였으므로 당연한 행동이었고, 진가영 이 누군가에게 고개를 숙인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 염신 은 지금은 이 모양이라고 해도 전직 황실의 군대를 지휘하던 장수로 써의 자존심이 서역인에게 고개를 숙이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고, 자 신의 공자님과 예련이 그대로 있는 것을 본 사유화는 막 예를 취하려 다 말고 둘을 바라보더니 슬그머니 고개를 들었다. "이런 무례한.." 뒤에 서 있던 승려 둘이 발끈하며 앞으로 나오려는 것을 법왕이 한 손을 들어 제지했다. "이 늙은이는 포달랍궁의 법왕인 구마라습(鳩摩羅什)이라고 하네. 본문의 절기를 쓰는 것을 보니 본궁과 무관한 인물은 아닐 터, 설명 은 천천히 들어도 되니 안으로 들게." 법왕 구마라습의 말과 함께 어디선가 승려 여덟 명이 나오더니 일행 을 한 명씩 데리고 안으로 안내했다. 가까이서 본 포달랍궁 본산의 모습은 실로 화려했다. 산 위에 지어 진 건물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넓고 화려한 건물들이 일행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이곳의 총 방 수는 999칸. 궁전 건물 중 5개의 지붕은 금도금 구리 기와로 덮여 있어 햇빛을 받아 화려한 금빛으로 빛난다. 그 중에서도 돋보이는 궁전 주건물은 자그마치 13층, 높이는 33장에 달하는 거대한 건축물이다. 서역의 무공과 풍습에 익숙하다고는 해도 월유영 역시 이곳에 와 본 것은 처음이기에 화려한 궁전의 모습에 평정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었 다. 그나마 상식을 벗어난 광경을 자주 보아온 예련이 일행 중에서는 가장 덜 놀라는 축이었다. 포달랍궁은 홍궁과 백궁으로 나뉘는데, 홍궁은 종교 집회 등의 용도 로 쓰이고 백궁은 손님을 맞이하거나 승려들의 거주지로 사용된다. 일행이 안내받은 곳 역시 백궁의 건물이었다. 특별히 홍궁 백궁이 색 으로 구분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양쪽 건물의 분위기는 확연하게 차이 가 났다. "수고들 하는구려." 진가영이 부채로 입을 가리고 웃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는 일행 이 궁내에 들어온 뒤부터 동시에 주위를 소리없이 둘러싸고 있는 무 승들의 움직임을 알아챈 것이다. 아마도, 유사시에는 진법의 형태로 일행들을 포위해 공격하거나 퇴로를 차단할 것이다. 월유영과 염신 역시 주위의 변화를 눈치챘지만 특별한 반응은 보이 지 않았다. 서역과 중원은 오래 전부터 대립을 계속해왔다. 지금 일 행이 있는 곳은 어떤 의미에서는 적진인 셈이다. 일행이 넓은 방에 자리를 잡고 앉자 비구니들이 차를 가져와 사람들 앞에 내려놓았다. 향기만으로도 그것이 최상질의 용정차(湧情茶)임을 알 수 있었다. 그 와중에 비구니 하나가 염신의 병(?)을 보고 얼굴이 빨개져서 찻잔을 떨어뜨릴 뻔 했지만 사소한 것은 넘어가자. 법왕도 일행의 맞은편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서역 무공의 총본산이 라 불리는 포달랍궁, 그곳의 궁주인 법왕이라고 보기에는 오히려 이 상할 정도로 평범해 보이는 인상이었다. 하지만 간단한 움직임 하나 하나에서도 그가 쌓은 무공의 수위를 짐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용정차는 낙양 근지(近地)에서만 재배하는 최고급의 찻잎으로 만드 는 것인데 이런 곳에서 맛보게 되다니, 실로 놀랍군요." 염신이 차를 한모금 마시더니 감탄한 듯 말했다. "놀라운 일까지는 아니오. 무공과는 달리 차(茶)는 중원과 해동(海 東)의 것을 최고로 친다오." 법왕은 염신의 말을 중원의 우월성을 주장하는 것으로 해석한 듯 했 다. 중원의 무공에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염신과 진가영의 눈살이 찌 푸려졌지만 법왕의 표정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그보다, 무림맹에서 온 사람들이라고?" "그렇습니다." 찻잔을 내려놓은 법왕이 일행을 차례대로 바라보았다. "요즘 무림맹에서는 이상한 옷차림의 여자들과 약관을 겨우 넘어 보 이는 청년들을 사절로 보내는 규정이 새로 생겼나?" "..." 일행은 서로를 한 번씩 바라보았다. 지금 일행의 꼴이라고 하면, 안 내원격인 백승우와 외견상으로는 멀쩡한 염신, 서역출신인 월유영은 열외로 치더라도 평균적으로 비정상적인 사람들의 모임이라 할 수 있 었다. 포달랍궁의 정문에서부터 난리를 피운 진가영이나, 정상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눈뜨고 못 보아줄 꼴을 하고 앉아 있는 '이상한 옷차림의 여자들'에, 상당히 정상적이기는 하지만 역시 이상 한 옷임에 틀림없는 아데나의 법의를 걸치고 있는 예련까지. 어딜 봐 도 무림의 중대사를 논하기 위해 온 사신으로는 보이지 않는 것이다. "우리가 뭐 어쨌다는 거죠?" "..최소한 당신들만 없어지면 이상하다는 소리는 안 들어도 될걸." 보다못한 월유영이 한마디했다. 사유화의 눈꼬리가 치켜올라갔지만 명색이 법왕 앞인지라 나서지도 못하고 앉아서 씩씩거리고 있을 뿐이 었다. "마교(魔敎)가 부활했다는 소식은 들으셨는지요?" 예련의 말에 찻잔을 입으로 가져가던 법왕의 손이 딱 멈추었다. 하 지만 금세 평정을 되찾은 법왕은 다시 차를 한모금 마시고는 잔을 내 려놓았다. "오백 년 전, 마교가 중원과 서역 모두를 정복하겠다는 미친 계획을 실행에 옮겼을 때 포달랍궁 역시 큰 피해를 입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당시 이곳의 법왕은 궁을 떠나 마교의 부활을 저지하기 위해 중원에 자신이 창안한 절기를 보관했죠." "별로 미친 계획까지는 아니였네. 거의 성공할 뻔 했으니까." ".." 법왕의 시선이 월유영을 향했다. "저 아이가 그 비전을 이어받은 것인가?" "아니요. 유영은 그 분의 손녀딸입니다." "뭐라고? ..그렇다면 지금 나이가 최소 사백 살은 되어야 할 터인 데, 저 아이는 기껏해야 십대 후반으로밖에 안 보이는군." "그건.." 월유영은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하나씩 설명했다. 월영문의 탄생, 혈천전혼대법과 오백 년 동안의 동면(冬眠), 그리고 결국 부활한 마 교의 힘과 그것을 막기 위해 월영문의 절기를 이어받은 검사의 존재 까지.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법왕의 표정은 굳어갔고, 월유영이 말을 마쳤을 때는 차가 식은 것조차 깨닫지 못하고 찻잔을 들었다가 다시 내려놓았다. 물론 예련 등 이 이야기에 익숙한 사람들은 이미 자기 앞의 찻잔을 다 비운 뒤였다. "..그래서, 무림맹이 서역에 도움을 요청하는 건가?" "솔직히 말하자면, 그렇습니다." "이쪽도 솔직히 말하자면, 무림맹과 마교의 전투에 대해서는 이미 듣고 있었네. 하지만 그 콧대 높은 자들이 도움을 요청해 올 거라고 는 생각하지 못했군." 법왕이 식은 차를 치워버린 후 새 차를 잔에 따랐다. "하지만, 우리가 도와주는 대신에 얻는 것은 무엇인가?" 예련은 올 것이 왔다고 생각했다. 외교에 있어서 공짜라는 것은 없 다. 여기서 만족할만한 조건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포달랍궁은 이번 전쟁에 참여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마교는 무림의 공적. 서역이라고 해도 예외는 아닐 것입니다. 천하 의 대의(大義)를 위해 이번 전쟁에 참여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염신의 말에 법왕은 뜻을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옳은 말이네. 하지만 이대로라면, 누가 보아도 무림맹이 발등의 불 을 끄기 위해 대의라는 명목으로 본궁을 끌어들이는 것으로밖에 보이 지 않네. 그렇지 않은가?" "중원(中原)이 무너지면, 그 다음은 이곳이 그들의 목표가 될 거요. 그렇게 되기 전에 이 천상천..." "사일런스(Sliance)." 예련이 진가영의 자기자랑을 끊어버렸다. 말은 나오는데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이 기현상을 처음 겪어본 그는 당황해서 계속 입을 뻐끔 거렸지만 법왕 외에 아무도 그 모습에 신경쓰지 않았다. "신기한 재주로군. 노납이 아는 어떤 무공과도 다른 형태를 취하고 있는 것 같은데." "예. 이미 짐작하시겠지만 저는 중원인이 아닙니다." "그런데 어떻게 무림맹의 사신으로 이곳까지 찾아온 것이오?" "그쪽이 희생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서죠. 이런 머리싸움은 그만두는 게 어떻겠습니까? 포달랍궁 역시 마교에게 진 빛이 있고, 제가 들은 바로는 이곳 사람들은 결코 원한을 잊지 않 는다고 하더군요. 아마도 법왕께서는, 포달랍궁의 전력을 투입할 시 기만을 계산하고 있을 겁니다. 가장 중요한 때에 나타나서, 마교를 제거함과 동시에 무림맹으로부터 많은 것을 받아낼 수 있는 시점을 요." "흐음..." "포달랍궁이 이번 전쟁에 참여하게 되면 무림맹은 서역에 빛을 지게 됩니다. 그들이 모두 성인군자라는 보증까지는 할 수 없지만 최소한 은혜를 무시할 정도의 철면피는 아니죠. 이후 포달랍궁이 무림맹으로 부터 무엇을 받아 내던 그건 상관없는 일이지만, 참전할 시기에 대해 말하라고 하면 지금 당장이라고 대답하겠어요."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낸 예련은 앞에 놓인 찻잔을 집어들었다. "그렇게 애매하게 지정해버리는 쪽이 무림맹으로는 더 손해일텐데? 무림맹의 늙은이들이 이쪽이 무엇을 요구할지 고민하며 머리를 싸매 는 모습을 생각하니 왠지 우습군." "상관없어요." 예련의 대답은 간단했다. 그것은 절반쯤은 진심이었다. 성직자인 예련에게 있어 관심사는 희 생의 최소화와 전쟁의 종식 뿐. 그 뒤에 무림맹과 서역 간의 외교적 관계 따위는 어찌 되던 상관없었다. 포달랍궁 참전의 댓가로 무림맹 수뇌부의 목을 요구하지 않는 이상 이번 전쟁으로 금전이나 재산적 손해를 입는 쪽은 있을지 몰라도 양측의 관계가 더 나빠지지는 않을 것이다. 법왕은 무언가 깊은 생각에 잠긴 듯했다. 할 말을 다 한 예련 역시 용정차의 향을 음미하고 있었고, 그 뒤로는 아직까지 사일런스의 영 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해 금붕어 흉내를 내고 있는 진가영이 있었다. 예련이 찻잔을 다 비웠을 때쯤 법왕이 입을 열었다. "포달랍궁은 마교의 잔당들을 뿌리뽑는 일에 기꺼이 협력할 생각이 네. 하지만.." "?" "그 전에 이곳의 내부 문제부터 해결해야 하네." ------------------------------------------------------------- 서역에 대한 자료가 전무한 관계로 거의 제멋대로 만들고 있습니다. 뭐 어차피 허접뽕빨퓨전환타지인 만큼 별 상관은..(펑!) chii nummer eins 2002/05/19 10:11 [23] [M/F]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121 -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The Means of Freedom - 外傳 4. 第五章 - 또다른 여행. -------------------------------------------------------- "내부 문제?" "그렇네. 포달랍궁은 이전부터 뇌음사(雷音寺), 혈가람사의 두 세력 과 대립해왔지. 그리고 하필이면 최근 그들의 움직임이 심상찮아서 이쪽도 머리를 싸매고 있네." "그렇다면.." "무림맹에서 구원을 요청할 정도니 이쪽도 더 이상 머뭇거릴 여유가 없겠지. 홍궁의 주궁전에 뇌음사와 혈가람사의 대표들이 모여 있으니 그쪽으로 가 보도록 하세." 법왕이 사용한 '구원'이라는 단어에는 무림맹의 상황을 급박한 것으 로 해석해 더 많은 빛을 지게 만들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었다. 예련 은 그 점을 눈치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이번 일이 끝 나면 무림맹에 더 남아 있을 생각이 없었고, 협상의 대표가 사라지게 되면 저런 식의 은유적인 표현은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된다. "이미 짐작했겠지만 저들을 불러모은 건 중원으로 마교 토벌군을 보 낼 여유를 얻기 위함이네. 문제는, 이쪽의 생각을 아는 저들이 무슨 조건을 들고 나올까 하는 점이야." "흠.." 예련 일행은 법왕과 함께 포달랍궁의 주궁전에 들어섰다. 중원 어디 에서도 보기 힘든 거대한 건물을 본 일행들은 감탄한 듯 위쪽을 바라 보았다. "자, 들어가세." "예." 앞에 서 있던 무승들이 문을 열었고 일행은 그 안으로 들어가 계단 을 통해 위로 올라갔다. 예련과 염신은 한참동안 싸운 끝에 겨우 사유화와 두자미, 주예월을 일행에서 떼내는 데 성공했다. 물론 문제가 된 것은 사유화 한 명뿐 이였지만, 주예월이 그녀의 귓불을 붙잡고 끌어내버리는 것으로 가볍 게 해결되었다. "여기서부터 중요하니까,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쓸데없는 말 하 지 마세요. 특히 진 대협." "무슨 말이오? 이 천상천하유아독존궁극절세최강무공의미공자 진가 영님의 말은 언제나 가장 정확하고 가치있으며 아름답지 않소? 그런. ." "사일런스." 진가영의 헛소리를 멈추게 한 후 일행은 회의실로 들어섰다. 방 안에 걸음을 내딛은 순간 일행이 느낀 것은 숨막힐 정도의 압박 감이었다. 회의실 안에 둘러앉은 사람들에게서는 놀라울 정도로 강력한 기운이 뿜어져나오고 있었다. 하나하나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의 고수 들임에 틀림없었다. 자리에 앉은 사람들의 옷은 모두 승복이였지만 크게 세 종류 정도로 나누어지는 것 같았다. 아마도 포달랍궁, 뇌음사, 혈가람사의 세 부 류일 것이다. 법왕이 맨 중앙의 자리에 가서 앉고, 일행은 시동의 안내를 받아 맞 은편 자리에 앉았다. 이미 도착한 사람들이 다른 자리를 다 채우고 있었기 때문에 일행이 앉은 곳은 다른 사람들보다 낮은 곳이었다. 진 가영과 염신은 불만스럽다는 표정이었지만 그렇다고 다른 사람들을 빼낼 수도 없는 노릇이니 어쩔 수 없었다. "여러분들도 이미 노납이 이 자리에 모두를 부른 이유는 알고 있을 것이오." "..." 주위가 쥐죽은 듯 조용해졌다. 모두들 의외의 변수인 무림맹 인물들 의 등장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듯 했다. "포달랍궁은, 우리가 이전에 마교에게 진 빛을 갚을 때까지 이 싸움 을 일시 중지할 것을 정식으로 요청하는 바이오." 법왕의 엄숙한 음성이 방 안을 진동시켰다. "하지만, 그것은 귀 궁의 사정일 뿐. 우리는 마교의 움직임을 막기 위해 그쪽에 동참해주어야 할 필요가 없소." "그건 뇌음사 역시 마찬가지. 우리가 왜 포달랍궁의 일에 신경을 써 줘야 하는 거요?" "한 마디만 하죠." 예련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그 말을 좌중의 모든 사람들이 들은 것은, 그녀의 목소리가 특별히 웅장하다거나 아름다웠다기보다 는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고도로 발달된 청각을 지닌 무림인이였기 때문이었다. "무슨?" "말장난들은 그만 두시고 결론을 내는 쪽이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요?" "?!" 좌중의 모든 사람들이 예련을 돌아보았다. "정황을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뇌음사와 혈가람사가 정말로 포달랍 궁과 싸우려 하는 것은 아닌 것 같군요." "뭐라고?" "무슨 근거로 그런 허무맹랑한 소리를 하는 거냐!" 뇌음사와 혈가람사 쪽에서 몇몇 사람들이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하지만 예련은 그들을 깨끗하게 무시한 후 말을 계속했다. "포달랍궁이 당장이라도 중원으로 병력을 보내려 하고 있다는 것은 여러분들도 잘 아실 것입니다. 그리고 뇌음사와 혈가람사, 이 두 세 력의 견제에 의해 포달랍궁이 섣불리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는 것도 요." "그래서?" "여러분들이 원하는 건 포달랍궁이 움직이지 않는 것은 아니지 않습 니까?" ".." 자리에서 일어났던 사람들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것은 정곡을 찔 린 사람의 극히 일반적인 반응이었다. "정말로 포달랍궁이 나머지 두 세력의 방해로 마교 공격에 병력을 보내지 못한다면, 지금 마교를 멸하기 위해 모인 포달랍궁 무사들의 칼날은 그 쪽으로 돌려지겠죠. 그렇게 되었을 경우 뇌음사나 혈가람 사의 피해는 상당할 겁니다. 서역 무공의 총본산이라는 명성은 공짜 로 얻은 게 아니니까요." "..." "지금 두 곳의 대표 분들이 원하는 건 자신들이 병력을 빼주는 조건 으로 당장 상황이 급한 포달랍궁으로부터 최대한의 이익을 챙기는 것. 전면전을 준비하고 있는 게 아닌 다음에야 그 이상의 행동으로 남는 건 아무것도 없을 테니까요." 예련이 좌우에 둘러앉은 뇌음사와 혈가람사의 승려들을 돌아보았다. 수양이 높은 몇몇을 제외하고는 모두들 그리 곱지 않은 시선으로 그 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제 머리로 읽힐 정도의 생각이니, 포달랍궁에서 이 점을 모를 리는 없을 것입니다.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포달랍궁과 줄다리기를 하려 는 것이라면 지금이 마지막 기회라는 점입니다. 무림맹에서 정식으로 사자가 도착한 이상 더 이상의 여유는 없으며, 오늘의 회의가 무산된 다면 포달랍궁은 어느 쪽으로던 병력을 움직여야 할 것입니다. 그것 이 중원 쪽이던 다른 곳이던 간에." 좌중의 인물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예련의 말은 특별히 놀라운 계획이라던가 해결책 같은 것은 아니었 다. 이미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거나 어렴풋이 느끼고 있던 점을 설명하고, 또 그 결론을 독촉하는 것 뿐. 서역을 대표하는 세 세력의 대표들은 각자 이 상황을 최대한 유리하 게 이끌기 위해 자기들끼리 머리를 맞대고 의논을 시작했다. 하지만 예련의 귀에는 그 중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이곳에 있는 사람 들은 개개인이 절정고수에 속하는 인물들. 서로에게 들리지 않기 위 해 최대한으로 소리를 낮추고, 전음을 사용했기 때문에 오히려 회의 실 안은 일반인의 청력으로는 숨소리 하나 들을 수 없을 정도로 조용 했다. 그때였다. 혈가람사 인물들의 자리에서 한 승려가 일어나더니 예련 을 바라보았다. 나이는 사십대 정도. 팔 척은 되어 보이는 거한으로, 그 키에도 불구하고 조금은 지나치게 근육이 붙어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잘 발달된 몸을 하고 있었다. 얼핏 보아도 내외공을 모두 절 정까지 익혔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불쾌하군. 언제부터 포달랍궁이 무림맹의 개가 된 것인가? 무공 하 나 제대로 익히지 않은 무림맹의 샌님을 통해 의견을 내놓아야 할 만 큼 포달랍궁에 인재가 없다는 건가?" 그 목소리는 낮았지만 웅혼한 내력이 실려 있어 듣는 사람의 기혈을 뒤흔들기에 충분했다. 장내의 사람들은 모두들 절정고수였기에 그정 도의 음공(音功)에는 영향을 받지 않았지만, 예련만은 안색이 변하며 비틀거렸다. "무례하오! 무림맹의 사자를 그렇게 모욕하는 법이 어디에 있단 말 이오?" "흥, 어쨌던 이 혈위존자(血威尊者)는 저런 계집의 말에 따를 생각 은 없소. 무공을 익혀본 적도 없는 작자들이 무림에 대해 다 아는 것 처럼 떠들고 다니는 꼴은 눈꼴시어서 못 봐주겠소." "뭐야?" 모욕을 받은 무림맹 측 인사들 중 가장 단순한 인간, 즉 진가영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혈위존자를 노려보았다. 한 마디만 더 한다 면 곧바로 출수(出手)할 듯한 기세였다. 아니,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기세뿐이었지만 진가영을 잘 아는 무림맹 측 인물들은 그가 실제로 손을 쓰고도 남을 인간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염신과 월유영이 급 히 일어나며 진가영을 붙잡아 강제로 자리에 앉혀버렸다. "제가 무림에 대해 잘 안다고 자랑할 수야 없겠지만, 무공이 없다는 이유로 무시당한다는 건 말이 안 되는군요." "당연한 일이 아닌가? 힘이 없는 자가 어떻게 자신의 의견을 남에게 강요한단 말이냐?" 혈의존자가 코웃음쳤지만 예련은 담담한 말투로 대답했다. "떳떳하지 못한 인간들이나 힘으로 의견을 강요하는 거죠. 생각이나 의견이라는 건, 강요하라고 있는 게 아니예요." "이런 무례한?" 혈가람사의 인물들 중 몇몇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만들 두시오. 회의 도중에 무슨 짓이오?" "그만두게." 법왕이 그들을 말렸고, 혈의존자는 손짓으로 자신의 부하들을 다시 자리에 앉혔다. 그리고 그는 왠지 불길해보이는 미소를 지으며 예련 을 바라보았다. "주제에 혀는 잘 돌아가는군. 그럼 본좌와 내기를 하는 것은 어떻겠 느냐?" "내기?" "이곳에서 남쪽으로 백 리 정도 가면 오뢰존영전(悟雷尊靈前)라는 장소가 있다." "!!" 그 이름을 처음 들어보는 예련 일행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의 표정이 변했다. "과거 본사(本寺)의 오뢰존자(悟雷尊者)께서 입적하실 때 자신의 모 든 진법과 기관기술을 동원해 만든 미로이다. 그분은 혈가람사 역사 상 기관진식에 가장 뛰어난 분이었고, 성격 역시 괴팍한 것으로 유명 했다. 그래서 그 지식을 제자에게 전수하는 대신 직접 미로를 만들어 자신의 기술을 남긴 것이지." "...그래서요?" "그곳은 서역에서 가장 위험한 장소라고 자신할 수 있다. 만약, 네 가 그곳을 통과한다면 혈가람사는 이번 포달랍궁과의 일에서 손을 떼 겠다. 어떤가?" "말도 안 되오! 그곳은 최근 오십 년 간 누구도 살아 나오지 못한 마(魔)의 동굴이오! 어떻게 협력을 요청하러 온 사자를 그런 곳에 보 낸단 말이오? 본 궁이 금수만도 못한 자들의 집단이라고 후세에 기록 되는 것 따위는 원하지 않소!" 포달랍궁 쪽에서 누군가 소리질렀지만 혈위존자는 왠 개가 짖냐는 식으로 무시해버리고는 계속 말했다. "본좌는 약자의 명령 따위에 굴복하고 싶은 마음은 없소. 내공과 초 식만이 힘이 아니라고 본인이 말했으니, 한번 그 다른 힘이라는 것을 보여보시지. 그렇다면 인정해 줄 터이니." "크크크.. 재미있군. 좋아. 뢰음사 역시 그 의견에 동의하지." 뇌음사 인물들의 맨 상석에 앉아 있던 비쩍 마른 체구의 노인이 손 을 들며 기괴한 웃음소리를 흘렸다. "이 일은 중대사요. 그런 감정적인 결정으로 쉽게 끝내버릴 수 있는 일이 아니지 않소?" "어차피 이곳에서 머리를 싸매며 박 터지게 회의만 하는 것보다는 훨씬 나아 보이는군. 혈위존자께서도 같은 생각이지요? 크크.." "물론." 좌우에서 낮은 비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이들이 예련 일행을 무시하 고 있다는 것을 누구라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뇌음사는 둘째치고라 도 혈가람사는 힘(力)의 법칙을 숭상하는 사도에 가까운 집단. 그들 이 아무런 힘도 없어 보이는 여자를 무시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었다. 법왕의 표정이 굳어졌다. 혈가람사에 이어 뇌음사까지 찬성의 뜻을 나타낸 이상 간단하게 끝내는 것은 힘들다. "하나만 묻죠." "뭔가?" 예련의 말에 혈위존자가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그 오뢰존영전이라는 곳을 통과하는 데는 일반적으로 며칠 정도가 걸리죠?" "웃기는 질문이군. 팔십년 전에 나흘 만에 통과한 것이 최단기록일 거다." "그 정도면 시간낭비는 아니겠군요. 좋아요. 한번 해보죠." "잠시만, 하 선녀.." "약속은 지키는 거겠죠?" "물론. 혈가람사의 이름을 걸고." 혈위존자의 입꼬리가 말려올라갔다. '오뢰존영전의 무서움에 대해 전혀 모르는 주제에. 네년이 살아서 돌아올 확률은 일 푼도 되지 않을 것이다. 포달랍궁에서 잔소리를 해 대겠지만 그건 그때 또 협상해서 휴전조건으로 금과 보석을 받아내면 되니까.' 그런 혈위존자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예련은 뜻을 알 수 없는 미소를 입가에 띄우며 상대를 바라보았다. "그럼 낭비할 시간이 없으니 곧바로 그리로 이동하죠. 인원은 저를 포함한 무림맹 사절단 중 월유영을 제외한 전원. 이의는 없겠죠?" "마음대로. 그 자신감이 언제까지 유지될지 두고 보지." "잠시만요! 왜 제가 빠지는 거죠?" 월유영이 예련을 돌아보며 물었다. "최소한 한 사람은 무림맹 사절 대표로 남아 있어야 하니까. 진 대 협이나 염 공자에게 그 일을 맡기겠다는 건 아니겠지?" "하지만..." "유영 네가 없어도 사람도 없는 동굴 따위 지나가지 못할까봐?" ".." "걱정말라고." 예련이 월유영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그렇다면, 정리해 봅시다. 무림맹 사절단이 오뢰존영전을 통과하는 경우 혈가람사와 뇌음사는 포달랍궁과의 대립을 일시적으로 멈춘다. 그 시간은 포달랍궁이 마교의 주력을 격파하고 돌아올 때까지로 한 다. 모두들 찬성하는 것이오?" "물론." "좋소. 크크.." "찬성입니다." "그럼 이것으로 오늘의 회의는 끝내기로 하겠소. 각 대표들은 각자 의 숙소로 돌아가 주시기 바라오." 법왕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주위에 앉아 있던 포달랍궁의 대표들이 그 뒤를 따라 일어섰다. 회의의 주최자가 방을 나서자 남은 사람들도 하나둘씩 자리에서 일 어나 밖으로 향했다. 막 일행과 함께 밖으로 나가려던 예련과 그녀를 바라보고 있던 혈위존자의 시선이 마주쳤다. "가능성은 없겠지만. 살아서 돌아오길 빌어주지. 이런 회의를 또 해 야 한다는건 지겨운 일이니까." "그쪽의 기도가 없어도 돌아올 자신은 있지만, 고맙게 받아주겠어 요." 두 사람 사이에 불꽃이 튀는 것 같았다. 혈위존자의 핏빛 칼날 같은 시선을 예련은 전혀 꿀리지 않고 마주 바라보았다. "그럼 이만." 형식적인 인사를 남기고 무림맹 사절단은 회의실을 빠져나왔다. --------------------------------------------------------------- 폭주의 시작입니다.. -_-! chii nummer eins 잘보고 있습니다 2002/05/22 21:00 [24] [M/F]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122 -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The Means of Freedom - 外傳 4. 第五章 - 또다른 여행. -------------------------------------------------------- "지금 곧바로 출발해서 그곳에서 하루를 보낸 후, 다음날 새벽에 오뢰존영전인가 오리존영전인가 하는 곳에 들어가죠. 시간이 없으니 까 서두르는 게 좋아요." "그럼 당장 출발하면 그만이지, 거기서 하루 자는 건 또 뭐지?" "그야 좌표테이블의 구성, 던전 탐험용으로 메모라이즈(Memorize) 의 변환, 던전 구조 분석 같은 일들을 해야 하기 때문이지만.. 이렇 게 말해도 이해는 못하겠죠?" 일행 모두는 동의의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너무 위험합니다. 오뢰존영전은 서역의 최절정 고수들조차 통과하지 못하는 죽음의 미로.. 아무리 기관진식에 정통한 사람이 있 다고 해도 그것만으로는 어찌할 수 없습니다. 실제로, 그곳의 내부구 조를 거의 다 알고 있는 사람들도 몇 번이나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일행과 조금 떨어져 앉아 있던 붉은 승복 차림의 비구니가 말했다. 그녀는 오뢰존영전까지의 안내역을 맡고 있었지만, 복장이나 무공 수 위로 보아 포달랍궁 내에서도 상당한 지위를 가지고 있는 인물 같았 다. "어쨌던 한다고 했으니 어쩔 수 없죠. 그럼 인원 편성인데.. 저와 진 대협, 염 공자의 세 명. 그 외에는 이곳에서 기다려주세요." "뭐라고?" "우리가 왜 여기서 구경만 하고 있어야 하는데?" "..." 사유화와 두자미가 항의해지만 예련은 고개를 내저었다. "설명 못 들었어? 우리가 갈 곳은 서역에서도 가장 위험한 장소 중 하나라고. 여기까 지는 그냥 여행이라고 생각해서 데려온 거지만, 지 금부터는 너무 위험해." "뭐가 그냥 여행이야? 타록인가 초록인가 하는 녀석하고 만난 건?" "그건 예상 외의 일이잖아." "어쨌던! 나도 내 한 몸 지킬 정도의 무공은 있고, 난 절대 염 공 자님과 떨어지지 않을꺼야." 사유화가 염신을 끌어안으며 외쳤다. 대체 저 여자의 정신연령은 몇 살인 것일까? 예 련은 한숨을 한 번 내쉬고는 다시 말을 꺼내려 했지 만 염신이 한 손을 들어 그것을 제지했다. "본인이 그렇게 가고 싶다는데야 별 수 없지 않소? 이 아이들은 내 가 보호할테니, 걱정하지 마시오." "그렇죠, 염 공자님?" "..바보들이군." 마지막 말은 묵묵히 일행의 대화를 듣고만 있던 주예월의 것이었다. 무기와 독약을 압수당한 것 외에 그녀는 지금까지 아무런 신체적 구 속을 받지 않고 있었고, 이제는 거의 일행의 한 명으로 보일 정도였 다. 물론 그렇게 된 것은 염신과 사유화의 노력과,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어떤 일이던 신경쓰지 않는 예련의 무관심이 큰 몫을 했지만. "좋아요. 그럼 진 대협과 저 둘만 있다고 가정하고 진행해야겠군요." "탁월한 선택이오! 이 천상천하유아독존궁극절세최강무공의미공자 진가영님이야말로 이런 중대한 일의 주역으로 부족함이 없는 인물이 지 않소?" 그 말을 듣자마자 진가영이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그 반응속도로 보아 절대로 상대 의 말을 주의깊게 생각해 본 것은 아니리라. "..진 대협, 지금 제가 무슨 뜻으로 한 말인지는 알고 있는 건가요 ?" "아, 그건.." "됐어요. 어쨌던 짐만 챙기고 곧바로 출발하죠." 예련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한 시진 정도 걸려 일행은 출발준비를 모두 끝냈다. 사실, 별로 챙겨온 것도 없는 일행들이 준비하는데 한 시진이나 걸린 것은 예련과 사유화, 두자미 세 여자 탓이었다. 예련은 마법도구들을 챙 기느라 바빴고, 사유화와 두자미는 말할 것도 없이 몸치장에 한 시 진을 몽땅 쓴 것이다. 그동안 못 씻은 것을 보상이라도 하듯 목욕에 향수까지 뿌리고 나온 두 여인을 본 예련은 이제는 포기했다는 듯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1차 성마대전 때의 여덟 용사 중 하나인 알자스 엔드리안은 결벽증 이라고 할 만큼 깔끔하고 단정한 사람으로, '여행의 가장 큰 적은 비 위생과 불쾌감이다'라는 말을 남긴 적이 있다. 이후 2차 성마대전의 용사 세리스 엔드리안 역시 여분의 옷들을 들고 다니며 일행의 옷이 더러워지면 갈아입혔다는 등의 이야기를 남김으로서 '용사는 깨끗해 야 한다'라는 공식을 정립시킨 바 있다. 역시 상식적인 이야기는 전 설이 될 수 없는 것일까.. 예련은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리며 밖으로 나섰다. 건물 밖에는 일행의 안내를 맡은 비구니가 대기하고 있었고, 그 뒤 로 일곱 마리의 한혈마(寒血馬)가 콧김을 뿜어내며 서 있었다. 고삐 를 잡은 것은 건장한 체격의 무승들이었는데, 한혈마가 날뛰는 것을 제어하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었다. "법왕께서 이 한혈마들을 내주셨습니다. 이것을 타고 간다면 오늘 해가 떨어지기 전에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혈마들은 고삐만 풀리면 당장이라도 뛰쳐나가겠다는 듯 콧김을 뿜 으며 목을 흔들어대고 있었다. 말이라기보다는 투우장의 황소 같은 모습이었다. 전신으로 흉폭함을 여과없이 드러내고 있는 한혈마를 일행들은 멍하 니 바라보았다. "아, 먼저 이런 신경을 써주신 점에 감사드리고.. 일반인이 이걸 탈 수 있나요?" "숙련된 기수가 아니면 한혈마를 다루지 못합니다. 그렇기에 저기 서 있는 마부들이 여러분들을 태워다 드릴 것입니다." "그럼 다행이군요." "뭐, 뭐가 다행이야? 그럼 저 말을 타야 한다는 거잖아?" "다만... 마부들이 모두 남자라는 게.." "그래봤자 승려잖아요 뭐. 하긴, 저 녀석들을 태우고 갈 분들은 좀 조심해야겠군요." 예련이 사유화 쪽을 슬쩍 바라보았다. "흥, 혼자만 성인군자 흉내 내지 말라고." "그럼 같이 낼래?" "...도대체가 저 녀석은.." 말문이 막힌 사유화는 혼자서 무어라 투덜거리더니 몸을 휙 돌려버 렸다. "그럼, 출발하죠." 비구니의 말에 예련이 고개를 끄덕이며 한혈마에 올라탔다. * * * "저기인가?" 예련이 산중턱에 세워진 작은 암자를 손으로 가리켰다. "무슨 근거로 그따위 짐작을 하는거야?" "경험에서 오는 육감이지." "흥, 육감은 여자의 전유물이라고." 사유화의 말에 예련의 눈꼬리가 치켜올라갔다. "그 말 무슨 뜻이야?" "알아서 생각해." "내가 어딜 봐서 남자같다는 거야? 이래뵈도 여기 오기 전에 나한 테 반한 남자들이 두 자릿수는 된다고." "흥, 자릿수가 달라. 내가 지금까지 상대한 남자들만 해도 삼.." 사유화가 급히 하던 말을 멈추며 염신을 돌아보았다. 하지만 맹렬하 게 달리는 한혈마와 두 사람의 거리 탓에 염신은 그 말을 듣지 못한 것 같았다. 하마트면 자신의 과거가 드러나버릴뻔 했다는 생각에 가 슴을 쓸어내린 사유화는 다시 예련을 노려보았다. 기마(騎馬)라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아무리 기수 뒤에 타 고 있는 거라지만 거칠기로 소문난 한혈마 위에서 저렇게 농담을 주 고 받는 것은 보통의 실력으로는 어림도 없다. 일행 대부분이 초인 적인 능력을 지닌 무공의 고수들이고, 그렇지 않은 유일한 한 사람 도 상당한 수준의 기마술을 지니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다 왔습니다. 여기서부터는 본궁의 성지(聖地)이니 말을 타고 들 어갈 수는 없습니다." 비구니의 말이 두 사람의 말싸움을 중지시켰다. 오뢰존영전으로 들어가는 작은 길 근처에서 내린 일행은 각자의 짐 을 꺼내들었다. 거친 말을 타고 백 리 이상을 달렸는데도 일행 중 멀미를 하거나 골반뼈의 통증을 호소하는 사람은 없었다. "정말 무공이라는 게 좋긴 좋군.." "뭐라고요?" "아무것도 아냐." 반 시진 정도 걸어 일행은 오뢰존영전의 입구에 도착했다. 이곳에 세워진 작은 사당은 오뢰존영전의 입구 역할을 하고 있었다. "이곳입니다." 사당 안으로 들어온 일행의 눈에 작은 철문이 들어왔다. 폭이 반 장 정도 되어 보이는 문은 붉은 빛을 띄는 강철로 만들어졌 고, 표면에는 화려한 필체의 범어가 빽빽하게 새겨져 있었다. 마(魔) 의 미궁이라는 곳의 입구치고는 작아보이는 문이였지만 느껴지는 중 량감은 대단했다. 최소로 잡아도 두께가 두 자 정도는 될 거라고 예 련은 생각했다. 무승 네 명이 문의 쇠고리를 붙잡고 잡아당겼다. 스르릉 하는 소리 와 함께 문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 무언가 따로 장치를 해 둔 것 인지 육중한 철문이 움직이는데도 거의 소리가 나지 않았다. 문을 여는 무승들의 근육이 터질 듯 불거졌다. 예련은 문고리가 부 서지는 게 아닐까 하고 생각했지만 다행이 그런 일은 없었다. 문 안쪽은 완전한 어둠이었다. 아무런 조명이 없기 때문에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마치 문 뒤에 있는 무언가가 빛을 빨 아들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일행 모두는 그 어둠에서 느껴지는 원인모를 한기에 몸을 떨었다. "자, 그럼 또 하나의 역사가 이 진가영님의 손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군. 후훗." ..물론 한 명의 예외가 있었다. "아, 하 선녀. 전에 지시했던 건에 대해서입니다만.." 막 일행이 들어가기 직전, 백승우가 예련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그는 안내과 통역을 맡고 있었기 때문에 -중원어를 아는 사람이 워 낙 많아 거의 필요가 없었지만- 이번에는 밖에서 기다리기로 했었다. "알아온 거예요?" "예. 하 선녀의 말이 맞습니다." "...그렇군요." 예련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들어갑시다." 진가영이 첫 번째로 어둠 속으로 걸어들어갔고, 나머지 일행이 그 뒤를 따랐다. 그리고 마지막 사람까지 들어간 후, 네 명의 승려가 다시 문을 닫았다. 쿵 소리를 내며 육중한 철문이 닫히자,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 둠이 일행을 감쌌다. "라이트(Light)." 예련의 손에 작은 광구가 떠올랐다. "어차피 미궁을 어둡게 만들어 봐야 아무 소용도 없다니까요." "..." "그도 그렇네.." "자자, 전진합시다." 불빛이 생기자 자신감을 얻은 진가영이 한 발을 내딛었다. 쉬익!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세 개의 암기가 진가영을 향해 날아들었 다. 단 세 개 뿐이었지만 그 속도와 방위는 실로 절묘해 발판을 밟은 위치에서는 어떤 방향으로 몸을 틀어도 세 개 모두를 피할 수는 없도 록 되어 있었다. 그 위력 역시 대단해 설령 무림의 일류고수라 할지 라도 피를 뿌리며 쓰러지는 것 외에는 도리가 없을 정도. 하지만 진가영은 일류고수가 아니었다. 진가영이 가볍게 몸을 돌리자 그 주위로 강력한 경력(勁力)이 몸을 휘감듯 회전하며 뻗어나왔다. 좌우를 노리고 날아오던 암기는 그 기 운에 휘말려 궤도가 살짝 틀어지며 아슬아슬하게 진가영의 앞뒤를 스 치고 지나갔다. 그와 동시에 진가영은 오른손을 번개같이 앞으로 내뻗었다. 단순한 동작처럼 보이지만 그 한 초는 절정의 금나수법으로, 정면에서 날아 오던 마지막 암기는 마치 빨려들어가듯 진가영의 손에 붙잡혀버렸다. 그것은 길이 여섯 치 정도 되는 작은 화살이었다. 전체가 은빛을 띄 고 있고, 촉 부분은 한철(寒鐵)로 되어 있어 내가고수의 호신강기조 차 능히 뚫고 들어올 수 있을 듯 했다. "후훗, 감히 이런 암기로 이 천상천하유아독존궁극절세최강무공의 미공자 진가영님을 해하려 했단 말이냐? 그 우매함에 조의를 표하고 싶군."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오뢰존영전의 제작자를 비웃던 진가영의 안색 이 갑자기 굳어졌다. 화살을 붙잡은 손의 감각이 사라지며 손끝이 시 퍼런 색으로 변하고 있었다. "뭐야 이건!" 진가영이 황급히 화살을 바닥에 내던졌다. 금속으로 된 화살대 부분 에서 푸른 연기가 피어올랐다. "저건.." 예련이 진가영에게 다가가 해독주문을 시전했다. 옅은 푸른 빛이 진 가영의 손을 감싸자 손등의 부기는 씻은 듯이 사라졌다. 주예월이 땅에 떨어진 화살을 주워들어 유심히 살펴보더니 인상을 찌푸렸다. "측암모(仄暗毛)로군. 화살대에 눈에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가 는 침들이 박혀 있어서, 자신의 실력을 믿고 손으로 잡아채면 독이 묻은 가시에 찔리게 되지." "실로 치밀한 안배로군. 실력이 부족한 자는 화살에 맞고, 그렇지 않은 자는 독에 중독된다.." 염신은 그 치밀한 기관의 배치에 감탄했다. 방금 날아온 세 개의 화 살은, 어떤 형태로던 그 중 하나는 막아내거나 받아내야 피해낼 수 있도록 고묘하게 배치되었던 것이다. "이래서야, 앞에 뭐가 있을지 짐작도 할 수 없잖아?" "원래 미궁이라는 곳이 다 그래. 자기 발 앞에 뭐가 있을지는 만든 사람밖에 알 수 없다고." "하 소저는 이런 미궁에 들어와 본 적이 있소?" "꽤 많아요. 지금보다 더 말도 안 되는 기관들도 몇 번 봤고요." "칫, 또 자기자랑이군." 사유화가 입술을 삐죽 내밀며 투덜거렸다. "황궁에서 기관진식에 대한 책은 몇 권 읽은 적이 있지만, 기본적 인 것들 뿐이라 이런 곳에서 통용될지는 잘 모르겠소. 하 소저라면 이곳에 어떤 기관을 배치하겠소?" "글세요. 그건 만드는 사람의 취향에 달린 거라서요. 밀폐된 방의 문을 닫아버린 후 공기를 빼버리는 경우도 있고, 천장이 높은 복도 에서 위아래를 바꿔버릴 수도 있어요. 물론 만든 사람이나 관계자가 통과하기 위해서는 무언가 통로를 만들어놔야 하지만, 이곳의 경우 는 전혀 그럴 필요가 없으니까 한 번 걸리면 빠져나올 수 없는 장 치들을 마련해 놓겠죠." "흐음.." "이곳을 만든 사람은 인간의 심리를 노리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아 요." "심리?" "예를 들자면, 앞에 올라서면 꺼지는 바닥이 있다고 생각해 보세 요. 물론 바닥에는 창날이 빽빽하게 박혀 있겠죠. 그런 경우 염 공 자라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음.. 폭이 넓지 않다면, 뛰어넘는 게 일반적이지 않나?" "바로 그런 생각을 역이용하는거죠. 실제 함정은 꺼지는 발판이 아 니라 그 앞의 바닥인거죠. 구멍을 뛰어넘어 착지한 바닥이 발판으로 , 밟으면 앞쪽에서 화살이 날아온다던가 하는 식으로요." "끔찍하군." 염신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럼 찾아낼 방법은 있소?" ------------------------------------------------------------- ( --) [25] [M/F]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123 -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The Means of Freedom - 外傳 4. 第五章 - 또다른 여행. -------------------------------------------------------- "여기는 대륙이 아니니까 최소한 마법에 대비한 장치는 되어 있지 않겠죠." 예련이 짐을 뒤지더니 철검 하나를 집어들었다. 예전 서역으로 갈 때 사막에서 얼음 대용으로 사용했던 그 검이었다. 일행이 의아한 눈으로 바라보는 가운데 예련은 검신을 쓰다듬으며 주문을 외웠다. 불꽃이 일어난다던가 검강(劍 )이 펼쳐질지도 모른다는 예상은 어이 없이 빗나갔다. 주문이 완성되자마자 검신 표면이 빠른 속도로 녹슬 기 시작했다. 검붉은 녹이 순식간에 검을 뒤덮자, 강철을 접어서 두 드려 만든 철검은 양파 껍질이 벗겨지듯 한 겹식 떨어져나가 가루로 변했다. 검신이 완전히 녹슨 철가루로 변하는 데는 채 일각도 걸리지 않았 다. "대체 무슨 선술을 쓴 거요?" "복잡한 기계장치를 고장내는 가장 좋은 방법이 뭔지 아세요?"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을 꺼낸 예련이 다시 주문을 외웠다. "에어리얼 서번트(Airial servant)." 작은 소용돌이가 일어나며 흩어진 쇳가루들을 빨아들였다. 흩어진 쇳가루를 모두 빨아들인 그 소용돌이는 예련의 손 정도 높이로 떠올 라 다음 명령을 기다리는 듯 그 자리에 정지했다. "블랙 마그네트(Black Magnet)." 바람에 붙잡힌 듯 공중에서 소용돌이치고 있던 쇳가루 중 일부가 무 언가에 끌리듯 진가영의 약간 앞쪽 좌우의 벽으로 날아갔다. 날아간 쇳가루가 벽의 작은 틈새로 빨려들었고 곧 이어 무언가 긁히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그럼 실험해 볼까?" 예련이 이번에는 길다란 마법사용 지팡이를 꺼내 진가영 앞의 바닥 을 눌렀다. 그러자 방금 쇳가루가 들어간 벽에서 끼기긱 하는 기분나 쁜 마찰음이 들려왔다. "기관에 쇳가루를 뿌려서 못 쓰게 만든 건가?" "맞아. 그것도 자성을 띈 거니까, 강철로 만든 기관장치라면 확실히 고장나게 되어 있지." 주예월의 말에 예련은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 은 기대와는 다른 것이었다. "..그 검 꽤 고급이었는데, 쇳가루의 재료로 쓰이다니, 아깝군." "..." 저 여자, 의외로 강적이 아닐까? 예련은 속으로 중얼거리며 주예월 을 바라보았다. 그 뒤부터 미궁 진행은 순조로왔다. 일단 철이 조금이라도 들어간 부분은 여지없이 예련의 자석(?)에 걸려들었고, 자잘한 함정은 쇳가 루를 뿌려 고장내고 위에서 떨어지는 거대한 철퇴라던가 복도에 들어 서면 닫히는 벽 같은 큰 함정들은 염신과 주예월이 나서서 해체하거 나 아예 파괴시켜버렸다. 진법의 경우는 예련의 진실의 시야(True se eing)에 의해 허무할 정도로 쉽게 깨저버려 일행은 아무런 어려움 없 이 걸음을 옮길 수 있었다. 그렇게 한 시진 정도 걸었을까. 지금까지는 외길이던 통로가 갑자기 두 갈래로 나뉘어졌다. 갈림길은 겉으로 보기에는 완전히 똑같은 구 조를 하고 있어, 어느 쪽으로 들어가는 것이 옳은 것인지 짐작할 수 가 없었다. "이건 뭐하는 거지?" "모르겠어요." 예련이 고개를 내젓더니 오른쪽 통로를 향해 지팡이를 돌리며 라이 트닝 볼트(Lightning bolt)를 시전했다. 새파란 전광이 통로 벽에 부 딛쳐 반사되며 뻗어나갔다. "아무것도 없는 것 같은데.." 예련이 이번에는 반대편에 라이트닝 볼트를 날렸다. 그쪽 역시 결과 는 마찬가지였다. "전격에 반응하지 않는다면 철로 된 물건은 없다는 뜻인데.. 더 이 상은 모르겠어요. 쇳가루도 다 떨어졌고, 진법을 깨는 데 쓰는 주문 도 바닥나서 당장은 손을 쓸 수가 없어요." "거의 다 온 것 같은데, 방법이 없을까?" 염신의 말에 예련은 고개를 저었다. "마법을 쓰려면 내일까지 쉬는 수밖에 없어요." "왠지 불안하긴 하지만, 어느 쪽으로 가던 똑같지 않겠소?" "그거야 모르죠." 일행은 이곳에서 쉴 것인지, 아니면 둘 중에 한 곳으로 들어갈 곳인 지를 놓고 잠시 고민했다. 하지만 결론은 간단했다. 진법과 기관을 처리할 수 없는 이상, 더 나가는 것은 자살행위였다. * * * 미치지 않은 이상 오뢰존영전에 들어가려는 도적이 있을 리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그곳의 입구와 그 주변의 경비는 극히 형식적이었다. 적이 없는 곳에서 보초를 서는 것 만큼 쉽고 지루한 일도 없다. 그 점은 포달랍궁의 무승(武僧)들도 예외가 아니여서, 모두들 보초보다 는 잡담에 여념이 없었다. 그들의 화제는 당연하게도 자신들을 이 숲 속에서 할일없이 밤을 새 게 만든 원인 제공자들이었다. "그 무림맹에서 왔다는 사람들, 이곳을 통과할 수 있을까?" "힘들걸. 서역의 내노라는 고승들도 포기한 곳인데." 다행이 내기를 거는 사람은 없는 듯했다. 그렇게 긴장감 없이 서 있는 보초들 사이를 한 인영이 지나쳤다. 설령 보초들이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있었다고 해도 그것을 알아채지 는 못했을 것이다. 인간의 그림자에 기생하는 셰이드(Shade)라도 감 탄할만한 움직임으로 인영은 나무그늘과 그림자 사이를 스며들듯 이 동했다. 주위를 감시하고 있던 경비 둘을 가볍게 지나친 인영은 오뢰존영전 의 입구 쪽으로 다가갔다. 그곳에는 두 명의 포달랍궁 무승들이 보초 를 서는 중이었다. 주위에 그 둘 외에 아무것도 없는 것을 확인한 인영은 은신술을 풀 고 모습을 드러냈다. 달빛 아래로 눈부신 여인의 모습이 드러났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흑발에 녹의궁장을 차려입은 여인의 모습은 무림 인이라기보다는 기녀(妓女)가 더 어울릴 것 같았다. 몸 곳곳에 달린 패옥(佩玉)들이 달빛을 반사해 빛을 발했다. 상식적으로 볼 때 잠입 이나 은신과는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 옷차림으로 포달랍궁의 경계망 을 뚫고 이곳까지 들어온 것이다. 천하에 이런 일을 해낼 수 있는 사람은 하나밖에 없다. "이곳인가.." 천사지존(天邪至尊) 사영이 음산한 미소를 흘리며 문 쪽으로 다가갔 다. 그제서야 그녀를 발견한 두 무승들은 경계보다 먼저 의아함을 느 꺼야 했다. 어떻게 저런 차림의 여인이 이곳에 나타날 수 있단 말인 가? 그러나 그 둘의 의문은 더 이상 이어지지 못했다. 천사지존의 손에 서 붉은 섬광이 뻗아나왔고, 그것은 살아 움직이듯 두 무승의 목을 휘감았다.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목이 부러진 두 무승은 힘없이 바닥에 쓰 러졌다. 이미 내공으로 주위의 소리를 차단했기 때문에 다른 보초들 은 그 소리를 전혀 들을 수 없었다. 문 앞으로 다가간 천사지존은 문고리를 양손으로 붙잡고 잡아당겼 다. 건장한 무승 네 명이 달려들어 간신히 열었던 문이 한 사람의 힘 에 의해 가볍게 열리며 심연의 입구를 연상시키는 어두운 통로가 천 사지존을 맞이했다. "정말 해괴한 년이군. 갈 곳이 없어서 이런 곳만 찾아다니는 건가.. 뭐 상관없겠지. 무덤으로는 꽤 쓸만해 보이니까." 천사지존의 신형이 어둠 속으로 빨려들듯 사라졌다. * * * "!" 예련의 안색이 갑자기 변했다. "어떻게..?" "?" 뒤따라오던 일행이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보았지만 예련은 설명할 틈 도 없이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탐지계와 방어계의 주문을 연달아 외운 -물론 다른 사람들은 무엇인지 알 수 없었지만- 예련은 그제서 야 한숨 돌렸다는 듯 말했다. "천사지존이예요." "뭐?" 일행은 잠시 그 말의 뜻을 이해하기 위해 머리를 굴려야 했다. "천사지존이라면.. 독왕전에서 방이 무너지면서 깔려 죽지 않았었소 ?" "저도 그런 줄 알았는데, 지금 이 미궁 입구에 있어요. 아, 지금 안 쪽으로 들어오는데요? 저쪽도 제 위치를 찾은 것 같은데.. 교란이 가 능하려나?" "자, 잠시만. 그걸 어떻게 알 수 있는거요?" "설명할 시간이 없어요. 기관은 우리가 오면서 다 깨트렸고, 진법 은.. 굉장히 빠르게 이쪽으로 오고 있어요. 이대로라면.." 그 순간이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벌어진 것은. 주예월이 앞으로 나서며 염신을 끌어안았다. 그리고 일행이 반응할 틈도 없이, 염신의 입에 자신의 입술을 갖다댔다. "..!" 순식간에 염신의 눈빛이 풀리며 몸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뭐하는거야!" 사유화가 소리를 지르며 달려나갔지만 그보다 예월 쪽이 한 발 더 빨랐다. 염신을 붙잡은 채로, 오른쪽 갈림길이 있는 곳으로 몸을 날 린 것이다. "멈춰!" 사유화와 두자미가 둘을 쫓아 달려나갔다. 저 여자가 뭘 하려는 건 지 뒤늦게야 깨달은 진가영도 급히 경공을 펼쳐 그 뒤를 쫓았지만, 놀랍게도 주예월과 염신은 오른쪽 갈림길의 복도 중간쯤에서 갑자기 꺼지듯 사라져 버렸다. "진법이다!" 예련이 외쳤지만 한 발 늦었다. 미처 멈추지 못한 사유화와 두자미 둘은 진법 속으로 빨려들어가듯 사라져 버렸고 급히 신법을 펼쳐 뒤 로 빠진 진가영만이 간신히 진에 갖히는 것을 면할 수 있었다. "뭐야 저 진은? 아까 라이트닝을 날렸을 땐 아무것도 없었는데.." 콰과광! 폭음과 함께 복도가 뒤흔들렸다. 소리는 일행의 뒤쪽, 즉 입구 방향 에서 들려왔다. "천사지존이다!" 진가영과 예련 둘로 아무런 준비없이 천사지존을 상대하는 것은 무 리이다. 순간적인 판단으로 예련은 진가영의 손을 붙잡고 예월 등이 들어간 반대쪽 갈림길로 뛰어들었다. 갑작스러운 행동에 놀란 진가영 도 얼떨결에 예련을 따라 왼쪽 길로 들어섰다. 쿠르릉! "!" 일행이 지나가자마자 왼쪽 갈림길의 입구에서 철문이 떨어져 내렸 다. 그리고 쿵 하는 소리와 함께 그 길은 두꺼운 철문으로 가로막혀 버렸다. "뭐야?" 하마터면 떨어지는 철문에 깔릴 뻔했던 진가영이 어이없다는 듯 돌 아보았다. "이런.." 출구가 막히는 것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일이었다. 마법사가 시간이 주어질 때 최고의 위력을 발휘한다는 말이 단순히 긴 주문을 외워야 한다는 것만을 의미한다면 진가영을 대륙 최고의 마도사라고 불러도 상관없을 것이다. 마법의 최고 장점은 일반적으로는 풀어낼 수 없는 상황에 대한 해법 을 쉽게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이며, 마법사에게 있어서 최고의 재능은 단전에 응집된 마나라던가 빠르게 돌아가는 혓바닥이 아닌, 상황을 재빨리 파악하고 그에 맞는 최적의 방법을 찾아내서 실행에 옮기는 능력이다. 반대로 말하자면, 그 방법을 찾아낼 수 없을 때 마법은 세상에서 가 장 비실용적인 학문이 되고 만다는 것이다. "이거 큰일인데." 막다른 길목에서 막 지나온 길이 두께 1세크의 철벽으로 가로막혀 버린다면, 가장 좋은 대응책은 두말할 것도 없이 벽 통과(Passwall) 마법일 것이다. -벽이 아니라 문이라면 노크(Knock)도 좋은 대답이 되겠지만- 그 다음은 역시 붕괴(Disantigreate)일테고, 지연 파이어 볼(Delayed fireball)따위는 벽을 부수는 방법으로는 최악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지금 예련에게는 셋 중 어떤 마법도 준비되어 있지 않 다는 사실이었다. 이곳에 들어오면서 무리해서 탐지주문을 사용하느 라 다른 주문을 쓸 마나까지 모두 소모해 버린 탓이었다. '그렇다고 무엇이 있는지도 알 수 없는 앞으로 섣불리 나갈 수도 없 어.. 이거 완전히 갇힌 셈이잖아?' "이 문은 부수지 않는 이상 열 수 없을 것 같소." 진가영이 문을 붙잡고 몇 번 끙끙대더니 말했다. "..갇힌 셈이군요." 예련이 결론을 내렸다. -------------------------------------------------------------- 오늘의 마법~# 에어리얼 서번트(Airial servant): 대기의 하인. 소용돌이 형태의 작은 바람의 정령을 불러내어 물건을 옮기거나 기타 잡다한 일들을 시킬 수 있다. 블랙 마그네트(Black Magnet): 금속 물체에 자성을 부여해, 금속 이나 같은 자성물질을 쫓아가게 만든다. 중원에서 대부분의 기관에는 강철이 들어가므로, 그에 반응 하는 자성체를 이용하면 기관의 위치를 쉽게 짐작 하고 동작을 방해할 수 있다. (비공격마법 100개 등장계획은... -_- [26] [M/F]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124 -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The Means of Freedom - 外傳 4. 第五章 - 또다른 여행. -------------------------------------------------------- 일행이 양쪽 갈림길로 사라진 지 얼마 되지 않아 천사지존이 그 자 리에 모습을 드러냈다. 옷이 여기저기 찢어져 있는 것이, 무리하게 진을 돌파하느라 낭패를 본 듯 했다. 그녀 정도의 무공이라면 별 피해 없이 이곳까지 올 수도 있었겠지만, 급한 마음에 너무 서두른 탓에 옷을 조금 날려먹은 것이 다. "여우같은 년!" 왼쪽 통로를 가로막은 벽을 본 천사지존은 욕설을 내뱉으며 일장을 날렸다. 강대한 공력이 담긴 장력이 문에 격중하자 굉음과 함께 복도 전체가 비명을 지르며 뒤흔들렸다. 하지만 철문은 가운데가 움푹 파이기만 했을 뿐 건재했다. 주위의 벽들 역시 충격을 받았지만 부서지거나 무너질 조짐은 없었다. 이 미궁이 생각보다 튼튼하게 지어졌다는 것은 이곳까지 들어오면서 충분히 느끼고 있었지만 자신의 전력이 실린 장력에도 문이 부서지지 않자 천사지존은 잠시 철문을 노려보더니 막히지 않은 다른 갈림길로 들어섰다. 몇 걸음 가지 않아 천사지존은 정면에 정교한 진식이 펼쳐져 있음을 느꼈다. "이 진법은 뭐지? 마교의 천절마라대진과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변 화의 묘(妙)는 전혀 들리군. 차라리 정파 쪽의 진식에 더 가까운 것 같은데.." 진식은 극히 정교해서 마교의 비전을 거의 모두 습득하고 있는 천사 지존조차 그 변화를 파악하기 힘들었다. "이쪽인가?" 생로(生路)를 찾아낸 천사지존이 왼쪽으로 한 걸음 움직여 진 속으 로 들어섰다. 순간 주위의 풍경이 싹 바뀌었다. 지금까지 평범한 통로이던 곳이 갑자기 넓은 광장 같은 형태로 바뀌면서 주위가 어두워진 것이다. 벽 의 재질이나 형태는 거의 비슷했지만 갑자기 길의 형태가 바뀌어버린 것만으로도 당황하기에는 충분했다. 잠시 생각하던 천사지존은 시범삼아 한 걸음을 더 움직여 보았다. 그러자 이번에는 왼쪽으로 꺾은 넓은 길이 나타났다. "천변만화(千變萬化)..그 자체로군." 내노라는 천사지존도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진법을 통해 나 가는 길이 몇 갈래나 있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주의깊게 전진한다 면 생문(生門)을 찾을 수는 있겠지만, 빠져나가는 통로 각각이 어디 로 연결된 것인지는 알아낼 수 없다. 진법의 출구와 길의 출구, 둘 중의 하나는 포기해야 하는 것이다. "음?" 어디선가 미약한 신음소리 같은 것이 들린 듯 했다. 천사지존은 방 위를 살피며 소리가 난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십여 장 정도 전진하자 -실제로는 열 걸음도 걷지 않았지만- 익숙 한 얼굴이 눈에 보였다. 자신의 수행원이었던 주예월이었다. 그 쪽에 서 볼 때 천사지존이 어디서 나타난 것으로 보였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녀는 상당히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다. "네가 왜 여기 있는거지?" 천사지존의 물음에 잠시 머뭇거리던 주예월은 한쪽 무릎을 꿇고 앉 으며 대답했다. "독왕전에서의 일 이후 무림맹 사신 일당에게 포로로 잡혀 있었습니 다. 그리고 방금의 혼란을 틈타 사신들 중 한 명을 생포했습니다." 천사지존의 시선이 옆에 쓰러져 있는 사내에게로 돌아갔다. 그녀 역 시 철성에서 염신의 얼굴은 몇 번 본 적이 있었다. 바닥에 쓰러져 꿈틀거리고 있는 염신의 상태는 얼핏 보기에도 위독 해 보였다. 온 몸은 붉게 물들어 있는데다 얼굴과 양 손에 핏줄이 솟 아올라 당장이라도 터질 듯 했다. 그리고 다리 사이로 별로 언급하고 싶지 않은 물건이 바지를 찢을 듯 솟아올라 있었다. "..음약(淫藥)류에 당한 것인가?" "예. 인혼향(姻魂香)입니다. 다른 독은 모두 빼앗겼지만 조사가 허 술해서 입 속에 보관하고 있었습니다." "저대로 놔둬도 되는 건가?" 천사지존이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염신을 내려다보았다. "앞으로 일각 후면 혈기가 역류해 전신의 혈맥이 터지게 되고, 그 상태로 일각이 지나면 심장이 혈기를 감당하지 못해 결국 죽게 됩니 다." 끔찍한 소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주예월이었지만 천사지존은 별 신경을 쓰지 않는 듯 했다. "해독약은?" "빼앗겼습니다. 벽운선녀가 가지고 있을 듯 합니다." "..그럼 생포가 아니지. 하예련을 끌어내는 데 미끼로 쓸 수 있는 녀석이니 무슨 수를 써서라도 살려 놓아라." "예? 그건.." "반론 따위는 듣지 않겠다. 정확히 반 시진 후에 이곳으로 돌아오겠 다. 그때 저 녀석이 죽어 있다면, 네년이 그 뒤를 따르도록 만들어 주지." "..존명(尊名)." 주예월이 고개를 깊숙이 숙였다. "그리고, 지금 서 있는 곳에서 두 걸음 이상 움직이지 마라. 이 진 은 눈에 보이는 것과는 전혀 다른 길로 움직이도록 만들어져 있으니 까." "명심하겠습니다." 천사지존이 뒤로 한 걸음을 움직이자 그녀의 신형은 꺼지듯 그 자리 에서 사라져버렸다. 이 진의 특성은 주예월 역시 몇 번 겪어 봤기에 잘 알고 있었다. "..." 주예월의 시선이 바닥에 쓰러져 있는 염신에게로 돌아갔다. 음약의 중독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단 한 가지뿐. 잠시 생각하던 그녀는 곧 자신의 옷을 하나씩 벗어던지기 시작했다. * * * 예련은 과거 천마동부에서 무림의 진법에 대해 연구한 적은 있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이론이지 실제로 진 속에 갇혔을 때 쓸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지금까지 수많은 진법을 통과한 것은 순전히 진실의 시야(True seeing)마법 덕분이었다. "으음.." 진가영이 검은 부채를 펼쳐든 자세로 생각에 잠겼다. "일단 한번 들어가 보는 게 어떻겠소? 제아무리 진법이 강력하다 하 나 결국 감각을 혼란시키는 미혹(迷惑)에 지나지 않는 것이니." "그 미혹이 무서운 거예요." 공격마법이란 같은 비용이 들어가는 화살이나 칼에 비해 훨씬 비효 율적인 물건이다. 20여종류가 넘는 마법의 분야 중에서도 공격마법을 전문으로 하는 분야는 이보케이션(Evocation)과 엘리멘탈(Element)의 두 종류밖에 존재하지 않으며, 그것조차 다른 마법에 비해 수가 얼마 되지 않는다. - 일반적인 경우이지만. 인간을 상대하는 데 있어서 훨씬 강력한 것은 상태마법 계열이다. 수면(Sleep)나 홀드 퍼슨(Hold person)등에 걸리면 대상은 완전히 무 력화되고, 환상 등으로 감각을 혼란시켜도 전투력의 태반을 상실하게 된다. 그 위험을 잘 아는 예련은 섣불리 진법 속으로 뛰어들 수가 없 었다. "하지만 여기 쳐박혀 있어봤자 아무것도 할 수 없소. 염 공자와 삼 음녀들은 이미 진 속에 갇혔고, 남은 건 우리 둘뿐이오." "어쩔 수 없군요." 오랜만에 진가영이 바른말을 했다고 생각하며 예련은 품 속에서 중 간에 실이 달린 짧은 바늘 같은 것을 꺼냈다. 중간의 실을 잡고 늘어 뜨리자 바늘은 빙글 돌려 한 방향을 가리켰다. "이 바늘은 지남철(指南鐵)로 된 거예요. 이제부터 자신의 감각은 절대 믿지 말고, 저만 따라 오세요." "알겠소." 두 사람은 주위를 조심스럽게 살피며 걸음을 옮겼다. 곧 천사지존이 겪었던 것과 똑같은 현상이 나타났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방 구조가 제멋대로 변하고, 방향감각은 그 구조에 따라 제멋 대로 변해 자신이 어느 방향에서 들어왔는지, 어디에 있는지조차 짐 작할 수 없게 만들었다. "하 소저, 우리는 이쪽에서 온 거 아니요?" "그렇게 느끼고 있는 것 뿐이예요. 지금은 이 지남철을 믿는 수밖에 없어요." 감각은 흐트러져도, 지구 자장까지 바꾸어 놓을 수는 없었다. -물론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어디까지나 중원의 경우를 말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한참을 전진했을 때 갑자기 탁 하는 소리와 함께 예 련이 이마를 감싸쥐고 물러났다. "이익..이쪽이 벽인가?" 눈으로 보기에는 훤하게 뚫린 복도였지만 아무래도 정면은 벽이나 기둥 같은 것인 듯 했다. 예련은 시각에 의한 추측을 배재하기 위해 눈을 감고 손을 뻗어 앞에 있는 것이 무엇인지 살펴보려 했다. "위험해!" 진가영이 예련을 붙잡고 몸을 날렸다. 동시에 천장에서 떨어져내린 거대한 칼날이 예련이 서 있던 자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바닥을 몇 바퀴 구른 두 사람은 겨우 몸을 떼어낸 후 자리에서 일어 났다. "무례를 용서하시오. 상황이 급해서 어쩔 수 없었소." "그게 무례면 전 옛날에 열 번은 더 죽었어요. 고마워요." 예련이 옷을 탁탁 털다가 사제복 끝자락이 잘려나간 걸 보고 어이없 어했다. 재질이 천이라고는 해도 아티펙트급의 방어구인 아데나의 법 의가 소리도 없이 베어져나간 것이다. 그 칼날이 얼마나 예리한 것이 었는지는 물어볼 필요도 없으리라. 갑자기 진가영이 막 아데나의 법의를 수순할 방법을 머릿속으로 생 각하고 있던 예련의 등을 툭툭 건드렸다. "하 소저. 저건.." "응?" 고개를 돌린 예련의 앞에는 거대한 문이 놓여 있었다. 백금이나 그 와 비슷한 종류의 금속으로 만들어진 듯한 문은 활짝 열려 있고, 그 위로 계단이 나 있었다. 안쪽에서 밝은 빛이 흘러나오는 것으로 보아 함정이 아니라면 무언가 중요한 길인 듯 했다. "설마..출구?" 두 사람은 잠시 서로를 바라보더니 다시 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들어가 볼까요?" "함정일지도 몰라요." 그때였다. "!" 예련이 몸을 돌려 뒤쪽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일행만 큼이나 어이없어하는 표정의 녹의궁장의 여인이 서 있었다. 천사지존 이었다. ".." "..." 이 진법은 방향감각만이 아니라, 강력한 상극의 힘을 느끼는 초자연 적인 두 사람의 감각조차 바꿔놓고 있었던 모양이다. 예련이나 천사 지존이나 상대가 이렇게 가까이에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서로의 존재를 느끼던 둘에게 지금의 등장은 그야말로 땅에서 솟아났 다고밖에 표현할 수 없었다. "이렇게 만날 줄은 몰랐네?" 천사지존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 그 모습은 마치 오랜 친구를 앞에 두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게." 예련 역시 미소로 답했다. 어쩌면 실제로 그럴지도 모른다. 빛과 어둠, 선과 악. 인간이 존재 한 이후 언제나 대립하면서도 한 번도 떨어진 적이 없는 것들. 평행 선을 긋듯 서로 만날 수는 없지만 언제나 서로를 바라보는 존재. 그 상반된 논리를 두 사람은 보고 있을지도 몰랐다. "여기까지 쫓아오느라 꽤 고생했어. 이제 그 보답을 받아야겠지?" "어떻게?" "글세. 팔다리를 뽑는 건 너무 식상하고. 인면충(人面蟲)을 뱃속에 집어넣어서 몸 속을 파먹게 만들어 볼까?" "별로 재미없겠는걸." 태연하게 대답하는 예련을 보며 진가영은 왠지 현실감각이 사라져가 고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예련은 그쪽으로는 시선조차 두 지 않은 채 말했다. "그런데, 왜 날 공격하지 않는거지? 지금이라면 네가 충분히 유리할 텐데." "그건 내가 묻고 싶은 말이야. 왜 독왕전에서 그냥 물러났었지? 내 가 살아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텐데." "..!" 진가영의 눈에 이채가 떠올랐다. 예련과 천사지존은 서로의 존재를 느낄 수 있다. 그렇다면 독왕전에서 천사지존이 죽지 않았다는 것도 알 수 있지 않았을까? 그렇게 생각해본다면 이상하기 그지없는 일이 었다. 왜 그냥 그 자리를 떠난 것인지, 그리고 그걸 동료들에게조차 말하지 않았는지.. ------------------------------------------------------------- ... [27] [M/F]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125 -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The Means of Freedom - 外傳 4. 第五章 - 또다른 여행. -------------------------------------------------------- "그때는 확신을 못했거든." "뭘 말이야?" "나도 얼마 전에야 깨달았다고. 남궁란, 아니 남궁성." "?" 진가영은 예련이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하 소저, 남궁소저는 이미 천사지존의 사령(邪靈)에 씌인.." "녹림맹(祿林盟)이 무너졌다는 말을 들었다. 남궁성, 네가 한 짓이 지?" 예련의 말에 비웃듯 그녀를 바라보고 있던 천사지존의 눈빛이 일순 흔들렸다. "녹림은 굳이 성향을 따지자면 흑도 쪽에 가깝다고 들었어. 마교가 굳이 그들을 제거해야 할 이유는 없었을 텐데." "..." "넌 천사지존이 아냐. 어떤 방법인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히 넌 천사 지존을 몰아내거나 제압할 수 있는 어떤 방법을 가지고 있어. 지금까 지 사용하지 않았을 뿐이지. 그렇지 않고서야 몇 년 동안이나 천사지 존의 사령을 봉인한 채 살 수 없었을 테니까." "웃기지도 않는 추측이군. 그런 엉성한 추론으로 목숨을 걸다니, 어 리석군." 천사지존이 비웃었지만 예련의 말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지금 넌 자신의 상태에 만족하고 있는 것 아냐?" "..뭐가?" 천사지존의 대답에 살기가 묻어나왔다. "너는 마교와 무림맹간의 싸움 같은데는 관심이 없는 사람이야. 하 지만 싸움, 그리고 '힘'에 대해서라면 얘기가 달라지지." "..." "아마도 옛날부터 천사지존의 사령의 영향 때문에 계속 고민해 왔겠 지. 그리고 어디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네가 조금만 양보하면 그 힘을 쓸 수 있게 된다는 것을 깨달았을테고. 그때부터 넌 천사지존의 강력 한 힘에 빠져서 자신의 정신을 그쪽에 내맡겨 버린 거야. 어차피 전 쟁 따위야 누가 이기던 상관없고, 너는 싸울 수만 있으면 되니까." "..멋대로 떠드는군." 천사지존의 몸에서 진녹색의 불꽃이 번져나왔다. "멈춰!" 위험을 느낀 진가영이 뛰어나오며 천사지존을 향해 몸을 날렸다. 전 신에 푸른 뇌전 같은 기운이 파지직거리며 뭉치더니, 발을 내뻗는 순 간 폭발하듯 다리 쪽으로 몰려들었다. "흑야(黑夜)!" "안돼! 그걸론.." 그 무공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는 예련은 크게 당황하며 손을 내저 었다. 하지만 그 이상의 행동을 하기 전에 불꽃과 전격이 허공에서 맞부딛쳤다. 두 힘의 위력은 예련의 예상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스파크가 튀고, 불꽃이 흩날리며 거대한 기의 폭풍이 사방으로 몰아쳐 주위의 벽들을 박살냈다. 근처에 있던 예련은 견디지 못하고 뒤로 날려가 벽에 쳐박 혔다. 보호주문이 없었다면 즉사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진가영은, 믿을 수 없게도 뒤로 몇 걸음 물러선 것 외에는 멀쩡했다. "저게 무슨 무공이지?" 풍마뇌신퇴법을 만들고 진가영에게 기연을 가장해 넘긴 것은 예련과 무영신개 둘이었기 때문에 그의 능력이나 무공의 특성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방금의 초식은 그녀도 본 적이 없는 것이었다. "뇌신각(雷神脚)? 아냐, 좀 다른 것 같았는데.." 하지만 의아해할 틈은 없었다. "제법이군. 하지만.. 내 성질을 건드린 걸 후회하게 해주지." 천사지존의 입가에 섬뜩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녀의 양손 소맷자락 이 흔적도 없이 날아가 있었다. 진가영의 정체를 알 수 없는 공격을 완전히 막아내지는 못한 것이다. "제길.." 예련이 급히 필 오브 세크리파이스(Feel of sacrifice)를 외웠다. 진가영에게 가해지는 정신계나 보조계 공격이 모조리 자신에게 돌아 오도록 하는 주문이었다. 마력은 거의 바닥났지만 예련 본인의 마법 저항력과 정신력만으로도 어느 정도는 버틸 자신이 있었다. 천사지존의 양 손에서 불꽃 같은 기운이 뻗어나왔다. 진가영은 간신 히 몸을 돌려 피했지만 불꽃에 스친 옷자락 일부가 재로 변해 흩어졌 다. 천사지존과 진가영 두 사람은 곧이어 초식을 교환하기 시작했다. "크읏!" 엄청난 압력이었다. 압도적인 내공을 바탕으로 밀고들어오는 천사지 존의 공격은, 거기에다 속도와 예리한 감각까지 함께 갖추고 있었다. 지금껏 속도 하나만 놓고 보면 자신을 이길 자가 없으리라 생각했던 진가영이었지만 이번에는 상대가 안 좋았다. 두 사람은 순식간에 오십여 초를 교환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초식을 교환했다기 보다는 천사지존의 공격을 진가영이 일방적으로 피해다니고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현 마교에서 천마대제 바로 다음 서열을 차지하고 있는 천사지존이 다. 예련이 걸어준 보조마법은 사공대법(邪功大法) 따위를 막을 때나 쓰는 것이지 이런 식의 몸싸움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불리하 기는 하지만, 그 공격을 모두 피해내고 있는 진가영 역시 절정고수라 고 부를 만 했다. 물론 천사지존 역시 마음놓고 공격을 펼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이곳은 계속해서 지형이 바뀌는 진법 속이었기 때문에 두 사람 모두 위치나 방향이 제멋대로 바뀌는 것이다. 물리적인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고는 하지만 양쪽 모두 방향과 거리감각을 상실한 셈이니 전투 는 제멋대로일 수밖에 없었다. 예련조차도 두 사람의 기운이 순간이 동하듯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하는 느낌에 정신이 없을 정도였으니 직 접 싸우는 당사자들이야 더 말할 것도 없으리라.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싸움은 천사지존 쪽에 유리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진법에 대해서는 그녀가 훨씬 더 조예가 깊었기에 진법의 구조에 빠르게 익숙해진 것이다. 진가영이 막다른 길목을 보고 그냥 돌파할까 돌아갈까 망설이고 있 을 때, 그 벽을 뚫고 갑자기 천사지존이 모습을 드러냈다. 동시에 맹 렬한 권경(拳勁)이 진가영의 정면으로 뻗어왔다. 이번에는 피할 틈이 없었다. 진가영은 전신의 공력을 끌어올리며 뻗 어오는 주먹을 아래에서부터 올려찼다. 풍마뇌신퇴법의 초식인 풍신 각(風神脚). 비단폭을 찢는 듯한 파공음이 울려퍼졌다. 아래에서 발길질이 날아오자 천사지존은 내뻗었던 권경을 회수했다. 아니 진가영은 그렇게 생각했다. "!" 진가영의 발길질이 허공을 갈랐다. 그리고 천사지존은 주먹을 뻗은 그 자세에서 팔목만을 몸 안쪽으로 당기며 몸 전체를 앞으로 내밀 듯 움직였다. 주먹질이 순간 팔꿈치치기로 바뀐 것이다. 거리가 갑자기 변한 탓에 미처 반응하지 못한 진가영이 올려찼던 발을 내리기도 전 에 무릎 관절 근처에 팔꿈치가 틀어박혔다. "크악!" 뼈가 부러지는 끔찍한 소리와 함께 진가영이 부서진 무릎을 감싸쥐 고 땅을 굴렀다. "크크크.. 네놈 따위가 감히 잔재주를 부리다니. 하는 짓은 제법 귀 엽군 그래." 천사지존의 손이 쓰러진 진가영의 목에 닿았다. 그리고 다음 순간 진가영의 몸이 급격하게 쪼그라들면서 몸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천사 지존이 흡정신공(吸情神功)으로 진가영의 정기를 빨아들이고 있는 것 이었다. "멈춰!" 천사지존을 향해 새하얀 빛의 구체가 날아들었다. 천사지존은 급히 몸을 피했지만 날아온 빛덩어리는 폭발하거나 하는 대신 그대로 쓰러 진 진가영 위에 멈춰 밝은 빛을 뿜어냈다. 예련에게는 단순한 빛(lig ht)의 주문을 쓸 정도의 마력밖에 남지 않은 것이다. "정신차려! 천사지존은 지금 널 몰아내고 그 육체를 뺏으려는 거야. 널 돕는 것도, 너한테 제압당해 있는 것도 아니라고!" "웃기는 소리!" 천사지존, 아니 남궁성이 으르렁거렸다. 하지만 그 뿐, 그는 예련을 공격하지도, 이미 전투불능인 진가영을 죽이지도 않았다. "넌 날 죽이지 않아. 왜냐하면, 남궁성이라는 인간에게는 나를 죽여 야 할 이유가 없으니까. 전혀 모르는 사람이야 칼만 꺼내면 마음대로 죽여도 되는 무림이라지만, 잠시라도 자신과 함께 지냈던 사람이라면 그렇게 하긴 힘들지." 예련은 양 팔을 벌리며 남궁성에게로 한 걸음 다가섰다. 아무런 속 임수나 마법도 없는 상태였다. 아니 그럴 여력조차 남아 있지 않았 다. "악마(惡魔)가 어떻게 생겼는지 알아?" "..?" "커다란 뿔이 나 있다던가, 등에 날개가 솟고 발톱이 달린 거대한 악마 따위는 인간보다 조금 더 강한 짐승에 불과해. 진짜 악마는 인 간의 마음 속으로 파고들어 유혹하지. 힘을 주고, 소원을 이루어 주 겠다고. 하지만 그것들은 결국 인간을 파멸시키고 그 영혼을 빼앗기 위한 수작일 뿐이지." 남궁성의 몸에서 예의 진녹색 불꽃이 일어났지만 예련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자신을 봐. 천사지존이 네 지시를 따르고, 그 힘을 마음대로 부리 고 있는 것 같지? 그리고 그 댓가로 잠시 자신의 마음을 내어주는 것 정도, 그리 큰 게 아니라고 생각할거야.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자 신의 정신을 되찾을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과연 그럴까? 방금처럼, 네 의지가 완전히 천사지존에게 먹혀 버리는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거 라고 장담할 수 있어?" "닥쳐!" "천사지존이 노리는 건 바로 그 점이지. 그 힘을 사용하는 데 익숙 해졌다고 생각할수록 경계는 풀리게 되고, 그것이 자신의 힘이라고 착각하게 되지. 그리고 자신이 악마에게 먹혀가고 있다는 것조차 깨 닫지 못하는 사이에 자아가 사라져가는거야." "닥치라니까!" 공력이 실린 울림이 울려퍼지자 주위 벽들이 웅웅거리며 진동을 일 으켰다. ".." 예련은 그 외침이 자신을 향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크크크?.." 갑자기, 남궁성의 몸에서 인간의 것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일그러지고 뒤틀린 그 목소리는, 그야말로 지옥의 밑바 닥에서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이 빌어먹을 계집.. 처음에 보았을 때 네년을 죽였어야 했어." "닥치고..어서 도망쳐!" 이번에는 남궁성의 목소리였다. "네 말이 맞다. 이 놈은 사내고, 그렇기 때문에 내 혼을 그대로 육 체에 심어버릴 수가 없었지. 그래서 천천히 시간을 들여 놈을 길들이 려고 한 것이었는데, 네년 때문에 전부 망가져 버렸어." 남궁성의 주위로 검은 안개 같은 것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제 늦었어. 나는 이미 남궁성의 정신을 상당 부분 차지했 고, 이제 천사정혼대법(天邪情混大法)으로 남은 정신을 강제로 지배 해 버리면 모든 게 끝난다!" 검은 안개 같은 기운이 한꺼번에 남궁성의 몸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크으윽!" 남궁성이 비명을 지르며 몸을 뒤틀었다. 그리고 천사지존이 외우는 듯한 기괴한 주문(呪文)이 낮게 주위로 울려퍼졌다. "아..안돼..어서 여기서 벗어나!" 끔찍한 고통에 몸부림치면서도 남궁성은 예련을 향해 외쳤다. 하지 만 예련은 고개를 저었다. "이 괴물.." 진가영이 힘겹게 몸을 일으키며 남아 있던 공력을 양 손에 끌어모았 다. "안 되요! 지금 공격하면 남궁성도 죽게 되요!" 예련의 말에 진가영이 인상을 찡그렸다. "크크큭.. 그래. 이 녀석을 죽일 순 없겠지. 하지만, 이대로 놔두면 내가 곧 이 몸을 차지하게 될 걸?" "그 정도는 알아." 예련이 너무나도 간단하게 답했기 때문에 천사지존은 순간 의아해했 다. 그리고 예련은, 남아 있던 마지막 마력을 모아 주문을 발동시켰 다. "필 오브 세크리파이스(Feel of sacrifice)." 남궁성을 둘러싸고 있던 검은 기운이 요동쳤다. 예련이 사용한 것은 타인에게 걸리는 주문을 자신 쪽으로 돌리는 희생마법. 그것이 남궁 성에게 걸리자 천사지존이 남궁성에게 사용하고 있던 천사정혼대법이 방향을 바꾸어 예련에게로 돌아간 것이다. "네, 네 놈이!" "당장 네 녀석을 없앨 만한 힘은 없어. 하지만 너 역시 신성(神聖) 으로 보호받는 내 영혼을 밀어내지는 못하겠지.." 검은 안개가 예련을 감쌌다가 사라졌다. 그녀의 눈에서 순간 붉은 빛이 흘러나왔지만 그것은 곧 원래의 맑은 푸른 빛으로 바뀌었다. 천 사지존의 사령(邪靈)이 예련의 몸 속에 봉인된 것이다. 그 힘은 여전 히 강력했지만, 이미 홀리 플레인(Holy plain)의 표면에 닿은 예련의 의지를 밀어낼 수는 없었다. "휴우.." "하 소저, 괜찮소?" 진가영이 비틀거리며 일어나 예련에게로 다가왔다. "잘못하면 남궁성처럼 되어버리겠지만, 지금 당장은 괜찮아요." 예련이 머리가 아픈 듯 고개를 흔들더니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고보니 출구가 어느 쪽이죠? 또 길을 잃어버렸네요." "....." * * * 한참을 헤맨 끝에, 예련과 진가영, 그리고 남궁성 셋은 간신히 아까 의 출구를 찾아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남궁성 쪽은 아직 의식이 없 었기에 진가영이 둘러메고 움직여야 했다. 출구는 들어온 문에서 오 리쯤 떨어진 산중턱에 있었는데, 법왕과 혈위존자를 비롯한 서역의 대표들이 그 앞에 몰려와 있었다. "예련 언니!" 초췌해진 예련을 본 월유영이 다가와 그녀를 부축했다. 예련의 상태 는 쓰러질 정도로 심각한 것은 아니였지만, 정신적으로 피로가 몰려 와 예련은 힘없이 월유영의 어깨에 몸을 기댔다. 절정의 공력을 지닌 그녀에게 예련 한 사람의 무게야 아무 문제도 되지 않을 것이다. "이걸로 내기는 저희들이 이긴 것 같군요." "...나머지 사람들은?" "진 속에서 빙글빙글 돌고 있을 걸요. 혈가람사에는 이곳의 지도가 있을 테니, 들어가서 좀 꺼내와주세요." "마치 명령이라도 내리듯 말하는군. 좋아, 어차피 내기는 졌으니 어 쩔 수 없지." 혈위존자가 투덜거리며 좌우에 시립해 있던 승려들에게 명령을 내렸 다. 한 시진 쯤 후, 끌려나온 네 사람의 몰골은 말이 아니었다. 사유화 는 혈의승들에게 무어라 말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아예 혈도를 짚어 끌려오다시피 했고, 두자미는 여기저기 옷이 긁히고 무기인 채찍까지 잃어버린 게 꽤 낭패를 본 것 같았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가장 멋진 것은 염신과 주예월이었는데, 두 사 람은 벌거벗은 채 꼭 끌어안은 자세 그대로 기절해 있는 것을 혈의승 들이 발견해 데려온 것이었다. 땀투성이가 되어 있는 두 사람의 몸은 흩어져 있던 옷들을 대강 걸쳐 가리긴 했지만 여전히 선정적이어서 월유영과 그나마 정상적인 축에 속하는 승려들은 모두 고개를 돌려야 했다. "...오늘로 세 번째군." 체력을 다 소모한 듯 기절해 있는 염신을 보며 예련은 고개를 내저 었다. 예전처럼 정혈을 빨린 미라가 되는 것은 면했지만, 상태는 상 당히 좋지 않아 보였다. 그나마 다행인 점이라면, 예의 그 증상(?)이 사라져 있었다는 것 정도일까. "그대들이 오뢰존영전에 들어간 후에 누군가가 보초 둘을 죽이고 내 부로 잠입했다는 보고가 있었소. 아무 일 없었소?" 법왕이 의식을 잃고 있는 남궁성을 힐끗 바라보았다. "예. 아는 사람을 만나서 도움을 받긴 했지만.." "그렇다면 다행이군. 혈위존자에게는 알리지 않는 게 좋겠지만." 법왕이 싱긋 웃으며 몸을 돌렸다. 그렇게 해서 포달랍궁은 중원으로의 원정을 결정했다. 이미 준비되 어 있던 정예무사 삼백 명이 자리에 모였고, 일행은 그들과 함께 타 클라마칸 사막을 다시 지나 중원으로 이동했다. 숫자가 워낙 많은 것에, 일행은 혼자서 이동할 때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편안하게 사막을 이동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진 대협. 처음에 천사지존과 맞붙었을 때 쓴 초식이 뭐죠? 처음 봤는데." 진가영이 천막의 휘장을 제치고 들어오자 누워 있던 예련이 물었다. 그녀는 천사지존의 사령을 몸 속에 봉인한 탓에 한동안 요양을 해야 했다. 아무리 예련이라고 해도 한 순간만 빈틈을 보인다면 여전히 사 령에 의해 몸을 빼앗길 수 있는 것이다. "그 초식? 흑야(黑夜)의 분노(忿怒)라고 이름을 붙였소. 이 천상천 하유아독존궁극절세최강무공의미공자 진가영의 최후절초로 어울리는 이름이라 생각하지 않소?" "..." 자신이 지어놓은 이상한 초식명에 영향을 받은 것인지, 아니면 진가 영의 작명센스가 원래부터 저랬는지는 알 수 없었다. 어느 쪽이던 간 에 예련으로서는 한숨을 내쉬는 것 말고는 아무 대답도 해줄 수 없었 다. "그나저나 하 소저는 괜찮소?" "물론이죠. 마력만 회복되면 천사지존의 사령을 완전히 없에버릴 수 있어요. 아마 사막을 지날 때까지는 이렇게 있어야겠지만." "그건 다행이군. 어쨌던 하 소저의 공로가 컸소. 한동안은 위험한 일이 없을 테니, 푹 쉬면서 몸을 보존하시오." 그 말은 내가 해야 맞는 게 아닌가? 예련은 무언가 잘못됐다는 것을 느꼈지만 항의할 틈도 없이 진가영은 천막 밖으로 나가버렸다. --------------------------------------------------------------- 5연참이다아 -_-! 그런데 4권 분량에서 끝내려고 하니 확실히 너무 빠르게 진행한다는 느낌이 전해지는군요. 쓸 때는 정신없어서 몰랐는데.. chii nummer eins 더 올려줘요~~~~ 2002/05/22 21:13 [28] [M/F]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126 -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The Means of Freedom - 外傳 4. 第五章 - 또다른 여행. -------------------------------------------------------- 하남성(河南省) 등봉현(登封峴)에 위치한 기산(箕山)은 영수(穎水) 로 유명한 곳이다. 요임금이 나라를 물려주려고 하자 허유(許由)는 화를 내며 영수로 자신의 더러운 귀를 씻었는데, 이때 그의 친구였던 소부(巢父)라는 자가 물을 먹이기 위해 소를 끌고 왔다가 그 광경을 보고는 그의 귀를 씻은 더러운 물을 소에게 먹일 수 없다며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 소에게 물을 먹였다고 한다. 지금 그 기산의 기슭에는 영수 대신 혈수(血水)가 흐르고 있었다. "밀리지 마라! 전열을 정비하라!" "마교 놈들에게 무림맹의 저력을 보여주자!" 함성과 비명, 폭발음과 파육음(破肉音)이 합쳐지며 주위는 아수라장 으로 변해갔다. 마교와 무림맹의 정예 무사들은 한 치의 물러섬도 없이 팽팽한 대결 을 벌이고 있었다. 이곳은 하남성 쪽에 남은 마지막 무림맹의 기지 로, 전략상 극히 중요한 곳이였기에 어느 쪽이던 간에 물러설 수 없 는 싸움이었다. "적위대(赤位隊), 전진!" 마교 진영에서 붉은 옷에 붉은 검을 지켜든 구십육 명의 검수들이 앞으로 달려나갔다. 그들이 질서정연하게 진형을 이루며 무림맹 부대 의 정면으로 쇄도하자 참혹한 비명과 함께 무림맹 측 무사들이 무더 기로 피를 뿜었다. "마검진(魔劍陣)입니다!" "뭐라고?" 천유문의 제삼제자(第三弟子)인 한영(韓永)은 자신의 귀보다는 부하 의 보고를 먼저 의심했다. "무슨 소리인가? 저들은 적혈단의 적위대가 아닌가? 놈들이 어떻게 마검진을 쓰는 것이냐!" "하, 하지만 분명 저것은 마교의 마검진입니다. 어서 대책을! 선봉 의 피해가 큽니다!" "구궁육회진(九宮六回陣)을 정면으로 내세워 맞서라!" "예!" 천유문의 무사들이 선봉과 교체하며 천유문의 절기인 구궁육회진을 펼쳤다. 원래 구궁회진은 총 아홉 가지 변화를 가지고 있었지만 그 비전은 천 년 전에 실종되어 불완전하게나마 복원한 것이 지금의 구 궁육회진이었다. 하지만 마검진 역시 마교의 절정검진은 아니니 거의 비슷하게 싸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영의 생각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혈천망(血天網)!" 마교 진영의 맨 앞에서 붉은 섬광의 다발이 뻗어나왔다. 도법의 최 고 경지라는 도강(刀 )이었다. 칼로 두부를 베듯 붉은 도강은 막 진을 펼치려는 천유문 무사들의 한가운데를 가르고 지나갔다. 십여 명의 무사가 두조각이 나 피를 뿌 리며 쓰러지자 구궁육회진은 발동되기도 전에 반쯤 무너지고 말았다. "물러서라!" 한영의 외침은 거의 비명에 가까웠다. 하지만 적은 그의 마음을 헤 아려 주지 않았다. 천유문의 무사들이 물러설 틈도 없이 마검진을 펼 친 적위대가 벌어진 틈으로 뛰어들었고, 순식간에 구궁육회진을 구성 하는 육십사 명의 무사들 중 절반 가량이 목숨을 잃었다. "제길!" 유가(儒家)의 제자인 그였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욕이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사도제일도(邪道第一刀).. 저 자를 막지 않으면 이 전투는 패배 다.." 마교의 전술은 간단했다. 총대장인 도왕 아사리가 맨 정면에 서서 위협이 될 만한 적들을 제거하고, 그렇게 벌어진 틈으로 적위대가 펼 치는 마검진을 비롯한 정예병력들이 뛰어들어 상처를 벌려놓는 것이 다. 단순한 전법이었지만, 그 효과는 확실했다. 마교 사대천왕 중 하 나인 도왕 아사리와 마교본전의 검진 중 하나인 마검진, 그 둘 모두 를 막을 만한 고수나 절진이 무림맹 측에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구궁육회진도 무너진 지금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여 후퇴하는 것밖에 없었다. "선봉대, 후퇴하라! 본진이 엄호를 맡겠다! 적의 대장에게 절대 접 근하지 마라!" 명령은 빠르게 부대 전체로 전달되었다. 이미 사기가 떨어진 선봉은 명령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도망치기 시작했다. 한영이 피가 터져나올 정도로 입술을 꽉 깨물었다. 마음같아서는 혼자서라도 뛰쳐나가 싸우 고 싶었지만 자신이 사도제일도의 상대가 못 된다는 것을 잘 알기에 그는 본진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곳에서 지휘자인 자신이 죽으면 오 백 명의 무림맹 무사들은 전멸을 면하기 힘들 것이다. "십색기(十色旗)를 준비하라!" 최후의 수단으로, 그는 자신이 지휘하는 본진을 구궁육회진의 형태 로 배치하기로 했다. 이것은 선발된 일부 무사들 외에는 알아서는 안 되는 천유문의 비급이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따질 여유가 없었다. 본 진의 대부분은 천유문의 무사들. 연습을 해 본적은 없다지만 신호에 맞춰 진형을 갖추는 데는 익숙할 것이다. 그러나 그의 계획은 실현되지 못했다. "와아아!" 천지가 떠나갈 듯한 함성이 마교 부대의 뒤편에서 터져나왔다. 그리 고 잠시 후 갑자기 마교 진영의 한가운데에서 거대한 회오리바람이 일어났다. 몸을 가누기조차 힘든 강풍에 사람들은 몸을 숙였고, 일부 운 나쁜 사람들은 흙먼지와 뿌리가 약한 나무들과 함께 공중으로 휘 말려올라갔다. "저건 뭐지?" 난데없는 현상에 한영의 눈이 크게 부릅뜨여졌다. "마교 놈들을 하나도 놓치지 마라!" 마교 진영을 넘어 맞은편에 위치한 무림맹 무사들의 귀에까지 들릴 정도로 심후한 공력이 실린 외침이었다. 그와 동시에 붉은 승복을 걸 친 무승(武僧)들이 손에 무기를 들고 마교의 진영을 향해 달려들었 다. 그 수는 얼핏 보아도 수백은 되어 보였다. 후방에서부터 기습을 당한 마교의 진영은 모래성처럼 허물어졌다. 콰아아! 붉은 옷의 승려들 중 맨 앞에 서 있던 자가 양 손을 합장하듯 모았 다 펼치자 엄청난 위력의 장력이 뻗어나가 마교 무사들 이십여 명을 쓸어버렸다. 그 위력은 중원 전체를 통틀어서도 보기 힘든 것이었다. 구원군의 등장에 힘을 얻은 한영은 부하가 들고온 열 가지 색의 깃 발들을 한꺼번에 들고 흔들었다. - 불행인지 다행인지는 모르나 깃발 모두를 들고 흔드는 것이 후퇴의 뜻이라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 "적은 무너지고 있다! 전진하라! 지금이 승리의 기회다!" 전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은 선봉을 뒤로 물린 후 무림맹의 본진이 마교 측을 향해 돌진했다. "후퇴하라!" 승산이 없음을 깨달은 아사리는 도를 휘둘러 달려드는 무림맹 무사 들을 베어내며 소리쳤다. 뒤쪽에서 밀려드는 붉은 승복의 무리들은 개개인의 무력과 집단으로써의 전투력, 모든 면에서 그녀가 지휘하는 부대를 압도하고 있었다. 숨 몇 번 몰아쉴 시간도 되지 않아 마교 진 영의 후방을 분쇄해버린 그 부대는 이제 본진 쪽으로 몰려오고 있었 다. 피해 없이 후퇴하는 것은 이미 늦은 일이었다. "그대가 마교의 지휘자인가?" 엄숙한 목소리였지만 그 속에 실린 살기는 분명했다. 아사리가 몸을 돌린 곳에는 예의 붉은 승포를 걸친 노승 하나가 서 있었다. "그 무공은.. 설마 포달랍궁?" "잘 아는군. 마교의 주구가 된 것을, 지옥에서 후회하게나." 노승, 법왕 구마라습의 손에서 강력한 장력이 쏟아져나왔다. 강맹하 거나 예리한 기세는 없었지만 마치 해일처럼 밀려들어오는 공력. 서 역의 절기인 천중태극수류였다. "하앗!" 그 기세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임을 느낀 아사리는 있는 힘을 다해 도를 휘둘렀다. 거대한 압력이 주위를 휘감아 폭포 속에서 움직이는 듯한 느낌이었지만 그녀는 간신히 몰려오는 장력을 둘로 갈라버릴 수 있었다. "대단하군. 마교의 사천왕 중 하나가 이 정도 무공을 지녔다니." 법왕은 진심으로 감탄했다. 마교의 원 위계체계대로라면 천마대제 본인을 제외하고라도 저 여인 이상의 고수가 다섯 명은 존재해야 하 는 것이다. 과연 전성기의 마교에는 어느 정도의 고수들이 포진되어 있었던 것일까? 하지만 생각에 잠겨 있을 틈은 없었다. 상대는 어느새 장력의 영향 권에서 빠져나와 도강을 집중시키고 있었다. "혈전뢰(血電雷)!" 붉은 도강이 요동치며 마치 벼락이 내려꽃히듯 법왕을 향해 날아들 었다. 그 기세에 법왕 역시 감히 방심하지 못하고 전공력을 끌어모아 포달랍궁의 절기인 대수인(大手印)으로 맞섰다. 콰과과과! 도강과 장력이 충돌하며 거대한 충격파가 반경 십여 장을 휩쓸었다. 주위의 모든 것이 파괴되고, 눈치가 부족했던 몇몇 무사들은 시체조 차 건질 수 없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폭발이 지나가고 흙먼지가 가라앉을 때까지, 법왕은 그 자리에 굳은 표정으로 자신의 팔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양손 소매가 베어져 너 덜거리고 있었고, 오른쪽 팔목은 길게 베인 듯 피가 흘러나왔다. "무공의 성취도 성취이나, 자신의 몸을 아끼지 않는 각오는 실로 놀라웠다. 과연 마교답군." 법왕의 시선이 십여 장 앞에 서 있는 아사리를 향했다. 그녀의 몰골은 말이 아니였다. 옷은 엉망으로 찢겨졌고, 몸 곳곳에 깊고 얕은 상처를 입어 전신이 피로 물들어 있었다. 하지만 그보다 심각한 것은 내상으로, 오장육부가 뒤흔들리고 기혈이 끊어져 이미 회복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마교 때문은 아니오." 가쁜 숨을 몰아쉬며 아사리는 간신히 말했다. 그 목소리는 미약했지 만 고도의 청력을 지닌 법왕의 귀에는 또렷하게 들렸다. "그럼 무엇 때문인가?" "본녀의 별호는 사도제일도(邪道第一刀). 중원 흑도(黑道)의 도법 을 대표하는 이름을 얻은 이상, 그에 걸맞게 행동해야 하지 않겠소? 방금의 일초는, 중원의 무사로서 서역 제일의 무인에게 보이는 마지 막 자존심이오." "..." 법왕은 상대가 희미하게 미소짓고 있다고 생각했다. "..과연.. 중원의 저력이란 이런 것인가..?" 치명상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중원 도법의 일인자는 아직 쓰러지지 않고 있었다. 그 끝은, 자신의 손으로 맞이하게 하는 것이 무인의 도 리일 것이다. 법왕은 고개를 숙여 경의를 표한 후 그녀를 향해 자신 의 전공력이 실린 대수인(大手印)을 발출했다. * * * "덕분에 목숨을 건졌습니다.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천만의 말씀. 당연한 일을 한 것 뿐이오." 마교의 병력이 물러난 후, 한영과 법왕은 서로 인사를 주고받았다. "이곳 기산은 하남성에 남은 무림맹의 마지막 병력이 모여 있던 곳 이었습니다. 구원군이 오지 않았다면 하남성 전체가 마교의 손에 떨 어졌을 것입니다." "지금 상황은요?" "전력의 차가 심각한 수준은 아니지만, 무림맹 측이 조금씩 밀리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천마대제와 마교 이대장로를 막을 고수가 몇 없 었기 때문에 전황이 상당히 불리했습니다. 하지만 서역의 원군이 도 착한 이상 이제는 이쪽이 배는 유리한 입장에 서게 되었습니다." "그렇군요. 무림맹 본진은 어디에 있습니까?" "지금은 하남성과 섬서성의 경계쯤에 있을 것입니다. 본진은 피해 를 최소화하기 위해 지금까지 마교와의 전면전을 피하며 지원군을 기 다리고 있었습니다." "흐음.." 예련이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그쪽으로 이동하죠."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아뇨. 공자께서는 이곳의 지휘를 계속 맡아 주세요. 안내원 하나 만 있으면 충분합니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괜찮겠습니까? 서역의 무승들은 먼 길을 걸어온데다 방금 막 전투를 끝냈는데 또 행군이라니.." "포달랍궁의 정예 무승들을 무시하지 마시오. 어차피 그곳까지만 가면 쉴 수 있지 않소?" "그렇다면 곧바로 이동하기로 하죠." 일행은 한영에게 작별인사를 건낸 후 그가 붙여준 안내원을 따라 무 림맹의 본진이 있다는 섬서성 방향으로 이동했다. 체력소모가 상당할 것이 분명한데도 법왕이 데려온 포달랍궁의 무승들은 불평 한마디 하 지 않고 지시를 따랐다. 무림맹 본진까지는 한나절이 꼬박 걸렸다. 한밤중이 되어서야 간신 히 도착한 일행은 곧바로 신원을 밝히고 무림맹 수뇌부들에게 도착을 전했다. 정체불명의 부대의 등장으로 초긴장상태에 돌입했던 그들은 도착한 것이 포달랍궁의 원군임을 알자 뛸 듯 기뻐했다. "하 소저!" 문이 부서지듯 열리며 무영신개가 밖으로 뛰쳐나왔다. 체통 따위는 저리 내던져버린 행동이었지만 어차피 그는 거지 집단인 개방의 방주 였으므로 상관없는 일이다. 뒤를 이어 무림맹의 수뇌부가 하나하나 모습을 드러냈다. 소림의 혜 광선사와 불광선사, 무당의 청허자를 비롯한 구파일방의 장문인들, 도화령과 배연경, 조화영 등 거의 모든 사람이 밖으로 몰려나와 일행 과 그 뒤에 있는 포달랍궁의 무승들을 바라보았다. "이쪽이 포달랍궁의 법왕이십니다." 월유영이 앞으로 나서며 법왕을 소개했다. 무림맹의 인물들이 우르 르 몰려들어 법왕과 인사를 나누었다. 그래도 직책이 직책인지라 모 두들 체통은 지키고 있었지만, 누가 보기에도 그들이 원군을 목이 빠 지게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을 훤히 알 수 있었다. "아, 뒤에 환자 둘이 있으니 의원에게 맡겨주세요." 예련이 들것에 실려 들어온 염신과 남궁란을 가리켰다. 두 사람 모 두 예련의 치료로 어느 정도 원기를 되찾았지만 손상당한 진원(眞元) 만은 회복마법으로 어찌 되는 것이 아니였기에 이곳까지 데려온 것이 다. "자자, 먼 길을 오느라 고생하셨소이다. 무승들은 이곳에서 쉬게 하고, 법왕께서는 잠시 회의에 참석해주시겠소?" "물론이오." 포달랍궁의 무승들은 무림맹 사람들의 안내를 받아 각자 휴식을 취 하러 흩어졌고, 법왕과 그의 호위인 듯한 두 명의 무승만이 회의실로 안내되었다. "먼저, 저희의 부탁을 들어 먼 중원 땅까지 원군을 보내 주신 것에 대해 무림맹을 대표해서 감사하는 바이오." 모두가 자리에 앉자 혜광선사는 먼저 법왕에게 감사를 표했다. "천만의 말씀. 본 궁 역시 마교와는 철천지 원수가 아니오? 게다가 무림맹이 보답을 약속하기까지 했으니 일석이조란 이런 것을 두고 하 는 말일 것이오." 법왕의 말에 무림맹 인물들의 표정이 약속이나 한 듯 굳어졌다. '대체 저들에게 무슨 약속을 한 거요?' 누군가가 월유영에게 전음을 보내왔다. 목소리만으로는 잘 알 수 없 었지만 전에 서역에 도움을 청하자고 했을 때 소리를 질러대던 곤륜 파 장로 같았다. "우리는 서역으로 간 사신들에게 협상을 일임했기 때문에 그곳에서 무슨 이야기가 오갔는지는 알 수 없소. 괜찮다면 설명해 주겠소?" 혜광선사가 법왕을 바라보며 말했다. "특별한 얘기는 없었소. 다만 충분한 보답을 약속하겠다고만 했을 뿐이오." 그제서야 무림맹 측 인물들은 가슴을 쓸어내렸고, 예련은 법왕을 돌 아보았다. 자신이 서역에서 했던 말과 의미는 비슷했지만 그 속에 담 긴 뜻은 미묘하게 달랐다. 과연 일파의 장문인답게 능숙한 외교적 발 언이었다. 월유영도 무언가 말이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은 듯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그것을 집어내지는 못했다. "그 외에도 뭐 이런저런 일들이 있었지만, 지금 설명드릴 내용은 못 되는군요." 예련이 가볍게 기침을 몇 번 한 후 말했다. 그녀 역시 거대한 조직 -대부분의 사람들이 조직이라고 부르지 않지만-을 다루는 위치에 있 었고, 그 덕에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외교술에 어느 정도 익숙해 져 있었다. "그렇습니다. 따로 정해진 조건이 없었다면, 보답은 마교 놈들을 몰아낸 후 생각하는 게 좋을 듯 합니다. 지금은 작전을 생각할 때입 니다." "으음.." 잠시 생각하던 법왕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이 옳소. 그 건은 후에 얘기하기로 합시다." "그렇게 합시다." 혜광선사가 한 손을 펼치자 회의실 구석에 있던 종이뭉치 몇 개가 빨려들 듯 날아와 손에 잡혔다. 능공섭물(능공섭물)의 공력으로는 그 리 대단한 것이 아니였지만 그 동작은 무공을 쓴 것이라기보다는 그 냥 손을 내밀어 서류들을 받아낸 것으로 보일 만큼 자연스러웠다. "이것들이 무림맹이 세우고 있던 작전 계획이오." 혜광선사가 그 중 가장 큰 종이를 탁자 위에 펼쳤다. '포달랍궁 참전의 보답 건에서 말을 돌리려는 모양이군.' 서역에서 무슨 이야기가 오갔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협상을 하는 것 은 불리한 일이다. 그 점 때문에 급히 전투 이야기로 화제를 바꾼 것 이라고 예련은 추측했다. "지금까지 무림맹의 전력은 마교에 비해 그리 밀리는 것이 아니었 소. 게다가 이제는 원군까지 도착했으니 이쪽이 훨씬 유리한 상황에 놓인 것이오. 지금 마교의 주력은 숭산에 모여 있으니 그쪽을 직접 공격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오." 혜광선사가 무림맹 본진이 표시된 곳에서 숭산까지의 길을 손가락으 로 가리키며 말했다. "마교와 손잡은 흑도 문파의 병력이 하남성 각지의 소문파들을 점 령하고 그곳에 주둔해 있소. 우리는 이곳의 소문파들을 되찾기 위해 전진하는 척 하면서, 본진은 곧바로 숭산 쪽을 향해 들어가는 것이 오. 운이 좋아서 숭산에서 구원군이 나온다면 더더욱 좋은 일이지만, 거기까지 바라는 건 무리이고 기습을 가한다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 소." "흐음..이 전법은 아군의 전력이 적에 비해 충분히 유리할 때 사용 하는 것이오. 준비는 충분히 되어 있는 것이오?" "법왕께서 걱정하실 필요는 없을 거요. 이미 오래 전부터 이 작전 을 구상해 왔소." "그렇다면 안심이오. 가능하다면 최소의 희생으로 이기는 쪽이 좋 을 터이니." 혜광선사와 법왕의 대화는 한 마디 한 마디가 외교적인 계산으로 나 오는 것이었다. 전투 이후에 있을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법왕은 자신들의 수고와 전투에서 입을 수 있는 포달랍궁의 피 해를 계속 강조하고, 혜광선사는 자신들의 계획이 완전하며 포달랍궁 쪽은 단순한 지원에 불과하다는 식으로 말을 이어가고 있었다. 보다못한 월유영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양쪽 모두 지나친 듯 하군요. 이것은 천하무림을 위협하는 마교를 무찌르기 위한 성전(聖戰), 모두가 힘을 합쳐도 부족한 판에 벌써부 터 내부분열이 일어난다면 좋아하는 것은 적들뿐일 것입니다." "..." "흐음.." 혜광선사와 법왕이 동시에 입을 다물고 딴곳을 바라보았다. 그 광경 에 예련은 실소를 금치 못했다. 마치 어른들이 어린아이 투정에 못 이겨 도망치는 것과 비슷한 형상이었던 것이다. 잠시 서로를 바라보던 혜광선사와 법왕은 헛기침을 해대더니 다시 지도로 시선을 돌렸다. "어쨌던.. 작전부터 세우고 봅시다." "그럽시다." 작전은 간단했다. 무림맹의 정예로 위장한 일부 병력이 하남성 일대 의 마교 부대를 계속 공격한다. 마교가 그들의 움직임에 신경쓰는 동 안 본대는 숭산의 마교 본진을 기습공격한다. 어차피 이쪽의 전력이 우위에 있고, 숭산 소림사의 지형은 그곳에 주둔한 마교 측보다 더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굳이 위험을 감수할 필요 없이 정면승부를 거는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소." 설명을 끝까지 들은 법왕이 이의를 제기했다. "어떤?" "그 말대로라면 숭산에는 천마대제가 있을 것이오. 그를 상대할 방 법은 있소?" "안그래도 그것 때문에 꽤 고심했었소. 백팔나한진(百八羅漢陣)을 천마대제 한 사람에게 펼친다면 능히 제압하지는 못하더라도 충분히 붙잡아 둘 수 있겠지만, 그렇게 되면 소림사의 전력은 절반 이하로 줄어들게 되오. 포달랍궁에 도움을 요청한 것도 그런 이유였던 거요." "하긴, 소림의 최정예 무승 일백 팔 명이라면 그것만으로도 엄청난 전력. 그것이 소림의 신화라는 백팔나한진을 펼쳤을 때 한 사람이 막 아낸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 것이오." "만의 하나 백팔나한진이 깨어질 경우를 대비해 준비해 둔 것이 하 나 더 있소. 하지만 그것은 지금 말할 성질의 것이 아니니 넘어가도 록 합시다." 혜광선사의 말에 좌중의 인물들 중 절반 정도으 얼굴에 씁쓸한 표정 이 떠올랐다. 그것을 본 예련은 의아해했지만 혜광선사가 준비한 두 번째 계책이라는 게 무엇인지는 짐작이 가지 않았다. 최소한 혜광선사쯤 되는 인물이 말도 안 되는 계획을 짜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예련은 손을 들어 발언을 요청했다. "말씀해 보시오." "다른 게 아니라, 그 계획에 조금 덧붙일 만한 게 있을 것 같아서 요." 이어지는 예련의 설명을 들은 좌중의 인물들이 이상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 폭주 그 두번째..^^; chii nummer eins 2002/05/23 17:17 [29] [M/F]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127 -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The Means of Freedom - 外傳 4. 第五章 - 또다른 여행. -------------------------------------------------------- 콰앙! 흑단목으로 만들어진 탁자에 깊숙한 장인(掌印)이 찍혔다. "하남성 각지의 병력이 무림맹 놈들의 공격을 받고 있다고?" "그렇습니다." 여수호는 깊숙이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 최근 들어 그의 주군이 상 당히 예민해진 것 같아서 행동거지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 중이었 다. "증원군을 보낼까요?" "아니. 놈들은 우리의 병력이 흩어지는 것을 노릴 것이다. 어쨌던 원군의 등장으로 사기충전한 상태니, 분명 이곳으로 직접 공격해 올 것이다." "그렇다면..?" 천마대제의 눈에서 붉은 광망이 뻗어나왔다. "소림사 본당 곳곳에 천 발의 벽력탄(霹靂彈)을 묻어라." "예?" 여수호는 순간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벽력탄 천 발? 그 정도 양이 면 소림사 전체를 흔적도 없이 날려버릴 수 있을 것이다. "외람된 말이지만, 그것을 왜..?" "놈들이 이곳으로 쳐들어 왔을 때, 우리는 밀리는 척 하면서 소림 사 밖으로 후퇴한다. 그리고 놈들이 좋아서 날뛰고 있을 때 소림사와 함께 날려버리는 것이다. 살아남은 놈들이 있다면 들어가서 모두 붙 잡으면 되겠지. 그 정도로 운이 좋은 놈들이라면, 죽이기는 아까우니 까." "..." "무림맹의 바보들이 그들이 무림의 성지라고 자랑하는 소림사와 함 께 최후를 맞이한다. 멋지지 않은가? 크크큭..크하하핫!" 천마대제의 광소에 실린 공력을 이기지 못하고 벽이 마구 뒤흔들렸 다. 그 광경을 바라보며 여수호는 묵묵히 서 있었다. 조영웅이 마교의 정식 교주로 임명받았을 때 여수호는 그것이 자신 의 일인 것처럼 기뻐했었다. 비록 나이는 어리지만 그에게는 마교를 이끌어 천하무림을 재패할 능력이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이후 조영웅은 마치 다른 사람처럼 번해가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리 눈에 띄지는 않았다. 평소보다 감정을 드러내는 일이 조금 늘었었지만 흥분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 변화는 심해졌다. 사소한 일로 부하를 엄벌에 처하고, 불 필요할 정도로 잔인한 명령을 내리는 일이 잦아졌고, 성격도 난폭하 게 변했다. 마공(魔功)의 영향으로 성격이 변한 것은 아니었다. 여수호 역시 마 공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고, 오랫동안 옆에서 지켜본 바로는 마공의 영향과는 무언가 다른 것이 작용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것은 마치, 조영웅이 무언가 다른 사람으로 변해가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세상에 그런 일이 있을리가..' 여수호는 고개를 내저어 상념을 떨쳐낸 후 교주의 명령을 실행하기 위해 밖으로 나섰다. 마교가 보유하고 있던 거의 모든 화약이 꺼내어졌다. 민감한 물건을 다루는 일이라 모두들 조심스럽게 움직이며 가져온 화약들을 소림사 경내 곳곳에 묻었다. 그 작업은 거의 한나절을 꼬박 소모했다. 하루 종일 뛰어다니며 작 업을 감독한 여수호와 백규화 두 사람은 그제서야 한숨을 돌리며 대 웅전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천마대제에게 보고하기 위해서였다. "응?" 백규화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었다. 물방울 하나가 머리에 떨어진 것 같았는데.. "..." 무의식적으로 하늘을 바라본 백규화의 걸음이 순간 딱 멈추었다. "왜 그러나? 갑자기 노망이 든 것도 아닐테고." 여수호가 의아하다는 듯 투덜거리면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그 역시 백규화와 똑같은 자세로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하늘 위로 시꺼먼 먹구름이 몰려와 있었다. 어느새 주위가 축축한 공기로 뒤덮였고, 그로부터 몇 초도 지나지 않아 빗방울이 하나둘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런.." "빨리 화약을 치워야 해!" 백규화가 황급히 몸을 돌렸다. 하지만 이미 천 개의 벽력탄이 모두 묻혀 있었고 그것들을 단시간 안에 해체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 다. 빗줄기는 순식간에 굵어져 장대비로 변했다. 습기가 조금만 들어가 도 위력이 현저하게 떨어져 버리는 화약이 이런 빗속에서 멀쩡할 리 가 없었다. "제발 지나가는 소나기였으면 좋겠는데.." 비에 온통 젖어버린 것조차 잊은 채 두 사람은 하늘을 올려다보았 다. 벽력탄은 상자 안에 들어 있는 것이니 비가 오더라도 어느 정도 는 버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기대를 무시하고, 비는 점점 더 강해져 잠시 후에는 아예 폭우로 변했다. 하늘에 구멍이 뚫린 것 같았다. "이런 개 같은!" 대웅전 쪽에서 천마대제의 노성이 터져나왔다. 정신이 번쩍 든 둘은 황급히 그 쪽으로 달려갔다. 대웅전 앞에서는 천마대제가 하늘을 노려보고 있었다. "하예련, 그 계집이다!" 천마대제 밑의 바닥이 쩍쩍 갈라지기 시작했다. 극도의 분노에 휩싸 인 듯 그의 눈동자는 핏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지옥의 악귀(惡鬼)조 차도 무색하게 만드는 그 기세에 내노라는 마공고수인 여수호와 백규 화도 주춤하며 걸음을 멈추었다. "설마..." "그러고보니 이건 철성에서 들은 것과 똑같은 현상이군. 그때도 갑 자기 쏟아진 폭우를 틈타 무림맹의 개들이 들어왔다지." 여수호가 인상을 찡그리며 중얼거렸다. 난데없는 폭우에 놀란 사람들은 정신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화약을 빼내거나 덮개를 씌우고, 주위의 기관이나 진법이 비에 파손되지 않 았는지 확인하기 위해 달려가는 자들도 있었다. 흙으로 된 바닥은 질 퍽거리고, 마교의 무사들이 입는 검은 옷은 몸에 착 달라붙어 움직임 을 방해했다. "이 비는 그 계집의 선술(仙術)에 의한 것이다!" "예?" 백규화가 놀란 듯 되물었다. 이 비가 자연적으로 내리는 것이 아니 란 말인가? "백노(白老)! 네가 언제부터 내 말을 의심하게 되었나?" 천마대제가 백규화를 노려보며 으르렁거렸다. "주,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백규화는 급히 무릎을 끓으며 고개를 숙였다. 성정(性情)이 변해버 린 천마대제 앞에서 잘못 행동했다가는 아무리 삼대장로 중 하나인 그녀라 해도 언제 목이 날아갈지 몰랐다. "무림맹의 기습이 있을지 모르니 모두들 경계를 철저히 하라!" 천마대제는 그 말을 마치고는 몸을 돌려 대웅전 안으로 들어가버렸 다. "...벽운선녀라고 했던가? 그 여자가 비를 내리는 재주가 있다고 들은 적은 있었지만, 그게 실제로 가능할 줄이야.." "네놈은 사람 말을 믿을 줄 모르는 거냐? 철성에서도 마른 하늘에 난데없이 폭우가 쏟아졌었고, 귀인곡에서는 말도 안 되는 폭풍이 몰 아쳐 협곡이 무너졌었다. 그리고 지금도. 아무리 소나기라지만 숭산, 그것도 소림사 주위에만 비가 내린다는 게 말이 돼냐?" 여수호가 손을 뻗어 반대편 산기슭을 가리켰다. 그곳으로 시선을 돌린 백규화는 놀란 나머지 입을 떡 벌리고 말았 다. 놀랍게도, 산기슭 쪽으로는 단 한 방울의 비도 내리지 않고 있었 던 것이다. "이런 일이.." "비 때문에 경계가 허술해진 틈을 타 기습하려는 것이 틀림없다. 꾸물거리지 말고 빨리 가자고!" "제길, 다 늙어서 빽빽거리기는." "시끄러워!" 두 사람은 투덜거리며 진지 전체에 경계를 강화시켰다. 자다가 깨어 난 무사들까지 불러 모아 주위를 수색하고,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검 마대와 철마대의 정예부대까지 출동을 준비시켰다. 하지만 그날 밤이 지날 때까지 우려했던 기습은 없었다. 비상경계에 들어갔던 마교 무사들이 얻은 소득이라고는 물에 젖은 생쥐꼴이 된 것 뿐이었다. "제길.." 이 어이없는 공격법에 여수호는 한숨을 내쉬는 것 말고는 아무런 방 도를 찾아낼 수가 없었다. 비 때문에 소림사를 떠날 수도 없는 노릇 이고, 하남파의 각 소문파들을 점령하고 있던 마교의 병력이 무림맹 의 공격으로 내쫓겼다는 소식이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전해졌다. 그 것이 양동작전임은 너무나 분명했기 때문에 천마대제도 섣불리 병력 을 움직이지 못했다. 폭우는 사흘 밤낮으로 계속되었다. 천 개의 벽력탄 중에서 미리 회 수해 두었던 십여 개를 제외한 모두가 물에 젖어 못 쓰게 되었고, 쏟 아지는 빗속에서 사흘 내내 경계상태에 들어가 있던 무사들은 체력이 뚝 떨어져 감기에 걸리는 자들이 속출했다. "병사들을 쉬게 해야 합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무림맹과 결전을 벌 이기도 전에 병사들의 절반은 병석에 드러눕는 신세가 될 것입니다." 보다못한 백규화가 간언을 올렸고, 천마대제도 이번에는 별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포달랍궁의 바보들을 포함한 무림맹의 병사 일천 오백명이 교애산 (交崖山)에 진을 치고 있다는 첩자의 보고가 들어왔다. 그곳에서 움 직인다면 이쪽의 눈에 띌 테니, 대규모의 경계는 필요없을 것이다. 다만 첩자나 소수의 인원이 잠입하는 것을 조심하도록." "존명(尊命)!" 백규화는 천마대제가 아직까지는 제 정신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다 행이라고 생각하며 급히 무사들에게 휴식을 취하도록 지시했다. 하지만 지시를 내리면서도, 그녀는 머릿속을 맴도는 불길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런 일은 결코 있을 수 없다. 마교는 무림맹을 꺾고, 중원 무림 의 패자로 떠오를 것이다. 누구도 그것을 방해할 순 없다!' 불길한 상상을 떨쳐내듯 백규화는 세차게 머리를 흔들었다. * * * 사흘간 계속된 폭우는 숭산 소실봉 주위에만 집중되었을 뿐, 그 외 의 장소는 멀쩡했다. 저 멀리서 쏟아지는 빗줄기를 잠시 바라보던 도 화령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전에도 보긴 했지만 정말 믿을 수 없구려. 비바람을 마음대로 다 루다니, 정녕 인간이 가능한 일이란 말이오?" "직접 보고 있지 않습니까." 아무런 감흥이 없는 듯한 배연경의 대답에 도화령이 오히려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어쨌던 적들의 움직임으로 봐서는 우리가 이곳에 있는 줄 모르는 것 같습니다." "알았다면 무리를 해서라도 경계상태를 계속 유지했겠죠." 예련이 힘없이 대답했다. 사흘 동안 소실봉에 비를 내리게 한 장본 인은 지금 물먹은 솜처럼 늘어져 나무그늘에 누워 있었다. 마력의 소 모는 둘째치고라도 사흘 내내 주문을 외우느라 쌓인 피로가 너무 컸 던 것이다. 거의 강 하나를 만들만한 양의 물을 산봉우리 하나에 쏟 아부었으니, 멀쩡한 것이 더 이상한 일이리라. "한 시진 뒤면 비가 그칠 거예요. 그렇게 되면 주위와의 기온차에 의해 짙은 안개가 낄 테니 기습에는 최적의 조건이죠. 저는 너무 무 리해서 이번 싸움에는 못 낄 것 같아요. 아함.." 예련이 크게 하품을 하더니 다시 나무등걸에 몸을 기댔다. 긴장감이 라고는 느껴지지 않는 모습이었지만 그녀가 한 일이 워낙 엄청난 것 이다 보니 아무도 그 행동에 불만을 표시하지 않았다. "지금이 낮잠이나 자고 있을때냐?" ..물론 예외도 가끔씩은 있다. 사유화가 빽 소리를 질렀지만, 예련 은 들은 채도 하지 않고 반쯤 눈을 감은 채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차피 하 소저는 무림인들간의 싸움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하니 괜찮소." "칫.." 이곳에는 무림맹에서 뽑은 최정예 고수 삼백 명이 모여 있었다. 교 애산의 병력이 무림맹의 본진이긴 하지만, 그곳에 이미 구파일방 등 무림맹의 핵심 인물들은 몇 명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먼저 교애산의 병력이 숭산을 향해 움직인다. 그리고 그것이 도착하는 것보다 먼저, 소수정예로 숭산을 기습한 후, 적들이 혼란에 빠진 사이 그에 맞춰서 도착하는 본진과 합류하해 적들을 섬멸하는 기습전이었다. 주력(主 力)과 별동대를 역으로 배치한 이 대담한 전략은 지다성녀 조화영의 머리에서 나온 것이었다. "정말로 갈 작정이야?" 비도를 하나하나 몸에 차고 있는 주예월을 보며 두자미는 걱정스러 운 듯 물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마교의 일원이었던 그녀가 갑자기 이번 전투에 참가하고 싶다고 말했을 때, 모두들 반대했지만 주예월 은 끝까지 고집을 부렸다. "이번 전투는 살수(殺手)로서의 내 삶을 끝맺기 위한 거야." 마지막 비도를 품 속에 집어넣은 주예월이 입을 열었다. "내가 죽인 사람이 몇인지 기억도 잘 나지 않아. 이유도 모른 채 사내를 유혹하고, 죽이는 삶만을 되풀이해 왔었어. 오늘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내 스스로 선택한 싸움이야. 말리지 말아줘." "...." 대체 무엇 때문에 저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일까? 아마도 염신 때문일 거라고 두자미는 생각했지만 따지고보면 그가 한 일은 별로 없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도 여자들이 알아서 반하는 이상한 남자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 그에 대해서, 예련은 '바보는 바보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는 거야' 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아미타불.." 불광선사가 법호를 외웠다. "잠시 후면 이 천상천하유아독존궁극절세최강무공의미공자 진가영 님을 위한 무대가 펼쳐지는 것이군." "장례식 무대가 아니길 빌지." 배연경이 무뚝뚝하게 대꾸하며 활줄을 점검했다. "하아, 어찌하여 배 소저는 본 공자를 그렇게 차갑게만 대하는 것 이오? 이제 그 닫힌 마음을 열 때도 되지 않았소?" 진가영이 부채를 펼치며 제법 무게있게 말했지만 배연경은 그쪽으로 시선조차 돌리지 않았다. "어림도 없는 소리지." 활줄을 튕겨 상태를 살펴보던 배연경이 중얼거렸다. "...최소한, 이번 전투가 끝나기 전까지는 말야." "..." 잠시 머뭇거리던 배연경은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활을 들고 어 디론가로 사라져 버렸다. 그 얼굴색이 미세하게 붉어져 있었다는 것 을 알아챈 사람은 본인 외에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도 대협, 잠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요?" 부친인 화령문주 도옥기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도화령은 월유영이 갑자기 말을 걸자 얼굴이 시뻘겋게 변했다. 그 모습을 본 도옥기는 체통을 잊고 낮게 키득거렸고, 도화령은 더욱 무안해져 몸둘 바를 몰 라했다. "..잠시면 되요." "아, 예.." 월유영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걸음을 옮겼다. 도화령은 주위를 힐끔 거리며 그 뒤를 따랐고, 둘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조금 떨어진 공터에 도착했다. "월영문에서의 일은 아시겠죠?" "아, 그건..물론입니다." 도화령이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간신히 대답했다. 월영문의 일이란, 도화령이 철성의 지하에서 기연을 만나 은월천령밀법을 얻은 것을 말 하는 것이다. "원래대로라면 저는 월영문의 규칙에 따라 도 대협을 부군으로 모 셔야 합니다." "아, 그, 그런..." 월유영은 잠시 말을 멈추고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물론 그런 것들을 빼고 객관적으로 보더라도, 도 대협은 무림인으 로서나 한 여인의 부군으로서나 부족함이 없는 인물이예요." "그..감사합니다." "그동안 꽤 많은 생각을 했었어요. 제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어떤 인생을 살아가야 하는지 등.." "..." 한 박자 쉰 다음, 월유영은 낮지만 또렷한 목소리로 말했다. "마교의 중원 정복을 막아야 한다는 것과는 별도로, 제가 원하는 것은 월영문의 후계자로서의 삶은 아니예요. 도 대협께는 죄송하지 만, 저는 아직 누군가의 부인이 되고 싶지는 않아요. 어차피 은월천 령밀법이 깨진 이상 제가 대협의 여인이 되어야 할 필요성은 사라졌 으니, 굳이 규칙에 얽매일 필요는 없겠죠." ".." "뭐라고 욕하셔도 상관없어요. 하지만 저는.. 제 스스로의 삶을 살 아가고 싶은 것 뿐이예요." 할 말을 다 했다는 듯 월유영은 몸을 돌렸다. "잠시만.." "예?" "월 소저의 말이 옳소. 나에게는 소저에게 강요할 권리 같은 것은 없소. 그러니.." 도화령이 다음 말을 찾지 못한 듯 버벅거렸다. 잠시 먼 산과 하늘을 바라보던 도화령은 다시 월유영에게로 시선을 돌리더니 간신히 입을 열었다. "그러니.. 이 전투가 끝난 후에도 행복하게 살기 바라오. 오백 년 전과는 많은 것이 달라졌고, 낯설기도 하겠지만 이제 누구도 월 소저 에게 삶의 방식 따위를 강요하지는 않을 것이오. 소저는 무림맹의 은 인이고, 본협에게 있어서는 전우(戰友)이니 필요한 것이 있다면 언제 든 도와주겠소." 말을 마친 도화령은 양 손을 모아 포권을 취했다. 무림인들이 서로 만났을 때 취하는 인사 방식이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월유영 역시 양 손을 모아 똑같은 자세로 예를 표했다. "그럼 이것으로 처리된 거군요. 하지만 흑월과 적월 둘과는 따로 말을 해 둬야 할 거예요. 그 둘은, 월영문을 봉문(封門)한다고 해도 도 대협을 따르겠다고 우기고 있으니." "그, 그런..." 겨우 원상태로 되돌아왔던 도화령의 얼굴이 다시 붉어졌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월유영은 소매로 입가를 가리고 쿡쿡거리며 한참을 웃 었다. "..." 남궁성은 묵묵히 비와 안개에 휩싸여 흐릿하게 보이는 소림사를 바 라보고 있었다. 이제는 완전히 남자 복장을 한 그의 옆에는 그와 놀 라울 정도로 닮은 십팔 세 정도의 미녀가 서 있었다. 남궁성의 여동 생인, 진짜 남궁란이었다. 아름다우면서도 위험한 분위기를 만들어내 던 변장한 남궁성과 외모는 비슷했지만, 동생 쪽은 차분하면서도 귀 여운 느낌이었다. "오빠, 괜찮겠어?" "걱정마." "몸도 안 좋으면서 무리하는 것 아냐?" "그래도 안 갈수는 없지. 천사지존의 사령에 씌여 있던 동안 벌인 죄가 너무 많아서 말야, 그냥은 왠지 넘어가기가 싫거든?" "..오빠는 싸움을 너무 좋아해." "맞는 말이야." 남궁성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남장을 하고는 있지만, 그 미소 는 여전히 아름다우면서도 호전적이었다. "저 안에 있는 건 지난 오백 년을 통틀어 최강의 고수야. 천마전혼 대법(天魔傳魂大法).. 마교의 교주는 죽기 전 자신이 지닌 모든 공력 과 기술, 경험까지를 그 대법으로 다음 대의 교주에게 넘겨주게 돼. 그렇게 전수가 계속될수록 마교교주의 힘은 인간의 영역을 벗어나게 되지." "그럼, 이길 수 있는 거야?" "힘으로는 불가능해. 하지만 그 대법에도 약점은 있어." "어떤?" 남궁란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되물었다. "한 사람의 몸에 수십 명의 경험과 기억이 들어가는 거야. 비슷한 성격의 사람이라면 모르지만, 전혀 성격이 다른 사람이 그 대법을 받 게 되면 그 사람은 정신적인 혼란을 일으키고, 결국은 다른 사람의 기억과 자신의 기억을 혼동하며 정체성을 잃고 미치게 되지." "그런...." "내가 천사지존일 때 천마대제는 분명 그렇게 되어가고 있었어. 이 전쟁을 시작했을 때부터, 그는 졌었던 거야." "..." "그러니까 우리는 꼭 이길꺼야. 걱정말라고." 남궁성은 동생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준 후 다시 소실봉 쪽으로 고 개를 돌렸다. "몸은 괜찮습니까?" "....졸려요." 주위의 비장한 분위기에서 혼자 동떨어진 듯한 예련의 대답에 배리 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 일이 끝나면 어쩌실 생각입니까?" "...아마도, 돌아가는 쪽이겠지. 남궁성이 독왕전에서 화암정이라 는 물건을 가지고 왔거든. 거기 실린 힘을 잘만 이용하면 돌아가는 데 필요한 마력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아. 뭐, 그 전에 철성부터 안전 한 곳이 되어야겠지만 일 년이 지나려면 아직 시간이 남았으니까." ".." "그런 눈으로 보지 말라고. 나는 무림인도 아니고, 이 세계의 사람 도 아닌걸. 이 일에 끼어든 것에 후회는 없지만 결말까지 다른 사람 의 손을 빌린다면 그건 의미가 없어." "..그건 그렇군요." 예련은 고개를 돌려 안개에 덮인 소실봉을 바라보았다. 이미 비는 거의 그친 듯 했다. "자, 출발합니다!" 혜광선사의 말에 모두들 자리에서 일어났다. -------------------------------------------------------------- 랄랄라~ [30] [M/F]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128 -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The Means of Freedom - 外傳 4. 第五章 - 또다른 여행. -------------------------------------------------------- 이상기후의 표본이라 부를 만한 비로 인해 대낮이었는데도 소림사 일대는 짙은 안개로 가득 차 있었다. 그 안개 속을 뚫고, 수백 개의 인영이 소림사를 향해 움직이고 있었 다. 상당한 대인원임에도 불구하고 그들 주위로는 아무런 소리도 들 리지 않았다. 바로 그 옆에 있던 사람이라고 해도 헛것을 보았다고 생각했으리라. 순식간에 소림사의 담벽을 뛰어넘은 삼백 명의 무림맹 정예무사들은 가로막는 마교의 인물들을 풀 베듯 베어넘기며 경내로 진입했다. "적이다!" "기습이다! 모두 나와 적을 상대하라!" 마교 진영은 대혼란에 빠졌다. 낮이였으므로 자다가 일어난 사람은 없었지만 지금 소림사 일대의 기후는 낮과 밤의 구분이 무의미할 지 경인 것이다. 정신없이 무기를 꺼내들고 달려온 마교의 무사들은 짙 은 안개 속에서 적들의 얼굴조차 제대로 보지 못하고 피를 뿌려야 했 다. 이미 교애산에 모인 무림맹의 본진이 이동한다는 보고를 받고 마 교의 정예병력은 모두 소림사 정문 쪽에 모여 있었기 때문에, 뒤에서 뛰어든 이들을 막을 병력은 거의 전무하다시피 했다. "아군의 진열을 흐트러뜨리기 위한 별동대에 불과하다! 백규화, 검 마대(劍魔隊)와 음마대(淫魔隊)를 가지고 가서 놈들을 제압하라!" "존명!" 백규화의 신형이 어둠 속에 녹아들 듯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소림사 본당 부근에 남아 있던 검마대와 음마대의 무사들이 백규화 의 지휘를 받아 겁없이 달려든 무림맹의 별동대를 향해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것은 엄청난 실수였다. 별동대라고 생각한 병력은 사실, 무림맹의 일류고수들로만 이루어진 사실상의 주력이었다. 사실 조영웅 정도의 인물이라면 간파하는 것도 불가능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천마전혼대법의 영향으로 과거의 마교교주들의 정신 에 물들어가고 있는 그는 이미 예전의 조영웅이 아니었다. 간신히 검마대와 음마대의 병력을 수습한 백규화는 급히 전투가 벌 어지고 있는 나한전(羅漢殿)쪽으로 이동했다. '나한전이라면 소림사 경내에서도 상당히 안쪽.. 아무리 기습이라지 만 놈들이 거기까지 들어왔단 말인가?' 백규화의 이마에 주름살이 지어졌다. 왠지 모르게 불길한 느낌이 들 었다. 그리고, 그 느낌은 얼마 가지 않아 사실로 바뀌었다. 지금 그녀가 지휘하는 검마대와 음마대는 사실상 예비병력 수준이었 다. 음마대는 도저히 상식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주인을 세 번이나 잃음으로서 전력과 사기 모두가 땅에 떨어진 부대였고, 검마 대는 계속되는 무림맹과의 전투와 최근 며칠간의 경계태새로 인해 지 칠대로 지쳐 예비부대로 돌린 상태였다. 그런 부대가, 무림맹의 주력 과 부딛친 것이다. "쳐라!" 사기충전한 무림맹 무사들이 함성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그 기세에 놀란 백규화는 자신이 당했다는 것을 깨닫고 병력을 뒤로 빼려 했지 만 그러기에는 이미 늦었다. 지형의 잇점조차 살릴 수 없는 마교 측 병력은 도저히 그 공격을 막 아낼 수 없었다. 칼과 칼이 부딪치고, 정사(正邪)양도의 절기들이 화 려하게 허공을 수놓는 가운데 마교 무사들은 하나둘씩 목숨을 잃기 시작했다. "이놈들!" 달려들던 무당파의 검수 두 명을 날려버린 백규화는 적진으로 뛰어 들며 마구잡이로 장력을 뿜어냈다. 그 기세에 놀란 무림맹 부대의 선 두가 주춤거렸지만 그것도 오래 가지 않았다. "전에 본 적이 있는 얼굴인 것 같은데. 다시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 다." 머리를 길게 기른 회색 승포 차림의 청년 하나가 백규화를 향해 다 가왔다. 단순히 걷는 것 같았지만 그 움직임은 마치 무게가 없는 듯 가볍기 그지없었다. 소림의 절기 중 하나라는 일위도강(一葦渡江)의 신법이었다. "그래, 음마대의 두 번째 대장이었던 그 녀석이군." "과거의 일입니다." 두 사람은 각자 상대의 허점을 노리며 서서히 접근했다. 둘 다 서로 가 범상치 않은 상대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 동작은 극히 조심스 러웠다. "이쪽에도 있어요." "!" 뒤에서 들려온 소리에 백규화는 크게 당황해서 몸을 돌렸다. 역시 백규화가 잘 아는 여인이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무림의 규칙에는 어긋나겠지만, 이것은 무림맹과 마교의 운명이 걸 린 전쟁이니 격식을 차리지 않겠습니다." 말을 마친 월유영이 천중태극수류를 운용해 일장을 날렸다. 그녀의 무공은 더욱 진보된 듯 그 장력은 막대한 공력이 집중되었음에도 불 구하고 마치 강물이 흐르듯 부드럽기 그지없었다. 동시에 배리 역시 양 손을 합장했다가 내뻗었다. 중원역사상 최강의 기공(氣功)이라는 무상반야진기가 발동된 것이다. 백규화의 안색이 새하얗게 변했다. 한 명 한명이라면 모를까, 저 둘 을 동시에 상대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틈을 보아 피하려고 했지만 앞 뒤에서 날아든 공격에는 전혀 빈틈이 없었다. 어쩔 수 없이 그녀는 양 손을 뻗어 두 가지 장력을 동시에 맞받아쳤다. 콰아아아아! 땅이 뒤흔들리고 엄청난 폭풍이 일어나 주위를 뒤흔들었다. 흙먼지 들이 휘말려 올라가며 하늘이 좁다고 아우성치고, 근처에 있던 수백 근은 될짐한 석등(石燈) 몇 개가 부러지며 폭풍에 휘말려 날아올랐 다. "크윽!" 백규화가 입에서 한 사발은 됨직할 피를 토해냈다. 그녀를 중심으로 반경 십여 장은 될짐한 구덩이가 만들어져 있었다. 그만한 충격을 받고 인간의 몸이 무사할 리는 없었다. '혈맥이 끊어지고 오장육부가 뒤틀렸다.. 이 상태로는..' 백규화는 남은 공력을 모조리 끌어올리며 몸을 날렸다. 일단은 후퇴 해야 했다. 예비부대에 불과한 검마대와 음마대는 전멸하더라도, 절 대고수가 모자란 마교에서 삼장로 중 하나인 그녀가 사라지게 되면 전력에 막대한 공백이 생길 것이다. 하지만 무림맹의 무사들은 그녀를 가만히 놔두지 않았다. 몸을 날리 는 그녀의 앞을 청죽장(靑竹杖)을 든 거지차림의 노인이 가로막았다. 개방의 무영신개였다. "어딜 가려고?" 이미 중상을 입은 백규화로서는 그를 피할 방법이 없었다. 맹렬한 파공음을 일으키며 날아든 청죽장은 정확히 백규화의 사혈(死血)에 격중했다. * * * 지휘자를 잃은 검마대와 염마대는 순식간에 붕괴되었다. 염마대는 처음부터 지휘자가 없었고, 검마(劍魔) 용호쌍검 하우극은 남은 병력 을 이끌고 분전했지만 전력의 압도적인 열세는 어쩔 수 없어 결국 본 진으로 후퇴해야 했다. "뭐라고? 백규화가?" 천마대제의 표정에 처음으로 놀란 빛이 떠올랐다. "적은 단순한 별동대가 아니라, 무림맹의 정예병력입니다. 어서 대 책을 세우지 않으면 놈들이 이곳까지 몰려들 것입니다!" "이런..." 너무 큰 충격 탓이었을까, 천마대제의 눈빛은 오히려 평정을 되찾아 가고 있었다. "여기서 싸우는 것은 불리하다. 후퇴하는 한이 있더라도 전장(戰場) 을 이쪽에 유리한 곳으로 옮겨야 한다." "..그렇다면?" 여수호의 얼굴에 희색이 돌았다. 그의 주군이 원래 모습을 돌아온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아냐. 본교가 무림맹을 두려워해 도망친 적은 오백 년 역사에 단 한번도 없었다. 어째서, 상황이 이렇게까지 악화된 것이냐!" 그 답은 조영웅의 머리 속 한구석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악화된 것 이 아니라, 처음부터 무리한 일이었다고. 마교와 흑도의 전력이 무림 맹을 압도하기 위해서는 오십 년 정도의 준비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 했던 적이 있었던 것 같았다. 하지만, 그는 처음 글을 깨우쳤을 때부 터 마교는 무적이라고 믿어 왔다. 그리고 그 사실은, 그 빌어먹을 절 대신협(絶大神俠)이 나왔을 때를 제외하고는 한번도 틀린 적이 없었 다. 아니, 이것은 누구의 기억이었더라? 절대신협은 오백 년 전의 인 물인데.. 물론 그의 모습이 생생하게 기억나는 이유는 조영웅 자신도 잘 알고 있었다. 천마전혼대법은 무공과 초식뿐만 아니라 시전자가 모든 경험과 지식까지 모두 대상에게 전달하는 마교의 전승대법(傳乘 大法). 조영웅은 몇 달 전 대상교주로부터 그 대법을 전수받았었고, 사십 년 전 전대의 태상교주로부터 그 대법을 전수받았으며 백 년 전 에는... 그것이 자신의 기억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조영웅은 고개 를 흔들었다. "무림맹의 깃발이 보입니다!" 비명에 가까운 외침이 조영웅을 생각에서 깨어나게 했다. 그의 눈에 도 천여 명이 넘어 보이는 무림맹의 전열이 뚜렷하게 보였다. 당황과 혼란 속에서, 조영웅은 자신에게 가장 '익숙한' 명령을 내렸 다. "돌격하라! 천하를 마(魔)의 발길 아래 짓밟아라!" * * * 전세는 무림맹 쪽으로 돌아섰다. 무리한 돌격을 시도한 댓가로 마교의 본진은 전방의 무림맹 본진에 가로막혀 움직임을 봉쇄당하고, 뒤이어 후방에서 달려온 별동대의 돌 격을 받아야 했다. 쇳조각을 모루 위에 올려놓고 망치로 두들기듯, 무림맹은 우왕자왕하는 마교의 무사들을 손쉽게 섬멸해나갔다. "물러서지 마라!" 여수호가 거대한 철봉을 휘둘러 무림맹의 무사들을 쳐넘기며 부하들 을 독려했지만 소용없었다. 이미 지휘체계는 붕괴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남아 있는 마교의 수뇌 부들 중 혈천왕과 만독왕은 무당의 청허자와 포달랍궁의 법왕을 상대 로 싸우느라 정신이 없었고, 오마 역시 무림맹의 각 고수들을 상대하 느라 전황을 전체적으로 볼 여유가 없었다. 그 외 마교에 복속한 흑 도문파들은 대부분 사천왕이나 오마의 명령을 받고 있었으므로 사실 상 마교의 주력부대는 거의 전원이 혼란상태인 셈이었다. "이 쥐새끼가 또!" 철마는 파리라도 쫓는 듯 거칠게 언월도를 휘둘렀다. 하지만 그 자 리에는 이미 상대의 잔상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감히 이 천상천하유아독존궁극절세최강무공의미공자 진가영님을 무 시하다니! 그 댓가를 치르게 해주마!" 진가영의 전신에 예의 뇌전이 흐르기 시작했다. "흑야(黑夜)!" 그가 직접 연구한 풍마뇌신퇴법의 최후 절초는, 바로 이 상대를 위 해 만든 것이었다. 이전까지의 공격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엄청난 위 력에 철마가 입은 두 겹의 갑옷은 종잇장처럼 깨져나갔고, 그 충격은 내장까지 도달해 폐와 심장을 예어놓았다. '...' 살마(殺魔) 무천은 혼란스러운 전장을 헤치며 먹잇감을 찾고 있었 다. 혼전 속에서는 어떤 고수라도 눈앞의 적에 신경쓰기 마련. 그 틈 을 노리고 암습을 가한다면 어떤 고수라도 암살하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운 나쁘게도, 마교 측 무사들의 그림자 속을 숨어다니던 그 의 바로 앞에서 강렬한 기의 폭발이 일어났다. ".." 호신강기를 펼쳤는데도 기혈이 튀들리는 듯한 충격이 전해졌다. 아 마도 무림맹의 절정고수들 중 한 명이리라. 신음이 흘러나오는 것은 억지로 참아냈지만, 그림자를 제공해 주던 마교 무사가 피떡이 되어 날아가 버린 탓에 순간적으로 그의 모습이 드러났다. 쉬익! 어디선가 날아온 한 발의 강전(强箭)이 그의 가슴을 관통했다. '설마..?' 무천의 시선이 화살이 날아온 건물 지붕 쪽을 향했다. 그곳에는 자 기 키만한 철궁(鐵弓)을 든 한 여인이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처음부터..나를 노리고 있었던 것인가..' 흑도 제일의 살수라는 명성에 걸맞게, 그는 죽는 순간까지 한 마디 의 소리도 내지 않았다. 검마 하우극 역시 그의 상대와 마주쳤다. "오랜만이구려. 남궁소저." "아, 그건 여장했을때의 이름이었고, 본명은 남궁성이라고 하오. 그 럼, 그때 진 빛을 갚아야겠군." 하우극이 그의 말을 이해할 틈도 없이 남궁성의 신형은 코앞에 도달 해 있었다. "용호출두(龍虎出頭)!" 하우극의 쌍검이 동시에 정면으로 뻗어나갔다. 하지만 그 순간 남궁 성은 피하거나 안으로 파고드는 대신, 정면으로 그의 검을 향해 양손 을 내뻗었다. "!" 허공으로 떠오르는 그의 분신과도 같은 쌍검을 그는 말없이 바라보 고 있었다. 그의 손에서 튕겨나간 두 개의 검은 공중에서 몇 바퀴 돌 더니 좌우의 바닥에 박혀버렸다. "..무슨 수를 쓴 거지?" "검을 쳐내거나 받아내는 게 아니라, 그냥 칼날에 손을 댄 후 발경 (發勁)을 검에 가하면 그 충격이 진동으로 변해 그대로 손으로 전해 지게 되지. 놓지 않았다면 아마 양 손이 박살났을지도 몰라." "...." 하우극은 묵묵히 바닥에 박힌 자신의 검을 바라보..려 했지만 하나 는 오른쪽 하나는 왼쪽이다보니 어느 쪽을 바라보아야 할지 결정하지 못하고 그냥 남궁성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항복하는 게 어때?" "..그냥 죽여라." "어차피 마교에 복종하고 싶어서 한 것도 아니라면서. 그리고 당신 정도 되는 검사를 잃고 싶지는 않아." "..." 하우극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남궁성 역시, 말없이 그 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이런 바보같은 것들!" 천마대제는 분노에 찬 표정으로 외쳤다. 이미 본진이 붕괴되고 무림 맹의 선봉은 자신이 있는 근처까지 도달해 있었다. "어서 몸을 피하십시오!" 온 몸이 피투성이가 된 여수호가 달려오며 외쳤다. 그 역시 온 몸에 크고작은 부상을 입은 상태였지만 맹렬히 철봉을 휘두르며 천마대제 에게 달려드는 적들을 막아내고 있었다. "무슨 소리냐! 저런 피라미들 따위, 본제(本帝)만으로도 충분히 제 압할 수 있다!" 천마지존의 전신에서 묵빛 강기가 뻗어나오기 시작했다. "천마멸겁수(天魔滅劫手)다! 피해라!" 그 무공을 알아본 무림맹의 선봉진은 주저없이 몸을 돌려 뒤로 물러 났다. 쓸데없이 천마대제와 부딛쳐본들 결과는 개죽음 뿐. 하지만 천마대제는 그들에게 사정을 두지 않았다. 콰아아아아! 묵빛 강기가 폭발하듯 반경 이십여 장을 휩쓸었다. 그 범위에 들어 간 오십여 명의 무림맹 무사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그와 비슷한 수의 무사들이 시체를 간신히 보존한 상태로 사망했다. "물러서라!" 무림맹 측 진영 뒤에서 울려퍼진 사자후와 동시에 천마대제 반경 삼 십 장 안에 있던 모든 무림맹의 인물들이 몸을 돌리더니 뒤도 돌아보 지 않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크크크?.. 보아라, 무림맹이란 이런 겁쟁이들의 집단이 아닌가? 마교의 압도적인 힘 앞에 짓밟히는 것 외에 저들에게 선택은 없다!" "..." 조직 또는 세계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현상은 주로 과대망상증 환자 에게서 볼 수 있다. 현실적이던 자신의 주군이 미쳐가는 모습을 보며 여수호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무림맹 측 인물들이 모두 빠져나간 공간으로 일단의 무리들이 들어 오기 시작했다. 회색 승포를 걸친 삼십 대에서 사십 대 사이의 승려들은 하나같이 범상치 않은 기도를 지니고 있었다. 그 수는 정확히 백팔 명. 백팔나한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주위로 보이지 않는 강기의 막 같 은 것이 겹겹이 펼쳐지며 천마대제와 여수호를 둘러쌌다. 소림의 전설이라는 백팔나한진이 펼쳐진 것이다. "이런 장난 따위로!" 천마대제가 다시 한번 천마멸겁수를 펼쳤다. 마교 제일의 신공이라 는 천마제력(天魔帝力)을 십 성까지 운용해 펼치는 천마멸겁수가 백 팔나한진의 진축(陣軸)에 명중했지만 믿을 수 없게도 그 힘은 주위를 둘러싼 강기의 막을 뚫지 못하고 사그라들었다. 폭발도, 충격도 없 이. "..!" 천마대제의 눈에 경악의 빛이 떠올랐다. 백팔나한진이 서서히 범위를 좁히면서 깊이 수십 길의 물 속에 잠긴 듯한 압박감이 둘을 감쌌다. 천마대제는 일신의 절기를 모조리 발휘 하며 진을 뚫으려 해보았지만 백팔나한진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런..." "제가 혈로를 뚫겠습니다." 여수호가 철봉을 고쳐잡으며 앞으로 나섰다. "어떻게?" "부디, 마교를 꼭 다시 일으켜 세우십시오." 그 말만을 남기고 여수호는 백팔나한진을 향해 뛰어들었다. 그 방향 은, 정확하게 진법이 변화하는 진축이 위치한 곳이었다. "하아앗!" 엄청난 압력이 여수호의 사지를 쥐어짰지만, 뼈가 뒤틀리고 압력을 이기지 못한 피부가 터져나가 피가 뿜어져나왔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멈추지 않고 진축에 서 있는 나한을 향해 철봉을 내뻗었다. 마치 톱니바퀴에 쇠막대를 찔러넣은 것처럼, 백팔나한진의 흐름이 일순간 정지했다. 그리고 여수호의 철봉이 부러지며 그의 몸이 산산 조각으로 터져나가는 순간, 천마대제로부터 묵빛의 섬광이 터져나왔 다. 콰아아! 여수호가 진법을 억지로 멈추게 한 바로 그 장소에 천마대제의 전공 력이 실린 천마멸겁수가 격중했다. 진의 흐름이 멈춘 상태에서 엄청 난 충격이 집중되자 그 힘은 이전까지와는 달리 그 방향에 있는 나한 들에게 그대로 전해졌다. 백팔나한진의 한 구석에서 대폭발이 일어났다. 실로 경천동지(驚天動地)할 일이었다. 소림의 전설이라는 백팔나한 진이, 단 두 사람의 힘에 의해 깨어진 것이다. 모두가 입을 벌리고 그 광경을 바라보는 가운데, 천마대제의 신형이 허공으로 솟구쳐올랐다. "비록 지금은 패했으나, 마(魔)의 하늘은 반드시 그대들을 짓밟을 것이다! 그 순간을 기다리며, 끝없는 공포에 몸을 떨어라!" 천마대제의 음성이 소림사를 뒤흔들었다. 누구도 가로막지 않는 가 운데, 천마대제는 어기충소의 신법으로 공중을 날아 서쪽으로 사라졌 다. ------------------------------------------------------------ 아악.. 최종전투씬이 너무 짧게 끝났어-.-; [31] [M/F]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129 -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The Means of Freedom - 外傳 5. 終章 - 염제(炎帝)의 실수 -------------------------------------------------------- "뭐라고?" 무림맹 수뇌부는 순식간에 초비상상태에 빠져들었다. "천마대제가 제산(梯山)으로 들어갔다고 합니다!" "당장 소림과 무당의 병력을 그쪽으로 돌려라!" "곤륜(崑崙)에 전문을 보내 그 주위를 샅샅이 뒤지도록 지시해!" "그렇게 되면 마교 주력과 대치중에 있는 본진의 전선에 구멍이 뚫 리게 됩니다!" "어차피 다 박살난 패잔병을 상대로 무슨 걱정인가? 태극문(太極門) 과 철혈문의 병력을 증원해서 메꾸도록!" "예!" "저..." 회의실로 들어온 예련은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회의실 전체가 난장판으로 변해 사람들은 정신없이 뛰어다니고 주위로 서류뭉치들이 바람에 날리는 민들레 씨앗마냥 허공에서 팔랑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들이 바닥에 떨어질 때까지 기다릴 여유도 없는지 천수관음(千手 觀音) 흉내를 내며 흩어진 서류들을 금나수법으로 공중에서 낚아채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길이 2차원적으로만 펼쳐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 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공중을 날아 반대편 탁자로 뛰어버리는 사 람도 있었다. 그나마 각 파의 장문인이나 장로급 등 수뇌부들은 그나 마 체면을 지키고 있었지만 그들도 당황과 놀람, 불안에 휩싸여 제 정신이 아닌 듯 했다. "대체 무슨 일입니까?" 숭산의 마교 주력을 몰아내고, 남은 잔당들은 철성에 틀어박혀 농성 중이며 수라왕(修羅王)외에 이렇다할 고수가 남지 않은 철성을 점령 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말을 들은 게 바로 어제였다. 도화령이 마침 일행 앞을 지나가던 무림맹 참모 하나를 붙잡고 물었 다. 솥뚜껑만한 손에 붙잡힌 거의 반쯤 공중으로 들어올려졌음에도 불구하고 가던 길을 계속 가려고 발버둥치고 있었다. "무슨 일이냐니까? 이 천상천하유아독존궁극절세최강무공의미공자 진가영님이 처음 이곳에 들어올때도 놀라지 않던 놈들이 무슨 일이 터졌길래 이 난리를 피우는 거지?" "..진 대협이 들어온다고 무림맹이 놀라야 할 이유는 없지 않나요?" 배연경의 싸늘한 목소리가 진가영의 입을 막아버렸다. "설명 좀 해 주십시오. 무슨 일이 터진 겁니까?" "처, 천마대제가 제산에 들어갔습니다!" 그 참모는 숨을 헐떡이며 간신히 말했다. 그리고는 도화령이 손을 놓자마자 서류를 다시 정리하더니 눈썹이 휘날리도록 어디론가 달려 가버렸다. "설마.." "도 대협, 제산이 뭐하는 곳이죠?" 예련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거기가 마교의 비밀 기지라도 되나? "그곳은.. 염제(炎帝)의 비급이 남아 있다고 전해지는 장소입니다." "염제?" 고개를 끄덕이는 도화령의 얼굴은 굳어 있었다. 고금제일인(古今第一人) 염제(炎帝) 천무한(天無限)! 천 년 무림 역사상 달마(達摩)를 뛰어넘었다고 전해지는 유일한 인 물. 그는 스무 살에 비전을 터득하고 무림출도한 후 각지의 고수들을 찾 아다니며 승부를 청했다. 그의 결투 상대는 하나같이 내노라는 문파 의 고수들이였지만 그는 단 한번도 진 적이 없었다. 그 불패(不敗)의 신화를 칭송하는 자들은 그에게 무적파염(無敵破 炎)이라는 별호를 지어주었었다. 하지만 그 별호를 지은 자들조차도 그때까지는 천무한의 진가를 모르고 있었다. 젊은 층에서 그를 상대할 사람이 없어지자, 천무한은 각 문파의 장 로나 장문인들을 상대로 결투를 청했다. 그가 아무리 뛰어나도 약관 을 겨우 넘은 나이. 노련한 고수들을 상대로는 이길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 예상은 완전하게 빗나갔다. 청성파의 장문인 유벽검(柳霹劍) 한영이 그의 멸천염화력(滅天炎火 力)에 중상을 입은 것을 시작으로, 수많은 고수들이 그의 손에 패배 했다. 그는 흑도와 백도를 가리지 않고 뛰어난 고수가 있다는 말만 있으면 곧바로 그에게 도전했고, 그들 모두를 쓰러뜨렸다. 당시 소림사는 달마대사에 의해 창건된 지 백여 년 정도밖에 지나지 않은 때였고, 혜능(慧能)선사가 장문인으로 소림을 지키고 있었다. 소림의 천년신화를 만든 달마의 수제자인 그는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 천하제일인이었다. 염제가 그에게 도전장을 던졌을 때, 무림의 거의 모든 사람이 그 대 결을 보기 위해 숭산으로 몰려들었다. 결국 숭산의 제일봉(第一峯)에 서 염제의 선공으로 공전절후의 대결은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단 오백 초만에 염제의 승리로 끝났다. 그에게는 천하제일인의 칭호가 붙었으며, 그의 문하에 들기 위해 젊은 무림인 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그러나 염제는 후학을 양성하는 데는 관 심이 없었으며, 더 강한 상대를 찾기 위해 서역으로 건너갔지만 그곳 에도 혜능 이상의 고수는 없었다. 결국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흑백양도의 고수들은 한데 모여 천무한 을 기습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서역에서 돌아온 염제가 제산에 도착 했을 때, 그를 맞이한 것은 중원무림을 대표하는 오백 고수들의 협 공이었다. 그 계획에 반대했던 혜능선사를 제외한 구파일방의 모든 장문인인, 후에 마교의 전신(前身)이 되는 흑도문파의 연합, 흑룡맹 (黑龍盟)의 절정고수들, 소림의 백팔나한진(百八羅漢陣), 무당의 오 행검진(五行劍陣), 마검진(魔劍陣), 천유가의 구궁회진(九宮回陣).. 그야말로 당시 무림의 모든 전력이 염제 한 사람을 상대하기 위해 모 인 것이다. 경천동지(驚天動地)! 하늘과 땅을 뒤집을 듯한 대격돌은 칠 일 밤낮으로 계속되었다. 백 팔나한(百八羅漢)이 재로 화하고, 마검진의 구십육 마검이 한 줌 쇳 물로 변해 녹아내렸다. 염제는 한 팔을 잃고, 온 몸에 백여 개의 암 기를 맞았다. 그러나, 칠 일간의 싸움이 끝났을 때 염제는 살아 있었다. 더 이상 전투가 불가능할 정도의 피해를 입은 흑백도의 고수들이 등을 돌리고 도망쳤을 때, 그는 그들을 뒤쫓는 대신 천지가 뒤흔들릴 정도의 사자 후(獅子吼)를 터트렸다. - 그대들이 정녕 절대자(絶對者)의 존재를 인정하지 못하겠다면, 나 는 무림을 떠나겠다! 그러나 나의 절기는 후대에 전해질 것이며, 그 것을 이어받은 자는 무림의 구성(救星)이 아니면 모든 것을 파괴하는 악마(惡魔)일지니, 그것을 선택하는 것은 그대들 자신이 될 것이다! 그리고 염제는 제산의 화산 속으로 몸을 던졌고, 이후 그의 모습은 무림에 단 한번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 이후 염제는 고금제일인(古今第一人)으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만약 그가 오백 년만 늦게 태어났더라면 마교는 중원무림을 정복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대단하군요." 표현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했지만 특별히 그 이상의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렇긴 하지만 전설로만 알려져 있을 뿐, 실제로 어디에서 언급되 거나 하는 일은 별로 없습니다. 어쨌던 마교가 나타났을 때로부터 오 백 년 전의 인물이니까요. 고금(古今)의 무공서열을 따질 때도 염제 는 논외로 치는 게 원칙입니다." 도화령이 멋쩍은 듯 웃으며 말했다. "그럼 그 제산의 어딘가에 염제의 비급이 남아있다는 건가요?" "아마도 그럴 겁니다. 천마대제도 그렇게 생각하고 그리로 갔을 테 고.." "흥, 이 몸도 들어가지 못했던 곳의 비급을 천마대제 따위가 얻을 수 있다고? 어림없는 소리." "공자님, 저 바보 좀 어떻게 할 수 없어요?" "너보다는 나아." "예월, 너까지!" "어쨌던 지금 천마대제의 무공에 염제의 비급까지 더해진다면 그 일 인으로 능히 천하무림을 위협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무 림맹이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이겠죠." "흐음.." 뭔가 어이없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전설이 사실이라면 그러지 못하라 는 법도 없으리라. 염제는 단신으로 당시 무림의 모든 전력을 상대했 고, 천마대제 역시 현 무림에서 상대할 자가 없는 절대고수. 그 둘의 힘이 한 사람에게 집중된다면.. "하 선녀!" 도플러 효과의 표본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한 음성이었다. 엄청난 속 도로 달려오며 외친 소리는 음속과 그 달려오는 속도가 겹쳐져 파형 이 짧아지며 알아듣기 힘든 이상한 소리로 변했고, 그 때문에 예련은 상대가 자신의 옆에 도착한 후에야 그 목소리의 주인공을 알아볼 수 있었다. "할아버지께서 여긴 무슨 일이시죠?" "헉, 헉.. 소식 들었나? 천마대제가 제산의 분화구에 뛰어들었다는 것 말일세." 무영신개는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듣긴 들었지만.." "지금껏 제산의 용암 속을 뚫고 들어가 염제의 무학을 얻은 이는 아 무도 없었네. 하지만 그것이 천마대제라면, 이야기가 달라지네. 그가 용암 속으로 뛰어든 것은 스스로의 운을 시험하기 위해서라고 해도 상관없지만, 그 정도 되는 인물이라면 그 도박에 성공할 가능성이 충 분히 있어." "그래서, 무림맹에서는 어떻게 할 생각이죠?" "제산으로 추격대를 파견해, 그가 염제의 비급을 얻기 못하게 막을 생각이네. 하지만 제산은 그야말로 용암 덩어리나 다름없는 곳이고, 그 속에 들어갈 수 있을만한 고수는 대부분 마교의 잔당들과 싸우느 라 당장 소집이 불가능하네. 나와 구파일방의 장로들 중 몇몇 정도가 겨우 이동이 가능하네. 그리고 자네들도." "그렇다면, 곧바로 제산으로 출발해야겠군요." 염신의 말에 무영신개는 예의 과장된 몸짓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네. 일단 짐이나 다른 사람들은 뒤쫓아 올 테 니, 일단 몸만 챙겨서 제산으로 가세." 일행이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무영신개는 그의 장기인 경공으로 회 의실 밖으로 달려나간 후 일행에게 따라오라고 손짓했다. "제산이 어디쯤에 있죠?" "장안에서 서쪽으로 칠백 리 정도 가면 나오는 곳이네. 서역으로 들 어가는 길목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거대한 화산이지. 염제가 그곳 에 잠든 이후 한번도 분화하지 않았지만 그 일대에서는 거의 성지(城 地)나 마찬가지인 곳이야." "그럼 여기서 최대한 빠르게 움직여도 사흘은 걸리겠군요." "별 수 없지 않나?" "이번만은 삼음녀들은 동행하지 못하겠군요. 그 바보들을 데려갔다 가는 일행의 속도가 너무 떨어져요." "배 소저의 말이 옳소. 유화에게는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겠군." "그런데 하 소저는 어떻게 우리를 따라올 생각이시오? 경공을 쓸 수 없을 텐데." "전에 써먹었던 방법을 사용해야죠. 일단 제 짐은 모두 진 대협이 맡아주세요. 여기서 하나라도 빠지면 제산에서 선술을 사용하는 데 지장이 있으니까요." 예련은 마침 옆을 지나가던 시동 하나를 붙잡아 자신의 방에 있는 짐 모두를 들고 오도록 시켰다. 심상찮은 분위기를 느낀 시동은 전력 으로 달려가 예련의 마법 물품들을 챙겨왔고, 그녀는 그것을 모두를 진가영의 손에 턱 얹어준 후 무영신개를 돌아보았다. "장안의 서쪽 칠백 리, 화산이라고 했죠? 그럼 공중에서도 쉽게 볼 수 있겠군요." "아마도 그럴 걸세." "그럼 그 앞에서 만나죠. 만에 하나 찾지 못한다면 진 대협이 가진 제 짐이 있는 곳으로 갈 테니까 그렇게 알아두세요." 그 말을 마치자마자 예련은 주문을 외워 예의 파랑새로 폴리모프했 다. 경공술을 사용하는 일행보다 빠르지는 않겠지만, 지형의 영향을 받지 않고 일직선으로 날아간다면 거의 비슷한 시간에 도착할 수 있 을 것이다. 여전히 그 광경에 익숙하지 않은 듯 자신을 바라보는 일행을 향해 날개짓을 한번 해 준 후 예련은 하늘로 날아올랐다. ------------------------------------------------------------- 드디어 에필로그.. [32] [M/F]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130(終) - 강호신행기(江湖神行記) - The Means of Freedom - 外傳 5. 終章 - 염제(炎帝)의 실수 -------------------------------------------------------- 무영신개와 도화령, 진가영, 배연경, 염신의 다섯 사람이 무림맹에 서 제산까지 이동하는 데 걸린 시간은 중원에 기네스북이라는 게 있 다면 기록해도 좋을 정도였다. 단 사흘 만에, 그들은 거의 사천 리 이상을 주파한 것이다. 그와 비슷한 시간에 새로 변한 예련도 제산 부근에 도착했다. 상공 에서 제산을 바라본 예련은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의 고도도 일반적인 조류로써는 도달할 수조차 없는 곳이었는데도, 제산의 꼭대 기는 자신보다 위에 있는 것이다. 거의 5천 세크는 되어 보이는 높이 였다. 화산에서 뿜어져나오는 연기인지 구름인지 알 수 없는 새하얀 안개 같은 것이 산 중턱에 걸려 제산의 모습은 희미한 실루엣만으로 드러나 있었다. 예련은 고도를 낮춰 착륙할 장소를 찾기 시작했다. 이 몸으로는 주 문을 쓸 수 없고, 진가영이 들고 있는 그녀의 마법 물품들을 추적하 지 않는 한 이 거대한 산에서 사람 다섯을 찾아내는 것은 모래사장에 서 바늘 찾기나 마찬가지였다. "하 소저?" 마치 유령처럼 다가오던 희미한 푸른 빛줄기가 인간의 형상으로 바 뀌는 것을 본 염신이 소리쳤다. "예. 모두들 무사히 도착하셨나요?" 윈드 워크(Wind Walk)를 완전히 해제한 예련이 근처의 나무에 힘없 이 기대며 물었다. 파랑새의 형태를 하고 있었다지만 거의 사흘 밤낮 으로 날아온 것이다. 특별히 체력이 뛰어난 편도 아닌 예련이 지금까 지 쓰러지지 않은 것만 해도 대단한 일이였다. "덕분에 별 탈은 없었지만.. 조금만 더 가면 무림맹의 수색진이 제 산 입구에 있을 테니 그곳에서 쉬도록 하지." 무영신개나 다른 일행들 역시 예련보다 더하면 더했지 나은 점은 없 었다. 목적지에 도착했다는 생각에 긴장이 풀린 일행은 간신히 제산 입구까지 도착해 그곳에 진을 치고 있는 무림맹의 무사들과 만날 수 있었다. 제산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무림맹 소속 문파들은 이미 총출동해 주 위를 감시하고 있었다. 물론 근방에 그리 이름있는 문파가 있는 것도 아니라 이들의 힘을 다 합쳐본들 염제는커녕 본래의 천마대제 한 명 도 상대할 수 없을 정도였지만, 그래도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는 낫다는 판단에 배치한 것이다. "별 일은 없나?" 제산을 둘러싸고 있는 무림맹 무사들을 지휘하는 것은 여인들만으로 구성된 선녀문(仙女門)의 문주인 유아련이라는 여인이였다. 무공은 일류라고 불릴 정도까지는 아니였지만 진법이나 기관, 정보수집에 능 한 인물로 알려져 있었다. "예. 아직까지는.." "그럼 두 시진 후에 조사를 위해 출발할테니 그때 깨워주게." "예..?" 그녀가 그 말의 뜻을 이해하기도 전에 무영신개 등은 근처에 펼쳐진 천막 속으로 들어가더니 그 자리에 드러누워버렸다. "..저곳은 부상자 수용을 위해 만든 곳인데.." "어차피 부상자 따위 생길 리도 없으니, 그냥 용도를 바꾸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 "그래야겠군요." 옆에 있던 무사의 건의예 유아련은 고개를 끄덕였다. 일행은 정확히 두 시진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물론 자신들 때문에 그 천막의 용도가 아예 바뀌어버렸다는 사실을 그들이 알 리는 없었 다. 아무렇지도 않게 걸어나온 일행은 유아련을 불러 주위의 지형과 병력의 배치상태를 점검했다. "그러니까, 꼭대기까지 올라가는 건 불가능하다는 거요?" "아마도 그럴 것입니다. 용암이 지금도 계속 흘러나오고 있어 산 위 쪽은 거의 초열지옥(焦熱地獄)이나 다름없습니다. 무공이 낮은 사람 들은 근처에 가기도 전에 타죽어 버릴 정도입니다." "그럼 들어갈만한 길은?" "몇 군데 찾아보긴 했지만 확신은 할 수 없습니다." "상관없네. 일단 지도를 보여주게." "예." 유아련이 제산의 지도를 꺼내 펼쳤다. 붉은 선이 이곳저곳에 그어져 있고 몇 군데에 안으로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입구들이 표시 되어 있었다. "붉은 선은 용암지대인가?" "예. 이쪽은 접근할 수 없어서 정확히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그럼 일단 이 입구들부터 하나씩 조사하기로 합시다. 하 소저, 혹 시 불에 견디는 선술 같은 건 없습니까?" 타클라마칸 사막에서 사용했던 예련의 선술을 떠올린 염신이 물었 다. "있긴 있지만, 용암에 발을 담글 수 있을 정도는 못 되요. 기껏해야 주위의 열기 정도나 막을 수 있을까.." "그 정도면 충분하오. 그럼 하 소저는 그 선술을 준비해 주시오." "예. 하지만 일단 좌표테이블을 기록해야 하니까 반 시진 정도는 걸 릴 거예요." "그렇게 하게." 무영신개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럼 전 측량부터 해야겠군요. 먼저 나가봐도 될까요?" "끝나면 말해주게. 이쪽도 준비를 하고 있을 테니까." 예련이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물품을 꺼내들고 밖으로 나갔다. 마 법을 사용하기 위해 이곳의 좌표테이블을 만들어 놓아야 했다. 중원에 처음 도착했을 때 좌표테이블 기록용으로 준비한 책은 아직 절반 이상이 비어 있었다. 측량막대를 바닥에 박아넣은 예련은 측정 추의 움직임을 주의깊게 관찰하며 빈 종이에 수치를 기입하기 시작했 다. "그럼, 이쪽도 준비하지. 화상을 입을 수도 있으니 덥더라도 두꺼운 옷을 준비해 두게. 가죽으로 된 것이면 더욱 좋고. 나머지 사람들은 주위 경계를 더욱 강화하게나." "알겠습니다." 진가영이 '검은 색이야말로 나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색이다. 다른 옷 따위는 필요하지 않다' 라고 주장하긴 했지만 그 외의 사람들은 유아련의 도움으로 각자 화산에 들어가기 위한 복장을 단단히 준비하 고 나왔다. 예련의 좌표테이블 작성도 끝나고, 일행은 다시 한 자리에 모였다. 그녀가 입고 있는 아데나의 법의는 열기로부터의 보호 능력이 있었으 므로 복장에 더 신경쓸 필요는 없었다. 산으로 올라가는 사람은 배연경을 제외한 나머지 넷으로 결정되었 다. 예련이 쓸 수 있는 주문의 개수가 제한되어 있었기 때문에, 좁은 동굴 같은 곳에서 위력을 발휘하기 힘든 궁술을 지닌 배연경이 빠진 것이다. 그녀는 자리에 남아 유아련 대신 제산의 포위망을 지휘하기 로 했다. "주문은 한 시진 반 정도 지속될 거예요. 뭐 실수로 용암에 빠진다 거나 하면 그보다 먼저 깨져버리겠지만. 일단 한 시진 후에 이 자리 에서 만나죠. 저는 이 주위를 좀 더 조사해 보아야 할 것 같아요." "주위는 왜?" "아직 장담할 것은 아니니까 나중에 설명해드리죠." "알겠네." 무슨 생각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예련이 쓸데없는 짓을 할 리는 없 다는 생각에 무영신개는 순순히 허락했다. "그럼.." 예련이 일행 각자에게 화염 저항(Resist from Fire)주문을 시전했 다. 보조마법 특유의 진동이 피부를 스치고 지나가자 익숙하지 못한 사람들은 불안한 듯 자기 몸을 바라보았다. "잔여마력이 몸에 작용하는 거니까 금방 사라져요. 긁거나 하지 마 세요." 마지막 말에 막 등으로 손을 가져가려던 무영신개가 동작을 딱 멈추 었다. "흐, 흐음." "그럼 먼저 가장 가까운 저 쪽 입구로 가보지." "이 선술이 확실히 열기를 막아주는 거요?" "99%정도까지는 확실하지만, 열기가 안 느껴진다고 너무 안으로 들 어가진 마세요. 주문에도 한계가 있으니까." "자, 한 시진이면 조사하기도 빠듯한 시간일세. 어서 출발하지." "예." 염신, 진가영, 무영신개, 도화령의 넷이 산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예련은 비행(Fly)주문을 외워 공중으로 떠올랐다. 무영신개 등은 경공을 펼쳐 금세 지도에 표시된 입구에 도착했다. 바닥은 용암과 화산재가 굳어져 온통 검은 색이었고 곳곳에 아직 식 지 않아 시뻘겋게 달아올라 있는 암석들이 굴러다녔다. 곳곳에서 수 증기가 뿜어져나오고, 열기에 의해 바람은 제멋대로 흐트러져 불쾌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 중앙에, 지진으로 갈라진 듯한 길다란 틈이 보였다. 사람 하나 정도는 쉽게 들어갈만한 크기였다. "이쪽일세." 무영신개를 선두로 도화령과 진가영, 염신의 넷이 그 틈으로 들어갔 다. 주위의 벽이 반쯤 녹아 흐물거릴 정도로 뜨거운 곳이였지만 신기 하게도 열기는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과연 하 소저의 선술은 대단하군." "그래도 용암은 조심하시오." 일행은 주위를 살피며 주의깊게 전진했다. 처음에는 열기에 주의하 면서 걸었지만 보호 상태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자 열 따위는 상관 없 다는 듯 모두들 빠른 걸음으로 시뻘겋게 달아 있는 통로 사이를 걸어 다녔다. 하지만 거의 한 시진이 지나도록 폭발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의 기세 로 솟아오르는 수증기의 기둥이라던가 지하에 흐르는 용암의 강 같은 것만 보일 뿐, 염제의 비급이 있을 만한 장소는 발견되지 않았다. 예련이 건 주문의 지속시간이 다 되어 간다는 것을 떠올린 도화령이 돌아가자는 신호를 했다. 마음이 급하긴 했지만 주문이 풀리면 이 속 에서 견딜 수 있다는 보장이 없었기에 일행은 들어온 길을 되돌아 나 와 처음 왔던 장소로 돌아갔다. 하지만 예련은 그 자리에 없었다. 조금 늦는가보다 하고 생각했었지 만 한 시진이 지나고 두 시진이 되도록 그녀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 다.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가?" "글세요. 그러고보니 하 소저가 자기한테 그 선술을 걸었었나요?" "그러고보니.. 그건 잘 모르겠는데?" "설마.." 일행의 머릿속을 불길한 상상이 스치고 지나갔다. "찾으러 가봅시다!" "어떻게? 이미 한 시진 반이 지났어. 하 소저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 고 헤메기에는 너무 위험해." "그렇다고 이대로 있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 도화령이 미간을 좁혔다. 그가 익힌 무공은 화령진멸신공과 강력한 호신강기를 특징으로 삼는 은월천기공(銀月天氣攻). 자신이라면 저 속에서도 어느 정도는 버틸 수 있을 것이다. 도화령은 최악의 경우 혼자서라도 예련을 찾아나서기로 결심했다. "응?" 갑자기 무영신개가 고개를 들어 위쪽을 바라보았다. 일행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그 쪽으로 따라갔고, 그들 모두는 그들의 머리 위에서 바 람에 휘날리는 새하얀 물체를 볼 수 있었다. "하 선녀!" 도화령이 가장 먼저 소리쳤다. "아, 조사가 생각보다 길어져서요. 늦어서 죄송해요." 공중에서 내려온 예련이 건성으로 대답하며 왼손을 들어올렸다. 화 상을 입었는지 피부가 붉게 달아오르고 곳곳에 물집이 잡혀 있었다. "그 손은?" "실수로 조금 데인 것 뿐이예요." 그렇게 말한 예련은 곧바로 회복주문을 외워 왼손을 치료했다. "뭔가 알아낸 게 있는 모양이군?" "예. 잘하면 공들여 천마대제를 찾아다닐 필요가 없을지도 모르겠어 요." "어떻게?" "무림맹과 호협곡(虎峽谷)에 최대한 빨리 연락을 취해 주세요." 예련이 왠지 씁쓸해 보이는 표정으로 제산을 돌아보았다. * * * 여기가 어디지..? 처음 눈에 보인 것은 일렁거리는 붉은 빛 뿐이었다. 하지만 서서히 시력이 돌아오면서 주위의 사물이 제 형상을 찾기 시작했다. "크윽.." 머리가 깨지는 듯한 통증에 천마대제 조영웅은 신음을 흘리며 이마 를 감싸쥐었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화산 속을 조사하다가 용암에 떨어진 것까지는 기억이 났다. 그리고 그 속에서 순간적으로 보였던, 그가 아닌 다른 사람이라면 분명 발견 하지 못했을 작은 반짝임. 떨어지기 직전 그는 거의 본능적으로 그 방향을 향해 몸을 돌렸었다. 그리고.. 어느새 시력이 거의 회복되어 있었다. 고개를 돌린 주영웅은 주위의 모습에 순간 말문을 일고 말았다. "이것은..." 그가 누워 있는 곳은 거대한 백색의 제단이었다. 길이는 오 장 정 도. 은은한 흰빛을 뿜어내는 원형의 제단은 믿을 수 없게도 끓어오르 는 용암 한가운데 떠 있었다. 마치 바다 위의 조각배처럼. 네 방향에 박혀 있는 두께 한 자 정도의 막대만이 풀무질이 잘 된 강철을 연상 시키는 검붉은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던 조영웅은 그제서야 자신의 몸이 거의 완치된 상태 라는 것을 깨달았다. 분명 무림맹과의 싸움에서 중상을 입었었는데? 몸의 상태를 살펴보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공력을 돌리려던 조영웅은 또한번 경악했다. 아주 약간의 힘만을 혈도로 돌렸는데, 갑자기 해일 같은 기운이 단전으로부터 뿜어져 나와 몸 속을 순환하기 시작한 것 이었다. 그 힘은, 마교의 진전을 이어받은 그조차도 경험해 본 적이 없을 정도로 거대한 것이었다. 자신의 몸에 흐르는 것이 극양(極陽)의 특성을 지닌 공력이라는 것 을 깨닫는 데는 약간의 시간이 걸렸다. 노화순청(老火純靑)이라는 말 조차 모자랄 정도로, 그것은 불꽃이라는 특성을 초월해버린 힘이었 다. 그때였다. 공력을 순환시키던 주영웅의 정면에 붉은 글자들이 떠오 르기 시작했다. 그것은 고대의 범어(梵語)로 된 문장이었는데, 글자 하나하나가 마치 살아있는 듯 생동감이 넘치는 필체로 씌여 있었다. 이 글을 보는 자는 본제(本帝)의 천멸염(天滅炎)을 얻은 자일 것이다. 본제는 중원무림의 비겁자들과 싸운 후, 지하 천 장 밑에 있 는 용암 위에 만년한옥(萬年寒玉)으로 제단을 만들고 본신의 모든 공력을 신화(神火)로 바꾸어 이곳을 찾아올 후학을 위해 보관해두었다. 진정으로 강한 자이거나 하늘의 선택을 받은 자 만이 이곳에 들어올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안배였다. 이 글이 보인다는 것은 이미 그대가 그 힘을 모두 얻었음을 의미하며, 이제 그대의 앞을 가로막을 자는 천하에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본제는 복수 따위에는 관심이 없다. 그 비겁자들은 복수할 가 치조차도 없었다. 이 글을 읽는 자는 그대가 얻은 힘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사용하라. 그것이 무림을 구원할 것인지, 파 멸로 이끌 것인지는 그대의 손에 달려 있다.. - 천하제일무(天下第一武) 염제(炎帝) 천무한(天無限). 주영웅의 가슴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그는 고금제일인의 무공을 손에 넣은 것이다. 단신으로 중원무림 전체와 싸울 수 있을 정도의 힘을 말이다. 그의 감정에 동조하듯 몸 주위로 새하얀 불꽃 같은 기운이 퍼져나왔 다. 모든 것은 극에 이르면 하나로 통한다고 했던가. 극양(極陽)의 길로 시작했던 염제의 멸천염화력은, 이미 그 속성을 뛰어넘어 하나 의 완벽한 무공이 되어 있었다. "크크큭...크하하하핫!" 엄청난 내력이 실린 광소가 주위로 울려퍼졌다. 화강암으로 된 주위 의 암벽이 뒤흔들리고, 용암이 미친 듯 끓어오르며 거대한 파도를 일 으켰다. 천장이 경련하듯 진동을 일으키더니 돌부스러기들이 우수수 떨어져 용암 속으로 가라앉았다. 갑자기 전해져 온 불길한 느낌에 조영웅은 광소를 멈추었다. 용암의 파도는 가라앉았지만 천정과 주위의 벽은 거미줄같은 금이 계속해서 번져나가고 있었다. 설마.. 조영웅은 주위를 돌아보았다. 이곳은 지하 천 장 깊이에 위 치한 장소. 만에 하나 이곳이 무너진다면..? 천장에 뚫려 있던 구멍 위에서 커다란 화강암 덩어리 하나가 제단 위로 떨어졌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제단의 한쪽에 균열이 생겼고, 곧이어 주위의 벽 전체가 흔들리면서 용암이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희미한 폭발음 같은 소리가 멀리서 들려왔다. 그리고 잠시 후 무언 가 갈라지고 흔들리는 듯한 소리가 사방에서 울려퍼졌다. 조영웅의 고개가 위쪽을 향했다. 암석이 갈라지고 부서지는 소리가 계속해서 커지며, 금이 간 천장에서 커다란 돌덩이들이 주위의 용암 위로 떨어져내렸다. 그리고 잠시 후, 주위의 벽들이 무너져 내리며 멍하니 서 있는 조영 웅과 제단을 덮쳤다. 만년한옥으로 된 제단이 산산조각나 용암 속으 로 가라앉았고, 그 위로 떨어져내린 암석들은 주위의 용암 바다를 완 전히 메워버렸다. * * * 사람들 모두가 넋을 잃고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제산은 천 년간의 잠에서 깨어나 요동치고 있었다. 그동안 억눌렀던 열기를 한꺼번에 배출하듯 화산은 맹렬한 기세로 터져올랐고, 연기와 화산재는 이미 하늘을 뒤덮어 해를 볼 수 없을 정도였다. 연기와 불 덩어리를 끊임없이 내뿜는 분화구는 마치 지옥의 입구인 듯 했다. "이런 일이.. 가능한 겁니까?" 도화령의 음성은 하늘을 뒤덮은 폭발음과 땅을 뒤흔드는 진동음에 묻혀 바로 옆에서 측량에 몰두해 있는 예련의 귀까지도 도착하지 못 했다. 상대가 듣지 못했다는 것을 안 도화령은 다시 한 번 큰 소리로 외쳤다. "이게 우리가 한 일이 맞는 겁니까?" "예." 예련의 대답은 너무나 간단해서 오히려 도화령 쪽이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어떻게 이런 일이.." 그 뒤에 서 있던 신풍검대원들도 말을 잇지 못했다. 그들은 호협곡 의 지하에 보관되어 있던 폭약을 가져와 예련이 지시한 제산의 각 장 소에 묻은 장본인들이었다. 하지만 그들조차도 자신들이 한 일이 이 런 결과를 가져오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주위의 마나 흐름의 조사를 끝낸 예련은 측량자를 접어서 옆에 내려 놓은 후 결과값을 책에 기록했다. "..." 루즈의 좌표테이블을 기록하기 위해 만든 책은 아직도 절반 이상이 백지로 남아 있었다. 빈 종이를 보니 문득 옛날 생각이 났다. 일기 쓰기를 그만둔 것이 언제 일이였더라? 예련의 손에 들린 펜이 종이 위를 미끌어지듯 움직였다. '..천 년 전, 중원 역사상 가장 강력한 무공을 지녔다고 알려진 인 물이 이곳 염천의 화산 아래에 자신의 무공을 기록으로 남겨두었다고 한다. 찾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고, 찾았다고 해도 들어가기 힘들다는 점에서는 상당히 좋은 장소일 것이다. 하지만 내 생각으로 그는 자연과학에 대해 아는 바가 전혀 없었거 나, 지나칠 정도로 무모했거나 둘 중 하나인 듯 하다. 위에 기재된 자료를 통해 알 수 있듯, 이 부근의 모든 마학적, 지질학적 분석 결 과는 이 화산이 가까운 시일 내에 다시 분화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려 주고 있었다. 마교의 교주가 조금 더 현명했다면 화산 속으로 뛰어드는 대신 마교 의 존속만이라도 유지하는 조건으로 휴전협상을 맺었을 것이다. 그를 제거하기 위해 내가 선택한 방법은, 이곳 화산의 분화를 5년 내지 10년 정도 앞당기는 것이었다. 어스퀘이크(Earthquake)를 쓸 수 없었기 때문에 호협곡에 저장되어 있던 대량의 화약을 꺼내 와 화산 의 지맥(地脈)에서 터트리는 방법을 사용했다. 결과는 대성공으로, 지금 내 눈앞에는 데저트 월(Desert wall)의 붕괴 이후 가장 거대한 장관이 펼쳐져 있다. 마교교주의 죽음은 확정적이다. 이곳 제산의 고도는 약 5천 세크. 중원의 초인적인 무공이 3500도의 용암에서 몸을 지켜줄지라도, 그 위로 떨어지는 1560억톤의 암석은 그에게 인류역사상 가장 거대한 무 덤을 만들어 줄 것이다. 전쟁은 끝났다. 하지만 이 무익한 행위에 대해 내가 하고 싶은 말 은, 중원이던 대륙이던 간에 이런 일은 결코 벌어져서는 안 된다는 것 뿐이다...' 날려온 화산재가 시야를 가렸기 때문에 예련은 기록을 멈추었다. 하 늘은 태양이 사라진 듯 검게 변해 있었지만, 바람이 화산재와 연기를 날려보내면 며칠 안에 원래의 푸른 빛을 되찾을 것이다. 이제 이곳에서 자신이 할 일은 없었다. 하예련- 프리시안의 성직자 에릴 레아스는 죽은 자를 위한 기도를 올린 후 몸을 돌렸다. - 終 - ------------------------------------------------------------- 드디어 완결입니다. 뭐랄까요. 방방 뛸 정도로 기쁘지도 않고, 그렇게 아쉽다는 느낌이 드는 것도 아닌데 복잡한 생각이 계속 드는군요. 시원섭섭하다고 해 야 할까요. 개인적으로는 꽤 아쉬운 결말입니다. 분량의 문제도 있고, 시간이 부족한 것도 있었지만 어쨌던 많이 부족한 것 같군요(^^) 그동안 극악의 연재주기와 오타의 숲으로 악명높은 이 졸작을 끝까 지 보아주신 모든 분들과, 그런 속에서도 격려의 말씀 보내주셨던 분 들께 감사의 말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럼.. 륜 흠..... 이렇게.. 끝나는 건가요,, 아쉽네요.. 허무하기도하고. 더 좋은 소설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2002/05/24 00:05 루시피르 흠... 예련의 외전좀 써주세요... 예련이.. 판타지 세계에 있을때.. 동료들하구.. 던전탐험 같은거여.. 근데.. 예련은.. 잘 돌아 갔을려나... 쪼금 허무하네요.... 2002/05/25 23:39 네이아르 하.. 하.. 음.. 좀더 갈끔한 결말을 예상.. 했었는데요... 음.. 나브다곤 할수 없지만.. 허무하네요. 예련은 언제나 돌아가려나요..? 죽치고 살진 않.. 죠? 아마도...ㅡㅡ;; 2002/06/09 1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