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脣驚魂을 시작하면서 독비경혼은 <경혼(澤챔 >이라는 타이틀하에서 촐간되었던 세 번째의 작품 이다. 이미 출간된 {금검경혼(金劒驚魂)>과 뇌정경혼(곪震驚魂)>, 그리고 근래 에 나간 {천마경흔(天魔驚魂) }이 서로 내용상의 연관이 없듯이 독비경흔도 마찬가지로 독럽된 다른 작품이다. 하지만 순수 정통무협 (正統武俠) 을 표방한다는 점에서는 은연증에 연관 을 가지고 있다 할 것이다. 이 독비경혼은 그 당시에는 매우 보기 드문 작품이었다. 당시는 믈론이고 지금에 이르러서도 거의 신격화된 주인공이 신체느 일 부를 잃어버리고 인간적인 갈등을 겪으면서 완성되어 가는 과정을 그린 작 품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에 이르러서는 그 신선감이 조금은 퇴색된 느낌이 있지만 작픔 전체 에 흐르는 비장(悲壯)한 느낌은 무거울 수도 강렬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 독비경흔이 여타의 다른 작품과는 달리 대단히 무거운 톤이 전펀에 걸쳐 흐르고 있다는 점이다. 그것이 정통(正統)적인 무 협에 근거하는 것임을 굳이 말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쉽게 읽어 낼 수 있 는. 근래 시증에 범람하는 작품들과 무엇이 다른가를 한번 살펴보는 것도 홍미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언제나 그렇듯. 작품에 관한 비펑은 독자 여러분의 몫이다. 하지만 본인의 삼십여 작품 증 세 번째로 쓴 이 독비경흔이 작가 본인이 가장 애착을 가지고 쓴 작품 증의 하나라는 것만은 말씀드리고자 한다. 단기 4329년 3윌. 蓮華靜하에서 金剛. 헷 냉심무정꾄(澤心無懼驅1 서 장 냉심무정(冷心無惰)의 재현(再現) 제2상 혈겁(1;1) 제3장 신비(神秘)한 가마 씨1짓 공포(恐術)의 십이혈룡(十二血龍) 제상 역기충혈대법(逆氣沙血大法) 제6장 신비막측(料秘莫側) 제7장 절학(絶뭏)법화지(뛴擧指) 제장 구류방주(九流찮초1 제9장 신세지미(身世之誕) 줴장 위진무림(威震武林) 제1장 함정(陷柰) 퇴 룹 신확(神勳와 전, (懷料. 그것은 늘 사람의 가슴을 뛰게 만든다. 무림(武林) 이라고 하는 곳은 바로 그러한 신화와 전설이 꿈임없이 만 들어지고 사라지는 곳이다. 그 숱한 신화와 전설들 가운데 유난히 신비로운 전설 하나가 전해지 고 있으니 그것은 혈해 (血海)의 전설이다. '혈해' 라는 공포스러운 이름을 가진 이곳이 과연 어디인지, 무엇을 하는 곳인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그곳으로 가는 길이 적 힌 지도라는 혈해보도(血海賓圖)의 전설은 천하무림인들의 숨을 가쁘게 하고 가슴을 뛰놀게 하기에 족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누구든지 혈해를 찾기만 하면 천하제일의 무공을 얻을 수 있다고 알 려져 있기 때문이다. 천하제일(天下第一) 무공을 연마하는 무림인으로서, 검을 잡아 본 사람이라면 그 누가 이 이름 앞에서 초연할 수 있으랴 과연 혈해가 어디에 있는지조차 모르는 상황. 그런데도 혈해보도가 나타났다는 소문이 퍼지면 그 일대는 피 튀는 아수라장이 되어 수많은 기인고사(奇人高士)들이 피바다[血海= 속에서 헛되이 죽어 가야 했다. 혈해보도의 전설이 강호상에 유전(流轉) 된 지 백여 년 동안 혈해보도 송心無情 5 는 모두 세 차례 나타났고, 그때마다 처참한 쟁탈전이 벌어져 사상자의 수는 산과 같고 그들이 흘린 피는 바다를 이룰 정도였다. 그렇지만 그 누구도 혈해보도의 주인은 되지 못했다. 그처럼 참흑한 혈겁(血劫)을 불러일으킨 혈해보도는 한차례의 혈겁 1후에는 신비하게 종적이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이십 년 전, 혈해보도가 마지막으로 나타났을 때에는 천여 명의 무림 인들이 피바다 속에 쓰러지는 전무후무한 대참극(大慘廬]이 발생하였다 .그로 인해 무림의 원기는 크게 상하게 되었으며, 강력한 힘으로 강호 무림의 안녕을 주도해 나가고 있던 소림(少林) 과 무당파(料舊物를 비 롯한 구대문파(九大댜料의 세력이 결정적인 타격을 입게 되어 강호통 제의 기능을 상실하게 되었다. 것이 강호의 철칙 정도(正붙)가 약해지면 마도(魔舊) 가 머리를 드는 (鐵則)이다. 무림 중에 먹구름이 고개를 드는 것은 당연했다. 그렇게 이십 년의 세월이 흘렀다. 혈해보도의 모습 또한 이십 년 동안 보이지 않았다 당시의 참극(慘廬]을 겪은 노강호(老江湖)들은 혈해보도가 한번만 더 강호상에 모습을 드러내면 중원천지가 바로 혈해가 되고 말 것이랴고 고개를 흔들고 있었지만 이미 전설화(傳說化) 된 혈해보도를 노리는 사 .람들은 지금도 사라지지 않았다. 과연 존재하는지조차 알 수 없는 한 장의 지도 과연 그곳이 가리키는 혈해(血海)란 어떤 곳인지, 있을지 거기에는 무엇이 지난날의 전설을 떠올리는 사람들의 눈길에는 아직도 미련이 역력함 을 부인할 수 없었다. 16 獨뿡驚魂 第 골 冷 心 無 情 의 再 現 느二을이 지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푸른 물을 홀려 낼 듯이 맑고 푸르른 청옥멎을 띠고 있던 서펀 하늘은 서서히 분홍멎으로 변해 갔다. 분홍빛은 점차 진 홍빛으로, 이윽고는 온 하늘이 타는 듯한 붉은빛으로 물들었다. 하 늘뿐 아니라 구름까지도 붉게 타올랐다. 노을멎은 마침내 온 산하(山河)를 붉게 물들였다. 그 광경은 실로 아름답기 그지없어 일대 장관을 이루었다. 하지만 이 혈흥색 (血料흔)의 노을이 천하를 뒤덮고 있는 광쩡은 어떻게 보면 선혈을 뒤집어쓴 듯하여 섬뜩한 느낌이었다. 그것은 마치 이제부터 시작될 어떤 일을 예고하는 것 같기도 했 다. 타는 듯 천하를 뒤덮은 붉은 노을 속으로 한 괼의 건장한 백마 가 한가롭게 나타났다. 한눈에도 보기 드문 천리준구(千里竣勳)임을 알 수 있는 백마의 따폐情 19 전신에는 잡털이라고는 찾아볼 수조차 없었다. 그 위에는 대조적으로 일신에 흑의를 걸친 준수한 공자(公子) 한 사람이 앉아 있었다. 그의 얼굴은 미남임에는 분명하나. 결코 옛날의 반안(濃安)이나 자도(子都)와 같이 세상의 인구(人) 에 회 자(贈킹되는 절세의 용모는 아니었다. 그러나 그에게는 뭐라고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기이한 분위기가 있었다. 그 분위기는 그와 매우 독특한 조화를 이루어 누구든지 한 번 그를 보고 나면 다시 한번 쳐다보지 않을 수 없게 하는 마력을 낳고 있는 듯 보였다. 오늘따라 기이하도록 붉어 보이는 노을을 감상하기라도 하는 듯 이 그는 머리를 가볍게 쳐들고 하늘을 보고 있었다. 먼 곳을 보듯 가늘게 뜬 눈과 노을에 젖은 우뚝한 콧날, 날카롭 게 선을 그으며 닫힌 입술의 끝에는 한 가닥 담담한 미소가 떠올라 있는 것 같았다. 그의 미소는 부드럽기보다 냉오 우컸料해 보였다. 붉은 노을 속에 나타난 백설같이 횐 준마와 그 위의 흑위공자의 모습은 미묘한 조화를 이루어. 보는 이로 하여금 무어라 형언할 수 없는 신비감을 낳고 있었다. 그때. 하늘을 바라보고 있던 그의 가늘게 뜬 두 눈에서는 한 가 닥 기이한 광채가 번뜩이더니 사라졌다. 그리고 다음 순간에 급촉한 말발굽 소리가 그 조용하고 기이한 분위기를 깨뜨리며 들려 왔다. 이어 길게 뚫린 관도 저편에서 황진(黃壓)이 미친 듯 일어나더 니 한 필의 말이 쏜살같이 질주해 왔다. 히히히헝 ! 말은 흑의공자 바로 앞까지 와서 외마디 울음을 토해 내면서 그 대로 거품을 내뿜으며 쓰러졌다. 말이 온통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 2 8 는 것으로 보아 먼 길을 달려온 것이 분명했다. 전신의 처참한 상처에서 피가 계속 흘러내리는 것으로 보아 필 시 처절한 격전을 치르고 여기까지 달려온 것이 틀림없었다. 말이 쓰러져 숨을 거두는 순간에 한 인영이 그 말 위에서 뛰어 내렸다. 신법은 정교했지만 인영은 땅에 내려서는 순간에 비틀거 렸다. 그것은 그가 상처를 입고 있음을 의미했다. 바로 앞에서 벌어진 돌발적인 사태에도 흑의공자는 마치 그 일 을 보지 못한 듯 조금도 표정을 변화시키지 않고 노을만 바라보고 있었다. 획 !휘휘 -익 ! 옷자락이 허공을 스치는 소리가 연이어 들리면서 대여섯 명의 인영이 뒤를 따라 바람과 같이 그 자리에 나타났다 그들은 땅에 내려서기가 무섭게 좌우로 흩어지며 말에서 내린 인영을 포위했다. 죽은 말 위에서 뛰어내린 사람은 겨우 삼십대가 될까 말까 한 유생이었다. 그 기도가 속되지 않아 무명지배는 아닌 듯했다. 하지만 그의 위축된 모습과 전신에 낭자한 핏자국은 그가 증상 을 입고 있음을 응변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으흐흐. .. . 네놈이 가면 어디까지 가겠느냐? 지금이라도 그것 만 내놓으면 목숨만은 살려 주마.' 포위한 여섯 명 중에 안색이 음침하고 매부리코를 한 서생 차림 의 중년인이 소리쳤다. '홍!' 포위당한 유생은 코웃음을 치며 천천히 뒤로 물러섰다. 기회를 보아 몸을 뺄 심산인 듯하였지만 그는 이미 포위당한 상 태였다. '끝내 네놈이 경주를 마다하고 벌주를 마시고 싶단 말이지? 관 따心無情 21 을 봐야 눈물을 흘리겠다면 얼마든지! 쳐라!' 서생 차림의 중년인이 여유를 두지 않고 차갑게 외쳤다. 획!획 1 옷자락이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여섯 명의 인영들이 한꺼 번에 부상당한 유생을 덮쳐 갔다. 부상당한 유생은 이를 악물더니 전신의 기력을 모아 팔방풍우 (八方風雨)의 초식으로 앞과 좌우를 휩쓸어 갔다. 팔방퐁우라는 것은 사방을 휩쓸어 내는 초식으로 다수의 적과 상대할 때 효과가 크다. 하지만 그런 만큼 힘이 뒷받침이 되어야 하는데 이미 중상을 입 은 그에게 있어 그것은 무리일 수밖에 없었다. 펑 '으윽!' 폭음과 함께 답답한 신음이 터져 나왔다. 상대의 공세를 견디지 못한 그 유생은 잇따라 뒤로 물러서다가 마침내 선혈을 토해 내며 그대로 쓰러져 버리고 말았다. 그가 쓰러진 곳은 공교롭게도 바로 백마의 앞이라 천천히 걸음 을 옮기고 있던 백마는 걸음을 멈추지 않을 수 없었다. 쓰러진 유생은 안간힘을 쓰면서 다시 일어났다. 하지만 그가 일어났다고 어찌 사태가 달라지랴. 일어서자마자 그는 중년서생이 재차 날린 장력에 가슴이 격중되 어 한소리 비명과 함께 신형을 가누지 못하고 백마에 부딪쳐 갔다 .그의 입에서 토해진 선혈이 허공을 수놓았다. 마상의 흑의공자는 이것을 보고도 안색 하나 변치 않고 여전히 보일 듯 말 듯한 담담한 웃음을 띠고 있었다. 그의 태도는 시종여 .일하여 눈앞의 모든 것이 보이지 않는 것 같았다. 그 순간, 흑의공자가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음에도 백마는 22 옆으로 몇 걸음 옮겨 놓았다. 정확하게 쓰러지는 유생을 피한 것이다. 쓰러지려던 유생은 괴이함을 느낀 듯 비틀거리는 신형을 가누다 흑의공자를 쳐다보았다. 순간, 그의 안색이 돌변하면서 외마디의 외침이 터져 나왔다. '모용대협" 그의 어조는 가볍게 떨리고 있는데 거기에는 기쁨과 절망이 뒤 섞여 있었다. 유생의 외침에 태산이 무너져도 눈썹 하나 까닥하지 않을 것 같 던 흑의공자의 안색이 약간 변하며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유생이 .자신을 알아보는 것이 매우 뜻밖인 듯했다. 이렇게 되자 유생은 흑의공자가 탄 백마 뒤에 숨은 꼴이 되었 그 광경에 중년서생이 미간을 찡그리며 차갑게 외쳤다. '이 냄새나는 꼬마 녀석아! 썩 비키지 않으면 네놈도 같이 죽여 다. 버릴 테다1 "당신은 누군데 나를 아시오?' 흑의공자는 중년서생의 말은 들리지도 않는 듯 그쪽은 쳐다보지 도 않고서 유생에게 침착한 어조로 물었다. 그 음성 또한 담담하고 .도 조용했다. 유생은 그를 향쌔 공수(料手)해 보이면서 대답했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한 상태에서도 그의 태도는 짝듯하였다. '소. 소생은 한운장(聞雲莊)의 소장주 옥면서생(玉面書生) 소진천(蘇辰天)입니다. 반 년 전에 소주(蘇州)에서 한번 인사' 옥면서생 소진천은 미처 말을 맺지 못하고 또다시 피를 토해 내 더니,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서 그 자리에 쓰러져 버렸다. 중년서생은 흑의공자가 자신의 말을 무시하자 대노해 아무 소리 증心無情 2 도 없이 흑의공자에게 손을 쓰려고 하였다. 흑의공자는 고개를 돌 .리고 있는지라 그의 공세가 실패할 리가 없었다. 하지만 옥면서생 소진천이 쓰러지는 것을 보자 그는 흑의공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옥면서생에게 덮쳐 갔다, '물러서지 못할까?' 나직하면서도 항거할 수 없는 위엄이 담긴 음성이 터졌다. 중년서생은 자신도 모르게 덮쳐 가던 신형을 멈추고 뒤로 한걸 음 물러서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은 뒤의 다섯 명도 마찬가지였다. 중년서생은 그제서야 마상의 혹의공자가 단순한 인물이 아님을 깨닫고 그를 다시 보지 않을 수 없었다. '너는 어느 문파의 누구냐?' 일단 상대를 알고 나서 수단을 강구하겠다는 심산이었다. 그런데 흑의공자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중년서생과 그 일행을 일별하곤 혼자 말하듯 중얼거리는 것이 아닌가. '어느 집 개가 노을을 보고 이토록 짖어대는가 했더니 개도 아 니고 여섯 마리의 쥐새끼들이로군" 증년서생 등은 바로 하북육서(河北六딨로 불리는 자들로서 살 인, 방화, 간음 등으로 악명이 자자한 혹도의 일류고수들이었다 그들 여섯이라면 옥면서생이 비록 무림명가인 한운장의 소장주라 하나 그를 격패시키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들의 일신 무공이 그와 같은데, 나이도 몇 되어 보이지 않는 흑의공자의 모욕적인 말을 듣고 어찌 참을 수 있겠는가? '이 찢어 죽일 놈의 새끼가1' 증년서생 옆에 있던 중년대한이 욕을 하다 말고 갑자기 처절한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중년서생이 깜짝 놀라 보니 중년대한의 입에서부터 뒤통수까지 24 獨랄驚魂 가 꿰뚫려 즉사해 있는 것이 아닌가? '셋째가 어떻게 죽는지 보지도 못했는데. ' 중년서생은 소름이 오싹 끼쳤다. 비로소 그는 조금 전에 옥면서생 소진천이 흑의공자를 모용대협 이라고 부르던 것이 생각났다. 강호무림이 아무리 넓다한들 겨우 이십여 세의 나이에 대협이란 칭호를 들을 인물이 결코 많을 리가 .없다. 중년서생은 뇌리에 문득 한 사람이 떠올랐다. '도. 도망쳐라!' 다음 순간에 그는 귀신을 만난 듯 혼비백산하여 소리치며 전력 을 다해 달아나기 시작했다. 이미 죽어 버린 대한을 제외한 나머지 네 명은 어리등절해 하다 가 사태의 심각성을 경각하곤 몸을 돌려 도망치려 했다. 중년서생 .은 그들의 대형이자 모사(謀士)로서 그들의 행동은 모두 그의 지시 .에 따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흥!' 흑의공자의 입에서 냉소가 터져 나왔다. 그리고 그의 소맷자락이 바람에 나부끼듯 흔들거렸다. '으악! "으아아-악!' 처절한 단말마의 비명이 잇따라 터졌다. 달아나던 하북육서는 채 일 장도 도망가지 못하고 피를 뿌리며 죽어 갔다. 하지만 가장 먼저 몸을 날린 중년서생의 경공은 상당해서 이미 오 장 밖으로 벗어나고 있었다. 오 장이라면 간단치 않은 거리다. .어쩌면 그는 횡액(橫厄)을 벗어날 수 있을는지도 몰랐다. 그때였다. 돌연 백마가 길게 울부짖더니 땅을 박차고 허공으로 날아오르는 것이 아닌가! 冷心無情 25 쓰러져 있던 옥면서생은 절로 입을 벌리지 않을 수 없었다. 흑의공자가 탄 백마가 놀랍게도 단숨에 육칠 장의 거리를 뛰어 넘어 중년서생의 앞을 가로막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뛰 .는 것이 아니라 마치 하늘을 나는 듯하였다 증년서생은 백마가 요을 가로막자 흔비백산해서 엎어질 듯이 몸 을 돌려 도망갔다. 좀 전의 기세둥등하던 모습은 찾아볼 수조차 없었다. '멈추지 못할까' 혹의공자가 차가운 음성으로 외쳤다. 순간. 하늘이여. 왜 나에게 다리를 두 개만 달아 놓으셨소이까? 하고 한탄하듯 죽어라 달리던 중년서생이 마치 얼어붙듯이 그 자 .리에 우뚝 굳어졌다.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누가 도주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을 모르 겠는가. 흑의공자는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는 듯 다시 입을 열었다. '본 공자가 누구인지 알았다면 본 공자의 성미도 알 텐데?' 그의 싸늘한 음성은 마치 얼음이 입에서 흩어지는 듯하였다 그 .음성에 중년서생은 찬물을 뒤집어쓴 듯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 .는 몸을 돌리면서 털쩍 무릎을 끓었다. '오. 모용대협 (慕容大俠) ! 제발 목숨만' 모용대협이라고 불린 혹의공자가 냉랭히 웃었다. 그러자. 삽시간에 주위가 엄동(嚴冬)이라도 된 듯. 살기가 용솟 음쳤다. 절로 가슴이 떨리는 기세가 아닐 수 없었다. '네놈의 무공이 높으면 얼마나 높으냐?' 별안간 중년서생이 악을 쓰면서 벌떡 몸을 일으킴과 동시에 한 손으로 세 매의 표창을 던져 냈다. 동시에 또 다른 한 손을 휘둘러 .혹의공자의 거궐혈(프關穴) 을 향해 비서획량(飛舊舊時리 의 일식으 .2 獨샘驚魂 로 찍어 들어갔다. 방심을 노린 찰나적인 암습이었다. '흥!' 싸늘한 냉소가 노을진 허공을 울렸다 '아악!'` 뒤이어 중년서생이 처절한 비명과 함께 일 장 밖으로 날아갔다. 마치 폭풍에 휘말린 가랑잊과 같이 나가떨어진 그의 가슴에는 좀 전에 그가 떨쳐 낸 세 매의 표창이 칠감(七料)과 선기(琢料勤 , 그리 고 중도혈(中度穴)에 박혀 있었다. 누구도 그가 어떻게 당한 것인지 알아볼 수 없었다. 죽은 중년서생도 믿을 수 없는 듯 두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획! 그와 함께 경미한 파공음이 일며 흑의공자의 몸은 백마 위에서 솟구쳤다. 그의 신형은 마치 줄을 타고 가듯 팽팽하게 칠 장 가량 이나 날아가 옥면서생 소진천 앞에 내려섰다. 이 한 수의 경공만 하더라도 강호상에서 쉽사리 볼 수 없는 상 승(上乘)신법이 분명했다. 쓰러져 있는 옥면서생을 바라본 흑의공자의 안색이 약간 찌푸려 졌다. 이미 기식이 엄엄하였던 것이다. 하나 그것도 잠시뿐. 그의 신색은 금세 정상을 회복했고 이내 옥면서생의 전신 삼십육 개 대혈을 짚어 갔다. 그런 다음 그의 손 이 옥면서생의 명문혈을 한차례 후려갈겼다. '욱!' 옥면서생은 왈칵 검은 피 한 모금을 토해 내더니 눈을 떴다. 그는 자신의 앞에 선 흑의공자를 보자 모든 사정을 짐작한 듯 정증하게 두 손을 맞잡아 포권(抱拳)해 보였다. '감사합니다. 하지만 소생은 이미 오장육부가 제자리를 떠나 살 冷心無情 긴 기는 틀린 몸. 외람되나 부탁을 하나 드려도 될는지?' 혹의공자의 나이는 잘되어도 이십이삼 세. 하지만 이십대 후반이다. 분명히 연령상으로는 그가 위인데도 게 깍듯이 존대를 하는 것이다 옥면서생은 흑의공자에 무림은 힘의 세계이다. 강자는 존경받기 마련이고 자연히 그에 상응한 대접을 받게 된 다. 흑의공자는 그렇게 대접을 받을 만한 자격이 있었다. 그의 이름은 오용운생(慕容雲포)이라 알려졌고. 강호에서는 그 를 냉심무정 (冷心無情)이라고 불렀다. 하북육서를 처리하는 그의 솜씨는 그의 별호가 어떻게 붙여진 것인지 응변하고도 남음이 있 었다 냉심무정 모용운생은 십칠 세의 나이로 강호에 출도하여 채 일 년도 되지 않아 무림을 경동시킨 일대의 기재 (奇才}였다. 하지만 그의 사문이 어디며. 사부가 누군지, 심지어는 그가 어 디에서 왔는지조차 강호에는 알려지지 않았다. 문자 그대로 신비 한 인물이었다. 그의 행사는 그때그때의 기분에 따라 달라서 과연 그가 정사양 도(正邪兩고) 어디에 속하는지도 구분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를 보고 혹도의 인물이라고 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 양민을 괴롭힌 적도, 도의에 어긋나는 일을 한 적도 없었던 것이 다. 그떻다고 백도의 인물이라고 하자니 그의 손속은 또한 너무 매 서웠다. 그를 상대한 사람은 누구도 요행을 바라지 못했던 것이다. 지난날, 새북(뭍레=) 을 휩쓸며 악명이 높던 새북이십칠흉(고킥二 凶) 이 하룻밤 만에 모두 그의 손에 죽어 갔는데 전하는 말로는 그의 신색이 처음이나 끝이나 시종여일했다고 한다, 지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는 이야기이다. 흘로 새북이십칠흉을 하룻밤 만에 처치한 것도 놀라운 일이지만 28 18 그라한 격전을 치르고도 지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는 것은 진정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로 인해 강호에서는 모용운생의 이름이 진동했고. 흑도의 인 물들은 냉심무정의 이름만 들어도 쥐구멍을 찾기에 바빴다. 손속이 무정함은 분명하지만 그의 움직임은 행협(行俠) 의 도리 를 따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여 그는 강호에 출도한 지 불과 일 년 만에 당대의 후 기지수(後起之팠) 가운데 최고로 일컬어지는 무림삼영(武林三英) 중의 제일인자로 공인되고 있었다. 그런데 출도 이후 채 이 년이 되지 않는 시간에 욱일승천(旭日 昇天), 강호를 진동시킨 냉심무정 모용운생의 모습이 어느 날 갑자 기 사라져 버렸던 것이다, 그러길 삼 년 하북육서가 일시지간에 그를 알아보지 못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모용운생은 옥면서생의 말에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말하시오, 소장주.' 옥면서생은 피 묻은 손으로 품속에서 길이가 일곱 치 가량 되는 죽관(竹管)을 꺼냈다. 죄송하지만 이걸 제 아버님께 좀 전해 주실 수 없겠습 니까?' 옥면서생이 떨리는 손으로 죽관을 모용운생에게 내밀었다. 그의 말소리는 자꾸 악해져 가고 있었다. 모용운생의 얼굴에 약간 곤흑스러운 빛이 떠올랐다. 그렇게 되 면 한운장까지 가야 한다. 번잡스러움을 싫어하는 그의 성미에 맞 지 않는 일이었다. '모 모용대. .. . 협, 소제는 이것을 지키기 위 해 저心無情 29 목숨을,. 마 만약 굳이 전하기 블편. ... 하시면 흑도의 마 두들에게 돌아가느니 차라리 모용대협께서 거두어 주 시 오. ' 옥면서생의 마지막 말은 냉심무정이라는 오용운생의 마음을 움 직인 듯했다 . 좋소, 당신의 말대로 영존에게 전해 주리다.' '고 고맙' 모용운생이 죽관을 받아 들자, 옥면서생의 눈에 감사와 신뢰. 그리고 안도의 표정이 한데 뒤엉켜 스치고 지나는 듯하더니 그의 고개가 힘없이 꺾였다. 잠시 후, 모용운생의 백마는 여전히 노을 속을 걷고 있었다. 관 도는 변함없이 조용했다. 않은 숲에 옥면서생의 시신을 그가 죽은 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다 가묘(假墓)로 만들어 준 다음이었다. 모용운생은 백마 위에서 옥면서생이 맡긴 죽관을 내려다보고 있 었다. 죽관은 매우 정교하게 다듬어져 있었으며, 대나무에 마치 눈 물처럼 번져 있는 얼룩. 보아 동정호 군산(君山)에서 나는 상비 죽(湖妃竹)인 듯하였다. 상비죽이 그 옛날 아황(慨皇)과 여영(女英)의 고사로 인해 유명 하지만 그렇다고 천하에 드문 기물(奇物)은 아니다. 일곱 치 가량 의 죽관의 가운데 선명한 선은 죽관이 열리게 되어 있으며. 그 속 에 무엇인가가 들어 있음을 의미하고 있었다. '이것이 무엇이기에 무림사장(武林四莊) 가운데 강호의 일에 상 관하지 않는다는 한운장의 소장주가 목숨을 걸고 지키려고 했단 말인가?" 모용운생은 중얼거리다가 죽관을 품속에 칸직했다. 5 = 웬만한 사람이라면 죽관을 열어 봄 직하건만 그는 그러지 않았 다. 그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때 관도를 걸어가고 있던 백마가 며 걸음을 멈추었다 문득 나직이 울음을 터뜨리 모용운생이 타고 있는 백마의 이름은 백룡(白龍)으로, 평범한 말이 아니었다. 하루에 천 리를 달린다는 천리준구(千里騷勳)의 범 주마저 벗어나는 말인 것이다 '너도 잡귀들이 설치는 것을 알았나 보구나' 모용운생이 조용히 백룡의 목덜미를 두드려 주면서 어조는 처음 입을 열었을 때처럼 시종여일 담담했다. 말했다. 그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일곱 명의 인영이 땅속에서 솟아나듯 오습을 드러내었다. 눈만 내놓고 전신을 온통 핏빛과 같은 흥의로 감싸고 있는 자들이었다. 노을은 이제 절정 (絶頂)이었다. 타는 듯 붉게 천지를 물들인 노을이 번진 주위에 붉은 흥의를 입은 채 나타난 괴인들의 모습은 기괴한 루고도 남음이 있었다. 핏빛과 같이 분위기를 이 가슴이 터질 듯한 긴장과 공포가 장내에 깃들었다 고수가 되면 안목이란 것이 생기게 된다. 그것은 상대의 기세만 보아도 상대의 실력을 대층 짐작할 수 있 다는 말이 되는 것이다. 모용운생의 전신이 가볍게 진동되었다. '오랜만에 고수들을 만난 것 같군' 모용운생이 지난 삼 년. 간 종적을 감추고 은거하다시피 하면서 명승고적을 유람하고 다닌 것은 당금의 강호상에 뛰어난 고수가 없다고 생각해 무림 자체에 흥미를 윌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들에게서 느껴지는 것은 단순히 고수와 하수로 표현하 冷心無뻥 1 기 힘든. 뭔가 다른 것이었다. 그 동안에도 홍의괴인들은 포위망을 좁혀 들어와 모용운생과 그 들과의 거리는 채 일 장도 되지 않았다. 장내의 기괴한 분위기와 살기는 더욱 고조되어 금방이라도 터져 버릴 듯했다. 그러나. 모용운생의 안색은 여전히 그들을 보지 못한 듯 오불관 언(듬不關焉)의 태도였다. 냉심무정이란 별호는 그냥 생긴 것이 아니었다. 그는 오늘 모습 을 드러낸 이래 지금까지 그 태도를 바꾼 적이 없었다 홍의괴인 증 하나가 음침한 소리로 입을 열었다 '품속의 죽관만 내놓으면 그대로 물러가겠소,' 그 말에 모용운생의 가슴은 가볍게 진동되었다 .일곱 명의 홍의인 중에 누가 말을 한 것인지 알 수 이다. 없었기 때문 모용운생이 그들을 쓸어보면서 대꾸했다. '당신들의 신분을 밝히면 한번 고려해 보겠소." 흥의괴인들은 그 말에는 대답도 없이 모용운생의 주위를 돌기 시작했다. 이미 말이 필요없다고 느꼈는지, 아니면 을 밝힐 수 없다는 것미지는 추측키 어려웠다. 자신들의 신분 모용운생의 얼 ?처음으로 웃음이 사라졌다. '칠절연환진 (-絶違環陣) 이로군!' 모용운생의 중얼거림이 채 끝나기도 전에 흥의괴인들의 공세가 발동되었다. 흥의괴인들 일곱 명이 동시에 허공으로 오 척 서 비스듬히 모용운생을 덮쳐 온 것이다. 그들이 이루는 각도는 매우 괴이하게 배합되어 가량 날아오르면 롤 스쳐 지나면서 일장씩을 후려갈기고 있었다. 오용운생의 주위 2 湖理柰 한데 그들이 허공으로 때려 낸 장력은 모용운생에게 직접 부딪 치지 않고 허공에서 맴돌면서 은연중에 하나의 담벼락을 형성하는 것이 아닌가. 모용운생은 그 무형의 담장이 점점 두터워지면서 자신에게 다가 옴을 직감했다. '백룡!' 순간 모용운생의 낭랑한 외침과 함께 백룡신구( =龍神勳)는 땅 을 박차며 허공으로 삼 장 가량이나 솟구쳤다. 타는 듯 붉게 물든 하늘로 솟구치는 백마 위의 흑의공자! 그것은 그야말로 한 폭의 절묘한 그림이었다. 하지만 일곱 명의 흥의괴인들은 그런 것을 감상하고 싶은 생각 은 조금도 없는 듯. 순식간에 쫙 흩어지며 산개했다. 그 광경에 모용운생은 내심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어디로 내려가든지 저들의 포위망을 벗어날 수가 없겠 군!' 다음 순간 모용운쟁의 몸은 백룡신구의 둥을 떠나 삼 장 가량 날아가 땅에 내려섰다. 홍의괴인들은 그 순간에 거의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속도로 이동 해 와 모용운생을 둘러쌌다. '홍' 차갑기 이를 데 없는 냉소가 터졌다. 동시에 모용운생의 두 손이 부쳇살서럼 교차되며 획, 획, 소. 와 함께 앞과 좌우의 흥의괴인들을 향해 순식간에 십이 장을 쏟아 내었다. 그 속도의 빠름과 정확함, 그리고 기묘함은 놀랍기 이를 데 없 어 십이 장이 단숨에 뻗어난 것 같았다. 바로 모용운생의 절기인 천두대구식(天斗大九式) 가운데 은하비 짜돠縮 5 무(銀河飛舞)인 것이다. 모용운생은 여섯 명에게 제각기 이 장씩을 공격함과 동시에 몸 을 돌리며 나머지 한 명에게는 발길질을 가했다. 펑 펑 ! 펑 장력이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또 다른 장력이 몸에 부딪치는 소 리가 뒤섞여 들리며 미처 중심을 잡지 못한 칠절연환진은 단숨에 붕괴되고 말았다. 하지만 회심의 미소를 띠던 모용운생은 그 자리에 굳어져야 했 다. 그의 얼굴에는 놀람의 및이 가득했다. 놀랍게도 쓰러졌던 홍의괴인들이 윙기듯 일어나더니 다시 진을 형성하고 있었던 것이다. '대체 이자들은 어떻게 생겼길래 내 칠성공력이 담긴 장세에도 상처조차 입지 않았단 말인가?' 모용운생이 생각하는 동안 획, 획, 소리와 함께 세 명의 홍의괴 인이 사납게 공격해 들어왔다, 그들 개개인의 공력은 서 따위에 견줄 바가 아닐 정도로 고강한 것이었다 결코 하북육 모용운생의 안색이 약간 굳어졌다. 다음 순간, 그의 몸이 빙글 돌더니 천두선무(天斗旋霧)의 식으 로 연달아 팔 장을 펄쳐 내며 흥의괴인들의 공격을 맞받아 갔다 ."? - "' 그러나 그 순간에 모용운생이 내심 혀를 차야 했다. 세 명의 홍의괴인들이 순식간에 물러나고 등뒤에서 다시 세 명 이 공격해 왔던 것이다. 마치 전광석화와도 같은 신속함이 이어진 .상황은 계속되었다. 공격의 실체가 없는 듯했다. 상대에 맞서려고 하면 이미 상대는 물러나고 뒤에서 공세가 덮 쳐 온다. 그렇다고 맞서지 않으면 상대의 공세는 실세로 변해 날아 .4 魂 왔다 잠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끝없이 이어지는 연환공세(連環攻勢) 이대로 가다간 자신의 기 력만 소모할 것이 분명했다. 그것이 칠절연환진의 무서운 점이기도 하였다. 또다시 흥의괴인들의 공세가 파도와 같이 밀려 들어왔다. 모용운생이 그들의 공세에 맞서 가자 다시금 등뒤에서 세 명의 흥의괴인이 풍차처럼 공격해 왔다. 숨쉴 틈이 없는 공격이었다 '흥' 마치 기다렸다는 듯한 차가운 웃음 소리가 모용운생에게서 터져 나왔다. 동시에 그는 우리를 벗어난 사나운 호랑이와 같은 기세로 요으 로 쏘아져 나가며 일장을 쪼개 내었다. 그가 공격하는 것은 공격해 .왔다가 물러나는 세 명의 홍의인의 틈으로 얼핏 나타난 다른 한 명 .의 흥의인이었다. 원래 칠절연환진은 세 명씩 짝을 이루고 나머지 한 명을 축으로 무섭게 회전하면서 상대를 공격하게 되어 있었다. 간단한 듯하지 만 고수들로 이루어진 진식이라 눈부신 여섯 명의 움직임에 가려 져 그것을 알아 낸다는 것은 가히 불가능한 일이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모용운생이 공격한 것은 바로 그 진세의 축을 이루고 있 홍의인이었다. 그의 움직임은 질풍신뢰(疾風迅雷)와 같고 장세누 9산도해(排 는 山倒海)했다. 진세를 주지하고 있던 홍의인은 그 공세에 대경실색하여 마주 일장을 쏟아 내지 않을 수 없었다. 딱, 하고 손바닥이 마주치는 소 .리가 들려 왔다. 장내에 일진 경기 (뻤氣)가 일어났다. ?2- ? 홍의괴인이 층격을 이기지 못하고서 비틀거리며 쿵, 쿵, 하고 흥心無情 5 뒤로 물러섰다. 칠절연환진의 요체는 세 명씩이 짝을 이루고 그 세 명은 가운데 의 한 명이 축을 이루면서 무섭게 돌아가는 것이다. 그 축이 끊어 .지자 진은 와해된 것과 다름이 없었다. '으악!' 뒤를 이어 처절한 비명과 함께 붉은 피가 허공으로 솟구치며 팔 하나가 떨어져 날아갔다. 그의 가슴을 노린 모용운생의 오른손 수 .도에 진세의 축을 이루던 홍의괴인이 팔 하나를 잃어버린 것이다. .홍의괴인의 눈에 공포가 어렸다. 팔 하나를 희생하고 간신히 피했다고 생각할 즈음에 모용운생의 공세가 이미 자신의 요에 도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순간에 모용운생은 등뒤에서 여섯 줄기의 경풍이 무 섭게 덮쳐 오는 것을 느끼고 그를 단념하지 않을 수 없었다. 획! 그의 몸은 호선을 그리며 허공으로 일 장 가량 솟구쳐 올라 나 머지 여섯 홍의괴인의 습격을 피하면서 그의 발 밑에 있는 흥의괴 .인의 머리를 걷어차 버렸다. 퍽 1 '크악!' 괴이한 비명과 함께 흥의괴인 하나는 머리가 깨진 수박같이 터 지며 횡겨져 갔다. 머리가 박살이 나고도 살아날 사람은 없다. 그 .흥의괴인이 나가떨어지는 순간에 그 옆에 있던 다른 흥의괴인 하 .나도 목뼈가 부러져 나뜀굴었다. 우두머리인 듯한 홍의괴인이 팔을 하나 잃고 모용운생을 공격해 .오던 두 명의 흥의괴인이 채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죽어 간 것은 .실로 눈 깜박할 새였으며 동시에 일어난 일이었다. 그들의 죽음은 전광석화와도 같았고 대단히 잔흑했다. 5 獨뽑澤魂 한데도 나머지 네 명의 홍의괴인은 조금도 두려움을 느끼지 못 하는 듯 공격해 오는 것이 아닌가. 그 중 한 흥의괴인의 공세를 본 모용운생의 눈에 의아한 벚이 떠올랐다. '청성파의 숭양대구수(舊陽大九手)? 당신들은 청성파 사람인 가?' 하지만 그 홍의괴인은 아무런 대꾸도 없었다. 두 눈에서 흉광을 .폭사해 내고 있을 뿐이었다. 모용운생의 두 눈에 살기가 스쳐 갔다. 자신이 누구인지 알고 있는 상태에서 그의 말을 이토록 무시하 .는 자를 그는 출도한 이래, 보지 못했던 것이다. 퍽 피보라가 어둠이 깃들기 시작하는 하늘에 수놓아졌다. 모용운생이 슬썩 몸을 비틀어 그의 공세를 피함과 동시에 그의 .팔을 후려갈겨 끊어 버린 것이다. 한데, 놀랍게도 그 홍의괴인은 팔이 잘려 나갔는데도 비명 한번 .지르지 않았다. 마치 남의 일인 양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나머지 .한 팔로 모용운생의 가슴팍을 후려갈겨 오는 것이 아닌가! 이것은 너무도 상식 밖의 일인지라 모용운생은 크게 놀라 가슴 이 섬뜩해졌다. 하지만 과연 그의 명성은 헛된 것이 아니었다. 옆으로 간발의 차이로 비켜 서며 손을 휘, 시금 그 흥의괴 인의 나머지 한 팔도 절단해 버린 것이다. 그가 손을 쓰는 것은 정 .말로 사정이 없고 냉정했다. 한데 더욱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순식간에 두 팔을 잃어버린 그 흥의괴인이 짐승의 신음과 같은 괴이한 외침과 함께 이번엔 머리로 그를 받아 오는 것이 아닌가? 冷心無情 57 '이럴 수가' 제아무리 천하의 모용운생이라 할지라도 이런 경우는 생각해 본 적조차 없어 간담이 서늘해졌다. 모용운생 그가 멈칫하는 순간. 한 흥의괴인의 장력이 여지없이 의 등을 후려갈겼다. 펑 '윽!' 모용운생은 상대가 두 팔을 잃고도 조금의 고통의 멎이나 망설 임도 없이 머리로 돌진해 오는 것에 놀라 멈칫하는 순간, 등에 연 .이어 두 대의 장력을 얻어맞고 비틀거렸다. 그가 중심을 잃고서 비틀거리며 앞으로 나가자 모용운생은 두 팔을 잃고서 자신에게 머리를 부딪혀 오고 있는 홍의괴인에게 가 .슴을 받히게 될 판이었다. 뿐만 아니라 등뒤에서 세 명의 흥의괴인들이 제각기 신랄무비한 .초식으로 모용운생의 상중하를 노린 채 덮쳐 오고 있었다, 한 순간의 머뭇거림이 이와 같은 위기를 초래한 것이다. 제아무리 냉심무정이라는 모용운생이라도 흥의괴인들 같은 일류 .고수 네 명의 합공을 정통으로 얻어맞고는 견덜 재간이 없을 것이 .분명했다. ' 11 하는 찬란한 광채가 마치 무지개와 그 순간이었다. 눈을 같이 뻗어났 다 핵 !' '크윽!' 괴이한 신음성이 장중을 울림과 동시에 무지개빛 같은 찬란한 광채가 씻은 듯이 사라졌다. 진세의 축을 이루고 있던, 한 팔이 잘린 홍의괴인은 복면 속의 두 눈을 커다랗게 떴다. 그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장세를 지켜보면 .8 獨릴澤魂 서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었다. 장중의 형세는 별 변화가 없었다. 네 명의 홍의괴인들은 석상이 된 듯 그대로 서 있었다. 모용운생은 땅에 반쯤 주저앉은 상태였다 한 가지 다른 것이 있다면 그의 손에 매서운 검광이 번뜩이는 두 자 일곱 치 가량의 장검이 들려 있다는 것. 모용운생이 천천히 몸을 일으키는 것을 한 팔을 잃은 홍의괴인 은 겁먹은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신형을 일으키자,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서 홍의괴인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무서운 살기가 노한 파도와 같이 .솟구치고 있었으며 그것은 모용운생의 기세와 결합하여 놀라운 기 .세로 홍의괴인을 핍박해 갔다. 모용운생이 다가오자 흥의괴인은 호흡조차 곤란해짐을 느꼈다. 이미 한 팔을 잃은 홍의괴인이 노한 모용운생의 적수일 수가 없 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뒷걸음을 치면 그것으로 끝이다. 비록 모 .용운생 같지는 못할지라도 그도 고수인 것이다. 궁한 쥐가 고양이를 문다던가. '이요오!' 매서운 호통과 함께 홍의괴인의 하나 남은 손이 괴이하게 휘둘 러지며 사각(死角)에서 모용운생을 향해 일장을 쳐왔다. 동시에 흥의괴인은 젖 먹던 힘까지 다해 몸을 뒤로 날렸다. '흑!' 하지만 홍의괴인은 목이 서늘함을 느끼고 급급히 신형을 세워야 했다. 어느새 모용운생의 검이 목에 닿아 있었던 것이다. 조금만 그의 반응이 늦었다면 그의 목은 남아나지 못했으리라. 풀썩!풀썩1 그제야 조금 전에 모용운생을 합공했던 네 명의 홍의괴인들이 冷心無捨 9 모조리 땅에 쓰러졌다. 그리고 그들의 머리가 목에서 떨어져 나가 .면서 피분수가 땅위로 솟구쳤다. 모용운생의 검이 너무도 쾌속하여 원형을 유지하던 그들의 몸이 이번 홍의괴인의 일장에 층격을 받으며 쓰러진 것이다. 그 광경에 홍의괴인의 눈에 공포와 경악이 알알이 떠올랐다. 모용운생이 약간 창백한 얼굴로 담담하게 물었다. '그러고 보니 너는 조금 사람답군 저들은 누구냐?' 홍의괴인은 그 말엔 대답도 하지 않고 오히려 되물었다. 네. 네가 냉심무정 모용운생이 틀림없느냐?' 그의 목소리는 공포와 의흑으로 떨리고 있었다. 모용운생이 가만히 홍의괴인을 쳐다보더니 가볍게 고개를 끄덕 다 '하, 하지만 강호상에서 냉심무정이 검을 쓴다는 것은 한번도 였 들어 본 적이 없는데?' 모용운생이 빙그레 웃었다. 그의 웃음은 매우 기이하여 절로 사 람을 잡아는 매력이 있었다. '그건 본 공자가 한번도 검을 쓸 만한 상황에 처해 본 적이 없 었? "1지. 당신네들이 본 공자가 검을 쓰게 만든 최초의 인물 이라 할 수 있다. 자, 이제 이야기를 좀 해볼까?' 모용운생의 말에 홍의괴인은 냉소하며 두 눈을 감아 버렸다 모용운생의 검이 망설임없이 그의 목을 한 치 가량 파고들었다 .피가 방울방울 스며나왔다. 대답하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은가?' 모용운생이 냉소를 터뜨렸다. 순간, 모용운생은 흥의괴인의 눈이 이상하게 떠지는 것을 보고 .다급히 그의 아혈(啞穴}을 짚으며 복면을 벗겼다. '니런 지독한!" 40 獨저驚魂 모용운생이 혀를 찼다. 복면 속에서 드러난 것은 육십대 노인의 네모난 얼굴이었는데 .이미 안색이 시커옇게 죽어 가고 입에서 검은 피가 흘러내리고 있 .었던 것이다. 짐작컨데 입 속에 감춰 둔 독약을 삼킨 듯했다. 홍의노인은 억지로 눈을 떠 모용운생의 얼굴을 웃었다 . 네가 ... 아무리 승천입지 (昇天入地)하는 쳐다보더니 음산 히 재주가 있어도 보 본 교(本敎)의 수중을 벗어나지는. " 안간힘을 쓰던 홍의노인은 검은 피를 왈칵 토해 두고 말았다. 내더니 숨을 거 모용운생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의 표정은 매우 굳어 있었다 그는 수중의 검을 허리에 매달린 검집에 꽂으며 증얼거렸다. 이 제 보니 그의 검은 옷자락 속에 숨겨져 있었다. '교(敎)? 무슨 교란 말인가? 수하들을 이토록 혹독하게 다스리 는 교파가 강호상에 있었던가?' 흥의괴인들의 무공이나 괴이한 행동은 모용운생을 미궁에 몰아 넣기에 층분할 정도였다. 그런데도 자신의 목숨을 버리기를 이처 .럼 쉽게 할 수 있다는 것은 쉽게 상상할 수 있는 바가 , '-. '이들의 무공은 강호의 일류고수에 조금도 손색이 없었다. 더구 .나 몸에 손상을 입고도 고통이나 위축됨이 없는 것으로 볼 때 그들 .이 제정신이 아닌 것이 분명하다. 자살한 이자가 나머지를 지휘하 .고 있었음을 볼 때 그들은 한낱 꼭두각시에 지나지 않을 것이 다' 모용운생은 백룡신구에 오르다가 목이 잘린 홍의인들을 바라보 고 중얼거렸다 冷心無情 41 '저들의 무공에는 청성파 등의 대문파의 무공도 있었는데 무슨 영문인지 점점 이해할 수가 없군 지난 이 년 사이에 그토록 .강대한 교파가 강호상에 생겨났다는 말인가? 좋아, 흥미가 생기는 .데? 어쩌면 거기에 단서가 있을지도 모르겠군, 모용운생의 얼굴에는 알 수 없는 소리를 마지막으로 굳어 있던 잔잔한 미소가 다시 물결치기 시작했다. 이어, 모용운생의 광소와 함께 백룡신구는 시작했다. 땅을 박차고 달리기 그가 왜 이토록 웃어대는지 오직 그만이 알 것이었다. 42 濁림料魂 第 붙 고 料 澤 辣 騷 國 廳 켈 밀 한 欄응). 한운노인(聞雲老人) 소추령1. 박이 한단(邪戰) 교외에 세운 이 한운장은 처음에는 매우 강성하여 무림사장 증의 하나로 일컬 .어졌으나, 한운노인이 십여 년 전 강호에서 은퇴하고 강호와 손을 .끊다시피 하면서부터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혀져 가고 있었다. 그로부터 무림사장에서 한운장이 빠지게 되었고 사람들은 한운 장을 제외하고 나머지 세 군데의 장완을 무럼삼장(武林三莊)이라 .고 불렀다. 하지만 한운장의 세력은 척전히 무시할 것이 아니었다. 유난히 벚나던 노을이 스러지고 반 시진 가량이 지났을 때 멀 리서 한 필의 말이 그야말로 질풍같이 한운장을 향해서 달려왔다 ..그 말온 순식간에 한운장의 대문 앞에 도달하여 멈추어 섰다. 백설같이 횐 말은 바로 백룡신구였고 그 위에 타고 있는 것은 모용운생이었다. 백여 리 길올 단숨베 달려 한운장에 도착한 것이다. 冷心無情 45 한운장은 번잡함을 싫어하는 한운노인의 성품 그대로 계곡을 등 지고 한단 교외에 세워져 있었다. 일반 장원들의 담장이 일 장여나 ..되도록 높고 장원 주위에는 호장하(護莊河) 가 도도함과는 달리 시 ..골 부농(富農)의 저택을 보듯 겉보기엔 평범했다. 모용운생은 장원에서 아무도 나오지 않음을 보고 소리를 쳐서 부르려다 갑자기 안색이 미미하게 변했다. 한운장 전체에서 뭐라고 표현할 수 없는 기괴한 분위기가 풍겨 나옴을 느꼈던 것이다 그것은 바로 죽음의 냄새였다. 휘리릭 - 모용운생의 검은 옷자락이 바람에 스치면서 그의 신형이 백룡신 구의 등에서 솟구쳐 올랐다. 그의 몸은 가볍게 사오 장 가량을 날아서 한운장의 담 위에 올 라섰다. 장내를 돌아본 모용운생의 검미가 가볍게 찌푸려졌다. 연무장인 듯싶은 광장 여기저기에 쓰러져 있는 시체들을 본 것 1다. 피비린내가 확 풍겨 왔다. 모용운생이 두 팔을 벌리면서 한 마리 붕새인 양 십여 장의 거 리를 단숨에 날아 한운장 안으로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 갈수록 시체는 많아졌다. '지금까지 본 것만 해도 백여 구는 넘겠구나!' 모용운생은 안색을 굳히고 후웠으로 들어갔다. '이런 악독한 놈들1 도대체' 하지만 후원에 들어선 모용운생은 자신도 모르게 이를 갈아야 했다. 후원에 횔쳐진 광경은 더욱 처참하여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 ..을 정도였다. 피와 살이 뒤엉켜 제대로 알아 볼 수조차 없을 정도로 된 시체 4 들이 뜰과 난간 그리고 방안까지 그야말로 동산을 이루며 쌓여 있 ..었던 것이다. 얼핏 보아도 그 시체의 수효는 삼사백은 되어 보였다. '이들의 행색으로 보아 제대로 대항도 못해 보고 모조리 후원으 로 몰리면서 떼죽음을 당한 것 같다. 한운노인은 무던하기로 소문 ..이 났는데 누가 이와 같이 참흑한 독수를 내린 것일까?' 밥 한끼 먹을 정도의 시간이 지나자 모용운생은 이 한운장 내에 살아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문자 그대로 ..강아지 한 마리 남기지 않은 도살이었다. 정말로 철저한 도살이로군. 살인수법마저 .떻게 생긴 놈인지 보고 싶군. ' 이다지도 흉독하니 미간을 굳히고 증얼거리던 모용운생의 안색이 갑자기 달라졌다. ..되돌아 나온 대청 쪽에서 뭔가 소리가 들린 것 같았기 때문이다 ...찰나적으로 그의 신형이 구름같이 두둥실 떠오르면서 대청 안으 ...로 날아 들어갔다. 모용운생의 눈이 냉전과도 같이 빛나는 가운데 찰나적으로 대청 ...안을 쓸어보았다. 하지만 그곳에도 이십여 구의 시체가 있을 뿐, ...살아 움직이는 것은 없었다. 깊은 밤, 그것도 커다란 장원에 오백여 구의 시체 속에 흘로 서 ...있는다는 것은 제아무리 냉심무정이라고 불리는 그일망정 기분좋 ...은 일일 수가 없었다. '내가 잘못 들었단 말인가?' 모용운생이 중얼거리며 막 대청을 나가려고 할 때였다. 거의 귀 ...에도 들리지 않을 정도의 미약한 신음이 어디선가 들려 왔다. 획 모웅운생의 신형이 소리가 들려 온 곳으로 쏘아 갔다. 과연 살아 있는 사람이 있었다. 어슈情 47 신음을 흘린 사람은 머리가 터지고 한 팔과 두 다리가 잘린 오 ...순 가량의 남자였다. 피범벅이 된 그의 상처로 보건데 실로 살아 ...있는 것이 기적이었다. 이 사람의 내공은 매우 심후한 모양이군' 모용운생은 손을 놀려 그 사람의 주요 경맥을 점하여 일단 피를 ...멎게 한 후에 등뒤 명문혈 (命門穴)에 자신의 손바닥을 대고 진기를 ..주입시키기 시작했다. 잠시의 시간이 지나자 금세라도 숨이 끊어질 것 같던 오순 노 인의 안색이 약간 호전되더니 나직한 신음을 홀려 내었다. 모용운생은 명문혈에서 손을 떼더니 신속한 수법으로 거의 동, 1 에 그의 가슴팍 오 개 대혈을 내리쳤다. '핵 ' 그 사람은 응어리진 검은 피를 왈칵 토해 내며 힘없이 눈을 떴 다 '정신이 드시오?' 모용운생이 물었다. 그 사람은 잠시 멍하니 모용운생을 쳐다보더니 되물었다. '소협은 뉘시오?' 나이로 보면 맞지만. 소협이란 호칭은 현재의 모용운생에게는 매우 생경한 칭호였다. 강호에 출도할 때 들어 보고는 들어 본 적 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귀장의 소장주가 보낸 사람이오. 당신은 한운장의 사람이 오? " 그, 그렇 나는 본장의 총관인 소진.. .. ' '누가 이런 잔흑한 짓을 한 것이오? 나도 모르오. 그냥 세 명의 홍의인들이 나타나 장주와 이 야기하다가 별안간 살수를 펼쳐 도살을' 48 8 억지로 말을 잇던 한운장의 총관 소진의 눈에 공포의 빛이 드러 났다. 그 말에 모용운생의 얼굴에 경악이 스쳐 갔다. '홍의인들이라고 했소?' 소진은 억지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얼굴에는 공포와 전율이 감출 수 없게 각인되어 있었다. '그 렇소. 내 평생에 그들과 같이 무공이 고강하고도 잔흑 한 자들은 보지 못했 . 폐장의 장주조차 그들에게 끌려갔 소. "단 세 명이' 한운장이 아무리 명문대파가 아니라 할지라도 단 세 명이 그러 한 능력을 보였다는 것은 그들의 무공이 절세 (絶世) 함을 웅변하고 ..도 남음이 있었다. 안색을 굳힌 모용운생이 문득 한 생각을 떠올리고 물었다. '혹시 그들이 무슨 교(敎)에서 왔다고 하지 않았소?' 총관 소진이 벼락맞은 듯 몸을 떨었다. '맞소. 무슨 교라고. 그런데 그걸 어떻게?' 총관 소진의 말투에는 경악과 의혹이 가득 서려 있었다. 또 그들이로군 도대체 그들의 정체가 무엇이기에. " 중얼거리던 모용운생은 소진의 눈멎이 암담해지는 것을 보고 급 히 그의 심감(心次) 사혈에다 일장을 후려갈겼다. 죽어 가는 사람의 치명적인 대혈을 치는 것은 어서 죽으라는 것 과 같았다. 그러나 한 모금의 선혈을 토해 낸 소진의 눈에는 오히려 생기가 돌아오고 있었다. 그것은 일종의 층격요법으로 체내의 잠력을 격 발시키는 방법이었다. 힘의 안배가 요체(要認)로서 조금만 힘을 잘 ..못 쓰면 상대가 즉사하고 마는 위험천만한 방법이었다. 冷心無捨 49 모용운생은 소진이 다시 눈을 뜨자 다급히 믈었다. 그의 이 비 상수법의 효력은 차 반 잔 정도를 마실 시간밖에 시간을 벌 수 는 것이다. 없 '나는 귀장 소장주의 부탁을 받고 장주를 만나야 할 몸이오. 그 들이 장주를 어디로 데리고 갔는지 알고 있소?' 모르오 . 얼핏 듣기로는 총교로 데리고 간다고 소, 소장 주께선 어디에 어디 계시오?' 대답하던 소진이 생각이 미친 듯이 안간힘을 쓰며 물어 왔다. 이 마당에 그에게 숨길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옥면서생 소진천은 죽었소.' '뭐라구? 소장주께서! 이런 윽' 총관 소진은 대경실색 외치며 벌떡 일어나다가 그대로 고꾸라지 고 말았다. 끝이었다. 모용운생은 가볍게 탄식하고 몸을 일으켰다. '이로써 한운장은 강호에서 완전히 소멸되고 말았구나1 도대체 그 홍의인들의 정체가 무엇이기에 이런 잔인한 수단을 쓰는 것인 가. ' 그들이 자신이 만난 일곱 명의 흥의인들과 같은 패거리라는 보 장은 없다. 하지만 지금 상황하에서는 어딘가 연관이 있다고 볼 수 ..밖에 없었다, 나직이 탄 참흑한 도살의 현장을 다시 한번 둘러본 모용운생은 식을 하면서 한운장을 벗어났다. 그의 성격대로 하자면 그는 이곳 ..에 남아 버려진 시체들을 수습해야 할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윽면서생과 약속한 것이 있었다. 죽관. 모용운생은 그 죽관을 한운장의 장주에게 전해 주기로 하지 않 았던가. 일이 이렇게 된 이상, 포기할 수도 있지만 모용운생은 그 ..5 獨렴時魂 떻게 할 수가 없었다. '별수없이 한운노인을 찾아 내서 그를 구해야만 소진천과의 약 속을 이행할 수가 있겠군' 그의 나직한 중얼거림은 그의 성격을 대변하고도 남음이 있었 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중요했다. 수백 명의 시신을 수 ..습하려면 한운노인을 납치쌔 간 자들을 따라갈 시간이 없게 되는 ..것이다. 어차피 이 일은 강호를 경동시킬 것이고, 관부에서 나와 수습을 ..하게 되리라. 한운장을 나와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모용운생은 품속에서 예 ..의 죽관을 꺼냈다. 이제 그 안에 무엇이 들어 있기에 이러한 사태 ..가 벌어진 것인지를 알아야 했다. 모용운생이 죽관의 가운데를 잡아당기자 팍, 하는 가벼운 음향 과 함께 죽관의 가운데가 빠져 나오며 그 속에서 빚바랜 양괴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반으로 접혀져 있던 양피지를 펼치니, 가로가 두 자 세 치 정도 에 세로가 한 자 일곱 치 가량이나 되었다. 양피지의 전체는 핏빛 ..과 같은 붉은 선들이 종횡으로 교차하고 있어서 마치 피칠을 한 듯 ..붉게 물들어 있는 듯하였다. 그 오른쪽 상단에는 선명하게 네 글자가 아로새겨져 있었다. 그것은 '헐해보도(血海寶圖)'의 넉 자였다. '혈해보도!' 그것을 본 모용운생의 안색이 대변했다. 그의 심중 격동을 말하듯 그의 입에서는 부지중에 신음이 흘러 나왔다. 천하가 경동할 일이었다. 전설상의 혈해보도가 이십 년 만에 다시 강호에 모슘을 드러낸 冷心無淸 51 것이다. 바로 옆에 벼락이 떨어져도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을 것 같던 모용운생의 놀라움이 이다지도 큰 것을 보아 과연 혈해보도 의 위력은 대단한 것이 아닐 수 없었다. 얼마나 수많은 생명이 이 지도 한 장 때문에 희생되었던가, 잠시 혈해보도를 내려다보고 있던 모용운생은 망설임없이 을 죽관 속에다 다시 넣고 뚜껑을 닫았다. 더 이상 볼 것도 다. 혈해보도라면 한운장이 아니라. 소림사가 멸망했다고 해도 층 ..분히 이유가 될 수 있었다. '또 피바람이 불려는가?' 백룡신구에 오른 모용운생이 나직이 증얼거렸다 어둠 속에서 그의 얼굴에 기이한 미소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미 소라기보다는 오히려 어떤 결의와 같은 그런 잔잔함이 그의 얼굴 ..에 피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원래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의 흉증(胸中)에 는 응지 (雄志)가 있었고 또한 할 일이 있었다. 어쩌면 그 일이 그의 앞에 드러날는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백룡신구는 모용운생을 태운 채 서서히 한운장에서 멀어지고 있 ..었다 쏴아 줄기차게 비가 퍼붓고 있었다. 빗발은 마치 장대와도 같아 어떻 ..게 보면 하늘에서 동이째 쏟아 붓는 것만 같았다. 번쩍 꽈르릉 거기다가 뇌성벽력과 함께 바람마저 기승을 부리고 있으니 참으 ..로 악천후가 아닐 수 없었다. 52 濁람驚魂 모용운생은 폭우 속을 뚫고 달리고 있었다. 흥의인들의 종적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 그야말로 바쁘게 뛰어 ..다녔지만 폭우를 만나게 되자, 그들의 종적을 잃어버리고는 아무 ..런 소득도 없이 이렇게 산속을 헤매고 있는 것이다. 이곳은 하북과 하남, 산서성 등 여러 성의 경계가 되고 있는 태 ..행산맥 (太行山脈)의 깊은 원시림 속이었다. 산을 헤매는 것을 업으로 삼는 사냥꾼이나 약초꾼이 아니라면 이 울창한 원시림 속에서는 길을 찾는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바로 ..앞도 분간할 수 없도록 쏟아지는 빗속에서 길을 찾는 것은 더더구 ..나 힘든 일이었다. '동굴이라도 하나 있으면 좋으련만 약에 쓸려니 없군 고소를 짓던 모용운생의 눈빛이 반짝했다. 천지를 진동하는 뇌성, 번쩍이는 번갯불에 저 멀리서 얼핏 집과 같은 형체가 보였던 것이다. '어쩌면 절간인지도 모른다. 룡아, 가자1" 모용운생의 말에 백룡신구는 길게 울음을 터뜨리더니 네 굽을 오아 달리기 시작했다. 웬만한 시내나 언덕쯤은 단숨에 뛰어넘는 ..백룡인지라 달리기 시작하자 바로 눈앞에 건물 하나가 드러났다. ..짐작대로 제냅 규모가 큰 산사(山寺)였다. 하지만 그것은 옛말이었고 지금은 담장이 여기저기 허물어지고 잡초가 무성했다. 게다가 절 안의 건물들조차 성한 것이 제대로 없 ..어 그 황량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폭우 속에 다 허물어져 가는 폐찰. 몰아치는 비바람에 낡은 문 짝이 비명을 질러대니 금세라도 귀신이 나타날 것 같은 괴이한 분 ..위기에 가슴이 떨릴 지경이었다. 하지만 주변을 돌아보는 모용운생의 안색에는 미동도 없었다. '내응전만이 그런대로 괜찮은 것 같군 룡아, 너는 네가 쉴 곳 冷心無情 53 을 한번 찾아보려무나." 모용운생이 대응전의 앞에서 백룡신구의 엉덩이를 슬쩍 치며 말 했다. 히히헝! 백룡신구는 알았다는 듯 가볍게 울고는 대번에 뒤쪽으로 사라져 갔다. 백룡신구는 원래 신강 일대에서 산과 벌판을 제집처럼 넘니 ..들면서 뛰놀던 야생마였던지라, 호랑이라 할지라도 함부로 덤빌 수 없었다. 백룡의 뒷모습을 미소 지으며 바라보던 꼬용운생은 대응전 안으 로 들이섰다. 쏴- 빗소리를 뒤로 하고 대응전에 들어서던 모용운생의 걸음이 흠칫 했다. 하지만 다음 순간에 그의 걸음걸이는 다시 정상을 회복하였 ..다. '이제 보니 나보다 먼저 비를 피한 사람들이 있었군' 대웅전 안에는 사람의 기척이 있었던 것이다. 대웅전 안을 살피던 오용운생은 천천히 퇴락한 탱화 밑으로 가 서 앉았다. 한 점의 불빛조차 없는 대응전 안은 칠혹같이 어두워 ..실로 자신의 손가락조차 보기 힘들 정도였다. 모용운생은 앉은 자세에서 가만히 귀를 기울여 대웅전 안에 앉 은 사람의 숨소리를 확인했다. 순간, 그의 안색은 조금 달라졌다. '이떻게 황량한 절간에 이런 고수들이 있다니' 뜻밖에도 이 대웅전 안에는 무려 여섯 명이나 되는 사람이 있었 ..던 것이다. 더구나 그 증 세 사랍의 숨소리는 모용운생이 미처 확 ..인을 못할 정도로 가늘고 깊어서 보기 드문 고수임을 느낄 수 있었 ..다. 5= 1 그럼에도 괴이한 것은 그들 모두는 서로를 조금도 상관치 않고 제각기 운기조식만 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모용운생의 냉심무정이란 외호에서 무정이란 .뜻은 그의 수단이 매서움을 말한 것이고, 냉심이란 어떤 일에도 흔들리지 않고 냉정 ..하게 사리판단을 정확히 한다는 데서 유래된 것이었다. 그가 이토록 정명(精뻥)하고 놀라운 무공을 지닌 사람이 아니었 더라면 결코 그와 같은 나이에 무림인들에게 대협이란 칭호로 블 ..릴 수 없었을 것이었다. '당금 강호상에서 이 정도의 실력자들이 모이기는 그리 쉽지 않 ..을 텐데, 대체 무엇이 이들을 여기에 모은 것일까?' 무엇인가가 이들을 모았음에도 이들이 운기조식하여 힘을 비축 ..하고 있다는 것은 무엇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추론(推論)은 간단한 듯하지만 실제로는 간단하지 않았다. 쉽게 하 ..기 힘든 것이다. 잠시 숨을 죽이고 주위의 기척을 느껴 보았지만 빗소리만 요란 할 뿐, 여전히 움직이는 사람은 없었다. '아직 때가 되지 않은 모양이군!' 생각을 굴린 모용운생은 암중으로 운기조식을 시작했다. 그러자 비에 젖었던 모용운생의 옷에서는 뭉클뭉클 수증기가 피 어나더니 잠시 후에는 완전히 말라 버렸다. 이는 고심한 상승내공 ..이 없으면 엄두도 못 낼 일이었는데 모용운생과 같은 나이에 이 정 ..도의 공력을 지닌 것은 실로 놀라운 일이라 할 수 있었다. 쏴아-! 꽝 꽈르릉!! 사납게 쏟아지는 빗소리와 이따금 으르렁대는 뇌성 소리만이 사 방을 뒤흔들 뿐 주위는 조용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때 돌연, 멀리서 빗소리를 뚫고 날카로운 휘파갛 소리가 들려 왔다. 그 소리에는 심후한 공력이 스며 있었다. 冷신첵티솝 55 그리고 뒤이어 다시 휘파람 소리가 들려 왔는데 놀랍게도 이번 의 휘파람 소리는 백여 장 밖에서 들려 왔다. 그 휘파람 소리가 단숨에 이백여 장을 다가온 것으로 보아 휘파람 ..을 부는 사람의 경공이 어떠한 경지에 이르러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모용운생도 은근히 놀라서 운기조식을 멈추고 눈을 떴다, 획! 그 순간에 가벼운 음향과 함께 한 가날픈 인영이 물찬 제비와 같은 신법으로 대응전 안으로 날아 들어왔다. 그 인영의 모습은 얼핏 보아도 낭패한 것이 틀림없어 보였다. 그 인영도 대응전의 안으로 들어서자 마자 곧 칠흑 같은 어둠 속에 파묻히고 말았다. 하지만 모용운생은 그 인영이 자신과 불과 두 자도 떨어지지 않 은 곳으로 와서 넘어진 불상 뒤에 숨은 걸 알고 있었다. 두 자라면 ...손만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거리다. 새로 들어온 인영은 몸을 숨기고 나서야 바로 곁에 모용운생이 있는 걸 알고는 크게 놀란 듯 홈칫했다. 잠시 망설이는 듯했던 그 ...인영은 다른 곳으로 옮겨 가려는 듯 몸을 일으키려고 하였다. 바로 그때였다. 휘이익 ! 매서운 휘파람 소리가 잇따라 두 마디 들리더니 마지막 휘과람 소리는 대응전 바로 앞에서 들려 왔다. 그 휘파람 소리의 위력은 놀라워서 대응전 여기저기에서 흙먼지 가 마구 떨어져 내렸다. 그 흙먼지가 누구의 머리 위로 떨어져 내렸는지 여기저기서 나 지막한 욕설이 터져 나왔다. 동시에, 대응전 앞에 두 인영이 나타났다. 두 인영 중 한 인영이 성큼성큼 안으로 들어서면서 우렁찬 목소 55 獨뿔驚魂 리로 외쳤다 '이 계집애야! 지금이라도 물건을 내놓으면 늙은 비구니의 낯짝 을 봐서 용서해 줄 테니 썩 나서거라! 이 마당에 네년이 어딜 가겠 ...느냐?' 하지만 대웅전에서는 아무도 대답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 인영은 매우 성미가 급한 듯 대노해 으르렁거렸다. '이런 빌어먹을 계집년 같으니 썩 안 나오고 나중에 노부의 손 속이 잔흑하다고 원망하지 마라! 그래도 안 기어나을 테냐? 그의 목소리는 우렁차기 이를 데 없어 낡은 대웅전이 진동되면 서 또다시 흙먼지가 마구 쏟아져 내렸다. 매케한 것이 숨을 쉬기 힘들 정도였다 . 이런 빌어먹을 놈 같으니, 어느 집 돼지새끼가 멱따는 소리를 질러대는 거냐? 콜록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누군가가 음침한 소리로 분통을 터뜨 렸다. 필시 또 먼지벼락을 맞은 것 같았다. 안하무인으로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던 두 인영 중의 한 명은 누 가 자신에게 욕설을 퍼붓자 흠칫했다. 대응전 안에 다른 사람이 있 ...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 하지만 욕설을 얻어먹고 그냥 있을 만큼 그의 성질은 착한 편이 아니었다. '어떤 시러배 아들놈이 어르신네께서 하시는 일에 간섭이냐? 썩 나서라! 대갈통을 까 빗속에 차버릴 테다." 그의 우렁찬 음성이 울려 퍼지자 이번엔 다른 방향에서 냉소가 터져 나왔다. '어디서 굴러먹던 개뼈다귀가 뼈다귀 갉아 먹는 소릴 내는 거 1?' . 57 소리를 지른 인영은 또다시 욕을 얻어먹자 크게 분노했다. '어느 쥐새끼가 감히 태행산 속에서 태행쌍선 (太行雙仙) 의 비위 ...를 긁는 게1쾨' 그는 호통을 치며 소리난 곳으로 덫쳐 가면서 일장을 후려갈겼 다. '놀고 있네! 쌍선? 태행쌍흉(太行티쾨) 따위가 감히' 마주 노갈이 터져 나왔다. 펑! 두 사람의 장력이 부딪친 모양인지 폭음이 터지며 사방으로 경 퐁이 비산했다. 자칭 태행쌍선이라는 태행쌍흉의 무공은 능히 강호의 일류고수 였으며 그들의 나이도 이미 환갑이 넘은 터였다. 여태껏 소리를 지른 자는 그 증 대흉 오도력(촛홍力)이었는데, 대흉은 뜻밖에도 상대가 자신의 일격을 막아 내자 더욱 노기가 끓 ...어올랐다. '어쭈. 한가락한다는 건가? 어디 또다시 받아 봐라!' 그는 벼락같이 외침과 동시에 대강 방향을 가늠한 후 전력을 다 해 일장을 후려갈겼다. 그의 장세는 어둠을 찢으며 가공할 위세로 쏘아져 나갔다. 그러자 어둠 속에서 놀란 음성이 터졌다. 이런. 미친놈이 뒈지려고 환장을 했나? 어디서 발광이냐?' 동시에 강맹무쌍한 경기가 태행쌍흉 중 대흉의 장세를 향해 맞 부딪쳐 왔다. 대흉은 그 소리를 듣는 순간에 자신이 엉뚱한 사람에게 공격을 가한 것임을 깨달았다. 하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펑 ! 58 우렁찬 음향과 함께 먼지가 휘날리고 사방으로 회오리바람이 소 용돌이쳤다 그 층격을 이기지 못하고 대흉은 연달아 두 걸음이나 물러나야 했다. 노대인 오도력은 상대의 공력이 뜻밖에도 강하여 자신이 두 ...걸음이나 물러서게 되자 대경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니. 이따위 폐찰에 무슨 놈의 고수가 이토록 많단 말이냐?' 대흉이 놀라고 있을 때, 키가 훌쭉 크고 대나무 같이 깡마른 태 행쌍흉의 노이(윔二) 곽구(郭九)가 복수를 한답시고 조금 전에 경 ...력이 쏘아 온 곳으로 덮쳐 가면서 일장을 후려갈겼다. 펑! 와지끈 폭음과 함께 대응전 한구석이 그의 일장으로 인해 부서져 나갔 다. 상대는 이미 몸을 피한 후였던 것이다. 그렇게 되자 밖에서 비바람이 아우성치며 몰려 들어왔다 '어디서 난데없이 개자식들이 굴러 들어와서 발광을 하는 거 냐?' 안으로 비바람이 휘몰아쳐 오자. 여기자기서 분노한 외침이 터 지며 획, 획, 하는 소리와 더불어 막강한 경력들이 태행쌍흉을 향 ...해 쏟아져 갔다. 태행쌍흉은 산전수전 다 겪은 백전노장이었다. 이대로 입구에 멀뚱히 서 있다간 무슨 봉변을 당하게 될는지 모 를 것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하지만 목적이 있어 온 이상, 그대로 ...물러날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들은 호흡을 멈추면서 대응전 안의 ...어둠 속으로 뛰쳐 들었다. 그것과 함께 그들은 숨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무조건 일격을 가 하고는 금세 자리를 옮겼다. 이토록 비가 쏟아지는 속에서도 숨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으로 冷心無情 꼿 칩 보아 과연 태행쌍흉의 무공이 보동이 아님은 분명했다, 한데. 뜻밖에도 지금 이 폐찰에 있는 사람들은 단 한 사람도 약 자가 없었던 것이다. 태행쌍홍이 어둠 속에서 난동을 부리자 그들은 노화가 폭발하여 무슨 소리만 나면 그곳을 향해 무조건 손을 쓰기 시작했다. 곧 대응전 안은 수라장이 되고 말았다. 펑 !퍼엉 -! 장풍이 허공을 가르는 소리가 연이어 들렸고. 뒤를 이어, 여기 저기서 장력이 부딪치는 소리가 마구 터지면서 차마 듣기조차 거 ...북한 욕설이 사방에서 터져 나왔다. 사방의 벽이 종잇장처럼 터져 나가고 비가 휘몰아쳐 들어왔다 모용운생은 장내에 갑자기 적아를 분간할 수가 없는 혼전이 일 어나자 내심 기가 막혔다. '이 조그만 아가씨 하나 때문에 대흔란이 일어났군! 태행쌍흉이 ...강호상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은 지는 십억 년인데 무엇이 그들의 ...구미를 당기게 했을까?' 그는 어둠 속에서도 조금 전에 대웅전으로 스며 들어온 인영이 모령의 아가씨임을 알아볼 수 있었던 것이다. '앗' 바로 그때, 뾰족한 외침이 터져 나왔다. 한 가닥 응후한 잠경이 불상을 후려갈기자 그 뒤에 숨어 있던 예의 여인이 놀람에 찬 비명을 지른 것이다. 숨소리만 나면 공격을 ...퍼붓는 마당에 비명 소리가 나니 어찌 무사하겠는가? 특히 태행쌍흉은 이미 그녀를 백여 리나 쫓아온 터인데 그냥 있 을 리가 없었다. 번개처럼 덮쳐 갔다. 하지만 그녀 또한 총명하기 이를 데 없었다. 자신의 실태를 깨닫자마자 금빛이 번뜩이는 한줌의 암기를 앞에 6 濁贊驚魂 다 뿌려 내고는 신속하게 옆으로 몸을 날렸다. 누군가 놀라 소리쳤다. '이게 뭐냐?금광신망(金允神혼)이다!' 금광신망이란 공문삼기(空門三奇) 가운데 유일한 여성인 금광신 니{선땄어킵의 독문암기였다. 자체적으로 독은 없지만 그 자체가 금정 (金精)으로 주조되어 내가(內家)의 호신강기(護身쫑氣)를 파괴 ...할 수 있는 무서운 것이었다. 밝은 굿이라면 모르지만 이떻게 자신의 손가락조차 보기 힘든 어둠 속이라면 이러한 암기야말로 가장 상대하기 힘든 무기일 수 밖에 없다 다급한 외침이 터짐과 동시에 모두가 몸을 피하느라 법석이 났 다. 윙칙대로라면 그녀는 그 틈에 층분히 몸을 피할 수가 있어야 했 다. 하지만 그녀는 총망증에 자신의 왼편에 모용운생이 을 깜박하고는 그대로 몸을 날렸던 것이다. 있다는 것 모용운생의 품에 꼼을 던진 꼴이 되는 것이 당연했다. 낯선 남자의 품속에다 세차게 머리를 들이박고 흔비백산하지 않 을 여자가 어디 있겠는가. 모용운생 또한 그녀가 난데없이 자신에게 돌진해 올 줄은 상상 도 하지 않았던 터라, 내심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는 나이와는 비교할 수 없이 침착한 인물이었다. 일순간 흠칫했던 그는 손을 뻗어 그녀를 끌어안으며 전음지술 (傳뭏之術)을 사용해 그녀의 귓전에다 속삭였다. '잠시 그대로 있는 것이 좋을 것 같군 여기서 기척을 내먼 저들이 우리를 잡아 먹으려 들 것 같으니까.' 잡아 먹기 아니라 튀겨 먹어도 그렇지, 무림 증의 남녀가 아무 리 대범하다고 해도 남녀칠세 부동석의 그 시대에 어떻게 누군지 꽈끄舊 61 도 모르는 남자의 가슴에다 얼굴을 묻고 그냥 있을 수가 있겠는가 심장이 목구멍 밖으로 뒤어나을 듯이 다급해진 그녀는 있는 힘 을 다해 오용운생의 품속에서 빠져 나오려고 했다. 그렇지만 오용운생의 팔이 거대한 집게처럼 그녀를 꽉 끌어안고 있는데 그녀가 무슨 수로 그 속에서 빠져 나을 수 있을까. 가슴이 터질 듯이 쿵쾅거리고 꽁지에 불이 붙은 듯이 다급해지 는 것은 당연했다. 얼굴이 붉어지고 절로 식은땀이 흘러내리지 않 을 수 없었다. 기껏 도망왔다는 것이 색마의 품이란 말인가? '니 썩마! 놓지 못하겠느냐? 그녀는 다급한 나머지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숨을 멈춘 채, 눈을 부릅뜨고서 죽어라 그녀의 동정을 살피고 있던 태행쌍흉이 그 말소리를 그냥 놓칠 리가 없었다. 그 순간에 그들은 그곳으로 덮쳐 가면서 벽공장력(雰空掌力) 을 쳐내었다, 두 가닥의 벽공장력은 그들이 전력을 기울인 것으로 획, . 소리를 내면서 무서운 기세로 모용운생을 향해 휘몰아쳐 왔다. '나만 번거롭게 되었군, 꼼짝 말고 있도록1' 나지막하게 소리친 모용운생은 그녀의 몸을 위로 집어던졌다. 동시에 양손으로 동그라미를 그리더니 벼락 같은 기세로 쌍장을 앞으로 쳐내었다 놀랍게도 태행쌍흉의 합공을 맞받아 내려는 것이다 퍼-엉! 꽈르릉, 장세가 맞부딪치는 폭음과 함께 뇌성이 대응전을 뒤흔들었다. 그리고 찰나간에 번갯불이 대웅전 안을 밝히고 지나갔다. 순간. 대웅전 안의 사람들은 모두가 입을 벌리지 않을 수 없었 다. 한 흑의공자가 양손을 쳐들고 태산과 같이 버티고 있는데 그 앞 52 鄕빻澤魂 에서 태행쌍흉이 비틀거리며 세 걸음 가랗이나 물러서고 있는 것 을 목도하였기 때문이다. 겨우 스무 살이 좀 넘어 보이는 청년이 단신으로 태행쌍흉을 물 리치는 것을 보았으니 어찌 놀라지 않겠는가. 일장의 교환 이후에 주위는 다시 칠흑과도 같은 어둠 속으로 잠 겨 들었다. 태행쌍흉은 자신들의 합격 (合擊)을 받아 낸 상대가 놀랍게도 한 청년임을 보자 놀랍고도 분노했다. '이런 소문이 강호에 퍼지면 우리가 어떻게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있겠는가?' 태행쌍흉이 생각을 굴리는 순간에 사방에서 그들을 향해 집중적 인 공격이 쏟아졌다. 대응전 안의 난데없는 흔전은 순전히 태행쌍 흉으로 인하여 비롯되었으니 그들의 위치가 확인된 이상, 중인들 의 분노가 그들에게 쏟아지는 것은 당연했다. 태행쌍흉은 흑도에서 손꼽히는 마두였으나 오늘 폐찰에 모인 사 람들 모두가 고수 아닌 사람이 없었으므로 별 힘을 쓰지 못할 수밖 에 없었다. 감히 맞싸울 수가 없음을 직감한 그들은 대경실색하여 급히 몸 을 피했지만 여전히 벽공장력의 여파에 휩쓸리는 것을 면할 수 없 었다. '윽!' 그들은 동시에 나직한 신음을 토해 내었으나 급히 신음 소리를 삼켜 버리면서 숨을 죽였다. 기척을 내었다가는 목숨을 부지하기 힘듦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요란한 소리가 연달아 터지면서 태행쌍흉이 서 있던 곳은 대번 에 초토화가 되다시피 하였다. 암증의 고수들은 태행쌍흉이 이미 자리를 피한 것을 알자 모두 冷心無情 6 가 잽싸게 자리를 이동하여 숨을 죽였다. 온 신경을 기울여 상대의 기척을 알아 내려고 하는 것이다. 이런 어둠 속에서 자리를 피한다는 것은 먼 거리가 아니다. 그 저 한 두어 걸음만 이동하면 되는 것이다. 모용운생은 냉정히 사태를 지켜보고 있었기 때문에 태행쌍흉이 어디쯤 있는지 짐작하고 있었다. 대응전 안에 정적이 감듦과 동시에 그의 두 손에서는 어둠 속으 로 소리도 없이 두 줄기 암경 (暗勸1이 뻗어 나갔다. 이번의 일격은 ...모용운생이 전력을 다한 것이 아니었으므로 상대에게 타격을 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모용운생이 발출한 암경은 정확하게 태행쌍흉에게 뻗어 간 것이기에 받아 내든지 피하든지 간에 기척이 나지 않을 수가 엉 ...었다. 내심 이를 갈면서 그들이 몸을 피하자 옷자락 스치는 소리가 나 는 것은 당연했고, 대뜸 사면필방에서 경기가 소용돌이치며 그챠卞 ...을 향해 일제히 날아들었다. 순식칸에 사방은 다시금 장풍이 부딪치는 소리와 욕하는 소리로 뒤범벅이 되고 말았다. 피아(波1휴를 분간할 수가 없는지라, 무조 ...건 소리가 나는 곳을 향해 공격하는 눈 뜬 장님과 같은 대흔란이 ...일어났다. 그 틈에 모몽운생은 여유있게 대들보 위로 솟구쳐 올라갔다. 그는 바로 이것을 노린 셈이었다. 오늘 여기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가 보기 드문 고수인지라. 그들 ...모두의 눈을 피해 대들보 위로 올라갈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오용운생이 대들보 위에 내려서자마자 경미한 파공음과 함께 금 ...벚이 번쩍이며 그에게 쇄도했다. '금광신망이로군!' 6= 獨션驚魂 모용운생이 속으로 외치며 대들보에 발을 걸고 도권주렴(?擇珠 ...震)의 식으로 몸을 빙글 돌리는 사이에 금광신망을 피해 내었다 ....동시에 그의 몸은 대들보에서 윌겨져 나와서 금리도천파(金驅倒? ....波)의 식으로 팽꽹히 날아갔다. 이를 데 없어 실로 전광석화와 도착했다. 그의 자세는 유연하고도 빠르기 같은 순간에 암중의 여인의 면전에 오용운생은 조금 전 태행쌍홍과 맞부딪칠 때 그녀를 대들보 위 로 던져 올려 놓았던 것이다. 그녀는 므용운생의 행동이 놀랍게도 신속하여 어느새 자신과 두 ....자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와 있음을 느끼고 대경실색하여 문중의 ....절기인 항마수(降魔手) 를 전개하여 모용운생의 백회혈(百會穴) 을 ....노렸다.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기척만 듣고 상대의 혈도를 노릴 수 있는 것으로 보아 그녀의 무공도 범상치 않음이 틀림없었다. 그 순간, 그녀는 귓전에 낭랑한 웃음 소리가 벼락치듯 들림을 깨닫고 멈칫했다. 그리고 그녀의 몸은 그대로 굳어져 버리고 말았 ....다. 어느새 마혈(麻穴)이 찍혀 움직이지 못하게 된 것이다. 그녀는 상대의 무공이 이토록 높을 줄은 상상도 못했으므로 흔 비백산했다. 그렇게 되자, 그녀는 중심을 잃고 대들보에서 떨어지 ....려고 했다. 마혈이 짖혀 꼼짝도 못하는 판에 그대로 떨어진다면 뇌진탕으로 큰일이 날 것이 틀림없었다. 순간, 우람한 팔 하나가 그녀의 가날픈 허리를 감싸 안았다. 그 녀는 직감적으로 모용운생이 다시 자신을 안은 것임을 깨달았다 그녀는 오용운생이 채화음적인 것으로 오해하고 있었으므로 놀랍 고도 다급했다. 모용운생은 그녀의 얼굴을 그녀가 막 뭐라고 소리치려는 순간, 冷心無情 5 자신의 품속에 묻어 입을 막아 버리며 내가의 전음입밀(傳릅入?) 의 수법으로 말했다. 만약 다시 소리를 지르면 이번엔 발가벗겨 대옹전 밖에다 세워 놓 ....을지도 모르오?" 이 말에 그녀는 대경실색해서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꿀꺽 삼 켜 버리고 말았다, 모용운생은 그녀가 소리를 내지 않자, 그녀를 ....품속에서 떼내어 대들보 기둥에 기대 놓으며 전음입밀의 수법으로 ....계속해 말했다. '소란을 피우지 않으면 마혈도 풀어 주겠소. 약속하겠소?' 음적에게 걸렸으니 이제 큰일났구나 하고 다급하여 눈물마저 글 썽거리고 있던 그녀는 의아하여 모용운생 쪽을 쳐다보았다. 그들 사이의 거리는 겨우 두 자 가량인지라. 희미하게나마 상대 의 윤곽은 볼 수가 있었던 것이다. '싫소? 싫으면 관두고.' 모용운생이 다시 전음으로 말했다. 그녀는 다급해졌다. 그녀는 다급히 고개를 연신 끄떡이며 입을 열려고 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채 입을 열기도 전에 자신의 마혈이 풀린 것을 깨달았다. 이렇게 기척도 없이 격공해혈 (隔空解穴)을 한다는 ....것은 격공점혈 (隔空點穴)보다 더욱 놀라운 것이 아닐 수 없었다. ....하늘 무서운 줄 모르던 그녀였지만 모용운생의 고강한 무공에는 기가 죽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 사람은 나보다 나이도 별로 많지 않은 것 같은데. 일신의 무공이 측량할 수도 없구나.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모용운생이 처음 생각과는 달리 치한이 아님을 알게 되자, 그에 대한 궁금증이 구름처럼 일어났다. 따지자면 자신의 청백한 몸을 ....허락도 없이 두 번이나 안은 사람이 아닌가? 6 獨脣驚魂 '공자의 명호는 어찌 되지요?' 일단 궁금증이 일자, 평소 그녀의 성미답게 참지 못하고 물음이 ....불쑥 튀어나왔다. 그녀는 아름다웠다. 그러므로 그녀의 질문에 대 ....답하지 않는 남자는 있을 수 없다. 최소한 그녀의 기억에는 그러했 ....다 하지만 뜻밖에도 모용운생의 대답은 차갑기 이를 데 없었다. 지금 대전 안의 상황이 변하고 있으니 조용히 있으시오!' 공연히 머쓱해진 그녀는 귀를 기울여 보았지만 대응전 안은 여 전히 노호와 장력이 부딪치는 소리가 진동할 뿐이었다 달라지긴 꿔가 달라져? 마치 놀림을 받은 것 같자 모용운생의 변화무쌍한 행동에 기가 죽어 있던 그땋의 평소 성질이 발끈. 고개 ....를 들었다. 그녀의 이름은 임요경(林舊=핀으로, 불문의 기인인 금광신니의 막내제자였다. 귀여움을 한몸에 받고 자란 그녀인지라, 참는 것과 ....는 아예 인연이 없었다. 오죽하면 그녀의 별호가 무쌍옥녀(無雙도 ....女)라고 불리랴. 그녁가 막 분통을 터뜨리려고 하는 순간이었다. 들려 온 것은 차가운 음성이 당장 손을 멈추지 못할까? 이게 무슨 짓들이오?' 동시에 칠혹 같던 대웅전 안이 대낮같이 밝아졌다. 돌연한 사태에 그녀는 다시 한번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삼키 지 않을 수 없었다 冷心無情 67 第 章 神 秘 한 가 마 어느 틈엔지 대응전 안은 흥색두건에 흥의를 걸친 홍의인들이 약 십여 명 가량 들어서 있었다. 그리고 대웅전 문 앞에는 네 사람이 메는 사인교(四八橋)가 놓 여 있는데 그 주위에는 복면을 하고 청의를 입은 네 명의 여인들이 ....늘어서 있었다. 그 사인교는 매우 특이하여 일반의 사인교보다 아 ....주 작아 기이한 느낌을 주었다 별안간 기척도 없이 대응전 안에 십여 명의 인물이 나타나자 장 중의 의미없는 싸움은 싱겁게 끝나 버리고 말았다. 십여 명 가량의 흥의인들의 손에는 짤막한 곤봉과 같은 것이 쥐 어져 있는데 거기서 붉은빛이 쏟아져 나와 대응전 안을 밝히고 있 ....었다. 그 멎은 몹시 괴이하여 밝아졌다 어두북졌다 했으며 심지어 ....는 붉은색에서 푸른색으로까지 변하고 있었다. 그 빛의 괴이한 조 ....화(遣化) 와 흥의인의 돌연한 출현은 삽시간에 대응전 안을 공포의 ....소용돌이 속에 휩쓸어 넣기에 족했다. 더구나 한마디의 차가운 외침 이후에 그 기이한 청색의 가마에 冷心料僧 7 서도 숨막히는 정적만이 흐르고 있을 뿐,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 ....았다. 원래 태행쌍흉은 어둠 속의 격전에서 이미 적지 않은 손해를 본 상태였다. 그런데 갑자기 주위가 밝아지자 재빠르게 대응전 구석 구석을 살꼈는데 자신들이 찾는 금광신니의 제자가 보이지 않자 화가 머리 꼭대기까지 솟구쳐 올라 연기가 날 지경이었다. 게다가 난데없이 가마와 홍의인들이 나타나서 무언의 압력을 가 하자 평소의 흉포한 성질이 봇물이 넘치듯 터져 나왔다. 이름만 들으면 우는 아이조차도 울음을 그친다는 흑도의 마두가 태행쌍흉이었는데 오늘은 대응전 안에서 연이어 망신만 당하자 새 ....로이 나타난 상대에게 화풀이를 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너무 성급했다. 한편. 모용운생은 나타난 것이 뜻밖에도 그토록 찾아 헤매던 흥 의인들임을 알게 되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특유의 담담한 웃음 ....을 떠올렸다. 회심의 미소였다 하지만 대응전이 밝아지자. 비로서 모용운생의 얼굴을 보게 된 무쌍옥녀 임요경은 그 웃음을 대하게 되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가슴이 터질 듯 두근거렸으며 금방이라도 심장이 목구멍으로 튀어 .....나올 것만 같았다. =내가 왜 이러지? 저 사람의 웃음에 이토록 가슴이 설레다 니 더구나 나를 보고 미소 짓는 것도 아닌데 눈을 뗄 수가 없 다니' 아미파의 모든 사람들이 머리를 흔들어대는 성미를 가진 그녀였 다 그 자존심이야 말해 무엇 하겠는가. 그런 그녀인데도 모용운생의 웃음을 보고는 눈을 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만큼 모용운생의 웃음에는 마력이 깃들여 있었다. 그녀 자신이 자신의 심정을 이해할 수 없는 것도 당연했디. 72 獨션驚魂 모용운생은 그녀의 그런 변화는 아는지 모르는지, 장내의 변화 만 바라보고 있었다. 마침 태행쌍흉이 냉소하며 그 기이한 가마를 덮쳐 가는 중이었다. .....그들의 벽공장력은 이미 오십 년 이상의 수위(1料헤가 있어서 위세는 놀라운 바 있었다. 한데, 그 무서운 기세로 가마에 덮쳐 간 태행쌍흉의 벽공장력이 ,마 앞에 도달하자 눈 녹듯 스러져 버리는 것이 아닌가 이걸 본 태행쌍흉은 대번에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대경실색하여 뒤로 물러나려고 했다. 그 순간. 가마의 휘장이 가볍게 흔들렸다. '욱 "으윽' 가벼운 신음 소리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태행쌍흉은 썩은 코단 처럼 쓰러지고 말았다. 이 광경을 본 모용운생의 가슴이 가볍게 진탕되었다, '태행쌍흉이 비록 대단한 고수는 아니지만 저토록 쉽게 쓰러뜨 리다니 도대체 저 속에는 누가 있단 말인가?' 그의 생각이 채 끝나기도 전에 대응전 안에는 금세 서리가 내릴 것 같은 차가운 음성이 울려 퍼졌다. '당신들 증에 누가 태행쌍흉을 오늘의 일에 끌어들였나요?' 그러자 대응전 가운데 둘러서 있던 여덟 명 증에서 빽의를 입고 수염이 가슴까지 드리워진 육십 세 가량의 노인이 나섰다 그는 두 눈을 및내며 물었다. '당신이 우리들을 이곳까지 오도록 한 것이오?' '맞아요! 태행쌍흉에 관해서 묻고 있지 않았나요?' 가마 속의 음성은 젊은 여성의 음성인 듯 맑고 낭랑하였으나 차 갑고 날카롭기가 혀를 내두를 지경이었다. 冷心料情 7 백의노인은 냉소를 터뜨리며 외쳤다. '태행쌍흉이 어떻게 왔는지 노부 등이 어떻게 안단 말이냐? 노 부의 신분이 어떻기에 한갓 계집년이 가마 속에서 큰소리를 친단 .....말이냐? ' 오호호호 ." 돌연, 교태롭기 이를 데 없는 웃음 소리가 대응전 안에 울려 퍼 .....졌다. 이 웃음 소리는 괴이한 마력이 있어 사람의 마음을 혼들어 .....놓고 있었다. 오용운생의 얼굴에 파문이 일었다. '이것은 바로 섭신미소(蹟神眉笑)가 아닌가? 정녕 저들의 정체 가 사부님이 말씀하신 그들일까?' 가마 속의 웃음은 웬일인지 금방 멎었다. 동시에 가마 속에서 좀 전과는 전혀 다른 상냥하기 이를 데 없 는 음성이 들려왔다. '개비수(開碑手) 왕문통(王文通) , 귀하는 자신의 목숨과 처자의 .....생명이 모두 나에게 달려 있다는 걸 잊었던가요?' 부드럽기 이를 데 없는 말이었으나 이 말은 백의노인 왕문통의 아픈 곳을 여지없이 찌르기에 족했다. 그 말에 모용운생은 내심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개비수 왕문통은 산서(山西) 지방의 명인으로 무당파의 속가제 자였다. 그는 무당파의 제자이면서도 무당전래의 권법에 심혈을 .....기울여 개비수란 외호를 얻을 정도의 성취를 본 이름 높은 노협객 .....이었다. 그 말에 개비수 왕문통은 이를 갈더니 가마를 향해 - 소 리와 함께 순식간에 십여 장을 후려갈기면서 외쳤다. 노부가 무슨 잘못을 했기에 암산을 해놓고 오히려 큰소리란 말 ]냐? 74 '뜨거운 맛을 못 보았군 차가운 외침이 터졌다. 동시에 가마의 휘장이 흔들렸다. ' 2' 개비수 왕문통은 신음을 토해 내며 믿을 수 없는 듯 눈을 부릅 뜨고 가마를 한번 쳐다보더니 쓰러지고 말았다 모용운생은 이번에는 똑똑히 보았다. 가마 속에서 희고 섬세한 옥수가 번개처럼 뻗쳐 간 것에서 그 백옥 같은 손에 기이한 청색광망이 지. 나왔다가 들어 번뜩인 것까 '흑시 저것이 냉염장(冷爐掌)이 아닐까?' 장내에는 다시금 가마 속의 음성이 울려 퍼졌다. '당신들은 모두 본 교의 초청을 받고 이곳에 왔어요 들에게는 두 가지 길이 있어요.' 지금 당신 갑자기 한 명의 구레나룻 중년대한이 나섰다. 그의 온몸에서는 위맹함이 저절로 드러나고 있었다. 그는 우렁차게 외쳤다. '우리는 영문도 모르고 암산을 당하였소. 이곳에 오면 해독약을 준다고 하여 왔거늘, 이제 와서 그게 무슨 말이오?' 가마 속의 여인이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 '규염철장 (삐舊鐵掌) 초장(舊將) 당신에게 능력이 있다면 가져 가시오. 여기에 해독약은 얼마든지 있으니까. 규염철장은 하남 백도에서 호협하기로 이름난 고수였으므로 평 생 이와 같은 모욕은 받아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는 좀 전에 자신보다 조금도 못할 것이 없는 개비수가 단 일초에 쓰러지는 것을 보았으므로 결코 경거망동할 수가 없었 .....다. 冷心無情 75 '넌제까지나 가마 속에 있는가 볼까?' 규염철장은 우렁차게 외치며 횡소오악(橫擇卞?볐의 식으로 일장 .....을 휩쓸어 갔다. 하지만 그는 경력을 잔뜩 손바닥에 집중시키고 있 .....을 뿐 토해 내지는 않고 있었다. 세상에 이름난 그의 철장은 삽시간에 가마에 닿게 되었다. 순간. 가마의 휘장이 흔들리며 백옥과 같은 미끈한 손이 번개처 럼 튀어나왔다. 규염철장은 내심 준비하고 있었으므로 가마 속에서 옥수가 뻥쳐 나오자마자 벼락같이 호통을 치며 경력을 뿜어 내었다 딱! 손바닥이 마주치는 소리가 장중을 울렸다 우욱!" 규염철장은 격하게 어깨를 흔들더니 신음과 걸음이나 후퇴했다. 그의 대추빛 얼굴은 어느새 었다. 함께 잇달아 일곱 창백하게 변해 있 속 신비여인의 놀랍게도 강호를 떨어 울리는 그의 철장이 가마 옥장에 맥도 못 추고 무산되어 버리고 만 것이다. 이를 지켜본 모용운생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삽시간에 강호의 일류고수 두 명이 모습을 드러내지 한 여인의 손에 당하고 만 것이 아닌가? 않은 신비 정말 가볍게 볼 수 없는 문제였다. 가마 속의 여인이 말했다. ,모두들 반항하면 어떻게 될지 보았으리라 믿어요. 귀순을 하면 일신의 영화는 물론. 처자의 생명도 보장받을 수 있어요. 장내에는 침묵이 홀렀다. 그때였다. 털썩 ! 76 獨背魂 규염철장이 얼굴이 하얗게 질려 부들부들 떨더니 쓰러져 버렀 다. 이것을 본 장내에는 약간의 소요가 일어나더니 키가 작고 안색 .....이 음침한 노인이 한걸음 나서며 말했다. '노부는 낙양의 도정곤(都定坤)이라고 하오. 귀순을 도대체 누 구에게 하라는 거요? 소저에게 말이오?' '당신들을 필요로 하는 것은 내가 아니라 본 교예요. 본 교는 아직 강호에 정식 개파하지 않았지만 모든 준비가 완료되는 대로 모습을 나타낼 거예요.' 그 교의 이름은 무엇이오?' '그건 밝힐 수 없어인 당신들이 가입을 하게 된다면 자연적으 로 알게 될 거예요1" 그녀의 말은 차갑기 이를 데 없어 더 이상의 여지가 없는 것 같 았다. 도정곤은 쥐눈을 굴리더니 힘없이 말했다. '좋소. 기왕 이텅게 된 바에야' 그 뒤를 이어 나머지 사람들이 차례로 동조하고 남은 것은 선퐁 도골의 풍채를 지닌 노도인뿐이었다. 가마 속의 여인이 말했다. 그녀는 휘장을 통해 밖의 상황이 다 보이는 것 같았다. '삼원도장(三元舊꽈)께선 아직도 생각이 정리되지 않으셨나요?' 그녀의 음성은 뜻밖에 부드러웠다. 삼원도장은 바로 하북 청원관(淸파鬪의 관주로 당금 청성파의 장문인 조원도장(朝元遣릇) 의 방계사제(捨系師弟)로서 그의 검술 .....은 청성파의 진수를 완전히 터득한 것이었다. 삼원도장은 조용히 입을 열었다. 빈도는 여시주의 경인기예 (驚八技藝} 를 한번 견식해 보고 싶소 .....]다. " 잡心無情 가마 속에서는 아무 말도 없더니 물었다. '만약 도장께서 패하신다면 본 교에 귀순하시겠나요?' 삼원도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소이다, 그러나 요행히 빈도가 승리를 거둔다면 여시주께선 본관 제자들의 중독을 풀어 주시오.' '좋아요. 그럼 시작할까요?' 가볍게 웃는 소리와 함께 말은 들리는데 신비의 억인은 나올 생 .....각도 하지 않았다. 삼원도장이 검을 뽑아 들고 기다리다 이 광경에 노기를 드러내 .....었다. '설마 그 속에서 빈도와 싸우겠다는 것이오?' '도장이 능력이 있으시다면 이 몸은 자연히 가마에서 나가게 되 .....겠지요?' 이 말은 듣기에 따라 더할 수 없는 모욕이 아닐 수 없었다. 수양 깊은 삼원도장조차 더 이상 노기를 참을 수 없었다. '빈도의 손속이 무섭다 원망 마라!' 한소리 외침과 함께 삼원도장의 장검이 싹, 싹, 소리를 내면서 .....벼락같이 세 개의 검으로 변하며 덮쳐 갔다. 바로 삼환투월(三環훌月)의 일초였다. 삼원도장은 좀 전에 여러 사람이 당하는 것을 보았기 때문에 가 .....마를 부술 생각을 하지 않고 휘장을 공격해 갔다. 삼원도장은 돌연 .....휘장 안에서 막강한 잠력이 쏟아져 나와 자신의 검세가 멈칫함을 깨달았다. 그리고 다음 순간에 가마 속에서 백옥 같은 손이 번개처럼 뻗어 나오면서 삼원도장의 검을 쥔 손의 곡지혈(曲池穴)을 향해 일지를 .....쏘아 왔다. 삼원도장은 가슴이 철렁하였다. 78 獨랠驚魂 자신이 검을 거두지 않으면 상대를 해치기 전에 자신의 검을 놓 치고 말 것이 틀검없기 때문이었다. "야압! 삼원도장은 벼락같이 호통을 치면서 몸을 반 바퀴 돌렸다. 그러자, 그의 몸은 순식간에 가마 안 여인의 옥수의 위협에서 벗어나며 오히려 검을 휘둘러 그 여인의 손을 잘라 버리려고 했다 ......변초하는 속도와 검이 떨어져 내려오는 속도는 마치 유성이 흐르 는 듯하여 빠르기 이를 데 없었다 모용운생이 나직이 감탄했다. '멋진 유성비사(流星飛瀉) ! 하지만 단조로운 것이 흠이군1' 삼원도장은 자신의 일초가 능히 가마 속 신비여인의 손을 곤란 하게 할 수 있을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한데 돌연 그 희디횐 옥수가 기이한 청색광망을 뿌려 내며 무어 라 형용할 수 없는 괴이한 초식으로 자신의 유성비사의 소시키는 것을 보고 대경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초식을 해 동시에 그 옥수가 청색광망을 뿜어 내면서 그의 완맥을 노리고 일장을 후려갈겨 왔다. 삼원도장은 등골이 서늘하여 잇달아 절초를 펼쳐 내었지만 그 옥수가 한번 움직일 때마다 자신의 초식이 모조리 무산됨을 보고 절망에 빠지고 말았다. 쨍그랑 마침내 삼원도장의 검이 바닥에 떨어지고 말았다. 삼원도장은 너무도 어이가 없는지 멍청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가마 안에서 맑은 계류가 흘러가는 듯한 음성이 울려 나왔다. 모두에게 해독약을 드려=닐 이제는 한집안이 되었다. ' 가마 안의 음성은 너무도 변화무쌍하여 그 가마가 좀 컸으면 여 러 사람이 타고 있으리라 의심이 날 지경이었다. 땅슛捨 79 그러자 목상인 듯 가만히 서 있던 가마 뒤 네 명의 시녀 중에서 한 명이 가마 옆으로 다가가 약을 받아 들더니 모두에게 나누어 주 ......기 시작했다. 그들은 쓰러진 두 명과 태행쌍흉에게조차 약을 먹였다. 모용운생은 이걸 보고 속으로 냉소했다. '해독약이라니 태행쌍흉도 중독되었다더냐?' 가마 안의 음성이 외쳤다. '도정곤. 당신은 물이 있어야 약을 먹겠소?' 그 음성은 차갑기 이를 데 없어 금세 한똥이 몰아칠 것 같았다. 도정곤은 강호에서 흑심수(黑心랠)라고 불리는 만큼 의심이 많 아 주는 약을 혀 밑에 감추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탄로난 것을 알자 내심 탄식하며 꿀꺽 약을 삼키고 말았 다. 그는 가마 안의 여인에게 생전 처음 공포를 느끼고 있었다 .'귀신 같은 계집년! 도대체 노부가 약을 삼키지 않은 것은 어떻 .게 알았을까?' 가마 안의 음성은 모두가 약을 먹었다고 단정한 듯 차갑게 말했 .다 . 당신들은 별도의 지시가 있을 때까지 나의 수하예요. 모두 한 .옆으로 서시오!' 풍운을 질타하던 여러 군응들은 맥없이 고개를 늘어뜨리고 한쪽 .으로 늘어섰다. 가마 안에서는 잠시 침묵이 흐르더니 곧 차가운 웃음이 터져 나 .왔다. '호호 이제 내 볼일은 끝이 났는데 귀하는 언제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것인가요? 모용운생은 내심 놀라지 않올 수 없었다. '이제 보니 그녀도 나의 존재를 눈치채고 있었군 모든 것을 8 렴舊魂 장악한 뒤에 나를 부른다? 이거 오랜만에 호적수를 만난 것 같군1' ......모용운생은 무쌓옥녀에게 전음으로 말했다. 낭자는 기회를 틈타 피하시오.' 그는 무쌍옥녀가 말할 기회도 주지 않고 몸을 날려 대응전으로 내려갔다 곧 흥의인들이 들고 있는 괴이한 불멎 속에 모용운생의 여유있 는 모습이 드러났다. 그리고 모용운생은 내려서자마자 아무런 말 도 없이 대뜸 가마를 향헤 다가갔다. 가마 안의 여인은 이런 모용운생의 기세에샤 심상치 않음을 느 킨 듯하였다. '그를 막아라!' 냉갈이 터졌다. 순식간에 가마 앞을 청의시비들이 막아 섰다. 뿐만 아니라 좌우로 벌려 서 있던 흥의인들마저도 오용운생을 둘러싸고 있었다. 나머지 사람들은 엉거주춤한 상태로 눈치만 살피고 있었다. 모용운생은 사면에서 적이 둘러싸 오는 것을 보고도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 얼굴에는 예의 한 줄기 담담한 미소를 떠올린 채 태연하게 가마를 향해 접근해 가는 발걸음도 여전히 멈추지 않고 있는 것이다 . 쳐라!' 한소리 호통과 함께 홍의복면인 셋이 모용운생에게 덮쳐 들었 다. 그들과의 거리는 이미 손이 뻗으면 닿을 정도였다. 모몽운생은 이미 흥의괴인들과 한번 상대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그들이 상처를 입어도 고통을 느끼지 않는 괴이한 체질인 것을 알 ......고 있었다. 세 명의 홍의괴인들은 먼젓번의 홍의괴인들보다 더욱 강한 것 冷心柰情 81 같았다. 그들이 발동하자마자 그들의 장세는 어느새 모용운생과 반 자 거리까지 이르고 있었던 것이다. 순간. 오용운생이 마치 사막에서 별안간 회오리바람이 생겨나듯 몸을 팽이처럼 회전시켰다. 뒤를 이어 둔탁한 소리가 거의 동시에, 올리듯이 대웅전 안을 울려 퍼졌다. 마치 한번에 가죽북을 그리고 다음 순간에 모용운생은 아무 일도 없었던 듯 그들을 스 쳐 가마를 향해 다가서고 있었다. 세 명의 홍의괴인들이 안면이 완전 뭉개진 채로 그의 뒤에서 쓰 러지고 있었다. 그 손속의 신랄함과 빠름. 그리고 정확함은 실로 ......놀랍기 이를 데 없을 정도였다. 이것이 바로 그의 절학인 천두데구 ......식 중의 선전건곤(旋轉乾坤)의 절초였다. 결과가 이토록 허무할 줄은 뜻밖이었던지 가마 안에서 나직한 탄성이 토해졌다. 모용운생은 뒤에서 홍의괴인들이 쓰러지는 것이 자신과는 상관 도 없는 듯, 앞을 가로막고 있는 청의시녀들을 바라보면서 입을 열 ......었다. 그 어조는 여전히 담담했다. '너회들은 본 공자의 적수가 아니다. 물러서라!' 말은 하면서도 그의 발걸음은 처음처럼 여전히 가마를 향해 다 가서고 있었다. 청의시녀 넷은 대답 대신 일제히 모용운생을 향해서 검을 겨누 었다. 검및이 삼엄하게 일어났다. 그런데도 모용운생은 마치 그 검 ......에 찔리기를 바라기라도 하는 듯이 그대로 다가설 뿐이었다. 그의 이 조용한 행동에는 은연중에 무서운 기세가 함유되어 있 어 사람을 누르기에 층분했다. '예잇 !" 참을 수 없게 된 네 명의 시녀가 앙칼진 함성과 함께 빙글 돌면 82 1 서 두 명이 검을 쳐왔다. 검멎이 일어나는 기세만으로도 히 강호 일류고수의 자격이 있었다. 이미 층분 동시에 모용운생의 등뒤에서도 나머지 홍의인 중 네 명이 공격 을 해왔다. 모용운생의 얼굴에 차가운 기운이 스치고 지나갔다. 아아악 "앗!' 다음 순간, 구슬픈 비명과 함께 놀람에 찬 외마디 비명이 엇갈 리며 터져 나왔다. 어느 누구도 똑똑히 보지 못했는데 모용운생 앞에는 청의시녀 한 명이 쓰러져 있었다. 그리고 한 청의시녀는 자신의 검을 흥의괴 ......인의 가슴에 찔러 놓고 흔이 빠진 듯 멍청히 서 있었다. 나머지 홍의괴인 세 명은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나고 있는데 그 중 하나는 팔이 잘려 나간 상태였다. 실로 흔비백산할 일이었다. 그 찰나간에 모용운생은 두 손에서 막강한 인력(引力)을 발촐하 여 두 시녀의 검을 끌어당겨 오히려 뒤에 덮쳐 오는 흥의괴인들을 ......상하게 했던 것이다. 일시지간 멍청히 서 있던 청의시녀들이 분노한 재차 모용운생에게 덮쳐 가려고 할 때였다. 함성을 지르며 물러서라! 너회들이 상대할 사람이 아니다!' 차가운 음성이 터져 나왔다. 청의시녀들은 독기 어린 눈으로 오용운생을 노려보면서 두고 물러섰다. 검을 거 모용운생은 그렇게 될 것을 짐작하고 있기라도 한 듯이 여전히 담담한 신색이었다. 그는 이미 가마의 바로 요에 서 있었다. 봉올情 8 가마 속에서 놀라움이 서린 음성이 흘러나왔다. '당금 무림에 공자와 같은 고수가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는 데 귀하는 소림사에서 왔소?' 모용운생의 심신이 가벼운 진동을 일으켰다. 놀랍게도 상대는 가마 속에서 자신의 무공을 알아본 것이다. 그 짧은 시간에 그는 담담한 미소를 떠올렸다. '과연 안목이 대단하군! 대접인신공(大接引神功)이 소림 칠십이 종절예 중의 하나지만 본 공자가 중일 까닭은 없지.' 가마 안의 여인은 말문이 막히는지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갑자 기 탄성을 질렀다. '당신이 바로 냉심무정 모용운생, 모용대협인가요? 모용운생은 돌연 빙그레 웃었다. 그것은 무언의 시인이었다. 하지만 가마 안에 있던 여인은 그 웃음을 보자 마음이 진탕되어 절로 가슴이 떨려 왔다. 미인의 교소(嬌笑)를 보고 남자를 뇌쇄(惱 ......殺)시키는 웃음이라고 한다. 한데 모용운생의 이 웃음은 여인을 뇌 ......쇄시키는 무한한 마력이 있었다. 그 어떠한 여인이든지 그의 웃음을 보고 나면 일생 그를 잊을 수 없는 절대적인 마력인 것이다. 그것은 어떤 사공(理功)이 아니 ......라 모용운생 본인의 천부(지料적인 것이라 더욱 특별했다. 가마 속의 여인은 평소 남자를 가소롭게 보던 성격이었던지라, 내심 대경실색하여 자신도 모르게 그를 외면하면서 경악 어린 음 ......성으로 말했다. '귀하가 정녕 냉심무정이란 말인가요?' 모용운생은 웃음을 거두며 담담히 말했다. '본 공자말고 또 냉심무정이 있단 말이오?' 84 18 가마 속의 여인은 나직이 신음했다. '사나운 개는 짖지 않는다더니 내 은 고수는 처음 보는 것 같군요! 강호에 나온 후, 당신 같 모용운생이 여전히 담담한 어조로 다시 말했다. '모습을 나타내는 게 좋지 않겠소?' 가마 속에서 낭랑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왜? 내 모습이 보고 싶으신가요?' 조금은 불공평한 것 같기 때문이오 나오기 싫다면 내가 좀 도 와 줄 수도 있지!' 말을 하던 모용운생이 돌연 오른손을 쥐었다. 찌-익 날카로운 음향과 함께 가마의 휘장이 허공을 격하고 다시 잡아 날아들었다. 찢겨져 모용운생의 손으로 또다시 대접인신공이 발휘된 것이었다. 가마 안에는 한 여인이 다소곳이 앉아 있었다. 모용운생이 예의 담담한 어조로 감탄했다. 마치 선녀가 하강한 것 같군' 그의 말은 시종여일하여, 침착하기 이를 데 없어서 닌지 추측키 어려웠다. 진심인지 아 하지만 가마 속의 여인이 대단한 미인인 것만은 틀림없었다. 일신에는 맑은 청의를 걸쳤으며 구름 같은 머리는 곱게 빗어 틀 ......어 올려져 있었다. 호수 같은 눈과 그린 듯한 아미, 앵두 같은 입 ......술 등 갖은 형용사가 그녀를 위해 존재하는 듯하였다. 가마 속의 가인(佳八)은 모용운생의 행동을 예측한 듯 조금도 놀란 기색을 띠지 않고 입을 열었다. '내가 듣고 있기론 모용대협은 잠시 신룡과 같이 모습을 드러냈 冷心無情 85 다가 지난 삼 년 간이나 강호에 나타나지 않은 것 같았는데 오늘 ......이곳에 나타나다니 너무나 뜻밖인데요?' '나 역시도 귀교가 소문도 없이 강호의 고수들을 끌어모으고 있 ......을지는 몰랐소. 소저는 교내의 무슨 직책을 맡고 있는지?' 모용운생이 이 말은 매우 교묘하여 가마 속의 가인은 상대가 도 ......대체 얼마나 알고 있는지 측량할 수가 없었다. '과연 냉심무정이란 자가 허명을 얻은 것은 아니로구나1 내 지 ......난 이 년 동안 강호를 종횡했으나 이 같은 자를 만나지 못했으 ......니 그녀의 나이는 이제 겨우 이십 세를 갓 넘은지라 모용운생과 같 ......은 기남자를 보자 방심이 흔들리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본 교의 비봉령(飛鳳令)을 관장하고 있어요. 본 교에서는 ......모용대협과 같은 인재를 증용하고 있는데 생각이 어떠신가요?' ......모용운생이 여전히 담담한 미소를 지우지 않은 채 말했다. '그렇다면 조금 생각해 볼까. 만약에 본 공자가 귀교에 가입을 ......한다면 영주와 비교해 어떤 대우를 받을 수 있겠소?' 가마 속의 비봉령주는 내심 희열을 금할 수 없었다. 모용운생과 같은 고수를 가입시키면 그녀의 공은 클 것이고 그 ......렇게 된다면 이미 그를 보고 방심이 흔들린 그녀는 그와 회가 생기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같이할 기 '모용대협의 영명(英名) 으로 보아 필시 본 영주보다 더 중용이 ......될 것이 확실하겠지요!' '졍주보다 중용이라? 그럼 영주의 요?' 직위는 교내에서 어느 정도 '본 교에는 오대령주(五大令호)와 오대당주(표大堂호) 등, 많은 ......직위가 있는데 교내의 증심세력에 속하지요.' '교주와의 사이에는 얼마나 층하가 있는 것이오?' 86 獨렴澤理 '교주님의 밑에 부교주님 그리고' 비봉령주는 말을 하다 말고 이상함을 느킨 듯 입을 다물었다, 그녀는 경각심을 느낀 듯이 싸늘하게 물었다. 모용대협은 가입할 마음이 있으신가요?" 모용운생은 그녀가 그 신비로운 교의 내부상태에 관해 말을 하 ......려다가 입을 다물자 내심 안타깝기 이를 데 없었다. '내가 강호정세에 조금만 더 주의를 기울였다면 오늘날 이런 일 ......에 심기를 쓸 필요가 없을 것인데' 사실이 그러하였다. 그의 절세적인 기지로 보건데, 강호정세에 유념했다면 결코 이 ......토록 상대에 관해서 어둡지는 않았을 것이다. '모용 아무개는 비록 마음이 동하기는 하지만 사실은 귀교의 명 ......칭조차 모르는 형편이라 망설이지 않을 수 없구려 ' 모용운생의 말이 끝나자마자 대웅전 밖에서 흥소(洪笑)가 터져 ......나왔다. '하하. 하하하!' 웃음 소리의 위력은 놀라워 대응전의 지봉이 흔들리면서 흙먼지 ......가 쏟아져 내려왔다. 모용운생은 내심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보통 고수가 아니로구나! 어쩌면 사부님 곁을 떠난 뒤 최고의 ......고수를 만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때, 대응전 안으로 한 명이 걸어 들어오며 말했다. '모용형께서 본 교에 가입만 하신다면 그까짓 명칭이 문제겐 소?' 이 말에 오용운생의 가슴은 덜컹 소리가 나는 것만 같았다. 나타난 사람도 적이 아닌가 더구나 그가 대응전으로 들어오는 신법은 내가상승의 대나이지 ......冷心無情 꽈 술(大鄕移之術)로 그의 공력을 단적으로 나타내고 있었다, 모용운생이 그를 살펴보니 얼핏 보기에 나이는 삼십대의 중반인 ......것 같았다. 눈이 가늘고 안색이 음침한 것이 매우 심기가 깊어 보 ......였다. 그는 황색장포를 입고 등에는 한 자루의 장검을 비스듬히 메 ......고 있었다. 모용운생이 태연한 신색으로 물었다. '귀하의 신분은 어떻게 되시오?' 오용운생과 같은 나이에 이와 같은 데 없었다. 침착성은 정녕 놀랍기 이를 황의중년인은 서슴지 않고 대답했다. '본 령은 오령 증의 천룡령(天龍令)을 관장하고 있소.' 그것은 그가 천룡령주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가마 안의 비봉령주는 천룡령주의 출현이 뜻밖인지 잠시 주저하 다가 말했다. '사형께서 여긴 웬일이신가요? 이곳은 내 관할인데?" 천룡령주는 문득 크게 한바탕 대소하더니 말했다. '안심해라. 사매의 권한을 침해할 생각은 없다. 본 령은 오로지 모용대협 때문에 이곳에 온 것이다.' 이 말은 비봉령주뿐만이 아니라 모용운생까지도 의외인지 다시 한번 천룡령주를 쳐다보았다. 모용대협, 정녕 본 교에 가입할 의사가 있으시오?' 천룡령주가 돌연 다짐하듯 물었다. 모용운생은 가벼운 미소만 떠올릴 뿐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는 오늘 일이 매우 고약하게 된 것을 느끼고 암암리에 내력을 운행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자가 비봉령주의 사형이라면 필시 경인할 무공을 지니고 있 올 것이다. 두 사람의 사이가 그리 좋은 것 같지는 않으니 과연 합 ......88 獨脣驚魂 공을 할지는 모르겠군' 모용운생의 생각은 천룡령주의 냉소로 깨지고 말았다. '모용대협. 본 령은 예의를 다했는데도 귀하는 너무 거만한 것 같지 않소? "와하하하 돌연, 모용운생이 광소를 터뜨렸다. 그는 공력을 과시하려는 듯 웃음 소리에 막강한 공력이 깃들여 있어 대응전 안의 사람들은 모두 고막이 터지는 것 같았다. 이 웃음 소리에 비봉령주는 물론. 새로이 나타난 천룡령주도 대 경하여 안색이 변했다. 모용운생이 얼굴빛을 굳히며 말했다. '영주는 본 공자를 찾아왔다고 하는데 그 이목와 영민함은 놀랄 만하오. 한데 과연 무엇 때문에 본 공자를 찾는 것인지 알 수 없구 ......려.' 천룡령주는 감정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하하 과찬의 말씀을 모용형께서는 본 교를 찾아다니신 것 으로 아는데?' 모용운생은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자신의 행동이 저들의 이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 아 닌가? 천룡령주는 모용운생의 기색을 살피면서 말했다. '더구나 모용형께선 본 교가 필요로 하는 인재가 아니겠소?. 모용운생이 비꼬았다. '본 공자가 언제 영주의 형이 되었소? 본 공자는 나이 먹은 동 생을 둔 기억이 없소이다만?' 이 말에 천룡령주는 얼굴이 푸르락붉으락하였다. 상대에게 형이란 칭호를 사용하는 것은 존경과 친근감을 함께 나 뻥心無情 澤 타내는 것인데 모용운생이 짐짓 꼬르는 척 속을 긁어 버린 것이다 ......모용운생은 그가 뭐라고 말하기 전에 다시 말을 이었다 '귀하가 본 공자를 찾는 것은 이유가 그것뿐만은 아닐 텐데?' 모용운생의 말은 거의 반말에 가까워 상대에게 조금의 체면도 세워 주지 않았다. 천룡령주는 눈멎이 변하며 속으로 욕을 퍼부었다.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자식이 이토록 오만방자하다니 내 기 필코 네놈을 내 발 밑에 무릎을 끓리고 말리라' 속은 그렇지만 겉으로는 억전히 웃는 낮이었다. '과연 말하기가 쉽소이다. 본 교에서는 모용형께서 얻은 물건만 돌려준다면 더 이상 모뭉형을 괴롭게 하지 않을 것이오.' 꼬용운생이 피식 실소했다. "별로 힘들 것 없는 요구로군 하지만 그런 능력이 귀하에게 있 겠소?' 제아무리 심계가 깊고 음홍한 천룡령주이지만 이토록 정면도발 을 하는데야 더 이상 성인군자인 양 할 수 없었다. 흐흐. .. . 보자보자 하니 실로 오만방자하기 이를 데 없구나1 토끼새끼들 가운데서 네놈이 명성을 얻었다고 호랑이 앞에서도 겁 ......없이 짖어데다니. .. .' 모용운생이 혀를 찼다. '쫑뜻. ... 안됐군! 당신은 그 한마디로 내년 오늘이 당신의 제 삿날이 되게 되었으니' 상대가 얼굴맞도 변하지 않고 계속해서 자신을 깎아 내린다면 더욱 화가 나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천룡령주는 과연 비범한 데가 있었다 그는 심중의 노화를 억누르며 이 다루기 어려운 인물에게 다시 말했다 9 == '모용운생. 그 동안 쌓아 올린 명성이 아깝지 않은가? 지금이라 도 물건만 내놓으면 그의 말은 모용운생이 말을 가로채는 바람에 막히고 말았다. '영주, 살고 싶으면 이리로 한운장주를 모셔 오는 것이 어떻겠 나? 그떻게 한다면 본 공자가 한번 용서해 줄 수도 있다. 어차피 ......귀하의 목이야 동네 개와 같은 것이니까. 이토록 비위를 긁어대는 데야 천룡령주의 귓구멍에서 연기가 안 ......나는 것이 이상했다. '이놈의 새끼가 정녕 !' 그는 너무도 노해 말도 끝내지 못했다 동시에 창. 하는 맑은 음향과 함께 차가운 검광이 매섭게 그의 ......등뒤에서 뻗어 나왔다. 그가 검을 뽑는 동작과 발초하는 동작은 단숨에 이루어져 모용 ......운생 주위의 일 장 가량이 대번에 그의 검세하에 들어갔다 매섭고도 신랄하기 이를 데 없는 초식이었다. 그의 검은 호통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이미 모용운생과 한 자도 ......떨어지지 않은 곳까지 접근해 왔다. 무서운 살수였다. 오용운생은 상대의 검법이 의외로 놀라운 것을 보고 안색이 굳 ......어졌다. 심지어는 비봉령주조차도 놀란 빛을 드러내고 있었다. 마치 밤하늘을 달리는 번갯불과 같이 뻗어난 천룡령주의 검은 ......모용운생의 몸과 반 자 가량 떨어진 곳에 이르자 부르르 떨더니 다 ......섯 개의 검화를 환출해 내어 모용운생을 공격했다. 전광석화와 같은 가운데 또다시 일어난 마지막의 이 변화는 너 무도 뜻밖이라 가히 위협적이 아닐 수 없었다. 한데, 모용운생은 그것을 보지 못한 듯이 아무런 동작도 취하지 않고 가만히 서 있는 것이 아닌가? 冷心無情 91 '앗' 외마디 경호성이 낮게 울려 퍼졌다 그 놀란 외침은 대들보 위의 무쌍옥녀와 비봉령주가 제각기 토 같지가 않 해 낸 것이지만 거의 동시에 지른 것이라 두 사람의 것 았다. 그 순간, 놀랍게도 모용운생의 몸이 검세에 밀리듯 두등실 경쾌 하기 이를 데 없이 뒤로 물러나는 것이 아닌가. 천룡령주가 차갑게 코웃음쳤다. '도망 같은 건 생각도 하지 마라!' 검광이 눈에 어리는 가운데 천룡령주의 장검은 순식간에 다섯 차례나 초식을 바꾸었고 여섯 번이나 변화했다. 실로 매섭고 악랄 ......하기 이를 데 없는 초식의 연속으로 눈이 부실 정도였다. 그런데 괴이하게도 그 신랄무비(辛辣無比)한 그의 검세가 모용 운생의 곁에 이르기만 하면 모용운생의 몸은 마치 무엇에 떠밀리 ......는 것 같이 그 시정권을 벗어나는 것이다 '부신수형(浮身隱形)? 천룡령주는 갑자기 무엇을 깨달은 듯 검을 거두며 외쳤다. 그는 매우 놀란 듯 조금 전까지 모용운생을 금방 쳐 죽일 것 같 ......던 안색이 창백해졌다. 목소리마저도 경악과 불신에 가득 차 있었다. 부신수형이란 경신법은 일단 펼쳐지면 전신이 가볍기 이를 데 없어져서 한 줄기 미풍만 불어도 몸을 날릴 수가 있는 경신절기였 ......다. 실전되었다고 알려졌던 일대의 절기가 모용운생의 몸에서 재 ......현됨을 보고 그가 어찌 놀라지 않겠는가. 모용운생의 얼굴에 담담한 웃음이 떠올라 왔다. 귀하는 왜 내 외호가 냉심무정인지 아는가?' 그의 담담한 웃음은 담담한 음성과 결합하여 무서운 살기가 되 92 == 어 천룡령주에게 뻗어 나갔다 동시에. 모용운생은 천룡령주에게 한걸음 다가섰다. 형언하기 어려운 무형의 기세가 천룡령주를 핍박했다. 천룡령주 ......는 미처 놀란 심신을 가다듬기 전이라 도저히 그 기세를 감당할 수 ......가 없었다. 그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한걸음 물러서고 말았다. 금방이라 도 상대가 덮쳐 을 것 같았던 것이다. '에잇 1' 한걸음 물러난 천룡령주는 자신의 실수를 깨달은 듯 대갈하면서 비스듬히 일검을 후려쳐 왔다. 그 상태에서 상대가 공격해 오면 완 ......전히 싸움의 주도권을 상실하게 될 것임을 직감한 것이다. 모용운생은 자신을 찔러 오는 그 일검이 평범한 것 같지만 기실 심오하기 이를 데 없음을 한눈에 알아보았다. 하지만 지금 물러서 ......면 그는 또다시 공격할 기회를 잃어버리게 될 것이었다. '더 빨리 죽고 싶은가?' 모용운생이 차갑게 외치며 오히려 앞으로 두 걸음 전진했다. 동시에 그는 천두대구식을 펼쳐 내기 시작했다. 천두대구식은 최상의 변화를 장법에 적용시킨 것으로 그 위력은 말할 나위가 없 ......었다. 두 사람은 용호상박, 용쟁호투를 전개하기 시작했다. 싸우는 천룡령주의 놀라움은 물론, 지켜보고 있는 비봉령주조차 놀라 어안이 벙벙했다 '이 사람은 도대체 누구의 제자이기에 이토록 놀라운 무공올 지 니고 있을까? 당금 무림에는 그와 같은 고수가 있다는 소리는 들은 ......적이 없는데, 듣던 것보다 월등하구나 두 사람은 눈 깜박할 사이에 이미 이십여 초나 겨루고 있었다. 천룡령주의 검은 이미 모용운생의 장세에 휘말려 완전히 그 날카 冷心無僧 93 로움을 잃어버리고 있는 상태였다. '으악' 별안간 처절한 비명이 터지며 천룡령주가 뒤로 물러났다. 그의 왼쪽 어깨에는 두 개의 구멍이 뚫어져 붉은 피가 샘솟듯 솟아나고 있었다. 모용운생의 지공(指功)에 당한 것이다. 천룡령주는 다급히 후퇴하며 부르짖었다. '둘째 사매는 보고만 있을 것인가? 그의 어투는 공포가 서려 있어서. 그가 나타날 때의 기세는 이 미 찾아 보기 어려웠다. '소매의 일은 수하를 오집하는 것이니. 둘째 사형의 과업을 간 섭할 수는 없는 일이죠.' 그런데 뜻밖에도 비봉령주는 거절을 하는 것이 아닌가 천룡령주는 속으로 이를 갈면서 다급히 부르짖었다. '사매는 이자가 혈해보도를 지니고 있다는 걸 잊었단 말인가? ? 그는 말을 하느라고 재차 모용운생의 일장에 어깨를 스치고 말 윽 았다. 어깨가 불에 데인 듯 화끈거리며 일시지간 손을 들기조차 어 " .....려운 통증이 엄습해 왔다 천룡령주는 분노와 놀라움이 한데 어우러져서 별안간 괴이하기 이를 데 없는 초식을 펼쳐 내 모용운생을 공격해 갔다. '경흔참(驚魂料)이로구나!' 그것을 본 모용운생은 깜짝 놀랐다. 그는 다급히 부르짖으며 십 여 장을 한 줄에 엮은 듯 후려갈기며 상대의 일검을 막아 냈다. 천룡령주는 그 틈에 급히 후퇴하여 가마 곁으로 갔다. 그의 안색은 백지장과 같이 창백하여 이 경혼참 일초를 펼치는 데 얼마나 많은 진력을 소오했는지 알 수 있었다. 94 燭뿔澤魂 비봉령주는 혈해보도라는 소리에 안색이 변해 부르짖었다. '뭐라구요?그가 혈해보도를 가지고 있다는 말인가요? 혈해보도란 말에 놀란 것은 비봉령주뿐만이 아니고 대들보 위에 서 줌을 죽이고 있던 무쌍옥녀까지도 크게 놀랐다. '뭐라구? 그가 혈해보도를 지니고 있다는 말인가. 그럼 혈해보 도는 하나가 아니고 몇 개란 말이지 !' 그녀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자신의 가슴을 더듬어 물건이 그대로 있음을 확인하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또 한 장의 혈해보도가 그녀 에게 있지 않다면 설명되기 힘든 태도떴다. 모용운생은 비봉령주가 놀라는 것을 보고 냉소하며 오른쪽 어깨 를 짚어 피를 멈추게 했다. 놀랍게도 그는 천룡령주의 경혼참 일식에 상처를 입은 것이었 다. 천룡령주가 경혼참 일식을 자유자재로 펼칠 수 없는데도 이러 한 위력이 있으니 그 검식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 천룡령주는 운기하여 기력을 조절하며 싸늘하게 말했다 저자는 한운장의 소장주에게서 혈해보도를 넘겨 받았고 본 령 의 수하 일곱을 죽였다.' 비봉령주는 모용운생을 힐끔 바라보더니 가볍게 대꾸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은 사형의 소관이고 우리는 각자의 일을 하 면서 상관하지 않기로 되어 있지 않았던가요?" 그녀는 핑계를 대면서 모용운생과의 대결을 피하려는 듯 보였 다. 천룡령주가 음랭한 어조로 말했다. 사매는 교주님의 말씀을 잊지는 않았겠지?' 비봉령주는 이 말에 찬물을 뒤집어쓴 듯 온몸을 부르르 떨더니 몸을 일으켜 가마 속에서 걸어나왔다. 오용운생은 내심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冷心無澤 95 '도대체 교주란 자의 수단이 얼마나 대단하기에 교주란 한마디 의 말이 저토록 위력을 발하는 것일까?' 모용운생은 두 사람이 좌우에서 다가옴을 보고 긴장하지 않을 두 사람이 힙 수가 없었다. 천룡령주 하나도 만만하지는 않았는데 공해 온다면 자신할 수는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의 표정은 담담하여 어느 누구도 그가 무엇을 생리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천룡령주는 비봉령주가 자신의 곁에 서자 휘파람을 불었다. 용기가 이는 듯 길게 그때, 문득 비봉령주가 입을 열어 물었다 '사형은 십이혈룡을 부르는 것인가요?" 천룡령주는 분노한 표정으로 비봉령주를 쳐다보았다. 그는 냉정하고 침착하기로 소문난 그녀가 왜 이러는지 알 수가 없었다. 방금 그녀의 말은 상대에게 이쪽의 다음 행동을 알려 주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그는 냉소하며 조용히 말했다 사매. 교주님께서 지금 사매를 보고 계실지도 그 말에 비봉령주는 내심 심장이 목구멍에서 놀랐다. 그녀가 속한 교의 주인인 교주의 행사는 모른다!" 려운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튀어나을 정도로 귀신도 추측키 어 그녀는 암중에 한차례 심호흡을 했다. 다음 순간. 그녀의 얼굴은 얼음장 같은 한기가 뒤덮이더니 표정 이 싸늘해졌다. 동시에 그녀의 몸은 가볍게 허공으로 반 자 가량 뛰어오르더니 모용운생에게 덮쳐 왔다. 모용운생은 그녀의 손바닥에 괴이한 청색광망이 어리는 것을 보 고 내심 가슴이 섬뜩하여 한걸음 물러섰다. 하지만 비봉령주의 경 신법과 초식의 변화는 실로 놀랍기 이를 데 없어 도저히 피할 재간 이 없었다. 모용운생은 너무도 뜻밖인 듯 처음으로 얼굴 가득히 놀란 빛을 드러내면서 외쳤다. 경인 (.騎八)할 냉염장공(冷鴻掌功)이구나' 동시에 그는 벼락같이 몸을 반전(反轉)시키면서 일장을 마주 펼 쳐 내었다. 모용운생의 손에서는 보일 듯 말 듯한 황색의 경기가 주위의 공기를 진탕시키며 쏟아져 나갔다 팍! 기이한 음향이 터졌다. 동시에 주위에는 막강하기 이를 데 없는 회오리바람이 퍼져 나갔다. 비봉령주는 막강한 반탄력에 못 이겨 덮쳐 가던 기세를 멈추고 땅으로 내려서며 비틀거렸다. 반면에 모용운생은 움찔거리다가 끝내 반 걸음 가량 물러서고 말았다. 쉭! 한데, 그 순간에 천룡령주가 악독하기 이를 데 없는 검식으로 공격해 오는 것이 아닌가. 그는 마치 오늘 모용운생을 꼭 죽이기로 마음먹은 듯 그 검세는 놀랍도록 빨라 검퐁이 일어나기도 전에 검 이 도달해 있었다. 금방이라도 그의 검은 모용운생의 등을 꿰뚫을 것만 같았다. 채 -앵 순간 매서운 금속성이 터지며 천룡령주가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 났다. 물러선 그의 얼굴은 경악으로 일그러져 있었다. '네놈이 검을 사용한다는 말은 들은 적이 없는데' 모용운생은 검을 쥐고 엄숙한 신색으로 서 있었다 그와 같은 기세는 모용운생이 검술의 대가라는 것을 말해 주고 있었다. 冷心無情 숫 '귀교의 사람들은 본 공자가 꼭 검을 뽑도록 만드는 특기가 있 군. 기왕 뽑도록 만들었으니 그 보답을 해드려야겠지 ' 모용운생이 낭랑하게 말하며 천룡령주에게 다가갔다. 천룡령주는 모용운생이 시전하는 검법은 한번도 보지 않았지만 그의 기세나 무공으로 보아 평범한 초식이 아닐 것임을 직감했다 '하지만 저놈이 성명(盛名)한 것은 검법이 아니니, 어쩌면 허세 일 뿐 뜻밖에 별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천룡령주는 거기에 생각이 미치자, 대뜸 용기가 치솟아 대갈일 성을 하며 전력을 경주하여 아직 완전히 수련하지 시전해 모용운생에게 덮쳐 갔다. 못한 경혼참을 '쳐랏!' 그의 장검에서는 무서운 검광이 폭발하듯 터져 나와 모용운생에 게 덮쳐 갔다, 실로 경인할 위세였다. 그와 동시에 비봉령주도 앙칼진 호통을 치면서 잇달아 삼 장을 후려쳐 내면서 모용운생에게 덮쳐 갔다. 순식간에 허공에는 뼈를 에이는 듯한 한기로 가득 찼다. 대들보 위에서 이를 보고 있던 무쌍윽녀는 자신도 모르게 뛰어 내려 모용운생을 도와 주려고 했다. 한데 그때였다. '계집애야, 네가 가면 도리어 그에게 방해가 된다. 네가 끼여들 자 리가 아니란 말이다. 쫑쯔 요즘 계집애들은 사내를 너무 밝힌단 말이야 어디선가 늙수그레한 음색의 전음이 그녀의 행동을 저지했다 말소리에는 풍자가 어려 무쌍옥녀는 놀랍고도 약이 올라 좌우를 유심히 살괴보았지만 그 소리가 어디에서 들려 온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98 ;8 쨍!쨍 !쨍 ! 귀청을 찢는 요란한 음향이 폭죽이 터지듯 터졌다. '으악!" 동시에 처참한 비명이 터져 나오면서 장내는 순식간에 정적에 휩싸였다. 무쌍옥녀가 깜짝 놀라서 보니 모용운생이 검을 가슴에 세운 채 가운데 서 있었다. 그의 얼굴빛은 약간 창백했지만 안색이 평정한 것이 다행히도 상처를 입은 것 같지는 않았다. 그리고 비봉령주는 넋 나간 듯 모용운생의 오른쪽에 서 있었는 데 한쪽 소매가 마치 걸레와도 같이 갈기갈기 찢겨져 있었다. 가장 비참한 것은 천룡령주였는데 조금 전의 비명은 그가 지른 것 같았다. 천룡령주의 검을 쥔 오른팔은 어깻죽지에서 싹둑 잘려 져 나가 바닥에서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는 흔비백산한 표정으로 피가 분수처럼 쏟아지는데도 지혈할 생각조차 않고 멍청히 서 있 었다. 그는 믿을 수 없는 듯 중얼거렸다. '믿을 수 없군, 믿을 수 없어! 분명히 검광이 왼쪽에서 쏟아졌 는데 어떻게 마지막엔 검이 오른쪽으로 왔단 말인가?' 모용운생은 겉으로는 아무런 내색을 않고 있었으나, 양대고수의 합공으로 이미 가볍지 않은 내상을 입고 있었다. 그때. 대응전에서 십여 장 떨어진 곳에서 매서운 소성이 들려 왔다. 천룡령주는 그 소리를 듣자 정신이 번쩍 드는 듯이 고개를 들며 들뜬 음성으로 소리쳤다. '그들이 왔군!" 그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한 그림자가 거의 믿을 수 없는 속도 로 대응전 안으로 덮쳐 들어왔다. 冷心無情 맏 그 그림자가 번개처럼 양손을 휘젓자 흥의괴인들이 들고 있던 괴이한 빛을 내는 곤봉과 같은 믈건은 모조리 빛을 잃고 말았다 .모용운생은 대응전 안이 칠흑같이 어두워지자마자 미미한 경풍 이 자신에게 덮쳐 옴을 깨달았다. '감히1' 모용운생이 대갈하면서 수중의 검을 앞으로 쳐네었다. 그의 일격은 전광석화와 같아 모용운생은 자신의 일검이 상대의 .옷자락을 베었다고 느꼈다. 한데, 팬지 앞섶이 허전하지 않은가? .모용운생은 불길한 생각에 가슴을 만져 보았다. 없었다. 믿을 수 없게도 앞가슴에 있던 혈해보도가 보관된 죽관 .이 감쪽같이 없어진 것이다. 와지끈 동시에 벽 한쪽이 무너지는 소리가 나면서 우렁찬 광소가 터져 .나왔다. '와핫하하 잘들 해보시게. 네" 노부는 바빠서 이만 실례하 그 소리의 마지막 말은 이미 백여 장 밖에서 들리고 있었다. 그때 신비인에 의해 빛을 잃었던 흥의괴인들의 곤봉은 다시금 .빛이 되살아났다. 촛블이 한번 일렁인 것 같은 찰나적인 순간에 그 신비인은 모용 .운생의 품속에서 혈해보도를 커내어 사라진 것이다. '게 서지 못할까? 모용운생은 진정으로 대노하여 벼락같이 외치며 몸을 날렸다. 그가 몸을 날리는 것을 본 천룡령주는 인상을 찌푸리면서 다급 .히 외쳤다. '그를 막아라! 막앗!" 벼락치듯 검빛이 번쩍였다. 10 8 '으악!" '악1' 짤막한 두 마디의 비명이 터졌다. 모용운생은 이미 좀 전에 신비인이 빠져 나간 곳으로 사라져 버 .리고 없었다. 그리고 그 뒤에는 홍의인들이 짚단처럼 쓰러져 있었다. 천룡령주는 내심 탄식하다가 죽은 두 사람의 상처를 보더니 안 .색이 흙빛이 되고 말았다. '니럴 수가 모두가 이마의 미심혈 (眉心穴)에 일검이 적중되 어 즉사했군! 대체 그는 어떻게 생긴 자이기에 소문과는 반대로 이 .토록 검술이 고강한 것일까?" 동시에 대응전 안으로 전신이 붉은색 일색인 홍의인들이 연이어 날아들었다. 그 수는 모두 열둘이었는데. 머리에 뒤집어쓴 복면에서부터 발 끝까지 글자 그대로 핏빛 일색이었다. 게다가 그들의 두 눈에서 사나운 흉광이 번뜩이고 있었다. 무어 라고 꼬집을 수 없는 기괴 (奇怪) 하고 머리 끝이 쭈뻣한 분위기가 .그들에게 있었다. 천룡령주는 그들을 보자 모용운생이 사라진 곳을 손가락질하면 서 외쳤다 , 냉심무정을 잡아라 흑의를 입은 젊은놈이다'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열두 명의 홍의괴인들은 거의 동시 에 몸을 날렸다. 가벼운 미풍이 이는 순간에 그들은 바람처럼 사라져 버렸다. 실 로 놀라운 신법이 아닐 수 없었다. 비봉령주는 홍의괴인들이 사라지자 나직이 증얼거렸다 '그의 무공은 실로 기고(奇高)하군" 冷心無情 1 천룡령주는 잘린 팔에서 흐르는 피를 지혈시키며 흥의인들의 뒤 를 따르려다가 그 말을 듣고 멈추었다. 그는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금방이라도 비봉령주를 잡아먹을 듯 노려보며 대꾸했다. '오늘의 일은 소형(小兄)이 잊지 않고 교주님께 말씀드리겠다. 사매는 외인을 방조했다. ' 비봉령주는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코웃음을 쳤다. '흥! 마음대로 적을 가벼이 보고 교주님께서 특별히 내어 주신 십이혈룡을 사용치 않은 것을 아시면 아마도 큰 상이 내릴걸?' 그녀의 말에 천룡령주는 한바탕 몸을 부르르 떨더니 그대로 십 이혈룡이 사라진 곳으로 몸을 날렸다. 그것을 본 비봉령주는 싸늘히 웃더니 가마에 올랐다 '가자!" 그녀의 차가운 외침이 들리자 대웅전 안은 순식간에 다시 어둠 속에 싸이게 되었다. 모여들었던 군응들도 모두 그녀의 뒤를 따라 .떠난 것이다. 대웅전 안에 남은 것은 시체뿐이었다. 정적이 찾아든 대웅전. 대들보 위에서 가날픈 한 인영이 가볍게 떨어져 내리더니 고개를 갸웃거렸다. '참으로 믿을 수 없는 노릇이군. 그들의 말투로는 사형매(師兄 妹) 같은데 꼭 원수와 같다니! 서로가 못 잡아 먹어 안달인 것 같잖 아?' 바로 무쌍옥녀였다. 그녀는 연신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대응전에서 서성거렸다. 원래 그녀는 한 생각을 떨쳐 버리려고 대웅전 안에서 맴돌았던 것인데 돌면 돌수록 한 사람의 모습이 뇌리에 부각되어 떨칠 수가 없었다. 금방이라도 사람의 간장을 녹여 버릴 것 같은 그 가슴 떨리는 0= 獨뿔澤魂 미소가 그녀의 눈앞에 선연하게 떠오르는 것이다. 그녀는 세차게 머리를 혼들었다. '내가 돌았나? 갑자기 왜 이러는 것일까? 처음 만나 람인데 도저히 그의 모습을 떨쳐 버릴 수가 없구나 =다, 이게 운명이라면' 한번 본 사 입술을 깨물면서 중얼거린 그녀는 모용운생이 사라진 나도 모르 올 날렸다. 곳으로 몸 冷心無情 1 第 舊 章 恐 料 의 十 料 龍 도용운생은 천하에서 자신이 두 눈 똑바로 뜨고 있는데 물건을 뺏어 갈 사람이 있을 줄은 상상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 마당에 두 눈을 멀쩡히 뜬 가운데, 자신의 품속에서 물컨 을 꺼내 간 사람이 있다니 이것이야말로 믿을 수 없는 일이 아 닐 수 없었다. 그리고 그것은 자부심 강한 그의 자존심을 여지없이 구겨 버린 것이기도 했다. '도대체 어느 호랑이 간 삶아 먹은 놈이," 모용운생은 이를 악물고는 내상이 악화되는 것도 무릅쓰고 전신 의 공력을 끌어올렸다. 그리고는 비운축영(飛雲逐影)을 펼쳐 날아가기 시작했다. 이 비운축영은 부신수형을 터득한 사람만이 사용할 수 공으로 그 쾌속함은 당세 제일이랄 수 있었다. 어느새 바깥은 비가 멈추고 구름마저 걷혀 구름 사이로 쯤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있는 경 달이반 冷心無淸 107 획1획 , 귓전으로 바람이 스치고 지나가는 소리가 매섭게 들리며 모용운 생은 순식간에 그 그림자와의 거리를 약 삼십 장 가량으로 좁힐 卞 있었다. 앞서가던 인영은 힐끗 돌아보다가 모용운생의 놀라운 신법에 크 게 놀란 듯했다. 그러더니 머리를 흔들며 속력을 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때는 모용운생과의 거리가 겨우 이십여 장 가량이었으므 로 그 인영이 속력을 내자 그 거리는 좁혀지지도 넓혀지지도 않았 다. 그들이 펄친 신법은 내가 최상승의 것이었으므로 그들은 순식간 에 수십 리의 산길을 달려가게 되었다. 모용운생은 천하 각문 각파의 무공에 남다른 노력을 기울여 탁 월한 식견이 있었다. 그의 머릿속에는 천하의 유명인사와 그 무공 과 특징 등이 일목요연하게 기록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에게 특별 한 점이 없었다면 그의 나이로 대협이라는 칭호를 다른 사람으로 부터 받을 수 없었을 것이었다. 신법을 눈여겨보더니 돌연 냉소를 모용운생은 앞서가는 사람의 터뜨리며 외쳤다. '모선배! 게 서지 않으면 내 손의 검이 사정을 두지 않을 것이 오' 달아나던 인영은 모용운생이 자신을 알아보자 크게 놀란 듯 주 그 틈에그 춤했다. 비록 그 멈칫함이 순간적이었지만 모용운생은 와의 거리를 십여 장으로 좁힐 수 있었다. 앞선 인영은 고개를 돌려 보더니 오용운생이 바짝 따라붙은 것 을 보자 다급히 외쳤다. '임마, 너는 엄마 뱃속에서부터 뜀박질만 했느냐? 좀 쉬면서 따 라오지 뭘 그렇게 죽자고 따라오는 거냐? 헥헥 숨 좀 돌리고 108 獨랠舊魂 달리자!' 듣자니, 정말 뻔뻔하기 이를 데 없는 도적놈이 아닐 '모부재 정녕 서지 않겠소?' 모용운생이 냉소를 치면서 돌연 몸을 솟구쳤다. 수 없었다. 쉬아앙-! 경쾌한 파콩음과 함께 모용운생의 몸이 돌연 검과 니 마치 유성과 같이 모부재에게 쏘아 갔다. 모부재는 매서운 소성이 들림을 깨닫고 힐끔 뒤를 돌아보았다. 하나가 되더 귀청을 찢는 순칸, 그의 얼굴은 경악과 떨림으로 돌변했다. 신검합일(身劍合씨)이구나!' 모부재는 다급히 외치며 벼락같이 몸을 횡겨 내어 모용운생의 검세를 피빼 내었다. 삭! 가벼운 음향과 함께 모부재의 길다갈 소맷자락이 아슬아슬하게 잘려져 나갔다. 모부재는 모용운생의 검세를 힘겹깽' 피해 내고는 절로 식은땀이 솟아났다. '홍! 과연 이번에도 피해 낼 수 있나 보자!" 모용운생이 검미를 치뜨며 차갑게 외쳤다 순간, 검광이 벼락치듯 번뜩였다. 그 검광의 빠름은 없었으며 변화의 괴이함은 귀신도 놀라 자빠질 정도였다 형언할 수 '으학!' 모부재의 입에서 놀란 외침이 터졌다. 그의 신형은 이번에도 아 슬아슬하게 검광을 피해 냈다. 모용운생은 모부재가 자신의 검을 계속 피해 내자 안색이 싸늘 하게 변해 재차 검을 휘둘렀다. 점의 속도는 가히 질퐁신뢰(疾風먼 뚤)와 갈아 모부재의 모든 퇴로를 차단했다. 상황이 다급해지자 모부재는 검기에 스쳐 피가 흐르는 팔뚝을 떳때贈 109 마구 허공으로 휘저으며 다급히 외쳤다. '준다! 준다니까1 줄 테니 그만 멈추란 말이다" 그 말에 모용운생은 냉소하면서 검을 거두었다. 참으로 믿을 수 없는 녕스 일어난 것은 바로 그 순간이었디. .우헤헤 노부는 볼살미 급해서, 조금 있다가 볼일 다 보고 주마. ' 모부재가 혀를 날름해 보이더니 벼락같이 몸을 돌려 다시 도망 가기 시작한 것이다 이것은 상대의 신분을 생각할 때 있을 수 없는 일인지라. 모용 운생은 어이가 없어 잠시 멍청해졌다. 하지만 다음 순간에 그는 귓구멍에서 연기가 날 정도로 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처럼 자부심이 강한 사람들은 놀림을 당하는 것 을 용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늙은 소매치기 1 잡히면 가만두지 않겠다!' 모용운생은 이를 갈며 외쳤다. '게 서라" 그가 전력으로 모부재를 추격하자 가슴이 은은히 저려 왔다. 조 금 전 천룡과 비봉 두 영주의 합공을 받아 내다가 비봉령주의 냉염 장에 일장을 스친 내상이 서서히 발작하는 것이다. 모부재는 그 와중에도 오용운생이 따라오는 것을 보고는 또 히 죽거렸다. '노부는 평생을 달음박질로 산 사람인데. 너에게 또 잡힐 것 같 으냐?으히히 -' 웃음 소리는 괴이하지만 그의 질퐁 같은 발걸음은 조금도 태만 하지 않았다. 이미 한번 혼줄이 난 적이 있는 것이다. '탈천무영신투(奪天無影神慨) 모부재(毛不財) , 당신이 과연 내 손을 벗어날 수 있을까?' 11 쁨驚魂 모용운생은 싸늘히 웃더니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그의 안색은 이미 평소의 침착함을 찾고 있었다. 그것을 본 모부재는 내심 감탄치 않을 수가 없었다. '과연 소문이 그냥 전해진 것은 아니로군! 저 나이에 저런 침착 성을 유지할 수 있다니 천하제일이라는 나의 무영신법 (無影身 法)을 능히 따라을 수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는걸' 한편 잠시의 시간이 지나게 되자, 모용운생은 가슴의 통증으로 인해 자신의 신형이 조금 느려졌음에도 모부재와의 거리가 벌어지 지 않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것을 깨달은 모용운생은 일부러 신법을 늦추어 보았다. 과연 그런데도 그와 모부재와의 거리는 멀어지지 않았다. 모용운생은 내심 진기를 운행하여 신형을 빨리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오 부재와의 거리가 좁혀지지는 않았다. '도대체 무슨 꿍꿍이속이란 말인가?' 괴이함을 느낀 모용운생은 뒤끓던 노기를 어느새 자리에 우뚝 섰다. 잊어버리고 그 그러자. 앞으로 달려가던 탈천무영신투 오부재도 우뚝 몸을 세 우는 것이 아닌가? '뜻쫑 냉심무정이 기재라더니 벌써 지쳤단 말인가? 이거 영 별볼일이 없군그래!" 모용운생은 그 특유의 담담한 음성으로 말했다. '실망을 끼쳤다면 미안하군' 입을 열던 모용운생은 돌연 벼락같이 몸을 날려 모부재를 덮쳐 갔다. 그 움직임은 질풍과 같아서 찰나간에 그의 신형은 모부재가 섰던 곳에 이르렀다. 하지만 탈천무영신투는 이미 그곳을 흘쩍 벗어나 있었다. 모부재는 깡총 뛰며 혀를 날름했다. 冷心無情 111 '까-꿍 약오르지?" 제아무리 모용운생이라도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어이가 없는 것 이다. 그리고 또한 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모도적! 당신은 사람을 잘못 건드렸소!' 모용운생이 대갈일성하면서 탈천무영신투 모부제에게 덮쳐 갔 다. 모부재는 신의 (神醫) , 신복(神 ). 신투(神慨)로 지칭되는 무림 삼이(武林三異) 중의 하나인즉, 그 본신의 공력은 매우 탁월했다 .특히 그의 도둑질하는 수법은 그야말로 신출귀몰하여 그보다 열 = .배나 무공이 강한 사람이라도 방비할 재간이 없었다. 그리고 그의 무영신법은 강호일절로서 그가 일단 도주하기 시작 하면 누구도 그를 잡을 수 없었다, 그렇게 해서 그는 탈천무영신투 .라는 외호를 지니게 된 것이다. 그의 위인됨은 기분 내키는 대로 행사하는 정사 중간이었지만 도둑질을 하면서도 강잔과 같은 무림법규에 어긋나는 짓을 하지 않아 평판이 크게 나쁘지는 않은 편이었다. 모부재는 모용운생이 덮쳐 옴을 보고 다시 몸을 날렸다 모용운생은 이제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그의 비운축영의 신법이 아무리 빨라도 여전히 모부재의 무영신 법에는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을 그의 계획대로 그렇다면 여태껏 자신이 모부재를 따라온 것은 끌려온 것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가 혈해보도를 빼앗았으면 그만이지. 무엇 때문에 나를 유인 한다는 말인가?' 생각이 미친 모용운생은 검을 거두고는 그 자리에 우뚝 섰다. 그가 자신을 따라오지 않음을 알게 된 탈천무영신투 모부재는 미간을 칭그리면서 신형을 멈추더니 말했다. 2 鄕 '넥? 벌써 기운이 빠졌느냐? 쫑쫑 젊은 친구가 뭐 하느라고 그렇게 중기가 약한가? 그 나이에 여색을 너무 밝히면 기운이 후달 .리게 되기도 하지만, 아무리 좋아도 그렇지 얼마나 기방(灰房)에서 .방아를 찧어대었으면 그렇게. ' 듣자니, 말이 점점 괴이하게 흘러간다. '닥치시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요?' 모용운생이 노기를 드러내자, 모부재는 피식 웃더니 품속에서 죽통을 꺼내 흔들었다 '그럼 이 물건은 노부가 가져도 좋다는 승낙으로 알겠다' 모용운생은 냉소하곤 대꾸했다. '당신이 흄친 물컨이 당신의 손을 떠날 리 있겠소? 청산이 있으 니 땔감 걱정은 없을 것이고 조만간 본 공자가 필요할 때, 다시 찾 .으면 되겠지 !' 이 대답은 또한 너무도 뜻밖인지라. 모부제는 도리어 기가 막혔 다. '너는 이 속에 뭐가 있는지 모른단 말이냐?' '혈해보도 외에 또 렬다른 거라도 들었단 말이오?' 아니. 그걸 알면서도 그런 소릴 한단 말이냐?' 어이가 없다는 표정인 모부재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어디선 가 음침한 소리가 들려 왔다. '너희들은 필요가 없는 물건인 모양인데. 그렇다면 노부가 차지 하겠다! 이리 내놔라!' 동시에 한 인영이 모부재에게 덮쳐 들었다. 모부재는 실상 모용운생이 두려워 피하는 것이 아니었는데 별안 간 방해자가 나타나자 대노했다. '어디서 개뼈다귀가 나타나 달그락거리는 게냐?' 모부재는 재빨리 죽관을 품속으로 집어 넣고는 빙글 돌면서 상 ,증난식짤폼 15 대의 공격을 피했다. 빙글 도는 사이에 상대의 공격을 피해 내고 죽관을 갈무리한 모부재는 자유로워진 두 손을 휘둘러 그 인영을 공격해 갔다. 신속하기 이를 데 없는 동작이었다. '제법인데 !' 경탄하는 소리가 들리면서 그 인영이 마주 쌍장을 쳐내었다. 펑 고막을 울리는 폭음과 함께 두 인영이 갈라섰다. 갈라선 상황을 볼 때 두 사람의 실력이 비슷한 듯했다. 모부재는 상대의 공력이 자신과 비슷함을 보고 놀라 상대를 확 인하고는 신음을 토해 내었다. '음사수재(陰司秀才). 네가 웬일이냐?' 음사수재 장초(張舊). 그는 음험하기로 이름난 자로서 강호에 몇 남지 않은 노마두(老 魔頭) 중의 하나였다. 겉보기로는 초로(初老)의 수재(秀才)와 같은 .차림을 해 선비처럼 보이지만 그 마음 씀씀이는 실로 마두라는 칭 .호에 조금도 부끄럽지 않은 존재인 것이다. 니 자식은 지난 이십 년 간이나 대가리도 보이지 않더니 그간 개 같은 목숨을 아직도 이어가고 있었군' 내심의 욕을 들을 리 없는 음사수재 장초는 음흉한 눈길로 탈천 무영신투 모부재를 훌어보면서 말했다 '흐흐 웬일이라니? 노부가 사는 곳에 와서 노부의 잠을 방 해한 게 누군데?' 모용운생은 둘이서 냉전을 벌이는 것을 지켜보는 가운데, 암중 으로 내심 운기조식하썩 가슴의 상처를 억눌렀다. 일방 그는 천천 .히 걸음을 옮겨 유리한 위치를 확보했다. 음사수재는 어느새 모용운생의 그런 행동을 알아차린 듯 냉소를 114 料랄澤魂 터뜨렸다. '흥! 애송이가 공자 앞에서 문자를 논하려고 하는군그래 모용운생이 담담히 웃었다. '세월이 흐르니까 잡귀들마저 다 공자로 둔갑 못해 팔딱거리는 군. 공부자(孔矢子:공자)께서 지하에서 통탄하시겠다. " 비웃음을 던지고 막 탈천무영신투에게 눈을 돌리던 음사수재 장 초는 모용운생의 말에 노기층천하며 그를 노려보았다. '네놈의 스승이 누구이기에 감히 존장의 앞에서 그따위로 버르 장머리가 없는 게냐?" '당신은 내 신분도 알 자격이 없는데, 감히 내 사부님을 언급하 니, 어찌 그렇게 분수를 모르오? 모용운생이 태연히 대꾸하자 음사수재 장초는 너무도 노해 피가 거꾸로 솟을 지경이었다. 대번에 그 음침했던 얼굴이 시헤게질 정 .도였다. 하지만 그의 목적은 모부재에게 있는 혈해보도인지라 그 .는 노마두답게 감청을 억제하고 모용운생을 잠시 노려볼 뿐이었 .다. 펑1 그때, 멀리서 얼핏 보기에 신호탄과 같은 뿌리며 터지는 것이 보였다. 물체가 밤하늘에 빛을 모부재는 그것을 보더니 안색이 대변했다 '어서 여길 떠나야 한다. 속히 저놈을 없애자' 그는 다급하게 모용운생에게 전음지술로서 소리쳤다. 하지만 모용운생은 여전히 태연한 신색으로 가타부타 대답도 없 .이 우뚝 서서 있을 따름이다. 모부재는 모용운생이 전혀 움직이지 않자 다급하척 다시 전음으 .로 외켰다. '너는 짐작도 못하는 거냐? 저 신호는 바로 믈채牆 15 모용운생이 태연히 말을 가로채었다. '당신네 친구들 십이혈룡이 쫓아온다고 알려 주는 것인 줄 알고 .있소." 추측하자 탈천무영신투 모용운생이 이다지도 정확히 오든 것을 모부재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음사수재 장초는 모용운생의 말을 듣고 둘 사이에 전음으로 뭔 .가 말이 오갔음을 느끼고는 시간을 끄는 것이 좋지 않다고 판단한 .듯이 바로 쏜살같이 모부재에게 덮쳐 갔다. 그는 진기를 크게 들이마시며 공령이허 (空靈以虛)의 초식으로 음사수재의 가슴팍 화개혈(華蓋穴)을 공격했다. 모부재의 무공은 .원래 음사수재와 거의 비슷했으나 경신법이 월등하므로 시간이 있 .다면 능히 그를 물리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시간을 다투는 상황이었다. 절로 그의 입에서는 다급한 외침이 터져 나왔다. '어.서 이자를 해치워 버리자! 십이혈룡이 오면 우린 가고 싶어 도 못 간=닌' 모용운생은 그의 다급한 외침에도 여전히 담담한 웃음을 띠고 가만히 서 있었다. 그의 웃음은 냉소인지 온화한 웃음인지 거의 분 .간할 수가 없었다. 실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허실을 측량할 수 없게끔 하는 태도였다. 음사수재 장초는 까짓 애송이라고 치부했던 모용운생이 점점 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을 느끼게 되자, 신경이 쓰여 제대로 실력 .을 발휘할 수가 없었다. '괴이하군! 평소 나답지 않게 저팟 애송이 녀석에게 이토록 신 경을 쓰다니 탈천무영신투 모부재는 음사수재의 무공이 만만치 않아 백초 이 내에는 거꾸러뜨릴 수 없을 것 같자 꽁무니에 블이라도 붙은 듯 다 .11 鄕빻澤魂 급해 소리쳤다 야, 임마 빨랑 좀 거들어라! 네 물건은 금방 돌려 주마' 모용운생은 남의 말하듯 담담히 말했다. '먼저 주면 생각을 좀 해보겠소.' 마음은 급한데, 뭔가를 느낀 음사수재는 선불 맞은 황소처럼 마 모부재는 꽁 구 달려들고 있어 일시지간에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지에 불이 붙은 듯 다급해졌다. '우 우' 그때, 귀청을 찢는 괴이한 소성이 들려 왔다. 그 소리는 마치 점승의 것인 듯 듣는 사람으로 인간의 것이 아닌 것 같은 섬뜩한 느낌을 주었다. 모부재는 그 소리를 듣자 대경실색하썩 하마터면 하여금 도저히 음사수재의 일 장을 얻어맞을 뻔했다. '이 빌어먹을 놈 이런 육시를 할 놈 같으니!' 그는 다급히 부르짖으며 음사수재에게 잇따라 맹공을 퍼부었다 음사수재는 마치 발광하듯 노도와 같이 덮쳐 오는 모부재의 공격 을 받고 잇따라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모부재는 뒤쫓아가지 않고 훌쩍 뒤로 물러서며 외쳤다. '가자!' 하지만 모용운생은 어느새 모부재의 앞을 가로막고 손올 내밀고 있었다. 무언의 시위. 모용운생의 웃는 얼굴을 본 탈천무영신투 오부재는 투덜거리면 서 품속에서 죽관을 커내 집어던지듯이 모용운생에게 건냈다. '자-옛다!" 그것을 보자 음사수재가 두 눈에 불을 켜고 덮쳐 들었다. '꼬마야, 다치기 전에 그것을 이리 내놔라!" '당신에게 자격이 있나?" 冷心無情 11 모용운생이 냉랭하게 외쳤다 동시에 모용운생의 안색에 살기가 스쳐 가며 그의 왼손이 기묘 하게 회전하는 사이에 음사수재의 가슴을 노리고 덮쳐 갔다. 음사수재 장초는 자신보다 나중에 발초한 모용운생의 장세가 놀 랍게도 자신의 장세보다 더욱 빠르게 덮쳐 들자 가슴이 서늘해졌 다. '아 앗!" 음사수재 장초는 벼락같이 호통을 치면서 몸을 비틀어 모용운생 의 장세를 피했다. 동시에 그가 가장 자랑하는 음혼수심(陰魂搜心) .의 일초로 오히려 모용운생의 가슴을 공격했다. 흥' 모용운생이 차가운 냉소를 흘렸다. 순간, 그의 왼손이 굽혔다 펴지는 사이에 어느새 음사수재의 손 과 정통으로 맞부딪쳤다. 땅! 마치 금속이 부딪치는 것 같은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두 사람이 갈라섰다. 실로 눈 깜박할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모용운생은 내상 때문에 전력을 발휘할 수 없어 평수를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 반면에 음사수재 장초는 팔이 떨어져 나갈 듯 저려 .오자 크게 놀랐다. '이놈의 내력 (=) 이 어떻게 되기에 한 갑자나 되는 나의 공력 을 능히 감당한단 말인가!' 하지만 모용운생은 그때. 물러서기가 무섭게 재차 그를 향해 덮 쳐 오고 있었다. 그의 장세는 마치 태산과 같이 겹겹이 장영을 이루며 덮쳐 갔으 며 잇따라 획, 획, 소리가 귀청을 찢을 듯 일어났다. 이 대단한 위 .18 獨혐驚魂 세를 본 음사수재 장초는 안색이 대변하면서 연달아 뒷걸음질쳤 다. '목을 내놓아라!" 감정이라고는 조금도 없는 듯한 모용운생의 음성이 들렸다. '콧 주겠다!' 음사수재가 악을 쓰면서 전신의 공력을 일으켜 잇달아 삼장이권 (三掌二拳)을 공격해댔다. 딱! 따따-땅! 두 사람이 싸우는 것은 근신공박(近身攻擇)이었으므로 장풍이 부딪치는 소리가 아닌 손과 손이 맞부딪치는 소리가 귀가 따갑게 울려 퍼졌다. '윽!' 음사수재가 신음을 토하며 비틀거리면서 진퇴되었다. 모용운생은 자신의 내상 때문에 음사수재를 완전히 누르기 힙듦 을 느꼈다. 그의 얼굴의 살기는 더욱 짙어졌다. 음사수재는 거기에서 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공포와 전율을 느 끼고는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켰다. 그때, 모부재가 다급히 외치며 중간에 끼여들었다. '임마! 지금 가지 않으면 갈 수 없어! 뭘 하는 거야? 모용운생은 마구잡이로 반말하고 욕지거리하는 모부재가 별로 미운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는 특유의 담담한 웃음을 띠우며 말했다. 이미 가기는 힘들게 된 것 같군요?" 이 말에 모부재는 대경실색하여 주위를 돌아보다 그만 심장이 덜컹 내려앉고 말았다. 어느새 주위에는 정확히 열두 명의 혈흥색의 옷을 걸친 괴인들 여心無情 119 이 기척도 없이 늘어서 있었던 것이다, '십이혈룡이구나!' 오부재의 입에서 절망에 찬 탄식이 터져 나왔다. 모용운생은 무림삼이 중의 하나로서, 세상에 무서운 것 없이 유 유자적 살아간다는 그가 이토록 놀라는 것을 보고는 의아하여 다 시 한번 유심히 십이혈룡을 쳐다보았다. '도대체 홍의인 열둘이 무엇이기에?' 그럴 수밖에 없었다. 모부재의 경공이라면 급하면 도주하면 그 뿐인 것이다. 명문정파의 일대고인이라면 오르되, 그와 같은 인물 .들은 몸을 피하는 데 명분을 따질 필요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삽이혈룡을 쳐다본 모용운생도 안색이 돌변했다 열두 명의 홍의인들에게서 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괴이한 느낌 을 받은 것이다. 십이혈룡의 가슴에는 붉은색의 용이 금방이라도 .옷 속에서 뛰쳐 나을 듯 수놓아져 있었다. 피처럼 붉은색 옷에 수 .놓여진 붉은색 용은 괴이한 느낌이었다. 모용운생은 굳은 표정으로 모부재에게 다가갔다. '모선배, 저들의 내력을 압니까?' 오부재는 잔뜩 긴장하억 그들을 노려보며 고개를 흔들었다. 나도 모른다. 노부가 아는 것은 저들이 인성 (혼注)이 없는 자 들이고 그 무공이 기고(奇高) 하여 강호동도들 수백이 당했다는 것 .뿐이다' 그는 목이 마른 듯 침을 꿀꺽 삼키더니 원망하듯 투덜거렸다. '가자고 할 때 갔으면 될 텐데. 괜히 " 모용운생은 잔뜩 볼이 부은 모부재를 바라보며 싱긋 웃었다. '흔자서 갔으면 될 것 아닙니까?' 모부재는 그의 웃음을 보자 질겁을 하고 손을 내저었다. '제발 웃지 좀 마라! 무슨 놈의 웃음이 그렇게 괴상하냐? 거 소 2 獨심驚魂 문대로 큰일날 웃음이로군그래!' 그는 고개를 흔들고는 말을 이었다. '갈려면 진작 갔지, 지랄한다고 네놈 물컨까지 흄치고 했겠냐? 네놈 때문에 잘못하면 모든 고심{苦心)이 수포로 돌아갈 지경이 됐 .다' 모용운생은 그의 말이 무슨 뜻인지 의아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 말에 신경을 쓸 수가 없었다. 어느새 십이혈 룡이 그들과 일 장 가량 떨어진 곳까지 접근해 온 것이다. 모용운생 등은 보이지 않는 무형의 압력이 주위에서 숨막히게 눅러 오으 히 수 == 음사수재 장초는 빠르게 생각을 굴리더니 소리도 없이 한 흥의 인에게 덫쳐 갔다. 그의 두 손은 마치 회오리처럼 맴돌며 잇달아 흥의괴인의 가슴팍의 화개(華勳, 구미(鴻덥, 옥당(玉堂) 등의 오 개 요혈을 노리고 뻗어 갔다. 한데 그 흉의인은 피할 생각도 하지 않고 그대로 다가오는 것이 아닌가? 음사수재의 입가에 흉측한 미소가 스쳐 갔다. 펑! 펑! 다음 순간. 우렁찬 폭음과 함께 음사수제의 쌍장은 하나도 어긋 나지 않고 모두 흥의괴인에게 격증되었다. 그것과 함께 음사수재는 심상치 않은 것을 직감했다. 응당 처절한 비명과 함께 나됩굴어야 할 상대는 멀쩡했고, 오히 려 자신의 손이 은은히 저려 옴을 느린 것이다. 그가 심상치 않음 .을 느끼고 막 물러서려고 하는 순간에 그 흥의괴인이 신속하기 이 .를 데 없는 동작으로 음사수재 장초의 가슴을 공격했다. 펑 ! 우아악' 冷心無情 121 음사수재 장초는 정통으로 가슴을 얻어맞고 처절한 비명과 함께 선혈을 내뿜으며 일 장여나 날아갔다. 실로 눈 깜박할 사이였다. 그 광경을 본 모용운생은 가슴이 서늘해졌다. 탈천무영신투 모부재는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봤지? 장가놈의 무공은 대문파의 장로 수준 이상인데도 저 정 도로 별볼일 없다 저들은 아무리 패도 끄떡없어 !' 모용운생은 믿을 수 없는 듯 고개를 혼들더니 몸을 한바퀴 돌리 는 사이에 이미 질풍과 같이 한 흥의괴인의 지척에 접근했다. 동시 .에 눈에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일장을 홍의괴인의 명치 아래의 거 .궐혈(프關穴)에다 갈겼다. 펑, 폭음과 함께 홍의괴인은 뒤로 비틀거리더니 한걸음 물러났다. 반면에 모용운생은 자신의 손이 철판을 후려갈긴 듯 저려 옴을 느끼고 안색이 싹 변했다. 곧이어 그는 잇달아 두 걸음 가량 후퇴 .하며 놀란 음성으로 외쳤다. '실혼마인(矢魂魔八)' 평소의 그 침착하기 짝이 없던 모용운생이 이다지도 놀라는 걸 보면 실혼마인의 존재가 얼마나 놀라운 것일까? '으흐흐흐' 그때였다. 음침한 괴소가 터지며 황색장포의 천룡령주가 나타났 다. 그는 의외인 듯한 표정으로 모용운생을 보고 있었다. '저놈이 어떻게 실혼마인을 아는 거지?' 이미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직감한 오용운생은 아무 말도 않고 서서히 검을 뽑아 들었다. 스르릉 소리와 함께 모용운생의 검이 눈부시게 멎나며 그의 가 122 獨뿔驚魂 슴 앞에 세워졌다. 강호에 출도한 이래로 그가 뽑아 들기는 아마도 이번이 처음이리라 상대 보다 먼저 검을 모부재의 귓전에 모용운생의 전음이 들렸다. 모선배, 저들을 반 각만 막을 수 있겠습니까?" 모부재는 어리등절한 듯 모용운생을 돌아보더니 고개를 끄덕이 며 품속에서 기이한 형태의 손[手=을 하나 꺼냈다. 노부가 젖 먹던 힘까지 다해 보지 !" 모부재는 이미 모용운생이 결코 허튼 소리는 않을 사람임을 알 았기에 까닭이 있다고 믿고는 좀처럼 사용 않던 그의 독문무기인 .옥룡수(玉龍手)를 꺼낸 것이다. 옥룡수는 비단 수화를 막아 내는 .이보(異賓)일 뿐 아니라 그 손가락 끝에는 만년강모(萬年鋼母)가 .달려 있어 내가 호신기공까지도 파괴할 수 있었다. 천룡령주는 모용운생에게 한 팔을 잃어버린지라 그에 대한 원한 .이 골수에 사무쳐 있다시피 하였다. '알겠느냐?모두 냉심무정 모용운생이란 놈을 죽여라!" 천룡령주의 명이 떨어지자마자 여태껏 석상처럼 가만히 서 있던 .십이혈룡들이 돌연 두 눈에서 흉광을 뿜어 내면서 움직이기 시작 .했다. 가만히 있을 때는 석상과 같더니. 일단 움직이기 시작하자 놀람 .게 빨라 마치 폭풍이 몰아치는 것 같았다. 모부재는 전신의 공력을 모두 끌어올려서 벼락같이 둘러 전면의 제팔혈룡에게 덮쳐 갔다. 이제 보니 십이혈룡의 두 눈만 빠끔히 드러낸 붉은 그맣게 숫자가 쓰여져 있었다. 제팔혈룡은 옥룡수의 옥룡수를 휘 .기라도 하는 듯 슬쩍 뒤로 물러섰다. 두펀에는 조 무서움을 알 동시에 모부재의 좌우베서 네 명의 혈룡이 덮쳐 들어왔다. 그들의 기세는 놀랍기 이를 데 없어서 어느 누구라도 강호에 나 .冷心無情 1 서면 일방의 패주(屬초) 가 될 만큼 고강한 무공을 지니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모부재는 모용운생 때문에 피할 수가 없었다 '야압' 모부재는 쩌렁쩌렁한 외침을 토해 내면서 독문(獨門)의 옥수십 이식 (玉도十二式)을 괼쳐 그들에게 맞서 갔다. 한데. 뒤에서도 다섯 명이나 되는 혈룡들이 고막을 울리는 듯한 괴이한 외침과 함께 덮쳐 온 것이다. 그 외침 소리가 신호인 듯 십 .이혈룡은 제각기 고막을 찌르는 부르짖음을 토해 내면서 어지러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한 가닥 기이한 잠력의 회오리가 생겨났다. 모부재는 하마터면 그 잠력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중심을 잃어버 릴 뻔했다. 그야말로 식은땀이 등골을 타고 흐름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이놈들의 위력은 듣던 것보다 더욱 엄청나구나!' 가슴이 서늘해진 모부재는 옥수십이식 중의 삼절초 중의 하나인 윽수경천(포포驚天)을 펼쳐 사면팔방에다 옥룡수의 그림자를 어지 .러이 뿌려 내었다. 당대 무림의 절정고수인 무림삼이 중의 하나가 전력을 다하자 과연 그 위력은 약하지 않아 가공할 잠력의 회오리조차 사라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십이혈룡들이 잇달아 괴성을 질러대면서 옥룡수의 펀역(鳳理을 공격하자, 그 위세는 마치 밀려 들어오는 것 같아 모부재는 순식간에 상황이 모부재가 펼친 .직감해야 했다. 밀물이 계속해 간단치 않음을 모부재의 가장 큰 장점은 경공이었던 바. 모용운생 때문에 못박 히듯 그 자리에 서서 공력을 펴내게 되자 그 위력은 사실상 평소의 .24 獨랠驚魂 칠팔 할에 불과할 뿐이었다. 십이혈룡의 기세가 점점 강해져 체내의 기혈이 마구 용솟음치는 것을 느끼자 모부재는 대경하여 벼락같이 외치며 삼대절초 중에서 .나머지 두 초인 옥룡유천(玉龍遊天) 과 옥수탈천(포돌奪天)을 잇달 .아 펼쳐 내었다. 쉭, 쉭. 하는 매서운 음향과 경풍이 태산같이 일어났으나 여전 히 십이혈룡을 물리칠 수는 없었다. 원래 실혼마인이란 산 사람의 정신을 앗아 죽음조차 두려워하지 않고 명령을 듣도록 만든 존재다. 거기다 그 신체를 특이한 방법으 .로 단련하여 도검권장조차도 해할 수 없는 공포스러운 존재가 바 로 실혼마인인 것이다. 게다가 이들 개개인의 무공은 강호 일류고수였으므로 서너 명만 있어도 모부재를 상대할 수가 있을 정도였다. 압력은 점점 더 크게 가중되어 왔다. 곧이어, 꽈파팍! 잇달아 귀청을 찢는 음향과 합께 경기가 사방으로 비산하더니 마침내 그와 모용운생을 보호하고 있던 옥룡수의 면밀한 수영(手 影)에 빈틈이 터지기 시작했다. 기다리고나 있었다는 듯이 홍의괴인 하나가 번개처럼 쾌속하게 모용운생에게 일장을 후려갈기며 딪쳐 갔다 '비켜 !' 모부재가 기겁을 하고 외치며 벼락같이 왼손을 낭타초암(浪打應 뚱)의 식으로 그 일장에 맞받아 갈겼다. 펑 두 줄기 장풍이 맞부딪쳤다. 모부재는 이미 십이혈룡의 진세에 무리하게 대항하느라 기혈이 진동되었는 데다가 재차 층격을 받자 마침내 한 오금의 선혈을 토 .눈' 1= 해 내고 말았다. 방금 모용운생을 공격한 홍의괴인은 제육혈룡이었는데 그의 공 력은 음사수재보다 별로 낮지 않았던 것이다 펑 '으악1' 찰나. 모부재가 비명을 토하며 비칠거리며 앞으로 밀려났다. 하 마터면 앞으로 거꾸러질 뻔했다. 어느새 한 흥의괴인의 일장이 그 .의 어깻죽지를 격타한 것이다. 그의 손에서 옥룡수가 떨어졌다. 그의 입에서는 선혈이 계속 흘러내리고 있었다 바로 서려고 하나. 그의 신형은 균형을 유지하기 힘들었다. 평 소 그처럼 자랑했던 긴 다리는 왜 이리 거추장스러운가. 그대로 누워 버리면 편할 것 같았다. 하지만 그의 눈앞에 두 명의 홍의괴인이 모용운생에게 덮쳐 가 는 것이 보이는 것이 아닌가 모용운생은 검을 가슴에 안고 두 눈을 지그시 감고 있는데 얼굴 이 홍시와 같이 붉어져 있어, 한눈에 운기행공(運氣行功)이 증요한 .고비에 이르러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모부재는 그것을 보고는 대경실색하여 자신의 목숨도 돌보지 않 고 육탄으로 몸을 날려 그 공격을 막아 갔다 홍의괴인들의 무공은 대단하므로 두 사람의 연합된 공격에 적중 되면 이미 부상을 입은 모부재로서는 견뎌 낼 재간이 없을 것이 분 .명했다. 일면식도 없는 그가 모용운생을 위해 목숨까지 거는 이유가 무 엇인지 실로 의문이 아닐 수 없었다. 오부재가 죽음을 각오하고 육탄으로 십이혈룡의 공격을 막는 순 간에 부드러운 경력 한 줄기가 그의 몸을 밀쳐 냈다 8 퍼-엉 크--킷 동시에 폭음과 기성이 들리며 덮쳐 들던 십이혈룡이 밀려났다. 모부재가 눈을 떠 보니 그 앞에는 모용운생이 태산과 같이 우뚝 서 .있었다. 방금 전까지도 흥시와도 같이 붉던 모용운생의 얼굴은 어느새 정상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두 눈에서는 냉전과 같은 신광이 번갯 .불처럼 번뜩이고 있었다. 그야말로 무형의 위엄 (威巖)이 태산이라 .도 압도할 듯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갑자기 이토록 변모한 모용운생을 바라본 모부재는 어안이 벙벙 해서 입을 딱 벌리고 말았다. 그때 그의 귀에 모용운생의 전음이 들려 왔다. '기회가 생기면 전력으로 몸을 피하십시오. 뒤따르겠습니다11 모부재가 뭐라고 대꾸도 하기 전에, 잠시 주춤했던 십이혈룡이 벼락같이 덮쳐 왔다. '흥!' 모용운생이 냉소하더니 검을 떨쳐 내었다. 그의 검에서는 잇달아 검광이 쏟아지고 무수한 검화(劍花)가 피 어올라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허공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무서운 .세력으로 검세가 사방 이 장 가량을 뒤덮었다. 퍽 !퍽 -! . 그러자 덮쳐 들던 십이혈룡 증의 네 명이 그 검세에 격중되면서 뒤로 밀려났다. 한데도 괴이하게, 피는커녕 비명 소리도 없었다. 이미 죽었어야 할 그들은 그 가공할 검세에 소리가 나도록 격중 되고도 겨우 피부가 긁히는 찰과상만 입었을 뿐이었다. 제아무리 침착한 모용운생이라 할지라도 이걸 보고 놀라지 않을 冷心無情 1 수가 었었다. 하지만 놀란 것은 그뿐만 아니었다. 장외에서 회심의 미소를 머금고 있던 천룡령주도 그것을 보고는 크게 놀라 안색이 변했다. 자신의 공력으로는 신검 (神劍)의 도움 .없이는 결코 십이혈룡에게 상처를 입힐 수 없음을 아는 까닭이었 .다, 모용운생은 그들의 신체가 생각보다 더욱 단단함을 알게 되자, 신색이 무거워졌다. 순간, 그의 얼굴에 담담한 금빛이 보일 듯 말 듯 떠올랐다. 그 러자 한 가닥 담담한 전단향(栢檀뭘)이 피어났다. 코를 벌름거리며 이 냄새를 맡아 본 모부재는 그 냄새에 심신이 .상쾌해지는 것을 느끼고 괴이벚척 모용운생의 얼굴을 보다가 놀라 .소리쳤다. '천룡전단신공!' 그의 놀란 입이 채 다물어지지도 않았을 때 모용운생이 혼을 뻘 듯 우렁찬 소리로 대갈일성했다. '차-앗1' 다음 순간, 그의 손의 검은 하나의 백광(白웅 으로 화하더니 벼 락같이 전면의 십이혈룡 중의 두 명을 향해 덮쳐 갔다. 슛!슈슈숙- 기이한 음향과 함께 번갯불 같은 검장이 허공에 가득히 퍼져 나 갔다. 그 음향이 귀에 들린다 싶은 순간, 두 명의 흥의괴인들은 마 .치 짚단과 같이 허공으로 떠오르더니 몸과 손이 분리되어 삼 장여 .나 둥둥 떠서 날아갔다. 하-앗!" 모용운생의 외침이 다시 터졌다. 그러자 모용운생이 미처 몸을 돌리지도 않았는데 번갯불 같은 28 濁멈澤魂 새파란 검광이 폭죽과 같이 그의 왼쪽에서 쏟아져 나갔다. 그 검광 .의 속도는 쾌속하기 이를 데 없어서 두 명의 홍의괴인들이 허공으 .로 윙겨져 나가기 시작할 즈음에는 이미 왼쪽에 있는 세 명의 홍의 .인을 덮치고 있었다 실로 믿을 수 없는 빠름이었고,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괴이 한 검세의 변화가 아닐 수 없었다. 분명히 오른손에 검을 쥐고 휘둘렀다면 이어 왼쪽을 공격하려면 몸이 돌아야 하는 것이 상식이 아닌가? 그런데 전혀 몸을 움직이지 .도 않았음에도 검세는 왼쪽에서 쏟아져 나갔다 갑자기 검이 하나 더 나타난 것만 같았다. 차-칵! '끄-으 아-악!' 모골이 송연한 절단음에 이어 괴이한 비명이 터졌다. 동시에 사 방으로 피보라가 피어올랐다. 또 한 명의 흥의괴인이 목이 절단되 .어 넘어지고 있었다. 나머지 두 명은 제각기 가슴과 배에 깊숙한 .상처를 입고 물러나고 있었다. 모용운생은 길게 숨을 들이마시면서 검을 다시금 가슴 앞에 세 뒀다. 그의 검에서는 감히 바라볼 수도 없는 및이 작렬되고 있었다. 특히 검끝에서 마치 불똥이 튀는 듯한 검광(劍光)이 빙글빙글 맴돌고 있는데 그 위세가 어찌나 맹렬한지 눈이 부셔서 쳐다볼 수 .도 없을 지경이었다. 모부재와 천룡령주가 동시에 넋 잃은 듯이 외쳤다. '검강신공(6舊神功) !" 검강(劒쿄)이란 검도의 고수들이 검의 정기(請솨, 다시 말해서 검기 (劍氣) 를 검의 끝에 오아 뿜어 내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실로 .상승(上乘)의 어검술(御劒術)에 못지않은 위력이 있었다. 冷心無情 1갸 게다가 지금 꼬용운생의 검강신공이 검끝에서 거의 덩어리처럼 도는 것을 볼 때 그 화후(火侯:조예)는 것이 틀림없었다. 거의 십 성의 경지에 이른 이 검강을 십이 성 대성하면 검기가 마치 하나의 단환(丹과 같이 검끝에 오이게 되는데 그것을 검환(劍끄]이라 부르며, 검환이 .이르는 곳에는 부서지지 않는 것이 하나도 없다고 알려져 있었다. .그것이 그렇게 알려진 이유는 당대에는 실제로 그러한 경지의 무공을 본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천룡령주는 그것을 보자, 소름이 오싹 끼쳤다. 사실 지금 십이혈룡은 완전한 실흔마인이 아니었으므로 십 성에 이르는 검강은 도저히 막아 낼 수가 없는 것이다. '잘못해서 십이혈룡이 다 죽게 되면 나는 교주님으로부터 중벌 을 면치 못하리라!' 급히 생각을 굴린 천룡령주는 급히 외쳤다. '십이혈룡은 모두 물러서라!' '올 때는 몰라도 갈 때도 마음대로 될까?' 모용운생이 냉랭하게 외쳤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모용운생의 그 외침 소리는 숨막히는 공포 감을 조성하기에 충분했다. 이미 기선은 천룡령주에게서 넘어가 버린 것이다. 그는 오부재가 십이혈룡을 막고 있을 때, 모용운생을 .공격해야 했었다. 그의 외침에 천룡령주는 마치 귀신이 자신의 등줄기를 것 같아 흔비백산하여 자신도 모르게 줄행랑을 켰다. 잡아채는 '우앗1' 그의 등뒤에서는 또다시 처절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분명히 십이혈룡 중의 하나가 또 당하는 모양이었다. 천룡령주가 힐끔 돌아보니, 모용운생이 검을 휘두르는데 서릿발 8 같은 검광이 마치 한 마리 백룡인 양 꿈틀거리며 십이혈룡 중 하나 .의 다리를 잘라 내는 중이었다 검광이 마치 불수레처럼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것 갈은데, 그 쾌 속하고 기이함은 실로 두 사람이 두 자루의 검을 휘두르는 것보다 .더욱 놀라웠다. 실로 한번도 본 적이 없는 기괴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천룡령주가 다급히 소성을 울려 내자 십이혈릉은 모두가 허겁지 겁 그 뒤를 따라갔다. 아니 정확히 말해서 십일혈룡이었다. 하나는 목이 잘려 완전히 죽었기 때문이다. 모용운생은 더 이상 그 뒤를 쫓지 않고 앙천광소를 터뜨렸다. '와아하하하!' 그의 웃음 소리는 하늘의 대기를 격탕시키고 주위에 회오리바람 마저 일으켰다. 가히 경인(驚人)의 놀라운 위세였다. 이 광경에 탈천무영신투 모부재는 너무도 놀라서 할말을 잃고 벌린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저 녀석의 공력이 이다지도 놀랍단 말인가? 내 두 눈으로 보고 도 믿을 수가 없구나 돌연, 모용운생은 미친 듯한 광소를 멈추더니 천천히 걸음을 옮 겨 숲속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멍하니 넋을 놓고 보고 있던 모부재는 그제야 정신을 그 뒤를 쫓아 바람과 같이 날아갔다. 차린 듯 그때 모용운생은 이미 숲속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모부재는 그 옆으로 다가서며 감탄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야- 정말 대단한데! 노부는 이제서야 네가 그 나이에 어째 서 대협이라는 칭호를 듣는지 알겠다.' 하지만 모용운생은 대답도 않고 천천히 걸음을 옮길 따름이었 1'` 1 다. 얼마 전이라면 모르지만 같이 생사지칸을 넘긴 처지에 이 오만 .한 태도에 오부재는 배알이 뒤틀리지 않을 수 없었다. 야! 너 정말' 그는 홍분해서 모용운생의 어깨를 쳤다. 순간, 모용운생은 그 손을 피해 내기는커녕, 그의 손길이 닿자마자 마치 짚단과 같이 쓰 .러지는 것이 아닌가. 오부재는 크게 놀라 모용운생을 살펴보았다. 이때 모용운생의 얼굴은 백답과 같이 창백했으며 전신이 물에 젖은 솜처럼 늘어져 있었다. '이봐.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영문을 모르겠군?' 모용운생은 기운없는 목소리로 그러나 다급히 속삭였다. '속히 이 자리를 떠나야 합니다. 그들이 다시 돌아온다면 우린 살아남지 못할 겁니다. 어서 !" 그토록 침착하던 모용운생이 이렇게 재촉하자 모부재는 갑자기 등골이 서늘해졌다. 금방 누가 쫓아오는 것만 같았다. 그는 얼른 오용운생을 들쳐 업더니 뒤도 돌아보지 않고서 쏜살같이 앞으로 내닫기 시작했다. 그의 무영신법은 과연 대단하여 순식간에 그의 종적은 숲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탈천무영신투 모부재의 종적이 사라지자 방금까지 일장 격투가 벌어졌던 장내에는 한 인영이 나타났다. 그 인영의 온몸은 타는 듯 .붉은 흥의로 감쌌으며 머리 부분에도 붉은 면사로 모습을 감추고 있었다. 하지만 가녀린 몸매로 보아서 틀림없는 여인이었다. 버들잎처럼 늘씬한 몸매로 짐작컨데, 아마 나이도 많지 않을 것이었다. 붉은 면사 사이로 은은히 드러난 얼굴은 아름답기 그지없어 보 였다. 보이지 않는 모든 것을 젖혀 놓고라도 밤하늘의 한성{寒星) .12 獨럼澤魂 처럼 및나는 눈동자만으로도 미인이라는 소리를 들을 만했다. 홍의여인 (紅衣女人) 은 십이혈룡 중 하나의 주검이 버려져 있는 .장내를 두리번거리더니 나직이 중얼거렸다. '냉심무정 모용운생 당금 강호에 그와 같은 신진고수가 있 다니 실로 믿지 못할 일이로군. 내당의 고수들이 나오도록 교주께 .말씀드리든지 아니면 다른 방법을 써야 되겠다!' 샌情 13 第 五 章 逆 氣 랴 血 大 法 크용운생은 자신의 몸에 따스한 햇살이 내려앉아 있음을 깨 고 눈을 떴다. 닫 '이곳은?' 그는 눈을 뜬 채로 조용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는 모부재의 등에 업힌 후 정신을 잃었었다. 면 정신을 차린 순간에 벌떡 일어나 현재 자신의 을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다. 일단, 눈을 뜨게 평범한 사람이라 을 침착하게 먼저 살피는 것이다. 상태를 알고자 했 되자 주변의 상황 이곳은 그리 넓지 않은 모옥(혹舊 이었다 그 모옥 안에 있는 나무침상에 그는 누워 있었다. '닐어났는가?' 묵직한 음성이 들리며 모옥 안으로 오부재와 마의 ( ) 를 걸친 건장한 체격의 노인이 들어왔다. 얼핏 보기에 육십대로 보였지만 .대추빛이 감도는 그의 얼굴에는 온화한 빛이 서려 있어서 그의 성` .冷心無擇 7 품을 짐작케 했다. 마의노인은 모용운생을 일별하더니 하하 하고 웃어 보였다. '과연 상승의 골격을 가진 사람답게 빠른 회복이로군 감탄했 네, 정말 감탄했어1 그 나이에 이런 성취를 이룬 사람은 흔지 않 지 -' 모용운생은 몸을 일으켜 그 마의노인에게 포권했다 '소생의 짐작이 틀림없다면 노인장께선 무림삼이 중의 한 분인 백초의은(百草醫隱) 공야치(公治治) , 공야선배인 것 같군요. ' 마의노인은 대소하며 말했다. '남들이 모용운생을 일러 보통이 아니라고 하더니 과연인 것 같 군! 노부가 공야치라네. 실례가 안된다면 영사가 뉘신지 알려 주실 .수 있겠나?' 모용운생의 눈에 한 가닥 기이한 빛이 스쳐 갔다. 그러나 그의 입에서 흘러나온 것은 여전히 평정한 음성이었다. '일신상의 사정으로 인해 일시지간 밝힐 수가 없음을 양해하시 길. 공야선배께서 소생을 돌봐 주신 것 같군요?' 백초의은 공야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문득 미간을 컹그렸 다. '노부가 몇 가지 약을 썼네. 노부가 알기로는 그토록 원기를 상 하게 하는 것온 어떤 약물이나 기이한 공력으로 체내의 잠력(潛力) .을 격발... . '맞습니다. 상황이 부득이 하여 밀교(密꽈의 역기층혈대법 (훌 氣려血大法)을 사용했었슘니다.' 그 말에 모부재와 백초의은의 안색이 돌변했다. 역기충혈대법이라고 하는 것은 서장(西藏)의 밀교(密敎)에서만 비전 (8} 되는 공력으로 혈기를 역행시키고 체내의 잠력을 격발 시켜 순식간에 본래의 공력보다 몇 배. 경우에 따라서는 수십 배의 .18 濁管驚魂 힘을 낼 수 있었다. 하지만 그 힘을 다 쓰고 나면 원기(元料를 크게 상하게 된다. 그 힘을 얼마나 썼느냐에 따라서 그 원기의 상한 정도도 틀리게 되 .는 것이다. 그 회복에는 몇 달. 몇 년이 걸리고 심지어는 평생을 폐인으로 보내는 수도 있는 무서운 기공(奇功)이었다. 역기층혈대법이 이토록 무섭기 때문에 밀교에서도 그 공력을 익 히는 것을 금하고 외부로 알려지는 것조차 금하고 있는 형펀이었 다. 그러한 공력을 서장에서 수만 리 떨어진 곳에 있는 모용운생이 익히고 있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는 일이었다. 모부재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럼 네가 밀교의 제자란 말이냐?' 모용운생이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그럼. 맞을 리가 없지 ! 천룡전단신공을 지니고 있는 사람이 밀 교의 전인일 리가 없지.' 연신 고개를 젓는 오부재의 말에 이어 백초의온 공야치가 입을 열었 다 천룡전단신공은 불가의 삼대신공 중의 하나로 천룡상인(天龍上 .入)의 독문무공인데. 그분과는 어떻게 되는가?' 그는 여전히 모용운생의 사부가 궁금한 것 같았다. 모용운생이 꿔라고 말하기도 전에 탈천무영신투 모부재가 말올 가로채었다 . 분명히 사부가 아니라고 대답하겠지?' 오용운생이 약간 의아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떻습니다. 그분은 제 사부님이 아니지요' 한 가지 더 묻자1 그때 네가 사용한 그 검법이 혹시 양의무정 ;형댜料情 19 검법 (兩儀無情劍法)이 아니냐?' 모용운생의 얼굴에 놀란 멎이 드러났다 '맞습니다. 어떻게 알아봤습니까?" 옆에서 듣고 있던 백초의은 공야치는 내심 크게 놀라 믿을 수 없을 지경이 되었다. '양의무정검법은 석년에 절정검마(絶1팅則魔) 를 휘젓던 절세무쌍의 검법이 아닌가 그의 룡상인의 무공과 같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종경 (宗敬)이 천하 .검법이 어떻게 천 그가 놀라는 것도 당연했다. 오십 년 전에 절정검마 종경과 천룡상인은 제각기 邪兩尊)이라고 불릴 만큼, 실로 물과 불 같은 관계라 아니었기 때문이다 정사양존(正 해도 과언이 참을 수 없어진 백초의은 공야치가 다시 물었다. .정녕 모용대협이 양의무정검법을 지니고 있단 말이오? 대답은 이번에도 모부재가 했다. .양의무정검법 외에 어떻게 검이 왼손. 오른손으로 마구 움직이 는데 기척도 없이 신속할 수 있는 검법이 있겠어? 모용운생은 모부재의 급한 성격은 이미 듣고 있었던 터라 희미 하게 미소 짓고는 암중으로 진기를 운용했다. 백초의은 공야치는 얼른 눈치를 채고 말했다. ,모용대협의 상세는.보통 사람이라면 족히 몇 달 정양해야 정 을 찾을 수 있겠지만 원래 내공이 탁월한 데다 노부의 환혼백초 (還魂百草丹) 을 복용했으니 아마도 열홀이나 일주일이면 능히 상 .상을 회복할 수 있을 거네." 단 정 보니큰 듣고나 자신의 원기가 크게 상했을 것으로 알고 진기를 운용해 탈이 없는 것 같아 의아하던 모용운생은 백초의은의 말을 서야 의문이 풀렸다. 140 1= 잠시 말이 없던 모용운생이 그에게 다시 포권해 보였다. '소생에게 그토록 후의를 베풀어 주시니 뭐라 감사의 말을 드려 야 할지 하고 싶으신 말이 있다면 듣겠습니다. ' 영문 모를 소리였으나 그 말에 백초의은과 탈천무영신투는 내심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원래 탈천무영신투 모부재가 모용운생 .을 찾아온 것에는 다른 뜻이 있었던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모부재가 그를 찾아왔을 리도 없었을 것이고, 초의은이 필생의 심혈을 기울여 제조한 환혼백초단까지 아끼지 고 먹일 리는 없기 때문이다. 배 ? . . . .'공야늙은이가 말하게. 난 밖에 나가서 동정을 좀 보고 오지.~ 모부재는 모용운생에게 눈을 찡긋하더니 밖으로 나갔다. '모용대협이 그토록 총혜(總慧) 하니 노부가 말하기 한결 편하겠 .백초의은 공야치는 침상의 곁에 있는 의자에 기대듯 서 잠시 생 .각을 정리하듯 눈을 감았다 말했다. '지난 백년 이래, 무림은 실로 혈해보도 때문에 거의 컵데기만 .남은 꼴이 되었소. 지금의 무림에는 정예고수는 얼마 없고 그나마 .모두 은거하여 강호상의 난맥상은 참으로 평온해졌소,' 모용운생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 몇 년 간 천하를 주 유하면서 느낀 일이었지만 무림 중의 고수는 정말 만나기 쉽지 았던 것이다. 않 백초의은 공야치의 말이 계속 이어져 갔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그 평온은 정녕 너무도 갑작스러웠소. 그래 서 오늙은이와 상늙은이가 나서서 조사해 본 결과. 무림 중에는 거 .대한 잠재 세력이 준동하고 있음을 알아 내게 되었소 .. .." 백초의은 공야치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한데 놀랍게도 그들의 행사는 신비하기 이를 데 없어 도저히 드뺍,` 141 그 내막을 알아 볼 재간이 없었소. 마치 그들이 전혀 존재하지 않 .는 듯이 . 그런데 약 삼 개월 전. 이십 년 전에 자취를 감추었던 .혈해보도가 다시 나타난 것이오. 그것도 하나가 아닌 세 개나 되는 .혈해보도가 말이오.' 모용운생의 얼굴에도 가벼운 진동이 일어났다 '세 개씩이나? "동시에 암중에서 준동하고 있던 그들이 여기저기서 모습을 드 러내기 시작했소. 그들의 무공은 지난날 일류고수의 수준 이상이 었고. 손속은 잔독(殘毒)하기 이를 데 없어서 그들이 출현한 지 얼 .마 되지 않아 강호동도 수백이 그들의 손에 의해 비명횡사했소." '무공만 지난날 일류고수가 아니라 그들 자신이 바로 지난날 일 류고수 본인들입니다." 백초의은은 모용운생의 말에 가슴이 철렁하여 그를 보았다. '그게 무슨 소리요?' 십이혈룡과 제가 싸워 본 바에 의하면 그들의 원래 신분은 지 난날 무림에서 사라진 고수들인 듯합니다. 그 중의 한 명은 확신할 .수 있었는데. 바로 쌍장진남(雙掌鎭南) 고검창(古劒팀)이었습니 다. "그럴 리가? 쌍장진남 고검창이라면 종남파의 속가제자로서 이 십 년 전에 혈해보도 쟁탈전에 참가했다가 죽은 자인데 그가 어떻 .게' 백초의은 공야치가 어이가 었는 듯 중얼거렸다. 도저히 못 믿겠 다는 표정이었다. 모용운생은 담담히 웃을 뿐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백초의은 공야치는 문득 자신의 실태를 깨달은 듯 정색을 했다. '정녕 그였소?' 오용운생이 고개를 끄덕였다. 142 獨램澤魂 '틀림없습니다. 그를 만난 적은 없지만, 쌍장진남이라는 이름을 얻게 한 철장삼식(鐵掌三式) 은 그 외에는 그만큼 펼칠 수 있는 사 .람이 없지요.' 백초의은 공야치는 공포스러운 일이 생각난 듯 몸을 떨었다. '그럼 십이혈룡들 모두가' '그뿐 아니고 그들의 수하들 대부분은 특이한 방법으로 제압이 되어 있는 것 같더군요. 뿐만 아니라. 십이혈룡의 경우는 이미 실 .혼마인이 되어 있는 것 같았습니다.' '실흔마인이라구?' 백초의은이 실성해 부르짖자 누군가가 말을 받았다. '실흔마인이 무엇인데 그렇게 놀라는 건가?' 말한 사람은 바로 모부재였다. 공야치는 들어오는 모부재를 쳐다보지도 않고 길게 무거운 한숨 을 내쉬더니 말했다. '실혼마인은 백년 전에 강호에 모습을 잠깐 드러냈다가 사라진 백골문(白骨門)의 독문비법에 의해 연제 (練製)되는 거야. 그들이 .실흔마인을 연제해 낼 수 있다면 머지않아 환혼강시(還魂理屍) 까 .지도' 백초의은 공야치는 생각만 해도 몸서리가 쳐지는지 문득 전신을 부르르 떨었다. 그 말을 들은 모부재의 안색도 심각쌔졌다. 실흔마인에 대해서 는 잘 몰랐지만 모부재도 강호의 원로인 만큼, 백골문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다. 백골문이란 이름이 전설로 전해지는 공포의 이름인 .까닭이다. '그떻다면 십이혈룡보다 뒤에 것들의 위력이 더욱 대단하단 말 인가?' 모용운생이 대신 대답했다. 습넨썹띠靑 145 '백골문의 삼대귀물(三大鬼物) 중에서 실혼마인은 환혼강시와 마지막의 연흔강시(練魂確屍)에 비하면 장난 같은 것이라 할 수 있 .습니다.' 탈천무영신투는 두 눈만 멀뚱거릴 뿐, 더 이상 말이 없었다. 극 도의 놀라움이 말문을 막아 버린 것이다. 실혼마인의 무서움은 이 .미 자신이 겪어 보지 않았던가? 말을 잃고 묵묵히 서 있는 두 사람 모용운생의 차분한 음성이 정적을 깨뜨렸다. '두 분께서 하시고 싶던 말씀은?" 그 말에 정신을 차린 듯 모부재가 조그만 두 눈을 동그랗게 뜨 면서 외쳤다 . 아직도 말 안 했단 말인가? 이런, 굼벵이처럼 느려터지기 는 그의 성질을 잘 아는 터라. 백초의은 공야치는 상관하지 않고 모용운생을 향해 입을 열었다. '그래서 우리 늙은이 셋은 그들에 대해 암중 조사를 펴는 한편, 그에 대항할 세력을 규합하는 중이네. 그들의 실력이 대단한 이싱 .일반고수는 대상이 안 되고' 모용운생이 말을 잘랐다. '무슨 뜻인지 알겠습니다 그들의 내력을 아십니까?" 그의 물음에 두 노인은 일시지간에 꿀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그 럴 수밖에 없는 것이 홍의괴인들의 행사조차 근근히 쫓아다니는 판에 그 내력은 알 턱이 없었던 것이다. 오용운생이 내심 탄식하면서 말했다. '두 분께선 흑시 절정미혼천룡개진천하(絶情迷魂天龍皆震天下) 란 말을 아십니까?" 두 사람은 어리둥절한 듯 서로 얼굴을 마주보더니 갑자기 무엇 144 獨림驚魂 을 깨달은 듯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 그들은 어찌나 놀랐던지 하마 .터면 심장이 목구멍으로 튀어나을 뻔했다. '설마 이미 백골이 되었을 소수미흔녀(素手迷魂女) 를 말하는 것 은 아니겠지?' 절정미혼천룡개진천하라는 글은 절정과 미흔 그리고 천룡 등, 세 사람 모두가 천하를 울릴 수 있다는 말이었다. 절정은 절정검마 종경을 의미하고 천룡은 천룡상인을 의미한다. 그리고 소수미흔녀가 바로 미혼에 해당하는 인물이었으며 오십 년 .전 그녀는 자타가 공인하는 천하제일의 미녀였다. 그 옛날 한무제(漢武帝) 때의 협율도위 (協律都料)였던 이연년 (李延쭈) 은 한무제의 앞에서 자신의 누이를 소개하는 한 수의 노래 .를 을었다. 북방유가인(北方有佳八), 절세이독럽(絶世而獨立), 일고경인성 (一顧傾九鄕, 재고경인국(再顧傾人國) 북방에 아름다운 사람 있어, 그 아름다움이 절세에 우뚝하니, 한 번 보매 성이 기울고, 두 번 돌아보면 나라를 기울게 하네 한무제는 이 노래를 듣고 이연년의 누이를 불러 곁에 두게 되 니, 그녀가 八)이었다. 바로 한무제 만년에 총애를 한몸에 받은 이부인(李矢 그떻게 전해진 이 노래는 그 후. 경국지색 (傾國之色)이란 말의 어원이 되었다. 그렇게 아름다웠다던 이부인도, 미인의 대명사로 불리는 양귀비 나 달기 같은 미녀조차도 소수미혼녀의 아름다움은 감히 따라갈 수가 없었다고 한다. 심지어 빙기설부(氷眺雪膚)라고 일컬어지는 그녀의 윽과 같이 冷心無情 145 훤 손만 보아도 뭇남자들은 그녀의 치마폭 아래 무릎을 끓었다고 전해졌다. 소수미흔녀란 별호는 바로 그떻게 이름지어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타고난 미색과 사갈(蛇嬌) 같은 심보로 전무림의 남성들을 농락하척 엄청난 혼란을 일으켰다. 그녀를 한번 는 처자를 버리고 그녀의 뒤를 따르는 형펀이었다. 본 남자 게다가 그녀의 무공 또한 개세적이었다. 무림 중의 평화를 위해 서 그녀를 처치하겠다고 나선 사람들은 그녀의 미색에 포로가 되 거나, 그 무공을 이기지 못해 죽음을 당하는 판이었다. 심지어는 무림군자(武林君子) 같은 현인마저도 그녀를 교화하려다가 그녀의 치마폭 아래 노예가 되고 말았으니, 그녀의 미모가 가지는 위력은 가히 천군만마를 능가하는 가공할 것이었다 소수미혼녀를 따르는 남자들의 무리를 일컬어 호화단(護花團)이 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호화단에는 영응기인들이 망라되어 그 세 력은 가히 하늘을 찌를 듯해, 사방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 갔 다 그 혼란의 소용돌이 속에서 강호상에는 절정검마 종경과 천룡상 인. 그리고 소수미흔녀가 모종의 장소에서 회합을 갖는다는 말이 유포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말이 나돈 직후. 천하를 진동하던 세 명의 고수는 더 이상 강호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구구한 억측이 나도는 가운데 그 일은 점점 잊혀져 갔다. 소수미흔녀가 강호상에서 활동한 시간은 겨우 일 년 정도에 불과 했으므로 그녀를 기억하는 사람도 거의 없게 되었다. 당시 호화단 (護花圍) 이라 하여 그녀의 발 밑에 무릎을 끓었던 사람들은 그 일 .을 부러이 여겨 입올 다물고. 나머지 사람들도 공포스럽고 부끄 러운 기억을 굳이 들쳐 내고 싶지 않아 일부러 묻어 버린 것이다. .14 獨탓긍魂 한데 오늘 뜻밖에도 모용운생이 그 일을 들추어 낸 것이다. 더욱이 그것을 들추어 낸 모용운생은 실종된 정사쌍존의 무공을 한몸에 지니고 있는 사람이 아니던가. 모용운생은 모부재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그녀입니다.' 백초의은 공야치가 암중으로 크게 숨을 들이마시며 말했다. 질 린 안색은 아직도 그대로였다. '그럼 그녀가 아직도 살아 있다는 말인가?" 별안간 모부재가 버럭 소릴 질렀다. '그렇다면 암중의 세력의 주재인이 그 할망타구란 말인가?' 비록 욕은 하지만 그의 음성은 떨려 나오고 있었다. 그의 나이 로 말하자면 그 당시에 피끓는 약관이었던지라, 당연히 그녀를 모 .를 리 없는 것이다. 모용운생이 무겁게 말했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저들 증, 비봉령주가 그녀의 독문무공인 냉 염장을 쓰는 것을 보았습니다.' 두 노인은 기가 질리는 듯 가만히 있다가 백초의은이 물었다 '모용대협은 쌍존의 무공을 한몸에 지니고 있는데, 지난날 쌍존 과 소수미흔녀의 약속이 어떻게 되었는지 흑시 알고 있소?' 모용운생의 얼굴이 약간 굳어졌다. '그 일에 관해서 현재로는 뭐라고 말할 수가 없습니다." 말하는 그의 얼굴빛은 평정하고 침착하여 그 얼굴에서 뭔가를 읽어 낸다는 것은 백초의은 공야치도 불가능했다. 그의 말에는 심히 많은 여지가 있어서, 안다는 것인지 모른다는 것인지조차 판단하기 불가능했던 것이다. 백초의은 공야치는 내심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저와 같은 나이에 저런 정도의 수양을 이룬다는 것은 정녕 믿 땋心無情 147 기 힘든 일이 아닐 수 없구나 어쩌면 이번 겁난의 성쇄는 그의 어 .깨에 희망을 걸어야 할는지도 모르겠다 백초의은이 더 생각을 하기 전에 모부재가 답답한 듯 말했다. '답답해 죽겠구먼 빙빙 돌리지 말고 한 가지만 묻자 그녀가 살아 있느냐? 죽었느냐?' '아마 살아 있을 겁니다. 만에 하나. 그녀가 죽었다면 최소한 그 후인이 암중세력에 관계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습니다 모용운생이 단정하듯 말했다. 모용운생의 말에 신음을 흘리고 있던 모부재가 블쑥 말했다. '어떻게 할 텐가? 우리와 함께하겠지, 물론?' 모용운생이 담담히 웃음을 떠올렸다. 마치 승낙이라도 하듯이 그러나 그 다음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전혀 달랐다. '소생은 혼자 행동하는 것이 습관이 되어서 . 이 말은 모부재와 백초의은에게는 뜻밖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럼 거절인가? 모용운생의 말에 백초의은이 실망한 듯 물었다. 필요한 것이 계시다면 협조는 하겠습니다. ' '그게 그 소리 아닌가? 공연히 말만 돌리고 있는 것이지 !' 모부재가 못마땅한 듯 툭 쏘았다. 그리곤 공연히 옆의 탁자를 툭툭 걷어차면서 툴툴거리기 시작했다. '쫑쯔 저놈의 성질하곤, 모용대협이 이해하시게. ' 백초의은의 말에 모용운생은 품속을 더듬어 예의 죽관을 꺼내며 말했다. '이 속에 혈해보도가 있는데 강호상에 그것이 세 개나 나돈다고 하니 이것이 과연 진짜인지 모르겠습니다.' 글쎄, 누구도 혈해보도에 대해 확실히 아는 사람이 없으니 그 48 獨脣舊魂 진가를 정확히 구분하기는 어럽다네 '정히 알고 싶으면 기산(岐山) 의 만박노조(萬博老理를 한번 찾 아가 보든지' 오부재가 곁에서 한마디 툭 던졌다. 여전히 못마땅한 기색이었 다. 모용운생이 문득 입을 닫으며 문 쪽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문 쪽에서 카랑카랑한 음성이 들려 왔다. '장문인께 아됩니다. ' 그 말에 모부재의 얼굴이 돌연 근엄해지더니 말했다. '무슨 일이냐?' 모용운생은 탈천무영신투 모부재가 무슨 파의 장문인이라는 말 은 들은 적이 없어서 의아했다. 그러자 백초의은이 그 눈치를 채고 귀뜸해 주었다. '모늙은이는 바로 공공문(空空門)의 당대 장문인이지.' 모용운생이 고개를 끄덕였다. 강호에 일종의 도둑질하는 조직이 있는데 그것이 공공문이라는 것을 들은 적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모부재가 그 공공문의 장문인일 줄이야 이때, 문이 열리며 황색 옷을 입은 증년인이 나타나 매우 급한 어조로 말했다. 나타나서 기웃거리고 있 '지금 골짜기 밖에 한 떼의 흥의인들이 는데 그 기세가 보통이 아닙니다.' 모두의 안색이 돌변했다. 백초의은이 신음을 토해 냈다. '그들의 이목이 이토록 영민할 줄이야! 불과 반나절 만에 이곳 을 찾아 내다니' 모용운생 또한 보통 다급한 것이 아니었다. 지금 그의 무공은 전폐된 것이나 거의 다름이 없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놔心無情 49 모용운생은 무엇인가 생각하더니 다급히 말했다. '혹시 환혼백초단을 한 알 더 얻을 수 있겠습니까" 백초의은 공야치는 의아한 빛으로 그를 보았다. 뭣 하게? 지금 그 상태에서는 한 알 더 먹어 보아도 별 효과가 없올 텐데?" 원래 백초의은은 그 사부인 백초신의 (百草神醫)와 함께 그야말 로 각고 끝에 겨우 환혼백초단 한로[-料, 그러니까 한단지분인 삼십 알을 만들었었다. 그것이 이제는 겨우 열 알 정도가 남아 백 .초의은은 보물단지처럼 아끼고 있는 판이엇다. 실제로 복용해도 별 하지만 지금의 경우는 아까운 건 둘째이고, 효과를 볼 수가 없는 것이기에 주저한 것이다. 모용운생이 말했다. 그들이 일단 이곳을 찾아 낸 이상. 그들을 영구적으로 막을 수 는 없습니다. 그때는 저는 짐이 될 수밖에 없겠지요. 그 전에 공력 .이 회복되어야만 합니다.' '무슨 방법이 있는가?' 백초의은의 말에 모용운생이 고개를 끄덕였다. '약간의 위험은 있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해볼 만한 가치 가 있습니다. 환혼백초단의 효험을 빌면 흉보다는 길이 많겠지요.'` .백초의은은 두말 않고 환흔백초단을 내주었다 환혼백초단은 엄지 두 개만한 크기인데, 밀봉되어 있음에도 향 기가 은은히 풍겨 나왔다. 그토록 귀한 약을 성큼 내주는 것으로 보아 그의 도량이 매우 넓음을 알 수 있었다. 모용운생이 막 그 약을 받아 삼키는 순간. 다시 다급히 중년의 사내가 달려왔다. '장문인께 아됩니다1 그들이 공격을 시작했는데 이미 제일관이 뚫렸습니다.' 15 料理理 모부재는 이 말에 안색이 대변하여 밖으로 달려나갔다. 모용운생이 그 뒤에다 외쳤다. '그들과 정면층돌하지 말고 모두 철수하도록 하십시오.' 모용운생은 비록 골짜기의 사정은 오르지만 결코 힙으로 그들과 맞설 수는 없으리라 느낀 것이다. 모용운생이 백초의은 공야치에게 물었다. '두 시진 정도를 막아 낼 수 있겠습니까?" 이 골짜기는 노부가 여름에 잠시 거처하는 곳이라 별다른 기관 이 없네. 순전히 무력으로 막아야 하니 그건 공격해 온 자들의 실 력에 달렸지." 모용운생의 얼굴에 난색이 떠올렸다. '그떻다면 혹시 몸을 숨길 만한 곳은 없습니까?' '굘쎄 웅. 여기 약을 저장하는 굴이 하나 있지 ! 하지만 이 모옥 주위에는 기문진식이 쳐져 있으니까 잠시는 버틸 수 있을 거네.' 잠시 생각하던 백초의은은 모용운생이 누워 있던 침상을 가리켰 다. 이렇게 되어 모용운생은 침상 밑에 있는 저장굴로 들어가게 되 .었다. 모용운생은 급하게 되면 자신을 돌보지 말고 모두 몸을 피하라 고 했지만 두 사람의 반웅은 시큰둥했다. 특히 오부재는 코웃음을 .쳐댔다. 몸 바쳐 층성할 일 있겠냐고. 급하면 내가 먼저 살고 봐야 .지 미쳤다고 여기서 꾸믈대겠냐고 하지만 그 말속에 서린 진실을 알아 보지 못한다면 모용운생이 아닐 것이었다. 그들은 모용운생에게 있는 무형 중에 사람을 잡아끄는 힘에 완 전허 현흑되어 있는 상태였다. 그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뭘 주는데 .도. 미운 사람이 있는 반면에 내 것을 다 주면서도 좋은 사람이 있 .뷰心無情 51 는 것이 세상사가 아니겠는가 모용운생은 가부좌를 하고 천천히 진기를 운행시키기 시작했다. 지금 그는 어느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방법을 시도하려고 하고 있었다. 역기층혈의 방법을 다시 쓰려는 것이다. 누가 이 소리를 들으면 죽으려고 환장했다고 할 것이었다. 그가 시도하려는 방법이 그것임을 백초의은이 알았다면 않았을 것이었다. 결코 그냥 있지 그만큼 그것은 터무니없는 방법이었다 하지만 이독공독(以毒攻毒)은 무모하면서도 또한 진리이기도 했 다. 그것의 의미를 쉽게 말하자면 중화(中和)라 할 수 있다. 역기 .층혈대법으로 모인 그 순간적인 공력을 밖으로 내쏟지 않고 오히 .려 경맥 안으로 유도시키는 것이다. 물론 자칫 실수하면 경맥이 터 .지거나 경화되어 죽거나 평생 폐인이 될 위험이 대단히 높은 것이 .사실이기도 했다. 어쨌든 잠시의 시간이 지나면서 모용운생의 얼굴은 용광로와도 같이 달아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시간이 조금 더 흐르자 모용운생 .의 전신은 마치 홍시와도 같이 붉어져서 멎이 날 지경이 되었다. .지금 그의 체내의 기혈들은 금방이라도 터질 듯이 팽창하여 부 풀어 있었다. 밖으로 터져 나가지 못한 기혈이 마치 미친 소 떼와 .같이 천방지축 날뛰고 있는 것이다. 그것을 경맥 속에 유도한다는 것은 쉽게 상상할 수 있는 고통이 아니었다. 모용운생은 그 고통을 참으며 미친 듯 용솟음치는 기력 .을 천천히 경맥 속으로 유도하고 있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동굴 안은 맑은 전단향기로 가득 찼으며 모 용운생의 온몸에서는 휘황한 금멎이 감돌고 있었다. 천룡전단신공 .152 =81 으로 그 야생마와도 같이 날뛰는 기혈들을 억누르고 있는 것이다. .인내와 고통의 시간이 쉴 사이도 없이 흘러갔다. 다시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 무덥, 모용운생의 온몸에 감돌던 금 빛이 조금씩 회미하게 스러지기 시작했다. 이윽고 그 금빛은 오조 .리 사라져 버리고 전단향만이 동굴 속에 감돌게 되었다. 모용운생의 온몸은 땀으로 흠뻑 젖어 있고 이마에서는 구슬 같 은 땀방울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 땀방울도 점점 .걷혀 가고 있었다. 우선 일차적으로 그 기혈들을 경맥 안으로 도인(튜引) 하는 데 성 .공한 셈이었다. 하지만 모용운생의 얼굴에 은은히 드러나는 고퉁 .의 빛으로 볼 때, 지금 그가 당하고 있는 고통은 아직도 여전히 격 .렬한 상태임에 분명했다. 비록 역기층혈대법으로 생겨난 기력(氣力) 을 경맥 속으로 유도 하는 것에는 성공을 했지만, 아직도 제멋대로 날뛰고 있는 기혈을 .자신의 것으로 융화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했다. 경혈의 움직임을 .한 순간만이라도 빠르게 하면 그 힘을 견디지 못한 경맥이 대번에 .파열될 것이으므로 실로 한 순간 순간이 살얼음을 딛는 신중의 점 .철] 라 할 수 있었디 하지만 그가 복용한 환혼뻐초단의 온화한 기운은 그 기혈의 움 직임을 다스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주고 있었다. 그런 점에서 모용운생은 백초의은의 신세를 크게 지고 있는 셈 이었다. 처음 먹은 환흔백초단이 없었으면 진기를 일으킬 수조차 .없었을 것이고 나중에 먹은 환혼백초단이 없었으면 야생마와도 같 .이 날뛰는 진기를 다스리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모용운생의 몸에서 다시금 금빛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담담한 금빛이 나타나더니 그 광채는 점점 더 짙어져 갔다. 그 빛은 계속 짙어지더니 나중에는 한 가닥 기류를 형성하면 .흡心無舊 1듯 서 천천히 오용운생의 몸을 돌기 시작했다. 마치 금룡이 오용운생의 몸을 감싸고 도는 것 같았다. 오용운생 체내의 진기는 경맥 속에 날뛰는 기혈을 홉수하척 점 점 세차게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이제는 위험한 고비는 다 넘긴 셈이었다. 잠시 후면 그 기혈이 오두 모용운생의 진기에 홉수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모용운생의 공력은 복구가 아니라 오히려 일거 드약 하게 될 것이었다. 모용운썽이 내심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운기조식하고 있을 때였 다. 어디선지 경미한 소리가 들려 왔다. 운공을 하면 정신이 맑아지고 이목이 평소의 몇 배로 명민해진 다. 만약 그가 운공을 하고 있는 상태가 아니라면 놓치고 말았을 정도로 작은 소리였다. 하지만 모용운썽은 조금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행공이 막바지 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이런 때에 몸을 함부로 움직인다면 필경은 .가장 치명적인 주화입마(走火入魔) 에 빠지게 될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었다 인영 하나가 모용운생과 겨우 다섯 자 정도 떨어진 곳에 나타났 다. 백초의은이 약초를 저장하는 이곳은 그리 넓지 않았다, 그리고 .천장에는 약초봉지들을 주렁주렁 달아 놓아 맨 끝에 정좌한 모용 운생의 모습이 쉽게 눈에 띄지는 않았다. 인영은 모용운생이 운공하는 모습을 불과 다섯 자 앞에서야 발 견하고는 홈칫해, 그 자리에 걸음을 멈추었다. '밖이 어떻게 되었기에 외인이 들어을 수 있었을까?' 실눈을 뜨고 나타난 사람을 확인한 오용운생의 몸에 가벼운 진 동이 알어났다. 나타난 사람이 전신에 홍의를 걸친 것을 본 것이 154 獨舊舊魂 다. 조금만 늦었다면 그야말로 오용운생이 여태껏 노력한 것이 십 .년공부 나무아미타불이 될 뻔한 것이다. 나타난 홍의인은 흥의에다 가슴에는 붉은 검을 수놓고 있었는 데. 굴 속이 어두워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눈앞의 사람을 확인하고 홈칫했던 그는 안력을 사람이 모용운생임을 착인하자 나직이 웃었다. 돋우어 정좌한 하지만 모용운생이 그 웃음 소리를 듣지 못한 듯 그저 조용히 앉아 있을 따름이었다. 홍의인은 모용운생의 반응을 보곤 그가 운기행공하고 있음을 확 신하고는 낭랑히 웃었다, '넌방지게 본 검주가 나타났음에도 가?' 눈조차 뜨지 않는다는 건 웃음 소리가 채 끝나기도 전에 흥의인은 모용운생의 가슴팍을 향해 일장을 갈겼다. 그것은 그의 음독함을 말하는 것으로, 상대의 .주의를 흩트리고 그 틈을 타는 의미가 있었다. 무서운 파공음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그 장세 주위에 가 일어나 압력이 느껴지는 것으로 보아 보통의 장력이 틀림없었다. 버 그러나 다음 순간에 흥의인의 안색은 돌변했다, 자신의 장세가 모용운생의 앞 반 자 가량 앞에 이르자 더 이상 앞으로 나가지 않음을 느킨 것이다. 이것은 실로 의외가 아닐 수 없었다 그의 공력으로 상대의 호 신강기 때문에 손을 뻗쳐 낼 수가 없다니. 과연 네가 냉심무정인 게로구나1' 홍의인은 차갑게 외치더니 전신의 공력을 돋우었다. 순간, 그의 손이 거의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의 속도로 움츠 러들었다가 다시금 벼락같이 뻗어 갔다. 그 공세의 빠름과 신랄함 .짭心無情 55 은 보는 이의 안색을 변케 하기에 족했다 펑 한소리 우렁찬 폭음이 터져 나왔다. 홍의인은 팔이 떨어져 나가는 것 같은 통증을 느끼고 대경실색 하여 잇'. 아 세 걸음이나 물러섰다. 일진 질풍이 굴 속에서 일어나면서 모용운생은 앉은 자세에 그 대로 허공으로 둥실 떠올랐다. 마치 솜털처럼 등실 떠오른 모용운 .생의 얼굴에 안타깝기 이루 말할 수 없는 기색이 스치고 지나갔다 ..그리고 모용운생의 입에서 장탄식이 터져 나왔다. 그는 탄식을 토해 내면서 허공에서 사지를 쭉 뻗더니 가볍게 띵 위로 내려섰다. 한 가닥 깃털이 바람에 흔들리는 듯한 움직임이었 ..다 이 광경에 홍의인은 기가 질리는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를 보고 있었다. 모용운생은 냉랭한 시선으로 홍의인을 쳐다보았다. '방금 네가 본 공자에게 암습을 한 것이냐?'` 그의 음성은 나직하고도 담담했다. 하지만 그 속에는 거역할 수 없는 위엄과 소름 끼치는 그 어떤 기운이 역력히 나타나고 있었다 홍의인은 부지중에 자신이 위축됨을 깨닫고 그 느낌을 떨쳐 버 리려는 듯 어깨를 쭉 펴면서 냉랭하게 말했다. '네가 모용운생이란 겁없는 애송이렸다? '와하하하. ! 별안간 모용운생이 웃어대었다. 그 광소 속에는 분노와 살기가 층만하여 홍의인은 자신도 모르 게 한걸음 물러서고 말았다. 냉혹과 잔인한 수단으로 이름 높았던 ..그였다. 그런데 왜 자신이 그렇게 위축되는지 그는 영문을 알 수 ..15 獨고驚魂 없었다 돌연. 모용운생이 웃음을 멈추며 홍의인에게 다가서기 시작했 다. 그의 두 눈에는 분노와 공포스런 살기가 한데 엉켜서 쏟아 나 ..오고 있었다. 애. 삭, 하는 소리와 함께 흥의인에게 다가가는 모용운생의 기 세는 그야말로 배산도해(排山倒海)의 그것이었다. 원래, 모용운생이 이토록 분노하는 것에는 까닭이 있었디. 지난날 모용운생은 기연을 언어 천룡전단신공을 터득했지만 실 상 그 조예는 육칠 성에 불과했었다. 그것이 이번의 역기층혈대법 ..으로 생긴 공력을 경맥 속으로 유도해 들인 덕분에 구 성. 거의 십 ..성의 경계에 이르는 성취를 보게 되었다. 그야말로 글자 그대로 전화위복이 된 것이다. 모용운생의 임독이맥은 이미 뚫려 있었던고로 그 진전은 놀랍기 이를 데 없도록 신속했다. 홍의인이 동굴 속으로 들어오는 순간에 ..모용운생은 운기조식을 모두 끝마치는 증이었다. 그런데. 그가 홍의인을 발견하고 막 몸을 일으키려고 하는 순간 에 갑자기 기이한 감각이 든 것이다. 천지가 우주가 일순간에 그의 앞에 장대하게 펄쳐지는 느낌. 세상사의 모든 인과(因果)과 그의 눈요에 주마등과 같이 스쳐 지나 ..가는 그 느낌 실로 단 한번도 느껴 보지 못했던 느낌이 그에게 도래한 것이 다. 거대한 천지의 소용돌이 속에 그 혼자 자리한 그 느낌 그것과 함께 모용운생의 천지지교(天地之橋)에 한 가닥 기이한 열류가 생겨났다. 그 열류와 함께 천지지교에서 미미한 진동이 일 ..어났다. 그것은 바로 천지지교가 운통되려는 조짐이었다. 천지지교가 운통되면 천지가 내가 되고 내가 천지가 되는 무공 의 최고경지인 천인합일에 이르는 길이 열리게 된다. 冷心無情 57 천인합일(天八合냐)이란 몸이 이르지 않아도 무형 중에 뜻이 이 르고 뜻이 이르면 이미 몸이 이르는 그야말로 의형수형 (意形驅形) ..의 전설상의 경지에 도달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경지에 도달하면 가히 뜻으로 살인할 수 있는 무서운 능 력을 지니게 되니, 이런 지고(로高)한 경지는 결코 일신의 공력이 ..높다고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하늘과 사람이 하나가 될 수 있는 때가 필요한 것이고, 설흑 그 때가 왔더라도 그 사람에게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이 있어 ..야만 되는 것이다. 그야말로 천지인(天地八) 삼위일체가 되어야 했다. 이런 일은 결코 구하려고 해서만 되는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 그때가 공교롭게도 지금의 모용운생에게 다가온 것이 다. 홍의인이 일장을 쳐올 때가 바로 천지지교가 막 운통되려는 찰 ..나였으므로 모용운생은 운공을 멈출 수가 없었다. 바로 홍의인이 강한 반탄력으로 인해 장세를 거두었던 그때였 다. 하지만 그가 재차 전력을 기울인 일 격을 쳐오자, 모용운생은 ..부득이 천지지교에 집결퍼던 공력을 포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러자 미미한 진동을 일으키며 금세라도 운통될 것 같던 천지지교 ..는 완전히 그 진동을 멈추고 말았다. 이제 언제 또 그와 같은 기회를 맞이하게 될 것인가? 생각할수록 분통이 터지지 않을 수 없었다. 모용운생의 눈멎에서는 살기가 무섭게 쏟아지고 있었다. 하지만 일시지간 모용운생의 기세에 밀려 주춤하긴 했지만 흥의 ..인은 결코 약자가 아니었다. 그는 바로 그 신비한 교세의 오대령주 ..중의 하나인 혈검령주(血劍令호)였던 것이다. 그의 무공은 천룡령주보다 높았다. '네가 본 영주의 사제인 천룡을 욕보였다고? 너의 무공이 과연 58 爛理魂 얼마나 높은가 본 영주가 견식해 보겠다!' 상대의 기세를 방치하면 안 될 것임을 깨달은 혈검령주는 대갈 일성하면서 일장을 후려 내었다. 그러나 그것은 동시에 검을 뽑아 연달아 구검을 격출해 내었다 허초였으며 그는 그의 구검은 완전히 연결되어 마치 검으로 만들어진 한 폭의 비 단이 펼쳐진 것 같았다. 그 검세의 빠름과 기괴 악독함은 눈이 휘 ..둥그래질 정도라 도저히 피할 길이 없어 보였다. '얼마 전의 나였다면 이자를 이기려면 백 초는 가야 되겠 군 모용운생의 뇌리에 한 생각이 언뜻 스쳐 갔다. 하지만 그것은 찰나적인 생각일 뿐이었다. '검을 놓아!' 냉소를 터뜨리는 동시에 모용운생의 손이 벼락같이 상대의 검세 를 향해서 삼 장을 후려갈겼다. 그의 장세는 웅후하기 이를 데 없 ..어서 응-응-하는 소리와 함께 검세에 맞부딪쳐 갔다. 혈검령주는 간담이 서늘해졌다. 모용운생의 장세의 절강함이 상상을 넘어 놀랍기 이를 데 없었 지만 그 변화하는 부위가 무섭기 이를 데 없어 바로 자신의 검세의 ..약점의 맥을 끊고 있음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야앗!' 그는 모용운생의 무공이 이토록 놀라운 것일 줄 몰랐으므로 대 성일갈하면서 신속히 검세를 혈우비화(血雨飛花)로 변화시켜 신형 ..을 반 바퀴 차돌리는 가운데 모용운생의 손을 잘라 갔다. 검세의 변화는 놀라울 정도였다. '검을 놓으라니까!' 하지만 냉랭한 호통이 모용운생의 입에서 터져 나옴과 동시에 그의 양손은 천두제탄(天斗齊彈)의 초식으로 일제히 혈검령주를 冷心無情 1갰 향해 덮쳐 갔다. 천두대구식 중 삼대절초의 하나였다 혈검령주는 무서운 세력이 자신의 검을 압박함을 깨달았다. 검 이 제대로 움직여지지 않았다. '이놈의 무공이 대체 어떻게 이떻게 높단 말인가? 내심 간담이 서늘해진 혈검령주는 대갈일성하며 번개같이 수중 의 검을 모용운생에게 던져 내었다. 그가 구명절초로 사용하는 탈 ..혼비검 (奪魂飛劍)이었다. 웬만한 무림의 고수는 가까운 거리에서 펼쳐지는 이 뜻밖의 공 격에 대개 치명적인 일격을 당하기 마련이었다. '흥' 하지만 모용운생에게서 터져 나온 것은 코웃음 소리. 그 소리를 듣자. 혈검령주는 보지 않아도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직감했다 다급한 상황하에서 저떻듯 코웃음칠 미친놈이 어디에 있으랴. 이 좁은 곳에서 더 미적거리다가는 뼈도 못 추릴 판이 될 ..것이 틀림없었다. 판단이 서자 그는 체면이고, 검이고 돌아보지도 않고 뛰기 시작 했다. 그의 과단성은 대단하억 마치 검을 던져 내고는 바로 도주하 ..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빨랐다. '검은 가지고 가는 것이 좋지 않을까!' 모용운생의 날카로운 웃음이 그의 뒤에서 쫓아왔다. 쉬 -익 ! 동시에 귀청을 찢는 매서운 음향과 함께 한무더기의 광채가 유 성과 같이 혈검령주에게 날아갔다. '으악!' 처절한 비명이 터져 나오며 날아간 검은 막 출입구에 도달한 혈 검령주의 오른팔뚝을 꿰뚫고 벽에 박히고 말았다. 그야말로 산적 꿰듯이 그를 벽에다 박아 버리고 만 것이다. 16 獨롤驚理 정작 놀라운 일은 그 다음이었다. 퍽 -, 기이한 음향이 들리면서 혈검령주의 신형이 출입구로 날아 올라 가 버린 것이다. '악독하고도 과단성있는 놈이로군' 모용운생은 기가 막힌 듯 잠시 멍하니 서 있다 증얼거렸다. 그의 신형도 이내 그곳에서 사라졌다. 굴의 입구에는 검에 꿰뚫린 팔뚝이 벽에 박혀 미미한 경련을 일 으키며 덜덜 떨고 있었다. 피를 뿌리면서. 혈검령주는 자신의 팔이 검에 의하여 벽에 꿰뚫리자 생각도 할 것 없이 왼손으로 오른팔을 절단해 끊고는 달아난 것이다. 이와 같 ..은 것은 실로 천부적으로 타고났다고 되는 것이 아니고 오랜 세월 ..을 걸쳐 훈련을 받은 자에게만 가능한 것이다, 자신의 신체 하나를 스스로 끊어 버린다는 것이 어찌 쉬운 일일 있을까. 수 모옥의 침상 밑에 설치된 약고는 통풍을 위해 침상의 통로 외에 모옥 뒤쪽으로 또 하나의 출입구가 있었다. 혈검령주가 침입한 곳 ..은 그곳이었다. 밖으로 나온 모용운생은 눈앞에 보이는 모옥 앞쪽에서 싸우는 소리가 들리는 것을 듣고는 입가에 안도의 미소를 머금었다. 싸우 ..는 소리 증에 간간이 모부재가 욕설을 퍼붓는 소리가 들리고 있었 ..던 것이다. 획 ! 모용운생은 몸을 날려 모옥을 날아넘었다. 순간. 쉭쉭. 하는 소리가 들리며 그를 향해 화살이 비 오듯 쏟 아졌다. 冷心無情 61 허공 증에 떠올라 몸을 이동시키기 힘든 상황인지라, 화살 공세 는 가볍게 볼 것이 아니었다, 모용운생은 허공에서 몸을 돌렸다 동시에 그의 다른 발이 한쪽 발을 가볍게 걷어찼다. 획! 경미한 파공음과 함께 모용운생의 몸은 눈 깜짝할 사이에 옆으 로 일이 장 가량 이동했다. 화살은 모조리 그가 날아올랐던 곳을 지나 사라져 버렸다. 모용운생이 허공에서 재빠르게 주위를 돌아보니 모옥 밖에는 시 냇물이 흐르고 제법 큰 화원이 모옥 주위로 가꾸어져 있었다. 그리 ..고 모옥 일대에는 공공문의 제자로 보이는 황의인 십여 명이 쓰러 ..져 있고 모부재와 백초의은 공야치는 한 떼의 홍의인에게 둘러싸 ..여 꼼짝도 못하고 있었다. 거기서 조금 떨어진 곳에 사십대 초반의 흥의인이 있는데. 바로 ..좀 전에 도망친 혈검령주였다. 그 바로 앞에는 십여 명의 흥의인들 ..이 있어 모용운생에게 화살을 쏘아대고 있었다. 상황을 판단한 오용운생의 눈에서 무서운 살기가 번갯불처럼 일 어났다. 무고한 공공문의 제자가 자신 때문에 죽어 간 것이다. 강호에 나와 남에게 폐를 끼친 적은 한번도 없는 그였다. 목숨의 빚이란 결코 간단한 것이 아니었다 모용운생의 얼굴은 차캅게 굳어졌다. 그의 주위에서 얼음이 얼 어 공기 중으로 퍼져 나가는 듯했다. 그의 신형은 허공에서 엎치락뒤치락하더니 벼락같이 모부재 등 이 싸우는 곳으로 내려꽂혔다. 그 기세는 빠르기 이를 데 없어서 거의 보이지도 않을 정도였다. 펑! '으 윽1' 한 홍의인이 모용운생의 장력에 격중되어 허공으로 날아갔다 6 贊澤魂 뒤를 이어 모용운생이 내려서면서 걷어찬 발길에 한 흥의인이 단 전에 구멍이 뚫리며 즉사했다. 그들의 무공은 매우 대단한 것이었으나 이미 본성을 상실하여 경각심이 떨어져 공중에서 덮쳐 오는 모용운생에 대한 방비가 전 혀 없었기에 손도 쓰지 못하고 당하고 만 것이다. 모부재는 모용운생이 늠름하게 나타나자 반색을 하며 외쳤다. '과연 너는 난 놈이다! 노부는 붉은 개 한 마리가 기어 들어가 서 매우 걱정을 했지 !' 오용운생이 또다시 한 홍의인을 살수로 처리하는 것을 보고는 백초의은이 다급히 외겼다. '멈추게 그들은 무고한 사람이야!' 冷心無情 舊 1 ? 루 神 秘 莫 測 '1들은 과연 자네 말대로 실종된 무림둥도들이야. 모두 제정 신이 아닌 것 같은데. 이런 사람들을 상대로 독수를 쓸 수야 없지 ..않겠1시' 백초의은은 덥쳐 오는 홍의괴인의 공격을 막아 내면서 외치더 니. 돌연 전음으로 빠르게 말했다. '우선은 이곳을 떠나기로 하세" 장세를 바꾸어 자신에게 선불 맞은 멧돼지처럼 달려드는 흥의괴 인 하나를 쳐내면서 오용운생이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죽은 사람들은 어떻게 합니까?' '지금 그런 것에 구애받을 때가 아니네 이유는 다시 말하지 !" 모용운생이 고개를 끄떡였다. '알겠습니다. 먼저 가시지요.' 하지만 흥의괴인들의 기세가 흉흉해 백초의은 등이 떠난다는 것 은 결코 쉽지 않았다. '떠날 때가 되었으니 이젠 이놈의 덕을 봐야겠군!' 슴心無情 7 그러자 모부재가 소리치면서 품속에서 공 하나를 꺼내 땅바닥에 다 팽개쳤다. 펑, 폭음과 함께,짙은 연기가 폭발하듯이 피어올라 시야를 가렸다. 연막의 기세는 대단해 일대는 순식간에 아침에 짙은 안개가 끼인 ..듯이 몇 척 앞의 사물도 분간할 수가 없게 되었다. 모용운생의 귀에 전음이 들려 왔다. '먼저 가겠네. 이곳에서 남방으로 십 리 가량 떨어진 낡은 사당에서 ..만나기로 하세.' 전음이 들림과 함께 옷자락이 스치는 소리가 멀어졌다. 그들은 떠날 수 있는 수단이 있는데도 모용운생을 지키기 위해서 피를 뿌 리면서 고역을 치르고 있었던 것이다. 모용운생은 가슴이 답답해졌다. 갚기 힘든 빚을 또 진 셈이기 때문이다. 그의 성격상, 이러한 빚은 결코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암암리에 길게 숨을 들이킨 모용운생은 그곳을 떠나는 것이 아 니라, 오히려 연막 속에서 빠져 나왔다. 연막 밖에는 물러난 혈검령주와 그 수하인 홍의괴인들 이십여 명이 연막 쪽을 바라본 채 서 있었다. 갑자기 연막탄이 터지자 흑 ..시나 해서 혈검령주가 오두 뒤로 물러나게 했던 것이다. 혈검령주는 모용운생이 도망치는 것이 아니라, 연막 속에서 나 와서 자신을 향해 다가옴을 보자, 일순 의아한 표정이었지만 이내 ..음산한 웃음을 머금었다. '모용운생. 과연 광망하구나, 도주할 기회가 생겼는데도 네 스 스로 그 기회를 박차고 죽음의 구덩이로 기어들다니 흐흐 흐 하지만 그 멍청한 짓을 땅을 치고 후회하게 될 것이=카' '그럴까?누가 후회하게 될는지는 두고 봐야겠지' 168 獨희驚 모용운생은 냉소하며 연막에서 걸어나온 기세 그대로 멈추지 않 고 침착한 태도로 계속해서 그에게 다가갔다. 단신으로 적진에 뛰어드는 일은 미친놈이 아니라면, 자신이 있 기에 가능한 일이다. 모용운생이 미친놈이 아닌 것은 자명한 사실 ...이미 모용운생에게 한번 혼이 난 혈검령주는 부지증에 가슴이 섬 뜩해 한걸음을 물러나면서 한맺힌 음성으로 소리쳤다. '십이혈검수(二血劍手)는 저놈을 공격해라 사정을 두지 말고 전력을 다해 죽이도록!" 그의 외침과 함께 흥의괴인 가운데에서 열두 명의 홍의인이 솟 구쳐 올랐다. 그들의 동작은 일사불갈하여 마치 한 송이의 혈화( 花)가 허공으로 피어나는 것 같았다. '저들의 무공은 백초의은 둥을 공격하던 자들과는 틀린 것 군 저건 단순한 연수합격(聯풍合擊)이 아니라, 일종의 진식인 같은데 갔 거 모용운생의 생각이 채 끝나기도 전에 허공으로 솟구쳤던 흥의괴 인들이 제각기 검을 휘두르며 모용운생에게 덮쳐 내려왔다. 그들 의 기세는 놀랍기 이를 데 없어서 마치 한 무더기의 혈우(血雨)가 ...쏟아지는 것 같았다. 그 기세에는 모용운생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모용운생의 허리춤에서 매서운 검빛이 용이 신음하는 듯한 음향 과 함께 번갯불처럼 튀어나왔다. 그의 검세는 마치 검으로 철벽을 쳐놓은 듯 견고했다. 검올 휘 둘러 상대의 검세를 쳐 흩트리면서 부터 검을 뽑아 든 것이다. 그대로 전진할 생각으로 처음 챙! 챙! 귓전을 울리는 격렬한 소리가 잇달아 들리면서 홍의인들이 낙엽 처럼 흩어져 모용운생의 주위로 내려섰다. 놀랍게도 그들은 모용 ...令넌썹티촘 18 운생의 생각과는 달리 조금도 타격을 받지 않은 듯 오히려 그를 둘 ...러싸 버린 것이다. '이자들의 형세를 보니 과연 일종의 검진 (劒陣) 을 이루고 있는 것 같군 이게 도대체 무슨 검진이지?' 모용운생이 십이혈검수의 진증에 갇히는 것을 보자 혈검령주가 득의해 크게 웃어댔다 '모용운생! 십이혈검진 {十二血劒陣)에 갇힌 이상. 살 생각은 마 라! 내년 오늘이 네놈의 제삿날이다1 으흐흐 " 혈검수들의 공격은 이미 시작되었으므로 모용운생은 냉소하며 그들의 검세를 막아 갔다. 그들의 공력은 상당했고 그 검세 또한 능히 일류고수로 지칭받을 만했다. "성가시겠군 ' 모용운생은 미간을 찡그렸다. 이기지 못할 것이 염려되는 것이 아니라. 쓸데없이 시간을 소모 할 것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중얼거리던 그는 갑자기 벼락같이 검을 흔들었다. 그러자 팍. 팍. 하는 소리가 나면서 검끝에서 세 송이의 검화(劒花)가 피어났 ...다. 그 검화는 마치 눈이라도 달린 듯 전면의 혈검수 세 명에게 폭 ...발하듯이 덮쳐 갔다. 그런데. 어느새 그들은 물러나 버리고 다른 세 명이 그 공세를 막아 내는 것이 아닌가. 그와 동시에 등뒤에서 매서운 검세가 그의 ...명문혈과 뒤통수의 옥침혈을 노리고 딪쳐 왔다. 획!획 , 매서운 검광이 잇달아 번뜩였다. 혈검수들의 검은 무엇으로 만들었는지 붉은색이었으므로 검이 움직일 때마다 붉은색이 사방으로 퍼져 나가고 있었다. 모용운생은 어느새 사방이 붉은색으로 가득 찬 것을 느끼고 암 7 獨맴驚理 중에 대경실색했다. 붉은색이 가득 찬 것이 문제가 아니라, 그것으 ...로 인해 혈검수들의 움직임을 분간할 수가 없게 되었음을 느꼈기 때문이다. '과연 간단한 검진이 아니로구나' 모용운생은 암중에 소리치고는 우렁찬 기합을 터뜨리며 검을 휘 둘러 옥녀투사(포女投捨). 장홍경천(룹紅驚天)의 검식을 연달아 펼 ...쳐 내었다. 지금의 그의 공력은 어제와 비할 바가 아니어서 그의 검세의 위력 또한 가공할 만한 것이었다. 한데도 흥광이 가득 찬 사방에서 뻗어 오는 기이한 힘 때문에 전혀 그 위력을 발휘할 수가 없었다. 쉭-! 붉은 검광이 불쑥 그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머리카락이 잘려 옆으로 날아갔고 고개를 틀어 그 검세를 간신 히 피한 모용운생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상대의 검진은 점점 강력해지고 있었다. 게다가 천지가 붉은 검 광으로 가득 차게 되자. 상대의 검을 볼 수가 없었다. 검광이 그 붉은빛에 숨어서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 그것이야말로 혈검진의 가장 무서운 점이었다. 야앗' 벼락 같은 고함과 함께 모용운생의 검끝에서는 새파란 검광이 빛줄기처럼 폭사해 나와서 천지에 가득 찬 붉은색의 검광에 부딪 쳐 갔다. 차-앙! 귀가 따가운 소리가 한차례 들리면서 천지에 가득하던 붉은색 검광이 한번 미미한 진동을 일으키고는 원상으로 돌아갔다. 놀람 게도 모용운생이 펼쳐 낸 검강신공에도 불구하고 혈검진은 끄덕도 ...하지 않는 것이다. 冷心無情 71 모용운생의 얼굴에 놀람의 빛이 스쳐 갔다. 원래 그의 공력은 일시지간에 폭증(룽增)하여, 적을 너무 가볍 게 보고 있었던 것이다. 상대가 만만치 않음을 절감한 그의 눈빛은 ...이내 싸늘히 가라앉았다. 혈검진은 일대 기재가 고안한 것으로, 일단 펼쳐지게 되면 천지 가 붉은 검광으로 가득 차게 되므로 파진이 거의 불가능했다. 시야 ...가 방해를 받아 진의 허실을 알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혈검령주는 잘린 팔의 상처를 동여매면서 내심 이를 갈고 있었다, 모용운생이 쓰러지기만 하면 이 빚을 수천 배로 ...갚아 주겠노라고 다짐하면서 . 그때. 갑자기 모용운생의 신형이 검과 하나가 되어 허공으로 날 아올랐다. 차-앙 그러나 그는 막강한 반진력에 땅으로 내려서고 말았다. 뜻밖에 허공에도 막강한 검의 방어벽이 구축되어 있어 그곳으로도 진을 벗어날 수 없었던 것이다. 이 진을 고안한 사람은 경공이 고강한 사람도 염두에 둔 것 같 았다. 실로 무서운 진법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데, 전혀 뜻밖의 일이 일어났다. 땅으로 떨어지던 모용운생의 몸이 땅으로 내려섰다 싶은 순간에 또다시 허공으로 솟구쳐 오른 것이다. 그 속도의 쾌첩함은 조금 전 ...에 비할 바가 전척 아니었다. 차앙! =밍 매서운 금속성이 연달아 터져 나오는 가운데 오용운생의 몸은 어 느새 검진을 뚫고 허공으로 삼 장 가량이나 흘흘 솟구치고 있었다. ...이 광경에 혈검령주는 대경실색해 얼굴이 창백하게 변하고 말 았다. 172 8 모용운생이 쓴 방법은 기실 매우 간단했다. 그는 미처 검진이 정돈되기 전에 재차 공격을 가하고 정돈되지 않은 검진이 황급히 그의 진로를 막으려 할 때에, 양의무정검법을 ...전개하여 눈에 보이지도 않는 찰나지간에 검을 바꾸어 쥐고 엉똥 ...한 방향을 공격한 것이다. 이떻게 되자 제아무리 기이한 혈검진이라도 모용운생의 진로는 막을 수가 없었다. 미처 변화가 따라가지 못한 것이다. 말은 간단하지만 그러한 방법을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은 무립 증 ...에서는 오로지 그 한 사람뿐이었다. 그 아전 누가 공격하던 손의 ...검을 다른 손으로 옮겨도 전혀 그 위력이 떨어지지 않게 할 수 있 ...겠는가. 혈검령주는 모용운생이 검진을 뚫고 허공에 솟구쳐 오른 것을 보고 간담이 서늘해져서 뒷걸음질 치면서 외쳤다. '놈을 놓치지 마라1' 오용운생은 허공에서 차갑게 웃더니 검으로 반원을 그리며 휘둘 렀다. 갑자기 맹렬한 검광이 파공음을 동반한 채 그의 손에서 퍼어났 다. 얼핏 보기에는 마치 점을 던져 내는 것 같았다. 아니. 같은 것 ...이 아니라 실제로 검이 무서운 파공음을 동반한 채 혈검령주에게 로 덮쳐 가고 있었다. 더욱 믿지 못할 것은 그 검을 모용운생이 쥐고 있다는 점이었다, 던져 낸 검을 사람이 쥐고 있다. 그런데 그 검은 사람과 함께 날아가고 있다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 광경이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이상할 것도 없었다. 모용운생은 검을 분명히 혈검령주에게 던진 것이다. 다만 일반 적인 경우와 같이 검을 던지면서.놓는 것이 아니라 검을 잡고 있음 ...떠언減 17 이 다를 뿐이었다. 이것은 부신수형의 절정외 경신법을 모용운생이 터득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것이야말로 비검릉운(飛劍= 훗) 이란 것으로 부신수형의 경신 법을 터득한 사람만이 시전할 수 있는 일대절기였다. 땅에 내려서면 보나마나 또 혈검진에 갇히게 될 것을 아는 모용 운생이, 뱀을 치려면 머리를 치라는 말대로 혈검령주에게 비검릉 운을 전개하여 날아간 것이다. 원래. 혈검진은 외곽의 혈검령주가 지휘하고 있었다. 모용운생과 같은 고수가 던진 검이 얼마나 빠르겠는가? 혈검수들이 제아무리 빠르게 이동해도 날아가는 검보다 빠를 수 는 없었다. 이것을 보자, 혈검령주는 대경실색하여 몸을 돌려 도망치려 히 였다. 그의 무공은 결코 약자가 아니었는데도 이제 모용운생의 기 ...세에 눌려 그를 보면 공포에 질리는 것이다. '헉... .!' 혈검령주는 돌연 헛바람을 토해 내면서 그 자리에 굳어졌다. 어느새 모용운생이 그 앞에 서 있었던 것이다 그는 무서운 살기가 모용운생에게서 자신에게 쏟아짐을 느꼈다. 혈검령주는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모 모용운생. 본 령이 당신과 무 무슨 철천지 원한이 있다고 이처럼 ..?' '으악!" '크윽!" 처참한 비명이 터졌다. 모용운생이 좌우에서 달려드는 홍의인들 두 명을 베어 넘긴 것 이다. 그 동작은 매끄럽고도 빠르기 이를 데 없어 마치 두 자루의 ...174 검이 한꺼번에 휘둘러진 것 같았다. 그냥 그 자리에서 그를 향해 걸어오는 기세는 조금도 늦추지 않 은 채. 짚단을 베어 넘기는 듯 그들을 베어 버린 것이다. 그 광경에 혈검령주는 더욱 간담이 서늘해졌다. 모용운생은 다가가는 기세를 조금도 늦추지 않고 냉담하게 말했 다. '네가 본 공자에게 원한이 없다면 여기에는 무엇 하러 왔느냐?" 그 말에는 혈검령주도 입을 열지 못했다. 모용운생은 과연 그가 자신을 찾아온 것을 시인하자 냉소했다. 그 냉소를 듣자 혈검령주는 찬물을 뒤집어쓴 듯 전신을 부르르 떨더너 이를 악물고 말했다. '그컨 귀하에게 혈해보도가 있기 때문이오 '그것뿐이냐?' 혈검령주는 입을 열려다 문득 주위를 돌아보더니 외쳤다. '더 이상 말할 수 없다' 동시에 그의 손에서는 벼락같이 응후한 일장이 몰아쳐 나왔다. 모용운생은 가슴까지 그 장세가 오는데도 꼼짝도 않다가 번개같 이 신속히 움직였다. 두 팔이 다 있을 때에도 상대가 되지 않았다 ....결과는 명약관화했다. 혈검령주는 모용운생의 검이 어느새인지 자신의 목 천돌혈(天突 穴)에 닿아 있음을 느끼고 두 눈을 부릅떴다. 그것과 동시에 모용운생은 검을 휘둘러 그의 대혈 몇 군데를 점 혈하고는 그의 멱살을 움켜잡았다. 찰나, 일진 질풍과 함께 그의 신형이 그 자러에서 사라졌다. 뜻밖에도 그는 혈검령주를 제압하자마자 그를 데리고 그 자리를 떠나가 버린 것이다. 모용운생이 검진을 빠져 나와 혈검령주를 제압하는 것은 거의 冷心無情 17= 한 순간에 이루어진 것과 다름이 없었다. 이 변화는 너무도 뜻밖이 ....라 십이혈검수들이 득달같이 그 자리에 당도했을 때에는 뒤에 남 은 흥의인들은 멍청하게 두리번거리고 있을 따름이었다. '묻는 말에 대답만 하면 그대로 돌려보내 주겠다." 모용운생은 그곳에서 십여 리 떨어진 숲속 측백나무 위에서 혈 검령주를 족치고 있었다. 시야가 탁 트인 곳이라, 나뭇잎 때문에 이쪽의 종적은 잘 드러나지 않고, 상대의 움직임은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었다. 혈검령주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너는 본 공자의 외호가 냉심무정이라는 나?" 것올 잊은 모양이구 모용운생이 냉담하게 웃었다. 이 말은 나직했으나 사람의 가슴 을 뒤흔드는 살기가 층만했다. 혈검령주는 그의 기세에 온몸에 미미한 진동을 일으켰으나 억전 히 눈을 감은 채 입을 열지 않았다. '좋아, 너도 관을 보아야만 눈물을 홀리겠다는 거로군 ' 이 말에 혈검령주는 눈올 뜨고 냉소하며 말했다. 네 손속이 아무리 악독해도 어찌 본 교만할까? 흥. 네 손에서 놓인다 해도 본 교의 형벌을 면할 수 없을 텐데, 내가 미쳤다고 입 ....올 열겠느냐?" 그의 말은 매우 결연하여 이미 죽음을 각오한 듯했다. 모용운생은 이미 그가 순간적인 판단으로 자신의 팔을 거침없이 자르는 것올 보았으므로 그의 말을 믿지 않을 수 없었다. ?6 '네가 순순희 물음에 대답한다면 본 공자가 너의 살길은 보장해 주겠다1' 혈검령주는 코웃음켰다. '너의 무공이 제아무리 고강해도 본 교가 너를 표적으로 삼은 이상. 너의 목숨은 이미 풍전등화(風前燈火)와 마찬가지인데. 그 주제에 누구의 목숨을 지켜 주겠다는 거지?' 모용운생이 천천히 숨을 들이마시며 차분히 말했다. '본 공자의 무공을 보았을 텐데, 그래도 부족하단 말인가?' 흐흐' 혈검령주는 냉소했다. 너는 본 영주를 잡아 놓고서 자만하는 모양인데. 착각 마라! 본 영주의 무공은 교내에서 이류에 불과하니까. 더 말할까? 네 무 ....공으로는 본 교의 일류고수 한 명을 당해 낼 수 있을지도 미지수 ....다 . 일류고수라는 것이 어떤 사람이지?' 혈검령주는 문득 경각심이 든 듯 입을 열려다가 다물었다. 잠시 그를 보고 있던 모용운생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만약에 네가 본 공자의 세 가지 물음에만 대답해 주면 그대로 놓아 주겠다.' 그 말에 혈검령주는 비웃듯 말했다. '본 영주가 성하게 돌아가면 교내의 책벌을 면할 것 같은가? 만 ....약' 침 시 별안간 모용운생은 벼락같이 그의 멎 군데 요혈을 내리쳤다. 검령주는 순식간에 전신에서 굵은 땀방울을 비 오듯 흘리면서 음을 토해 내기 시작했다. 지독한 고통의 빛이 역력하게 그의 일그 ....러진 얼굴에서 튀어나오고 있었다. '단근절맥수(斷筋載脈돛)다. 견딜 만한가?' 썽心無灰 혈검령주가 이를 악물며 신음하듯이 말했다 '이 이런다고 본 영주가 마 말을 할 것 같으냐?' 모용운생의 얼굴에 잔잔한 웃음이 번졌다. '말을 하지 않겠다면 굳이 너를 잡아 두어서 뭘 하겠느냐? 그렇 게 되면 너를 그냥 돌려보낼 수밖에!' 모용운생의 말꼬리가 기이하게 올라가자 혈검령주는 잠시 무엇 인가 생각하는 듯하더니 이내 처절하게 울부짖었다 '모용운생! 과연 네놈은 악독하구나!' 모용운생의 얼굴에 잔잔한 미소가 떠올랐다. '과찬의 말씀이로군' 혈검령주는 바보가 아니었다 원래 그는 총명한 사람이라 모용운생의 말속에서 그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알아 낸 것이다. 모용운생이 단근절맥수를 펼쳐 내었다 ....가 그를 놓아 주게 되면 교중에서는 혈검령주가 상대의 고문에 못 ....이겨 기밀을 누설했기에 풀려난 것으로 생각할 것이었다 그가 아무리 아니라고 할지라도 어찌 그것이 통할까. 일단 배신자로 낙인 찍히게 된다면 얼마나 처절한 죽음이 그를 기다리고 있는지 누구보다 잘 아는 그였다. 입이 백 개 아니라, 천 ....개가 있다고 한들 결백을 증명할 길이 없었다. 절망에 빠진 혈검령주는 혀를 물어 자살을 하려 했다. 그런데 기이하게도 말을 할 수 있는데 혀를 물어 끊을 만한 힘 은 없는 것이 아닌가, 이미 그것을 짐작하고 있었다는 듯이 모용운생이 말했다. 굳이 혀를 자르려고 노력할 필요는 없을걸. 필요하다면 본 공 자가 수고해 줄 수도 있다." 혈검령주는 모용운생이 모든 점에서 자신보다 앞서 있음을 인정 하지 않을 수 없었다. 78 그는 고통에 일그러진 얼굴로 말했다. '본 령이 알고 있는 건 말하마. 대신 본 령을 통쾌하게 죽여 다 오. ' 모용운생이 손을 움직여 단근절맥수를 해제하면서 말했다. '정직히 대답만 하면 자유를 보장해 주지.' '자유? 그런 게 어디 있나? 본 령이 교내로 돌아가지 못하면 앞 으로 반 달을 넘기지 못할 텐데 본령이 네 물음에 대답하는 것 은 순전히 본 교의 책벌이 두럽기 때문이다. 모용운생은 그의 얼굴에 언뜻 스치고 지나가는 공포의 그딤자를 보았다. '수하를 다스리는 수단이 얼마나 가흑하면 이자와 같이 과단성 있는 자가 이처럼 두려워하도록 만들 수 있겠는가? 실로 무서운 조 ....직이로구나!' 모용운생은 내심 가슴속에서 한기가 치밀어 오름을 느끼고 마음 이 무거워졌다. '당신이 속한 교의 이름은?' 무진교(無眞敎)다.' 당신의 직위는?" '혈검령주다. "영주 중의 몇 번째인가?' '수석령주를 제외하고는 지위의 격차가 없다.' 수석령주는 누구지?지금 그는 어디에 있나?' 그는 음혼령주(陰魂令초) 로서 본 교 순찰(巡察) 의 있으므로 그 행적이 일정치 않다." 임무를 맡고 '당신네 영주들은 사형매인 것 같던데 사실인가? '맞다. 우리는 교주님의 제자다." 이것은 모용운생에게 매우 홍미있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冷心無情 79 그럼 무진교의 교주는 누구지?' 혈검령주는 미간을 찡그리더니. 나지막이 말했다. '그건 나도 모른다." 오용운생의 검미가 올라갔다. '자신의 사부인데도 모른단 말인가?'. '남자인지 여자인지조차 모르는 판에 그걸 내가 어떻게 알겠 나' 오용운생은 멍청해지고 말았다. 자신의 사부가 남자인지 여자인 지도 모른다니? 세상에 그런 경우가 어디 있단 말인가. '당신 사부의 명호가 흑시 소수미혼녀라고 하지 않던가?' 혈검령주의 얼굴에 의아한 멎이 떠올랐다. '소수미혼녀? 그게 누구지?' 모용운생은 한마디로 김이 새고 말았다. '매우 용의주도하군 자신의 제자에게까지 신분을 감추다 니' 혈검령주는 묵묵히 있더니 중얼거렸다. '사매들은 알는지도 모르지1 그녀들은 내궁(內겨)에 출입할 수 있으니까 모용운생은 귀가 솔깃해졌다. '사매들이라니?' '오대령주 중의 두 명은 여자다. 그녀들은 우리와는 달리 내궁 에 출입할 수가 있고 우린 허락이 있어야 들어갈 수 있다.' '내궁은 어떤 곳인가?' 혈검령주는 조금 주저하더니 말했다. '내궁은 총단의 가장 중심부로서 교주께서 거처하는 곳이다 그 야말로 신비막측한 곳이라 나는 새도 허락없이는 들어갈 수가 없 는 곳이지." 18 == '총단이 어디인가?' 총단은 바로 노산(廬山)의 바로 그 순칸이었다. '혈검 ! 감히 본 교의 기밀을 누설할 작정이냐?' 돌연. 어디선지 음산하기 이를 데 없는 음성이 음성은 괴이하게도 사방팔방에서. 일제히 고함치는 서 나는 것인지 전혀 추측할 수가 없었다 들려 왔다. 그 듯하여 어디에 게다가 그 음성에는 기괴하기 이를 데 없는 마력이 서려 있어서 듣는 이로 하여금 괴이한 공포를 느끼게 했다. 혈검령주는 그 소리를 듣자. 별안간 안색이 창백하게 변했다. 동시에 온몸에 진동이 일어나며. 두 눈에는 공포의 빛이 가득히 서 ....렸다 모용운생은 그 음성이 바로 사람의 마음을 법(緩心呼魂大法)임을 깨닫고 안색이 변했다. 제압하는 섭심호흔대 '누가 이곳에서 장난을 치는 거냐?모습을 모용운생이 주위를 둘러보면서 외쳤다. '혈검 ! 목숨을 끊어라!' 나타내지 못할까1' 예의 음성이 다시 응웅거리며 들려 왔다. 음악(陰惡)하기도 하고 속삭이는 것 같기도 했다. 가슴속 깊은 곳에서 끈적한 무엇이 치밀어 오르는 것 같았다. 혈검령주의 두 눈에는 공포와 경악, 그리고 갈등이 마구 뒤엉키 며 일어났다. 얼굴 근육에서 경련이 일어났다. '본 공자가 여기 있는 한, 말로는 소용없=기 용기가 있다면 모 습을 나타내라!' 모용운생이 암중의 음성이 들리는 곳을 찾으며 외쳤다. '별검! 목숨을 끊지 않을 테냐!' 다시 그 괴이한 음성이 들렸다. 따쫴捨 181 동시에 퍽, 하는 둔탁한 소리가 터져 나왔다. 모용운생이 대경하여 보니 혈검령주가 머리에서 피가 터져 눈을 까뒤집고 쓰러지고 있었다. 놀랍게도 혈검령주는 혈도를 제압당해 ....움직일 수 없자 그나마 움직일 수 있는 고개를 이용하억 뒤에 있는 ....나무에다 뒤통수를 박아 버린 것이다. 평소였다면 모용운생이 층분히 저지할 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괴이한 음성의 출처를 찾느라 신경이 집중되어 있었고 설마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한 사 ....이에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이게 무슨 짓인가?' 모용운생이 혈검령주를 잡아 일으키며 말했다. 혈검령주는 눈을 휩뜨며 입술에서 경련을 일으켰다. '혀 형당(刑호) 당주 섭심호혼대법 거역할 수 가 없..'...!' 혈검령주의 고개가 옆으로 꺾어졌다. 뒤통수가 완전히 부서져 피범벅이다. 예전에 틀린 상태였다. 호흡도 끊어졌다. 살기는 모용운생은 혈검령주의 숨이 끊어진 것을 확인하자 싸늘한 눈길 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큰소리를 칠 뿐이 '호가호위(弧假虎威)라 귀하는 사술만 믿고 지. 모습을 드러낼 용기는 없는 쥐새끼인가?' 예상했던 대로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 침묵이 괴괴하게 숲 주위를 흘러갔다. 묘하게 숨막히는 느낌이 스멀스멀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느낌이다. 그렇다고 상대가 이곳 을 떠난 것은 아닐 것이었다. '나오기 싫다면 굳이 만날 필요는 없겠지 어차피 언젠가는 만 나게 될 테니까.' 182 魂 모용운생은 적의 동태를 살피다가 흔자말처럼 나직이 곤 한 조각 낙엽처럼 몸을 날려 나무 아래로 내려섰다. 중얼거리 그 순간이었다 . 으흐흐 음침한 웃음 소리가 들려 왔다. 기괴한 위력을 가진 음성이었다 심혼으로 스며드는 듯한 예의 모용운생이 주춤, 굳어진 순간에 모용운생 모용운새앵' 괴이한 여운을 가진 음성이 그의 이름을 불렀다. 그 소리는 매우 괴이하여. 모용운생은 갑자기 정신이 다. 마치 그 음성에 전신이 수렁 속으로 빠져 들어가는 다. 아득해졌 것만 같았 '이게 무슨 일이냐!' 내심 대경실색한 오용운생은 다급히 정신을 바로잡았다 '모용운생 대답할 용기가 없느냐? 으흐흐흐,...,. 냉심무 정이란 이름은 이제 보니 허명뿐이었군 괴이한 음성은 여전히 사방에서 들려 오고 있었다. 사방에서 누군가가 자신을 부르는 것 같았다. 그 강하기가 이를 데 없어서 전신의 기혈이 엉클어지고 으려 해도 정신이 아득해지기만 했다. 마력(魔力) 은 아무리 다잡 '모용운생- '모용운생-' 소리는 더욱 강해져서 사방에서 끊임없이 유혹하듯 들려 오고 있었다. 이런 경우는 입을 열어 대답을 한다면 바로 상대가 원하는 ....대로 되는 것이다. 우뚝 선 모용운생의 얼굴에서 극심한 갈등의 빛이 일어났다. 미처 준비하지 못한 사이에 침입한 심마(心魔) 와 펴한 싸움을 冷心無情 185 벌이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그러는 증에도 사방에서 메아리치 듯 들리는 그를 부르는 음성은 계속해서 들려 왔다. 그의 얼굴에 서린 기색이 점점 딱딱해지기 시작했다 그 차고 맑던 눈멎도 점차 회미해졌다. 모용운생 . 너는 편안해졌다. 그대로 조용히 자, 이제 천천히 몸을 돌려 뒤를 보도록 해라' 예의 음성이 속삭이듯이 메아리치면서 들려 왔다. 여전히 무한한 마력을 지닌 그 소리였다. 그 소리에 모용운생의 전신에서는 격렬한 진동이 일어나는 것 같더니 이윽고 서서히 몸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의 시야에는 짙은 녹음(綠陰)으로 몸을 감춘 숲이 있었다. '모용운생 네 스스로 팔의 곡지혈을 제압하라!' 또다시 그 음성이 들려 왔다 이번에는 오용운생은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자신의 팔의 곡지 혈을 제압했다. 멍청한 그의 태도는 마치 흔을 빼앗긴 사람과 같았 ....다 . 모용운생 무릎을 끓어라' 털썩 ! 모용운생의 무릎이 그대로 꺾어졌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갔다. 오용운생은 석상인 양 그대로 있었고 그 음성도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기괴한 분위기가 숨막힐 듯이 숲을 홀러갔다. 그렇게 거의 반 시진(時辰)이나 되었을까? 마치 유령과도 같은 그림자 하나가 표연히 그야말로 소리도 없 이 모용운생의 앞이 아니라, 등뒤에 나타났다. 그 인영과 모용운생 ....의 거리는 사오 장 가량. 그 인영은 고동색의 장포(룹理를 입고 있는 듯한데 기이하게도 신형이 끊임없이 흔들거리고 있어 형체를 ....184 料탬舊魂 분명히 알아볼 수가 없었다. 바로 사도(理舊)의 경공절기 중의 하나인 환영신법 (幻勳身法)이 ....었다. 그 고동색 장포의 인영은 유령과 같이 나타나 마치 그 자리 ....에 그려진 그림인 양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더니 돌연 쏜살같이 모옹운생에게 덮쳐 가서 그의 등뒤에 있는 대추(大理), 신당(神호) , 천주(天찰=를 찍었다. 그 움직임은 ....마치 질풍과도 같아, 보고 있어도 방비할 재간이 없을 정도였다. 이 세 혈도는 독맥{督派) 과 십이정경 (二교函 중의 족태양방 광경(足太陽勝鄕函의 증요한 혈도이므로 모용운생이 제아무리 날 고 훤다고 해도 완전히 제압당하고 만 것이다. 고동색 장포를 입은 인영은 그에 그치지 않고 잇달아 손을 휘둘 러 멎 군데의 혈도를 더 점하면서 회심에 찬 웃음을 터뜨렸다. '네가 수작을 부리는 것을 본 좌가 모르는 줄 알았겠지? 으흐 흐 본 좌가 어떤 신분인데. 너와 같은 애송이에게 속겠느냐?' 그는 통쾌한 듯 웃더니 모옹운생에게 바짝 다가서며 모용운생의 팔뚝을 거머쥐려고 했다. 왈心料情 185 策 七 章 絶 學 法 華 指 오동색의 장포를 입은 자가 뒤에서 모용운생의 손목을 막 나꿔 채려는 순간이었다. 여태껏 굳어 있던 모용운생의 몸이 번개치듯 번뜩이면서 오히려 고동색 장포를 입은 자의 완맥혈(純脈穴)을 잡아 갔다. 너무도 뜻 ....밖에 완전히 제압된 줄 알았던 모용운생이 살아서 펄펄 뛰는 생선 ....인 것처럼 덮쳐 오자, 그 인영은 미처 생각을 굴릴 여가도 없이 그 ....대로 덥썩 손목을 잡히고 말았다. 완맥은 인체 내의 중요한 혈기의 분기점으로 일단 고수에게 그 곳을 제압당해 버리면 반신이 완전히 그 기능을 상실하게 되는 요 ....처 (쫓處)이다 그 인영은 대경실색하며 한소리 크게 외치더니 잡힌 손에 힘을 주며 손을 뒤집어 오히려 모용운생의 완맥을 잡으려 했다. 그 임기응변은 놀랍도록 빨라 모용운생이 그의 손을 채 완전히 틀어쥐기도 전에 이루어졌다. 그렇게 되자 두 사람은 어느 누구도 상대의 완맥을 제대로 옴켜 泳찧綱 18 쥐지 못했다. 다시 말하면 서로 상대의 손목을 반쯤 엇갈려 잡은 ....꼴이었으며. 제각기 상대의 손을 제대로 쥐려고 공력을 돋우고 있 ....는 중이었다. '흥!" 모용운생은 상대의 공력이 예상보다 높음을 깨닫고는 냉소를 터 뜨렸다. 동시에 그의 자유로운 왼손은 상대 가슴팍의 화개혈(筆蓋 ....穴)을 노리고 일지 (一指)를 찔러 갔다. 칼날 같은 기세가 그 일지에서 일어났다 그 인영은 모용운생의 일지의 위력이 대단히 무서움을 느끼고 대경하며 역시 자유로운 나머지 손을 칼날같이 세워 수도로 덮쳐 ....드는 모용운생의 팔목을 끊어 버리려고 했다. '악독하군' 차가운 외침과 함께 상대를 찔러 가던 모용운생의 손이 부쳇살 같이 쫙 퍼지더니 수휘비꽈(풍揮=舊데 의 초식으로 오히려 그 팔을 ....자르려 들었다. '과연 명불허전이로군! 그 인영도 감탄인지 비꼬는 소린인지 모를 소릴 외쳤다. 동시에 신속히 손을 철회하척 직도황룡(直鴻舊勳의 식으로 획, 소리와 함 ....께 모용운생의 가슴을 후려쳐 갔다. 좋다!' 냉랭한 웃음 소리와 함께 모용운생은 팔을 자르려 뻗었던 손의 팔꿈치를 사용하여 노순천석(怒苟뽕石)의 초식으로 그의 손등을 찍어 버리려고 했다. 두 사람은 번갯블 같은 순간에 이십여 초를 교환했는데, 그 모 두가 정교한 초식의 변화로 어느것 하나도 기초절학(奇招絶學) 이 ....아닌 것이 없었다. 게다가 두 사람은 서로의 손을 틀어쥐고 있는 ....상태라. 거리가 지척간이어서 그 싸움은 흉험하기 이를 데 없었다 ....19 舊脣驚魂 그들의 무공은 이미 상승지경이었으므로 가볍게 후리고 찌르는 손속 하나에도 내가(內家) 불혈진맥(拂穴振脈)의 수법이 포함되어 ....있었던 것이다. 한번 얻어맞거나 스치기만 해도 중상을 입는 것은 ....면키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러한 싸움은 단순히 일신에 절학을 지녔다고 이길 수 있는 것 이 아니었다. 누가 임기응변을 잘하는가에 승패가 달려 있는 것이 ....다. 모용운생은 싸울수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도대체 이자는 누구이기에 이다지도 공력이 높단 말인가? 어제 만 같아도 상대할 수 없었을 것이 아닌가' 모용운생은 그 다급한 상황하에서도 상대를 보지 않을 수 없었 다. 고동색 장포를 입은 그의 나이는 얼핏 보기에 약 육십 가량은 ....된 듯했다. 얼굴빛이 매우 음침하고 눈이 삼각형으로 가늘게 째져 ....얼핏 보기에도 냉정한 성격에 매우 심기가 깊은 것을 알아볼 수 있 ....었다 . 야압!' 별안간 모용운생의 호통이 주위를 울렸다. 동시에 그의 얼굴에서는 담담한 금멎이 빛났다. 그의 손이 무서 운 기세로 앞으로 쳐 나갔다. 맹렬한 기세가 일어났다. 상대는 이 기세를 보자 이것이 상대의 전력이 깃든 일격으로 요 행을 바랄 수 없고, 오로지 본신의 실력으로 맞서는 수밖에 없음을 ....깨달았다. '이얏!' 호통과 함께 그도 맹렬히 일장을 밀어 내었다. 띵 두 사람의 손바닥이 마주친 순간에 양 손바닥에서는 배산도해위 엄청난 내경 (內料)이 발출되어 폭음이 일어났다. 冷心無情 191 '음" '으.틴' 두 사람은 동시에 나직한 신음을 토해 냈다. 막강한 압력을 느 낀 것이다. 주위에 일진 회오리바람이 일어났다. 그렇게 맹렬한 타격이 일어나자, 두 사람이 서로 움켜쥐고 있던 두 손에 약간의 빈틈이 생겼다. 이렇게 되자, 두 사람은 누가 먼저 ....라 할 것 없이 신속하게 손을 풀며 뒤로 물러섰다. 고동색 장포의 노인은 놀란 빛으로 모용운생을 보았다. '본 좌는 냉심무정이 당금 천하의 유일무이한 기재요, 후기지수 제일의 고수라는 소릴 듣고 반신반의했더니 사실인 것 같군?' 감탄인지, 비꼬는 소리인지를 중얼거린 그는 미간을 찡그렸다 '한데, 어떻게 노부의 점혈수법에 당했는데도 멀쩡하게 움직일 수가 있단 말인가!' 모용운생이 침착하게 말했다. '서장의 밀교에는 매우 특이한 운기행혈의 방법이 있소. 전신의 기혈이 모두 바뀌어 버리니 점혈수법이 효과가 있을 리 없지! 하지 ....만 당신의 참을성은 매우 놀랍귄 하마터면 내가 참지 못할 뻔했으 ....니 고동색 장포의 노인은 고소를 지었다. '그래도 어린 너의 참을성보다도 못했으니 없구나 네가 밀교의 사람일 줄은 몰랐군!' 실로 부럽기 짝이 모용운생이 담담히 웃었다. '역기운행법을 안다고 모두 밀교란 말인가?' 찰나. 그는 오른손을 쭉 뻗었다가 급격하게 끌어당겼다. 그러자.. ....막강한 흡인력이 일어나 고동색 장포의 노인을 끌어당겼다. 노인은 별안간 괴이한 인력이 자신을 잡아당김을 느끼자 크게 192 1빻料 놀랐다. '혀!' 그는 천근추의 신법으로 뒷발에 힘을 주어 몸을 안정시키면서 놀란 음성으로 외쳤다. '소림의 대접인신공이로구나! '와하하하" 별안간 모용운생이 광소를 터뜨리며 채 증심을 잡지 못한 고동 색 장포의 노인에게 덮쳐 갔다. 그 속도의 쾌속함은 전광석화와도 ....같았다. 그리고 그의 웃음 소리에는 불문의 사자후와 같은 위력이 ....담겨 있어 암중에 노인의 심신을 공격하고 있었다. 모용운생의 지금 공력은 이미 강호 최절정고수였다 그러한 그 가 이렇듯 선기를 잡고 쳐들어가자 그 기세는 예리하기 비할 바 없 ....었다. '믈러서지 못할까?' 고동색 장포의 노인은 대갈일성하더니 두 눈을 부릅떴다. 동시에 그의 쌍장에서 검은멎이 번뜩이며 무서운 기세가 모용운 생에게 덮쳐 왔다. 그의 고동색 장포는 마치 고무풍선과 같이 부풀 ....어을랐다. 전력을 다한 것이 틀림없었다. 퍼-엉! 폭음과 함께 사방으로 경기가 비산했다. 고동색 장포의 노인은 마치 철퇴로 가슴을 얻어맞은 것 같은 충 격을 느끼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비틀거리며 잇딧아 세 걸음을 물러섰다. 그가 물러선 자리에는 깊은 발자국 세 개가 뚜렷이 쩍혀 ....있었다. 그것은 이번의 맞부딪침이 어느 정도의 위력이 있었는지 층분히 설명이 되고도 남음이 있었다 모용운생 또한 별로 상태가 나은 것이 없었다. 숩쎄情 19 그 역시 뒤로 세 걸음이나 물러서서 내심 솟구치는 기혈을 억누 르고 있었던 것이다. 모용운생이 침중한 음성으로 나직이 증얼거렸다. '귀왕인 (鬼王印) .?" 고동색 장포의 노인은 모용운생이 자신의 장력을 알아보자 내심 크게 놀라 그를 보았다 모용운생은 미간을 찡그린 채 고동색 장포의 노인에게 말했다 '귀하가 귀선생(鬼先生) 북궁소(北宮雰)란 말이오?" 고동색 장포의 노인이 음침한 어조로 말했다. 네가 어떻게 본 좌를 알아본다는 말이냐?" 별안간 모용운생이 싸늘히 외쳤다. '그떻다면 당신이 무진교의 형당당주로군!' 고동색 장포의 노인이 움찔하더니 음침한 빛으로 그를 보았다 '노부가 본 교의 형당(刑호)을 맡고 있는지 어떻게 알았느냐?' '혈검령주가 본 공자에게 모든 것을 실토하는 것을 듣고도 그것 을 묻는 것은 무슨 속셈이오?' 그 말에 귀선생 북궁소는 내심 가슴이 뜨끔하여 말했다. '그 녀석이 아는 게 얼마나 있다고 너에게 말할 것이 있겠느냐? 그래봤자, 수박 겉 할기에 불과하지' 모용운생은 귀선생 북궁소의 말속에서 혈검령주가 자신에게 한 말을 제대로 오르고 있음을 깨달았다, 한 생각을 스쳐 보낸 모용운 ....생의 입가에는 잔잔한 웃음이 떠올랐다. 그가 알고 있는 것은 적지 않던걸! 이십 년 전의 혈해보도로 인해 일어난 참사가 누구에 의해 조작된 것인지. 또' 모용운생은 귀선생 북궁소의 눈멎에 괴이한 빛이 스쳐 가는 것 을 깨닫고는 계속해서 말했다. 그때 회생된 것으로 알려진 인물들이 실제로는' 켜 獨背驚魂 '닥쳐라!' 별안간 귀선생 북궁소가 모용운생의 말을 가로채며 소리쳤다. 그의 얼굴에는 흉폭한 살기가 물씬물씬 피어오르고 있었다. '모용운생, 너는 살고 싶으냐? 죽고 싶으냐?' 모용운생은 그의 얼굴에 서린 살기를 보고 자신이 꾸며댄 말이 사실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북궁소 당신은 무림 증에 이미 이십 년 전에 죽은 사람으로 알려져 있지. 그 귀왕인이 아니었다면 본 공자도 당신을 몰라볼 뻔 ....했으니까 그래, 당신은 죽고 싶소?살고 싶소?" 모용운생이 자신의 말에 대답을 하기는커녕, 오히려 자신의 말 을 흉내내듯 하자 귀선생 북궁소의 얼굴은 흉하게 일그러졌다. 귀선생 북궁소는 이십 년 전. 혈해보도 쟁탈전 때 죽은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었다. 그의 잔흑한 심성과 무림을 독보하던 귀왕인 은 그에게 귀선생이란 별호를 붙여 주었다. 이십 년 전에 그의 무공과 명성은 이미 능히 각대문꽈의 장문인 의 수준이라고 지칭되었었다. 그러한 그가 이십 년이 지난 오늘날, ....신비한 무진교의 형당당주로 나타났으니 그 무공의 고강함은 실로 ....추측키 어려울 정도일 것이 틀림없었다 그런데 귀때기가 새파란 애송이가 겁도 없이 자신의 이름을 맞 대 놓고 불러대면서 변죽을 울리는 것이다. '네놈의 사부가 누구기에 이따위로 교육을 시켰더란 말이냐?' 귀선생 북궁소는 노호를 터뜨리며 검은빛이 감도는 손바닥을 들 어 일장을 갈겨 갔다. 귀왕인이 다시 전개되는 것이다. 하지만 모용운생은 그것을 보고도 태연히 한 가닥 예의 웃음을 떠올린 채, 신형을 빙글 돌렸다. 그러자, 그의 신형은 마치 하나의 ....낙엽인 양 허공에서 오르락내리락하며 그 장력을 와해해 버리는 冷心無情 95 것이 아닌가 귀선생의 입에서 신음이 홀러나왔다 '부신수형(浮身隋形)이로군' 그러더니 쌍장을 잇달아 밀어 내는데 순식간에 장세의 범위가 삼 장 가량이나 되도록 넓어지며 모용운생을 덮어 왔다. 모용운생은 사방에서 압력이 덮쳐 오자 낭랑히 외쳤다. '내가 당신을 무서워할 줄 아는가' 그와 동시에 그의 오른손이 기묘하게 회전하더니 일지를 찔러 갔다. 쇄애액 - 순간.귀청을 찢는 듯한 폭음이 터져 나오며 휘황한 빛과 함께 무서운 위세를 지닌 지풍이 모용운생의 손에서 발사되었다. 그 지 ....풍은 마치 예도(銳??) 와 같이 귀선생 북궁소의 귀왕인의 막강한 장 ....세를 꿰뚫으며 그의 장심 (掌心)을 향해 쏘아 갔다. 귀선생 북궁소는 대경하여 장세를 거두며 옆으로 물러서서 떨리 는 음성으로 외쳤다. '천룡상인의 법화지 (法華指)로구나!' 오용운생의 얼굴에 한 가닥 희열의 빛이 스쳐 갔다. '마침내 내가 법화지를 완벽하게 펼칠 수 있게 되었구나!' 이 법화지는 천룡전단신공과 함께 천룡상인의 이대절학 중의 하 나였다. 하지만 이 법화지는 천룡전단신공의 뒷받침이 없이는 시 용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 동안 모용운생은 법화지를 사용치 못하 ....고 있었던 것이다. 넌 천룡상인과 어떻게 되는 사이냐?' 북궁소가 굳은 얼굴로 묻자. 모용운생은 냉소를 터뜨렸다. '스스로 알아 보는 것이 어떻겠소?' 말과 함께 그의 신형은 이미 귀선생에게 덮쳐 가고 있었다 196 濁렴澤魂 귀선생은 자신의 귀왕인이 사도의 절기이지만 천룡상인의 법화 지는 그것에 극성이라 상대하기 어려움을 잘 알고 있었다. '저놈의 무공이 이토록 박대정심할 줄은 정녕 생각도 하지 못했 구나 실력 대 실력으로 싸우게 되면 자신이 별 승산이 없음을 캐닫게 된 귀선생은 간담이 서늘해졌다 하지만 그를 귀선생이라고 한 것은 그만한 까닭이 있는 것, 그 는 모용운생이 덮쳐 오자 오히려 요으로 요으로 덫쳐 가면서 두 소 ....매를 흔들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물러난다면 기선을 제압당하리라 ....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그인 것이다. 모용운생은 그가 두 소매를 흔드는 것을 보고 냉소했다. '비겹한 소위 선배라는 자가 독을 쓰다니' 오용운생은 급히 호흡을 멈추면서 연달아 삼 장 이 권올 후려갈 겼다. 장세로 독을 쳐 흩트리려는 것이다. 하지만 귀선생이야말로 그가 만난 사람 중에서 가장 강한 고수 였다. '으흐흐 ' 음침한 괴소와 함께 귀선생의 모습이 기묘하게 몇 개의 그림자 로 변했다. 그야말로 어느것이 실체인지 분간할 수 없는 아련한 형 ....체가 되어 버린 것이다. '환영신법! 과연 이 작자의 무공은 대단하구나 모용운생은 내심 감탄하면서 쉭, 쉭, 하는 소리와 함께 법화지 를 잇달아 쏘아 냈다. 법화지의 위력은 매우 놀라워 사방의 공기를 ....보도로 찢어 내는 듯했다. 귀선생 북궁소는 긴장된 표정으로 환영신법을 최대한으로 뀔쳐 법화지를 피해 내면서 다시 소맷자락을 흔들었다. 소맷자락에서 보일 듯 말 듯한 검은 안개가 피어 나왔다. 동시에.그 검은 안개 쑴心無舊 197 속에서 경미한 파공음이 들리며 금빛 광채가 번뜩였다. 모용운생은 귀선생 북궁소가 열세를 메우기 위해서 암수를 펼쳐 냄을 느끼고 내심 긴장되었다. 서슴지 않고 '언제까지 숨을 멈추고 싸울 수는 없지 않은가?' 내심 생각을 굴린 모용운생은 암중에 천룡전단신공을 그의 얼굴에 담담한 금빛이 달무리처럼 떠올랐다. 운기했다. 번쩍 그리고 한 줄기 백광이 꿈틀거리며 그에게서 튀어나갔다. 챙! 챙! 매서운 금속성이 터져 나오면서 덮쳐 들던 암기들이 모조리 그 백광에 횡겨져 나갔다. 그것과 함께 모용운생은 쏜살같이 북궁소에게 휘둘렀다. 그의 검세는 쾌속하기 이를 데 없어서 이 서늘해질 정도였다. 덮쳐 가면서 검을 귀신도 놀라 간담 귀선생 북궁소 또한 예외일 수 없었다. 상황이 너무 돌변해 무림을 독보한다는 환영신법조차 었다. 난데없이 검이 날아들자 그는 흔비백산했다. 소용이 없 삭- 가벼운 음향이 들리면서 그의 소맷자락이 잘려 나갔다.기세를 이기지 못한 소맷자락이 저만치 너풀거리며 날아갔다. 귀선생 북궁소의 등골에 식은땀이 주르르 홀렀다. 하마터면 손이 베어져 날아갈 뻔했던 것이다. 하지만 놀라고만 있을 틈이 없었다. 눈앞에는 이미 모용운생의 검이 무서운 기세로 닥쳐 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귀선생 북궁소는 환영신법을 최대한 전개하여 를 흐리게 만들었다. 동시에 귀왕인을 전개하여 를 저지하려고 했다. 모용운생의 시야 모용운생의 검세 198 濁짐澤魂 자신의 귀왕인에 극성인 법화지만 아니라면 이 정도의 검세는 충분히 막아 낼 수가 있으리라 생각했던 것이다. 한데 그것이 천추의 한이 될 것을 그가 어찌 생각이라도 했으 랴. 모용운생의 이 일검은 이 정도의 검세가 아니라 천하를 독보했 ....던 절정검마의 양의무정검법이었던 것이다. 결코 법화지보다 못한 위력을 지닌 것이 아니었다. 북궁소는 자신의 귀왕인이 예측대로 모용운생의 검세를 저지하 는 것을 느끼고 반격을 하려고 했다. 한데. 그 순간에 뜻밖에도 검 ....이 찔러 오는 방향이 순식간에 확 달라진 것이다. 여태껏 찔러 오던 검은 마치 환영과 같이 없어지고 전혀 다른 방면에서 의외의 검이 하나 불쑥 나타난 것만 같았다. 귀선생 북궁소는 눈알이 튀어나을 듯 놀랐다. 으헛?' 다급한 외침과 함께 북궁소는 연달아 세 번이나 신법을 바꾸며 모용운생의 검세를 피해 내었다. '홍1' 하지만 그의 귓전에 모용운생의 차가운 냉소가 울리는 순간에 귀선생 북궁소는 일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아니나다를까? 모용운생의 검세를 피해 낸 그의 눈앞으로 번갯불과 같은 검세 가 불쑥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이미 전력을 다해 검세를 피한 상 ....태라 다시 그 검세를 피할 여유가 있을 쾨 만무했다. '이럴 수가?' 귀선생 북궁소는 너무도 놀라 심장이 목구멍 밖으로 튀어나을 뻔했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에 그는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으악!' 처절한 비명이 울리며, 피보라가 하늘로 피어 올라갔다. 冷心無情 1띠 뱀 모용운생은 놀란 빛으로 검을 가슴에 세우고 있었다. 그의 앞에 는 선혈이 뿌려져 있었고 잘려진 팔 하나가 꿈틀거리고 있을 뿐, ....귀선생 북궁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놀랍게도 그는 마지막 순간에 자신의 팔로 모용운생의 검을 막 는 동시에 모용운생의 가슴에다 일장을 갈겼던 것이다. 모용운생은 북궁소의 팔뚝은 잘랐지만 그의 목숨을 위협할 수는 ....없었다. 그의 검세가 그대로 북궁소를 벤다면 북궁소의 일장은 모 ....용운생의 가슴을 후려칠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모용운생이 멈칫하는 사이에 귀선생 북궁소는 팔뚝 하나 만을 남겨 놓고 도망친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라 모든 것이 한 순간에 이루어진 것 같았다. 실로 너무도 뜻밖이 모용운생은 설마 귀선생과 같은 거마(프魔)가 이렇게 도망칠 줄 은 몰랐던지라 일순 멍청해지고 말았다, 그리고 그가 북궁소를 쫓 ....으려고 마음먹었을 때. 북궁소의 모습은 숲속으로 사라져 버려 어 ....디로 숨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실로 눈 깜박할 사이였다. 모용운썽은 내심 혀를 찼다. '쥐새끼 같은 자, 약삭빠르기 이를 데 없구나. 그때였다. '모용운생, 오늘은 본 좌가 이대로 물러나지만 네놈은 오늘 이 후 편할 날이 없을 것이다. 본 교는 빚진 것은 꼭 갚으니까 모용운생은 냉랭히 웃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땅에 떨어져 아직도 꿈틀거리는 귀선생 북궁소의 팔뚝을 발로 툭툭. 걷어차며 중얼거렸다. '이제 보니 바른쪽 팔이었군 북궁노괴가 이제는 귀왕인의 장력 을 쓰지 못하겠는걸 . .?" 귀선생은 어디선가 숨어서 모용운생을 보고 있는 모양이었다. 2 獨함澤魂 이내 분노한 음성이 터져 나왔다. '네 이놈 모용애송아1 본 좌는 반드시 네놈의 골통을 떼 가지고 요강을 만들고 말 테다.' 모용운생은 상대가 교활하여 아무리 약을 올려도 나오지 않을 것임을 알았다. 다시 나을 것이라면 팔을 자르면서까지 도주하지 ....는 않았을 것이었다. 게다가 회음술(回촐澤을 쓰고 있어서 소재의 ....파악도 어려웠다. 아마 머리카락 보일라, 꼭꼭 숨어서 모용운생의 동정만 살필 것 이 틀림없었다. '북궁소, 본 공자가 오늘은 바빠서 당신의 목숨만은 살려 두고 가겠다. 다음에 다시 본 공자의 눈에 띄지 않게 조심하도록' 차갑게 웃어 보인 그는 두말도 하지 않고 몸을 날려 사라져 버 렸다. 북궁소를 찾아 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귀선생 북궁소는 암중에서 그것을 보고는 냉소했다. '네놈에게 한 번 속지. 두 번 속을 줄 아느냐? 얼마든지 참아 주 ....마! 건방진 애송이' 북궁소는 내심 이를 갈면서 모용운생이 어딘가 숨어서 주의 깊 게 동정을 살피고 있으리라 믿고 숨을 죽이고서 꼼짝도 하지 않고 ....있었다. 한 시진 두 시진 어느새 대여섯 시진이 흘러 어둠이 찾아왔다. 북궁소에게는 실로 견디기 괴로운 시간이 아닐 수 없었다. 응급 조치로 막아 놓은 잘린 팔에서는 쉼없이 방울방울 피가 홀러내리 ....는데, 그 고통은 왜 그렇게도 점점 커가는지 고통은 점점 참을 수 없이 북궁소를 괴롭히고 있었다. 피가 흐르는 거야 운공을 해서 막아 본다고 하지만 고통은 운공 ....을 한다고 해서 없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꼼짝도 하지 못하고 있으 ....딴슈情 1 니 팔다리 등 온몸은 왜 또 그떻게 쑤시는가? 잘린 팔을 움켜쥐고서 이를 악물고 있는 가운데 어둠이 물러가 고 동녘이 뿌옇게 밝아져 왔다. 어느새 날이 샌 것이다 희미하게 밝아지던 동녘이 어느새 소리치면서 어둠을 쫓아 버리 고는 사위가 점점 밝아지면서 태양이 중천으로 올라왔다. 이렇게 되어서는 종적이 탄로가 날 가능성이 많았다. 차라리 이럴 바에야 어젯밤에 움직인 것만 같지 않았다. 마침내 귀선생 북궁소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그는 천천 히 자신의 겉옷을 벗어서 슬그머니 나무에 걸어 두고는 물러나기 시작했다 한데. 물러서다가 돌이 발에 차이는 바람에 제법 큰 소 리가 나고 말았다. 하릇밤을 꼬박 새우고서도 이토록 큰 실수를 하 ....자 귀선생 북궁소는 대경실색하였다. 그야말로 십년공부 도로아미타불이 되고 말 뻔한 것 아닌가? 한데 뜻밖에도 어디에서도 모용운생이 나타나지를 않는 것이다. 이미 쏜살같이 쫓아왔어야 하는데 죽어라고 몸을 날리던 귀선생 북궁소는 문득 무엇을 깨닫고는 신형을 멈추었다. '노부가 또 속았단 말인가?' 참을 수가 없어진 귀선생 북궁소는 모용운생과 싸우던 자리로 돌아갔다 . 이럴 수가' 그리고 그의 안색이 보기 흉하게 일그러졌다. 땅바닥에는 검으로 일필휘지된 글씨가 있었다 <북궁소, 당신은 또 속았소. 당신이 이 글을 읽을 즈음에는 아마 나 ....는 천리 밖에 있을 것이오. 약삭빠른 고양이가 오히려 밤눈이 어둡 ....202 獨贊驚魂 다는 말을 어떻게 생각하시오?> 머리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기분을 느낀 적이 있는가? 미칠 것 같았다. 머리카락 하나하나. 한 올 한 올이 모조리 거 꾸로 곤두서는 느낌이었다. 자기 꾀에 자기가 넘어간 꼴이다. 북궁소의 얼굴이 썩은 돼지의 간과 같이 시거겋게 달아올랐다, 모용운생은 이미 오래 전에 이곳을 떠나 갈 길을 가면서 자신을 비 ....웃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그가 무서워 다리가 저리도록 밤 ....새 쪼그리고 앉아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했다니... 실로 피를 토해도 세 말은 토해야 될 것 같았다. '천하에 그토록 심기가 깊은 놈이 있다니 몇 년만 지나면 그놈의 심기가 도대체 어떻게 될 것인가? 본 교의 심복대환이 될 놈이 틀림없다!' 그는 이를 갈았다. '모용운생, 반드시 네놈에게 이 치욕을 돌려 주고야 말겠다! 네 놈에게 오늘의 이 원한을 반드시 갚고야 ." 冷心無情 203 第 八 早 九 減 뿜 主 자리를 벗어난 모용운생은 이미 한번 당한 적이 있었던 북 궁소가 최소한 반나절이나 하루 정도는 꼼짝도 하지 않고 숨어 있 ....을 것으로 생각하면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서 몸을 날리고 있었다. ....무진교의 형당당주라면 적지 않은 비밀을 알고 있을 터였다. 하지만 교주의 제자라는 영주들이 교중의 일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있음을 생각한다면 북궁소 또한 크게 나을 것이 없다는 판 ....단을 내렸기에 그는 미련없이 그 자리를 떠난 것이다 사위의 경물이 빠르게 그의 뒤로 물러나고 있었다. 공력이 증진된 다음 처음으로 경공을 펼치는 모용운생은 자신의 능력이 배가되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숲이 쏜살같이 다가왔다가 다시 뒤로 물러나는 것이 같이 전개되었다. 주마둥과 모부재가 말한 사당은 순식간에 그의 눈앞에 나타났다. 그 사당은 어느 종가의 사당인 듯싶었다. 산자락에 자리한 넓은 담장과 건물은 옛날의 영화를 말하는 듯했지만 후손들이 없는지 ,돠順 27 사당의 주위는 황폐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러나 겉은 낡았을망정 아직은 제법 튼튼해 보였다 그 안으로 서슴없이 들어가던 모용운생은 문득 기이한 느낌에 소리쳤다. '모선배, 공야선배!' 그런데 안에서는 아무런 대꾸가 없었다. 밤이었으면 늘해질 섬뜩함이 거기 있었다.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등골이 서 모부재는 물론이고 공야치는 자신에게 실로 막대한 은혜를 베풀 지 않았던가? 굳어진 표정으로 몸을 날려 사당 안으로 들어서던 모용운생은 흠칫. 몸을 세웠다. 무너진 문짝 얼기설기 거미줄이 쳐진 사당 안쪽에 청의를 입은 사람이 등을 보이고 단정히 앉아 있음을 보았기 때문이다. 청색 베옷을 입은 그의 뒷모습에는 범상치 않은 예기가 있었다 .귀하가 모용운생. 모용대협이오?' 오용운생이 그를 발견하고 걸음을 멈추었을 때. 조용한 음성이 .사당 안을 울렸다. 등을 돌리고 앉아 있는 청의인의 말이었다. .모용운생은 상대가 자신을 알아보자 내심 가슴이 서늘해졌다 그렇다면 상대는 자신이 이곳으로 올 것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것 ....이 되는 것이다. 언제, 어느 때라도 준비를 한 상대는 결코 상대하 ....기 쉽지 않은 법이었다. 하지만 모용운생의 얼굴멎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이러한 수양은 그의 나이를 생각할 때. 과연 놀랍기 짝이 없는 것이었다 . "귀하는 뉘시오?' 그의 입에서 나온 것은 되물음. 그의 이 물음은 자신의 신분을 승인하는 것이기도 하였지만. 한 2 獨림驚魂 편 그 상황을 인정하면서 상대를 살필 수 있는 여유를 보여 피동의 ....국면을 일거에 대등한 입장으로 올려 놓는 것이다. 그 미묘함은 쉽게 느켜질 것이 아니었지만 청의인은 이미 그것 을 느낀 것 같았다. '으하하하' 청의인은 낭소(郞笑)를 터뜨렸다. 으키더니 서서히 돌아섰다 동시에 그는 천천히 몸을 일 '냉심무정 모용대협이 단시간에 강호무림을 떨어 울린 이유를 이제야 알겠소.' 모용운생은 평정한 표정으로 가만히 서 있었다. 그의 얼굴은 차가운 평소의 형색일 뿐이라, 과연 그가 무슨 생 각을 하고 있는지 전혀 추측할 수 없었다. 청의인은 육 척이 넘는 당당한 체구였다. 딱 벌어진 가슴과 가 는 허리는 그의 몸의 균형을 매우 잘 잡아 주고 있었다. 나이는 대 ....략 오륙십 정도로 보였는데 네모진 얼굴에는 검은 수염이 가슴까 지 드리워져 있었다. 부리부리한 두 눈에서는 신광이 번뜩였으며 사자코와 꽉 다문 입술은 그 위세를 한결 더해 주고 있었다. 압도적인 체구도 아니고 화려한 옷을 입은 것도 아니건만 전신 에서는 위맹한 기운이 주위로 퍼져 그 위엄이 저절로 사람을 압도 ....하는 듯했다. 모용운생은 일찍이 이러한 사람에 대해서 들어 본 적이 없었다 '이 사람의 기세로 보아 능히 일방의 패주로 군림하고도 남음이 있는데 일시지간에 그 내력을 알 수 없구나 청의노인은 모용운생이 그를 보고 가만히 서 있음을 보고는 웃 으며 말했다. '노부가 별안간 이곳에 나타난 것에 대해 모용대협께선 매우 궁 금한 것이 많은 것 같소이다.' 짜짓牆 20 모용운생은 그의 말에 묘한 여운을 느끼곤 내심 가슴이 진동되 었다. '귀하께서는 이곳에서 몇 사람을 본 것 같소이다? '하하하 청의노인이 오용운생의 말에 다시 웃음을 터뜨렸다. '맞소, 맞아 노부가 본 것은 무림삼이 중의 두 명인데 맞는지 모르겠소?' 모용운생의 안색이 약간 변하는 것을 보자, 청의노인은 담담히 웃으며 말을 계속했다. '그 두 명은 매우 피곤한 것 같아서 노부가 잠시 쉬도록 조치했 소.' 그의 말은 실로 놀라웠다. 무림삼이 중의 두 사람을 마치 자기 주머니 속의 물건을 꺼내듯이 간단히 처리했다는 것이다. "귀하의 신분을 알 수 있겠소?' 하지만 모용운생에게서 흘러나온 것은 뜻밖에도 조용한 음성이 었다. 그의 이 말은 모부재 등의 안위는 전혀 상관도 하지 않는 것처 럼 엉뚱하게 들렸지만 기실은 그의 침착함을 능변으로 보여 주는 ....것에 다름이 아니었다. 무림삼이 중에 속하는 두 사람을 이 청의노 ....인이 간단히 잡아 놓았다면 그의 실력은 불문가지 (不問可知) 지피 ....지기 (知波知己)이면 백전불태 (百戰不殆)라는 손자병법을 굳이 예 ....로 들지 않아도 우선 상대의 신분을 알아야 그에 대한 대응책을 세 ....울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청의노인은 비할 바 없이 세심한 사람인지라. 모용운생의 말에 서 대번에 그의 속뜻을 느낄 수 있었다. 니컨 듣던 것보다 더 대단한데?' 청의노인은 속으로 은근히 놀랐지만 안색 하나 변하지 않고서 210 獨뿔驚魂 흔쾌히 대답했다. '노부는 구류방(九流뽑)이랴는 조그만 방파를 이끌고 있는데, 아마 모용대협의 눈에 차지는 않을 거외다.' '구류방? 구류방이라면 각양각색의 모든 인물이 모이는 곳이 아 닌가? 그곳에 저토록 대단한 인물이 있는데. 어떻게 세상에 소문이 ....나지 않았단 말일까?' 영웅은 영옹을 알아본다고 한다. 모용운생은 구류방주가 자신이 만난 인물 중에 가장 상대하기 어려운 사람임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삼교구류(三敎九流)란 세상의 오든 직업을 일컫는 말에 해당한 다. 그 삼교구류의 모든 사람들이 모인 곳이 바로 구류방이다. 도 ....적에서 점쟁이, 약장수, 광대 등 별의별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다 ....모인 단체가 그 구류방이었다. 심지어 거기에는 천하제일의 대방 ....이라는 개방(료라)의 제자인 거지까지 속해 있었다. 하지만 그 방 ....파의 세력은 대단치 않아 강호에 두각을 나타낸 적은 없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세상의 모든 종류의 사람들이 모이다 보니까 결 ....속력이 약할 수밖에 없었고. 그러다 보니 힘을 발휘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구류방의 방주가 누군지도 알려진 적이 없었다 그야말로 유명무실한 것이 바로 구류방이었다. 한데 오늘 뜻밖에도 그 구류방의 방주가 돌연 모습을 드러낸 것 이다. 되어 버 모용운생은 상대의 신분을 알아도 하등의 소용이 없게 리자 내심 당황했다. '구류방주이신 것을 미처 몰라 보고 실경했소이다1 한데 소 생에게 무슨 볼일이 있으신지?' 하지만 그의 입에서 홀러나온 말은 여전히 담담했다. 별것 아닌 고츄僧 211 듯했지만 기실 그의 이 말은 상대방으로 하억금 먼저 말을 커내도 ....록 재촉하는 의미가 숨어 있어서 간단한 의미는 아니었다. 청의노인 구류방주는 하하, 웃더니 모용운생에게 손을 마주잡아 포권(抱拳)해 보였다. '모용대협의 출증함은 세상에 모르는 사람이 없지 ! 노부는 오늘 ....에서야 강호의 소문이 사실인 것을 알았소." 순간, 모용운생은 파도와 같은 암경이 몰려 옴을 깨달았다. '홍!' 모용운생은 내심 코웃음을 치며 마주 손을 잡아 보였다. 같이 암경을 쏟아 낸 것이다. 과찬의 말씀을 " 팍! 가벼운 음향이 터지며 주위로 경기가 퍼져 나갔다. 동시에 모용운생은 막강한 암경을 견디지 못하고는 비틀하며 마 ....침내 반 보를 물러서고 말았다. 모용운생은 내심 크게 놀라 안색에 ....미미한 변화가 일어났다. 놀랍게도 상대방은 어깨를 움찔움찔하더니 그 자리에 서 있는 것이 아닌가? '이자의 무공은 실로 놀랍구나! 갑자기 강호에 이토록 고강한 고수들이 연이어 모습을 드러내다니, 괴이하구나' 하지만 구류방주 내심의 놀람 또한 결코 모용운생 못지않았다 '믿을 수 없는 일이로군! 저 나이에 나와 갈은 정도의 내력을 지닐 수 있다니 .' 구류방주는 낭랑한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과연 냉심무정의 이름은 명불허전이외다! 노부는 정말 감탄했 소.' '별말씀을! 방주의 무공은 이미 경인지경에 이르렀으니. 실로 212 燭뿔澤理 흠모의 정을 금할 수 없소.' 모용운생은 내심의 놀람을 억제한 채 삭, 삭, 하는 소리와 함께 구류방주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그와 구류방주의 거리는 이제 겨우 칠 척 가량. 구류방주는 그 에게서 무형의 예기가 크게 일어나서 덮쳐 옴을 깨닫고 안색이 가 ....볍게 변해 말했다. '모용대협은 노부와 동수(同手)할 작정이오?' '하교를 바라겠소!' 모용운생의 얼굴에 희미한 웃음이 떠올랐다 순간, 그의 신형이 별안간 빨라지더니 번개와 같은 속도로 구류 방주의 가슴을 향해 일장을 갈겨 갔다. 좋은 차화헌불(借花默佛)이로군!" 구류방주는 짧게 외치더니 두 손을 가슴에 모아 가슴을 방어하 면서 느닷없이 왼발을 들어 모용운생의 완맥을 걷어차 갔다. 모용운생은 안색이 가볍게 변해 급히 손을 뒤집어 오히려 상대 의 발등을 후려갈기려 했다. 동시에 다른 손으로는 여전히 구류방 ....주의 가슴을 노리고 금계탁속(金鷄琢粟) 의 초식으로 일장을 쳐냈 ....다. 평범한 초식이었지만 변초의 신속함은 놀랍기 이를 데 없어 일 ....대절학이 펼쳐진 것 같았다 '어헝 ! 구류방주는 도저히 평범한 초식으로 모용운생을 상대할 수 없음 을 느끼고는 대갈일성하더니 한 손으로 반원을 그리면서 일건을 후려갈겼다. 이 일권의 권세는 놀라워서 획. 획, 하는 소리와 함께 ....일진 광퐁이 일어나면서 모용운생에게 엄습해 갔다. '굉장하군!' 모용운생이 부르짖으며 신속하게 두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한 갈래의 막강한 경력이 오용운생에게서 뻗어 나가며 따리漏 2 구류방주의 권세에 맞섰다. 펑! 우렁찬 굉음과 함께 사방으로 경기가 고 두 사람의 그림자가 엇갈렸다. 소용돌이치면서 퍼져 나갔 '훌릉하기 이를 데 없는 권법이다!" 모용운생이 외치더니 벼락같이 구류방주에게 덮쳐 갔다. 그가 자랑하는 천두대구식을 펼쳐 낸 것이다. 사당 안은 나지막한 기합 소리가 잇달아 터지고 웅후한 경력이 마구 소용돌이쳤다. 모용운생은 싸우면 싸울수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의 무공은 귀선생 북궁소보다 더욱 고강했던 것이다. 구류방주 '도대체 이와 같은 고수가 어떻게 이름도 없이 숨어 있을 수 있 었다는 말인가?' 모용운생은 재빠르게 생각을 굴리곤 한소리 호통과 함께 천두선 무의 초식으로 허공 가득히 장세를 쏟아 내었다. 장풍과 권풍이 다시금 허공에서 터졌다. 두 사람이 비틀거리며 물러섰다. 순식간에 삼십척 합의 공방전 이 이루어졌으나 어느 누구도 뚜렷한 승기를 잡지 못했다. 내색은 하지 않고 있지만 모용운생은 다급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모부재와 공야치가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상대를 제압 ....하지 못한다면 불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순간. 그의 몸에서 담담한 금광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것을 본 구류방주의 신형이 움찔하더니 곧이어 그의 도 담담한 흑색기류가 떠올랐다. 얼굴에서 모용운생은 상대가 이미 절학을 운기한 것을 깨닫고 미간을 슬 쩍 찡그리더니 말했다. '조심하시오!" 4 1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모용운생의 오른손이 쳐들리며 일지를 쏘아 냈다. 쫴애액 허공을 찢는 매서운 음향이 터져 나오며 눈이 부신 금빛 광채가 구류방주에게 덮쳐 갔다. 법화지로구나!' 구류방주가 대경하여 외치더니 우렁찬 호통과 함께 일권을 후려 갈겼다. 그의 권세는 매우 맹렬한 데다 괴이하게도 그 가운데 회고 ....검은 기류가 보일 듯 말 듯 휘돌고 있었다. 꽈]칭 지력과 권퐁이 맞닥뜨렸음에도 블구하고 우렁찬 폭음이 터져 나 왔다. 모용운생은 낮은 신음과 함께 두 걸음을 물러섰다. 구류방주 또한 안색이 변하며 두 걸음 물러섰다. 궁궁, 하는 소 리가 둔증하게 그의 발 밑에서 일어났다. 그의 요에는 뚜렷한 발자 ....국이 새겨져 있어 방금 그가 받은 타격이 간단한 것이 아님을 응변 ....하고 있었다. 모용운생은 놀랍게도 상대가 법화지를 감당해 내자 내심 가슴이 서늘해졌다. 그는 잠시 서서 상대를 바라보고 서 있다가 미간을 쩡 ....그린 채 입을 열었다. '방주가 지금 시전한 것은 현무신공(玄武神功}이오?' 그 말에 구류방주의 몸은 진동이 일어났다. '모용대협의 견식은 실로 놀랍기 이를 데 없구려! 실로 탄복하 지 않을 수 없소.' 모용운생의 안색이 굳어졌다. 설마 자신의 추측이 사실일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권법은 무적백호권 (無敵白虎拳)이겠군.' 실心無情 215 구류방주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모용운생의 안색이 무거워졌다. 그렇다면 상대를 제압한다는 것 은 아마도 거의 불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실로 생각지 '사신도(四神圖) 상의 무공이 저자에게 돌아갔다니 도 못한 일이구나.' 사신도는 사방을 지킨다는 네 가지 신령한 동물인 현무(玄理와 주작(朱雀) . 청룡(촘舊. 그리고 백호(白풍)의 사신(四神)을 그린 ....그림이다 석년에 무림 중에는 현양자(玄陽子)라는 기인이 있어 그 네 가 지 동물의 습성을 연구하여 절세의 무공을 만들었다. 그것이 바로 ....사신도의 절학이었다. 그러나 이 절학은 소문뿐, 아무도 그 실체를 ....본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 그 무공이 오늘 구류방주의 손에서 시전된 것이다. 모용운생의 안색이 굳어짐과 함께 그의 몸에서는 금빛이 더욱 짙게 떠올랐다. 마치 한 마리의 금룡이 모용운생의 몸을 싸고도는 ....것처럼 금빛이 모용운생의 몸을 싸고돌아 갔다. 모용운생은 천천히 검을 꺼내 가슴 앞에 세웠다 '방주의 청룡검법 (촘龍劍法)을 견식하겠소!' 말과 함께 모용운생은 무겁게 한걸음을 내디꼈다 순간. 피석, 하는 소리와 함께 그의 발 아래에 있는 청석이 마 치 진흙탕처럼 꺼져 내렸다. 건곤일척 (乾챠卜썽 전력을 다한 공격이 개시되려는 것이다. 노도와 같은 검기가 발동도 하기 전에 이미 구류방주에게 엄습 해 갔다. 그 기세를 본 구류방주는 깜짝 놀라 한걸음 물러섰다, 이 녀석이 검도에도 이와 같은 놀라운 성취를 쌓았구나! 냉심 21 獨렴驚魂 무정이 검을 쓴다는 것은 듣지 못했는데?' 구류방주는 무거운 신색으로 허리에 손을 가져갔다. 청룡검법은 사신도상의 무공으로 그 위력이 대단하여 두 사람이 싸우게 되면 양패구상(兩敗俱傷)할 것이 틀림없었다. 전력을 다한 ....격돌이 일어나지는 않았지만 그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그럼에도 구류방주로서는 차마 거절할 수 없는 것이 또한 현실 이었다. 일촉즉발(一觸卽發)! 금방이라도 하늘이 놀라고 땅이 혼들릴 대격전이 벌어질 것만 같은 순간이었다. '멈춰라!" 다급한 외침이 터져 나왔다. 동시에 두 사람의 그림자가 뛰쳐 들어왔다. 모용운생은 나타난 사람을 확인하고는 멍청해지고 말았다. 놀랍 게도 나타난 사람은 다름아닌 탈천무영신투 모부재와 백초의은 공 ....야치였던 것이다. 두 사람이 나타난 것을 본 구류방주는 허리에 담담히 웃었다. 대었던 손을 떼며 '모용대협, 검을 거둘 수 있겠소?" 모용운생의 얼굴에 의아한 멎이 떠올랐다, 모부재가 급히 중간으로 나서며 말했다. '그만 손을 멈추라구! 이 사람은 바로 무림삼이 나란 말이야. 설마 한집안끼리 사생결단을 내려는 '뭐라구요? 그럼 구류방주가 신산자(神算子) 상대협이란 말입니까?' 증의 마지막 하 것은 아니=지?" 상천기 (常프鬪, 모용운생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 신산자 상천기는 명석한 두뇌와 신산지술(神算之術) 로 명성이 冷心無情 217 높을 뿐, 무공은 나머지 두 사람에 비해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던 것이다. 한데 그가 신산자라면 약하기는커녕, 이건 자신이 ....전력을 다해도 이긴다는 보장이 없는 최절정고수가 아닌가? 구류방주가 웃으며 말했다. 잠시 장난을 친 것이니 양해하시오. ' 모용운생이 가만히 신산자 상천기를 쳐다보더니 말했다. '그럼. 지금의 모습이 상방주의 진면목이시오?' 구류방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벽시 영민하시-귄 맞소. 이게 본 방주의 본모습이오. 강호에서 는 이런 모습으로 활동했었지요." 그의 말이 끝나는 순간. 우두둑 소리가 들리더니 갑자기 상천기 의 키가 다섯 자 반 가량으로 줄어들고 두 눈에서 신광이 사라지면 ....서 얼굴도 얼마간 늙게 변해 버렸다. 순식간에 조금도 특색이 없는 사람으로 탈바꿈한 것이었다. 모용운생은 사람이 인피면구와 역용약 등을 조금도 사용하지 않 고 순식간에 이토록 전혀 다른 사람이 될 수 있으리라고는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소생은 실로 탄복했습니 '방주의 역용법은 매우 고명하군요. 다.' 우드득 하는 가벼운 음향과 함께 상천기의 몸이 다시 원상회복 이 되었다. ,비웃지 않으니 고맙소. 오늘의 일은 본 방주가 모종의 이유 때 문에 모용대협을 감히 측량해 본 것이니 고깝게 생각지 마시오. 그 ....럴 수밖에 없었던 것이 당금 강호에는 그 세력이 실로 공전절후에 ....이를 만큼 엄청나게 신비한 단체가 있어 그들을 무진교라 부르는 ....데 "방주도 알고 있었습니까?' 218 舊삘澤魂 모용운생의 말에 신산자 상천기는 놀란 표정으로 모용운생을 쳐 ....다보았다. '모용대협은 어떻게 아시오? 강호에서 그들의 이름을 아는 사람 ....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본 방주도 얼마 전에야 겨우 ....그것을 알아 내어 두 분 의형에게도 미처 말하지 못한 상태인 =1 ' '그들이 공공연히 강호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이상, 그 이 름 정도를 아는 것은 별로 어렵지 않은 일일 겁니다.' 모용운생의 대답에 신산자 상천기는 잠시 모용운생을 바라보더 니 말을 계속하였다. '그 무진교는 지난 수개월에 걸쳐 모습을 드러내었는데 사실은 이미 사십여 년 전부터 조직되기 시작해서 오랜 세월 동안 갖가지 ....방법으로 기인이사들을 수하로 만들었소.' 신산자 상천기는 모용운생 등을 앉게 하고는 계속 말했다. '현재 무진교가 내보내고 있는 것은 거의 척후세력에 불과한 정 도인데 현재 강호 각대문파에는 그것조차 막을 힘이 없는 상태이 ....외다.' 모용운생은 상대가 무슨 속셈인지 몰라 잠자코 그의 말을 계속 고만 있었다. '강호 각파는 설사 그들의 존재를 안다고 해도 속수무책이오. 듣 그들은 혈해보도 때문에 막대한 타격을 받아 그들의 실력은 오히 ....려 새로이 일어나고 있는 신흥세력과 무림세가들보다도 더욱 약해 ....져 있는 편이기 때문이오. 다행히 일전 (一殿) 이가(二家) 삼장(三 ....莊) 사곡(四谷)들은 착실한 세력이어서 그들이 모두 힙을 합한다면 ....그런대로 무진교와 한번 겨뤄 볼 만하지만 모부재가 중간에서 투덜거렸다. '그들이 그러려고 하나? 서로 이익만 챙기느라 눈깔이 뒤집혀서 콩心無情 219 잡아 먹지 못해 안달인데 뭐 .' 신산자 상천기가 가볍게 탄식했다. '맞습니다. 그래서 실제로 그들과 고 해도 과언이 아닌 형편입니다.' 대항할 수 있는 세력은 없다 모용운생이 가볍게 웃었다. '하지만 상방주께서 준비하신 것이 있을 것 같은데. ' 상천기는 움찔하더니 낭랑히 웃었다. '하하 모용대덥의 혜안은 매우 대단하오! 노부가 무진교에 되었소. 대비하여 구류방을 키우기 시작한 것은 이미 이십 년이나 '또 이십 년이구나 이 이십 년이란 숫자에 무슨 다른 뜻이 있 단 말일까?' 모용운생이 잠깐 생각하는 사이에도 신산자 상천기의 말은 계속 되었다. '지난 이십 년 간의 노력은 헛되지 않아 구류방은 상당한 성과 를 거두었소. 그러나 무진교에는 뜻밖에도 고수가 너무나 많아 구 ....류방의 힘으로는 도저히 역불급이오. 그래서 노부는 각처의 고인 ....들과 은거기인들을 초빙하려는 중이오.' 정녕 '방주께서 천하를 위해 그토록 분골쇄신 (粉骨碎身) 하시니 존경할 만합니다.' 신산자 상천기는 그 말에는 씁쓸히 미소 지을 따름이었다. 그는 ....이제 자신이 할 수 있는 말을 다한 셈이었다. 이렇게 말한 상태에 ....서도 모른다면 둔하다고 밖에 더 무슨 말을 하랴. 모용운생은 그가 자신의 앞에 나타난 것이 자신을 끌어들이기 위해서임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자신의 대답을 기다리 ....고 있는 것도 당연히 알았다. 아마도 그들이 소생을 '소생은 이미 무진교와 원한을 맺었으니 그대로 두지는 않을 것입니다.' 22 脣驚魂 모부재가 이 말에 득달같이 나서며 다그쳤다 '그러니까, 우리와 행동을 같이하겠다는 건가?' '죄송합니다. 소생은 혼자 떠돌아다니는 것이 습관이 되어 서 . 하지만 소생이 뜻하는 바가 여러분과 같다면 언제라도 상 호보조는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신산자 상천기가 말했다. '모용대협의 뜻한 바가 무엇인지를 알려 준다면 구류방에서는 전력을 다해 도울 수 있소.' 이 말은 매우 날카로운 의미가 있었다. 하지만 모용운생은 모른 척하고 대꾸했다 '고맙지만 이것은 소생의 사부님에 관한 것이므로. 여태껏 잠자코 있던 백초의은 공야치가 입을 떼었다. '모용대협은 구류방의 힘을 경시하지 말게. 당금 구류방의 세력 은 천하제일 대방이라는 개방의 방세보다도 더욱 거대한 것이니 필시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네.' 모용운생은 담담히 웃을 뿐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신산자 상천기가 잠시 가만히 있더니 말했다 '대협의 사부께선 정사쌍존. 그 두 어르신네이신지?' 모용운생의 안색에 기이한 멎이 스치고 지나갔다. '그렇다고도 할 수 있고 아니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게 무슨 귀신 잡밥 먹는 소리란 말이냐? 맞으면 맞고 아니면 아닌 거지 ! 이것도 저것도 아닌 게 어디 있나?' 모부재가 성미를 참지 못하고 또 끼여들었다. 모용운생은 가볍게 탄식하더니 말했다. '이 일의 경과는 소생도 완전히 알지 못하니. 아직은 외부인에 게 알릴 수 없습니다. 흑 도움을 청할 일이 있다면 반드시 부탁을 ....드리겠습니다.' 셍뻐請 221 모용운생은 신산자 상천기를 보며 말을 돌렸다. '상방주께선 혹시 이십 년 전 혈해보도 때문에 일어난 대혈겁에 대해 아시는지?' 구류방주 상천기는 의아한 듯 그를 보았다 '오용대협의 그 말은 무슨 뜻이오? 그때 무림정예 이천여 명이 몰사한 것은 강호상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는데' '그때 죽었거나 실종된 것으로 알려졌던 사람들이 무진교에서 속속 발견되고 있습니다. 노부도 그것은 들은 바 있소, 하나 그것은 몇몇에 불과하여 아 직 뭐라고 단정지을 ' 상천기의 말이 끝나기 전에 모용운생의 말이 이어졌다. '하지만 귀선생 북궁소에게서 알아 낸 바에 따르면 그것이 무진 교의 음모일 가능성이 많습니다. 소생의 생각이 틀리지 않다면 그 ....때 희생된 무림고수들은 태반이 무진교의 수하가 되어 있을 것밉 ....니다. "뭐라고?" 모부재 등 세 사람이 동시에 외쳤다. 신산자 상천기가 놀라 물었다. '귀선생 북궁노괴가 아직도 살아 있다는 말이오?" '무진교의 형당당주로 있더군요. 귀선생은 상방주님을 제외하고 ....는 소생이 만난 최고의 고수였습니다.' 이어 모용운생은 오부재와 헤어진 후의 일을 오두 말했다. 모용 ....운생의 말이 끝나자 세 사람은 골을 싸매고 말이 없었다. 신산자 상천기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과연 노부의 추측이 사실이었.귄 노부는 정녕 그것을 믿고 싶 ....지 않았는데' 모용운생이 말했다. = 험澤魂 '그들은 백골문의 강시제조법을 알고 있습니다. 만약 연혼강시 ....까지 그들이 이미 연제 (練製)하고 있다면 천하의 어느 누구도 그들 ....을 막을 수 없을 것입니다. 막을 생각을 말아야겠지요." '변혼강시들까지 생각하지 않더라도 단순히 그들의 실력만으로 도 상대하기가 힘든 것이 현실이외다.' 백초의은 공야치가 말했다. 모용운생이 입을 다물고 있자 신산자 상천기가 입을 열었다. '노부가 알아 낸 바에 의하면 그들은 괴이한 심법(心法) 과 약물 로 수하를 다스리고 있소. 심지어는 인질까지도 사용하여, 덕분에 천하 각처에는 이미 그들의 첩자가 숨어 있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 ....인 것이 현실이오 상천기는 내심 생각을 굴리더니 계속 말을 이었다. '번하의 정세는 이미 그들의 손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오 한데도 우리는 그들의 내심을 전혀 모르다시피 하니 정녕 우환이 아닐 수 없소 더구나, 또다시 강호에 나타난 헐해보도도 그 나 타난 시기가 매우 공교하여 의심을 금할 수 없소." 혈해보도-! 이 신비하고도 공포스러운 이름이 나오자 장중에는 무거운 침묵 만이 감돌 뿐이었다 그들의 장난에 의한 것 '상방주께선 이번에 나타난 혈해보도가 이라고 생각합니까?' 오용운생위 말에 상천기가 대답했다. '단정할 수는 없소이다. 당금의 정세는 매우 복잡하여 한마디로 설명할 수가 없을 것 같소. '그들의 총단이 노산에 있다면 한번 추적해 봄이 좋을 듯합니다 마 '비록 노산이 넓고 깊다지만 분명히 무슨 단서는 찾을 수 있을 冷心無情 22 것이오. 어쨌든 하나라도 단서가 있다면 그냥 넘길 이니까 수가 없는 상황 ' 그거라면 노부가 맡지 조사하는 사람이 없을 테니까... 데는 천하에 노부를 따라올 모부재가 나섰다. 신산자 상천기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러지요. 흑시 그들의 총단에서 필요한 것이 있다면 이형께서 빌려 을 수도 있을 테니' 그 말에 탈천무영신투 모부재는 씩 웃었다. 만약 무진교의 총단 을 발견하게 된다면 빈손으로 나올 그가 아닌 것이다. 상대가 빌려 ....주든 말든 어차피 그냥은 나올 리가 없었다. 입을 열려던 모용운생은 문득 미간을 찡그렸다. 상방주께서 오실 때 몇 명의 수하를 데리고 오셨습니까?' '노부는 이번에 본 방의 정예를 모두 소집했지만 지금 이곳에는 호법 두 명이 와 있을 뿐이오. ' 상천기는 갑자기 말끝을 흐리더니 소리쳤다. '상모가 미처 손님이 온 줄 모르고 마중을 못했군, 이 어떻겠소?' 그만 현신함 그 말이 끝나고 잠시 침묵이 흐르는가 서 음침한 웃음 소리가 들려 왔다. '으흐흐흐' 싶더니. 이내 사당 밖에 모부재와 공야치는 둘 다 아연실색했다 을 전혀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자신들은 누가 온 기척 '노부는 검은 옷을 입은 꼬마를 너라' 찾아왔다. 꼬마는 썩 이리 나오 밖에서 들려 오는 말에 모용운생의 얼굴에는 가벼운 올랐다. 웃음이 떠 224 88 모부재가 어이가 없다는 듯이 투덜거렸다. '어떤 호랑이 간을 삼킨 놈이 저렇게 뒈지지 못해서 발악을 하 는 거지?' 모용운생의 나이가 별로 많지 않지만 그를 꼬마라고 부를 사람 은 강호상에는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모용운생은 이미 천천히 사당 밖으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걷 는 것 같았지만 그 신형은 행운유수와도 같아서 번뜩이는 사이에 이미 사당 밖으로 나가고 있었다. 신산자 상천기도 그 뒤를 따라 밖으로 나갔다. 그의 안색에는 은은히 살기가 서려 있었다. '밖을 지키고 있던 본 방의 두 호법은 그 무공이 결코 약하지 않은데 신호도 보내지 못하고 당했으니 상대의 무공이 범상치 않 은 것 같다 만약 그자가 우리의 말을 엿들었다면 그냥 둘 수 없는 일이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의 존재는 아직까지 강호상에는 비밀스러운 것이라 그 사실이 무진교에 알려진다면 곤란한 일이 일어날 것은 불문가지였기 때문 ....이다. '누가 본 공자를 찾았소? 사당 밖으로 나온 모용운생은 주위를 돌아보았다. '네가 혈해보도를 가지고 있느냐?' 모용운생의 앞에 세 개의 인영이 블쑥 나타났다. 모용운생은 그들이 행색을 흩어보더니 별것 아닌 듯 중얼거렸 다. '천독곡의 삼귀(三鬼)로군 " 세 명의 인영은 보통 키에 검은색 장포를 걸치고 있는데 제각기 허리에 다양한 크기의 주머니를 차고 있었다. 마치 약포를 차린 듯 ....빼폐情 225 이 대롱대롱 매달고 있다고나 할까. 천독삼귀(千毒三鬼)들은 천독곡의 정예고수로서 누구나 그들에 게는 한 발 양보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들의 무공보다 상대하기 ....어려운 것이 지독한 독물이기 때문이다. 천독삼귀는 상대가 자신을 대번에 알아보자 움찔했으나 대단치 않게 여기는 것 같자 대노했다. '네놈은 귀가 처먹었느냐? 감히 어르신네의 물음에 대답을 하지 않고 짖어대다니 뒈지고 싶으냐?' 대귀 (大鬼) 종수(鐘秀}가 으르렁거렸다. 그의 얼굴은 솥바닥 같 ....은 데다가 눈에서는 은은히 녹광(緣光)이 및나니 일반 강호인들이 ....섬뜩해서 한 발 양보할 만했다. 하지만 지금 그가 상대하는 사람은 재수없게도 모용운생이었다 오용운생의 검미가 꿈틀하더니. 그는 담담한 웃음을 떠올린 채 천천히 그들에게 다가갔다. '누가 너회들에게 본 공자가 여기 있다고 가르쳐 주더냐?' 모용운생이 나직한 어조로 물었다 그 나직한 음성에는 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위엄이 어려 있어서 그 앞에 있는 사람을 절로 핍박하는 기세가 있었다. 맨 앞에 있던 대귀 종수는 자신도 모르게 뒤로 한걸음 물러서며 외쳤다. '그 그건 알아서 뭐, 뭐 하느 냐?' 하지만 그는 곧 자신의 실태를 깨달은 듯 얼굴을 붉히더니 거품 을 믈면서 악을 썼다. 눈에서 살기가 번뜩였다. '요런 버르장머리없는 자식 같으니! 감히 누구에게 반말지거리 냐? 야 이놈의 새끼를 그냥' 노기 등등해서 악올 쓰던 대귀 종수는 더 이상 말을 할 수가 없 었다. 2= 8 라 '우악!' 눈앞에 한 가닥 그림자가 번뜩이는 순간에 처절한 비명과 함께 마치 가랑잊 날아가듯 맥없이 나뵘굴고 말았기 때문이다. 뜻하지 않은 광경에 나머지 두 명의 천독삼귀는 대경하여 대귀 종수에게 달려가 그를 부축했다. 그때까지도 그들은 뭐가 어떻게 ....된 것인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하지만 대귀 종수를 부축하니. 그의 왼쪽 뺨에는 손자국이 역력 ....히 나 있고 놀랍게도 아래턱이 완전히 부서져 덜렁거리는 가운데 ....선혈이 낭자한 것이 아닌가, 이귀와 삼귀는 내심 가슴이 철렁해서 모용운생을 쳐다보니 모용 ....운생은 차가운 표정으로 그들에게 한걸음씩 다가오고 있었다. 이 ....귀와 삼귀는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괴이한 공포가 엄습해 옴을 깨 ....닫고는 안색이 창백해졌다. 뭔가 잘못되었음을 깨달은 것이다. 이귀는 자세를 바로잡고 서면서 떨리는 음성으로 다급히 말했 다. '암수를 써서 상해를 입히다니, 그러고도 영웅호걸이라고 할 수 느냐?' 하지만 그러는 그의 신형은 은연중에 진동하고 있었다. 그와 함 있 께 그의 주위에는 보일 듯 말 듯한 아지랑이 같은 붉은 기운이 서 ....서히 일더나고 있었다. 그들의 장기인 독이 전개되는 것이다. 잔뜩 주눅이 들었던 삼귀도 이것을 보더니 용기를 얻어 암중으 로 독을 전개했다. 그들의 독공은 무형무영의 경지에는 이르지 했으나 마침 바람이 모용운생 쪽으로 불고 있었으므로 이것은 늘이 준 절호의 기회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너회들이 쓰는 것은 암수가 아니냐?' 모 차 情 2 모용운생이 계속해 다가오면서 묻자 이귀와 삼귀는 동시에 통쾌 한 듯 대소를 터뜨렸다 '으헤헤" '크크크크으' 이귀가 말했다. '애송이 녀석아! 네 녀석은 조금은 솜씨가 있는 오양인데, 애석 하구나! 네놈은 이미 단흥산(斷코料에 중독되었으니 한 시진 내로 ....핏물이 되고 말 것이다" '핏물을 보지 못해서 애석하겠군!' 싸늘한 모용운생의 말에 득의해 있던 이귀는 안색이 급변했다. 그가 이미 자신의 요에 도달해 있었기 때문이다. 이귀는 상황이 이상하게 됨을 느끼고는 크게 외치더니 전력을 다해 연달아 삼 장을 후려갈겼다. 그의 삼 장은 과연 약하지 않았 ....다. 게다가 그의 장세에서는 고약한 비린내가 일어 평범한 장력이 ....아니라 독장(毒掌)임을 단숨에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신형이 가볍게 번뜩이는 사이에 모용운생은 그 삼장을 모두 피해 내고서 이귀의 면전에 도달해 있었다. 이귀는 모용운생 ....이 일장을 들어 자신의 가슴을 갈겨 오는 것을 보았지만 막을 재간 ....이 없었다. 그가 모용운생이 손을 든다고 느낀 순간에 모용운생의 일장은 이미 그의 가슴을 후려갈기고 있었던 것이다. 퍽 '으악' 또다시 처절한 단말마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동시에 이귀는 붕, 떠서 삼 장 가량 날아가 내동댕이쳐졌다. 이귀의 가슴은 완전 ....히 허물어져 횐 뼈가 드러나 있었는데 저런 상태에서도 살아 있다 ....면 염라대왕이 진노할 것이 틀림없어 보였다. 228 獨칠驚魂 삼귀는 순식칸에 대귀가 인사불성이 되고 이귀가 즉사해 버리자 혼비백산하여 그 자리에 석상처럼 굳어지고 말았다. 모용운생은 그의 앞에서 그를 노려보면서 차갑게 물었다. '누가 너희들을 이곳으로 보냈는지 말하면 살려 주마. ' 삼귀는 자신들이 가장 자랑하는 단홍산을 펼쳐 내었는데도 상대 가 아무렇지도 않은 것 같자 싸울 마음이 예전에 도망가고 말았다 ....'너 . 너는 중독되지 않았단 말이냐?' 짝! '어이쿠' 삼귀는 뺨을 감싸쥐고 비틀거렸다. 피가 터져 나오고 이빨이 부 러져 뺨을 뚫고 튀어나왔다. 치가 떨리는 고통이 그를 엄습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사정을 봐준 것 같았다. 그떻지 않았다면 그 또한 ....대귀의 꼴을 면치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까짓 독이 아무 곳에나 통한다면 천하가 모두 천독곡의 것이 되지 않겠나? 누가 너회들을 이곳으로 보냈느냐?" 모용운생의 말은 매서운 칼날과 같아 상대가 생각할 여유조차 주지 않았다. 삼귀는 부어오른 볼을 움켜잡고서 공포에 질런 표정으로 더듬거 렸다. '우, 우리는 다만 며 명을 받고 움직였을 따름이오' 그의 음성은 완전히 겁에 질려 있어서 처음 나타났을 때와 너무 도 대조적이었다. 신산자 상천기는 사당 앞에서 그 광경을 보고 있다가 나직이 웃 음을 터뜨렸다. '일 막이 끝나가는데 이젠 귀하의 등장시간이 된 것 같지 않 소? "크으하하' 冷心 229 신산자 상천기의 말이 떨어지자 마자 일진 광소(쁘笑)가 터져나 오면서 사당 앞의 휘영청 휘여진 오래된 소나무 뒤에서 한 명의 노 ....인이 걸어나왔다. 그의 등은 마치 낙타와 같이 굽었으며 얼핏 보아 ....도 나이가 육칠십은 된 것 같았는데 가늘게 뜬 눈에는 신광이 번뜩 ....였다. 모용운생은 그 노인을 보고는 담담히 중얼거렸다. '천독타수(千毒料랠) 만공휴(萬公灰)로군' 천독타수 만공휴는 모용운생이 자신을 대번에 알아보자 홈칫했 다. 그는 천독곡 중의 제이인자로서. 삼귀와는 비교할 수 없는 사 ....람이었다. 결코 만만한 존재가 아니라는 말이었다. '과연 견식이 대단하군 본 좌의 추측이 틀림없다면 귀하는 연 전에 강호를 진동시킨 냉심무정 모용운생인 것 같은데?' 모용운생은 냉소할 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천독타수 만공휴는 내심 그가 아니라고 부인해 주길 원했지만 그렇지 않자, 뒷맛이 좋지 않았다. 그만큼 모용운생의 강호에서의 ....비중은 간단한 것이 아니었다. 그 누구도 냉심무정의 존재를 쉽게 ....무시할 수는 없는 것이다. 과연 냉심무정의 이름은 명불허전이오. 본 좌는 감탄했소! 하 지만 개도 주인을 보고 때리랬다고 본 좌의 수하들에게 너무한 것 ....이 아니오?' 그래도 참을 수 없는 듯 천독타수는 모용운생을 노려보았다. '주인이 안 나오니 개라도 패야 나을 것이 아니오?' 모용운생의 이 말에는 풍자가 가득하여 천독타수 만공휴는 내심 노화가 치밀어 목구멍에서 단내가 날 지경이었다. 천독타수 만공휴는 억지로 웃었다. '귀하는 말이 너무 지나치다고 느끼지 않소?' 모용운생이 낭랑히 웃었다. 250 濁어驚魂 '하하하 .' 하늘까지 울리도록 크게 웃은 모용운생은 또박또박 말했다. '본 공자의 어투는 원래가 그떻소. 설사 이곳에 영형(令兄)이 와 있더라도 마찬가지일 것이오!' 그 말에 천독다수의 눈에 살기가 일어났다. 모용운생이 말하는 영형이란 바로 그의 형이자, 당금 천독곡의 곡주인 천독존자(千毒尊者) 만공승(萬公勝)을 일컫는 것이다. 천독 ....존자의 독공은 이미 최상의 경지에 이르러 있었고 그의 나이는 천 ....독타수보다는 이십 세 이상이나 많아 오늘날의 천독타수는 오로 지 그의 후광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니 ....천독타수 만공휴는 그를 아버지같이 존경하고 두렵게 여기는 터였 ....다. 그런데 그까지 모용운생이 들먹거리자 그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모용운생! 보자보자 하니 상투를 든다더니 너무하는구신 네놈 의 재간이 어느 정도나 되기에 그토록 방자하냐?' 천독타수 만공휴는 노호해 일장을 후려갈겼다. 훠!획1 거센 바람 소리가 일어났다. 오용운생은 천독타수의 손바닥이 시커맣게 변해 있고 비린내가 나는 것을 보고 안색이 가볍게 변했 ....다. 삼귀의 독장과는 이미 발동에서 차이가 있음을 한눈에 알아보 ....았기 때문이다. 그는 급히 숨을 멈추며 뒤로 물러섰다. 천독타수 만공휴는 일장이 허탕을 치자 냉소하더니 연달아 삼 장을 후려 내면서 그를 덮쳐 갔다, 천지가 검은빛 장퐁으로 뒤덮이 ....며 역겨운 비린내가 진동했다. 모용운생은 엽저번신 (葉底壽身) 의 수법으로 가볍게 몸올 뒤척이 ....더니 장퐁역(掌風理에서 벗어나면서 잇달아 십여 장을 뻗어 내었 ....冷心無情 231 다. 그러자 러공에 가득 찬 검은멎의 장영은 순식간에 자취를 감추 ....고 말았다. 모용운생은 무슨 생각에서인지 상대의 장세를 흩트리고는 오히 려 한걸음 뒤로 물러났다. 당신의 천독장력(千毒掌力) 은 이제 겨우 구 성을 넘어서고 있 으니 그것으로는 본 공자를 상대할 수 없소." 천독타수 만공휴는 모용운생이 자신의 수련한 천독장의 조예를 대번에 간파해 내자 가슴이 서늘해졌다. 하지만 이 마당에 약세를 ....보일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닙 이 보배로군! 자신이 있다면 무엇 때문에 피하기만 하나?" 모용운생은 냉소했다. '본 공자가 여기 있다고 일러 준 사람이 누군가를 듣고 싶기 때 문이지 ! 누가 당신에게 말해 주었소?" "못한다면?' 천독타수 만공휴의 말이 떨어지자 모용운생이 싸늘히 말했다. '그렇다면 당신은 오늘 이곳에서 영원히 잠들게 될 것이오!' 모용운생은 차갑게 말하면서 천독타수 만공휴에게 다가갔다. 그 의 말의 여운과 행동은 몹시 특이하여 절로 사람의 공포심을 불러 ....일으켰는데, 이것은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천독타수 만공휴는 당금 강호의 유수한 고수 중의 하나였다. 그 는 모용운생의 기세가 몹시 특이하여 자신이 지체한다면 더욱 그 ....의 기세가 사나워질 것을 직감했다. 그렇게 되면 싸우기도 전에 패 ....하게 될 것이 분명했다. '흐흐 음침한 괴소를 터뜨리면서 천독타수의 신형이 한바퀴 빙글 돌았 다, 그러자 획. 하는 매서운 파공음이 들리며 금빛 물체 두 개가 쏜살같이 모용운생에게 쏘아 갔다. 252 獨람澤魂 '홍! 모용운생은 쏘아 오는 것을 단순한 암기 정도로 생각하고는 냉 소하며 쉭, 쉭, 소리와 함께 연달아 두 대의 지풍을 갈겼다. 그리 ....고 그 순간에 모용운생의 몸은 이미 순간적으로 천독타수의 요으 ....로 일 장 가량 더 접근해 있었다. 그때였다. 모용운생의 둥뒤에서 경미한 파공음이 습격해 오는 것이 아닌 가. 천독타수 만공휴에게 덮쳐 가려던 모용운생은 내심 놀라 그것 ....을 보니 그것은 뜻밖에도 조금 전에 지퐁으로 쏘아 떨어뜨렸다고 ....생각한 금빛 물체였다. '아니?' 모용운생이 놀라면서 등뒤로 맹렬히 일장을 후려갈겼다. 한데, 그 금멎 물체는 허공에서 몸을 비틀어 지풍을 피하면서 재차 모용운생에게 덮쳐 드는 것이 아닌가! 알고 보니 그것은 암기가 아니라 금오공(金娛理:금빚지네)이었 다. 그것도 묘강(苗舊 특산의 독하기 이를 데 없는 비천오공(飛天 ....料삥 이었다. 비천오공은 오래된 지네에 날개가 달려 하늘을 날 수 ....있게 된 것이니, 그 무서움은 불문가지였다. 모용운생은 그것의 길이가 이미 네 치 가량이나 되는 것을 보고 안색이 변했다. 비천오공의 길이가 네 치나 된다면 필시 삼백 년 이상 묵었을 것이고 그 독은 비길 바 없을 것이었다. 모용운생은 나지막이 외치며 선전건곤의 식으로 두 마리의 비천 오공을 후려갈겼다. 천두대구식의 위력은 대단하여 어떤 고수도 맥을 못 출 것 같았지만 놀랍게도 두 마리의 비천오공은 그 속을 뚫 ....고 모용운생에게 쏘아 왔다. 움직임이 민활할 뿐 아니라, 그 속도 또한 질풍과 같았다 으하하하. ... 모용운생, 내년 오늘이 너의 제삿날인 줄은 미처 冷心無情 25 몰랐겠지?' 순간, 오용운생의 손에서 금빛이 번쩍였다. 날카로운 파공성이 뒤를 이어 터졌다. 찍 ! 비명 같은 괴이한 외침과 함께 두 마리의 비천오공은 허공으로 윙겨져 올랐다 땅바닥으로 떨어져 버렸다. 비천오공은 제자리에서 빌빌거릴 뿐 또다시 날아오르지도 기어다니지도 못했다. 불가의 절학 법화지가 발휘된 것이다. 천독타수는 이 광경에 크게 놀라고 분노해서 모용운생에게 덮쳐 가면서 외쳤다. '네놈이 감히 노부의 비천오공을 해치다니. 그냥 두지 않겠다' 그가 이 두 마리의 비천오공에 들닌 정성은 실로 간단치 않았 다. 독곡의 사람들은 독물(毒物)에 집착하여 보기 드문 독물에 대 해서는 가족보다 더 애정을 쏟는 판이었다. 수백 년 묵은 비천오공 ....은 구하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길들이는 것 자체가 지난했다. 그 ....가 이 비천오공 두 마리를 길들이기 위해 십 년의 세월을 썼다는 ....것은 그것을 응변하고도 남았다. 그렇게 애정을 쏟았던 두 마리의 ....비천오공이 졸지에 폐물이 된 듯하니 그가 어찌 분노하지 않으랴. ....천독타수가 선불 맞은 멧돼지와 같이 덮쳐 옴을 보자 모용운생 이 냉소를 터뜨렸다. 그리고 천독타수의 눈앞에서 그는 사라졌다. 이얍1' 천독타수는 수많은 싸웁을 줘은 노강호(老江湖)라 할 수 있었 다. 순간적으로 이미 심상치 않은 것을 느끼고는 대갈일성하면서 ....신형을 뒤로 틀면서 일장올 후려갈겨 갔다. 과연 모용운생은 그의 뒤로 돌아가 있었다. 하지만 그는 이미 천독타수가 돌아설 것을 예상한 듯 공중에 떠 254 올라서 그의 가슴을 걷어차 가고 있었다. 그렇게 되자 천독타수의 ....일장은 허탕을 친 꼴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가슴을 오용운 ....생의 발길질에 내민 꼴이 되어 버렸다. 천독타수는 흔비백산하여 쌍장을 가슴 앞에 모으며 흔신의 힘을 기울여 철판교(鐵板橋)의 신법을 전개했다. 천독타수의 몸이 마치 누가 잡아당기듯이 신속하게 뒤로 젖혀지 자 획, 소리와 함께 모용운생의 다리가 아슬아슬하게 그의 가슴을 ....스치고 지나갔다. 직접 맞은 것이 아니라. 경풍이 스처 갔음에도 불구하고 앞에 모은 손가락 하나가 우둑 소리를 내면서 부러져 나갔다. 에 격증되었으면 천독타수는 즉사를 면치 못했을 것이었다. 하지만 아직 안심할 수는 없었다. 모용운생이 허공 중에서 몸을 빙글 돌리는 가운데, 천독타수를 밟아 오고 있었던 것이다. 허공에서 몸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경 ....공법도 놀랍지만 밟아 오는 기세의 무서움은 철판조차도 꿰뚫어 버릴 것만 같았다. 천독타수는 이미 막을 여유가 없음을 깨닫고 전력으로 나려타곤 (1鄕號打漆)의 신법으로 몸을 굴려 갔다. 얼마나 다급하게 전력을 ....다했던지, 굴러가는 그의 몸 주위로 흙먼지가 자욱하게 일어났다. ....'으악!' 처절한 비명이 터졌다. 모용운생은 이미 차가운 표정으로 땅위에 서 있었다. 천독타수 만공휴는 비틀거리며 일어서고 있는데 두 팔이 맥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고통과 참흑함이 한데 어울어진 그의 전신에는 ....흙먼지가 가득하여 그 낭패함은 비길 바가 없었다. 모용운생은 천독타수를 쳐다보며 차가운 음성으로 말했다. '영형 천독존자의 체면을 봐서 두 팔만 제거했다. 이제 당신에 冷心無情 둑5 게 본 공자가 여기 있다고 알려 준 사람의 이름을 말해라!" 모용운생의 어조에는 조금의 여지도 없었고, 한소리마다에 숨막 ....히는 살기가 깃들여 았어 그 앞에 선 천독타수는 자신도 모르게 몸 ....서리를 쳤다. 구류방주 신산자 상천기조차 고개를 저었다. '그는 젊은 나이에 저토록 높은 무공을 닦았지만 과연 이름답게 대단히 잔인하구닌 무인의 견골(肩骨)을 부숴 버리다니, 그럴 바 에야 차라리 죽이는 게 낫지 않겠나. ... 원래 모용운생은 천독타수 만공휴가 나려타곤의 신법으로 몸을 굴려 빠져 나가려 함을 보고는 공증에서 번개같이 그의 한 쪽 어 깨를 걷어찼다. 그의 발길질에 천독타수의 한 쪽 어깨는 여지없이 박살이 났고, 고통에 못 이긴 천독타수는 비명을 지르며 부숴진 어깨 쪽으로 본 ....능적으로 몸을 돌렸다. 그렇게 되자 그가 느끼지도 못하는 사이에 다른 쪽 어깨가 위로 올라오게 되었고 모용운생은 기다렸다는 듯이 허공 중에서 또다시 ....그의 다른 어깨를 걷어찬 것이다. 이 일련의 동작은 너무도 순간 ....적이라 마치 전광석화와도 같았다. '모용운생1 네놈은 과연 악독하구나! 차라리 노부를 죽여라! 천독타수가 한 맺힌 음성으로 처절하게 부르짖었다. 모용운생이 차갑게 웃었다. '원망을 듣고 싶지 않다면 말하는 것이 좋을 텐데? 천독타수는 몸을 부르르 떨더니 의혹 어린 표정으로 그를 보았 다. '원망이라니? 누가 나를 원망한단 말이냐?' 모용운생이 침착하고 낮게 조용한 어조로 다시 말했다 '본 공자는 당신에게 답을 못 듣게 되면 천독곡의 제자들을 당 2 獨논驚魂 신이 보는 앞에서 하나하나 모조리 죽일 테니까." 그 말에 천독타수 만공휴의 안색이 백지장처럼 변했다. 그는 떨 ....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네 네가 감히 모용운생이 가볍게 웃었다. 얼굴이 서리처럼 찼다. 왜, 못할 것 같은가?' 천독타수 만공휴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 마당에 무슨 말을 할 것인가! 강호상에 유전(流轉)되는 냉심 ....무정 모용운생의 명성으로 미루어 볼 때 믿지 않을 수가 없었다 .....능히 그런 짓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니까 감히 말대꾸를 .....할 수가 없는 것이다. 모용운생의 절고(絶高)한 무공으로 만에 하나, 강호상에서 활동 하는 천독곡의 제자들을 모조리 죽이겠다고 한다면 천독곡은 강호 .....에서 활동할 생각은 말아야 할 것이었다. 그런 이유가 있기 때문에 능력이 있는 사람은 함부로 가 없고 서로 원한을 맺지 않으려 하는 것이기도 했다. 건드릴 수 천독타수는 맥없이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는 이를 악물고서 번쩍 고개를 들더니 말했다. '노부가 말하면 본 곡의 제자들에게 독수를 펼치지 않겠는가? 모용운생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천독타수 만공휴는 길게 한숨쉬더니 입을 열었다. 우리는 모용 대협, 당신이 여기 있는 것은 몰랐소 다만 흑의청년에게 혈해보도가 있다는 소문을 들었을 뿐이오.' "그것을 말이라고 하나?' 모용운생이 노기를 띠며 말했다. 천독타수 만공휴가 쓰게 웃었다. '노부가 이 마당에 무슨 배짱으로 거짓말을 하겠소? 지금 태행 따뻐懷 27 산 일대에는 흑의청년이 혈해보도를 가지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 .....여 모르는 사람이 없소. .. . '본 공자가 여기 있다는 것은 어떻게 알았소?' '본 곡의 수하들이 닷신과 비슷한 사람이 이쪽으로 가는 것을 보았다는 보고를 해서 정말이오.' 모용운생은 모든 것이 무진교의 농간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들의 행동은 실로 빠르기 이를 데 없구나' 모용운생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몸을 돌려 구류방주 등에게로 갔다. 천독타수는 한 맺힌 눈으로 모용운생의 뒷모습을 노려보더니 걸 음을 옮겼다. 상대가 누군지도 모르고 섯부른 욕심을 부리다가 두 .....팔만 잃고 만 격이었다. '잠깐' 나직한 외침이 들렸다. 구류방주 상천기가 천독타수 만공휴를 불러 세운 것이다. '무슨 일이오?" 평소 오만하기 이를 데 없던 천독타수 만공휴는 두 팔을 잃게 되자 풀이 팍 죽어 그를 보았다. '본 방의 두 호법은 당신이 독살한 것인가?' 이 말에 천독타수는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그 그렇소만' 구류방주 신산자 상천기는 냉소하며 말했다. '당신이 무고한 본 방의 두 호법을 독살했으니 응당 목숨으로 해결해야겠지만 이미 그 지경이 되었으니. 오늘은 그냥 보내겠소. .....하지만 차후에 천독곡에서 본 방에 다시 시비를 걸어 온다면 이 정 .....도로 끝나지 않을 것이니 명심하시오' 천독타수는 내심 이글거리는 불덩이를 삼키며 눈물을 머금고 돌 28 아설 수밖에 없었다. 신형을 날려 미친 듯이 저만큼 멀어져 가던 천독타수는 돌연 고 개를 돌리더니 물었다. '존가가 말한 것은 어느 방이오?' 구류방주 상천기가 빙긋 웃었다. 구류방이오. " 구류방?' 천독타수는 매우 뜻밖인 듯 중얼거리더니 몸을 날려 갔다. 그의 모습이 숲속으로 사라지자 이내 한 맺힌 외침이 들려 왔다. 모용운생 노부가 반드시 네놈에바 복수하고 말 테다 결코 그 냥 있지 않을 테니 두고 봐라' 천독타수의 말이 점점 멀어져 갔다. 흑시라도 모용운생이 마음 이 변해서 따라올까 봐 전력을 다해 도주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 .....다 '으하하 노독물이 꽁지가 빠지게 도망가면서도 그래도 한 마디는 하고 가는군그래" 여태껏 사당 안에서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던 탈천무영신투 모 부재가 크게 웃으며 나섰다. 백초의은 공야치가 근심스런 표정으로 말했다. '오용대협이 혈해보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이미 소문이 났으 니 매우 성가시게 될 것이오. ' 모용운생은 그의 말에 가볍게 웃었다. 그의 웃음은 매우 특이하므로 같은 남자일지라도 한번 더 쳐다 보게끔 하는 마력이 있었다. 문득 이것을 본 구류방주는 내심 크게 놀랐다. 어디선가 들어 본 적이 있는 듯한 웃음이었기 때문이다. 그때 모용운생이 입을 열었다. 冷心無情 259 '심려 마십시오. 혈해보도가 하나뿐이겠습니까?" '그런데 말이딜 조금 전에 만노괴가 대답을 하지 않았으면 정 말로 천독곡의 독물들을 모조리 쓸어 버릴 작정이었나?' 모용운생의 침착한 대꾸에 모부재가 궁금한 듯 물었다. 그는 그것이 매우 궁금한 듯했지만 모용운생은 회미한 웃음만 지었다 240 88 第 九 공 身 世 之 謙 도용운생은 비운축영의 신법으로 몸을 날리고 있었다. 그는 구류방주 등과 헤어져 며칠 전에 떠나 온 폐찰로 백룡신구 를 찾으러 가는 길이었다. 백룡신구는 그와 한 시도 떨어져 본 적 .....이 없었는데 이번에 피치 못하게 떨어진 셈이었다 획!획 ! 귓전을 스치는 바람 소리와 함께 주위 경물들이 출렁이면서 빠 르게 뒤로 물러나고 있었다. 구류방주의 제의를 사실상 거절하고 몸을 날리고 있는 그의 얼 굴에는 그늘이 서려 있었다. 그가 구류방주의 제의를 거절한 것은 .....여러 사람과 한데 어울리기 싫어하는 그의 성품 탓이라기보다 그 .....의 일신상에 기묘한 내력(꽈歷)이 얽혀 있기 때문이었다. 그의 지난날은 매우 특이했다. 언제나 수심에 잠긴 얼굴을 펴지 못했던 선풍도골의 노인 오용운생은 한 노인의 얼굴을 떠올리고 있었다. 바로 그의 사부 .....쯔心無憎 24 였다. 그러나 정확히 말하자면 사부라고 할 수도 없었다. 그 노인 .....이 모용운생을 제자로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까닭이 무엇 .....인지 모용운생은 지금도 모르고 있었다 그러나 모용운생은 그를 사부님이라 불렀고. 모용운생을 제자로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그 노인은 그가 뭐라고 부르든 그것에 대해 .....서는 상관치 않았다. 누가 보아도 기묘한 관계라 하지 않을 수 없 .....었다 어쨌든 그 노인은 모용운생을 갓난아기 때부터 강호출도 때까지 십구 년 간이나 그를 가르치고 키웠다. 모용운생의 일신 공부는 모두 그에게서 전수받은 것이었다. 그와 같이한 십구 년은 정녕 조금도 쉴틈없이 엄격한 나날들이 었다. 명사(名師)와 훌륭한 재질. 그리고 끊임없는 노력은 삼위일 .....체가 되어 불과 십구 세의 나이에 강호를 질타할 수 있는 보기 드 .....문 일대영웅을 탄생시킬 수 있었다. 어릴 때부터 친구 하나 없이 오로지 책과 검만을 벗삼은 모용운 생이니 자연히 말수가 적어질 수밖에 없었다. 희로애락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을 수 있는 수양은 그러한 가운데 배양되었다. 모든 것 .....을 속으로 생각하다 보니, 가뜩이나 총명절륜한 그는 젊은이답지 않게 그 어느 노강호도 따르기 힘든 심기를 지닐 수 있었다. 이 모든 것들은 기실 모용운생을 키우고 가르친 노인의 의도히 에서 이루어진 것이었으니, 그의 고심이야말로 대단한 것이라 하 지 않을 수 없었다. 냉심무정이란 강호의 기재(奇才) 는 한 노인이 만 십구 년 동안 정성을 쏟아 만들어 놓았던 것이다. 하지만 모용운생은 자신의 사부에 대해서는 단 한 가지도 제대 로 아는 것이 없었다. 그의 사부는 무학과 학문 이외의 것은 아무 .....것도 묻지 못하게 엄하게 단속했기 때문이다. 244 獨뿡驚魂 그렇게 모용운생이 열아홉을 넘기던 해에 사부는 모용운생을 떠 나 보내고 자신도 은거지를 떠났다. '그 어느 누가 묻더라도 사문에 대해서는 밝히지 말고 네 스스 로도 알려고 하지 마라. 일전에 말했던 소수미혼녀를 잊지 말고 찾 .....도록 해라. 그녀는 지금 야심만만한 계획을 진행시키고 있으니 조 .....만간 강호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네가 궁금해 하는 모든 것은 .....네가 소수미혼녀를 없애고 절정검마와 천룡상인을 찾아 내게 된디 .....면 말해 주마. 그러기 전에는 나를 찾지 말고 알려고도 하지 말이 .....라. 떠날 때 한 사부의 말은 모용운생의 궁금증을 더욱 부채질할 뿐 이었다. 그러나 그의 사부는 소수미혼뫼의 무공내력과 그녀의 징 .....단점 등의 필요한 것을 설명해 주고는 모든 것을 소수미혼녀를 없 .....앤 이후로만 미루었다. 지난 일을 생각한 모용운생은 다시 가슴이 답답해졌다. 그는 길게 한숨을 내쉬면서 진기를 돋우어 더욱 빠르게 몸을 날 렸다. 세찬 바람이 그의 얼굴을 치고 지나갔다. 주위 경물들이 쏜 .....살같이 눈앞으로 다가왔다가 멀어졌다. '사부님을 뵈려면 어떻게 하면 됩니까? 이곳으로 다시 돌아오실 겁니까?' 그의 질문에 사부는 고개를 흔들었다. '나를 찾지 마라. 네가 일을 만치면 내 스스로 너를 찾을 것이 다. 네가 어디에 있든 나는 너를 찾을 수 있다.' 한참 주저하던 모용운생은 다시 물었다 '금수도 부모가 있는 법, 제자의 부오님에 대해서는 아직도 말 冷心無情 245 씀해 주실 수 없습니까?" 사부는 미간에 깊은 수심을 떠올린 채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가 길게 한숨을 쉬었다. '그 일은 역시 다음으로 미루자. 네 부모에 대해서는 내가 확실 히 조사한 후. 너에게 오든 것을 말해 주마.' 그리곤 사부는 현재 모용운생이 사용하고 있는 검을 컨네 주었 다. '이 검을 잘 간직하도록 해라. 훗날 절정검마나 천룡상인을 만 나게 된다면 이 검을 보고는 네가 누군지 알고 네게 네 신분을 말 .....해 줄 것이다. 아마도 그 두 사람은 지금 매우 곤란한 처지에 처해 .....있을 것이다. 그들은 너의 삼분의 일의 사부라 할 수 있으니, 만약 .....그들에게 어려운 일이 있다면 적극 돕도록 해라' 그떻게 모용운생은 사부와 헤어지고 강호에 나왔다. 그 뒤 천하를 전전하다시피 헤매고 다니며 수소문을 했지만 사 부가 말한 소수미혼녀에 대한 단서나, 정사쌍존에 대한 소식을 알 .....아 낸 것은 없었다. 그가 강호상에서의 활동을 멈추고 천하의 명승고적을 유람한 딧 은 실제로는 그 일에 대한 단서를 찾아헤맨 연장선에 불과했다. 그 .....리고 이제 마침내 그의 앞에 무진교라는 신비세력이 모습을 드러 낸 셈이었다. 오용운생의 눈앞에 어느새 예의 궤찰이 들어왔다. 따라서 그의 생각도 증단이 되었다. 하지만 그의 입가에는 담담 한 미소가 흐르고 있었다. 그것은 자신감에 가득 찬 것이었고, 그 .....의 두 눈에서는 불길이 타오르고 있었다. 아직까지 그가 알고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것과 같았다. 246 8 하지만 일단 단서가 나타난 이상. 천하에 그가 풀지 못할 문제 는 없었다. 그에게는 용솟음치는 투지와 강철 같은 의지. 그리고 .....얼음 같은 냉철함과 절세의 지혜가 있는 것이다. 그가 구류방주와의 협력에 동의하면서도 같이 행동하기를 거절 한 것은 그만한 자신이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휘-익. 궤찰에 도달한 모용운생의 입에서 용트림하는 것 같은 우렁차고 .....드높은 휘파람 소리가 터져 나왔다. 동시에 그의 몸은 한 가닥 바 .....람을 휘몰며 절간의 무너진 담장 위로 올라서고 있었다. 히히헝 - 절의 뒤쪽에서 말의 울음 소리가 들려 왔다. 그 소리를 들은 모용운생은 희미한 웃음을 띠며 맑은 휘파람 소 리와 함께 절의 뒤쪽으로 몸을 날렸다. 그의 소리를 들은 백룡이 .....달려올 것이니 그가 가면 중도에서 반가운 해후를 할 수 있을 것이 .....기 때문이다. 현재의 그에게 있어 백룡은 유일한 친구라 할 수 있었다. 이히히헝 - 다시 한번 말의 울음 소리가 들렸다. 모용운생의 안색이 가볍게 변했다. 보통 때 같으면 백룡신구는 모용운생의 휘파람 소리를 듣는 즉 시 날듯이 발굽을 모아 달려을 것인데 그떻지 않는 것이 아닌가? 더구나 저 울음 소리는 평소의 맑고 기운 찬 백룡의 것이 아니었 다. 오용운생의 몸이 몇 번 오르락내리락하는 사이에 그의 신형은 이미 백룡신구의 울음이 들려 온 절 뒤쪽에 도착했다. 절의 뒤쪽으로는 승방 몇 개와 주방이었던 듯싶은 곳이 있었는 데 절반은 허물어졌고 사방에는 잡초가 무성하여 황폐함이 전원보 .....冷心無情 247 다 횔씬 더했다. 성스러운 절간이 마치 귀신의 놀이터가 된 것 같 .....은 느낌이었다. 사방을 쓸어본 모용운생의 눈에 진동이 일어났다. 놀랍게도 주방인 듯싶은 곳에 백룡신구가 매어져 있는 것을 보 았기 때문이다. 백룡신구는 모용운생을 보자 길게 부르짖으며 연신 땅을 박차고 있었다. 백룡신구는 보통 말과 달라서 웬만한 기둥에다 고삐를 매 .....어 놓아도 마음만 먹으면 고삐를 끊거나 기둥을 뽑고서라도 달릴 .....수 있었다. 그런데 다 쓰러져 가는 기둥에 묶억 있는데도 꼼짝을 .....못하니 필시 무슨 이유가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모용운생이 낭랑히 외쳤다. '누가 본 공자의 말에 욕심이 있는가?' 사방은 이따금 나뭇잎이 스치는 소리만이 들릴 뿐 그야말로 쥐 죽은듯 조용했다. 잠시 서서 기다리던 모용운생은 돌연 백륭신구에게 걸야가기 시 .....작했다. 그의 한걸음 한걸음은 내가의 신법을 응용한 것이.라 굳이 .....신법을 전개하치 않아도 거의 일순간에 백룡신구의 면전에 도달할 .....수 있었다. 그가 고삐를 끌러 쥐자, 백룡신구가 푸르륵거리며 반가운 듯 얼 굴을 모용운생에게 비벼댔다. 백룡의 머리를 가볍게 두드려 준 모 .....용운생이 말을 끌고 후원을 벗어나도 아무런 동정이 없었다. 상대가 아무런 동정이 없는 것은 괴이한 일이었다. 백룡을 묶어 놓기 위해서 굳이 이런 짓을 했다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는 일이기 .....때문이다. 모용운생은 미간을 칭그렸지만 아무런 내색을 하지 않고 고뻐를 248 獨贊驚理 잡은 채 백룡신구의 등에 올라타려고 했다 그때였다. '잠깐!' 낭랑한 목소리가 들려 왔다. 매우 아름다운 목소리였다. 심산계 곡에 맑은 물이 부딪히면서 홀러가는 듯한 여인의 음성이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폐찰에서 갑자기 뮴려 온 여인의 음성에 의 흑을 느껴서라도 고개를 돌려 보았으리라. 하지만 모용운생은 그 목소리를 듣지 못한 듯 그대로 백룡신구에 오르려 했다. '홍! 귀하가 그 말의 등에 올라타고 나면 아마 후회해도 때가 늦을걸요? 싸늘한 여인의 빈정거림이 들려 왔다. 모용운생은 움찔하더니 천천히 몸을 돌렸다. 하지만 그는 이미 그 목소리의 주인공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는 침착했다. 듯 고정된 눈빚은 '그건 무슨 뜻이오? 모용운생의 등뒤 오 장 가량 떨어진 곳에는 커다란 노송이 한 그루 서 았었다. 한 아름은 될 듯한 노송은 세월의 흐름을 말하듯 .....이 우람하고 고색창연했다. 그 노송의 밑에는 한 소녀가 살짝 윗몸을 기댄 채 서 있었다. 그녀는 온몸에 맑고 깨끗한 옥색의 나삼을 걸치고 있었는데. 아름 .....답다기보다는 고귀한 느낌이고 깨끗한 기품이 서려 일신의 옥색나 .....삼이 매우 잘 어울렸다. 한 가닥 불어오는 바람에 옥색나삼을 펄럭이며 노송의 아래에 기대듯이 서 있는 그녀에게는 마치 선녀와도 같은 탈속(脫俗)한 기 .....품이 느껴졌다. 다만 한 가지 애석하다면 사람을 빨아들일 것 같은 맑은 눈동자 에 얼음처럼 차가운 빛이 서려 있는 것이라 할까. 하지만 그것조차 .....冷心無情 249 그녀에게는 흠이 되기보다는 오히려 그녀를 고결(高潔)하게 보이 게 만들고 있는 듯했다. 그녀의 눈과 마주친 모용운생은 가슴 깊은 곳에서 묘한 느낌이 일어났다. 그것은 어쩌면 한번도 느껴 보지 못했던 그런 느낌인 것 .....같기도 하였다. 반면에 옥색나삼의 소브는 모용운생의 눈과 마주치자 마치 감전 된 것같이 가슴을 치는 무엇을 느끼곤 암암리에 신음했다. =녀의 나이 스물이 되도록 남자를 보고 이런 느낌을 받은 적이 없었넌 것 .....이다. 그때 꼬용운생의 말이 다시 들려 왔다 소생의 말이 들리지 않소?' 그 말에 그녀는 내심 깜짝 놀라서 정신을 차렸다, 자신의 실태 를 깨달은 그녀는 이내 원래의 신색을 회복하곤 별빛 같은 눈망울 .....로 모용운생을 쳐다보았다. '그 말은 공자의 것인가요?" 모용운생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본 그녀는 냉소했다 '보아하니 무림인인 것 같은데, 어떻겔 그떻게 조심성이 없지 요? 만약 내가 말리지 않았다면 지금쯤 당신은 죽어 가고 있을 거 .....예요.' 모용운생의 안색이 가볍게 변했다 백룡신구의 안장을 훌어보니. 과연 안장에는 암계가 있었다. 안 장 위에 올랐을 때 닿는 좌우 환도혈(還挑穴) , 엉덩이가 닿는 곳에 .....보일 듯 말 듯한 가는 침이 커꾸로 박혀 있었다. 만약 그대로 앉았 .....다면 오용운생은 틀림없이 그 침에 찔리고 말았을 것이다. 가볍게 인상을 찌푸린 모용운생은 손으로 안장을 탁 쳤다. 그러 자 안장에 박혀 있던 침 두 개가 잡아당겨지듯 형겨 나왔다. 침끝 .....에는 희미한 남멎이 번들거렸다. 250 獨환驚魂 모용운생은 그 침을 보더니 증얼거렸다. '절독구음침(絶毒九陰針)이로군!' 말소리는 놀라는 것 같지만 그의 태도에서 놀란 표정은 발견할 수 없었다. 그리고 기실 그는 이미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다만 .....이러한 수작을 부린 자들을 끌어 내기 위해 백룡신구에 타려는 시 .....농을 했을 뿐이었다. 옥색나삼의 소녀가 수작을 부린 자들과 관계가 오히려 그의 의도를 훼방 놓은 꼴이 되는 것이다. 조금 애매했다. 없다면 그녀는 상황은 그렇듯 모용운생은 그녀를 보면서 다소 부드러운 어조로 물었다. '소저는 어떻게 여기 암계가 있는 줄 아셨소?' 그녀는 가볍게 웃더니 말했다 나를 의심하는 것인가요?" 모용운생이 대답 대신 희미하게 웃음을 떠올렸다. 그의 웃음은 알다시피 기이한 마력이 있다. 옥색나삼의 소녀 또한 면 가슴이 흔들리는 것이 예외는 아니었다. 그 웃음을 보 그녀는 슬쩍 고개를 틀어 그 웃음을 외면하면서 말했다. 이곳을 지나던 길에 웬.홍의인들이 이 말과 실랑이를 하는 것 을 보고 흥미가 생겨서 상황을 보고 있었어요." 더 이상 말을 듣지 않아도 그녀의 말이 무슨 뜻인지는 알 수 있 었다. 무진교의 짓이리라. 그들은 어디로 갔소?' 저쪽으로 사라지더군요.' 그녀가 서쪽 방향을 가리켰다. 모용운생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돌연 뚫어질 듯 그녀를 주시했다. 모용운생의 두 눈에서는 금석이라도 꿰뚫을 것 같은 광 .....채가 번뜩이고 있어 사람의 폐부로 파고드는 듯했다. 必남請 51 나삼의 소녀는 자신이 발가벗고 그 앞에 서 있는 것 같은 느낌 을 받았다. 공연히 가슴이 두근거렸다. '실로 무서운 눈멎이구나1' 암암리에 고개를 흔든 그녀는 싸늘한 눈빛으로 모용운생을 마주 쏘아보았다. '왜 그런 눈으로 날 보는 것이죠?' 그녀의 음성은 매우 노기를 띠고 있어 싸늘했다. 원래 모용운생은 그녀를 의심했다. 이런 수작을 무진교에서 부 렸다면 아무런 결과도 보지 않고 이곳을 떠날 리 없을 텐데먹기 에는 그녀말고는 다른 사람이 있는 것 같지 않았던 것이다. 게다가 그녀의 기품은 일반 무림여인들꽈는 다른 데가 있었다. 어떻게 보면 무공을 익히지 않은 여인과 같았지만 모용운생은 이미 그녀가 간단치 않은 무공의 소유자임을 간파해 냈다 '한 가지 생각난 일이 있어서 불쾌하게 했다면 ;11.9. 소저의 도움에 감사드리오. 실례지만 방명을 물어도 되겠소?" 옥색나삼의 소녀는 냉소했다. '자신의 이름을 먼저 밝히는 게 예의가 아닐까요?' 모용운생은 담담히 대꾸했다. 그렇군1 실례했소이다. 소생은 소저가 이미 나를 알고 있는 줄 알았소. ' 그의 말은 어떻게 들으면 매우 무례한 듯했지만 기실 그 속에는 모용운생의 날카로운 기지가 번뜩이고 있었다. 그 말에는 묘한 도 .....발의 뜻이 담겨 있어서 상대의 반응이 이상하다면 그녀는 속셈이 .....있어서 이곳에 나타난 것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모용운생의 말에 다른 뜻이 있음을 모르는 듯 얼 .....굴에 은은히 노기를 떠올리며 날카로운 음성으로 말했다. 알다니? 내가 어떻게 당신을 안다는 말예요? 당신이 무슨 무림 .....252 獨뿔驚魂 의 명숙(名宿)이라도 된다는 말인가요? 모용운생은 쓰게 웃었다. 그의 일편 고심은 아무런 효과를 거두 .....지 못했던 것이다. '미안하오. 소생의 무례가 매우 컸소! 소생의 이름은 모용운생 .....이라고 하오' '모용공자의 이름은 매우 귀에 익은 듯한데, 갑자기 생각이 나 .....지 않는군요 내 이름은 하약란(何若蘭)이라고 해요.' 그녀는 생각이 날 듯 말 듯한지 아미를 살짝 찡그렸다. 바로 그때였다., '하하하 모용대협은 당금 천하의 무림삼영 중의 우두머리인 데 어찌 귀에 익은 이름이 아니겠나?' 어디선가 호탕한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 웃음은 큰 종을 울리 .....듯 우렁차서 음성을 발출한 사람의 공력이 매우 심후함을 응변하 .....고 있었다. 모용운생이 고개를 돌리니, 요쪽의 숲속에서 깡마른 한 사람이 걸어나오고 있었다. 그 사람의 키는 칠 척 가까이나 되었고 등에는 .....길다란 장도를 메고 있었다. 장포를 걸친 그의 말상의 긴 얼굴에 자리한 눈에서는 신광이 번갯불처럼 번뜩였다. 나이는 육십대쯤인데, 확실치 않았다. 그리고 그의 뒤에는 두 명의 노인이 따라오고 있었다. '패도푸적(舊刀無料 비충소(資껴零)로구나. 보아하니 곡의 인물들이 모두 강호에 나타난 것 같군 삼장. 사 모용운생은 나타난 사람을 알아보고 가볍게 놀랐다. 패도푸적 비층소는 바로 강호삼장(江湖三莊) 중의 하나인 비룡 장(飛龍莊)의 장주로서 그의 삼십육식 비룡도법(飛龍刀法) 은 매섭 .....기로 유명했다. 그렇다면 뒤에 오는 두 노인은 비룡장 이대에 걸친 .....가복(家懷)인 비룡이로(飛龍二老)임에 틀림없을 것이었다. 짜꽈牆쩌 쎄 모용운생이 아무 말도 않고 서 있자 하약란은 가볍게 눈살을 찌 푸리며 앵두멎 입술을 열었다. '선배께서는 뉘시지요?" 비룡장의 장주인 패도푸적 비충소는 호탕하게 껄껄 웃으며 모용 운생을 가리켰다. '아마도 모용대협은 노부가 누군지 알 것 같은데 직접 물어 보 지?' 모용운생은 패또푸적 비층소가 자신을 하지만 그는 모르는 척 하약란에게 말했다. 찾아온 것을 짐작했다. '하소저께서는 이곳에 볼일이 있소?' 하약란은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모용운생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녀를 스쳐 지나 걸음을 옮겼 다. 그러자 하약란의 얼굴에는 기이한 멎이 떠올랐다, 그러더니 그 .....녀도 모용운생의 뒤를 따랐다. 그녀는 매우 총명하여 모용운생이 자신에게 질문한 뜻을 다음 순간에 알아쳤던 것이다. 패도무적 비층소는 모용운생이 자신을 돌아보지도 않고 떠나가 려 하자 크게 노했다. 당금 강호의 일전이가삼장사곡의 위세는 능히 구대문파와 어깨 를 나란히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신분의 비룡장주를 모용운생 .....은 무시하고 떠나려 하고 있는 것이다. 깡마른 비룡장주 비층소의 눈에 살기가 스쳐 갔다. 획휘익 - 그 순간. 옷자락 날리는 파공음이 들리더니 모용운생의 앞에 두 개의 그림자가 내려섰다. 비룡이로였다. 모용운생과 그들과의 거리는 대략 이 장 정도, 그들의 완고한 표정을 굳이 보지 않아도 속셈은 분명했다. 2 하지만 모용운생은 가는 속도를 줄이지 않고 침착히 말했다. 비장주, 이 두 사람을 불러 가시오." 패도무적 비층소는 모용운생의 조용한 음성 속에 상승의 내공이 함유되어 있음을 깨닫고 안색이 조금 변했다. 그러나 그는 이내 껄껄 웃으며 말했다. '모용대협. 그 두 사람은 본 장의 이대에 걸친 가신 (家臣)이라 본 장주도 마음대로 할 수 없으니 양해하시게.' 패도무적 비층소의 말에는 다분히 도발의 다. 네가 실력이 있으면 뚫고 가라는 것이다. 뜻이 포함되어 있었 모용운생의 얼굴네 싸늘한 웃음이 떠올랐다. '모용 아무개의 냉심무정이란 외호는 오다가다 오1' 얻은 것이 아니 모용운생의 말에는 어느새 진한 살기가 퐁기고 있었다. 말하는 도중에도 거리는 계속 좁혀져서 그와 비룡이로의 거리는 이제 겨 .....우 육칠 척에 불과했다. 패도무적 비층소는 불길한 예감을 느꼈다. '설마 그들은 무공이 나에 비해 별로 약하지 않은데 아뮤리 냉심무정이 강하다 해도 그토록 쉽게 당할까?' 생각은 그렇게 했지만 불길한 예감은 어쩔 수 없었다. 다음 순간에 그의 신형은 시위를 떠난 화살인 양 허공으로 솟구 .....쳐 올랐다. 바로 그가 명성을 얻고 있는 비룡신법 (飛龍身法)이었 .....다. 곤륜파의 진산절예(鎭山絶藝) 중의 하나인 운룡대팔식(雲龍大 .....八式)에 비해 손색이 있을는지는 모르지만 그 절학의 대부분이 산 .....실된 지금은 그에 못지않는 신법으로 공인받는 것이 바로 비룡신 .....법이었다. 그와 거의 동시에 비룡이로가 일제히 호통을 치면서 모용운생에 .....게 덮쳐 갔다. 그들의 무기 또한 칼[??= 이었으므로 삼엄한 도광이 .....冷心無情 55 산처럼 일어나 금방이라도 모용운생을 난도질할 것 같았다. '홍1' 모용운생에게서 냉소가 터져 나왔다. 동시에 심상치 않음을 느낀 패도푸적 비충소가 허공에서 외치며 모용운생에게 덮쳐 내렸다. '모용대협, 사정을 봐주시게1' 찰나 모용운생에게서 허공 가득히 장세가 일어났다. 순간적으로 장세와 도세가 맞부딪쳤다. 폭음이나 굉음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 랴 모용운생의 신형이 비룡이로의 장세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윽! "'앗!' 뒤이어 비명과 놀람에 찬 외침이 줄을 잇듯이 터지며 도광과 장 세가 씻은 듯이 사라졌다. 뎅그렁! 장도 하나가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떨어졌다. 비룡이로 중의 하 나가 팔뚝을 감싸쥐고 고통스런 표정으로 뒤로 물러나 비틀거렸 다. 무인에게 있어 무기를 놓친다는 것은 상황의 끝을 의미했다 .방금 떨어진 칼은 바로 그가 떨어뜨린 것이었다. 그리고 약 오 척 가량 떨어진 곳에 비룡이로 증의 다른 한 사람 .이 장도를 쥐고서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 쩔썰매고 있었다. 그 앞에는 모용운생이 예의 침착한 모습으로 우뚝 서 있었고. 그의 내밀어진 한 손에는 그 사람의 장도 끝이 쥐어져 있었다 장도를 쥐고 쩔쩔매고 있는 비룡이로의 등뒤에는 패도무적 비충 .소가 놀란 표정으로 서 있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승부가 난 것이다. 오용운생은 역기층혈대법으로 발생한 기력을 경맥 안으로 받아 .들인 후, 그 무공이 실로 한시가 다르게 진보하고 있었다. 지금 그 .....256 濁고澤魂 의 무공은 전에 비해 오륙 성 정도는 더 높아져 있는 상태였다. 그 .....러한 상황에서 비룡이로가 그를 당할 수 있을 리 만무했다. 비룡이로의 도세가 덮쳐 오는 순간에 오용운생은 전광석화와도 같은 수법으로 한 명의 곡지혈(曲池穴)을 후려갈겨 격퇴시키고 동 .....시에 다른 한 명의 도세를 저지하였다. 그의 도세가 멈칫하는 찰나에 모용운생은 그 장도의 끝을 잡고 서 신형을 돌리면서 패도무적 비층소가 덮쳐 오는 곳으로 잡아당 .....겼다. 장도를 쥔 비룡이로 중의 노대는 공격하던 탄력으로 모용운 .....생이 잡아당기는 대로 끌려갈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되자 패도무적 비층소의 앞에는 우군이 되어서 공세를 멈추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모용운생은 일초이식으로서 무림의 일류고수 세 길을 막는 격이 명 중 한 명을 부상시키고 두 명의 손을 묶어 놓은 셈이었다, 나타난 결과를 보고 생각하기에는 쉬운 것 같으나 실제로는 순 간적인 판단력과 그에 따른 동작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일인지라. .....이 일은 결코 쉽게 되는 것이 아니었다. 뒤에서 그 광경을 본 하약란의 얼굴에도 놀람의 빛이 떠올랐다 바로 그때. 모용운생이 냉랭히 웃더니 잡고 있던 장도를 놓아 주었다. '아차!' 창졸간에 장도를 잡혀 놀랍고도 당황하여 전력을 다해 장도를 잡아당기고 있던 비룡이로 중의 노대는 갑자기 모용은생이 장도를 .....놓아 주자, 중심을 잡지 못하고 비틀거리면서 뒤로 칠팔 보나 물러 .....서서야 겨우 몸을 가누었다. 이 광경을 본 패도무적의 얼굴이 푸르락붉으락하였다. 그는 크게 심호흡을 하더니 부상을 입은 비룡이로인 도(飛龍刀)에게 물었다. 노이 비룡 冷心無情 257 '니노. 상처가 어떻소이까?' 비룡도는 일그러진 안색으로 대답했다. '죄송합니다, 장주! 이쪽 팔은 아마도 사용하기 힘들 것 같습니 다.' 이 말을 듣자 패도무적 비층소는 돌연 미친 듯이 웃어댔다. '와하하하' 그는 광소를 터뜨리고 있다가 모용운생이 또다시 걸음을 옮겨 자리를 떠나려는 것을 보고 대노했다. '모용운생 본 장주는 너의 명성을 생각하여 나이 어린 너를 평 배로 흉허물없이 대했거늘, 본 장주와 무슨 원한이 있다고 이런 독 .....수를 쓰는 것이냐?' 모용운생은 신형을 움직여 그의 요을 막아 선 패도무적 비층소 에게 여전히 담담한 음성으로 말했다. '본 공자는 이미 그들에게 비키라고 말했소. 그럼에도 듣지 않 았으니 그 죄가 죽어 마땅하지만 장주의 얼굴을 보아 그 정도로 그 .....친 것이오" 패도푸적 비층소는 노기 어린 음성으로 외쳤다. '냉심무정이 가는 길은 모두가 쩔쩔매면서 물러나야 되겠군! 천 하는 넓고도 넓은데 그 앞을 막는 사람이 없을 줄 아는가?' '아하하하' 모용운생이 나저막하게 웃었다. 패도무적 비층소는 그 웃음 소리에 한 가닥 내경이 실려 있어서 기혈이 진동됨을 느끼고 안색이 변했다. 니 녀석의 무공이 이미 이기상인 (以氣傷八) 의 경지에 이르렀다 는 말인가?' 모용운생이 웃음을 멈추었다. 그리고 그는 가슴을 펴고 한 자 한 자 또박또박 말했다. 258 濁쯔驚魂 '당금 천하에서 내가 가고자 한다면 누가 감히 내 앞길을 막을 수가 있을까?" 모용운생의 이 말은 일견 오만방자하기 짝이 없어 광망(틴훗)스 럽기까지 했지만, 그 말이 그에게서 나오자 그의 태도와 잘 어울려 .....실로 위세가 당당했다. 패도무적 비충소는 모용운생의 말 한마디마다 무형의 기세가 서 려 있어 하마터면 위압당할 뻔한 자신을 느끼곤 내심 깜짝 놀라서 .....38?='1 =. '광여스럽기 그지없구나! 본 장주가 네 효을 막는다면?' 모용운생은 고개를 천천히 저으며 말했다. '당신에게는 아직 자격이 없소' 이 말을 듣자 패도무적 비충소는 머리통에 열 (熟)이 올라 머리 카락이 모조리 타버릴 만큼 대노했다. '뭐, 뭐라고?' 冷넌넙터촘 259 第 十 2 무 咸 震 武 林 빕 등궁대 무럼을 위진하는 무림삼장 중의 하나인 비룡장' 그 비룡장의 장주. 패도푸적 비층소에게 자격이 없다고 호언하 고 있으니 듣는 사람은 일방 기가 질리고 또 일방 어이가 없었다. .....너무 광오한 것이다 그러나 천하를 오시(傲理하는 태산과 같은 그의 기개는 절로 사람을 감탄케 하는 묘한 데가 있었다. 기이한 것은 그논한 그의 .....말이 그의 독특한 분위기와 어울려서, 미친 소리라기보다는 마치 .....사실인 것처럼, 당연한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었다. 패도무적 비층소의 얼굴이 시렴겋게 달아올랐다. 이런 모욕을 받고 그대로 있었다는 소문이 강호에 퍼진다면 이 후로 비룡장은 천하에서 고개를 들지 못할 것이 틀림없었다. 스르릉- 천하에 패도무적이란 이름이 있도록 한 비층소의 비룡도{飛龍 刀)가 칼집을 벗어났다. 그의 비룡도는 길이가 넉 자 세 치나 되 .....는 데다가 무게만도 일흔둥 근이나 되어 얼핏 보기에는 장대와도 .....冷心無情 26 같았다. '모용운생! 본 장주가 네놈의 그 건방진 콧대를 꺾어 주마, 병 기를 들어라' 모용운생이 냉랭히 웃었다. '비장주, 귀하는 본인의 콧대를 꺾으러 온 것이오?' 이 말은 가시가 돋혀 있어 패도푸적 비층소는 내심 가슴이 뜨끔 .....어찌 간단한 했다. 그러나 그 또한 칼끝에서 생활한 지 사십여 년, 사람이겠는가? 그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 냉소했다. '모용운생. 병기를 뽑지 않았다가 후회하지는 마라 동시에 패도푸적 비층소는 수중의 비룡도를 크게 휘둘러 오용운 .....생을 베어 갔다. 귀청을 찢는 파공음이 무섭게 일어났다. 횡단무산 .....(橫斷巫山)의 일초였다. 이것은 가장 평범한 것이었으나 패도푸적 .....비충소가 펼치게 되자. 그 기세가 굉장한 데다 무섭게 빨라 허허실 .....실의 묘(妙)가 있었다. 모용운생이 움직이기만 하면 비층소의 비룡도는 변화를 부리게 될 것이었다. 하지만 오용운생은 그 비룡도의 가공할 기세를 보지도 뭇한 듯 이 그대로 있을 뿐이었다. 그러자 패도무적의 비룡도는 원식을 변 .....하지 않고 더욱 무섭게 날아들었다. 노리는 곳은 모용운생의 허리 .....춤. 그대로 있다가는 그야말로 일도양단이 될 판이었다. 오죽했으면 그 광경에 하약탄이 놀라 입을 틀따꽉았을까. 하지만 비층소의 비룡도가 모용운생의 허리와 겨우 반 자 가량 남겨 놓았을 무럽, 모용운생의 몸이 갑자기 바람에 날리는 낙엽인 .....양 둥실 뒤로 물러났다. 바로 부신수형의 신법이었다. 26 = 패도푸적 비층소는 이것을 보고 놀란 멎을 떠을렸다. 하지만 이 내 벼락같이 외치며 허공으로 차고 날아오르며 모용운생에게 덮쳐 .....갔다. 드디어 그의 절학인 비룡도 삼십육식이 펼쳐지기 시작한 것이 다. 그의 비룡도는 무서운 파공음을 터뜨리면서 모용운생에게 덮 .....쳐 갔다. 그의 비룡도는 패도(覇刀)라는 별칭이 있을 만큼 결코 쉽 .....게 볼 것이 아니었다 일반적으로 비룡도와 같이 무거운 장도를 쓰는 데에 있어서는 반드시 안정이 필요하므로 패도무적 비층소처럼 몸을 공중으로 띄 .....우는 것은 자살행위와 다름이 없었다. 하지만 그러기에 그의 패도 .....는 그만큼 무서운 것이다. 남의 단점을 장점으로 취할 수 있다면 .....실력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자의 비룡도법은 과연 쓸 만하구나!' 모용운생은 내심 생각을 굴리면서 허공으로 솟구쳐 을랐다. 비층소의 비룡도법은 허공에서 남의 힘을 빌려서 연속적으로 사 .....용하는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일단 격돌이 일어나면 비충소의 비 .....룡도는 진기를 돌릴 틈을 얻게 되고 그렇게 되면 그의 공격은 끝없 .....이 이어지게 될 것이었다. 그것을 안 모용운생이 허공으로 떠오름을 보자. 비층소도 모용 운생의 속셈을 짐작하고는 한소리 부르짖음과 동시에 비룡도로 휘 .....둘러 모용운생의 머리를 쪼개려 들었다. 그 공격을 피하든 맞서든. 모용운생은 도리없이 땅으로 내려서 야 되고 그렇게 되면 공격의 주도권은 비충소에게 돌아가게 될 것 .....이다 . 하 -앗" 모용운생의 외침이 터져 나왔다. 동시에 그의 몸이 반호{우) 를 그리면서 비룡도를 피해 냄과 껴心無捨 365 동시에 오히려 비층소의 옆구리의 일월혈(日月穴)을 노리고 일장 .....을 뻗어 냈다. 모용운생의 장세가 폭퐁과 같이 쏟아지고 비층소의 비룡도가 신 .....뢰 (迅雷)와 같이 허공을 가르면서 움직였다. 얼핏 보아 백중지세인 .....듯하였으나 오용운생이 맨손임을 감안한다면 우위는 그에게 있다 고 할 수 있었다. 하약란은 그들이 허공에서 거의 이십여 합이나 싸우면서도 땅으 로 내려서지 않는 것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과연 강호삼장이란 이름은 그냥 얻어진 것은 아니로구나! 그러 나 그러한 고수를 상대로 저떻게 싸울 수 있는 모용공자의 무공은 참으로 놀랍다 대체 그의 신분은 무엇일까?' 모용운생을 쳐다보는 하약란은 자신의 심정에 미묘한 변화가 일 고 있음을 아련하게 느끼고 있었다. 기실 그것은 당연한 일일 수밖 .....에 없었다. 건강한 남성이 아름다운 여성을 보고 매력을 느끼듯 이 '안 돼! 내가 이럴 수는. 아니!' 뭔가 묘한 소리를 중얼거리던 그녀는 갑자기 대경실색하여 짤막 한 비명과 함께 급급히 뒤로 물러섰다. 앞쪽의 풀 속에서 기이한 은및 광채가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것 을 본 것이다. 뱀이었다. 그것도 남황(南荒)에서만 볼 수 있는 은 .....선사(銀線蛇}였다. 이곳과 남황과는 거의 칠팔천 리 이상이 떨어져 .....있었다. 그런 거리에 그곳의 뱀이 나타냔 것은 괴이하기 이를 데 없는 일이다. 그때 모용운생과 비층소는 한바닿 격돌을 하고 제각기 옷자락을 펄럭이면서 갈라져 내리고 있었다. 모용운생은 하약란의 비명에 은선사를 발견하곤 내심 가슴이 진 동되었다. 2 獨뿡驚魂 '이제 보니 만사곡(萬蛇谷)에서도 온 모양이군! 누가 왔을까?' 만사곡은 장춘곡(륜?谷). 백수곡(百獸谷) 그리고 천독곡과 더 불어 무림사곡으로 불렸으며 무림사곡의 위세는 삼장이나 이가보 다 더했다. 그들에게는 삼장, 이가에는 없는 제각기 독특한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내심 모용운생의 무공에 크게 놀라고 있던 패도무적 비충소는 하약란의 놀란 외침에 뱀을 보고는 대번에 누가 왔는지 알았다 '애형이 오셨소?" '흐흐' 그의 외침에 음침한 괴소가 터지면서 한 사람이 나타났다. 그의 나이는 대략 칠십쯤 된 것 같은데 세모꼴의 눈은 날카롭기 그지없 .....고 비층소와는 대조적으로 키가 다섯 자가 좀 넘는 오척단구에 불 .....과했다. 그리고 일신에는 괴이하게 번들거리는 청의를 입었는데 놀랍게도 머리와 허리 등 전신에는 기괴한 모양을 한 독사가 칭칭 .....감겨 있었다, 모용운생은 그를 발견하자 내심 가슴이 뜨끔했다. '이미 이십 년이나 강호에 나타나지 않았다던 만사지존( 萬蛇至 尊) 애무기 (어無忌)가 나타난 것 같군!' 만사시존 애무기는 바로 만사곡의 곡주였다. 만사지존 애무기는 패도무적 비층소에게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아는 척을 하곤 알아듣기도 힘든 심한 남만 사투리로 음침학게 입 .....을 열었다. '네가 혈해보도를 가졌다는 모용 뭐라는 애송이냐?' 그는 대뜸 처음부터 자신의 목적을 밝히고 모용운생을 눈 아래 로 보는 것이 모용운생 정도는 안중에도 없는 듯했다.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었다. 그가 명성을 날릴 때에는 모용운생은 아직도 젖먹 .....이에 불과했을 테니까. 따애縮 267 모용운생은 하약란을 돌아보면서 말했다 '이곳에 볼일이 없으시다면 떠나도록 하시오. ' 그의 음성은 여전히 딱딱하지만 하약란은 총명한 여인인지라 어 투가 그래도 모용운생이 자신을 려정하는 말임을 알 수 있었다. 그녀의 얼굴에 희미한 웃음이 피어났다. '념려 마세요. 나 자신을 보호할 능력은 있으니까요." 모용운생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곤 백룡신구에게 걸어갔다. 만사지존 애무기는 모용운생이 뜻밖에도 자신의 말을 거지발싸 개보다도 더 간단히 취급해 대답은커녕. 들은 척도 않고 이곳을 떠 .....날 듯하자 크게 노했다. '네놈이 별것 아닌 재주가 좀 있다고 하늘 높은 줄 모르는구 나 만사지존 애무기는 노해 외치면서 모용운생에게 일장을 후려갈 겼다. 그는 이십 년 전 헐해보도 쟁탈전에서 낭패한 후 작심하썩 만사 곡에 틀어박혀서 무공을 수련했다. 수백수천의 뱀들의 습성을 연 구하여 일대절학인 영사신공(靈蛇神功)을 대성하자 그는 천하를 눈 아래로 보고 으스대고 있다가 혈해보도가 태행산에 두 개나 나 .....타났다는 소리를 듣고 이번에야말로, 라고 다짐하면서 이곳으로 밤을 도와 달려온 것이다. 오용운생은 만사지존의 장세에서 뭔가 괴이함을 느끼고는 정면 에 맞서지 않고 피했다. 기이한 비린내와 함께 장풍에 뭔가가 섞여 .....있는 것 같았던 것이다. 그리고 만사지존의 일장이 허공에서 변하려는 순간, 천두대구식 중의 제오식 두병범월 (斗兵料뎌)의 초식으로 벼락같이 만사지존 애무기의 가슴을 공격했다. 그 손의 씀씀이는 놀랍도록 빨라서 일 .....단 발동하자, 미처 경풍이 이르기도 전에 손은 만사지존 애무기의 .....268 獨빻澤魂 가슴 앞 이 척 거리에 도달하고 있었다. 만사지존 애무기는 깜짝 놀라 몸을 기이하게 비틀어 모용운생의 공격을 피해 냈다. 동시에 양손을 흐느적거리듯 괴이하게 휘둘러 모용운생에게 연 달아 오 장을 후려갈겼다. 그의 손속은 매우 빨라 마치 콩이 튀듯 .....했는데 그 행동이 흡사 뱀이 움직이듯 했다. '흘륭한 영사장법(靈蛇掌法)이로군!' 나직이 중얼거린 모용운생의 안색이 돌연 굳어졌다. 거두어 내고 쓸어 내면서 잇달아 쏟아 낸 상대의 장세가 사라지 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신형의 움직임에 따라 선회하는 것 같았는 .....데 놀랍게도 만사지존 애무기의 손에서 발사된 장풍에는 매우 가 는 실뱀이 장풍을 타고 날고 있었던 것이다. 모용운생은 천하의 기재라 아는 것이 적지 않았다. 그는 이 실뱀이 고서 (古書)에 실린 표풍기사(諷風奇蛇)임을 알 아보았다. 이 표풍기사는 비단 바람을 타고 날아다닐 뿐 아니라 그 .....몸이 단단해서 웬만한 도검에는 끄떡도 않는 괴믈이었다. 게다가 그 조그만 놈의 독은 얼마나 지독한지 일단 물리게 되면 코끼리도 .....반 식경 내에 즉사할 정도였다. 모용운생의 안색이 싸늘히 굳어졌다. 이놈들은 매우 작기 때문에 방비하기도 어령고 그냥 뚫고 날아드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웬만한 장풍쯤은 상황은 어물거릴 상태가 아니었다. 모용운생은 나직이 호통치면서 일장을 쓸어 냈다. 폭퐁 같은 장세가 앞으로 쏟아져 나갔다. 하지만 세를 따라 밀려났다가 다시 덮쳐 왔다. 그 속도는 더욱 빠른 것 같았다. 다격을 받지 않는군' 표풍기사는 장 밀려날 때보다 冷心無情 29 모용운생은 속으로 신음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하늘에 떠 있는 실뱀이니, 바람이 불어오 면 그에 따라 밀려나면 그뿐이었다. 설사 무기가 날아오더라도 마 .....찬가지였다. 무기에 맞기 전에 그 무기가 동반한 경풍에 밀려나 버 .....리기 때문에 상대할 방법을 찾기 쉽지 않을 것이 틀림없었다. 표퐁기사가 다시 날아오는 것을 본 모용운생은 더 이상 장력을 쏟아 내지 않고 바로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장세가 효과가 없는 것 .....을 대번에 간파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날아오르다 대경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표퐁기사도 자신이 날아오르는 기세를 타고 같이 따라오는 것을 보았던 것이다. 만사지존 애무기가 괴소를 터뜨렸다. '으헤헤헤. 네놈이 천하 없는 재주를 가졌다 해도 본 곡주의 표사진(諷蛇陣)에서 벗어나지는 못할 거다. 곱게 혈해보도만 내놓 .....으면 목숨만은 살려 주마" 그 순간, 모용운생의 몸에서 담담한 금빛이 일어났다. 그 금및 은 순식간에 크게 불어나서 모용운생의 주위를 회전하기 시작했 다. 그 회전하는 속도는 놀랍게 빨라서 모용운생의 주위에는 금세 .....회오리바람이 생겨났다. 획 1 휘 -익 이렇게 되자 천하의 표풍기사들도 그 회오리바람의 위세에 휘말 려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따라 돌아가기 시작했다. 이것이야말 .....로 표풍기사의 유일한 약점이었다. 만사지존은 그것을 보고 크게 놀라서 허공으로 날아올라 모용운 .....생의 몸 주위에서 일어나고 있는 강퐁(룹刷 에다 일장을 가격했다 ......바람의 회전을 막으려는 속셈이었다. 펑 , 27 獨背驚= 폭음이 터졌다. 만사지존과 모용운생은 한차례의 격돌을 하면서 그 충격으로 땅 위에 내려섰다. 하지만 모용운생의 몸 주위에서 맴돌고 있는 금멎 ......광채는 여전했고 이제는 한 가닥 담담한 향기가 바람을 타고 퍼지 ......고 있었다. 그 향기를 맡자 만사지존 애무기와 패도뚜적 비층소는 동시에 크게 외쳤다. '천룡전단신공? 특히 애무기는 더욱 놀랐다. 전단향이야말로 표풍기사에게 있어 극성이기 때문이었다. 그가 지금 발출해 낸 표퐁기사는 무려 삼십 마리나 되었으며 이 것은 그가 가진 표풍기사의 사분의 삼이나 되는 숫자였다. '저게 어떻게 기른 컨데, 아이고 큰일났다!' 만사지존 애무기는 다급하여 크게 외치며 품속에서 일 장 가량 되는 시커먼 채찍을 꺼내 모용운생에게 덮쳐 갔다. 와하하하' 모용운생의 낭랑한 웃음이 터져 나와 장내를 울렸다. 동시에 모용운생의 주위를 돌던 강퐁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만사지존 애무기는 모용운생의 웃음 속에 절정의 내가공력이 함 유되어 있어 체내의 기혈이 솟구침을 느끼고 놀라 내려서다 얼굴 ......이 일그러졌다. 모용운생의 주위에는 조그만 실뱀들이 떨어져 있 ......는데 모조리 꼼짝도 않고 있는 것을 본 까닭이었다. 짐작컨데 천룡전단신공에 눌려 허약해진 표풍기사들이 의 웃음 소리에 모조리 진사(震쩡한 것 같았다. 모용운생 만사지존은 얼굴이 푸르락붉으락하더니 노해 외쳤다 '네놈이 감히 목을 내놓아라! 그는 수중의 검은 채찍으로 모용운생 목의 천돌혈을 노리고 그 冷心無淸 1 의 목을 휘감아 갔다. 모용운생은 냉소를 머금고 날아오는 채찍을 보다가 번개같이 반 ......보 앞으로 나서며 채찍을 향해 매섭게 손바닥을 세워 일장을 가격 ......했다. 그의 장세는 매우 무서웠으므로 설사 강철이라도 끊어지고 ......말 것이었다. 그런데 모용운생의 장세가 그 채찍을 치는 순간에 채찍이 꿈틀, ......회전하면서 그의 장세를 피하더니 채찍 앞부분이 모용운생의 손올 ......물려고 입을 딱 벌리는 것이 아닌가 그 속도는 놀랍게도 빨라서 마치 전광석화와도 같았다 '이게 뭐야?' 어지간한 모용운생도 대경실색하여 다급히 손을 거두어들였다 조금만 늦었다면 채찍에 물릴 뻔했던 것이다. 그 시커먼 채찍은 채찍이 아니라 살아 있는 뱀이었다. 그것도 전신에 도검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묵린철갑사(墨續鐵甲蛇)였다. 묵린철갑사의 독은 그리 심하지 않으나 역시 물리면 죽음을 면하 ......기는 어려웠다. 과연 만사지존다웠다. 뭐긴 뭐야! 네놈 목숨을 앗아가는 탈명사(奪命蛇)지!' 만사지존이 예의 사투리로 사납게 외치더니 특유의 영사장법과 영사편법을 섞어 마구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애무기, 정말 죽고 싶소?' 모용운생의 입에서 싸늘한 외침이 터졌다. 그의 외침은 결코 허세가 아니었다. 하지만 듣는 만사지 기의 입장에서는 결코 기분좋은 것이 아니었다. 존 애무 그의 신분으로 보자면 그보다 더한 모욕이 없는 것이다. '네놈의 재주가 얼마나 되는 게냐!' 그는 노해 천등처럼 외치며 더욱 세차게 모용운생에게 공격해 2 擇 들어갔다. 모용운생의 얼굴에 싸늘한 그럼자가 드리워졌다. 동시에 그의 몸이 번개처럼 번뜩였다. 대번에 수세에서 공세로 전환한 그는 위력이 절강한 천두대구식의 후삼식 (後三式) 을 필쳐 ......내기 시작했다. 천하비사(天河飛瀉), 중성공월(衆星料月), 그리고 ......마지막 구초인 만상생멸(萬象生희 이 연이어 펼쳐졌다. 지금의 그의 공력으로 전력을 다해 천두대구식의 정화(精拏) 를 펼쳐 내자 그 위력은 놀랍기 이를 데 없었다. 획!휘익-! 바람이 찢어지는 소리가 잇달아 터져 나왔다. 사방 삼사 장 둘레베는 온통 장영이 가득 차 있어 어느것이 어 느것인지 전혀 알아볼 수조차 없었다. 펑! '윽!" 폭음이 터졌다. 동시에 신음 소리와 함께 허공에 가득 찬 장영 과 편영이 모두 사라졌다. 만사지존 애무기는 창백한 얼굴로 멍하니 서 있었다. 그의 앞에 는 네 개의 발자국이 찍혀 있었고 바닥에는 그의 손을 벗어난 묵린 ......철갑사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오용운생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만사지존 애무기를 노려 본 채로 천천히 그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여전히 얼음 같은 표 정. 만사지존은 가슴이 서늘해졌다. 그는 막대한 타격을 받았는데 저 어린 놈은 어떻게 된 괴믈이기에 아무렇지도 않다는 말인가. 모용운생 또한 적지 않은 타격을 받았다는 것을 그는 창졸간에 생각할 수가 없었다. '으음' 冷心無舊 킨 그는 부지증에 신음을 흘리면서 한걸음 물러섰다. 엄청난 무형 의 살기가 그를 밀어 내고 만 것이다 고수들의 싸움에서는 기세와 선기 (先鄕가 가장 중요했다. 선기 를 빼앗긴다면 가진 실력을 채 발휘하지도 못하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러한 면에서 만사지존은 이미 기세에서 한풀 꺾이고 들어갔으니 그 결과는 명약관화하였다. 게다가 모용운생의 지금 무공은 귀선생이나 신산자 상천기를 상 대할 때와는 또 달라서 연이은 격전으로 인하여 경맥 안으로 도인 ......(導引)된 진기가 모두 자신의 것이 된 상태였다. 모용운생은 돌연 다가서던 걸음을 멈추었다. 그는 위축된 만사 지존 애무기의 모습을 바라보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당신이 노리는 혈해보도는 과연 본 공자의 수중에 나 그것이 진짜일 가능성은 별로 없소.' 있소. 그러 다 죽어 가다가도 혈해보도란 말에는 눈이 번쩍 뜨이는 모양이 다. 만사지존 애무기는 탐욕스런 눈으로 모용운생을 쳐다보았다. ......모용운생은 다시 말했다. 혈해보도가 석 장이나 나타났다는 소리는 애곡주도 들었을 것 이오. 그럼. 그 중 최소한 두 장은 가짜일 것이 틀림없소. 내 생각 ......에는 모두가 가짜인 것 같지만 . 더구나 근래에 이십 년 전의 가 짜 혈해보도 사건을 일으켰던 무진교가 나타나서' 듣고 있던 패도무적 비층소가 의아한 듯 물었다. '가짜 혈해보도라니. 그게 무슨 말인가? 또 무진교는 꿔고?' 모용운생은 삼장사곡의 인물들이 전혀 소식을 모르고 있자 내심 탄식했다. 한편으로 무진교의 철저한 보안유지가 얼마나 대단한지 ......를 다시 한번 실감하는 순간이기도 하였다. 모용운생이 간단히 무진교에 대해 설명하자 그들은 크게 놀라 안색이 변했다. 백룡신구의 옆에 서 있던 하약란도 놀라는 빛을 띠 ......4 獨샘驚魂 었다. 기실 그 일이야말로 혈해보도 못지않게 강호를 진동할 수 있 ......는 대사건이라 할 수 있었다. 모용운생이 다시 말했다. '그들이 가짜 혈해보도를 만든 이상. 진짜는 그들에게서 찾아 보는 것이 좋을 것이오. 그러더니 모용운생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백룡신구 쪽으로 걸어 갔다. 냉심무정이라는 그가 뜻밖에 다 이긴 싸움을 포기하고 돌아가자 만사지존은 의아한 듯 모용운생을 바라보다가 탄식하며 고개를 떨 ......구었다. 만사곡을 떠나을 때의 만장(萬丈)하던 호기가 일패도지 ( ......-敗塗地)되었으니 무슨 힘이 있겠는가. 그때 그의 귓전에 전음이 들려 왔다. .내형 애형은 저 모용 애송이의 무공이 나이에 비해 너무 고강하다 ......-고 느끼지 않소?' 만사지존 애무기가 얼떨떨한 눈빛으로 패또무적 비층소를 쳐다 보았다. 패도무적 비층소가 그에게 다시 전음을 보냈다. ,저 녀석이 우리 나이가 되면 아니, 한 삼사 년만 지나면 그의 무공 ......-이 어떻게 되겠소? 그렇게 되면 아마도 우리 삼장사곡은 무림 증에 ......-설 땅이 없어질 것이오.' 만사지존 애무기의 온몸에서 격렬한 진동이 일어났다. 그는 모 용운생의 뒷모습을 힐끔 바라보더니 전음으로 말했다. '그럼, 비형의 뜻은?" 패도무적 비층소의 입가에 의미심장한 웃음이 떠올랐다. 애무기 같은 능구렁이가 어찌 그것을 모르겠는가? 그는 대번에 그 뜻을 알아채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의 신형은 서서히 이동하기 시작했다. 冷心無情 5 하약란에게 이곳을 떠나라고 말하고 감에 몸을 돌렸다. 있던 모용운생은 이상한 예 순간, 그의 얼굴이 굳어졌다. '당신들은 무슨 짓을 하려는 것이오?' 흐흐' 만사지존 애무기가 음침하게 웃었다. 옆에서 패도푸적 비층소가 말했디. '노부는 모용대협에게서 그 가짜 혈해보도를 잠깐 빌려 보고 싶 은데, 양해해 줄 수 있을는지?' 모용운생은 두 사람의 말뜻을 알아들었다. 호호호' 별안간 옆에서 하약란이 교소(嬌笑)를 터뜨렸다. '이제 보니 보주와 곡주가 합세해서 한 사람에게 덤비려는 거로 군요?그것도 자신의 손자뻘밖에 안되는 사람에게' 그녀는 몸을 돌려 걸어가면서 중얼거렸다. '내가 가서 모두에게 애기해 줘야지! 비룡장과 만사곡은 욕심을 위해서라면 체면도 헌신짝처럼 버리는 소인배들이라고 그녀가 중얼거리면서 떠나려 하자 두 사람의 안색은 크게 다. 이런 소문이 퍼지면 하나도 덕될 게 없올 뿐더러, 창피해서 굴을 못 들고 다니게 될 것이었다. ?저년을 막아라!' 비충소가 다급히 외쳤다. 그러자 상처를 치묘하던 비룡이로가 우렁차게 외치면서 하약란 에게 덮쳐 갔다. 모용운생은 이것을 보고 대노했다. '당신들이 그러고도 영웅호걸이라고 자처하는가? 적어도 일방의 패주란 자들이' 6 8 모용운생의 말은 중단되고 말았다. 패도무적의 비룡도가 바람을 가르고 덮쳐 왔기 때문이다. 모용운생은 오늘 패도무적과 만사지존과 싸우면서 치명적인 공 격은 하지 않았었다. 무진교에 적이 하나라도 더 많아지면 그만큼 ......-자신의 활동이 더 손쉬워지리라는 계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젠 상황이 달랐다 '파렴치한 .!' 모용운생의 얼굴이 차갑게 굳어졌다. 금세라도 한퐁이 블어 나 올 것만 같았다. 곧이어 놀라운 대혈투가 전개되었다. 그러나 이번의 싸움은 이 대 일의 싸움이고 모용운생을 공격하 는 두 사람은 당대의 일류고수인 이상, 모용운생이 우세를 점하기 ......-는 어려울 것이 당연했다. 반면에 그처럼 가날퍼 보이는 하약란의 무공은 의외로 높아서, 마치 나비와도 같은 신법으로 가볍게 비룡이로의 공격을 피해 다 ......-닐 뿐 반격은 하지 않고 있는데도 전혀 위태롭게 보이지 않았다. ......-모용운생은 그것을 보고는 내심 고개를 끄떡였다. '이얍!' 일단 부담을 던 모용운생은 벼락같이 외치며 애무기의 일장을 할 수밖에 없었던 전단향이 가득 차 맞받아 쳤다. 수세에 몰린 것을 바꾸려면 모험을 것이다. 그의 손은 금빛으로 번뜩이고 주위에는 있었다. 펑 '꿍!' 폭음과 함께 애무기는 신음을 토하면서 비틀거렸다. 그는 이번 에도 모용운생과 정면으로 맞서서 이득을 보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모용운생도 타격을 받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젼유情 = 그가 주춤하는 순간을 놓치지 않고 패도무적 비층소의 비룡도기 ......-바람을 가르면서 무섭게 날아들었다. 다급한 순간. 모용운생은 냉소를 터뜨리면서 벼락같이 일지를 뭘겨 내었다. 쫴애액 ! 찬란한 금광이 번쩍이면서 날카로운 파공음이 고막을 두들겼다. ......-카-앙! 금속성이 터져 나왔다. ?음!" 누구의 입에선지 신음이 홀러나오면서 두 그림자가 갈라섰다. 모용운생은 손가락이 부러질 듯함을 느끼고 내심 이를 악물었 다. 하지만 전신에 감돌고 있는 천룡전단신공의 금광은 오히려 더 ......-욱 짙어졌다. 물러설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다. 반면에 패도무적 비충소의 안색은 흙빛이 되어 자신의 비룡도 끝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 보니 그의 비룡도의 끝은 세 치 가량 ......-이나 부러져 나가고 없었다. '법화지 저 녀석이 정녕 천룡상인의 제자인가?" 패도무적이 증얼거렸다. '히야아!' 그때, 괴이한 외침과 함께 멈칫하고 있는 모용운생에게 만사지 존 애무기가 묵린철갑사를 휘둘러 공격을 가해 왔다. 그의 기합에 ......-정신을 차린 비충소도 이를 악물고 다시 공격해 들어갔다. 그들은 모두 무림 중의 유수한 고수인지라 일단 움직이기 시작 하면 무서운 위세가 있었다. 모용운생은 미처 자세를 잡지 못한지라 매우 다급한 상황이 되 었다. 애무기의 공세에 맞서 간다면 그를 격퇴할 수 있겠지만 그 ......-렇게 된다면 비충소의 비룡도는 그의 전신을 짓이겨 버리고 말 78 獨뿜驚魂 것이었다. '이야아아" 일성 기합이 그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 한 달무리와 같이 그의 얼굴로 쭉 피어올랐다 그리고 매서운 파공음이 귀청을 찢을 듯이 가닥 금광이 갑자기 운생의 몸이 마치 팽이와 같이 맴돌았다. 눈을 그 속에서 찬란하게 번뜩이며 쏟아져 나왔다. 가히 전광석화와 같았다 울려 퍼지면서 모용 어리게 하는 백광이 그 백광의 신속함은 창! 차아앙! '윽?' '아앗!' 귀청을 찌르는 금속성이 연이어 터졌고. 쥐어짜는 듯한 신음 소 ......-리와 놀람에 찬 소리가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허공을 가득 메웠던 ......-도광, 편영들이 씻은 듯이 사라졌다. 모용운생과 패도무적, 그리고 만사지존은 삼각형으로 우뚝 서 있었다, 패도뚜적은 천하에 위명을 떨친 비룡도로 땅을 짚고 서 있는데 칼을 썬 손과 어깨, 그리고 가슴에서 붉은 선혈이 줄줄 홀러내리고 ......-있었다. 만사지존 애무기는 상황을 믿을 수 없는 듯 멍청하게 서 있는데 그의 부상은 별것 아닌 듯했다. 냉랭한 표정으로 선 모용운생은 가슴에서부터 배까지 거의 한 자나 되는 상처가 길게 나 있었다. 하지만 상처는 깊지 않아 피가 ......-비치고 있을 따름이었다. 우뚝 선 그의 가슴팍에는 백광이 번뜩이는 검이 비스듬히 세워 져 있었다. 모용운생의 안색은 평정한 것 같았지만 한 가닥 얼음장 ......-같은 기운이 얼굴을 덮고 있었다. 그것은 살기였고, 그것은 또한 그가 진정으로 분노하고 있음을 冷心無情 279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다. 패도무적 비층소는 믿을 수 없는 듯 모용운생이 들고 있는 검을 바라보더니 입을 열었다. 네 네가 검을 쓴다는 말은 들어 본 적이 없는데' 모용운생은 차갑게 웃었다. '오늘 이후로는 듣지도 보지도 못하게 될 것이다' 그의 음성의 여운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모용운생은 마치 시위 를 벗어난 화살과 같이 패도무적 비층소에게 검과 하나가 되어 덮 ......-쳐 갔다. 패또무적 비층소는 모용운생이 이토록 빨리 손을 쓸 것임은 생 각지 못한 듯 대경실색해 소리쳤다. '신검합일(身劍合냐)이로구나!" 패도무적 비층소가 크게 외치면서 마치 광풍폭우가 몰아치듯 삭, 삭. 하는 소리와 함께 다급하게 모용운생에게 삼도를 쪼개어 ......-내었다. 그의 삼도는 그의 절학인 비룡도법 중의 구명삼절초(求命 ......-三絶招)였으므로 그의 전신에는 엄밀한 도막(刀幕)이 형성되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거세게 모용운생에게 공격을 해갔다. 그런데 그의 비룡도와 오용운생의 검이 마주치려는 순간에 돌연 ......-모용운생의 검이 사라졌다. 그리고 일 척 가량 옆에서 갑자기 불쑥 ......-검광이 나타나면서 패도무적 비충소의 가슴을 베려 들었다. '어엇? 이것은 너무도 의외인지라 패도뚜적은 혼비백산해서 다급히 비 룡요신(飛龍嬌身)의 도법으로 몸을 젖혀 그 검을 피하면서 덮쳐 오 ......-는 모용운생의 검을 쳐내려 했다. '흥!' 바로 그 순간에, 모용운생의 냉소가 터져 나왕다. 그 소리를 듣는 순간에 패도뚜적 비충소는 상황이 심상치 않음 28 獨럼驚魂 을 직감했다 그는 비룡도를 뒤집어 도세를 크게 휘둘러 자신을 보 ......-호하면서 질풍과 같이 옆으로 물러났다. 이러한 경우에 뒤로 물러난다는 것은 자살행위와 같음을 백전노 장인 그는 너무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으악' 하지만 뒤를 이은 것은 처절한 비명. 피보라가 피어올랐다. 실로 눈 깜박할 사이, 검광이 번뜩이기 시작하자 단 일초 만에 천하의 패도무적 비층소의 칼을 쥔 손이 날아가 버린 것이다. 그뿐인가? 팔을 베어 버린 것에 그치지 않고 오용운생의 검이 빙글 회전하 면서 그의 옆구리를 깊숙하게 베어 버린 것이다. 그나마 패도무적 ......-의 신법이 조금만 느렸다면 그야말로 일도양단이 어떤 것인지 그 ......-는 몸으로 체험케 되었을 것이었다. '타아-앗!' 모용운생은 그의 옆구리를 베는 순간에 벼락같이 외치며 등뒤로 ......-일검을 격출해 내었다. 만사지존 애무기가 패도무적이 위기에 몰 ......-리는 것을 보고 놀라서 급히 구원의 손길을 뻗어 낸 것이다. 하지만 모용운생의 검세의 신속함은 상상을 초월빼서 그가 의도 ......-한 바는 이루어지지 못했다. 만사지존은 비룡장주가 검광이 번뜩이는 사이에 모용운생에게 팔 하나를 내주고 다 죽어 가는 것을 보자 등골에 식은땀이 흐르고 ......-소름이 돋았다. 티-잉! 그의 묵린철갑사와 모용운생의 검이 부딪쳐 불똥이 튀었다. 만사지존의 수중에 있는 묵린철갑사는 과연 대단했다. 만사지존 은 괴이한 외침을 토해 내더니 연달아 칠펀오장을 공격했다. 沿心無情 =1 그의 공세에는 배산도해의 위세가 있었다. 그 순간, 모용운생의 손에서 검광이 벼락치듯 번뜩였다. 그의 검의 빠르기는 질풍신뢰(疾風덴雷) 와 같아 검은 보이지 않 고 검광만이 마치 한 마리의 백룡과 같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만사지존의 안색이 돌변했다. 모용운생의 검이 번뜩일 때마다 자신의 공세가 마치 거품처험 사그라지기 때문이었다. 놀라는 것도 순간이었다. 모용운생의 검이 묵린철갑사의 편영을 뚫고 쏘아 오고 있는 것이다. '니오호오-야합!' 만사지존은 기묘한 기합을 내지르며 묵린철갑사를 휘둘러 영사 편 중의 최고봉인 영사토신(靈蛇吐信)으로 편영을 크게 일으키면 서 동시에 왼손을 신경질적으로 허공에서 혼들었다. 그러자, 그의 ......-소매 속에서 십수 마리의 크고 작은 뱀들이 우박처럼 쏟아져 나와 ......-모용운생에게 덮쳐 갔다. 모용운생의 안색에 다시 금빛이 쭈욱 올라가면서 전단향이 짙게 일어났다. 번쩍 그의 검에서 쳐다보기 힘든 눈부신 광망이 폭사되어 나왔다. 검이 갑자기 서너 치는 더 길어진 것만 같았다. '으-하-아앗!' 처절한 비명이 터졌다. 피보라가 허공에 뿌려지는 가운데 한 사 람이 혼비백산해서 숲속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땅바닥에는 반 동강의 묵린철갑사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모용운 생이 펼친 검강(劒쿄}에 못 이겨 두 쪽이 나버린 것이다. 그 주위에는 역시 조금 전에 만사지존의 소매 속에서 쏟아져 나 온 크고 작은 뱀들이 채 썰듯 두 토막 세 토막이 되어 꿈틀거리고 ......-있었다 282 魂 만사지존의 모습은 이미 보이지 않았다. 만사지존 애무기는 묵린철갑사가 절단되는 순간에 모용운생의 검강에 가슴뼈가 허옇게 드러나는 중상을 입고 재빠르게 도망쳐 버린 것이다. 그가 도망칠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뱀의 움직임에서 ......-터득해 낸 사유(蛇遊)의 신법 덕분이었다. 그의 동작이 조금만 늦었더라도 그는 이곳에서 목숨을 부지해 갈 수 없었으리라. 모용운생은 그가 자신의 명성은 돌보지 않고 그처럼 흔비백산, 도주할 것은 생각지 못한지라 일시지간 어이가 없어서 잠시 그대 로 서 있었다. 상황이 이처럼 상상조차 할 수 없이 급변하게 되자, 비룡이로는 패또무적 비층소를 부축해서 쏜살같이 줄행랑을 쳤다. 모용운생은 그것을 알면서도 그대로 두었다. 패도무적의 일신영 명(一身英名) 은 이미 물거품이 되었고 비룡장은 문을 닫아야 할 타 ......-격을 입었다. 더 이상 그를 추궁해 무엇 하겠는가. 그런데 그 순간이었다. '윽!' 모용운생이 갑자기 오른발 쪽을 향해 일장을 후려갈겼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그의 발에 매달려 있던 금색소사(닮色小눴 가 장세에 격중되어 형체도 찾아 볼 수 없게 으스러졌다. 오용운생 ......-이 잠시 방심한 틈에 그 뱀이 튀어올라 모용운생의 종아리를 문 것 ......-이다. 이 뱀은 금광사(金光蛇)라는 것으로 그 행동이 매우 빠르고 영 리했다. 게다가 지닌 독이 매우 괴이하여 사랍을 금세 죽게 하지는 ......-않지만 일단 전신에 퍼지면 해독이 불가능하도록 지독했다 조금 전에 만사지존 애무기가 도주하면서 지른 괴이한 외침은 즈心無情 28 바로 이 뱀에게 모용운생을 암습하도록 시킨 명령이었다. 하지만 그 결과를 모르고 만사지존은 죽어라 하고 도망가는 중이었으니 나중에라도 결과가 매우 궁금할 것이었다. 모용운생은 내심 다급하여 급히 물린 곳의 바지자락을 찢었다. 다리에 난 뱀의 이빨 자국 위로 가느다란 금색 줄이 천천히 무릎 위로 올라가고 있었다. 독의 침투 속도는 놀랍게도 빨랐다. 이런 속도면 대략 반 식경 이내에 독이 심장에 침투할 것이 틀림없었다 ......-모용운생이 혀를 차면서 종아리의 양교(陽交)와 무릎 뒤의 음곡 (陰谷)을 막아 더 이상 독이 퍼지지 못하게 하였다. '금광사의 독은 혈도를 막는다고 되는 게 아닐 텐데요? 맑은 음성이 들렸다. 어느새 하약란이 모용운생의 곁으로 와서 보고 있었다. 비룡이로와 싸우던 그녀는 패도뚜적이 일패도지하여 ......-쓰러지는 것을 보자 전의를 상실한 그들을 놓아 두고 귀추롤 주목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그냥 둘 수야 없지 않겠소?' 침착하게 말하면서 모용운생이 신형을 일으키는데, 볍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하약란은 가 그떻기도 하군요. 어디 좀 봐요!' 그녀는 다짜고짜 모용운생의 바지를 걷어올렸다. 모용운생은 내심 당황하여 그녀의 옥수를 잡았다 하소저, 이게 무슨 짓이오?' 하약란이 호수와 같이 반짝이는 눈으로 모용운생을 쳐다보더니 말했다 무슨 짓이라니요? 그럼 상처를 입은 걸 가요? 무슨 그런 말이 다 있어요?' 보고 그냥 있으란 말인 그녀의 말은 너무도 당당하고도 당돌하여 천하 없는 일에도 안색 하나 변하지 않게 하던 모용운생조차 멍청해져서 말을 잃 舊렴舊魂 어버렸다. 그가 언제 이러한 경우를 당해 보았으랴. 그가 얼떨떨하여 하약란을 보자 하약란은 얼굴을 살짝 별안간 나지막한 음성으로 말했다. 붉히더니 모용대협, 언제까지 제 손을 잡고 있을 작정인가요? 이 말에 모용운생의 얼굴에 당황한 빚이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뼈도 없는 듯 부드러운 하약란의 손을 여전히 잡고 있었던 것이다 ......-.모용운생은 황망히 그녀의 손을 놓았다. '미 미안하오. 미처. 그 생각을 하지 못해서' 하약란은 그 말에는 대꾸하지 않고 모용운생의 종아리를 살펴보 더니 안색이 변해 말했다. '금광사의 독이 이미 퍼지기 시작했어요. 속히 뽑아 면 손을 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말 거예요. 여기 좀 9 하약란은 모용운생을 잡아당겼다. 오용운생이 어떻게 대꾸도 하기 전에 그를 주저앉힌 하약란은 모용운생의 상처를 쥐어짜더니 서슴없이 앵두와도 같은 울여 상처의 독기를 빨아 내기 시작했다. 입술을 기 그 터질 듯. 앵두와 같은 그녀의 입술이 모용운생의 다리에 는 순간. 모용운생의 온몸에는 가벼운 전율이 달려갔다. 뭐라고 용할 수 없는 기이한 기분이 느껴졌던 것이다. 닿 형 늘씬한 몸을 굽힌 하약란의 등이 눈을 찔렀고, 고개 숙인 목덜 미가 그림을 그려 놓은 듯 미끈했다. 그의 눈길을 느끼는지 마는 지. 하약란은 쉴새없이 독기를 빨고 뱉어 내기를 계속하더니 상처 ......-.를 들여다보고는 고개를 끄떡였다. '이제 붉은 피가 보이는군요. 안심해도 될 것 같아요.' 冷心無情 285 모용운생은 입을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약란은 그의 반응은 생각도 하지 않고서 품속에서 조그만 자 기병을 꺼내더니 모용운생의 상처에다 횐 가루약을 뿌렸다. 그 가 ......-.루약은 매우 신통하썩 금세 상처가 시원해지고 피가 멈추었다. 하약란은 오용운생의 가슴에 난 상처를 보더니 말했다. '자요! 이 약은 응혈정기산(懷血走勳삥 인데 외상에는 특효가 있으니 바르도록 하세요.' 그처럼 대담하게 행동했지만 차마 모용운생의 가슴을 헤칠 수야 없었던 모양이다. 당시의 사회규범으로 본다면 기실. 그녀의 이 행 ......-.동만 하더라도 대단히 파격적이라 할 수 있었다. 무림 중의 사람들 ......-.이 아니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기도 했다. 얼핏 망설이던 꼬용운생은 자기병을 받아 약을 상처에다 발랐 다. 과연 응혈정기산의 약효는 매우 탁월했다. '고맙소. 오늘 벌써 몇 번이나 폐를 끼친 것인지 모르겠군요.' 모용운생은 병을 그녀의 수중에 컨네 주면서 말했다. '실례가 아니라면 하소저의 사문이 어딘지 알아도 될는지?' 하약란은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 '제 사부님은 운해선자(雲海仙子) 라고 하시는데 강호상에서 별 로 활동하시지 않아서 아마 들어 보신 적이 없을 거예요 .." 오용운생은 그녀의 어투에 수심이 어리는 것을 발견하고는 고개 를 끄떡였다 '이제 보니 영사께서는 세외고인 (世外高人)이셨군요. 무슨 근심 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소생이 도움이 될 수 있을는지 .. ..?' 하약란은 그를 바라보더니 맑은 얼굴에 희미한 웃음을 떠올렸 다. 마치 햇살이 주위로 퍼져 나가는 듯한 웃음이었지만 또한 그늘 ......-.이 서린 웃음이기도 하여 어딘지 처연한 느낌을 주었다. '보답을 하고 싶으신가요?" 28 獨화驚魂 모용운생은 내심의 생각을 들킨 기분이 되었다. 그는 확실히 그 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강호출도 이래 그는 누구의 도움도 받아 ......-.본 적이 없었는데 근래에는 잇달아 도움을 받은 셈이었다. 장부는 한 방울의 물도 그냥 받을 수 없는 법이라는 옛말도 있 지 않는가. 모용운생은 솔직히 고개를 끄떡였다. '솔직히 그런 마음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궁금한 생각이 들어 하약란은 모용운생을 잠시 바라보다가 나직이 탄식하면서 고개 를 돌렸다 실은 제 사부님께서 반 년 전에 실종되셨어요. 그래서 지금 사 방으로 사부님을 찾아다니는 중이에요.' 알고 보니 하약란도 어릴 때부터 그녀의 사부인 운해선자에 의 해 키워지다시피 했다고 하였다. 그렇게 사부와 같이 살아온 그녀 ......-.였는데 반 년 전에 홍의인들이 다녀칸 `후, 그 어머니와 같았던 사 ......-.부가 실종이 되어 버렸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녀가 사부를 찾기 위 ......-.해 강호에 나온 지 이미 반 년이 홀렀고, 이번에는 태행산에 신비 ......-.한 홍의인들이 출몰한다는 소문을 듣고서 이곳까지 달려왔다는 것 ......-.이다. 잠시 쉬려고 들렸던 폐찰에서 말 울음 소리가 나서 가본 그녀는 홍의인들이 백룡에게 음모를 꾸미는 것을 발견했고, 그녀에게 발 ......-.각아 된 홍의인들은 그녀를 없애려다가 그녀의 무공을 당하지 못 ......-.하고 도주해 버렸다. 그 뒤를 쫓아갔다가 숲속에서 결국 그들을 능 ......-.치고 만 하약란은 그들이 무슨 짓을 한 것인지 알아 보기 위해 돌 ......-.아오다가 모용운생을 발견하게 되었던 것이다. 모용운생은 그녀의 설명에 나직이 신음했다. '또 무진교의 짓인가?' 沿心無情 287 하약란이 살던 곳은 이곳과 이천 리 가량이나 떨어져 있는데도 그들의 손길이 미쳤으니, 무진교의 손길이 천하에 미치고 있다는 ......-.것은 의심할 수 없는 사실인 듯했다 하약갈의 눈에 놀람의 멎이 스쳐 갔다. '그들이 과연 우리 사부님을 납치했을까요?' 모용운생은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아마도 틀림없을 것 같군요. 하소저는 이제부터 어떻게 할 생 각입니까?' 이상하게 여길 오늘 오용운생은 특별히 말이 많았다. 그 자신도 정도로 평소에 비해 말이 많았다. 하약란이 깆은 산에 자리한 호수와 같은 그윽한 눈으로 모용운 생을 쳐다보았다. 거기에는 은근한 기대가 서려 있었다. '글쎄요. 어떻게 해야 될는지 모용공자께서는 그 나이에 그 처럼 쭤어난 능력과 명성을 가지고 계시니 제가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는지 조언을 좀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녀의 그윽한 눈빛을 본 오용운생은 가슴이 철렁했다 자고로 장부가 가장 어떱게 생각하는 것이 미인의 정 (情)이었 다. 오죽하면 영응의 무덤이 여인이라 하였으랴 '어떻게 하는 것이 하소저에게 도움이 될는지 창졸간에 마 땅한 생각이 나질 않는군요. 하소저의 사부님을 납치한 자들이 무 ......-.진교에 틀림없다면 가까운 시일 내에 단서를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저도 각별히 유의해 알아 보도록 하겠습니다.' 예의 표정을 회복한 모용운생은 침착하게 말하면서 하약란에게 포권해 보였다. '혹, 단서를 발견하게 된다면 소저를 찾도록 하죠! 그럼.' 말과 함께 모용운생은 미련없이 등을 돌렸다. 그가 이렇게 완고하게 자신의 부탁을 칼로 자르듯이 거절하고 288 濁재澤魂 자신에게 등을 보이는 것은 너무도 뜻밖인지라 하약란은 일시지간 ......-..멍청해져서 말을 잃은 채 눈만 깜박이고 있었다. 믿었던 뭐에 배신당한 느낌이 그러할까? 모용운생이 백룡신구의 등에 올라 백룡의 목덜미를 가볍게 두드 려 주자. 백룡은 길게 울더니 그간의 설움을 씻어 내기라도 할 듯 ......-..이 기운차게 땅올 박차고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다음 순간에 ......-..믿을 수 없게도 백룡신구는 마치 천마와 같이 도약해서 절간의 담 ......-..장 위로 뛰어올랐다. 모용운생은 백룡의 말고삐를 잡은 채 가볍게 고개를 돌려 하약 란을 돌아보면서 희미하게 웃음을 떠올리며 한 손을 들어 보였다 ......-..다시 만나게 되기를!' 마치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이히히히 헝 ! 백룡이 길게 울음을 터뜨리면서 담장 너머로 몸을 날렸다. 이내 ......-..경쾌한 말발굽 소리가 요란하게 들리면서 멀어지기 시작했다. 하약란은 흡사 넋을 윌은 사람처럼 한참을 그가 사라진 절간의 ......-..담장을 바라보고 서 있었다. 손안에 들어 있던 소중한 무엇을 잃어버린 것만 같이 가슴속이 ......-..허전한 것 같았다. 보이는 것은 눈 안에 가득 찬 모용운생의 마지 ......-..막 웃던 그 얼굴뿐 남자들조차도 입을 벌리는 오용운생의 웃음이다. 그가 백릉의 위에서 그녀를 보면서 담장 위에서 보인 그 웃음은 하약잘의 혼올 ......-..빼놓기에 조금도 부족하지 않았다. 휘익 - 한 줄기 바람이 회오리처럼 그녀의 주위를 휩쓸었다. 그녀는 마치 긴 잠에서 깨어난 듯이 길게 한숨을 쉬면서 고개를 씀心떠촘 289 저었다. '내가 왜 이러는 거지?" 남자를 우습게 알던 그녀였다. 그런데, 이제 그렇지가 않았다 운명적인 만남이란 것은 긴 세월이 필요 없이 오직 한 순간에 이루어진다는 말이 있지만, 그녀는 그 말이 과연 실제함을 이제 스 ......-..스로의 체험으로 느끼고 있었다. '아냐!" 문득, 그녀는 입술을 깨물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그리고 가볍게 어깨를 흔들었다. 순간 그녀의 신형은 미퐁을 일으키면서 허공을 가르며 오용운 생이 사라진 담장 위에 올라섰다. 어깨를 혼드는 시농만으로 이러 ......-..한 거리를 날 수 있다니, 놀라운 경공신법이 아닐 수 없었다. 잠시 방향을 가늠한 그녀는 모용운생이 사라진 곳으로 몸을 날 려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오용운생을 따라가기로 결심이라도 한 것일까? 알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남자들에게 있어서 영원한 미궁(迷불)이란 바로 여인의 마음 그 심증의 변화를 읽는 일이다. 아마도 인류가 존재하는 한 ......-..그것은 불가능할 것이었다. 그리고 그 심증의 변화가 어떠한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지는 오 직 때가 되어야 알 수 있으리라. 2 獨脣驚魂 策 十 章 陷 륭 로부터 며칠 후. 모용운생은 대별산(大別山)에 이르고 있었 다. 그 며칠간 그의 뒤를 암중으로 뒤따르는 자들은 있었으나 감히 ......-..앞장서서 시비를 거는 사람은 없었다. 모용운생이 단독으로 패도푸적과 만사지존을 격꿰시킨 일은 이 미 강호를 진동시켜 그의 명성은 가히 중천의 태양과 같았다. 이런 ......-..상황이니 생각은 있으되, 함부로 모용운생을 건드릴 엄두를 낼 수 ......-..가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그마저도 없었다. 백룡신구의 속도가 너무도 빨 라 뒤따르던 자들이 모조리 뒤쳐지고 말았기 때문이다. 모용운생은 노산으로 가고 있는 중이었다. 두말할 것도 없이 무 진교의 총단을 염탐하러 가는 것이다. 그가 하약란에게서 그처럼 급하게 떠나온 것은 전혀 평소의 그 답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그렇게 도망치듯 그 자리를 떠난 것은 ......-..자신의 마음이 혼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한번도 그런 일을 겪어 본 적이 없었던 그는 내심 당황하지 않 冷넌情 껴 을 수가 없었다. 더구나 그의 일신에 걸린 의문은 하나도 해결하지 ......-..못한 상황 자리를 피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떠나지 않는다면 어쩌면 그 자리를 떠나지 못할 것 같았 기 때문이기도 했다 다가닥다가닥 . 내닫는 백룡의 발굽에 자신을 맡기고 있던 모용운생의 안색이 약간 변했다. 저 멀리서 시커먼 연기가 솟고 있음을 본 것이다. 바람을 타고 병장기 부딪치는 소리와 비명 소리가 뒤섞여 들려 왔다. 이미 단서를 발견한 이상, 다른 사건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서 모용운생은 강호상의 은원에는 간섭하지 않기로 한 상태였다. 하 지만 뭔가 다른 느낌이 듦은 왜였을까? 이 -히히 헝 백룡신구도 주인의 생각을 알아차린 듯, 길게 울더니 발굽을 모 아 달리기 시작했다. 백룡신구의 속도는 그야말로 질풍과 같아서 구름과 같이 흙먼지를 휘몰면서 순식간에 사오 리의 산길을 지나 쳐서 현장에 도착했다. 그처럼 침착한 모용운생의 안색도 변했다. '참흑하군!' 그의 눈앞에 펼쳐진 것은 실로 참흑(慘酷) ! 그 말 외에는 형용 을 할 수가 없었다. 한 채의 암자였다. 금벽암(金碧庵)이란 편액이 두 쪽이 나서 바닥에 팽개쳐져 있었 다. 작은 규모의 대웅전과 서너 칸의 승방이 뒤로 보이는 그 암자 ......-..는 시뻘건 화염에 휘감겨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화끈한 열기가 모 ......-..용운생에게까지 전해져 왔다. 294 濁럼澤魂 대응전에서 석등이 세워져 있는 뜨락까지 여기저기에 시체가 쓰 러져 있는데 그나마도 불길에 휩싸여 그대로 인간 불고기가 되고 있는 판이었다. 불길이 미치지 않은 뜨락에는 시체 몇 구가 기다가 ......-..쓰러진 듯이 엎어지고 자빠져 있었다. 모용운생의 검미가 짙게 찡그려졌다. 시체들은 모두 승려였고 게다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나 체였다. 일신에 찢기다 남은 듯 걸린 몇 조각의 승복천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더구나 굴곡이 진 늘씬한 곡선은 그 승려들이 남 ......-..자가 아닌 여자, 즉 여승임을 말하고 있었다. 탄력있게 솟아난 가슴은 그 여승들의 나이가 많지 않음을 말하 는 것이기도 했다. 여승, 비구니가 나신으로 죽었다면 필시 까닭이 있을 것이었다 잠시 주저하던 모용운생은 자신의 앞에 모로 누워 있는 비구니 의 나신을 바로 눕혔다. 그러자 알맞게 탄력이 오른 이십대의 희뿌 ......-..연 육체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비록 파르스름하게 머리를 깎은 비구니의 몸이었으나 젊고 탄력있는 여인의 몸임에는 틀림없었다 비구니의 나이는 이삼십대쯤 뜻밖에도 미목이 수려했다. 하 지만 멍든 얼굴에 부릅뜬 눈, 입가에 홀러내린 핏자국은 그녀가 이 ......-..미 죽어 있음을 의미했다. 탄력있는 가슴에서 훌어 내려간 곡선은 둔부와 허벅지에 이르러 절정이었으나, 그녀의 비소는 피로 얼룩져 있었다. 한눈에 간살(홉 ......-..殺)된 것임을 알아볼 수 있었다. 모용운생은 고개를 돌려 외면하면서 이를 갈았다. 어느 놈이 이따위 짓을 누구냐?' 증얼거리던 오용운생은 돌연 대갈일성하면서 신형을 번개처럼 돌리며 응후한 일장을 갈겨 냈다. 획 획 冷.송情 =5 세찬 바람이 일어나면서 등뒤에서 덮쳐 오던 금망(金쏜)이 마치 낙엽처럼 날아갔다. '금광신망?" 그 암기를 본 모용운생이 놀란 외침을 토해 내었다 그의 앞 삼 장 거리에는 금빛 가사를 두른 노니(老尼)가 서 있 었다. 나이는 칠팔십 이상 된 것 같은데 고목처럼 마른 얼굴은 윤 ......-..택하여 얼핏 나이를 짐작키 어려웠다. 노니의 두 눈은 지금 찢어질 듯이 부릅떠져 있고 금방이라도 사 람을 갈기갈기 찢어 버릴 듯한 신광이 폭사되어 나오고 있었다. 한 ......-..마디로 살기 등등한 모습이라 전혀 출가인답지가 않았다. 모용운생은 직감적으로 무엇인가 잘못된 것임을 깨달았다 '악적! 목을 내놓아라1' 모용운생이 뭐라고 하려는 순간에 노니는 벼락치듯 호통을 지르 면서 모용운생의 가슴팍에다 일장을 후려갈겼다. 획 획. 하는 파공음을 동반한 채 닥쳐 드는 그 장력의 위세는 매우 놀라워 모용운생마저도 안색이 변할 지경이었다. 오용운생은 금멎 가사의 노니가 자신을 오해한 것을 짐작하고는 빙글 도는 사이에 그 일장을 피해 내면서 외쳤다. '멈추시오! 이 일은 본인이 한 짓이 아니오!' 그러나 이 말은 타오르는 불길에 기름을 들어붓는 격이었다. 노니는 모용운생이 자신의 일장을 수월하게 피해 내면서 소리를 지르자 가증스러운 표정으로 모용운생을 쏘아보며 외쳤다. '그 나이에 그런 무공을 가지고 이런 천인공노할 짓을 저지르다 니 노니가 네놈의 사족을 발기발기 찢어 놓고 그 더러운 물건을 떼어서 개에게 주고 말리라아-!' 노니는 쌍장을 크게 휘두르더니 훌쩍 몸을 날려서 오용운생에게 덮쳐 왔다. 그녀의 쌍장이 바람개비와 같이 돌아갔다. 29 濁람驚魂 윙!윙 괴이한 소리와 함께 한 가닥의 기운이 일더니 무서운 속도로 돌 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노니의 얼굴에 금및이 나타나면서 그 ......-..무형의 바람기둥의 위세는 절로 보는 사람의 안색을 변케 하였다. ......-..'금광회선강기(金光廻旋쿄氣)' 모용운생이 짬짝 놀라 외쳤다. 노니가 모용운생에게 덮쳐 가면서 가공할 바람기둥을 일으켜 모 용운생에게 덮어씌운 것과 모용운생이 놀라 소리친 것은 거의 동 ......-..시였다. 그만큼 상황의 진전은 눈부시게 빨랐다. 모용운생은 자신이 금광회선강기라는 무공을 절대로 피할 수 없 ......-..음을 잘 알고 있었다, 더구나 지금과 같이 가까운 거리에서는 말도 ......-..안 되는 소리인 것이다. 신니 멈추시.잇' 모용운생은 대갈일성하면서 바로 눈앞으로 다가온 거대한 바람 기둥에다 연달아 칠 장을 격출해 내었다. 그가 칠 장을 격출해 내 ......-..는 순간은 거의 동시인 것 같았으며 순식간에 팔이 일곱 개나 생겨 ......-..난 것만 같을 지경이었다. 모용운생의 얼굴에도 맑은 금멎이 쭈욱 치솟아올랐으며 주위에 는 전단향이 가득히 퍼져 나갔다. 모용운생이 격출한 칠 장 중의 첫 삼 장은 금광회선강기에 닿자 마자 금세 눈 녹듯 사라져 버렸다. 그러나 사 장째에는 미약한 소 ......-..리와 함께 사라졌고 오 장. 육 장째에는 그 소리가 매우 커졌다. ......-..그리고 제칠장이 부딪치는 순간에는 지축을 울리는 폭음이 터져 ......-..나오며 모용운생과 겨우 한 자 거리로 다가왔던 바람기등이 주춤 ......-..하면서 그 세력이 약간 약화되었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모용운생의 손이 기묘하게 움직이면서 고슨빠 297 그의 몸이 흔들리는 사이에 두 걸음 가량 물러섰다. 그러자 기이한 흡인력이 일어나면서 노니가 일으킨 바람기둥은 모용운생의 곁을 비켜 지나 로에 있던 석등에 부딪혔다. 꽝! 꽈르르 굉음과 함께 석등이 산산조각 가루가 되어 사방으로 흩어졌다 가히 경인(驚八)할 위세였다. 노니는 설마 모용운생이 자신의 금광회선강기를 피해 낼 줄은 몰랐던 터라 대경실색해 눈을 부릅떴다. '처, 천룡전단신공! 게다가 소림의 대접인신공(大捨引神功)까 지? 실로 통탄할 일이로구나1 천룡상인이 너와 같은 음도(삘理를 ......-..길러 내다니 하늘이 무심토다1' 노니는 사납게 이를 와드득 갈아붙이더니 또다시 모용운생에게 금광회선강기를 쏘아 보내 왔다. 모용운생은 노니가 자신의 말은 들어 보지도 않고 또다시 공격 해 오자 은근히 노기가 솟구쳐 올라 낭랑히 외쳤다. 닥치시오. 금광신니 다른 사람은 몰라도 이 모용운생이 당신 을 두려워할 것 같소? 모용운생은 호통을 침과 동시에 두 손을 잇달아 쳐내었다. 바로 천두대구식 중의 제팔초인 증성공월 (衆星擇月)이었다. 금팜신니(卞光神尼)! 그러했다. 바로 이 금및 가사를 입은 노니가 공문삼기 중의 하 나인 금광신니였다. 금광신니의 나이는 이미 팔십이 넘었으나 급 ......-..한 성격은 소시적과 다름없이 마치 열화와도 같았다. 게다가 회로 ......-..애락이 자유자재 제멋대로인지라 모든 사람이 머리를 흔들면서 슬 ......-..슬 피해 다니는 판이었다. 금광신니의 무공이 절정고수인지라, 공 ......-..연히 잘못되면 사망신고하는 수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녀의 독보적인 무공인 금광회선강기는 매우 패도적인지라, 누 298 獨브料魂 구나 일단 그 회선강기 안에 휩쓸려 들어가거나 얻어맞기만 하면 ......-..온몸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엄청난 위력이 있었다. 금광신니 자신도 자신의 금광회선강기의 위력이 너무도 꽤도적 인 것을 아는지라. 되도록이면 쓰기를 금하고 있는 편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모용운생을 오해하고는 그를 때려 죽일 결심을 하게 된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원래 이 암자는 금광신니가 수도하는 곳 ......-..으로, 불에 타 죽은 시체나 욕을 보고 죽어 나펑구는 시체들은 모 ......-..두 그녀의 제자들이었다. 그러니 그녀와 같이 성미 급한 사람이 눈이 뒤집혀 자초지종을 생각할 여유가 없는 것이 당연했다. 더더구나 불타는 암자를 보고 ......-..놀라 달려오다가 알몸으로 죽어 있는 그녀의 제자를 뒤적거리고 있는 모용운생을 보았던 것이다. 그녁의 불 같은 성미로 물어 보고 자시고가 없었다. 우선 대갈통부터 부숴 놓고 봐야 속이 시원할 것이 이었다. 그녀의 성격 천하를 독보하는 금팜신니의 금광회선강기와 모용운생의 천룡전 단신공이 정면으로 맞부딪쳤다. 꽈앙1 꽈르릉! 귀청이 찢어지는 듯한 폭음이 터져 나오자 사방으로 경기가 몸 부림치며 퍼져 나갔다. 금광신니는 눈앞에 별이 왔다갔다하는 것 같음을 느끼고 막대한 타격을 견디지 못하고서 자신도 모르게 뒤로 네 걸음이나 물러섰 ......-..다. 피해를 입기는 모용운생도 마찬가지였다. 모용운생 또한 가슴이 ......-..얼얼하면서 연달아 네 걸음을 후퇴하고 만 것이다. 백중지세. 누구도 우세를 점하지 못했다. 冷心無淸 299 금광신니의 놀람은 극에 달해 부릅뜬 눈이 찢어질 판이었다. 자신이 비록 공문삼기 중의 세 번째 반열에 들고 있다고는 하지 ......-..만 설마 하니 첫째인 천룡상인의 제자인 듯싶은 새파란 어린 녀석 ......-..과 무승부를 이루다니. 이거야말로 낯을 못 들 형편이 아닌가 그녀는 내심 모용운생에게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니 다시 한번 모용운생을 쳐다볼 수밖에, 그렇게 해서 다시 보니 비록 차가운 성품이 느껴지기는 하지만 보면 볼수록 비범한 ......-..인중지룡(八中之舊]이 아닌가, 그녀의 분노는 더욱 활활 타올랐다. '네 이노옴! 그토록 출중한 재기를 가지고 이따위 짓을 하다니, ......-..천룡상인을 봐서라도 네놈을 천참만륙하고야 말겠다" 금광신니는 대갈일성하며 또다시 금광회선강기를 일으켰다. 그녀의 얼굴에 드러난 금광은 더욱 짙어졌고 회선지력 (廻旋之 ......-..力)의 위세는 크게 일어나 주위 오륙 장 둘레가 모조리 그 위력에 ......-..휩쓸려들었다. 획 !휘 -익- 모용운생은 전신에 무서운 압력이 닥쳐 옴을 깨달았다. 그대로 두었다가는 절대로 막아 낼 수 없게 될 것이 틀림없었다. '차-앗1' 모용운생의 입에서 낭랑한 외침이 터졌다. 동시에 그의 왼손이 반원을 그리고 오른손이 벼락같이 그 반원 의 기세를 깨뜨리며 앞으로 쳐 나갔다. 천두대구식 가운데 최고봉 ......-..이라 할 수 있는 만상생멸 (萬象오減)이었다. 금광신니는 모용운생의 손속이 범상치 않은 것을 보자, 내심 놀 라며 항마수(降魔手) 증의 금강파천(金剛破天)의 식으로 금광회선 ......-..강기를 모용운생의 천룡전단신공에 맞부딪치게 했다. 300 獨背驚魂 꽝! 천지가 개벽하는 듯한 폭음이 다시 터져 나왔다. 휘리릭 -! 사방으로 칼날같이 매서운 경기가 피리 소리와 같은 날카로운 음향을 동반한 채 격탕되어 나갔다. ". , ., . ." 금광신니는 자신도 모르게 신음을 흘려 내면서 잇달아 다섯 걸 음이나 진퇴되어 간신히 신형을 멈추었다. 그녀의 안색은 백지장 ......-..같이 창백했으며 승포자락은 금방이라도 찢어질 듯 펄럭거렸다. ......-..이윽고 천지를 가릴 듯 피어올랐던 먼지가 가라앉았다. 앗?' 금광신니의 두 눈이 크게 떠졌다. 믿을 수 없는 일이 눈앞에 벌어져 있었다. 모용운생은 자신과 마찬가지로 다섯 걸음을 물러서고 있는데 그 ......-..안색이 약간 창백한 것뿐, 입가에는 담담한 미소마저 피어오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럴 수가 나의 일 갑자를 넘어가는 공력보다 저놈의 공력이 더욱 강하다는 말인가?' 사실 지금 모용운생의 상태는 금광신니가 생각하는 것처럼 양호 ......-..한 것만은 아니었다. 지금 그의 입가에 피어오르고 있는 미소는 그 ......-..의 심증의 노기를 드러내고 있는 것일 뿐이었다. 모용운생은 크게 진기를 한입 들여 마시면서 천천히 오른손을 들어올렸다. 절세무공인 법화지력을 전개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모용운생은 다시금 손을 거두어들이고 말았다. 이는 그의 절정에 다다른 참을성과 어떠한 경우에도 이성을 잃 지 않는 냉철한 판단력에서 기인한 것이었다. 卞心無情 501 그가 비명 소리와 싸우는 소리를 듣고 이곳에 나타났을 때 이곳 에는 이미 죽은 시체들만 있었다는 점이 마음에 걸렸던 것이다. 제 ......-..아무리 무공이 고절(高絶)하다고 해도 모용운생이 달려오는 사이 에 싸움을 끝내고 여승들까지 욕보이고 사라질 여유는 없다. 남녀 ......-..간의 방사(房事)라는 것이 고수라고 해서 빨리 해치우는 것도 아니 ......-..고 그럴 수도 없는 것이니까. 그렇다면 일은 이미 벌어져 있었다는 뜻이 된다. 어쩌면 이 상 황은 그를 유인하기 위하여 일어난 것인지도 모른다 게다가 모용운생이 나타나자마자 금광신니가 나타난 것도 공교 로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누군가가 금광신니의 불 같은 성미를 이용하여 모용운생과 싸움을 붙이려고 획책한 것이 틀림없다는 느 ......-..낌이 들었다. 금광신니와 같은 고수와 모용운생이 싸우게 되면 양패구상(兩敗 具傷)을 하든지, 상태가 좋아도 둘 중의 하나는 치명상을 입게 될 ......-..것이 틀럼없었다. 금광신니와 같이 불 같은 성미로 마구 공격을 퍼붓는 데야 부처 님이라도 노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었다. 모용운생은 내심 썽각을 굴리면서 금광신니에게 말했다. '신니, 소생은 이곳을 지나다가 우연히 이 광경을 목격하고 온 것뿐이니까 오해를 푸십시오.' 하지만 금광신니는 지금 분노로 눈이 뒤집혀 있는 판인데 그 말 이 귀에 들어을 까닭이 없었다. '홍. 터진 아가리라고 잘도 지껄여대는구나!' 금광신니는 냉소하면서 호시탐탐 모용운생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녀의 승포는 바람이 없는데도 절로 파닥파닥 세차게 펄럭이고 있었다. 모용운생은 그녀가 이번에 공격을 펼치면 생사결판을 내려고 할 50 獨람驚魂 것이 틀림없는지라 그대로 있을 수가 없었다. 그대로 있으면 누군 ......-..지도 모르는 자의 함정에 그대로 빠지게 될 것이었다. '야압!' 모용운생은 돌연 벼락같이 외치며 오른손을 들어 전광석화와도 같이 앞으로 무찔렀다. 쇄-애액 눈이 부시는 금광과 더불어 귀청을 찢는 파공음이 터져 나왔다 금광신니는 눈부신 금광이 마치 칼날과도 같이 자신의 호신강기 를 파괴하고 들어오자 대경실색했다. '법화지로구나!' 금광신니는 다급히 외치며 금광회선강기를 운용하여 널따란 승 포자락을 병풍처럼 펼쳐 모용운생의 법화지력을 막아 내려고 했 다. 파-악 둔탁한 파열음이 들리며 금광신니는 주춤하며 한걸음 물러섰다. 금광신니는 모용운생의 법화지를 막아 내는 데 성공했지만 그녀의 ......-..승포 소맷자락에 구멍이 나는 것은 면할 수 없었다. 금광신니는 크게 놀라 안색이 창백해져서 모용운생을 보았다. 모용운생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그가 역기충혈대법으로 공력을 획득하여 법화지를 연성한 후, 이처럼 정면에서 법화지를 간단히 막아 내는 사람은 본 적이 없었 ......-..던 것이다 '과연 금광신니의 명성은 거짓이 아니었구나' 모용운생은 내심 감탄하면서 무거운 음성으로 말했다. '신니께서는 이 상황을 살괴보십시오. 만약 소생이 이곳에서 이 런 만행을 저질렀다면 뭐 하러 여기에서 이러고 있겠습니까?' 금광신니의 표정을 살펴본 포용운생의 말이 이어졌다. ,빠情 303 그리고 소생이 억기 나타나자마자. 신니께서 이곳에 나타난 것 도 매우 절묘하여 마치 때를 맞춘 것 같은데, 이래도 전혀 이상한 ......-..생각이 들지 않으십니까?" 금광신니는 모용운생의 무공에 놀란 바람에 노화가 많이 가라앉 았다, 성미가 급하긴 해도 공문삼기의 하나인 그녀가 바보일 리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금광신니도 무엇인가 이상함을 느끼게 되었다. 하 지만 몇 마디 말에 의심을 풀 수는 없는 일이었다. '이얏' 그런데, 금광신니가 모용운생에게 꿔라고 입을 열려는 순간에 갑자기 모용운생이 우렁찬 호통을 치면서 재차 그녀에게 그 무서 ......-..운 위력의 법화지를 쏘아 내는 것이 아닌가1 이번의 법화지력은 더욱 대단하여 귀청이 찢어지는 듯한 소리가 ......-..일어나 그의 말에 잠시 허를 보인 금광신니는 감히 맞받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금광신니는 몸을 틀어 피하면서 이를 갈며 한 맺힌 음성으로 외 쳤다. '니 잡종 녀석이 감히 노니를 속이다니' 금광신니가 몸을 비켜 법화지력을 피하자, 한 줄기 미풍이 그녀 의 곁을 스쳐 갔다. 모용운생이 금광신니가 몸을 비키자마자 법화 ......-..지의 위세를 따라 몸을 날려 그녀를 스쳐 지나간 것이다. 이렇게 되자 금광신니는 모용운생이 도망치기 위해서 자신에게 술수를 부린 것으로 생각하고는 더욱 대노했다. 그녀의 반질반질 ......-..한 머리는 노기가 치밀어 올라 붉게 물들 지경이었다. 금광신니는 모용운생이 자신의 곁을 스치고 지나갔음을 느끼고 몸을 돌렸을 때 꼬용운생의 몸은 이미 십여 장 밖에 있었다. 모용운생은 허공으로 몸을 뿜아 올려 한 바위 뒤를 덮쳐 가면서 ......-..504 1 차갑게 외쳤다. '모습을 나타내지 못하겠느냐?" 모용운생은 호통을 침과 동시에 전광석화와도 같은 동작으로 잇 ......-..달아 삼 장을 후려갈겼다. 획 !-획 ! 모용운생의 장세는 거센 파도와 같이 공기를 진탕시키면서 심 장이 한꺼번에 폭우가 쏟아지듯이 덮쳐 내렸다. '으하하!' 돌연 허공을 진동시키는 웃음 소리가 터져 나왔다. 동시에 바위 뒤에서 한 인영이 비조와 같이 솟아오르며 모용운 ......-..생의 공세를 막으며 떠올라 왔다. '모용형 소제올시다. 사정을 좀 봐주시오.' 바위 뒤에서 날아오른 인영의 장세는 응후하기 이를 데 없었다 ......-...필시 보기 드문 고수임에 틀림없었다 모용운생의 안색이 급변했다. 등뒤에서 금광신니가 무서운 위력의 일장을 후려갈겨 오고 있음 ......-...을 느낀 것이다. 모용운생은 양쪽의 공격을 한꺼번에 견뎌 낼 자신이 없었다. 패 ......-...도무적과 만사지존의 합공이 문제가 아닐 위력이었다. 하지만 피해 낼 시간적 여유도 없었다. 순간, 모용운생의 신형이 거의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빠르게 선 ......-...회하였다. 동시에 바위 뒤에 있던 인영에게 발출한 장세를 철회하 ......-...면서 쌍장을 내밀며 잇달아 동그라미를 그렸다. 금광신니는 그에게 쏘아 낸 자신의 금광회선강기가 빙그르 방향 을 바꾸는 것을 느꼈다. 금광회선강기는 모용운생의 손짓에 의해 ......-...바위 뒤에서 날아오른 인영에게로 쏟아져 갔다 꽝! 꽈르르르 짜心無情 5 '으흐윽. !`' 벽력음이 터지고 돌모래가 피어오르면서 일시지간 정도의 회오리바람이 일어났고 답답함을 참지 못하는 나왔다. 정확히 그 신음 소리는 세 마디였다. 그것은 시야를 가릴 ......-...이 다 타격을 받았음을 의미하고 있었다 신음이 터져 이윽고 흙먼지가 조금 가라앉으며 시야가 맑아졌다 모든 사람들 모용운생 등 세 사람은 방원 삼 장 정도의 거리를 으로 대치하듯 서 있었다. 두고 삼각형 모용운생의 입가에는 가는 선지피가 약간 내비치고 있었다. 내 상을 입은 것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그의 신색으로 보아 내상은 별 ......-...로 대단해 보이지는 않았다. 놀랍게도 모용운생은 이대고수의 앞뒤 양면협공을 정면으로 받 아 낸 것이다. 그는 위기의 순간에 이미 펼쳐 낸 장세를 급격히 거둬들이며 대 접인신공을 발휘하여 앞뒤의 장세를 끌어들였다. 그러자 두 가닥 의 공격은 그의 힘에 이끌려 서로 부딪치게 되었고 그 틈에 모용운 ......-...생은 몸을 피할 수 있었다. 원칙적으로 이러한 이화접목(移花接木) ......-...의 상승신공은 펄쳐 낸 사람이 아무런 타격도 받지 않아야 옳았다. ......-...남의 힘을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용운생은 너무 창졸간에 펼쳐 내었던 공력을 거두어들 여야 했고. 미처 그것을 안정시키지 못한 상태에서 또다시 무리하 ......-...게 공력을 운용하여 그 자신의 힘에 진상을 당한 셈이었다 그에 비해 금광신니는 새로이 나타난 상대의 실력이 그녀보다는 못한지, 가벼운 진상을 입은 것에 불과했다. 가장 비참한 것은 새로 나타난 사람이었다. 나타난 사람은 모용운생과 비슷한 나이의 녹의서생이었다. 그의 얼굴은 가히 관옥과 같아 준미(俊美) 함은 모용운생보다 횔씬 더했 ......-... 98 다. 너무 준미함이 오히려 흠이라고나 할까? 호화로운 장식을 한 보검을 허리에 걸고 있는 그의 모습은 매우 영기발랄했지만 지금은 완전히 저린 배추꼴이었다. 안색은 창백했 ......-...고 입가에서는 아직도 가는 피가 조금씩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와 같은 나이에 금광신니가 젖 먹는 힘까지 다해 발출 한 금광회선강기를 창졸간에 맞받아 낼 수 있다는 것은 정녕 강호 ......-...를 진동시킬 만한 것이 아닐 수 없었다 녹의서생은 힘없이 미소 지으며 쏙- 손등으로 입가에 흐르는 피를 닦아 내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모용형 일 년 만에 만난 소제에게 너무하시는 거 아니오?' 모용운생은 녹의서생의 얼굴을 바라보더니 뜻밖인 듯 말했다 '이게 누구요? 진회하에서 만났던 백경추(白舊秋). 백형이 아니 오?' 이 모양을 보고 있던 금광신니가 냉소를 터뜨렸다. '흥! 이제 보니 한패가 또 있었구나! 어디 또 얼마나 있는지 모 조리 나오도록 해라' 하지만 그녀는 두 청년의 무공이 젊은 사람답지 않게 믿을 수 없게 지고(至高) 하여 둘이 합세한다면 자신이 이길 가망이 거의 없 ......-...음을 잘 알고 있었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그녀의 성미로 어찌 이대로 있기만 하겠는가. 모용운생은 금광신니가 금방 달려들 기색이 아님을 보고는 암중 으로 운기조식하면서 의흑에 찬 눈길로 백경추를 바라보았다. 백경추가 하하 넉살좋게 웃으며 다시 말했다 '모용형! 너무하셨소1 우리가 진회하에서 만나 의기투합하척 사 홀을 놀 때에도 본색을 숨기고 전혀 나타내지 않았으니, 오늘 소제 ......-...가 이곳에서 모용형을 만나지 않았다면 어찌 오용형이 바로 천하 를 진동하는 냉심무정 모용대협인 줄 알 수 있었겠으며 소제 冷心無情 7 가 볼일을 보기 위해서 이곳에 찾아오지 않았다면 어떻게 오늘과 같은 상봉이 이루어질 수 있었겠습니까?' 그의 청산유수와 같은 이 말은 간접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설명 한 것에 다름이 아니었다. 모용운생은 그가 선수를 치자,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원래 이 백경추란 녹의서생은 모용운생이 강호를 유랑할 적에 진회하에서 만나 의기투합, 술을 마시면서 사홀간이나 담론(談論) ......-...한 적이 있었다. 모용운생은 강호에 나와 자신과 비슷한 나이에 그 ......-...토록 박식한 사람은 처음 보았던지라 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자신도 무공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백경추마저도 무공을 나타내지 않은 일대고수일 줄이야 그러나. 그가 이 시각에 여기에 나타난 것은 너무도 공교로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백형이 무림고수인 줄은 미처 몰랐군요1 오랜만이니 회포를 풀 어야 하겠지만 상황이 그렇지 못하군요. 백형은 여기에 어떻게 오 ......-...셨소?' 가볍게 고개를 끄떡이는 모용운생의 말은 매우 담담하고도 침착 하억 지금의 분위기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남들이 그의 내심 ......-...을 추측키 어덥다는 뜻이다. 백경추는 여전히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의 기색은 모용운생과 는 완연히 틀려서 늘 봄바람이 불고 있는 것 같았다 '소제는 이번에 혈해보도에 관해 이야기를 듣고 구경이나 한번 할까 하고 오다가 .." 모용운생은 내심 놀랐다. '내가 남하하는 속도는 하루에 천 리 이상이었거늘, 이자가 어 찌 미리 알고 대기할 수 있었다는 말인가?' 백경추는 대뜸 모용운생의 기색을 알고 말했다. 08 獨舊澤魂 '모용형! 오해는 마시오. 소제는 모용형 다음에 여기에 도착했 으니까. 그리고 내가 구경하려던 혈해보도는 모용형의 것이 아니 ......-...라, 무쌍옥녀가 소지한 것이오.' 이 말에 금광신니가 크게 놀라 외쳤다. '꿔라구? 그게 무슨 소리냐! 경아가 혈해보도를 가지고 있다니? ......-...그게 사실이냐?" 백경추는 금광신니에게 포권해 보이며 말했다 '신니께 후배 백경추가 문안드럽니다. 소생이 우리 모용형의 행 ......-...위를 보증하겠으니, 신니께서는 오해를 푸시기 바랍니다. 금광신니가 코웃음을 쳤다. '노니는 네 낮짝도 본 적이 없는데. 묄 믿고 네 말을 믿는단 말 ......-...냐?' 이 말은 각박하기 이를 데 없어 천하없이 넉살좋은 백경추라 할 ......-...이 지라도 부지(不知)간에 얼굴이 붉어졌다. 하지만 그는 과연 보통이 아니었다. 백경추는 다시 낭랑히 웃음을 터뜨리면서 말했다. '하하 소생 백경추는 강호에서 신주옥룡(神州玉8팀이라고 부르고 있는데 들어 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그 말에 모용운생과 금광신니의 신형이 제각기 한차례씩 진동했 ......-...다. 신주옥룡 백경추라면 바로 무림삼영 중의 하나가 아닌가? 당금 강호에 나타난 무림삼영의 무공과 위세는 지금짜지 있었던 ......-...후기지수(後起之秀)들과는 완전히 틀렸다. 일개 문파의 종사에 못 ......-...지않은 대우를 그들은 받고 있는 것이다. 금광신니조차도 그것을 알고 있었다. 금광신니가 입을 다물고 있자, 신주옥룡 백경추가 자신의 가슴 에다 손을 었었다. 冷心無情 59 '소생의 명예를 걸고 보증할 수 있습니다. 모용형이 그런 음적 이 아닌 것을! 아니, 실은 소생이 신니께 이런 말을 할 을 겁니다. 모용형의 신분은 저보다 더하니까요.'` 필9도 없 그 말에 금광신니는 모용운생을 다시 한번 보았다. 오용운생은 신주옥룡 백경추가 무슨 속셈인지 몰라 묵묵히 가만 히 있었다. 침착하고 무거운 행동은 그의 최대장점이라 할 만했다 ......-....백경추는 모용운생을 가리키며 힘주어 말했다. '모용형은 냉심무정이란 외호를 가진 바로 무림삼영 중의 우두 머리라고 알려진 인물입니다. 그런 신분으로 어떻게 그런 짓을 하 ......-....겠습니까?" 금광신니가 은근히 놀라 모용운생을 쳐다보았다. 모용운생이 무림천하를 흔들어 놓을 정도로 떨어 울린 것을 그 녀도 아직 잊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일순. 금광신 ......-....니는 냉소를 터뜨리면서 모용운생을 쏘아보았다. '과연 무명지배는 아니었군그래 그리고 과연 소문대로 잔흑하 기 이를 데가 없군. ... 그녀의 말은 편견이 가득하여 쉽사리 인정할 태세가 아니었다 천하의 공문삼기 중 하나인 그녀가 이토록 끈질기게 물고늘어질 줄은 몰랐던 터라 신주옥룡 백경추는 내심 그만 혀를 내두르고 말 ......-....았다. '흔자 살아서 그런가? 이 늙은 여승은 어떻게 이따위로 고집이 질기단 말이냐1' 금광신니는 살기를 띠며 사납게 외쳤다. '께다가 이제는 살인뿐만 아니라 간음까지 하니까 냉심무정에다 채화음적 (採花淫賊)이란 이름까지 붙여야겠구나 또 무슨 할말이 ......-....있느냐?' 모용운생이 냉심무정이란 외호를 갖고 있음으로 인해 그를 피도 ......-.... 눈물도 없는 살인마로 보는 사람도 무림 중에는 적지 않았다. 기 ......-....실, 그는 손을 씀에 있어서 사정을 둔 적이 별로 없었다. 하지만 ......-....그의 손 아래 요행을 면하지 못한 자들이 모두 용서받기 힘든 자들 ......-....임을 아는 사람은 또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기도 했다 하지만 설사 그가 그러한 살인마라 할지라도. 현재 그의 신분으 로 본다면 이러한 언사에는 안색을 변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럼에도 모용운생은 안색 하나 변하지 않고 여전히 담담한 표 정으로 서 있을 뿐이었다. 과연 냉심무정이라는 외호가 어떻게 얻 ......-....어진 것인지 실감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신주옥룡 백경추는 그의 그러한 태도를 보고 다시 한번 감탄했 다. '역시 대단한 인물이로구나` 그때 모용운생이 입을 열었다. '신니께서는 불타 죽은 시신을 제외한, 불당 요에 있는 시신 세 구를 모두 보셨습니까?' 그의 어조는 변함없이 침착했다. 젊은 사람다운 열기는 전척 껴지지 않았다. 너무 담담하여 남의 말을 하는 것 같을 정도였다. ......-....금광신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보았다!' 그녀의 얼굴이 다시 일그러졌다. 처참히 죽은 제자들을 생각하 니 다시 한번 살기가 치밀어 오르는 것이다, 신주옥룡 백경추만 아 ......-....니라면 그녀는 이렇게 말만 하고 있지 않을 것이었다. '그럼 그 세 구가 모두 능욕을 당한 것도 아실 겁니다 ' 금광신니는 온몸을 부르르 떨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소생은 원래 여자에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더구나 암자에 와 서 그런 짓을 할 만큼 패륜아는 더 더욱이 아닙니다. 불을 질러 놓 ......-....고 여자들을 차례로 욕보일 만큼 절륜한 정력을 가진 것도 아닙니 ......-....冷心無情 31 다. 지금 소생의 옷매무새에 이상한 점이라도 있습니까?' 그의 말은 도도했다. 구구절절 옳은 말인지라 금광신니조차 반 박할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제아무리 경우가 없다 할지라도 말문 ......-....이 막히고서야 억지를 부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모용운생은 그녀가 입을 다물고 묵묵히 서 있음을 상 말을 하지 않고 신형을 돌렸다. 보자, 더 이 획! 그 순간 경미한 파공음과 함께 금광신니가 모용운생의 앞을 가 로막았다. 오용운생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또 무슨 일입니까? 그의 말에는 범상치 않은 위엄이 담겨 있었다. '네가 아니라면 누가 이런 짓을 했단 말이냐?' 모용운생은 어이가 없어 가만히 금광신니를 쳐다보다가 말했다 신니와 소생을 이간시키려는 자이겠지요.' 그래도 금광신니는 또 꿔라고 말을 하려고 했다. 참지 못한 신주옥룡 백경추가 옆에서 요질러서 말을 잘랐다. '신니께서는 무쌍옥녀의 안위는 돌보지 않으시려는 접니까?' 금광신니는 불현듯 정신이 든 듯, 다급히 외쳤다. 지금 그 애가 어디 있지?' 일단 생각이 미치자, 그녀는 다급함을 참을 수 없어 뜨거운 솥 위에 오른 고양이와 같은 심정이었다. '영제자는 태행산에서부터 줄곧 군호들에게 용하게도 이곳 대별산까지 왔지만 결국 행적이 다.' 쫓기면서도 참으로 발각되고 말았습니 금광신니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그녀의 수도암인 금광암이 이렇게 되니, 이제 제자라고는 그녀 312 濁드驚魂 한 명밖에 남지 않은 셈이었다. 어찌 간장이 타지 않겠는가. 그래. 그 아이는 지금 어디 있는가?' '영제자는 아마 지금쯤 이곳에서 오십여 리 가량 떨어진 대응곡 에서 포위공격을 받고 있을 겁니다. 지금쯤은 이미 늦었을는지 도... 금광신니는 뒷말은 더 듣지도 않고 몸을 솟구쳤다. 그녀의 신형 은 순식간에 멀리 사라졌다. 뒤이어 그녀의 음성이 들려 왔다. '오늘의 일은 노니가 반드시 다시 찾아가 따질 도록 해라.' 것인즉. 잊지 말 백경추가 투덜거렸다. '쳇! 누가 따져야 되는 건지 . 아주 적반하장이로군!' 툴툴거리던 백경추는 별안간 안색이 창백해지더니 한 모금의 선 혈을 토해 냈다. '백형 !' 모용운생의 놀란 음성에 백경추가 씁쓸히 웃으며 말했다. '괜찮소이다. 억지로 누르고 있던 내상이 발작한 때문이니 잠시 조식하게 되면 괜찮을 것이오." 그는 대뜸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서 눈을 내려깔더니 운기조 식을 시작했다. 이렇게 되자 모용운생은 그 자리를 떠날 수가 없었 ......-....다. 운기조식을 한다는 것은 무방비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라 다른 ......-....사람 앞에서 운기조식한다는 것은 그 사람을 믿는다는 직접적인 표현이기도 했다. 그런 상대를 둔 채로 그냥 가버릴 수야 없는 일 ......-....이었다. 모용운생은 쓴웃음을 짓고는 선 채로 운기조식하기 시작했다. 그의 내상은 무거운 것은 아니었지만 오래 둘 수는 없기 때문이 다. 대체로 운기조식이란 격식을 갖추어야 하지만 모용운생과 같 ......-....冷心無情 3 은 고수는 선 채로 운기조식하먹 숨을 고를 수도 있었다. 가벼운 내상 정도는 단숨에 치유시킬 수가 있는 것이다. 은은한 금빛이 감돌며 맑은 전단향이 그의 몸에서 일어났다. 그와 같은 고수는 운기조식에 들어가면 이목이 명민해져서 수십 ......-....장 밖의 낙엽 떨어지는 소리까지 모두 들을 수 있었다. 현재 그의 ......-....운기조식은 바로 그렇게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가볍게 눈을 감은 모용운생은 운기조식에 들어간 신주옥 룡 백경추가 실눈을 뜨고 자신을 보는 것은 미처 보지 못했다. 그 ......-....는 모용운생의 태도를 보곤 입가에는 한 줄기 가벼운 미소를 떠올 ......-....리더니, 다시 눈을 감았다. 잠시 후, 모용운생은 전신의 진기가 창통함을 느끼자 눈을 뜨고 서 신주옥룡 백경추를 보았다. 백경추의 머리 위에는 횐 김이 서리고. 이마에는 땀방울이 맺혀 있어 그의 운기행공이 한참 중요한 순간에 이른 것을 직감할 수 있 ......-....었다. '이자의 무공은 실로 상상외로구나! 그 동안 침체했던 무림에는 갑자기 고수가 우후죽순처럼 쏟아져 나오는구나 생각에 잠겨 있던 모용운생은 문득 경각해 소리쳤다. 누가 엿보고 있는 것이오?' 모용운생의 외침에 대답은 없었다. 하지만 모용운생은 이미 수십 장 밖의 낙엽 떨어지는 소리까지 들을 수 있게 된 터라. 이십여 장 밖에 한 사람이 숨어 있는 기척 ......-....을 느끼고 있었다. 모용운생은 냉소하며 번개 같은 동작으로 잇달아 주먹만한 돌땡 이 세 개를 집어던졌다. 돌맹이라곤 하지만 그것이 날아가는 기세 ......-....는 가히 질퐁신뢰가 치는 듯해서 가공했다. 그런데. 막 암중의 사람이 숨어 있는 곳으로 날아가던 돌맹이 14 獨랠驚理 세 개가 팍팍. 하는 소리와 함께 산산조각이 나버리는 것이 아닌 ......-....가. '하하하' 뒤를 이어 우렁찬 웃음이 터져 나왔다. 날아가던 돌땡이를 허공에서 가루로 부숴 버리고 웃음을 터뜨리 ......-....는 자의 공력은 놀라운 것이었다. 모용운생은 백경추의 운기조식이 한참 증요한 고비에 이르러 있 ......-....임을 알고 있었기에 자리를 떠나지 않고 외쳤다. 누가 장난을 치는 게냐? 오습을 드러내지 않았다가 본 공자의 손속이 매섭다고 후회하지 말라!' 모용운생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한 사람이 나타났다. 키는 보통이었는데 검박한 황포를 걸친 온화한 위엄이 서린 얼 ......-....굴의 그는 횐 수염이 가슴까지 드리워져 있었고 나이는 육십 세 가 ......-....량으로 보였다. 모용운생은 그 기품이 서린 황포노인을 보는 순간에 내심 놀라 그를 다시 한번 보았다. '귀하는 뉘시오?' 모용운생은 그의 신분을 확인하기 위해서 물었다 황포노인은 모용운생에게 천천히 걸어오면서 횐 수염을 쓰다듬 었다. 듣던 대로 모용대협의 영자(英姿)를 보니 명불허전이구려. 노 부의 이름은 소추령이라고 하는데 들어 보았는지?" 소추령, 한운노인 소추령! 바로 멸문지화를 당한 한운장의 노장주가 나타난 것이다. 그는 무진교에 사로잡혀 갔는데 어떻게 이 자리에 나타날 수 있 단 말인가. 모용운생이 놀란 것은 당연했다. 모용운생은 짐작이 사실이 되자 놀란 멎을 드러내며 맣했다. 冷心無情 휴5 '정녕 한운노인 소장주이십니까?" 한운노인이 틀림없습이다. 소제가 한번 꾄 적이 있습니다.' 한운노인 소추령이 고개를 끄덕일 때, 낭랑한 목소리가 끼여들 었다. 신주옥룡 백경추가 깨어나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놀랍군1 이토록 짧은 시간에 운기조식을 끝내다니 모용운생이 가볍게 놀라 신주옥룡 백경추를 쳐다보니 그의 안색 은 불그레 윤택이 홀러 전혀 부상당한 사람 같지 않았다. 놀라기는 ......-....했지만 그의 얼굴빛은 여전히 평정했다. 모용운생은 한운노인을 만나 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들은 소문 과 그의 모습이 흡사하고 옆에서 신주옥룡 백경추가 그렇다고 하 니 믿지 않을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소장주께서는 무진교에 잡혀 가셨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이곳 에?' 모용운생이 묻자 소추령은 암울한 빛으로 탄식했다. '참으로 부끄럽기 이를 데 없소. 노부... 노부는 겨우 목숨만 을 부지하여' 오용운생을 바라본 한운노인은 장탄식을 하면서 고개를 흔들었 다. '노부는 그들에게 잡혀 가다가 감시가 소홀한 듬을 얻어 도망나 왔소이다. 복수는커녕, 겨우 도망치는 데 급급하여 도생(逃生)하였 ......-....으니, 지하에 있는 한운장의 유혼들이 얼마나 통곡햇겠소.' 한운노인 소추령은 말을 하다가 격정으로 인해 목이 메는지 말 끝을 흐리고 입술을 악물었다. 이 강호의 은둔기사는 주름살이 가 ......-....득한 얼굴에 처연한 빛을 가득 띠운 채 마침내 참지 못하고 고개를 ......-....돌렸다 모용운생과 백경추는 그의 뺨으로 흐르는 구슬 같은 눈믈을 볼 316 濁옹驚魂 수 있었다. 신주옥룡 백경추는 가슴이 뭉클하여 말했다. '노선배, 고정하십시오! 그들이 누군지는 모르지만 억울함을 푸 실 수 있도록 소생이 미약하나마 일비지력 (一뿜之力) 을 보태겠습 ......-....니다.' 그의 정의늠연한 한마디에 한운노인의 참담한 얼굴에 한 가닥 감격의 빛이 떠올랐다. '소협, 고맙소이다-' 한운노인이 치하의 말을 하다가 모용운생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모용운생은 백경추와는 달리 형형히 멎나는 눈길로 한운 노인을 쳐다보고 있는데 표정에는 추호의 움직임도 없었다. '누가 지었는지 냉심무정이라는 외호는 잘도 지었다!' 속으로 혀를 찬 한운노인 소추령은 모용운생에게 말했다. '노부는 모용대협이 이곳으로 왔다고 하여 급히 달려오던 중 천 우신조로 만나게 되었으니 정녕 하늘의 뜻인가 하오이다.' 모용운생이 물었다. '무엇 때문에 소생을 찾으셨습니까?' 그의 말에는 추호의 감정도 서려 있지 않아 그의 앞에 선 사람 은 쉽게 말을 붙이기 힘든 무엇이 있었다. 편치 않은 것이다. 한운노인은 어색하게 헛기침을 하더니 말했다. '모용대혐, 염치 블구하고 말하겠소. 노부는 자식놈이 한 가지 물건을 모용대협께 맡겼다는 말을 듣고서 그것을 돌려 받기 위해 서 이렇게' 모용운생의 눈에 괴이한 빛이 스쳐 갔다. 하지만 그의 얼굴 표정은 시종여일 평정하여 도대체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모용대협. 노부는 원래 명리에는 관심이 없소이다. 하지만 한 冷心無情 517 운장의 전식솔이 참살당한 원한을 어떻게 갚지 않을 수 있겠소? 하 ......-....나 지금 노부의 무공은 그들에게 비해 너무도 미약하오.' 한운노인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그가 명리에 담박하고 사심이 없다는 것은 강호에 있는 사람이 면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었다. 그러한 그가 이렇게 말하고 있 ......-....다는 것은 그의 심증 원한이 얼마나 깊은 것인지를 말하고도 남음 ......-....이 있는 것이었다. 소장주께서는 어디서 소생이 혈해보도를 얻었다는 소리를 들으 셨습니까?" 모용운생의 말에 한운노인 소추령의 안색이 변했다. 노부를 의심한다는 말이오?" 모용운생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의 입가에 떠오른 담담한 미소는 사람으로 하여금 대답하지 않고는 배길 수 없게 하는 괴이 ......-....한 마력을 느끼게 했다. 한운노인 소추령은 크게 탄식하더니 말했다. '좋소이다. 좋아! 그러나 노부의 아들 녀석이 대협에게 혈해보 도를 맡긴 것은 강호천지가 다 아는 사실인데 그게 무슨 의심할 것 ......-....이 되는 게요?' 모용운생이 신주옥룡 백경추를 쳐다보았다. 백경추는 모용운생의 뜻을 짐작한 듯 입맛을 다셨다. "사실입니다. 소제도 모용형에 관한 소문을 듣고 구미가 당겼다 가 이제 보니 그 사람이 바로 모용형인지라 말짱 산통이 다 깨져 버렸소. 말인즉 제아무리 냉심무정이라 할지라도 그때 만났던 정리가 아 니라면 그냥 있지 않았을 것이라는 뜻이다. 모용운생은 고개를 끄덕였다. 순간, 그의 몸이 갑자기 쾌속하게 한운노인에게 덮쳐 갔다. 18 濁멀驚魂 그 속도는 실로 바람과 같았으며 일진 경퐁이 이는 순간에 그의 장세는 이미 한운노인 소추령의 가슴팍 오개대혈을 덮치고 있었 다. 이 상상치도 못한 변화에 한운노인은 크게 놀라 두 눈에서 흉광 을 쏟아 내면서 외쳤다 '모용운생, 네놈이 감히 노부를 없애고 혈해보도를 가로채려고 하다니 第 十 章 虛 廬 實 實 크!.용운생이 느닷없이 한운노인을 덮쳐 간 것은 실로 상상을 절 하는 일인지라. 한운노인은 대경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모용운생. 네놈이 감히 노부를 없애고 혈해보도를 가로채려고 하다니 " 말과 함께 그는 널따란 소맷자락을 쫙 펼치면서 모용운생의 공 격을 막으려고 하는 일방, 급급히 옆으로 몸을 피했다. 하지만 모용운생의 움직임은 그보다 더욱 빨랐다. 모용운생은 가벼운 외침과 함께 손을 거두어들였다가 이번에는 한운노인의 머 리를 노리며 손을 쳐냈다. 그의 손속은 악랄하기 이를 데 없어서 정말로 한운노인을 죽이려는 듯 보였다. 한운노인은 모용운생의 신속한 변초에 대경실색하여 급히 소매 를 휘둘러 머리를 보호하며 다시 뒤로 후퇴했다. 옆에서 보고 있던 신주옥룡 백경추의 안색이 싹 변했다. '모용형! 이게 무슨 짓이오, 손을 멈추지 못하겠소?' 그는 벼락같이 외치며 모용운생에게 덮쳐 들면서 응후한 일장을 千秋之恨 년 후려갈겼다. 바로 그 순간이다. 모용운생은 손을 거두며 일 장 밖으로 물러섰다. 그가 공격을 하다가 물러서는 것은 너무도 신속하여 아예 처음부터 그 자리에 서 움직이지 않은 것 같았다. 개 지봉 쳐다보는 꼴 이렇게 되자 한운노인과 백경추는 닭 쫓던 이 되어 멍청히 서 있게 되었다. 영문을 몰라 눈알만 굴리고 있는 한운노인 소추령에게 모용운생 이 정중히 포권해 보였다. '소생이 잠시 시험한 것이니 너무 불쾌히 생각지 마시길. ' 모용운생은 그의 정체가 아무래도 의심스러워서 무공을 시험해 본 것이다. 제아무리 가장을 하고자 해도 목숨이 경각에 달린 상황 하에서는 자신이 가장 자신하는 무공을 쓰기 마련이다. 그것은 본 능적인 것이므로 숨길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그가 펼치는 무공 은 한운노인의 독문비기인 한운수(閑雲뻐)가 아닌가? 한운노인이 틀림없었다. 꼬용운생의 사과에 잠시 멍청히 서 있던 한운노인이 상황을 깨 닫고는 안색을 풀면서 말했다. '별말씀을! 괜찮소이다. 팬찮아 모용대협의 의심이 풀렸으 니 다행이구려.' 모용운생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보이고 천천히 품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아드님인 옥면서생으로부터 부탁받은 죽관입니다. 이 속에는 말씀하신 혈해보도가 들어 있습니다. 한운장이 참사를 당하는 바 람에 이걸 어떻게 하나 하고 있었는데 소장주께서 다행히 마수에 서 빠져 나왔으니 이보다 다행한 일이 없군요.' 오용운생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품속에서 꺼낸 죽관을 그에게 14 내밀었다. 천하인들이 모두 눈이 시?개져 찾고 있는 혈해보도였다 실로 지난 백년 동안 천하무림을 진동시키고 있는 그 놀라운 물 건을 모용운생은 마치 휴지조각을 건네주듯 미련없이 원주인에게 돌려주고 있는 것이다. 한운노인 소추령은 모용운생이 이토록 수월하게 혈해보도를 돌 려줄 줄은 몰랐다는 듯 뜻밖이라는 표정이었다. 죽관을 받는 한운노인 소추령의 말이 떨려 나왔다. 모 . 모용대협, 실로 고맙소! 우리 한운장의 수백 원흔들은 결코 모용대혐의 은혜를 잊지 않을 것이오.' 모용운생은 가볍게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여 보일 뿐이었다. 그의 웃음을 보자 갑자기 한운노인 소추령은 넋을 잃은 듯한 표 정으로 모용운생이 건네주는 죽관을 받을 생각도 하지 않고 멍청 히 서 있었다. 모용운생은 의아한 표정으로 한운노인 소추령을 쳐다보았다. 옆에서 보고 있던 신주옥룡 백경추가 답답한 듯 말했다. '소장주님. 뭘 그떻게 생각하시는 겁니까?" 그의 낭랑한 말소리에 한운노인 소추령은 마치 찬물을 뒤집어 쓴 듯 온몸을 부르르 떨더니 정신을 차렸다. '미 미안하외다! 마침 옛날 일이 문득 생각나서 그는 떨리는 손을 내밀어 그 죽관을 받아 들었다. '모용대협, 고맙소. 정말 고맙소이다!' 죽관을 받아 든 한운노인 소추령은 감격한 표정으로 모용운생을 향하여 포껀했다. 현 무림의 신분이 어떻든지 간에 연장자가 예를 갖추는 데 답례 를 하지 않을 수는 없다. '별말씀을. !' 千秋之恨 15 모용운생이 마주 포권을 하는 찰나지간에 한운노인의 얼굴에 괴 이한 빚이 스쳐 갔다. 이 장 가량 옆에 서 있던 신주옥룡 백경추가 그 얼굴에 떠오른 빛을 보곤 대경실색하여 소리치면서 덮쳐 갔다. '모용형 조심하시오" 그는 번개처럼 몸을 날려 한운노인에게 덮쳐 가면서 일장을 갈 겨 갔다. 그에 앞서서 포권을 한 한운노인 소추령의 소매 속에서 소털 같 은 암기가 그야말로 쏜살 같은 기세로 방원 이 장 가량을 뒤덮으며 폭사되었다. 모용운생은 죽관을 막 건네주고 마주 포권을 하던 순 간이었으므로 그와 모용운생의 거리는 겨우 두 자가 될까 말까 하 는 지척지간이었다. 피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절대절명의 순간이었다. 쉭 -쉬쉭 - 펑 ! 으악!' 비명과 폭음, 그리고 흩어지는 암기들 흙먼지가 윙겨나듯이 피어오르며 백경추가 후려갈긴 일장은 한 운노인 소추령이 있던 자리에 깊이가 반 자나 되는 구덩이를 만들 어 냈다. 鬪 그 자리에 백경추가 바람처럼 내려섰다. 澤 '괜찮소, 모용형?' 모용운생을 보면서 그가 소리쳤다. 도저히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였던 그 기습에서 모용운생은 무 사했다. 무사할 뿐만 아니라, 흑의를 바람에 펄럭이면서 그와 반 장 가량 떨어진 곳에 태연하게 서 있었다. 그의 얼굴에 떠오른 것 은 예의 담담한 미소. 1 獨뿡舊魂 대체 그를 놀라게 할 것은 세상에 아무것도 없단 말인가? 그의 태도를 본 백경추가 내심 신음했다. 모용운생을 기습했던 한운노인 소추령은 백경추와 삼 장 가량 떨어진 곳에서 몸을 굴려 놀란 멧돼지와 같이 다급하게 뒤에 있는 숲속으로 뛰어들고 있었다. '게 서지 못할까!' 그것을 본 신주옥룡 백경추가 노해 부르짖으며 몸을 솟구쳐 한 운노인 소추령을 쫓으려고 했다. 한운노인이 발사한 암기는 모용 운생에게 맞기는커녕. 대부분이 땅에 떨어지고 일부는 오히려 그 자신에게 맞았으므로 필경 멀리 가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백형 ! 쫓아갈 것 없소. 돌아오시오.' 모용운생이 외쳤다. 휘-익 신주옥룡 백경추가 허공에서 몸을 빙그르르 돌리며 조금 전의 그 자리에 도로 내려섰다. 멋들어진 상승의 비연회선 (飛燕廻旋}의 신법이었다. '그게 무슨 말씀이오? 저자는 가짜인 데다 혈해보도까지 사기해 갔소이다!' 소리치던 신주옥룡 백경추는 의아한 듯 모용운생을 살되보며 물 었댜. '정말 괜찮습니까?' 모용운생이 가볍게 고개를 흔들었다. 사실 모용운생은 이미 준비가 되어 있었다. 한운노인 소추령이 암기를 발사하는 순간에 모용운생의 신형은 마치 옆구리에 도키를 맞은 거목처럼 옆으로 쓰러졌다. 그렇게 되 니까 암기가 발사되는 순간에 그의 신형은 이미 바닥에 쓰러진 상 태였다. '흐1 ? '그러나 혈해보도를 그자들이 사기해서 가져 갔는데 백경추는 말을 하다가 문득 생각이 미친 듯 모용운생을 쳐다보 더니 어이가 없는 듯 물었다. '그럼 가짜? 모용형은 처음부터 그것을 짐작하고 있었단 말이 오?' 모용운생은 가볍게 웃을 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의 태도는 백경추의 말을 인정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백경추는 내심 기가 막혔다. '모용운생을 왜 삼영의 우두머리로 올려 놓았는지 줄곧 승복할 수 없었는데 오늘에서야 그 까닭을 알겠구나' 백경추는 갑자기 모용운생이 거대한 존재로 자신의 앞에 선 것 을 깨달았다. 실로 묘한 느낌이었다. 그는 활달하고 붙임성이 좋은 사람이지만 기실 내부적으로는 비할 바 없이 오만하썩 어느 누구 도 자신을 따라을 수 없다는 자부심을 가진 사람이기에 그러한 느 낌은 또한 특별난 것이기도 했다. 그때, 모용운생은 한운노인이 기습한 암기, 세침 (細針)을 바라 보다가 약간 놀람이 깃들인 목소리로 증얼거렸다. '은천단혼침(銀天斷魂針)이로군 ' 백경추는 모용운생의 해박한 지식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은천단흔침은 극독하기 이를 데 없지만 치명적인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간단한 암기는 더 더욱이 아니다. 거기에 맞게 된다면 침 이 혈도를 따라 전신을 돌면서 결국 뇌에 이르러 폐인이 되고 만 다. 어떤 의미로는 극독한 암기보다 더욱 극악하다 할 수 있는 암 기였다. 문득 모용운생이 백경추를 보았다 잠시 몸을 숨기는 것이 좋겠소. 한쪽에 있던 백룡신구가 먼저 그 소리를 알아듣고 가썹게 땅을 쿠턴1員 19 박차고 숲속으로 들어갔다. 백경추는 비할 바 없이 총명한 사람이라 두말도 하지 않고 모용 운생의 뒤를 따라 몸을 숨겼다. '으흐흐' 그러나, 그들이 채 몸을 숨기기도 전에 음침한 웃음 소리가 터 져 나오면서 장내에 한 명의 흥의인 모습이 나타났다. 얼음이 서린 듯 차가운 얼굴의 노인이었다. '모용운생. 네가 이번에는 잘 빠져 나갔다마는 영원히 그럴 수 는 없을 것이다.' 모용운생이 호통을 치면서 홍의노인에게 덮쳐 갔다. 동시에 신주옥룡 백경추도 마치 한 마리의 용인 양. 허공을 날 아서 그 흥의노인의 퇴로를 차단했다. 그의 신주옥룡(빼끼러舊이 란 외호는 외모뿐 아니라, 절묘한 경공에 의한 것인 만큼 그의 경 공은 모용운생이 무색할 지경이었다. 홍의노인은 두 사람이 순간적으로 자신의 퇴로를 차단함을 보고 는 움찔했다. 하지만 그의 얼굴에는 추호의 위축됨도 없었다. '흐흐 명블허전이군! 하지만 강호에 새로 나타난 두 조무라 기 정도로 어떻게 노부를 막을 수 있을까?' 모용운생은 그가 백경추의 내력도 알고 있는 것 같자, 내심 놀 랐다 . 귀하는 무진교와 어떤 관계가 있소?" 흥의노인은 모용운생의 말에 약간 가라앉은 음성으로 말했다. '모용운생. 교주님께서 네게 특별히 관심을 보여 너를 한번 보 고 싶다고 하시는데 노부를 따라을 의향이 있느냐?' 그가 처음부터 자신의 신분을 시인하면서 나오자 오용운생은 생 각도 하지 않고 대답했다. 어렵지 않소. ' 20 신주옥룡 백경추가 놀라서 소리쳤다. '모용형! 그게 무슨 소리요?' 그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모용운생이 다시 말했다. '하지만 지금은 시간이 없으니 교주가 있는 곳을 반드시 찾아가겠는데?' 가르쳐 주면 홍의노인이 살기 띤 음성으로 외쳤다. '네가 감히 노부를 놀리는 것이냐?" 모용운생이 돌연 얼굴을 굳히고 차갑게 말했다. '만약에 말하지 않겠다면 당신은 오늘 무사히 없을 것이오.' 이곳을 떠날 수 그의 돌변한 음성은 차갑기 이를 데 없어 듣는 이의 등골이 시 릴 정도였다. '으하하" 돌연. 흥의노인이 미친 듯 웃어젖혔다. 그의 웃음 소리는 큰 종 을 때리듯 우렁차서 일대의 나뭇잎들이 미친 으로 흩날리며 떨어져 내렸다. 듯이 진동되어 사방 '닥치지 못할까!' 모용운생이 차갑게 외치며 비스듬히 일장을 후려갈겼다. 그의 일장은 매우 기묘하억 사방 어느 곳으로든지 피할 곳은 업 어 보였다. 홍의노인도 일견 그것을 짐작한 듯 급히 광소를 멈추며 몸을 약 간 기울여 모용운생의 장세의 예봉을 피해 내었다. 동시에 그의 오 른손이 유령칠변 (幽靈七變)의 식으로 오히려 모용운생의 가슴을 향해 후려쳐 갔다. 모용운생은 대번에 흥의노인의 무공이 금광신니의 아래가 아님 을 깨달았다.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팍! 千 21 가벼운 음향이 발출되면서 두 사람은 비틀거리며 물러섰다. 주춤 물러났던 모용운생은 이내 벽력 같은 호통을 치며 그를 덮 쳐 가면서 오른손 식지를 앞으로 내뻗어 무찔렀다. 쫴-액 귀청을 찢는 예리한 음향이 금방이라도 하늘을 무너뜨릴 듯이 터져 나왔다. 눈부신 금광이 찬란하게 뻗어 나왔다. 홍의노인이 대경하여 외쳤다. '법화지1' 그는 대갈일성하더니 마치 얼음 구덩이에서 불어 나오는 듯한 한풍(寒料을 쏟아 내었다. 그 한풍의 위력은 놀라워서 주위의 공 기가 허옇게 변해 서리가 서릴 정도였다. 팍1 가벼운 음향과 함께 두 가닥의 경력은 그대로 허공에서 무산되 고 말았다. '구유빙기장(九幽氷웍掌)?' 모용운생은 비틀하더니 중심을 바로잡으며 신음하듯이 중얼거 렸다. 그는 눈을 부릅뜨고 그를 노려보았다. '구유신마(九幽神魔) 공손천도(公孫天都)가 아직도 세상에 살아 있단 말인가?당신은 그와 어떤 사이요?" 구유신마 공손천도는 무려 백년 전에 천하를 횡행하던 일대의 마두로서 당시 우내삼마(字內三魔) 중의 하나였다. 그 무공의 고강 함은 실로 우는 아이의 울음도 그치게 할 정도로 잘 알려졌었다. '그놈 과연 대단하군! 교주님께서 공연히 눈독을 들이는 것은 아니었구나. ' 홍의노인은 불과 이십 세 안팎의 모용운생이 구유빙기장을 대번 에 알아보는 것을 보자 내심 크게 놀랐다. 내심 생각을 굴린 흥의 노인은 음침히 말했다. 22 獨랄驚魂 '흐흐 네 녀석의 견식은 제법이로구나. 이 절세무공을 보았 니 그만 순순히 목을 늘어뜨리는 것이 어떠냐?' '와하하하1' 모용운생이 별안간 미친 듯이 웃음을 터뜨렸다. 동시에 그는 웃 음이 멈추기도 전에 연달아 홍의노인에게 칠 장을 쏟아 내면서 그 를 향해 덮쳐 갔다. 마치 폭풍이 치듯이 연달아 쏟아져 가는 칠 장 의 위세는 정녕 간담이 서늘한 것이었다. 흥의노인의 눈에도 긴장이 맴돌았다. 그의 두 손은 이미 잇달아 구유빙기장을 펼쳐 내고 있었다 모용운생이 이번 공세는 천룡전단신공을 운용한 것인지라. 그의 손바닥에서는 금빛 광채가 눈부시게 빛나고 담담한 전단향이 퍼져 나갔다. 천룡전단신공이 천두대구식 중의 칠두비환의 초식과 융합 되어 운용되자 그 위력은 놀랍기 이를 데 없었다. 그러나 구유빙기장은 천하의 삼대음한장(三大陰寒掌) 중의 하나 인지라 실로 끓는 기름을 얼려 버릴 정도의 무서운 위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두 가닥의 경기가 허공에서 맞닥뜨리자 그 위세는 하늘이 흔들 리고 땅이 꺼지는 것 같았다 꽝! 폭음과 함께 모용운생은 극대한 압력에 자신을 주체하지 못하고 연달아 세 걸음이나 물러섰다. 동시에 은은한 한기가 손바닥을 통 해서 팔을 타고 올라오는 것이 아닌가! 모용운생은 크게 놀랐다. '이자의 구유빙기장은 당년의 구유신마에 비교해 손색이 없는 것 같구나! 필시 무진교의 주요인물임이 틀림없을 것이다 생각을 굴린 모용운생은 급히 운공하여 스며드는 한기를 물리쳤 다. 千秋之恨 2 흥의노인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그 역시 세 걸음을 밀려갔 데 팔이 부서지는 것 같았다. 홍의노인은 운공하여 통증을 없애며 세모꼴의 눈으로 잡아먹을 는 듯이 모용운생을 차갑게 노려보앗다. '저놈의 나이는 나의 삼분의 일도 안 되는데 이렇듯 막강하다 니 강호의 소문이 사실이었구나!' 흥의노인은 모용운생이 다시 공격해 오기 전에 얼른 외겼다. '모용운생, 너는 정녕 본 교의 교주님과 만나 볼 의향이 없느 냐?' 모용운생은 대답을 하지 않고 가만히 서 있었다. 안색은 여전했 으나 그의 머릿속은 매우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사부님의 말씀대로 소수미흔녀를 찾으려면 위험을 각오하고라 도 직접 부딪쳐 봐야만 되겠지' 오용운생은 홍의노인에게 물었다. '당신의 무진교 내에서의 지위는 어떻게 되오?' '무슨 엉뚱한 소리냐?' 홍의노인이 차갑게 소리쳤다. 모용운생이 냉소했다. '당신의 지위가 과연 교주를 대변할 수 있는지의 여부를 알고 싶은 것이오!' 홍의노인은 이 말에 잠칸 미간을 찡그리더니 말했다. 노부는 교주 좌하(座下)의 호교구신(護敎九神) 중의 한 사람이 다!" '호교구신이란 지위는 높은 것이오?' '호교구신에게는 교주 이외에는 아무도 명령을 내릴 수 없다. 이제 그만큼 알았으면 답변을 하는 것이 어떻겠느냐! 모용운생은 홍의노인을 쳐다보더니 말했다. 24 '좋소. 무진교의 교주가 과연 어떤 괴물인지 만나 보겠소." 흥의노인은 모용운생이 감히 무진교주를 괴물이라고 말하자 가 슴속에서 노화가 불끈 치밀었으나 꾹 눌러 참았다. '네놈이 교주님을 만난 뒤에도 그따위로 놀 수 있는가 두고 보 자! 흐흐-' 속으로 흐뭇한 웃음을 홀린 홍의노인은 손짓했다. 좋아! 그럼 가자" '어디로?' 홍의노인이 눈에 쌍심지를 켰다. '네가 조금 전에 교주님을 만나러 간다고 하지 않았느냐?" 내가 언제?' 모용운생이 천연덕스럽게 대꾸하자 흥의노인의 가슴은 금방이라 도 터질 것만 같았다. 그의 눈빛이 음침하게 변했다. 만만한 상대 였다면 이미 때려 죽이고도 남았으리라. '네놈이 방금 그러지 않았느냐?' 모용운생은 미간을 슬쩍 찡그리더니 백경추를 보았다. '백형은 내가 무진교주를 만나러 간다는 소릴 들었소?' 신주옥룡 백경추는 잠시 어리둥절해 있더니 이내 껄껄 웃으며 대꾸했다. '아니오. 난 금시초문인데 누가 그럽디까?' 이떻게 되자 흥의노인은 꼼짝없이 바보가 되고 말았다. 홍의노인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그의 두 눈에는 핏발이 섰고 귓구멍에서는 연기가 풀풀 피어날 지경이었다. '네 이노옴' 흥의노인이 노호했다. 네놈이 감히 노부를 능멸하려는 것이냐!' 그는 분노를 이길 수 없어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千秋之恨 25 모용운생이 차갑게 대꾸했다. '본 공자는 당신을 능멸한 적이 없소. 나는 무진교주를 만나 보 겠다고 했지. 가겠다고 한 적은 없소.' 이 말은 사실이었으므로 홍의노인은 그만 얼굴이 칠면조처럼 되 어 버렸다. 안면근육이 푸들거리고 있는 것으로 보아 치미는 노화 를 참기 위해서 안간힘을 다하고 있는 듯했다. '그럼 어쩌겠다는 말이냐?' '귀교의 교주에게 나를 만나러 오라고 하시오!, '꿔. 쿼라고?' 흥의노인은 기가 막힌 듯 그를 노려보더니 냉소를 터뜨렸다. '네가 대체 무엇이기에 본 교의 지존이 직접 행차해야 한다는 것이냐? ' 만나기 싫으면 그만둬야지.' 모용운생의 대꾸에 흥의노인은 다시금 열이 치밀었다. 명을 받 고 그를 데려가기 위해 온 젓이 아니라면 그의 성미로 이렇게 참지 는 않았으리라. 무진교의 행사는 주도면밀하여 한운노인 소추령의 일에서 홍의 노인이 나타나기까지 오든 것은 암중에 준비되어 있었다. 일단계 가 실패하면 그 능력을 인정하고 다음 단계로서 그가 하는 식 인 것이다. 그러므로 흥의노인은 모용운생을 데려가야 할 의무가 있었다. 그는 속으로 모용운생을 천참만륙하면서도 겉으로는 애써 부드러 운 어조로 말했다. '그럼 이렇게 하는 게 어떻겠느냐? 만날 장소와 시간을 정하는 것이. ' 모용운생도 생각이 있어서 상대의 의중을 떠본 것인 만큼 더 이 상 반대할 이유가 있을 리 없었다. 26 燭밭驚魂 '좋소. 장소를 정하시오.' 홍의노인은 잠시 침음(沈吟)하더니 말했다. '니것은 노부의 마음대로 정할 수 없으니 내일 알려 주겠다. 어 떠냐?' 모용운생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신 어차피 당신이 정할 수 없는 일일 테니까, 모용운생은 돌연 빙그레 웃더니 홍의노인에게 다가갔다. 그의 얼굴에 떠오른 싸늘한 미소를 보자 홍의노인은 문득 등 이 서늘함을 느끼고는 한걸음 물러서면서 외쳤다. 골 '멈춰라 무얼 하려는 게냐?' '당신네 교주에게 선물을 보내려는 것이니까. 신경 쓸 일은 없 소 ' 모용운생의 말에 홍의노인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게 무엇이냐?' 모용운생이 담담히 말했다. '바로 당신이오.' 그의 말속에 든 풍자(諷刺)를 깨닫자 흥의노인은 대노하여 마침 내 더 이상 참지 못하고서 모용운생에게 덮쳐 갔다. 한이 있더 '네놈이 이토록 방자하니 노부가 교주의 문책을 받는 라도 네놈의 버릇을 고쳐 주고야 말겠다!" 홍의노인이 바로 구유신마의 적전제자(嬌傳弟子)였다 그런 만큼 그의 구유빙기장은 이미 구 성 이상의 위세를 지니고 있었다. 홍의노인이 대노하여 전력으로 구유빙기장을 펼쳐 모용운 생을 공격하게 되자. 주위 삼 장 가량이 모조리 그의 장세하에 놓 이게 되었고 주위에는 희뿌연 서리가 서렸다. 휘 -익 ! 휘 익. 매서운 바람 소리와 함께 그의 장세가 덮쳐 옴을 보자 모용운생 千秋之恨 은 감히 경시하지 못하고 우렁찬 호통과 더불어 그의 장세를 향해 법화지를 잇달아 쏘아 내었다. 쌕! 쌔애액 1 귀청을 찢는 파공음과 눈이 부시는 금]칭 모용운생의 몸에는 금빛이 감돌면서 맑은 전단향이 퐁겨 나왔 다. 담담한 금벚이 오용운생을 감싸고 도는데 얼핏 보니 마치 하나 의 금룡이 모용운생을 둘러싸고 있는 듯하였다. 옆에서 보고 있던 신주옥룡 백경추는 깜짝 놀랐다. '모용운생이 천룡상인의 무공을 지니고 있다고 하더니 정말이로 구닐 그의 형상을 보건대 이미 십 성의 화후(火候) 를 지닌 것 겉 으니 정말 대단하군!' 모용운생과 흑의인은 순식간에 다섯 합을 겨루고 십여 초나 초 식의 변환을 일으켰다. 그 기세는 마치 광풍노도와 같아 주위에 세 찬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먼지가 솟아나는데 백경추는 그 때문에 상황을 제대로 알아보기가 힘들 정도였다. 그때였다. 펑! 폭음이 터져 나오면서 그곳에서 두 인영이 윙겨져 나왔다. 두 사람의 무공은 그야말로 난형난제 (難兄難弟) . 우열을 가리기 가 쉽지 않을 것 같았다. 그것은 무진교의 힘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다 '모용형! 소제가 거들어 드리리까?' 백경추가 차앙. 맑은 검명 (劒鳴}과 함께 허리에 찬 장검을 뽑아 들면서 외쳤다. 모용운생의 무공이 의외로 능히 자신과 맞서고도 조금도 꿀리지 않자 홍의노인은 내심 간담이 서늘해진 상태였다. 그런데 옆에서 백경추가 검을 뽑아 들면서 소리치자 그는 그만 가슴이 섬뜩해져 28 濁脣驚魂 서 절로 손발이 어지러워졌다. 모용운생은 백경추의 외침을 듣자 낭랑히 웃었다. '염려 마시오! 이 정도의 일로 백형의 수고를 끼칠 수가 있겠 소?' 채-앵1 모용운생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용이 울부짖는 듯한 소리가 들 리더니 모용운생의 허리에서부터 한 줄기 백광(白光)이 무서운 기 세로 튀어나왔다. 그 백광의 기세가 얼마나 빨랐던지 소리가 들리 는 것과 함께 이미 그 백광은 흥의노인의 면전에 도착하고 있었다 그것은 홍의노인이 백경추의 위협에 놀라는 순간에 이루어져 찰나 간에 검광은 이미 그의 면전에서 번쩍이고 있는 것이다. 흔비백산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었다. 모용운생의 검은 얼마나 빠른지 검광만이 번뜩이고 검은 보이지 도 않았다. 그런데 그 검빛마저도 한 마리 백룡과 같이 끊임없이 꿈틀거리고 있어서 도저히 어디를 노리는지조차 알 수가 없었다. 흥의노인은 다급히 부르짖으며 다가오는 검빛을 향해 일장을 후 려갈기면서 땅을 박차고 물러났다 모용운생의 검광이 그 기세에 약간 멈칫하고, 그사이에 흥의노 인의 몸은 삼 장 가량이나 물러설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너무나 다급하여 크나큰 금기를 범하고 말았다. 고 수의 대결에서는 절대로 뒤로 물러서선 안 되는 것을 순간적으로 망각한 것이다. 옆으로 비켜서지 않고 뒤로 물러서다가는 기세가 위축되어 잃어 버린 선기 (先飜를 찾기는커녕. 물러서기에 급급하여 결국은 손도 제대로 쓰지 못하고 상대에게 쓰러지게 되는 것이다. 더구나 상대 는 앞으로 쫓아나오는 탄력이 있으니 그 쫓아오는 속도는 뒷걸음 치는 사람에 비해 쾌속한 것이다. 千=恨 29 지금도 예외는 아니었다. 어느새 모용운생의 신형은 질풍과 같이 삼 장의 거리를 가로질 러 칼끝을 홍의노인의 가슴에 겨누고 있는 것이다. 홍의노인은 다급히 부르짖으며 몸을 반 바퀴 정도 빙글 돌리는 가운데 검세를 피해 냈다. 그리곤 오히려 앞으로 달려들어 오른손 을 휘둘러 모용운생의 검을 쥔 손을 후려갈기려고 했다 차가운 경기가 무섭게 일어났다. '흥1' 모용운생의 입에서 냉소가 터졌다. 순간, 쉭, 쉭 - 하는 매서운 파공음과 함께 손에 쥐어진 검이 빙글 돌면서 흥의노인의 손을 자르려 했다 흥의노인은 크게 외치며 모용운생을 향해 전력을 다한 일장을 후려갈기고는 물러서려고 하였다. 검과 그의 거리는 이 척 가량이 었으므로 검세를 저지하기만 하면 층분히 지금의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계산한 것이다. 한 순간의 실수로 말미암아 일어난 일인지라, 이 상황에서 벗어 나기만 하면 그의 실력으로 지금과 같은 위기에 몰리지는 않을 것 이 거의 틀림없었다. 그러나 그떻게 생각한 찰나에 돌연 모용운생의 검에서 눈부신 빛이 뻗어 나왔다. 그 광채는 너무도 찬란하여 마치 중천에 뜬 해 를 정면으로 보는 것과 같았다. '으악' 홍의노인의 입에서 처절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허공으로 피보라가 횡겨져 나갔다. 다시 고요가 돌아왔다. 오용운생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서 있었는데 이미 그의 손에서 검은 보이지 않았다. 숨도 가쁘지 않았고 원래부터 그 자리 3 燭뿜驚魂 에 그대로 서 있던 것 같았다. 그의 요에는 홍의노인이 멍청히 서 있었는데 그의 오른팔은 팔 꿈치에서부터 잘라져 붉은 피가 계속해서 쏟아지고 있었다. 땅바닥에는 주인 잃은 팔 하나가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모용운생이 검을 뽑고 그 검을 다시 거둔 것은. 실로 눈을 한 번 깜박일 순간이었다. 아무리 길게 봐도 두 번 이상 깜박거릴 수 가 없을 정도의. 그야말로 찰나지간이었다 이 뜻밖의 사태에 신주옥룡 백경추조차도 정신이 없는 듯 안색 이 급변했다가 신음하듯 증얼거렸다. "검강이로구나' 그는 똑똑히 보았던 것이다. 홍의노인의 일장이 분명히 모용운생의 검을 저지하는 것을 그런데 그 순간에 모용운생의 검에서 찬란한 멎줄기가 쭉- 뻗 어나면서 검의 길이가 삼 척 가량이나 길어졌던 것이다. 그것이야 말로 검의 기세 (氣勢)인 검기(劍氣)가 형상화된 검강(劒쭐)이었다 검강의 날카로움은 보검을 능가하는 것이므로 흥의노인의 그 절 세무쌍한 구유빙기장세를 뚫고서 홍의노인의 손을 잘라 내고 만 것이다. 모용운생의 양의무정검법은 실로 괴이하여서 처음 대하는 사람은 꿔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는 사이에 당하고 말 수밖에 없었다. 흥의노인도 예외는 아니었다. 모용운생은 조용히 말했다. '이제 가서 당신네 교주에게 가서 보이시오. 모용운생이 이렇게 만나자고 하더라고' 홍의노인은 흉폭한 시선으로 모용운생을 쏘아보았다. 그는 가슴속의 분노를 삭이려는 듯 길게 숨을 내쉬었다. 홍의노 인은 땅위에 떨어진 자신의 팔을 보자,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 千秋之愼 51 의 팔은 아직도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는 아.문 말도 하지 않고 몸을 돌려 지났다. 흥의노인은 백경추를 노려보더니 모용운생 두고 보자. 청산이 변하지 신주옥룡 백경추의 곁을 몸을 날리며 외쳤다. 않는 한 절대로 네놈을 그냥 두지 않겠다 모용운생은 예의 희미한 미소를 떠올릴 따름이었다. 흥의노인의 경공은 대단하여 순식간에 자취를 감추었다. 신주후룡 백경추는 그가 사라지는 것을 보곤 수증의 장검을 검 집에 집어넣으며 말했다. ,모용형. 소제는 실로 모용형에게 감탄했소 모용형과 같은 나 1에 검강을 전개하다니 오늘 소제는 안계를 넓혔소.' 모용운생은 담담한 멎으로 '과찬의 말을 . 백형의 전의 발검에서 층분히 알 수 있었소.' 검도고수는 상대가 검을 뽑는 소리만 듣고도 그의 실력이 어느 대꾸했다 정도인지 짐작할 수가 있는 법이다. '아까의 도움에 감사하오, 백형.' .핫하 별말씀을 노여워하지 않으니 오히려 다행이오1' 검법도 이미 상승에 들어선 것을 좀 백경추는 크게 웃었다. 조금 전에 백경추가 검을 뽑으며 소리친 것은 비록 직접적으로 합공을 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 한번의 외침에 흥의노인은 당황해 실태를 보였고 그 틈을 놓치지 않고서 모용운생은 그의 팔을 끊어 놓을 수 있었던 것이다. 고수에게 있어 정신 집중이란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보여 주는 순간이기도 했다. '백형은 이제 어디로 갈 것이오?' 백경추는 어색하게 웃었다. '이번에 소제가 북상한 것은 혈해보도 때문이었는데 모용형이 .2 獨쇼驚魂 뺏올 재간도 없고 그러고 보니 할 그걸 가지고 있으니, 하하, 일 없는 건달이 되었군요!' ?. .. .? 오용운생은 기이한 멎이 감도는 눈으로 백경추를 보았다. 그는 처음 보았을 때부터 출증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오늘 보여 준 것처 럼 그는 과연 대단한 사람이기도 했다. 모용운생은 손을 내밀어 백경추의 손을 잡았다. '나와 같이 한번 뛰어 보지 않겠소, 백형?' 백경추는 모용운생의 눈에 깃든 강한 빛을 보곤 의 말에 빙그레 웃었다. '나야 지금 할 일도 없는데 뛰는 거야`건강에도 홈칫했으나 그 매우 좋을 거 같습니다만 그래, 어떻게 렬 작정입니까?' 모용운생은 무진교에 관해 자신이 아는 대로 이야기했다. 그래서 소제는 이번에 혈검령주의 말대로 노산을 답사하면서 그들의 총단을 조사할 작정이오." 이 말을 듣자 백경수의 눈에 놀람의 빛이 스치고 지나갔다. '방금 흥의노인의 무공을 보아도 무진교의 세력이 어느 정도인 지 알 것 같은데 너무 무모한 것 아닙니까? 내가 보기엔 그들이 홍 의노인만 보낸 건 단순히 말만 전하기 위해서였기 때문인 것 같은 데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모용운생이 미소했다. '니렇게 칸단하지 않았을 거요. 호교구신 중 서너 명이 한꺼번 에 왔다면 저기 떨어진 저 팔이 어쩌면 내 것이었을는지도 모르지 .목이 날아갔을 수도 백형에게 생각이 없다면 천상 나 혼자 가 보아야 될 것 같소.' 백경추는 대답 대신 빕긋 웃더니 물었다. 그컨 그떻다고 치고 만약 이곳을 떠난다면 무진교주와의 약속 千秋之恨 5 은 어떻게 할 작정입니까?" '소제는 지난 며칠간 하루에 천 리 이상을 남하했는데도 여전히 그들의 이목을 벗어나지 못했소. 그러니 가다 보면 틀림없이 그들 .이 다시 날 찾아 낼 겁니다.' 백경추는 어이없는 듯이 그를 쳐다보다가 이내 껄쩔 웃었다. '그렇게 그들의 이목이 놀라운데, 아예 그들의 심장부인 호굴에 들어가겠단 말입니까? 무모한 건지 용감한 건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던 그는 탁. 손뼉을 쳤다. '그런데도 거기에 끌리는 나도 미친놈이네. 좋습니다 이번의 심심소일은 뜻밖에도 아주 멋지게 보내게 될 거 같은데' 백경추는 모용운생을 바라보곤 말끝을 흐리더니 갑자기 어조가 은근해졌다. .그런데 소제가 모용꽈콰 동행하는 것에는 한 가지 조건이 반드 시 선행되어야만 합니다!' 모용운생의 얼굴에 의흑의 빛이 떠오르자 백경추가 급히 앞질러 서 다시 말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소제는 매 '들어 준다고만 하시면 됩니다 우 실망할 것이오.' 모용운생은 백경추의 얼굴에 떠오른 웃음기를 보고는 무리한 일 은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그는 붙임성이 좋은 반면에 또한 자부심 .이 있는 사람인지라, 남에게 무리한 요구를 할 위인도 아니라는 것 .이 그의 판단이기도 하였다 '좋소이다. 소제의 힘이 닿는다면 힘써 보겠소.' 모용운생의 말이 떨어지자 돌연 백경추의 얼굴이 변했다. 그는 활달한 인물인지라, 늘 웃는 표정이었는데 그 얼굴이 갑자기 아주 .엄숙하게 변해 버린 것이다. '소제는 사부님의 곁을 떠난 뒤 천하를 오시하며 겉으로는 웃고 4 8 다녔지만 실제로는 아무도 눈에 차지 않았소. 그야말로 천상천하 .유아독존이었다고나 할까? 그런데 지난번에 모용형을 만나고서야 .비로소 세상에서 사람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이제야말로 백년 .지기 (百쭈知己)를 만난 것 같았소. ' 백경추는 말을 멈추고 오용운생을 보더니 힘주어 말했다. '모용형 우리는 이미 자의가 아니라 타의에 의해서 무림삼영 중의 두 사람으로 되어 있소! 어떻게 생각하시오? 우리가 결의형제 .를 맺고 자의로 형제가 되는 것이?' 이 말에 모용운생은 잠시 멍청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백경추는 안색을 굳히고 말했다. '설마 모용형은 내가 아무한테나 이런 말을 할 것이라고 오해하 지는 마시오. 이래쫴도 설사 황제가 와서 사정을 하더라도 내 맘에 .내키지 않으면 쳐다보지도 않는 사람이 나 백경추요!' '핫하하하. ' 그의 굳은 표정에 모용운생은 크게 웃더니 입을 열었다. '백형답지 않게 왜 거절당할 것을 펴정하는 게요? 진작 말할 것 이지 백형이 말하지 않았다면 소제가 먼저 말했을 것이오. 설마 백형은 소제가 아무한테나 같이 다니자고 청하리라고 생각했단 말 .이오?' 백경추는 모용운생의 말에 움찔해 그를 쳐다보더니 이내 어깨를 으쓱하면서 가슴을 폈다. '하긴 나 정도 되면 사방에서 기림을 받으니까 거절 같은 거 당할 리야 없죠' 두 사람은 얼굴을 마주보았다. 마주보는 그들의 얼굴에 웃음이 번져 갔다. '와하하하 " 그들은 동시에 방성대소(灰聲大笑)를 터뜨렸다. 그들의 웃음은 千料二츠서신 5 낭랑했고 또한 우렁차기 이를 데 없어서 산하를 진동하는 듯했다. .그 웃음 소리의 위세를 견디지 못하고 일대에는 일진 광퐁이 소용 .돌이쳐, 주변에 있는 나무에서는 잊사귀들이 폭포수처럼 떨어져 내렸다. 그것은 가히 장관(홍勳이라 할 수 있었다. 그들의 만남을 기념하는 대자연의 축복과도 같았다. 6 濁스驚魂 第 十 章 圖 羅 殺 의 出 現 다사로운 날씨였디. 눈부신 양광(陽光)은 이제 중천에서 조금씩 기울어져 가고 있었 다. 맑은 하늘은 눈이 시리도록 푸르고 고왔다 그 맑은 하늘로 한 줄기 연기가 모락모딱 피어올라 가고 있었 다. 그 연기는 조그만 오닥불에서 피어오르고 있는데. 그 주위에서 .는 두 사람의 젊은이가 무릎을 애고 앉아 있었다. 그들의 앞에는 흙으로 만든 조그만 제단이 있었다 그리고 그 위에는 조그만 사발이 하나 있는데 황색 옷의 청년이 팔뚝에서 그곳으로 피를 홀려 내고 있었다. 뒤이어 옆에 있던 흑의 .의 청년도 그 조그만 사발 속에다 피를 흘려 넣었다. 곧 조그만 사발에는 붉은 선혈이 가득 차게 되었다. 흑의청년과 황의청년은 똑같이 하늘을 보며 합창하듯 말했다. '오늘 모용운생과 백경추는 피로써 의를 맺고 하늘로써 증인을 삼아 어떠한 고난이 닥쳐 와도 변치 않는 형제가 될 것을 맹세합니 .다.' 卞料之恨 59 뒤를 이어 모용운생이 말했다. 만약 이 맹세를 어기는 자가 있다면 천벌을 받아 끓는 기름솥, 블타는 유황지옥에 떨어질 것입니다' 이어 백경추가 사발의 선혈을 반 정도 마시고 모용운생에게 넘 겨 주었다. 나머지 반의 선혈도 모용운생에 의해서 비워졌다. 그들은 이젠 불이 다 꺼지고 잔해만 남은 금광암의 뒷산에 있었 다. 시체들은 그들에 의해 일단 모두 한곳에 합장되었다. 그리곤 두 사람은 그곳에다 제단을 만들고 의형제를 맺고 있는 것이다 백경추가 웃으며 말했다. '드디어 우리는 형제의 의로 맺어졌군요! 술이 없는 게 유감이 오. 한바탕 통쾌하게 사흘 밤낮으로 마셨으면 좋을 텐데 참 나이를 따져 봐야지 서열을 정하겠죠? 나는 갑진(甲辰)생인데 모용 .형은? "그거 공교로운데? 나도 갑진년인데 백형은 어느 달에 났소?" 모용운생의 물음에 백경추가 가가대소했다. '하하 그렇다면 내가 형이 되기 쉽겠소! 나는 정월 이십구 일생이니까 말이오'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모용운생이 더 크게 웃었다. '원래 뛰는 자 위에 나는 자 있는 법이지 ! 나는 정월 하고도 보 름생이니 자그마치 보름이나 형님이 아닌가! 이렇게 흘륭한 큰 동 .생을 두게 되어 기쁘기 짝이 없군그래!' 이 말에 백경추는 인상을 썼다. '아니 뭐가 그리 급해서 그처럼 세상에 빨리 나온 거요? 설 마 날 속이는 건 아니겠죠?" 얼굴은 불만이 가득하지만 말투는 이미 조금 달라졌다. 핫하. .. . 내가 아우를 속인다면 어찌 천벌을 면할 수 있을까? 4 獨림驚魂 난 방금 한 맹세를 잊을 정도로 머리가 나쁘질 않아!' 모용운생이 득의해 웃었다. '할 수 없군 하늘도 야속하네그려. 만 더 빨리 내보내 주었으면 형님이 되는 입맛이 쓴 듯 계속해서 입맛을 다시고 기왕 보내는 거 한 보름 이 눈길이 마주쳤다. 그리고. 건데" 있던 백경추와 모용운생 '으하하하하!' 무엇이 그리 유쾌한지 두 사람은 통쾌하게 웃어 젖혔다. 눈물이 나도록 웃어대던 두 사람이 웃음을 그치자 모용운생은 백경추의 손을 잡으며 진지한 어조로 말했다. '이제 우리는 결의형제가 되었으니 공생공사. 까지 이 우정을 변치 말고 지키도록 하세.' 그야말로 죽을 때 백경추도 미소 지었다 '여부가 있겠습니까? 우리가 힘을 합치고 마음을 합쳤으니 누가 감히 건드릴 수 있겠습니까?' 고서에 이르기를, 이인동심 (二入同心) 기리단금(其利斷金), 동 심지언 (同心之갰) 기취여란(其臭如蘭)이라 하여 두 사람이 뜻을 합 하면 그 날카로움은 능히 쇠를 끊을 수 있고. 한마음으로 한 말의 향기는 난초의 것과 같다고 하였다. 금란지교(金蘭之交)라는 말은 여기서 생긴 것이거니와. 당금 천 하의 가장 걸출하다는 두 기재가 손을 잡았으니 어찌 무림을 진동 할 일이 아니겠는가. 백경추가 다시 하하, 웃더니 말을 이었다. '지난날의 유현덕(副備:유비) 등의 도원결의는 천고의 미담으로 남아 있는데 우리의 결의 또한 후세에는 결코 그보다 못하지 않은 무림의 가화(佳話)로 전해질 것입니다," 백경추의 뻐기는 말을 듣고 있는 모용운생은 매우 기쁜 마음으 千秋之恨 41 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으스대는 모습조차도 이젠 좋게 보 였다. 남들에게 냉심무정이라고 불리는 그였다. 하지만 그의 마음속에는 누구보다도 따뜻한 피가 흐르고 있었 다. 어릴 적부터 너무 외롭게 자라났으므로 냉막한 성격이 형성된 그였다. 이러한 사람이 일단 정을 주게 되면 그것은 어떠한 사람의 것보다도 뜨겁고 진정한 것인 법이다. 이어 그들은 서로의 내력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모용운생은 자신에 대해 아는 것이 없고 사부에 관해서는 엄명 이 있어 말할 수가 없었다. 기실, 엄명이 아니더라도 그가 말할 것 은 별로 없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사실대로 말하고 모든 것은 소수미혼녀를 찾은 다음에 말 해 주겠노라고 백경추의 양해를 얻었다. 백경추 또한 넓은 흉금을 가지고 있어서 흔쾌히 양해를 하고 자 신의 내력을 이야기해 주었다. 지방의 명문토호였던 그의 부모는 일찍이 도적 떼에 걸려 비명 횡사했으며 그는 마침 그곳을 지나던 기인(奇人)에 의해 구함을 받 았다. 그렇게 되어 그 역시 어려서부터 사부의 손에 컸는데 그 사 부의 명호는 해천고자(海天孤子)라고 하였다 ..해천고자? 명호가 낯선 것을 보니 아우의 사부께서는 세외기인 (世카奇八)이신 모양이군." 백경추가 멋쩍게 웃었다. ,글쎄, 꼭 그렇지도 않은 것 같은데 말을 안 해주니 알 수가 있 어야지 게다7 이젠 구천지하에 계시니 영영 알기는 틀린 것 같습니다.' 모용운생은 묘한 표정이 되었다. .참으로 묘한 공통점을 우리 두 사람은 같이 지니고 있군 42 獨贊舊魂 우리가 만난 건 필시 하늘이 정해 준 것 같군그래. 아우의 식견이 나 무공을 보면 해천고자 선배님께서는 보통 분이 아닌 게 틀림없 네. 혹시 자례의 무공노수(武功路手)에서 그분의 신분을 알 수 있 을지도 모르겠는데?' 백경추는 고개를 끄덕였다. '글쎄, 그럴 수도 있겠지요! 한번 보시겠습니까?" 말은 느리고 행동은 빠르다. 그는 냉큼 일어나면서 검자루를 움 켜쥐었다. 모용운생이 그의 손을 잡으며 웃었다. ?이제 보니 성미가 매우 급하군그래! 그게 뭐 그리 급한가? 자 네 사부님께서 굳이 명호를 밝히지 않았다면 또한 합당한 이유가 있으신 것이겠지. 차츰 알게 될 것이니 서둘지 말자구.' 백경추가 고개를 끄떡였다. '그렇게 하죠! 십수년을 기다렸는데 그럼 형님께선 이제 어 떻게 할 겁니까? 저들에게서 연락이 오기까지 여기서 기다릴 겁니 까? 아니면 아까 하신 말씀대로 그냥 가시겠습니까?' 모용운생이 고개를 흔들었다. '일단은 그들을 기다릴 필요가 없을 것 같아. 저들이 우리를 찾 아 낼 수 있나 시협해 보는 것도 그리 나쁜 일은 아닐 걸세. 찾아 낸다면 교주를 만나 보고. 우리를 찾아 내지 못한다면 우리가 능동 의 형국이 될 테니까 그것도 나쁘지 않을 거야. 그러니 저들의 눈 을 피하면서 노산에 가서 저들의 총단을 찾아 보세.' 백경추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럽시다. 하여튼 소수미흔녀에 대한 단서가 있다면 찾아가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이 아니겠습니까? 형님의 모든 것이 풀리게 될 테니까 -" '좋아! 그렇게 하세. 그럼 이곳을 떠나 볼까?' 千=恨 1 말을 하다가 앙상한 잔해만 남은 금광암과 그 뒤에 만들어진 가 묘를 본 모용운생의 눈멎이 싸늘히 가라앉았다. '이따위 짓을 하는 자들을 용서할 수야 없지 않겠나. ' 백경추의 얼굴에 희미한 웃음이 떠올랐다. 소문답지 않게 형님의 마음 씀씀이는 협사로군요? '뭐라고?그럼 나를 마두라고 생각했단 말인가?' 백경추가 낭랑히 웃었다. '난 원래 무림삼영에 대해 관심이 없었습니다. 남의 말 하기 좋 아하는 사람들이 붙인 이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그런데 그 중의 첫째인 형님이 소문과는 달리, 이처럼 멋진 사나이인 걸 보니 나머지 한 사람에 대해서도 갑자기 궁금해집니다. 모용운생도 동의했다. '맞네. 삼영 중에 아우와 같은 인재가 있을 줄은 지1 그러고 보니 정말 그에 대해 궁금해지는군!' 생각도 못했 모용운생이 그의 어깨를 잡았다, '빈연이 있다면 그도 만날 수 있겠지' 모용운생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우렁찬 웃음 소리가 들려 왔 다. '와핫핫하하하' 그 웃음 소리에는 고강한 내공이 깃들여 있어서 은은히 공기가 파똥쳐 고막이 울릴 정도였다 '그 사람이 그렇게 궁금하시오? 모용운생과 백경추의 놀람이 채 가시기도 전에 웃음 소리가 갑 자기 뚝, 그치면서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돌연한 사태에 모용운생과 백경추는 내심 깜짝 놀라 안색이 굳 어졌다. 그들의 지금 공력은 백 장 주위의 동정을 모조리 알 수 있 을 정도였는데 느닷없이 그들과 불과 삼십여 장도 떨어지지 않은 댄 獨脣驚魂 곳에서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 온 것이다. 그것은 상대의 공력이 매우 고강함을 의미함에 다름이 아니었 다. 모용운생이 외켰다. '누구냐?' 획- 동시에 신주옥룡 백경추가 허공으로 솟아오르면서 소리난 곳으 로 덮쳐 내렸다. 그 기세는 사납기 이를 데 없어 마치 한 마리의 매가 먹이를 보고 쏘아 내리는 것 같았다. '하하하 ' 귀청을 진동시키는 우렁찬 웃음이 또다시 터져 나오면서 한 우 람한 인영이 숲에서 솟아나왔다. 그 인영은 나타나자마자 터억 하니, 땅에 버티고 서서 덮쳐 내 려오는 백경추에게 획. 획, 소리와 함께 연달아 삼 권을 내질렀다. 그 삼 권의 기세는 강맹하기 이를 데 없어 무서운 기세로 백경추에 게 덮쳐 가는데 은은한 우레 소리마저 동반하고 있었다. 실로 경인지세 (驚入之勢)였다. 모용운생이 내심 놀라 중얼거렸다. 벽력신권 (震震神拳)이로구나!' 신주옥룡 백경추는 상대의 권퐁의 세기가 끔찍하고 석파천경 (石 破天驚)의 위세가 있음을 보고는 급히 덮쳐 내려가던 기세를 죽이 며 가벼운 수법으로 상대의 권풍에 맞서 갔다. 펑, 하고 지축을 진동시키는 소리가 울렸다. 동시에 신주옥룡 백경추는 그 반탄력으로 삼 장 가량이나 허공으로 솟구쳐 올랐다. 그의 신형은 허공에서 연달아 재주를 부리더니 옷자락을 펄럭이는 가운데 표현히 떨어져 내렸다. 나타난 인영은 그 광경을 보고는 껄껄 웃으며 말했다. 千料之恨 45 '매우 훌륭한 경공이오. 과연 신주옥룡의 명성은 명불허전이외 다." 모용운생이 그 인영을 살펴보았다. 그 인영의 신장은 거의 칠 척이나 되어 마치 태산과도 같이 우 람했으며 부릅뜬 두 눈은 고리눈이었다. 얼굴에는 무성한 수염이 고슴도치처럼 빼곡이 들어차 한마디로 삼국시대의 장익덕(張翼德) 과 같이 위맹하기 이를 데 없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뜻밖에도 그의 위맹함 속에서는 한 가닥 순박한 기질이 흐르고 있어 무언 중에 사람에게 호감을 느끼게 했다. 모용운생은 나타난 사람을 보자 대번에 한 사람이 떠올랐다. '철탑뢰신 (鐵塔雷神)은 귀하와 어떻게 되는 사이오?" 거한은 부리부리한 눈을 휘둘러 모용운생을 바라보더니 이내 공 경한 어조로 대답했다. '바로 내 사부님이시오 ' 그의 바뀌는 어조로 보아 그가 평소에 사부를 끔찍이 위한다는 것을 능히 알 수 있었다. 신주옥룡 백경추가 놀란 빛으로 물었다. '그럼 당신이 바로 철탑패권 (鐵塔覇拳) 석대룡(石大龍)이오?' 철탑패권 석대룡 그는 바로 무림삼영 중의 마지막 한 사람이었다. 그의 사부 철탑뢰신은 오십 년 전에 정사쌍존 둥과 나란히 이름 을 떨치던 인물이었으나 말년에 와서 석대룡을 제자로 거두고 그 의 오든 것을 믈려 주었던 것이다. 뜻밖에도 마침내 천하무림의 후기지수 증의 최고 인물이라는 세 사람이 이 한자리에 모두 모이게 된 셈이었다. 거한은 씩. 웃으며 자신의 가슴을 턱 하니 두드렸다. '바로 내가 석대룡이오.' 4 濁렴驚魂 철탑패권 석대룡은 두 사람을 번갈아 보며 말했다. "귀하가 냉심무정 모용대협이오?' 모용운생은 담담히 웃었다. 그렇소.' 철탑패권은 모용운생을 아래위로 흩어보더니 떨떠름하게 말했 다 난 또 사람들이 냉심무정이라면 얼음구덩에 빠진 듯이 벌벌 떨 면서 삼영의 우두머리로 치켜세우기에 삼두육비(三頭六贊) 의 천상 거한이나 되는 줄 알았지. ...' 모용운생은 그의 어조가 순박하여 투박하면서도 속된 때가 묻지 않은 것 같자 빙그레 웃으며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철탑패권 석대룡이 우렁차게 외쳤다. 나의 사부님께서는 내가 남의 아래에 있는 것을 매우 싫어하셨 소. 나도 만나 보지도 못한 당신이 뭐가 잘나서 첫째인지 알지 못 하니 승복할 수가 없소1 어디 우리 한번 누가 센가 겨루어 봅시 다!' 그러더니 다짜고짜 모용운생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부릅뜬 눈 에는 전투의 기상이 층만해 그 위세만으로도 족히 일반인들을 공 포에 질리게 하기 족했다. '잠깐!' 모용운생은 철탑패권 석대룡의 걸음을 저지하곤 조용한 음성으 로 입을 열었다. '나는 명리에 관심이 없소. 그러니 삼영의 첫째라는 자리는 석 형이 가지시오. 그럼 되지 않겠소?' 모용운생의 말이 떨어지자 석대룡이 미친 듯이 웃었다. '하하핫, 모용대협! 당신은 내가 어린아이인 줄 아시오? 명예나 지위는 다른 사람이 인정할 때 얻어지는 것이지, 아무렇게나 하는 千秋之恨 47 말 한마디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오 그리고 나는 명예보다 당신의 무공을 견식해 보고 싶은 것이오.' 말과 함께 그는 성큼 앞으로 한걸음 내디디며 다짜고짜 비스듬 히 일권을 내질렀다. 획 강맹한 권풍이 노도와 같은 기세로 일어났다. 그러자 모용운생이 움직이기도 전에 옆에서 백경추가 장세를 일 으켜 그 권풍을 향해 일장을 쏟아 냈다. 그의 장력과 석대룡의 권퐁이 맞부딪치게 되자, 그의 권풍은 굉 음과 함께 비스듬히 방향을 바꾸어 모용운생과 이 척 가량 떨어진 땅바닥을 후려갈겼다. 퍼엉 1 흙먼지가 하늘을 가릴 듯 자욱이 일어났다. 모용운생이 제자리에서 가볍게 소맷자락을 휘젓자 흙먼지는 말 끔히 가라앉았다. 백경추는 자신의 장력이 그의 권풍을 겨우 이 척 가량 빗나가게 하는 데 그치자 내심 깜짝 놀랐다. '과연 벽력신권은 명불허전 (名不虛傳)이로구나1' 철탑패권 석대룡은 의외라는 듯 백경추를 바라보았다. '신주옥룡의 경공이 무림의 절기라고 하더니 이제 보니 장력 또 한 대단하기 이를 데 없군. 탄복했소' 신주옥룡 백경추는 그의 권세를 흩어 버리지 못하자. 은근히 자 존심이 상한 듯 안면을 찌푸리며 말했다. '첫째를 이기려면 둘째를 이기고 나서야 도전할 수 있는 것 아 니오? 철탑패권 석대룡은 천성적으로 체구가 크고 신력(神力)이 있어 싸움이라면 밥 먹기보다 좋아하는 터였다. 그는 순박한 기질을 가 48 獨脣驚魂 지고 있지만 기실. 생의 목표를 무공(잤]?)에 두고 있다고 해도 과 언이 아닌 무공광(武功灰)이었다. 이러한 사람이 고수의 도전을 싫어할 리가 없다 그는 대뜸 백경추에게 일권을 후려갈기며 외쳤다. 좋아, 얼마든지 1' 백경추는 석대룡이 대뜸 공격을 가해 오자 기선을 빼앗기고 당 황하여 연달아 대여섯 걸음이나 물러서게 되었다. '좋아1 오는 게 있으면 가는 게 있어야 하는 법이지 ' 백경추는 잇달아 물러나게 되자. 자존심이 상해 벼락같이 외치 며 번개같이 허리에서 검을 빼더니 순식간에 칠 검(七劒) 을 쏟아 내었다 그의 칠검은 실로 괴이하여 일검보다 이검이 빠르고 삼검이 더 욱 빨라 마지막에는 일곱 자루의 검이 마치 한꺼번에 찔러 오는 것 같았다. 게다가 그 변화는 너무도 쾌속하여 검빛만이 번뜩일 뿐 검 의 형상은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석대룡은 백경추의 검세가 괴이한 것을 느끼고 신속하게 물러서 며 기이한 각도에서 일권을 쏟아 내었다. 그의 체구나 표정으로 볼 때 그의 행동이 매우 둔할 것 같은데 도 실상 실전에 들어서자 그의 거대한 체구는 마치 바람과 같이 신 속하게 움직이고 있어 일대고수의 퐁모를 여실히 보여 주고 있었 다. 옆에서 보고 있던 모용운생은 두 사람의 싸움을 보고 내심 놀라 생각했다. '나를 제외한 삼영의 무공이 이처럼 높은 수준에 이르러 있으니 실로 뜻밖이로구나 지난 이 년 간 나는 너무 허송세월을 보낸 것 같지 않은가' 만약 그가 역기층혈대법으로 생긴 공력을 경맥 (經脈) 속으로 도 千秋之恨 49 석대룡은 호기가 치밀어 오른 듯 크게 고함치면서 두 손을 휘둘 러 원을 그리더니 벼락같이 일권을 내질렀다. 콰아아아! 귀청을 찢을 듯한 파공음이 터졌다. 석대룡의 이번 공세는 강력하기 이를 데 없어 거의 천 근 이상 의 위세가 있는 것 같았다. 백경추는 결코 물러설 수 없음을 느끼고 안색을 차갑게 굳히더 이상이나 뿜어 니 연달아 검을 휘둘러대는데 새하얀 검기가 일 척 져 나오며 석대룡의 권세를 격파하려고 했다. '저들의 공세가 이미 걷잡을 수 없게 변했구나!' 모용운생은 그 광경을 보고 놀라 바람과 같이 그들에게 달려갔 다. 어느새 석대룡의 안색은 붉어져 있는데 쌍권을 잇달아 쳐내고 있어 일권 일권의 위세는 능히 산악이라도 봉괴시킬 듯 가공했다 그리고 백경추의 안색은 음침하게 변해 있는데 그의 검은 마치 구름을 타고 흐르듯 석대룡의 권세에 접근하고 있었다. 이것은 서로가 전력을 다하고 있는 엄중한 상황으로 어느 누구 도 손을 거둘 수가 없게 된 상태였다. 그들은 젊은이인지라 일단 싸움을 시작하자. 누구도 지고 싶지 않아 전심전력을 다하게 되어 순식간에 이와 같은 상태가 되어 버린 것이다. 양패구상(兩敗俱傷) 직전의 상황이었다. 모용운생이 벼락같이 외치며 그 가운데로 뛰어들었다. '두 사람 다 공세를 거두고 물러서도록 하라' 하지만 이미 전력을 다해 공세를 펴낸 상황에서 창졸간에 그것 이 이루어질 수 있을 리 없다. 찰나간에 백경추의 검세와 석대룡의 권세가 모두 모용운생에게 쏟아졌다. 퍼펑 ! 챙 ! 채애앵 -! 千秋之恨 51 '감히!" 그 순간에 날카로운 외침이 터져 나오며 일격이 허공에서 곤두 박질치면서 내리박혔다. 펑! 굉음과 함께 청의인의 무적백호권이 흩어졌다 '으하하하 . 교주! 일찍 돌아왔소이다?' 흥의인영을 본 청의인이 가가대소했다. 원래 그는 무진교주를 밖으로 유인하고 이곳으로 다시 돌아온 참이었다. 나타난 홍영은 바로 무진교주의 삼대화신 (三大化身) 중의 하나 인 흥의미부였다. 그녀의 안색은 차갑기 이를 데 없었고 미간에는 노기가 곤두서다 못해 금세라도 밖으로 튀어나을 것만 같았다. '니제 보니 본 교주를 유인한 자가 바로 네놈이었구나 네놈은 누구냐?' 청의인은 냉소를 머금었다. '교주도 아니고 겨우 그림자다身1 인 주제에 본 방주의 신분을 알 자격이 네게 있다고 생각한단 말인가? 으하하 이 말에 가짜 무진교주는 안색이 창백해지더니 외쳤다 '너는 누구냐?" 그녀는 다시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무진교주의 신분은 교내에 서도 극비인지라 화신은커녕, 그 모습조차 제대로 본 사람이 없는 데 상대는 자신이 교주의 화신인 것까지 알고 있는 것이다 모용운생은 이때 간신히 운기조식을 끝마칠 수 있었다. 상황이 급박하여 급급히 진기를 단전에 모은 것에 만족한 것이다. 회복된 진기는 겨우 오륙 성에 불과했다. 이때 그의 귀에 전음이 들려 왔다. '모용대혐, 속히 몸을 피하시오, 이 는 동안 전멱으로 남쪽으로 가시오. 요물은 매우 사나우니 내가 막 삽여 리만 가면 맞이할 사람이 142 8 인하지 못했다면 정말 무림삼영주의 첫째 자리는 그들에게 양보했 어야 할 판이었다. 모용운생이 생각을 굴리고 있는 사이에 백경추 와 석대룡의 싸움은 어느새 이십여 초에 이르고 있었다. 두 사람의 공격 방법은 완연히 달라서 백경추의 검법은 부드러 우면서 가볍고 빨라서 주로 음유무쌍(陰柔無雙)하였으며. 석대룡 의 권법은 일거수일투족마다 산을 부수고 바다를 가르는 위맹함이 나타나고 있어 양강지기(陽剛之勳의 절정을 이루고 있었다. 두 사람의 무공은 백증지세에다 각기 장단점이 있어서 결코 누 가 우위라고 말할 수가 없었다. 굳이 말하면 공력에 있어서는 석대 룡이 낫고 초식 면에 있어서는 백경추가 낫다고 할 수 있었다. '와하하하' 돌연 석대룡이 미친 듯이 통쾌하게 웃으며 외겼다. '당신의 무공은 억태껏 만난 허수아비들하고 좀 다른데? 좋아! 나의 벽력신권의 삼대절초를 받아 보시오!" 석대룡은 천둥처럼 웃어대면서 벽력진천 (震繼震天)의 일권을 후 려갈겼다. 과아아 귀청을 찢는 파공음과 함께 파도와 같은 잠경이 무서운 기세로 백경추에게 몰려 갔다. 백경추는 그 광경에 놀라 잇달아 검을 펼쳐 내었다. 그러자 획. 획, 소리와 함께 그의 검에서 푸른 검광이 마치 불 꽃과 같이 일어나며 석대룡의 권세를 와해하려고 했다. 백경추의 검세와 석대룡의 권세가 허공에서 맞닥뜨렸다 파파파! 사방으로 경기가 연이어 흩어졌다. 동시에 백경추와 석대룡이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좋아, 좋아! 이번엔 뇌공격추(雷公擊睡)를 받아 보시오!" 5 금세라도 땅이 갈라지는 듯한 폭음과 귀청이 찢어지는 듯한 금 속성이 강렬하게 터져 나왔다 ?9- ' '음! ' 우욱!' 동시에. 세 마디의 비명이 잇달아 터져 나오며 자욱한 먼지 속 에서 두 인영이 비틀거리며 진퇴되었다. 바로 백경추와 석대룡이었다. 백경추의 안색은 백지장처럼 창백했으며 입가에 조금씩 피가 비 치고 있었다. 석대룡의 안색도 창백한데 그의 내상은 별것 아닌 것 같았다. 하지만 그의 얼굴을 뒤덮고 있는 수염으로 인해 그의 기색 은 제대로 알아보기가 쉽지 않았다. 이윽고 먼지가 가라앉으며 시야가 분명해졌다. '형님 ' 백경추가 놀라 외치며 모용운생에게 다가가려다 한 모금의 피를 왈칵 토해 내고 비틀거렸다. 얼마 전에 금광신니와 맞서면서 입은 내상이 치료된 지 얼마 안 된 상태에서 다시 내상을 입어 상황이 그리 간단치 않은 것 같았다. 모용운생은 조금 전 두 사람이 싸우던 곳에 우뚝 서 있는데 그 의 두 발은 땅속으로 반 자 가량이나 파고 들어가 있었다. 그의 안 색은 창백하리만큼 하얗게 변해 있는데 그것은 그의 혹의와 괴이 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모용운생의 입가에서는 방울방울 선혈이 끊임없이 흘러내리고 있어 내상이 별로 가볍지 않은 듯했다. 그의 오른손은 반쯤 치켜 들여 있었고 왼손은 검집에서 삼분의 이쯤이 뽑혀진 검을 쥔 채 서 있었다. 아마도 오른손으로 석대룡의 벽력신권을 막아 내고 왼손으로 검을 뽑아 백경추의 검을 막아 낸 52 濁랠澤魂 후 검을 검집으로 넣으려다가 멈춘 것 같았다. 그것은 상황이 실로 엄중했음을 의미했다. 모용운생은 두 눈을 꼭 감고 있는데 그의 몸 주위에는 보일 듯 말 듯한 금빛 기운이 뻗쳐 나와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석대룡은 체구가 크고 우락부락하척 얼핏 보기에는 단순하고 어 리석게 보이지만 기실 세심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렇지 않다면 그 가 단순히 무공만 가지고 무림삼영 증의 하나가 될 수는 없었을 터 였다. '이게 무슨 냄새지? 심신이 상쾌해지는걸!' 그는 모용운생의 모습을 보더니 놀라 생각했다. '모용운생의 무공은 생각보다 훨씬 고강하구나! 나와 백경추의 공력을 한꺼번에 받아 넘기다니 . 믿을 수 없군. 그가 지금 운공 하는 것은 천룡상인의 독문신공인 천룡전단신공인 것 같은데. 그 가 천룡상인의 제자였나?' 그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서서 운기조식하면서 상세를 치료 하기에 힘썼다. 방금까지 경천동지의 싸움이 끊이지 않고 벌어졌던 장내는 순식 간에 다시 정적을 회복했다. 하지만 그 정적이 언제 또 어떻게 불 붙은 전장이 될지는 아직 모르는 터였다. 모용운생은 두 사람의 공격을 받아 내는 순간에 여태껏 단 한번 도 경험해 보지 않았던 강대한 공세임을 직감했다. 그는 천룡전단신공을 극한까지 돋우고 대접인신공을 운용하여 상대의 공력을 분산시킨 후에야 겨우 양쪽의 공격을 맞받을 수 있 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가 받은 타격은 실로 간단치 않았다. 그러나 현재 모용운생의 진기는 임독이맥을 끊임없이 순환하고 있어서 이 정도의 부상은 순식간에 완치시킬 수 있었다. 한데, 거의 내상을 가라앉힌 모용운생이 운기조식을 끝내려고 千秋之恨 55 할 때에 문득 기이한 기척을 느끼게 되었다. 그 기척은 매우 경미 하억 모용운생이 운기조식하면서 정신을 집증시키고 있지 않았으 면 결코 들을 수 없는 작은 소리였다 모용운생은 실눈을 뜨고 소리나는 곳을 살펴보았다. 약 오십 장 가량 떨어진 아름드리 나무 위에서 한 인영이 움직 이고 있었다. 하지만 그 인영의 움직임은 극히 조심스러워 마치 허 깨비와 같았다. 모용운생은 은밀히 전음지술(傳룹之術)로써 백경추와 석대룡에 게 말했다. '지금 오십 장 밖에 한 인영이 움직이고 있는데 그 움직임이 매우 신속하여 이미 이십여 장의 거리까지 접근했으니 모두 모른 척하고 있도록 하시오 ' 장내에는 숨막힐 듯한 정적만이 감돌았다. 모용운생 등이 서 있는 위치는 조금도 변하지 않고 있어서 누가 보아도 내상을 치료하기에 전념하고 있는 것 같았다. 구슷지니 그 인영이 세 사람과 불과 오 장 가량 떨어진 곳에 나타났다. 그 뒤를 이어 사방에서 인영들이 벌떼와 같이 솟아나오며 전력으 로 모용운생에게 덫쳐 들었다. 그들의 수효는 거의 삼십 명 가량이 었는데 모두 백 장 정도 밖에 있다가 맨 처음 나타난 인영의 수신 호에 따라 신속하게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백 장이란 말이 쉽지, 결코 간단한 거리가 아니었다. 그런데도 그들은 마치 물속을 가르는 물고기처럼 소리도 없이 그 거리를 가로질러서 전광석화와 같이 장내에 도달한 것이다 사 전에 치밀한 계획과 안배, 훈련이 없었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 다. 맨 처음에 나타난 인영은 전신에 휘황한 빛이 도는 금의(金衣) 54 獨빻舊魂 를 걸쳤으며 얼굴에는 흉측한 면구를 쓰고 있었다. 畵)에 나오는 아수라(阿修羅)의 형상이었다 바로 불화(佛 그 수라면구(修羅面具) 의 금의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모용운 생을 가리켰다. 획!획 - 그러자, 옷자락이 바람에 나부끼는 파공음이 벌떼처럼 일어나면 서 삼십 명의 사나이들이 번개같이 모용운생을 덮쳐 갔다. 그 중 십여 명은 백경추와 석대룡을 경계하며 그들을 포위했다. 그들의 동작으로 보아 필시 오랫동안 훈련받은 것이 틀림없었으 며 그 개개인의 신법 또한 대단하여 강호 일류고수에 조금도 손색 이 없었다. 이십 명에 가까운 고수가 모용운생에게 공격해 가자 그 기세는 놀라울 정도였고 그들의 검이 남멎으로 번뜩이는 걸 볼 때 필시 극 독이 칠해진 것이 분명했다, 위기의 순간이 닥쳐 왔는데도 모용운생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야아-압!' 순간,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진 석대룡이 호통을 치면서 그 철 탑 같은 신형을 바람같이 날리며 모용운생에게 달려드는 그들에게 잇달아 삼 권을 쳐내었다. 그 권풍은 마치 태산이라도 움직일 듯 세찼으며 은은히 우레 소리까지 들려 왔다. 그와 동시에 백경추의 신형도 허공으로 솟구쳐 오르면서 신랄하 기 이를 데 없는 칼질을 모용운생에게 덮쳐 드는 괴인을 향해 잇달 아 해대었다. 그들이 움직이는 속도는 정녕 전광석화와도 같아서 오히려 그들 을 포위하면서 공격해 들어가던 자들이 깜짝 놀라 분분히 물러나 야 했다. 千흐恨 55 '으악1" '아아익" 구슬픈 비명과 처절한 비명이 잇달아 터져 나오며 모용운생을 공격하던 자들 중의 대부분은 황천객이 되었다 수라면구의 금의인은 기습이 성공하려는 순간에 급작스럽게 상 황이 돌변하자 대경실색하여 잇달아 뒷걸음치면서 더듬거렸다. 너 너는?' 그의 뒤에는 어느새 흑의의 공자가 나타나 웃고 서 있었던 것이 다. 실로 귀신이 곡할 정도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어느새 모용운생이 그의 뒤로 돌아와 있었단 말인가, 더구나 모용운생의 냉막한 얼굴에 떠오른 담담한 미소는 음산한 살기로서 상대를 은연중에 무찔러 가고 있어 실로 기묘한 압박감 을 주고 있었다. 당하는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숨막히는 공포를 안 겨 주는 것이다. 수라면구의 금의인은 모용운생의 몸에서 퐁기는 기세를 느끼고 는 가슴 깊은 곳에서 한기가 치미는 것을 금할 수가 없었다 '네. 네가 모용운생인가?' 오용운생의 몸은 원래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듯이 미동도 하지 않고 서서 그를 노려볼 뿐이었다. 하지만 무형의 기세는 더욱 짙어져 금의인을 핍박했다. 수라면구의 금의인은 숨이 막힘을 깨닫고 공력을 끌어올리며 대 담무쌍하게 오히려 한걸음 앞으로 나섰다. 상대의 기세를 역으로 공격해 눌러 버릴 심산인 것이다. 빤적 , 그러자 모용운생도 자석에 끌리듯이 대뜸 그에게로 앞으로 한걸 음 다가왔다. 56 獨脣驚魂 동시에 그의 얼굴에 핀 웃음기도 더욱 짙어졌다. 금의인은 무형의 기세가 자신의 숨통을 조이는 것 같자 어쩔 수 없어 뒤로 한걸음 물러섰다. 그때, 모용운생의 몸이 삭, 삭. 소리와 함께 두 걸음이나 앞으 로 나오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되자 모용운생의 기세는 한걸음마다 더해져서 금의인은 더 이상 견뎌 낼 수가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 그렇다고 도망가다가 는 그야말로 목을 내놓고 골로 갈 판이다. '이대로 있으나 도망을 가나 매일반 이놈의 무공이 설마 천하 무적은 아닐 테지?' 금의인은 별안간 음침하게 소리치더니 손을 갈퀴처럼 구부려 모 용운생의 가슴팍을 잡아왔다. 그의 손속은 매우 괴이신랄(怪異辛 辣)했다. 그리고 매우 신속하여 그 손이 이르기도 전에 이미 뻣속 을 동결시킬 듯한 한기(寒時가 내습했다. '흥!' 모용운생의 입에서 돌연 차가운 조소(潮笑)가 터졌다. 그 순간, 금의인은 흔비백산하여 손을 거두어들이면서 오용운생 의 단전을 노리고 발길질을 가했다. 어느새 모용운생의 손이 그의 완맥과 불과 이 촌도 안 되는 곳에 도달해 있음을 본 까닭이었다. 그러나 그의 응대는 그처럼 신속했음에도 늦었다. 으악!' 처절한 비명이 터졌다. 피보라가 일어나며 팔 하나가 싹뚝 잘려 날아갔다 ' .." 금의인은 사색이 되어 신음할 뿐 한마디도 못하고 공포에 떨고 있었다. 그의 목에는 서릿발 같은 장검이 닿아 있었던 것이다. 모용운생의 입에서 조용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千料之恨 5? '너의 수라조(修羅爪) 로 보건데 너는 염왕전(間포殿)에서 온 것 같구나. 왜 나를 습격하려고 했느냐? 금의인은 모용운생의 죠용한 태도에서 무어라 형언할 수 없는 공포가 다시 엄습하는 것을 느꼈다. 이것은 실로 아무나 가질 수 있는 기세가 아니었다. '다 당신에게 혈해보도가 있다고 해서 모용운생의 입에서 냉소가 흘렀다. '당금 강호에는 세 개의 혈해보도가 있는데 하필이면 왜 내 것 을 노렸느냐?" 금의인은 망설이지 않고 대꾸했다. 다른 것들은 모두 가짜' 그것을 어떻게 알았느냐?" 금의인은 멈칫했지만 오용운생의 검이 목으로 파고들자 대답하 지 않을 수가 없었다. 무 무진교에서 하나를 얻었는데도 당신을 계속 쫓고. 본 전에서도 하나를 얼마 전에 얻었는데 가짜였소. 그러니 당신에게 있는 것이 진짜일 수밖에"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차가운 음성이 들려 왔다. '십호수라(十號峰羅) ! 염왕령 (閨王令)으로 네가 입을 다물길 명 한다!' 이 소리가 들리자 수라면구의 금의인은 갑자기 온몸을 부르르 떨더니 별안간 고개를 앞으로 푹 숙였다. 섬뜩한 소리와 함께 십호 수라의 목이 모용운생의 검에 그대로 산적처럼 꿰뚫리면서 숨이 끊어지고 말았다. 모용운생은 이 뜻밖의 광경에도 조금도 놀라는 빛을 보이지 않 고 가볍게 그에게서 검을 빼내면서 몸을 돌렸다. 그의 태도는 이미 모든 것을 짐작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58 獨빻驚魂 그 앞 오 장 가량의 거리에는 라면구를 쓴 괴인이 서 있었다. 화려한 금포를 입고 얼굴에는 수 그 수라면구의 금포인은 나직이 웃으며 말했다. 과연 냉심무정은 대단하군! 본 좌가 귀하를 너무 과소평가한 것이 실수였군그래 모용운생은 그를 훌어보더니 여전히 조용한 음성으로 말했다, '아마도 당신은 염왕전의 삼대진군(三大眞君) 중 수라진군(修羅 眞君)인 것 같군... 수라면구의 금포인은 대소하며 태연히 대꾸했다. '과연 대단한데. 본 전은 강호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서 본 전 의 내막을 아는 사람은 드문데' 그는 스스로의 신분을 시인했다 그것은 무림의 일전이가삼보사곡 중의 가장 이 강호상에 모습을 드러낸 첫을 의미했다. 신비하다는 염라전 모용운생이 웃었다 '아마도 당신은 나 같은 사람을 앞으로 보기 힘들게 될 거요.,, 수라진군은 모용운생이,자화자찬하는 줄 알고 냉소하며 비웃으 려다가 모용운생의 말에 함축된 의미를 깨닫자 살기가 치밀어? 랐다. 올 '모용운생. 너무나 방자하구나 감히 본 진군 앞에서 닥 쳐라.' 모용운생은 수라진군의 말이 채 '수라진군! 너는 스스로 목숨을 끝나기도 전에 벼락같이 외쳤 다. 을 빌리겠느냐?' 끊겠느냐? 아니면 본 공자의 손 모용운생의 이 안중에 두지 않는 말은 광오하기 이를 데 없어서 수라진 것 같았다. 군을 전혀 ; 59 수라진군이 언제 이러한 모욕을 받았겠는가1 현재 무림 증에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일전 (一縱)의 위명은 이 가 삼보 따위보다 엄청나게 높은 것이었고 신비하기 이를 데 없어 염왕전의 소재조차도 무림에는 알려져 있지 않았다. 다만 그들의 실력이 나머지 이가 삼보의 연합세를 능히 이겨 낼 정도로 굉데(뒀大)하다고만 알려지고 있을 뿐인 것이다. 수라진군이면 염왕전의 전주인 염라대제 (閣羅大帝)의 바로 밑의 수하로서 같은 서열의 유명진군(幽홍眞君)과 지옥진군(地獄眞君) 외에는 그와 맞설 사람이 없는. 염왕전 내에서는 최고의 실력자에 속했다. 그러니 어찌 노하지 않겠는가? '네 이]핌 네놈의 간이 얼마나 부었는지 본 좌가 직접 꺼내어 보아야겠구나'` 수라진군은 크게 외치며 수라조의 수법으로 모용운생의 가슴 밑. 그러니까 정말로 간이 있는 부분을 공격해 갔다. 그의 손에서 는 한기가 매섭게 뻗어 나오고 있었는데 첫눈에도 십호수라와는 전혀 비교조차 할 수 없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그의 공력수위는 결코 금광신니의 아래가 아니었다. 어쩌면 공 문삼기인 금광신니를 능가하는 것 같기도 했다. 모용운생은 염왕전의 삼대진군 중 하나의 무공이 이 정도인 줄 은 정녕 짐작하지 못했었다. 그러나 수라진군의 수라조는 이미 이 척도 안 되는 곳까지 접근 해 오고 있었고 그 차가운 한기는 이미 모용운생의 몸에 이르고 있 었다.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모용운생의 얼굴이 굳어졌다. '이야아아' 모용운생은 수라진군의 공력이 뜻밖에도 대단한 것을 느끼자 대 (=) 8= 갈일성하면서 그의 손목을 검으로 잘라 버리려고 했다. 수라진군은 모용운생의 검이 순식간에 이르는 걸 보고 자신의 수라조가 모용운생의 몸에 닿는 순간에 이미 자신의 팔은 잘려 나 가는 중일 것을 직감했다. '놀라운 쾌검이로구나1' 수라진군은 대갈하면서 급히 손을 들어 대담하게도 모용운생의 검을 움켜잡으려고 했다. 이런 공수입백인 (空手入白刃)의 수법은 내가공력이 상승에 이른 사람이 아니면 엄두도 내지 못하는 것이었으며 다분히 상대를 얕 보는 뜻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맨손으로 상대의 칼을 빼앗으려 들겠는 가! '흥!' 모용운생은 그것을 보고는 차갑게 코웃음치면서 벼락같이 양의 초개(兩騷初開)의 식으로 여전히 수라진군의 손목을 자르려고 들 었다. 획!획 - 파공음이 잇달아 들리는 가운데 두 사람은 순식간에 일곱 번이 나 변초를 했는데 한번도 맞닥뜨린 적은 없었다. 하지만 수라진군의 등골에는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 전광석화와 같이 일곱 번이나 변초하는 동안 그는 모두 세 번이 나 모용운생의 검에 찔릴 뻔했던 것이다. 모용운생 또한 매우 놀라고 있었다. 그의 양의무정검법은 무림 을 독보하는 검법인지라 그 변화무쌍함은 실로 예측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그것은 이미 여러 번의 싸움에서 증명이 된 바 있었다 .그런데도 상대는 상처 하나도 입지 않고서 자신의 검법을 상대하 .고 있는 것이 아닌가 千秋之恨 1 일순, 모용운생의 눈에 살기가 스쳐 갔다. '야압 그의 얼굴에 금빛이 빛나면서 그의 검에서 찬갈한 광화가 피어 올랐다 "앗" 수라진군은 모용운생의 검에서 횐 무지개 같은 것이 뻗어 나오자 그만 소스라치게 놀라 질풍과 같이 물러났다. 찬란하게 모용운생이 검을 빗겨 세운 채 차갑게 웃었다. 과연 염왕전의 졸개들은 도망가는 것이 고수답군' 수라진군의 옷소매는 길게 베어졌고 그의 가슴과 팔에는 상처를 .입어 피가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것도 그가 모용운생의 눈에 .스치는 살기를 미리 느끼고 준비하지 않았다면 무사할 수가 있었 .을지 장담할 수 었엇다. 수라진군은 모용운생의 비웃음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믿을 수 없 .는 듯 중얼거렸다. 거기에는 놀람이 가득했다 '네가 검강을 십 성 경지에 이르도록 수련했다니 정말 놀랍구 나' 그는 잠시 오용운생을 바라보다가 돌연 무엇이 기억난 듯 떨리 .음성으로 물엇다. '호 혹시 네가 사용한 것이 정말 절정검마 종선생의 양의검 는 법?" 수라진군은 모용운생이 대답 대신 검을 수중에서 한차례 변화무 .쌍하게 돌리자 안색이 흙빛이 되었다. '과연 틀림없구나! 천하에서 양손으로 검을 옮겨 가면서 사용하 .는 검법은 양의무정검법밖에는 없는데 종선생께서는 무양하신가?' .그가 느닷없이 안부를 묻는 것이 매우 괴상하게 들리지만 거기 에는 그 나름의 깊은 속셈이 있었다. 2 1 절정검마 종경의 무공은 출신입화(뾰身入化)지경에 이르러 있어 모용운생이 그의 제자라면 공연히 벌집을 쑤시는 결과가 되는 것 .이기에 도어히 건드릴 수가 없는 것이다. 오죽하면 절정 (絶情)에다 .검마(劍魔)라는 이름이 같이할까 그떻다고 대번에 약세를 보일 수도 없고 하여 느닷없이 안부를 물어 허실을 탐지하려고 하는 것이다. 모용운생이 어찌 그걸 모르겠는가? 속으로 코웃음치면서도 태연히 대꾸했다. '당연히 원기왕성하시지 ! 아마 곧 여기에 도착할 것인데 기다려 보시지 오십 년 만에 처음 외출이니' 이 말을 듣자 수라진군은 너무도 놀라 하마터면 수라면구가 떨 어질 뻔했다 게다가 이건 또 무슨 일인가1 1-익! 바로 그때. 어디선가 한차례 호각 소리가 들려 온 것이다. 그것은 염왕전의 독문신호로 고강한 공력을 지닌 자가 접근하고 있다는 신호였다. 그 소리에 수라진군은 온몸을 부르르 떨더니 벼 락같이 모용운생에게 덮쳐 갔다. 그 기세는 창졸간이라 놀랍게도 빨라서 모용운생이 놀라는 사이 에 이미 음한지기가 모용운생의 가슴에 닿고 있었다. '야압1' 번쩍 , 한 줄기 섬광이 번개치듯 번뜩였다. 그 한 줄기 검광의 위세는 어찌나 대단한지 주위가 온통 검광으 로 가득 찬 것 같았다. 휘 익 ! 하지만 수라진군이 그를 습격한 것은 허세려라. 그는 모용운생 구料:'舊 63 이 자신을 공격해 오자 덮쳐 가던 것보다도 더욱 빠르게 몸을 날려 .사라져 버렸다. 그와 동시에 백경추 등과 싸우던 자들도 모두가 도망을 치고 말 았다. 모두라 해도 도망간 것은 겨우 다섯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그야말로 모조리 작살이 나버린 셈이었다. 가소롭게도 그는 누군가 고수가 접근한다는 소식에 모용운생이 말한 절정검마가,곧 온다는 말과 연계시켜서, 놀라 도주하고 만 것 .이다. 일방 가소로운 것 같지만. 그것은 한편으로 정사쌍존이라는 위 명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를 말하는 것이기도 했다. 4 舊라覽魂 舊 十 舊 홀 結 柰 英 크용운생은 수라진군이 나타날 때와는 달리 꽁지가 빠져라 도 망간 것은 본 척도 하지 않고서 대뜸 석대룡에게 다가갔다. 그의 비운축영의 경공은 이제 경지에 이르러 한번 미끄러지는 것 같은 데 어느새 석대룡의 요에 도달해 있었다. 석대룡은 모용운생이 쏜살같이 다가오자 내심 굳어졌다. 그는 암중에 공력을 일으키며 물었다. 긴장하여 안색이 '무슨 일이오?' 모용운생이 빠르게 말했다. '석형은 아직도 나와 싸워 볼 생각이오?' 그의 말은 나직했으나 평소의 그와는 달리 어딘지 모르게 초조 한 기색이 담겨 있는 듯했다. 철탑패권 석대룡은 입맛을 다시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그러고 싶지만 조금 시간이 필요할 것 같소. 모용형의 무공이 이미 나보다 높은 것을 알았으니 한 일 년 고련(苦練)하여. ' 모용운생이 빠른 어조로 그의 말을 잘랐다. 千恨 57 '나와 백제에 대해서 다른 감정은 없는 겁니까?'` 석대룡은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그를 보았다. '꿔 원수진 것도 없는데 나쁠 것이 어디 있겠소? 비록 자의는 아니라 할지라도 같은 무림삼영에 속한 사람들인데?' 모용운생이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이 말했다. '그래서 말인데, 백제와 나는 바로 조금 전에 형제의 의를 맺었 소. 석형이 반대하지 않는다면 석형도 우리와 친구가 되는 것이 어 .떻겠소?' 이 말은 너무 뜻밖인 듯 석대룡이 어리등절하여 눈을 휘둥그렇 게 뜨고 모용운생을 쳐다보았다. '오늘 처음 본 나를 뭘 보고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겁니까?' '하루를 사귀어도 십 년을 사귄 것 같은 사람이 있고, 십 년을 사귀어도 한 순간을 사귄 것보다 못한 사람도 있소. 난 석형이 첫 .눈에 마음에 들었소. 이게 답이 될 수 있을는지는 모르겠지만' '되고 말구요 층분히 됩니다!' 석대룡은 호탕하게 웃었다. 그러나 다음 순간에 그의 안색은 굳어졌고 고리눈에서는 신광이 폭사되면서 꼬용운생을 쏘아보았다 '그렇지만 왜 나는 친구입니까?' 그의 말에 모용운생은 얼떨떨한 표정이 되어 그를 보았다. '그렇지 않습니까? 두 사람은 형제고 난 친구라면 그거야말로 사람을 차별하는 게 아닙니까? 내가 어디가 그렇게 못난 게 있습니 .까? 우리 사부님은 늘상 내가 사나이 중의 사나이라고 칭찬하셨습 .니다! 내가 이렇게 박대를 받아야 할 이유가 어디 있는 겁니까?' .'아니. 그건!' 석대룡이 손을 흔들었다. 어찌나 세게 흔드는지 태퐁이 일어날 지경이었다. 濁림驚魂 '긴말은 하지 맙시다! 난 같은 얘기를 되풀이하는 건 질색입니 다 나도 당신이 마음에 듭니다 그간 세상을 그떻게 동서남북으로 .떠돌아다녔어도 내 마음에 든 사람은 별로 없었죠! 그러니 간단하 .게 결정합시다! 나도 형제가 되든지, 아니면 서로 모르는 사이로 .혜어지든지 말입니다!' 그의 눈이 강하게 빛났다. '어떻게 하겠습니까?" 모용운생과 백경추는 어이가 없는 표정으로 서로를 보았다. 일이 단숨에 이렇게 될 것인지는 말을 커낸 모용운생조차도 예 상치 못했던 일이었다. 원래 그가 석대룡에게 친구를 제안한 것은 .모종의 뜻이 담긴 일이었기 때문이다. '백제 (白弟)의 뜻은 .?" 모용운생의 물음에 백경추가 얼떨떨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나야 '반대한다면 아마 당신과 나는 평생 원수가 될는지도 모르 진' 옆에서 석대룡이 고리눈을 부릅뜨고서 대뜸 으르릉거렸다. 백경추는 기가 막힌지. 두 손을 벌려 보였다. '전 뭐라고 할 처지가 아닌 거 같은데요?' 모용운생이 풋, 하고 웃더니 석대룡을 보았다 '좋소, 석형도 친구가 아닌 형제가 되기로 합시다.' '큰형님께 인사드럽니다!' 모용운생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석대룡은 성미도 급하게 그 우람 한 체구를 풀썩 굽혀 오용운생에게 대뜸 큰절을 했다. 모용운생은 황급히 그를 부축하며 물었다. '원 이렇게 성미가 급할까? 그런데 어떻게 무조건 동생이 되겠 다고 그러는 거요? 내가 그렇게 나이가 들어 보이나?" 料之恨 69 누가 보아도 텁썩부리인 석대룡과 말끔한 생김의 그는 나이 차 이가 있어 보였다, 모용운생이 훨씬 어려 보이는 것이다. 석대룡이 껄껄 웃었다. 두 분 형님이 갑진생이라는 걸 들었지요1 나는 병오(丙卞)생이 거든요. 하하. .원래 나는 큰형님이 혈해보도를 얻었다는 소식 을 듣고 겸사겸사 여길 찾아왔다가 두 분이 결의하는 걸 보고 참을 .수가 없어서 나타난 겁니다! 나도 생각이 있었던 거죠 그러자 암중에 조식하고 있던 백경추가 마침내 참을 수가 없는 듯이 웃음을 터뜨렸다. 아니. 그렇다면 나는 뭔가? 공연히 매만 맞은 것이 아닌가?' 철탑패권 석대룡이 웃으며 말했다. '적어도 나 대룡의 형님이 되는데 그 정도의 수고도 없올 수야 있습니까? 그 정도는 너무 간단한 일이었지 1 말을 하면서 한껏 으스대는 석대룡을 보고 모용운생과 백경추는 그만 웃고 말았다. 그 큰 몸집으로 으스대는 것은 꿔라고 말하기 곤란한 모양이었던 것이다. 무럼삼영(武林三희 -1 당대 무림 중에서 가장 걸출하다는 이 세 사람의 기재는 만나자 마자 의기투합하여 정말 형제가 되었다. 을 맺어 준 셈이었다. 타의가 자의로 변해 그들 모용운생은 석대룡의 어깨에 손을 언으며 말했다. '삼제와의 결의의식은 나중에 다시 하도록 하세." '왜?' 의아한 석대룡의 말을 모용운생이 잘랐다. 지금 삼제의 공력은 어떤가?내상이 심한 상태는 아닌가?' 석대룡은 대수롭지 않은 듯 대꾸했다. '니까짓 거야 별거 아닙니다. ' 70 鄕獸料 오용운생은 이번에 백경추를 보았다. '이제의 내상은 어떤가?' 백경추의 안색은 창백하여 그의 상세가 가볍지 느낄 수 있었다. '그런대로 견딜 만합니다. 무슨 일입니까?' 않음을 누구라도 백경추의 얼굴이 조금 굳어졌다. 모용운생의 틀린 것을 느낀 것이다. 어투가 핑상시와 '지금 누군가가 이리로 오고 있는데 그가 적인지는 모르지만 강 자임에는 틀림없네. 만약에 그가 적이면 이제와 삼제 둘이서 잠시 .그를 막아 주어야 하겠네. 모용운생의 말에 백경추와 석대룡이 깜짝 놀라 모용운생을 쳐다 보는 순간이었다. '우-욱!' 모용운생이 비틀하더니 한 모금의 선혈을 울컥 토해 냈다 '형님 ! '큰형' 백경추와 석대룡이 대경실색해서 모용운생을 부축했다. 모용운생의 얼굴은 순식간에 백지장처럼 창백하게 변했다 모용운생은 고소(쑴笑)를 지으며 말했다 '괜찮아. 잠시 진기를 무리하게 남용했기 때문일 뿐일세. 날 좀 이 바위에 앉혀 주게. 남에게 약세를 보이면 안 되니까.' 모용운생은 바위에 앉자 다시 말했다. 나는 특별한 일 외에는 상관치 않을 테니 둘이서 내 좌우에 서 서 앞을 가로막고 누가 나타나면 상대하게!' 모용운생은 거대한 철탑과 같이 우뚝 선 석대룡에게 말했다. '삼제, 모든 것은 자네에게 달렸다! 이제도 아마 부상 때문에 평소의 힘을 쓸 수 없을 것이니 형제가 되자마자 무거운 부담 구料흐恨 71 을 안겨 주게 되다니 미안하네!' 그러자 석대룡이 눈을 부라렸다 '무슨 말을 그렇게 정나미 없게 하오? 형제고 뭐고 다 관둬 버 리고 가버릴까 보다!' '쉿 누가 왔다." 백경추가 전음으로 속삭였다. 모두가 긴장하여 숨을 죽였다 .하늘에는 뭉게구름이 한가로이 떠돌고 그 밑에는 산들바람이 감 돌고 있었다. 매우 평화로운 정경이었으나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무 .림삼영에게 그 평화는 폭풍전야의 고요와 같은 숨막히는 것이 아 닐 수 없었다. 석대룡이 천둥 같은 목소리로 외쳤다. '누가 쥐새끼같이 숨어 있는가? 썩 모습을 나타내지 못할까 석대룡의 말의 여운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회의인 한 사람이 모 습을 드러냈다. '무림삼영이 한자리에 모여 있을 줄은 몰랐는데?' 그의 음성은 얼핏 들을 때에는 나직한 것 같았으나 을 날카롭게 자극하는 여운이 있었다. 사람의 귓전 석대룡의 귀에 모용운생의 전음이 들려 왔다. 서것은 섭심호흔대법(料쳇교魂大法)에서 나오는 목소리다. 마음을 .가다듬고 대응하도륵 해라!' '당신은 누구기에 섭심호흔대법 같은 사공을 쓰는 건가?' 석대룡이 우렁차게 외쳤다. 회의인은 석대룡이 대번에 섭심호혼대법을 알아보자 내심 크게 놀라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흐흐' 회의인은 음침한 웃음을 터뜨리더니 말했다. 72 濁서澤魂 '무림삼영 하나하나가 모두 절기를 지닌 데다 박식하기까지 한 재사(才士)들인지는 몰랐군!' 석대룡흔 회의인을 노려보았다. 당신은 누구요?' 회의인은 석대룡만 이야기하자 보더니 말했다. 이상한 듯 모용운생과 백경추를 '나는 무진교주 좌하의 우령사자(右뷰捨者)다! 냉심무정 모용운 생은 이리 나서서 교주님의 영유(令勳)를 받들어라!' 놀랍게도 상대는 무진교주의 명을 받들고 온 사자였다. 대체 호 교구신 중의 하나가 피를 뿌리며 도주한 지가 얼마인데 벌써 교주 .가 사람을 보냈단 말일까. 모용운생은 그들에게서 다시 연락이 오기까지는 최소한 며칠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생각했었지만 상황의 진전은 그의 생각을 횔 .씬 뛰어넘고 있었다. 그것은 무진교의 놀라운 기동력을 증명하는 .것에 다름이 아니었다. 하지만 모용운생은 그 말을 듣지 못한 앉아 있을 따름이었다. 듯이 눈을 감고 가만히 회의인은 노기를 드러내면서 소리쳤다 '모용운생! 대답치 않을 텐가?' '하하하' 석대룡이 우렁차게 외쳤다. '우령인지 우렁인지 모르지만 당신 정도로는 우리 큰형님하고 말할 자격이 없어 전할 말이 있다면 내게 전하시오?' 무진교의 우령사자는 이상함을 느낀 듯 천천히 다가왔다. '냉심무정이 염왕전의 수하에게 피해를 본 모양이군?' 석대룡은 태연히 껄껄 웃으며 대꾸했다. '생각하는 거야 당신 마음이지! 하지만 백 번을 야그해도 당신 千秋之恨 7 은 우리 큰형과 이야기할 자격이 없어1" '큰형? 언제 무림삼영이 결의형제를 했단 말인가?' 우령사자는 의아한 듯 말하면서도 다가오던 걸음은 멈추지 않았 .다. 모용운생과 백경추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에 의혹을 품고 .있는 것이다. 석대룡이 여전히 우렁찬 목소리로 말했다. 그거야 당신이 과문한 탓이지. 할말이 없으면 꺼지고 있으면 얼른 을어대시오.' 그는 원래 기분 내키는 대로 행동하는지라, 우령사자는 그의 태 .도에 화가 치밀어 냉소하더니 외쳤다. '꼬마 놈들이 이다지도 건방지다니' '으핫하하하' 석대룡이 물었다. '늙은 놈아 우리 큰형에게 말시키고 싶으면 네놈외 교주에게 직접 오라고 해라1 그럼 큰형이 직접 나설 것 아니냐?" '네놈이 감히' 우령사자는 극도로 화가 치밀어 온몸을 부들부들 떨더니 벼락같 .이 외치며 석대룡의 관원혈 (關元穴)에 일장을 가해 왔다. 그의 공 .세는 어찌나 신속한지 마치 유령이 움직이는 것 같았다. 석대룡은 다급하게 외치며 벼락 같은 위세로 일권을 내질렀다. 그의 권세를 일컬어 강호에서 패권이라고 부르는 만큼 그 위력은 대단한 것이었다. 우령사자는 내심 놀라서 덮쳐 가던 기세에 삼 성의 공력을 다시 추가했다. 펑 폭음이 터지며 우령사자는 감당할 수 없는 경기가 덮쳐 오는 것 을 느끼고 덮쳐 가던 몸을 세울 수밖에 없었다. 74 鄕멤舊魂 반면에 석대룡은 어깨를 흔들며 하마터면 뒤로 물러날 뻔했다. '매우 좋은 장력인데? 좋아, 다시 받아 봐라!' 석대룡은 싸움이라면 밥 먹기보다 좋아하는 터라 강적을 만나자 호기만장(豪氣萬丈) 하여 크게 외치며 벼락같이 연달아 삼 권을 내 .질렀다. 그의 권세는 파산열석(破山裂石)의 기세를 가지고 공기를 .격탕시키며 획. 획. 소리와 함께 뻗어 나갔다. 우령사자는 주위가 모조리 석대룡의 권세로 가득 차고 은은한 우레 소리가 귀청을 찢을 듯 심신을 압박해 오자 크게 당황했다. .'이게 뭐야? 삼영의 셋째란 놈이 이토록 놀라운 실력을 지니고 있다면 냉심무정이란 놈은 불문가지가 아닌가?' 그러나 당황하고만 있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물러서지 못할까?' 우령사자는 호통을 치며 후리고 쓸고 순식간에 칠장오권을 격출 .해 내었다. 펑 !퍼펑 ! 폭음이 연달아 터져 나오면서 우령사자는 신음을 뱉으며 잇달아 .일 장 가량이나 격퇴되고 말았다. 그의 얼굴은 보기 흉하게 일그러졌다. 설마 모용운생과는 이야 .기도 못해 보고 이런 망신을 당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반면에 석대룡은 태산처럼 그 자리에 그대로 우뚝 버티고 서서 .천둥처럼 웃어대었다. '으핫핫핫 그따위 실력으로 우리 큰형과 직접 말을 붙여 보겠다구? 실로 가소롭군그래 말을 전하기 싫거든 어서 썩 꺼 .져라! 개 패듯 두들겨서 쫓기 전에!' 우령사자는 이 모욕적인 언사에 얼굴을 푸르락붉으락하면서 숨 .만 몰아 쉬고 있었다. 그의 무공은 강호의 일대고수인지라, 설마 .이토록 무참한 꼴을 당하게 될지는 꿈에라도 상상조차 한 적이 없 .千秋之恨 75 었던 것이다, 우령사자는 크게 숨을 몰아 쉬더니 냉담하게 내뱉었다. '교주님의 영유다1' 그는 품속에서 붉은 서찰을 하나 꺼내어 석대룡에게 던져 주었 다. 서찰은 석대룡에게 쏜살같이 날아왔다. 석대룡은 흥, 하고 코웃음치더니 일권을 내질러 날아오는 서찰 을 쳐서 바닥에 떨어뜨려 버렸다. 천방지축인 듯하지만 그의 마음 .씀은 기실 세밀하여 흑시 암수가 있을까 저어한 것이다. 그 광경을 본 우령사자는 냉소하더니 바람처럼 사라져 갔다 '교주께서 기다리시니 정시에 도착하도록 해라" 석대룡이 그가 간 것을 확인하고는 봉투를 쳐다보지도 않고 모 용운생에게 말했다. '븐형, 고맙신 그자의 공력은 매우 대단하더군요." 실은 조금 전에 석대룡이 우령사자와 정면으로 맞부딪칠 때 석 대룡은 강대한 반탄력을 이길 수가 없었다. 모용운생을 생각하고 .물러나지 않으려 했었지만 견딜 수가 없었던 것이다. 만약 고집을 .부리고 물러나지 않는다면 그대로 피를 토하고 거꾸러지고 말 것 .이었다. 한데 그 순간, 그의 등뒤 명문혈에 손바닥 하나가 붙더니, 장강 .대하와도 같은 내력을 그에게 전해 주었다. 그렇게 되자 석대룡의 .기혈은 안정되어 물러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눈을 부릅뜨고서 .큰 소리를 칠 수가 있었다 그 바람에 우령사자가 기가 죽어서 그대로 돌아가 버릴 수밖에 없었다. '아니?' 돌아보던 석대룡의 안색이 크게 변했다. 모용운생의 얼굴이 백납 같을 뿐 아니라 입가로는 끊임없이 선 7 = 혈을 홀려 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상이 극도로 심해진 것이 분명 .했다. '큰형 ! 이게 어떻게 된 거요?' 소리치던 석대룡은 금세 모든 것을 깨달았다. 그의 천성이 순박하기는 해도 결코 바보는 아니기 때문이다. '나 때문에 내상이 도졌군요? 소제가 죽일 놈이외다! 그놈 하나 를 못 막아 내어 일을 이 지경을 만들었으니 모용운생은 기운없이 두 눈을 뜨더니 말했다 괜찮아 삼제가 없었다면 일이 어떻게 이떻게 끝났겠나? 내 걱 정은 말고 그 봉투에 뭐가 쓰억 있나 보게. 흑 암계가 있을지 모르 .니 조심하고" 석대룡은 걱정스런 눈으로 모용운생을 보고 고개를 끄덕이더니 그가 받지 않아서 땅에 떨어진 봉투를 주으려 했다. 봉투 앞에 간 석대룡은 문득 백경추를 보더니 말했다, '작은형은 어떻게 기척도 없는 거요?" 모용운생은 그의 말에 내심 불만이 서려 있는 것을 느끼고는 힘 없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둘째를 탓하지 마라 둘째는 네가 물러설 때를 대비해서 운기 조식하는 중이다. 나와 그떻게 상의가 되었다. 고개를 끄덕인 석대룡은 무형의 경력을 이용하여 봉투를 뒤집어 보더니 봉투 속에서 편지를 꺼내었다. 석대룡은 편지를 이리저리 뒤집더니 이상이 없음을 확인하고 모용운생에게 가져 왔다. '여기 있습니다, 큰형!' '삼제, 네가 읽어 주면 좋겠다.' 오용운생이 힘없이 대꾸했다. 석대룡은 걱정스레 모용운생을 쳐다보더니 편지를 읽어 내려갔 다. <냉심무정 모용운생 친계 (舊澤? . 본 교는 귀하와 내일 밤 삼경, 대별산 북남쪽 오십 리 지점에 있는 .황가장에서 만나고자 하오.} 그리고 밑에는 등근 모양을 한 기이한 문장이 찍혀 있는데 아마 도 무진교의 표식인 것 같았다. 석대룡은 다 읽고 고개를 들다가 크게 놀라 외쳤다. '큰형 정신 차려요. 큰형!' 이때. 모용운생은 인사불성이 되어 있었다. 모용운생은 잇달아 격전을 치르고 원기가 상한 데다 백경추와 석대룡의 싸움을 말리느라 부상을 입었었다. 거기다가 수라진군과 .같은 절세고수와 격전을 치르고 무리하게 검강을 발출하여 내상을 .도지게 했다. 그 바람에 심기를 써서 수라진군을 쫓아 버릴 수밖에 없었고 더 구나 설상가상으로 적의 예기를 꺾기 위해서 마지막 남은 진기마 .저 석대룡에게 주입시키고 나자 견디다 못해 인사불성이 되고 만 .것이다. 석대룡이 당황하자 등뒤에서 차분한 목소리가 들렸다. '형님을 건드리지 마라! 지금 형떰을 건드리면 기혈이 뒤엉켜 폐인이 되고 말 것이다.' 석대룡이 돌아보니 백경추가 운기조식을 마치고 눈을 뜨고 있었 .다. 그의 창백했던 안색은 약간 혈색이 도는 것이 내상이 매우 호 .전된 것 같았다. '그럼 어떻게 하지요?' 석대룡이 초조하게 묻자 백경추가 조심스레 모용운생을 살펴보 ?8 獨贊驚魂 더니 말했다 음, 우선 형님의 기력을 돋우어 주어 기혈을 바로잡아야겠다. 셋째는 호법을 서다오. 내가 손을 써볼 테니까. 백경추가 말하며 막 모용운생에게 손을 대려는 순간이었다 '백경추! 그를 죽이려는 건가요?' 어디선가 냉랭한 음성이 들려 왔다. 그 음성은 어찌나 차가운지 듣는 사람의 심신이 얼어붙는 것 같 았다. 백경추는 그 말에 마치 벼락을 맞은 듯이 온몸을 떨더니 몸을 돌리며 침착하게 반문했다. '누가 왕림하신 것이오?' 그의 태도는 냉정하기 이를 데 없어.실로 일대종사의 자질을 유 감없이 보여 주고 있었다. 그들과 약 삼 장 가량 떨어진 곳에는 기척도 없이 백의여인 한 사람이 나타나 있었다. 그 여인의 온몸은 백색 일색이었으며 면사 .로 얼굴을 가려 얼굴을 알아볼 수 없었다. 전신에서 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한기가 뻗어 나오고 있는데, 느낌만이 아니고 실제로 백경 .추 등은 주위의 공기가 차가워짐을 느꼈다. 이 백의녀의 출현은 너무도 신비하였으며 그들의 둥뒤 삼 장 가 량의 거링에 다가왔는데도 백경추 등이 전혀 모르고 있었으니 그 무공의 고강함은 짐작키도 어려뒀다. 백의녀는 면사 사이로 얼음장같이 반짝이는 눈으로 모용운생을 쳐다보더니 천천히 다가왔다 그런데 분명히 한걸음을 옮기는 것을 본 것 같은데, 녀의 몸은 어느새 석대룡과 백경추의 사이를 바람같이 는 것이 아닌가? 실제로 그 석대룡과 백경추는 대경실색하여 호통을 치며 제각기 지나고 있 일장과 일 千秋之恨 79 권을 백의녀에게 후려갈겼다 '멈춰 ! '무슨 짓을 하려는 거냐?' 그런데 당대 무림을 오시하는 그들의 공력이 노한 꽈도와 같이 백의녀에게 덮쳐 가는 순간에 그녀의 백의가 일렁이자 그 막강한 경력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것이 아닌가 뿐인가, 오히려 공격을 가했던 백경추와 석대룡이 비틀거리며 한걸음씩 물러났다. 이 결과는 너무도 뜻밖이라 백경추 등, 본인들 .은 물론, 어느 누구라도 믿으려 들지 않을 정도였다 특히 석대룡은 자신의 그 위맹한 벽력신권을 마치 봄바람처럼 사라지게 하는 그녀가 아예 사람같이 보이지도 않았다. '이거 대낮에 소복한 귀신이 돌아다니네그려?' 그가 놀라서 외치자 모용운생 앞에 도착했던 백의녀가 석대룡을 쏘아보았다. 그 쏘아보는 눈길이 어찌나 차가운지 석대룡 같은 호한조차도 찔끔. 간담이 서늘해져서 더 이상 아무 말도 못할 정도였다. 순간, 백의녀의 손이 모용운생의 백회혈에 닿았다. 그것을 보자 백경추와 석대룡이 대경실색해서 호통을 치면서 막 으려 달려들었다. '게 서요 만약 한걸음만 더 다가오면 이 사람의 심맥을 끊어 버릴 테예요!' 백의녀가 매섭게 소리쳤다. 과연 이 말은 효과가 대단하여 백경추 등은 다. 초조한 멎이 두 사람의 얼굴에 드러났다. 감히 다가오지 못했 안심하고 거기서 누가 오는가나 지켜봐요. 해치지는 않을 테 니' 8 백의녀는 차갑게 말하더니 품속에서 투명한 얼음덩어리 같은 병 을 하나 꺼냈다. 그녀의 백옥 같은 횐 손은 투명하기 이를 데 없어 .그 병과 구분이 제대로 안 될 정도였다. 그러자 석대룡이 백경추에게 다가서며 중얼거렸다. 자 작은형, 아무래도 여기가 옛날에 공동묘지였나 보오! 안 그러면 어떻게 대낮에 소복귀신이 저 손 좀 보라구 저게 어디 사람 손이오? 얼음조각을 션아 만든 것이지 석대룡은 말을 하다가 주춤 입을 다물고 말았다. 백의녀가 싸늘한 시선으로 또 쏘아보았기 때문이다. '제기랄! 천하의 대장부인 내가 도대체 뭣 때문에 저 눈길만 보 면 기가 죽는다지 귀신에게 흘렸나?' 석대룡이 고개를 흔드는 사이에 백의녀는 그 얼음 같은 기이한 병을 깨고 있었다. 그녀가 가볍게 손을 모아 쥐자 병이 부서졌던 것이다. '우와 추워라. 이게 무슨 조화지?" 별안간 석대룡이 깜짝 놀라서 외쳤다 백경추도 대경하여 백의녀의 손을 노려보았다. 얼음장 같은 병이 깨지고 난 후 그 속에서는 마치 얼음을 깎아 만든 듯한 동그란 구슬이 나왔는데 갑자기 장중에 퍼진 한기는 바 .로 거기서 나온 것이다. 필시 보통 물건이 아닌 것이 분명했다. 그 .것이 담겼던 병만 해도 열 수는 없고 부수도록 되어 있는 것이 그 .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백의녀는 그 빙주(氷珠) 같은 것을 오용운생에게 먹였다. 그리 고는 모용운생의 백회혈에 언은 손에 진력을 돋우기 시작했다. 백경추 등과 그녀의 거리는 이 장 가량이었는데 그들은 도저히 추위를 견디지 못해 반 장 가량 후퇴해서 바닥을 바라보다 깜짝 놀 .랐다. 千교恨 81 바닥에는 하얗게 서리가 서려 있었던 것이다 '니건 또 무슨 무공이지?' 백경추가 놀라 증얼거렸다 잠시의 시간이 흐른 후, 백의녀는 모용운생의 백회혈에서 손을 떼더니 신속하게 모용운생의 몇 개 대혈을 짚어 놓고는 천천히 몸 .을 일으켰다. '우리 형님은 괜찮은 거요?' 석대룡이 약간 겁먹은 소리로 물었다. 백의녀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밤으로 반 시진 후면 완쾌될 테니 그 전에는 그를 건드리면 안 돼요.' 그녀는 여전히 차가운 어조로 말하고 앞으로 걸어가다가 고개를 돌려 그들을 보았다. '모용공자가 깨어나면 그에게 무진교주를 만나는 것은 포기하도 록 전해요. 그의 무공은 아직 멀었어요! 우령사자는 경공이 조금 .뛰어날 뿐 무진교의 총단에서는 겨우 이류에 불과한 사람이니까 .결코 무진교의 실력을 얕잡아 보면 안 된다고 전해요.' 백의녀는 말을 끊고 백경추를 보더니 입을 달싹였다. 전음으로 무슨 말을 하는 것 같았다. 순간, 백경추의 얼굴이 흙빛이 되었다, 백의녀는 차갑게 코웃음치더니 다시 말했다. '모든 걸 알고 싶으면 그가 깨어나거든 대설산(大雪山) 으로 날 .찾아오도록 전해요.' 획! 그 순간, 그녀의 몸은 백의를 펄럭이며 허공으로 삼 척 가량 떠 .오르더니 마치 무엇에 끌려가듯이 날아가기 시작하는데 그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마치 한 줄기 유성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 62 燭꽈驚魂 석데룡이 입을 딱 벌리고 외쳤다. '대단하다! 내 생전에 저토록 기막힌 경공은 처음 보는 것 같은 데 요즘도 강호에 저런 고수가 있었나? 나이는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석대룡은 멍청히 서 있는 백경추를 보았다 '작은형. 그녀가 뭐라고 합디까?' 석대룡의 물음에 백경추는 멍청히 서서 마치 그 말을 못 들은 것 같았다. '마치 정신나간 사람 같구나1 도대체 그녀가 뭐라고 했기 에?' 석대룡은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백경추의 어깨를 툭 치며 외쳤 다. '작은형!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는 거요?' 석대룡은 천생신력이 대단하여 그가 툭 치는 것은 남들이 후려 갈기는 것보다 더욱 큰 위력이 있었다. 그가 툭 친다는 것은 어깨 .가 부서지는 것 같다는 말과 같았다. ?9 ' 백경추는 짬짝 놀라서 비틀거렸다. '무슨 짓인가?셋째' 백경추가 눈썹을 치켜 올리며 노기를 드러냈다 무슨 짓이라니? 작은형은 내 말을 못 들었단 말이오?' 백경추는 멈칫하더니 멋쩍게 웃었다. 미, 미안 뭣 좀 생각하느라고 그래. 무슨 말을 했나?" '그 백의녀가 무슨 말을 했는가 물었잖아요? 대체 그녀가 꿔라 고 했기에 그렇게 얼이 빠진 거요?' 백경추는 석대룡의 말에 순간적으로 당황한 듯 홈칫하더니 곧 태연히 웃으며 대꾸했다. 千秋之恨 멋 '말은 무슨! 지가 나를 언제 봤다고 꿔라고 지껄이는데 증 원 말이 아니라서 알아들을 수가 없었어. 그래서 생각하다 보니 까 ' 석대룡은 갸웃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대설산으로 찾아오라고 하는 걸 봐서는 그 말이 서징 (西藏)말이었을지도 모르겠군요.' 백경추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지도 모르지' '그런데 그녀가 대설산으로 오라고 했는데 그 넓은 대설산에서 어떻게 찾을 수 있단 말이오. 작은형은 혹, 그녀가 누군지 알고 있 .소?' 백경추가 고개를 흔들었다. '나도 처음 보는 여자야. 듣지도 보지도 못했어.' 백경추는 말을 하면서 모용운생의 곁으로 다가섰다. 모용운생의 안색은 처음과 마찬가지로 창백했으나 표정은 매우 편안해 보였다. 그리고 숨결은 매우 안정되어 있어 상세가 호전되 .고 있는 것 같았다. 석대룡도 모용운생의 곁에 와서 모용운생의 상황을 보고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말했다. '상세가 매우 호전된 것 같은데 어떻게 안색이 그대로일까? 작 은형. 혹시 그 백의녀가 먹인 것이 무엇인지 아시오? 무슨 얼음조 .각 같던데" 백경추도 모르겠는지 고개를 혼들면서 모용운생을 바라보다가 별안간 소리쳤다. 형님 !" 그의 외침에 따라 석대룡이 모용운생을 쳐다보았다. 그때 모용운생은 그대로 누운 채 눈을 뜨고 있는데 아직 완전히 84 濁賞驚魂 정신이 들지는 않은 것 같았다. '이제와 삼제가 나를 치료했느냐?' 조금 시간이 지나자 모용운생이 천천히 몸을 일으키면서 말했 다. 그의 어조는 매우 차분하게 가라앉아 있어서 전혀 부상한 사람 .같지 않고 평상시의 그의 태도를 그대로 찾고 있었다. 이 광경에 백경추는 내심 가슴이 떨려 와서 물었다. '형님께서는 지금 기분이 어떻습니까?' 모용운생은 가만히 진력을 운용해 보더니 얼굴 가득히 놀람의 빛을 드러내면서 말했다. '내게 무얼 먹였느냐?' 석대룡이 펄쩍 뛰면서 소리를 질렀다. '괘?흑시 증독이라도 ' 모용운생이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 증독이 아니라 전신에 진력이 전보다 더욱 층만해서 하 는 말이다. 거기다' '거기다?" 백경추가 궁금한 듯 말을 가로쳤다. '더욱 기이한 것은 전신의 관절과 단전에 한 가닥 차가운 잠력 이 스며들고 있는데 그 힘이 무궁하기 이를 데 없는 것 같다. 이런 .현상은 분명히 내가 어떤 기약선단(奇藥仙丹) 을 복용했으므로 인 .해 생긴 것 같은데 ?' 모용운생은 두 사람의 얼굴을 흄어보고는 대충 짐작한 듯 물었 다. '내가 정신을 닳고 난 후에 무슨 일이 벌어졌느냐?' 석대룡이 손뼉을 쳤다. '과연 그녀가 공갈을 치지는 않았군그래 그녀 말대로 큰형 이 금방 일어났으니까 작은형이 설명 좀 해보지 그래요?' 千=恨 舊 백경추는 약간 어색한 표정을 짓더니 말했다. '나는 이제부터 내상을 치료할 테니 삼제가 악전을 치러야 할지도 모를 일이니까.' 해라. 어쩌면 계속 싫은 듯했다. 그는 어딘지 모르게 백의녀의 일을 입에 담기가 석대룡이 말했다 '좋아. 그럼 내가 말하지 그러니까. ' 석대룡은 손짓발짓을 해가면서 맨 마지막에는 흉내까지 해 보였다. 그녀가 날아가던 '글쎄. 이렇게 해서 그냥 붕 떠 획- 어이쿠!' 석대룡은 경공을 전개해서 허공에 떠 날으며 탁해져서 미처 자세도 갖추지 못하고 떨어져서 았다. 말을 하자 진기가 땅에 처박히고 말 쿠당탕! 요란한 음향과 함께 석대룡은 먼지를 흠뻑 뒤집어쓰고 엉금엉금 기어 일어났다 모용운생은 그걸 보고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마침내 웃고 말았다 '후후. 그래 그녀가 그렇게 멋지게 떨어지더냐?' 석대룡은 먼지를 털고 일어나면서 머리를 벅벅 긁더니 입맛을 다셨다. 여자는 여기서부터 '쩝. 하지만 웃을 게 아니란 말이에요. 그 저기 숲속까지 그대로 날아갔단 말입니다.' 이 말에 웃던 모용운생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 정도의 거리라면 적게 잡아도 삼십 장은 되는 것이다. 모용운생의 지금 경공도 강호에서는 손꼽히지만 역시 단번에 십 여 장 이상 날아가는 것은 불가능했다 모용운생은 눈을 감고 무엇인가를 숙고하더니 말했다. '그녀가 오든 걸 알고 싶으면 대설산으로 오라고 했단 말이지?" 86 8 '예. 그렇다니까요.' 석대룡의 대답에 모용운생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중얼거렸다. '그렇다면 대설산에 있는 문파 둥으로 매우 잘 알려져 있어야 된다는 이야기인데. 그런 문파 중에서 그처럼 고강한 무공을 지닌 .곳이 있다는 말인가' 돌연. 모용운생의 눈에 광채가 스쳐 갔다. 삼제! 그녀가 내게 먹인 것이 분명히 얼음 같다고 했지?' 석대룡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얼음 같은 병에 든 얼음구슬 같았다니까요.' '그떻다면 그것이 전설 속의 빙백지정 (氷塊之精)이란 말인가?" '빙백지정. 그게 뭔데요? 귀한 겁니까?' 모용운생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아주 귀하지 ! 빙백지정이란 것은 만년 이상 묵은 얼음 속에 모인. 한마디로 얼음의 결정이라고 할 수 있어. 빙백지정은 .지상의 음기와 만년 묵은 얼음의 정기가 한데 뭉쳐서 형성되는데 .실로 천년 이상 지상의 음기와 얼음의 정기가 어울릴 때 비로소 만 .들어지는 것으로. 전설 속에나 있지. 세상에서 찾아볼 수 없는 선 .품이랄 수 있는 것이야.' 석대룡은 신기한 듯 모용운생의 말을 듣고 있다가 물었다. '그럼 그게 어디에 어떻게 좋은 겁니까?' 모용운생은 잠시 생각을 가다듬는 듯 있다가 말했다 '빙백지정은 천하의 음기의 집결체라고 할 수 있는데 그 옆에만 가도 사람이 얼어 버릴 정도의 극한음기(極寒陰勳를 가지고 있어. .하지만 만약에 사람이 그것을 복용하고 몸 속에서 용해시킬 수만 .있다면 그 공능은 실로 무궁하지! 만약 한음지기를 수련한 사람이 .그것을 얻게 되면 다른 사람을 마음만 먹으면 대번에 얼려 죽일 수 .있는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하더군. 千料之恨 87 '뜻만 가지고도 상대를 얼릴 수가 있다는 겁니까?' 석대룡이 어처구니없는 듯 묻자 모용운생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는 말올 들었어. 그리고 실제로 공격을 가하면 그 위력 은 삼십 장에서 백 장까지도 미친다고 하는 걸 들었지. 석대룡이 모용운생을 쳐다보며 말했다. '그럼 큰형은 이제 천하무적이 되겠군요?' 그의 어조에는 순수한 기쁨이 어려 있었다 모용운생은 빙긋 웃더니 말했다. '아니지 나는 음한지기를 수련하지 않았고 불문정종심법을 수 련했으니 그런 위력을 발휘할 수는 없을걸 .." 석대룡은 실망한 듯 혀를 차더니 옆의 바위에 털썩 걸터앉으며 말했다 '그럼 별볼일도 없군요. 뭐.. 모용운생은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 빙백지정의 공효가 그것뿐이라면 어떻게 인간세의 선품 이라고 말하겠나? 우선 한기와 열기의 내습을 막을 수가 있고 공력 .이 증진되고 그 효능은 실로 다대해서 절세의 기약이라는 천년설 연실 (千쭈雪蓮實) 같은 것으로도 비교가 안 되는 거지," 석대룡이 고개를 갸웃하더니 말했다. '그런 보물을 어떻게 그녀가 구했고 또 왜 그녀가 복용치 않고 큰형에게 주었을까요?' 모용운생이 미소 지었다 '삼제는 얼핏 보기에 둔한 듯 보이지만 실은 매우 세심하군' '글쎄, 그건 나도 모르겠군 빙백지정은 만년빙의 지심 (地心)에 있어서 아무도 꺼낼 수가 없다고 들었는데 혹시? 하지만 그럴 리가?' 중얼거리던 오용운생이 뭔가 생각난 듯 미간을 찡그렸다. 8 獨嘗驚魂 왜요?무슨 생각이라도 난 게 있습니까?" 내가 듣기로는 백년 전에 강호상에는 빙궁(氷宮) 이라는 문파가 있었는데 그 빙궁은 대설산 속에 있다고 하더군. 그런데 그 빙궁에 .빙백지정이 있다고 하는 소문이 있어서 강호가 발칵 뒤집힌 적이 있었지. 그러나 아무도 그 소재를 확인하지 뭇했고 빙궁이란 존재 .는 강호에서 잊혀졌다고 하지" 석대룡이 신기한 듯 모용운생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니, 도대체 큰형은 어떻게 그떻게 모르는 게 없는 런 걸 다 외고 있으려면 골치깨나 아프겠수다." 거요? 그 모용운생은 담담히 웃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마음속에는 의문이 끊이지 않았다. 내가 먹은 것이 빙백지정이 틀림없을까? 그러고 그 백의녀는 정녕 전설 속의 빙궁에서 온 것일까? 그녀가 빙궁의 인믈이라면 무 .엇 때문에 나를 찾았고, 나에게 빙백지정과 같은 천재지보를 준 것 .일까? 그리고 모든 것을 알고 싶으면 대설산으로 오라고 했는데 무 .엇을 알고 싶다는 뜻일까? 내가 뭐가 궁금한 것인지 그녀가 알고 있기라도 하단 말인가?' 모용운생과 같은 기재조차도 한참 골을 싸매고 있으니까 정신이 휘황한 것이, 점점 뭐가 뭔지 더 모르게 되는 것 같았다. 결국, 결정은 뒤로 미를 수밖에 없었다. 모든 것은 백의녀를 만나야 알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卞秋之恨 89 第 十 五 章 無 舊 敎 호 初 現 어1 = *. 밤의 장막은 오늘도 어김없이 찾아들어 대지를 감싸고 있었다. 어둠의 나래는 모든 것을 포근히 감싸 만물을 휴식케 한다고 한다. .그러나 오늘의 어둠에는 무엇인지 모를 적막이. 그 적막 속에는 숨 .막힐 듯한 기이한 분위기가 숨쉬고 있었다. 대별산 남쪽에는 거대한 장원 한 채가 있다 그 장원은 일반인에게 황가대원(黃家大阮). 혹은 황가장(黃家 玆)이라고 불렸다. 이 황가장은 옛날 조정대관의 것이었다고 하는데 그 규모가 매 우 컸다. 그러나 그 조정대관이 몰락한 후 이 장원 또한 몰락하여 .지금은 황폐한 곳이 되었다. 특히 그 전원(前園)은 황폐의 정도가 심하여 야생동물들의 보금 자리가 되었고 여름밤이면 풀벌레들의 야외 연주장이 되어 가히 귀청이 따가울 정도였다. 그런데 오늘은 너무도 조용했다. 한마디로 쥐죽은듯하였다 千料之恨 95 황가장 전체가 마치 무엇인가를 기다리며 숨을 죽이고 있는 것 같았다. 어느덧. 그 가운데 시간이 홀러흘러 삼경이 되었다. 시간을 알리기라도 하려는 양. 한 줄기 바람이 황가장을 맴돌며 떨어진 나믓잎들을 휘날렸다. 사사삭 나뭇잎과 풀잎들이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가 채 멎기도 전에 황가장의 넓은 마당, 옛날에는 연무 장인 듯싶은 그 마당에 세 사람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그 중 한 시 .람은 덩치가 거대하여 마치 금강역사가 현신한 듯했다. 바로 무진교주를 만나러 온 모용운생 등이었다. 그들은 백의녀의 경고를 무시하고 무진교주를 만나기 위해 이곳 에 온 것이다. 모용운생은 얼굴에 억전히 담담한 미소를 띠고 있었는데 그 돼 도가 태연자약하여 전혀 적지에 뛰어든 사람 같지 않았다. 하지만 석대룡과 백경추는 조금 긴장된 듯했다. 그 중 가장 성질이 급한 석대룡은 천둥같이 고함을 질렀다 '사람을 오라고 해놓고 상판때기도 안 내밀고 있으니 모조리 쥐 새끼가 물고 갔나?" '말투가 매우 거칠군?" 석대룡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차가운 음성이 들리며 한 인영 이 어둠 속에서 나타났다. 그는 건물의 그늘에서 불쑥 나타났는데 .전신에 검은 야행의를 입고 있으며 머리에는 검은 복면을 해서 눈 .만 내놓고 있었다. '기다리고 있었소. 누가 모용대협이오?" 백경추가 냉소하며 나섰다. '묻기 전에 당신의 정체부터 밝히는 게 순서가 아니오? 당신네 94 濁脣驚魂 는 무슨 죄 지은 게 그렇게 많아서 얼굴을 가리고 다니는 거요?' .흑의복면인은 냉소하며 대답 대신 모용운생을 보고 말했다. '본 좌는 무진교의 예당(효호)당주요. 냉심무정 모용대협이시 오?' 형당의 당주인 귀선생 북궁소를 생각할 때. 그도 간단한 인물이 .아닐 것은 분명했다. '교주는 도착했소?' 모용운생의 물음은 매우 간단했지만 내가 상대하는 것은 너희 교주니까 너 같은 것과는 상대하고 싶지 않다는 뜻이 확연하게 드 .러나 있었다. 예당당주는 사람을 접대하는 등 대외적인 일이 맡은 바 책무인 데. 어떻게 그러한 뜻을 알아듣지 못하겠는가. 하지만 그는 속으로 욕을 퍼부어대면서도 겉으로는 분노를 드러 내지 않고서 말했다. '따라오시오." 말과 함께 그는 신형을 솟구쳐 후원 쪽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그의 신형은 바람처럼 날렵하게 움직이고 있어 과연 무진교에 수 .많은 고수가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모용운생은 그 뒤를 따르면서 주위의 형세를 보면서 일방으로는 .공력을 운행하여 적의 잠복 여부를 살폈다. 그런데 뜻밖에도 후원 .에 이르도록 적의 종적을 발견할 수 없었다. 그들이 막 후원에 들어서려는 순간이었다. '서라! 누구냐?' 차가운 음성이 터져 나왔다. 예당당주는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효으로 한걸음 나서면서 품속 에서 번쩍이는 은패를 내 보였다. '예당당주다. 교주님의 손님을 모시고 가는 중이다.' 千秋之. 95 팍 별안간 밝은빛이 예당당주의 손에 있는 은패를 비추더니 이내 사라졌다. '통과하시오1 모습은 보이지 않고 또 차가운 음성이 들려 왔다. 예당당주는 그와 같은 방법으로 잇달아 세 개의 중문을 통과했 다. 후원의 본채가 가까워지면서 그들의 앞을 가로막는 사람의 목 .소리는 더욱 음침해지고 중기(中氣)가 층만해졌다. 그리하여 그들 .이 후원의 본채가 있는 곳까지 왔을 때는 그 목소리만으로도 강호 .를 놀라게 할 엄청난 공력을 보여 주고 있었다. 모용운생의 얼굴은 시종여일했지만 백경추와 석대룡의 안색에는 이미 긴장된 멎이 숨길 수 없이 드러난 상태였다. 예당당주는 본채의 대청 요에 도착하여 모용운생을 바라보며 말 했다. '이제 다 왔소.' 그는 조심스레 대청문을 열고 들어갔다 끼익, 하는 대청문 열리는 소리가 날카롭게 어둠의 정적을 깨뜨 리면서 일어났다. 밤이라 바깥도 어둡지만 대청 안의 어둠은 더하여 전혀 아무것 도 볼 수가 없을 정도였다. 모용운생은 천천히 숨을 들이마신 후 두 의제에게 고개를 가썹 게 끄떡여 보이곤 눈에 공력을 모아 안을 살피며 대청 안으로 성큼 .들어섰다. 그의 자세는 매우 침착하여 전혀 거리낌이 없는 것 같아 .서 예당당주조차 속으로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이 대청에 다 들어선 순간이다. 펑 육증한 소리와 함께 대청의 문이 닫혔다. 6 18 동시에 정말 자신의 손가락조차 볼 수 없는 칠흑 같은 어둠이 엄습했다. 그리고 오용운생의 전신이 굳어졌다. 그는 백의녀에 의해 상처가 치유된 후 공력이 또 증진하여 그 전과는 또 다른 진경(進境)을 이루고 있었다. 그는 대청에 들어선 .순간에 이미 대청 안에 적지 않은 수의 사람이 있는 것을 느낀 것 .이다. 석대룡이 노해 외쳤다. '이게 무슨 짓이냐? 딴 수작을 부리면 모조리 대가리를 부섞 버 리겠. ...' 팍! 석대룡이 채 말을 끝내기도 전에 가벼운 음향이 들리더니 대청 안이 밝아졌다. 그 밝기는 대단한 것은 아니었으나 모용운생 등의 .고수에게는 대낮과 다름없었다. 대청은 얼핏 보기에 가로 칠 장 세로 십 장 가량의 매우 큰 크 기였다. 끝에는 단이 있고 그곳에는 호화로운 태사의가 하나 놓여 .있었다. 그리고 대청 입구에서부터 그곳까지는 두텁기 이를 데 없는 붉 은 양탄자가 깔려 있었다. 그리고 그 양탄자 좌우에는 붉은 옷을 .입은 흥의인들이 쭉 도열해 있는데 눈만 내놓고는 모두 흥색 일색 .이었다. 바닥의 양탄자와 그 옷의 붉은 멎깔은 한데 어울려 기괴 .(=리호)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게다가 밝혀진 대청을 밝히고 있는 불맞조차도 붉고 푸른멎을 내면서 흔들리고 있어서 지난번 폐찰에서 본 것 같은 섬뜩한 조화 .를 이루고 있는 판이었다. 호탕하여 천하에 무서운 것이 없는 석대룡도 이 이상한 분위기 에는 섬뜩한지 투덜거렸다. 千=. 9? '제기랄 이게 또 무슨 귀신놀음이지?' 모용운생은 흥의복면인들을 자세히 살펴보다가 내심 크게 놀라 가슴이 진동되었다 내게 타격 '이자들은 실혼마인이로구나 지난번에 십이혈룡들은 을 보았는데 이번에는 보층을 하고도 더 많아졌군 . 대청에 도열한 실혼마인의 수효는 모두 이십딸 명이나 되었다. 당시 그들은 십이혈룡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는데 이번에는 그보다 .배가 넘는 숫자였다. 그들의 위력을 아는 모용운생은 내심 긴장하 .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때였다. 단 위에 몇 명의 인영이 나타났다. 예당당주가 그 인영을 보더니 말했다. 영주 교주님께 모용대협이 도착했다고 전해 주시오. 모용운생이 보니 다름아닌 비봉령주와 그 시녀들이었다. 비봉령주는 모용운생을 힐끔 쳐다보더니 차갑게 대꾸했다. '교주께서는 지금 곧 나오실 것입니다. 모용운생은 문득 그녀의 시선에 원망과 질책이 어려 있음을 보 고 움찔했다. 그는 내심 의아했으나 암증에 마음이 동해 한쪽 눈을 찡긋해 보 였다. 이런 그의 난데없는 행동에 비봉령주는 크게 당황하여 외면 .을 해버렸다. 그녀의 양 볼은 살짝 붉어져 있었다. 그러나 대청 안은 온통 붉은빛인지라. 그것은 드러나지 않았다. 모용공자는 흥취가 매우 대단하구려? 이런 상황에서도 장난을 칠 여유가 있고 원한다면 봉아를 드릴 수도 있소. " 별안간 낭랑한 말소리가 들려 왔다. 그 음성에는 마치 은쟁반에 옥을 굴리는 듯 사람의 마음을 울렁 이게 하는 괴이한 힘이 있었다. 모용운생이 홈칫하여 쳐다보니 어느새 가운데의 태사의에는 한 8 魂 여인이 앉아 있었다. 일신에는 타는 듯 붉은 경사(輕妙)로 된 나의 .(羅衣)를 걸치고 있는데 옥 같은 피부가 은은히 비칠 정도로 얇아, .실로 선정적 (漏1촘) 이었다. 그 얼굴은 붉은 면사를 드리워 가렸는 .데. 면사의 틈으로 드러난 눈빛은 한성 (寒팁과 같이 차고 날카로 웠다. 모용운생의 가슴이 크게 진동되었다. 그녀가 자신이 느끼지도 뭇하는 사이에 나타났으니, 란 것이 실로 상상할 수 없는 정도일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 경공이 모용운생은 심중의 놀라움을 억제하면서 나타난 여인을 살펴보 았다 태사의에 터억 하니 옥과 같은 다리를 개고 앉은 그 몸매의 풍 만함은 사람의 넋을 뽑아 놓고 남음이 있을 정도로 대단했다. 여인 .의 전신에서 일어나는 기이한 염태 (艶態)는 정녕 남자의 넋을 뽑아 .놓을 듯한 힘이 있었다. '당신이 무진교의 교주요?' 모용운생이 담담한 어조로 입을 열어 물었다. 흥의억인은 모용운생이 조금도 동요하지 않자 내심 감탄하면서 말했다. '맞아요 내가 무진교를 이끌고 있는데. 왜? 뜻밖인가요?' 모용운생은 가볍게 소리내어 웃으며 말했다. '별로' 홍의여인 아니, 무진교주는 모용운생이 입을 다물자, 잠시 침묵 을 지키더니 말했다. '본 교주가 굳이 이렇게 특별히 시간을 내어 당신을 찾은 것은 당금 천하에서 가장 뛰어난 기재라고 블리는 모용운생, 그대를 보 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한데 무림삼영까지 한데 모였으니 더욱 잘 된 것 같군요?' 千러] 무진교주는 모용운생을 한번 쳐다보더니 말을 이었다. '본 교주가 모용공자를 보니 과연 오늘 헛걸음한 게 아니란 생 각이 드는데 어떤가요? 본 교에서는 모용공자, 당신의 재질을 사고 싶은데?" 모용운생은 빙긋 웃더니 말했다. '얼마에 사고 싶소?' 이 말은 무진교주에게 뜻밖인지 멈칫하더니 이내 교소(嬌笑) 를 터뜨렸다. '오호호호호 과연 천하의 냉심무정답군요. 좋아요! 그대의 몸값으로 천하무림을 주지 1' 천하무림(天下武休)-1 그것은 정녕 너무도 거창한 대가였다. 모용운생조차도 상대가 그토록 거창한 제의를 해올지는 몰랐던 터라 잠시 멍청해졌다. '아하하하" 그러나 모용운생은 이내 낭랑하게 웃었다. 나에게 그처럼 커다란 비중을 두다니 정말 몸둘 바를 모르겠소 이다. 한데 그 말투는 마치 천하무림이 교주의 손에 있기라도 한 것 같소이다?' 무진교주는 맑게 옷음을 터뜨렸다. '물론이지 ! 이미 허약할 대로 허약한 천하무림이야 종이호랑이 에 블과하고. 본 교의 실력으로 말하면 지금의 무림천하 정도를 제 .패하기는 실로 간단하거든 현재 이 대청에 있는 이십팔혈룡대 (二十八血龍隊)만으로도 강호의 어느 문파도 궤멸시킬 능력이 있 지! 모용공자도 이 사실을 부인하지 못할 텐데?" 모용운생은 내심 가슴이 떨려 왔다. '그녀의 말은 허풍이 아니다. 어쩌다 강호가 이 지경이 되었단 10 濁멈澤魂 말인가?실로 통탄스러운 일어로구나 생라을 스쳐 보낸 모용운생은 차갑께 입을 열었다. '실흔마인 몇 구 정도로 강호를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힌 다면 오산일 거요.' '오호호호' 무진교주가 냉소했다. 그녀의 이번 웃음은 먼젓번보다 더욱 염태가 가득하여 그 위력 은 저절로 치가 떨릴 정도였다. 평범한 웃음이 아님은 분명했다. 꼬용운생이 아닌 범부(凡矢)라면 이미 혼백을 버앗기고 남을 미소 .(燭笑)였다. '무진교주의 웃음은 천성적인 것보다 미술(媚術)에 의한 것이 틀림없다. 지난 백년 이래 미술에 가장 뛰어난 사람은. 단 하나 다1' 모용운생은 점점 자신의 추측에 자신을 가지게 되었다. '모용공자는 지난번에 검강을 전개하여 나의 혈룡 증 몇을 상해 했다고 자신을 가진 모양이군? 그럼, 이곳에 있는 이십팔혈룡들에 .게는 얼마나 견딜 것 같으신가?' 그녀의 어조는 점점 날카로워지고 있었다. '검강이말 것은 검도의 상승신공이며. 그 위력 또한 대단하지만 그만큼 진기의 소모도 극심한 것이지 ! 본 교주가 알기론 오용공자 .의 검강은 십 성의 화후가 있는 것으로 아는데? 믈론 그 정도라면 .상당한 위력이 있겠지. 그러나 무진교주는 말을 멈추고 모용운생을 바라보았다 모용운생과 그녀의 눈길이 정면으로 처음 마주쳤다 철렁 - 모용운생의 가슴에서 그런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갑자기 허 공에서 뚝 떨어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만큼 무진교주의 눈길은 .千秋之恨 01 괴이한 마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겉으로 드러난 그의 얼굴 표정은 여전했고. 그것을 본 무진교주는 내심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과연 대단한 놈이구나 나의 박심미공(브心媚功)에도 끄떡도 하지 않다니 그러나 그녀는 내색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비록 검강의 위력이 상당하지만 아마도 다섯 이상의 혈룡을 상 대할 수는 없을 거요. 검강을 시전한다는 것은 막대한 진기의 소모 .를 의미하는 것이니까 그렇다면 과연 당금 강호에서 검강을 시전할 만한 실력자가 얼마나 될 거라고 모용공자는 생각하시오?' .이 말에는 모용운생도 반박할 말이 없었다. 사실이기 때문이다. 검강이라고 하는 것은 검도의 최상승무공이다. 강호상에 그러한 무공을 연성 (練成)한 사람이 많을 리 없다. 더구나 본 교에는 그 외의 실력자도 셀 수 없지 모용공자가 실혼마인을 알아본다니 말하겠는데, 우리는 곧 환혼강시를 완성하 .게 될 거요. 그렇게 되면 천하의 어느 누가 본 교의 위업을 막을 .수 있을지 어디 한번 가르쳐 주실 수 있겠소?' 그녀의 말에는 드디어 모용운생의 얼굴도 굳어졌다. 그는 싸늘한 얼굴로 그녀를 노려보았다. '교주가 내게 그런 중대한 일을 털어 놓는 것은 본 공자가 비밀 .을 누설시키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있기 때문이겠소이다? 이들의 한마디 한마디는 상대의 의표(意表)를 노리고 있는 데다 .가 당금 천하의 정세를 도마에 올려 놓고 논하고 있는 판이라 실로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긴장의 연속이었다. 무진교주는 태연히 대꾸했다. 물론이지 ! 지금의 그대에게는 오직 두 가지 길밖에는 없으니 까" 102 1 모용운생은 담담한 미소를 다시 떠올리며 물었다 '궁금하군! 그게 꿔요?' 무진교주의 눈에 순간적으로 살기가 스치고 지나갔다. 너무도 순간적이라 아무도 느끼지 못할 정도였다. '이 녀석이 이토록 어린 나이에 저런 침착성을 유지하고 있다 니, 내버려 두었다가는 큰일날 놈이구나!' 그러나 무진교주의 태도에는 전혀 변함이 없었다. 히 모용운생을 노려보면서 말을 다시 이었다. 그녀는 천천 '첫째는 본 교에 들어와서 본 교주의 사후 천하무림의 대권을 이어받는 것이며. 둘째는. 죽는 것이지 !' 그녀의 마지막 말은 살기가 가득하여 가뜩이나 괴이한 분위기의 대청 안은 금세 살기로 가득 찼다. 숨이 막혀 왔다. 오용운생의 얼음장 같은 얼굴에 웃음기가 떠올랐다. '이건 정말 영광이군! 대체 이 모용운생의 어디가 그렇게 교주 의 마음에 드는지 모르겠소' '무림을 제패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관건은 제패한 다음에 관 리를 어떻게 하느냐이지. 그런 의미에서 인재는 당연히 필요하 고. 모용공자 당신은 오래 전부터 본 교주의 관심하에 있었다! 홍, 그렇지 않았다면 본 교주가 무엇 하러 이런 번거로운 일을 할 .까? 설마 본 교에 당신을 처리할 만한 힙이 없어서 이런 일을 한다 .고 생각하지는 않을 텐데?' 무진교주는 싸늘하게 코웃음쳤다. 모용운생은 잠시 침음하다가 낭랑히 웃었다. 내가 거절한다면 나를 죽이고, 아마도 죽은 나도 그냥 두지는 않겠군. ' 그의 음성은 마치 남의 말을 하듯이 담담하였다. ;' 거기에 무진교주도 담담히 대꾸했다. '물론이지 ! 필요있는 것은 버리지 않는 것이 본 교의 방침이니 까.' 그녀의 말에 깃든 의미는 공포스러웠다. 모용운생을 실흔마인 따위로 다시 연제 (練製)하겠다는 의미인 것이다. '좋아! 좋아 이거야 실로 머리 끝이 곤두서는 협박이로군! 교주의 제안에 대답하기 전에 한 가지 묻고 싶은데 승낙하겠 는지 궁금하오만.' '무슨 말인지 일단 들어 보지?' '여인의 몸으로 교주의 능력이 이토록 굉대(태大) 하니 실로 감 복을 금할 수 없소 그런데 교주의 신분이 대체 어떠하기에 이 런 기업을 이룰 수 있었는지 궁금하기 이를 데 없는데. 밝혀 주실 .수 있을는지?' 무진교주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이미 모든 상황을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 같았다. 그거야 어렵지 않지 그러나 그것은 반드시 입교(入敎)한 후에 야 알려 줄 수 있다!' 무진교주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이미 모든 상황을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 같았다. ' '입교 후라 모용운생이 증얼거리자 옆에 서 있던 석대룡이 참을 수 없는 듯 모용운생의 소매를 잡아당겼다. '큰형. .. .. "셋째는 가만 있거라' 모용운생이 가볍게 꾸짖었다. 석대룡은 지난 이틀간 모용운생과 같이 지내면서 모용운생을 완 전히 존경하게 되었으므로 그 말 한마디에 끽 소리도 하지 못하고 .104 獨뿜舊魂 입을 다물었다. 모용운생이 다시 말했다. '그럼 본 공자가 직접 맞추어 보고 싶은데. 그것은 가능한지 묻 고 싶소! 무진교주는 흥미가 생긴 듯 말했다. '그럴 자신이 있다면 그것도 재미있겠군. 모용운생은 말을 시작했다. 그의 눈은 날카로운 비수처럼 빛나 며 무진교주를 노려보고 있었다. '오십여 년 전 강호에는 한 절세가인(絶世佳人)이 나타났소 그런데 그녀의 심보는 악랄하고도 음탕하여 금방 일대의 여마두로 .변신하여 천하를 횡행했소.' 모용운생은 무진교주의 몸이 가늘게 떨리는 것을 보고 암중으로 냉소하면서 말을 이었다. '그녀의 무공은 매우 높아 당시 천하를 진동시키던 정사쌍존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였고 특히 그녀에게는 천하독보(天下獨步) .의 미술(媚術)이 있어 강호에서는 그녀를 소수미흔녀라고 블렀소 ' ..그만! 모용운생1 너는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이냐?' 무진교주가 날카롭게 소리쳤다. 모용운생은 그녀를 가리키면서 한 자 한 자 힘주어 말했다. '바로 당신이 오십 년 전의 탕녀(舊女) 인 소수미혼녀라고 말하 고 싶은 것이오!' 무진교주는 온몸을 부르르 떨더니 별안간 미친 듯 웃어대었다 '오호호호 호호호 그녀의 웃음은 늦았다 낮았다 하면서 기이한 율조(律調) 를 이루 고 있는데 금세 시냇물이 홀러가는 것 같다가 찰나간에 한밤의 두 견이 피를 토하는 것 같기도 해서 종잡을 수가 없었다. 오용운생은 체내의 기혈이 끓어오르면서 심신이 진동됨을 느끼 千秋之恨 5 고 천룡전단신공을 운용하여 마음을 안정시켰다. '실로 무섭구나! 몸은 움직이지도 않고 웃음 소리 하나만 가지 고도 이 정도의 위력이 있다니. ' 모용운생은 옆의 두 아우가 고통스런 표정인 것을 느끼고는 천 룡전단신공을 운용하여 벼락같이 외쳤다. '무진교주1 아니, 소수미혼녀 강옥지 (姜포芝)! 웃음을 멈추시 오!' 무진교주는 웃음을 멈추었다. 면사가 드리워진 그녀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전혀 없었다. 드러 난 눈에서 한망(寒혼)이 쏟아지고 있었다. '소수미혼녀의 성명이 강옥지라는 걸 어떻게 알았지? 천하에 그 것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는데?' 그녀의 어조는 싸늘하고도 의혹에 차 있었다. 창, 모용운생이 검을 뽑아 들며 소리쳤다. '이 칼을 알아보겠소?' '앗!' 부지중에 무진교주에게서 나직한 놀람에 찬 소리가 터져 나왔 다 '그것은 절정검마 종경의 제마검 (帝魔劍)인 것 같은데. 네가 어 떻게 그것을 가지고 있느냐?' 모용운생은 그녀의 물음에 냉소를 터뜨렸다. '소수미혼녀! 당신은 오십 년 전의 일을 기억하시오? 그리고 나 의 얼굴을 보고 생각나는 것이 없소?' 그가 지금 한 말은 그의 사부가 모용운생에게 일러 준 비방(秘 方)이라 할 수 있었다. 그의 사부는 모용운생이 소수미흔녀를 만나 ..서, 흑 위험한 지경에 이르면 그 말을 하라고 했다. 10 濁뿜驚魂 모용운생은 그것이 무슨 뜻인지는 모르지만 상대가 소수미혼녀 임이 확실한 것 같자 일단 그 말을 내뱉어 상대의 반옹을 보려는 것이다. '닥쳐라! 누가 소수미흔녀란 말이냐?" 무진교주는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면서 외치다가 별안간 모용운 생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이야압!' 모용운생은 무진교주의 태도에서 그녀가 소수미흔녀인 것을 확 신하고는 돌연 한소리 호통과 함께 신검합일(身劒合사)하여 무진 교주에게 덮쳐 갔다. 쉬 -앙1 모용운생과 무진교주와의 거리는 사오 장 가량이었으므로 모용 운생이 신검합일하여 덮쳐 가자 그 기세는 실로 놀라울 정도였다 더구나 검끝에서는 불꽃 같은 검망이 폭사되어 나가고 있어서 철 판이라도 꿰뚫을 수 있을 정도였다. 흥1" 무진교주는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냉소했다. 동시에 그녀의 전신을 감싸고 있는 홍색경사(紅色輕妙) 가 젖혀 지면서 마치 백옥과도 같이 고운 손이 순간적으로 뻗어 나왔다가 들어갔다 그 순간, 괴이한 청색광망이 마치 폭포수처럼 모용운생에게 덮 어쒀워 갔다. 모용운생은 감당할 수 없는 차가운 경기가 쏘아 옴을 느꼈다. 꽝- 귀음이 멍멍한 폭음이 터져 나오며 모용운생의 검강과 무진교주 의 청색 장세가 허공에서 층돌했다. 예리무비한 강기가 사방으로 퍼져 나가는 가운데 모용운생의 몸은 마치 가랑잎처럼 핑핑 돌면 千秋之 愼 107 .'. 허공으로 날아갔다. 반면에 무진교주는 미동도 하지 않고 서 있는데 그녀의 홍색경 사는 찢어질 듯 펄럭이고 그 통에 쓰고 있던 면사가 날아가 버렸 다. 그 속에서 나타난 그녀의 얼굴은 교염(嬌艶)의 극치였다 그녀는 모용운생이 격퇴되자 갑자기 놀란 표정을 떠올리면서 모 용운생에게 덮쳐 갔다. 이 일은 너무도 찰나적이라 다른 사람들이 정신을 차렸을 때는 그녀가 이미 모용운생을 덮치고 있을 때였다. '멈춰라' 백경추와 석대룡이 일제히 외치면서 그녀에게 일격을 운생을 보호하려고 했다. 가해 모용 그때 모용운생은 허공에서 곤두박질치면서 날아가던 몸이 떨어 그리곤 무 외치면서 질 무렵. 몸을 빙글 돌리면서 사뿐히 지면에 내려섰다. 진교주가 이미 자신의 지척간에 다가왔음을 보고 크게 획획 -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삼 검을 후려 내었다. '앗!' 모용운생을 덮쳐 가던 무진교주는 원래 그가 중상을 입은 것으 로 판단하고 아무런 방비도 없이 덮쳐 갔던 터라 크게 놀랐다. 그러나 역시 그녀는 일대의 고수였으며, 당대 최고의 신비인답 게 뛰어난 무공을 지니고 있었다. 허를 찔린 그 순간에서도 허공을 ..박차고 재주를 넘으며 제자리로 돌아가 버린 것이다. 이 한수의 경공절기 (輕功絶技)야말로 경인(驚八)키에 층분했다. 그녀는 허공에서 재주를 한번 넘는 순간에 이미 모용운생과 아우 두 사람의 공격은 간단하게 피해 버린 셈이었다. 그러나 허공에서는 한 조각의 붉은멎 경사가 나풀거리며 떨어져 내리고 있어 방금의 상황이 실로 간단치 않았음을 말해 주고 있었 ..다. 10 모용운생은 크게 놀라 안색이 굳어졌다. 그가 양의무정검법 중의 절초였던 것이다. 그런데도 단히 피해 버렸으니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번에 펼친 것은 ..상대는 그것을 간 그때 예당당주가 뒤늦게 사태를 깨닫고 노호하면서 공격해 갔다. 모용운생을 '물러서라1' 무진교주가 싸늘히 외쳤다. 그와 동시에 백경추와 석대룡도 위를 경계했다. 모용운생의 좌우로 벌려서며 주 '모용운생,.놀랍군! 내 치마자락을 잘라 낼 수 있다니. 너의 양 ..의무정검법은 석년의 종경의 것에 비해 거의 손색이 없다. 그런데 ..네게 이것을 가르쳐 준 사람은 지금 어디에 있느냐?' 모용운생은 천천히 말했다. '당신이 방금 펼친 냉염장과 회풍무류(廻風舞柳) 의 보아 당신은 과연 소수미흔녀가 틀림없는 것 같군. ' 경공법으로 무진교주는 냉소했다. '네 마음대로 해석해도 좋다! 본 교주가 궁금한 것은 네게 그 검법을 가르쳐 준 사람이 지금 어디에 있느냐 하는 것이다. 그는 ..누구며 어디 있지?' 그녀의 얼굴은 싸늘하게 굳어 있어 이 일이 그녀에게는 매우 중 ..요한 것 같았다. 모용운생은 그녀가 능히 자신의 검강을 옥수(도手) 아 내는 것을 보았으므로 내심 경계하며 대꾸했다. 일장으로 막 '그거야 검마 자신이지 누구겠소? 그는 지금. ' '닥쳐라! 절정검마 종경은 지금 본 교' 무진교주는 모용운생의 말을 가로채다가 문득 입을 다물고 말았 ..다. 千秋之恨 109 모용운생이 그것을 놓칠 리가 없었다 '좋아 이제 당신이 소수미혼녀라는 증거가 더욱 뚜렷해지는군, ..당신은 그를 어떻게 했소?' 무진교주는 모용운생을 잡아먹을 듯 노려보다가 탄식하더니 말 ..했다. '모용운생은 너의 본명이냐?' 모용운생은 그녀의 말이 무슨 어서 잠자코 있었다. 뜻인지 일시지간 이해할 수가 없 '좋아 좋아-.' 무진교주는 영문 모르게 연달아 좋다는 말을 계속 되뇌이더니 ..다시 그를 보았다. '그럼 무림군자(武林君子) 모용중광(慕容촐光)은 너와 어떻게 ..되는 사이냐?' 그 말에 모용운생의 몸에 일진 격동이 일었다. '무림군자 모용중광? 그녀는 무엇 때문에 그를 그렇다면 그와 자신과는 어떤 관계란 말인가?' 들먹거리는가? 모용운생은 그녀를 노려볼 뿐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이 녀석은 너무도 그를 닮았다. 더구나 그러고 보니 그 풍기는 ..분위기까지 ' 무진교주는 머리가 복잡해져서 모용운생을 쳐다보기만 하는데 그 속에는 미묘한 갈등이 일어나고 있었다. 모용운생은 사부와 소 ..수미흔녀의 일이 결코 간단하지 않음을 직감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가 사부에게서 받은 명령은 바로 그녀를 죽이는 것이 다. '모든 것은 사부님을 만나면 알게 될 것이다. 더구나 그녀는 천 하의 요부로서 세상에 필요없는 악마에 요물이=닐' 모용운생은 검을 세우고 무진교주를 노려보면서 천룡전단신공을 = 운기했다. 그의 얼굴에는 담담한 금빛이 나타나면서 그의 검끝에 ..서는 눈부신 광화(光華)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무진교주는 그의 기세가 이미 무서운 지경에 이른 것을 보고 흠 ..칫했다. '모용운생1 너는 본 교주의 냉염장에 격중되었다. 비록 지금은 ..네 공력이 심후하여서 느끼지 못하지만 곧 전신의 공력이 상실되 ..면서 기혈이 동결되어 죽게 될 것이다. 그래도 무리하게 힘을 쓰겠 ..느냐?'` 무진교주의 이 말은 모용운생에게는 마치 뒤통수를 둔기로 후려 맞은 듯한 층격을 받았다. 그러나 암중에 공력을 운기해 보았지만 전신의 공력은 창통한 것이 전혀 아무런 장애도 느낄 수 없었다. 모용운생은 곧 어떻게 된 영문인지 알 수가 있었다 '과연 내가 복용한 것이 빙백지정이었나 보다1 냉염장은 지독무 쌍한 것인데 나에게는 아무런 해도 끼칠 수 없구나!' 일단 마음이 안정되자 모용운생의 기세는 더욱 매서워졌다. 그의 이런 모습은 얼핏 보기에는 마치 죽음을 각오하고 덤비려 는 것 같이 보였다. 무진교주의 절염(絶艶)한 얼굴이 일그러졌다. '모용운생 너는 네 목숨도 돌보지 않으려는 것이냐?" 그 말에 무진교주의 뒤에 서 있던 비봉령주의 온몸이 가늘게 떨 '모용대협! 어서 방법을 강구해 여기를 빠져 나가요 교주가 소수미 ..혼녀인지는 모르지만 지금 당신 앞에 서 있는 것은 진짜 교주가 아 ..니에요!' 千秋之恨 111 미혹한 표 이 말은 모용운생에게는 너무나 의외라서 그만 그는 정으로 그 자리에 멈추고 말았다 그러자 그의 귓전에 촉급하기 이를 데 없는 전음이 왔다. 재차 들려 '뭘 망설이는 건가요? 지금 여기에 있는 것은 내 사부께서 만들어 ..낸 자신의 삼대분신{三大分身) 중의 하나에 불과해요. 그녀의 모든 ..공력은 모두 사부님에개서 믈려 받은 거예요!' 모용운생은 그것이 비봉령주의 것임을 알게되자, 전신의 맥이 탁 풀렸다. 그녀의 어조는 진실했고 또 그녀가 이 상황에서 굳이 거짓을 말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무진교주- 아니 가짜 무진교주는 모용운생의 기세가 수그러지자 한독(寒 毒)이 발작한 줄 알고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오용운생은 비봉령주를 쳐다보았다. 그와 비봉령주의 눈이 마주쳤다. 비봉령주의 눈에는 초조함이 가득 어려 있어서 어서 빠져 나가기를 재촉하는 것 같았다. 백경추가 모용운생에게 전음으로 물었다 '영님, 어떻습니까? 정말 한독이 발작한 것 같습니까?' 모용운생은 가볍게 고개를 흔들었다. 그는 전음지술로써 백경추와 석대룡에게 말했다, ,우리는 우선 이곳을 빠져 나간다1 이제와 삼제는 내 신호와 동시에 ..손을 쓰도록 해라" 가짜 무진교주는 모용운생이 입올 쫑긋거리는 것을 눈치채고는 코웃음쳤다. 너는 결코 이곳을 빠져 나갈 수 없다. 공연히 심기 말도록 해라!' '모용운생, 를 소모하지 획- 2 獨저驚魂 동시에 그녀의 몸이 한 덥이 붉은 구름처럼 모용운생의 앞에 떨 어져 내렸다. 조금 전에 모용운생이 가한 일검에 그녀의 치맛자락 이 비스듬히 잘려 나가 그녀가 몸을 움직이자 치마가 펄럭이면서 백옥같이 미끈한 두 다리가 허벅지까지 드러났다. 게다가 아연실색케 하는 것은 그녀가 치마 속에 아무것도 입고 있지 않았던 것이다. 붉은 홍상(紅裳) 사이로 언뜻언뜻 그 어두운 숲이 드러나는데 보일 듯 말 듯하여 더욱 묘한 느낌이었다. 몰염치한 요부 같으니!' 모용운생은 나직이 꾸짖으며 벼딱같이 검을 휘둘러 그녀를 공격 해 갔다. '너는 정말 죽고 싶은 것이냐?' 가짜 무진교주는 노기를 띠고 날카롭게 외쳤다. '당신의 냉염장은 별것 아닌 것 같은데? 다시 한번 봅시다!' 모용운생이 외치는 순간에도 그의 검은 눈부신 검망을 발휘하면 서 날뛰는 광마(狂馬)와도 같은 그녀를 핍박하고 있었다. 회풍무류의 신법이 비록 천하의 절기라고는 하지만 언제까지나 피할 수는 없었다. 더구나 모용운생의 양의무정검법은 천하제일의 검법이었고 기병{奇兵)의 연속으로 이루어진 것이라, 전혀 예측해 대비할 수가 없는 검법이었다. '앗!' 모용운생의 제마검이 다시 그녀의 치맛자락을 잘라 내면서 눈처 럼 희고 탐스러운 허벅지에 한 줄기 혈흔이 그어졌다. '이런!" 돌연 가짜 무진교주가 이를 갈더니 냉랭히 외치며 번갯불 같은 기세로 모용운생에게 일장을 후려갈겼다. 쏴-아 그녀의 옥장에서는 푸른 광망이 마치 빗줄기처럼 쏟아져 나오는 千恨 1 데 얼핏 보기에는 마치 푸른 불꽃이 쏟아져 나오는 것 같았다. '냉염장이다!' 모용운생은 내심 부르짖으며 별안간 검을 철회하면서 빙글 몸을 돌려 냉염장세를 피하는 동시에 오른손으로 일지를 그녀의 장심을 향해 찍어 갔다. 쫴액! 매서운 음향이 터져 나오면서 눈부신 금멎 광망이 쏘아져 나왔 다. 바로 천룡상인의 절기인 법화지인 것이다. 그 기세는 무섭기 이를 데 없었고 오용운생이 부상을 입기 전과는 전혀 틀렸다. 그보 ..다 훨씬 엄청난 위력이 있었다. 가짜 무진교주는 한 줄기 지력이 자신의 냉염장 속을 뚫고 들어 오는 것을 보자 크게 놀라 소스라쳐 외치면서 나머지 다른 손으로 ..전신의 공력을 다해 재차 냉심장을 시전했다 스파팟! 펑, 푸른 광망과 금빛 광채는 허공에서 맞닥뜨리자 일진 힘겨루기가 일어나면서 다음 순간에 폭음을 울리면서 폭발했다. 모용운생은 손가락이 끊어질 듯 아파 오면서 체내의 기혈이 움 직이자 안색이 대변했다. '그녀가 진짜란 말인가?' 하지만 그는 무진교주를 보는 순간에 낭랑히 외치고 있었다. '교주! 아니. 가짜 교주1 이제야 본 공자는 당신이 소수미혼녀 를 가장한 것을 알겠소!' 가짜 무진교주는 두 걸음이나 진퇴되어 경악한 표정을 짓고 있 다가 이 말을 듣고는 크게 놀라 날카롭게 외켰다. '그게 무슨 소리냐?' 모용운생이 냉소하며 싸늘히 말했다. '당신의 냉염장은 아직 노화순청(爐火純靑) 의 지경까지 연마되 4 濁嘗驚魂 지 못했소. 소수미혼녀의 자질은 그때 당시에 이미 보기 드문 것이 ..었다는데. 지난 수십 년이 흐르는 동안에 오히려 무공이 퇴보했다 ..는 것은 삼척동자도 웃을 일이 아닐 수 없소! 게다가 -" '게다가 뭐냐?" 모용운생이 침착한 반면에 가짜 무진교주는 매우 심기가 흩트러 진 듯 태도가 처음과 같지 않았다. 모용운생이 막 입을 열려고 하는 순간이었다. 휘-이-익! 대청 밖에서 길다란 장소(릇漏) 소리가 들려 왔다. 그 소리는 비록 대청 밖에서 들려 왔지만 우렁차기 이를 데 없 어 모두 귀가 멍멍할 정도였다. 절정의 고수가 틀림없었다. 휘 -이 -익 -! 가공할 위력의 휘파람 소리가 또다시 귀청을 찢을 듯이 들려 왔 다. 그 소리는 횔씬 가까이서 들렸는데 그 다가오는 속도의 빠름은 ..놀라울 정도였다. '으악! "으아아!' 대청 밖에서 연달아 처절한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 휘 -익 휘파람 소리가 이번에는 바로 대청 앞에서 들려 팠다. '으아 ' 우아아. " 구슬픈 비명이 꼬리를 물고서 잇달아 터져 나오면서 대청 안은 긴장이 터질 듯 고조되었다. 가짜 무진교주의 안색이 순식간에 몇 번이나 변했다. '이곳은 본 교의 안휘 분교로서 밖에서 지키는 자들은 모두 당 금 강호에서 찾아 보기 힘든 고수들인데 대체 누가 나타났기에 이 ..千=恨 15 처럼 무인지경처럼 치고 들어을 수 있단 말인가卞' '모용운생! 너는 이곳에 누구와 함께 왔느냐?' 그녀는 모용운생을 잡아먹을 듯 노려보았다. 모용운생안들 무슨 영문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는 대답 대신 빙그레 웃었다. 그의 웃음은 괴이하여 누구도 그의 심증을 짐작할 수가 없었다. 부인도 시인도 하지 않는 ..그의 태도야말로 상대를 흔들어 놓기에 다시없는 것이었다. 과연 무진교주는 안색이 음침해지면서 모용운생을 노려보았다 '모용운생! 네가 감히 술수를 부리다니-' 으앗! "으아아' 그녀의 말은 또다시 밖에서 들려오는 비명 소리에 증단되고 았다. -익 , 뻑 삐 -익 ! 말 귀청을 찌르는 날카로운 호각 소리가 온 장원을 뒤흔들었다 濁뿔澤魂 립 小 六 붙 부 갊 擇 舊 기戶진교주 등 무진교 인물들의 안색이 굳어졌다. 방금 들려 온 이 호각 소리는 비상신호로써 강적이 나타났을 때 울리게 되어 있었다. 그것도 즉각 울리게 되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사방에서 비명 소리가 터져 나오는 지금에서야 울리다 니?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밖에 없었다. 호각을 불 억유조차 없었다는 것. 다시 말하면 지금 나타난 상대의 무공은 상상할 수도 ..없을 정도인 것이다. 당금 강호에서 이러한 무공을 지니고 있는 사람이 대체 누구란 말인가. '으악!" 또다시 구슬픈 비명이 들리더니 호각 소리가 멎고 말았다. 상황은 무서운 긴장으로 치달리고 있었다. '이십팔혈룡은 모용운생 등을 공격해라! 반드시 그를 사로잡아 야 한다!" 가짜 무진교주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듯 외치더니 몸을 솟구 干秋之恨 119 쳐 밖으로 나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대청 안으로 날아 들어갔다 ..아마도 거기에 밖으로 통하는 비밀통로가 있는 듯했다. 비봉령주는 모용운생을 한번 바라보더니 몸을 날렸다 그 순간, 모용운생의 귀에 짧은 전음이 들려 왔다 '조심해요!' 모용운생은 그녀의 말소리에 어리등절했다. '그녀는 나에게 특별한 관심이라도 있는 걸까?' 하지만 상황은 모용운생이 더 이상 생각할 여유를 주지 않았다. 이십팔 명의 혈룡들이 덮쳐 왔기 때문이다. 모용운생이 크게 외치며 앞으로 일검을 쓸어 내었다. '이제와 삼제는 조심해라1 이놈들은 몸이 강철 같아 도검도 두 려워하지 않을 뿐 아니라 아픔도. 두려움도 느끼지 않는다.' 드디어 대청 안에서는 대박투(大쥐請)가 전개되었다. 격전을 벌이고 있는 백경추의 안색은 침착하기 이를 데 없었다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일검 일검을 쓸어 내고 있는데 검세는 날카 ..롭기 이를 데 없어서 그때마다 혈룡들은 진퇴되고 있었다. 석대룡은 웠래부터 이 괴상한 홍의인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마침내 한바탕 싸움이 시작되자 오히려 신이 났다. '네놈들이 뼈다귀가 단단하다며? 어디 네놈들 뼈다귀가 단단한 지. 이 어르신네의 주먹이 단단한지 보자!' 석대룡은 크게 외치더니 벽력신권을 펼쳐 공격해 갔다. 그의 벽력신권은 이미 구 성 이상의 조예라 패권이라고 불리고 있을 정도로 위력이 막강했다. 석대룡의 권세가 뻗쳐 나갈 때마다 ..주위의 공기가 격탕했으며 은은한 우레 소리가 들려 그 권세가 어 ..떤지 짐작할 수 있었다. 원래 이 홍의복면인들 혈룡들은 특수한 연마를 거치면서 전신이 강철 같아졌는지라 매 맞는 것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방어는 ..2 獨렬驚魂 없이 거의 공격만 하는 타법인 것이다. 석대룡의 공격이 혈룡에게 격중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펑!퍼엉 - 우렁찬 폭음과 함께 혈룡들이 괴이한 비명을 지르면서 날아갔 다. 그들은 마치 누가 패대기를 친 것처럼 반대편 벽에 가서 부딪 ..혔다가 나됩굴었다. 타격이 심한 듯 일어날 줄을 몰랐다. 그것을 보자 석대룡은 신이 났다. '으핫핫 이거 뭐 별거 아니로구나 오늘 어르신네가 깨꿋이 쓸어 주겠다" 석대룡은 자신있게 외치면서 벽력개산(露震開山)의 초식으로 다 시금 눈앞의 혈룡의 머리를 쪼개 갔다. 이 혈룡들은 이미 죽은 사람들과 거의 다름없어 인성이 없었으 나 무공조예만은 놀라워서 석대룡의 무서운 위세를 보고는 이제까 ..지와는 달리 그 공세를 막아 갔다. 그것과 동시에 옆에서 다른 혈룡이 석대룡을 공격해 왔디. 석대룡은 어릴 적부터 흔원일기공(混元一쿵功)을 연마해 온지라 그의 몸은 남과 비교할 수 없이 단단했다. 혼원일기공이란 순전히 ..양강지력(陽剛之力)으로서 동정일 때만 노화순청지경에 이를 수 있는데 그의 체질이 매우 적합하여 거의 십 성 이상의 성취를 보고 ..있었다. 그것은 실흔마인만은 못할지 몰라도 그도 매 맞은 것을 두려워 하지 않는 다는 말에 다름이 아니었다. '흥! 네놈들만 뼈다귀가 센 줄 아냐?' 석대룡은 코웃음치며 혼원일기공을 돋우어 몸을 보호하면서 처 음의 혈룡을 그대로 내리쳤다. 꽝 혈룡의 손바닥과 석대룡의 주먹이 정면으로 부딪치자 일진 폭음 千=恨 2 이 터져 나왔다. 그 혈룡이 석대룡의 패권을 이기지 못하고 쿵쿵거 ..리면서 뒤로 밀려났다. 펑 , 동시에, 다른 혈룡의 장세가 여지없이 석대룡의 등짝에 격중되 었다 '으음!" 석대룡은 주먹이 얼얼함과 동시에 눈앞이 번쩍하는 것을 느끼게 되자 부지중에 비틀거렸다. '야! 이거 보통이 아닌데' 석대룡이 내심 깜짝 놀라 요을 보다가 두 눈이 휘둥그래졌다. 조금 전에 그처럼 무섭게 나가 떨어졌던 두 명의 혈룡들이 천천 히 일어나고 있던 것이다. '아니 뭐 저런 게 다 있지? 내 주먹이면 바위도 박살이 나고 말 텐데' 석대룡이 어이가 없다는 듯 한눈을 팔았다. 펑 '윽!" 그 순간에 석대룡의 눈앞에서 불똥이 튀었다. 타격의 강도는 격 렬해서 그는 중심을 잡지 못하고 앞으로 몇 걸음 밀려 나갔다. 한 ..눈을 판 사이에 다시 일장을 얻어 맞은 것이다. 정신을 차릴 여가가 없었다. 그가 앞으로 밀려나는 순간에 그의 눈앞으로 무려 세 명이나 되 는 혈룡들이 석대룡의 상중하를 노리고 공격해 왔다. 그들의 움직 ..임은 조금 전과는 달리 신속하기 이를 데 없었다. 질퐁 같았다. 피 ..할 여유조차 없었다. 석대룡의 혼원일기공은 방금의 타격에 흔들린 상황이라, 저들의 공세를 그대로 받는다면 무사하지 못할 것이 틀림없었다. 꼬 獨贊澤魂 하지만 어떻게 그냥 당할 수만 있겠는가. 석대룡은 두 눈을 부릅뜨고서 마주 공격해 가려 했다. 바로 그때. 그의 둥덜미가 섬뜩하더니 그의 신형이 번개처럼 위 로 솟구쳐 올랐다. 혈룡의 공세가 허탕을 친 것은 물론이다 '큰형!' 석대룡이 소리쳤다. 어느새 모용운생이 그의 뒷덜미를 움켜쥐고서 일 장 가량 떨어 진 곳으로 내려서고 있었다. 그가 번개와 같이 날아와서 석대룡의 ..위기를 구해 준 것이다. 모용운생의 신형이 땅으로 내려서는 순간, 사면팔방에서 혈룡들 의 공세가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모용운생은 석대룡을 혈룡들이 없는 자리로 던지며 외켰다. '이놈들을 깔보지 말고 정확하게 놈들의 목이나 눈을 노리고 공 격하도록 해!' 이십팔혈룡대 중의 절반이 모용운생을 공격하고 있었다. 그 위 세는 광퐁노도(狂風怒潭) 와 같아 가히 대청이 무너질 정도였고 그 ..것을 증명하듯이 천장에서는 연신 흙먼지가 떨어지고 있었다. 노 한 파도가 광분하고 있는 것 같은 공세였다. '대청 밖은 무진교주의 분신이 나간 후에 쥐죽은듯 고요하구나! 도대체 누가 공격해 온 것이고 결과가 어떻게 되었다는 말인가?' 모용운생은 궁금함을 견딜 수 없었다. 그렇지만 십이혈룡이 펼치는 공세는 거세무비 (擧世無比)할 지경 이라 도저히 몸을 뺄 수가 없었다. 모용운생이 몸을 빼서 석대룡을 ..구하는 것을 보게 되자 그들의 공세는 가일층 강화되어 압력은 단 ..숨에 배가되었다. 가히 붉은 파도 속에 몸을 담그고 있는 상태와 ..같았다. 이젠 숨 돌리기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千秋之恨 1겋 모용운생은 사방에서 괴이한 홉력이 생겨나면서 자신의 몸놀림 이 부자연스러워지는 것을 직감했다. '이들의 공세가 전과는 다르구나 지난번의 싸움에는 이들이 진 을 펼치다가 만 상태였던 모양이다' 윙위-잉 혈룡들은 모용운생의 주위를 점점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그 괴이한 흡력도 놀라울 만큼 강해져서 모용운생은 몸의 균형을 ..제대로 잡기 힘들 지경이었다. 니게 도대체 무슨 진법이란 말인가? 초식을 전개하기도 힘들다 니!` 모용운생의 안색이 침증해지면서 진세에서 벗어나고자 허공으로 ..솟아오르려고 했다. 그러자 허공에서 여섯 개의 손이 나타나면서 ..9.용운생의 상체를 공격해 왔다. 동시에 막강한 홉력이 뻗어 나와 ..서 모용운생의 몸을 아래로 잡아당겼다. 그 광경은 마치 물귀신이 ..물에서 빠져 나가는 사람을 잡아당기는 듯하여 간담이 서늘해지고 ..머리 끝이 곤두서게 하였다. '구유섭신귀혼진(九幽舊身鬼魂擇)이로구나1' 모용운생이 소리쳤다. 동시에 그의 검이 무서운 광채를 발휘하면서 돌아가기 시작했 다. 팍!파파파- 일 검, 이 검, 삼 검에 이어 사 검, 오 검이 거의 한 순간에 과 도가 몰아치듯이 혈룡진을 향해 쏟아져 나갔다. 그리고 그 검세는 ..마침내 혈룡의 진세를 쳐 흩트리면서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그 물귀신이 잡아당기는 것 같은 괴이한 흄력을 이겨 내면서 이 장. 삼 장 가량까지 검세가 퍼져 나갔다. 사방에 맑은 전단향이 가득 찼다. 모용운생이 천룡전단신공을 124 濁릴驚魂 극한까지 끌어올린 것이다 멀리 대청의 끝에서 이 광경을 보고 있던 예당당주는 놀란 멎을 드러내면서 대청의 벽 사이로 사라졌다. 아마도 그곳에 암도가 있 ..는 모양이었다. 모용운생은 일단 귀신의 손길과 같은 홉력의 위력에서 벗어나자 기회를 놓치지 않고 혈룡에게 덮쳐 갔다. 스팟-! 그의 검에서 찬란한 광채가 뻗어나며 거의 붉은색 그림자만 보 이면서 원을 그리고 있는 혈룡들에게 덮쳐 갔다. 혈룡들은 생전의 ..고수들인지라 모용운생이 검도 상승의 검강을 펼쳐 냈음을 경각하 ..고는 도는 속도를 더욱 빨리하면서 연달아 폭풍우 같은 공격을 퍼 ..부어 모용운생의 공세를 저지하려고 했다 '흥!' 순간. 차가운 코웃음 소리가 들리면서 모용운생의 검강이 거짓 말같이 사라졌다. 그리고 모용운생의 몸이 미끄러지듯 찰나간에 반 장 가량을 짓 쳐 나가면서 재차 검강을 펼쳐 냈다. 너무도 빠른 변초라 혈룡들이 ..펼쳐 내고 있는 구유섭신귀흔진에는 그만 흔란이 일어났다. 진세의 흐름에 혼란이 일어나자 한 명의 혈룡이 미처 몸을 피하 지 못하고 모용운생이 펼친 검강의 위력에 말려들었다. 그 혈룡은 ..다급히 부르짖으며 두 손을 바람개비처럼 휘둘러 장력을 쏟아 내 ..면서 옆으로 물러서려고 했다. 제아무리 혈룡의 신체가 동신철골(銅身鐵骨)이라 해도 검강을 맨손으로 막아 낼 수야 없었다. 막아 낸다고 해도 그의 팔은 오용 ..운생의 검강에 날아가고 말 것이었다. 그렇게 되면 구유섭신귀흔 ..진에는 증대한 차질이 일어날 것이다. 그러자 좌우에서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오용운생을 향해 공세가 ..千秋之恨 125 발동되었다. 그것이 구유섭신귀혼진의 뛰어난 점이었다. 진세가 ..끊임없이 회전하면서 진세에 갖힌 사람은 공세를 집중할 수가 없 ..는 것이다. 계속 공격한다면 성공할 수 있을지는 모르되. 그 자신 ..또한 성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순간. 모용운생의 신형이 그 자리에서 윙겨지듯이 전 혀 엉뚱한 곳의 혈룡에게 덮쳐 가는 것이 아닌가. 그 속도는 번갯 ..불 같아서 이미 모든 상황을 계산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번쩍 ! 모용운생의 검에서 무서운 광채가 마치 달무리처럼 햇살과 같이 뻗어 나왔다. '크악!" '케에 -엑 ' 듣기 역겨운 비명이 울려 퍼지면서 두 명의 혈룡이 검강에 격중 되어 날아갔다. 그들의 목과 몸은 분리되어 선혈이 분수처럼 허공 ..으로 흩뿌려지고 있었다. 온통 붉은빛으로 물들은 대청에 다시 붉은 선혈이 흩뿌려지는 것은 실로 가슴 섬뜩한 광경이었다. 모용운생은 자신의 검강이 전보다 더욱 진보했음을 느끼고 새삼 빙백지정의 위력에 감탄했다. 그러나 그 생각은 순간적으로 그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을 뿐이다. 그의 신형은 이미 혈룡 둘의 목을 쳐 날림과 동시에 다시 반 장 ..가량 앞으로 전진하고 있었다. 그의 손에서 다시 검강이 폭사되어 ..나오며 혈룡에게 덮쳐 갔다. 번쩍 ! '크-악' 또다시 한 명의 혈룡이 쓰러졌다. 이미 진이 와해된 이상 그들은 도저히 모용운생의 검강을 맞받 126 獨脣驚魂 을 수가 없었다. 모용운생은 연거푸 대여섯 번이나 검강을 펼치고 나자 진기가 급격히 딸림을 느끼게 되었다. 지난날 그가 십이혈룡을 상대할 때 역기층혈대법을 이용해서 겨 우 세 번 가량의 검강을 시전할 수 있었던 것에 비하면 지금 그의 ..공력의 진전은 가히 대단한 것이 아닐 수 없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저놈들을 다 죽이더라도 기진하여 쓰러지고 말겠다' 급히 생각을 굴린 모용운생은 더 이상 검강을 사용하지 않고 급 히 몸을 날리며 공격해 오는 혈룡을 피하면서 이번에는 그 눈을 향 ..해서 벼락같이 일지를 쏘아 냈다. 쫴액! 그 혈룡은 무서운 금멎 광채가 자신의 눈으로 쏘아 오자 두려움 을 느낀 듯 한 손으로 눈을 가리며 나떠지 한 손으로 장력을 쏘아 ..내면서 막으려 했다. '펑!" 폭음과 함께 그 혈룡이 비틀거리면서 물러났다. 장세를 쏟아 낸 그의 손바닥은 모용운생의 가공할 법화지를 견 디지 못하고 웸하니 구멍이 뚫어져 있고 눈을 가린 팔에도 상처가 ..보였다. 그러나,그 정도는 혈룡에게 있어서 아무것도 아니었다. '크아아-악!' 일단 눈을 보호하게 되자 혈룡은 기성을 토해 내면서 선불 맞은 멧돼지처럼 모용운생을 덮쳐 왔다. 아픔을 전혀 못 느끼는 것이 확 ..실했다. 이미 알고 있는 일이었지만 가슴속에서 한기가 치미는 광 ..경이 아닐 수 없었다. 내심 크게 심호흡을 하던 모용운생은 돌연 안색이 급변했다. 千恨 1 '이건?' 그때였다 . 으핫하하하" 석대룡의 호기로운 웃음이 들려 왔다. .니놈들 대가리는 두부 같은데그래. 으하하' 이제 보니 석대룡이 한두 대 맞을 각오를 하고는 벽력신권 중에 서 한곳으로 집증시키는 힘이 가장 으로 잇달아 두 명의 혈룡의 머리를 수 있었던 것이다 강한 뇌공격추(雷어엾랗舊의 식 백경추의 무공은 음유한 것에 속해 혈룡들을 맞이하여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바람처럼 움직이고 있던 그는 모용운생의 행 ..동을 보더니 신형을 빠르게 움직이면서 그들의 눈을 노렸다. 그렇 내려쳐서 그 머리를 부숴 버릴 게 되자 비로소 어느 정도 열세가 만회되는 것 같았다. 그때 모용운생이 크게 소리쳤다. .니제와 삼제는 속히 방법을 강구해서 대청을 빠져 금`대청 안에는 미흔향(迷魂香)이 스며들고 있다.' 나가라! 지 들이마셨는데 모용운생은 다급히 소리치다가 그만 공기를 한입 대번에 머리가 핑 도는 것 같았다. 도주한 것이 아니라. 이 조금 전에 예당당주가 빠져 나간 것은 런 술수를 벌이기 위한 것인 듯했다. 모용운생은 다급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언제까지나 숨을 막고 있을 수는 없는 청에 가득 차도록 못 느끼고 들이마셨으니 기서 탈출해야겠다!' 일! 미흔향이 이렇듯 대 큰일이 아닌가? 우선 여 느끼자 다급해졌다. 더 모용운생은 가슴속이 답답해 오는 것을 이상 꾸물거릴 시간이 없었다. '야압!' 128 811 모용운생은 천룡전단신공을 운용하여 독기를 몰아 내는 한펀 전 신의 공력을 기울여 앞에 달려드는 혈룡들을 쓸어 갔다. 그의 제마 검에서는 다시금 눈부신 백광이 폭사되어 나오면서 한 마리의 백 룡처럼 꿈틀거렸다. 크악 3-윽 연달아 비명이 터지더니 차칵차칵 소리와 함께 두 명의 혈룡의 허리가 양단되어 버리고 옆에 있던 혈룡은 검강의 기세가 약화된 탓에 허리가 삼분의 일 가량이 베어져 나갔다. 대번에 실흔마인의 허리를, 더구나 한꺼번에 세 명을 처리해 버 리는 그의 위세는 놀랍기 짝이 없었다. 그의 검갛은 이미 최고조에 이르러 조금만 더 있으면 검강의 최 고경지라는 검환{劍지경에 이를 것이 분명했다. 단숨에 세 명의 혈룡을 처리한 모용운생은 순간적으로 비틀했으 나 앞을 막는 혈룡이 없음을 보고 대갈일성하면서 대청 벽을 향해 수증의 제마검을 던져 냈다. 쉬-아앙! 한 줄기 파공음이 매섭게 들리는 가운데 그의 검은 한 무더기의 검광이 되어 날아갔으며, 모용운생의 몸도 거기에 그대로 매달려 같이 날아갔다. 바로 비검룽운(飛劍澤雲)의 절기였다. 창! 귀가 먹먹한 가운데 금속음이 터지며 모용운생의 제마검이 대청 벽에 반 자 가량 박혀들었다. 난데없는 금속성에 놀란 오용운생이 검을 쥐고 매달린 채 벽에 일장을 가했다. 펑1 폭음과 함께 대청벽이 부서져 흩날렸다. 그리고 거기서 드러난 千秋之愼 129 것은 놀랍게도 시퍼런 강철벽이었다. 너비가 서너 치는 되는 강철 이 발을 엮듯이 대청 전체를 둘러싸고 있었다. 얼핏 보기에 두께가 한 치 이상 되는 게 틀림없었다 모용운생의 안색이 변했다. '맙소사 벽이 강철이라니 ' 원래 그는 들어온 문을 혈룡이 막고 있음을 보고는 벽을 뚫고 나갈 생각을 했던 것이다. 그와 같은 고수에게 있어 벽을 부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윽' 그때, 다급한 비명이 들려 급히 돌아보니 석대룡이 한 혈룡의 머리를 후려갈기다가 혈룡의 반격에 피를 토하며 비틀거리고 있었 다. 조금 전까지 펄펄 날던 그였다. 필시 미혼향에 피해를 본 것이 틀림없었다. 백경추가 황급히 검세를 펼쳐 내며 석대룡을 보호했지만 그의 검세의 위력도 아까보다 떨어져 있었다. 미혼향을 들이마신 것이 틀림없었다. 백경추는 모용운생이 돌아보는 것을 보고 다급히 외쳤다. '우리 펴정은 말고 어서 탈출할 방도를 찾으십시오!" 모용운생은 더 이상 지체할 수가 없음을 느끼고 대갈일성과 함 께 다시금 비검릉운의 절기를 전개하여 이번에는 천장을 향해 바 람과 같이 쏘아 갔다. 어떻게 보면 어검술(御劍術) 을 펼쳐 검과 같이 날고 있는 것처 럼 보였지만 어검술과는 비교할 수 없는 것이 비검릉운이었다. 가 공할 기세와 함께 하늘에 떠서 마음대로 방향까지 바꾸는 것이 어 검술이지만 비검릉운은 그런 위력이 없는 것이다. 차-앙1 모용운생의 제마검이 다시금 매서운 금속음을 토해 내면서 천장 13 獨짜驚魂 에 박혀들었다. 이번에는 반 자가 넘게 꽂혀서 일곱 치 가량이 들어갔다. '여기도 강철로 되어 있군! 지독한 놈들 천장까지 강철로 덮어씌우다니 그래도 천장은 반 자 이상은 안되는 것 같구나!' 모용운생은 내심 이를 악물고는 전신의 공력을 집중하여서 천장 을 향해 연달아 검강을 펼쳐 내기 시작했다. 눈부신 광망이 크게 일어났다. 창! 창! 차아앙! 귀청을 찢는 음향이 연달아 울리면서 사방으로 불똥이 대장간처 럼 퉁겨져 나갔다. 대들보 위에 서서 검강을 전개해서 천장을 연달아 후려갈기는 모용운생의 모습에 백경추는 내심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과연 놀라운 무공이다. 어제까지만 해도 저렇지는 않았는데 이 제는 내가 도저히 따라갈 수 없겠구나 말이 검으로 구멍을 낸다는 것이지, 두께가 한 치나 되는 철판 을 자른다는 것이 쉬울 리가 없었다. 더구나 혈룡들이 끈질기게 달 라붙고 있었으므로 그것도 방비해야 하고 무리하게 검강을 운행하 자니 진기의 소모는 극심할 수밖에 없었다. 미혼향의 독기는 이제 뿌옇게 대청을 뒤덮은 판이라 숨도 쉴 수 가 없는 판이었다. 원래 빙백지정은 인간세의 선품이라 그 효능이 무궁무진하여 각종의 독까지 막아 낼 수가 있었다. 그런데 예당당주는 모용운생을 사로잡아야 하므로 극렬한 독을 쓰지 못하고 정신을 잃게 하는 미혼향을 썼다. 독물이 아닌 미혼향 에는 빙백지정도 별다른 효력을 나타내지 못할 줄을 당연히 그도 짐작하지 못한 일이었다. 모용운생은 이를 악물고 다시 검강을 쏟아 내었다. 채 -앵 ! ;恨 151 그의 검강은 처음보다 그 위세가 현저히 감퇴되어 있었다. 그러나 그가 마지막으로 쏟아 낸 검강은 마침내 천장을 가로지 른 강철을 끊어 냈다. 한 사람이 층분히 드나들 수 있는 마지막 선 을 그은 것이다. '야압!' 숨쉴 여가도 없이 모용운생은 벼락같이 외치면서 응후한 장경을 천장으로 쏘아 내었다. 퍼 -엉 폭음과 함께 먼지가 휘날리면서 천장에 겨우 붙어 있던 철판이 날아갔다. '이제 ! 삼제와 함께 먼저 이곳을 빠져 나가라!" 부상을 입고 노기충천하여 마구 주먹을 휘둘러대고 있던 석대룡 이 눈을 부릅떴다. '아니, 형님은 어쩌고 우리만 빠져 나갑니까?' '껴정 말고 우선 나가도록 해라! 나도 곧 뒤따를 테니까" ?2 " 백경추가 가슴에 일격을 얻어맞고 비틀거렸다 모용운생이 급히 날아가 백경추의 등뒤에서 날아드는 혈룡에게 법화지를 쏘아 냈다. 쫴-액 날카로운 파공음이 눈부신 광화와 함께 눈으로 격사됨을 보자 혈룡이 눈을 가리며 뒤로 물러났다. 그 순간 모용운생은 백경추의 곁으로 내려서면서 그의 등덜미를 잡고 공중으로 집어던졌다. '자 빠져 나가라. 삼제! 너도 어서 여기서 꾸물거리다가는 정신을 잃고 말게 된다." 백경추는 오용운생이 집어던진 힘을 빌어 단숨에 모용운생이 뚫 1 獨贊驚魂 어 놓은 구멍으로 빠져 나갔다. 과연 그의 신법은 경쾌하기 이를 데 없었다 . 삼제! 꿔 하는 거냐?' 모용운생이 석대룡에게 날아가며 외쳤다. '뭐 하긴있 물귀신처럼 놔줘야지있 빌어먹을 놈칼 이젠 두들 겨도 터지지 않는군요!' 석대룡이 볼멘 소리로 투덜거리다 미흔향을 들여마셨는지 비틀 거렸다. 당황해서 입을 가리는 것이 보였다. 모용운생은 그의 옆으로 날아 내리며 달려들던 대여섯 명의 혈 룡들에게 잇달아 법화지를 대여섯 번이나 전개했다. 꽤애애! 눈부신 광채와 파공음이 허공을 찢는 가운데 혈룡들은 눈을 가 리고 분분히 뒤로 물러났다. 삼제, 가라!' 모용운생이 외쳤다. 머리가 굉핑 돌던 석대룡은 감히 더 이상 지체하지 못하고서 허 공으로 날아 올랐다. '이제 나만 가면 되는구나' 모용운생이 안도의 숨을 몰아 쉬면서 바닥을 박차면서 신형을 날렸다. 하지만 그것은 그의 생각에 블과했다. 사방에서 괴이한 흡 력이 무서운 기세로 그의 몸을 잡아당겨 신형이 제대로 움직여지 지 않았다. 뿐인가 주위에 일진 흥색돌풍이 미혼향을 휘감고 일어나면서 사방에서 혈룡의 손이 일제히 그를 공격해 왔다. 백경추와 석대룡이 대청을 떠나자 다시금 구유섭신귀혼진이 전개된 것이다. '큰일났구나! " 千팝 1 5 모용운생은 내심 가슴이 서늘해져서 전신의 공력을 끌어올리며 검으로 주위를 쓸어 돌렸다. 싹!싹- 매서운 음향과 함께 검광이 크게 일어나면서 뻗어 오는 홉력을 쳐 흩트리면서 손들을 베어 갔다 탁타-악! 차칵! 마치 무엇이 부딪치는 것 같기도 하고 튀는 것 같기도 한 음향 1 연거푸 터져 나왔다. 모용운생의 안색이 일그러졌다. 그의 전신 기력은 이제 거의 소모되어 이번에 펼친 검강은 그 팔 하나를 자르 위력이 처음과는 비교할 수가 없었다. 겨우 혈룡의 고 나머지는 상처를 내는 것에 불과했다 더구나 허공에 뜬 채로 무리하게 검강을 전개한 모용운생의 몸 은 구유섭신귀혼진에서 뻗어 나오는 흡력에 저항할 수가 없었다. 밑에서는 혈룡들이 거의 붉은 선만 남기고는 빠른 속도로 맴돌고 있었다. 생각이었는 원래 그는 일검을 전개하면서 그 탄력으로 날아오를 데, 생각처럼 진기가 이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모용운생의 신형은 급격히 밑으로 끌려 내려갔다. 그는 이대로 끌려 내려갔다가는 결코 혈룡들이 펼친 구유섭신귀 혼진에서 빠져 나을 수 없음을 잘 알고 있었다. 모용운생은 허공에 서 자신의 한쪽 발을 차는 순간에 전신의 남은 공력을 끌어올리면 서 눈에 보이지도 않을 만큼 빠른 속도로 공증에서 한바퀴 회전했 다. 흡력이 약간 약해졌다. '야앗!" 1 ; 모용운생은 다급히 부르짖으며 전신의 공력을 밑으로 쏟아 냈 다. 홉력(吸力)과 척력(拓力)이 허공에서 충돌했다. 펑 묵직한 신음 모용운생의 몸은 막대한 타격에 눈앞에 깜깜해지는 것을 느끼고 는 하마터면 그대로 땅바닥으로 굴러 떨어질 뻔했다. 하지만 이번 의 충격은 그를 가랑잎처럼 허공으로 날려 보냈고 그는 이 기회를 놓치면 다시는 기회가 없음을 잘 알고 있었다. 그의 신형이 허공에서 한번 회전하면서 손을 뻗었다. 턱 하는 느낌과 함께 아슬아슬하게 그는 자신이 뚫어 의 가장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놓은 천장 그것을 느낀 순간에 모용운생은 몽롱해지는 의식을 이를 악물고 잡아채면서 그대로 신형을 솟구쳐 지붕으로 솟아올랐다. 기회라는 것이 늘 오는 것이 아님을 익히 아는 그였다 땀1 '으 틴' 천장에 난 구멍으로 몸을 솟구쳐 오른 모용운생은 돌연 덮쳐 든 막강한 잠력에 격중되어 피화살을 내뿜으며 마치 짖단이 내동댕이 쳐지듯이 지붕 위에서 나윙굴었다. 실로 눈 깜박할 사이의 일이었다. 모용운생은 지금 미혼향의 독기를 억지로 누르고 있는 상태라 일신의 감각이 전과 같지 않았다. 더구나 두 의제가 나간 그곳에서 습격을 받을 것을 어찌 상상이라도 했겠는가. 속절없이 그대로 당 할 수밖에 없었다. 전신의 진기가 고갈된 상황. 그는 이미 대청 안에서 약간의 내 상을 입은 상태였다. 거기에 가해진 타격은 엎친 데 덫친 것에 다 干料之恨 155 름이 아니었다. 모용운생은 눈을 부릅뜨고 전면을 바라보았다. 그의 시야에 또다시 그를 덮치고 있는 검은 복면의 괴한이 거세 게 쏘아져 들어왔다. 바람 같은 움직임. 그의 장세에서 일어나는 음산한 기운은 여름에 서리가 내리는 듯했다. 망설이고 자시고 생각할 틈도 없었다. 모용운생은 지붕 위에서 번개같이 몸을 굴렸고, 복면인의 장세 는 그가 있던 곳을 거세게 후려갈겼다. 펑, 기와조각이 사방으로 험겨져 나갔다 모용운생은 머리를 세차게 흔들며 벌떡 몸을 일으켰다. 신형의 움직임이 전 같지 않았다. 미미하게 다리가 떨려 왔다. 최대한 빨 리 움직였지만 상대의 장세를 완전히 피해 낸 것은 아니었다. 한기 가 얼음을 뒤집어쓴 듯이 엄습해 왔다. '흐흐흐 냉심무정이란 위대한 이름이 무엇에 겁을 먹고 그 떻게 다리를 덜덜 떨고 있는 걸까?" 음산한 웃음 소리와 함께 모용운생에게로 예의 복면인이 다가왔 다. 그 기세만으로 그가 간단한 존재가 아님은 직감할 수가 있었 다. '대체 의제들은 어디로 갔단 말인가?' 심중에서 의흑이 머리를 치켜들었지만 상대에게 그것을 물어 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늘 그처럼 침착하던 그의 신썩도 이미 지난날과 같지 않았다 '미흔향만 아니었다면 -' 모용운생은 내심 이를 악물며 암중에 진기를 운행했다. 그렇다 고는 하지만 그의 안색은 다른 사람들과는 비교할 수 없도록 평정 하였다. 6 8 '너는 누구냐?' 모용운생은 그를 쏘아본 채로 싸늘히 입을 열었다 '으흐흐 아직도 호랑이 흉내를 내고 싶은가? 나는 무진교 오령 중의 수석령주인 음혼령주(陰魂令호)다 어디 다시 한번 내 손을 피해 보실까?' 복면인은 차갑게 웃음을 터뜨리면서 일장을 갈겨 왔다. 살을 에일 듯한 한풍이 일어났다. 구유빙기장이었다. 바로 조금 전에 모용운생을 갈긴 잠력의 정체이기도 했다. 스치기도 전에 이 가 덜덜 떨려 을 정도의 한기가 사방을 얼릴 듯이 몰려 왔다. 모용 운생은 부지중에 전신을 부르르 떨었다, 총망중에 미처 깨닫지 못 했었지만, 이제서야 비로소 좀 전에 당했던 일격이 위세를 발휘하 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다고 치할 수도 없었다. 음흔령주라는 자의 신법은 다른 영주들과는 한 단계 다른 경지 에 있었다. 실제로 음흔의 화신이라도 되는 양 날럽하기 이를 데 없어서 지금의 모용운생으로서는 피할 상대가 아니었다. 그런데 아무도 상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졌다. 휘청하는 순간에 막 음흔령주의 손에 격다당할 용운생의 신형이 감쪽같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지경에 있던 모 음혼령주의 일격은 헛되이 허공을 긁고 말았다. '니런 교활한' 일시자간 멍청했던 음혼령주는 냉소를 터뜨리면서 몸을 날려 지 봉에서 뛰어내렸다. 알고 보니 위기의 순간에 모용운생이 몸을 비틀면서 그대로 지 붕에서 뛰어내려 버린 것이다. 그는 연달은 공격에 밀려 이미 지붕 의 끝에 도달해 있었던 것이다. 처마 끝에서 지면까지는 거의 삼 장 가랗이었다. 千秋之恨 157 자신의 몸도 제대로 뭇 가눌 상태의 모용운생이 간단히 뛰어내 릴 높이가 아니었다. 그런데 아무런 흔적도 없었다. 마치 증발해 버린 것 같았다. '귀신이 탄복할 노릇이군!' 음혼령주는 내심 증얼거리면서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버티고 서서 모용운생의 기척을 찾았다. 그것은 그가 간단하지 않 다는 것을 의미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분명히 일대를 수색했겠 지만 그는 자신의 기척을 죽이고 상대의 기척을 찾는 것이다. 이런 경우. 부상당한 사랍이 불리할 것은 명약관화(明若觀火)한 일이었다 하지만 세상 일이라는 것은 때론 상상을 뛰어넘는 경우가 생기 는 법이다 모용운생은 그와 불과 일 장 정도밖에 떨어지지 않은 대청의 기 둥에 몸을 붙이고 운기조식하고 있었다. 과도한 공력의 소모에 이 어 내상까지 입었던 그가 이렇게 운기조식까지 하고 있을 줄이야 그가 어찌 짐작이라도 할 수 있겠는가. 더구나. 그가 운기조식할 수 있는 것이 그가 잇달아 모용운생을 공격하면서 사용한 구유빙기장의 덕분인 것을 그로서는 평생을 두 고 연구해도 이해할 수가 없을 것이었다. 구유빙기장의 음한지력(陰寒之力)은 소수미흔녀의 냉염장과 빙모모(寒氷澤鄕의 한빙백골소혼장{寒氷白骨澤魂掌)과 더불어 하의 삼대음한장(三大陰寒掌)으로 손꼽히는 것이다. 하 처 원칙대로 하자면 일신의 공력을 과도하게 소모한 현재 모용운생 의 상태로는 대번에 동태가 되어야 옳았다. 운기조식은커녕 한기 에 덜덜 떨면서 상대의 처분만 기다려야 할 처지였다. 그런데 지금 그의 체내에는 빙백지정이라는 천지간에 다시없는 음한지기의 제왕이 버티고 있는 것이다. 구유빙기장의 내습을 받 158 89 게 되자 빙백지정이 즉각 반응하여 모용운생의 몸에 침입한 음한 지기를 대번에 두들겨 내쫓은 것이 지큼 그의 상태였다 일단, 빙백지정이 발동하자, 내상을 진정시키면서 동시에 한 가 닥 진기가 일어나 운기조식을 할 힘을 얻게 된 것이다. 빙백지정은 역시 희대의 지보(至寶)였다. 진기가 일주천하자, 체내의 진기가 단숨에 오 성 가량이나 회복 되었다. 체내에 침투한 미흔향은 그의 굳건한 의지력에 억눌려 있 는 상태였다. 조금만 더 시간이 주어진다면 그는 칠팔 성 가량의 진기를 회복할 수 있었다. '으흐흐' 그의 귓전에 음침한 웃음이 들려 왔다. 그의 눈앞에 음흔령주가 서 있었다. '좋아 겨우 여기에 그렇게 숨죽이고서 벌벌 떨고 있었던가? 천하의 냉심무정이 이렇게 쥐새끼 마냥 숨을 죽이고 있다니, 어찌 강호를 진동할 기문(奇聞}이 아니랴' 평범한 사람이라면 당황한 멎이 얼굴에 드러났을 것이고, 최소 한 어떤 움직임이라도 보였을 것이었다. 하지만 모용운생은 그럼에도 블구하고 차가운 눈초리로 그를 쏘 아보고 있을 뿐. 신색에는 미동도 없었다. 그의 이러한 침착성을 본 음혼령주의 눈에 살기가 스치고 지나 갔다. "본 영주는 네놈의 간이 얼마나 큰가 좀 꺼내 보아야겠다!' 음혼령주는 살기 등등하게 말하며 손을 내밀었다. 말이 내미는 것이지 그 속도는 가히 바람과 같아 조금의 사정이나 여지가 없었 다. 그것을 본 모용운생의 눈에 긴장된 멎이 일어났다. 기실 그는 지금 조금도 움직일 수가 없는 상태였다 진기가 완 干秋之恨 15 전히 일주천된 것이 아닌지라, 지금 움직였다가는 주화입마의 상 태에 빠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가히 절대절명의 위기였다. 그런데, 그 순간이었다. '비겁한 놈... .!" 음혼령주의 등뒤에서 음침한 소리가 들려 왔다. 느닷없는 소리에 음혼령주는 하마터면 심장이 목구멍에서 뤼어 나올 만큼 놀랐다. '누구냐?" 음혼령주는 번개같이 옆으로 비켜서며 소리쳤다. 동시에 그의 손에서는 구유빙기장이 노도와 같이 소리가 들린 곳을 향해 쏟아 졌다. 번개 같은 응변(應變)이었다. '홍!' 냉랭한 코웃음 소리가 들려 왔다. 장세를 쳐낸 음혼령주는 감당할 수 없는 경기를 견디지 못하고 서 연달아 대여섯 걸음이나 진퇴되고 말았다. 음흔령주가 가슴이 철렁해서 바라보니 그의 눈앞 어둠 속에는 체구가 당당하며 마치 전설 속의 관운장같이 늠름한 청의인이 우뚝 서 있었다. 음혼령주는 대번에 상대가 보기 드문 절세고수인 것을 직감했 다. '당신은 누구요?' '네놈 따위의 소인배가 감히 본 방주의 명호를 알 자격이 있느 냐? 청의인은 냉랭히 소리치더니. 갑자기 일권을 내질러 왔다. 그의 권세는 놀랍도록 빠른 데다 산악이라도 무너뜨릴 것 같은 위세가 있어 가슴이 떨릴 지경이었다. 음혼령주는 자신의 오든 방위가 그의 일권에 포함되어 피할 수 4 獨삼驚魂 없음을 알고 놀라 대갈일성하면서 전력을 다해 구유빙기장을 마주 쳐냈다. 이곳은 무진교의 임시분타로서 시간을 끌면 반드시 우군 이 나타나게끔 되어 있는 것이다. 꽝! 사방으로 경기가 비산하며 먼지가 피어올랐다. 윽!' 음흔령주는 신음을 토하면서 연달아 물러섰다, 그의 구유빙기장 은 지난날 모용운생이 만났던 무진교의 호교구신과 거의 비등할 정도였다. 그러나 상대는 가공할 능력의 고수인 것이다. 흥1' 청의인은 조금의 여유도 주지 않고 냉소를 터뜨렸다. 그리고 그 는 앞으로 한걸음 나서며 다시금 일권을 내질렀다. 음혼령주는 상대의 권세(拳勢)가 맹렬한 소용돌이를 일으키는 데, 그 가운데 횐색의 기류가 괴이하게 돌아가고 있음을 보고는 전 신을 부르르 떨더니 놀라 소리쳤다. 무적백호권 (無敵白虎拳)이로구나1' 음혼령주는 안색이 돌변해서 벼락같이 호통을 내지르면서 연달 아 이 권 삼 장을 내질렀다. 이것은 그가 가진 무공의 정화였다. 펑!퍼엉 그의 전력을 다한 공세는 마침내 청의인의 무적백호권을 막을 수 있었다. 사방으로 경풍이 미친 듯이 소용돌이치면서 퍼져 나갔 다. 그러나 상대는 그에게 숨돌릴 여유를 주지 않았다. 싹, 싹, 소리와 함께 청의인은 신속하게 앞으로 나서면서 또다 시 일권을 내지른 것이다. 이번의 권세는 더욱 막강하여 미처 자세 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음혼령주는 정말로 목을 내밀고 생을 포기 할 수밖에 없었다. 千稅之恨 141 환을 한 것뿐이니까. 너는 강호에 나가 노부의 말을 잊지 않고서 천부귀옹의 행방을 찾아 주면 된다.' 모용운생은 만박노조에게 사례하고 길을 떠나려고 하다가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 있어 다시 물었다. '흑시 정사쌍존과 소수미흔녀가 만난 후의 결과에 대해 아시는 것이 있으십니까? 소생이 알기로는 그녀가 정사쌍존과 화합했다고 하는데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정사쌍존과 소수미흔녀가 화합했다니 이게 또 무슨 소리일까. 만박노조는 문득 백미를 찌푸렸다. '그것은 본인들을 제외하고는 알 수가 없지만 노부가 아는 바 지. 그러니까' 있 오십 년 전, 소수미혼녀 강옥지는 미공과 타고난 절염(絶艶)으 로서 세상의 남자들을 농락하여 천하에 커다란 돌풍을 일으켰다. 이에 분격한 수많은 정의지사(正義志士) 들이 그녀를 제거하려 떠 났지만 단 한 사람도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오히려 그녀의 노예가 되어 그녀의 성세만 높여 주었을 따름이었다. 보다 못해 당시의 무림 중 현인(賢人)이라고 불리던 무림군자 모용중광이 그녀를 제거하기 위해서 길을 떠났다. 그는 당세에 보 기 드문 기재로서 장년의 나이에 무림에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그 무공이 최절정인 정사쌍존과 비등할 정도의 강자였다. 그러나 그와 소수미혼녀가 만난 순간, 괴이하게도 둘은 서로에 게 사랑을 느낀 것이다. 소수미흔녀는 그로부터 엽색행각을 멈추 고 오로지 무림군자만을 의지하척 살아 가려 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녀가 범한 죄는 너무도 커서 무림에서는 그 들의 사랑을 이해하지 못하고 무림군자마저 그녀에게 홀렸다고 믿었다. 千=恨 2 있을 거요. 어서 ' 나타난 사람은 바로 구류방주 상천기였다. 모용운생은 상천기를 본 .순간에 모든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오늘밤 이곳을 습격해 온 사람은 상천기였음을. 제아무리 모용운생이 꺾이지 않는 굴강한 사내라 할지라도 상황에서 버틸 이유가 없었다. 일단 이곳을 피해야 했다. 이런 휘 익 모용운생의 신형이 느닷없이 바람처럼 뒤로 날아갔다. 가짜 무진교주는 그제야 모용운생을 발견하고 대경실색하였다 '모용운생!" 그녀는 신형을 솟구쳐 따라가려고 했으나 구류방주가 또다시 무 적백호권으로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 으핫하하 .! 이렇게 사람을 차별할 수가 그렇게 허벅지까지 드러내 놓고 허겁지겁 젊은이를 쫓아가지 않아도 본 방주로서도 층분히 당신을 만족시켜 줄 수 있지 시작해 볼 텐가? 자 그럼 걸리적거리는 옷부터 벗어 보는 것이 어떤가?' 말은 걸직했지만 그의 손에서 펼쳐지는 무적백호권은 광풍질우 (狂風疾雨)와 같았다. 이런 찢어 죽일 놈! 어서 저놈을 쫓아라1 놓치면 큰일이다~ 그녀는 이를 갈면서도 구류방주의 공격을 막아 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음혼령주는 조금 전 구류방주가 현무신공을 일으켜 백호권에 내상을 입었지만 심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용운생의 뒤를 따라 몸을 날렸다. 휘두른 무적 번쌔같이 모 '구경꾼이 없다면 무슨 싸움이 될까? 게 섯거라!' 그러나 그 순간, 일진 질풍과 함께 그를 향해 막강한 아졌다. 경력이 쏟 千랄之恨 14 음혼령주는 눈앞에 구류방주가 나타난 것을 보고는 머리를 싸매 고 물러섰다. 그는 교활한지라, 도저히 승산이 없음을 알고는 물러 선 것이다. 어차피 그는 무진교주의 화신이 막아설 것임을 알고 있 기에. 교주의 화신인 홍의미부는 구류방주가 자신의 요을 가로막고는 어느새 다시 음혼령주의 앞까지 막는 것을 보고 대노했다. 그것은 자신을 완전히 무시하는 처사에 다름이 아닌 것이다. 원래 그녀는 대청 밖으로 나온 후에 후원을 경비하던 고수들이 모두 죽어 있음을 발견하고 적을 쫓았으나 번번이 희롱만 당하다 가 적의 종적까지 놓치고 속을 끓이면서 하릴없이 다시 황가장으 로 돌아온 상태였다. 그런데. 여기서 또다시 이런 놀림을 당하게 되자 정말 눈앞에 보이는 것이 없게 되었다. 그녀는 냉염장을 최고로 돋우어 구류방주를 딪쳐 갔다. 그녀는 모용운생이 만난 최고의 고수였으므로 전력으로 달려들 자 구류방주 또한 조금도 한눈을 팔 수가 없었다. 놀라운 대결이 시작되었다. 음혼령주는 그 틈에 번개처럼 모용운생이 간 방향으로 몸을 날 렸다. 모용운생은 전신의 공력을 모두 끌어올려서 남쪽으로 달리고 있 었다. 지금 그의 공력은 절반도 회복이 되어 있지 않았지만 그의 속도는 달리는 준마에 버금갈 정도였다. 그의 앞을 가로막는 무진교의 고수가 있었지만 모용운생은 전력 을 다해서 자신을 막는 자들을 피해 달리기만 했다. 시간을 지체할 수록 자신이 이곳을 벗어날 가망이 없어진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 다. 그가 공력을 운용하자 그의 의지력에 의해서 잠시 억눌려 있던 1삽 獨랄驚魂 미흔향은 다시 효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순간마다 발걸음은 늦 어지고 눈커풀은 점점 천근처럼 무거워졌다. 정신이 흐려져서 방 향마저도 분간하기 힘들게 되었다. 그때였다. '모용운생, 게 서라!' 획획 - 바람 소리가 귓전을 가르는 가운데.어렴풋이 등뒤에서 음혼령주의 외침이 들려 왔다. 그것도 불과 몇 장 뒤인 것 같았다. 모용운생은 감히 뒤를 돌아볼 수 없었다. 뒤를 돌아본다면 속도가 늦어질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정말로 이곳을 벗어날 수가 없게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지금의 그로서는 당장이라도 쓰러져 눕고 싶은 생각뿐,`그와 상대할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다. 전면에 숲이 있었다. 생각하고 뭐고 할 시간이 어디 있으랴. '멈춰라!' 펑 !펑 ! '웬 놈이냐기" 그가 무조건 숲으로 뛰어들자. 뒤에서 폭음이 터지고 음혼령주 의 노한 외침이 아련히 들려 오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미 그것은 모용운생에게 별다른 의미가 없었다. 현재 그가 가지고 있는 생각 은 이 자리를 벗어난다는 것뿐이기에. 나뭇가지가 그의 옷을 찢고 덤블과 가시가 그의 살갗을 긁고 헤 집어 피를 냈지만 그는 느끼지 못했다. 방향감각이 사라진 것은 이 미 오래 전이었다. 숲은 점점 깊어졌으며 음혼령주의 소리도 점점 멀어졌다 원래 음혼령주를 막은 것은 구류방주의 휘하고수였다. 하지만 모용운생은 미흔향이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어서 기계적으로 그 자 千料之恨 145 리를 벗어나 버렸기 때문에 길이 엇갈린 셈이 되고 말았다 그가 몸을 날릴 수 있었던 것은 초인적인 의지력이 있었기 때문 이었지만 그것은 오히려 그를 구류방주의 휘하고수들로부터 점점 더 그를 멀어지게 했다. 그나마 시간이 흐르게 되자 그의 신형은 점점 느려졌다. 그리고 는 마침내 천천히 걸음을 옮기는 것에 불과하게 되었다. 어느 순간. 돌부리에 발이 걸리게 되자 그는 거목이 쓰러지듯이 그대로 땅을 향해 쓰러져 갔다. 어둠이. 나락이. 그를 포옹하면서 그의 정신을 집어삼켰다 146 獨렴澤魂 第 十 七 章 因 綠 은 運 命 으 로 어디선가 맑은 향기가 코끝을 스치더니, 기화요초(澤花舊草)가 만발한 꽃밭이 끝없이 펼쳐져 있음이 눈에 들어온다. 마치 천국과 같은 곳, 거기에 모용운생은 서 있었다. 얼떨떨한 표정으로 서 있었던 그가 걸음을 옮기기 시작한다. 둥 실등실 마치 구름 위를 걸어가는 것 같다. 그런데 갑자기 모든 것이 사라졌다 무서운 압박감이 엄습해 왔다. 팔뚝보다 더욱 굵은 백사(白蛇) 가 언제 나타난 것인지 그의 몸을 칭칭 휘감고 있다. 아무리 떼어 버리려고 해도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백사가 죄어 오는 힘은 더욱 세져서 숨쉬기조차 힘들었다. 그를 꼼짝 못하게 휘감은 백사는 시볐건 혀를 날름거리더니. 이 윽고 끈적끈적한 헛바닥으로 그의 온몸을 할기 시작했다. 전신에 소름이 끼쳐 왔다. 비명을 지르려 했지만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백사의 헛바닥은 점점 올라오고 있었다. 대체 언제 어떻게 된 것인가. 그는 아무것도 입고 있지 않았다. 千料之愼 149 다리를 거쳐 배를 거쳐 백사의 그 시?건 헛바닥은 그의 온몸을 칼 으면서 점점 그의 얼굴을 향해 다가오고 있다. 두 갈래로 갈라진 그 피처럼 붉은 헛바닥은 그의 턱을 거쳐 입 으로 다가왔다. 모용운생은 기를 쓰고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아무 소용도 없었다. 백사의 그 미끈한 헛바닥은 그의 입 안으로 미끄러지듯 거침없이 들어왔다 '으아앗1" 마침내 그의 입에서 소리가 터졌다. 동시에 그는 눈을 뜰 수 있었다. 꿈이었다. 현실이 아니었다. 눈을 뜸과 함께 화려한 장식을 한 천장이 그 의 시선으로 떨어져 내려왈다. 이젠 현실이다. '깨어났군요?' 그가 생각을 정리하기도 전에 부드러운 음성이 들려 왔다. 어디서 들려 온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몽롱한 시야의 초점을 맞 춰야 했다. 애쓴 보람이 나타났다. 마침내 모든 것이 똑똑히 보였다. 그의 눈앞에 제일 먼저 나타난 것은 한 여인의 얼굴이었다. 미인 (美入)이다. 넘쳐 홀러 떠깨를 타고 흐르는 길고 검은 머릿 결과 호수처럼 풍정 (風情)이 가득한 둥근 눈. 오똑한 콧날 아래 자 리한 붉은 입술에서는 사향과도 같은 향이 퐁겨져 나오고 있었다. 그녀를 본 남자의 시선을 다시 한번 잡아끌 수 있는 힘이 서린 미 모(美貌)엿다. 그러나 오용운생을 놀라게 한 것은 그녀의 미오가 아니라, 그 얼굴이 바로 그의 눈앞에 바짝 다가와 있다는 사실이었다. 15 =:8 달처럼 등근 그 어깨선은 우웃빛으로 해초처럽 흐드러진 머리카 락 사이에서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어깨에서 이어져 갑자기 태 산준령과도 같이 불끈 솟아오른 여인의 가슴을 가리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매끄러운 가슴이 천천히 주저앉아 모용운생의 가슴에서 뭉개졌 다. 형용할 수 없는 감촉이 그의 전신으로 달려들었다. 놀랍게도 그녀는 모용운생의 몸 위에 올라가 있었다. 맙소사 그럼 꿈속의 그 백사가?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사태에 모용운생은 채 정신을 차리지 못하 고 멍청하게 그녀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당황한 듯했던 그의 얼굴 에는 이미 예의 무심한 표정이 떠오르고 있었다. 꿈속의 백사는 과연 이 여인이었다. 그녀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듯했다. 모용운생은 자신의 몸 또한 그녀와 조금도 다르지 않은 알몸뚱 이임을 느낄 수 있었다. 모용운생의 몸 위에서 나체의 미녀가 꿈틀거렸다. 터질 듯 탄력 있는 감촉이 모용운생의 가슴을 눌러 오고 전신에 여인 특유의 탄 력이 달려갔다. '여기가 어디요?' 그때, 난데없이 모용운생의 입에서 흘러나온 물음. 그가 천천히 숨을 내쉬며 나신의 미녀를 향해 입을 열자, 그녀 는 모용운생이 이토록 태연하게 입을 열 줄은 생각지도 못한 듯이 풍정이 가득한 눈에 놀란 맞을 드러내더니 이내 얼굴 전체에 물결 치듯 웃음을 퍼뜨렸다. 까르르 웃음이 그녀의 입술을 뚫고 방울 소 리처럼 터져 나왔다. '오호호호!" 웃음을 멈춘 그녀는 풍정이 가득한 눈으로 모용운생을 바라보며 千恨 151 해당화 꽃잎 같은 입술을 나풀거렸다 '과연 냉심무정이라는 별호가 잘못 전해진 것이 아니로군요? 이 곳은 장춘곡(長春谷)이에요.' 그녀는 길고 아름다운 손가락을 가진 손으로 모용운생의 목덜미 를 천천히 쓰다듬었다. 소증한 것을 만지고 있는 듯한 움직임이었 다. 모용운생은 이미 자신이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는 상태임을 깨달았다. 그는 암암리에 탄식하면서 그녀의 손길에 몸을 내맡긴 채 그 미녀의 눈을 보며 말했다. '장춘곡? 그럼 당신이 장춘선희(륜고仙姬) 매운지 (梅雲芝)란 말 이오? 장춘곡은 당대 무림의 신홍세력 중 하나인 무림사곡(武休四밭) 증의 하나이고 장춘선희는 바로 장춘곡의 곡주이다. 나이가 육십에 가까운 그녀의 얼굴과 몸은 마치 처녀와 같았다 소문에 따르면 장춘선회는 마음에 드는 남자가 있으면 반드시 관 계한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로 그녀와 관계를 가진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장춘곡에서는 남녀간의 사랑을 배제하지 않아 많은 사람들이 암중에 장춘곡과 관계를 맺고 있었다. 굳이 명칭을 붙인다면 무림 중의 고급 기루(阮懲와 같다고나 할까. 그러나. 이 장춘곡의 실력은 결코 간단히 볼 수 없었다. 여자의 베갯머리에서 세상의 역사가 움직이는 법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고수들이 장춘곡의 여인들과 잠자리를 같이하면서 비밀을 털어 놓 았고 약점을 잡히기도 했으므로 상황은 더 그러했다. 모용운생의 몸 위에 있던 미모는 그의 말에 그 고운 얼굴에 활 152 獨뿔舊魂 싹 웃음꽃을 터뜨리면서 대답했다. '과연 견문이 대단하군요? 맞아요. 내가 바로 매운지예요!' 그녀는 말하면서도 계속 몸을 꿈틀거렸다. 마치 기름을 바른 듯 매러운 그녀의 허벅지가 모용운생의 다리 사이에서 미묘하게 움 직였다 이걸 대체 뭐라고 설명해야 한단 말인가. 천하의 모용운생조차도 가슴이 떨려 왔다 그녀가 몸을 움직이자. 자신의 남성에 그녀의 삼림이 무성한 비 소(秘灰)가 닿는 것이 느껴졌던 것이다. 더구나 그녀의 그곳은 이 미 격렬한 흥분을 드러내고 있었다. 지난날의 유하혜(惠) 가 여자의 알몸을 품어 주면.서도 그녀 의 언 몸을 녹여 주었을 뿐, 조금도 혼들리지 않았다는 것은 그저 전해지는 고사일 뿐이다. 제아무리 철석간장의 사내라 할지라도 이러한 유혹에 마음이 동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녀의 폭포수와 같이 흘러 떨어진 긴 머리는 기이한 물결을 그 리면서 그의 얼굴을 간지럽히고 있었고. 그녀가 말할 때마다 벌어 지는 입술에서는 마치 사향과 같이 기이한 아니, 싱그럽다고나 할 까? 그러한 가슴 설레는 향기가 풍겨 오고 있는 판인 것이다. 하지만 그때 모용운생에게서 떠오른 것은 한 가닥 웃음. '곡주, 지금 무엇 하는 거요?' 천만 뜻밖인 이 물음에는 아무리 낯가죽이 두꺼운 장춘선회 매 운지라 할지라도 얼굴을 붉히지 않을 수 없었다. 일순 얼굴이 붉어졌던 장춘선회 매운지는 이내 묘한 웃음을 떠 올리면서 모용운생의 턱을 손가락 끝으로 살짝 건드렸다. '모용대협, 지금 나에게는 당신의 생사여탈권이 있다는 걸 잊지 않는 것이 좋을 텐데요?' 干秋之懷 1었 모용운생이 웃음을 머금었다. '생사여탈은 당신 마음일지 모르지만 말하는 것은 내 마음일 텐 데, 설마 장춘곡은 말조차 할 수 없는 곳이란 말이오?'` 그의 표정은 태연하고 조금도 흔들림이 없어 장춘선희 매운지는 내심 감탄을 금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모용운생의 가슴에서 반쯤 몸을 일으키더니 묘한 눈및으로 그를 보았다. '당신은 내가 음탕한 년이라고 생각하는 건가요? 그잠가 상체를 일으키자 그의 가슴에 밀착되어 있던 그녀의 풍 만한 육봉이 출렁거리며 일어섰다 우옷빛 동체에 선명한 륜(輪)을 그린 정점에서 유두가 고개를 들고서 그를 보고 웃었다. 숨이 막히는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소문난 탕녀인 장춘선희의 젖가슴은 마치 처녀의 것과 같었다. 남자의 손길을 모르는 처녀도 저와 같은 가슴을 가지지는 못했을 것이었다 모용운생은 슬그머니 그녀의 가슴에서 눈길을 돌리며 말했다. '글쎄 세상의 소문은 늘 맞는 것만은 아니니까. 하지만 지 금 곡주의 행동을 보면 탕부의 그것과 조금도 다름이 없소 그런데 그다지 그런 것을 느끼지 못하겠으니 그것도 묘하다 하지 않을 수 없소.' 정말 그러했다. 그는 파렴치를 싫어했다. 탕부가 그를 유흑한다면 유혹이 라 혐오감을 느낄 그엿는데도 지금은 마음이 혼들리고 있는 다 장춘선회 매운지는 그를 향해 활짝 웃었다 '과연 당신은 남들과 다르군요. 맞아요! 나는 음탕하지는 않아 요. 그리고 강호의 소문처럼 많은 남자와 관계를 가진 적도 었 죠. 그러나 내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다면 결코 그 사람을 놓치 154 지도 않으니 강호의 소문 절반은 맞다고 할 수 있겠죠?' 웃는 그녀의 얼굴은 어떻게 보면 청순하기까지 하억 모용운생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그렇다면 나는 당신의 마음에 들었단 말이오?' 장춘선희 매운지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금 모용운생의 가슴에다 자신의 가슴을 포개었다. 맞아요. 정말 마음에 드는군요. 당신은' 그녀의 음성이 끈적끈적해졌다. 그리고 그녀의 손길이 그의 가 슴을 천천히 쓰다듬기 시작했다. 오용운생은 가볍게 혀를 찼다. '좀 떨어질 수는 없겠소? 장춘선희는 나지막이 교소{嬌笑)를 터뜨리더니 오용운생의 몸 위에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녀의 손길은 매우 숙련되어 어떤 곳 이 남자를 흥분시키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녀의 향기로운 입술은 모용운생의 입술 위를 스치고 지났으며 난초꽃 향기와도 같은 기이한 향기는 모용운생의 후각을 자극했 다. 털이 수북이 난 그의 다리 위를 그녀의 매끄러운 다리가 연이 어 미끄러졌다. 정녕 숨가쁜 육탄공세였다. 그러나, 잠시 후 장춘선희는 상기한 얼굴로 동작을 멈추고 말았 다. '참으로 지독하군요! 당신이 여인에 대해서도 냉심무정인지는 랐어요.' 그녀는 말을 멈추고 모용운생을 바라보더니 다시 말했다. 목 '만약 당신이 내 요구에 응해 준다면 나는 즉시 당신의 공력을 회복시켜 주고 혈해보도까지 되돌려 주겠어요. 어때요?" 그녀는 갈망 어린 눈망울로 모용운생을 쳐다보았다. 오용운생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장춘선회는 은근히 노기가 솟 千秋之恨 155 구치는지 그를 노려보았다. '내가 당신에게 이러는 것은 결코 육욕을 억제하지 못해서가 아 니에요. "그럼 꿔요?" 모용운생이 묻자 장춘선희는 잠시 침묵하다가 약간 떨리는 소리 로 입을 열었다. '나, 나는 당신과 같이 늠름한 장부의 아이를 갖고 싶어요' 너무도 뜻밖의 말이라 모용운생은 멍청하게 그녀를 쳐다보았다. 장춘선희는 기대 어린 눈초리로 모용운생의 얼굴을 쳐다보고 있 었다. 모용운생은 기가 막힌 듯 그녀를 보았다. '그럼 당신은 나를 씨받이로 쓰겠다는 말이오?' 장춘선희 매운지는 대꾸하지 않고 그를 쳐다보고만 있었다. 그 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모용운생은 뜻밖의 상황에 내심 당황해서 화제를 돌렸다. '한 가지 묻겠는데, 내가 어떻게 먹기 누워 있소?" '당신은 우리 장춘곡에 들어와서 마음대로 누워 있더니. 이제는 오히려 나에게 이유를 묻는군요?' 장춘선회 매운지는 눈을 흘기더니 대답했다. '오늘 새벽 물 길러 갔던 본 곡의 제자가 당신을 발견했어요. 당신의 체내에는 강한 미혼향이 잠복해 있는데 기이하게도 그것이 폐부까지 스며들었더군요. 미혼향은 일반 독과는 달리 저항하기가 사실상 블가능한 것인데. 아마도 당신은 모종의 상황 때문에 초인 적인 의지력으로 미혼향에 저항했던 것 같아요. 그떻지 않았다면 미흔향이 폐부에 스며들 리는 없었을 테니까. 하지만 그건 당 신에게 매우 좋지 않았어요. 원래 미흔향은 시간이 지나면 대체로 56 鄕탬澤魂 해독되는 법인데 그렇게 되어 당신은 오히려 중독이 되어 버렸거 든요?' 그녀는 마치 옆에서 본 듯이 상황을 추론해 냈다. 역시 장춘곡과 같은 세력의 주인은 남다른 데가 있었다. 장춘선희는 모용운생이 그녀의 말에 대꾸하지 않자 말을 계속했 다. '아이들이 당신을 데려온 다음에, 당신의 품속에 혈해보도가 있 는 것을 보고 당신이 바로 냉심무정 모용운생인 것을 알게 되었지 요. 그야말로 호박이 넝쿨째 굴러 들어온 셈이죠1 장춘선희는 모용운생이 암중에 공력을 운행하려는 듯한 낌새를 느끼곤 피식, 웃었다. '당신 체내의 중독은 내가 해소시켰지만. 공력을 운용할 수는 없을 거예요. 포기하는 게 좋을 거예요. 그녀는 모용운생의 넓은 가슴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면서 풍정이 가득한 눈으로 그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내 제의를 승낙하겠어요?승낙을 하기만 한다면 혈해보도를 돌 려줌은 물론. 당신을 풀어 주고 원한다면 장춘곡을 줄 수도 있어 요 어때요?' 침상의 로에는 새로 지은 듯한 흑의가 단정히 개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 흑의 위에는 혈해보도가 놓여져 있었다. 그녀의 말이 허 풍이 아님을 무언증에 과시한 셈이다. 하지만 모용운생의 얼굴은 벅전했다. 매우 좋은 조건이군. 그러나 나는 머리가 좋은 편이 아니오.' 장춘선회의 안색이 굳어졌다. '거절이란 말인가요?' 모용운생이 담담히 말했다. 강요에 의해 이런 관계를 맺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소. 당신은 千料恨 57 나를 좀더 아는 것이 좋겠소. '흥!' 장춘선희는 그가 이렇게 나올 줄은 몰랐다는 듯이 차갑게 코웃 음치면서 모용운생의 몸 위에서 몸을 발딱 일으켰다. 그녀의 풍만 한 젖가슴이 출렁거렸다. 처음으로 모용운생의 눈앞에 그녀의 육 체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다. 참으로 미끈한 몸매요, 탄력있고 싱싱한 육체가 아닐 수 없었다. 모용운생은 눈을 감았다. 그도 사람인데 어찌 마음이 흔들리지 않겠는가. 그의 귓전에 차갑게 변한 장춘선회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당신은 내가 방법이 었어 그런 조건을 낸 것으로 알면 오해라 는 걸 알아야 해요. 어디' 탁! 그녀가 손을 휘두르는지 가벼운 바람이 일었다. 그리고 거의 순 간적으로 맑은 향기가 그의 후각을 자극해 왔다 '어때요? 냄새가?' 장춘선희의 웃음기 어린 말소리가 들려 왔다. 묘한 향기였다. 갑자기 꼬용운생의 가슴이 다. 숨이 저절로 가빠 왔다. 두근거리기 시작했 모용운생은 숨을 멈추며 눈을 번쩍 떴다. '지금 피운 것이 무엇이오? 흡!' 입을 여는 모용운생의 입 안으로 알약이 하나 불쑥 들어왔다. 그 는 놀라 다급히 말을 멈추며 약을 뱉어 내려고 했다. 그러나 그 약 은 무엇으로 만든 것인지. 모용운생이 경각한 때에는 이미 한 모금 의 액체가 되어 목구멍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그의 후결에 장춘선희가 손을 대고 있다가 떼면서 요기롭게 깔 깔 웃었다. 158 鄕랠澤魂 '궁금하면 가르쳐 드리죠! 지금 먹은 것은 화락단(和樂丹}이고 향기는 바로 극락소흔향(極樂消魂香)이에요. 속이 시원한가요?" 그 말에 모용운생의 가슴은 철렁했다. 이 두 가지는 모두가 지독한 춘약(春藥} 으로서 남녀가 관계를 하지 않고는 도저히 그 힘을 이겨 낼 수 없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한 가지만 해도 감당하기 어려운데 두 가지라니 모옹운생이 숨을 멈추고 있는 걸 보고 장춘선희는 태연히 미소 를 지으며 그의 가슴으로 손을 미끄러뜨렸다. '당신은 지금 공력을 운용할 수 없으니 숨을 멈추는 시간도 오 래갈 수 없겠죠. 그떻게까지 고집을 부릴 필요가 있어요?' 모용운생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숨만 죽이고 있었다. 그러나 장춘선희의 말대로 그것이 오래갈 수는 없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방안의 향기는 더욱 갛렬해지고 있었다. 침 상 옆에 있는 탁자에서는 조그만 향로 하나가 계속해서 향을 피워 올리고 있었다. 장춘선희는 조금 전에 바로 그 향을 피운 것이다. 극락소혼향이라는 이름의 향을 필연적으로 모용운생은 숨을 쉬게 게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모든 힘이 절로 가쁜 숨결이 토해졌다. 되었다 아랫배로 모이는 것 갈았다. 그의 전신이 급격하 '으윽' 모용운생이 신음했다. 장춘선희가 손을 뻗어 그의 남성을 건드린 것이다. 그의 남성은 이미 하늘을 꿰뚫어 버릴 듯했다. '과연 멋진 놈이로군요 역시 내 눈은 틀리지 않았어요.' 그녀는 웃으며 오용운생에게 다시 나신을 밀착해 왔다. 모용운생의 눈이 충혈되었다. '곡주, 내가 움직이게 해줄 수 없겠소? 千恨 159 그는 전신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금세라도 그녀를 덮치고 싶 은데 그럴 수 없음이 매우 안타까운 것 같은 태도요, 음성이었다 장춘선희는 깔깔 웃으며 대꾸했다. 내가 그렇게 경솔할 것 같은가요? 당신은 아직도 정신은 뚜렷 한 것 같은데? 걱정하지 말아요. 때가 되면 풀지 말라고 해도 야생 마처럼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게 될 테니까!' 상대는 산전수전을 다 겪은 불여우였다. 모용운생은 나지막이 탄식하며 눈을 감았다. 그의 마음과는 상 관없이 그의 몸은 점점 더 불타 오르기 시작하고 있었다. 장춘선희 매운지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는지 뜨거운 그녀의 입술 을 모용운생의 입술에 밀착시켰다. 동시에 그녀의 하체가 미묘한 율동을 그리며 오용운생의 남성에 접근해 왔다. '아아아' 장춘선희의 입에서 기이한 신음이 흘러나왔다 자신의 몸을 모용운생의 남성에다 밀어 넣은 것이다 기괴한 느낌에 모용운생의 전신이 격렬하게 뒤흔들렸다. 그녀는 하체를 움직여 전신을 모용운생의 몸에다 밀착시켰다. 비가 내리고 폭풍이 흔들리면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녀의 눈은 열락에 들뜨기 시작했고 숨결은 점점 거칠어졌다. 모용운생도 사람이었고 그의 의지력도 한계가 있었다 그의 숨결도 거칠어지고 있었고 마침내 감았던 눈을 번쩍 뜨고 말았다. 장춘선회는 모용운생의 눈멎을 보고 이미 그가 자신의 뜻대로 움직여 줄 것으로 알고 그의 몸의 혈도를 풀어 주려고 했다, 그렇 게 되면 이제 서로의 자세가 뒤바뀌면서 그녀가 원했던 일은 본격 적으로 시작될 것이었다. 그 순간이었따. 6 鬪理柰 모용운생을 자신의 몸 속으로 넣고 희롱하던 장춘선희는 미세한 파공음이 자신의 둔부를 향해 다가오고 있음을 느꼈다. 그것은 거 의 느끼지도 못할 정도의 소리였지만 그 바쁘고 흥분된 와중에도 장춘선희는 그 소리를 알아듣고는 다급히 몸을 빼 올리면서 뒤를 향해 일장을 후려갈겼다. '누구냐?' 획획 -1 세찬 바람이 일어나는 가운데, 날아오던 바늘 같은 암기들은 모 조리 장춘선희의 장력에 휘날려 버리고 말았다. '홍!" 창밖에서 나지막한 냉소가 들려 왔다. 장춘선희는 머리 끝까지 화가 치밀었다. 이제 막 바라던 모든 것이 정말 이루어지려던 순간이 아니었던가? 그녀는 옆에 있던 경사를 아무떻게나 팔에 끼고 그대로 창밖으 로 나비처럼 날아나갔다. '어느 간 큰 놈이 감히 이곳에 와서' 장춘선희가 이를 갈면서 창밖으로 사라지자 거의 동시에 맞은 편 창문에서 한 인영이 나타났다. 그 인영은 방에 들어서자 모옹운생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당황한 맞이 되어 우뚝 그 자리에 섰다. 오용운생의 남성이 하늘을 찌를 듯이 기운차게 서 있음을 보았던 것이다. 인영은 입술을 깨물고서 얼른 혈해보도를 품속에 쑤셔 넣고 그 밑에 있던 갓 지은 흑의를 펼쳐 모용운생을 싸더니 그대로 옆구리 에 끼고는 다시 들어왔던 창으로 날아나갔다. 획! 그녀가 날아 나가기가 무섭게 장춘선회가 돌아왔다. 그녀는 모용운생이 사라진 것을 보고 발을 굴렀다. 코料之愼 161 '내 이럴 줄 알고 급히 돌아왔거늘, 귀신같이도 빠르구나!' 곧이어 장춘곡 내에는 급박한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조용한 가 운데 사람이 드나들고 늘 열락의 기쁨이 서려 있던 장춘곡은 정말 오랜만에 발칵 뒤집혔다. 뒤를 이어 몇 곳에서 불길이 치솟아 올라 장춘곡의 사람들은 더 욱 바빠졌다. 지금은 대낮이다. 그러나 이곳은 어두컴컴했다. 다름아닌 동굴 안이기 때문이다. 안쪽으로는 마른 풀이 깔려 있고 그 위에는 모용운생이 누워 있었 다. 목에서부터 흑의로 덮인 그의 얼굴은 금방이라도 터져 버릴 듯 흥시와 같이 붉었다. 그 옆에는 한 여인이 앉아 있었다. 그녀는 전신에 맑은 옥색나삼을 걸치고 있는데 그녀는 뜻밖에도 바로 하약란이었다. 꼬용운생을 구해 낸 것은 바로 그녀였던 것이 다. 원래 그녀는 모용운생이 그렇게 자신을 떠나가자 자존심이 몹시 상했다. 그리고 그의 마지막 웃음이 그녀의 명경(明鏡)과 같았던 가슴을 온통 뒤혼들어 놓은 것도 사실이었다. 그런 여러 가지의 이 유를 대면서 그녀는 모용운생의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당연히 황가장에서의 격투도 목격하게 되었지만 마지막 순간에 숲속에서 모용운생을 놓쳐 버렸었다. 그리고는 밤새 산을 헤매다가 장춘곡을 발견한 것이다. 거기에 나 있는 모용운생의 혼적까지. 암증에 장춘곡의 수곡사자(卞짭料舊를 제압해서 족친 그녀는 12 獨혐澤魂 모용운생이 장춘선회의 노리개로 화할 처지에 있음을 알게 되자 그를 구해야 한다고 단단히 결심했다. 마음속에 둔 남자의 그러한 처지를 보고 물불을 가릴 여인은 아무도 없었다 암중에 몇 군데에다 불을 놓고 장춘선회의 거처에 잠입한 그녀 는 머리를 써서 모용운생을 구해 마침내 이곳에 이르렀다. 그녀는 이미 한식경이나 묵묵히 앉아서 모용운생을 쳐다보고 있 었다. 그녀의 표정에는 심한 갈등의 빛이 계속해서 휘청거리고 있 었다. 필시 결정을 내리기 힘든 일이 있음이 분명했다. '아아!' 이윽고, 그녀는 나지막이 탄식을 토해 내더니 마침내 결심이 선 듯 모용운생의 혼혈 (昏穴)을 풀어 주었다. 모용운생을 구해 올 때 그의 흔혈을 점해 놓았던 것이다. 모용운생이 번쩍 눈을 떴다. 그의 눈은 갈증으로 이글거리며 불타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바젼 환경에 어리둥절한 듯 주위를 둘러보더니 몸 을 움직일 수 있음을 느끼고 벌떡 일어나 앉았다. 그 통에 흑의가 내려가며 그의 우람한 가슴이 드러났다. 하약란은 얼굴을 붉히고 외면했다. 어둠 속이라 한들, 그녀와 같은 안력으로 못 볼 것이 없기 때문이다. 모용운생은 그녀가 누군지 알아본 듯 눈을 크게 떴다. '하소저? 아니, 여기에 어떻게 당신이?' 모용운생은 그녀가 대답하기도 전에 홍하게 얼굴을 일그러뜨리 면서 별안간 소리쳤다. '어서 여기서 나가시오 어서 ' '모용공자' 모용운생이 다급히 외쳤다. '어서 에잇 !' 수친=디료 1 모용운생은 갑자기 벌떡 몸을 일으키더니 밖으로 달려가려고 했 다. 하약란은 오용운생을 구해 와서 차마 어떻게 할 수가 없어서 알몸 위에 흑의만 덮어 놓았기 때문에 이렇게 되자 그의 알몸은 완 전히 드러나게 되었다. 하약란은 얼굴을 붉히고 외면한 채 그의 앞을 막아 섰다. '모용공자 안 돼요. 지금 나가면 장춘곡의 여우들에게 발각될 거예요! 장춘요희는 불같이 노해 사방을 뒤지고 있어요 더구나 당 신의 공력은 아직 회복되지 않았고' 비키시인' 모용운생은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거칠게 그녀를 밀어젖히 며 밖으로 나가려 했다. 하약란은 모용운생의 입술에서 피가 홀러내리는 것을 얼핏 보게 되었다. 그의 얼굴 전체에서는 식은땀이 비 오듯 하고 있었다. 핏 줄이 지렁이처럼 그의 이마에서 툭툭 불거졌다. 하약란은 반사적으로 그의 팔을 잡았다. '오용공자. 지금은 앗!' 그녀의 말은 더 이상 계속되지 못했다. 모용운생이 마침내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그녀를 왈칵 덫쳐 버 린 것이다. 하약란은 놀라 두 눈을 크게 뜨고 모용운생의 가슴을 떠다밀려고 했다. 본능적인 몸놀림이었다. 그러나 모용운생은 성난 맹수와 같았다. 그들은 사납게 풀 위로 쓰러졌다. 그것과 함께 그의 용광로와 같이 뜨거운 입술이 하약란 의 입술을 거칠게 덮쳤다. 그는 입술을 깨물어 피를 보면서까지 정신을 차리려고 했지만 그녀가 앞을 가로막으며 자신의 손을 잡자. 드디어는 참을 수 없어 그녀를 덮치고 만 것이다. 91-익 4 獨과澤魂 예리한 음향이 잇달아 일어났다. 그녀의 옥색 나삼이 모용운생 의 손길에 의해 마구잡이로 찢겨졌다. 희디횐 어깨가 드러났다 이 내 가슴이 드러났다. 곱게 옷을 벗길 만한 여유가 모용운생에게는 없었다. 하약란은 어떻게 정신을 차릴 여지도 없이 순식간에 알몸 뚱이가 되고 말았다. 희뿌연 그녀의 나신이 어둠 속에서 뚜렷이 떠올랐다. 그녀는 수치심에 가슴과 아랫도리를 가리려고 했다. 그러나 이 미 이섭을 잃어버런 모용운생은 그럴 여유를 주지 않았다. 대번에 그녀의 두 손을 낚아채어 잡아 움직이지 못하게 해놓고 블길이 이 글거리는 눈으로 그녀의 나신을 금방이라도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 았다. 참으로 흠 하나 없는 육체였다. 하약란은 그의 앞에 모든 것을 포기한 듯 눈을 감고 있었다. 얼 핏 보기에는 연약한 여인이 억센 남자에게 유린당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엄연한 차이는 지금이라도 그녀가 마음만 먹는다면 모용운 생의 손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손 한번 휘두르면 모용운 생은 혈도를 제압당해 쓰러질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는 그러지 않았다. 그녀가 모용운생을 구해 놓고 그의 상태를 알아 낸 후 그처럼 고민했던 것은, 이러한 상황을 짐작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대 로 버려 둔다면 모용운생은 미약을 이기지 못하고 전신의 혈관이 팽창하여 죽음에 이르게 될 것이었다. 각오를 했다고는 하지만 처녀의 몸으로서는 견디기 힘든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아!' 눈을 감고 있던 그녀가 갑자기 놀란 소리를 토해 냈다. 오용운 생이 그녀의 풍만한 젖가슴을 움켜쥐었던 것이다. 그의 행동은 광 千秋之恨 15 포하기까지 했다. 뿐인가, 나머지 한쪽의 가슴은 사납게 덥썩 물어 버렸다. 나직한 신음과 함께 눈살을 찌푸린 그녀의 감은 두 눈가로 맑은 이슬이 방울져 홀러내리기 시작했다. 슬픈 것 같으면서도 또한 가슴은 마치 터질 듯이 두근거렸다. 절로 숨이 가빠 오는 것은 어썰 수가 없었다. '악!' 돌연 그녀가 비명을 질렀다. 아무런 준비작업도 없이 그저 급하게 허둥대던 모용운생이 사납 고도 거칠게 이십여 년 간 굳게 닫혀 어느 누구의 손길도 용납지 않았던 그녀의 깊은 곳을 뚫고 들어왔던 것이다. '아-' 모용운생은 폭풍이 되어 그녀의 몸을 후려치기 시작했다 하약란은 대지가 되어 그 폭풍에 몸을 내맡긴 채로 억눌린 신음 을 연달아 내뱉었다. 거센 폭풍우가 끝없이 휘몰아쳤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깊은 잠에 빠졌던 모용운생은 천천히 정신을 차렸다. 문득 그는 자신의 옆에 매끄러운 물체가 있음을 경각하고 소스 라쳐 그것을 보았다. 물체가 아니었다. 그의 옆에는 절세의 가인이 고이 잠들어 있었 다. 하약란. 그녀의 얼굴에는 아직 기이한 흥광이 남아 있었고 눈 가에는 눈물 자국이 역력했다. ?하소저' 모용운생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기척을 느꼈는지 하약란도 눈을 떴다. 처녀였던 그녀는 모용운 166 8 생에게 너무 시달려서 그사이에 얼굴이 수척해 있었다. 그러니 그 녀도 기진해서 정신을 잃다시피 잠에 빠졌을 수밖에. 그녀는 모용운생을 보자 오든 것이 생각난 듯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흐느끼기 시작했다. 모용운생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반쯤 몸을 일으킨 그는 일어나 지도 눕지도 못하고서 더듬거렸다. '하, 하소저! 고. 고정하시오. 모두가 내 잘못이오. 내 잘못이 오 그는 감히 용서하란 소리를 할 수가 없었다. 이 마당에 어떻게 용서라는 말이 나을 수 있으랴. 하약란의 흐느낌은 높아만 갔다 좀더 두고 보다간 통곡이라도 할 판이다. 모용운생은 난감한 신음을 토해 냈다. '모든 잘못은 내게 있소. 하소저가 싫지 않다면 내가 모든 것을 책임지겠소." 그 의미는 명백하다. 이 마당에 하약갈이 마다할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흐느낌이 낮 아지더니 그녀는 눈물에 함초롬히 젖은 눈을 들어 그를 보면서 낮 은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정말인가요?지금 그 말?' 모용운생은 쓰게 웃으며 대답했다 '장부가 어찌 한 입으로 두 말을 하겠소?' 그럼 앞으로 어떤 경우가 생길지라도 지금 당신이 하신 말씀을 그대로 지키실 컨가요?' 모용운생이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오! 당신이 스스로 내 곁을 떠난다면 몰라도, 나의 말과 행동은 언제나 일치할 것이고 당신을 배신하는 일도 없을 것이오.' 千秋之恨 17 '오용공자' 하약란은 마침내 모용운생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모용운생은 나지막이 탄식을 하면서 그녀의 매끄러운 몸을 감싸안았다. 하약란이 아니었다면 자신은 전신의 혈맥이 터져 죽었을 것이 다. 어찌 소흘할 수가 있는 여인인가. 더구나, 처음 볼 때부터 마음이 쏠리던 썩인이었다. 묘하게도 장춘선희는 두 사람의 월하노인(月下老八)의 역할을 한 셈이었다. 비록 조금 전에 몸을 섞었다고는 하지만 그때 모용운생은 제정 신이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 그의 품안에 절세가인이 알몸으로 안 겨 있었디. 더구나, 사랑하는 여인이다. 어찌 욕정이 생기지 않겠는가, 그러나 그는 자신을 자제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는 최소한 이곳에서 이 시간에 다시 그녀와 관계를 갖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다만 품속의 그녀를 사랑스러운 듯 지켜보며 부드럽게 그녀의 등을 쓸어 주고 있을 따름이었다 하약란은 행복한 미소를 띠고 조용히 있었다. 18 獨脣驚魂 第 十 八 章 血 海 深 理 ?1(,. 그 옛날 봉황이 집을 짓고 살았다는 전설이 깃들인 기산의 풍경 은 수려했다. 계곡은 깊고 전인미답의 원시림이 무성했다. 그 계곡 사이로 흐르는 맑은 계류는 천상의 옥수와도 같았다. 방울방울이 모두 옥구슬과 같았고 바위에 부딪치는 물방울 또한 그처럼 투명하게 산천을 두드리는 곳이 기산이다. 그 깊은 계곡에 한 필의 백마가 나타났다 그 백마의 흘륭함은 단연 출증했고, 마상의 흑의공자에게서는 말로 표현하기 힘든 신비로운 분위기가 풍기고 있었다. 대별산을 떠나 온 모용운생이었다. 뜻밖에도 그는 하약란과 헤어지고 흔자였다. 그들이 그 동굴에서 꿈 같은 하루를 보내고 모용운생이 그녀의 옷을 구하러 갔다 온 사이에 그녀가 없어져 버렸던 것이다. 그녀가 남긴 것은 서찰 한 장. 千=恨 171 < 당신의 무공이 비록 후기지수 증에서는 첫손을 꼽을 수 있지 만 무진교의 정예를 상대하기에는 여전히 무리가 있는 것 같아요. 특히. 소수미흔녀가 당신의 말대로 무진교의 교주라면 당신은 그녀 를 상대할 수 없을 거예요. 하지만 무공을 일조일석에 높일 수 있는 방법은 없으니, 방도를 찾 아야 할 거예요. 현재 당신이 가지고 있는 혈해보도는 여러 가지 상황으로 볼 때 진짜일 가능성이 많으니 혈해를 찾는 것이 지금으 로서는 최선이 아닐까 싶어요. 저는 나름대로 방도를 연구하기 위해 먼저 떠나겠어요. 일부러 저를 찾으려 하지 마세요. 당신을 찾을 시기가 되면 제 스 스로 당신을 찾아갈 테니까요> 모용운생은 그 서찰의 모든 글자 하나하나를 다 윌 수 있었다. 그만큼 하약란이 남긴 편지를 보고 또 보았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그는 하약란이 이렇듯 이해하기 힘든 글을 남겨 놓고 갑자기 사라 져야만 했을 이유를 추론할 수 없었다. 더욱이 모용운생을 의혹에 빠지게 한 것은 그 서찰의 끝부분은 물기가 번져 있는데, 아무리 보아도 그것은 꾄지를 쓸 때 눈물이 흐른 것 같았다. 그렇다면 울면서 편지를 썼고 그것을 남기고 떨어 지지 않는 발걸음으로 이곳을 떠났다는 뜻이다. 이해할 수가 없는 일이었다. 그들은 지난 하루 동안 모용운생의 공력이 회복되기를 기다리면 서 실로 수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그것은 서로를 진심으 로 이해하기에 충분했다. 이미 육체의 벽이 허물어진 그들에게 있 어서 감정의 접근은 그만큼 쉬웠고 진지했었다. 봇물이 터진 듯이 그들의 사랑은 그렇게 서로를 향해 타올랐었 172 鄕뿜驚魂 다. 오로지 지난 세월을 서로를 기다리면서 살아 왔던 이십여 년 간의 모든 날보다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가진 은 보냈다. 것처럼 지난 하루를 그들 상대에게 느꼈던 아련한 감정이 진실된 사랑의 싹이었음을 확인 한 하루이기도 했다. 처음에 모용운생은 그녀를 유린한 죄책감에서 그녀를 책임지겠 다고 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그녀가 아닌 다른 여자는 거들떠 보 지도 않을 정도로 깊이 그녀를 사랑하고 아끼게 되었던 것이다 그것은 하약란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그런 그녀가 아무런 이유도 밝히지 않고 흘연히 그의 곁 을 떠나간 것이다. 나를 찾지 마세요. 나를 상관치 말고 그 말 한마디에 그챠를 포기하고 언젠가 나타나겠지 에는 그녀를 향한 그의 사랑은 너무 크고 절실했다. 생각하기 모용운생은 미친 듯이 그녀를 찾아 헤맸다. 모용운생과 같은 사 람이 일단 정을 쏟게 되면 그것은 실로 남이 상상하는 바가 아니었 다. 하지만 어디에서도 그녀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황가장에도 가보았고 장춘곡에 가보아도 종적을 찾을 수 없었 다. 장춘곡을 한바탕 뒤집어 버릴까 생각도 해보았지만 기실, 장춘 선희는 그에게 해를 끼친 것은 없는 셈이었다. 아직도 자신을 못 잊고 앙앙불락하는 장춘선희를 멀리서 지켜본 그는 그만 발길을 돌리고 말았다. 그녀가 아니었다면 하약란을 얻을 수 없었음을 알기 그리고 마침내 모용운생은 찢어질 것 같은 마음을 별산을 떠났다. 자신의 무공이 이미 지난날과는 달리, 때문이다 .군응이 난무하는 난세에는 미약함을 절감하고 그녀를 억누르고 대 현재와 같이 만날 때까지 ;19 17 무공수련을 하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대별산을 떠난 그는 마침내 그간 꺼내 보지 않았던 혈해 보도를 꺼내 보았다, 한운장이 그렇게 되고 한운노인까지 그떻게 된 이상, 이미 혈해보도의 주인은 그였다. 피[血] 혈해보도는 펼치는 순간에 그러한 느낌을 준다. 얼핏 보기에는 양피지와 홉사했으나 그 지질이 기이하여 결코 양피지가 아니었다. 펼쳐진 혈해보도는 가로가 두 자 세 치 정도에 세로가 한 자 일곱 치 가량이나 되었다. 양피지의 전체는 핏빛과 같은 붉은 선들이 종횡으로 교차하고 있어서 마치 피칠을 한 듯 붉 게 물들어 있는 듯하였다. 그 오른쪽 상단에는 선명하게 네 글자가 아로새겨져 있었다 <혈해보도(血海寶圖)> 자세히 혈해보도를 살괴보면 가운데에는 피를 뿌려 놓은 듯한 상당히 큰 시뻘건 점이 있다. 그리고 그 점을 중심으로 해서 수많 은 붉은 선들이 종횡으로 교차되어 있었다. 얼핏 보아서는 전혀 무엇도 느낄 수 없었고 그냥 핏덩어리가 가 운데 떨어지면서 코으로 피가 흩어진 것 같아 보였다. 그러나 자세 히 보면 볼수록 그 선들은 기이한 형태를 이루고 있어 암중에 어떤 노선(路綠)을 의미하고 있는 것 같았다. 모용운생은 천하의 기재(奇才) 였으므로 일찍이 기관토목지학(機 關土木之學)에 대해서도 공부한 바가 있었으나 그에 대한 조예는 사실 대단한 것이 아니었다. 그러므로 처음에는 조금 알 것 같더니 보면 볼수록 머리가 복잡 하여 도저히 아무것도 알아 낼 수가 없었다. 그것은 이 지도를 작 74 성한 사람의 능력이 모용운생을 뛰어넘고 있음을 의미한다. 고민하던 그는 혈해보도의 허실을 알기 위해 무림의 옥편이라고 불리는 만박노조(萬博쫑칭 위송령(후松敵) 을 찾아 기산으로 온 것 이다. 만박노조 위송령의 나이는 이미 백 세가 넘은 지 오래라서 어느 누구도 그의 진정한 나이를 아는 사람이 없었다. 다만 그가 현존하 는 무림의 원로 중에서 최고의 고령이라는 말만이 무림에 전해지 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도 그가 생존해 있는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 이었다. 모용운생은 만박노조가 거처한다는 만송곡(萬松谷)을 찾아 헤매 고 있었다. 벌써 이틀의 시간이 헛되이 지났다. 모용운생은 무거운 마음으로 백룡신구를 몰고 있었다. 돌연한 하약란의 실종, 황가장에서 헤어진 후 생사를 모르는 두 아우의 행방 대체 그들은 어디로 간 것일까. 그 행방을 찾기 위해서 암중에 구류방주 상천기를 찾아 보았지만 일시지간 그와 연결이 되지 않았다. 그들을 찾아 봐 달라는 전갈을 일단 구류방도 에게 전하고 그는 기산으로 온 상태였다. 그의 심중을 어지럽히는 갖가지 생각들은 그의 마음을 난마와 같이 어지럽히고 있었다. 이히히헝 ! 별안간 백룡신구가 길게 울었다. 그 바람에 오용운생은 상념에서 깨어나 정신을 차렸다 '백룡. 왜 그러느냐? 의아하게 눈을 두리번거리던 모용운생의 눈에 기이한 빛이 스쳐 갔다. 눈앞에 깎아지른 골짜기가 보이는데 그 일대가 모조리 울창 한 송림으로 덮여 있었던 것이다. 千秋之恨 75 '흑시 이곳이 백룡, 가보자1 오용운생이 말하자 백룡신구는 길게 울부짖으며 발굽을 모아 달 리기 시작했다. 백룡신구는 순식간에 계곡 입구에 도착했다. 백룡신구의 걸음을 늦추어 천천히 송림 속으로 들어가던 모용운 생의 입가에 며칠간 보이지 않던 잔잔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송림 이 덮인 이곳이 바로 만송곡임을 확신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 송림은 단순히 천연적으로 조성된 것이 아니라, 암암리에 기 진{奇陣)을 내포하고 있었던 것이다. 잠시 후. 모용운생은 백룡을 탄 채로 송림을 벗어났다. 송림을 벗어나자 경썩이 일변하면서 과연 하나의 내곡이 자리하 고 있음이 눈에 들어왔다. 좌우로 병풍같이 높은 벼랑이 우뚝 솟아 있고 그 벼랑 위로 횐 구름이 둥실 떠 시야를 가리니, 가히 세외별 원(世카別園)이라 할 만했다. 그 벼랑 전면에 만송곡(萬松谷)이라는 커다갈 글자가 힘차게 새 겨져 있는데 이끼가 끼고 고색창연하억 새겨진 지가 오래된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있음을 보고 모용운생은 내곡의 전면에 많은 소나무가 들어서 천천히 말에서 내려서서 공력을 모아 외켰다 '모용운생이 위노선배님을 뵙고자 찾아왔습니다.'` 그의 음성은 우렁차기 이를 데 없어서 만송곡 전체를 금방 무너 뜨릴 듯이 크게 울려 퍼졌다. 우렁우렁한 음성은 좌우 벼랑에 메아 리치면서 들려 와서 귀머거리라도 듣고 남을 지경이었다. 그러나, 송림 뒤에서는 아무런 대꾸도 없었다. 그가 몇 번을 외쳐도 마찬가지였다. 모용운생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백룡의 등을 두드려 준 의 송림 속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의 발걸음은 매우 후. 전면 조심스러 17 = 웠고 느렸다 이 송림 속에도 기진이 설치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 진은 정반 오행진 (正反五行陣)이었는데 그야말로 정반의 변화가 무쌍하여 자 칫 잘못하면 진속에 빠져 들게 되어 있었다, 누구나 얼핏 보고 일 반의 오행진으로 착각하고 들어가기 쉬운 진이었다. 모용운생은 쉴새없이 무언가 중얼거리며 계산을 통과하고 있었다. '이 오행진은 참으로 정반의 변화가 복잡하구나 하면서 송림을 곳데 만박노조가 있는 것이 틀림없는 것 같다.' 이로 보아 이 문득 모용운생의 시야가 밝아졌다. 초가 몇 채가 보였으며 온갖 기화이초가 흐드러진 가운데, 싸리 울타러가 들러진 초가의 주위에는 논과 밭이 보이고 두어 마리의 소가 보이는 등, 그야말로 고아한 풍취가 돋보이고 있었다 모용운생은 그 평화로운 정경을 바라보다 십사오 세 된 도동(澤 렐이 나옴을 보고 다가가며 물었다 ~안에 위노선배님이 계시느냐?' 그 도동은 모용운생을 힐끔 쳐다보고는 아무 의 초가로 들어가 버렸다 런 대꾸도 없이 옆 다가 천천히 그 모용운생은 멍청히 그 도동의 뒷모습을 바라보 중에서 제일 컸 도동이 나온 초가로 다가갔다. 그곳이 이곳의 초? 기 때문이다. 한번 말을 꺼내려고 하 모용운생이 프 초가 앞에 도착하여 다시 는데 안에서 말소리가 들렸다. ..문은 열렸으니 들어오너라1 초가 안은 의외로 보니 했던 모용운생이 초가 앞에 ? 에는 칠현금이 걸려 있었으며 몇 폭의 잠시 움찔 깨끗하고 벽 있어 농부의 산수화가 붙어 집과는 달리 매우 운치가 엿모였다. 千간舊 1 그 한쪽에는 나무침상이 있는데 그 위에 지금 깨끗한 은 학발동안(鶴髮舊鐵의 노인이 신선처럼 앉아 있었다 백의를 입 '만박노조 위노선배님이십니까?' 모용운생이 예를 갖추며 물었다. 학발동안의 노인은 감았던 눈을 떴다. 눈빛이 마치 전광과도 같이 매섭게 뻗어나왔다. 도 같아 폐부까지도 뚫어볼 것 같았다. 눈빛은 칼날과 내색치 않 모용운생은 내심 가볍게 놀라면서도 겉으로는 조금도 고서 묵묵히 대답을 기다렸다. 학발동안의 노인은 모용운생이 자신의 눈빛에 조금도 않고 자신을 쳐다보면서 서 있자 약간 의외인 듯했다 .동요하지 '노부가 세상과 인연을 끊은 지 이미 오래이거늘, 이곳에는 무 슨 일로 찾아왔는가?" 목적을 캐물었 노인이 횐 눈썹을 꿈틀거리면서 대뜸 모용운생의 다. 어조가 쌀쌀해서 말 붙이기 어려운 상대였다 그럼에도 모용운생은 여전한 태도로 말을 받았다. '혈해보도에 대해 아시는 것이 있숩니까?" 그 말에 노인은 미간을 찡그렸다. 그 불길한 물건에 대해서 왜 알고 싶지? 쫑쯔 젊은 놈이 그렇게 탐욕을 부리다니 당장 이곳에서 물러가도록 해라' 노인이 눈을 부릅떠도 모용운생은 침착했다. '불길한 물건이라면 그것이 왜 볼길한 물건인지를 알아 내야만 하겠습니다. 도움이 필요합니다." '알아 내서 럴 하려고?" '정녕 그것이 불길한 물컨이라면 지 않아야 할 데니까요.' '..,...? 세상을 위해 더 이상 남겨 놓 178 노인은 모용운생의 말이 뜻밖인지, 화등잔 같은 눈으로 그를 노 려보더니 피식, 웃었다. 맹랑한 놈이로군! 네게 그럴 만한 자격이 있느냐?' 보시는 대로입니다.' 모용운생의 막히지 않는 대답에 노인은 눈을 끔뻑거리더니 갑자 기 박장대소했다. '으핫하하하 오랜만에 더불어 이야기할 만한 녀석을 만났 군! 좋아, 좋아! 거기 앉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모용운생이 여전히 망설이지 않고 부드러운 음성으로 말했다. 그 요에 앉음을 보자 노인은 ?노부가 밖에 베풀어 놓은 두 개의 조그만 배치를 손쉽게 뚫고 들어온 것을 보아 그 배움이 이미 남다른 것 같은데 무엇 하러 그 불길한 물건에 대해서 욕심을 부리는 펀가? 모용운생은 그 노인이 만박노조임을 이미 확신하고 있었다. '조생은 원래 그러한 신외지물(身外之物) 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 었습니다. 그러나 당금 강호에는. " 오용운생은 현 상황과 무진교에 대해서 대강 설명을 했다. 그리 고 자신은 소수미혼녀를 상대해야 하는데, 그녀를 상대할 만한 자 신이 없어서 이곳을 찾아왔다는 말까지 숨기지 않았다. 백의노인은 가만히 듣고 있다가 말했다. 소수미흔녀는 천하제일의 탕부였을 뿐만 아니라, 그 재질도 백 년 이래 두 번째 가는 기재였으니 그녀가 살아 있다면 지금 그 무 공은 초범입성 (超凡入聖)의 경지일 거야. 왜 그녀를 죽이려 하는 가?결코 쉽지 않은 일일 텐데 " 모용운생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대답했다. '사부님의 명령입니다. ' 千料之恨 179 노인은 그 말에 홈칫하더니 자세히 모용운생을 살펴보고는 묘한 눈및이 되어 물었다. '흑 너의 사부의 이름이 모용중광이 아닌가?' 이 말에 모용운생의 몸이 가볍게 진동되었다. 그가 강호에 출도 한 이래 두 번째 들어 보는 이름이었다. 아는 바가 없습니 '모릅니다. 소생은 사부님에 대해서는 전혀 다. 왜 그러십니까?' 노인은 모용운생을 뚫어지게 바라보더니 다시 물었다. '그럼 흑시 사부가 너와 많이 닮지 않았나? '그분은 저와 전혀 닮지 않았습니다. 노선배님께서는 모용중광이 소생의 사부님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무림군자 모용운생은 어떻게 만박노조가 자신을 보고 대뜸 무림군자를 들 추어 내는지 의혹이 뭉게구름처럼 일어났다. 일단 덫어 많을 테니 '글쎄 내 추측이 비약일지도 모르니 그 이야기는 두기로 하지. 네가 노부를 찾아온 이상 묻고 싶은 것이 우선 그거나 묻도록 하는 게 좋겠다.' 싫은 듯 화제를 돌 노인은 더 이상 그 문제에 대해서는 말하기 렸*. 두고 보자 '필연코 여기에는 무슨 까닭이 있을 것이다 어디 모용운생은 속으로 생각을 굴리며 말문을 열었다. '좀 전에 위노선배님께서는 소수미흔녀를 백년 이래 제이의 기 재라고 하셨는데 그럼 첫 번째 기재는 누굽니까?' '그거야 당연히 그녀의 사부지!' 만박노조 위송령은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이 잘라 말했다. 모용운생은 내심 놀라서 물었다. '그녀의 사부가 누굽니까?' 그 사람은 천부귀옹(天府鬼翁) 해도룡(海舊勳이라고 하지. 그 80 獨온驚魂 는 노부의 친구였고" 만박노조는 잠시 말을 끊었다가 이내 뒤를 이었다. '또한 혈해보도를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지!' 이 말에 모용운생은 크게 놀랐다. '그렇다면 혈해보도를 만들어 세상에 유포시킨 것은 순전히 그 들 사도(師徒)의 악독한 책략이었군요!' '그건 절대로 아니야 해도룡 그 친구가 성격이 좀 괴팍하긴 해 도 절대로 그런 악종은 아니란 말야. 혈해보도는 정말로 그 친구의 심득이 있는 곳을 가리키는 지도야. 눈속임은 아니지 !'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 혈해란 곳에 있는 무공 같은 것 들은 모두 소수미흔녀가 익힌 나머지가 아니겠습니까?" 만박노조는 빙그레 웃었다. 너는 당년에 그 강가 계집애의 무공이 어느 정도인지 아느 *?" 강호에 전하는 바로는 소수미혼녀의 나이는 이미 백살 전후라고 하는데 그 노파를 보고 계집애라니? 대체 만박노조의 나이가 어느 정도나 되는 것일까. '그녀가 오십여 년 전에 나타났을 때 정사.망존과 비등한 무공을 지녔었다고 들었습니다.' '맞아. 제법 이름을 날렸었지 ! 그러나 그때 그 계집애가 익힌 것은 아무리 잘 봐줘도 천부귀옹 그 친구 실력의 오 성에도 미달한 상태였을 뿐이었지.' 이 말에는 모용운생조차도 입이 딱 벌어졌다. 그게 정말이십니까?' '노부의 나이가 곧 세 갑자가 되는데 너를 데리고 농담을 하겠 느냐? 해도룡과 노부가 오십이 될 때 처음 만났는데 그때 그 친구 의 나이는 갓 이십이 넘었었지. .. .' 千恨 181 모용운생은 만박노조가 무슨 뜻으로 이런 말을 꺼내는지 몰라서 가만히 그가 말하는 무림의 은사(隱事)를 듣고 있었다. .그때 노부는 최전성기를 구가하여 무림에서 노부의 적수를 찾 을 수 없을 정도였는데 그 친구가 찾아와서 도전을 했거든? 결국 그 친구는 내 손 아래 백 초 만에 패배해서 돌아갔지. '뭐야?그럼 혈해보도는 별볼일없는 거 아닌가?' 혈해보도를 만든 그가 그 정도였다면 차라리 만박노조를 찾는 것이 더 좋았을 것이 아닌가. 만박노조의 말은 계속되었다. '그런데 일 년 뒤에 그 친구가 또 찾아왔는데 이번에는 거의 삼 백 초나 견뎌 내더군 그리고 삼 년 뒤에는 천 초까지 견디더란 말 이야. 실로 그 무공의 진전속도는 경인할 지경이었지 ! 그 후로는 소식이 없다가 오 년 뒤에 다시 나타났는데 노부와 이틀 밤을 두고 겨루어도 승부가 나질 않았어 그때 노부는 진심으로 그에게 감탄하여 그와 망년지교를 맺었는데 알고 보니 그의 무공은 순전 히 자신의 창작이었더란 말이야.' 그 말에 모용운생은 내심 천부귀옹의 자질에 경악하지 않을 수 가 없었다. 백초지적이 안되던 사람이 누구의 가르침도 없이 십 년 만에 그런 대단한 성취를 이룬다는 것은 실로 불가사의한 것이었 기 때문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만박노조의 무공이 그처럼 뛰어났다면, 그와 같은 천재가 천부 귀옹이 무공을 연마하는 동안 놀지 않았으리라는 점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그로부터 오 년 뒤에 우리는 다시 만났는데 노부는 기가 막히 게도 천 초가 넘으면서 지고 말았거든! 그로부터 노부는 거의 식음 올 전폐하면서 무공을 연마하여 다시 오 년 뒤에 그 친구를 만났는 일 濁贊驚魂 데 이번에는 어이없게도 겨우 백 초 만에 사정을 봐준 것 같았으니 참내' 패하고 말았다네. 그것도 '정말 해도룡이란 분은 대단하구나!' 만박노조 위송령은 씁쓸히 웃더니 모용운생에게 말했다 '다시 오 년을 넘긴 다음에 노부는 각고정진하여 정말 자신있게 그 친구를 만나러 갔다네 .." 모용운생이 마침내 참지 못하고 물었다. '또 지셨습니까?' 맞아, 또 졌지! 그것도 삼십 초 만에 지고 말았어. 실로 그는 무학에 있어서는 기재였어. 아니. 모든 면이 월등한 사람이었지 노부가 그보다 나은 게 있다면 나이 몇 살 먹은 덕에 얻어들은 견 문이 조금 더 넓은 정도뿐이지. 노부가 왜 이런 말을 했는지 짐 작이 가겠지만 그의 무공은 실로 전무후무한 것이며 혈해보도는 그의 심득을 얻을 수 있는 단 하나의 열쇠란 말이야." " 그렇다면 그분은 왜 제자에게 모든 걸 전해 주지 않고 자신의 무공을 혈해란 곳에 비장했습니까?" '좋아, 잘 물었다! 그것은 그 친구가 혈해에 관한 구상을 하고 그것을 만든 다음에 강옥지를 제자로 맞아들였기 때문이다.' 모용운생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렇다면 나중에라도 소수미흔녀에게 그것들을 물려 줄 수 가' 만박노조가 탄식했다 그랬으면 차라리 무림이 조용했을지도 모르는데 그 친구가 혈해에 관한 소문을 퍼뜨리고 난 십오 년 후에 소수미혼녀가 천부 귀옹의 문하에 들어갔거든. 그로부터' 만꽉노조의 이야기는 계속되었다. 千秋之恨 185 소수미흔녀 강옥지가 천부귀옹의 문하에 든 지 오 년, 그러니 까, 무려 팔십 년 전에 그녀는 이십 세란 꽃다운 나이로 천부귀옹 의 절예를 거의 절반이나 터득했다. 천부귀옹의 재질은 누대에 걸쳐 보아도 천하제일이었으며 그의 학문은 박대정심 (博大精深) 하여 일반인은 평생을 노력해도 그의 학문의 절반도 터득키 어려움을 생각할 때 그녀의 재질은 과연 놀 랍다고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그런 어느 날. 소수미흔녀 강옥지는 강호에 떠도는 신비 의 혈해보도의 주인이 자신의 사부임을 어디선가 알아와 조르기 시작했다. 그녀의 재질을 아끼고 사랑하던 천부귀옹 해도룡은 원 래 그것을 승낙하려고 하였지만 그녀의 배후에 누군가가 도사리고 있는 것 같음을 느끼고 차일피일 미루며 그녀의 동정을 살필 뿐이 었다. 강옥지는 사부의 그런 기미를 알아 내고는 그 뒤로 바깥 출입을 일체 끊고 혈해보도에 관해 말은 아예 꺼내지 않았다. 은밀히 강옥지의 뒷조사를 해본 천부귀옹은 어딘가 미심쩍은 곳 은 있지만 그녀에게 뚜렷한 증거가 없자 차츰 마음을 놓기 시작했 다 . 모용운생은 만박노조가 이야기를 끊자 의아해서 물었다. ,지금부터가 가장 중요한 것 같은데, 왜 말씀을 멈추십니까?' 만박노조는 빙그레 웃더니 말했다. .노부가 아는 것은 이것까지니까 말도 이것뿐이지 1 그 후 그 친 구에게서 딱 한번 소식이 왔는데 거대한 음모를 발견했으며 이 음 모는 무림 전체가 관련되어 있다고 말하면서 자신이 그 전막을 캐 내겠다고 하더군. 그의 말투로 보아 그의 여제자인 강옥지도 그것 에 관련된 것이 틀림없는 것 같았어' 84 獨贊驚魂 만박노인은 심각하게 귀를 기울이고 있는 모용운생을 보고 고소 를 지으며 말을 맺었다. '하지만 그 소식을 끝으로 강호에는 그들 사도의 소식이 끊겼 어. 그 어느 곳에도 그들의 소식은 없었거든 노부는 그가 무슨 불 행이라도 당했나 하고 강호에 나가 백방으로 조사해 보았지만 그 는 워낙 신룡 같은 인물이라 그 행적을 아는 사람이 없었어. 게다 가 학문에만 몰두했지 명리에는 신경 쓰지 않아 그 이름을 아는 사 람조차도 별로 없었으니. 조금의 단서도 찾을 수 없었지. 하긴 천 하의 어느 누가 그를 해할 실력이 있겠나 . '중과부적이란 말도 있지 않습니까? 더구나 항상 옆에 있는 소 수미흔녀가 무슨 독 같은 거라도 만박노조는 손을 내저었다. '그런 소리는 그를 모르기 때문에 하는 거야. 그의 무공은 의형 살인(意形殺入:마음만 먹으면 그 마음이 형체가 되어 사람을 죽이 는 것)의 경지에 있으며. 독문의 할아비가 와도 그의 용독술(用毒 術)을 따라가지 못할 텐데 누가 그를 독살시킬 수 있겠나?" 모용운생은 믿어지지가 않았다. '인간이 어떻게 만사에 막히는 것이 없이 모두 형통할 수 있는 가? 게다가 과연 의형살인이 가능한 것이란 말인가 마음만 먹으면 사람을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상대를 죽일 수 있 다! 그것은 무림 중에 전해지기는 하지만 실로 너무 전설적인 무공 이었다. 만박노조는 모용운생의 기색을 못 본 척. 말을 이었다. '그리고 삼십 년 후, 강호에는 소수미혼녀라고 불리는 극히 고 강한 무공을 지닌 절색의 미녀가 나타나서 천하를 발칵 뒤집어 놓 았지 노부는 영감이 떠올라 그녀를 찾아 만나 보았는데 과연 강옥 지 그 계집애더란 말이야. 노부는 해도룡 그 친구의 행방을 캐물었 千秋之恨 185 는데 그 계집애는 입을 다물고 전허 열려고 하지 않아서 결국 노부 와 동수하게 되었었지 오용운생은 이런 말은 한번도 들어 본 적이 없는지라 궁금한 듯 물었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만박노조는 쓰게 웃으며 모용운생에게 말했다. '그래, 어떻게 되었을 것 같으냐?' 모용운생은 조금도 생각하지 않고 그대로 대꾸했다. '소생의 소견으로는 노선배님께서 이기셨을 것 같군요. 그러나 말씀을 추측해 보건데 결코 개운한 승리는 아니셨던 것 같이 생각 됨니다.' 만박노조가 감탄한 듯 그를 보았다. '매우 옳은 말이딜 노부가 이긴 것은 틀림없었지만 그것은 백 년 간이 넘는 노부의 심후한 내공 수위 덕이었을 뿐이야. 초식의 변화는 노부보다 그 계집애가 앞서고 있었어. 이로 볼 때 그 친구 의 능력은 그간 또 진일보했었던 오양이야' 만박노조는 천부귀옹 해도룡을 생각하는지 잠시 눈을 감았다 떴 다 '하지만 한 가지 노부가 단언할 수 있는 것은 그 계집애가 결코 혈해에는 갔다 오지 않았다는 것이야' '왜 그녀를 붙잠고 캐묻지 않으셨습니까?' '왜 그러지 않았겠나! 하지만 지게 되니까 도망가는 데는 잡을 수가 없었어 경공술이 가히 신출귀몰하더군. 그렇게 혈해와 그 친 구의 일은 미궁에 빠지고 그 계집애도 얼마 안 있어 강호상에서 사 라져 버려 찾을 수도 없었고' 만박노조는 말끝을 흐리며 모용운생을 바라보며 물었다. '노부의 이야기를 듣고 느낀 게 있다면 말헤 보아라!' 186 獨렵澤魂 모용운생은 잠시 생각을 정리하는 것 같더니 천천히 입을 떼었 다. '세 생각은 이렇습니다. 우선 혈해보도의 주인인 해노선배께선 분명코 무슨 사고를 당하신 것 같고 거기에는 소수미흔녀도 관련 이 될 것 같습니다.' 그 이유는?' 만박노조가 물었디. '천부귀옹, 그분의 소식이 끊긴 지 삼십 년이 지난 후에 그녀가 모습을 드러냈다는 점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그머는 사부를 해친 후에 그 후환이 두려워 삼십 년 간이나 숨어 있다가 나타났다는 뜻 입니다. 그것은 그녀가 그만큼 천부귀옹을 두려워했다는 소리이겠 지요. 만약 그렇다면 그고의 음모가 완전히 성공하지 못하고 천부 귀옹 노선배님께선 어딘가 생존해 계실 가능성이 많습니다. 그러 나 그분께선 활동할 처지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떻지 않고서야 소 수미혼녀가 그를 해친 것이 틀림없다면 그녀를 그냥 둘 리가 없지 않겠습니까? "'와핫하하하' 별안간 만박노조가 통쾌히 웃었다. 초가지붕이 덜썩이면서 금방 이라도 무너져 내릴 듯이 진동했다. 옳아, 옳아! 과연 노부의 생각과 똑같군. 보통이 아니야' 모용운생이 단정하듯 말했다. '그러나 이미 강호에 그녀가 나타났고 또 혈해보도가 나타났으 니 이제 모든 것은 명확히 밝혀질 겹니다." 만박노조는 웃으며 말했다. '매우 좋은 추측이야. 어쩌면 강가 계집애를 따라잡을 수 있는 유일한 존재가 너일는지도 모르겠구나1' 동시에 그의 옷이 바람도 없는데 저절로 혼들거렸다, 千恨 18? 순간. 모용운생은 감당할 수 없는 무서운 압력이 자신에게 덮쳐 옴을 느꼈다. 다급히 공력을 돋우었다. 탕, 소리와 함께 의자식 다리가 부러져 나가고 그의 몸은 의자 에 앉은 채 그대로 뒤로 넘어지면서 날아가려고 했다. 모용운생은 자신의 능력으로는 그 힘을 이길 수 없음을 느끼고는 한소리 나지 막이 기합을 내지르며 앞으로 쌍장을 내밀었다. 그러자 담담한 금빛이 그의 장심에서 뻗어나오며 에서 뻗어나오는 압력을 막아 갔다. 만박노조의 몸 팍 한 소리와 함께 모용운생이 앉은 의자가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드디어 완전히 박살이 났다. 노도와 같은 경기가 모용운생에게 덮쳐 왔다. 순간 만박노조의 내력이 그대로 밀려든다면 모용운생은 필경 내 상을 입고 말 것이었다. 그러나 그 순간에 만박노조에게서 쏟아져 나오던 내력이 거짓말같이 사라져 버렸다. '하하 네 내력이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이미 했구나.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절정에 도달 모용운생은 만박노조에게 망신을 당했지만 조금도 표정을 드러 내지 않고 담담히 대꾸했다. '과연 노선배님의 무공은 대단하군요. 이미 내력의 수발이 자유 자재하시니. 당금 강호에서는 적수를 찾기 힘들겠습니다." 만박노조는 하하 웃으며 말했다. '지금 너의 조예로 보건대. 향후 십 년 후면 강가 의 적수는 되지 못할 거다. 정말 쉽지 않은 일이지 ' 계집애도 너 만박노조의 말에 모용운생이 말을 가로됐다. '하지만 소생은 그렇게 기다릴 수가 없습니다. 그것을 짐작하실 것으로 압니다만?' 노선배님께서도 18 獨혐驚魂 '노부가 네 무공을 시험한 까닭을 안 것 모용운생이 담담히 말을 받았다. '노선배님 대신 그분의 생사 여부를 조사하라고 하실 겹같구나?' 만박노조가 껄껄 앙천대소를 터뜨렸다. '하핫 과연 너는 이야기할 만하구나! 니까?'` 노부의 뜻은 바로 그 러하다!' 千팔츠恨 89 第 十 九 章 萬 博 眞 護 '?장 쉬운 방법이 여기 있습니다.' 모용운생은 품속에서 혈해보도를 꺼내 만박노조에게 내밀었다 만박노조는 의아한 듯 혈해보도를 받아 펼쳐 보더니 전신이 가 늘게 떨렸다. 그는 부지중에 나지막이 외쳤다. '혈해보도?" 그의 음성은 경악으로 떨리고 있는데 전혀 뜻밖인 듯했다. 모용 운생이 혈해보도를 내밀 것은 생각지도 못한 것 같았다. 만박노조가 혈해보도를 넋이 빠진 듯이 바라보는 모습을 묵묵히 입을 다물고 보던 모용운생은 한식경 가량이나 지난 다음에야 참 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어떻습니까? 그 혈해보도가 천부귀옹께서 만드신 그 혈해보도 임에 틀림없습니까?' 만박노조는 모용운생의 말에는 대답을 하지 않고 한참 더 헐해 보도를 보고 있다가 말문을 열었다. '너는 이것을 어디에서 얻었느냐?' 千恨 19 모용운생은 강호에 나타난 세 개의 혈해보도 이야기를 하고 그 것이 마지막 남은 혈해보도라고 설명했다 만박노조는 고개를 끄떡였다. 노부가 보기에 이 지도는 해도룡 그 친구가 만든 것이 틀림없 는 것 같다. 그러나. ' 모용운생은 자신이 가진 혈해보도가 진짜라고 말하자 내심 격동 을 참을 수 없었으나 만박노조가 단서를 붙이자 의아한 듯 그를 쳐 다보았다 '이 혈해보도는 조금 이상한 점이 있다.' '그게 윌니까?" '니 지도에 표시된 점과 선들은 그야말로 현기(玄舊를 품고 있 어서 그가 아니라면 천하의 어느 누구도 이와 같은 방대한 구상을 할 수가 없다. 하지만 몇 군데 이치에 맞지 않는 곳이 있는 것 같아서 진짜라고 단정하기에는 아직 이른 것 같다." 모용운생은 내심 초조했지만 다시 물을 수밖에 없었다. '진위를 가리시려면 얼마나 시간이 걸리겠습니까? 만박노조는 모용운생의 심증을 짐작했지만 그가 조금도 조급함 을 드러내지 않자, 속으로 놀라서 생각했다. '요 녀석을 대체 누가 키운 것일까? 정녕 그 녀석이란 말인가?' 만박노조는 생각을 굴리면서 태연히 대꾸했다. '오든 것을 연구해 보아야 하니 빠르면 닷새 정도면 진위를 가 릴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확실한 것을 아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만박노조는 혈해보도를 들여다보면서 말했다. '물론이다 과장이 아니라 천부귀옹의 기관진도는 노부가 아니 라면 당금 천하의 그 누구도 알아보기는커녕, 짐작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 14 8 모용운생이 예를 갖추더니 말했다. '그럼 소생은 이만 물러갔다가 닷새 후에 다시 오겠습니다." 만박노조가 웃으며 물었다. '너는 노부가 이것을 어떻게 할는지 조금도 펴정이 안 된단 말 이냐?' 모용운생이 미소했다. 노선배님께서 무력을 행사하신다면 소생은 힘이 달리니 속수무 책이 아니겠습니까?" 그의 말은 의미심장하여 만박노조는 파안대소하면서 무릎을 쳤다. '과연 오늘 노부는 지난 몇 십 년 이래 처음으로 마음에 드 는 손님을 맞았군그래! 그런 손님을 밖에서 기다리라고 할 수가 있 나? 누추하지만 이곳에서 며칠 머물도록 해라!' 만박노조는 누구를 부르려는 듯하다가 입을 다물고 천천히 몸을 일으켜 문밖을 나서며 말했다. '나를 따라오너라' 만박노조 위송령은 거처에서 나와 화초밭 하나를 건너 외따로 떨어져 있는 초가를 가리켰다. '저곳은 노부가 이따금 생각을 정리하는 곳인데 정심헌(靜心軒) 이라고 부르지. 식사는 조금 전 네가 본 도동이 날라다 줄 것이니 닷새 동안 저기에서 기거토록 해라.' '감사합니다. 모용운생이 고개를 숙이자, 만박노조 위송령은 껄껄 웃으며 손 에 쥐고 있는 혈해보도를 흔들어 보였다. '려정 말고 편히 쉬도록 해라. 노부는 이놈과 씨름을 해야 되니 널 직접 안내하지는 못하겠구나.' 만박노조가 탁, 하고 문을 닫고 들어가는 것을 본 모용운생의 입가에 희미한 웃음기가 떠올랐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千恨 9 그는 그 오랜 연륜에도 불구하고 아직 내심에는 천부귀옹에 대 한 호승심(好勝心)이 남아 있어서 한시 바삐 혈해보도를 살펴보고 자 하는 것이었다. 그처럼 복잡한 도면을 그려 낸 사람과 그것을 알아보는 것은 바로 서로 간의 지혜를 겨루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 이다. 모용운생이 정심헌에 도달해서 보니 아주 간단한 한 칸의 모옥 (훅또 이었다. 안에는 간단한 돌침상과 돌탁자. 그리고 벽에 잔잔 한 호수를 그린 그림 한 폭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 돌탁자 위에는 한 권의 책이 놓여져 있었다. 창으로 보이는 바깥의 화원에서는 은은한 꽃 향기가 홀러 들어 오니 깨끗한 가운데 정신이 청량해지는 듯했다. 화원 저쪽으로는 맑은 계류가 홀러가면서 물소리를 홀리고. 그 뒤쪽으로 치솟은 절 벽은 창송(蒼松)에 뒤덮여 한가로웠다. '이런 곳에서 산다면 세속의 명리가 무슨 소용이겠는가'` 나직이 중얼거리던 모용운생은 돌탁자 위에 놓여진 책의 표지를 보곤 눈에 이채를 드러냈다. 그 책의 겉표지에는 용비봉무의 초서로 만박진전(萬博眞訟)이라 는 여덟 자가 휘갈기듯이 쓰여져 있었다. 보니 과연 무공비급임에 틀림없었다. 무심결에 몇 장을 넘겨 그때였다. '그것은 노부가 지난 백년 간 얻은 것을 기록한 것이니 네게 도 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기한은 닷새뿐이니 거기서 무엇을 얻을 수 있는가는 네 조화에 달렸다. 그렇다고 노부에게 딴 생각은 할 것 없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네가 그 친구를 찾는 데 협력해 준다는 것에 대한 보답에 불과하니까 그럼 닷새 후에 보자.' 모용운생의 귓전에다 대고 말하는 듯한 소리가 또렷하게 들려 왔다. 9 .料魂 '넌리전음술(千里傳쿨術) ?" 모용운생의 안색이 가볍게 변하면서 신음했다. '만박노조가 강호상의 옥편인 줄만 알았더니 그 무공도 화경에 접어들었구나. 전설로만 전해지는 천리전음술을 전개하다니' 모용운생은 조금 전 내력의 겨룸에 만박노조가 자신이 만난 최 고의 고수임을 알았지만 설마 천리전음술을 전개할 수 있을 정도 의 고수임은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것은 만박노조가 말 한 천부귀옹에 대한 것 또한 허풍이 아님을 증명하는 것이기도 하 였다. 모용운생은 만박노조가 있는 초가 쪽으로 포권해 보이고는 돌탁 자 앞에 앉아서 눈을 감았다. 갖가지 생각으로 혼란스러운 마음을 다스려 안정시킬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조금 시간이 흐르자 뒤숭 숭하던 그의 마음은 서서히 가라앉았다. 눈을 뜬 그의 시야에 벽에 걸린 잔잔한 호수의 그림이 들어왔 다. '명경지수(明鏡止水)' 모용운생은 나직이 증얼거렸다. 벽에다 그 그림을 걸어 놓은 이유를 알 만했다. 이곳에서 독서 를 한다면 전심전력을 기울일 수 있을 것이다. 저 그림 또한 마음 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 같았다. 그는 서슴없이 만박진전을 폈다. 이 마당에 쓸데없이 시간을 소 모한다는 것은 정녕 바보짓임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 만박진전은 위송령이 삼 갑자 가까운 세월 동안 노력한 결정체 였다. 만박진전의 옆에는 조그맣게 무공편(잤]卞篇)이라고 제호가 붙어 있는 것으로 보아 그 외에도 다른 분야의 저술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千닺之卞로 97 만박진전의 것 장을 넘기자 만상신공(萬象神功)이라는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만상신공은 일종의 도가강기(볼家뿔勳로써 그 위 력이 대단한 것 같았다. 모용운생은 천부적으로 이해력이 뛰어난 데다가 불가의 절학인 천룡전단신공을 익히고 있으므로 첫눈에 그 대강을 알아볼 수가 있었다. 만상신공에 포함되어 연루(速員)된 대라수삼십육식 (大羅手三十 六式)이 그 다음에 있었다. 이렇게 한 가지 신공에 연관된 수법은 그 위력이 신공 조예에 따라서 천양지차가 나기 마련이었다. 모용 운생이 천룡전단신공을 제대로 연마하기 전에 법화지력을 제대로 구사할 수 없었던 것과 같은 맥락이었다. 그 다음에는 축지신행(縮地神行) 의 내가경공법이 있었는데 이것 은 전설적인 천리호정대법 (千里戶庭大法)에 버금가는 놀라운 경공 법이었다. 이렇게 대분(大分)하여 만상신공과 대라수 그리고 축지신행의 세 가지의 무공이 만박진전에 수록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뒤에는 무공의 요결들이 가득 적혀 있었다. 한마디로 방대한 저술이었다. 요결 하나하나는 가히 금과옥조(金料포條)와 같은 금옥양언(엽포효言)이었으며 그 모든 것을 이해하게 된다면 범부라도 당장 강호상의 영응이 되기 어렵지 않을 정도였다. 만박 진전의 두께가 세 치가 넘는 것을 보아도 그 분량의 방대함을 느낄 수 있었다. 무공의 요결들은 적어 놓은 종이가 뒤로 갈수록 새것인 걸 보아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계속 추록하고 있는 것 같았다. 대강을 흩어본 모용운생은 잠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 그는 만상신공을 유념하면서 진기를 운행시키기 시작했 다. 그의 임독이맥은 이미 관통되어 있었으므로 진기는 끝없이 계 속하여 순환할 수 있었고 공력은 계속해서 불어나고 있는 상태였 19 燭림澤魂 다. 하지만 그의 동정은 이미 깨어졌으므로 불가의 신공인 천룡전 단신공은 이미 십이 성을 대성하기는 힘든 상태였다. 그런 차에 다시 도가의 절학을 얻게 되었으니 실로 하늘의 보살 핌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 눈 깜박할 사이에 닷새가 흘러갔다. 그 동안 그의 곁에는 하루에 두 끼씩 모두 열 번의 식사가 놓여 졌지만 오두가 식어서 그대로 거두어졌다. 만박노조의 말대로 그 의 도동이 소리도 없이 들어왔다 나갔다 한 것이다. 열 번의 식사를 한 번도 하지 않고 그 자리에 있었다는 말은 닷 새 동안 그가 전혀 움직이지 않고 운기행공을 했다는 말과 같았다 .그의 모습은 마치 선정(禪定)에 든 노승과 같아 그대로 굳어져 버린 듯했다. 다만 시간이 갈수록 그의 전신에서는 뭐라고 말할 수 .없는 안정감이 점점 짙어지고 있을 따름이었다. 마지막 날, 해가 서산으로 기울어질 때였다. 이제 시간이 다 되었다. 그만 노부의 거소로 오너라,' 선정에 들어 있는 모용운생의 귀에 또렷한 만박노조 위송령의 말소리가 들려 왔다. 잠시 후. 모용운생은 담담한 신태로 만박노조 위송령과 마주앉 아 있었다. 만박노조 위송령은 모용운생의 얼굴을 보면서 물었다 그래, 노부의 만박진전이 도움이 되었더냐? 모용운생이 포권하면서 말했다. 덕분에 또 새로운 세계를 본 것 같습니다. ' 만박노조는 모용운생을 바라보고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말했다. "노부가 듣기로는 네가 닷새 동안 계속 앉아 있기만 했다는데 그간 만상신공을 얼마나 연습했느냐? 千料之恨 1쿵 모용운생이 가볍게 웃더니 대답했다. '노선배님께서 워낙 자세히 설명해 놓으셔서 아마도 오륙 성 정 도는 터득한 것 같습니다.' '뭐라고?' 만박노조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놀라 외쳤다. 어찌 그렇지 않겠는가. 그의 만상신공은 도가의 강기를 기본으로 하여 천지간의 이치가 융합된 것으로서 평범한 사람이라면 평생을 가도 한 자도 그 이치 .를 깨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것을 겨우 닷새 동안에 오륙 성이나 터득했다는 말인 가?그와 같은 선천지류(先天요料의 신공은 터득한다는 것이 바로 .연마에 직결되는 것이다. 이해하지 못한다면 절대로 수련이 블가 .능한 것이 바로 선천지류의 신공이었다. 만박노조는 가만히 모용운생을 보다가 말했다. '그렇다면 그 뒤의 부분들은 어떻게 되었느냐?'` 그는 오용운생의 말을 믿었다. 믿기는 하지만 내심의 놀람은 금할 수 없었다. 그는 모용운생의 .자질이 특출함에 놀라 아마도 모용운생이 그간 전심전력 만상신공 .을 수련했으니. 나머지 무공들은 터득하지 못했을 것으로 생각하 .고서 물었던 것이다. 그런데 모용운생이 가볍게 대답하는 말을 보라. '아마 나머지 것들은 겨우 응용은 할 수 있을 겁니다. ' 만박노조는 도저히 그 말을 믿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노부의 평생 심득을 겨우 닷새 만에 터득했다고? 말도 안 된 다1 "너 흑시 거짓말 아니냐?' 그리고 한참 만에 나온 그의 말 20 獨랄驚魂 모용운생은 만박노조의 말에 미미한 웃음을 떠올리며 대꾸했다. .'의심나는 곳이 있으면 시험을 해보시지요. ' 만박노조는 물끄러미 모용운생을 쳐다보더니 돌연 벼락같이 모 .용운생의 화개혈 (華蓋穴)을 노리고 일장을 뻗어 내었다. 그 속도와 .초식의 기오(奇奧)함은 비할 바가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모용운생은 추호도 당황하지 않고 앉은 자세에서 그대로 일장을 맞받아 갈겨 갔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것은 만박노조가 전 개한 것과 그 초식이 똑같았다. 딱! 두 사람의 손길이 맞부딪치면서 방안에는 갑자기 일진광퐁이 소 용돌이치면서 일어났다. 그러나 마주한 두 사람은 끄떡도 하지 않고 앉아 있었다. 모용운생의 어깨가 조금 흔들릴 따름이었다. 만박노조 위송령이 신음을 토해 내었다. '너의 춘운사전(불雲卞履) 의 일초는 이미 팔 성 이상의 조예가 있구나!' 만박노조는 믿고 싶지가 않았지만 눈요에 사실이 엄연히 존재하 고 있는데야 믿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 춘운사전의 일초는 세상에서 통용되는 것처럼 겉보기에는 대 단히 평범한 초식인 것 같았지만 실은 대라수 증의 절초로써 매우 까다로운 것이었다. 그런데 그러한 초식을 모용운생이 대번에 정 확하게 펼쳐 내는 것을 보니 이젠 모용운생의 말을 믿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만박노조가 중얼거렸다. '노부가 네 능력을 과소평가했구나 네 자질은 강가 계집애 보다 뛰어난 것 같다.' 그의 말은 애매모호해서 칭찬을 하는 건지 애석하게 여기는 것 千秋之恨 1 인지 일시지간에 알 수가 없었다 모용운생은 그가 생각에 잠겨 있는 듯함을 보고는 잠시 기다렸 다가 물었다. '혈해보도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만박노조는 자신의 실태를 깨달은 듯 평정을 혈해보도를 꺼내어 모용운생에게 주면서 말했다. 회복하고 품속에서 '이것은 노부가 보기에 완전한 혈해보도가 아니고 사본이 아니 면 부본(副회)인 것 같다. 그 까닭은 .." 만박노조는 이곳저곳을 가리키면서 혈해보도에 종횡으로 그어진 혈선들에 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과연 조그마한 혈해보도 하나 는 복잡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 설명은 근 한 시진이나 계 .속딕였는뎌 용운생은 그저시야 혈해보도에 관해 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막상 혈해라고 쓰억진 가운데 부분으로 서 어느 정도 이 모두 막혀 전혀 들어갈 곳이 없었다. 들어가는 통로는 '알겠나? 노부는 바로 이 점 때문에 이 지도? 좀 잘못되었다고 느낀단 말이야. 무슨 다른 까닭이 있는 고 가 보았지만 그런 것도 없었 모용운생도 한참을 들여 다보았지만 도무지 짐작할 수가 없었다. 하긴 설명을 한 가. 만박노조가 알지 못하는데 그 가 어찌 알 수 있겠는 그리고 그러한 추측은 오히려 옳게 맞아 들어갔다. 우연히 절정검마 종경을 만난 소수미혼녀는 타고난 을 억제하지 못하고 그의 남성다움에 끌려서 그와 관 았던 것이다. 탕부의 기질 계를 맺고 말 참 무림군자는 나중에 이것을 알고 격분하였으나 군자답게 화를 으며 천룡상인에게 증인이 되기를 요청하고 마침내 정사쌍존과 무 .림군자 그리고 소수미혼녀의 사자대면이 이루어졌다. 만박노조는 여기까지 얘기하고 나더니 심각하게 입을 열었다. ..노부는 그 계집애가 그들과 황산의 천도봉에서 만나기로 했다 는 소릴 듣고는 그 계집애를 잡기 위해서 밤낮을 쉬지 않고 그곳으 .로 달려갔었지' 모용운생은 만박노조가 말끝을 흐리자 물었다 '한걸음 늦으셨습니까?' 만박노조는 모용운생을 쳐다보더니 말했다. ,바로 맞혔다. 노부가 그곳에 도착했을 때는 아무도 만 격투한 흔적과 핏자국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지.' 없었다. 다 만박노조 위송령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짐하듯 말했다. ..괴이쩍은 것은 그들이 만나기로 약속한 시간은 미시(未時) 였는 .데 노부가 그 자리에 도착한 것은 미시가 된 지 채 한식경도 되지 .않았단 말이거든. 바닥의 싸운 흔적으로 봐서 그들이 싸웠다면 도 .저히 그토록 빨리 모든 게 끝날 수가 없었단 말이야 ' 부르르 떨 돌연, 모용운생이 공포스러운 생각이 떠오른 듯 몸을 더니 외쳤다. '그렇다면 누군가 제삼자가?' ,맞아! 그떻게밖에 생각될 수가 없지. 그러나 것이 도대체 어느 누구가 정사쌍존과 무림군자 그것도 믿기 힘든 등의 당세 제일의 204 고수들을 단번에 수습할 능력이 있을 수 있겠나?" 만박노조는 백미를 다시 찌푸렸다. 그의 표정으로 보아 그는 이 문제로 상당히 고심한 것 같았다. '노부가 생각하기에는 천부귀옹을 제외하고는 천하에 그런 능력 을 지닌 사람은 결코 없단 말이거든 모용운생이 물었다. '그럼 천부귀옹 노선배님이라면 그 네 사람을 한꺼번에 제지할 느겅이 이다 삼일딘?' '그거야 물론이지 ! 그의 진공실학은 이미 노부도 상상할 수 없 을 지경이거든.' 만박노조 위송령이 당연한 듯 말했다. '그럼 혹시 정말로 그분이 그곳에 나타나신 것이 아닐까요?' 이 말에 만박노조는 깜짝 놀란 듯 멍청해지더니 중얼거렸다. '노부는 그가 역경에 처해 있다고만 생각했지, 그가 나타날 수 도 있다는 것을 미처 계산하지 못했구나 ' 모용운생은 상황이 점점 복잡하여 단서를 찾기 힘듦을 느끼고 화=를 돌렸다 . "그런데 혈해보도에 지시된 곳이 어딘지 아시겠습니까?' 만박노조는 깜박 잊었다는 듯 말을 했다. '하마터면 노부가 잊을 뻔했군! 그 지도를 자세히 보면 종횡으 로 교차된 혈선들이 조금씩 번진 것 같은 곳이 있어. 그걸 크게 연 .결해 보면 은연증에 한 폭의 산세도가 형성되는데 앞의 혈선들 때 .문에 그게 어딘지는 당장 확실히 알 수는 없으니 잘 연구해 보도록 .해라.' 모용운생이 보니 과연 혈선들이 종횡으로 교차된 점들이 모이고 번진 것 같은 것들이 은연중에 하나의 산세도를 이루고 있음을 보 .고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干秋之恨 205 기 시 도대체가 이토록 복잡한 도면을 그린다는 것도 힘드는데 그 운데에 다시 산세도를 삽입했으니, 천부귀옹이 이 혈해보도를 마 .들 때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다는 말일까. 딘 '참으로 대단한 능력이다' 마침내 모용운생이 신음을 내뱉었다 그때 한 그림자가 일렁이더니 모용운생이 동이 들어왔다. 처음 을 때 본 그 도 만박노조 위송령은 모용운생에게 말했다. '네가 떠날 차비가 되었나 보다. 이제 그만 가도록 해라.' 모용운생은 조금 전 도동이 들어을 때 쓴 신법을 보고 그 도동 의 실력이 매우 고강함을 알 수 있었다. 비해 매우 대단한 '이 소형제는 노선배님의 제자입니까? 나이에 무공을 지닌 것 같습니다,' 만박노조가 혀를 찼다. '그놈의 자질은 매우 좋은데 서 말이지 ' 도동은 그 말이 들리지 않는 말이 없다고 생각했던 그였다. 안타깝게도 선천적인 농아(聲啞)라 듯 무표정하게 서 있었다. 어쩐지 이히헝 - 멀리서 백룡신구의 울음이 들려 왔다. 모용운생이 허리를 굽히며 길게 읍을 했다. '여러 가지로 너무 감사했습니다. 이만 떠나겠습니다.' 만박노조는 소매를 혼들어 경력을 뿜어 내어 모용운생이 몸을 구부리지 못하게 하며 말했다. '예는 필요없다, 일어나거라.' 순칸, 말하던 만박노조의 안색이 변했다. 모용운생의 몸이 부르르 떨더니 놀랍게도 천천히 허리를 굽혀서 206 8 그에게 절을 하고 몸을 일으켰던 것이다. '이게 어떻게 된 것이지? 지난번에는 내 오 성 공력도 제대로 받지 못하더니, 이번에는 팔 성이나 공력을 일으켰는데도 오히 려 이 녀석이 그때 공력을 숨겼다는 말인가?'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 모용운생이 말하자 만박노조가 손을 흔들며 대꾸했다. '그럴 필요 없다. 노부도 직접 나서서 일을 조사해 볼 작정인즉 .우리 강호에서 다시 보자.' '알겠습니다. 그럼 옥체보중하십시오." 획 ! 말을 마친 모용운생의 몸은 일진 미퐁과 함께 그 자리에서 사라 .졌다. 만박노조가 눈을 휘둥그떻게 떴다. '축지신행. 정녕 저놈이 노부의 모든 것을 깨달았단 말인가? 으 .음 천재 밑에는 천재만 생기는가 핏줄은 속일 수가 없다 는 것일까 ' 증얼거리는 그의 안색에는 까닭 모를 우수가 서렸다. 千秋之恨 2? 賓 十 章 혼 들 리 는 武 林 드프심한 것이 세월이라. 세월은 흐르는 강물인 양 끊임없이 흐르고흘렀다. 모용운생이 .기산을 떠난 지도 어느새 석 달 가량이 지났다. 그 동안 모용운생은 잠시도 쉬지 않고 백룡신구를 달려 천하의 .명산을 두루 돌아다녔다. 혈해보도에 새겨진 산세를 찾기 위째서 .였다. 하지만 모두 헛수고였다. 결국 모용운생은 그것이 어리석은 .일임을 깨닫게 되었다. 이러한 일은 인연이 닿아야지 억지로 되는 것이 아닌 까닭이다. 인연이 닿는다면 첫걸음한 곳이 바로 그곳일 수도 있겠지만 인연 .이 없다면 천하를 누벼도 결국 찾을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헛수고만 한 것도 아니었다. 모용운생은 원래 속가제일의 검도고수라 할 수 있는 절정검마의 .무공과 불가제일이라는 천룡상인. 그리고 근래에는 도가의 무학을 .만박노조에게서 전해 받아 삼가(三家) 의 정수(舊혜를 한몸에 지닌 .상태였다. 千秘之恨 2 한마디로 일신에 지닌 무공이 매우 복잡했다. 그는 그러한 무공, 불가(佛家)와 도가(舊家) 그리고 속가(俗家) .의 무공을 종합하여 새로운 경지에 눈을 뜨고 있었다. 수없는 지천 .(支川) 들이 모여 결국 대해 (大海) 가 되듯이 그의 무공 또한 이제 .그러한 경지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루하루가 달라지고 있는 것이 지금의 그였다. 다시 말해서 그는 이미 몇 달 전의 모용운생이 아닌 것이다. 자신의 무공에 대해 어느 정도 자신이 서자, 모용운생은 무진교 의 총단을 찾아 보기로 마음먹었다. 그의 신상 내력에서부터 시작해서 당금 강호의 혼란상까지. 그 모든 것의 열쇠는 소수미혼녀 강옥지가 쥐고 있었다. 일시지간에 혈해를 찾아 낼 수 없는 이상. 역시 가장 빠른 방법은 무진교주가 과연 소수미흔녀인지를 확인하는 것이라 할 수 있었다. 모용운생이 노산에 도착했을 때는 찬란한 노을이 노산을 온통 뒤덮기 시작할 때였다. 산속의 밤은 순식간에 찾아온다. 그 밤을 말을 타고. 더구나 무엇을 수색한다고 하는 것은 어불 성설이다. 그는 오백 리 길을 단숨에 달려왔으므로 피로한 백룡신 구를 한 계곡에다 쉴 수 있도록 풀어 놓고는 노산의 깊은 곳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의 신형은 마치 바람과 같아서 풀잎을 밟으며 달리는데 그 신 속함은 가히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였다, 비운축영의 경공과 만 박노조의 축지신행술이 하나로 어울린 결과였다. 모용운생이 수색을 시작한 지 이미 한 시진 수많은 봉우리를 비조와 같이 넘으면서 사방을 수색했지만 그 어느 곳에서도 무진교의 총단을 찾을 수가 없었다. 기실, 겨우 한 212 8 시진의 수색으로 무진교의 총단을 찾을 수 있으리라는 순박한 기 대는 아예 처음부터 한 적도 없었다. 모용운생은 한 봉우리 위에 올라섰다 노을이 이미 지고 어둠이 사방으로 빠르게 퍼져 나가고 있었다. '역시 이런 식으로 수색을 하다가는 언제 저들의 총단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지 응?' 미간을 찡그리고서 주위를 둘러보던 모용운생이 문득 숨을 멈추 고 귀를 기울였다. 어디선가 싸우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기 때문 .이다. 서북 방향에서 뭔가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그가 시력을 집중하자, 과연 그쪽에서 뭔가가 움직이고 있는 것 이 언뜻 보였다. 그쪽은 가파른 산길이었다. 거의 절벽이나 다름없었다. 가볍게 숨을 고른 모용운생은 그대로 땅을 박차고 날아올랐다 그리고 공중에 뜬 그는 반 바퀴를 빙글 돌더니 머리를 아래로 하고 .서 바로 봉우리 아래로 내려 꽂히기 시작했다. 수백 장 아래의 산봉으로 그대로 뛰어내린다면 제아무리 모용운 생의 경공이 경인지경이라 할지라도 분신쇄골(料身碎骨)은 면하기 .어려울 것이었다. 까마득히 보이던 산봉의 아래는 순식간에 눈앞으로 뛰쳐 들어왔 다. 지면과 오륙십 장을 남겨 놓았을 때. 그의 몸은 팽이와 같이 .회전하기 시작했다. 그 속도는 점점 빨라져서 떨어져 내리는 가속 .을 완화시켰고, 지면과 십 장 가량 되는 거리에 도달했을 때에는 .거의 공중에 등실 떠 있는 상태가 되었다. 모용운생은 허공에서 이미 소리가 들리는 곳의 방향을 잡고 떨 어졌으므로 그의 시선 아래에는 한 떼의 인영이 쫓기고 쫓는 것이 .보이고 있었다. 쫓기는 것은 왜소한 인영 하나인데 사방에서 홍의인들이 에워싸 千料之恨 213 고 쫓아오고 있어 그가 포위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더구나 그 인 .영은 오래 전부터 쫓긴 듯이 부상을 입은 듯 한쪽 다리를 절룩거리 .고 있었다, 게다가 그 뒤 겨우 이 장 정도의 거리에서 흥의인영 둘이 허공 을 가로지르며 그를 향해 날아들고 있는 중이었다. '게 서지 못하겠느냐?' 앞서가던 인영은 이미 도망치기 틀린 것을 안 듯이 갑자기 고함 을 지르면서 돌아서 덮쳐 오는 두 홍의인에게 마주쳐 갔다 펑! 순식간에 일초의 맞겨룸이 일어났고. 두 흥의인이 비틀하며 물 러섰다. 하지만 도주하던 왜소한 인영은 중심을 잡지 못하고서 비 .틀거리면서 두어 걸음 물러섯다. 그 순간에 대여섯 명의 홍의인이 이미 그를 공격해 오고 있었다 '이런 개 같은 일이 생기다니 1 왜소한 인영이 이를 갈면서 이판사판 홍의인들에게 덮쳐 갔다. 그런데, 그 순간이었다. 펑! 퍼-엉! '으아악-" '-윽' 폭음과 비명이 연거푸 터져 나오면서 그를 덮쳐 오던 홍의인들 이 폭풍을 만난 가랑잊처럼 사방으로 휩겨져 날아가는 것이 아닌 .가. 덮쳐 가던 왜소한 인영이 얼떨떨해서 신형을 멈추는 순간에 일 진 미풍이 일어나면서 모용운생이 천신이 하강하듯 혹의유삼(黑衣 .儒머)을 펄럭이면서 그 앞에 떨어져 내렸다. '모선배. 별고없습니까?' 패소한 인영은 바로 탈천무영신투 모부재였다. 그는 이미 적지 24 않은 낭패를 당한 듯이 긴 다리를 절룩이고 옷에도 핏자국이 적지 .않았다 모부재는 모용운생임을 확인하고는 깜짝 놀라 외켰다. '이게 누구야? 아니. 그 동안 어디에 있었기에 그토록 소식이 없었단 말이냐?' 뒤쫓아오던 흥의인들은 난데없는 강적의 출현에 주춤했지만 수 효가 많은지라 순식간에 밀물처럼 장내로 밀려들면서 원을 이루면 .서 그들을 둘러쌌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한 홍의인이 나찹다가 모용운생을 발견하 고는 안색이 돌변해 부르짖었다 '내 냉심무정 !' 모용운생이 보니 그는 지난번에 그에게 팔을 잃은 천룡령주였 다. '오랜만이군, 이거야말로 불감청이언정 고소원이라는 말이 생각 나는 만남인걸그래?' 모용운생이 예의 냉막머 얼굴에 싸늘한 미소를 떠올리면서 성큼 천룡령주에게 한 발 다가갔다. 천룡령주는 모용운생이 슬쩍 어깨를 비틀자 어느새 자신의 앞에 도착해 있음을 보고 사색이 되어 뒤로 몸을 날리며 외쳤다. '저놈을 공격해라! 그 말과 동시에 천룡령주 옆에 있던 세 명의 홍의인이 제각기 칼을 휘두르며 모용운생에게 덮쳐 왔다. 그들의 신수는 모두 일대 .고수임에 분명함을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흥!' 그러나, 냉막한 코웃음 소리가 들리는 순간에 둔탁한 소리가 일 어나면서 세 명의 흥의인들은 채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피를 뚜리 .며 나뜀굴고 말았다. 千탄之恨 215 그리고 모용운생의 몸은 여전히 바람처럼 천룡령주를 쫓아가고 있었다. 천룡령주는 그 광경에 흔비백산하여 제정신이 아니었디. '저놈이 도대체 어디서 나타난 거야? 그리고 저 무서운 무공은 대체' 그는 더 이상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모용운생이 이미 그의 앞에 도달하여 비스듬히 그의 가슴을 잡 아왔기 때문이다. 그 초식은 기오난측하여 도대체 어찧게 막아야 .할는지조차 알 수가 없었다. '미친놈1 너무 광망하구나' 다급한 한소리 호통과 함께 천룡령주의 검이 무서운 속도로 모 용운생에게 덮쳐 들었다. 검세의 악랄함은 간담이 서늘해질 정도 .였다. 하지만 모용운생의 입에서 터져 나온 것은 냉소. '뻥흔참이로군.' 챙! '으악!' 한 줄기 빛이 허공으로 솟아오르며 천룡령주가 처절한 비명과 함께 단 일합에 검을 놓치면서 나윙굴었다. 그는 모옹운생의 일격 .에 가슴을 얻어맞고 선지피를 토해 내곤 싱러져 일어날 줄을 몰랐 .다. 이러한 모용운생의 신위에 모부재는 대경실색하여 멍청히 그를 쳐다보았다. '도대체 지난 몇 달 동안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저 친구의 무공 이 이다지도 엄청나게 변했다는 말인가?' 그의 경악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때만 하더라도 모용운생은 천 룡령주의 경흔참에 검을 뽑아야 대항할 수가 있었던 것이다. 2 濁랑驚魂 '으-악" '으-아악-! 그 순간에도 단말마의 비명이 연달아 터져 나오면서 홍의인들은 마치 태퐁을 만난 짚단처럼 날아가고 있었다. 그 어느 누구도 모용 .운생의 일초지적이 되지 못했다. 주위를 둘러싸고 있던 이십여 명 .의 흥의인들은 순식간에 대여섯 명만이 남아 얼이 빠진 듯 도망갈 .생각도 못하고 공포에 질려 굳어져 있었다. 모용운생의 손이 다시 번뜩였다. 펑1 '으악-' 한 홍의인이 가슴을 부여잡으며 허공으로 곤두박질치면서 나가 떨어졌다. 피분수가 하늘을 덮었다. '악독하기 이를 데 없구나 손을 멈추지 못하겠느냐?' 모용운생이 다시 손을 쓰기 전에 우렁찬 호통이 터지면서 거대 한 홍영이 모용운생에게 덮쳐 왔다. 모용운생은 나타난 자의 무공이 천룡령주 등에 비할 바가 아님 을 직감했다. 그는 손을 뒤집으면서 상대에게 일장을 마주 쏟아 냈 .다. 펑 폭음이 터지면서 흙먼지가 피어올랐다. 모용운생과 흥영은 제각기 한걸음씩 진퇴되었다. 모용운생은 상대의 무공이 예상보다 더욱 고강함을 느키고 미간 을 약간 찡그린 채 물었다. '당신은 누구요?' 나타난 흥영은 거의 일 장이나 됨직한 거대한 체구에 두 눈이 퉁방울같이 튀어나와 희번덕거리는데, 눈에서 흉광(兇料이 이글 거리고 있어서 한눈에도 포악함을 느낄 수 있었다. 千秋之恨 27 그자는 징을 두드리는 듯한 커다란 음성으로 고함치듯이 소러쳤 다. '노부는 본 교의 호교구신 중의 제오신인 거령신 (쯔靈神)이시 다. 네놈이 바로 냉심무정이라는 애송이냐?" 모용운생이 싸늘히 웃었다. 그의 얼굴에 웃음이 떠오르는 순간에 모용운생의 신형은 이미 거령신의 삼 척 거리로 다가섰다. 그의 손은 어느새 비스듬히 거령 .신의 기해혈 (氣海穴)을 노리고 있었다. 그 속도는 가히 질풍신뢰와 .같아서 거령신은 안색이 급변하면서 다리를 치켜 들어 무릎으로 모용운생의 손을 쳐버리려고 했다. 응변(應變)은 거의 찰나간에 이루어졌디. 그러나, 모용운생의 손이 번쩍 뒤집어지더니 오히려 유성이 떨 어지듯 번개 같은 속도로 거령신의 무릎으로 떨어져 내렸다. 뚝! '와악' 거령신이 돼지 멱따듯 고함을 지르면서 캅자기 솥뚜껑 같은 손 으로 오용운생의 머리를 후려갈겼다. 그의 무릎은 방금의 타격으 로 슬개골이 부서졌을 것이 분명했다. 참흑한 고통에 그는 반사적으로 오용운생의 머리를 노린 것이 다. 그의 덩치는 가공하리만큼 컸지만 손을 쓰는 속도는 또한 놀랍 .도록 빨랐다. 쉭- 매서운 바람 소리와 함께 칼날 같은 경퐁이 허공을 갈랐다 모용운생은 어느새 일 장 가량 그 자리에서 비켜 서 있는데 원 래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 같이 태연자약하였다. 거령신은 인상을 일그러뜨린 채 엉거주춤 서 있는데 그의 무릎 은 피범벅이 되어 선혈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너무나 순식간의 변 .21 獨림驚魂 화에 거령신은 뭐가 어떻게 되는지도 모르고 당하고 만 셈이었다. .아마도 그의 한쪽 따리는 결코 원상복구할 수 없을 것이다. '네놈이 이토록 교활하다니! 이 찢어 죽일 놈 같으니!' 거령신은 이를 갈았다. 그 말에 모용운생이 차갑게 웃었다. '교활?본 공자는 너를 살려서 말을 전하고자 했는데 네 스스로 화를 자초하는구나! 어디 이번에는 본신의 실력을 다해 보아라 " .모용운생은 이번에는 천천히 거령신에게 다가서기 시작했다. 거령신은 모용운생의 몸에서 무서운 예기가 일어나 자신을 핍박 .해 옴을 느끼고 안색이 변해 벼락같이 고함을 지르며 지난날 천하 .를 휩쓸던 거령장을 전개해 전신의 공력을 다한 일장을 후려 내었 .다. 콰콰콰아아-! 솥뚜껑만한 손이 더욱 커지며 장세가 태풍이 몰아치는 것 같은 일어났다. 지난번 모용운생 앞에 나타났던 호교구신 중의 하나보 .다 더욱 대단했다. 모부재가 깜짝 놓라 외쳤다. '피해라! 그것은 거령장{토靈掌)이딩 맞받을 수 없어 하지만 모용운생은 그 말을 듣지 못한 듯이 태연자약하게 일장 을 마주 뻗어 내며 거령장에 부딪쳐 갔다. 그의 손은 거령신에 비 .해 그 크기가 겨우 반밖에 안 되어 무모하기 짝이 없어 보였다. 당 .랑거철(爐鄕舊微)이라는 말이 생각날 정도였다. 두 가닥의 장력이 막 부딪치려는 순간이었다. 돌연 모용운생의 손바닥에서 금빛이 번뜩이며 에 보이지도 않올 정도로 빨라졌다. 장세의 속도가 눈 빡 그리고 장세가 맞부딪치자 기이한 음향이 터져 나오며 경기가 卞秋之恨 219 사방으로 회오리치면서 쏟아져 나갔다. 린 것처럼 말려 피어올랐다. 흙먼지가 돌개바람에 휘말 모용운생은 비틀거리면서 두어 걸음 물러서더니 대번에 얼굴이 붉어졌다. '괜찮나?" 모부재는 그 광경에 놀라 다급히 모용운생에게 다가갔다. 반면에 거령신은 한걸음 물러서서 냉소를 지으며 뭐라고 입을 열려고 하다가 별안간 인상이 참흑히 일그러지더니 그의 입에서 처절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크아-악1' 동시에 그의 신형은 물고기를 잡아 패대기를 치듯이 홀쩍 허공 으로 반 장 가량 튀어올랐다가 떨어졌다. '틴 지축을 울리는 굉음. 흙먼지를 뒤집어쓴 채로 그는 전신을 퍼덕거렸다. 붉은 피가 흘러나오고 그의 온몸은 학질을 만난 듯이 키더니 눈을 까뒤집고는 이내 숨을 거두고 말았다. 칠공에서 검 경련을 일으 그의 두 눈은 도저히 이 상황을 믿을 수 없는 듯 있는데 눈에서도 피가 흘러나와 실로 참흑했다. 잔뜩 부릅뜨고 그 광경을 본 모부재는 몸서리를 쳤다. '도대체 이게 무슨 장공이기에 이토록 지독한가? 그는 믿을 수 없는 듯 모용운생을 보며 물었다 '그는 자신의 힘에 의해 오장육부가 파괴되어 죽은 겹니다, ' 모용운생은 간단히 대답했다. 지금 모용운생이 사용한 것은 바로 만상신공과 천룡전단신공이 합쳐진 힘이었다. 만상신공은 도가의 것으로 강유가 겸비되어 있었으나 엄밀히 따 2= 獨뿡驚魂 지면 음유(陰柔)한 성질에 가깝고 천룡전단신공은 불가의 것으로 역시 강유가 겸비된 것이지만 최상의 경지에 이르기 전까지는 양 강(陽剛)한 힘이 더욱 강하였다 천룡전단신공은 불가의 최상승신공인지라. 하약란과의 관계로 인해 동정을 잃어버린 그로서는 이제 최상의 경지에 도달할 수가 없게 된 상태였다. 그런데 만상신공이 그 부족한 것을 보조해 주게 .되자 호랑이에게 날개를 달아 준 격이 되었다. 비록 그 양대신공이 아직 완전히 하나가 된 것은 아니었지만 그 효용은 동정을 잃어버린 것을 보충해 주고도 남음이 있었다. 모용운생이 그 양대신공을 한꺼번에 일으키자 천룡전단신공의 강한 힘과 거령신의 강한 힘이 맞부딪치는 순간에 만상신공의 음 유한 힘이 뻗어 나가며 먼저 부딪힌 강한 힘 모두를 거령신의 내부 .로 반진(反震)시켜 버렸던 것이다. 일세의 고수 두 사람의 합격을 송두리째 내부에 받은 꼴이 되었 으니 제아무리 거령신이 통뼈라 한들 어떻게 견딜 수가 있었으랴! .그 안의 절묘(絶妙)를 어떻게 한 순간에 이해할 수 있겠는가 모부재가 쉽사리 이해가 되지 않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리는 순간 .에 주위에서 연달아 처절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모용운생이 주위에 남아 있다가 혼비백산해서 도주하는 나머지 흥의인들을 어느새 모조리 처치해 버린 것이다. '무섭군' 모부재가 부지중에 증얼거렸다. '너무 수단이 가흑하다고 생각합니까?' 모부재는 탄식을 하더니 몸을 날리며 말했다 '굳이 그떻게만 말할 수는 없겠지 ! 우선 이곳을 떠나자구.~ 모용운생은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그 뒤를 따랐다. 모부재는 자신이 무영신법을 최대로 펼쳐 내도 모용운생이 태연 .千秋之恨 221 하게 거리를 유지하며 따라오자 놀라 생각했다. 니 녀석의 무공은 그새 마치 다른 사람이 된 나 전의 무공만 해도 대단했는데 지금은...' 것 같이 달라졌구 '다리를 다치신 것 같군요?' 그의 옆으로 모용운생이 다가서면서 말했다 모부재가 이를 갈면서 대꾸했다. ..흥! 노부가 그놈들에게 암기를 맞지 않았다면 어떻게 그까짓 .조무래기들에게 잡히겠느냐?어젯밤 꿈에 운수가 사납더니' 투덜거려던 모부찌는 돌연 훌쩍 몸을 날려사 한 나무 위로 올라 .갔다. 모용운생이 뒤따라 올라가 보니 나뭇가지가 울창하억 바깥은 사 .방이 잘 내려다보이는데 안을 볼 수가 없고 게다가 가운데 구멍이 .뚫어져 몸을 숨기기에 더없이 적합한 장소였다. '아니 어떻게 이런 곳을 발견하셨습니까?" 모용운생이 신기한 듯이 물었다. 모부재가 히죽 웃으며 말했다 ,나 같은 사람은 언제나 달아날 구멍부터 먼저 봐두는 법이지 !" .모용운생은 그 말에 희미하게 웃었다. 하지만 이 묘한 곳이 하 를 살리게 될 줄을 그는 물론이고, 그 누구도 짐작하지 못했다. .긴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것이 사람이 아니던가. .아니, 그런데 도대체 그간 어디에 갔었는가? 어떻게 그렇게 소 식이 없어?지금 강호는 발칵 뒤집어져서 온통 아비규환인데" 오부재의 말에 모용운생의 얼굴이 가볍게 굳어졌다.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모용운생은 지난 석 달 동안 명산에서 명산으로 심산유곡(深山 .幽谷)만 찾아 헤매고 다녀서 과연 그 동안에 강호상에 어떠한 변동 .이 일어났는지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다. 2 獨脣驚魂 굳이 알아 보려고 했다면 알 수도 있었겠지만 마음의 여유가 없 었다고 하는 것이 옳았다. 그에게 있어 혈해를 찾는 것만큼 급한 것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오부재가 깁호의 정세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모용운생을 구하기 위해 구류방이 무진교를 공격하자 무진교에 서는 구류방의 존재를 의식하게 되었고. 이윽고는 전면적으로 구 류방을 공격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오대령주로 국한되어 있던 대외활동을 대대적으로 개시하여 강호 각파를 본격적으로 병탄하 기 시작했다. 그들의 위세는 하늘을 찌를 것 같아서 그 누구도 그들의 예봉을 막을 수가 없었다. 그들의 준비는 치밀하여 이미 각파에 첩자를 심 .어 두고 공격하게 되면 그들이 내부에서 호응하는 식이었으므로 사실상 승패는 공격하기도 전에 이미 결정되어 있었다. 맨 먼저 벼락을 맞은 것은 장춘곡이었다. 무림사곡의 하나로서 이름을 날리던 장춘곡은 순식간에 무진교 의 한 분단으로 흡수되어 무진교에 가입하는 자들의 휴식처가 되 고 말았다. 이렇게 굴복하는 자들은 그들의 한 분단으로 흡수되었지만 그렇 지 않고 대항하는 자들은 멸문지화(滅門之禍)를 당해 그 자리에는 .주촛돌 하나, 개미새끼 한 마리 남겨 두지 않았다. 그 예가 바로 공동과(꺼뻑야와 강호삼장(江湖三莊) 중의 하나인 노가장(路家料)이었다. 공동파는 구대문파 증의 하나였으나 하룻밤 사이에 피바다를 이 루고 장문인을 비롯한 공동파의 고수들은 모두 횡액을 면하지 못 .했다. 그리고 신권무적(神拳빼밉 노유중(路捨仲)을 비롯한 노가장 .의 사람 오백이십사 명은 무진교의 위협을 코웃음으로 무시했다가 .갓난아이까지 단 한 사람도 남지 않고 몰살을 당하고 말았다. 千恨 꼬 더구나 세상을 공포로 떨게 한 것은 그들을 몰살시킨 것이 일대 고수나 무림군단도 아니고 겨우 십여 명의 괴인에 불과했다는 것 .에 있었다. 그들은 사람도 아니라고 알려졌다. 도검(7?劍)이 불침 .하는 신체에 괴이한 소리로 조종되어 사람을 죽이는 괴물로써 귀 .신이라고 공포에 떠는 사람들도 있는 형편이었다. 모용운생이 나직이 신음을 토해 내었다 '환흔강시(還魂禮屍)로구나!' 모부재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공야늙은이도 그런 소리를 하더군, 우리 구류방에서도 그놈들 때문에 막대한 피해를 입었지. 이건 칼로 쑤셔도 도끼로 쳐 .도 들어가야 말이지? 날만 빠지더라니까 저번 십이혈룡들은 정말 로 맛보기더군. 끔찍한 놈들이야' 그는 생각만 해도 공포스러운지 부르르 몸서리를 쳤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강호 구대문파 증의 삼 개 파, 화산, 청성, 그리고 점창파는 겁을 집어먹고서 십 년 봉문(封門)을 선언하고는 .강호에서 발을 빼고 말았다 나머지 소림 등의 몇 개 파는 전전긍긍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그리하여 모용운생이 석 달 동안 강호를 떠난 사이에 천하정세 는 완전히 무진교의 손아귀에 놓이게 되었으며 독자적으로 활동하 .고 있는 방파는 겨우 개방과 구류방 등에 불과할 뿐이었다. 구류방주라는 이름은 갑자기 천하에 위명을 드날리며 곳곳에서 무진교에 타격을 주고 있지만 기실 그것은 상천기의 치밀한 작전 .에 의한 조그마한 승리에 불과했다. 주목할 것은 염왕전의 등장이었다. 무림 신홍세력 증의 하나인 염왕전은 신비에 싸인 문파였으나 일단 모습을 드러내자 강력한 세력을 과시하여 은연중에 무진교를 .견제하면서 이미 비룡장과 천독곡, 그리고 암기의 명문인 사천당 .224 濁심舊魂 가까지 확보하고 있었다. '그래서 요즘 강호는 무진교와 그것을 견제하는 염왕전과 구류 방과의 삼파전이 벌어지고 있는데 그 삼 파 모두가 너를 찾기에 혈 .안이 되어 있다. 그래. 그 동안 어딜 갔기에 그토록 소식이 없었느 .?" 모부재의 말에 모용운생은 얼떨떨한 눈빛으로 그를 보았다 '왜 나를 찾습니까? 혈해보도 때문입니까?' '그건 나도 모르겠는데, 방주의 말로는 그것이 이유의 전부는 아닌 것 같더군!' 모용운생은 모부재가 입은 쉬지 않으면서도 일방 다리에서 삼릉 정(三種釘) 하나를 빼내고 상처를 치료하는 것을 보고 있다가 말했 .다. '무슨 일로 저들에게 쫓기고 있었습니까? 흑, 무진교의 총단을 찾다가 발각이 나서?' 모부재가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찾다가가 아니라, 이미 찾았지! 찾는 거라면 천하에 누가 노부 를 따를 수가 있겠나? 오늘이 그 귀신소굴에 두 번째 들어갔다가 나오는 길이란 말이야!' 모부재는 품속에서 한 병의 약을 꺼내더니 말했다 '오늘은 그놈들이 교도(敎徒) 들의 정신을 빼놓고 괴물로 만드는 약을 흄쳐 왔지. 공야늙은이가 이것을 보면 어쩌면 해약을 만들 수 .있을 거다.' 의기 양양하여 눈을 반짝이면서 말하던 모부재가 문득 미간을 쩡그렸다. '한데 해약을 만들면 실흔마인들의 정신도 제대로 찾아을 수 있 을까?' 225 '이미 실혼마인이 된 사람들은 쉽지 않을 것 같군요. 그런데 무 진교의 총단은 어디쯤에 있습니까?' '왜?가보려고?" 모용운생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잠시 믈끄러미 모용운생을 보던 모부재는 고개를 끄떡였다. '말린다고 들을 사람이 아니지. 꼭 가보겠다면 오늘 바로 가도 록 하는 게 좋겠다." 모용운생이 의아하게 쳐다보자 모부재가 설명했다. '오늘 그놈들 총단에 숨어들었다가 알아 냈는데, 놈들의 총단 정예고수들이 총단을 떠나는 증이라고 하더군. 오늘밤이면 거의 오든 고수들이 떠난다고 하니까, 그만큼 정탐하기가 쉽지 않겠나?' .'그들이 무엇 때문에 총단을 비우면서 대거 출동한단 말입니 까? 모용운생의 말에 모부재가 자신의 머리를 탁 쳤다. '아차 그걸 잊고 있었군! 그놈들은 요즘 들어 사사건건 걸리는 염왕전을 기습할 작정이야 그걸 빨리 상방주에게 알려야 하는 데 노부는 급해서 얼른 갈 테니 볼일이 끝나거든 형양성의 안 백객잔(숯百느騷으로 와서 노부를 찾도록 해라!' 모부재는 총단의 사정을 자세히 설명해 주고는 그 자리를 떠나 려고 했다. 궁금한 것이 한둘이 아닌데도 일이 급한지라 눈물을 머 .금고 자리를 뜨려는 것이다. 그의 발길을 잡은 것은 모용운생이었다. '그날 황가장에서 상방주가 나를 구해 주었는데, 당시에 나와 같이 있던 신주옥룡과 철탑패권의 두 사람이 그때 어떻게 되었는 지 흑, 알지 못합니까?' 226 獨뿔澤魂 모부재는 미간을 찡그렸다. '그러잖아도 지냔번에 네가 그들의 소식을 물었다고 해서 상방 주를 비롯해서 여러 사람이 알아 보았는데. 그 이후에 그들을 본 사람은 어디에도 없었다.' '아무도 없다고' 부지중에 모용운생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그날 상방주와 방내의 고수들이 본 것은 너뿐이었다는 것으로 보아. 어쩌면 그들은 무진교에 잡혀 있을지도 모르지.' 그떻다면 그가 무진교에 들어가야 할 이유가 또 하나 늘어난 셈 이었다. '몸조심해라!' 그가 입을 다물고 있음을 본 모부재가 그의 어깨를 툭 쳤다. 모 용운생은 그에게 무슨 말인가 더 할 듯이 하다가 묵묵히 고개를 끄 .떡여 그를 전송했다. 그의 모습은 순식간에 숲의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약란' 모용운생이 나지막이 증얼거렸다. 원래 그는 하약란의 종적에 대해 구류방주에게 조사를 부탁하려 고 했다. 하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개인적인 일을, 더구나 여자의 .행방을 알아 달라고 한다는 것은 그리 바람직한 것은 아닌 듯해서 .망설이는 순간에 모부재는 이미 사라져 버린 것이다. 나직이 한숨 쉰 그는 모부재와는 반대 방향으로 몸을 날렸다. 쿠쿠쿠 지축을 뒤흔드는 핑음과 함께 물보라가 일어난다. 千料之恨 2 억겁의 세월을 그렇게 흘러내린 물줄기의 흐름은 바위를 셍고 길을 만들면서 그떻게 곤두박질쳤다. 노산 깊숙한 계곡에는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은 거대한 폭포 하 나가 있었다, 그리고 그 폭포 주위에는 저아지른 벼랑이 병풍처럼 .둘러 서 있고 그 험악합은 세상에 보기 드물 정도였다. 나는 새만 .이 그 벼랑을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무진교의 총단은 바로 그 벼랑의 뒤에 은밀히 자리잡고 있었다. 숲은 짙고 어둡다. 총단이 위치한 곳은 그 짙은 숲과 험악한 지형 .으로 천험의 요지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모용운생은 이미 총단의 내부로 숨어들고 있었다 '참으로 험악하고 은밀하기 이를 데 없구나. 모선배가 아니었으 면 고생만 하고 찾지도 못할 뻔했다!` 모용운생의 신법은 신속하고도 은밀하기 이를 데 없어서 무진교 에서 설치한 비밀초소를 순식간에 교묘히 돌파하고 있었다. 모부 .재가 상황을 알려 준 덕도 있지만 이미 모부재보다 월등한 경공을 .지닌 모용운생인지라, 잠입은 의외로 쉬웠다. 일단 내부에 진입하게 되자 경색이 일변했다. 시야가 탁 트인 대단히 넓은 골짜기가 눈에 들어왔으며. 연이어 화려한 건물들이 등을 맞대고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서 있었다. 무 .진교의 총단은 뜻밖에도 화려하여 한 채의 건물과 건물 사이에는 반드시 기화이초가 심어진 화단이 만들어져 있었고 담장이 이어진 .곳곳에는 가산과 연못, 그리고 누각과 구름다리가 각 건물을 잇는 .등 황궁 못지않은 화려의 극치로 치장하고 있었다. '최소한 겉으로 보기에는 전혀 귀기 (鬼氣) 가 풍기는 곳은 없 군' 모용운생이 냉소하며 한 건물에 몸을 붙였다. 28 獨프澤魂 지금 모용운생이 있는 곳은 전원의 끝이었으며 모부재가 들어왔 던 곳의 끝이기도 했다. 그것은 여기서부터는 순전히 모용운생의 .독자적인 힘으로 뚫고 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다. 신중해야만 했다. 모용운생은 호흡을 죽이고 상대를 찾았다. 있었다 모용운생이 넘어 가려는 담장 뒤에서 극히 경미한 숨소리가 들 리고 있었다. 숨소리로 보아서 내가의 고수가 틀림없었다. 일단 위치를 확보하자 모용운생의 몸은 마치 구름이 떠올라 날 아가듯 가볍고도 빠르게 담을 넘어 들어갔다. 동시에 그의 손에서는 한 줄기 지풍이 쏘아져 나가서 잠복해 있 .던 자의 혼혈을 찔렀다. 그 속도와 정확함은 번갯불과 같아서 잠복 .해 있던 무진교의 고수는 누가 나타난 것인지도 모르고서 두 눈을 .크게 뜨고는 그대로 기절해 버리고 말았다. 그 순간. 가벼운 옷자락 스치는 소리가 들려 왔다. 모용운생은 놀라 급히 잠복한 자의 멱살을 잡아 담장에다 기대 놓고는 옆에 몸을 숨겼다 다음 순간에 흑의인영 하나가 거기에 나타났다. 그는 고개를 처박고서 담장에 기대고 있는 자를 발견하자 일순, 어이가 없는 듯했다. '구호! 감히 네놈이 졸고 있다니, 죽고 싶은 거냐?' 혹의인은 쓰러진 자의 멱살을 잡아쥐다가 아무런 반응이 없자 불길한 예감을 느끼고 소리치려고 했다. 그 순간, 그의 아혈(啞穴) .과 허리의 장문혈(章門穴)이 뜨끔하더니 움직일 수도 말할 수도 없 .게 되어 버렸다 모용운생이 그를 바위 뒤의 그늘로 끌어들이며 전음입밀의 방법 으로 말했다. [던쏘恨 ]꼬 교주가 거처하는 내궁이 어디에 있느냐?' 모용운생이 여전히 그의 등뒤에 있으면서 말하자 흑의인은 냉소 하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모용운생은 처음부터 그가 한번의 물음으로 대꾸하리라는 생각 은 한 적이 없었다. 이미 예견했었다는 듯이 그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서 그의 어깨를 뒤에서 움켜쥐었다. 그의 손을 통해 노도와 같 .은 진력이 쏟아져 나가면서 흑의인의 전신의 골격을 어긋나게 만 들었다. '네가 이 역기착골(逆氣짧룹)의 수법을 견딜 수 있다면 그냥 놓아 .주마' 뚝뚝 소리가 들리면서 흑의인의 전신이 마구 떨리기 시작했다. 신음이 콧소리로 삐져 나왔다. 진땀이 비 오듯 흘렀다. 흑의인은 불과 반 각을 견디지 못하고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 '말해라" 모용운생은 그의 아혈을 풀어 주었다. 혹의인은 모습도 보이지 않고 등뒤에서 자신을 마음대로 요리하 는 상대에게 극도로 두려움을 느낀 듯 더듬거리며 입을 열었다. '내궁은 바로 후원 안쪽 담장 안에 있는 제일 큰 누각이오. 당 신이 누구며 어, 어떻게 여기까지 들어왔는지는 모르겠지만 도저 .히 그곳에는 들어갈 수 없을 것이오.' 내궁은 어떤 자들이 경계하고 있느냐?' '알 수 없소. 그러나 경비하는 사람보다 기관이 더욱 무서워 내 .궁에 간다는 것은 자살행위 " 모용운생은 더 이상 들을 것이 없음을 알자, 흑의인의 혈도를 눌러 버리고는 몸을 날렸다. 내궁{內불)은 무진교의 총단의 심장부라 할 수 있었다, 230 獨렐驚魂 그런 만큼 경비도 삼엄했고. 다른 곳과는 달리 다시 담장이 높 .아서 시야를 막고 있었다. 하지만 교주의 거처라는 큰 누각은 무려 .오층이나 되어 담장 밖에서도 그 위용이 돋보였다. 무진교가 이곳에다 얼마 만한 심혈(,} 을 기울였는지 한눈에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보보살기(步步殺氣) 초목개병(草水샴兵) 내궁의 상태야말로 더 이상 다른 말로 형용이 불가능했다. 사방에 고수가 잠복해서 침입자를 경계하고 있었고 곳곳에 함정 과 기관이 설치되어 있는 것 같았다. 뿐만 아니라, 건물들의 배치 .에도 현기가 어려 있는 듯했다. 설흑, 무사히 내궁에 잠입한다 하더라도 그 오층누각 어디에 무 진교주가 있는지 알아 내기란 쉽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때마침 하늘이 칠흑과 같이 컴컴해졌다. 눈이라도 오려 는 듯했다. 하늘의 도움에 다름이 아니었다. 모용운생의 흑의는 자 .연히 뛰어난 보호색이 되어 남의 시선을 가릴 것이다. 획- 모용운생의 몸이 가벼운 바람 소리와 함께 날아올랐다 지금 모용운생은 전력으로 몸을 날렸으므로 그 속도는 시위를 떠난 화살과도 같아 눈에 보이지도 않는 사이에 어느새 삼십사오 장의 거리를 가로질렀고, 그 다음에는 누각의 삼층으로 올라서고 있었다. 믿지 못할 정도의 신법이었다. 그가 누각에 올라 처마에 바짝 엎드리자, 그가 지나온 곳에서 획획, 소리와 함께 몇 개의 인영이 나타나 눈빛을 번뜩이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처럼 조심하고 지형지물을 이용하면서 몸을 날렸음에도 감시 千秋之恨 헌1 자들의 눈을 다 피해 내지는 못한 것이다. 잠시 숨을 죽이고 엎드려 있던 모용운생은 감시자들이 다시 잠 복했던 곳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는 가볍게 몸을 날려 누각의 사 .층 지붕으로 올라섰다. 쉬운 듯한 상황이었지만 그의 무공이 지금 .의 경지에 이르러 있지 않았다면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그는 무진교주가 필시 누각의 맨 꼭대기에 있을 것으로 생각하 고 있었다. '무진교주가 소수미혼녀라면 그녀의 공력은 지금의 나보다 결코 낮지 않을 것이다. 그런 상대를 얕보는 것은 자살행위나 마찬가지 .이다.' 모용운생은 생각을 굴리며 곁에 있는 덧문이 닫힌 창문에 손을 댔다. 그는 이미 그 창문에도 기묘한 기관장치가 붙어 있음을 알' .-보았다, 함부로 문을 연다면 틀림없이 자신의 행적이 드러나고 말 .-것이었다 그의 손이 허공을 격하고 창문 주위에서 몇 번 움직였다. 그러자 덧문이 가루가 되어 스르르 허물어져 버렸다. 이러 한 격공멸진 (漏空減慶)의 공력은 실로 최상의 내가공력의 뒷받침 .-이 없이는 엄두도 내지 못할 일이었다. 안에서 창문을 걸고 있던 문고리가 가볍게 젖혀졌다. 그가 밖에 서 진기로써 문고리를 연 것이다. 강제로 부술 수도 있지만 그것은 .-전혀 쓸데없는 일이었다. 모용운생은 가볍게 열린 창문을 통해 안으로 날아 들어갔다. 지금 그의 신법은 최상의 경지에 달해서 한 줄기 미풍에 의지해 서도 몸을 날릴 수 있었다 모든 것이 만상신공과 천룡전단신공의 조화에 의한 것이었다. 모용운생은 땅에 내려서지 않고 주위를 가볍게 훌어보고는 허공 252 獨온驚魂 에 둥등 뜬 채로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이것은 어기부운(御氣浮雲) 의 절정경공으로 전에는 공력이 라 알고서도 펼쳐 내지 못했던 것이었다. 지금 그의 유령과도 같았다 모습은 씨 밖은 과연 모용운생의 계산대로 복도였으며 그 끝에는 제오층으 로 통하는 계단이 보였다. 그는 상대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서 계단 .-을 통해서 오층으로 올라갈 작정이었다. 모용운생은 허공을 휘저으며 등둥 떠서 계단을 통해 오층으로 올라갔다. 이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인지라 전진하는 그의 얼굴에 .-도 긴장된 빛이 서려 있었다. 그는 지난번 만박노조에게서 혈해보도의 기관진도에 관한 설명 을 들은 뒤로 기관(機關)에 대해 일가견을 가지게 되었다. 모용운생은 복도와 계단페 악독한 기관이 장치되어 있음을 느끼 고 공력의 소모를 무릅쓰고 최상의 경공법을 시전하여 허공을 날 .-아가고 있는 것이다. 모용운생이 시전한 어기부운은 워낙 가볍기 때문에 전혀 아무런 .-기척도 없었고 무진교에서도 기관의 무서움을 믿고 있는 듯 누각 .-내부에는 감시자도 없었다. 모용운생은 오충에는 기관매복이 없음을 확인하고 슬그머니 쭉 뻗어 있는 복도의 가운데 지점에 낙엽처럼 내렸다. 그는 그 자리에 .-선 채로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눈을 감은 채 공력을 운행했다 곧 그의 영대(靈홀)는 맑아지기 시작했으며 백 장 이내의 것은 모두 그의 이목을 벗어날 수 없게 되었다. 모든 , .1 모용운생의 얼굴에 의흑이 떠올랐다. 이 오층에는 아무도 살지 않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지금 그의 전공력은 모두 천청대법 (天聽大法)을 전개하는 데 투 애뻣恨25 입되고 있어서 심지어 개미가 움직이는 소리도 모두 들을 수 있는 .-데 전혀 아무런 기척이 없었던 것이다 이윽고 한식경 가량이 다시 지났다. 모용운생은 여전히 석상과 같이 움직이지 않고 서 있었다. 만약 함부로 수색하다가 자신의 기척이 상대에게 먼저 알려진다 면 결코 좋은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의 이러한 수색 방법은 오 .-히려 더 뛰어난 점이 있었다. 누가 어디에 있더라도 그의 이목을 꾀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 다. 다시 한식경이 홀렀다. 마침내 모용운생은 이 오층에는 사람이 없는 것으로 단정하고 공력을 풀려고 했다. 그 순간이었다. 그의 귓전에 거의 들릴 듯 말 듯한 숨소리가 들 리는 것이 아닌가? 모용운생의 얼굴에 당흑의 빛이 떠올랐다. 그의 신형이 그 자리 에서 굳어졌다. '분명히 숨소리 같았는데?' 모용운생은 전신의 공력을 모두 끌어올리면서 천청대법을 전개 했다. 이번에는 숨소리가 들린 것으로 느낀 이십 장 주위에 신경을 .-집중시켰으므로 모든 것이 더욱 뚜렷이 들려 왔다. 그러나 다시 한식경이 지나도 사람의 기척은 없었다. '괴이하군1 내가 잘못 들었단 말인가?그럴 리가' 모용운생은 중얼거리다가 몸이 바짝 긴장되었다. 다시 숨소리가 들린 것이다. 그 숨소리는 어찌나 미약한지 모용운생이 전심전력 신경을 쓰지 않았으면 도저히 숨소리로 단정할 수 없는 그런 것이었다. 만약 그 .-것이 정말 숨소리라면 상대의 공력이 얼마나 고강한지 실로 가늠 24 獨람驚魂 조차 어려운 것이 아닐 수 없었다. 모용운생은 최대한의 빠르기와 가벼움으로 숨소리가 들린 방의 문앞에 다가섰다. 다음 순간. 모용운생은 번개같이 방문을 밀어젖히며 안으로 뛰 어들었다. '아!' 그리고 모용운생은 너무도 뜻밖의 광경에 자신도 모르게 나지막 이 탄성을 토해 내며 한걸음 물러섰다. 쭈전:1쿄 25 策 十 2 롭 悽 絶 한 피 바 다 국능싣처(九重深處) , 신비의 절지 (料빠라고 불리는 무진교의 내궁인 오층누각. 비록 그 이름조차 무엇인지 알 수 없지만 누각의 전체에는 당겨 진 활처럼 팽팽한 긴장이 흐르고 있었다. 누각으로 오르는 층 곳곳 .-에는 감시자와 기관이 첩첩하여 외부인의 발길을 막는다. 오용운생이 비록 출중한 무공에 의해 이곳까지 잠입하는 데 성 공했지만 그것은 탈천무영신투 모부재의 말대로 총단의 고수들이 대거 총단을 이탈했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모용운생이 들어선 방안은 대단히 넓었다. 그 방안은 호화(豪華)의 극치를 이루고 있었다. 가운데에는 대 리석 (大理石) 으로 조성된 너비 이 장 가량의 얕은 연못이 있어 은 .-은한 한기(寒勳를 뿜어 내는 물이 찰랑거리고 있었다. 그 연못의 가운데에는 백옥( 白=네을 깎아 만든 듯 희디횐 옥돌이 비스듬히 침 .-상의 형태를 이루면서 연못에 잠길 듯 말 듯이 자리했다. 千秋之恨 259 방안이 아무리 호화롭다고 한들 그것이 어찌 모용운생을 놀라게 할 수 있겠는가. 그를 놀라게 한 것은 그 실내연못에 있는 백옥침상 위에 천하절 세 (天下絶世)의 나체미녀가 거꾸로 누워 있었기 때문이다. 침상에 닿은 머리에서는 검은 윤이 흐르는 칠흑과 같은 머리결 이 마치 폭포수와 같이 연못물에 쏟아지고 있었다. 그리고 비스듬 히 올라간 침상을 따라 그 몸도 비스듬히 치켜져 옥과 같이 희고 부드러운 그 늘씬한 다리는 하늘을 향하고 있었다. 터질 듯 부푼 젖가슴은 체형에 따라 아래로 쏟아져 더 도발적이 고 부러질 듯 가는 허리에서 퍼진 둔부는 또한 폭발의 유혹이다 .전체가 기막힌 조화를 이룬 미녀의 살결은 백옥과도 같이 희고 양 .지유가 엉긴 듯이 탄력이 넘쳐 보였다. 얼핏 보기에 너무도 완벽한 조화를 이룬 그 육체는 백옥침상에 연결된 하나의 정교한 조각과도 같았다. 하지만 검은 머리결과 침상의 형태에 따라 하늘로 치켜 올라간 두 다리 사이의 은밀한 계곡에 검은 삼림이 우거져 있음은 그녀가 .사람임을 말하고 있었다. 게다가 더욱 신비로운 것은 그녀의 주위에 은은한 아지랑이 같 은 청기(靑氣)가 돌고 있는 점이었다. 사람의 기척을 느낀 듯 나체의 미녀가 눈을 떴다. 모용운생과 그녀의 눈이 마주쳤다. ?9 " 모용운생은 자신의 전부가 그녀의 눈 속으로 빨려듦을 느끼고는 대경실색했다. 전신이 일순 수천 길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 같았다 .도저히 그녀의 눈에서 자신의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억겁 (億劫) 같기도 하고 수유(須렷)인 것도 같은 시간이 찰나간 에 홀러갔다. 240 1魂 정신이 몽롱해지고 눈이 천 근이나 되는 듯 무거워졌다 '소수미혼녀의 박심미공이다' 불현듯 상황을 깨달은 모용운생은 부르르 진저리를 치면서 입술 을 질끈 깨물었다. 피가 배어 나오면서 나락으로 떨어져 가던 그의 .정신이 조금 깨어났다. 그것은 일장의 처절(悽絶} 한 생사박투에 다름이 아니었다 그는 이를 악문 채 공력을 운기해서 천룡전단신공과 만상신공 둥의 심결(心試)을 일으켰다. 잠시 시간이 지나자 담담한 금광이 그의 전신에 돌고 전단향이 일어났다. 그리고 그의 흐려졌던 눈빛이 되살아났다. 그는 비로소 길게 한숨을 쉬면서 나체의 여인에게서 릴 수 있었다. 그것도 완전히 시선을 돌린 것이 아니라 서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보는 것뿐이었다. 시선을 돌 그 상태에 그것은 나체미녀의 눈멎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를 응변하는 것 이기도 하였다. 그런데 뜻밖에도 이 누각의 천장에는 반 장 가량이나 되는 원형 구멍은 바로 연못의 위에 뚫려 있고 그 구멍 의 구멍이 있었다. 그 으로는 구름쎄 감싸인 보름달이 그윽한 멎을 누각으로 었다. 떨구고 있 '그랬었군' 모용운생은 영문을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 실내연못 침상 위의 절세미녀는. 거꾸로 누운 채 해 다리를 벌리고 달의 음기(陰氣) 를 받아들이는 모종의 功)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달을 향 연공(練 어떤 공력을 연습하고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방금 하마터면 모용운생의 정신을 눈빛으로 앗을 뻔한 것으로 보아 그녀의 공력 은 실로 놀라운 것이 아닐 수 없었다. '= 241 '불과 이십 세도 되어 보이지 않는 어린 계집애가 저토록 무서 운 공력을 소유하고 있다니. 장차 크나큰 요물이 되겠구나' 마음을 안정시킨 모용운생은 살기를 띠고 연못으로 다가갔다. 가까이 다가가자 처음에 언뜻 느꼈던 냉기는 더욱 심해져 얼음 속 .에 서 있는 것 같았다. 연못 물이 평범하지 않음은 분명했고, 그녀 .가 기공(奇功)을 수련하고 있음도 명백하였다. 그녀의 곁으로 다가선 모용운생은 눈요에 아낌없이 드러난 그녀 의 몸매와 얼굴을 보고는 가슴이 세차게 뜀을 다시 느꼈다 지금까지 그가 만났던 수많은 미녀들, 무쌍옥녀나 하약란, 비봉 령주 둥은 모두 절세의 미녀라 불릴 만한 미모를 가지고 있었지만 .지금 그의 앞에 있는 여인의 아름다움과는 비길 수 없었다, 그것은 .아름다움을 넘어서 신비롭다 못해 요기롭기조차 했다. 더.구나 이제 나이가 불과 십칠팔 세 가량에 불과한 것 같지 않 은가. 청순하기까지 했다. '일고경인성 (一顧傾入城) , 재고경인국(再顧傾人國)이라는 말은 전설인 줄만 알았더니 그러한 아름다움이 실제할 줄이야!' 그녀를 본 모용운생은 절로 가슴이 두근거렸다. 한번 보매 성이 기울고. 다시 돌아보매 나라가 기운다는 절세의 미녀는 실제했다. 그것은 단순히 아름다워서만 되는 것은 아니었 다. 아름다운 가운데 또한 사람의 혼을 잡아당길 수 있는 마력(魔 .力)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한 힘을 가진 여인이야말로 우물(尤物)이라 할 수 있었다. 침상 위에 거꾸로 누워 있던 그 절세의 미녀는 모용운생이 자신 의 앞에서 살기를 띠고 노려보자. 크게 놀란 듯 온몸에 진동이 일 .어나더니 입에서 가는 피가 홀러나오기 시작했다. 연공의 중대한 .고비에서 층격을 받아 차질이 생긴 것이 틀림없었다. 이른바 주화입마(走火入魔)가 된 것이다. 42 獨램驚魂 그 모양을 본 모용운생의 눈에 일순 망설임이 일어났다. 치켜 든 그의 손에서 약간의 경력이 토해지기만 하면 저 절세의 미인은 .결코 요행을 바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현란한 나신을 그대로 드러낸 채로 꼼짝도 하지 못하고 누운 그녀의 맑은 눈을 마주한 그는 마음이 약해졌다. 그 눈빛은 .실로 가슴이 저며 오도록 애절하였다. '소수미혼녀가 네 사부냐?' 모용운생이 차갑게 물었다. 나체의 미녀는 눈을 굴리더니 았다. 눈을 깜박거렸다. 그렇다는 것 같 '그녀는 지금 어디에 있느냐?' 그녀는 여전히 아무 말도 못하고 눈을 치켜 떴다. 모용운생이 그 뜻을 알아차리고 말했다. '아래에 있다는 뜻이냐?' 다시 그녀가 눈을 다급히 깜박거렸다. 그녀는 매우 다급하고 분 .노한 것 같았지만 자신의 나체를 외간남자에게 보이고 있다는 것 .은 전혀 개의치 않는 듯하였다. 모용운생은 길게 숨을 들이키고 다시 손을 들어올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녀와 같은 우물을 그대로 버려 둔다면 장차 세상에 어떠한 해악(害惡)을 끼칠 것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 .러한 여인을 상대로 손을 쓰려는 그의 내심이야말로 철석간장(鐵 石肝腸)이라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 순간 그의 눈에 하늘을 향해 벌린 그녀의 다리 가운 데가 찔러 들어온 것이다. 그것은 가히 용광로와 같은 유혹이었다. 이미 동정을 깨뜨린 그 는 그녀의 비소(秘所)를 보자 가슴이 터질 듯했다. 전신이 화끈 달 .아올랐다. .무슨 춘약(春藥)에 중독된 것만 같았다. 쿠秋之恨 245 '으음!' 다음 순간, 모용운생은 신음을 남긴 채 방을 나서고 말았다. 조 금 더 있다가는 그녀를 죽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더 이상 억제 .할 수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잘하는 짓인지 잘못하는 짓인지 모르겠군. 모용운생은 문을 나서면서도 감히 뒤를 돌아보지 못하고서 고개 를 흔들었다. 그와 같은 사람이 이러하니, 그녀의 나신이 가진 유 .흑의 힙이 얼마나 큰 것이겠는가. 그는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서 올라갈 때와 똑같은 방법으로 순 식간에 삼층까지 내려갔다. 그런데 그가 삼층의 계단을 막 내려서는 순간이었다 '웬 놈이냐?' 차가운 외침과 함께 한 줄기 막강한 경력이 덮쳐 왔다 모용운생은 미처 자세가 안정되지 않은 상태라 피하거나 다른 방법을 사용하지 않고서 마주 일장을 갈겨 내었다 펑 폭음과 함께 두 인영이 갈라섰다. 모용운생은 차가운 한기가 팔을 따라 스며듦을 느끼면서 가볍게 안색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냉염장이로군! 네가 여기에 어떻게?' 공격을 해온 사람은 모용운생을 알아보고 놀라 외쳤다, 무진교 주의 삼대화신 증의 하나라는 그 흥의미부였다. 모몽운생은 그녀를 알아보고 나직이 소리 내어 웃었다. 가짜가 있는 걸 보니 진짜가 어딘가 있기는 있는 모양이군!'` 모용운생은 말하는 것을 채 마치지도 않고 이 장 가량 앞으로 미끄러지듯 불쑥 나서며 홍의미부의 목을 공격해 갔다. 그가 손을 .2섬 獨저澤魂 쓰는 속도는 너무도 빨라서 언뜻 하는 사이에 장세는 이미 홍의미 .부의 천돌혈에 이르고 있었다. 흥의미부는 이미 모용운생을 한번 만나 본 적이 있었으므로 그 실력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모용운생의 실력을 그다지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불과 석 달 만에 만난 모용운생은 차원이 달랐다. 그녀는 흔비백산해서 쏜살같이 옆으로 비켜나면서 모용운생의 겨드랑이를 노리고 일장을 후려갈겼다. 그녀의 손바닥에서는 청광 .(靑光)이 번뜩이면서 푸른빛이 폭포수와 같이 쏟아져 나오는데, 금 .세 주위가 서리 내린 듯 싸늘해졌다. 모용운생은 조금도 원식을 변화시키지 않고 그대로 앞으로 무찔 러 가면서 나머지 왼손을 휘둘러 그녀의 냉염장을 막아 갔다. 펑 찌 -익 장세가 마주치자 폭음이 터지면서 홍의미부의 흥의가 길게 찢겨 져 나갔다. 그녀의 홍의는 원래가 속이 비칠 정도로 얇았던지라 목 .을 노리던 모용운생의 손이 빗나가면서 그대로 밑까지 쭉 찢겨져 내려가 버린 것이다. 눈부신 젖가슴이 그대로 드러났다. 그녀는 놀 .랍게도 흥의 안에 아무것도 입고 있지 않았다. 이렇게 단 일초 만에 옷자락이 길게 찢겨져 나가자 홍의미부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황당한 얼굴로 모용운생을 쳐다보았다. '전에는 네가 무공을 감추고 있었단 말이냐?' 모용운생은 대답 대신 내심 공력을 운기해 보아 별 지장이 없음 을 느끼자. 숨쉴 여유도 주지 않고 다시 그녀를 덮쳐 갔다. 흥의미부는 옷이 찢겨져 걸리적거리자 빙글 몸을 돌리는 사이에 옷을 벗어 오용운생에게 던지며 옆으로 물러서려고 했다. 그의 예 .봉(銳錄)이 전과 틀림을 느끼고는 일단 숨을 돌리면서 그를 상대할 .千秋之恨 245 작정인 것이다. 정말 놀랍게도 그녀는 홍의나삼 안에는 아무것도 입고 있지 않 았다. 아래까지도 누구. 어떤 사람이라도 이런 상황이라면 어이가 없어서 일순 공 세가 멈칫할 수밖에 없을 것이었다. 년딨 하지만 모용운생은 그녀의 이러한 대담한 행동을 보고는 멈칫거 리는커녕 오히려 냉소를 터뜨렸다. 쉬-앙1 다음 순간. 모용운생에게서 무서운 빛줄기가 폭사되어 물러서 는 그녀에게로 덮쳐 갔다. '어검술(御劍術) ?' 홍의미부는 대경실색하여 전력을 다해 냉염장을 전개하여 날아 오는 검을 막으며 물러서려고 했다. 그러나 그들 사이의 거리는 너 .무 가까웠고 창졸간의 일이라 제대로 대항할 수가 없었다. '악!' 그녀는 거센 층격이 가슴을 후려치는 것을 느끼고는 단말마의 비명과 함께 홀쩍 뒤로 밀려나면서 그대로 굳어졌다. 모용운생의 제마검이 그녀의 가슴팍을 관통하면서 남은 여세로 그녀를 밀고 가 벽에다 박아 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상황은 가히 순간적이라. 지난날의 모용운생으로 생각했던 그녀 는 뭐가 어떻게 되는지도 모르고 그에게 제압을 당해 버리고 만 셈 .이었다. '생각지도 못했겠지?' 모용운생이 담담한 목소리로 물었다. . 그녀는 기가 막힌 듯한 표정으로 고통을 참는 듯 인상을 썼다. 제마검에 찔린 풍만한 젖가슴이 피를 흘려 내면서 고통에 겨워 흔 .24 濁聲驚魂 들리고 있었다. 모용운생이 검을 한번 비틀기만 하면 요행을 바랄 .수가 없게 된 상태였다. 모용운생은 냉랭한 어조로 물었다. '소수미흔녀는 어디에 있느냐?' 흥의미부는 모용운생의 말에 무의식중에 위층을 힐끗 쳐다보고 는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너는 위층에서 내려오는 길이냐? 누가 교주가 소수미흔녀 라고 하더냐?' 모용운생은 그녀의 어조로 보아 위층의 나체소녀가 소수미흔녀 의 정체를 밝힌 것으로 생각함을 알고는 대답 대신 다시 다그쳤다 ..'그녀가 무진교의 교주임을 안다. 그녀는 어디에 있느냐?' '오호호호1' 별안간 그녀가 날카롭게 웃었다. 그녀가 웃음을 터뜨리자 풍만한 두 육봉이 출렁이면서 검이 박 힌 곳에서는 피가 흘러내렸다. '닥치지 못할까?' 모용운생이 낮게 외치며 검에서 검기 (劍氣)를 흘려 내어 그녀의 웃음을 막으려 했다. 그와 같은 검도고수가 검기로써 핍박을 하게 ..되면 상대는 심한 고통을 받게 된다. 웃음을 멈출 수밖에 없게 되 ..는 것이다.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녀는 웃음을 그치더니 괴이한 한 마디를 내뱉었다. '눈앞에 있어도 몰라보니 어디에 가서 신기루를 잡을 수 있을 까? 오호호호호- ' 그녀는 돌연 미친 듯이 웃으며 모용운생에게 달려들었다. 찰나. 모용운생은 검을 흔들었고 그녀는 가슴이 꿰뚫려 피분수 를 뚬어 내고 앞으로 고꾸라졌다. 2'툐 247 이런, 지독한' 나신을 드러내고서 그대로 엎어져 버린 그녀를 본 모용운생은 부지중에 혀를 찼다. 이렇듯 갑작스럽게 자살을 할 것을 어떻게 생 ..각이라도 했으랴. 희고 퐁만한 그녀의 나신에서 흘러나오는 피가 선연 (鮮然)하게 바닥을 적시고 있었다. 그런데 그 순간 모용운생의 안색이 돌변했다. '설마?' 획 - 중얼거림의 여운이 채 끝나기도 전에 모용운생의 신형이 시위를 떠난 화살인 양. 다시 위층으로 솟구쳐 올랐다. 꽈당-, 문이 사납게 부서지면서 모용운생이 다시 제오층의 그 방에 나 타났다. '없구나!' 모용운생의 입에서 탄식이 홀러나왔다. 연못 가운데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 나체의 미녀는커녕 백옥 침상마저도 거짓말처럼 보이지 않았다. '설마 백 세가 다 된 소수미흔녀가 스무 살도 안 된 소녀와 같 을 수가 있단 말인가?제아무리 주안술이 뛰어나도?'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모용운생이 중얼거렸다. 자진한 홍의미부의 말은 바로 이곳에 있던 그 절세미모의 소녀 가 소수미혼녀 본인이라는 의미였었다. 그렇다면 그는 실로 천재 일우(千載一遇)의 기회를 놓친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소수미혼녀는 비단 주안지술舊柰어術)만 뛰어난 것이 아니라 섭양술(錫 陽術)에도 뛰어난 재칸이 있어 시깐이 갈수록 그녀의 몸매는 처녀와 같 다지고 그럴수록 그녀의 공력은 높아진다. 48 獨렐驚魂 '내가 큰 실수를 했구나!'` 사부의 말을 떠올린 모용운생은 안타까운 듯 발을 구르더니 연 못 주위를 살피기 시작했다. 그녀가 누워 있던 침상은 보통의 것이 아니었다. 보기 드문 한 옥(寒코 으로 만들어진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제아무리 침상이 값 지다 해도 침상을 들고 다니는 사람은 없다. 그것이 감쪽같이 사라 졌다는 것은 기관이 존재한다는 의미인 것이다. 한참 후에 겨우 기관을 찾았으나 그녀가 도주하면서 기관을 부 숴 버린 것인지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희대의 요녀를 눈앞에 두고도 못 알아보다니' 모용운생은 그녀가 중요한 연공 도중에 자신에 의해 방해를 받 아 내상을 입었으니까 결코 멀리 갈 수는 없으리라 생각했다. 생각을 굳힌 그는 쥐고 있던 제마검에 검기를 일으켜서 기관을 쳐 통로를 열어 보려고 했다. 덜컹 1 그런데 갑자기 등뒤에서 요란한 음향이 들려 왔다. 놀라 고개를 돌려 보니 두터운 철판이 위에서 떨어져 방문을 차 단한 것이 아닌가! 스각! 착! 착 동시에 경미한 음향이 사방에서 들리면서 창문도 철판이 막아 버렸다. 천장의 구멍도 좌우에서 철판이 나오며 막으려 했다. 불길한 예감이 전신을 엄습했다. 모용운생은 더 밋상 망설이지 않고 철판이 문처럼 좌우에서 밀 려드는 그 구멍으로 날아올랐다. 펑 그가 천장의 구멍으로 몸을 솟구친 순간에 철문이 아슬아슬하게 千秋之恨 249 그의 신발을 스치면서 닫혀 버렸다 우르릉! 동시에 오층누각이 크게 진동했다. 필경 악독한 기관장치가 직 동하여 방안을 박살내 버린 것이 틀림없었다. 아마도 소수미혼녀 로 짐작되는 나체의 미녀가 모용운생이 돌아을 것을 짐작하고 기 관을 작동시켜 놓은 것 같았다. 모용운생은 자신이 날아나오지 않고 있었으면 필경 죽음을 면할 수 없었을 것을 생각하자 몸서리가 쳐졌다. 일순간의 자비가 이런 결과가 되다니 모용운생의 검미가 꿈틀거리며 살기가 피어올랐다. 그때. 돌연한 굉음으로 인해 놀란 외침과 함께 사방에서 사람들 이 나타났다. 곳곳에서 불이 밝혀졌으며. 경보를 알리는 종소리가 급박하게 퍼져 나갔다 저기 있다'` 누군가가 내궁의 오층누각 맨 꼭대기에 검을 빗겨 든 채로 우뚝 서 있는 모용운생을 발견하고는 소리쳤다. 인영들이 무섭게 불어났다. '저놈이 어떻게? 놈을 잡아라! 저놈이 바로 냉심무정 모용운생 이다' 누군가가 다시 소리켰다. 모용운생이 바라보니. 지난번에 그에게 한쪽 팔을 잘리고 도주 했던 호교구신 중의 하나인 홍의인이 서 있었다. 그들을 발견한 모용운생의 눈에 싸늘한 웃음이 떠올랐다 교주가 몸을 숨긴 이상. 그녀를 발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 틀 림없었다. 그러나 호교구신 중의 하나라면 그녀의 행방을 찾을 수 있을는지도 몰랐다. 더구나 그의 태도는, 그가 지금 이곳에 나타난 홍의무사들의 우두머리임을 은연중에 보이고 있었다 250 濁嘗驚魂 모용운생은 오늘 무리를 해서라도 무진교주를 반드시 찾을 작정 이었다. 비록 치명적인 상태는 아닐지 몰라도 연공에 차질이 발생 한 이상. 무진교주는 공력을 쓸 수 없을 것이고, 오늘 무진교 내의 고수들은 거의 다 출동을 한 상태였다. 어쩌면 이것은 하늘이 준 기회일 수 있었다. 그것이 일반인들과 그와 같은 사람들과의 다른 점이었다. 강자(强者)가 아니라면 생각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모용운생은 누각을 박차고 아래로 날아내렸다. 그를 향해 흥의무사들이 벌떼처럼 달려들었다. 그들은 무진교 내궁의 경비를 맞고 있는 호위무사(護衛武士) 로 서 그 수효가 백여 명에 달하고 무공 또한 일류고수들이었다. 창1 차차-창 ! 으악!' '악! " 하지만 모용운생의 검에서 무지갯빛 같은 섬광이 어둠을 가르자 삼엄한 검기가 크게 일어나면서 순식간에 앞을 막던 홍의무사 몇 이 피를 뿌리며 쓰러졌다. 저럴 수가?" 호교구신의 흥의인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부릅떴다. 모용운생이 검을 휘두르며 날아오는데 비단폭 같은 삼엄한 백광 만이 번뜩일 뿐 그 모습은 보이지도 않았다. 게다가 홍의무사들은 제대로 대항 한번 못 해보고 쓰러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 위세가 얼마나 엄청난지 검광(劍光)은 마치 한 폭의 횐 비단 이 쫙 펼쳐지는 것 같았으며 그 기세를 저지할 것은 세상에 없을 것 같았다. 실로 지금의 모용운생의 위력은 마치 천신 (天神)이 하 강한 것과 같아서 그의 검세와 부딪치는 것은 검이고 창이고 잘려 져 나가지 않는 것이 없었다. 쑤'舊 251 이 가공할 위력에 기절할 듯 놀라 쳐다보던 홍의인은 그 비단폭 같은 검광이 자신을 향해 일직선으로 다가오는 것을 느끼고는 눈 이 튀어나을 정도로 다시 놀랐다. 그사이에 모용운생은 호궁무사들을 갈대를 베어 넘기듯이 베어 넘기면서 이미 그와 불과 일 장여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도달해 있었다. 실로 만부막적(萬夫莫勳의 위세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모두 진식을 펼쳐서 놈을 상대해라1" 그는 전력을 다해서 자신의 절학인 구유빙기장을 쏟아 냈다. 그 의 외침과 함께 흥의무사들이 일제히 교차하면서 대형을 갖추기 시작했다. 그가 한 순간만 모용운생을 막아 내면 그사이에 호궁무사들은 진세를 갖춰 모용운생을 저지할 수 있게 될 것이었다. 하지만 모용 운생은 이미 빙백지정을 복용했으므로 그의 구유빙기장 따위의 음 한지기는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검이 한번 휘둘러지는 사이에 모용운생의 검은 어느새 홍의인의 가슴팍 중정혈과 불과 다섯 치 거리로 번갯불처럼 다가들고 있었 다 아=닌" 이미 모용운생에게 한번 뜨거운 맛을 보았던 그인지라 십분 조 심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예 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모용운생의 위 력에 홍의인은 혼비백산하여 다급히 외치며 구유빙하(九幽氷河)란 구유빙기장의 절초로 오용운생의 가슴을 노리고 전력을 기울인 일 장을 다시금 쏟아 냈다. 너죽고, 나죽자뚜漏時떱請 네가 나를 죽일 수 있을지라도 너로 성할 수는 없으리라는 이판 사판의 타법이었다. 그렇게 해서 상대가 피하면 자신도 살 길을 찾 아 보겠다는 속셈이었다. 252 濁렬驚魂 싹- 그러나,경미한 파공음과 함께 앞에서 모용운생의 모습이 사라 졌다. 그는 백전노장인지라 대번에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벼락같 이 뒤로 돌아섰다. 흑?' 그러나 그는 엉거주춤 그 자리에 못박히고 말았다 어느새 목에 차가운 감촉이 느껴졌던 것이다. 모용운생이 서릿 발 갈은 검기를 뿜고 있는 제마검을 그의 다. 만약 그가 조금이라도 돌리던 신형을 그대로 목이 잘려 나갈 뻔했다. 목에 바짝 붙이고 있었 식은땀이 쭉, 등골을 타고 흐르는 가운데 그의 귀에 모용운생의 차가운 음성이 들렸다. '교주는 어디 있느냐?" 멈추는 동작이 늦었다면 흥의인이 아무런 대답도 않자 모용운생의 검이 그의 목으로 반 치 가량 파고들었다. 핏방울이 힘차게 솟아났다. 주위가 조용해졌다. 마치 무엇이 소리를 모조리 빨아들이기라도 한 듯이 오십여 명 가량 남은 내궁무사들이 오늘밤의 내궁순찰인 홍의인 이 적에게 사로잡히자 그만 어쩔 줄 모르고 그 자리에 서버렸기에 생긴 일이었다. 조용한 것은 그 때문만도 아니었다. 희미하게 달을 가리기 시작 하던 구름들이 하늘을 이 흩뿌려지고 있었던 눈 오는 날은 조용하다던가? 그러나 지금의 고요는 숨막히는 공포의 순간일 뿐이었다. '너, 너는 내궁에서 나오지 않았느냐?' 홍의인은 고통을 이길 수 없는 듯 떨리는 음성으로 대꾸했다. 가득 덮더니. 어느 사이엔가 소담스런 횐 꽃 것이다. 千랐즈恨 253 모용운생의 검에서 뻗어 나오는 검기가 지독한 고통을 그에게 주 고 있기에 입을 다물고 있을 수가 없었다. '그녀는 제오층에서 도망쳤다. 너는 교주의 직속이니 그녀가 어 디로 갔는지 알겠지?" '모, 모른다. 노부는 내궁에 들어가 본 적도 없다1 우리는 내궁 주위 십 장 안에는 접근할 수 없게 되어 있다.' '육신(六神) ! 네가 감히 본 교의 기밀을 누설할 셈이냐?`' 돌연 차가운 음성이 들렸다. 그 소리에 흥의인. 호교구신 증의 육신은 안색이 흙맞이 되며 황급히 입을 다물었다. 모용운생이 바라보니 내궁(內붐)이라 씌여진 오층누각의 일층이 열리고 다섯 명의 홍의인이 나타나 있었다. 그 중 한 명은 지난날 모용운생에게 무진교주의 명을 전하러 왔다가 석대룡에 두들겨 맞 고 쫓겨난 무진교주의 전령인 우령사자였다. 다른 한 명은 호교구신들과 같은 복장을 했고 맨 뒤에는 세 명 의 흥의인이 서 있는데. 괴이하게도 붉은 두건을 쓰고 있는 그들의 두건에는 눈구멍도 뚫려 있지 않았다. 꿔라고 꼬집을 수 없는 음산 한 기운이 그들에게는 층만했다. '환혼강시!" 모용운생의 입에서 부지중에 나직한 신음이 홀러나왔다. 우령사자가 차갑게 말했다. '교주께서 연공하는 틈에 암습을 가하다니 그러고도 네놈이 사 내 자식이란 말이냐?" 모용운생은 그가 자신이 소수미흔녀의 연공실을 침입한 것을 알 고 있음을 알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소수미혼녀를 만나지 않았다 면 그것을 어떻게 알겠는가. 그녀는 어디에 있느학? 254 獨릴澤魂 우령사자는 모용운생의 기세가 예전과 같지 않음을 느꼈지만 믿 는 데가 있는지라 태연히 대꾸했다. '우선 본 교의 육신을 놓아 주고 이야기하자!" '어렵지 않지.' 모용운생이 담담히 대꾸하며 검을 슬쩍 흔들었다 '흐악!' 그러자 검에서 한 줄기 경력이 토쌔지며 육신은 허공으로 불끈 치솟았다가 맥없이 땅바닥에 나동그라졌다. 그는 신음을 토해 내 며 엉금엉금 기면서 일어나질 못했다. 우령사자 옆에 있던 홍의인이 이 광경에 이를 갈면서 외쳤다. '과연 네놈은 악랄하구나 육신의 무공을 전폐시키다니. ' 오용운생은 그가 대번에 상황을 알아보자 내심 놀라 그를 다시 한번 쳐다보았다. 그의 나이는 육칠십 가량인 듯했는데. 머리카락은 흑발이었다. 가늘게 찢어진 두 눈에서는 날카로운 광망이 일고 있어서 만만치 않은 인물임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원래 모용운생은 검기를 쏟아 내어 육신을 날려 버리면서 암암 리에 진 (震)자결을 발휘하여 그의 진기를 흩어 버렸던 것이다 검 기로 사람을 베지 않고 날려 버리기도 힘든데, 동시에 상대의 무공 까지 폐해 버릴 수 있다니 지난 삼 개월 동안 모용운생의 무공은 절정에 이르렀다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너의 지위는 어떻게 되느냐?' 모용운생은 침착한 음성으로 물으며 천천히 그들에게 다가갔다. 우령사자가 냉소하며 말했다 '호교구신 중에 제이위이신 호교이신이시다' 모용운생은 천천히 걷는 것 같았지만 기실은 비할 바 없이 빨 라서 이미 그들 앞에 당도하고 있었다. 마치 질풍이 밀려드는 千秋之恨 255 것 같았다. '구신 중의 두 번째라 좋겠군 교주는 어디 있느냐?" 우령사자는 모용운생의 기세에 압도당해 자신도 모르게 한걸음 물러서다가 실태를 깨닫고는 분노가 치민 듯 외쳤다. 홍, 네놈이 곱게 잡히면 묻지 않아도 교주님케 데리고 갈 것이 다! '좋은 말로 안 되겠군?" 모용운생이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싹 싹 다음 순간, 매서운 파공음과 함께 눈부신 검광이 잇달아 파도와 같이 일어나면서 우령사자에게 덮쳐 갔다. 그 속도의 빠름은 이루 형언할 수도 없어 누구도 이와 갈은 쾌검(快劒) 은 구경한 적이 없 을 것 같았다. 우령사자는 모용운생의 검세를 보고도 피할 수가 없었다. 그가 피할 작정을 할 순간에 그의 검세가 이미 그의 가슴에 이르고 있었 기 때문이다, 당년에 절정검마 종경이라 할지라도 이와 같올까 그의 얼굴이 삽시간에 흙멎이 되었다. 그 순간이었다. 챙!채-앵! 연달아 금속성이 마구 터지며 불꽃이 튀는 가운데 검광이 씻은 듯이 사라졌다. 우령사자의 앞에는 호교구신 중 두 번째라는 홍의 노인이 검을 세우고 우뚝 서 있었다. 고수는 상대의 기태만 보고도 그 수위(卞泣)를 알 수 있다. '이제 보니 당신은 검도의 대가였군. 좋아!' 모옹운생이 담담히 웃었다. 호교이신은 그 순간 모용운생의 몸에서 무서운 예기가 뿜어 나 256 獨렬澤魂 옴을 느끼고 지체할 수 없다고 느낀 듯 벼락같이 외치며 수중의 검 을 떨쳐 모용운생을 공격해 갔다. 쉭 -1쉬 -익 ! 그의 검세 또한 빠르기가 이루 말할 수 없어서 모용운생에 못지 않았다. 놀라운 쾌검이었다. 대단한데?" 모용운생이 외치면서 잇달아 수중의 검을 떨쳐 내었다. 획 !휘 -익 ! 획 -! 잇달아 검광이 번뜩이고 귀청을 찢을 듯 검기가 허공을 가르고 떨어져 내리는 눈송이가 검기에 흩어져 날아갔다. 불과 채 일 각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들은 무려 일흔다섯 번이나 변초했지만, 놀 랍게도 단 한번도 검이 부딪친 적이 없었다. 마치 천하제일의 쾌검수(快劒手) 가 누굼인지 가리려는 듯이 그 들의 검세는 형언할 수조차 없이 빨랐다. 쨍 !쩡그렁1 마침내 고막을 찢는 금속성이 터졌다. 첫 부딪침이 일어난 것이 다. ?2 ' 한소리 짤막한 신음, 홍영이 비틀거리며 물러섰다. 호교이신의 가슴과 배에서는 세 군데의 깊고 얕은 검상이 나 있었다. 자신의 검에 콩알만한 이가 빠진 것을 보고 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획! 모용운생은 일단 우세를 점하자 조금도 여유를 주지 않고 비틀 거리는 호교이신을 덮쳐 갔다. 그의 몸 주위에는 검광이 마치 수레바퀴처럼 굴러다니는데 그 빠름이 조금 전보다 더욱 쾌속하여 마치 수백 자루의 검이 한커번 千恨 257 에 움직이는 것 같았다. 바로 양의무정검법이 최상승에 이른 것으로. 검이 양손에서 옮 이렇게 되자 겨 다니는 것이 보이지도 않는 경지에 도달한 것이다. 검이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 짐작도 할 수가 없었다. 호교이신은 가슴이 서늘하여 다급히 전력을 다해 벼락치듯 순식 간에 이십일 검이나 쳐내었다. 이것이 그가 천하에 이름을 날리는 구십이로(九十二路) 섬전쾌검식 (閃電快劍式)이었다. 하지만 그의 번갯불 같은 쾌검도 이미 위세를 잃고 있었다. 그 무서운 검광이 그를 휘감은 순간, '으악1' 단말마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어, 어떻게 이런?' 주춤거리며 물러나고 있는 호교이신은 믿을 수 없는 듯 두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가슴을 움켜잡은 손가락 사이로 선혈이 홀러내 려 어느새 쌓이기 시작하는 눈 위가 선명히 붉었다. 그리고 평생을 그의 손에서 떨어져 본 적이 없었던 섬전보검이 그의 손에서 굴러떨어졌다. 동시에 그는 얼굴을 땅바닥에다 처박 았다. 너무도 눈 깜짝할 사이였다. 남이 보기에는 백중지세로 싸우다가 잠시 떨어졌다가 다시 부딪 치는 것을 본 것 같은데 이미 승부가 난 것이다. 순식간에 호교이신을 처리한 모용운생은 시선을 우령사자에게 돌렸다. 눈멎이 얼음과 같이 찼다. '지난날 쾌검회(快劍會) 의 회주인 쾌검무적 (快劍無料 인정양 (印定陽}이 무진교의 호교구신 중의 하나일 줄은 몰랐군! 저자의 뒤를 따르겠느냐? 아니면 본 공자를 교주에게 안내하겠느냐?" 말을 하는 사이에 모용운생은 이미 우령사자와 채 일 장도 떨어 258 獨쟈驚魂 지지 않은 곳에 도달해 있었다. 쾌검무적 인정양은 이십 년 전에 천하제일의 쾌검수로서 공인받 은 당세 무림의 절정고수였다. 그러한 그가 순식간에 모용운생에 게 죽음을 당하자 우령사자는 가슴이 떨려 결코 모용운생을 상대 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빙글 몸을 돌리는 사이에 그는 등뒤에 석상처럼 늘어서 있는 흥 의괴인들의 뒤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에게서는 소름 끼치는 괴이 한 호각 소리가 길게 울려 퍼졌다. 뻑 . 익 '저놈을 저지해라!' 호각을 불어댄 우령사자가 다급히 외쳤다. 괴이한 호각 소리가 들리자 세 명의 홍의괴인들이 몸을 꿈틀하 더니 모용운생을 바라보고 섰다. 모용운생은 그들이 얼굴에 홍건을 쓰고 있어서 앞이 보이지 않 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앞을 보는 듯 행동하자 내심 가슴이 서늘해 졌다 니자들이 정말 환흔강시라면 하나도 아니고 세 구나 되니 상대 하기 어렵겠구나' 속으로 생각을 굴리면서도 모용운생은 조금도 안색을 변치 않고 억전히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니까짓 환혼강시 세 구로 본 공자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단 말이냐?' 모용운생은 돌연 안색을 굳히더니 차갑게 외쳤다. '오늘 소수미혼녀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여기에서는 아무도 살아 날 생각은 말아야 할 것이다' 그의 음성에는 살기가 가득하여 듣는 이로 하여금 절로 몸서리 가 치게 하였으며, 기이하게도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것이 정말 千料之恨 259 인 것으로 믿게 하는 힘이 있었다. 말과 함께 그의 신형은 질풍과 같이 앞으로 전진했다 우령사자는 그것을 보고 흔비백산하여 다급하게 소리쳤다. 공격해닉' 환흔강시 세 구가 동시에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그들이 움직이는 것은 마치 용수철이 튀듯 무릎도 구부리지 않 고 움직이는데 신속하기 이를 테 없었다. 모용운생은 지난날 백골문의 삼대귀물(三大鬼物) 중 두 번째라 는 환흔강시의 무서움을 잘 알고 있었다. 실흔마인은 산 사람의 정신을 뽑아 특수한 단련을 시킨 것이지 만. 이 환혼강시는 이미 죽은 사람을 오랜 세월에 걸쳐서 약물에 담그고 단련시켜 움직이게 만든 것으로, 그들은 이미 죽었으므로 죽음이라는 것이 없는 공포의 존재인 것이다 모용운생은 덮쳐 오는 맨 앞의 환흔강시에게 오른손으로 일지를 날렸다. 쫴애액 1 한 가닥 귀청을 찢을 듯한 소성(滅聲)과 함께 눈부신 금빛이 번 개처럼 쏘아져 나가 덮쳐 오던 환혼강시의 목덜미에 격증되었다 .키익! 괴이한 소리와 함께 허공을 날아오던 환혼강시는 벼락을 맞은 듯이 곤두박질 치며 나가 떨어졌다. 그의 법화지력 또한 전과 달리 .최상승에 이르러 그 위력이 금석도 뚫을 듯하였다. '이제 보니 환혼강시도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니로구나 저럴 수가?' 내심 회심의 미소를 짓던 모용운생의 안색이 굳어졌다. 나가 떨어진 환혼강시가 다시 용수철이 튀듯 날아올라 그를 덮 쳐 왔던 것이다. 목덜미의 홍의가 조금 찢겨나갔을 뿐, 아무런 타 .2 獨뿔澤魂 격도 받지 않은 것 같았다. 모용운생이 흠칫, 굳어지는 순간에 다른 환흔강시 두 구는 이미 모용운생과 두 자도 채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 접근해 그를 공격히 .고 있었다. 그 움직임은 신속하고도 대단하여 생전에 대단한 고수 .였음을 짐작케 했다. '야압!" 모용운생이 힘차게 부르짖으며 연달아 두 대의 법화지력을 쏘아 내어 환혼강시의 안면을 노렸다. 쫴애액 !쌔액 ! 잇달은 파공음이 들리며 법화지력은 여지없이 두 환흔강시의 미 간에 적중되면서 퍽. 하는 소리와 함께 환혼강시를 날려보냈다. 크악! 이때 처음 법화지를 맞았던 환혼강시가 괴성을 지르며 덮쳐 왔 다. 모용운생은 다시 환혼강시의 안면에 법화지력을 쏘아 내었다. 환흔강시는 또다시 나가 떨어졌다. 삐익-뻑! 이 광경을 보고는 우령사자가 .다시 호각을 불었다. 고막을 찌르 .는 섬뜩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러자 나가 떨어졌던 환흔강시들이 번개같이 다시 일어나면서 모용운생에게 덮쳐 왔다. 그 속도는 이미 조금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이놈들이 법화지를 맞고도 전혀 손상을 입은 것 같지 않구나' 모용운생은 가슴이 서늘함을 느끼며 옆으로 두 걸음 가량 신속 히 미러지면서 왼손에 있던 제마검을 오른손에 옮겨 쥐면서 바 로 요에 오는 환흔강시를 후려 내었다. 그 속도는 전광석화와도 같았다. 千理 261 채 -앵 금속성이 터지며 제마검에 격중된 환혼강시가 밀려나기는커녕, 오히려 두 손을 들어 모용운생의 검을 잡으려 들었다. 그의 제마검이 놀랍게도 조금의 영향도 주지 못한 것이다. 그 순간이었다. 환흔강시는 등뒤로 뼈가 동결될 것 같은 한기와 속이 뒤집히는 악취가 풍기는 장력을 쳐왔다. 모용운생은 한소리 우렁찬 호통을 내지르며 신속히 검을 회수하 .여 옆에서 덮쳐 오는 환혼강시를 공격하면서 반 걸음쯤 옆으로 비 .키면서 대라수 중의 건곤대라(乾坤大羅)의 초식으로 등뒤에 덮치 .는 환혼강시의 장세를 막았다. 챙! 퍼-펑 1 모용운생은 자신이 내지른 일검이 놀랍게도 환흔강시와 부딪치 자 은근히 팔이 저림을 느꼈다. 그리고 환흔강시와 마주친 손바닥 .은 마치 철판을 두드린 것같이 얼얼했다. 모용운생의 당흑한 모습에 우령사자는 마음이 놓이는지 음침하 게 웃었다. '오용 꼬마놈아1 지금이라도 항복하면 목숨만은 살려 주마1' 모용운생은 싸늘히 웃고는 별안간 맑은 장소를 터뜨리면서 허공 으로 솟구쳐 을랐다. 우령사자는 오용운생이 도주하려는 것으로 생각하고는 다급히 호각을 불어대었다. '모두 저놈이 도망 못 가게 제 위치를 고수해라' 그의 명령에 따라 호위무사들이 일대로 흩어졌고 환혼강시들은 그를 향해 땅을 박차고 날아올랐다. 하지만 모용운생은 도망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따라 올라오 26 微뿔驚魂 는 환혼강시 세 구에과 한 무더기의 눈부신 검광이 되어 덮쳐 내려 .오고 있었다. '껌갛이다!' 우령사자가 떨리는 음성으로 외쳤다. 카-앙! 귀청이 찢어지도록 먹먹한 폭음이 터지며 환혼강시들은 모용운 생의 검세에 격중되어 좌우로 형겨져 나갔으며 모용운생은 손이 어깨까지 저림을 느끼며 땅에 내려섰다. 숨막히는 침묵이 잠시 흘렀다. 그것은 찰나였지만 너무도 긴 것 같은 시간이었다. 오죽하면 눈 내리는 소리까지 들리는 것 같았으랴. 그 침묵을 깬 것은 환흔강시 세 구였다. 오용운생의 검세에 격 중되어 곤두박질쳐 떨어졌던 환흔강시가 다시 공격을 시작했던 것 .이다. 그들의 가슴팍의 홍의는 길게 베어져 나풀거리는데 거무튀 .튀한 살점에는 한 줄기 검흔이 마치 가시에 긁힌 듯 나 있을 따름 .이었다. 모용운생은 안색을 굳히며 절정의 신법으로 환혼강시의 공격을 피하며 몇 번이나 검강으로 공격을 가했다. 그러나 그것은 모두 헛 .수고일 뿐이었으며 헛되이 진력만 소모하는 꼴이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 무수한 무진교의 고수들이 모용운생의 일검을 감당하지 못했던 것으로 미루어 볼 때, 이 환혼강시의 위력 .이 어느 정도인지는 짐작이 가고도 남지 않겠는가. 모용운생의 얼굴에 피로의 기색이 역력히 드러났다 그런데 돌연 모용운생이 모든 동작을 정지했다. 가슴 앞에 검을 세운 채였다. 동시에 그의 검의 끝에서는 달무리와도 같고 햇살과도 같은 찬 란한 광화(光拏)가 피어올랐다. 그 광화는 맨 처음에는 세수대야만 .千턴쑤츠건로 26 큼이나 되었으며 멎도 그렇게 강렬하지 못했다, 그런데 그 눈부신 광화가 빙글빙글 돌기 시작하고 그 속도가 빨 라짐에 따라서 그 광화는 자꾸 작아졌으며 그 광채는 더욱 세어져 .나중에는 쳐다볼 수조차 없을 정도가 되었다. 그 회전 속도는 무섭게 빨라져서 나중에.는 쉭쉭, 소리가 응 응- 소리가 되도록 빨라지더니 주위에 기이웍 회오리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 변화는 설명하기엔 오랜 동안인 것 같지만 실제로는 눈 깜짝 .할 사이에 지나지 않았다. 우령사자는 검에서 이와 같은 일이 일어나는 것은 한번도 본 적 .이 없었지만 그것이 바로 검강이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 나타나는 .검환(劒丸]이라는 것을 들은 적이 있었다. '저놈의 무공이 언제 검환까지 연성할 지경으로 높아졌단 말인 가?" 우령사자는 과연 환혼강시가 검환을 막아 낼 수가 있을지 자신 이 없어서 슬금슬금 뒷걸음질쳤다. 대부분의 고수는 총단을 떠나고 십여 구의 환혼강시도 함께 떠 났으므로 만약 이 세 구의 환혼강시가 모용운생을 막아 낼 수 없으 .면 무서운 결과가 빚어질 것이 분명했다 유명진살(幽롯眞料)을 연마하기 위해 폐관에 들었던 교주는 유 명진살의 완성단계에서 뜻하지 않은 모용운생의 방해로 주화입마 되어 당분간은 무공을 쓸 수가 없었다. 오용운생 또한 가슴 조이기는 마찬가지였다. 지금 그가 펼치는 검강공부의 최고봉은 단 한번도 시도해 본 적 없어서 과연 그 위력이 어느 정도인지도 모르고 만약 실패한다 자신 또한 과대한 공력의 소모로 속수무책이 될 것이기 때문이 이 며 나 264 獨贊驚魂 그러나, 이 모든 생각들은 찰나적으로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 데 불과했다. '야압' 모용운생의 우렁찬 호통 소리가 장중을 뒤흔들었다. 쉬이 이잉 - 동시에 기이한 음향과 함께 검끝에서 맴돌고 있던 검환이 번갯 불같이 환혼강시에게로 쏘아져 나갔다. 환혼강시도 그 무서움을 아는 듯 두 팔을 들어올려서 검환을 막 으려 했다. 팍 "크앗1' 기괴한 음향이 연이어 들리더니 환혼강시의 몸이 세차게 흔들렸 다. 검환은 어떻게 되었는지 보이지 않았다 쉬 -잉 ! 그 순간이었다. 검환의 찬란한 빛이 환흔강시의 목에서 솟아나 와 다시 모용운생의 검끝으로 돌아왔다. 뒤를 이어 그 환혼강시의 팔이 떨어져 나가고 가슴이 여러 갈래 로 갈라지더니 그대로 땅에 허물어져 버렸다. 모용운생의 안색에 담담한 웃음이 다시 떠올랐다. 무진교의 인물들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두 눈을 부릅뜨고 뒷걸음 질쳤다. 공포가 사방에서 질주했다 크악 킥! 뒤따라 괴이한 비명 두 마디가 연달아 터지며 환혼강시 두 구가 조금 전과 같은 형태로 허물어졌다. 그것과 함께 모용운생의 몸이 약간 휘청하였다. 우령사자는 뒷걸음질치다가 이것을 보고는 반색을 했다. 千秋.츠愼 25 '저놈은 이제 진기가 고갈되었다! 누구든지 저놈만 잡으면 당주 급으로 승진을 시켜 주고 황금과 미녀를 주마 이때, 장중에 모인 무진교도의 수효는 처음에 살아남은 내궁 호 위무사 오십여 명을 포함해서 모두 삼백이나 되는 숫자였다. 경비는 정신이 흐린 사람이 하지 못하는 것이므로 그들은 오두 제정신이었다. 게다가 그들 대부분은 흑도의 인물들이었으므로 그 .말은 그들에게 있어 매우 고무적이 아닐 수 없었다. 게다가 그들 또한 눈이 있으므로, 모용운생이 비틀거리는 이유 를 알아본 것이다. 거기에 가장 힘을 준 것은 삼백이나 되는 압도 .적인 숫자였다. 중과부적(衆舊올뻤이라는 말은 고래의 진리인 것이다. '와아-' 함성과 함께 그들은 노도와 같이 모용운생에게 덮쳐 들었다 그러나 모용운생은 정말로 기력이 탈진된 드 교묘한 신법으로 그들의 공격을 아슬아슬하게 넘기고 있을 따름이었다. 고들의 공 .격은 마치 노한 파도와 같이 더욱 매서워지고 있었다. 그런데 모용운생의 가슴 앞에 세워진 채 움직일 즐 오르던 제마 .검이 갑자기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번쩍 ! 한 줄기 섬광이 모용운생의 주위 오 장 가량을 뒤덮었다. 챙 ! 채애앵 으악!' 아아-악1' 병장기 부딪치는 소리와 비명이 연달아 터지면서 쌓이기 시작한 .횐 눈 위에 붉은 선혈이 마구 뿌려졌다. 저럴 수가?' 우령사자는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다가 놀라 눈을 부릅떴다. 26 鄕背驚魂 만약 모용운생이 진기를 남용했다면 저토록 빨리 회복할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모용운생이 공력을 과도하게 소모한 것은 틀림없었다. 그런데 지금 그의 몸 안에는 전혀 다른 두 가지 공력이 상생상 .극(栢生栢料]하여 끊임없이 진가를 순환시켜 주기 때문에 순식간 .에 진기를 회복할 수 있었다. 물론 이것은 그가 내상을 입지 않았 .기에 가능했다. 일단 오용운생이 진력을 회복하자 그의 검세는 장강대하와도 같 아 환흔강시 같지 않은 혈육지구를 가진 무진교도들은 제대로 손 .도 써보지 못하고 죽어 갔다. 한마디로 싸움이 아니라 무서운 도살(脣殺)이었다. 중과부적이라는 말은 토끼대군에 뛰어든 산중의 왕자 호랑이에 게는 통용될 수 없는 말이었다. 어느새 소담스런 눈송이로 변해서 하얗게 내려 쌓였던 눈은 순 식간에 선흥색으로 탈바꿈째 가고 있었다. 주검이 무섭게 늘어나 .면서 삼백의 수효는 이백 명 이상이 줄어들었다. 겨우 백 명이 남게 된 나머지 무진교도들은 마침내 몸서리를 치 .면서 등을 보인 채 뿔뿔이 달아나기 시작했다. '흥!' 모용운생은 그것을 보고 냉소하며 마치 천마가 하늘을 날듯 벼 .락같이 덮쳐 가면서 연달아 검을 쳐내었다. 그의 검이 한번 번쩍일 .때마다 한 목숨이 사라지고 검세가 허공에 한번 뻗어 나갈 때마다 .무수한 피보라가 일어났다. 조금도 사정을 두지 않는 검세였다. '게 서지 못하겠느냐?' 돌연 모용운생이 차갑게 외쳤다. 우령사자가 그 틈을 타서 도주하고 있었던 것이다. 千 267 그는 모용운생이 외치자 크게 놀라 더욱 힘을 다해 달렸다. 원 래가 명을 전하는 것이 소임인지라 그의. 경공은 남다른 데가 있었 .다. 그런데 한 줄기 미풍이 스치며 눈앞에 모용운생이 흑의를 나부 끼면서 날아내리는 것이 아닌가, 그의 성목(星目) 은 무섭게 및나고 굳게 다문 입가에는 잔잔한 미소가 선연하게 피어오르고 있는데 삼엄(森嚴)한 살기가 무형 중 .에 크게 일어나고 있었다. 더구나 그의 손에 쥐어진 백광이 번뜩이는 검에서는 지금도 선 혈이 뚝뚝 흘러내려 눈 위로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우령사자는 혼단백절(魂斷鳴絶)하여 몸을 돌려 달아났다. '게 서라!' 차가운 호통이 터져 나왔다. 그러자 그 호통이 정녕 무서운 마력이라도 지닌 듯 도망가던 우 령사자가 못박히듯 그 자리에 굳어져 버렸다. 모용운생이 그의 곁으로 다가서며 차갑게 말했다. '교주는 어디 있느냐?' 우령사자는 모용운생의 절세무공에 이미 대항할 의욕을 완전히 상실한 상태였다. 모용운생이 한걸음은 무려 보폭이 삼 장이나 되 .는데, 눈 위에는 발자국조차 남지 않았다. 경공은 그래도 자신있었 .던 그는 모용운생의 이러한 답설무흔(踏雪無痕) 의 경공을 보자 아 .연실색할 따름이었다. 그는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 그건 말할 수. 없다.' 모용운생이 낭랑히 웃었다. 그는 검으로 바닥에 쓰러진 시체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미 삼백 명 이상이 죽었다. 교주의 거처를 알려 주지 않는다 2 濁쌍驚魂 면 오늘 무진교의 총단은 완전히 궤멸되고 말 것이다" 어제, 아니 조금 전에 그러한 말을 그가 했다면 그는 미친놈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그의 말을 듣고 미친 소리라고 말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지금의 모용운생에게는 분명히 그런 능력이 있는 것이다. '다, 당신은 과연 내 냉심무정답소! 그, 그러나 교주님 의 거처는' 우령사자는 말을 멈추었다 모용운생의 검이 어느새 그의 목과 한 치까지 접근해 있는데 검 끝에서 뼈를 깎을 듯한 검기가 쏟아져 나와서 그의 말을 막았던 것 .이다. "본 공자가 냉심무정이라고 불리는 것은 물론 까닭이 있다. 정 녕 그것을 확인해 보고 싶은가?" 모용운생이 차갑게 말했다. 그의 말은 마치 만년얼음굴에서 들려 오는 듯하여 우령사자는 정녕 죽음의 공포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교주님께서는 내게 연락을 하시고는 곧바로 어디론가 가셨는데 어디로 가셨는지 도저히 알 수가 없소. 저, 정말이오.' 그는 모용운생의 싸늘한 눈길을 의식하고 말을 덧붙였다, '그럼 연락은 어떻게 하나?' 모용운생이 묻자 우렁사자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 뿐 대답을 못 했다, '후환은 두렵고 당장 눈앞의 모용 아무개는 허수아비인 줄 안단 말이지?' 모용운생이 싸늘히 웃자 우령사자는 전신을 부르르 떨더니 입을 열었다. '변락 연락 방법은' 후턴=츠舊 269 '감히 죽고 싶어 환장했느냐!' 차가운 호통이 터지며 갑자기 사방에서 화살이 날아들었다 휘-익 창창창, 모용운생의 검이 한번 허공에서 뛰놀자 날아오던 화살들은 모조 리 두 동강이 나고 말았다. 이제 보니 오륙십 명의 궁노수(弓용촐)가 은폐물 뒤에 숨어서 화살을 쏘아 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을 지휘하고 있는 자는 다름 .아닌 형당의 당주인 귀선생 북궁소였다. 모용운생이 검을 휘두르는 짧은 시간에 우령사자는 전력으로 몸 을 날려 도주하기 시작했다. '죽음을 자초하는구나." 모용운생이 차갑게 외쳤다. 쉬-익 동시에 번갯불 같은 검광이 우령사자에게 쏘아져 갔다 홍의미부에 이어 이기어검술이 두 번째로 구사된 것이다. 으악!' 처절한 비명과 함께 우령사자는 허공에서 곤두박질치며 땅으로 떨어졌다. 제마검은 다시 원을 그리며 모용운생의 수중으로 돌아가는데 그 때는 이미 우령사자의 몸과 두 다리는 분리된 상태였다. 다시는 경 .공을 쓰지 못하게 된 것이다. 우령사자가 땅으로 떨어지는 순간에 매서운 파공음이 잇달아 들 리면서 화살이 메뚜기 떼처럼 그를 향해 퍼부어졌다. 쉭 - 쉬.쉬쉭 -1 2?0 燭뿍驚魂 똥 十 홀 千 秋 之 恨 '으아악, 처절한 비명. 우령사자는 모용운생의 어검술에 두 다리가 어지기도 전에 날아온 화살에 고슴도치가 되어 잘리고 채 땅에 떨 죽어 갔다. 오용운생이 그 광경에 냉랭한 어조로 말했다. '제법 흘륭한 살인멸구로군. 북궁소' 북궁소는 태연자약하게 껄껄 웃으며 대답했다 .과찬의 말을. 쓸모없는 폐물을 처리한 걸 가지고 무슨. 모용운생이 담담히 웃으며 다가가는데 전신에서 무형의 살기가 층만했다. '이까짓 궁노수 따위로 나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의 말은 나직했으나 무상의 내가공력이 함유되어 있어서 오든 사람의 귀에 벼락치듯 똑똑히 들렸다. 북궁소가 태연히 대꾸했다. ?길고 짧은 것은 대봐야겠지!' 卜料之恨 긴3 '저 늙은이가 대체 무슨 흉계를 꾸미고 있단 말인가?' 이미 그의 수하패장인 귀선생 북궁소가 이처럼 태연하다는 것은 뭔가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모용운생은 그의 기색을 세 .심히 살폈지만 별다른 것을 느낄 수 없었다. 순간, 꼬용운생의 몸이 쏜살같이 미끄러졌다 쏴라!' 귀선생 북궁소는 대경실색하여 외치며 뒤로 물러났다. 쉭 -쉭 매서운 음향이 터지며 화살이 메뚜기 떼처럼 쏘아 왔다 그들과 모용운생의 거리는 약 십여 장이었는데 화살이 시위를 떠날 때에는 이미 모용운생의 신형은 지척간에 도달하고 있었다. 매서운 검광이 번뜩이고 처절한 비명이 터져 나오고 뒤를 이어 선흥색의 피가 눈 위를 붉게 물들여 갔다. 순식간에 궁노수들은 단 .하나도 살아남지 못했다. 그는 정말 손에 사정을 두지 않고 있었다. 북궁소는 지붕 위에서 이걸 보고는 가슴이 서늘해져서 외쳤다 '네놈의 양의무정검법은 과연 독랄하기 이를 데 없구나" 동시에 그의 몸은 지붕 너머로 사라졌다. '도망갈 수 있을 것 같으냐!' 차가운 외침이 들리는 순간에 모용운생의 몸이 한 가닥 차가운 검광으로 화하여 날아가며 지붕을 넘어서고 있었다. 이전에는 비검능운이었지만 이제는 그것이 이기어검으로 변한 놀라운 절기였다. 오용운생은 지붕을 넘는 순간에 북궁소가 한 석탑 뒤로 숨는 것 을 보았다. 쉬-익! 모용운생의 몸이 빗살처럼 날아가 귀선생이 숨는 석탑을 공격했다. .274 濁팀驚魂 쾅, 그 순간, 폭음이 터지며 석탑이 산산조각으로 폭발했다. 사방으 로 석탑의 잔해가 날아가면서 매캐한 화약 냄새? 코를 찔렀다. 자 .욱하게 연기가 피어올랐다. '으하하하 통쾌한 웃음이 터지며 그곳에서 십 장 가량 떨어진 곳에 귀선생 북궁소의 모습이 나타났다. '네놈의 무공이 제아무리 높아진다고 해도 노부의 머리에는 당 하지 못하지 통쾌하게 웃던 귀선생 북궁소는 그 뒤에 들려 오는 차가운 음성 에 안색이 하얗게 질리고 말았다. 머리라는 것이 너만 쓰는 것은 아니지 이번에 그 쏠모없는 믈펀을 떼어 정말로 귀선생을 만들어 주겠다.' 네, 네가 어떻게' 북궁소가 뒷걸음치며 망연하여 중얼거렸다. 모용운생이 그의 뒤에서 흑의를 펄럭이며 다가오고 있는데 전혀 낭패한 기색이 없고 태연자약한 모습이었다. 귀선생 북궁소는 심기가 뛰어난 인물이다. 그러한 인물이 겨우 궁노수 몇을 데리고 나타났다가 그처럼 혼비백산해서 도주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것이 모용운생의 판단이었다. 그래서 그는 북궁소의 뒤를 쫓아가면서 궁노수 하나의 시체를 잡아채 석탐을 향해 던지고 자신은 숨어 버렸던 것이다. 귀선생 북궁소도 모든 것을 짐작한 듯 탄식하며 말했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더니, 과연 냉심무정은 명불허전 이로군. 좋아, 노부가 깨끗이 졌음을 인정하지 1 그러나 귀선생 북궁소의 얼굴에 괴이한 웃음이 떠올랐다. 그의 앞에서 모용운생이 핍박해 오는데도 그의 얼굴에는 급한 卞之1 5 기색이 없었다. 필시 뭔가 믿는 구석이 있는 듯했다. '노부에게 마지막 남은 줄 수 있=나?" 생사패 (포死理)가 하나 있는데 한번 봐 '이 귀신 같은 작자가 무슨 속셈이 있기에 이러는 것일까?' 모용운생은 속으로 생각을 굴리면서 아무런 표정도 드러내지 않 .고 가만히 북궁소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때였다. 구구궁- 십 장 가량 떨어진 건물의 양쪽 문이 갈라지며 인영들의 모습이 .나타났다. 모용운생의 안색이 급변했다. '이제 (二弟) ' 신주옥룡 백경추가 거기 있었다. 비록 피폐하고 기운이 없어 보였지만 여전히 늠름한 기상을 지 .니고 있었다. 백경추는 꽁꽁 묶인 채 끓어앉아 있는데 그의 등뒤에 .서는 두 명의 홍건복면인이 서릿발 같은 장검을 백경추의 목에 바 .싹 들이대고 있었다. 모용운생을 보자 백경추의 눈에서는 벙긋거렸지만 말은 새어나오지 않았다. 분명했다. 다급한 모종의 멎이 서리고 입을 금제를 당한 것이 북궁소는 모용운생의 표정을 힐끔 보더니 음흉하게 말했다 실망스럽지 않았다면 아직도 구경거리가 남아 있는데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번에는 우측에 있는 건물의 문이 좌 우로 활짝 열리더니 다시 몇 명의 사람이 나타났다. 모용운생의 몸이 벼락을 맞은 듯 그 자리에서 부르르 격렬한 진 동을 일으켰다. '하매! 당신이 ?' 276 1 길게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한 여인이 어깨가 다 드러난 채로, 겨우 속옷만 입은 채로 꽁꽁 묶썩 바닥에 끓어앉아 있는데 다름아 .닌 하약란이었다. 대체 어떻게 그녀가 억기에 잡혀 있단 말인가? 그녀 또한 모용운생을 발견하곤 크게 놀란 듯 입을 벙긋거렸으 나 말은 새어나오지 않았다. 그녀의 횐 속옷 이곳저곳에 피가 묻어 .있고 성한 곳이 없는 것으로 보아 첫눈에 그녀가 겪은 고초가 상당 .했음을 알 수 있었다. '으음 " 오용운생의 입에서 마침내 신음이 홀러나왔다 그러나 그의 신색은 순식간에 정상을 회복하고 있었다. 이것을 본 귀선생 북궁소는 내심 간담이 서늘해졌다. '저토록 빨리 냉정을 회복하다니 정말로 저놈은 냉심하고도 무 정한 놈이란 말인가?' '북궁소, 당신이 저들을 내게 보인 이유는?" 북궁소는 내심 쾌재를 부르며 여유있게 대꾸했다. '별다른 뜻은 없다. 귀하가 우리의 요구조건만 들어 준다면 그 들은 즉시 자유를 회복할 수 있을 테니까.' '그 조건은?' 모용운생이 싸늘하게 내뱉듯이 말했다 '뭐 별거 아니지. 귀하가 우리에게 잡혀 주기만 한다면 .." '와아하하하하' 모용운생이 앙천대소했다. 모용운생의 웃음 소리는 마치 용이 신음하듯 하늘을 꿰뚫으며 솟구쳤는데 그 위세가 얼마나 대단한지 내리던 눈송이들이 허공에 .서 마구 춤추며 날아갔다. 북궁소는 체내의 기혈이 들끓음을 의식하고 황급히 운공조식하 千턴=즈舊 =7? 며 웃음 소리에 저항했다. 북궁소 같은 고수가 모용운생의 웃음 소 .리에 쩔쩔매는 것을 본다면 모용운생의 내공이 과연 경인지경 (驚 .八之境)에 이르른 것을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북궁소는 내심 바싹 긴장되었지만 겉으로는 태연히 모용운생을 쳐다보고 있었다. 어차피 패는 그가 쥐고 있기 때문이다. 돌연, 모용운생이 웃음을 뚝 그치며 귀선생 북궁소를 다 . 당신은 내 손을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소?" 북궁소는 빙긋 웃으며 자신있게 대꾸했다. 쏘아보았 '천만에, 그런 생각은 추호도 없다 어차피 생사패라고 았나?" 하지 않 말을 하다가 그는 갑자기 입을 다물었다. 모용운생이 번쩍하는 사이에 그의 효에 도달해서 수중의 검을 거의 목에다 겨누었기 때문이다. 피할 여유조차 없었다. 당신의 목은 몇'개나 되지?' 북궁소는 모용운생의 검이 섬뜩한 검기를 뿌림을 느끼자 이마에 절로 식은땀이 솟아났지만 눈빛만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매우 침착하군! 좋소, 저들을 놓아 주시오. 북궁소가 음산하게 웃었다. 흐흐. 그럼 항복한다는 말인가?" '흥. 꿈도 꾸지 마시오! 저들을 풀어 주면 더 이상 당신을 곤란 하게 하지 않고 떠나갰단 말이오.' '으흐흐흐 그렇게 쉬운 일이 어디 있나? 모용운생. 지금 귀 하에게는 항복과 죽음 두 가지 길밖에 없다.' '하하하' 모용운생이 기막힌 듯 웃음을 터뜨리더니 말했다. '죽음이라고? 누가? 북궁소 당신이 말인가?' 8 料理魂 북궁소는 미소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모용운생이 차갑게 소리쳤다. 내가 저 두 사람의 목숨을 돌보지 않는다면 오늘 누가 이곳에 서 살아날 수 있단 말인가' 그의 말은 살기가 가득하여 주위에는 금세 한기가 돌아 내리는 눈송이가 얼어붙는 것 같았다. 북궁소는 움찔했으나 애써 태연하며 말했다. '단순히 무공으로 말하면 그럴는지 모르겠지! 그러나 본 당주에 게는 또 하나의 생사패가 있다.' 북궁소가 손뼉을 연달아 세 번 쳤다 짝! 짝! 짝-1 그러자 백여 장 사방에서 햇불이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그 수효 는 이십여 개에 달했다 모용운생의 얼굴에 의흑의 멎이 나타나자 북궁소가 설명했다. '저 햇불들은 바로 화약이 매설된 곳이다. 노부의 신호 하나면 이 주위 이백 장은 순식간에 초토화가 되고 만다,' '치밀하기 짝이 없군! 당신이 늦게 나타난 것은 이런 준비 때문 인가? ' 흐흐 과찬의 말이로군1 사실 이런 종류의 것들은 평소에 준비되어 있었지. 그것을 오늘 써먹게 된 것뿐이니까. 설마 무진교 .의 총단이 그처럼 허술할 것으로 알지는 않았을 테지? 자- 이제 대답을 듣고 싶은데?' 북궁소가 음흉하게 웃었다. 정말로 북궁소의 말대로 길은 두 개밖에 없었다. 항복 아니면 몰살이었다. 모용운생의 경공이 비록 화신지경에 이르렀지만 단숨에 이백 장 을 벗어날 수는 없었다. 더구나 사랑하는 여인과 의제를 모른 체 千秋之恨 낀9 버리고 갈 수는 더욱 없었다. 그의 성격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 .었다 오용운생의 눈빛이 싸늘히 가라앉았다. 당신이 과연 나와 동귀어진하겠다고? 과연 그럴 수 있을까? 당 신과 같은 교활한 늙은이가?" 북궁소는 회미하게 웃었다 '맞아, 난 그럴 수 없지! 냉심무정을 죽인다 해도 내가 죽으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지만 나 하나가 없어진다고 해도 무진 교에는 큰 타격이 아니란 말이거든.' 그 말은 그가 명령하지 않아도 화약은 터질 것이라는 의미였다 누군가가 다른 사람이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는 말이기도 했다. 모용운생이 무표정히 서 있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저 여인과 말하고 싶소. 그리고 이제의 아혈도 풀어 주시오.' '어럽지 않은 일이지. 들었지? 시행하라!' 북궁소는 좌우를 돌아보고 외치더니 말했다. '한데 우리가 영부인을 문초하다 보니까. 흐흐흐 벌써 임신 삼 개월이던데 알고 있었소? 입덧이 심하더군 .' 그는 부인이란 말에 힘을 주었다. 인질의 가치를 더 크게 할 직 정인 것이다. 그러나, 그 말은 모용운생을 놀라게 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하매, 그것이 정말이오?' 그는 하약란을 바라보면서 격동 어린 음성으로 물었다. 하약란은 구슬 같은 눈물을 흘리며 피를 토하듯 외쳤다 '오용대가, 어서 피하세요! 저 때문에 당신이 회생되어서는 안 돼요." 모용운생이 회미하게 웃어 보이며 대꾸했다. 280 럼驚魂 '내 걱정은 마시오. 그보다 이자의 말이 사실이오?' 하약란은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억지로 울음을 참고 있는 듯 그 형상이 애처롭기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모용운생은 심신이 격동되는지 아무 말도 없다가 백경추를 돌아 보았다. '이제, 삼제는 어찌 되었느냐?" 백경추가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그때 황가장에서 벗어나면서 암습을 당해 소제는 사로잡히고 삼제는 그만' 모용운생의 온몸이 벼락을 맞은 듯 부르르 떨렸다. 이제야 상황이 이해되었다. 그가 그 대청을 벗어나을 때, 왜 의 제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고 대신 음흔령주라는 자가 암습을 해을 .수 있었던 것인지.. 그들도 자신처럼 기다리고 있던 자들에게 암습을 당해 실력 발 휘를 할 틈도 없이 잡히고 말았을 것이다. 그러니 제아무리 정보력 .이 뛰어난 구류방이라 할지라도 그들의 행적을 찾아 낼 길이 없었 .으리라. 북궁소는 그의 철판이라도 꿰뚫을 것 같은 분노의 눈길에 놓은 나물 같은 심정이 되어 슬그머니 그의 시선을 외면했다. 그 예기를 맞받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숨막히는 시간이 흘러갔다. 사각 . 사각 그사이에도 횐 눈은 계속 내려 쌓이고 있었다. 모용운생의 온몸에도 횐 눈이 쌓여 가고 있었다. 이런 그의 모 습은 언제까지라도 영원히 쓰러지지 않고 버티고 서 있을 태산과 .도 같이 보였다. '북궁소' ;= 81 오용운생의 나지막하면서도 힘있는 음성이 정적을 깨트렸다. '예?' 잔뜩 긴장하고 있던 북궁소는 깜짝 놀라서 부지중에 화닥 대꾸 하고는, 실태를 깨닫고 내심 얼굴이 붉어졌다. 그도 목을 건 도박 .을 하는 상태인지라 긴장되지 않을 리가 없는 것이다. 모용운생이 .모든 것을 돌보지 않겠다고 결심한다면 자신은 오늘로 생을 마감 .해야 하니 그의 긴장도 무리는 아니었다. '저들을 놓아 주시오." 북궁소는 기뻐 미칠 것 같았다. 절로 입이 쫙 째졌다. '하하 과연 모용운생은 대협이란 칭호를 받을 만하오.' 어투 또한 달라졌다. 그리고 그는 음침하게 말을 이었다. '그러나 귀하의 무공이 너무 높으니 본 당주는 전혀 마음을 놓 을 수 없소. 그래서 한 가지 요구가 있는데' '말하시오.' 모용운생은 체념한 듯 간단히 대꾸했다. '본 당주는 귀하가 오른쪽 팔을 희생해 주기를 원하오.' 떳이?' 모용운생이 두 눈을 부릅뜨고 북궁소를 노려보았다. 냉전 (짜舊 .같은 섬광이 형체가 있는 비수처럼 눈에서 폭사되었다. 그와 북궁소와의 거리는 겨우 삼 척 가량에 불과하였으므로 마 .음만 먹으면 북궁소는 대번에 목이 날아갈 판이었다. '다, 당신의 양의무정검법은 당년의 절정검마를 이미 능가하는 .상태라 당신의 두 팔이 다 있다면 북궁소는 말끝을 흐리고는 마치 도살장에 끌려나온 소와 같은 .심정이 되어 처분만 기다렸다. 입 안에서 절로 침이 바짝바짝 말랐 .다. 그는 실로 단 한번도 이와 같이 주눅이 들고 초조해 해본 적이 .282 獨설驚魂 없었다 숨막힐 듯한 시칸이 흘렀다. 북궁소는 어찌나 긴장을 했는지 눈이 내려 이 모락모락 올라오고 있었다. 쌓였던 머리에서 김 '좋다, 소원대로 해주지!' 마침내. 모용운생이 마치 남의 일을 말하듯 잘라 말했다. 안도 의 빛이 북궁소에게 도는 것을 본 모용운생이 다시 말했다. '하지만 그 전에 우선 저들을 석방해야 한다!' 북궁소는 강경하게 고개를 흔들었다. '그건 안 되지! 조컨이 이행된 다음에 저 두 사람은 놓아 주겠 소. 본 당주가 귀하의 공력을 봉쇄한 후.. '너 같은 교활한 여우가 말인가?' 모용운생이 거침없이 귀선생 북궁소를 금도 안색을 변치 않고 대꾸했다. 매도했으나 북궁소는 조 지금의 본 당주는 일개 형당당주가 아니고 무진교의 대표로서 말하는 것이오. 천하제패를 노리는 본 교가 그 정도의 신의도 지키 .지 못한다면 어찌 뒷날 강호에서 군림할 수 있겠소? 더구나 저 두 .사람은 모용운생에 비하면 달멎 아래 반딧블에 블과한 존재일 따 .름이니 본 교에 아무런 위협도 될 수 없소.' 칭찬해 주어 매우 고맙군." 모용운생은 내뱉듯이 말하더니 천천히 고개를 좋다, 믿어 보지 ' 모용운생의 말이 떨어지자 백경추와 하약란이 끄덕였다. 이 외쳤다 동시에 악을 쓰듯 형님, 안 됩니다!' ?모용대가! 당신은 무림의 기둥이에요. 나 같은 한낱 아낙네로 인해 당신을 파멸시켜서는 안 돼요1 제발. .. .!' 千秋之恨 =8 그러나 그들의 외침은 오히려 모용운생의 결심을 굳게 해줄 뿐 이었다. 모용운생은 백경추를 바라보면서 침증한 음성으로 말했다. '하매는 내 아이를 잉태했다. 만약 내가 오늘 횡액을 벗어날 수 .없게 된다면 하매를 도와서 후일을 도모해 다오.' 그의 말을 들은 백경추의 준미한 얼굴이 일그러졌다 '형님 "하매 만약 내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아이를 잘 부탁하겠소. ' .'모용대가!' 오용운생의 말에 하약란은 처절하게 울부짖더니 참지 못하고 욱. 하며 한모금의 피를 토하고는 그만 까무러치고 말았다. 일그러진 얼굴로 까무러친 그녀를 바라보던 모용운생은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갔다. 뜻밖의 사태에 당황한 감시무사가 황망히 북궁소를 보았다. 북 .궁소는 고개를 끄떡여 그들이 그대로 있기를 명했다. 무사들이 잔 .뜩 긴장한 표정으로 하약란의 목에 검날을 세운 채 모용운생을 바 .라보았다, 묵묵히 기절한 하약란을 쳐다보던 모용운생은 고개를 들어 백경 추를 보았다 . 이제 ! 오든 것은 너에게 달렸다. 하매를 잘 부탁한다." 백경추 또한 인물 중의 인물. 비록 무진교의 수중에 영락(零舊) 했다고는 하지만 그가 어찌 평범한 인물이겠는가. 그는 상황이 올 .데까지 와서 자신으로서는 더 이상 어떻게 할 수 없음을 깨달았다 ..'죄송합니다. 형님 ! 소제 소제, 분신쇄골 형수험과 태어날 조카를 돌보아 모용가를 일으키겠습니 다.' 백경추는 피눈믈을 홀리면서 피를 토하듯이 외쳤다. 284 濁럴驚魂 고맙다. 부탁한다.' 모용운생은 침통하게 한마디 내뱉었다. 그리고 그는 오른손에 있던 제마검을 왼손으로 옮겨 쥐었다 찰 나였다. 섬광이 서릿발처럼 번개가 달리듯이 일어났다. '으악!' 합창하듯 일어나는 비명 기절해 목을 떨군 하약란의 등뒤에서 목에다 검을 대고 있던 두 감시무사의 목이 피를 뿌리며 날아갔다. 검을 옮겨 쥐던 모용운생이 몸을 돌리면서 검기(劍氣)로 반 장 가량의 거리에 있던 두 감시무사의 목을 쳐 날려 버린 것이다. 모 ..용운생의 움직임은 거기서 그친 것이 아니었다. 쒀아아-앙1 감시무사의 목을 쳐 날린 검은 무서운 광채로 화해서 모용운생 의 손을 떠나 백경추를 위협하고 있는 두 명의 감시무사에게로 폭 ..발하듯이 날아갔다. '크아-아악-!' 백경추의 뒤에서 위협하고 있던 자들이 눈을 크게 부릅뜬 채로 미처 아무 행동도 취하지 못하고서 그대로 목에서 피분수를 뿌렸 ..다. 상황의 진전이 얼마나 빨랐는지 백경추의 목에 대어져 있던 검 ..이 조금 움찔했을 뿐 그들의 목은 하늘을 날고 있었다. 이기어검술(以氣歌鄕料이 그냥 검을 날리는 비검 (飛劒) 과 어떻 게 틀리는지를 극명하게 보여 주는 한 순간이었다. 속도와 위력 면 ..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 것이다. 검을 날린 모용운생은 하약란의 목에 검을 대고 있던 자들의 머 리가 하늘을 날고 있을 때 이미 천마(天馬) 와 같이 날아서 그들을 ..쳐내고 하약란을 품에 안고 있었다. '저 -' 千秋之恨 285 북궁소가 두 눈을 부릅떴다. 그리고 그가 채 말을 내뱉기도 전에 모용운생의 신형은 가공할 속도로 십 장 거리를 가로질러서 이번에는 백경추를 위협하고 있 던 자들에게 일장을 날렸다. 이미 머리를 잃어버린 자들이 비명조차 지를 수 있겠는가. 펑 ! 가죽북 터지는 소리와 함께 그들이 날아갈 때. 모용운생은 이미 백경추를 구해 내 그를 하약란과 함께 다른 쪽 옆구리에 끼었다 .자신의 수중으로 돌아오는 제마검을 입으로 받아 문 상태였다. 그리고 그는 땅을 박차고 몸을 날렸다. '놈을 막아아아-!' 그때서야 북궁소가 찢어지는 듯이 고함을 쳤다. 얼마나 분노했는지, 움켜 껀 주먹이 덜덜 떨리고 목에 핏대가 곤두섰다. 오죽하면 모용운생에게 잘렸던 한쪽 팔이 어깨에서 다 .시 튀어나을 뻔했으랴. 쾅1 콰콰쾅 그 외침과 함께 오용운생의 앞에서. 옆에서 뒤에서 가공할 폭발 .이 일제히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것은 정확하게 말해서 북궁소가 .고함을 치기 이전이었다. 땅거죽이 뒤집어지고. 담장이 오래언덕처럼 허물어졌고 전각과 컨물들이 지푸라기처럼 날아올랐다. 하늘과 땅이 온통 불덩이로 변하는 것 같았다. 그 위세는 가히 천지개벽 (天地開關) 콰콰콰-콰콰콰아앙 콰앙, 모용운생은 전각이 통째로 날아가는 가운데 장난감처럼 허물어 지는 담장을 넘어 폭발 속에서 날아나왔다. 불기둥이 그의 움직임 286 獨贊驚볐 을 따라 하늘을 수놓았다. '윽!' 하약란과 백경추를 안고서 불바다를 날아나온 모용운생이 무너 지는 담장을 뚫고서 나뜀굴었다. 천하의 모용운생이라 할지라도 그 가공할 연속폭발의 와중을 무사히 벗어날 수는 없는 일이다. 옷 ..자락에서 불꽃이 일고 흐트러진 머리카락 등 낭패한 기색이 역력 했다. 하지만 그는 살아 있었다. 기혈이 진동되고 약간의 손상을 입긴 했지만. ... 그리고 그들은 그 가공할 폭발에서 벗어나면서 무진교 총단의 외곽에 도달한 상태였다. 조금만 더 가면 무진교를 벗어날 수 있었 ..다. 무진교도들이 달려오고 있음이 아련하게 보였다. '이제 ! 괜찮나?' 모용운생이 백경추를 흔들며 소리쳤다 백경추의 몰골 또한 말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쓰러진 채로 늠연하게 고개를 끄떡였다. 전 괜찮습니다, 저보다 형수님 되실 분은 어떻습니까?' '잠시만 뒤를 봐다오.' 모용운생은 번개처럼 백경추의 전신혈도를 쳤다. 나직이 탁한 숨을 내쉬면서 백경추가 몸을 일으켰다. 그는 가쁜 숨을 내쉬면서 이를 악물고 일어나 불바다가 된 무진교 총단을 보 ..곤 모용운생의 곁에 떨어져 있는 제마검을 주워 들더니, 모용운생 ..을 호위하듯이 앞을 막아섰다. 모용운생은 하약란의 상태를 살폈다. 그녀를 구한 다음부터 지 금까지 그녀는 실신 상태였다. 웬만하게 정신을 잃었다면 그 천지 ..광란의 대폭발에 놀라서라도 정신을 차렸을 것이었다. 뭔가 심상치 않은 불길한 예;침 千恨 = 그렇지 않았다면 백경추를 보초로 세우는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그녀를 살피지는 않았을 것이다 백경추 또한 그러함을 알기에 아 ..무런 소리도 없이 검을 주워 들고 그의 앞을 막아선 것이기도 했 ..다. '약란' 막 그녀를 살펴보려던 모용운생의 눈에 반색의 및이 떠올랐다. 그녀가 눈을 떠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던 것이다. '괜찮은 거요?' 모용운생은 손을 내밀어 그녀의 창백한 뺨을 어루만졌다. 조용히 하약란이 손을 들어올려 자신의 뺨을 어루만지는 모용운 ..생의 손을 잡았다. 그윽한 눈벚이 아프게 흔들리고 있었다. '미안해요' 오용운생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떠올랐다. '미안이라니 그게 무슨 ' 바로 그 순간, 하약란이 빛살처럼 빠르게 손을 내밀어 그의 가 ..슴을 쳤다. 쾅! 일진 폭음. 모용운생은 눈앞에 벼락이 친 듯 일순 눈앞이 깜깜해졌다. 기혈 ..이 들끓어 오르고 목구멍이 타는 듯 갈증이 일어나면서 비릿한 것 ..이 튀어나왔다. '으윽!" 그는 피를 토해 내면서 쓰러질 듯이 뒤로 물러났다. 하약란의 일장은 내가중수법(內家重풍法)을 운용한 것이라 방심하고 있던 그는 가히 치명적인 타격을 입은 것이다. 왜? 288 8 모용운생은 믿을 수 없는 듯이 멍청한 눈으로 하약란을 쳐다보 았다. 고통이 문제가 아니었다.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삼엄한 검기가 뒤에서 무섭게 그를 엄습했다. 그것은 너무도 창졸간이고 급작스러워서 모용운생이 그것을 깨 달았을 때에는 그 검기는 이미 그를 가르고 있었다. 평소의 그라면 ..아무리 급박하다 해도 응변(應變)할 수 있었을 것이었다. 하지만 당하고도 믿을 수 없는 일에 그의 모든 사고는 일순 정 지하다시피 된 상황이었던지라 그것을 깨달았을 때에는 일이 벌어 ..진 다음이었다. 더더구나. 그의 뒤에는 적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 ..'으악!' 모용운생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피분수가 피어나면서 그의 눈에 피를 뿌리며 떨어져 나가고 있 는 자신의 팔뚝이 들어왔다. 굵어진 눈발이 내리고 있는 눈 위에 ..떨어진 팔이 피를 뿌리면서 고통에 겨워 신음했다. 모용운생은 찰나간에 반 장 가량을 옆으로 비켜나서 눈을 부릅 뜨고서 자신의 팔을 보았다. 당연히 있었어야 할 팔이 보이지 않았 ..다. 어깻죽지에서부터 선혈이 폭포수처럼 쏟아지고 있었다 '이제?' 그는 실성한 듯이 중얼거렸다. 그의 뒤에는 백경추가 무서운 얼굴로 제마검을 들고 있었다. 정 녕 믿을 수 없게도 등뒤에서 그를 습격한 것은 백경추였다. 그는 모용운생을 습격했고 하약란의 일습{一勳 에 일시 사고가 마비되 다시피 되었던 모용운생은 미처 그 일검을 피해 내지 못하고 한쪽 ..팔이 잘려져 버리고 만 것이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흐윽 " 千料之.恨 289 모용운생이 전신을 부르르 떨엇다. 그의 등뒤에서 연달아 타격음이 일어나고 있었다. 땅에 누워 있던 하약란이 어느새 몸을 일으켜 그의 등뒤에 있는 대혈을 전광석화와 같이 점해 버렸던 것이다. 일세를 퐁미했던 냉심무정 모용운생은 이제 하늘을 덮으며 내리 기 시작한 눈을 맞으며 그렇게 우뚝 서 있었다. 그의 앞에는 그가 ..그떻게 믿었던 의제 백경수가 서 있었고 그의 옆에는 그가 그처럼 ..목숨 바쳐 사랑했던 여인 하약란이 서 있었다. 하약란은 손을 내밀어 모용운생의 혈도를 다시 점해 그의 괄에 서 흐르는 피를 멈추게 하면서 무서운 눈빛으로 백경추를 쏘아보 ..았다. '왜 그의 팔을 잘랐어요?' 휘익! 백경추는 손에 든 제마검을 휘둘러 검날에 묻은 피를 경쾌하게 설원에 뿌리고는 음산한 웃음을 떠올렸다. '그의 양의무정검법은 당년의 절정검마를 능가하는 가공할 위력 ..을 가졌소. 만약. 내가 사정을 봐주었다면 이 자리에서 피를 뿌리 ..는 것은 내가 아닐 것이오. 그렇지 않나, 모용운생?' 그의 눈은 통쾌하게 웃고 있었다. '너는 누구냐?네가 정말 내 의제인 백경추란 말이냐?" 오용운생이 일그러진 얼굴로 물었다. 그 대답은 내가 하지! 그는 우리 무진교의 오령 증 수석령주인 음혼령주(陰魂令초)라네. 으흐흐흐. ' 음산한 웃음 소리와 함께 귀선생 북궁소가 나타났다. 그의 태도 는 침착하고도 태연하여 이미 모든 상황을 예측하고 있었던 듯하 ..엿다. 290 =8 '음혼령주?' 야수의 응얼거림과 같은 신음이 모용운생의 입에서 새어나왔다, ..뭔가 그림이 만들어지는 것 같았다. 자신이 대청을 벗어났을 때 ..자신을 기다린 것이 자신의 의제가 아니라 음혼령주였던 것은 그 ..가 바로 음혼령주 본인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순박한 석대룡 또한 ..그렇게 손도 써보지 못하고 당했으리라. 그의 일그러진 눈빛이 하약란에게로 옮겨갔다. '약란 너도 ..?' 하약란은 입술을 깨물더니 차갑게 말했다. '내 이름은 유봉지(柳鳳芝) ! 오대령주의 둘째인 혈봉령주(血鳳 令호)예9.' 갑자기 하늘이 깜깜해지는 것 같았다 팔이 잘린 것은 고통이 아니었다. 그까짓 다 한들 이처럼 찢어지는 가슴. 그 배신감에 것이 아무리 고통스럽 어찌 비길 수 있으랴! 이게 무엇인가? 사랑이 어디 있으며, 의리가 어디에 있고 신의 (信여는 또 어디 있는가. 자신은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이러한 처지에 떨어지게 ..되었던가 평생 처음 사랑한 여인이. 의제가 모용운생의 온몸에 격렬한 진동이 일어났다. 그의 검미는 하늘 로 곤두섰으며 격분을 참지 못한 숨소리는 천등과도 같았다. 부륨 ..뜬 두 눈은 찢어질 듯했다. 백경추 너는 지난날에 암습할 기회가 있었는데도 왜 암습하지 않았느냐? 백경추, 아니 음혼령주는 냉소하며 대꾸했다. 그것은 교주님의 특별영유 때문이었다. 너를 교에 가입케 하라는 대답이 되었나? 잘 회유하여 무진 千인=츠舊 풍1 모용운생은 혹시나 하는 기대가 있었지만 모두 무산되어 버림을 느꼈다. 그는 무섭게 일그러진 얼굴로 하약란을 쳐다보았다. '약란, 너도냐?' 유봉지라 자신을 칭한 하약란, 혈봉령주가 대꾸했다. '물론 본 영주도 교주님의 명령으로 당신에게 접근했지 !' 마침내 모용운생은 참지 못하고 첵, 하고 왈칵 한 모금의 선혈 을 내쏟았다. 울혈이 치밀어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는 도저히 벗어날 수 없는 이증삼증의 덫에 이미 걸려 있었던 .것이다. 결코 벗어날 수 없는 함정이었다. '삼제는 어떻게 되었느냐?' 모용운생이 절규했다. 음혼령주 백경추가 음흉하게 대꾸했다. 당연히 그 녀석은 본 영주가 그날 처리했지 ! 아마 곧 환혼강시 .가 될걸?" 모용운생은 할말을 잃었다. 극도의 분노로 인해 그의 두 눈은 부릅뜨다 못해서 눈꼬리가 찢 .어져 피가 흐르고 있었고 잘려진 팔뚝에서는 다시 피가 터졌다. 모 ..용운생의 온몸에서는 무서운 살기가 뻗어 나오고 그의 흑의는 저 절로 세차게 펄럭거렸다. 그의 주변에 내리던 눈발이 획획 소리를 내면서 날았다. 아니, 공력을 폐쇄해 놓았는데 어떻게 저런 기세가 나올 수 있 지?' 귀선생 북궁소가 질린 듯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쳤다. 찰나였다. '윽!' 답답한 비명이 터졌다. 백경추가 질풍처럼 다가와서 손가락을 한데 모아 모용운생의 기 292 해혈 (氣海穴)에 사납게 일격을 내지른 것이다. 그 일격은 단혼추 ..(斷柰飜라는 것으로 내가의 기공(氣功) 을 파괴하는 악독한 것이었 ..다. 즉각 모용운생의 눈빛이 암담해졌다. 절세무비 (絶世無比)한 모용운생의 체내 공력은 모조리 무산되어 사라져 버렸다. 그러자 무섭게 뻗어나던 모용운생의 기세는 순식 간에 없어져 버리고 말았다. 기실 극도의 분노가 원동력이 되어 모 ..용운생의 체내 진기가 움직이면서 막힌 혈도가 뚫어져 가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데 백경추가 그것을 알아보고 다가와 그의 기해를 파괴해 전신 공력을 산산이 흩어 놓은 것이다 공력이 금제 (웃制)된 것과 파괴된 것은 완전히 다르다. 금제된 다는 것은 언제라도 금제가 풀리면 회복할 수 있지만 파괴된다는 것은 지금까지 쌓았던 모든 공력이 허사가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백경추, 네놈은 실로 악독하구나!' 모용운생이 피를 토해 내며 외쳤다. 멸봉령주 유봉자갸 대노해 낳췄륨게 부르짖꽈댜. '무슨 짓이에요? 교주님께서는 이 사람의 공력을 없애라고 하지 않았잖아요! 왜 이런 짓을 한 거예요?' ..흐흐 만약 내가 손을 쓰는 것이 조금만 늦었으면 우리 세 사람은 모두 살아날 생각은 버려야 했을걸? 그의 공력이 회복된다 ..면 우리 세 사람이 힘을 합쳐도 어찌 그를 당해 낼 수가 있겠소? ..백경추가 음산히 웃었다. 말은 그렇게 하지만 그의 속셈은 다른 곳에 있었다 오용운생이 무공을 지니고 있는 한, 그는 영원히 오용운생을 능 ..가할 수가 없었고 한편으로는 언젠가 보복당할까 그것이 두려웠던 ..千=.恨 卞 것이다 공력이 모두 사라지자 모용운생은 이제 허약하기 이를 데 없 외팔이 서생에 불과했다. 는 모용운생은 후들거리는 다리로 전신을 버티고 선 채로 떨리는 음성으로 물었다 '아이 아이 문제도 거짓이었느냐?" 하약갈은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의 안색은 차가웠지만 심중은 편치 못한 듯하였다. '아니에요. 그건 사실이에요. 당신의 아이는 교주님의 려로 훌륭한 무진교의 용사로서 키워질 거예요.' 특별 배 '그 녀석은 자신의 아버지가 누군지도 모르고 자라게 될 거다. 흐흐 옆에서 백경추가 거들었다. '이. 이 천하에 악독한 파렴치한 놈들 !' 모용운생이 부르짖더니 채 말도 끝맺지 못하고 피를 폭포수처럼 토해 내고는 뒤로 벌렁 나가자빠졌다. 냉흑한 웃음 소리가 아련히 ..멀어짐을 느끼며 모용운생의 의식은 점점 끝없는 어둠의 나락으로 ..떨어져 갔다. 무심한 눈송이는 붉은 선혈로 얼룩진 사박 소리도 없이 쌓여 가고 있었다. 모용운생의 몸 위에 사박 이 영응의 비참한 말로를 감추어 버리고 싶은 듯이 그렇게 눈송 이는 쌓이고 또 쌓여 가고 있었다 294 第 十 章 九 州 狂 子 사 7 == =. 장명등(릇命燈) 의 불빛이 그 석실을 환하게 밝히고 있다 그 방의 절반 가량은 거대한 침상이 자리잡고 있는데 방안에는 두 여인이 있었다. 한 여인은 타는 듯 붉은 흥의를 입고 고개를 숙인 복하고 있었으며 한 여인은 비스듬히 침상 위에 누운 고 있었다. 해괴한 것은 침상 위의 그 여인은 전신에 실오라기 바닥에 부 않은 나신이라는 점이었다. 그녀를 보 채 채 하나 걸치지 칠흑 같은 머리는 구름같이 휘말려 어깨를 걸쳐 가슴까지 미묘 한 곡선을 그리며 홀러내렸으며. 그 사이로 풍만하게 솟아나온 젖 ..가슴은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았다. 그리고 백옥 같은 살결과 개미 ..허리 밑으로 육감적으로 호선을 그린 둔부는 보는 이의 숨을 막히 ..게 하기에 족했다. 진정 천하에 둘도 없을 것 같은 몸매였다 千料=:. 27 그러나 그 몸매 못지않게 그 가볍게 숙인 얼굴의 미태(美態)는 정녕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으리만큼 처절한 것이었다. 천하에 이와 같이 처절하리만큼의 염태 (艶態)를 지닌 사람이 또 ..누가 있겠는가? 모용운생이 그토록 찾아 헤매던 소수미혼녀 강옥지, 바로 그녀 였다. 백 세 가까운 나이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겨우 십팔구 세 정 ..도로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그녀의 얼굴맞은 지금 매우 창백했다. '그래? 그건 매우 유감이로구나. 후일 크게 쓸 수 있을 걸로 생 각했었는데. 사정을 듣건대 필시 그는 모용중광의 제자나 후예 인 것 같았거늘. 소수미혼녀는 묘한 표정으로 한참 무엇인가 생각하더니 말했다 .'그를 일호 지하뇌옥에 가두고 오든 대우는 최고로 해주어라 그리고 강호에 소문을 퍼뜨려 모용중광을 나타나게 해라.' '세. 교주님.' 홍의여인이 나직이 대답했다. 소수미혼녀는 부복해 있는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더니 물었다. 자상하게 '그를 사랑했느냐?' 홍의여인이 고개를 들었다. 바로 혈봉령주인 유봉지였다. 그녀 .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다시 무겁게 고개를 숙였다. 소수미혼녀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그러자 마치 수백 송이 .의 백화가 그 얼굴에서 피어나는 듯했다. '남자라면 벌레 보듯 하던 너를 그처럼 흘렸으니 그 녀석이 나 .긴 난 놈이구나. 하긴 그 정도의 인물은 지난 오십 년 이래로 본 적이 없었지.' =튀 29 獨렬澤魂 유봉지의 눈에서 눈물이 바닥에 떨어졌다. 소수미흔녀는 묘한 시선으로 유봉지를 바라보더니 다시 입을 열 었다 . 이미 모두가 지난 일이다. 너는 아기나 잘 키우도록 해라. 그 리고 나는 유명진살(幽冥眞料)이 완성되어 가던 중에 방해를 받아 ..주화입마 되어 공력을 회복하기 위해서 동남(훌男) 구십구 명이 필 ..요하다. 속히 데려을 수 있도록 수배해야 한다. 만약 이번 연공을 ..성공한다면 화가 복이 되어 나는 유명진살을 완전히 터득할 뿐 아 ..니라, 나아가서 지난날 스승께서 전수해 주셨던 마지막 심법인 음 ..부유강(陰府柔료)마저도 터득케 될 것이다." 원래 그녀는 신공의 마지막 연공을 위해서 폐관(閉關)에 든 상 태였었다. 자연히 그녀가 있는 사오층은 아무도 을라오지 못하는 ..금지가 되어 있어서 모용운생은 오히려 다른 사람들의 제지를 받 ..지 않고 그녀를 만날 수 있었던 것이다. 교주님. 오늘 총단은 막심한 피해를 입었습니다. 강호상에서의 활동은 어떻게 쌔야 할는지요?' 유봉지가 물었다. '그래, 오늘의 피해는 어떻게 되느냐?' '환흔강시 세 구를 비롯해 삼백팔십칠 중상자가 있습니다." 명이 죽고 열아홉 명의 '뭐라고? 그렇게 많이? 한데도 중상자는 열아흡뿐이란 말이 냐? ' 예. 모두 치명상을 입었기에 살아날 수가 없었습니다." '과연 녀석의 위력이 대단했었나 보구나. ' 소수미혼녀는 중얼거리더니 결심한 듯 말했다. '알겠다. 모든 좔동은 내가 신공을 완성할 때까지 유보하자 그 ..렇게 알고 가보아라." 千理=츠舊 299 '예, 교주님, 그럼' 유봉지는 절을 하고 조용히 물러났다. '경추, 게 있느냐?' '쩌.' 대답이 들리며 다른 방향에서 가벼운 음향과 함께 석문이 열리 ..더니 백경추가 나타났다. 그가 나타났음에도 소수미혼녀는 전혀 몸을 가릴 생각을 하지 ..않았다. 사내 제자 요에서 알몸을 드러내고도 조금도 부끄러운 빛 ..을 보이지 않는 것이다. 한데 이 제자란 백경추의 거동 또한 가관이었다. 넋을 잃은 듯 이 뚫어져라고 소수미혼녀의 나체를 쳐다보면서 시선을 돌릴 줄을 ..몰랐다. 입에서 침이 흐를 지경이었다. 지아의 거동이 전과 틀리니 주의해서 살피도록 해라. ' 소수미혼녀가 차갑게 말했다. 백경추는 정신이 든 듯 대답했다. '예? 예 알겠습니다." 그러자 소수미혼녀는 옥과 같은 다리를 살짝 벌리며 웃었다. '무엇을 기다리고 있느냐?' '교주님!' 백경추가 다급히 외치며 몸을 날려 소수미흔녀의 두 다리가 벌 어진 곳에다 얼굴을 묻었다. 곧이어 방안은 남녀의 음탕한 교성으 ..로 가득 찼다. 강호에는 고요함이 호르고 있었다. 불난 호떡집과 같이 들끓던 무림이 갑자기 너무나 조용해졌기 30 獨舊驚魂 때문이다. 이 고요는 너무도 갑자기 닥쳐 온 것이라 무림인들은 모 ..두가 불안에 쌓여 있었다. 폭풍 전야의 고요임을 그들은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언제 디서 불벼락이 떨어질는지 모르는 것이 지금의 상황이었다 어 이러한 고요가 강호에 찾아온 것은 무림을 진동시킨 두 가지 사 건 후였다. 그 첫 번째 사건은 바로 냉심무정 모용운생이 그 엄청난 세력을 지닌 무진교의 총단에 흘로 쳐들어가 무진교의 총단을 거의 초토 화시켰다는 것이었다. 그 뒤 모용운생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강호 에 알려지지 않았으나. 원래 신비로운 인물로 지목되고 있던 모용 ..운생의 지난 삼 개월 간의 실종은. 그가 혈해에 다녀왔기 때문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사람들은 모두 모용운생이 혈해를 다녀온 것으로 믿고 그의 무 공이 천하무적인 것으로 치켜세우기 시작했다. 냉심무정 모용운생! 그는 하나의 살아 있는 신화(神話)가 되어 가고 있었다. 그리고 두 번째 사건은 염왕전과 무진교의 정예가 정면 층돌하 여 쌍방이 커다란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었다. 누가 승리했는지 알 ..려지지는 않았으나 무력한 정의자사들은 염왕전과 무진교 양쪽이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기를 바랬다. 이 두 가지 사건 이후 강호는 쥐죽은듯 조용하기 이를 데 없었 다. 그러나 그들은 명백히 느끼고 있었다. 이 고요 속에 무서운 세력의 암류가 꿈틀거리고 있는 것을. 햇빛도 들지 않았다. 千秋之恨 31 밤에도 어두웠다. 낮에도 어두웠다. 언제나 어둠의 장막이 떠나지 않고 있었다. 그 어둠 속에 한 물체가 어렴풋이 보였다. 그 물체는 응크리고 앉아 있는 사람이었다. 그의 머리는 봉두난발이 되어 남자인지 여 ..자인지도 알아볼 수 없었다. 그러나 떡 벌어진 어깨로 보아 남자임 ..에 틀림이 없었다. 딸각 금속음이 나더니 한 줄기 불멎이 스며들어 왔다. 주위가 환하게 밝아졌다. 이제 보니 이곳은 그리 넓지 않은 석실이었다. 그 석실 한 귀퉁이에는 돌침상이 놓여 있고 그 침상에는 어울리 지 않게 비단금침이 깔려 있었다, 그리고 뜻밖에도 주위에는 서가 ..(書架)가 있어 상당한 양의 책이 곶혀 있었으며 가운데 있는 돌탁 ..자에는 문방사우가 놓여 있었다. 벽에는 만년등이 준비되어 있었으나 단 한번도 켜보지 않은 듯 먼지가 소복하게 앉아 있었다. 지금 침상 위에는 바로 조금 전의 ..그 봉두난발의 괴인이 앉아 있었다. '밥 가져 왔소.' 퉁명스러운 목소리가 석실을 울렸다 봉두난발의 괴인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번쩍 빛이 번뜩이는 것 같았다. 봉두난발인 괴인의 얼굴은 온통 머리 ..카락과 수염 때문에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그 눈멎만은 그토록 ..매섭고 차가웠다 '거기 두고 가거라. ' 냉막한 음성이 조용히 석실을 울렸다. '알겠소이다.' 52 獨贊驚魂 한 대한이 퉁명스럽게 대꾸하고 제법 소담한 밥상을 놓고 뒤돌 아 나갔다. '빌어먹을! 누가 죄수고 누가 간수인지 모르겠다니까. 도대체 어떻게 된 게 저 외팔이놈 앞에만 가면 이렇게 오금이 저리는 지 제기랄' 대한이 투덜거리면서 문을 쿵, 닫고 사라졌다. 이곳은 감옥이었다. 그리고 억기에 이렇게 피폐한 모습으로 응크리고 앉아 있는 사 람은 다름아닌 모용운생. 그였다. 몰락한 영응의 모습이던가, 아니면 사랑에 배신당한 남자의 가 련한 모습이던가? 하지만 그의 눈빛만은 결코 그떻게 맥없는 것이 ..아니었다. 그의 눈길, 그 차가운 눈길은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었 ..다. 천추의 한이 서린 그의 눈에 어린 원한(料料의 불길은 용광로 ..와 같이 한으로 무섭게 타오르고 있었다. 모용운생은 처음 이 지하뇌옥에 들어와서 몇 번인가 죽음을 생 각했었다. 그러나 어찌 죽을 수 있단 말인가? 평생 처음 마음을 바쳐 사랑했던 여인이, 자신의 아이까지 가진 여인이 자신을 이렇게 만들지 않았는가? 처음부터 철저히 자신을 ..우롱했던 것이 아닌가. 무림삼영이 한데 모이기가 무섭게 풍비박산이 된 것이 누구 때 문인가? 백경추! 그를 어찌 그냥 두랴! 결코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었다. 그의 의지는 더욱 굳어만 갔다. 그러나 그에게 서광이란 조금도 없었다. 이 사방 이 장 가량 ..의 방에서 그가 원하는 것은 모두 이루어지고 있으나 그것은 기껏 ..千恨 해야 의식주에 불과한 것이다. 모용운생은 이 지하뇌옥에 갇힌 후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이를 악물고서 진기토납법(眞氣吐納法}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있었 ..다. 하지만 백경추가 전신의 진기를 흩어 버리고 경맥을 짚어 놓아 ..도저히 진기가 모이지 않았다. 그는 한평생 이 지하뇌옥에서 지낼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그러나 역시 그는 범인(凡八)과는 달랐다. 그는 전혀 희망이 없 음에도 불구하고 조금도 낙담하지 않았다. '탈출해야 한다. 그래야만 무슨 수가 생긴다.' 모용운생은 하루에도 수십. 수백 번을 피가 나게 입술을 깨물면 서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언제나 식사는 거르지 않았고, 하나 남은 ..왼쪽 손으로 벽에 구멍을 파기 시작했다. 그는 원래 오른손잡이였 ..던지라 왼손을 사용하자니 불편하기 이를 데 없었다. 게다가 벽은 ..단단하기 이를 데 없는 화강암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적수천석 (滴水잗石)이라고 그 단단한 재질의 화강암에도 ..시간이 갈수록 점점 구멍이 뚫어져 가기 시작했다. 이런 까닭으로 ..그는 언제나 석실 안에 불을 켜놓지 않았다. 한 가지 골치 아픈 것은 파낸 흙의 처리였다 처음에는 극소량의 돌 부스러기가 나와서 문제가 없었지만 나증 에 화강암이 뚫어지고 부드러운 흙이 나오자 처치가 곤란하기 짝 ..이 없었다. 침상 밑에 흙이 꽉차고 오물통에 흙이 찼다. 오물통은 ..매일 걷어 가므로 하루에 그 이상은 팔 수가 없었다 모용운생은 끊임없이 왼손을 쓰는 연습을 하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미친 사람이 발광을 하는 것 같은 광경이었다. 설사 영원히 ..이곳을 벗어나지 못한다 하여도 그는 만일의 경우에 대비하고 있 ..는 것이다. 모용운생은 매일 복수만을 되뇌고 있었다. 지켜봄을 모 하지만 그는 그런 그의 모습을 이따금씩 누가 와서 54 獨贊澤魂 르고 있었다 돌아서는 그 인영의 눈에서는 언제나 눈물이 흐르고 ..있음은 더 더욱 알 수 없었다. 오늘도 모용운생은 들어온 식사를 모조리 싹싹 긁어 먹었다. 식 사를 남긴다는 것은 사치였다. 식사를 가지고 간 후. 모용운생은 ..다시 침상 뒤에 있는 구멍 속으로 들어갔다. 그 구멍은 한 사람이 ..기어서 겨우 들어갈 수 있는 크기였으며 모용운생은 그 동안 약 이 ..장 가량의 굴을 만들어 놓고 있었다. 세월이 얼마나 홀렀는지 모르 ..지만 그간 그가 피나게 노력한 결정이었다. 모용운생의 손에는 숟가락 하나가 쥐어져 있었다. 팍!팍! 숟가락이 땅을 파는 소리가 계속 울렸다. '응?" 모용운생의 안색에 미묘한 변화가 일었다 분명히 어느 한쪽의 소리가 다른 곳의 소리보다 이상했던 것이다. 다시 이곳저곳을 숟가락 끝으로 찔러 보았다. 팍 탁! 타악1 '정말이구나! 이곳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는데?' 모용운생은 약간 떨리는 음성으로 중얼거리며 있는 힘을 다해서 소리가 이상한 쪽을 파내기 시작했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모용운생의 숟가락을 껀 손이 덜덜 지 않음을 느꼈다. 떨리고 팔이 제대로 움직이 '내가 잘못 생각했었단 말인가?' 오용운생은 가볍게 탄식하다가 심중의 울화가 솟아오른 듯 있 는 힘을 다해서 파내던 앞면을 후려갈겼다. 공력이 파괴된 그의 지금 주먹의 힘은 무공을 모르는 장정의 것보다 더욱 약한 것이 었다. 于秋之恨 55 그런데. 둔탁한 소리가 들리더니 우르르. 하는 소리와 함 께 앞의 흙더미가 무너지면서 하나의 통로가 나타나는 것이 아 닌가? '아, 아니. 이게?' 모용운생이 멍청해져서 부지중에 입을 딱 벌렸다. 그의 입가에 환회의 미소가 번져 갔다. 미칠 듯한 기쁨이 그의 온몸을 폭풍과 같이 휩쓸었다. 하지만 모용운생은 웃지 않았다. 그는 긴장된 빛으로 고개를 내밀고 그 통로의 좌우를 살펴보았 다. 모용운생이 뚫은 통로와 마주친 그곳은 그가 뚫은 것과 별다름 ..이 없었다. 다만 조금 더 넓고 길이가 길다는 것이 달랐을 뿐이다. ..모용운생은 서슴지 않고 통로로 들어갔다. 굴이라 불릴 수 있는 그 ..곳은 좌우로 통로가 연결되어 있었는데, 그는 잠시 고민하다가 왼 ..쪽을 택해 전진하기 시작했다. 잠시의 시간이 지난 후. 그는 그 통로의 끝에 도달할 수 있었 다. 통로의 끝은 석벽이었는데 희미한 멎이 흘러 들어오고 있었다 ...모용운생은 여러 가지로 생각을 굴리다가 마침내 모험을 하기로 결심하고 통로 밖으로 슬그머니 고개를 내밀었다. '아1' 모용운생의 입에서는 자신도 모르게 탄식이 흘러나왔다. 눈맞에는 쇠창살이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돌침상도 모든 것이 자신이 있는 곳과 거의 같지 않은가! 기껏 나온 곳이 다른 뇌옥이었단 말인가? 전신의 맥이 탁 풀렸다. 그 자리에 주저앉고 싶었다 침상 위에는 피골이 상접한 백발노인이 비스듬히 누워 있다가 모용운생의 탄식을 알아듣고 깜짝 놀라 일어나 눈올 껌벅였다 '누구냐?' 노인이 소리 죽여 외쳤다. 모용운생은 주위를 돌아보다가 마침내 그 뇌옥 안으로 완전히 들어갔다. '노인장께서는 누구시오? 노인은 호호백발이라 첫눈에도 나이가 많음을 짐작할 수 있을 대답 대신 오히려 물어 정도였다. 그는 모용운생이 자신의 물음에 오자 어이가 없는 것 같았다. '이놈 좀 보게? 남의 방에 허락도 없이 들어와 놓고는 오히려 적반하장일세그려?' 노인은 모용운생을 자세히 살펴보더니 고개를 갸웃거렸다. '너는 어디서 왔느냐? 옷이 깨꿋한 걸 보니까 수인 같지 않구 나?' 모용운생은 그 노인의 옷은 명색이 옷일 뿐이지, 가릴 곳은 한 군데도 못 가린 엉성한 것임을 알아볼 수 있었다. 첫눈에도 얼마나 ...오랜 세월 동안 이곳에서 지내왔는지 알 수 있었다. 어이없게도 동병상련의 정이 느껴졌다. '소생은 모용운생이라고 합니다. 뇌윽일호에서 왔습니다.' '모용운생이라고? 이름도 못 들어 본 애송이로군. 한데 네놈 같 은 외팔이를 무엇 때문에 이 특수 감방에 가두었느냐?' 모용운생은 외팔이란 말이 그토록 가슴을 찌름을 느꼈다. 노인은 모용운생의 눈에서 무시무시한 살기가 뻗어 나옴을 보고 흠칫하더니 조금 전까지의 딱딱한 말투 대신에 다소 부드러운 어 조로 말했다. '네 녀석도 무슨 원한이 있는 모양이로구나. 모용운생도 그 말의 뜻을 깨닫고 물었다. '노인께서도 원한이 있으신 모양이군요?' 순간, 노인의 두 눈에서 원한의 광망이 무섭게 번뜩였다. 千=.1! 3? '원한이라구? 흐흐 노부가 무엇 때문에 이곳에서 짐승과 같 은 생활을 해 나가고 있는데? 오로지, 오로지 그날만을 위해 서.. 니 노인의 눈에는 광태(狂態)가 있구나. 저런 상태가 조금 더 오래 계속되면 미쳐 버릴지도 모른다.' 모용운생은 속으로 생각하다가 말문을 돌렸다. '노인장께서는 누구에게 그토록 원한을 갖고 계십니까?" 노인은 이를 부드득 갈더니 한 맺힌 소리로 외쳤다. '흐흐 네가 설사 그 계집애가 보낸 간세(澤:첩자)라 해도 말 못할 것도 없지! 그년은 바로 천하의 음부인 강옥지다 " '소수미혼녀 모용운생이 신음하듯 외쳤다. 노인은 모용운생이 강윽지의 이름을 듣고 소수미흔녀라고 외치 자 놀란 표정으로 모용운생을 쳐다보았다. '네가 어떻게 소수.미혼녀의 이름이 강옥지인 것을 아느냐? 그것 을 아는 사람은 천하에 몇 명 없는데?' 노인은 별안간 모용운생의 완맥을 움켜잡으며 차갑게 외켰다 '네놈의 정체가 뭐냐?" 오용운생은 그 노인이 덮쳐 옴을 보았으나 이미 무공이 상실된 터라 추태를 보이고 싶지 않아 피할 생각도 하지 않고 태연히 서 있었다. '나와 그녀는 아무 관계도 없습니다." 모용운생이 차갑게 대꾸했다. 노인이 냉소를 터뜨렸다. '네놈이 그따위 말로 노부를 기만할 수 있을 것 같으냐?" 모용운생은 별안간 자신의 완맥으로 한 줄기 강대한 진력이 투 입되는 것을 느꼈다. 극심한 고통이 전신으로 번져 갔다. 58 18 모용운생은 조금도 고통의 멎을 드러내지 않고 약간 놀란 듯한 음성으로 말했다. '당신은 무공을 그대로 지니고 있군요?" 노인은 모용운생이 고통을 드러내지 않자 내심 놀랐다. 그가 행하는 진기층혈(眞氣衝血)의 방법은 그 고통이 심하기 이 루 말할 수 없어서 설사 철골나한이라 하더라도 비명을 지르지 않 ...고는 견딜 수 없는 것인데 안색도 변하지 않는 게 아닌가? 노인은 안색이 음침해지면서 내뱉듯 말했다. '네놈이 제법 참을성이 있구나. 그러나 노부가 무공을 지닌 걸 알아본 이상. 살아날 생각은 마라!' 모용운생은 전신의 혈맥이 파열될 것만 같은 엄청난 고통을 느 꼈다. 그의 이마에 절로 땀방울이 맺혔다. 전히 처음과 같았다. 그러나 그의 표정은 여 '노인장은 착각을 하고 있소. 피차가 소수미흔녀를 적으로 생각 하고 있으면서 이럴 필요가 뭐가 있소?' 노인이 냉소했다. '흥! 그따위 말로 이 광자(九州狂子)가 그리 지 !' 자리를 모면할 것 같으냐? 천하의 구주 호락호락할 것으로 생각했다면 오산이 모용운생이 놀라 그를 다시 보았다. 구주광자? 그럼 노인장이 구주광자 우문검룡(宇文飜舊이란 말 씀입니까? "네놈 같은 꼬마가 어찌 노부의 노부가 네놈을 놓아 줄 줄 아느냐? 구주광자 우문검룡은 모용운생이 대명을 아느냐? 흥! 그렇다고 자 놀란 음성으로 말했다. 모용운생이 냉랭하게 코웃음쳤다. 자신의 이름을 대번에 알아듣 千秋之恨 9 '구주광자의 이름이 뭐가 그리 대단하다고? 내 무공이 그대로 있었다면 당신이 어찌 이렇게 오만방자할 수가 있겠소?' 모용운생의 말은 구주광자의 말보다 더욱 오만했다. 구주광자는 이 말을 듣고 멈칫하더니 손에 가한 힘을 줄이며 말 했다. '네놈도 무공을 할 줄 안단 말이냐?' 구주광자 우문검룡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모용운생의 얼굴을 쳐다보다가 공력을 거두며 모용운생의 몸 이곳저곳을 더듬으며 중 ...얼거렸다. '네까짓 놈이 무공이 있으면 얼마나 있겠느냐?' 모용운생은 그토록 격심하던 고통이 사라지자 내심 한숨을 돌리 며 말했다 . 이미 사라진 공력을 어떻게 알아볼 수 있습니까?' 구주광자 우문검룡은 의기양양하게 뇌까렸다. '흐흐. .. . 노부의 사부께서는 천하제일의 고수이셨으며 유일무 ...이한 무존(武尊)인데 노부에게 그 정도의 능력도 없겠느냐?' 모용운생은 내심 아니꼬운 생각이 들어 실소하며 물었다. '우문노인의 사부께선 뉘시오?' 구주광자의 얼굴이 갑자기 숙연해졌다. '그 어르신네의 존명은 해자성에 도룡이라고 .' '천부귀-띵' 모용운생이 대경실색하여 외쳤다. 이게 어떻게 된 것인가? 천부귀옹에게 또 하나의 제자가 있다 니 그것도 이런 곳에서 이런 모습으로 존재하다니 모용운생 못지않게 구주광자 우문검룡 또한 대경실색했다. 천부귀옹이란 명호를 아는 사람은 전대고수 중의 몇 명은 있었 다지만 천부귀옹의 이름이 해도룡인 것을 아는 사람은 다섯 손가 ...30 獨뿜驚理 락으로 꼽아도 손가락이 남아돌아가는 것이다. 구주광자 우문검룡은 모용운생의 몸에서 손을 떼고 경악 어린 음성으로 말했다. '네가 어떻게 그분의 존명을 아는 거냐?' 구주광자는 냉소를 터뜨리며 다시금 모용운생의 완맥을 낚아채 더니 말을 이었다. '흐흐, 하마터면 네 녀석에게 속을 뻔했구나! 네놈은 그 음부가 ...보낸 간세가 틀림없으렷다?' 모용운생은 구주광자라는 사람이 칠십 년 전에 강호를 종횡했음 ...을 알고 있었다. 그의 무공은 매우 대단했으나 적수가 없을 정도는 ...아니었다. 모든 것을 기분 내키는 대로 처리하던 오만방자한 성격 ...으로 유명했던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에게는 대하는 방법이 하나밖에 없었다. '참으로 한심하군1 천부귀옹 해노선배께서 당신 같은 멍청한 사 람을 제자로 거두다니.'` 모용운생이 냉소하자 구주광자의 얼굴이 벌겋게 상기되었다. '뭐라구? 그게 무슨 뜻이냐? 이유를 대지 못한다면 당장 네놈의 골통을 깨부숴 놓고 말 테다" '냉각해 보시오. 만약 내가 강옥지의 염탐꾼이라면 무엇 때문에 본신의 공력까지 전폐해 가면서 여기에서 이렇게 고초를 겪는단 말입니까?' 그의 말은 의연하여 은연증에 영응의 기상이 흘렀다. 이러한 기 상은 저절로 우러나오는 것이지 결코 가장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 ...다. 구주광자는 가만히 모용운생의 얼굴을 쳐다보더니 말했다. '좋다 그럼 네놈에게 누가 그 이름을 말해 주었는지 대라.' 모용운생은 내심 울화가 치밀었다. 죽자고 굴을 파서 겨우 이런 千秋之恨 311 모욕을 당하다니 '손을 놓기 전에는 말하지 않겠소. ' 구주광자는 모용운생의 말에 잇달아 냉소를 터뜨렸다. '흐흐흐 네놈이 노부를 이길 셈이냐?" 모용운생은 또다시 진기층혈의 고통이 엄습해 옴을 느꼈다. 그 는 냉소했다. '손을 거두기 전에는 단 한마디도 들을 생각을 마시오,' '놀고 있네. 처음에 큰소리치는 놈은 많이 보았지만 나중에까지 견디는 놈은 노부 평생에 한번도 본 적이 없다1 어디 두고 보자 네놈이 얼마나 견디나?' 무서운 고통이 계속되었다. 그것은 인간으로서 견딜 수 없는 엄 청난 고통이었고 더구나 무공을 상실한 모용운생에게 너무나 벅찬 ...짐이었다. 전신이 덜덜 떨리고 악다문 이가 부서질 듯했다. 전신의 근육이 저절로 뒤틀리면서 불끈불끈 뒤집어질 듯이 튀어나오고 힘줄이 불 ...거졌다. 그 흑독한 고통을 견뎌 내면서도 그의 얼굴 표정은 미동조 ...차 없었다. 전신이 땀으로 범벅임에도. '요놈 봐라?보통 독종이 아닌걸' 속으로 생각을 굴린 구주광자 우문검룡은 진력을 더욱 가하며 말했다. '네놈이 한마디만 하면 즉시 고통을 면하게 해주마!' 하지만 모용운생의 표정은 시종여일했다. 다른 것이 있다면 홀 러내리는 땀방울이 점점 더 굵어지고 많아진다는 것 정도일까. 안 ...색이 백지장처럼 창백해졌다. 잠시 시간이 더 흐르자 마침내 모용운생은 더 이상 견딜 수 없 어졌다. 입에서 코에서 피가 홀러내렸다. 좀더 고통을 가한다면 그 ...는 견디지 못하고 심맥이 끊어져 버리고 말 것이었다. 2 獨믓驚魂 구주광자는 뜻밖이라는 듯이 안색이 변하더니 마침내 모용운생 의 완맥을 놓으면서 말했다. '좋다! 그 음부가 너와 같은 경골한(硬骨漢)을 부하로 부릴 수 는 없겠지. 노부가 졌다고 해두자. ' 순간. 모용운생이 비틀거리더니 한 모금의 피를 쏟으며 쓰러졌 다. 지금 그의 몸으로서는 그와 같은 내가의 혹형을 견딜 수가 없 ...었던 것이다. 그러나 남에게 약함을 보이기 싫은 굳건한 의지는 그 ...를 다시 일으켜세웠다. 모용운생은 입가에 묻은 피를 손등으로 쓱 닦고는 내뱉듯이 말 했다. '나에게 천부귀옹의 이름을 알려 준 사람은 만박노조 위송령 위 노선배님이시오.' 말을 마치고 나서 그는 비틀거리며 자신이 나온 곳으로 다가 갔다. 그가 막 구멍으로 들어가려는데 구주광자의 음성이 들려 왔다. '잠깐만 게 서라!' 모용운생은 돌아보지도 않고 냉랭한 어조로 말했다. '또 무슨 일이오?" '이리 오너라! 노부는 네놈이 입은 상처를 치료해 줘야겠다. '필요없소!' 모용운생은 한마디로 잘라 버리면서 구멍 속으로 들어가려 했 다. 순간. 모용운생의 등덜미가 확! 나꿔채이면서 강한 힘이 그를 ...잡아당겼다 . 흐흐 노부가 남이 하자는 대로 했으면 어느 미친놈이 노부 더러 구주광자라고 부르겠느냐? 노부는 반드시 네놈을 치묘해 주 ...어야겠다!" 구주광자는 제멋대로 중얼거리더니 잇달아 모용운생의 대혈을 千秋之恨 13 후려갈기기 시작했다. 그의 치묘 방법은 매우 독특하여 그의 손이 ...모용운생의 대혈을 한번 후려갈길 때마다 따스한 기운이 모용운생 ...의 체내로 스며들어 내상을 치료하는데, 그 효과는 매우 탁월하여 ...순식간에 오용운생의 내상은 치유되었다. 그뿐만이 아니고 정신이 좀더 맑아진 것 같았다, 모용운생은 등뒤에서 거친 숨소리가 들리는 것을 느끼고 뒤를 돌아보았다. '아니?' 오용운생의 얼굴에 놀람의 빛이 떠올랐다. 구주광자 우문검룡의 얼굴이 순식간에 횔씬 늙어 보였던 것이 다. 구주광자는 씩. 웃더니 말했다. '놀랄 것 없다! 노부는 진력을 남용한 것뿐이다. 하지만 노부 의 마음은 기껍다. 오십 년 만에 만난 사람이 너와 같은 놈이 니. ... 모용운생은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니? 그럼 여기서 오십 년이나 보냈다는 말입니까?' 구주광자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네가 싫지 않다면 우리 서로에 관해 이야기를 좀 해보자. 어떠 냐?' 모용운생은 구주광자에게 무엇인지 모를 묘한 호감이 느껴졌다 동병상련이랄까. 그는 가볍게 고개를 덕이더니 구주광자의 곁에 앉았다. '어디 우선 네가 여기 갇히게 된 동기나 좀 들어 보자." 구주광자의 말에 모용운생은 한참 묵묵히 있다가 대강의 이야기 를 들려 주었다. 구주광자는 이야기를 다 듣고 나자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 아니 그 육시랄 놈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네 녀석의 애까지 가 34 진 계집애가 너를 이 지경으로 만들었단 말이냐?' 모용운생이 씁쓸히 웃었다. 그러나 그의 눈에는 분노와 복수의 불길이 굳게 다져지고 있었다. 구주광자가 탄식했다. 오두가 노부의 죄다! 모두가 노부의 죄야.. ' 모용운생이 의아한 듯 말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노부가 그때 사부님의 말씀을 들었어야 했는데 구주광자는 한숨을 푹 내쉬더니 말을 시작했다 노부는 사부님 밑에 들어가기 전에 이미 모신 사부가 있떴지. 노부는 어느 날, 우연히 한 기인을 구하게 되었는데' 구주광자는 그를 극진히 보살펴 마침내 그의 생명을 구하게 되 었다. 노인은 구주광자의 자질이 뛰어남을 보고 그를 제자로 거두 ...었다. 노인은 워낙 깊은 상처를 입었기에 구주광자는 그를 항상 시 ...봉하면서 노인의 밑에서 수련을 쌓았다. 구주광자는 배우면 배울 수록 자신의 한계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실로 그 노인이 가진 ...무학의 깊이는 측량할 수조차 없었던 것이다. 그러길 십 년, 이십 년 그 노인의 상처는 점점 위중해 갔으 며 구주광자의 자질은 한정되어 더 이상 그 노인의 무학을 전수받 ...을 수 없게 되었다. '너도 네 자질이 한정되어 이 사부의 무공을 모두 물려받을 수 없음을 알 것이다. 너는 이제부터 강호에 나가 본문의 무공을 이을 ...인재를 찾아오너라.' 노인은 그 말을 남기고 나부산으로 떠났으며 매년 한번씩 나부 千秋之恨 55 산에서 만나기로 하였다. 그러나 구주광자는 십 년이 흐르도록 비 ...범한 인재를 찾지 못했다. 그러기 십 년, 구주광자는 그때까지도 사부의 신분을 모르고 있 었다. 그는 다시 나부산에서 사부를 만났을 때 무심결에 당시에 한 ...창 이름을 날리고 있던 소수미흔녀에 대해 언급했다. 그러자 노인은 거기에 대해서 극도의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구주광자는 갖은 노력 끝에 노인에게서 자초지종을 들을 수 있었 다. ?그 계집애는 노부의 첫 번째 제자다. 그럼에도 배은망덕하게 외부와 결탁하여 노부를 암해했다. 비록 네가 그 계집애보다 더 오 ...래 내 밑에서 배웠으나 재질이 그 계집애보다 떨어지므로 진공실 학으로 말하자면 거의 비등할 것이다. 그러니 너는 그 계집애와 섣 ...블리 맞설 생각은 하지 말아라.' 구주광자는 그때에야 비로소 천하를 진동하는 혈해보도의 주인 이 자신의 사부임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그는 소수미흔녀가 사부 ...에게서 배운 것이 대략 오 성임을 알자. 소수미혼녀를 잡아 사부의 ...한을 씻어 드리고자 결심했다. 그는 삼십 년이란 세월 동안에 천부귀옹의 무학을 육 성이나 배 줬던 것이다. 상승무공에 있어서 일이 성의 차이는 그야말로 하늘 ...과 땅의 차이였다. 구주광자는 사부의 당부를 듣지 않고 금방이라 ...도 소수미혼녀를 때려죽일 듯 달려갔다. 하지만 그는 무공만 생각했지, 소수미흔녀가 천하의 우물임을 생각지 못했다. 과연 구주광자는 무공으로 소수미혼녀를 굴복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혈기왕성한 장년이었으므로 소수미혼녀의 유혹을 견 ...獨럼驚魂 딜 수가 없었다. 그녀가 진심으로 뉘우치는 듯 접근해 오는 데는 ...제아무리 철석간장(鐵石肝腸)이라도 견딜 재간이 없었다. 그는 소 ...수미혼러에게 무너졌다. 그리고 그녀와 같이하는 시간이 계속되면 될수록 구주광자의 무 공은 감퇴되어 갔다. 어느 날. 이것을 깨달은 구주광자는 그녀에게 ...사부님을 만나러 갈 것을 재촉했다. 원래 그녀는 그와 함께 가서 사부에게 용서를 빌기로 약속했었 던 것이다. 그렇지만 그녀는 갖은 교태로 그를 흘리면서 차일피일 ...시간을 미루고만 있었다. 마침내 구주광자는 강제로라도 그녀를 끌고 가려고 했지만 그때는 이미 그의 무공은 그녀의 상대가 아니 ...었다. 소수미흔녀는 그를 가두어 놓고 매일 밤 그를 찾아왔다. 찾아을 때마다 구주광자의 무공은 감퇴되어 나중엔 완전히 진기 가 고갈되어 버렸다, 그녀가 방사 도증에 그의 양기를 모두 흡취해 ...간 때문이었다. '그녀에게 당하는 걸 알면서도 거절하질 못했습니까?' 모용운생의 물음에 구주광자는 고소했다. 흐흐. 노부인들 어찌 그러지 않았겠느냐? 그러나 일단 그 음부의 손에 걸려들면 도저히 벗어날 수가 없다. 그 음부는 사람이 ...아니란 말이지 !' 그는 그때의 일이 되살아나는 듯이 전신을 부르르 떨었다. 이미 그녀를 만나 본 적이 있는 모용운생은 그 말이 과장이 아닐 것임을 ...느낄 수 있었다. '한데 지금 노선배님께선 무공을 지니고 있지 않습니까?' 구주광자 우문검룡이 이를 갈며 말했다. '그것은 지난날 노부의 공력의 일이 성에 불과한 것이다. 그 일 千料之恨 517 이 성의 공력을 회복하는 데 노부는 오십 년을 소모했다.' 제아무리 모용운생이라도 입을 벌리지 않을 수 없었다. 말이 오십 년이지, 햇볕 한번 보지 않고 이 지옥 속에서 오십 년이라니?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그를 놀라게 한 것은 겨우 일이 성이라는 구 주광자의 공력이었다. 그 정도의 공력이면 무림의 고수를 능가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날의 그의 공력이 어떠했는지 가히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럼 이 땅굴은 어떻게 된 겁니까?' '그건 노부가 지난 오십 년 간 뚫은 것이지. 노부는 모든 세월 을 저놈 파느라고 다 보냈다' 구주광자는 땅굴을 바라보며 한 맺힌 듯 말했다. 원래 모용운생 이 판 굴은 공교롭게도 구주광자가 판 땅굴과 중간에서 만난 것이 ...었다. 그 말에 모용운생의 얼굴에 격동의 릿이 스쳐 갔다. '그럼 이 땅굴은 어디까지 뻗어 있습니까?' 네놈은 공짜로 덕을 좀 보고 싶은 모양이로구나? 흐흐 좋 아, 말해 주지! 저 땅굴의 끝은 지상과 통해 있다. 바위 하나만 밀 ...어내면 된다. "아니, 그런데 왜 탈출하시지 않고 이렇게?' 모용운생의 물음에 구주광자가 만면에 분노의 멎을 띠고 말했 다. '노부는 오십 년이나 지하에서 생활하여 도저히 지상의 환경에 적응할 수가 없었다. 며칠 전 노부는 새벽녘에 지상으로 나갔다가 ...하마터면 햇볕 때문에 죽을 뻔했었다. 이 모두가 그 죽일 년 때문 ...에 모용운생이 뭐라고 하려고 할 때였다. 18 獨贊驚魂 나더니 놀라 외치는 소리가 갑자기 밖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렸다. '일호뇌옥의 죄수가 없어졌다!' '빨리 보고해라!' 모용운생과 구주광자의 안색이 크게 변했다. 그야말로 야단이 난 것이다. < 제 2권 끝 } ` 1 당 운명(運命)을 건 탈주(脫쵸) 시=.= =!. 혈해풍운(血海鳳雪) 씨2 ;..!- 염라대제(關羅大帝) ". =' 공포(恐慨)의 음부유강(陰府柔료) 시=.1 =1 우화등선(羽化뿜仙) `밉!싱 절세무비(絶짠無比)태양신공(太險神功) 1 :1 [1 샹 골육상잔(骨肉栢淺) 세: 싱 참휴(慘酷)한 과거(過去) 제? 1..1- 공포(恐術)의 복수극(復理劍) '1찌 = 초시(初試)뇌화검며(雷火劍法) :1.1 = 아아,모용이세(幕容二짠) 시: 상 독비경흔(獨쫑舊魂) 舊 四 무 理 命 을 건 脫 귄 듯믄하지 않은 사태에 두 사람은 굳어졌다. 모용운생이 없어진 것이 발견된 이상, 돌아갈 길은 없다 설흑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굴이 발견된다면 고초를 겪는 것은 물론 그 동안의 노력이 수포로 될 것이 문제가 아니라. 영원히 탈 출의 기회는 없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네가 판 굴을 발견하려면 얼마나 걸리겠느냐?" 구주광자 우문검룡이 다급하게 물었다. '반 시진? 일 각? 알 수가 없습니다. 뒤지기 나름일 '그렇다면 모든 것은 천운에 맡기자' 뭔가 생각하는 듯 미간을 칭그렸던 구주광자는 테니까.' 대뜸 모용운생의 아랫배에다 철썩 손을 갖다 대었다. '넥 이러십니까?' 모용운생이 외치다 입을 다물었다. 구주광자가 움켜쥐듯이 손바닥을 댄 으로 진력이 믈밀듯이 들어오고 있었던 곳은 기해혈이었는데 그셍 것이다. 비록 공력이 전폐 恩料終焉 13 되었다 할지라도 이런 경우에 말을 해서 진기가 새어나가면 두 사 람 모두가 치명적이 되는 것을 익히 아는 그였다. 모용운생의 귀에 속삭이는 듯한 말이 들려 왔다. '니것은 본문의 전력대법 (傳力大注)이다 이 전력대법은 자신의 힘을 완전히 남에게 옮겨 주는 것이다. 장점은 보통의 개정수예대 법(開頂擇藝大法) 과 달라서 금방 전달받은 공력을 모두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지정된 시간이 넘으면 그 공력은 모조리 사 라져 버린다. 지금 노부의 공력이 네게 옮겨 가면 최소한으로 한 시진 정도는 갈 것이다. 그러나 누구와 동수하면 반 시진도 버티기 힘들다. 명심해라!' 강한 힘줄기가 쏟아져 들어오자 모용운생의 온몸에 점차 활력이 넘치기 시작했다. 반면에 구주광자의 얼굴은 마른 귤컵질과 같이 변하면서 백발도 금방이라도 바스러질 듯이 윤기를 잃어 갔다. 순 식간에 백 살이 넘어 보이는 노인네가 된 것이다. 구주광자의 손이 힘없이 모용운생의 기해혈에서 떨어졌다. 네가 타. 탈출에 성 성공한다면 광동 나부산 (羅浮山)으로 가라 . 그. 그곳이 혈해가 있는 곳" 구주광자가 미약하게 중얼거리다가 앞으로 거꾸러졌다. 순간. 모용운생은 눈을 번쩍 떴다. '노선배님! 노선배님 " 모용운생은 놀라 쓰러진 구주광자를 부축했다 구주광자는 눈을 감은 채 들릴 듯 말 듯한 미약한 음성으로 억 지로 말했다 '나부산 음퐁곡그년 복수 복수를' 돌연 구주광자가 눈을 부릅떴다. 꺼져 가던 눈에 갑자기 등잔 같은 멎이 일어났다. '사부님' 14 8 그리고 그는 나지막하지만 또렷하게 외치더니 그만 고개를 떨구 었다. 그의 입가에는 한 줄기 미소가 서려 있었다. 오용운생은 그것이 무슨 뜻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는 죽기 전에 자신이 생전에 그처럼 존경했던 사부와의 약속을 이행했다는 만족감으로 죽어 간 것이다. '노선배님! 고이 잠드십시오 제가 반드시 복수를 해드리겠습니 다.' 그때, 밖에서 급박하게 외치는 소리가 들려 왔다. =닌 여기 침상 밑에 굴이 있다!" '어서 들어가 봐라!' 모용운생은 자신이 파놓은 굴이 발견되었음을 알았다. 더 이상 지체할 수는 없었다. 기회는 한번밖에 없는 것이다. 모 용운생은 구주광자의 시체를 고이 눕혀 놓기가 무섭게 땅굴 속으 로 기어 들어갔다. 지금 그의 동작은 조금 전과 비교할 수 없이 민 첩했다. 구주광자의 방에서 뚫린 굴과 모용운생이 뚫은 굴과 만나는 지 점에 모용운생이 이르렀을 때였다. 모용운생이 판 굴에서 사람 머리 하나가 쑥 나타났다. 모용운생은 생각할 여지도 없이 대뜸 흔신의 공력을 기울여 왼 쪽 손으로 그자의 머리를 후려갈겼다. 그자는 순식간에 머리가 박살나는 참흑한 죽음을 당했다. 모용 운생은 일격이 성공하자 뒤도 돌아 보지 않고 위로 기어 올라가기 시작했다. 목숨을 건 탈주(脫走)였다. 어떻게든 구주광자가 전해 준 공력이 남아 있는 동안에 무진교 舊.料終焉 15 의 세력권세에서 벗어나야만 하는 것이다. 무서운 속도로 땅굴을 기어가는 모용운생의 머리는 여기저기 부딪쳐 피가 흐르고 손에서 도 피가 나고 무릎이 깨졌다. 그러나 그는 조금도 개의치 않고 손 과 발을 쉬지 않고 놀렸다. 구주광자가 파놓은 땅굴은 놀랍게도 암석층을 이백 장 가량이나 파놓은 것이었다. 구주광자가 지난 오십 년 간 얼마나 각고의 노력 을 기울였는지 숙연할 지경이었다. 밤이나 낮이나 공력도 없는 노 인의 몸으로 이 암석층을 뚫기 위해서 얼마나 고초를 겪었겠는가. 사무친 복수의 념(念)이 없었다면 실로 가능하지 않은 일이었 다. 복수의 힘이 아니라면 그는 결코 빛 한 점 없는 지하뇌옥에서 오십 년이나 버틸 수 없었으리라. 소수미혼녀는 혈해의 소재를 알기 위해서 오십 년이나 그를 가 두었지만 그것은 뜻하지 않게 모용운생에게 전해졌다. 이를 일컬어 모사(謀事)는 재인(在八)이요, 성사(成事)는 재천 {在天)이라고 하는 것이 아니랴. 드디어 모용운생은 굴의 맨 끝에 도달하게 되었다 과연 앞에는 커다말 바위가 막혀 있었다. 만약 조금 전에 구주 광자에게 공력을 주입받지 않았더라면 눈앞에 출구를 두고도 방법 이 없을 뻔했다. 지금의 그로서는 앞을 가로막고 있는 바위를 밀어 낼 방법이 없는 것이다. 전신의 공력을 모두 끌어올려 깊게 숨을 들여마신 모용운생은 남은 한손으로 바위를 밀었다. 드 바위는 힘겹게 앞으로 밀려 나갔고 마침내 한 사람이 옆으로 겨 우 나갈 수 있는 통로가 나타났다. ?" 꿔라고 말올 할 것인가. 6 獨밭驚魂 바위를 밀고 밖으로 나선 모용운생은 코끝을 스치는 싱그러운 바람을 느끼게 되자. 가슴이 메어지는 듯했다. 시각은 밤인지라, 사위를 온통 뒤덮은 어두운 하늘에는 은가루를 뿌린 듯 맑은 빛들 이 보석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불어오는 바람이 그의 흑의를 펄럭이는 이 느낌은 대체 얼마 만 에 느켜 보는 것인가. 일 년 실로 일 년 만에 쳐다보는 하늘이요.신선한 공기였다. 모용운생은 다시 살아난 것이다. 앞으로 그의 운명이 어떻게 될 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지만 어쨌든 그는 지금 이 순간만은 자유를 회복한 것이다. 벅찬 기쁨이 가슴 가득히 밀려왔다. 그의 눈은 무섭게 타오르고 있었다. 뻑 1 . 그때였다. 한소리 날카로운 호각이 산야를 뒤흔들더니 사방으로 호각 소리가 확산되어 갔다. 비상경계망을 펼치는 것이 틀림없었 다. 비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지체하면 지체할수록 빠져 나가기는 힘들어진다. 모용운생은 전력을 기울여 몸을 날리기 시작했다 그의 흑의자 락이 바람에 무섭게 펄럭였다. 은폐물을 이용하며 몸을 날리는데 그 속도는 매우 신속했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그 속도는 지난날의 그와는 도저히 비교할 수가 없었다. 다행히 땅굴의 입구는 바로 무진교의 총단 뒤쪽이었으므로 도주 하기에 조금 유리한 점이 있었다. 모용운생의 눈앞에 한 계곡이 나타났다, 저 계곡만 빠져 나가면 일단 무진교의 총단세력은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계곡의 입구에는 홍의인 서너 명이 버티고 서서 감시의 恩怨料焉 17 눈길을 번뜩이고 있었다. 암중에 숨어 있던 자들도 있었던 듯 호각 소리에 그 모습을 나타내고 있는 증인데. 전체의 숫자는 십여 명이 나 되는 듯했다 '저놈들의 기세를 보건대. 지금 내 공력으로는 겨우 상대할 수 는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싸우게 된다면 그사이에 공력이 사라져 버릴지도 모른다' 구주광자의 경고를 잊어버릴 수는 없는 일이다. 생각을 굴리던 모용운생은 신형을 드러내고는 태연한 걸음걸이로 계곡 입구를 향 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누구냐? 게 서라!' 흥의인들이 모용운생을 발견하고 쫙 흩어지면서 포위했다. 모용운생은 차가운 눈길로 그들을 쳐다보면서 여전히 걸음의 속 도를 늦추지 않았다. 지금 그의 모습에서는 지난날의 그 헌앙(軒 昻)한 기상은 찾을 수 없었다. 봉두난발에 수염이 온통 얼굴을 뒤 덮어 어느 누구도 그가 모용운생임을 알아볼 수 없는 상황이었다. 모용운생이 아무런 대꾸도 없이 계속 다가옴을 보자 우두머리인 듯한 홍의인이 요을 가로막으며 외쳤다. '서지 못하겠느냐?' 순간, 한 줄기 산바람이 불어왔다. 펄렁 - 모용운생의 텅 빈 오른손의 소맷자락이 바람에 날렸다. 홍의인은 그 팜경에 갑자기 무엇이 생각난 듯, 갑자기 잇달아 후퇴하면서 떨리는 음성으로 외쳤다. 내, 냉심무정?" 그의 말이 떨어지자 그를 포위한 채 흉흉한 기세로 다가오고 있 던 흥의인들 모두의 두 눈에 공포의 빛이 드러났다, 마치 뱀을 만 난 개구리와 같은 기색이었다. 1 獨贊驚魂 무진교도(無眞敎徒) 그 누가 일 년 전에 모용운생이 보인 신위 를 잊을 수 있겠는가? 그들은 공포의 빛을 떠올린 채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한 인간이 이 정도의 위세를 보일 수 있다면 그의 삶은 헛된 것만은 아닐 것이었다. 우두머리 홍의인은 이 광경에 정신을 차리고 대갈일성했다. '이 밥통들아 놉은 지난날의 냉심무정이 아니란 말이다1 무공 은 전폐되고 게다가 외팔이란 말!' 그는 문득 몸서리를 치면서 입을 다물었다. 모용운생의 차갑고도. 무서운 살기에 이글거리는 다. 차가운 불똥이 그의 눈에서 떨어지는 것 같았다. 눈을 본 것이 외팔이 그 호칭은 그의 살기를 동하게 하기에 족했다. '네가 시험해 보고 싶으냐?" 모용운생이 차가운 음성으로 나직이 말하면서 싹싹. 하는 소리 를 내면서 우두머리 흥의인에게 다가갔다. 그의 이러한 기세는 이 미 지난날 무진교 총단을 피로 씻을 때, 평생 잊을 수 없는 광경으 로 무진교도들의 뇌리에 새겨진 바 있었다. 어찌 공포스럽지 않겠는가. 홍의인은 가슴속이 서늘하여 망설이다 그가 이미 지척지간에 다 다해 모용운생 가슴팍의 화개혈을 다랐음을 보자 갑자기 전력을 노리고 일장을 후려갈겼다. 획 -, 그런데 모용운생은 홍의인의 일장이 금방 가슴을 후려칠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피할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닌가! 흥의인은 내심 쾌재를 불렀다. '그럼 그렇지 이제 보니 순 허풍만 思怨終焉 19 회심의 미소를 떠올리던 그는 오용운생의 눈을 보고는 가슴이 덜컹했다. 모용운생의 눈에 떠오른 싸늘한 비웃음을 보았기 때문 이다. 그것을 본 순간. 그는 대경실색하여 다급히 쏟아 낸 장세를 회수하면서 급급히 뒤로 물러나려고 했다. 하지만 그것은 완전히 오용운생의 의도에 말린 것에 불과했디. 그가 장세를 거두는 순간에 모용운생이 벼락같이 뒤따라 덮쳐 가 면서 천두대구식 중의 두병범월 (斗理料콱)의 초식으로 그의 심감 (心次)사혈을 후려갈긴 것이다. 비록 현재의 모용운생의 공력이 대단한 것은 아니었으나, 지난 일 년 간 꾸준히 왼손을 쓰는 연습을 해왔고 지척간에서 정확하게 초식을 펼쳐 내자 흥의인은 피할 여유가 없었다 펑, '으악' 흥의인은 채 영문도 알지 못하고 피를 토하고 죽어 갔다. 흥의인을 격살한 모용운생은 조금도 쉬지 않고 그대로 옷자락을 펄럭이면서 질퐁과 같이 전진했다. 그의 앞에 있던 흥의인들은 그가 일거수에 홍의인을 격살하고는 무서운 기세로 내달아 오는 것을 보고는 흔비백산해서 주춤주춤 뒤로 믈러났다 '흥" 모용운생은 차갑게 코웃음치고는 그들은 거들떠보지도 않고서 계속 전진해서 그들이 수비하고 있던 곳을 벗어났다. 그가 암벽을 돌아 사라지는 것을 보고 겁에 질려 주춤거리던 홍 의인들이 소식을 전하기 위해서 죽어라고 달리기 시작했다. 신호 호각 소리가 귀청을 찌르며 일어났다. 오용운생은 슬쩍 곁눈질을 해서 자신이 그들의 시야에서 벗어 났음을 확인하자 방금까지와는 달리 대뜸 눈썹이 휘날리게 달리기 씬 燭려驚魂 시작했다. 꾸물거리다가 그들이 쫓아오면 큰일이기 때문이다. 그는 실로 위험천만한 모험을 한 셈이었다. 만약 조금 전에 홍의인이 손을 거두지 않았다면 가 떨어진 것은 그가 아니라 자신이었을 것이었다. 피를 토하고 나 상대가 멍청한 자로 보였다면 그는 결코 그러한 도박을 하지 않 았을 것이지만 어쨌든 도박은 성공했고. 우두머리였던 흥의인이 채 일초도 견디지 못하고 피를 토하고 거꾸러지는 것을 보자 흥의 인들은 공포에 질려 그의 앞을 막지 못했다. 일 년 전의 그 가공할 위세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암벽을 사이에 두고 서로가 보이지 않게 되자 꽁지에 뭐처럼 서로가 반대 방향으로 달리는 모습은 실로 어이가 경이었지만 또한 절실한 광경이기도 했다. 블 붙은 없는 광 뒤에서 어렴풋이 호각 소리가 촉급하게 들려 왔다. 모용운생은 신법을 전개하는데 한쪽 팔이 없자 없었다. 새삼 가슴속에서 분노가 솟구켰다. 불편하기 그지 그때였다 . 모용운생! 게 서라. 도망칠 곳은 없다!' 등뒤에서 누군가의 외침이 따라왔다. 그 소리를 듣자 모용운생은 하마터면 그 자리에 멈출 뻔했다. 어찌 그 목소리를 잊어버릴 수 있단 말인가! 모용운생의 등뒤 약 이십 장 가량 떨어진 곳에서 한 인영이 여 러 인영들의 선두에서 쫓아오고 있는데 다름아닌 음흔령주 백경추 였던 것이다. 지난 일 년 간 그의 공력은 많이 증진된 듯 한번 몸 을 솟구칠 때마다 십여 장을 날아오르고 있었다. 모용운생은 가슴이 서늘해졌다. '지금 내 공력은 전력을 다해도 한번에 육칠 장을 한데 이대로 가다가는 가는 데 불과 縣料焉 2 천우신조인가'. 계곡이 끝나면서 눈앞에 숲이 보였다. 백경추는 음침한 웃음을 터뜨리며 이미 모용운생과 오륙 장 떨 어진 곳까지 접근하고 있었다. 더 이상 생각할 것이 없었다. 모용 운생은 전력으로 숲속으로 뛰어들었다 펑 , 조금 전 그가 있던 곳에서 폭음과 함께 먼지가 일어났다. 백경 추의 일격이 쏟아진 것이다. '천하의 모용운생이 도망가기냐?' 백경추가 숲 밖에서 내려서며 외쳤다. 모용운생의 냉랭한 음성이 들려 왔다 '용기가 있으면 들어오너라!' 그의 음성은 차갑기 이를 데 없었지만 전혀 공력은 담겨 있지 않았다. 백경추는 재지가 출중한 인물인지라 따라 들어가려다 모용운? 의 음성에 얼굴 가득히 의흑의 빛을 드러내며 그 자리에 멈추어 섰 다. '이상하군! 그의 공력은 분명히 내가 본 문의 제맥쇄혈 (制脈鎖 穴)로써 완전히 흩어 놓고 다시는 무공을 연마할 수 없도록 했는데 어떻게 공력이 생겼으며. 지금은 왜 또 공력이 전혀 없어 보인단 말인가?' 일단 의심이 들자 백경추는 머뭇거리며 감히 숲속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그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모용운생에 대한 두려움이 잠재 해 있는 까닭이었다. 우두머리가 이런데 졸개들이 어떻게 감히 엄두가 나겠는가? 백경추가 이 꼴을 보고 호통을 쳤다 '빨리 수색을 하지 않고 뭘 꾸물거리는 거냐?' 2 濁卞驚魂 휘이익 - 그때, 숲속에서 길게 휘파람 소리가 들렸다 '이건 뭔가? 이 소리에는 제법 공력이 충만한데 증얼거리던 백경추는 냉소를 터뜨렸다. '흥! 하마터면 내가 속을 뻔했군!' 동시에 그는 수하들의 뒤를 따라 질풍과 같이 숲속으로 수색해 가기 시작했다. 휘파람 소리의 공력이 대단치 않아 전혀 지난날의 위세가 없음을 느꼈기 때문이다. 모용운생은 지난날 모부재와 같이 숨어 있던 그 숨기고 있었다. 당시의 그가 어찌 오늘 이 나무의 알 수 있었으랴. 나무 위에 몸을 덕을 볼 것임을 그는 숨을 죽이고 밑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흥의인들이 사방으로 흩어져 수색하는 것이 시 후, 백경추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보였다. 그리고 잠 '내가 다시 노산을 밟는 날. 네놈은 이 세상에서 가장 참흑한 죽음을 맞게 될 것이다!' 그를 발견한 모용운생의 눈에서는 복수의 불길이 이글거렸다 눈멎으로 살인할 수 있다면 백경추는 이미 전신이 산산조각으로 찢겨져 죽었으리라. 백경추는 조심스레 동정을 살피며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도대체 이놈이 어딜 갔단 말이지?' 그때였다. 왕 왕왕 한쪽에서 개짖는 소리가 들려 왔다. 백경추가 그쪽으로 달려가면서 외쳤다. '어서 이쪽에서부터 수색토록 해라' 그 소리를 들은 모용운생은 간담이 서늘해졌다. 恩怨料焉 2 사람은 은폐물을 이용하여 속일 수 있다지만 개의 후각은 속일 수가 없는 것이다. 저들이 사냥개를 동원한다면 상황은 절망적일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이렇게 끝나고 만단 말인가?' 그의 얼굴이 참담하게 일그러졌다. 그때였다. ? ? 모용운생의 얼굴에 아연 긴장의 빛이 스쳐 갔다. 어디선가 말발 굽 소리가 들리고 있었던 것이다. 왕왕 이 -히히헝 개짖는 소리와 말의 울음 소리가 한데 어울려 들려 왔다. 따가닥, 따가닥, 급촉한 말발굽 소리가 사방으로 번져 가고 있었다, 일정치 않게 소리가 왔다갔다하는 것으로 보아 필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개에게 쫓기는 것 같기도 했다. 모용운생은 더 이상 망설일 수 없음을 깨달았다. '웽이익!' 그의 입에서 매서올 휘과람 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렇게 된다면 이제 그의 소재는 적에게 알려진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모용운생은 나뭇가지를 부여잡고 잔뜩 몸을 응크린 채 터질 듯 긴장된 신색으로 앞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가 조금 전에 분 휘파람 은 백룡신구를 부르는 것이었다. 이미 일 년이나 경과되었으므로 과연 백룡신구가 자신을 기다 리고 있을지 의문이었지만 지금의 그로서는 그것이 유일한 희망 이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매달리지 않을 수 가 없는 입장이 현재의 그였다. 그런데 정말 놀랍게도 백룡신구 24 8 가 달려온 것이다. 모용운생은 가슴이 벅차오르면서 눈물이 나올 뻔했다. 한갓 미물인 말이 이토록 층직한데 하물며 사람이 이제 백룡신구가 먼저 나타나는지. 적이 먼저 나타나는지에 따 라 모용운생의 운명은 결정된다고 할 수 있었다. 이-히히헝 경쾌한 울음 소리와 함께 백룡신구가 모용운생 저쪽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네 굽을 놓아 숲을 달리는 그 속도는 여전히 질퐁과 같았 다 '백룡' 모용운생은 자신도 모르게 감격에 차 부르짖었다. '모용운생! 도망칠 길은 없다1' 때를 같이 해서 차가운 외침이 터져 나왔다. 이제 보니 백룡신구와 백경추가 반대편에서 거의 비슷한 위치에 서 나타난 것이다. 백룡이 먼저 도달하느냐, 백경추가 먼저 도달하느냐? 정녕 숨가쁜 상황이었다. 이 상황에서 더 이상 기다릴 수만은 없었다. 모용운생은 횡겨지듯이 몸을 뽑아 올렸다가 백룡신구 쪽 으로 쏘아 갔다. 백룡은 모용운생을 발견하자 순간. 멈칫하는 것 같더니 그를 알 아본 듯이 미친 듯 달려왔다. 백룡이 사람이었다면 지금의 그를 알 아보려면 아마도 한참의 시간이 걸려야 했으리라. 순식간에 모용운생은 백룡의 등에 올라탔다. 백경추의 경공이 제아무리 빨라도 백룡이 달려오고 모용운생이 달려가면서 서로 가까워지는 속도보다 빠를 수는 없었다. 더구나 이곳은 숲속이라 최대한의 신법을 전개할 수는 없는 것이다. '백룡1 너뿐이다 부탁한다' 恩料料焉 25 모용운생이 백룡의 목덜미를 두드리면서 다급히 외쳤다. 이히헝 1 백룡신구는 알았다는 듯 길게 울었다. 네가 갈 곳은 지하뇌옥뿐이다 모용운생' 백경추가 날아들면서 외쳤다. 바로 그때였다. 기다리고나 있었다는 듯이 모용운생의 손에서 검은 물체가 무서 운 파공음을 동반한 채 백경추에게 쏘아 갔다. 백경추는 자신이 띵 에 내려서는 순간에 그 물체가 이미 자신과 일 척도 안 되는 거리 에 도달해 있음을 보고 대경실색했다 똑같은 옷일지라도 부잣집 사람이 입고 있는 옷은 고급으로 보 이듯이 일단 모용운생이 쏘아 낸 것인지라 겁부터 나는 것이다 아얏!' 백경추는 호통을 치면서 검은 물체를 피해 옆으로 몸을 비틀었 다. 팍! 그것은 백경추 옆의 나무에 맞고는 박살이 나 흩어지는데. 어이 없게도 일개 솔방울에 불과했다 그 솔방울을 모용운생이 전력을 다해 던져 내자 어두운 숲속에서 무엇인지 알아 낼 수가 없었던 것 이다. 백경추가 솔방울을 피해 내는 순간에 백룡신구는 길게 부르짖으 며 바람과 같이 그의 앞을 통과해 달리고 있었다. '그까짓 말을 타고 도망갈 수 있을 것 같으냐?' 솔방울에 놀랐던 백경추가 속았음을 알고는 대노해 부르짖으며 몸을 날렸다. 그의 외호가 신주옥룡인만큼 그의 경공은 원래부터 탁월한지라 말과는 상대가 안 되는 것이다. 그떻게 해서 말과 사람의 경주가 시작되었다. 26 獨짜驚理 두두두두! 백룡의 말발굽 아래에서 흙먼지가 구름처럼 일어났다. 일반 말 과 신구(神理)와의 차이는 분명했다. 숲속이건만 그 속도는 바람과 같았다. 조그만 시내는 단숨에 건너뛰었고 웬만한 절벽도 날아 컨 녔다. 칠팔 장 너비의 절벽을 그대로 내달아 건너가는 백룡의 모습 은 가히 천마(天馬)를 보는 듯했다. 백룡의 등에 찰싹 붙어 있는 모용운생은 백룡이 이와 같이 놀라 운 속도로 달리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백룡도 주인의 위기를 알 고 전력을 다하고 있는 것 같았다. 모용운생은 남은 공력을 모조리 몸을 가볍게 하는 데 썼다. 백 룡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 주기 위해서였다. 전력을 다하고 있는 것은 백경추도 마찬가지였다. 백룡과 그의 거리는 사오 장 가량에서 숲을 벗어나면서 십 장 가깝게 벌어져 있었다. 그 거리는 쉽사리 좁혀지지도 멀어지지도 않았다. 눈앞의 경물들이 마치 미친 것처럼 달려들다가 이내 고함치면서 뒤로 멀어져 갔다. 백룡은 과연 천하의 명마였다, 준구(俊理)라 할지라도 백경추와 같은 경공의 고수를 산길에서 따돌릴 수 없는 일인데, 백룡신구는 달랐다. 숨막히는 추격의 일 각여가 지나게 되자 마침내 거리가 벌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일단 거리가 벌어지게 되자 그 차이는 점점 심하게 되어 순식간에 백억 장 이상 까마득히 멀어졌다. 마침내 백경추는 추격을 포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두두두! 그의 귓전으로 백룡의 말발굽 소리가 아득하게 사라지고 있었 다. 하지만 그 소리보다는 더 공포스럽게 그의 귓전에서 맴돌고 있 舊.料料焉 긴 는 것은 모용운생의 마지막 말이었다. '기다리고 있거라. 백경추 내가 노산에 다시 찾아을 날을 너를 제일 처음 찾으마. " 망연히 모용운생이 사라진 쪽을 바라보고 있는 백경추의 안색은 창백해서 가히 백지장과 같았다. 한 마리의 용이 비록 상처는 입었지만 다시 바다로 돌아간 것이 다. 그 용이 억의주(如意珠)를 얻어 돌아온다면 무엇으로 그 노한 용을 막을 수 있겠는가? 28 舊멈澤魂 第 十 五 2 뿌 海 鳳 雲 부산() 은 광동성(廣東땋) 남단에 위치한다 북쪽으로 구련산(九連山)과 연하며 비스듬히 북쪽으로 기울어진 나부는 산중에 연무(煙霧)가 미만(爛漫)하여 산증에 서 있으면 마 치 바다에 떠 있는 것과 같다고 하여[버舊海中] 그렇게 불린다. 군봉(群峰) 은 날카륨게 뼈를 드러내고 푸른 숲은 하늘을 가렸 다. 기애유곡(奇涯幽谷)은 말로 그 형상을 다 형용할 수 없고 곳곳 에 널린 폭포는 지축을 울리며 산을 진동했다. 처처에 계곡이며 호 수가 널려 그 풍경이야말로 가히 기승(奇勝)이라 칭할 만했다. 그 렇지 않다면 계곡마다 동관(漏勳과 범궁(舊어)이 널려 도교(고敎) 의 승지 (,) 라 불리지 못할 것이었다. 모용운생과 백룡신구는 사흘을 쉬지 않고 달려 그 달해 있었다. 증간에 적의 눈을 피하고 잠시 휴식을 낮에 잠시 산에서 한번 쉰 것을 제외하고는 그야말로 나부산에 도 않고서 꼬박 달려온 것이다. 하기 위해서 조금도 쉬지 ,창料焉 1 말도 지치고 사람도 지켰다. 제아무리 백룡이 신구라 해도 먹지 도 않고 달리는 데는 견딜 재간이 없었다. 그러나 그 덕분에 그토 록 집요한 무진교의 추격을 피해 지금은 나부산의 경내에 들어설 수 있었다. 지금의 모용운생은 구주광자에게 전해 받은 공력이 다 소실되어 한낱 유약한 외팔이 서생에 지나지 않는 상태였다. 그는 감회에 젖은 눈길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의 눈 아래에는 여기에 이르도록 본 것과는 전혀 다른 경치가 펼쳐져 있었다. 첫눈에도 괴이하도록 삭막해 보이는 온통 검은빛 을 띤 계곡이었다. 암석도 검을 뿐 아니라.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 루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모용운생은 나부산에서 하루를 헤매면서 약초꾼들에게 물어 이 곳이 바로 구주광자가 말한 음퐁곡(陰風谷)임을 알아 냈다. 음퐁곡은 일 년 내내 괴이한 음풍이 휘몰아치고 있어서 사람은 커녕 짐승조차도 접근할 수가 없다고 했다. 다만 매일 자정과 오정에 음퐁이 조금 기세가 죽기는 하지만 여 전히 그 위세는 엄청나기 이를 데 없다는 것이다. 일 년 증에 양기 가 가장 왕성해진다는 중양절 하루만 그 위세가 제일 약해지는데. 그래도 그 음풍은 인간이 견디기 힘들 정도였다. 오죽하면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조차 자라지 못하겠는가. 약초꾼은 자정과 오정에 바람이 다소 약해지는 것을 알았지만 일 년에 한 번 바람이 가장 약해지는 것은 몰라 말해 주지 못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오늘이 바로 구월 구일 증양절이었다. 모용 운생은 날짜를 알지 못했지만 가장 좋은 때를 택한 것이다. 룡아. 정말 그 동안 네가 너무나 수고가 많았다.' 모용운생이 백룡신구의 목덜미를 다정하게 쓰다듬어 주었다 히히헝 2 1魂 그새 부씨 수척해진 백룡신구는 주인의 손길에 기분이 좋은 듯 모용운생에게 큼직한 머리를 비벼대었다. 커다란 눈이 순박했다 '천지간에 너와 나밖에 없구나' 모용운생은 나직이 탄식하다가 백룡의 길다란 얼굴을 두드려 주 며 다짐하듯 말했다. '내 기필코 혈해의 비밀을 풀어 배신자들을 도륙하고 설치보구 (雪恥報짜)하리라! 룡아. 기다려 다오1 내가 너와 다시 만날 때는 .결코 너를 도망치는 데 쓰지 않겠다' 모용운생은 백룡신구의 대답을 뒤로 남긴 채 계곡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이곳온 매우 괴이한 지세로 이루어져 있어서 입구 쪽마 .저도 산자락에서 바위 틈을 타고 내려가야만 했다. 가량 내려가 음 그가 바위 틈에 의지하면서 고생 끝에 십여 장 풍곡의 계곡 입구에 도달해서 주위를 살펴보니까, 과연 지난날 혈 .해보도에서 보았던 것과 지형이 매우 흡사했다. 입구에서부터 좌우로 비스듬히 올라간 절벽은 점점 높아져 그 끝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입구부터 그 안쪽은 매우 널찍했으 .나 워낙 양쪽의 절벽이 높아서 일 년 내내 햇볕도 들지 못하는 것 .같았다. 음침하고 괴이한 분위기는 금방이라도 무엇이 나타날 것 .만 같은 분위기였다. 조심스럽게 안으로 전진하던 모용운생은 문득 걸음을 멈추고 위 .를 올려다보았다. <천의무애(天衣無碍)> 절벽에 커다랗게 씌여진 글자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 글씨는 마치 거대한 붓으로 쓴 듯 그 획 하나하나가 금방이 .라도 살아 움직이는 것 같아 모용운생을 놀라게 하기에 족했다 붓 ..舊.料終챠 5 으로 저와 같은 높이의 암벽에다 저처럼 절묘하게 글씨를 쓸 수 있 ..다면 그 공력이 어느 정도인지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천의무애? 그게 무슨 뜻일까? 잘 보일 수 있게 저렇게 써놓은 것은 분명히 무슨 뜻이 있을 텐데 " 모용운생은 한참을 그 글씨를 보면서 생각에 잠겨 있다가 마침 내 계곡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더 이상 주저하고만 있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모용운생이 계곡 속으로 사라지자 천만 뜻밖에도 여기 저기에서 몇몇의 인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모용운생은 무진교의 총단을 벗어나면서부터 그들의 맹추격을 받기 시작했다. 그것이 그가 전후를 돌보지 않고 오직 나부산을 향 ..해 밤을 돕고 낮을 도와 질주한 이유였다. 숨 돌릴 겨를조차 없었기에 구류방에다 연락조차 하지 못했다. 그렇게 달리고 또 달려 불과 삼 일 만에 나부산에 그는 도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가 다시 강호상에 나타난 것은 이미 세상에 알려진 상태였다. 어떻게 해서 알려졌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가 다시 강호 ..에 나타났고 그가 지금 혈해를 향해 가고 있다는 소문은 순식간에 ..천하를 흔들면서 빠르게 퍼져 나갔다 천하무림이 뒤집힌 것은 당연했다 그렇게 천하의 표적이 되자. 그처럼 조심했음에도 결국 모용운 생의 행적은 그가 무진교 총단을 떠난 지 이틀 만에 노출이 되고 ..말았다. 천하가 그를 찾는데 어떻게 그 눈을 벗어날 수 있겠는가 ...하지만 그 뒤로부터 백룡과 함께 질주하는 그의 행로는 오히려 평 ...탄했다 할 수 있었다. 수많은 고수들이 호위하듯이 그를 따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4 獨땋澤魂 어느 누구도 먼저 손을 써 호랑이를-그가 종이호랑이임을 그 들이 알 리 없었다 -건드리는 우(.) 를 범하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냥 뒤를 따르면 혈해로 갈 것임을 아는 상황에서 누가 ...쓸데없이 말썽을 일으키고자 하겠는가. 그럼에도 암증에서 다틈은 일어났고 그들의 시체는 헛되이 관도 에 버려질 뿐이었다. 어쨌든, 그렇게 해서 모용운생이 나부산 음풍곡에 도달해서 드 디어 그곳으로 사라지자 그 뒤를 따르는 사람들 중 성미 급한 사람 ...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나타난 인영들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음풍곡 속으로 신 형을 날렸다. 십여 장의 벼랑을 내려가야 한다고는 하지만. 그 높 ...이라는 것은 깎아지른 절벽도 아니고 울퉁불퉁하게 비스듬한 돌길 ...일 뿐이다. 모용운생과 같이 공력을 잃은 사람에게는 험한 산길일 ...지 모르지만 고수에게 있어서는 평지나 다름없는 지형이기에 주위 ...를 살펴본 그들은 서슴없이 몸을 날린 것이다. 윽!" '아아아-악!' '으흐윽!" 그런데 그들이 음퐁곡 속으로 사라지자마자 고통에 찬 비명이 연거푸 터져 나오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이내 사위는 쥐죽은듯이 ...잠잠해졌다. 아무 일도 없는 듯이 뒤에 나타나 뛰어들려던 한 인영은 이 뜻하지 않은 비명 소리에 놀라 그 자리에 멈추었다. 그가 조심스럽게 안을 들먹다보자 곡구 ...에서 불과 사오 장 가량 들어간 곳에서 조금 전에 들어간 세 명의 ...인영들이 모두 뻣뻣이 굳어 있는 것이 보였다. 첫눈에 보기에도 얼어 죽은 것이 틀림없는 듯했다. 나타난 인영은 이 돌연한 변고에 기가 막힌 듯 멍청히 서서 감 텁.料終焉 35 히 곡 안으로 들어갈 생각을 못하고 망설이고 있었다. 휘 -익! 그 순간 .갑자기 곡 내의 경색이 일변하면서 획획 - 음풍이 휘 몰아치기 시작했다. 흙먼지가 돌가루를 동반한 채 강풍(료刷 이 되 ...어 곡 내를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뻣뻣하게 강시화되어 굳어 있던 세 구의 시체가 나무토막처럼 바람에 휘감겨 곡구에서 윙굴기 시작했다. 음퐁곡 입구에는 시간이 갈수록 사람들의 모습이 많이 나타나고 있었지만 이 뜻하지 않은 괴변(怪變)에 모두가 전전긍긍 가슴만 태 ...웠다. 간혹 오기를 부리고 음풍곡으로 진입한 사람이 있었지만. 얼 ...어 죽은 시체가 늘어났을 뿐이다. 그 와중에 소문은 점점 더 크게 강호를 흔들고 있었다. 혈해보도 한 장으로 인해 그처럼 소란했던 강호다. 그런데 이번에는 지도가 아닌 혈해의 소재가 밝혀졌는데 어찌 조용할 수 있겠는가? 모용운생의 실종 이후, 조용했던 강호에는 다시금 핏빛 혈퐁이 몰아치고 있었다. 그가 혈해로 들어간 것은 이미 석 달. 그사이에 ...일 년여 잠잠하던 염왕전이 모습을 드러내었고 무진교도 다시 활 ...동을 전개했다. 그리고 그 첫 번째 격전장은 다름아닌 나부산이었다. 혈해의 유흑은 너무도 엄청난 것이라서 무예계에 몸을 담은 사 람이라면 누구라도 나부산으로 모여들었다. 모용운생이 음풍곡으로 들어간 후, 수많은 사람들이 음퐁곡을 통과하려고 하다가 목숨을 윕었다. 하지만 혈해의 유혹은 그칠 줄 ... 1 모르고 사람들의 마음을 잡아끌고 있었다. 마침내 사람들은 음퐁 ...곡을 통과할 수 있는 방법을 따로 모색하여 절벽으로 해서 음퐁곡 ...을 우회하는 방법을 강구해 내게 되었다. 절벽에서 밧줄을 내려 곡 내로 들어가는 것은. 나중에라도 누가 그 밧줄을 끊어 버리면 큰일이므로 감히 시도할 수 없었고 경신공 ...부에 탁월한 재간이 있는 사람만이 벽호공(壁虎功) 을 발휘하여 백 ...장이 넘는 그 절벽을 타고 내려갔다 마침내 혈해로 통하는 길은 열린 셈이었다. 그러자 수많은 절정의 고수들이 혈해로 들어오게 되었으며 그 신분은 그야말로 천차만별한 것이었다. 그들은 제각기 속셈이 있 었기 때문에 서로 반목하여 암해(暗害)하기 일쑤였으므로 나부산 일대에는 연일 사상자가 발생하고 살기가 층만하였다. 무공이 약한 사람이 요행수를 바라고 나부산에 왔다가는 모두가 비명횡사하는 바람에 시일이 지나게 되자 웬만한 강자들은 나부산 ...근처에도 오지 못하고 있는 판이었다. 그 판국에 염왕전이 모습을 나타내어 남에게 질세라 혈해로 뛰 어든 것이다. 그것과 때를 같이해서 무진교도 정예고수를 파견하 ...여 혈해를 장악하려고 했다. 그러나 혈해는 마치 불귀곡(不歸谷)인 ...듯 한번 들어간 사람은 나올 줄 몰랐다. 하지만 그럼에도 혈해로 들어가는 발길은 끊이지 않았다. 오늘은 달도 없는 어두운 밤이었다. 바람이 하늘의 구름을 세차게 밀어 내고 있지만 구름은 끈질기 게 밀려와 다시 달을 가렸다. 음산한 날씨였다. 자정이 가까워 을 때, 혈해로 통하는 입구에 세 명의 인영이 나 ,졍料終焉 37 타났다. 그 깎아지른 듯한 절벽을 가볍게 날아 내려오는 것으로 보 ...아 상당한 고수임에 분명했다. 하긴. 그떻지 않고서야 어떻게 혈해 ...에 을 생각을 하랴. 어둠 속이라 잘 보이지는 않지만 가운데 있는 인영은 우람한 체 구에 청의를 걸친 것 같았고 왼쪽에 있는 인영은 머리에서 반들반 ...들한 빛이 났다. 용모나 행색으로 짐작컨대 중인 것 같았지만 옷이 ...매우 단정치 못했다. 오른쪽에 있는 인영은 등이 굽었는데 일반 꼽추답지 않게 체구 가 매우 우람하여 만약 그가 등이 굽지 않았다면 보통 사람보다 일 ...척 이상은 더 클 것처럼 보였다. 절벽 아래에 도달한 그들 중 등이 굽은 인영이 별안간 앞으로 나서 소맷자락을 휘두르며 나직이 호통쳤다. '어떤 후레자식이 암수를 쓰는 것이냐?' 그의 소맷자락에서는 일진광퐁이 일어나며 그들을 향해 쏘아져 오던 번쩍이는 섬광들을 떨쳐 냈다. '흐흐 감히 여기에 오다니. 죽고 싶으냐?' 어둠 속에서 음침한 음성이 울려 나왔다. '이런 귀신 허깨비 같은 놈들 꼬리만 내놓지 말고 대가리를 내 밀어라! 확 부숴서 차버릴 테니까' 꼽추노인은 성질이 어지간히 급한 듯 소리가 나는 곳으로 덮쳐 가면서 광퐁폭우와 같은 일장을 후려갈겼다. 펑 폭음이 들리며 덮쳐 가던 꼽추노인이 멈칫하며 그 자리에 섰다 가운데 있던 청의인영이 어느 틈에 다가와서 물었다. '상호법. 상처를 입었습니까?" 꼽추노인은 고개를 흔들며 벼락 같은 기세로 다시금 조금 전 음 성이 들린 곳으로 덮쳐 갔다. 8 獨런驚魂 '네까짓 놈이 얼마나 버티나 보자' '흐흐흐.,... ' 음침한 괴소가 울리면서 한 인영이 번개 같은 신법으로 그곳에 서 솟아나와서 뒤로 날아갔다. '이런 멍청한 놈올 봤나? 막힌 곳에다 대가릴 박다니1 커져. 제 자리로 가란 말이야" 인영의 앞쪽에서 혀를 차는 소리가 들리며 한 가닥 강대한 강기 가 인영에게 딪쳐 들었다. 그 인영은 상대가 어느새 뒤로 가 자신 ...의 퇴로를 차단하자 대경실색하여 황급히 몸을 꺾어 그 경기를 피 ...해 내고 보니 허름한 승복을 입은 노승이 아닌가? '당신은 삼불기승(三不奇僧)이 아니오?" 노승의 행색을 본 인영은 몹시 당황한 음성으로 말했다. 삼블기승이란 말을 가리지 않고 고기와 술도 가리지 않는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이었는데 바로 공문삼기 증의 두 번째 서열에 꼽 ...히는 사람이었다. 청의인영의 왼쪽에 있었던 것은 바로 그였다 삼볼기승은 나직이 웃으며 말했다. '기승이고 괴승이고 간에 네 꼬락서니를 보니까 염왕전의 수하 같은데 이미 염왈전도 혈해에 들어갔느냐?' 그 인영은 흉측한 수라면구(붕羅面具) 를 쓰고 있었는데 세 사람이 모두 만만치 않은 절세의 고수임을 느끼자 내심 궁리만 하고 있었다. 상대방 도망칠 꼽추노인이 그의 속셈을 눈치채고는 냉소를 터뜨리면서 벼락치 듯 그를 공격해 갔다. '호랑이가 무서우면 처음부터 건드리지를 말지 고 싶으면 갈 수 있을 것 같으냐?' 이 꼽추노인은 바로 강호에서 은거한 지 오래된 神掌) 상진(商曉)이었다. 그의 무공은 공문삼기 중 네놈 맘대로 가 ...철배신장(鐵背 삼불기승과 맞 舊.料終焉 39 먹을 만큼 고강하기 이를 데 없었다. 거기다 성미는 급하기가 불과 ...같아서 그 방면으로도 또한 금광신니에 조금도 뒤지지 않는 사람 이었다. 수라면구의 사나이는 막상 정면으로 철배신장 상진과 맞서게 되 자 대번에 손발이 크게 어지 러워져서 금방이라도 철배신장에게 쓰 ...러질 것 같았다. 그때였다. 커다랗게 입을 벌리고 있는 동굴 속에서 가늘게 외치는 소리가 들려 왔다. 그 소리는 매우 낮았지만 그들은 그 속에 병장기가 부 ...딪치는 소리가 섞여 있음을 들을 수 있었다. 청의인영은 안색이 변하며 몸을 날렸다. '두 분 호법께선 그자를 버려 두고 속히 뒤따르시오" 이제 보니 그는 바로 구류방주인 신산자 상천기였다. 그가 모용운생에 관한 소식을 듣고 자신을 비롯한 방 중의 고수 들을 거느리고 달려간 것은 모용운생이 나부산에 도착한 다음이 라. 결국 만나지 못했었다. 그는 무진교 등이 조용할 때. 힘을 축적하기 위해서 동분서주하 다가 모용운생이 혈해로 들어가 소식이 없음을 보고 고수를 파견 ...해서 조사에 착수했었다. 그러던 증, 무진교와 염왕전이 이미 혈해로 들어갔고 어쩌면 그 ...들 증의 우두머리까지 혈해로 들어갔을지 모른다는 소식에 드디어 ...그는 좌우호법까지 거느리고 이곳에 나타난 것이다. 원래 상천기는 구류방의 세력이 가장 약해서 주저했지만 만일 혈해의 유물(遺物)이 무진교나 염왕전의 수증에 들어가면 다시는 ...역전할 기회가 없다고 판단하여 모험을 걸고 자신이 직접 뛰어든 ...상태였다. 그는 이미 구류방의 정예를 투입해 놓았던지라 싸움 소 ...리가 들리자 다급히 혈해로 뛰어들지 않을 수가 없었다. 4 燭뿔驚魂 ?아지른 절벽이 하늘을 찌른 음풍곡의 뒤편에 위치한 동구(洞 )는 전설 속의 괴물이 아가리를 벌리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그곳으로 들어간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겉보기에는 일반 동굴과 별다른 점이 없는 듯했지만 이 동굴의 안은 이미 천하의 절지 (絶地)로 알려졌다. 수많은 기관매복이 숨겨 ...져 있어서 일찍 들어온 사람들 중 많은 사람들이 기관에 걸려 목숨 ...을 잃은 상태인 것이다. 동굴 안은 매우 어두웠다. 및이 들지 않는 곳에다 밤이니, 어둡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했으 리라. 구류방주 상천기는 미리 준비한 특제 화통(火捨)을 꺼내 들 ...었다. 동굴의 규모는 매우 컸다. 높이도 이 장은 넘는 듯하고 천연의 종유동인지라 바닥과 천장 에서 석순이 솟아오르고 떨어져 내리다 연결되어 그 형태는 가히 ...현란했다. 그것이 화통의 빛에 반사되자 가히 환상적이었다. '으악-' 하지만 그들이 동굴 속에 진입하여 채 오 장도 전진하지 못했을 ...때, 그 아름다움을 깨뜨리는 처절한 비명이 어둠을 찢으며 들려 왔 ...다, 상천기 등은 다급히 신법을 전개하여 날듯이 그곳을 달려갔다. 불과 몇 장을 가지 않아서 동굴에 갈림길이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동굴은 사통오달하여 사방으로 통로가 나타나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가 없게 되었다. 상천기는 갈림길에 서서 천리화통을 휘둘러 주위를 확인코자 했 다. 불빛에 따라 주위가 환하게 밝아졌다. '이노卜 !' 舊.料料焉 상천기의 입에서 신음이 홀러나왔다 왼쪽으로 난 통로 앞에 시체가 다섯 구 가량 쓰러져 있는데 그 죽은 모습은 참혹하여 절로 눈살이 찌푸려졌던 것이다. 철배신장 상진이 그들을 살펴보더니 말했다. '이들의 복장으로 보아 무진교의 인물인 것 같은데?' 그 소리가 미처 끝나기도 전이었다. 으아악' 또다시 구슬픈 비명 소리가 동굴을 뒤흔들었다 '저쪽.1 군' 상천기가 나직이 외치며 몸을 날려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쏘아 채 사라지기 갔다. 그의 신법은 전광석화와도 같아 비명의 여운이 도 전에 비명 소리가 들린 곳에 도달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곳에는 두 눈을 부릅뜨고 방금 죽은 듯한 도인 두 명 이 쓰러져 있을 뿐이었다. '아니? 이 사람은 무당파의 현진자(玄眞子)인 것 같은데!' 삼불기승이 깜짝 놀라 외쳤다. 그는 당금 소림사 장문인의 사숙 신분이었으므로 소림과.친한 무당의 영수급 인물들을 매우 잘 아 ...는 터였다. 무당파의 현진자는 당금 장문인의 장배 (룹輩)인데 지금 ...은 겨우 세 명이 남아 있었다 그런데 그 중의 하나인 현진자가 이렇게 죽어 있는 것이다. 상천기가 주위를 살피며 침중하게 물었다. 정말로 무당의 현진자입니까?' '아미타불 틀림없습니=카 이쪽은 모르겠지만 이 사람은 현 진자입니다.' 상천기는 내심 긴장된 표정으로 생각을 굴렸다. '현진자는 무당삼자 중의 하나로 그 무공이 이미 상승에 이르러 정녕 혈해에 절 있는데 이토록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죽어 있다니. 세의 고수가 잠복해 있다는 말인가?' 상천기는 생각을 굴리면서 조심스럽게 전진했다. 그는 혈해에 들어서자마자 연이어 시체를 목격하고 구류방의 고수들의 흔적을 발견할 수 없자. 내심으로 초조한 상태였다. 미리 파견뉜 마음이 매우 그가 반 마장 가량 전진했을 때였다. 별안간 옆에 있는 갈림길에서 살기가 쏘아져 왔다. 상천기는 그 뻗쳐 오는 살기만으로도 상대가 고수인 했다. 것을 직감 동시에, 검광이 상천기가 들고 있는 화통의 서 상천기를 딪쳐 왔다 빛을 받아 번쩍이면 그 기세는 전광석화와도 같았다. 챙. 하는 날카로운 금속성과 함께 화통의 불이 꺼지고 사방은 자신의 손가락도 보이지 않는 암흑 속에 잠겼다 '누군지 이름을 밝히시오. ' 상천기가 나직이 호통켰다. '흥' 그러나 상대는 냉소하면서 더욱 악독한 검세를 공격해 오는데,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그 놀랍게도 매우 정확했다. 써서 상천기를 노리는 부위가 '이자의 검도가 이미 상승에 들어섰구나' 상천기는 속으로 생각하며 획. 소리와 함께 무적백호권을 연달 아 두 대나 후려갈겼다. 암중의 습격자는 태산과 같은 잠경이 잇달아 휘몰아쳐 오며 도 저히 검세를 펼쳐 낼 수가 없자 크게 놀라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났 ...다 그때 팍, 가벼운 음향과 함께 다시 불이 밝혀졌다. 철배신장 상 ,,怨料焉 45 진이 천리화통을 밝혀 들고 있었다. 삼불기승이 암중의 습격자를 보고 대경해서 외쳤다 손을 멈춰라 넌 현명자(玄좇子)가 아니냐?'` 암중의 습격자는 의아한 듯 삼불기승을 보더니 외쳤다. '사공(四空)도형 아니십니까?' 삼불기승의 법명은 원래 사공이었다. 삼불기승은 암중의 습격지 가 무당삼자 중의 막내임을 보자 어이가 없었다. ,도대체 당당한 무당의 제자가 어떻게 암습을 하는가?' 현명자는 노안(老顔)을 붉히더니 침통하게 말했다. ,상대의 무공이 하도 괴기해서 그자인 줄 알고... 그러고 보니 현명자의 몸 이곳저곳에는 옷이 찢겨 나가 선혈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낭패한 기색이 역력했다. 상천기가 급히 물었다. '미안하지만 도장께선 어떤 자에게 당하셨는지 까?' 말해 주시겠습니 쳐다보았다. 그로서는 상천기가 현명자는 의아한 빛으로 그를 누군지 알지 못하는 것이다. 삼불기승이 말했다. .이분은 바로 당금 정도무림을 이끌고 가는 구류방의 방주이시 네 나도 구류방의 좌호법으로 가입했지 !' 그의 설명 속에는 나도 구류방주 밑에 있으니까 너도 함부로 대 하지 말라고 하는 뜻이 포함되어 있었다. 현명자는 그보다 이십 년 ...이나 손아래이며 소림과 무당의 관계로 인해 옛날에 그의 가르침 을 받은 적도 있었던 것이다. 과연 현명자는 눈빛이 달라지면서 말했다. ,무량수불 미처 몰라뵈었군요, 실경했습니다 빈도는 홍의 괴인과 싸웠는데 빈도의 사형 등 동문제자는 모두 참사를 당하고 씌 獨파驚魂 빈도만 ." '무당에서는 모두 몇 명을 보냈습니까?" 상천기의 물음에 현명자가 비통한 표정이 되었다. '현진사형을 비롯한 모두 아흡 명의 정예고수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 구류방주는 미간을 찌푸렸다. '홍의괴인은 모두 몇 명이었습니까?' 현명자가 온몸을 부르르 떨더니 대꾸했다. 겨우 한 명이었습니다.' 구류방주 상천기는 현명자의 상처를 보고 있다가 온몸이 진동되 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현진자 등이 쓰러진 곳으로 돌아갔다 .그의 이 돌변한 행동에 모두는 기이한 생각이 들었지만 삼불기승 .등은 방주의 신기묘산에 탄복한 지 오래인지라. 아무 말도 하지 않 ...고 그 뒤를 따랐다. 처음의 자리에 돌아와 현진자 등의 검상을 살펴본 구류방주 상 천기는 안색을 굳히고 일어섰다. '방주. 왜 그러십니까?' 철배신장이 답답함을 참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 구류방주 상천기는 천천히 장검을 뽑으며 신중한 음성으로 말했 다. '혈해에는 이미 강호에서 보기 드문 절대고수들이 나타난 것 같 소. 모두 경계를 단단히 해야 하겠소." 삼불기승은 방주가 단 한번도 검을 뽑는 것올 본 적이 없는 터 라 절로 긴장이 되었다. 그리고 괴이한 신색으로 현진자의 시체를 ...살펴보다가 부지중에 신음을 토해 냈다. '양의무정검법 ' 이 말에 모두가 놀라는데 구류방주 상천기가 앞으로 전진하며 ,밭料終焉 45 증얼거렸다. '근 백년 이래로 양의무정검법을 저와 같이 구사할 수 있는 사 람은 절정검마 본인과 냉심무정뿐이었지' 삼불기승들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 뒤를 따르자 현명자는 급 히 현진자 등의 시체를 한옆으로 치워 놓고 뒤를 따랐다. 상천기는 이미 모용운생이 공력을 상실한 것을 알고 있었다, 무 진교 내부에 그는 이미 첩자를 심어 두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 ...의 실력으로 모용운생을 구할 수는 없었다. 모용운생의 난동 이후, ...무진교의 총단은 와호잠룡(臥虎潛립의 절지 (絶地) 로 변해서 도저 ...히 넘볼 수가 없게 되었던 것이다 오죽하면 모부재가 들어가려고 시도하다가 겨우 죽음을 면하고 탈출했으랴. 다만, 일시지간 생명에 지장은 없다는 소식을 알아 내 ...고는 방법을 강구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모용운생은 공력을 상실했으니 현진자와 같은 고수를 이떻게 해치울 수는 없을 것이었다. 하지만 그 또한 그가 혈해에 들어온 지 석 달이나 지났으니 확실치 않았다. 그러나 만에 하나라도 절정검마 종경, 본인이 나타났다면 구류 방주 상천기는 정말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그의 무공은 오섭 년 ...전에 공문삼기 중의 일 인인 천룡상인과 쌍벽을 이루어 정사쌍존 ...이라 블리었으니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어떠하겠는가. 그러나 염려와는 달리 한참을 전진해도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자신들의 위치가 적에게 먼저 알려지기를 꺼려 해서 불을 ...켜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의 진행속도는 매우 느렸다. 상천기는 문득 걸음을 멈추고 동굴 벽을 더듬더니 철배신장에게 불을 켜도록 하고 벽을 조심스레 살폈다. 그가 몇 번 손을 움직였다. ?1 ?1-익 , 46 그러자. 돌이 마찰하는 소리가 들리며 돌연 동굴 벽이 옆으로 물러나면서 통로가 나타났다. '니런 곳이 있었군!' 철배신장이 감탄해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현명자는 그들의 뒤를 따라 들어가면서 생각을 굴렸다. '구류방주가 정파무림의 숭앙을 받고 있다기에 의아했는데 과연 그에게는 남다른 재간이 있구나' 구류방주 상천기는 자신이 찾아 낸 곳이 여태껏의 천연적인 동 굴과 달리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복도임을 알아 냈다. 하지만 그곳 ...도 이미 누가 다녀간 듯 시체 한 구가 쓰러져 있는데. 수라면구를 ...쓴 것으로 보아 염왕전의 인물인 듯하였다. 상천기는 내심 공력을 운행하며 말했다. '저들은 이마 혈해의 내부에 깊숙아 침투한 것 같습니다. 모두 주의해서 주위를 경계하십시오.' 지하복도를 약 십 장 가량 걸어가자 세 갈래 길이 나타났다. 삼불기승이 코를 벌름거리더니 안색을 굳혔다. '니쪽에서 피비린내가 나는 것 같은데' 상천기의 안색에 경악의 멎이 떠올랐다 피비린내가 나는 복도 입구에 구류방의 암호가 있었던 것이다. 획! 구류방주 상천기는 불길한 예감에 다급히 몸을 날렸다. 일순, 그의 몸은 석상인 양 굳어졌다. 그의 앞에는 수십 구의 시체가 쌓여 있는데 이와 같이 그리 넓지 않은 지하복도 안은 가히 ...시산혈해 (屍山血海)라고 할 수 있었다. 침착하기로 이름난 상천기도 이 광경에 안색이 참흑하게 변해 있었다. 그 앞에 있는 시체는 모두 스믈한 구였는데 그 증 열세 구 ...가 혈해로 미리 투입된 구류방의 정예고수였던 것이다. .怨終焉 47 나머지 일곱 구 중에는 일반 강호의 고수들이 있는 것 같았고 홍의를 걸친 무진교의 인물과 수라면구를 쓴 염왕전의 인물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삼불기승이 시체들의 상처를 보고는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아미타불 또 양의무정검법에 당한 것 같습니다.' 획1 그 말이 끝나기 전에 구류방주 상천기가 다급히 몸을 날려 맞은 편 복도를 향해 덮쳐 갔다. 그가 소매를 휘두르자 전면의 벽이 진 ...동하더니 순식간에 갈라지면서 하나의 석실 (石室)이 나타났다. 석실이 나타나자 그 속에서 사납게 외치는 소리가 들려 왔다 펑 , '으악!' 동시에 처절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 비명이 터지는 순간에 구류방주 상천기는 석실 안에 들어서 며 재빠르게 석실 안의 상황을 살펴보았다. 석실은 가로 세로 오 ...장 가량이나 되었는데 사방으로 통로가 뚫려 있었다. 그곳에는 이미 세 구의 시체가 쓰러져 있고 막 한 사람이 피를 뿌리며 쓰러지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홍의괴인 한 사람이 무서운 ...기세로 두 명의 황의인을 몰아붙이고 있었다. 구류방주 상천기는 한 홍의인영이 번개 같은 속도로 통로 쪽으 로 사라지는 것을 보았지만 거기에 신경을 쓸 수가 없었다. 몰리고 ...있는 황의인 두 명은 바로 구류방의 정예들인 것이다. 구류방주 상천기는 벼락같이 호통을 치면서 홍의괴인에게 덫쳐 갔다. '손을 멈추어핌' 그의 호통 소리는 천둥 소리와도 같았으나 홍의괴인은 들은 척 도 하지 않았다. 48 濁삼驚魂 상천기는 홍의괴인이 자신의 외침을 들은 척도 않고 자신의 수 하에게 독수를 쓰는 것을 보고는 노기가 솟구쳐 올라서 코웃음을 치며 수중의 검을 떨쳐 내었다. 팍 그러자 불꽃 같은 검광이 홍의괴인의 팔을 잘라 갔다 한데 흥의괴인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서 놀랍게도 오히려 황의인 에게 펼쳐 냈던 손을 휘둘러 상천기의 검에 부딪쳐 갔다. 쩡 - 홍의괴인의 팔과 상천기의 검이 부딪치자 쇠붙이가 부딪치는 것 같은 소리가 울려 퍼지며 구류방주 상천기는 은은히 검을 든 팔이 ...저림을 느끼고 대경실색했다 '몸으로 나의 검세를 막아 낼 수 있는 고수가 세상에 있다는 말 인가?' 놀라서 흥의괴인을 바라본 구류방주 상천기는 자신도 모르게 탄 성을 토해 냈다. '환혼강시!' 상대 홍의괴인은 붉은 두건을 썼는데 그 두건에는 괴이하게도 눈구멍이 없었다. 철배신장 상진이 상천기의 외침 소리에 깜짝 놀라 앞으로 달려 나와서 환흔강시를 공격하면서 외쳤다. '방주께서는 무림의 안녕을 맡으신 몸이니 보중해야 합니다. ' 그와 환혼강시는 금세 치열한 생사결투를 전개했다. 환흔강시의 생전의 무공은 철배신장에 비해서 뒤떨어지는 듯, 잇달아 철배신장의 산악 같은 장세에 격중되고 있었다. 하지만 바위도 박살을 낼 것 같은 철배신장의 장세도 환혼강시 에게는 아무런 타격도 주지 못하고 오히려 그의 팔만 저려 오고 있 ...었다. ,縣料焉4 철배신장은 간담이 서늘해져서 절로 진땀이 났다 천하에 이런 괴물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자신의 손바닥이 부어 터질 거라고 생각하고는 자신이 가장 자부 하는 철장파산(鐵掌破山)의 초식으로 전력을 토해 냈다. 그의 일 갑자 공력은 깊고도 두터운 것이었으므로 수천 근의 위 력이 있었다. 퍼엉 -, 폭음이 터지며 환흔강시의 몸이 붕 떠서 맞은편 벽에 사정없이 부딪혔다가 떨어져 내렸다. 그야말로 땅이 울릴 정도였다. '으하하하 제팟놈이 아무리 뼈다귀가 질겨 봤자 노부의 철 장에는' 철배신장 상진은 의기양양하게 말하면서 툭툭 손바닥을 털었다 하지만 다음 순간에 그의 몸은 그대로 굳어 버렸다. 환흔강시가 괴이한 신음 같은 소리를 토해 내며 벌떡 일어나더 니 다시 그를 덮쳐 오는데. 그 속도가 조금 전과 비교해서 믿을 수 ...도 없이 빨랐다. 이 뜻하지 않았던 상태에 철배신장 상진은 대경실색하여 미처 피할 생각도 하지 못하고 급히 막으려고 했다. 채-앵! 날카로운 음향이 터지며 환혼강시가 비틀거리고 물러났다. 그 앞올 상천기가 막아 서고 있었다. '상호법께서는 물러나시오! 이 괴물은 결코 가볍게 볼 수가 없 소.' 상천기는 수증의 검을 가슴까지 들어올려서 수평을 이루며 환혼 강시를 노렸다. 그의 전신에서는 무서운 검기(劍勳가 일어나면서 환혼강시를 핍박해 갔다. 환혼강시는 이미 죽은 사람을 되살려 낸 것이므로 죽음에 대한 50 獨서驚魂 두려움이 없었으며 실로 인간은 아닌 셈이었으나, 상천기의 그와 같은 기세에는 움찔하는 것 같았다. " 0 ." 그러나 그것도 순간, 괴이한 외침을 토해 내면서 다음 순간에 환혼강시는 상천기에게 덮쳐 왔다. '야앗! 상천기는 이미 환혼강시에 대해 많은 연구를 했으므로 도저히 보통의 방법으로는 환혼강시를 상해할 수가 없음을 잘 알고 있었 다 그는 일격에 승부를 볼 생각으로 현무신공(玄武神功)을 전력으 로 일으켰으며 청룡검법 증에서 최고의 위력이 있는 어검술의 일 종인 청룡어검 (育龍御劍)을 전개해 환혼강시에게 덮쳐 갔다. 그의 ...얼굴에는 묵운(墨雲)이 감도는 가운데, 신검일체 (화料서理가 되어 ...무서운 검광과 함께 환혼강시의 목을 노리고 쏘아 간 것이다. 환혼강시도 무서움을 느끼는지 두 손을 연달아 휘두르며 검세를 저지하며 신산자 상천기의 가슴을 긁으려고 했다. 카-앙 '크 악!' 귀청을 찢을 듯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역겨운 비명이 들렸다 동시에 그 여세로 회오리바람이 일어나면서 불이 꺼져서 무엇이 어떻게 되었는지 전혀 알아볼 수가 없었다. '방주님. 괜찮습니까?' 걱정하는 소리가 들리며 뒤이어 불이 켜졌다 다시 실내가 밝아졌다. 신산자 상천기가 검을 거두며 말했다. '괜찮소. 과연 환흔강시의 위력은 대단합니다.' 중인들이 환혼강시가 있던 곳을 바라보니 그곳에는 팔뚝 하나가 恩料終澤 5 윙굴고 있을 뿐. 환혼강시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너떻게 되었습니까? 환혼강시는?' 황의인이 다급히 물었다 '그 괴물은 한 팔을 잃어버리고 왼쪽 통로로 도망쳤다. 한데 황 대장, 어떻게 된 거냐?' 신산자 상천기가 물었다 황의인 중의 한 명은 바로 구류방의 정예를 이끌고 미리 혈해로 들어온 구류방의 정무대(正武隊)의 대장인 황소철(黃小罰 이었다. ...그는 신산자 상천기가 이십 년 간 고심참담하여 길러 낸 정무대 오 ...십 명의 대장이었으며 이번에 이십 명의 정예를 이끌고 선발대로 투입된 것이다. 정무대장 황소철은 부복하며 비통한 음성으로 말했다. '방주님. 죽여 주십시오 속하의 잘못으로 본 대의 정예 이십 명 중 열여섯 명이 죽고 세 명은 기관에 빠져 행방불명이 되었습니 ...다.' 상천기는 기가 막혔다. '그래 그럼 지금 정무대가 황대장하고 정무대원 한 명밖에 남 지 않았단 말이냐?" 정무대장 황소철은 부복한 채 대답이 없었다. 신산자 상천기는 내심 탄식하면서 황소철의 어깨를 두드렸다. '황대장의 잘못이 아니다. 본 방주가 계산을 잘못했다. 그래, 모두 환흔강시에 당했느냐?' '아닙니다. 우리는 기관에 말려들어 어둠 속에서 연속적으로 습 격을 당했는데 누군지도 모르고 당했습니다. 몇 명은 엉겁결에 이 ...곳까지 도망쳐 왔다가 환흔강시를 만난 겁니다.' 신산자 상천기는 자세히 주위를 둘러보더니 무거운 어조로 말했 다 52 1= '니곳의 형세로 보건대 우리는 뜻밖에 생문(초門) 으로 들어와 얼마 가지 않으면 중심부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소' 삐 -익! 뻑!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심신을 찌르는 괴이한 호각 소리가 연달아 들려 왔다. 상천기는 급히 호각 소리가 들려 오는 통로 쪽으로 가면서 신증 한 음성으로 말했다. '니 호각 소리에 심신을 흔드는 괴이한 기운이 있는 것으로 보 아 필시 환혼강시를 조종하는 소리일 것이오. 그리고 지금 소리가 ...들리는 이 복도는 본 방주가 추측키로는 분명히 혈해의 증심부로 ...통하는 곳일 것이오. 적의 무공이 고강한 데다 기관 또한 악독할 ...것이니 모두 거리를 두지 말고 조심하시오. ' 동시에 그는 주작신법(朱雀身法) 을 발휘하여 호각 소리가 들린 ...통로로 날아갔다. 주작신법은 사신도상의 절학으로. 상천기의 어 ...깨가 으쓱이는 것 같은데 부드럽기 이를 데 없는 동작으로 십여 장 ...을 미끄러져 가고 있었다. 삼불기승 등은 구류방주 신산자 상천기의 무공이 어느 정도인지 모르고 막연히 추측만 하고 있다가 그의 진정한 무공을 보자 내심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상천기 일행은 뜻밖에도 별다른 간섭 없이 순식간에 복도를 통 과할 수 있었다. 누군가가 이미 그곳을 지나며 기관을 파괴시켜 놓 ...았기 때문이엇다. 그들은 복도가 끝나는 곳이 뜻밖에 완전히 막혀 있음을 보게 되 었다. 그냥 하나의 동굴 벽이었던 것이다. 청석을 까아 세운 듯이 ...매끈한 석벽이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신산자 상천기는 가만히 앞의 가로막힌 벽을 살펴보며 모두에게 말했다. 恩料終焉 55 모두 옆의 벽으로 바짝 붙어 서시오. 내가 기관을 만지게 되면 악독한 매복이 발동할 것이오.' 상친기는 모두가 물러나 벽으로 바짝 붙어 서는 것을 보더니 통 로의 옆에 있는 벽을 쳤다. 그러자 찍끽. 하는 돌이 마찰되는 소리와 함께 벽에 틈이 생기 고 그 속에서 쇠고리 한 개가 나타났다. 그는 망설이지 않고 벼락 ...같이 벽에 붙어 있는 쇠고리를 잡아당겼다, 동시에 그의 몸은 비스 ...듬히 옆으로 날아갔다. ==. . 돌이 마찰되는 소리가 길게 들리고 앞을 가로막은 벽이 옆으로 갈라지면서 석문이 나타났다 그리고 약간의 시간이 지났을 때였다. 덜컹 ! 열린 석문으로부터 일 장 반 정도 길이의 복도가 밑으로 푹 꺼 져 내렸다. 획 획 획 - 동시에 꺼진 복도의 전후로 날카로운 창끝 같은 쇠붙이가 번개 같이 천장에서 바닥으로 쏘아져 왔다. 바닥에는 그 쇠붙이가 통과 ...할 만한 구멍이 있어서 그 쇠붙이들은 모두가 짜맞춘 듯이 그 구멍 ...속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조금 시간이 지나자 꺼진 복도는 다시 복구가 되었다. 상천기가 천천히 걸어나오며 중얼거렸다. '참으로 고심한 매복이로군.' 삼불기승이 궁금한 듯이 물었다. '아미타블1 이 기관은 왜 문이 열리자마자 발동되지 않고 좀 있 다가 발동이 되었을까요?" 상천기가 검을 앞에 세운 채 경계태세를 취한 상태로 걸어가면 54 獨려澤魂 서 설명했다 '무릇 이 혈해로 들어온 사람 증에 결코 약자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니 누구나 기관을 작동시키고는 조심을 하겠지요. 그러나 일 시지간 아무런 기척이 없으면 누구라도 이상이 없는 것으로 알고 문으로 다가가게 될 겁니다.' 여기까지 듣자. 모두는 그 말뜻을 깨닫고 소름이 오싹 끼쳤다. 그때 기관이 발동되어 밑이 꺼지는 겁니다. 그러면 보통 사람 은 밑으로 빠질 것이고 경공이 고절한 사람은 요으로나 뒤로 몸을 ...날리게 될 겁니다. 그때 조금 전의 비창(飛槍)이 내리 꽂히는 거지 ...요. 기관장치로 발사되는 비창의 위력은 대단해서 아마 누구도 피 ...해 내기 힘들 겁니다. 더욱이 이 기관매복을 설치한 사람이 고명한 ...것은 이 기관을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든 점입니다.' 현명자는 기가 막힌 듯 그 말을 듣고 있다가 궁금해 물었다. '영구적이라니요?' 신산자 상천기가 바닥에 나 있는 구멍을 가리키며 말했다 '조금 전 내려 꽂힌 비창은 모두 이곳으로 들어갔습니다. 내 생 각이 틀림없다면 그 비창들은 밑에서 다시 장전되어 다음 기관이 발동할 때면 이번엔 위로 쏘아질 겁니다.' 철배신장이 기가 막히다 못해 감탄한 모양으로 중얼거렸다. '도대체 이 혈해를 누가 만든 것인지, 아는 사람이 없으니. ' 상천기는 담담한 어조로 대꾸했다. '혈해는 백년 전 천부귀옹이란 기인께서 세운 것이오. ' 상천기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천부귀옹의 이름을 처음 듣는 것 같았다. '천부귀옹? 아니 천부귀옹이 누구이기에" 그때였다 . 조심하시오.' 舊.料料焉 55 돌연 신산자 상천기가 벼락같이 외치면서 검을 휘둘렀다. 쨍 !쨍 상천기가 풍차처럼 휘두르는 검에 무수한 은및이 격증되어 횡겨 져 나갔다. '윽!" 상천기가 요에서 대부분의 암기를 막았으나 일행 1 약한 정무대원이 어깨를 부여잡으며 비틀거렸다. 증 가장 무공 상천기가 호통을 치며 앞으로 달려나갔다. 그가 달려나온 곳은 뜻밖에도 거대한 석실인데 원래는 천연적인 석동의 광장을 인공으로 개조해 놓은 듯했다. 석실은 거의 원형에 ...가까운데, 가운데에는 거대한 석순이 천주(天柱)인 양 현란한 모습 ...으로 우뚝 천장을 받치고 있었다. 지금 그 석순 앞에는 흥의인 일곱이 일렬로 늘어서 있었고 그 앞에는 상당히 마른 체격의 키가 큰 홍의인이 서 있었다. 상천기는 대번에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꼈다. '마침내 구류방주가 무덤을 찾아 이곳까지 와주었군그래?" 냉담한 말소리가 석실을 응응 메아리치면서 울렸다 상천기는 상대가 대번에 자신의 신분을 알아보자 내심 놀랐으나 태연히 대꾸했다. '니곳이 명당 자리이기는 하지만 귀신들이 묻히기에 더 좋은 곳 인 것 같군. "흐흐 잡패뜰의 모임의 주인이라 주둥이는 매섭군!' 마른 흥의인이 비아냥거렸다. 상천기의 뒤를 따라 들어오던 정무대장 황소철이 그 홍의인을 보자 온몸을 떨며 말했다. '방주님. 저잡니다! 저자가 본 방의 형제를 열넷이나 죽였습니 다. 그 외에 강호동도들도 거의 저자에게' 5 獨림驚魂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현명자가 분노에 찬 소리를 지르며 마른 홍의인에게 덮쳐 갔다. 마른 흥의인은 차가운 눈길로 그를 가만히 쳐다보고 있을 뿐, 막을 생각도 하지 않았다. 쨍 ! 날카로운 소리가 들리며 현명자는 팔이 저려 와서 하마터면 손 의 검을 떨어뜨릴 뻔했다, 현명자가 깜짝 놀라서 보니 요을 가로막 ...은 것은 뜻밖에도 구류방주가 아닌가' 현명자가 분노한 음성으로 외쳤다. '방주, 이게 무슨 짓이오? 저자는 빈도의 사형을 비롯한 동문들 을 해친 자란 말이오1' 상천기가 침착한 어조로 말했다. 도장. 무당파에서 온 사람들은 이제 도장밖에 남지 않았소. 감 정에 휩싸이지 마시오.' 그의 말에는 단호한 의지가 서려 있어 무형 중에 사람을 위압하 는 기세가 있어 과연 일방의 영도자다웠다. 게다가 그 속에는 무당 ...파의 전인원이 달려들어도 당하지 못했는데 당신 흔자서 어쩌겠냐 ...는 질책도 들어 있었다. 현명자도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그것을 모를 리가 없었다. 그는 자의 반 타의 반 마른 흥의인을 쳐다보면서 내키지 않는 걸음걸이 ...로 뒤로 물러났다. 그제야 상천기는 고개를 들어 마른 흥의인을 쳐다보더니 말했 다 . 무진교에 뛰어난 절학을 지닌 부교주(副敎主)가 있다고 하던데 ...바로 당신이오?" 마른 흥의인의 몸이 미미한 진동을 일으켰다. 그의 차가운 눈멎에 놀람의 벚이 스쳐 갔다. 舊.怨終焉 농 그렇시 본 '구류방주의 귀가 밝다고 하더니 과연 사실이군... 좌가 무진교의 부교주다." 그의 말은 오만하기 이를 데 없어 천하에 무서운 것이 없는 듯 한 말투였다. '당신의 말솜씨는 매우 광망스럽군 그런데 당신이 쓰는 양의무 정검법은 어디서 배운 거요?" 흐흐흐 부교주는 상천기의 물음에 음침한 웃음 소리를 터뜨렸다. '네가 알고 있는 것은 제법이구나1 본 좌가 어떤 절학을 가지고 ...있든지. 그것이 너와 무슨 상관이 있는가?' 상천기는 그가 계속 무시하는 태도로 나오는데도 전혀 성내는 기색을 보이지 않고 담담한 태도로 말했다. '무림 증에서 그것을 쓸 수 있는 사람은 모두 두 사람인데 당신 ...은 그 두 사람 증 누구도 아니오. 본 방주는 당신이 남의 무공을 ...사취했다고 느끼기 때문이지 ' '으핫하하' 부교주는 우렁찬 광소를 터뜨리면서 말했다 '사취했든 본인이든 그게 너와 무슨 상관인가? 너희들은 모두 이곳에서 죽을 것인대!' '와아핫하하하 이번에는 구류방주 상천기가 광소를 터뜨렸다. '겨우 당신과 환흔강시 일곱 구로 말이오?" 부교주는 환흔강시를 알아보면서도 이토록 자신있게 말하는 구 류방주가 매우 의외인 듯 바라보더니 냉소를 터뜨렸다. '흐흐흐 본 교의 환혼강시 일곱 구면 천하의 어느 누구라 도, 어떤 문파라도 일거에 궤멸시킬 수가 있다. 그런데 겨우 그 알 ...량한 인원으로' 58 舊빻澤魂 상천기도 냉소했다. '당신은 본 방주가 혈해로 오면서 설마 환혼강시에 대해 아무런 대비도 하지 않고 왔다고 생각한단 말이오? 그렇다면 당신은 새 대 ...가리를 달고 있는 거요.' 그의 말에 부교주의 눈에 살기가 드러났다. 하지만 그는 소수미혼녀가 무공을 연마하는 동안 무진교를 지휘 하여 온 인물인 만큼 그 심기의 깊음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고 절대 ...로 완전한 자신이 없는 일은 하지 않았다. 구류방주의 신기묘산은 당금 강호에 모르는 사람이 없는지라 그 도 상천기의 호언장담에 챙기지 않을 수가 없었다. 부교주는 의아한 빛이 감도는 눈으로 구류방주를 쳐다보더니 말 했다. '흥 환혼강시는 천하무적인데 그에 대한 대비가 있을 리가 없 지? 감히 본 좌에게 사기를 치려고?' 무진교의 부교주는 냉소하며 한손을 가볍게 들어 등뒤의 환흔강 시를 출동시키려고 했다. 한데 그의 눈이 구류방주에게 멎는 순간에 그의 동작은 멈추어 졌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것 같았 다. 그때 구류방주 신산자 상천기는 검을 가슴 앞에 비스듬히 세우 고 있는데 한 손은 가슴속으로 들어가 있었다. 부교주는 그 가슴속에 들어간 손의 허실을 몰라서 망설이고 있 는 것이다. 상천기가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왜 시험해 보지 않소?' 그는 순식간에 주동의 위치를 확보하고 무진교의 부교주를 비아 냥거리고 있는 것이다. 恩怨料焉 5 무진교의 부교주는 내심 살기가 치밀었다. '네놈이 아무리 대단한 재주가 있어도 환흔강시를 이겨 낼 방도 가 있겠느냐?' 그는 속으로 생각하면서도 함부로 나서지 못하고 생각 끝에 환 혼강시 한 구를 시켜 구류방주를 공격하게 했다. 관을 보겠다면 눈물까지 흘리게 해주지. ' 상천기가 자신만만하게 외치며 오히려 환흔강시에게 그의 손이 눈에 보이지도 않게 뒤어나왔다. 펑 '크앗" 덮쳐 갔다 동시에 폭음과 괴이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60 1 또 싯 쫑 顯 토 모 ? 쫑 새小천기는 어느새 제자리에 돌아와 있는데 그 신색은 매우 태연 했다. 반면에 환혼강시는 전신이 시퍼런 불길에 싸써 연신 괴성을 ...질러대면서 비틀거리고 있었다. 그 불길은 매우 특이하여 그 기세 ...는 시간이 갈수록 더욱 맹렬해지고 있었다. 환흔강시가 둘러싸인 불길은 어찌나 맹렬한지 뜨거운 열기가 사 방으로 퍼져 나갔다. 무진교의 부교주는 이 뜻밖의 사태에 대경하여 안색이 굳어졌 다 . 또다시 시험해 보고 싶은가?' 신산자 상천기가 싸늘하게 옷으며 물었다. 무진교의 부교주는 믿을 수 없는 듯 땅바닥에 쓰러져 불타고 있 는 환혼갛시를 쳐다보더니 문득 생각이 미친 듯 증얼거렸다. '지심음염탄(地心陰鴻彈) 상천기는 그가 중얼거리는 소리를 듣고 가슴이 뜨끔했다. 니자는 모르는 게 없구나! 도대체 그의 정체가 무엇일까?' 舊.料料焉 썬 지심음염탄은 지난날 음혼마군(?魂魔君) 이 사용하던 독문화기 로 어디건 한번 붙으면 결코 꺼지지 않는 악독한 것이었다. 음흔마 ...군은 이 지심음염탄으로 명성을 얻었고 그로 인해 무림의 공적이 되어 강호상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내뱉듯 말했 무진교의 부교주는 차가운 눈길로 구류방주를 보며 다 '졍파의 영응이라고 떠벌리는 자가 이따위 악독한 화기를 가지 고 큰소리를 치다니 구류방주가 미소하며 말했다 '이독공독(以毒까毒)이란 만고의 진리인데 이 천하에 필요없는 물건으로 쓸모없는 것들을 없앤다면 그 또한 쾌사(快事) 가 아닐 까?' 무진교 부교주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러나 그 또한 불가일세 {不可一世) 의 마두였으므로 재빨리 생각을 굴리더니 냉소를 터뜨 ...렸다. '지난날 음혼마군은 칠십 개의 지심음염탄을 연제하여 강호를 누볐으나 종국에는 지심음염탄이 떨어져 지하로 숨고 말았지. 흐 ...흐 구류방주가 몇 개의 지심음염탄을 얻었는지는 모르지만 결 코 서너 개 이상을 넘지는 못할걸?' 말은 사실이 구류방주 상천기는 가슴이 서늘해졌다. 과연 그의 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의 안색은 미동도 없었다. 매우 편리한 생각이로군. 그 생각에 확신이 있다면 왜 망설이 고 있는가?" 구류방주 상천기의 냉정한 이 한마디의 말은 그 역시 무진교 부 ...교주의 내심의 정곡을 찌른 것이라 부교주는 머뭇거릴 뿐 감히 행 ...동으로 옮기지는 못했다. 부교주는 한번도 이와 같은 까다로운 인물을 상대해 보지 않았 64 獨논驚魂 던 터라 내심 가볍게 생각했던 구류방에 경각심을 크게 가지게 되 ...었다. 그는 차가운 소리로 말했다. 흥 시험하라면 못할 것도 없지 1 환혼강시 한 구면 밥통들 을 모두 쓸어 버릴 수 있으니까. ' 그는 겉으로는 큰소리를 치면서도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 상천기는 그의 심증을 짐작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역시 강하게 나갈 수 없는지라 더 이상 그를 자극하지 않고 생각을 굴리다가 의 ...미심장하게 말했다. '시험하는 것도 좋지 ! 하지만 두 마리의 호랑이가 싸우면 필시 한 마리가 죽거나 양패구상할 텐데, 그 이득이 어디로 갈까' 무진교의 부교주는 이 말에 안색이 변해 냉랭하게 외쳤다. '어떤 쥐새끼 같은 작자들이 어부지리를 노리느냐? 썩 나서지 못할까? "흐흐흐 ' 부교주의 외침과 거의 동시에 음침한 웃음 소리가 석실을 울렸 다. 그 웃음 소리에는 일종의 고강한 내가기공이 함유되어 있어 보 ...기 드문 고수가 나타났음을 알고도 남음이 있었다. 끼 끼르르 동시에, 돌이 마찰되는 소리가 들리더니 하나의 석문이 드러났 고 그곳에서 한 무리의 인영이 나타났다. 그들의 차림은 몹시 기괴 ...하여 넓은 석실은 대번에 음침한 분위기가 층만해졌다 그들의 인원은 대략 이십 명 가량이었는데 앞에는 괴기한 면구 를 쓴 세 명의 괴인이 나란히 서 있었다. 구류방주 상천기는 내심 가슴이 진동되었다. '염왕전의 삼대진군(三大眞君)이 모두 나타났구나 무진교의 부교주는 염왕전의 삼대진군이 모두 모습을 드러내자 의외인 듯 그들을 쏘아보면서 싸늘하게 소리쳤다. 恩怨終焉 65 '이제 보니 본 교의 제자들에게 암중에서 독수를 쓴 자가 바로 네놈들이었구나' 무진교는 혈해에 환혼강시 이외에도 상당수의 인원을 투입했지 만 지금 이곳에는 부교주인 그와 환혼강시 억섯 구밖에 남지 않은 ...것이다. 무진교 부교주의 말에 염왕전의 삼대진군 증의 수석인 유명진군 이 나섰다. '누가 할 소리를. 부교주 네가 살상한 본 전의 수하가 몇이 나 되는지 아느냐?' 부교주가 냉소를 터뜨렸다. '정녕 연전에 못다 한 싸움을 오늘 해볼 작정이냐?' 그의 음성은 살기가 층만했다. 구류방주에게 억눌린 것을 염왕 전에다 화풀이하려는 것 같았다 삼대진군은 지난날 무진교가 습격해 왔을 때. 부교주의 무공을 직접 겪어 보았으므로 자신들이 연합하면 그를 층분히 이길 수 있 ...음을 알고 있었다. 유명진군이 냉랭하게 말했다. "다른 사람은 무진교를 두려워할지 몰라도 본 전은 무진교가 조 금도 두렵지 않디!' 부교주는 오늘 연속적으로 좌절을 당하자 크게 살기가 솟아 아 무 말도 없이 벼락같이 유명진군을 덮쳐 갔다. 그 속도는 신속하기 ...이를 데 없어 차가운 검광이 번갯불처럼 날아 유명진군의 목을 노 ...렸다. '야압!' 유명진군은 이미 준비하고 있었으므로 크게 호통치면서 유흔검 법 (=魂法) 으로 부교주의 검세를 막아 갔다. 동시에 왼쪽에 있던 ...수라진군이 수라조(修羅爪) 의 초식으로 부교주의 미심을 노리고 ...56 濁짙驚魂 일격을 뻗어 냈다. 꽹 !채 -앵 딧킷' 잇달아 검이 부딪치며 불똥이 사방으로 윙겨 나갔다. 부교주가 신속하게 뒤로 물러났다. 유명진군은 양의무정검법의 변화무쌍함 ...에 팔에 검상을 입고 말았는데 대단한 것은 아닌 것 같았다. 부교주는 자신의 검세가 변하는 순간에 수라진군이 정확하게 검 ...세의 틈을 노리고 공격해 오자 어쩔 수 없이 뒤로 물러서고 말았던 ...것이다. 만약 무리하게 검을 변화시켜 수라진군을 공격한다면 틈 이 생겨서 지옥진군이 공격해 올 것이 틀림없을 것이었다. 그의 양 ...의무정검법이 비록 정종(正宗) 의 것은 아니었지만 단 일이 초 만에 ...파탄을 드러내는 것을 볼 때 삼대진군은 특이한 합격법을 연미.한 것이 분명했다. 부교주는 일 년 전에 싸울 때는 자신의 손에 패한 삼대진군이 겨우 이 초 만에 자신의 양의무정검법에 파탄을 드러내게 하자 내 심 놀라서 입을 다물고서 묵묵히 그들을 쳐다보았다. 유명진군은 자신들이 연습한 삼절진(三絶陣)이 크게 효과가 있 자 의기양양하게 소리쳤다. '어떠냐? 그래도 큰소리를 칠 것인지 말해 보아라. 부교주가 냉랭하게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본 좌의 일격을 막아 냈다고 큰소리치는 모양인데 환혼강시 앞 에서도 큰소리를 칠 것인지 두고 보자1' 그가 막 공격명령을 내리려다 문득 구류방주를 보자 망설이지 않을 수 없었다. 비록 여섯 구의 환혼강시의 위력이 대단하지만 양 ...쪽을 모두 상대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그가 망설이고 있을 때였다. 우르릉 ,땋料終焉 57 갑자기 석실 전체가 크게 진동하였다. 이게 무슨 일이지?' 중인들이 놀람에 찬 소리를 지르는데 놀랍게도 이 거대한 석실 전체가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상천기가 다급히 삼불기승 등에게 소리쳤다. '조심하시오 기관이 발동하기 시작했소" 꽈르릉 우렁찬 음향이 들리며 돌아가던 석실이 멎었다. 끄르릉 그리고 돌이 마찰되는 소리가 들리며 전면에 높이가 이 장이나 되는 거대한 석문이 나타났다. 모두가 의아한 눈길로 그것을 보다 ...가 갑자기 모두 흥분한 빛이 되었다. <혈해지부(血悔地府)} 그 석문의 위에는 <혈해지부>라는 커다란 글자가 전서체로 당당 하게 버티고 있었던 것이다. 석문 안으로는 대리석으로 만든 기둥 ...이 쭉 늘어서 있는데 그 기둥마다에는 마치 살아 있는 듯한 용봉이 ...새겨져 있었다. 그 대리석 기둥이 쭉 늘어서 있는 낭하의 끝에는 정교하게 만들어진 문이 있었다. 그 문에는 마치 도안을 해놓은 듯 기이한 서체로 <혈해지문( 海之門)>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모두의 가슴은 터질 듯 긴장되었다. 마침내 혈해가 그들의 앞에 나타난 것이 아닌가? 혈해지부의 석문에서 혈해지문까지 도달하는 길은 사방에서 은 은한 보광(寶光)이 비쳐 나오고 있어서 절로 사람을 유흑하는 것 같았다. = 염왕전의 삼대진군이 수하들을 지휘하억 혈해지부에 다가갔다. 그러자 무진교의 부교주도 질세라 혈해지부로 접근해 갔다. 수라 진군이 다른 두 명의 진군에게 눈짓을 하더니 번개같이 빠른 신법 ...으로 혈해지부의 석문으로 몸을 날렸다. '멈춰라!' 냉엄한 호통이 들리며 부교주가 수라진군의 요을 가로막으려고 했다. 그러나 그 순간. 유명진군과 지옥진군이 앞으로 나서면서 부교 주를 공격해 갔다. 그들의 공세는 매우 치밀하게 배합되어 부교주 ...는 잇달아 광풍폭우와 같은 검세를 펼쳐 내어 그들을 공격했지만 ...단시간에 그들을 돌파할 수는 없었다. -익! 뻑! 그의 입 속에서 급박하기 이를 데 없는 호각 소리가 터져 나왔 다 획!휘 익- 그러자 늘어서 있던 환흔강시 여섯 구가 유령과 같이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그 속도는 신속하기 이를 데 없었으며 마치 날으는 새 ...와도 같이 어느새 수라진군의 앞을 가로막으며 공격을 가하기 시 작했다. 수라진군의 실력으로는 환혼강시 한 구도 당할 수 없는지라 대 경실색하여 뒤로 물러나면서 외쳤다 '십팔염왕귀사(*八閣王鬼捨)들은 모두 환혼강시를 공격해라!" 그의 음성과 함께 삼대진군의 뒤에 늘어서 있던 염왕귀사들이 분분히 날아오르며 혈해지부의 앞을 가로막고 있는 환흔강시를 공 ...격해 갔다. 그 공세는 뜻밖에도 매우 놀라워서 일시지간 환혼강시 ...와 백중지세를 이루는 것 같았다. 무진교의 부교주는 염왕귀사 십팔 명이 뜻밖에도 환흔강시와 맞 思怨料焉 던 설 수 있음을 보고는 대경실색하였다. '저게 뭐야? 이제 보니 저놈들도 강시가 아닌가?' 신산자 상천기는 미동도 않고 서서 그들이 싸우는 걸 보고 있다 가 점점 안색이 침중해져 갔다. '저들 또한 강시인 것 같구나. 염왕전도 백골문과 관련이 있다 는 말인가?' 철배신장은 원래부터 성질이 급하기 짝이 없는 사람이었다. 그 는 무진교와 염왕전이 혈해지부 앞에서 싸우면서 서로 혈해지부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속에서 불이 났다. '아니. 방주1 혈해를 눈앞에 두고 이렇게 손을 묶고 있어야 합 니까?' 상천기가 돌아 보니 모두가 그런 생각을 가진 듯한지라 웃으면 서 나직이 대꾸했다. '너무 신경 쓰지 마시오. 지금은 시작일 뿐이니까. 천부귀옹이 혈해를 만들었다면 결코 이 정도에 그치지 않을 것이오! 틀림없이 ...또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이 분명합니다.' 그의 말이 미처 끝나지도 않았을 때였다 수라진군이 혼란의 와중에서 몸을 빼내어 혈해지부 안으로 날아 들어갔다. 무진교의 부교주는 그것을 보고 다급하여 대갈일성하며 연달아 십삼 검을 쳐내었다, 그 검법은 양의무정검법이 아니었으나 그 초 ...식이 악독하고도 괴이한 각도에서 변하고 있어서 유명진군과 지옥 ...진군은 전력을 다해 겨우 막아 내긴 했지만 몇 걸음 진퇴되는 것은 ...면할 수가 없었다. 그들은 다급히 부르짖으며 무진교의 부교주에게 재차 공격을 개 시해 열세를 만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 전에 부교주는 벼락같이 호통을 내지르며 잇달아 삼 70 8 장을 후려갈겨 그들의 공세를 미연에 방지하였다. 동시에 그의 몸 ...은 허공으로 날아올라 혈해지부를 향하여 날아갔다. 그때였다. '으아악' 사람의 애간장을 찢는 듯한 처절한 비명이 울려 퍼졌다. 모두가 깜짝 놀라서 보니 그 비명은 수라진군이 지른 것이었다. 원래 수라진군은 혈해지부의 석문을 통과하옇 혈해지문에 도달 하기 전에 갑자기 기이한 열기가 쏟아져 나옴을 느끼고 대경하며 ...물러서려고 했다. 그런데 그가 물러서면서 기관을 건드렸는지, 별안간 양쪽의 대 리석 기둥에서 예리한 칼날이 떨어져 내렸던 것이다. 그 속도는 미 ...치 전광석화와도 같아 미처 치할 여유조차 없었다. 하지만 수라진군은 이미 혈해로 들어와 가공할 기관매복에 많은 수하들을 잃었기 때문에 내심 경각심을 가지고 있었다. 심상치 않 ...음을 느낀 그는 번개같이 행동을 취했으므로 아슬아슬하게 그 칼 ...날을 피해 낼 수 있었다 그러나 그의 등골에 식은땀이 채 고이기도 전에 그는 양 발목 부근에 격심한 고통을 느껴야 했다. 어느 틈엔지 바닥에 눕힌 칼날 ...이 약 일곱 치 가량 솟구쳐 나와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전력으로 ...뒤로 횡겨져 나오던 수라진군은 미처 무엇을 느끼기도 전에 양 발 ...목이 절단되고 말았다. 혈해에 설치된 기관매복은 언제나 이와 같이 사람의 본능을 염 두에 둔 다중설치로 되어 있으므로 실로 방비할래야 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수라진군은 참담한 비명을 지르면서 쓰러졌다가 다급히 다시 몸 을 일으키려고 했다. 그것이 무진교의 부교주가 날아오고 있을 때였다. 舊.料終焉 71 그는 수라진군이 바닥에 쓰러져 거의 무방비 상태임을 보고 냉 소를 날리며 악독하게 허공에서 수라진군의 머리를 노리고 일장을 ...후려갈겼다. 퍽 '으곽!' 그 공격은 너무도 악독하여 수라진군은 방비조차 못하고서 그대 로 머리가 터져 나오면서 즉사했다. 실로 그것은 목블인견(目不忍 ...로)의 참상이었다. 한데, 바로 그 순간이다. 슈-욱 괴이한 음향이 들리면서 무서운 화염이 찰나간에 낭하를 뒤딪는 것이 아닌가! 그것이야말로 수라진군을 놀라게 한 열기의 정체였 ...다. 그 불길은 무서운 화기를 동반한 채, 혈해지부 안을 녹억 버릴 ...듯 솟구치더니 마치 거짓말처럼 사라져 버렸다. 크으윽!' 털썩 둔탁한 소리가 들리며 부교주가 불에 그을려 형편없이 낭패한 모습으로 혈해지부 문 앞에 쓰러졌다. 그는 옷에 붙은 불을 끄려고 ...바닥을 마구 구르고 있었는데 조금 전의 위세당당한 모습은 약에 쓸래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 무서운 화염 속을 날아가다가 몸을 뒤틀어 피해 나왔 으니 그 실력이 놀라운 것임에는 분명했다. 땅바닥에 쓰러진 수라진군의 머리를 박살내 죽이는 악독한 수단 에 몸서리치던 유명진군과 지옥진군은 이 광경에 기회는 왔다는 듯이 사납게 덮쳐 갔다. 부교주의 목숨은 퐁전등화와도 같았다. '놈들을 막아' 72 燭올驚魂 그는 그야말로 눈이 돌아갈 정도로 빠른 속도로 몸을 됨굴려 그 들의 공세를 피하면서 다급히 외쳤다. 그의 외침 소리가 나자 환혼 ...강시는 혈해지부를 지키는 것을 포기하고 다급히 부교주에게 날아 ...왔다. 유명진군은 그걸 보자 번개같이 물러나면서 외쳤다. '귀사들은 모두 혈해지부로 들어가도록 해라'` 그는 조금 전의 그 무서운 매복을 보았지만 십팔염왕귀사들은 바로 강시의 일종이므로 별탈이 없을 거라고 느꺼고 혈해지부를 먼저 장악하고자 명령을 내린 것이다. 하지만 그는 크게 잘못했다. 자신들의 안전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 여섯 구의 환혼강 시의 위력은 실로 끔찍할 정도라 일단 발동이 걸리면 그 속도의 전 ...환은 정말 눈부실 정도였다. 유명진군과 지옥진군은 미처 구원을 요청할 여유도 없이 다급히 몰리고 있었다. 입을 벌릴 여유도 없을 정도인데 어떻게 몸을 빼낼 ...수가 있겠는가1 그대로라면 불과 십 초도 지나지 않아 죽음을 당하 ...게 될 것 같았다. 상천기는 침착하게 기다리고 있다가 나지막하게 외치며 앞으로 나갔다. '자! 이제 때가 된 것 같소이다. 모두 나갑시다!' 하지만 그가 불과 일 장도 나가기 전에 등뒤에서 연달아 신음이 터져 나왔다. '윽!" ? " 구류방주 상천기는 크게 놀라서 뒤룰 돌아 보니 정무대원과 현 명자가 피를 토해 내며 그 자리에 널브러져 있었고 삼불기승이 비 ...틀거리면서 다급하게 옆으로 몸을 굴리고 있었다. 恩料終焉 75 그 모양은 마치 폭퐁에 날리는 가랑잊과도 같은 형상이었다. 그 자리에는 어느새 눈부신 금박흥의에 머리엔 금테를 두른 장 식을 한 사람이 나타화 있는데 그 모습은 위맹하기 이를 데 없고, ...복장이 마치 전설 속의 염라대왕과 같았다. 그의 뒤에는 십여 명의 ...검은 옷을 입은 자들이 옹위하듯이 늘어서 있었다. 철배신장과 정무대장 황소철은 그제야 어떻게 된 셈인지 상황을 알고는 대갈일성하면서 그 흥포노인을 공격해 갔다. 상천기는 그를 보자 안색이 돌변해 부르짖으며 몸을 날렸다 '멈춰라 그는. ' 펑1 펑 '윽! ' 아 악1'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연달아 폭음이 터지면서 신음이 터 졌다. 놀랍게도 홍포인이 소맷자락을 한번 떨쳐 내자. 황소철과 철 ...배신장이 맥없이 나가 떨어진 것이다. 그 중 황소철의 몸은 덮쳐 갈 때보다 더욱 빠르게 윙겨져 가운 데 있는 석주에 부딪히면서 온몸이 으스러져 즉사했다. 그의 공력 ...은 절정의 대열에서 뒤떨어지니 그렇다고 하더라도 평생을 장력으 ...로 적수를 만나지 못한 철배신장이 그의 소맷바람에 맥없이 나가 ...떨어진 것이니. 그 홍포노인의 위세는 정녕 다시 보기 힘든 것이 ...아닐 수 없었다. 구류방주 상천기는 마침 자신의 앞으로 날아오는 철배신장 상진 ...을 부축하면서 물었다 '상호법. 견딜 수 있겠소?' 철배신장 상진은 한 오금의 선혈을 토해 내곤 두 눈에서 공포의 ...빛을 드러내면서 말했다. '방주, 조심하시오! 저자의 무공은 상상하기도 힘든 지경에 도 ...74 .달해 있소' 구류방주 상천기는 흥포인이 다가옴을 보고 급히 철배신장 상진 ...올 가로막으며 침중한 음성으로 외쳤다. '멈추시오. 당신이 염왕전의 전주인 염라대제 (閣羅大帝)요?' 흥포인은 상천기가 대번에 자신의 정체를 들추어 내자 의아한 듯 걸음을 멈추더니 상천기를 쳐다보았다. 무명지배는 아닐 '본 대제를 알아보다니 너는 누구냐? 필시 터 오1 네가 바로 구류방주인가?' 그는 문득 생각이 미친 듯 나직이 탄성을 토해 냈다. 염왕전주인 염라대제 1 이 신비한 인물이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염라대제는 상천기를 쳐다보더니 흥소(洪笑)를 터뜨렸다. '와핫핫핫 그 웃음 소리는 얼마나 엄청난지 상천기는 내심 체내의 기혈이 ...솟구쳐 올라 하마터면 자세가 흐트러질 뻔했다. '닥치시오! 당신이 나타나자마자 본 방의 수하에게 독수를 쓰다 ...니 구류방에 사람이 없는 줄 아시오?' 상천기는 외치더니 벼락같이 현무신공을 펼쳐 청룡검법으로 염 ...라대제를 공격해 갔다. 그는 염라대제의 무공이 상상을 절할 지경 ...임을 보고는 놀라 모험을 결심한 것이다. 그가 전력을 다하자 그 위세는 벼락치는 것 같아서 순식간에 칠 검이나 격출해 내었는데 싹, 싹, 소리가 귓전을 진동시키면서 염라 ...대제의 전신을 덮쳐 갔다. '썽룡검법이로군? 염라대제는 붉은 얼굴에 놀람에 찬 빛을 드러내면서 어쩔 수 없 이 한걸음 물러섰다. 하지만 그것은 너무도 순간적이었고 물러선다 싶은 순간에 염라 恩怨料焉 75 대제의 우람한 체구는 번개처럼 앞으로 쏘아 나오면서 산악과도 같은 장세를 쪼개어 내었다. 그 장세의 위세는 너무도 엄청나 마치 ...태산이 붕괴되는 듯했으며 엄청난 강기의 여세로 상천기는 검이 제대로 움직여지지 않음을 느껴야 했다 상천기는 내심 크게 놀라서 더욱 공력을 일으키면서 연달아 청 룡토주(봄龍吐珠) . 청룡파미 (靑龍繼尾)의 절초를 펼쳐 덮쳐 오던 ...강기를 흐트렸다. 동시에 그는 급박하게 초식을 바꿔 청룡어검의 초식으로 검과 몸이 하나가 되어 염라대제에게 덮쳐 갔다. 그와 염라대제의 거리는 겨우 다섯 자에 불과한지라 그의 검세 는 번쩍하는 사이에 염라대제 배의 복결혈(腹結穴)에 이르고 있었 ...다 . 멋진 검법이다!' 염라대제는 크게 놀란 듯 다급히 외치면서 한 발로 땅을 밟고 섰다. 그러자 그의 몸은 기묘하게 꺾어지며 오히려 측면에서 상천 ...기의 옆구리를 향하고 배산도해의 일격을 갈겼다. 염왕수(閣王독)로구나' 상천기는 다급히 외치면서 검을 꺾어 염라대제의 염왕수의 정면 으로 맞부딪쳐 갔다. 그들이 펼쳐 내는 공세와 변초는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쾌 속하여 눈 깜박할 사이에 두 명의 고수는 정면충돌을 하고 말았다 ....파-앙 날카롭다 못해 귀청이 찢어질 듯한 폭음이 터지며 사방으로 경 기가 격탕되어 나갔다 ?2 ' 구류방주 상천기는 신음을 토해 내더니 등실 맥없이 벽에 부딪치면서 나가 떨어지고 말았다. 떠오르며 날아가 염라대제는 상천기가 이토록 쉽게 나가 떨어질 줄은 몰랐던지 7 獨贊驚魂 의흑 어린 얼굴로 상천기에게 다가갔다. 이것을 보자 철배신장 상진이 상처 입은 몸을 무릅쓰고 나섰고, 삼불기승도 구류방주 앞으로 나섰다. 하지만 그들의 힘으로는 도 저히 염라대제를 막을 수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으악!' 그런데. 그 절대절명의 순간에 처절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환혼강시에게 공격을 당하던 유명진군이 한 환혼강시에게 배가 찢기어 내장이 쏟아져 나오는 참흑한 죽음을 당한 것이다 염라대제는 유명진군의 단말마의 비명에 생각이 난 듯 상천기를 내버려 두고 마치 붕새와 같이 무서운 속도로 환흔강시에게 쏘아 갔다. 그와 환흔강시가 싸우는 곳까지의 거리는 오 장 가량이나 되 ....었지만 비명에 간 유명진군의 시체가 채 땅에 떨어지기도 전에 그 ....의 신형은 이미 그곳에 내려서고 있었다. '이 괘씸한 괴물들 같으니!' 염라대제는 호통을 치면서 연달아 장력을 쪼개어 그 장력들이 한 순간에 쏟아져 나가는 것 같았다 그 나 빨랐던지 그가 땅에 내려설 즈음에는 그가 갈겨 낸 리 환혼강시의 몸에서 폭음을 울리고 있었다. 내는데 마치 속도가 얼마 장력이 모조 펑 1 퍼 -펑 크으- 폭음과 기성이 연이어 들리며 환혼강시들이 엎어지고 자빠지면 서 뒤로 날려갔다. 낭패한 모습으로 운기조식하던 부교주는 흔비 ....백산하여 절로 한기가 골수에 스며드는 것 같았다. 일거수에 환흔 ....강시를 저토록 간단히 처리하는 사람은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생각조차 할 수갸 없었던 것이다. -1-익 ! 그가 다급히 호각 소리를 울려 내자 밀려났던 환흔강시가 아무 恩怨終焉 떻지도 않은 듯 다시 일어나 쏜살같이 재차 염라대제에게 덮쳐 갔 ....다. '흥! 이까짓 시체 나부랭이가 감히 본 대제의 앞에서 춤을 추다 니. " 동시에 그리 붉은 얼굴이 시퍼렇게 변했다. 붉었던 얼굴이 푸르 게 변하는 것은 기이한 공력을 펄치는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천하무적이라는 환혼강시가 여섯 구나 달려들자 그 위세 는 엄청난 것이었고 사방으로 음풍이 몰아쳤다. 물러가라!' 염라대제가 벼락치는 소리를 지르면서 연달아 두 손을 휘둘러 쓸고 쳐내는데 그 위세가 엄청나서 무서운 강기의 회오리가 일어 ....났끄 위-잉, 염라대제는 이미 내력을 자유자재로 운용할 수 있는 경계에 도 달한 듯 그 엄청난 강기의 소용돌이가 사방으로 퍼져 나가지 않고 ....그의 주위 일 장 부근에서만 맴돌았다. 그러자 달려들던 환흔강시 ....들이 마침내 그 힘을 이기지 못하고 그 소용돌이에 휩쓸려 돌아가 ....기 시작했다. 부교주는 눈을 휘등그렇게 떴다. '아니, 도대체 저게 무슨 무공이냐?' 심상치 않음을 직감한 부교주는 흑 환흔강시에게 무슨 일이 생 길까 봐 내심 겁이 더럭 났다. 이 마당에 환흔강시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그의 처지야 불문가지일 것이기 때문이다. 삐삐 - 1-익 ! 그는 연달아 후퇴하라는 호각 소리를 블어대었지만 환흔강시는 이미 염라대제가 뀔쳐 낸 강기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도저히 그곳 ....에서 빠져 나올 수가 없었다. 78 燭뿔驚魂 부교주는 마침내 참지 못하고 검을 빼들고 신검합일하여 염라대 ....제에게 덮쳐 갔다 '홍' 염라대제가 그것을 보고 냉소를 쳤다. 동시에 그의 두 손이 번개처럼 합쳐졌다가 떨어졌다. 휘 -익 그러자 일진 광풍이 일어나면서 한 줄기 역풍(逆鵬 이 돌아가던 ....강기를 멈추게 했다. 퍽 퍽 1 퍽 1 증심을 잃고 무서운 속도로 소용돌이에 휘감겨 맴돌던 환혼강시 ....들은 돌아가던 강기가 멈추자 마치 짚단이 포개어지듯 연달아 한 ....데 부딪치고 말았다. 그들이 한 무더기 되어 포개어질 때 염라대제 ....가 격출한 막강한 역도(力度)가 그들을 후려갈겼다. 꽝! 그렇게 되자 환흔강시들은 무서운 기세로 무진교의 부교주에게 덮쳐 가는 꼴이 되었다. 설명을 할 때는 긴 것 같은 시간이었지만 실제로는 그 변화하는 속도는 너무도 빨라서 부교주가 덮쳐 갈 때 이미 환흔강시들은 무 ....더기로 부교주에게 쏘아져 가고 있었다. 부교주는 염라대제를 덮쳐 가던 증이라 피할 수도 없는 급박한 사태헤 직면하고 말았다. '핫!' 그는 다급히 한소리 부르짖으며 검을 휘둘러 날아오는 환혼강시 들을 쳤다. 강력한 기세를 쏟아 낸 것이 아님은 물론이다. 그리고 ....그 진동을 이용하여 그는 신형을 위로 솟구쳤다. 획 - 그의 발 밑으로 환혼강시가 무서운 세력으로 스쳐 지나갔다. 恩料終焉 79 콰쾅! 우르릉!쿠쿠쿵, 환혼강시는 사정없이 날아가 벽에 부딪켰다. 그 기세가 얼마나 격렬한지 석벽이 진동하고 깨어져 돌조각이 사방으로 날았다. 그런데, 아무도 상상치 못한 것은 바로 그 순간이었다. 환혼강시들이 한데 몰려서 석벽에 세게 부딪치는 순간에 갑자기 석벽이 두 쪽으로 갈라진 것이다. 환혼강시둘은 부딪쳐 가던 세력 ....그대로 쏜살같이 석벽 속으로 들어가 버리고 말았다. 휘 -유-응, 기이한 음향과 함께 열기가 확 끼쳤다. 석벽 속에서 무서운 불 길이 이글거리면서 타오르고 있는 것이 보였다. 은은한 유황 냄새 ....마저 풍기는 것으로 보아 틀림없이 지심화(地心火)인 것 같았다 무서운 불길이 그 속에서 혀를 날름거리면서 풍겨져 나왔다. 금 세라도 석실에 있는 사람을 모두 구워 버릴 것 같은 열기가 석실 ....소으로 무섭게 몰아쳐 왔다. 그러나 다행히도 갈라졌던 석벽이 닫 ....히는 바람에 그러한 위험은 겨우 모면할 수 있었다. 중인들은 그 광경에 소름이 오싹 끼쳤다. 혈해지부에는 실로 기관이 증중(重重) 하여 한걸음도 마음을 놓 고 움직일 수가 없음을 실감했던 것이다. '우핫핫핫' 그 공포의 침묵을 깨뜨린 것은 염라대제의 우렁찬 광소였다 '시체 나부랭이가 편안히 묻히지 못하고 사바세계를 돌아다니더 니 아주 멋진 화장터로 들어갔군그래! 과연 혈해의 명성은 명불허 ....전인데?' 그는 환혼강시가 매우 다루기 까다로운 것임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공력을 소모하더라도 일거에 박살을 내놓으려고 하던 차에 ....환혼강시 여섯 구가 뜻밖에도 이처럼 간단하게 처리가 되자 흐뭇 ....濁서驚魂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반면에 부교주는 그야말로 등골에 식은땀이 고이다 못해 얼음이 ....될 지경이었다. 염왕전의 전주 염라대제의 무공은 진정 초범입성 ....(超凡入로), 그로서는 한번도 보지 못한 놀라운 경지의 것이었기 ....때문이다. 여섯 구의 환흔강시를 마치 장난감처럼 한데 모아서 집어던지는 ....한 수는 정녕 강호를 진동시키고 남음이 있었다. 염라대제는 나타 ....나자마자 정족지세 (鼎足之勢)로 대치하고 있던 강호 첨단의 고수 ....들을 단번에 쾌도난마식으로 처리해 버리고 말았으니 그 무공은 부교주 단독으로 당해 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부교주는 사태가 이토록 순식간에 돌변하자 천천히 문쪽으로 뒷 걸음쳤다. 염라대제가 나타난 이상, 그에게 더 이상의 기회가 없음 ....을 그는 알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다음 순간에 그의 얼굴은 일그러졌다. 염라대제와 같이 온 흑의인들이 병퐁과 같이 늘어서 통로를 차 단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이야말로 염라대제의 수신호위(隨身護 ....衛)인 염라십이위 (間羅十二衛)였다. 그가 주춤하는 순간에 한 줄기 홍영이 언뜻 하면서 염라대제가 부교주의 앞을 가로막았다. '설마 그냥 갈 생각은 아니겠지?' 염라대제는 한차례 차갑게 코웃음치더니 냉랭한 어조로 말했다 지난날 너는 본 대제가 폐관연공하고 있을 때 염왕전에 쳐들어 와서 야료를 부렸다고 하더군? 어디 이 자리에서 다시 한번 야료를 ....부려 보아라!' 야료(慧鬪)라고 하는 것은 망나니들이 하는 저질스러운 분탕질 이다. 무진교의 부교주와 같은 일파의 영수급 인물에게 쓸 수 없는 ....말이지만 그것은 또한 염라대제가 무진교의 부교주를 얼마나 가소 ....思料終焉 81 륨게 보고 있는가에 대한 반증이기도 했다. 부교주는 이미 도주하기는 틀린 것을 알고 냉랭한 호통과 함께 비스듬히 일검을 쳐냈다 그의 검세는 일견 매우 평범한 것 같았다. 매우 좋군!' 그것을 염라대제가 냉소하면서 연달아 이 장을 쏟아 내는데 그 장세의 위력이 놀랍도록 대단하여 도저히 검을 앞으로 수가 없었다. 찔러 나갈 '핫!" 부교주는 호통을 치며 전신의 공력을 모아 검을 휘둘렀다. 그의 검세는 마치 야생마가 질서없이 날뛰는 것 같았으며 검에서는 새 ....파란 검강이 번갯불같이 쏟아져 나갔다. 안색이 변할 정도의 엄청 ....난 공세였다. 하지만 염라대제는 코웃음치면서 몇 번 움직이는 세를 모두 피해 내며 비아냥거렸다. 사이에 그 검 '네가 익힌 양의무정검법 정도는 별것 아니지 !' 동시에 그가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무서운 속도로 일장을 뻗어 내었다. 바로 천하무쌍의 염왕수였다. 못하게 되었음을 부교주는 또다시 강대한 압력에 검을 움직이지 느끼고 울화통이 터졌다. '야압!' 그는 이미 물러설 수도 없음을 알고 있었으므로 전신의 진력을 모두 검에 운집시켰다.그러자 윙-윙 - 소리와 함께 새파란 검 광이 매섭게 피어오르며 염왕수의 공력을 뚫고 쏘아져 나갔다 .염라대제는 탄성을 질렀다. '네가 검강을 이 정도까지 연마했다니 가상하구나!' 하지만 그의 행동은 여전히 태연했다. 그의 얼굴이 푸르게 변하 82 는 순간, 기이한 한기가 악취를 동반한 채 검강에 맞서 쏘아져 나 ....갔다. 염라대제의 장세를 뚫고 앞으로 쏘아져 들어오던 부교주의 검강 이 제자리에 멈추었다. 그리고는 팍, 팍, 소리와 함께 검강이 흩어 ....져 갔다. '야압' 부교주가 대경하여 전신의 공력을 모두 검에 쏟아부었다. 챙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한 가닥 검광이 날아갔다. ?2 ' 부교주가 비틀거리며 뒤로 일 장 가량이나 연달아 진퇴되었다. 그의 손에 있던 검은 부러져 반 동강에 불과했다. 제법이군! 본 대제의 한 수를 받아 내다니' 염라대제가 비웃듯이 말하며 비틀거리며 피를 토하고 있는 부교 주에게 다시금 사정없는 일장을 가했다. 쏴-아, 이 엄청난 장세는 부교주가 성했을 때도 막아 내기 힘들 것인데 어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막아 낼 수가 있었겠는가? 부교주의 목숨은 풍전등화였다. 料料焉8 第 十 七 무 恐 澤 의 陰 府 柔 물 젼卜진교의 부교주가 위기에 처한 순간. 한쪽에서 비스듬히 암경 (暗料)이 밀려왔다. 펑 귀청이 먹먹한 폭음이 터지며 염라대제는 강대한 암력에 어썰 수 없이 한걸음 물러서게 되었고, 두 눈을 부릅뜨고서 앞을 쳐다보 ....았다. 당세에 누가 있어서 그를 이처럼 진퇴시킬 수 있단 말인가? ....실로 믿을 수 없는 결과가 벌어진 것이다. 그의 앞에는 어느 틈인지 홍의미녀 한 사람이 나타나 있었다. 그 홍의미녀의 출현은 너무도 갑작스러운 것이라 장중의 어느 누구도 그녀가 어떻게 나타났는지 알지 못했다. 그녀의 뒤에서는 ....석실의 앞을 가로막고 있던 염라십이위들 중 대여섯 명이 비칠거 ....리면서 쓰러지고 있는 증이었다. 놀랍게도 그들은 흥의미녀가 그들의 방벽(防壁)을 통과하는 것 을 막지 못했을 뿐 아니라. 그녀가 염라대제의 일격을 막아 내어 ....부교주를 구해 낸 다음에야 쓰러지고 있는 것이다. 즉사를 면치 못 ....舊.料終焉 띤 한 그들의 행색으로 보아 흥의미녀의 무공은 무림을 경악케 하고 도 남음이 있었다. 하늘거리는 붉은빛 경사나의 (輕妙羅衣)를 걸치고 염라대제의 앞 에 선 흥의미녀의 미모는 세상을 놀라게 할 만했다. 그녀의 살결은 백옥과도 같이 눈부셨고. 전신을 감싸고 있는 홍 의는 엷기 이를 데 없는 홍사로 되어 있어서 백옥과도 같은 살결이 ....은은히 엿보여 혼백을 앗을 듯했다. 천하에 이와 같은 분위기를 가진 여인이 또 어디에 있겠는가? 염라대제는 염라십이위의 참변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듯이 넋 을 잃은 듯 흥의미녀의 얼굴을 쳐다보고 있다가 장탄식을 하면서 말했다. '과연 너로구나! 본 대제는 무진교의 교주가 너일 것으로 짐직 은 했었지 순간 홍의미녀는 방긋 웃었다. 그녀가 가볍게 웃자 사방에는 백 화가 만발하는 것 같았고 향기마저 풍겨 나오는 것 같았다. 정녕 천하무쌍의 염태가 아닐 수 없었다. 주위에서 그녀를 보고 있던 지옥진군과 철배신장 등은 대번에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 같았다. 염라대제는 미간을 찡그리면서 냉랭한 어조로 말했다. 너의 박심미공은 더 이상 발전할 수가 없는 정도에 도달했구 나 하지만 나를 현혹할 수는 없을 것이다.' '오호호호호' 흥의미녀는 깔깔 웃더니 부드러운 음성으로 말했다 '감히 본 교의 세력에 대항할 수 있는 자가 누군가 궁금했더니 사욱영, 바로 당신이었군요? 당신이 아직도 살아서 무림제패란 헛 ....된 망상을 하고 있다니' 환우신마(보宇神魔) 사욱영(史旭英)은 백년 전의 우내삼마 중 88 魂 의 하나로서 팔십여 년 전부터 강호상에 소식이 없었다. 그가 오늘날 염왕전의 염라대제로서 나타날 것을 그 누가 짐작이라도 했으랴. 환우신마 사욱영, 아니 염라대제는 홍의미녀, 소수미흔녀의 비 웃음에 냉소를 터뜨렸다. '으헛허허허 네까짓 계집애가 감히 천하를 넘보는데. 네년 의 사부와 동년배인 본 대제가 천하를 넘보는 것이 어찌 망상이란 ....말이냐?" 소수미혼녀는 염라대제의 꾸짖는 말에 안색이 변해 금방이라도 얼음이 얼 것 같은 신색이 되어 사납게 외쳤다. '닥쳐라! 본 교주의 사부가 누군지 알고 그따위 소리를' '본 대제가 모를 줄 아느냐? 네년이 천부귀옹의 제자이면서도 사부를 시해한 대역무도한 흉녀(兇女)인 것을 .." 소수미흔녀는 염라대제가 자신의 말을 가로채자 독기 어린 눈으 로 쳐다보다 그의 말에 오히려 차분한 어조가 되어 교소를 터뜨렸 ....다 . 누가 당신에게 본 교주가 사부를 시해했다고 하던가요?" 염라대제는 냉소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천부귀옹의 유물이 혈해에 있단 말이냐? 천부귀옹이 비록 편격한 성미를 지닌 사람이긴 했지만 그가 네년 ....에게 암해당하지 않았다면 어찌 네년과 갈은 음탕한 계집애를 그 ....냥 두고 보았으랴?' 가흑한 매도(屬澤]였지만 소수미혼녀는 끄덕도 하지 않고서 교 태 어린 음성으로 간드러지게 말했다. '오호호호 본 교주가 과연 음탕한지 어떤지 우리 한번 시험 해 볼까요?' 그녀의 말속에 숨은 뜻은 너무도 노골적이라 실로 대담하기 이 탕꽈終焉 89 를 데 없었다 하지만 염라대제 또한 보통 능구렁이가 아닌지라 음침하게 웃으 ....며 태연하게 대꾸했다. '그거 매우 좋지 네가 본 대제에게 스스로 잡혀 온다면 잠시도 ....쉬지 않고 너에게 뼈가 녹는 맛을 보여 주마.' 소수미흔녀가 교소를 터뜨렸다. 그녀의 나이는 이미 백 세에 가까운데도 그 웃음 소리는 한밤중 ....에 시냇물이 속삭이듯 은쟁반에 옥구슬이 구르듯이 맑고 영롱하기 ....이를 데 없어 도저히 그 나이를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 '그거 매우 듣기 좋군요? 하지만 당신은 천부귀옹 그에게 패배한 후 자취를 감추었는데 그 실력으로 어떻게 나를 즐겹게 해 ....줄 수 있을까?' 그녀는 천부귀옹의 명호를 입에 올리기 꺼림칙한 듯 말끝을 흐 리며 '그' 라고 고쳐 말했다. 염라대제는 크게 웃었다. '그것은 걱정할 것 없다! 본 대제는 그에게 패배한 후. 기연을 얻어 한 부의 진경 ( 眞#줬을 얻게 되었고 이제는 그것을 완전히 터 ....득해 늙은이 본인도 두렵지 않거늘, 너 같은 애송이 계집애쯤이 야' 논하는 것 그들의 말은 몹시 애매모호하여 일신의 정력(精力)을 인지 아니면 무공을 논하는 것인지조차 확실치 않았다. '정녕 이자가 절학을 연마하기는 한 모양이다. 그의 무공은 백 년 전에 우내삼마의 반열에 있었으니 결코 얕볼 것은 아니 지 소수미혼녀는 내심 생각을 굴리면서 교태롭게 웃어 보였다 하지만 나는 이미 일 교의 주인된 몸이니 함부로 처신할 수가 없군요. 어떤가요? 사선배가 우리 교에 투신하는 것이?' 90 9 염라대제는 그녀의 그런 말은 이미 예상하고 있었던 듯 여전히 음침하게 웃으며 대꾸했다. '그거야 피차일반이지 ! 어차피 서로 남의 밑에 굽히기는 싫으니 까 실력을 봐야겠군그래. 하지만 남자 밑에 깔리는 것이 여자의 본 ....분인데 굳이 힘들일 필요가 있을까? 참으로 여인에게는 모욕적인 말이었으나 그의 상대는 회대의 탕 부인 소수미혼녀인지라 그녀의 얼굴에는 척전히 웃음꽃이 만발해 있었다 . 그렇던가요? 한데 본 교주는 이번에 여자가 위로 올라가는 신 형을 개발했는데 한번 시험해 보고 싶지 않아요?' 참으로 낮뜨거운 음담패설, 하지만 겉으로 듣기와는 달리 그 속 에는 날카로운 기지가 숨어 번뜩이고 있었다. 염라대제는 옆으로 천천히 보이지도 않을 정도의 느린 속도로 이동하면서 고개를 저었다. '본 대제는 아무래도 남자가 위에 있는 게 좋을 것 같은데 그것이 순리이니까!' 소수미혼녀는 아무것도 못 느낀 듯 웃으며 종알거렸다. 그건 너무 보수적이군요. 하지만 본 교주가 개발한 신형의 맛 을 본다면 결코 그런 소리는 하지 않을 거예요.' 돌연 염라대제가 크게 한걸음 성큼 나섰다 '그렇다면 어디 한번 그 맛 좀 보여 주겠나? '그게 뭐가 어렵겠어요? 소수미흔녀는 심신이 녹아 내릴 듯한 목소리로 말하면서 팔을 벌리고 염라대제를 안아 갔다. 겉으로 보기에는 정말로 염라대제 를 안으려는 동작인 것 같지만 실상은 건곤포위(乾坤抱圍)워 고심 ....한 일초절기였다. 염라대제가 어찌 그것을 알아보지 못하겠는가? 恩料終焉 91 '너의 가슴은 예전보다 더욱 풍만해진 것 같구나 어디 가까이 오너라. 좀 만져 보자." 그는 색에 눈이 먼 사람인 양 크게 웃으며 두 손을 내밀어. 그 녀의 엷은 홍사나의를 터뜨리고 나올 듯 부풀어 오른 풍만한 유방 ....을 잡아 갔다. 그 역시 한낱 음탕한 행동이 아니라 삼음전유(三陰 ....轉幽)의 음독한 절초였다 소수미흔녀는 그것을 보고 깔깔 웃었다. '노인네의 성미가 매우 급하군요?' 하지만 그녀의 손은 말처럼 부드러운 것이 결코 아니었다. 상대 를 안아 가던 두 손이.번개치듯 번뜩이며 금사전완(金絲驅鵬)의 수 ....법으로 상대의 맥문을 잡아 가고 있는 것이다 '어허 ! 가만 있으래두! 계집이 앙탈을 심하게 하면 좋지 않은 법이야!' 염라대제는 농담처럼 중얼거리더니 두 손을 털었디 그 장난 같은 행동은 교묘하게도 오히려 소수미혼녀의 양쪽 맥 문을 찔러 갔다. 소수미혼녀는 더 이상 장난처럼 상대할 수가 없다고 느낀 듯 냉 소를 터뜨렸다. 그녀가 얼굴에서 웃음을 거두자 그 아름다운 얼굴 ....은 마치 얼음을 깎은 듯이 변해 얼음미인과 같았다. 그녀를 일컬어 고금제일미 (古今第一美)라고 하는 것은 결코 과 장이 아니었다. '과연 그 동안 얼마나 대단한 무공을 수련했나 보자!' 동시에 그녀는 두 손을 번개처럼 철회하는 동시에 옥각(도脚) 을 ....들어올려서 염라대제의 단전을 걷어차 갔다. 그 속도는 마치 전광 ....석화와도 같았다. '멋진 수로군!' 염라대제는 옆으로 성큼 한걸음을 기묘하게 옮겨서 그 발길질을 92 獨뿜驚魂 피하면서 쏜살같이 일장을 뻗어 냈다. 소수미혼녀는 그의 내가공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시험해 볼 요량 으로 피하지 않고 마주 일장을 쏘아 내었다. - , 마치 농축되었던 무엇이 타지는 듯한 음향이 터져 나오며 두 사 람은 제각기 어깨를 흔들면서 두 걸음씩 진퇴되었다. 격렬한 회오 ....리바람이 석실 내부를 미친 듯이 휩쓸었다. 염라대젯는 그녀익 무공이 자신끽 백증지세를 이루자 눈앞의 사 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 '지난 세월 그처럼 고심참담 수결했건만 천부귀옹의 무공을 완 전히 전수받지 못한 계집애 하나도 이기지 못한다는 말인가?' 그는 잽빻르계 머릿속에 생각을 스쳐 보내면서 미처 신형을 안 정시키기도 전에 재차 무서운 일격을 소수미혼녀에게 가했다. 소수미흔녀도 네심 놀라서 빙글 돌면서 마주 일장을 쏟아 내었 다. 그녀의 장세에서는 눈부신 청광이 번뜩였다. 펑 폭음과 함께 사방으로 경기가 소용돌이치는데 살을 에는 듯한 한기가 마구 퍼져 나갔다. '냉염장이로군! 너의 재간은 아직도 그것뿐이냐?' 염라대제가 광소를 터뜨리면서 재차 소수미혼녀를 덮쳐 갔다. '그까짓 염왕수로써 본 교주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해?' 소수미흔녀가 자신만만하게 외치며 일장을 때려 갔다. 우-야압!' 염라대제는 그녀의 일장이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대갈일성하면 서 먼젓번 쳐냈던 장세를 거두고 재차 일장을 후려갈겼다. 그 순 ....간. 그의 얼굴에서는 다시금 푸른 광망이 치솟아올랐다. 꽝1 ,.== 9 소수미흔녀가 심상치 않음을 느킨 순간에 엄청난 폭음과 함께 가공할 두 장세가 맞부딪쳤다. 이번의 부딪침은 두 사람이 전력을 다한 까닭에 그 위세가 매우 ....대단해서 이 넓은 석실 전체에 강렬한 경기가 퍼져 나가고 장풍이 ....부딪친 곳의 청석 바닥은 가루가 되다시피 캐어져 있었다. 소수미혼녀는 그의 장세를 이기지 못하고 비틀거리면서 연달아 다섯 걸음 가량 물러서더니 놀란 외침을 토해 내었다. '백골음명신공(白骨陰冥神功)? 이제 보니 당신이 얻었다는 기서 는 바로 백골진경 (白骨眞삥 이었군1' 염라대제는 그녀를 진퇴시키자 의기양양해 있다가 이 말을 듣게 되자 그녀보다 더욱 놀라 소리쳤다. 뭐라고? 네가 그것을 어떻게 알지? 그렇다면 네가 백골진경의 나머지 이부(二部)의 행방을 안다는 말이냐?네가 강시의 연제법을 ....아는 것이 바로 그렇기 때문이었구나!' 염라대제는 떨리는 음성으로 소수미흔녀를 보고 외쳤다. '나머지 백골진경이 어디 있는지 대면 네 목숨은 살려 주마!'` '오훗호호 돌연 소수미혼녀가 미친 듯 웃었다. 염라대제는 홴지 기분이 나빠졌다. '닥쳐라! 속히 물음에 대답하지 못하겠느냐?' 소수미혼녀는 웃음을 멈추더니 회디횐 팔뚝을 드러내면서 손을 들어올려 머리를 쓸어 올리는 고혹적인 자태로 말했다. '백골진경이 어디 있는지 알려 주는 것은 어렵지 않지 ! 그러니 그 전에 당신에게 자격이 있는지를 생각해 보아야 할걸. 그녀의 말은 그를 안증에도 두지 않고 있어서 염라대제는 노하 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의 일격에 맥을 못 추던 것이 감히 깔보는 ....소리를 하다니- 94 獨背舊魂 '네년의 주둥아리를 문질러 버리고 대답을 들어야 되겠구나' 염라대제는 살기 등등하게 외치더니 전력으로 백골음명신공을 펼쳐 내었다. 이 백골음명신공은 및이 들지 않는 곳에서 부패되기 ....시작한 시체로부터 백골의 정기를 모아 연마하는 것으로 실로 경 ....심동백할 위력이 있는 회대의 음공(陰功)이었다. '하늘 높은 줄을 모르는군1 그것을 보고도 소수미흔녀는 냉랭한 외침을 토해 내며 두 손을 가슴에 세워 합장한 채 밀어 내었다. 그러자 그녀의 얼굴 및은 마치 백옥 같은 반투명으로 변했고, 손을 비롯한 전신이 모두 마치 형체도 없이 어른거리는 투명한 허 ....깨비를 보는 것처럼 변했다. 괴기한 악취를 풍기는 경기와 한 가닥 부드럽고도 차가운 경기 가 허공에서 맞부딪쳤다. 피-익! 그리고 결과는 뜻밖에도 엄청난 소리가 터지는 것이 아니라. 마 치 숯불에다 물을 끼언는 듯한 기이한 음향이었다. 위-이-잉 하지만 다음 순간에 소름이 끼치는 소리와 함께 무서운 회오리 바람이 석실을 휘감았다. 끼 끼익 돌기둥들이 흔들리고 천장에서 돌부스러기가 마구 떨어져 내리 면서 석실이 무너질 듯이 뒤흔들렸다. 주위에서 이 회대의 격투를 구경하던 사람들은 모조리 이 강대 한 경기의 역도에 견디지 못하고 뒤로 밀려나가다가 벽에 부딪쳐 ....물러설 곳이 없자 제각기 운공하여 저항했으나 이미 내상을 입은 ....몸이라 신음을 토해 냈다. 마치 벽에다 사람을 밀어붙여 놓고서 거 ....대한 무엇으로 눌러 버리는 것 같았다. 思料料焉 95 염라대제와 소수미혼녀는 뜻밖에도 그 자리에서 한걸음씩만 물 러나 있을 뿐이어서 얼핏 보기에는 백증지세인 것 같았다. 하지만 소수미혼녀의 얇은 흥의는 그 엄청난 세력에 휘말려 모 조리 찢겨져 너울거리고 있는데 중요한 부분까지 모두 드러나 있 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조금도 가릴 생각을 않고 태연히 전신을 드 ....러낸 채로 우뚝 서 있었다. '당신은 의외로 백골음명신공을 대성했군요? 후편 이부가 없는 데도" '으엑!' 돌연, 염라대제가 한 모금의 선지피를 토해 내면서 한걸음 물러 섰다. 그의 얼굴은 백지장처럼 창백했다. 타격보다 더한 것은 이 믿을 수 없는 사태에 대한 놀라움이었다. '지. 지금 네가 쓴 것이 무엇이냐? 그. 그것도 천부귀응의 무공 이냐?" 소수미흔녀가 천천히 옥보(도步)를 옮겨 그에게 다가가면서 대 꾸했다. '맞아요1 이것은 그가 나에게 마지막에 가르쳐 준 음부유강(陰 府柔쿄)이지. 하지만 그는 내가 이 공력을 익힐 수 있으리라고는 미처 생각지 못했을걸?' 염라대제는 장탄식을 토해 내었다. 낭패한 표정이 역력했다. '본 대제가 백골진경을 얻어 팔십 년이나 고련했는데도 그의 여 제자조차 당하지 못한단 말인가?' '당신이 나와 손을 잡는다면 나중에 논공행상 때에는 당신에게 천하의 반을 주지. 어때2? 소수미혼녀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염라대제가 대노하여 두 눈을 퉁망울처럼 부릅뜨고 호통을 쳤 다. 96 '본 대제가 누구인데 네까짓 계집년이 감히 얼토당토않은 수직 을 부리는 것이냐?' 그는 극도로 분노했다. 수십 년 아니. 근 백년의 잠수(劃) 가 천부귀옹의 여제자 하나도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하자 정녕 참을 수 ....가 없었던 것이다. 그는 분노한 외침을 토하며 진원지기 (眞元之勳 마저도 끌어올려 ....백골음명신공을 펼쳤다. 진원지기란 진기의 원천이 되는 기운으로 ....이 진원 (眞元)이 있어야만 잃은 내력을 다시 조식으로 회복할 수가 ....있는. 무인에게는 그야말로 목숨과도 같은 귀중한 것이었다. 그가 이토록 독한 마음으로 진원지기마저 끌어올려서 백골음명신공을 격출해 내자 그 위세는 정말 죽은 사람도 지옥에서 도망치고 싶을 정도로 대단했다. 소수미혼녀도 여태껏 장난기마저 어러어 있던 자신만만한 표정 이 싹 변해서 긴장된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조금도 소홀하지 않고 전력을 끌어올렸다. 그녀는 지난 일 년 간 구십구 명의 동남과 차례로 관계하면서 그들의 정혈을 모두 흡취하여 음부유강을 속성했다. 속성이라야 그 기간이 일 년 이상이 걸렸지만 그녀는 때마침 혈해로 달려오느 라 자신이 연성한 음부유강이 어느 정도나 되는지 제대로 모르고 있는 상태였다. 그녀는 나지막한 기합과 함께 음부유강을 쏟아 내었다. 음부유강은 천하무림 증에 있는 무공 중에서 가장 부드러운 공 력으로 발출할 때조차도 거의 기척이 없는 특이한 공력이었다. 건곤일척의 무서운 두 세력이 다시금 사정없이 허공에서 맞닥뜨 렸다. 푸-응! 기이한 음향이 조금 전보다 더욱 작게 울려 퍼졌다. 恩料終焉 7 하지만 그 여파는 조금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무서운 것이 었다. '윽 무서운 두 가지 절세의 공력이 부딪치자 이번에도 무서운 억파 가 밀려오리라 생각하고서 전력으로 몸을 보호하고 있던 지옥진군 과 삼불기승 등은 준비를 하고 있었음에도 그 엄청난 여력에 이기 지 못하고 모조리 피를 토해 내면서 기절해 버렸다. 그 증에서도 지옥진군은 재수없게 쓰러지면서 석벽의 튀어나온 모서리에 머리가 부딪쳐 정말로 지옥으로 진군 노릇하러 가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소수미흔녀는 그 엄청난 여파에도 까딱없이 그대로 서 있는데 놀랍게도 이번에는 그녀의 일신에 간신히 걸려 있는 찢겨 진 홍의조차도 펄럭이지 않고 가볍게 하늘거리고 있었다. 이것이 바로 음부유강의 탁월한 공능이었다. 염라대제는 일 장 가량이나 진퇴되어 있었는데 멍하니 서서 소수미혼녀를 쳐다보고 있었다. ' ' 믿을 수 없는 듯 염라대제는 참담한 신음을 토해 내면서 울컥울컥 피를 쏟아 내 더니 그 자리에 쓰러지고 말았다. 그는 이번의 일전에 진원지기까 지 썼으므로 실로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심한 내상을 입었 던 것이다. 소수미혼녀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참으로 대단한 실력이구나 내가 유명진살에 썩기에 쓰러진 것은 내가 되었겠군 만족했다면 오늘 그녁는 주위를 돌아 보다가 혈해지부라고 쓰인 글자에 눈길이 닿자 한차례 몸을 떨었다. 착잡한 감회가 서린 듯한 표정이었다. 8 '@ 그녀는 혈해지부 안을 통해 길이 뻗어 있는 혈해지문을 보면서 가슴이 매우 벅찬 것 같았다. 그 앞에는 강기의 영향을 받지 않은 십팔 명의 염왕귀사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 또한 강시 ....이므로 명령이 없으면 독자적인 행동을 하지 못했다. 그저 멍청히 문을 막고 있을 뿐이었다. 소수미혼녀는 가볍게 비웃음을 날리며 그들의 키 위를 넘어 혈 해지문으로 가려고 했다. 그런데 그 순간, 그녀는 기이한 암력이 자신에게 쏘아져 음을 느찌고 허공에서 몸을 뒤집어 다시 땅에 내려섰다. 그녀의 무공은 ....이미 화경 (化境)에 접어들어서 제아무리 미세한 소리라도 그녀의 ....이목을 속일 수가 없었다. 동시에 그녀의 주위에서 가벼운 음향이 연달아 터져 나왔다. 팍팍- 동시에 파란 불꽃이 일어나면서 무서운 속도로 그녀에게 달라붙 으며 타올랐다. '하하하' 낭랑한 웃음 소리가 들리며 한 인영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는 염라대제에게 일패도지하여 생사불명으로 나가 떨어졌던 구류방주 상천기, 바로 그였다. 원래 그는 염라대제의 무공이 초절하자 이길 수 없음을 절감하 고는 대번에 나가 떨어져 죽은 척했었다. 기회를 보기 위해서였다 .....한데 소수미혼녀가 나타나 진세신공(震世神功}으로 염라대제를 무 .....너뜨리고 혈해지문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더 이상 지켜볼 수 없어 .....서 손을 쓰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기회를 보고 있던 그는 품속에 남아 있던 지심음염탄을 한커번 에 그녀에게 던져 냈고 기척을 눈치챈 그녀가 몸을 틀었지만 워낙 .....창졸간의 일이라 그것을 피해 낼 수가 없었다. 恩怨終焉 9 지심음염탄은 일단 물체에 붙어 다오르기 시작하면 그것이 철판 이나 바위라도 꺼지는 법이 없었다. 그러니 천하의 소수미혼녀라 .....도 횡액을 벗어날 수 었는 것이다. 그의 이러한 행동은 과연 신산자라 불릴 만했다. 강옥지. 당신은 이런 날이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을 걸 상천기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말하다가 점차 말꼬리를 흐렸 다, 이상했다. 지심음염탄에 휘감겨 불타 오르고 있는 소수미흔녀 .....가 가만히 서 있는 것이다. 자신의 몸이 타오르는데 깍아 세운 석상인 양 비명 한번 지르지 않고 태연할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단 말인가? '으음. !' 상천기가 신음을 토해 내며 한걸음 물러섰다. 소수미혼녀가 한걸음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에 따라 그녀의 몸 에서 타오르는 불길은 점점 그녀에게서 거리를 두고 있었다 이제 지심음염탄의 푸른 불길은 그녀와 한 자 이상의 거리를 두고 다오르고 있는데, 괴이하기는 했으나 한 가지 분명한 사실 은, 지심음염탄은 그녀처게 하등의 피쩌도 주지 못했다는 사실 이다. 입을 열었다. 그러나 그의 목소리는 구류방주 상천기는 침착히 어딘지 모르게 떨려 나왔다. '당신은 이미 방비를 하고 있었군 호호호' 소수미흔녀 강옥지가 웃음을 터뜨렸다. '상천기 나는 구류방주가 이미 당신인 것을 짐작하고 있었 지 그렇지 않고서야 본 교의 존재를 미리 알 수 있는 사람은 없으니까 ' 10 獨려澤魂 ,- 무진교주 강윽지는 가볍게 몸을 떨었다. 그러자 그녀 주위에서 타오르고 있던 푸른 불길이 흔들거리더니 일제히 솟아올라 상천기에게 쏘아 갔다. 획 ! 상천기는 내심 깜짝 놀라서 빙글 몸을 돌리는 사이에 주작신법 을 사용하여서 반 장 가량 옆으로 물러섰다. 후두둑 지심음염탄의 불길은 목표물을 잃고는 석벽에 부딪혔다. 그러자 놀랍게도 그 푸른 불길은 그 석벽에서 타오르기 시작하는 것이 아 .....닌가. 참으로 지독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상천기. 당신의 생각은 매우 좋았어요! 하마터면 나도 속아 넘 어갈 뻔했지 하지만 당신은 실수한 게 있었어요. ' 소수미혼녀 강옥지가 말했다. "그게 뭐요?' 구류방주 상천기가 참을 수 없는 듯이 물었다. 소수미혼녀 강옥지가 흐트러진 머리를 슬쩍 쓸어 올리며 고혹적 인 미소를 지었다. 타오르는 푸른 불길에 반사된 그녀의 백설같이 횐 피부는 아련 한 푸른멎에 투영되고 살짝 스치기만 해도 터질 것 같은 풍만한 가 .....슴이 찢어진 옷을 비집고 튀어나와 출렁거리고 있었다. 그 광경만 하척도 사람의 마음을 뒤집어 놓기에 층분한데 천하 제일의 미모라는 강옥지가 웃어 보이자 그것은 아름답다기 이전에 .....처절 (悽絶)하기조차 한 것이었다. 실로 보는 사람의 심장이 멎고 .....흔백이 날아갈 듯한 광경이었다. 상천기조차 대경실색하여 눈길을 돌렸다. '당신의 절자(絶姿)는 여전하군!' 그의 말소리는 깊은 곳에서 떨려 나온지라 지금 그의 심중이 얼 恩怨終焉 101 마나 격탕되고 있는지 여실히 말해 주고 있었다. 소수미혼녀는 그 미끈한 몸을 거의 다 드러내 놓다시피 하면서 상천기에게 천천히 다가왔다. '당신이 실수한 것은 조금 전에 내가 환우신마와 싸울 때 주위 로 그처럼 강력한 경기가 퍼져 나갔는데도 꼼짝도 하지 않고 있었 .....다는 점이지 멀쩡한 사람도 밀려나다 피를 토하는 판국에 어떻게 .....정신을 잃은 자가 그 자리에 버티고 있을 수 있을까?" 상천기는 아차, 하는 심정이었다. 그는 자신이 쓰러져 있는 곳이 혈해로 통하는 통로인지라. 소 수미흔녀 강옥지가 지나리라 믿고 밀려오는 강풍에 저항하며 그 .....곳에서 벗어나지 않았는데 바로 그것 때문에 마각이 드러날 줄 .....이야 상천기는 하늘을 우러르며 탄식했다. 하늘이 천하를 버리는구나' 과연 그렇다. 염라대제가 쓰러지고 자신마저 쓰러진다면 천하에서 누가 무진 .....교에 대항할 수 있겠는가? 호호호' 소수미혼녀가 교태롭게 웃었다. 그녀와 구류방주 상천기와의 거 .....리는 이제 채 일 장도 되지 않았다. '마치 무슨 성인 같은 말을 하는군? 상천기, 모든 것은 끝났어. .....지금이라도 나에게 오면 중용하겠다. 원한다면 내 몸도 주 지 "닥쳐라, 이 천하에 음부!' 돌연 상천기가 벽력같이 외치면서 검을 쳐내었다, 그는 내심 진 .....력을 운기하고 있었으므로 그의 이 공세에는 그의 모든 공력이 깃 .....들여 있었다. 102 獨과驚魂 그야말로 건곤일척 (乾坤一1勳 ` 천하의 운명을 건 일격이었다. 기실 그는 강호에 나타난 이래로 단 한번도 전력으로 남과 싸운 적이 없었던 만큼 그의 전력을 투구한 일격은 무서운 위력이 있었 .....다. 구류방주 상천기의 일검은 무수한 검꽃[며] 을 횡겨 내면서 쏜살갈이 소수미흔녀 강옥지의 가슴을 찔러 갔다. 그 위세의 놀라움은 능히 금석도 뚫고 남음이 있을 듯했다. ' .=? 한데 이변이 일어난 것이다. 그 무서운 기세를 보이던 상천기의 검세는 소수미흔녀와 불과 한 척의 거리를 남겨 두고 그녀가 옥과 같이 횐 소수(素手:횐 손] .....를 가볍게 쳐들자 마치 거짓말처럼 그 자리에 우뚝 멈추고 만 것이 .....다. 상천기는 부드러운 경기가 자신의 검세를 막는 걸 느꼈으나 제 아무리 경력을 쏟아 내도 밑 빠진 독에 물 붓듯 도무지 힘쓸 곳이 .....없음을 느꼈다. '흥' 소수미흔녀가 싸늘히 코웃음치더니 말했다. '졍주(敬酒)를 마다하니 벌주를 줘야겠군?' 동시에 그녀의 아름다운 손을 부드럽고 완만한 동작으로 앞으로 쳐갔다. 창! ? ? 매서운 금속성이 들리며 상천기의 찔러 가던 검이 격하게 떨리 더니 마침내 견뎌 내지 못하고 밑동에서부터 부러져 나갔다. 그리 .....고 그는 답답한 신음을 내뱉으며 줄 끊어진 연인 양. 일 장 가량을 .....날아가 나뜀굴고 말았다. 恩料終焉 10 소수미흔녀는 차갑게 미소 지으며 그에게 다가갔다. '으액!' 상천기는 한 모금의 선혈을 찰칵 토해 내었다. 이미 대단한 내 상을 입은 것이 분명했다 상천기는 피를 토하듯 부르짖었다. '운룡형 미안하외다 나의 재간이 부족하여 형의 고심을 헛되 게 하고 마는구려' 이 돌연한 외침에 소수미혼녀는 마치 벼락을 얻어맞은 듯 얼굴 이 하얗게 질리면서 그 자리에 우뚝 서고 말았다. '지금 누구라고 했느냐?' 소수미혼녀가 격동 어린 음성으로 날카롭게 외쳐 물었다. 게 놀란 것이 분명했다. 상천기가 미친 듯 웃었다. '와핫핫핫 왜 기억이 나지 않는가?모용운룡(慕容雪龍)이란 이름이?" '너와 그 녀석은 어떤 관계냐?' 그녀가 악을 쓰듯 외쳤다. 동시에 그녀의 눈에서 무서운 살기가 이글이글 타올랐다. 그녀의 아름답기 짝이 없는 얼굴은 대번에 악귀나찰과 같이 변 했다. 허공에 치켜 든 그녀의 옥장에서는 금방이라도 가공할 내력 .....이 토해질 것 같았다. 그녀가 일장을 쳐낸다면 그 가공할 위력으로 미루어 상천기는 요행을 면할 수 없을 것이었다. 또 하나의 영응이 이곳에서 사라지 .....려는 순간이었다. 한데 바로 그때였다. 우르릉! 한차례 폭음이 들리면서 석실 전체가 무너질 듯이 흔들리는 것 104 시 아닌가 이 돌연한 변고에 소수미혼녀 강옥지는 대경실색하여 주위를 두 리번거렸다. 하지만 진동은 찰나간에 멎고 놀랍게도 굳게 닫혀 있 .....던 혈해지문이 좌우로 갈라지고 있었다. 이 뜻하지 않은 광경에 소수미혼녀와 상천기가 넋을 잃은 듯 그 광경을 주시했다. 특히 소수미혼녀는 방금의 그 격동은 다 잊어버 .....린 듯 혈해지문을 향해 다가가고 있었다. 쿵! 마침내 혈해지문은 완전히 열렸다. 앗! 뜨거' 앞으로 다가가던 소수미혼녀 강윽지는 감당하기 힘든 열기가 덮 쳐 옴을 깨닫고 주춤 제자리에 멈추고 말았다. '혈해 () . . !' 그리고 그녀의 입에서 경악의 탄성이 터졌다. 마침내 혈해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천하에 이름 높던 그 혈 째는 피로써 이루어진 바다가 아니었다. 시뻘건 용압이 마구 뒤끓 .....고 하늘을 찌를 듯한 불길이 무섭게 타올랐다가 사그라지는 바로 .....용암의 불바다였다. 땅위에 쓰러졌던 신산자 상천기도 눈을 크게 떴다. 설마 혈째의 정체가 이런 것인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던 것이 다, 그때. 그들의 두 눈은 또다시 경악으로 부릅떠졌다 그 불길 속에서 사람의 그림자를 발견한 것이다. 그 인영은 믿 을 수 없게도 수십 장이나 되도록 무섭게 치솟아오르는 용암의 길을 밟으며 그들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불 '저럴 수가. ?" 이 불가해 (不可解)한 광경에 그들이 탄성을 지를 때, 그 인영 舊.怨終焉 105 뻐 은 순식간에 무섭게 이글거리는 불길을 라으며 하고 있었다. 혈해지문에 도달 그리고 그 인영의 모습이 드러났다. 기이하도록 담담한 표정을 지닌 얼굴에서는 별빛 같은 눈동자가 .....빛나고 있었으나 제멋대로 헝클어진 머리카락과 수염은 그의 얼굴 .....을 가리고 있었다. 그때, 한 줄기 뜨겁기 이를 데 없는 열풍이 불어왔다. 기이하도 록 검은 흑의의 한쪽 소맷자락을 휘날렸다. 이제보니 그는 한쪽 팔 .....이 없는 외팔이였다.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고 있던 소수미흔녀 강옥지는 이 광경에 무엇이 생각난 듯 혼비백산하여 뒷걸음질쳤다 '네. 네가?' 불바다(血海) 위를 걸어온 흑의괴인은 혈해지문에서 걸어나오면 서 감정없는 담담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오랜만이오. 우리는 마침내 다시 만나게 되었군 랫동안 이 날을 기다렸소." 참으로 오 그 목소리는 그의 얼굴에 피어오르는 미소와 결합하여 참으로 기이한 분위기를 이루었다. 그 어떤 사람도 그 목소리와 그에게서 .....풍기는 분위기를 한번만 보면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상천기가 감격에 겨워 떨리는 음성으로 외쳤다 '오용운생!' 소수미혼녀가 믿을 수 없는 듯 소리쳤다. '정녕 네가 냉심무정이란 말이냐?" 흑의괴인이 말없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은 어떤 긍정보다 더 강렬한 것이었다. 냉심무정 모용운생- 전신의 공력을 상실한 채 단비(斷雷)의 한을 씹으며 혈해로 들 06 =慨魂 어온 모용운생 . 마침내 그가 모습을 지난 석 달 간 대체 무공을 상실했던 그가 드러낸 것이다. 록 변모했단 말인가?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기에 용암이 뒤끓는 불길을 밟고 그 짧은 시간에 걸어을 수 있도 舊.怨終焉 07 策 八 章 羽 化 켈 仙 석 달 전, 음풍곡으로 들어갔던 모용운생은 곡 내부에 들어서 자마자 엄습해 오는 뻣속을 동결시킬 듯한 무저운 음풍에 몸서리 .....를 겼었다. 정녕 끔쩍했다. 언제 어떠한 추위도 이처럼 상상을 절하는 정도 .....는 아니었다. 일찍이 겪어 본 적도. 상상한 적도 없는 추위였다 ......살갗이 그대로 얼어 터지고 뼈가 얼어붙는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 모용운생에게는 한 모금의 진기도 남아 있지 않았 으므로 공력으로 저항할 수도 없었다. 이를 악물고 그저 전진할 따름이었다. 모용운생의 온몸은 점차로 감각이 없어졌다. 금세라도 얼어 죽 을 것 같은 상황에서 뜻밖에도 그의 체내에서 한 줄기 기이한 기운 ......이 생겨났다. 그 기운은 그의 단전에서부터 생겨나 퍼져 나갔는데 ......신기하게도 꽁꽁 얼어 가던 몸이. 그 기운이 이르자, 얼음이 녹아 ......내리듯이 정상을 회복하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순식간에 모용운생의 온몸은 정상을 회복했고 별로 추위를 느끼 몹.怨終焉 111 지 않게 되었다. 다만 견디기 힘든 것은 뻣속을 에일 듯 한기를 불 ......어 내는 강풍(쭐料 이었다. 무공을 상실한 그는 저항하기 어려워 금방 바람에 휘말려 날아갈 것만 같았다. 벼랑에 의지하여 겨우겨우 앞으로 전진하면서 호랑이도 단숨에 얼려 죽인다는 이 음풍이 자신에게 효력을 미치지 못하는 이유를 생각하던 그는 문득 그 까닭을 알게 되었다. '이제 보니 내 몸 속의 빙백지정이 그 효능을 발휘하는 모양이 구나! 내 무공은 없어져도 빙백지정은 그대로 있나 보군 모용운생은 일말의 용기를 가지고서 강풍에 저항하면서 천 근 같은 걸음을 옮겨 전진해 갔다. 만에 하나. 오늘이 일 년 중에 음 ......풍이 제일 약한 날이 아니었다면 모용운생의 지금 기력으로써는 도저히 한걸음도 전진할 수가 없었을 것이었다. 반 시진 가량 홀렀을 때, 모용운생은 드디어 음풍의 세력권을 벗어날 수 있었다. 그 동안 그가 전진한 거리는 겨우 백 장 가량에 ......불과했으니 그의 고초가 어떠했는지는 짐작이 가고도 남음이 있었 ......다. 모용운생은 간신히 음퐁의 세력권을 벗어나자 헉헉대면서 그 자 리에 주저앉아 숨을 돌리며 앞을 바라보았다. 천 길이 넘는 듯한 벼랑이 앞을 가로막고 있는데 그 가운데에는 높이가 한 장 반 정도 되는 동굴이 입을 벌리고 있는 레하게 눈에 들어왔다. 것이 어슴푸 무공을 상실한 그의 안력은 보통 사람과 같아서 더 이상의 것은 알아볼 수 없었다. 그는 동굴 앞에 가서야 거기에 커다란 글자가 ......쓰여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유능극강(柔能克剛)> 112 81 부드러움이 능히 강함을 이긴다는 뜻이다. 그것이 왜 동굴 앞에 쓰여져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계곡 입구에도 천의무애란 말이 있었지만 나는 무슨 뜻인지 모 ......르고도 무사히 들어왔지 않은가? 운명은 하늘에 달린 것이니 일단 ......맞부딪쳐 보자!' 현 상태에서 망설이고 만 있어 보았자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는 입 속으로 유능극강이란 말을 되뇌이면서 굴 속으로 들어 가기 시작했다. 동굴 속은 생각 외로 건조했으나 어둡기 한량없어 ......도대체 무엇이 있는지조차 알 수가 없었다. 그는 전에 혈해보도를 본 기억을 떠올리며 손으로 벽을 더듬으 면서 천천히 앞으로 전진해 갔다. 무진교에 쫓기느라고 햇불 하나 ......제대로 준비할 수가 없었던 그였다. 과연 굴이 뚫린 것은 혈해보도의 노선과 일치하는 것 같았다. 불과 십 장도 들어가지 않아서 수많은 갈림길이 나타나기 시작했 ......다. 모용운생은 기억을 되살리며 석벽을 더듬어 별위험없이 혈해 ......보도가 지시한 끝 지점까지 도달할 수 있다. 당시만 해도 혈쌔의 기관은 발동한 상황이 아니었다. 혈해의 기 ......관은 후계자를 받아들인 다음에 그를 보호하기 위해서 발동하게 ......되어 있는 것이다. 거기서 그는 눈을 크게 떴지만 앞이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내 ......쉰 불을 준비해 오지 않은 걸 후회했다. 하지만 그때 당시는 추격 ......을 당하는 판이라 그런 것을 돌볼 여지가 없었다. 혈해보도가 가리키는 지점은 여기서부터는 언급되어 니 내 독자적인 노력으로 헤쳐 나가야 하겠구나." 있지 않으 증얼거리던 모용운생의 안색이 가볍게 변했다. 무엇인가 기이한 소리가 들린 것 같았던 것이다. 그러나 귀를 기울이고 있어도 전혀 아무런 기척을 느낄 수 없었다. 잠시 머뭇거 ......恩怨料焉 11 리던 그는 조심스레 앞으로 걸어나갔다 바로 그때였다 우-응!응 갑자기 지척지간에서 괴이한 신음과도 같은 소리가 들리며 뜨거 운 열기가 확, 끼쳐 왔다. 휘 -잉 위 -이 -잉 그리고 그 순간에 무서운 음향이 터져 나오면서 한 줄기 엄청난 세력의 선퐁이 모용운생을 휘감아 왔다. 그는 뭐가 어떻게 되는지 ......도 모르는 채 하마터면 선퐁에 휘말려 날아갈 뻔했다. 이와 같은 ......선풍에 휘말렸다가는 동굴 벽 여기저기에 마구 부딪치다가 어육이 ......되어 살아남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으윽! 뜨거워 !' 모용운생이 손을 들어 앞을 가리며 신음을 토해 내었다. 그 무서운 선풍 속에 금방이라도 사람을 태워 버릴 듯한 뜨겁기 이를 데 없는 열기가 섞여 있었던 것이다. 곡구의 음퐁과는 너무나 대조적인 열퐁의 강도는 상상을 초월해 모용운생의 전신은 금방이라도 익어 버릴 것만 같았다. 전신의 피 ......부는 칼날 같은 선풍에 금방이라도 터져 나갈 듯했다. 그는 미처 느끼지 못했지만 지금 그의 온몸에는 실오라기 하니 남아 있지 않았다. 동굴 안에서 무섭게 소용돌이치는 선퐁에 휘말 ......려 옷이 모조리 타서 찢겨져 나간 것이다. 모용운생의 온몸은 혈인이라도 된 듯 금세 빨갛게 익어 갔다. '이곳까지 와서 이렇게 생으로 익어 죽어야 한단 말이냐?' 오용운생이 절망에 빠져 있을 때 갑자기 그의 온몸에 차가운 기 운이 돌면서 그를 휩싸고 도는 열기를 순식간에 밀어 냈다. '또 빙백지정의 덕이로구나. ' 14 獨렴澤魂 모용운생은 대번에 까닭을 알았다. 그러나 그의 온몸을 금방이라도 찢어발길 듯 소용돌이치는 무서 운 화력의 선풍(旋1料은 제아무리 체내의 빙백지정이 인간세의 선 ......품(仙品)이라 할지라도 어썰 도리가 없었다. 그의 온몸의 살갗 여 ......기저기가 툭툭 갈라지면서 피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대로 가 ......다가는 얼마 가지 못하고 분신쇄골이 될 것이 틀림없었다. 게다가 모용운생에게는 팔이 하나뿐이므로 잡고 있는 힘에도 한 계가 있었다. 공력도 없는 상황. 그의 전신은 이미 선퐁에 휘말려 ......금방이라도 날아갈 듯했다. 그때. 문득 유능극강의 글이 모용운생의 머리를 쳤다. '유능극강이 바로 여기에 적응되는 것이 아닐까? 상황은 그에게 더 이상 고려할 여유를 주지 않았다. 그의 전신 의 피부에는 이미 균열이 생기기 시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모용운생은 자신의 몸을 지탱하고 있던 손을 놓아 버렸다. 그러자 그의 몸은 마치 태퐁을 만난 가랑잎처럼 무서운 속도로 돌며 날아가기 시작했다. 모용운생은 쉴새없이 유능극강의 귀절을 ......되뇌이면서 되도록 전신을 부드럽게 하려고 애썼다. 한데 괴이하게도 모용운생이 완전히 온몸의 힘을 빼고 바람에 몸을 내맡기자 그토록 무섭게 온몸을 찢어발길 것 같던 선풍이 아 ......무런 고통도 주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1 그의 몸을 빠르게 회전시킬 뿐이었다. 주위의 동굴 벽이 무섭게 앞으로 다가와 그의 몸과 부딪치려고 하다가 다시금 멀어졌다. 동굴 벽이 다가오는 기세는 무섭게 빨라 ......서 정말 공포스러울 정도였다. 모용운생은 자신의 몸이 금방이라 ......도 동굴 벽에 부딪혀 어육이 되는 것 같은 공포에 손발을 허우적거 ......려 막고자 하다가 그것이 유(柔)에 어긋난다고 생각하여 에라, 될 ......대로 되라는 마음으로 온몸을 바람에 맡기고 있었다. 舊.料終舊 115 브 그러자 신기하게도 그의 몸은 무섭게 동굴 벽에 부딪혀 가기는 하지만 막 부딪히려는 순간에 다시금 바람에 휘감기어 반대편으로 ......날아가는 것이다. 결국 그의 몸은 눈이 팽팽 돌아갈 만큼 빠르게 ......회전은 하지만 결코 동굴 벽에 부딪지는 않았다. 잠시 후. 모용운생은 자신을 휘감고 있던 압력이 씻은 듯이 사 라져 버림을 느꼈다. '어이쿠" 모용운생은 자신이 사정없이 바닥에 내동댕이쳐짐을 느끼고 신 음을 토해 냈다. 그가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살펴보니 자신이 있는 ......곳은 그리 넓지 않은 하나의 석실인데, 어디선가에서 및이 스며들 ......고 있어서 주위의 경물을 알아보기에 어려움이 없었다. 그의 요으로는 사람 키 높이의 석문이 하나 보이는데 힘찬 필체 로 <색계비색 (色뮤非色)>이라 쓰여 있었다. 앞에 있 모용운생이 자신이 어디로 들어왔는지 두리번거렸으나 는 문 외에는 어느 곳에도 출입구가 없었다. '니곳의 모든 것은 자연과 인력이 조화를 이루어 도저히 내 능 력이 미칠 바가 아니로구나1 금방의 그 열풍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도대체 짐작조차 할 수가 없군 ' 모용운생은 자신의 몸이 선뜻한 것을 느끼고 꼼을 살펴보다 얼 굴이 붉어졌다. 자신이 완전한 나체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의 온몸 여기저기에서는 아직도 선혈이 흐르고 있었다. 만약 조금만 늦게 유능극강의 구결을 깨달았다면 그는 지금 이 자리에 ......서 있지 못했을 것이었다. 모용운생은 가볍게 몸을 떨고는 앞에 있는 문으로 다가갔다. '색계비색. 이 또한 앞의 관문을 통할 수 있는 열쇠일 텐데 여 기선 알 수 없구나. 부딪쳐 볼 수밖에' 모용운생이 문을 가볍게 밀자 의외에도 그 석문은 간단히 밀려 11 燭背驚魂 모용운생도 완벽한 상태는 아니었다 비록 상대방의 백골신조를 킨 손가락 두 개를 연달아 잘라 내기 ......는 했지만 엄청난 진동을 받아 하마터면 단홍검을 놓칠 뻔했던 것 ......이다. 게다가 오른쪽 소매는 찢겨져 너풀거리고 어깨 부분을 얻어맞아 그 층격으로 호신강기가 영향을 받은 탓에 진기의 운행이 정체(停 ......滯}되는 현상을 빚고 있었다. 모용운생의 체내에 태양신공의 위력이 그토록 강대한데도 상대 가 이 정도의 위력이 있으니 과연 백골부시음공의 위력은 경심동 ......백할 정도임에 분명했다. 위송령은 비록 백골신조의 손가락 두 개가 날아갔지만 모용운생 ......의 진기가 일시적으로 정체되는 것을 알아보고 이 기회를 놓칠쏘 ......냐는 듯 신속하게 앞으로 미끄러져 들어왔다. 그의 유령신법은 백골진경상의 절학으로 일단 발동하면 거의 형 ......체도 찾을 수 없이 빠른 것이었다. 그러나 모용운생의 혈해유룡보 또한 그 움직임이 유령신법에 지 ......지 않았다. 그는 정체된 진기가 다시 유통될 때까지 그야말로 순간 ......적인 시간을 필요로 하고 있었다. 그 순간적이란 것은 겨우 눈 한번 깜박일 정도에 불과했지만 이 들과 같은 최고의 고수에게는 그것은 엄청난 것이 아닐 수 없었다. ......위송령은 번개같이 왼손의 나머지 신조로 모용운생의 눈을 노리 고 오른손으로는 백골장 중의 최후의 살초인 백골진혼{白骨鐵理 으로 백골부시음공을 모조리 쏟아 내었다. 건곤일척의 기세였다. 그와 모용운생의 거리는 불과 일 장, 백골진흔의 장세에 범위는 거의 십 장에 이르고 있어 도저히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와 오용운생이 부딪치고 나서 지금까지를 말로 할 때는 긴 것 舊.怨終焉 03 났다. 보통의 문을 여는 듯 가벼웠다. 쿵, 그러나, 모용운생이 막 그 석실 안으로 발걸음을 옮겨 놓았을 때 석문은 둔중한 소리를 내면서 닫혔다. 그는 통로가 막힌 것을 직감했지만 이미 돌아갈 것에 연연하고 있지 않은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앞을 살폈다 '이럴 수가?' 그의 입에서 자신도 모르게 탄성이 터져 나왔다. 도대체 이것이 무슨 상상도 못한 광경이란 말인가 오색향연이 아롱거리는 가운데 사방에서 심금을 울리는 음악이 연주되고 있었으며 사방에는 수많은 미녀들이 앉고 서고 혹은 춤 을 추고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그녀들 모두가 알몸에다가 속이 훤 ......히 비치는 매우 엷은 경사만을 걸치고 있었다. 원래 보일 듯 말 듯한 것이 더욱 도발적인 법이다. 수많은 미녀들은 모용운생을 보자 요염하게 웃으면서 그에게로 옥각을 움직여 사뿐히 다가왔다. 일방 그를 둘러싸고서 한데 어우 ......러져 춤을 추기 시작하는데 들릴락말락하게 울리는 음악과 조화를 ......이루어 그 움직임이 참흑하게 선정적이었다. 기이한 여인의 살 내음이 모용운생의 후각을 자극했다. 눈앞에 는 손을 뻗기만 하면 금세라도 터져 유즙이 흘러내릴 듯한 육봉이 ......출렁거리고 있었다. '홍!' 모용운생은 냉소하며 두 눈을 감아 버렸다. 그러나 그의 귓전을 울리는 음악 소리는 예삿소리가 아닌 듯 모 용운생은 결국 눈을 뜨고 말았다. 그의 눈앞에는 여인의 신비지곡 ......이 갖가지의 형태로 난무하고 있었다. 철석간장을 지닌 사람이라 ......도 가슴속에서 욕화(慾火)가 타오르지 않을 수 없었다 恩怨終焉 11 더욱 사람의 정신을 흐리게 하는 것은 여인의 짙은 살 내음이었 ......다. 모용운생은 이미 이성과의 관계가 있었으므로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의 숨결이 부지간에 가빠지기 시작했 ......다. 미녀들은 모용운생의 눈빛이 흐려짐을 보자 더욱 몸을 흐느적거 리면서 자신들이 아슬아슬하게 걸친 려은 경사를 찢어발기면서 신 ......음을 토해 내기 시작했다. '아 ' 아아학" 미녀들의 공세가 더욱 가열되자 모용운생도 더 이상 견딜 수 는 지경에 이르렀다 없 그때 모용운생의 뇌리에 하약란. 아니 그 가증스러운 유봉. 얼굴이 떠올랐다. 지의 자신의 품안에서 작은 참새와 같이 그처럼 아름다웠던 요부 그러자. 순식간에 그의 온몸은 얼음덩이보다 더욱 차갑게 변했 다. 그 가슴 떨리는 모든 유흑은 하나의 구경거리에 불과하게 되었 ......다. 여인이란 존재는 지금의 그에게 있어서 가증스럽기 그지없 는 것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모용운생은 얼음 같은 눈길로 그녀들을 쏘아보다가 문득 좀 전 에는 보지 못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그녀들이 육체의 향연을 벌 ......이는 사이로 은연중에 한 가닥 길이 있음을 본 것이다. 원래 모용운생은 마음이 세심하고도 침착하기 이를 데 없어서 결코 이와 같은 육체의 공세에 정신이 흩어질 사람이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 그의 몸에는 실오라기 하나도 걸쳐져 있지 않았다. 한 겹의 옷이 사람에게 있어 얼마나 중요한가가 증명되는 순간이 었다. 전신에 아무것도 절친 것이 없을 때 그 앞에 나체의 미녀가 ......유혹한다. 몸놀림 하나로 모든 욕망이 이루어질 수 있다. 실로 그 ......18 魂 것보다 더 큰 유흑은 없는 것이다 모용운생은 자신이 잠시나마 마음이 흔들렸던 것을 질책하며 천 천히 나녀들의 사이를 뚫고 지나 왔다. 과연 여인들의 사이에는 지 ......나갈 수 있는 길이 있었으며 그곳을 지나자 그 나녀들은 앞을 가로 ......막지 않았다. 모용운생은 순식간에 그 육체의 향연을 뒤로 하고 그곳을 빠져 나오게 되었다. 그는 문득 뒤가 기이하게 조용함을 느끼고 바라보 ......니 뜻밖에도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토록 넓었던 석실도 조금 전의 크기에 비해 십분의 일 정도밖 에 안 되었고 그 많던 나체의 미녀들조차도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다만 바닥과 천장에 주먹만한 수정구슬 몇 개가 기이한 빛을 발하 .......고 있고 역시 천장과 벽에 피리와 기묘한 형태의 금이 먼지를 뒤집 .......어쓰고 놓여 있을 따름이었다 나녀들의 모습은 수정구슬에서 반사된 것이고 그가 신비로운 음악은 아마도 저것들에게서 탄주된 것일까? 들었던 그 모용운생은 마치 귀신에게 흘린 것 같아서 멍청히 서 있다가 가 슴속에서 우러나오는 탄식을 토해 내었다. '천부귀옹의 재주가 승천입지 (昇天入地) 한다고 하더니 정녕 거 짓이 아니었구나. ' 색계비색이란 말의 뜻을 깨달은 것이다. 색계비색이란 말의 의미는 눈앞에 보였던 광경 즉, 나녀들의 그 모습이[色뮤= 참된 것이 아니다브==라고 하는 것이었다. 여기서 끝의 색이란 말은 무엇이 있다. 즉 존재한다. 흑은 사물이라는 뜻 .......으로 쓰인 것이었다. 이러한 형태의 색 자는 반야심경에서도 나타 .......나는 바. 천부귀옹이 유불선 (儒佛仙). 천하의 도리에 모두 정통하 .......다는 말이 과장이 아님을 여실히 보여 주고 있었다. 여태껏 모용운생이 본 모든 것은 수정구슬 등이 만들어 낸 환상 舊.怨終澤 11 에 불과하였으며 그가 정녕 유혹에 빠져 들었다면 그는 환상을 붙 .......들고서 몸부림치다가 욕정을 풀지 못해서 정혈이 메말라 죽어 가 .......게 되었을 것이 분명했다. 모용운생의 밤에는 백석이 깔린 복도가 있었다. 지금까지와는 달리 주위에는 아무런 글귀도 보이지 않았다. 잠 시 주위를 돌아본 그는 침착한 걸음걸이로 백석이 깔린 복도를 걸 .......어갔다. 그 백석이 깔린 복도의 길이는 약 오 장 가량이었는데 모용운생 이 복도에 발을 내딛자마자 쿵. 하는 소리가 뒤에서 들렸다. 필시 두터운 석문이 퇴로를 차단한 것 같았다. 하지만 그는 그 소리를 못 들은 듯이 처음의 그 속도 그대로 걸어가고 있었다. 어 .......차피 한번 겪은 일이 아니었다. 소득을 얻지 못한다면 이곳에서 살 .......아 나간들 의미가 없는 그였다. 그의 앞을 모용운생이 오 장 가량의 복도를 막 지났을 때였다. 가로막은 석벽이 스르르 갈라지더니 눈앞에 또 하나의 석실이 나 타났다. 실로 탄복할 만한 기관장치였다. 모용운생은 내심 자신도 모르게 천부귀옹에 대한 존경심이 우러 났다. 석실은 가로 삼 장에 세로가 오 장 가량 되는 장방형인데, 정면 에 한 사람의 초상화가 그려져 있고 그 초상화 요에는 정교한 형태 .......의 옥안(玉案:옥으로 된 작은 책상)이 있었고 그 위에는 대여섯 권 .......의 책이 단정히 얹혀 있었다. 책 옆에는 여러 개의 크고 작은 윽병 .......들이 보였다. 첫눈에도 무공비급과 진귀한 영단임이 분명해 보였 다. 어디 그뿐인가? 그 초상화 앞까지 이르는 길 좌우에는 길다란 대리석탁자가 설 치되어 있는데 그 위에는 갖가지 금은주보(데銀珠寶) 와 기진이보 .......12 獨뿜驚魂 (卞珍異賓)가 찬란한 보광을 발하고 있었다. 실로 천하의 보물이 .......다 오인 듯 그 보광은 강렬하기 이를 데 없어 절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였다. 성 하나와 맞바꿀 수 있는 기이한 야명주로부터 .......보검에 이르기까지, 실로 그 종류는 다양하기 이를 데 없어서 천하 .......의 청렴가도 마음이 동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러나 모용운생의 눈멎은 조금의 탐욕도 일으키지 않고 여전히 담담하였다. 그는 그 수많은 기진이보를 곁눈질조차 하지 않고 옥 .......안에 올려놓은 책을 바라보았다. 그 책은 비단 표지로 되어 있는데 겉장에 해서로 뚜렷이 <혈해비 .......록(血海秘錄) 천부귀옹(天府鬼翁) 수록(풍錄)>이란 글자가 었다. 적혀 있 모용운생의 가슴은 크게 쿵쾅거렸다. 드디어 그의 앞에 혈해비록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그러나 뜻밖에도 그는 자신의 앞에 놓여진 혈해비록을 잡는 것 이 아니라. 전면의 초상화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 초상화에는 등신(뿡身)의 인물이 그려져 있는데 전신에 백색 .......도포를 입고 얼굴은 불그스름했으며 백설과 같은 수염이 배까지 .......드리워져 있었다. 가늘게 뜬 두 눈에서는 지혜의 빛이 번뜩이는 것 .......같았는데 전체적으로 전설상의 신선의 모습과 같았다. 모용운생은 잠시 그 초상화를 쳐다보더니 돌연 초상화를 향해서 큰절을 연거푸 세 번이나 하고는 무릎을 끓은 채 낭랑한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 소생 모용운생은 피 맺힌 원한이 있어 이곳 혈해로 와서 여러 가지 난관을 극복하고 이제 노선배님의 진영(眞影:초상화의 높임 .......말)을 뵙게 되니 감개무량합니다. 후배, 노선배님의 절학을 습득하 .......고자 하니 영혼이 계시거든 허락하소서' 그의 어조는 매우 경건했다. 그것은 그가 심중으로 천부귀옹 해 .料 121 도룡에게 얼마나 탄복하고 있는지를 말하는 것이기도 했다. 모용운생이 말을 마쳤을 때였다 덜컹 갑자기 모용운생이 끓어앉은 포단 주위가 어떻게 손쓸 사이도 없이 밑으로 꺼져 내렸다. 모용운생이 돌연한 이 변고에 대경실색할 즈음, 강한 층격과 함 께 그의 몸은 맥없이 앞으로 나윙굴었다. ?2 ' 무공을 지니지 않은 그는 괴로운 신음을 토하면서도 침착을 잃 지 않고 몸을 일으키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니, 여기는?' 모용운생이 입을 딱 벌렸다. 지금 그가 있는 곳은 십여 장 가량이나 되는 매우 넓은 석실이 었는데 그곳에는 조금 전에 초상화에서 본 것과 똑같이 생긴 노인 .......이 백옥좌대 위에 단정히 앉아 있었던 것이다 쫙- 그 순칸.천장에서 갑자기 하나의 두루마리가 모용운생의 눈앞 으로 떨어져 내리면서 펼쳐졌다. 이렇게 되면 어느 누구라도 호기 .......심을 참지 못하고 그것을 읽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은 바로 천부귀옹 해도룡이 남긴 유서였다. 그 두루마리의 내용은 상당히 길었다. 요약하면 다음과 같았다. 첫머리에는 오든 관문을 통과한 것을 축하하고 자신의 천수가 길지 않아서 모용운생을 직접 보지 못함이 유감이라고 적혀 있었 .......다. 대강 계산해 보니 천부귀옹이 임종한 것은 대략 이십 년 가량 .......이 지난 것 같았다. 모용운생은 첫머리의 다음을 보고 가슴이 떨려 왔다. 그 내용은, 음풍곡의 음풍은 자연의 작용이라 무리하게 항거하 122 濁온驚魂 면 할수록 그 부작용이 크다고 되어 있었던 것이다 전혀 내공을 일으키지 않고 오로지 인내력으로 통과해야지. 만약 내공을 운용 .......하여 음풍에 항거하다가는 제아무리 무공이 높은 사람이라도 동사 .......(凍死)를 면할 수 없다고 했다. 그때서야 모용운생은 비로소 음풍곡 입구에 새겨진 천의무애란 글자의 뜻을 알았다. 천의 (天衣)갈 하늘의 옷이란 뜻이니. 자연 그 .......대로면 무애(無碍). 아무런 장애가 없다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첫 번째부터 세 번째 색계를 시험한 것까지는 인 (忍)과 지(智)와 과단성있는 의지. 그리고 색(色)에 흔들리지 않는 .......마음을 본 것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초상화 앞에서는 예 (=舊를 시험한 것이었다. 앞의 모든 시험을 통과할 능력을 지닌 사람은 일대의 걸출한 인재 .......임에는 틀림이 없으나, 사람이 갖추어야 할 예를 모른다면 그는 강 .......호에서 마두의 자격밖에 없으므로 본문의 절학을 계승할 자격이 없다. 따라서 죽음을 면치 못했을 것이라고 적혀 있었다. 참으로 까다롭기 이를 데 없는 시험이 아닐 수 없었다. 누구라도 초상화 앞에까지 가면 모든 난관을 통과했다고 기뻐서 마음이 해이해진 상태에서 비급에 손을 대는 것이 거의 십중팔구 였을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 천부귀옹은 그런 것을 용서하지 않았 .......던 것이다. 그렇게 시험에 관해 이야기한 후 모든 시험을 통과한 사람은 자 신의 제자이니 자신의 유체를 향해 배사(拜師)의 예를 행하도록 말 .......하면서 유서는 끝을 맺고 있었다. 모용운생이 다 읽었을 즈음, 가벼운 소리와 함께 두루마리가 위 로 올라갔다. 그는 다시 한번 천부귀웅의 치밀한 안배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경건한 마음으로 백옥좌대 위에 앉아 있는 천부귀옹에게 患料終焉 125 사부로 모시는 구배를 올렸다. 아직까지 그에게는 실제의 사부기 .......없었으므로 천부귀옹이야말로 그의 진정한 사부인 셈이었다. '불초 모용운생은 오늘 천부귀옹 노선배님을 사부님으로 모시고 .......남기신 유지를 받들 것입니다. 원컨대 영령이 계시다면 불초를 도 .......와 주소서. ' 모용운생은 땅에 머리를 댄 채 중얼거리다가 갑자기 심장이 얼 어붙는 것 같았다. 자애로운 음성이 그의 앞에서 나직하게 들려 왔기 때문이다. '운생아. 고개를 들어라' 모용운생은 그야말로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듯 잠시 멍청히 있다가 천천히 고개를 들고 면전에 있는 천부귀옹의 유체를 바라 .......보았다. 그러나 천부귀옹의 유체는 조금 전과 마찬가지로 입가에 .......잔잔한 평온하기 이를 데 없는 미소를 띠고 있을 뿐. 조금도 변함 .......이 없었다 모용운생은 귀신에 홀린 것갈았다. '내가 잘못 들었단 말인가?" '잘못 들은 것이 아니다. 노부가 직접 말한 것이다.' 놀랍게도 천부귀옹의 유체가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말은 하고 있으되 입은 움직이지 았고 있어 절로 등골이 오싹해졌다. 한데도 모용운생은 금세 침착을 되찾고 가만히 천부귀옹을 바라 보더니 침착한 음성으로 말을 하는 것이 아닌가? '사부님께선 비승(飛昇)하지 않으셨군요?' '허허허 ' 천부귀옹이 나직이 웃었다. 여전히 입은 움직이지 않은 채였다. 너의 침착성은 천하의 어느 누구도 따라갈 수가 없졌구나. 하 지만 네 짐작은 틀렸다. 노부는 이미 이십 년 전에 천수를 다했 다.' 24 모용운생의 얼굴에 의흑의 및이 떠올랐다. '무슨 말씀인지 이해하기가 곤란합니다." '그럴 테지. 네 침착성만 해도 노부는 크게 의외다. 노부의 천 수는 이십 년 전에 다했지만 속세에 못다 한 일이 있어 증과(證果) .......를 얻지 못했다. 해서 노부는 불문의 원광대법{圓光大法)을 시전하 .......여 몸은 죽었으되 정신은 여기 이렇게 남아 있는 것이다.' 실로 기문괴사{奇聞怪事)가 아닐 수 없었다. 모용운생은 실제로 이러한 일이 일어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조 차 해본 적이 없어서 가만히 있었다. '이제 노부는 너와 같은 제자를 얻었으니 안심하고 모든 일을 부탁하고 증도하여 세속을 떠날 수 있게 되었다. 노부는 요으로 반 .......시진 이내에 비승(飛昇)할 것인즉 내게 궁금한 것이 있거든 그 동 .......안 모두 묻도록 해라." 모용운생은 너무도 상상을 초월한 일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다가 천부귀옹의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 천하의 유일무이한 일대 .......기인과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은 이제 겨우 반 시진뿐이라는 것이 .......다. 그 시각은 실로 천금 같은 것이 아닐 수 없었다. 그는 가장 중요한 몇 가지를 신속히 뇌리에서 정리했다. '사부님, 사부님의 학문을 제자가 어떻게 전해 받을 수 있겠습 니까?' 천부귀옹의 자애한 음성이 들렸다. 노부는 너를 위해 몇 가지 준비를 해놓았다. 우선 네가 들어온 후 혈해의 모든 기관이 작동을 시작하여 네가 무공을 연수함에 방 .......해가 되지 않도록 했다. 그리고 혈해에는 노부의 무학의 정화가 있 .......음으로 너는 그곳에서 모든 것을 배우게 될 것이다. 무학 이외의 것은 네가 무학을 대성하여 강호상의 모든 은원을 해결한 후에 다 .......시 혈해로 돌아와서 배우도록 해라. 노부가 신산지술(神算之術)로 .......恩怨終焉 125 써 짐작컨대, 강호의 정세가 매우 급박하여 네가 모든 학문을 수습 .......할 여유가 없을 것 같기에 이와 같이 안배하였느니라." 모용운생은 다시금 천부귀옹의 놀라운 혜지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오나 사부님. 제자는 이미 공력이 상실되고 전신의 경맥이 굳어 무공을 연마할 수가 없을 지경입니다. 공력이 회복될 수 있을 .......는지요?'` '네가 당한 것은 노부가 석년에 창안했던 제맥쇄혈 수법이다. 이것은 노부가 악인을 징벌키 위해 만든 것인데 그 반도에 의해 남 .......용되고 있으니 네가 그들을 징계토록 해라." 천부귀옹은 말을 이었다. '노부는 혈해로 들어온 후 전혀 새로운 무공을 창안해서 혈해문 (血海門)을 세웠다, 노부가 집대성한 이 무학은 일반 무학과 전혀 .......다른 것이므로 일부러라도 전의 무공은 폐지해야 되는 것이니 너 .......는 오히려 전화위복이 아니겠느냐?' 모용운생의 입가에 안도의 미소가 떠올랐다 돌연. 모용운생이 눈을 빛내면서 말했다. '그런데 사부님, 제자가 알기로는 사부님께선 소수미혼녀에게 해를 천부귀옹에게서 나직한 탄식이 홀러나왔다. '노부는 이제 모든 것을 잊어버렸는데 네가 물으니 그간의 인과 .......암 를 묻어 두고 떠날 수만은 없구나.' 천부귀옹이 약간 빠른 음성으로 말하기 시작했다. '이제 시간이 얼마 없어서 간추려서 말하겠다. 노부는 네가 검 .......룡을 만났으리라 생각하고 뒷부분만 이야기하마. 노부는 강옥지가 .......혈해보도를 요구할 때 조금 이상했지만 워낙 그 아이의 재질을 아 .......꼈던 터라 크게 의심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이 결정적인 실수 .......12 獨背舊魂 가 되어 노부가 실험용으로 배합한 혼기백락산(魂氣曉落?의 암 습을 받았다. 이것은 해독약이 없는 독한 것으로 백독불침인 노부 .......도 마침내 중독이 되고 말았던 것이다. 그러자 옥지는 수십 명의 .......강시괴인들을 이끌고 노부를 공격하여 노부는 악전 끝에 겨우 포 .......위망을 뚫고 나을 수 있었다. 그때 옥지를 제외한 강시들은 하나도 .......살아남지 꼿했었다' '그렇다면 그녀를 살려 두셨습니까? 모용운생이 물었다. 노부가 그 아이를 제압하고자 할 때에 한 복면인이 나타났는데 그 무공이 기고(奇高) 하여 공력이 감퇴된 노부에 비해 조금도 못지 .......않았다. 노부는 중독이 더욱 심해짐을 깨닫고 그 자리를 피할 수 밖에 없었다. 그 뒤로는 너도 알겠지만 노부는 검룡이의 재질이 한 .......정되어 있음을 보고 혈해로 들어와 후계자를 기다려 온 것이다.' '사부님께선 중독이 심하셔서 천수를 다하신 겁니까?' '아니다. 원래 노부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중독이 골수에까 지 스며들었으나 혈해에 들어와서 혈해지기 (海之氣)와 이 만년 한옥으로 만든 좌대 덕분에 완전히 회복을 했다.' 모용운생이 눈을 치켜 뜨며 말했다. 아니 사부님께서는 공력을 회복하시고도 반역도를 그냥 두셨습 니까?' 천부귀옹이 여전히 자애로운 음성으로 모용운생에게 말했다, 운생아, 네 살기가 너무 강하구나. 하긴 노부도 혈해로 들 어옹 때는 그랬었다. 하지만 노부는 공력을 회복하고 나서 천지간 .......의 도리를 깨닫고 오든 것이 부질없음을 깨달아 그에 따라 모든 원 .......한도 없어져 버렸다.' 모용운생이 부은 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그 때문에 무림의 창생들이 도탄에 빠져 있습니다. 恩料終焉 1 천부귀옹이 나직이 탄식했다. '그렇지 않다면 노부가 이십 년씩이나 증과를 멈추며 왜 너를 기다렸겠느냐? 모든 것을 네게 부탁하마.' 모용운생은 반 시진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을 느끼고 급히 물었 다 사부님을 공격한 그 복면인은 누구입니까?' 천부귀옹이 잠시 머믓거리다가 말했다 '그것은 한 개인의 일신명예에 관한 것으로 속단할 수는 없는 일이니 네가 잘 생각해 보면 스스로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한 가 .......지 덧붙인다면 그의 무공의 본류는 지난날 강호에서 활동했던 백 골문의 것과 흡사하였다." '무진교가 백골문과 관계 있다는 것은 강시제조를 보아 알겠는 데 내가 생각해 보면 범인을 알아 낼 수 있다는 것은 무슨 말씀이 .......실까?' 모용운생이 의아하여 속으로 생각을 굴리고 있는데 천부귀옹의 음성이 다시 들려 왔다. '곧 시간이 된다. 운생아, 너의 자질은 당년의 노부에 조금도 못지않으니 본문의 무학은 장차 네게서 크게 꽃필 것이다. 노부는 .......무학을 연마함에 있어서 남을 이기기에 급급하여 신랄기오(辛辣奇 .......奧)한 것에 중점을 두어 그 무공이 거의 사도에 가까울 수밖에 없 .......었다. 옥지가 배운 것은 바로 그러한 것이었고 거기다가 검룡의 무 .......학까지 합쳐졌을 테니 만약 유명진살의 단계를 지나서 음부유강 (陰府柔쿄)을 성취했다면 당금 천하에서 그녀를 상대할 수 있는 사 .......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모용운생은 무슨 말을 하려다가 놀라운 광경에 입을 다물었다. 천부귀옹의 이마에서 달무리와도 같은 광채가 서서히 떠오르고 있 .......음을 보았기 때문이다. 128 獨賞驚理 '노부는 혈해에 들어와서 모든 무학을 천지간의 이치에 맞도록 정대하게 바꾸었으니 너는 그 무학을 선용하여 강호의 질서를 바 .......로잡도록 해라" 천부귀옹의 이마에서 빛나는 광채는 이제는 석실 전체를 포근히 .......감싸고 있었다 . 운생아, 노부는 이제 비승할 시간이 되었다. 너는 혈해문의 이 .......대 적전제자답게 모즌 일을 원만히 처리해 나가도록 해라. 세상의 .......일이란 때론 포용이 더 위대할 수 있음을 잊지 말고' 천부귀옹의 말이 성스러운 여운을 남기며 석실 안을 울렸다. 동시에 석실 안에 맑은 향기가 진동하면서 천부귀옹의 이마에서 아련한 형체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 형체는 놀랍게도 천부귀옹 .......의 모습과 똑같았는데 아련한 형태로 차츰 커지며 허공으로 솟아 .......오르기 시작했다. 모용운생은 그것이 바로 선인들이 도를 이루고 비승할 때 나타 나는 원영신허 (元嬌神虛)의 현상임을 알고 절로 마음이 숙연해져 .......자신도 모르게 무릎을 끓은 채 합장을 했다. 공중으로 솟아오르던 천부귀옹의 원영은 모용운생에게 미소 지 어 보이더니 돌연 찬갈한 광채를 내뿜었다 '앗1' 모용운생은 눈이 부셔 다급히 부르짖으며 눈을 감았다가 급히 눈을 떴다. 없었다. 금방 허공으로 올라가던 천부귀옹의 원영은 어느새 사라지고 어 디에도 없었던 것이다. 모용운생은 마치 꿈을 꾸는 것과 같았다 멍청한 눈으로 사방을 두리번거리다 보니 천부귀옹의 유체는 조금 .......전과 마찬가지로 백옥좌대 위에 단정히 앉아 있는데 조금도 달라 .......진 데가 없는 것 같았다. 恩料終焉 129 舊 모용운생은 잠시 멍청히 서 있다가 엉거주춤 백옥좌대 앞으로 다가서며 말했다 '사부님" 하지만 이제 천부귀옹은 대답이 없었다. '정녕 우화등선(羽化효仙)하셨구나 그런 일은 정녕 전설 속에 서나 있는 일인 줄 알았는데 내가 목도할 수 있었다니 .." 모용운생은 사부의 유체 앞에 엎드려 한참 동안 묵념을 드렸다. .......상황은 너무도 경건하여 그 순간은 모용운생의 가슴속에 타오르던 .......복수의 불길도 어느 정도 사라지는 것 같았다. 모용운생이 고개를 드는 순간이었다. 위이잉 , 한 가닥 금속음이 들리더니 천부귀옹이 앉아 있는 백옥좌대가 이동하여 뒤쪽 벽의 우묵한 곳으로 들어갔다. 동시에 천장에서 수 .......정벽이 내려오면서 천부귀옹의 앞을 가로막았다. 이 광경은 마치 하나의 신감에 신상을 모신 듯 정교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리고 그 위에는 <혈해문(血海門) 개파조사(開派祖師) .......천부귀옹(天府氣翁)>이란 글씨가 나타났다. '참으로 정교하기 이를 데 없는 장치로구나 .." 모용운생이 감탄을 금치 못하다가 좀 전에 천부귀옹의 백옥좌대 가 물러난 곳에 하나의 등근 서탁(書후)이 나타나 있음을 발견했 다. 그 서탁 위에는 황견으로 만든 책이 한 권 놓여 있는데 매우 얇았다. 표지에는 혈해보전(血海寶典)이라고 쓰여 있고 밑에 조그만 글 씨로 무공펀총요(武功篇總要)라고 적혀 있었다. 마침내 모용운생은 혈해의 주인이 된 것이다. 모용운생은 떨리는 손으로 혈해보전을 펄쳤다 처음에는 백지였 는데 밑 부분에 무학은 혈해에 있다고 되어 있었다. 1 濁븐驚魂 '혈해? 그러고 보니 혈해가 어느 곳이란 말인가?' 모용운생은 중얼거리며 다시 장을 넘기자 일초삼식의 검법도해 가 나타났는데 뇌화신검{雷火神劍)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리고 그 밑에는 혈해의 신공을 익혀야 연마할 수 있다고 되어 있었다. 그 다음에는 연결된 칠식의 장법이 있는데 열화장법(料火 .......掌法)이라고 적혀 있었으며 그 역시 혈해의 무공은 익힌 후 연마를 .......할 수 있다고 되어 있었다. 모용운생은 더 이상 봐도 혈해의 비장무공을 익히지 않고는 헛 일임을 짐작하고 혈해보전을 덮으며 중얼거렸다. '이제 보니 사부님께서 창안하신 무공의 정화는 모두 혈해의 신 공을 익히지 않고는 연마할 수 없구나. 도대체 혈째란 어디에 있는 .......것이란 말인가?' 모용운생은 사방을 찾아 보았지만 어디에도 문이 있는 것 같지 않았다. 그는 극도로 초조해졌다. 혈해에 와 있으면서 혈해를 찾지 .......못해서 이러고 있다너? 모용운생은 과연 범인과 달라서 가만히 마 .......음을 진정시키고서 여러 가지를 차근차근 정리해 보더니 돌연 혈 .......해보전의 맨 끝장을 들추었다. '여기 있구나!" 모용운생의 입가에 회심의 미소가 떠을랐다. 혈해보전 맨 끝에는 무공과 전혀 관계없는 혈해 치와 출입 방법이 기재되어 있었던 것이다. 전체의 기관배 모용운생은 자신의 요에 있는 서탁이 혈해로 통하는 기관임을 알고 작동을 시켰다.그러자 끼끼- 하는 소리파 함께 한쪽 벽에 한 사람이 출입할 수 있는 비밀문이 나타났다. 문이 나타나는 순간. 후끈한 열기가 문을 통해 석실로 쏟아져 들어왔다. '아니? 이게 무슨 열기지?' 思怨終舊 11 모용운생은 중얼거리며 비밀문을 통해서 안으로 들어갔다. 통로는 매우 비좁고 짧아 일 장여에 불과했다. 모용운생은 통포 .......를 나서자마자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두 눈이 휘둥그래졌다 쿵, 그 순간, 둔중한 소리가 들리며 다. 모용운생의 안색이 돌변했다. 이번의 소리는 전과 틀려서 수천 막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모용운생이 나온 통로가 막혔 근 이상의 무거운 석문이 가로 하지만 그는 여태껏 몇 번이나 퇴로가 막혔으나 한번도 해로운 .......적이 없음을 상기하고 별반 신경을 기울이지 않고 눈앞에 벌어진 .......진기한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침내 혈해가 그의 앞에 모습을 드러내었던 것이다. 세상을 뒤흔들고 있는 혈해가 152 燭뿔澤 策 卞 九 早 絶 舊 無 比 太 陽 神 功 도용운생 앞에는 거대한 광장 같은 곳이 있었다. 그 높이는 삼사십 장은 되는 것 같고 넓이는 칠팔십 장 이상은 실히 되는 것 같았는데 전체적으로 사발을 엎어 능은 것 같은 형국 .......이었다. 그런데 그 가운데에 시뻘건 용암이 부글부글 끓고 있는 것 .......이다 그 넓이는 지하광장의 모든 곳을 거의 포함하고 있어서 이 넓은 지하광장은 무서운 열기에 휩싸여 있었다. 시뻘건 용암의 불길은 십 장 이상이나 허공으로 솟구쳤다가 내려오곤 했다. 그것은 얼핏 보기에 핏빛 바다와도 같이 보였다. 혈해 (血海) 강호를 진동시킨 혈해의 정체는 바로 이러했다. 용암이 뒤엉겨 거는 바다 혈해. 모용운생은 넋을 잃은 듯 그것을 바라보고 있다가 문득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살펴보았다. 그가 있는 곳은 혈해에서 오 장 가량 솟은 곳이었는데 그 넓이 련料料焉 15 는 대략 방원 삼 장 가량에 불과했다. 모용운생이 그 무서운 열기 .......에도 큰 고통을 느끼지 않고 주위를 돌아볼 수 있는 여유가 있는 .......것은 체내에 있는 빙백지정의 덕이었다. 그는 다시 한번 자신에게 빙백지정을 선물한, 누구인지도 모르 는 사람에게 감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빙백지정이 없었다면 그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닐지도 몰랐다. 모용운생은 한쪽 벽에 사람의 좌상과 심오한 구결이 잔뜩 쓰여 져 있음을 발견하고 그것을 눈여겨 보니 첫머리에 <천하무비(天下 .......無比) 태양신공(太陽神功)>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것으로 볼 때 천부귀옹이 이 신공을 얼마나 자부심을 가지고 연창(硏創)했는지 짐작이 가고도 남음이 있었다. 명칭이 거창한 것 .......과는 달리 구결은 매우 간단히 이해가 되었다. 구결의 맨 밑에는 화초(火草)를 먹고 시작하라는 말이 적혀 있 었다. 모용운생이 화초라는 말에 기이한 생각이 들어 주위를 둘러 .......보니 벼랑 끝에 마치 타오르는 불길과 같이 생긴 새빨간 풀이 있었 .......다. 얼핏 보기에는 꼭 타오르는 불과 같아서 처음에는 불꽃인 줄 알 고 무심히 보아 넘겼던 것이다. .니것은 고대 전설 속에서 말하는 천년화령초(千쭈火靈草) 인가 보다! 아, 여기 열매가 하나 있구나1' 천년화령초는 천지지간의 화기(火時의 영기(靈氣) 를 받아 자라 는 것으로 천년마다 한번씩 하나의 열매를 맺는다는 전설 속의 선 .......품이었다. 곧 떨어질 지경이 되었음을 모용운생은 그 열매가 완전히 익어 알고 급히 열매를 땄다. '아니? 뜻밖에 차군!' 오용운생이 중얼거리다가 열매가 흐늘거리며 곧 터질 것 같자 16 獨뿔驚魂 다급히 열매를 삼켰다. 그는 참으로 행운아가 아닐 수 없었다. 천년화령초의 열매는 천년이란 오랜 시일이 걸려서 익지만 완전 히 숙성한 후에 화령초에 달려 있는 시간은 한 시진 정도에 불과했 .......다. 그리고 덜 익은 것과 완전히 익은 것과의 효능은 배에 가깝게 .......차이가 나는 것이다. 천년화령실은 모용운생의 입에 들어가자 곧 한 줄기 액체로 변 하여 목구멍을 넘어 갔는데 괴이하게도 손에 있을 때는 차게 느껴 .......지던 열매가 목구멍을 넘어갈 때는 마치 달군 쇳덩이를 삼킨 듯이 .......뜨겁기 한량이 없었다. 그리고 천년화령실이 목구멍을 넘어간 순간, 전신을 혈해의 무 서운 열기로부터 보호하고 있던 빙백지정이 대번에 효력을 상실했 .......다. 그러자 타는 듯 무서운 열기가 엄습하기 시작하는데 그 뜨거움 .......은 결코 일 분은커녕 일 초도 견덜 것이 못 되었다. 참지 못하고 안으로 들어가려고 기관을 당겼지만 손잡이는 꼼짝 도 하지 않았다. '아니 이게 왜 이러지? 견딜 수 없을 지경인데?' 다급히 손잡이를 건드리던 모용운생의 얼굴이 참흑하게 일그러 졌다. 손잡이 밑에는 만 근의 힘이 있어야 문이 열린다고 쓰여 있 .......었던 것이다. 지금 모용운생은 만 근은 고사하고 백 근의 힘도 없었다. 전의 그의 공력이 건재해도 열고 나가기 어려운 무게였다 모용운생의 온몸에서는 땀이 비 오듯 흐르고 그 땀은 순식간에 증발해 버려서 나중에는 땀조차 흐르지 않았으며 온몸은 단숨에 새빨갛게 익어 갔다. 하지만 그의 장점은 어떠한 경우에도 냉정을 잃지 않는 것이었 다. 그는 다시 한번 태양신공의 연마방법을 자세히 보고는 그 자리 .......에 가부좌를 틀고 앉더니 호흡을 조절하기 시작했다. 恩챠終焉 7 그는 그 엄청난 화염에 휩싸인 혈해를 정면으로 마주보고 았아 서 생사를 건 도박을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일단 그가 태양신공의 운기법을 행하기 시작하자 그토록 무섭게 자신을 태울 듯이 기승을 부리던 열기가 몸을 태울 듯이 밖 .......에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마치 무엇이 잡아당기기라도 하는 듯 이 무서운 기세로 그의 몸 속으로 흡입되는 것이 아닌가 마치 혈해의 모든 열기를 모두 빨아들이려는 듯, 그의 몸은 그 떻게 끊임없이 혈해의 열기를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열기가 모용 운생의 몸 안으로 스며들자 이번에는 체내가 화염에 휩싸인 듯 무 .......서운 열기로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 기운은 점점 더욱 대단하여 모용운생을 끝없는 고통의 나락 으로 몰아넣었다. 보통 사람이었으면 벌써 못 참고 그 자리에서 나 .......윙굴었겠지만 그의 인내력은 가히 초인적이었다. 얼마나 오랜 시간을 그 엄청난 고통과 싸웠을까. 그러자 끝도 없이 밑 빠진 독에 물 붓듯 쏟아져 들어오던 열기 는 마침내 모용운생의 체내에서 한 가닥의 기운으로 화하기 시작 해 기해(氣海)를 거쳐 단전 (丹舊)에 모이기 시작했다. 일단 단전에 .......모인 기운은 전신으로 퍼져 나가며 온몸을 선회하여 다시 단전으 로 돌아왔다. . 마침내 내가진기가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모용운생에게 생기기 시작한 진기는 신주옥룡 백경추가 찍어 놓 은 요혈 때문에 그 순환의 속도가 매우 느리고 어떤 곳에서는 막혀 .......서 주춤거리기조차 했다. 그러나 어쨌든 체내로 진기가 일주천하고 나자 그의 몸 안의 기 력의 움직임은 매우 활발해져 도는 속도도 빨라지고 그 세력 또한 .......상상도 할 수 없울 정도가 되었다. 그의 막힌 혈도들은 순식간에 .......제방이 흥수에 무너지듯이 모두 뚫어졌다. 138 ;8 그는 미처 느끼지도 못했지만 그는 이미 혈해의 그 무서운 열기 .......를 거의 느끼지 않고 있었다. 모용운생은 전신의 진기가 생겨나고 그 진기의 불어나는 속도가 .......너무도 급속하자 은근히 겁이 날 지경이었다. 조그만 시냇물이 금 .......방 격류가 되고 장강대하와 같이 도도한 흐름을 보이고 있기 때문 .......이다. 이때 모용운생은 이미 태양신공의 기초를 모두 완벽히 터득하고 그 진전은 일사천리로 순식간에 오 성에 가까운 성춰를 이루고 있 .......었다. 모용운생의 뛰어난 자질도 있었지만 천지간의 두 기약(奇藥) .......인 빙백지정과 천년화령실의 도움이 없었다면 어림도 없는 일이었 .......다 모용운생은 이미 자신의 내력이 무공을 상실하기 전의 수준에 도달함을 느끼자, 내심 크게 기뻐하면서 계속 태양신공의 구결로 .......써 렬해의 열기를 빨아들이면서 운공을 계속했다. 모용운생이 태양신공을 운행하여 혈해의 열기를 빨아들이자 그 세력은 좀 전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엄청난 열기가 마치 폭포수와 .......같이 그에게 빨려들고 있었다. 그러나 정작 모용운생 본인은 전보다 조금 견디기가 낫다고 느 낄 뿐. 전신에 홉입되는 열기의 양이 전보다 비교조차 할 수 없음 .......울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그의 몸 속의 태양진력(太陽眞力)은 무서운 속도로 순환하면서 이미 임독이맥을 통과하여 위로는 천문(天門) . 아래로는 지부(地 .......料)에 이르고 있었다. 그가 천문과 지부를 타통할 수가 있게 된다 .......면 그의 공력은 마침내 반신이허 (反神以虛)의 경지에 이르러 인간 .......의 한계를 넘어서게 될 것이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자 모용운생은 체내의 태양진력을 끌어올려 그 속도를 더욱 빠르게 가속운행했다. 천문과 지부를 타통하여 천 .......舊.料終焉 159 지지교(天地之橋)를 이어 볼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이때, 모용운생의 온몸은 찬란한 노을멎 광채로 가득 차 있어 감히 바라볼 수조차 없는데 그 노을멎과 같은 광채는 점점 더욱 겅 .......해지고 있었다. 그의 모습은 이미 혈해로 들어올 때의 그 무기력한 것이 아니었 다. 벌거벗고 외팔 하나만을 가슴 앞에 세운 그의 몸에서는 감히 범접할 수 없는 놀라운 기세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정도 이제 모용운생의 온몸에서는 그 형태조차도 알아보기 힘들 로 노을멎 광채가 강해졌다 증요한 고비에 이르른 것이다. 장강대하와도 같이 솟아오르던 진기는 천지지교를 운통시키지 못하고 마구 몸부림치고 있었다. 극히 위험한 상태가 아닐 수 없었다. 그가 만약 천지지교를 운통(遲通) 시키지 못한다면 체내의 진기 가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굳어져 폐인이 될 것이다. 이미 천지지교 .......를 운통시키기 위해 모인 진기는, 그 진기를 돋우기 위해 계속 이 .......어지는 진기로 인해 그 자리에서 정체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모용운생은 체내의 태양진력을 최대한으로 일으켰다. 그러자 믿을 수 없게도 혈해의 그 불타 오르던 용암 열기가 사그 .......라드는 것 같았으며. 그 밝던 혈해가 조금 어두워지는 것 같았다 ........그것은 놀랍게도 그가 혈해의 열기를 모조리 빨아들이고 있기 때 ........문에 일어난 일이었다. 그 대신 모용운생의 몸에서는 눈을 찌를 듯 강렬한 맞이 쏟아져 ........나오고 있어 전혀 그 형태조차 찾을 길이 없고 한 무더기 멎의 덩 ........어리만 보일 따름인데, 마치 하나의 작은 태양이 된 듯 쳐다볼 수 ........가 없었다. 전력으로 태양진력을 돋우자 단전이 진동하더니 두 솟구쳐 올라 태양진력에 합류되었다. 그 두 가닥의 모용운생이 가닥의 기운이 14 濁윤驚魂 기운은 처음에는 따로따로인 것 같더니 점차 한데 뒤엉키며 태양 ........진력에 합류될 즈음에는 거의 하나가 되어 천문과 지부로 쏟아져 ........갔다. 펑! 마치 폭죽이 터지는 것과 '같은 엄청난 음향이 모용운생의 몸에 ........서 터져 나왔다. 동시에, 모용운생을 싸고 있던 작은 태양과 같은 멎덩어리에서 ........는 혈해를 압도할 것 같은 엄청난 맞이 뻗어 나왔다. 누가 그것을 ........본 사람이 있었다면 순식간에 눈이 멀어 버릴 정도로 강렬한 멎이 ........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에 그 엄청난 노을및과 같은 광채는 자연의 것 과 같이 전혀 눈을 쏘지 아니하는 자연스러운 빛으로 변했다. 그때. 모용운생은 천지가 내가 되고 내가 천지가 되어 천지도 없고 나도 없으며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상태에 도달하고 있었 ........다. 그의 체내의 진기는 마치 좁은 계곡을 벗어난 격류가 넓은 평 ........원에서 잔잔한 강이 되듯 그렇게 자연스럽고 끊임없이 그의 몸을 ........순환하고 있었다. 마침내 그의 천지지교는 운통되어 천인합일(天人合스) 의 경지에 ........도달한 것이다 그가 조금의 공력도 지니지 못한 채. 운공을 시작하억 단시간에 ........이와 같은 성과를 거둔 것은 실로 기적과 같았다. 그러나 그 단시일은 실제로 계산할 때 사십구 일이나 걸리는 매 ........우 긴 시간이었다. 모용운생이 운공을 마치고 일어날 때까지는 하 ........루도 흐르지 않은 것 같았지만 실제로는 놀답게도 사십구 일이란 ........시일이 흐른 뒤였다. 모용운생은 물론 그와 같이 긴 시간이 흐른 줄은 모르고 하루도 ........안 된 시간에 이와 같은 대성을 거둔 것을 매우 신기하게 생각하며 ........舊.怨料焉 141 몸을 일으켰다 온몸이 날아갈 듯 가벼웠다. 그는 천천히 기관의 손잡이에 손을 올려놓았다 '내가 만 근 이상의 힘을 낼 수 있을까?' 모용운생은 내심 걱정하면서 천천히 힘을 가했다 끼 -끼 - 그러나 그가 힘을 쓰자,돌이 마찰되는 소리가 들리더니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모용운생의 입가에 그간 한번도 찾아 볼 수 없었던 미소가 떠올 랐다. 그것은 몸서리칠 만큼 차가운 웃음이었다. 거기에 서려 있는 ........것은 공포스러운 살기 {殺氣) 이기 때문이다 백경=킷 유봉지, 결코 잊을 수 없는 그 이름을 떠올리고 있는 듯한 웃음이었다. 혈해를 본다면 누구나가 화산을 생각하겠지만, 원래 혈해는 화 산이 아니다. 그럼에도 혈해가 이와 같은 형상을 하고 있는 것은 혈해의 중심부에 하나의 전설적인 기보(奇寶)가 존재하기 때문이 다. 그것은 다름아닌 원양석 (元陽石)이었다. 그 옛날 전설의 요시대에 이름 높은 신궁(神弓) 후예(后뮤)는 열 개의 태양이 밤낮으로 하늘에 떠 지상의 만물을 태워. 세상을 도탄 ........에 빠뜨림을 보고 요임금에게서 세상을 구하라는 부탁을 받았다. 그는 천제로부터 하사받은 적궁(赤弓)으로 열 개의 태양 중 아홉 개를 쏘아 떨어뜨려 세상을 구했다. 발이 세 개 달린 아홉 개의 태양은 활에 맞아 떨어지는 순간에 까마귀가 되었다고 하는데 그 아흡 개의 태양은 지상에 떨어지면 서 제각기 하나의 돌로 화했다고 한다. 42 = 그 돌의 이름을 원양석이라고 하며 바로 천지간에 으뜸가는 양 강지보(陽剛至寶)로 일컬어졌다. 수천 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뭔양석은 사람의 눈에 뜨인 적이 없었다. 하지만 희대의 기재인 천부귀옹은 갖은 노력 끝에 지상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원양석을 발견하고 여기에 평생의 심혈을 기울 여 혈해지부를 설치하고 원양석의 원양(元陽)을 이용하여 광세절 학인 태양신공을 창조해 낸 것이다. 이 태양신공은 천지간의 원양을 바탕으로 해서 창조해 낸 신공 이므로 동정을 상실한 사람은 연마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모용운 ........생은 천생으로 체질이 훌륭한 데다 음의 으뜸인 빙백지정과 양의 ........으뜸인 천년화령실을 복용하여 음양의 조화를 이루고 있었으므로 ........동정을 잃은 몸으로도 태양신공을 단기간에 최절정에 이르도록 대 ........성할 수가 있었다 그는 혈해에서 익힌 태양신공을 기초로 하여 혈해보전에 실린 무학을 닦아 나갔다.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몰랐다 응래 상승의 내가공력이란 심법에 따라 성취된다 그 심법이갈 것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뉘는 바. 그 하나는 차례로 단계를 밟아 가는 올바른 방법을 따르는 정종심법 (正宗心法)이며 ........다른 하나는 결과만을 중시하여 모든 것을 돌보지 않고 오직 남을 ........이기는 것만을 목적으로 하는 편격사이 {偏激理異} 한 방문심법(傍 ........門心法)이다. 이 두 가지의 심법은 시작의 방법이 같은 것도 있고 완전히 틀 린 것도 있지만 그 결과는 엄청나게 달라서 편격한 심법은 종국에 ........는 사람의 심성 (心차다마저도 변하게 하는 것이다. 그런 해독이 있 ........지만 방문심법은 오랜 세월을 필요로 하는 정종의 심법보다 그 효 恩料終焉 145 과가 빨리 나타난다. 같이 출발해도 방문좌도(傍門左?)의 심법이 훨씬 더 빠른 진경(進境)을 보이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므로 당금의 무림 중의 흐름은 정종의 무학보다 방문심법에 치우치는 경향이 있는 터였다. 모용운생의 양의무정검법 또한 그러한 방문의 무공 중의 하나라 고 할 수 있었다. 천부귀옹은 특별한 사부 없이 오직 절세의 재지로써 스스로 무 학을 연구했으므로 그 무학이 깊고 정대하다기보다도 우선 남을 이길 수 있는 실용지학(實用之尊)에 중점을 두었고. 그러다 보니 그 무학은 정대하다기보다는 오로지 남을 이기기 위해 만들어져서 궤기신랄(謁奇辛辣)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전수받은 것이 바로 소수미혼녀 강옥지와 구주광자 우문검룡이 그러한 것이었다. 하지만 천부귀옹은 혈해에서 수십 년 간 수도하면서 천지간의 오의 (奧勳를 깨우치고는. 펀벽 (漏懷)한 방문좌도의 무학에는 한계 ........가 있고 종국에는 사람의 심성마저 해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그는 마침내 모든 무학을 재정비하여 전혀 새로운 무학을 창조해 냈던 것이다. 그것은 정사(正邪) 로 대변되는 천하무학의 장점만을 간추려 가 히 전무후무한 것이라 할 수 있었다. 모용운생은 무공을 수련함에 따라 하늘이라도 꿰뚫을 것 같던 살기가 점차 가라앉고 마음이 안정되어 감을 느끼고 있었다. 심성 (心性) 을 수련하억 인간다움에 이르는 것이야말로 바로 무학일도 의 본질(초質)인 것이다. 이즈음의 모용운생은 일부러 운기조식을 하지 않아도 언제나 하 는 것과 같은 그러한 상태에 이르고 있었다. 천지간의 자연적인 기운은 어떤 인위적인 것에 의하지 않고 자 44 뿔減 , 연 그대로, 그냥 자연적으로 막힘없이 순환하고 있는 것이다. 체 내의 진기를 억지로 순환시키지 않아도 끊임없이 순환하고 있으니 이것이 곧 천인합일의 경지였다. 모용운생은 혈해보전의 무공총요를 모두 습득했다. 그는 비로소 무공일도의 길이 무엇을 위해서 존재하는지 알 것 같음을 느꼈다. 그것은 그가 혈해를 떠날 때가 온 것임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혈해에서 밖으로 나가는 길은 오로지 혈해를 건너는 것 밖에 없었다. 모용운생이 들어온 길은 후계자를 구하기 (偏遣)이므로 돌아나가는 길은 없었다. 위한 편도 여기에도 천부귀옹의 깊은 뜻이 있으니, 그의 후계자가 조급한 마음으로 혈해를 빠져 나가는 것을 방비하기 위해서 혈해를 건널 만한 실력이 없으면 세상으로 나갈 수 없게 하였던 것이다. 모용운생은 천부귀옹의 유체에 절을 하고 하직인사를 하고 호해 기관(護海機關)을 발동시킨 다음에 혈해지문을 열었다. 그가 이곳 ........을 떠난다면 기관의 해법을 모르는 이상, 그 누구도 이곳으로 들어 ........올 수 없게 된 것이다 천부귀옹의 배움은 천하의 모든 학문을 망라한 것이었다. 어쩌면 그의 사후, 그와 같은 천재는 모용운생을 포함하여 다시 는 세상에 나타날 수 없을는지도 몰랐다. 현재 모용운생이 수습한 ........무공은 그의 배움 중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 그가 혈해문을 계승하 ........기 위해서는 어차피 세간의 일을 마무리한 다음에 천부귀옹의 배 움을 습득하기 위해서 다시 돌아와야 할 것이었다. 그때를 대비해서라도 혈해문의 발상지인 이곳은 이제 방치될 수 없는 것이기도 했다. 이때 모용운생은 천부귀옹이 수집한 기보 중에서 천깁보의를 입 고 있어서 혈해의 불길을 피할 수 있었지만 지금 그가 지닌 무공은 ........ 獸料焉 45 이미 보의에 의존할 필요가 없었다. 그는 능파비공(舊波飛空)의 신법을 사용하여 혈해를 건너오다가 하마터면 혈해 속으로 떨어질 뻔했다. 뜻밖에도 맞은 편에 무진교 ........총단의 내궁에서 한번 보았던 그 소수미흔녀가 있음을 보았던 것 ........이다 못 만나겠더니 제 발로 여기까지 '쇠신발이 닳도록 찾아다녀도 찾아와 주었단 말인가 모용운생은 생각을 굴리며 천천히 혈해지문을 나섰다. 바로 그 순간이 무진교주이자 지난날의 소수미혼녀인 강옥지가 상천기를 격살하려던 순간이었으므로 그는 은연중에 그를 구한 셈 ........이었다 魂 策 무 骨 肉 栢 殘 혈해지문을 나선 모용운생은 뜻밖에 상천기의 음성이 들리자 그쪽을 보다 그를 발견하고는 안색이 가볍게 변했다 '상방주, 많이 다치셨습니까?' 동시에 그의 몸은 마치 한 덩이의 구름이 떠오르듯 가볍고도 신 속하게 낭하를 미끄러져 왔다. 풀썩 ! 풀썩! 검은 옷자락을 펄럭이면서 그의 몸이 낭하를 미끄러져 오자 쭉 늘어서 길을 막고 있던 이십팔 염왕귀사들이 마치 무엇에 떠밀리 ........듯 사방으로 횡겨 나가며 쓰러졌다. 이러한 것은 별로 놀라운 것이 ........아니지만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것은, 모용운생은 아무런 동작도 취하지 않았는데 염왕귀사들이 쓰러진 점이었다. 이것은 바로 의형수형 (意形驅形)의 최상의 무공인 것이다. 마음이 형체가 되어 나타나는 것보다 무서운 것이 어디에 있겠 는가? 이것이 발전되면 뜻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전설적인 의 ........형살인 (意形殺八)도 가능할 것이었다. 갛怨終焉 149 소수미흔녀 또한 희대의 고수였다. 어찌 그런 것을 몰라보겠는 가? 그것을 본 그녀는 전신에 소름이 오싹 끼쳤다. 실로 믿지 못할 일이었다. 세상에 어떻게 무공을 상실한 자가 석 달이 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그와 같은 경지에 도달할 수 있 단 말인가'; 그녀의 눈에 공포의 그림자가 격하게 치밀어 올랐다. 설마 설마 그가 아직도 살아 있다는 말인가. .. .?' 그녀는 더 이상 생각하기도 싫은지 나오던 말을 삼켜 버렸다 상천기는 가까이 다가오는 혹의인이 비록 머리가 헝클어지고 수 염은 텁수룩이 자랐을망정 정말로 모용운생임을 확인했다. '모용대협 무사했구려 그래. 혈해의 무공을 얻었소?' 상천기가 비틀거리며 몸을 세우면서 물었다. 모용운생이 예의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미소는 비록 수염에 덮여 있을망정 여전히 신비로운 마력이 있었다. 소수미혼녀가 그 말에 가볍게 전신을 떨었다 '네가 혈해무공을 얻었다는 것이 사실이냐?' 모용운생은 침착하게 그녀를 바라보면서 대꾸했다 '어김없소. 당신이 그토록 얻고 싶어서 자신의 은사까지 시해하 려했던 혈해무공은 본 공자가 얻었소" 소수미혼녀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그녀는 천부귀옹이 인정한 재녀 (才女}였다. 모용운생의 디에서 그녀는 모든 것을 알아 내고도 남음이 있`-`,. 다 말 한마 시해하려 했다는 것은 다시 말해 모용운생이 모든 것을 알았다 는 것을 의미했고, 시해했다고 하지 않은 것은 천부귀옹 해도룡이 ........아직 죽지 않았음을 시사(示喚)하는 것이었다. 그녀는 오만했다. 세상에 무서운 사람이 없었다. 그녀가 천하에 서 두려워하는 사람은 오직 천부귀옹 한 사람밖에 없었다. 5 辣澤澤理 그녀는 불안한 멎으로 혈해를 쳐다보면서 입을 열었다. 그녀와 같이 침착하고 희노애락을 나타내지 않는 사람이 이와 같이 안절부절못하는 것을 그대로 드러냄을 볼 때 그녀가 내심 으로 천부귀옹을 얼마나 두려워하고 있는지는 알고도 남음이 있 었다. '그 노인은 아직 살아 있느냐? 모용운생은 냉소하더니 대꾸했다. '왜, 두렵소?" '그건. .. ..' 모용운생의 입가에 싸늘하고도 경건한 웃음이 홀러갔다. '하지만 그분은 이미 이십 년 전에 돌아가셨소. ' '오호호 호호" 모용운생의 말이 떨어지자 소수미흔녀 강옥지는 별안간 미친 듯 웃었다. 모용운생이 냉소하면서 말했다. '무엇이 그떻게 우습소?' 소수미흔녀 강옥지는 웃음을 멈추고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모용 운생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강호에 전해지기를 너는 회대의 기제라고 하던데 오늘 보믹 참 으로 멍청하구나! 너는 그 한마디의 말로 살신지화를 자초쨌다는 ........걸 모르겠느냐?' '와핫핫핫' 이번에는 모용운생이 미친 듯 웃어대었다. 그의 웃음 소리는 그리 크지 않았으나 사람의 심금을 온통 둬흔 ........드는 위력이 있었다. 한데 기이하게도 다른 사람은 아무렇지도 않 ........고 그 위력이 소수미흔녀 강옥지에게만 미치는 것 같았다. 무진교주 강옥지는 그걸 깨닫고는 내심 가슴이 섬뜩했다. 恩料終焉 151 '저 녀석이 이미 내력을 자유자재로 수발할 수 있는 르렀다는 말인가?설마' 경지에 이 '닥치지 못하겠느냐?뭐가 그리 우스운 것이냐?" 무진교주 강옥지가 공력을 모아 날카롭게 외쳤다. 모용운생은 웃음을 그치더니 조용히 말했다. '당신은 천하에 사부님 외에 당신을 막을 자가 아무도 없다고 느끼는 거요? "그럼 당금 천하에 그말고 나의 요을 막을 능력이 누가 있다는 말이냐? 네가?'` 그녀가 가소롭다는 듯이 물었다. 모용운생이 여전히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당신은 그토록 사부님을 두려워하면서도 그분이 당신을 상대할 방법도 남겨 놓지 않을 줄 알았소?' 그의 어조는 너무도 담담하여 남들은 도저히 그의 내심을 추측 할 수가 없었다. 이러한 그의 어조는 상대에게 그를 매우 안정감있 ........게 보이게 해주었으며, 대화가 계속될수록 상대는 그의 존재가 태 ........산과 같이 결코 무너지지 않는 거인인 것 같은 느낌을 받아 절로 ........위축되는 것이다. 이것이 모용운생의 독특한 분위기였으며 보통 사람과 다른 점이 었다. 무진교주 강옥지는 그 말에 놀라 자신도 더니 곧 냉정을 되찾고는 냉소했다. '흥 나는 이미 그의 무예 증의 최고봉인 비록 그가 나를 제압할 수 있는 방법을 남겨 모르게 한걸음 후퇴하 ........시간 내에 네가 그것을 성취했을 리가 없다.' 음부유강을 성취했다. 놓았다 하더라도 짧은 모용운생은 품속에서 하나의 단환을 끄집어 내어 상천기에게 주 면서 여전히 담담한 음성으로 말했다. 52 獨雰驚魂 '매우 옳은 생각이오. 한데 당신은 사부님의 능력이 일반인과 틀리다는 걸 왜 잊고 있는 건지 모르겠소.' 그 말에 강옥지의 안색이 다시 달라졌다. 천부귀옹이라는 존재의 움직임에 따라 그녀의 심신이 이처럼 흔 들린다는 것은 그의 존재가 과연 어떤 것인가를 응변하는 것이기 도 했다. '그래, 그 늙은이가 과연 네게 얼마만한 능력을 주었는지 어디 한번 보자!' 그녀는 갑자기 있칼지게 외치면서 옥장을 들어 모용운생을 후려 갈겼다. 천하독보(天下獨步)의 가공할 음부유강이 소리도 없이 발 ........출되었다. 침착한 듯했지만 모용운생은 무진교주 강옥지가 옥장을 들어 무 찔러 오자 내심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비록 편격하다고는 하지 ........만 음부유강이란 결코 함부로 볼 수 있는 공력이 아님을 그는 익히 ........알고 있는 것이다. 모용운생은 가볍게 몸을 비트는 사이에 옆으로 칠팔 척 가량 물 러서면서 냉랭히 외쳤다. '소수미흔녀의 이름이 강호에 진동했다고 하더니 겨우 찢어진 옷 사이로 앞가슴이나 드러내는 것이었나?' 무진교주 강옥지가 옥장을 들어 무찔러 오자 조금 전 염라대제 와 싸울 때 찢겨진 홍의 사이로 수밀도와 같은 젖가슴이 다시 모습 ........을 과시한 것이다. 실로 눈이 아찔한 가슴 뛰는 광경이었으나 모용운생이 비웃자 무진교주 강윽지는 절로 살기가 치밀어 올랐다. 흥1 겨우 배운 게 피하는 것이냐?" 그녀는 차갑게 외치며 벼락같이 손을 뒤집으면서 재차 음부유강 을 쏟아 내었다. 鳳怨料焉 155 모용운생이 다시 빠르기 이를 데 없는 신법으로 피해 내자 음부 유강은 여지없이 석벽에 격중되었다. 파-아 마치 뭐가 스치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렸다. 한데, 놀랍게도 그 단단하기 이를 데 없는 청석이 순식간에 가 루가 되어 날아가는 것이 아닌가. 그것도 마치 체에다 친 것 같이 ........그 가루가 미세하기 이를 데 없었다. 모용운생의 안색에 놀람의 빛이 스쳐 갔다. '이 요부의 음부유강은 과연 사부님의 염려대로 이미 절정에 도 달했구나 .' 모용운생이 손을 저으며 말했다. '잠깐! 잠시만 손을 멈추시오1' 무진교주 강옥지는 그가 가볍기 이를 데 없는 신법으로 자신의 공격을 간단히 피해 내자 내심 섬뜩했으나 자신의 공격을 맞받아 ........내지 않자 자신감이 생겨 손을 멈추며 말했다. '무슨 일이냐? 살려 달라고 말할 작정이냐?' 모용운생은 그 말은 들은 척도 않고 내심 그녀의 자태를 외면하 ........면서 말했다 . 나는 당신에게 몇 가지 묻고 싶은 게 있는데 대답을 듣고 싶 ........소.' 무진교주 캉옥지는 잠지 모용운생을 쳐다보더니 말했다 '말해 즐 수 있는 일이라면 어렵지도 않은 일이지' 모용운생은 상천기가 운기조식하고 있음을 발견하고 천천히 그 ........앞으로 가서 막아 서며 말했다. '당신이 사부님을 암산할 때 당신은 남의 사주를 받았다고 하던 ........데. 당신에게 그러한 일을 시킨 사람이 누구요?' 강옥지는 모용운생이 그것을 물을 것을 짐작하고 있었던 듯 조 ........54 금도 망설이지 않고 간단히 대꾸했다. '그 사람은 백골문주(白骨門호)다." 모용운생의 눈에 놀람의 빛이 스쳐 갔다. 백골문주라고? 아니, 백골문이 아직도 강호에 현존한다는 말이 ........오? 강옥지는 모용운생이 놀라자 빙긋이 웃으며 대꾸했다. ,그야 물론이지! 지금의 백골문주는 천부귀옹 해도룡 본인이 파 ........도 못 당할 막강한 실력자이지.' 당신은 감히 자신의 사부였던 분의 존호릉 함부로 입에 올릴 수 있소? 모용운생이 냉랭히 외쳤다. 그의 어투에는 분노의 기색이 역력 ........히 어려 있었다. 강옥지가 깔깔 웃었다. '오호호 그 늙은이가 왜 나의 사부란 말이냐? 나는 그 늙은 이를 사부로 생각한 적이 없다 나는 오로지 목적이 있어 그의 문 ........하에 들었을 뿐이다, 모용운생의 안색에 처음으로 동요가 일었다. 차분히 가라앉았던 그의 마음에 강옥지의 말은 마어.,1 분노의 불을 지르고 만 것이다. 자신이 가장 존경하는 이를 욕할 때 사람 ........은 자신의 일보다 더욱 분노할 때가 있다. 모용운생은 목구멍까지 치밀어 올라오는 화를 참으며 냉랭히 말 했다. '그렇다면 당신은 처음부터 백골문주의 명을 받고 사부님의 문 하에 들었단 말이오?' '과연 잘 알아듣는군! 바로 그렇다.' 오용운생은 문득 생각이 미친 듯이 물었다. '그렇다면 당신은 하나의 꼭두각시에 불과하군-' 恩料料焉 55 이 말에 강옥지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모용운생은 그녀의 눈및이 혼들리는 걸 보았다. 그녀는 문득 혼자말로 증얼거렸다. '하지만 지금은 그도 나를 어썰 수 없지' 나직이 중얼거리다가 말끝을 흐리던 그녀는 냉정한 음성으로 말 했다, '네가 묻고 싶은 것은 다 끝났느냐?" 오용운생이 고개를 흔들었다. '아직 더 있소.' '그게 뭐냐? 빨리 말해라!' 오용운생이 물었다. '나는 혈해에 들어와 모신 사부님말고 다른 한 분의 사부가 계 셨소." 모용운생은 강옥지의 얼굴을 쳐다보면서 힘주어 말했다. '한데 그분은 나에게 반드시 당신을 죽이도록 명을 내리셨 소 내가 생각하기에 그분은 당신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을 것 같은데 그것을 알고 싶소!' '호호 강옥지는 가볍게 웃더니 말했다. '내가 맺은 원수는 천하에 수도 없이 많은데 내 어찌 그것을 일 일이 다 기억 할 수 있다는 말이냐? 네 사부에게 직접 물어 보아 ........=필' 그녀의 신색은 매우 태연했으나 모용운생은 그녀가 매우 놀라고 ........있는 것 같음을 직감했다. 다시 말해서 그녀는 대답을 회피하는 것 ........이다. 하지만 모용운생은 그녀가 대답을 않는 이상, 더 이상 물어 ........도 소용없음을 알고는 다시 말했다. '한 가지만 더 묻겠소. 지난날 무림군자와 당신. 그리고 정사쌍 156 獨몰驚魂 존이 회합을 가질 적에 나타난 사람이 바로 백골문주요?'` 말한 것을 일부러 단정 못하고 물었다. 모용운생은 지난날 만박노조가 짐작하여 하여 알고 있는 듯 물었다. 그러자 과연 그녀는 놀라는 멎을 감추지 '아니, 그것을 네가 어떻게 아는 거냐?' 그녀는 말을 하다 말고 모용운생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갑자기 전신을 부르르 떨었다. '그렇다면 이 녀석이 정말로 그의 자손이란 는 그 사람이 백골문주인 줄 모르는데 그럼 더서 알았다는 말이지?' 말인가? 하지만 그 이 녀석은 그걸 어 그녀는 한참을 속으로 고민하다가 물었다. '너는 그 사실을 누구에게 들었느냐?' 모용운생은 상대의 반응이 의외로 격렬하자 내심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소수미흔녀 강옥지와 같은 교활한 여마두가 그토록 감 ........정을 드러낸다는 것은 자신의 물음이 결코 단순한 것이 아니란 말 ........이 된다. 모용운생이 아무 말도 안 하고 강옥지를 뚫어지게 바라보자 두 람의 눈은 허공에서 맞부딪쳐 불꽃을 튀길 정도였다. 모용운생은 그녀의 눈 속에서 조금의 동요도 찾아 낼 수 없도록 금세 그녀가 냉정을 회복하자 내심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그는 그녀의 눈 속에서 기이한 빛이 떠오르는 것을 발견한 순간 에 자신의 심신이 꿈틀거리자, 그녀가 또 다시 박심미공을 전개한 ........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의 천부적인 미태는 지난날 천부귀옹마 ........저도 마음이 흔들릴 정도였다는지라 과연 대단하기 이를 데 없었 ........다. 게다가 절세적인 미공(眉功)마저 전개하자 보는 사람의 넋을 ........뽑아 놓기에 층분했다. 오용운생은 이미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으면 웸.恐終焉 17 ' 서도 짐짓 눈을 비켜 외면을 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모용운생은 내심 크게 숨을 내쉬면서 천천히 대꾸했다. '당신이 생각하는 그 사람과 비슷할 거요' 그의 말은 실로 애매모호하여 대답을 한 거나 안 한 거나 마찬 가지였다. 상대가 생각하는 사람이 누군지 알 게 무엇인가? 비록 당금 천하에서 그 일을 아는 사람이 몇 안 된다 해도 누구 ........에게 확정을 지을 수는 없는 것이다. '이 일은 당사자 외에는 아무도 모른다. 한데 그들 중에서 발설 ........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것은 백골문주와 모용중광뿐이다. 하지 ........만 모용증광이 이 녀석의 사부라 해도 그는 그 사람의 신분이 백골 ........문주인지는 모를 것이 아닌가?' 강옥지는 생각할수록 괴이하여 신경질적으로 외쳤다. '그따위 말로 빙빙 돌리지 말고 제대로 말하지 못하겠느냐?' 모용운생은 정말로 아는 게 별로 언는지라 사실은 할말도 엾는 터였다. 그러나 그는 빙그레 웃으며 담담하게 대꾸했다, '정히 궁금하면 스스로 알아 보시오. 나는 더 이상 할말이 없 이 말에 강옥지는 모용운생을 잡아먹을 듯 노려보았다. 하지만 모용운생이 딴청만 부리고 있자 그녀는 할 수 없는 듯 냉랭히 물었다. '네 물음은 끝났느냐?' 오용운생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오. 그때의 정사쌍존과 무림군자가 어떻게 되었는지 당신 에게 묻고 싶소.' 이 말에 강옥지는 눈을 크게 떴다. '이 녀석이 모용중광의 자손이 아니란 말인가? 그떻다면 이 석의 사부가 누구란 말이지? 이 녀석은 너무도 그를 닮았는데 . .머 띠 ? 58 料料魂 그녀는 일단 모용운생이 모용중광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 같 다고 느껴지자 내심 마음이 개운해져서 가벼운 웃음을 띠면서 말 .했다. '네가 만약 혈해에서 살아 나갈 수만 있다면 자연적으로 그들을 .보게 될 것이다.' '당신이 그들을 잡아 두고 있는 거요? 강옥지는 신비하게 웃을 뿐 입을 열지 않았다. 모용운생은 그녀의 태도에서 정사쌍존이 좋지 않은 상태에 있음 .을 느끼고 입을 다물었다. 모용운생이 아무 말도 않고 있자 강옥지가 다시 물었다. '이제 네 물음은 끝이 난 거냐?' 르용운생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떻다면 나도 몇 가지 물어 보겠다! 너는 천부귀옹의 심득을 .모두 얻었느냐?' 모용운생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 그녀가 눈을 빛내며 다 .시 물었다 . 그렇다면 그것은 지금 혈해에 있=구나?' 모용운생이 차갑게 말했다. 틀림없소. 지금 당신이 나를 이기기만 한다면 혈해의 모든 것 .은 당신이 가질 수 있소!' 강옥지의 눈이 날카륨게 빛났다. 그 눈에는 참을 수 없는 탐욕 .의 빛이 폭발하듯 떠오르고 있었다. 정녕 오늘과 같은 날이 있기까 ........지 팔십 년이란 오랜 세월을 기다린 것이 아닌가, 얼마나 바랬던 순간인가! 강옥지가 가슴이 벅찬 듯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음을 보자 모 용운생이 냉랭히 말했다. '이제 당신의 질문도 끝났소? 恩怨終焉 159 '아니, 한 가지만 더! 나는 무진교의 교주로서 네게 데. 너는 정녕 나와 대적하지 않고 입교할 수 없겠느냐? 다면 나는 네게 무진교를 물려 주겠다' 묻고 싶은 그떻게 한 흥! 모용운생은 냉랭하게 코웃음침으로써 축해 버렸다 한마디로 그녀의 말을 일 강옥지는 기분 나쁜 듯 아미를 상큼 치켜 뜨며 발작을 꾹 참으면서 봉목을 살짝 굴리면서 다시 말했다. 하려다가 '네가 만약 마음을 돌린다면 지아를 네게 주마 그리고 그 아이는 . "닥쳐라 그녀의 말은 모용운생의 노갈에 의해 끊기고 말았다 그녀가 깜짝 놀라 모용운생을 보니 모용운생의 두 눈은 번갯불 같은 신광을 폭사시키고 있었으며 그의 흑의는 바람도 없는데 저 절로 펄럭이고 있었다. 한마디로 무서운 살기를 뿜어 내고 있는 것이다. 그토록 침착했던 모용운생이 이토록 노한 것은 이유가 있었다. 바로 유봉지의 이름이 나왔기 때문이다. 그가 유봉지를 진정으로 사랑했던 만큼 배신의 아픔은 그만큼 쓰라린 것이고 분노는 무엇 에도 비길 수 없을 만큼 대단한 것이었다. 모용운생이 한 팔을 잃어버리고 무공이 상실된 채로 오늘날까지 버티어 온 것은 순전히 그녀에 대한 복수심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 ........이 아니었다. 그런 만큼 강옥지가 유봉지의 이름을 입에 담은 것은 ........화약고에 불을 붙인 거나 마찬가지였다. 소수미혼볼 강옥지는 자신이 말을 잘못한 것임을 깨달았다. 그 순간. 모용운생이 차갑게 외쳤다. '강옥지, 죽음을 받아라 잗 鬪擇理 그의 말은 간단명료했으나 거기에서 풍기는 위세는 이루 말할 없이 사람을 위축시키는 힘을 담고 있었다. 강옥지는 내심 가슴이 섬뜩했으나 그에게 두려움을 느낄 그녀가 수 아니었다. '흥 제팟놈이 무공이 상실된 채 혈해로 들어왔는데, 겨우 석 달 동안에 무슨 수로 나를 당할 능력이 생길 수 있을까? 더구나 이 ........녀석은 외팔이에 불과한데 하지만 그녀는 모용운생이 의형수형의 절세무공을 전버하는 것 을 이미 목도하였으므로 가볍게 여길 수만은 없었다. 그때 모용운생은 하나 남은 왼손을 들어 그녀를 향해 비스듬히 후려갈겨 오고 있었다. 한데, 괴이하게도 추호의 경력도 일어나지 ........않고 아무런 위세도 없었다. 게다가 노리는 각도도 괴상하기 이를 ........데 없어서 그대로 후려쳐 오면 강옥지는 가만 있어도 맞지 않을 것 ........같았다. 강옥지의 안색에 기이한 멎이 떠올랐다. '그게 무슨 장법 .." 그녀는 말을 채 끝내지 못하고 갑자기 안색이 돌변해 회풍무류 (廻風舞柳)의 절세신법으로 몸을 빙글 돌리는 사이에 일 장 가량이 ........나 옆으로 비켜났다. 놀랍게도 모용운생의 장세는 처음과 똑같이 비스듬히 쳐가고 있 는데 어느새 그 장세가 강옥지의 가슴에 도달하고 있었던 것이다. ........눈으로 보면서도 자신의 눈을 믿을 수가 없었다. 분명히 증간에서 장세를 변화시키지도 않은 그 장세가 어떻게 자신의 가슴까지 오게 된 것인지 그녀와 같은 절세고수로서도 도 ........대체 알 수가 없었던 것이다. 신법으로 찰나간에 게다가 그녀는 경공절기라는 회풍무류의 일 장이나 옆으로 비켜났는데도 모용운생의 장세가 억전히 자신 ........恩怨終焉 1 의 가슴과 떨어지지 않고 그림자처럼 따라오자 혼비백산하고 말 ........았다. '도대체 이게 무슨 괴이한 장법이란 말이냐?" 그녀는 다급히 외치더니 번개처럼 몸을 돌려 모용운생의 장세를 ........피해 내며 오히려 모용운생의 가슴을 공격하려고 했다. '홍!' 모용운생의 차가운 외침이 터져 나왔다. 그러자 그의 왼손이 허공에서 기묘하게 반원을 그리더니 놀랍게 ........도 어느새 그녀의 공세 속을 뚫고 여전히 그녀의 가슴을 노리는 것 ........이 아닌가 그 광경은 마치 물고기가 물결을 따라 헤엄을 치는 것 같아서 자연스럽기까지 했다 강옥지는 일시지간에 선기를 제압당히고는 어이없게도 순식간에 이 장여나 물러나게 되어 한걸음만 물러나가면 벽에 부딪혀 더 이 ........상 물러날 곳이 없게 되었다. 그녀는 음부유강을 성취한 후 이와.같은 경우가 있으리라고는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었으므로 대경실색했다. 하지만 그녀는 강 ........호를 제패하려는 일세의 여마두였다. 결코 그렇게 간단하게 무너 ........질 존재가 아니었다 그녀는 별안간 가슴을 방어하던 손을 거두고는 하늘이라도 꿰뚫 ........올 듯 치솟아 출렁이는 자신의 유방을 모용운생의 장세에다 불쑥 ........디밀었다. 이것은 실로 상상을 절하는 절묘한 한수였다. 모용운생은 너무도 뜻밖의 사태에 차마 어쩌지 못하고 멈칫했 다. 이것은 복수에 불타고 있는 그의 심성이 여전히 정대하다는 것 ........을 보여 주는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고수의 대결에서는 한 순간의 망설임은 치명적인 결과가 162 濁짬驚魂 되는 것이다. '야아-잇!' 숨을 돌릴 기회를 얻게 된 강옥지는 앙칼지게 외치며 번개같이 두 손을 휘둘러 무환연미(霧幻煙迷)와 흉혼무의(凶魂無舊)를 연달 ........아 펼쳐 내면서 공격해 갔다. 모용운생이 지금 펼쳐 낸 일장은 회풍무류의 경공을 제압하기 위해 고안된 약류장(謁柳掌)이었다. 그것은 회풍무류의 극성이라 ........기선을 뺏긴 강옥지는 원래 그것을 피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결정 ........적인 순간에 차마 여인의 가슴을 움켜철 수가 없어서 멈칫하는 사 ........이에 모용운생은 순식간에 기선을 빼앗기고 말았다. 그가 독비(獨온:외팔이)가 된 후의 싸움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런데 그 첫 상대가 바로 천하절세의 고수인 소수미혼녀 강옥지 ........인 데다 기선을 빼앗기게 되자 모용운생은 순식간에 손발이 어지 ........러워져 열세에 빠졌다. 이미 이십여 년 간 오른팔을 써온 습관이 된 것이 아무리 연습 을 했다고 하더라도 한 순간에 고칠 수가 없는 데다가 이따금 본능 ........적으로 없어진 오른팔로 힘을 쓰눗 경우가 생길 때의 순간적인 멈 ........칫거림은 그야말로 결정적인 파탄이 되었다. '음! 모용운생이 나직한 신음을 흘렸다. 강옥지의 매서운 냉염장이 그의 가슴을 스치고 간 만 냉염장의 한기가 스치고 나자 정신이 번쩍 났다. 것이다. 하지 '그녀의 무공은 실로 대단하다! 지난날의 나라면 이미 쓰러졌을 것이다. 통분하게도 내게 팔이 하나 없어서 본문의 무공이 제 위려 ........을 발휘햐지 못하는구나 실로 모용운생에게 주어진 시간은 너무도 짧았다 보통 사람이면 평생을 걸려도 터득하지 못할 절학을 그는 그 단 料焉 16 기간에 터득하기는 했다. 그것만 해도 놀라운 일이었다. 하지만 그러고 보니 그는 미처 그 절학들을 독비인 자신에게 맞 도록 재습득할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분명히 한쪽을 담당해 주어 ........야 할 한쪽 팔이 없자 그것은 결정적인 틈이 되었다. 하지만 그가 ........왼손으로 공력을 펴내자 그것은 일반과는 전혀 반대의 방향에서 펄쳐지는 것이라서 상대가 예측할 수 없도록 만드는 장점이 있기 ........도 했다. 그리고 천부귀옹이 혈해에 남겨 둔 무공은 모두가 지난날 자 신이 창조했던 무공을 제압하도록 만든 정대한 것이기 때문에 모용운생이 펼쳐 내는 무공은 그녀의 무공에 있어 극성이었다 모용운생이 그녀의 공세에 기선을 제압당하고 독비의 불리한 여 ........건 속에서도 이렇게 싸울 수 있음은 순전히 그러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었다. 강옥지는 싸우면 싸울수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 녀석의 무공은 모두가 기묘하기 짝이 없어서 원래의 위력을 ........다 발휘하지 못하는 것 같은데도 이와 같은 위력이 있으니 만약 그 ........의 두 팔이 다 성했다면 어떻게 될 뻔했겠나' 강옥지는 내심 가슴이 서늘해졌다. 동시에 그녀의 마음속에서는 살기가 치밀어 올랐다. '더 이상 지난날을 돌아볼 수는 없지1 그녀는 영문 모를 소리를 중얼거리더니 돌연 나지막이 기합을 지르며 번개같이 모용운생의 기해를 걷어차 갔다. 획- 매끈한 그녀의 다리가 눈부신 빛을 발하며 순식간에 모용운생의 기해를 노리고 뻥어 갔다. 그녀의 옷은 이미 다 찢어져서 안 입은 ........거나 마찬가지였고 게다가 원래 속옷이라고는 단 한 가지도 입은 ........끄 濁완驚魂 것이 없는 그녀인지라, 그렇게 다리를 들어 공격하자 오든 것이 확 ........연하게 다 드러났다. 모용운생은 코웃음을 치면서 옆으로 반 치 가량 몸을 틀어 그녀 의 다리 공격을 피하며 한쪽 무릎을 세워 그녀의 종아리에 있는 삼 ........음교(三陰交)를 받아 갔다. 만약 그녀의 삼음교가 모용운생의 무릎 ........에 부딪치게 된다면 그녀는 대번에 종아리 부분이 부러져 나가든 지 마비가 될 것이었다. 딕卞' 그녀는 차갑게 코웃음치더니 차 올린 다리를 가속을 붙여 더욱 세게 위로 치켜 들면서 이번에는 모용운생의 턱을 차려고 했다 그 ........변초의 신속함은 믿을 수 없을 정도라 마치 처음부터 모용운생의 턱을 차려고 한 것같이 자연스럽기조차 했다. 하지만 그녀가 그렇게 다리를 높이 치켜 들자 그녀의 두 다리 사이의 은밀한 계곡은 완연히 드러났으며, 그 계곡 속에 숨은 비밀 ........한 곳은 금방이라도 피어나는 것 같이 사람의 마음을 괴이하게 자 ........극했다. 그녀의 공격하는 동작 하나하나는 실로 가슴이 떨리도록 ........선정적이라, 만약에 호색한이 그녀와 싸운다면 얼이 빠져서 죽고 ........말 지경이었다. '염치도 모르는 탕부" 모용운생은 조금 전에 자신이 그와 같은 광경에 멈칫하다가 순 식간에 기선을 상실한 걸 생각하고는 차갑게 외치며 번개같이 왼 ........손을 수도로 하여 능운사연(壞雲射燕)의 초식으로 그녀의 발목을 ........끊을 듯 내리쳤다. 그녀의 발이 계속 모용운생의 턱을 노리다가 발목이 결딴날 판 이었다. '멋진 능운사연이군1 그녀는 모용운생이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냉소하며 순식간에 삼 恩怨料焉 165 장을 쏟아 내어 모용운생의 가슴팍 화개(華舊, 신봉{神封). 자궁 ........(紫붕)을 노렸다. 이 가슴의 세 군데 혈도는 모두 중요한 혈도인지 ........라 그녀와 같은 고수에게는 살짝 얻어맞기만 해도 즉사를 면치 못 ........할 판이었다. '흥1' 모용운생은 물러났다가는 위기에 빠짐을 알고 냉소를 쳤다. 동시에 그의 손은 더욱 빨리 내려쳐서 그녀의 발목을 절단시키 려고 했으며 더욱 기가 막힌 것은 들어올렸던 무릎을 쭉 뻗어 드러 ........난 그녀의 은밀한 음호혈(陰戶穴)을 걷어차 갔다. 쉭! 그의 발길질에 일단 걷어차이거나 스치기만 하면 설사 죽음을 면한다 해도 그녀가 그토록 좋아하는 남자와의 관계는 못 하게 될 ........것이 틀림없었다. 이러한 공격은 강호에서 금하는 바였으며 여인 ........에게는 쓸 수 없는 불문율(不文律)이었다. 하지만 오용운생은 그녀의 후안무치(厚顔無恥)함을 이를 갈며 증오하는 터라 서슴지 않고 독수를 뻗쳐 낸 것이다. 조금 전에도 ........망설이다 그 황금 같은 기선을 빼앗기지 않았던가? 소수미혼녀 강옥지는 순식간에 안색이 돌변했다. 그대로 진행한다면 그녀의 장세가 모용운생의 가슴팍을 후려갈 길 수는 있겠지만 그녀의 팔보다는 모용운생의 다리의 길이가 더 ........길기에 그 전에 자신의 중요한 곳이 박살나게 생긴 것이다. 그녀가 ........어깨를 살짝 흔들자 그녀의 신형은 구름처럼 기썹 게 허공을 날아 ........뒤로 물러섰다 . 참으로 무식하군 경험이 있을 텐데도 그곳에다 발을 집어넣으 려고 하다니 그보다 좀더 위에 있는' '닥치지 못할까 이 음탕한-' 모용운생은 그녀의 음탕한 말을 더 이상 들을 수가 없어서 벼락 6 獨랄驚魂 같이 외치며 그 자리에 우뚝 섰다. 자신의 익숙하지 않은 독비로서 ........는 그녀와의 초식 대결에서 결정적 우세를 점하기 어려움을 느꼈 기 패문이다 그의 얼굴에 노을빛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것은 마치 떠오르는 태양빛과 같았다, 마침내 그가 태양신공 을 운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강옥지는 그 빛이 천룡전단신공과 비슷한 걸 보고 냉소했다. 그까짓 천룡전단신공 따위로 .." 말하던 그녀는 문득 이상함을 느끼고 입을 다물었다. 모용운생 의 온몸에서 눈부신 광채가 피어나는데도 전단향은 나지 않는 것 을 경각했던 것이다. '저게 무슨 공력이지? 흑시 천부귀옹 그 늙은이가 창안한 새로 운 무공' 그녀는 내심 긴장됨을 느끼고 음부유강을 끌어을렸다. 비록 그 가 이 세상에 없다고 할지라도 천부귀옹이란 이름은 아직도 그녀 에게 무한한 위력을 가지고 있으므로. 그녀는 추호도 소흘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선제공격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옥장을 들어 음 ........부유강을 내쏟았다. 순간, 기척도 없이 음부유강을 모용운생에게 쏟아져 갔다. 그녀 ........와 모용운생의 거리는 겨우 칠 척이었으므로 그야말로 순식간에 ........음부유강은 모용운생에게 도달한 것이다 '차앗!' 찰나 모용운생은 우렁차게 호통치며 일장을 내쏟았다. 순간 그 ........의 손에서는 찬란한 노을빛 광채가 휘황하게 뻗어나갔다. 그는 조 ........금 전에 음부유강의 위력을 이미 보았으므로 조금도 경시하지 않 ........고 십 성 가량의 태양신공을 운기했다. 천하 절세의 지음공력 (로陰功力) 과 지양공력(至陽功力)이 정통 ........恩怨料焉 167 으로 맞부딪쳤다. 꽝1 위 이 -잉 천둥이 치는 듯한 폭음이 터져 나오고 다음 순간에 마치 태퐁이 ........몰아치듯 기이한 소리가 들리며 가공할 경력이 사방으로 퍼져 갔 ........다. 마침 운기조식을 마치고 깨어나던 상천기는 영문도 모르는 채 ........마치 가랑잎 구르듯 그 위세에 휘말려 날아갔다. 그 상태는 땅위에 쓰러진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으며 그 엄 청난 경력들은 계속 사방을 휘돌며 벽에 부딪쳐서 응. 응, 하는 소 ........리를 울려 내고 있었다 실로 놀랍도록 무시무시한 위세였다. 모용운생은 팔이 은은히 저려 오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부 드럽기 이를 괄 없는 경력에 밀려 두 걸음이나 물러났다. 모용운생은 내심 크게 놀라서 강옥지를 바라보니 그녀는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는데 갑자기 키가 한 자 가량이나 줄어든 것 같았다, 자세히 보니 그녀의 몸은 놀랍게도 청석으로 된 바 닥을 마치 두부 속을 뚫고 들어가듯 무릎 아래가 땅속으로 파묻 혀 있었다. 획 가벼운 음향과 함께 그녀의 몸이 위로 솟구쳐 올랐다. 그녀의 발 주위의 청석은 깨진 게 아니고 놀랍게도 완전히 가루 가 되어 그녀가 솟아오르자 자욱한 먼지가 피어올랐다. 그녀는 모용운생이 자신의 음부유강에 겨우 두 걸음만 뿐 아무런 상처도 입지 않은 듯하자 내심 크게 놀랐다 .물러났을 '저 애송이가 정녕 그 짧은 시간에 절학을 터득할 수 있다는 말 인가? "네가 전개한 것은 도대체 무슨 무공이냐?' 그녀는 마침내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모용운생은 자신의 태양신공이 능히 음부유강을 대항할 수 있자 자신감이 생겼다. "흥1' 그는 그녀의 말에 대답도 하지 않고 냉소하면서 왼손을 연달아 펼쳐 내어 순식간에 이 장을 공격하였다. 그 손에서는 찬란한 노을빛 광채가 쏟아져 온 석실을 뒤덮을 듯 쏘아가는데 이번에는 좀 전과는 달리 그 위세가 크게 달라서 무서 ........운 열기가 쏟아져 나왔다. 이것이 바로 열화장의 제일식인 열화번천(.'! 火誌天)이었다. 강옥지는 이 경악할 위세를 보고 대경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 다. 천하에 최고라는 양강장력은 무당파의 절전된 삼양장공(三陽掌 功)과 곤륜파의 진산절기인 육양수(六陽手)였다. 하지만 그 장력들 ........이 전하는 위세는 지금 오용운생이 전개하는 것에 비하면 새발의 피[,엠足.= 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었다. 그녀는 크게 놀라서 회풍무류의 신법으로 순식간에 몸을 일곱 번이나 회전시키면서 음부유강으로 몸을 감쌌다. 이렇게 되자 모 용운생의 열화번천의 장력은 그 회전기에 이끌려 그녀의 몸 외곽 을 스치며 지나가 석벽에 부딪쳤다. 퍽! 그러자 뜻밖에도 둔탁한 소리가 들리며 열기가 확 풍겨 왔다. 강옥지는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곁눈질로 장력이 부딪친 석벽을 힐끔 보다 그만 대경실색했다. 인간의 몸에서 어떻게 이런 장력이 ........나올 수가 있단 말인가? 모용운생의 장력이 부딪친 석벽은 허물어져 내리고 있었다. 그런데, 그 허물어져 내리는 것이 마냥 허물어지는 게 아니라 고.怨終焉 69 김을 무럭무럭 내면서 용암이 되어 녹아 내리고 있었던 것이다. '이, 이게 무슨 장법이냐?' 그녀는 믿을 수가 없는지 신음하듯 외쳤다 모용운생은 냉랭히 옷으며 말했다. '그토록 궁금하면 가르쳐 주지. 그것은 세상에 필요없는 잡물들 을 모두 없애 버리는 화장신장(火葬神掌)이다!' 그 말의 뜻은 명백한지라 강옥지는 머리 끝이 곤두서도록 노했 다. '네놈이 이따위로 방자하니 내 오늘, 결코 네놈을 그냥 두지 않 겠다' 그녀가 노갈을 터뜨리며 공격을 개시하려는데 모용운생의 손에 서는 이미 조금 전보다 더욱 거센 장력이 쏟아져 그녀를 덮쳐 가고 ........있었다. 그는 태양신공을 연마하다 천인합일지경에 이른 후. 이미 ........의형수형의 경지에 올라 있었으므로 그가 생각하자 그것은 곧 행 ........동으로 나타나게 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니 그 공세가 빠름은 놀라운 것이 아닐 수 없었다. 강옥지는 자신이 더 이상 피하려다가는 모용운생의 기세에 휘말 ........려 자신의 공력조차도 제대로 발휘할 수 없음을 직감했다. 그녀는 ........이제야 모용운생이 절학을 지닌 것을 확실히 믿게 되었으며 자신 ........이 평생에 처음 보는 최고의 고수임을 깨달았다. 그녀는 음부유강을 전력으로 끌어올려서 수십 년 간 연구한 끝 에 냉염장에서 독창해 낸 냉염삼절초(冷爐三絶招) 중의 제일초인 ........냉염동천 (冷懼凍天)으로 모용운생의 장세를 맞아 갔다 꽝1 꽈르릉. 벼락치는 소리가 나면서 사방으로 섬광이 번쩍였다. 그 세력은 대단하여 상천기는 이미 가운데 있는 거대한 돌기둥 17 料飜理 에 몸을 꼭 붙이고 공력을 일으키고서야 겨우 몸을 지탱할 만약에 석실의 가운데 있는 거대한 돌기둥이 없었다면 그 여파를 이겨 내지 못하고 쓰러지고 말았을 것이다. 수 있었 상천기 다. 는 그 여파의 위세가 얼마나 놀라운 것이었는지는 상천기가 의지하 고 있는 석주로부터 사방의 석벽이 마구 깎여 나? 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 고 금이 가는 것 모용운생은 이번에 열화장의 두 번쌔 초 식인 열화소천(.1火燒 天)을 전개했는데도 그녀가 능히 받아 넘기고 물러서게 하자 크게 놀라 그녀를 바라보았다. 자신을 한걸음이나 이때 강옥지는 심각한 안색으로 두 걸음을 물러나 있는데 찢어 진 되자 염라대제의 일격이 그녀의 옷자락조차 흔들지 못한 것과는 ........틀린 결과였다. 옷자락들이 심히궈 펄럭잊고 있었딕. 그녀익 음부유강이 발흰 모용운생이 냉담하게 웃었다 동시에 그의 흑의가 펄럭이면서 그의 왼손이 눈에 보이지도 않 ........을 정도로 빠르게 연달아 칠 장을 떨쳐 내었다. 그가 제일초 열화번천을 펴내기 시작한 다음부터 지금의 제삼초 ........열화탄천(.1火퍼天) 까지는 마치 줄에 맨 듯 연속으로 펼쳐지고 있 ........어서 강옥지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그때 모용운생의 모습은 실로 천신이 하강한 것 같아서 전신에 서는 장엄한 빛이 층만했고 펄럭이는 흑의 사이로 손이 번뜩일 때 ........마다 노을빛 광채가 무서운 기세로 쏘아져 나가는데. 그 세력이 얼 ........마나 대단한지 장영이 첩첩이 쌓여 태산과 같고 열기는 하늘이라 도 녹여 버릴 듯 엄청났다. 강옥지는 내심 기이한 공포를 느끼며 앙칼지게 호통을 치더니 전신의 음부유강을 최고로 끌어을리며 냉염탈혼(冷鴻찧너料 과 냉염 ........천하(冷鴻天下)를 연달아 발휘하며 모용운생의 장세에 부딪쳐 갔 舊.料終焉 71 다. 그녀의 옥장은 마치 나비가 날개를 파닥이듯 번개같이 겹겹이 장영을 이루며 쏘아나갔다. 두 가닥 절세의 장공은 마침내 가운데서 맞부딪쳤다. 꽝 꽈르르르 쉬 -익! 벼락치는 굉음. 번쩍이는 섬광. 그리고 사방으로 번져 가는 무서운 경기 (빴勳 우르릉 사방의 석벽이 무섭게 흔들리며 쩍쩍 금이 가고 천장에서 돌가 루가 모래처럼 쏟아져 내렸다. 모용운생은 전신의 기혈이 진동함을 느끼고 연달아 두 걸음을 물러났다. 하지만 모용운생의 진기는 이미 끊임없이 순환하고 있 기 때문에 그 기혈의 움직임은 순식간에 정상으로 돌아왔다. 모용운생이 은근히 놀라서 강옥지 쪽을 보고는 내심 얼굴이 뜨 거워지면서 살기가 피어올랐다. 무진교의 교주 강옥지, 그녀는 벽에까지 밀려나가 숨을 몰아쉬 고 있는데 전신에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 상태였다 그 ........녀는 급박한 상황에서 몸을 지키기에 급해서 옷을 돌볼 수가 없었 ........기 때문에 겨우 몸에 붙어 있던 홍의가 완전히 찢겨져 날아가 버린 ........것이다 모용운썽이 냉소했다. '강옥지, 대역무도의 죄를 범한 탕부. ... 너의 최후는 과연 그 런 더러운 모습이 어울리겠다!" 그의 안색은 차갑기 이를 데 없어서 금세라도 주위에 서리가 낄 것 같았다. 강옥지는 모용운생이 다가음을 보자 간담이 서늘해져서 가슴속 172 獨랄澤魂 에서 한기가 치밀었다. '에잇 !' 그녀는 앙칼지게 부르짖더니 양손을 한데 모아 앞으로 내질렀 다. 그러자 그녀의 손에서는 맑은 빛이 게 쏘아가는데 기척도 없었다. 확 피어나더니 모용운생에 "홍! 모용운생은 차갑게 냉소하면서 왼손을 뒤집어 재차 태양신공을 운기하며 열화탄천의 일식을 전개해 내었다. 그러자 그의 손에서 는 노을멎이다 못해서 마치 홍염(紅爐) 과도 같이 불덩어리 같은 광 ........채가 무서운 열기를 동반한 채 그녀의 장세를 향해 뻗어갔다. 이미 두 번의 맞부딪침에서 엄청난 위세가 딱생하는 것을 본 상 천기였다. 그 힘을 이기지 못하고 약간의 내상마저 입었던 그였다. ........두 사람이 필생의 공력을 모두 운집함을 본 그는 좀 전보다 더욱 엄청난 결과가 올 것임을 느끼고 전신에 현무신공을 끌어올려 몸 을 보호하면서 돌기둥 뒤에 몸을 바싹 붙였다. 한데, 분명히 경천동지의 엄청난 결과가 일어나야 할 텐데 뜻밖 에도 아무 소리도 없는 것이 아닌가? '이게 어떻게 된 조화지?' 상천기는 이상함을 느끼고 슬그머니 고개를 내밀어 보다 아연실 색 입을 딱 벌리고 말았다. 눈앞에 기이한 광경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모용운생과 강옥지는 서로 삼 장 가량의 거리를 두고 서 있는데 그 가운데 부분의 허공에서 한 덩이의 흥광이 무섭게 빙글빙글 돌 ........고 있었다. 그 흥광의 빛은 어떻게 보면 아름답기까지 했으나 실상 ........그곳에서 뻗어나오는 열기는 이루 말할 수 없어 그 밑의 바닥이 부 ........글거리면서 녹고 있었다. 이것온 바로 내공력의 대결이었다. ,켯怨料焉 173 다시 말해서 음부유강과 태양신공의 대결이었다. 대접만하게 몽쳐서 허공에 돌고 있는 홍광은 다름아닌 태양신공 의 정체(謙舊 였고. 그것은 지금 음부유강의 힘에 막척 공중에 머 ........물러 있는 것이다. 상천기의 얼굴에 안도의 빛이 스쳐 갔다. 그 눈부신 홍광이 더욱 광채를 발하면서 천천히 앞으로 가고 있 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 홍광은 모용운생에게 이 장, 그러니까 강윽지에게서 일 장밖 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도달하고 있었다, 강옥지의 얼굴에 진땀이 배어났다. 그녀는 정녕 이러한 경우를 당하리라고는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었다. 그녀는 두 팔이 부들부 ........들 떨릴 정도로 전신의 음부유강을 송두리째 쏟아 내었지만 자신 ........에게 다가오는 그 눈부시게 멎나며 돌아가는 홍광을 저지할 수가 ........없었다 모용운생에게서는 끊임없이 내력이 순환하여 내력이 샘솟듯 계 속 솟아나고 있으므로 그와 내력의 대결을 벌이는 것은 실로 죽음 ........올 자초하는 것에 다름이 아니었다. 강옥지는 석 달 간 모용운생의 내력이 설마 백년의 수위를 넘는 자신의 내력을 감당하랴 하고 오판하여 싸움을 걸었다가 빼도 박 ........도 못하게 되었다 여기서 자신이 내력을 거두었다가는 대번에 모용운생의 내력이 번개처럼 쏟아져서 그 가공할 열양장력에 자신은 시체조차 남기지 ........못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이 자식이 도대체 어떻게 해서 이와 같은 내력을 지니고 있단 말이지?' 그녀는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가 없다는 듯 머리를 쥐어짜다가 화끈한 열기를 느끼고는 대경실색했다. 일단 음부유강을 펼치면 174 8 한서불침(寒暑不浸) , 뜨거움 따위를 느낄 수 없는데도 열기가 자신 ........의 음부유강을 뚫고 들어온 것이다. 정작 그 흥광이 자신을 덮친다면 어떤 결과가 초래될 것인지 공 포가 엄습하면서 전신에 소름이 꽉 돋았다. '야잇!' 그녀는 젖 먹던 힘까지 다해 음부유강을 쏟아 내어 다가오는 홍 광을 저지하려고 했다. 얼마나 힘을 주었던지. 그녀의 슴이 폭풍을 만난 듯 출렁거렸다. 풍만한 앞가 이 광경은 어떻게 보면 처연하기조차 했지만 모용운생은 안색하 나 변하지 않고 여전히 태양신공을 쏟아 내고 있었다. 이 태양신공 ........은 원래가 그녀의 무공과는 극성인지라 강옥지는 도저히 버틸 수 가 없었다. 마치 홀러오는 격류인 양 끊임없이 쏟아져 오는 태양신공은 정 녕 태양과도 같은 무서운 신공이었다. 모용운생의 손에서 쏟아져 나간 흥광은 이미 강옥지와 석 자 정 도의 거리로 접근했다. 이때 강옥지는 기진하여 더 이상 버티어 낼 ........기력이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녀의 삼단처럼 긴 머리카락이 열 ........기를 이기지 못하고 오그라들고 있었다. 그녀는 애원하는 듯한 눈빛으로 모용운생을 쳐다보았다. 모용운생의 심중에 한 가닥 측은지심이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모용운생의 입에서 나온 말은 얼음비수와도 같았다. '당신은 이제 세상에서 사라져야겠소1" 동시에 광채가 더욱 빛나며 그 눈부신 흥광은 금세 두 자를 다 가서서 그녀와의 거리는 겨우 한 자밖에 남지 않게 되었다. 그러한 ........여세를 보아서 눈 깜짝할 사이에 그녀는 모용운생의 태양신공에 얻어맞을 것 같았다. 그렇게 된다면 천하를 진동했던 일세의 여마두 소수미혼녀 강옥 ,.1= 175 지는 한낱 재로 화해 사라지게 될 터였다. 그런데 상상치 못한 일이 발생한 것은 그때였다. ,모용대협. 그녀를 죽이면 안 되.인 절대로 당신은 면 안 되오' 갑자기 상천기가 미친 듯이 외치며 달려나왔다. 그녁를 죽이 176 濁脣驚魂 第 十 1 早 慘 酷 한 過 去 ??천기의 이 행동은 너무도 의외인지라 오용운생은 자신도 모 르게 이 성 가량의 태양신공을 거두어들였다. 그의 천지지교는 이 ........미 운통되어 있었으므로 내력의 수발이 이미 마음먹기에 달린 상 ........태에 도달하고 있었던 것이다. 퍽! 그리고 그 순간에 태양신공은 여지없이 그녀의 가슴을 격타했 다 '아악' 강옥지는 처절한 비명을 토해 내면서 가공할 속도로 뒤로 날아 가다가 석벽에 부딪히면서 떨어져 내렸다. 그녀가 부딪힌 석벽이 ........산산조각나면서 사방으로 돌가루가 비산할 정도였다. 쿵, 거세게 석벽에 부딪혔던 그녀는 두 다리를 하늘로 향하고 나가 떨어지고 말았다. 그렇게 되니 백설 같은 피부와 선명한 흑백의 대 ........조를 이룬 신비의 계곡이 여지없이 다시 한번 모용운생의 눈을 찔 ........웨.怨料焉 1?9 러 왔다. '탕부!" 모용운생은 그 모습을 보고는 이를 갈면서 섰다. 그 광경에 마음이 흔들리기는커녕. 저 사람이 죽어 갔는가에 생각이 미치자 살기가 앞으로 한걸음을 나 ........려고 하는 것이다. 몸매에 얼마나 많은 치밀어 그녀를 죽이 상천기는 오용운생의 태도에서 그녀를 죽이려는 뜻이 있음을 일 ........고 재차 외치며 그에게로 달려갔다. 입었다. 손을 멈추지 '멈춰 ! 그녀는 이미 회복 불가능의 상처를 않으면 평생을 후회하게 될 것이=카' 모용운생은 계속되는 그의 말에 의아하여 막 뿜어 내려던 태양 신공을 주춤거리게 되었다. 한데, 바로 그때였다. 피를 토하고서 기식이 엄엄하여 쓰러져 있던 강옥지가 돌연 번 ........개같이 일어나면서 모용운생의 가슴을 향해 일장을 공격하는 것이 ........아닌가! 펑! ?우윽!" 그것은 너무도 의외였고 또한 너무나 순간적이었으므로 쏟아 내 려던 태양신공을 회수하던 모용운생은 미처 피할 사이도 없이 정 ........통으로 일격을 얻어맞고 말았다. 비록 전신에 태양신공이 퍼져 그의 몸을 보호하고 있으나 그것 은 실로 대단한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그것이 바위도 체로 친 듯 ........한 분말로 만드는 위력을 가진 음부유강인 것을 감안한다면 그 위 ........력은 블문가지였다. 그것을 본 상천기의 얼굴이 흙멎이 되었다. 불의의 일격을 당한 오용운생은 허공에서 한번 곤두박질치면서 18 魂 식 새 땅느로 내려섰다. 그의 신형은 크게 흔들려 하마터면 쓰러질 뻔했 ........다. 그의 입가에서는 붉은 피가 마구 홀러내렸다. 눈앞이 아찔했다. 모용운생이 고개를 들어 소수미혼녀를 바라보니 그녀의 백옥 같 은 앞가슴에는 거무스레한 손자국이 나 있는데 놀람게도 탄 것 같 ........지는 않았다. 음부유강이 보호한 덕분인 듯했다. 하지만 그녀의 입에서는 선혈이 마구 홀러 퐁만한 가슴의 계곡 을 물들이면서 횐 배를 타고 내려가고 있는데 결코 가벼운 상처가 ........아닌 것은 분명했다 강옥지는 모용운생이 자신의 일격에도 아주 쓰러지는 것이 아니 라 한바퀴 회전을 하고는 온전히 자리를 잡으며 내려서자 크게 놀 ........라 연달아 뒤로 물러섰다. 모용운생은 뜻밖에 기습을 받아 상처를 입자 상천기의 말에 억 눌렸던 살기가 크게 치솟았다. 홍!' 강옥지는 모용운생의 냉소에 살기가 층만함을 느끼고 혼비백산 하여 번개같이 몸을 날려 암도(暗스)로 도망쳤다 '게 서지 못하겠느냐!' 모용운생은 날카롭게 외치면서 그녀를 추격해 갔다. 강옥지는 모용운생이 자신을 따라오는 것 같자 머리 끝이 곤두 서는 기분이었다. 심장이 얼어붙는 것만 같았다. '내 음부유강에 맞고도 저토록 싱싱하다니, 도대체 저 녀석이 사람이란 말인가?` 더 이상 생각할 필요도 없이 그녀는 전신의 남은 공력을 모조리 끌어올려서 죽어라고 두 다리를 놀렸다. 그녀는 지금 제정신이 아 ........닐 정도로 놀라서 오직 이 자리를 벗어나는 것밖에는 생각이 미치 ........지 않았다. 舊.怨料焉 181 묘 그녀는 조금 전에 상천기가 외치는 소리에 일루의 희망을 가지 고는 전신의 음부유강을 가슴으로 모았었다. 그 덕택에 그녀는 온 ........몸이 숯으로 변하는 참경만은 면하고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모용운생이 다시 자신을 덮쳐 오려 하자 이젠 죽었구나 했었다. 하지만 뜻밖에도 또 상천기가 그를 말리자 결정적인 틈을 이용하 ........여 남은 공력으로 모용운생의 가슴을 후려갈겼던 것이다. 그런데 뜻밖에도 즉사가 아니면 나가 떨어져 꼼짝도 못할 것으 로 생각했던 모용운생이 허공에서 재주만 넘고 그대로 내려서자 ........도저히 모용운생을 어떻게 해볼 생각이 사라졌다. 이미 상대할 자신이 없는데 더 이상 이 자리에 떠물러 뭘 할 수 ........가 있겠는가 천하를 마음대로 흔들던 그녀가 상가집 개 모양 줄행랑을 놓은 ........것이다. 알몸으로 피를 흘리며 들고 뛰는 여자. 그처럼 놀라운 미 ........태를 지닌 그녀였지만 희뿌연 엉덩이를 출렁이면서 죽어라 뛰는 그 모습은 결코 보기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하지만 모용운생이 자신이 쓰러뜨릴 수 없는 상대라고 생각하고 공포에 질려 있는 그녀인지라, 그런 걸 생각할 겨를이 있을 리 없 ........었다. 더구나 모용운생이 뒤에서 서라고 외치는 소리는 꿈에 들을 ........까 무서운 정도인 것이다. '네가 얼마나 갈 수 있나 보자!" 오용운생은 차갑게 외치며 암도를 약 십 장 가량 달려가고 있는 그녀에게 일지를 쏘아 보냈다 쫴애액 한 줄기 흥광이 무서운 파공음을 동반한 채 마치 멎살같이 쏘아 져 나갔다. 이것은 바로 법화지력에다 천룡전단신공 대신에 태양 ........신공을 운용한 것이었다. 지직 1 1 '아-악' 모용운생이 쏘아 낸 지풍은 놀랍게도 십 장 밖을 달려가고 있던 ........강옥지의 어깻죽지를 그대로 관통하고 말았다. 살 타는 냄새가 진동했다. 그녀는 그 자리에 푹. 쓰러졌다가 다음 순간에 지퐁을 맞은 어 ........깨를 제외한 나머지 발과 손으로 번개같이 기어 옆의 갈림길로 꼬 ........부라졌다. 그며의 민첩한 행동은 개보다 훨씬 빨랐다. '흥 네가 어디까지 가는가 보자1" . 모용운생은 오늘 첫 번재 사부님의 명령을 이행할 생각으로 실 ........기를 일으켰으므로 절대로 강옥지를 놓치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의 몸이 막 암도로 날아가려고 하는 순간. 옆의 갈림길에서 차갑기가 이루 말할 수 없는 한기가 모용운생에게 덮쳐 왔다. '멈춰라1 너는 그녀를 죽이면 안 된다" 모용운생은 갑자기 쏘아 온 경력의 기세가 음부유강과 거의 비 슷한 세력을 지니고 있음을 느끼고 대경실색했다. '아니? 이건 또 누구냐?' 그는 벼락같이 몸을 돌리며 열화장의 제이초인 열화소천을 펼쳐 ........갑자기 들이닥친 경력을 맞아 갔다. 모용운생은 나타난 자의 공력 ........이 뜻밖에도 무진교주인 강옥지와 거의 같음을 느끼고 추호도 방 ........심하지 않고 전력을 경주한 것이다. 꽝, 우르르 벼락치는 소리가 터지며 모용운생은 거대한 반진력에 신음을 토 ........하며 한걸음 물러섰다. 그는 이미 내상을 입고 있었던 상태였다. 사방의 석벽이 흔들리며 돌부스러기가 폭포수처럼 우수수 떨어 ........져 내렸다. . 8 갈림길 모용운생이 놀라 경력이 쏘아져 나온 곳을 바라보니 그 에는 호리한 몸매의 백영 (白影)이 서 있었다. 그 백영은 일견 궁장인 것 같은 기이한 형태의 백의를 걸쳤는 ........데. 가히 눈부신 절세의 미모를 가진 여인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아름다움은 너무도 차가웠다. 그녀의 아름다운 피부는 속이 비칠 ........듯이 투명해 마치 얼음으로 조각해 낸 미인인 듯하였다. 기묘한 냉 ........기(따氣)가 그녀에게서 주변으로 퍼져 나가는 것 같았다 대노하 모용운생은 다 잡게 된 무진교주 강옥지를 놓치게 되자 여 강옥지를 향한 살기를 백의여인에게 돌리게 되었다. '이제 보니 또 하나의 소수미혼녀가 있었-귄" 모용운생.은 이미 강옥지에게 사정을 봐주다 한번 당한 적이 있 는지라 조금도 지체하지 않고 전력을 다해 열화장의 제삼초 열화 탄천의 초식을 발휘하여 그녀에게 덮쳐 갔다. 그가 내상을 입었다고는 하지만 태양신공의 위력은 놀랍기 이를 데 없어서 눈부신 홍광이 폭발하듯이 쏟아져 나갔다. 놀란 빛을 드 백의여인은 모용운생이 재차 공격하는 것을 보고 러내면서 외쳤다. '멈춰라 나는 네' 그녀는 모용운생의 내력의 운용이 무섭게 빨라서 이미 태양신공 끝내지 못하고 일장을 이 발동되어 자신에게 덮쳐 오자 미처 말도 뻗어 냈다. 그대로 있다가는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모용운생의 태양신공에 온몸이 형체도 남지 않을 것임을 직감했기 때문이다. 그녀의 장세는 기묘하기 이를 데 없어서 그녀.의 옥장은 투명한 얼음과도 같았고 그곳에서 쏟아져 나오는 내경(內뻤)은 보일 듯 듯한 투명한 백색 기류였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그 백색은 너무도 차가워 주위의 공기가 얼 음으로 화한 결 (結晶)임을 알 수 있었다. 그것은 그녀의 옥장에 서 쏟아져 나오는 내경이 전혀 형체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기도 했다. 모용운생도 그것을 깨닫고 놀란 빛을 드러내었다. 꽈꽝, 위 -이 -잉 경천동지할 폭음이 터져 나오면서 무서운 회오리바람이 복도를 휩쓸었다. 직후, 복도의 사방에는 참으로 기관(奇觀)이 펄쳐지고 있었다. 백의녀가 있는 쪽은 하얗게 눈이라도 온 듯 서리가 두텁게 앉아 있 ........었고 모용운생이 있는 쪽은 완전히 불에 그을린 것 같은데, 청석이 ........녹아서 부글거리는 곳도 있었다. 달려나오던 상천기는 이 믿을 수 없는 광경에 기가 막혀서 입을 딱 벌리고 가만히 서 있었다. 모용운생은 한입 선혈을 토해 내고는 그 광경에 깜짝 놀라서 부 르짖었다. '빙기신공(氷阮神功)이로구네' 냉정침착으로 이름난 모용운생이 이토록 놀라는 것을 보면 빙기 신공의 내력이 보통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당신은 빙궁(氷宮)에서 왔소?" 모용운생이 굳은 얼굴로 입을 열어 물었다. '아!" 모용운생의 물음에 백의여인은 투명한 얼굴에 갑자기 홍조를 띠 더니 별안간 연거푸 두 차례나 선혈을 토해 내었다. 그녀의 백의는 ........설산(雪山)의 빙잠(초勳으로 짠 특수한 것인지라. 손상을 입지는 않았으나 그녀는 휘청거리는 신형을 겨우 벽에 기대어 안정시킬 수 있었다. 舊.怨料焉 185 그런데도 그녀는 차가운 얼굴에 한 줄기 미소를 떠올리더니 입 가에 묻은 피를 닦아 내며 밝은 음성으로 말했디 '과연 너는 혈해의 진전을 얻은 것 같구나 나는 많이 걱정 했다." 모용운생은 그녀가 빙궁에서 온 것임을 시인하는 것으로 깨달았 지만 자신과 비슷한 나이의 그녀가 자신에게 반말을 하자 어리둥 절했다. 더구나 그녀의 어조는 염려의 정이 가득하여 전혀 싯의라 ........고는 찾아블 수도 없는 것이 아닌가 '설마 그녀도 강옥지처럼 주안술에 능하단 말인가?' 모용운생이 속으로 생각을 굴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백의여 인은 모용운생의 내심을 짐작한 듯 가벼운 미소를 떠올린 채로 말 ........했다 . 내 나이는 이미 오십을 넘었단다. 다만 빙기신공을 연마한 덕 택에 젊음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지.'` 빙기신공은 바로 전설 속의 빙궁의 독문절학으로 여자만이 그 무공의 최고경지에 이를 수 있었다. 이 빙기신공은 바로 만년설 속의 빙백지정을 이용하여 연마하는 것으로 대성한 후에는 전신의 피부가 마치 투명한 얼음과 같아진 ........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그녀의 전신 피부가 맑기 이를 데 없 ........는 것으로 볼 때 그녀의 빙기신공이 이미 최고에 달한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모용운생은 그녀의 자태에서 문득 한 사람을 생각해 냈다. '그럼 혹시 지난날 소생에게 빙백지정을 준 그 백의녀가' 백의여인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나였다, 나는 그 후. 대설산 빙궁에서 너를 기다렸으나 오지 않기에 다시 강호에 나와 너를 찾던 증, 너의 무공이 전폐되 ........고 혈해로 들어갔다고 하기에 .." 186 澤 모용운생은 그녀가 자못 친근하게 말을 하자 기이한 생각이 들 었으나 내색치 않고 그녀의 곁을 지나 강옥지를 쫓아가려고 했다. ........순간. 한 줄기 미풍이 앞을 스치면서 백의여인이 또다시 앞을 막아 섰다. '잠깐만"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러는 것이오? 그녀가 다시 강호에 게 되면 또다시 수많은 생령들이 도탄에 빠지게 될 것이오' 은은한 노기를 떠올린 모용운생은 꾸짖듯 말했다. 나가 그의 말은 정기늠연했으며 절로 사람을 위압하는 기세마저 넘쳐 흐르고 있었다. 백의여인은 모용운생의 이러한 위태(威態)에 위압되기는커녕 히려 미소를 떠올리면서 말했다. 오 '너의 그 모습은 정녕 왕년의 네 아버님과 너무도 같구나1 이 말은 모용운생에겐 너무도 층격적이었다. 아버지라니? 강제로라도 뚫고 나가려던 모용운생은 그만 그 자 리에 못박힌 드 굳어지고 말았다. 제아무리 침착한 모용운생이라도 이름도 모르는 부모에 관한 이 제삼자의 입에서 나왔는데 어찌 태연할 수 있겠는가? 옆에 와 있던 상천기가 짧은 헛기침을 하더니 조심스러운 어조 말했다. 로 氷)이 아니신지?' '흑시 선자의 옥명(도名)이 빙정옥녀 (氷精玉女) 조약상(超若霜 백의녀는 깜짝 놀란 듯 상천기를 쳐다보더니 말했다 '빙정옥녀는 이미 이십 년 전에 쓰던 이름이고 지금 이 몸은 빙 궁의 주인입니다. 한데 대협께서는 뉘시기에 이 몸을 알고 계십니 ........까? 일반 강호인은 아무도 그것을 모르고 있을 텐데 ...' 상천기가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料料焉 1 노부는 상천기라 하는데 바로 구류방의 방주로 있소이다. 노부 는 지난날 영매(令妹)인 빙궁상아(氷불漏慨) 조약빙(超풍氷), 제수 ........씨로부터 궁주의 말씀을 들었습니다. 그간 몇 차례나 수하들을 빙 ........궁으로 보냈으나 모두 빙궁을 찾지 못하고 돌아와서 노부가 직접 ........가려고 했으나 사정이 여의치 못해서' 상천기는 모용운생을 바라보며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모용현질, 이분께 인사드리게, 이분은 바로 자네의 이오가 되 시는 분이네.' 이모? 이모라는 호칭도 놀랍지만 상천기의 호칭이 갑자기 대협에서 현 ........질로 바쩐 것도 이상하기 짝이 없었다. 오용운생의 재지가 제아무리 무쌍해도 어떻게 된 일인지 일시지 ........간에 알 수가 없었다. 다만 이 일에 분명히 심상치 않은 내력이 있 ........을 것이라는 것을 짐작할 밖에 모용운생이 토끼 눈을 하고 잠자코 있자 상천기가 .재차 말했다. '너무 뜻밖이라 어리둥절할 것이네. 잠시만 조용히 이야기할 곳 이 있으면 좋겠는데 ..'` 모용운생이 고개를 들며 침착한 어조로 말했다. '그 전에 하나만 묻겠습니다. 두 분께서 소생이 강옥지를 추살 (追料)하려는 것을 막은 것에는 무슨 뜻이 있습니까?' 빙궁지주 조약상의 얼굴이 기셉게 일그러졌다. 매우 말하기 거 북한 듯하였다. 상천기가 탄식을 하면서 말했다. 어차피 현질이 알아야 할 것이니 숨기지 않고 말하겠네. 그녀 는 다름이 아닌 영조모(令祖母:남의 할머니의 높임말)라네.' ' . .? 모용운생은 이 너무도 뜻밖의 말에 멍청히 서서 있을 뿐이었다 .舊 獨셍驚魂 둔기가 호되게 뒤통수를 후려친 것 같았다. 소수미혼녀 강옥지 1 사부를 시해하려던 극악무도한 여인. 천하의 서 무림을 제패하려는 불가일세 (不可一世) 의 여 가 자신의 할머니라니? 남자들을 농락하면 마두 강옥지. 그녀 상천기의 나직한 음성이 모용운생의 귓전을 울렸다. 현질이 그녀를 죽이려는 것을 막은 것은 바로 그 때문이었네 아무리 그녀가 악녀라 할지라도 자네의 손으로 할머니를 죽일 수 .는 없지 않겠나? 더구나 아직 자네 어머니의 생사가 불분명한 이때 ........*1 상천기는 모용운생의 안색이 창백한 것을 보고 말을 멈추었다. '.. ! ' 모용운생은 이미 내상을 입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빙궁지주 조약 상과 겨루었고 지금과 같은 충격적인 말을 듣게 되자 심중의 격동 ........을 이기지 못하고 다시 한 모금의 선혈을 토해 내었다. 모용운생의 신형아 비틀거리자 빙궁지주 조약상이 깜짝 놀라서 모용운생에게 다가와 그를 부축하려고 했다. 내상을 입은 데다 심 ........적으로 타격을 받게 되면 얼마나 나쁜 결과가 오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순간, 모용운생이 신형을 바로잡으며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괜찮습니다. 나는 결코 쉽게 쓰러지지 않습니다." 그의 어조는 침착하고 냉랭하기 이를 데 없어서 과연 천하의 무정다웠다. 빙궁지주 조약상의 얼굴에 미소가 피어을랐다. 냉 '너의 모습은 과연 지난날 네 아버지와 너무도 같구나.' 그녀의 얼음같이 차가운 얼굴에는 지난날을 그리는 것 심 같은 빛 이 떠올랐다. ,.怨終焉 1 묘한 눈길로 그녀를 보던 모용운생은 천천히 앞으로 걸어가 기 관을 작동시켰다. 그는 이미 혈해의 기판을 완전히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암문이 생겨나면서 하나의 밀실이 나타났다. 상천기는 철배신장 등의 상태를 살펴보고 그들의 혈도를 점하고 약을 복용시켜서 상태를 안정시켜 놓고는 두 사람을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밀실의 안에는 돌의자와 탁자가 았어 실로 이야기하기에는 안성 ........맞춤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모용운생은 오두가 앉기를 기다려 입을 떼었다. '소생이 지난날에 관해서 아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제가 아는 것은 사부님에게서 그녀를 죽이라고 한 것밖에는' 상천기가 탄식하면서 말했다. '모용현질의 사부는 다름아닌 무림군자 모용중광, 모용선배이시 ........네.' 모용운생이 이 말에는 놀라지 않았다. 그가 막연하게나마 짐작 ........했던 일이었기 때문이다. 모용운생의 안색에 가느다란 경련이 일었다. '그럼 그분과 소수미혼녀는 " 모용운생은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말끝을 흐렸다. 상천기는 가볍게 탄식을 토해 내면서 빙궁지주 조약상을 바라보 ........며 말했다. '궁주께서 말솜하시겠습니까? 조약상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제가 아는 것은 그리 많지 못합니다. 우선 말씀하시지요. 그러 ........면 증간에 제가 아는 부분은 보완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19 == 낭천기는 잠시 생각을 굴리더니 맡올 시작했다 '노부가 왜 갑자기 자네를 모용현질로 불렀는지 아는가? 그것은 ........더 이상 현질에게 숨길 .것이 없다고 판단된 때문이야. 노부는 자네 ........익 아버님인 모용운룡과는 망년지교를 맺은 사이라네. 영존 모용 운룡은 ' 이 이야기는 수십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모용운룡은 무림군자 모용증광과 소수미혼녀 강옥지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었다. 그는 아버지의 침울하고 위축된 모습을 보고 자랐다. 그리고 커가면서 어떻게 되어 아버지의 그 모습이 생긴 것 ........인지를 알게 티었다. 모든 것은 그의 어머니인 강옥지 때문.디었다. 강옥지는 야심이 크고 목적한 바를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 리지 않앗다. 그녀는 천성적으로 음탕하여 단 하루라도 남자가 없 ........으면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였다. 그녀도 처음에 무림군자에게 끌려 그의 층고대로 자신의 습성을 고쳐 보려고 근 일 년 간을 얌전히 보냈다. 그 동안에 모용운룡이 ........태어났던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남자를 밝히는 음탕한 습성은 모용중광의 군자다 운 태도에 언제까지 억눌려 있지 않았다. 어느 사이엔가 정체 모를 ........인물들이 집에 드나들기 시작했으며 마침내 그녀는 가출을 하고 말았다. 그리고 들려 오는 소문은 그녀가 절정검마 종경과 통정을 ........했다는 것이었다 모용중광은 분노해 마지않았으나 그녀가 잘못을 빌면 용서해 주 려고 했다. 그는 그렇게 넉넉한 가슴을 지닌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녀는 그의 제의를 한마디로 딱 잘라 거절한 것이다. 모용중광은 그때에야 그녀의 주위에 이미 상당한 세력이 잠재해 묘.料終焉 191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잠시의 시간이 흐른다면 틀림없이 그 ........녀가 야욕을 드러내리라 판단했다. 절정검마 종경은 비록 사존(邪尊)이라고 불릴 정도로 수단이 악 독한 사람이었으나 그의 위인됨은 일대 호걸에 조금도 손색이 없 ........는 인물이었다. 모용증광은 일찍이 그를 만나 보아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당시 무림의 최고실력자라고 알려진 정사쌍존에게 은밀히 연락을 취해 그녀를 제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절정검마 종경도 그것을 쾌히 승낙했다. 표면상으로는 무림군자 모용중광이 절정검마 종경에게 따지는 것이고 천룡상인은 그 증인을 서는 것으로 했다. 이렇게 되어 무림의 호겁은 미연에 방지될 것 같았다. 그러나 세상일은 마음먹은 대로 그렇게 쉽지 않앗다, 그들이 소수미흔녀를 둘러싸고 그녀를 설득하여 그녀를 무림에 서 물러나도록 종용하고 있을 때. 한 복면인이 나타났던 것이다. 그리고 그는 기가 막히게도 당시 무림을 석권하고 있던 무림의 최 ........고봉인 정사쌍존을 불과 이백여 초가 안 되어 제압하고 말았다. 이렇게 되어 무림의 재난을 방지하려던 세 사람은 순식간에 포 로가 되는 어이없는 사태가 발생하게 되었다. 소수미혼녀 강옥지는 음탕하기만 할 뿐 아니라, 절세의 재지를 지니고 있어서 그들의 의도를 이미 눈치채고서 그것을 역이용해서 ........오히려 그들을 일망타진해 버렸던 것이다. 복면인이 무림군자를 비롯한 세 명을 모두 데리고 가려고 하자 소수미혼녀 강옥지는 그것을 막으며 모용중광은 자신이 맡겠다고 ........말했다. 잠시의 실랑이 끝에 복면인은 정사쌍존만을 데리고 사라졌다. 소수미혼녀는 모용증광과 함께 자신의 소굴로 돌아갔다. 그녀가 모용중광을 데리고 온 것에는 크게 두 가지의 뜻이 있었 ........19 8減 다. 하나는 어린 모용운룡을 아버지 없이 자라게 하기 싫었기 때문 ........이었고. 다른 하나는 그 동안 접해 본 그 수많은 남자 중에서 진정 ........으로 마음이 끌리는 사람은 모용중광, 그밖에는 없었기 때문이었 다. 그녀가 그토록 그에게 마음이 끌리지 않았다면 그의 아이를 낳 ........았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천성적으로 타오르는 피를 억제할 수가 없으니 그것은 비극(悲劇)이라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모용중광은 금제에 묶여 아들과 놀아 주는 노인에 블과했다. 모용운룡은 아버지가 그러한 모든 것을 말해 주지는 않았으나 그 위대한 피는 속일 수 없어, 점점 어머니에게 블만을 느끼고 밖 ........으로 떠돌면서 괴로워하기 시작했다. 대의 (大勳와 육친의 정이 엇갈린 것이다 그러던 그에게 용기를 주는 기회가 왔다 그것은 빙궁에서 놀러 나온 소녀인 빙궁상아 조약빙과의 만남이 었다. 그때가 바로 지금으로부터 이십여 년 전이었다. 그들은 첫눈 ........에 서로 사랑하게 되었고 마침내 합쳐지게 되었다, 그들이 집으로 돌아왔을 때 그의 어머니 강옥지는 무진교를 발 족시키고 있었다. 그리고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서 가짜 혈해보도 를 만들어 강호의 고수들을 마구 잡아들이고 있었다. 그렇게 한쪽 ........을 덜어 내어 한쪽을 보태게 되자 강호의 세력은 푹푹 줄어드는 반 ........면에 무진교의 교세는 하루가 다르게 거대해졌다. 그것을 알아 낸 모용운룡은 은밀히 그것을 방해하는 한편. 자신 의 세력을 만들어 나갔다. 그리고 그는 잡혀 온 사람 중에서 영도 ........자의 능력이 있는 사람에게 자신이 기연으로 얻은 사신도(四神圖) ........의 무공을 전해 주고는 탈출시켰다. 그 사람이 다름아닌 상천기였다. 상천기는 모용운룡이 닦아 놓은 기반 위에서 구류방을 키워 가 舊.怨料焉 95 기 시작했으며 그들은 망년지교를 맺고 긴밀한 연락을 취해 왔다. ........그러나 소수미흔녀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모용운룡을 감시하 ........자 그것도 어렵게 되었다. 그러던 차에 모용운룡과 조약빙의 사이에 모용운생이 태어났다. ........원래 빙정옥녀 (氷精포女)로 설산에서 깨끗이 자라온 조약빙이 ........음탕하기 이를 데 없는 시어머니와 사이가 좋을 리가 없었다. 그러 ........니 사사건건 강옥지의 눈 밖에 날 수밖에 없었다. 강옥지는 마침내 모용운룡이 잡아 온 고수들을 은밀히 탈출시키 는 것을 발각해 내고는 대노하여, 그것이 모두 조약빙의 요사(灰 料)함 때문이라고 덮어씌워. 마침 모용운생을 낳고 자리에 누워 있 ........던 모용운생의 어머니인 조약빙을 지하수옥(地下水獄)에다 감금시 ........키고 말았다. 모용운룡은 격렬하게 반항했지만 어머니인 소수미혼녀의 적수가 될 리 없었다. 그는 불효자식이라고 호된 형벌을 받고 만일 앞으로 ........그런 일이 또 있게 된다면 사고조차 못하는 천치를 만들어 버리겠 ........다는 경고를 받고 겨우 풀려 나을 수 있었다. 더 이상 그대로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 그는 몇 번이나 탈출을 시도했으나 그때마다 좌절을 당해, 드디어는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지경에 도달하게 되었다. 이를 테면 자포자기 상태에 이른 셈이었다. 그러나 모용운룡은 일세의 기걸 (奇傑)이었다. 다른 사람 같았으면 그토록 혹독한 시련과 미녀들의 육체의 공 세에 벌써 함락되었을 텐데도 그는 버티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모용운룡은 자신의 어머니가 자신을 결코 그대로 두지 않을 것임 ........을 알고 은밀히 아버지인 모용중광을 찾아갔다. 그러나 모용중광은 이미 강옥지에게 심신이 공제당해 도저히 그 ........녀를 거역하는 행동을 하려고 하지 않았다. 몇 번의 시도 끝에 ' ........194 獨嘗驚魂 용운룡이 지치게 되었을 때. 그는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 ........었다. 묘용운룡과 달리 그 아들인 모용운생은 할머니에게 충실한 손자 가 되도록 하기 위해서 어려서부터 세뇌교육을 시키려고 획책하고 ........있음을 안 것이다. 자신도 이토록 사람답지 못한 생활을 하는데 자 ........신의 아들마저 그런 상황으로. 자신보다 더한 꼭두각시를 만들 수 ........는 결코 없었다. 그는 여러모로 생각을 해보았지만 공력마저 폐쇄당하고 심한 감 시를 당하고 있는 지금은 도저히 어떻게 해볼 재간이 없었다. 그래 ........서 그는 마침내 자신을 희생키로 결정을 내린 것이다. 그는 자신의 아버지인 모용증광에게 가서 다시 한번 피를 토할 듯이 모든 사실을 토로했다. 그러나 이미 심신이 공제당한 모용중 ........광은 그의 말에 나약한 대답만 할 뿐이었다. 그러자 모용운룡은 그 앞에서 벽에 머리를 부딪치며 절규하다가 마침내 머리가 으스러져 죽어 버리고 말았다. 모용중광은 하염없이 모용운룡의 주검 요에 서 있었다. 그의 눈에는 처참하게 으스러진 모용운룡의 주검이 가득 차고 귓전에는 모용운룡의 절규가 울리고 있었다. 사랑하는 아들 단 하나밖에 없는 아들의 죽음은 모용중광에게 너무나 크나큰 층격을 주었다. 그 엄청난 충격은 그의 심신을 공제하던 금제들을 ........여지없이 깨뜨리며 꼬용증광을 예전의 무림군자로 되돌려 놓았다. ........무림군자 모용중광은 그제서야 모든 사태를 깨닫고 피눈물을 흘 리면서 아들의 시체를 떠나서 손자인 모용운생을 구하러 갔다. 그 ........의 무공은 왕년에 정사쌍존과 비등했던 만큼 모용운생을 구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그리고 나서 그는 손자를 품에 안고 며느리를 구하기 위해서 지 舊.怨料焉 95 용운룡이 지치게 되었을 때, 그는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 ........었다. 묘용운룡과 달리 그 아들인 모용운생은 할머니에게 층실한 손자 가 되도록 하기 위해서 어려서부터 세뇌교육을 시키려고 획책하고 ........딨음을 안 것이다. 자신도 이토록 사람답지 못한 생활을 하는데 자 ........=의 아들마저 그런 상황으로, 자신보다 더한 꼭두각시를 만들 수 =결코 없었다. 그는 여러모로 생각을 해보았지만 공력마저 폐쇄당하고 심한 감 시를 당하고 있는 지금은 도저히 어떻게 해볼 재간이 없었다. 그래 ........서 그는 마침내 자신을 희생키로 결정을 내린 것이다. 그는 자신의 아버지인 모용중광에게 가서 다시 한번 피를 토할 ,.이 모든 사실을 토로했다. 그러나 이미 심신이 공제당한 모용중 ........은 그의 말에 나약한 대답만 할 뿐이었다. 그러자 모용운룡은 그 맘에서 벽에 머리를 부딪치며 절규하다가 마침네 머리가 으스러져 죽어 버리고 말았다. 모용중광은 하염없이 모용운룡의 주검 요에 서 있었다. 그의 눈에는 처참하게 으스러진 모용운룡의 주검이 가득 차고 귓전에는 모용운룡의 절규가 울리고 있었다, 사랑하는 아들! 단 하나밖에 없는 아들의 죽음은 모용중광에게 너무나 크나큰 층격을 주었다. 그 엄청난 충격은 그의 심신을 공제하던 금제들을 ........여지없이 깨뜨리며 모용증광을 예전의 무림군자로 되돌려 놓았다. ........무림군자 모용중광은 그제서야 모든 사태를 깨닫고 피눈물을 흘 리면서 아들의 시체를 떠나서 손자인 모용운생을 구하러 갔다. 그 ........의 무공은 왕년에 정사쌍존과 비등했던 만큼 모용운생을 구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그리고 나서 그는 손자를 품에 안고 며느리를 구하기 위해서 지 ,.= 195 하수옥에 잠입했다. 간수들을 실로 전신의 솜털 하나하나가 않을 수가 없었다. 처치한 그는 며느리의 상태를 보고 모두 곤두서는 듯한 분노를 느끼지 산후 회복도 못하고 수옥(水獄)에 들어가 지난날의 그 아름답던 자태는 그녀의 처참한 상태를 본 모용증광은 가 없었다 갇힌 그녀는 하반신이 썩어 찾아볼 수도 없었던 것이다. 차마 아들의 죽음을 말할 수 그때, 바깥은 간수의 죽음이 발견되어 벌집을 쑤셔 놓은 듯 소 란스럽기 이를 데 없었다. 조약빙은 핏덩이인 모용운생을 한번 안아 보고는 시아버지에게 돌려 주면서 떠나기를 재촉했다, 자신은 이미 무공이 전폐되고 하 ........반신이 썩어 들어가서 따라간다고 해도 짐만 되어 자신의 아들마 ........저도 무사히 이곳을 벗어날 수 없을 것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모용중광 역시 그것을 모를 리 없었다. 그는 피눈물을 홀리면서 ........그곳을 떠나갈 수밖에 없었다 그로부터 이십 년, 그는 모용운생을 기르면서 자신이 할 수 있 ........는 바를 다했다. 정사쌍존의 무공과 자신의 무공을 모두 모용운생 ........에게 전해 주면서 인격도야에 힘썼고. 또한 그의 마음을 차고 오질 ........게 길렀다. 유약한 마음으로는 결코 자신의 할머니를 죽일 수 때문이다. 그는 차마 모용운생의 할머니가 그와 같은 할 수는 없어서 모든 것은 모용운생이 강옥지를 죽인 없을 것이기 ........하였다. 요부라고 말 그의 소수미흔녀에 대한 원한은 후 말하려고 무림군자라는 명예로운 호칭도 실로 뼈에 사무친 것이었다. 그는 사용할 수가 없었다. 천하 는 그를 소수미혼녀 치마폭의 노예라고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영명 (英名)은 이미 떠내려간 단풍잎에 불과하였다. 96 상천기의 긴 이야기는 여기에서 끝이 났다. 모용운생은 시종일관 이야기만 듣고 있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그의 아버지가 자신을 구출하기 는 대목에서 잠시 눈을 감았을 따름이었다. 위해서 자살을 했다 이러한 침착한 태도는 진정 모두에게 의외일 정도였고 한편으로 는 감탄을 금치 못하게 하기에 족했다. 모용운생은 이야기가 끝난 후에도 잠시 가만히 있더니 조용한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말씀 잘 들었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의문이 있습니다. 상방주 께서 소생과 처음 만났을 때 소생을 몰라보는 것 같았는데.. 상천기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그때는 몰랐지!` 노부가 영존과 헤어진 후의 일을 알게 된 것은 노부가 혈해에 들어오기 직전이었다.' 모용운생이 다시 물었다. '그럼 그것은 누구에게 들었습니까? 혹시 것이 아넛니까?' 제 할아버님께 들은 상천기의 얼굴에 놀람의 멎이 스쳐 갔다. '믿지 못할 정도의 침착성이다. 그토록 참혹한 자신의 내력을 들었으면 제정신이 아닐 텐데 평소와 조금도 다름이 없구나! 운룡 ........형, 지하에서 당신의 아들을 보고 계시오? 정녕 자랑스러운 아들이 ........아니오?' 상천기는 절로 마음이 격동되어 콧등이 찡해지면서 눈물이 솟아 나왔다. '운룡형, 당신의 기대를 노부는 끝내 실현시키지 못했소. 그러 나 보시오. 당신의 아들은 능히 당신의 심원을 성취시키고 이 호겁 ........을 만회할 것이오 恩怨終焉 197 모용운생은 그가 혼자 입을 벙긋거리며 눈물을 홀리자 네? 7 의 심중을 대강 짐작하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상천기는 마음을 진정시키고는 겸연쩍은 듯 말했다. '노부가 추태를 부렸네. 현질의 말은 틀림없네. 이 이야기를 해 주신 분은 바로 무림군자 그분이야,' 모용운생은 갑자기 무엇이 생각난 듯 말했다. 그럼 할아버님께선 어디로 가셨습니까? 설마 무진교에 상천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분께선 노부에게 모든 이야기를 한 다음에 현질이 무진교의 총단에 잡혀 있는지 살펴본다고 떠나시고 노부는 혈해로 온 것이 네.' 갑자기 모용운생이 탄식했다. '좋지 않은 것 같군요. 좀 전에 소수미흔녀를 놓아 보내지 말아 야 하는 것을 그랬습니다." 모용운생의 말투로 그가 무진교주인 강옥지를 할머니로 인정하 지 않는 것 같음을 느낄 수 있었다. 상천기는 자신도 모르게 물었다. '현질은 다음에 무진교주를 만나면 어떻게 하겠는가?" 모용운생의 얼굴에 빠르게 고뇌의 및이 스쳐 갔다. 그러나 그의 에서 나온 것은 단호하기 이를 데 없는 말투였다. .뉘우친다면 무공만 폐하겠습니다. 하지만 끝까지 도발을 일삼 는다면 할아버님의 명대로 하겠습니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던 빙궁지주 조약상이 물었다. '너는 그녀를 언제라도 이길 수 있겠느냐?' 모용운생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원래 본신의 공력은 그녀도 나보다 별로 못하지 것이니 나는 않지만 그녀의 무공은 모두가 사부님에게서 배워 간 98 8 그것을 다 알고 있습니다. 반면에 그녀는 나의 무공을 모르니, 결 ........코 나를 이길 수 없지요.' 모용운생은 힘주어 말했다 '특히 태양신공을 운용한 뇌화검식과 열화장법은 그 위력이 강 해서 천하에서 그것을 상대할 공력은 없습니다.' 빙궁지주 조약상이 말했다. '조금 전에 나의 빙기신공을 감당한 것이 태양신공이냐?' '그떻습니다.' 모용운생은 대답을 하더니 빙궁지주 조약상에게 물었다. '이모님께선 아시는 게 없으십니까?' 빙궁지주 조약상은 가볍게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내가 아는 것은 상방주님에 비하면 매우 간단하다. 다만 우리 빙궁의 규칙은 절대로 결흔을 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그것은 결 ........혼을 하게 되면 빙기신공을 대성할 수 없기 때문이지. 네 어머니는 ........그래서 궁에서 축출당했다. 나는 네 어머니의 행방을 알려고 사방 ........으로 찾아다니다가 겨우 그녀의 소식을 들었으나 그 처경이 위태 ........하다는 것밖에는 알 수가 없었단다. 그것을 알고서도 그때는 입궁 ........할 날짜가 임박하여 그냥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무거운 한숨을 쉬면서 말을 이었다. 내가 입궁할 수 있었던 것도 네 아버지를 보았기 때문이다. 내 평생에 그와 같은 기남자를 본 적이 없었지. 그래서 나는 그가 모 ........든 것을 잘 수습하고 동생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으러라 믿었었는 ........데 그런 결과가 되었을 줄은... '한데 이모님께선 어떻게 저를 알아보셨습니까?' 빙궁지주 조약상은 보일 듯 말 듯 미소 지었다 '너의 모습은 지난날의 네 아버지를 판에 박은 듯한데 왜 알아 보지 못하겠느냐? 더구나 네가 소수미흔녀를 찾으니 더욱 틀림없 ........恩料料焉 19 남자들만 익힐 는 줄 알았지1 그때 네가 빙궁으로 오면 본 궁에서 수 있는 빙백신공(氷晩神功)을 전수하려고 했는데 어 천부귀옹의 문하에 들게 되었으니 실로 하늘이 니겠니 정말 다행이 아닐 수 없다.`' . 네게 기연이 아 보살핀 것이 모용운생이 그녀를 쳐다보면서 말했다. '이모님, 제 어머니의 모습도 이모님과 같이 생기셨습니까?' 빙궁지주 조약상은 어리등절했으나 곧 그 말의 진의를 깨닫고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았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가슴 그득히 번 ........져 가는 슬픔의 물결을 억제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우리는 거의 쌍동이 같았었지. 어머니의 모습이 조금 더 예뻤지 나는 그것이 매우 샘이 났었고 -' 그녀는 더 이상 말을 못하고 말았다. 더 이상 계속하다가는 참 지 못하고 울음이 터질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모용운생은 빙궁지주 조약상의 모습을 뇌리에 박아 넣으려는 듯 뚫어지게 그녀의 모양을 주시했다. 그러던 그는 나직이 탄식을 해 내면서 얼굴을 치켜 들었다. 토 조약상은 자신의 감정을 억제하느라 정신이 없어서 모용운생이 왜 그러는지 몰랐지만 상천기는 똑똑히 보았다. 모용운생의 눈에 눈물이 고이는 것을, 그리고 그 눈물을 홀리기 싫어서 고개를 하늘로 쳐든 것도 그는 짐작할 수 있었다. 그는 그렇게 해서 자신의 눈물을 흘리는 것이 아니라, 눈 속에 서 말려 버리려는 것이었다. 이것은 정녕 피를 토하는 몸부림보다 ........도 더 처절한 몸부림이 아닐 수 없었다. 자신의 감정을 억제하기 ........위해서 자신이 약해지지 않기 위해서 이와 같은 자제력을 동원하 ........것이 아니었다 지금 그의 눈앞에는 자신의 는 부딪치며 절규하는 한 머리를 벽에 남자의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눈앞에는 하반신이 썩 ........20 獨려澤魂 어 가는 한 여인이 강보에 싸인 어린애를 안고 절규하는 모습이 이고 있었다. 보 모용운생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 떴다. 그러자 그의 눈 속에서는 눈물 대신 이글이글 타는 분노의 불길 이 무섭게 쏟아져 나왔다. 肩.料終焉 =1 第 十 早 恐 物 의 復 響 劃 위 -' 동짓달의 차가운 삭풍(朔1料이 앙상한 나뭇가지에 찢겨 비명을 토해 내었다. 뼈를 에일 듯 불어대는 삭풍에 헐벗은 나뭇가지들은 ........서로를 비벼 가며 추위를 잊으려 했지만 모두 부질없었다. 삭퐁은 ........더욱 오질게 그들의 헐벗은 몸을 흔들었다. 사방은 눈에 덮여 먹이를 찾는 짐승의 발길조차 않았다. 꼽기고 보이지 노산. 형형색색으로 이곳을 뒤딪었던 그 숱한 단풍들도 이미 사라진 지 오래. 세상을 덮고 있는 것은 순백의 눈이었다. 그 눈 덮인 산속의 한 나무 아래에 언제부터인지 흑영이 하나 서 있었다. 눈 덮인 산속에 우뚝 선 혹의인의 모습은 유난히도 선 ........명히 눈에 뜨일 수밖에 없었다. 오늘은 달조차 밝았다. 그 흑영은 전신에 검은 장삼을 입은 채. 감회 어린 표정으로 전 怨終焉 26 면의 나무를 쓰다듬고 있었다. 그 아름드리 거목은 지난날 모용운 ........생이 백경추에게 쫓기며 숨어 있었던 바로 그 나무였다. '웬 놈이냐?' 험악한 음성이 들리면서 십여 명의 홍의인들이 불쑥 나타났다. 홍의인들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흑의인영은 미동도 않고 서 있을 뿐이었다. 이 홍의인들은 무진교의 외당순찰들이었다. 순찰대장인 홍의인이 차갑게 외쳤다. '니호 저놈을 잡아오너라' 그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한 흥의인이 번개 같은 신법으로 흑의인의 뒤를 덮쳐 갔다. '음-' 순간, 들릴 듯 말 듯 가벼운 신음이 들리면서 흑의인을 향해 덮 켜 갸던 홍익인아 마친 날아갓던 셀가 학살을 맞고 떨어지듯 땅에 ........처박혔다. 이 뜻밖의 광경에 순찰대장은 경악의 빛을 떠올리더니 말했다. '이제 보니 고인이 왕림하셨군요? 미처 몰라뵈었소이다.' 하지만 혹의인은 뒤를 돌아보지도 않고 냉담히 서 있을 따름이 었다. 실로 너무도 상대를 무시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었다. 순찰대장은 내심 이를 갈면서 흑의인의 등을 손가둬질했다. 그러자 그의 옆에 있던 홍의인 네 명이 기척도 없이 흑의인에게 덮쳐 갔다. 휘-익 바로 그때. 한 줄기 바람이 불어왔다. 그러자 흑의인의 오른쪽 소매가 힘없이 바람에 펄럭였다. 이제 보니 흑의인은 외팔이였던 것이었다. 그것을 본 순찰대장의 얼굴이 갑자기 흙빛이 되었다. 한 사람이 20 獨손驚魂 번개처럼 뇌리를 스치고 간 것이다. '서. 설마? ' ' '으악!" 그와 동시에 연이어 비명 소리가 터지더니 덫쳐 가던 네 명의 홍의인들이 마치 벼락을 맞은 듯이 허공으로 꿈틀 솟구쳐 올랐다 ........가 그대로 떨어져 눈 속으로 처박혔다. 흑의인은 여전히 미동도 하지 않았다.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도대체 어떻게 덫쳐 가던 흥의인들이 쓰러진 것인지 알 수가 없 ........었다. 순찰대장은 떨리는 음성으로 외쳤다. '=. 경보를 울려라1' '으악!' 경보용 호각을 입에 대던 흥의인이 구슬픈 비명을 토해 내며 창 ........졸간에 허공으로 날아갔다. 피분수가 호각 대신 그의 입에서 터져 ........나오고 있었다 눈 위가 붉게 물들었다. 혹의인이 천천히 몸을 돌렸다. 칼끝 같은 검미, 별빛 같은 성목. 누구라도 한번만 보면 잊을 수 없는 기이한 매력을 지닌 얼굴이 거기에 있었다. 그의 얼굴은 기이한 빛을 띠는 검은 장삼과 어울려 묘한 분위기 를 낳고 있었다. 그리고 바람에 펄럭이는 텅 빈 오른쪽 소매는 지 ........옥의 사신이 흔드는 깃발인 양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공포를 가져다 ........주고 있기도 했다. 내 냉심무정 !' 순찰대장은 믿고 싶지 않은 듯 떨리는 음성으로 부르짖더니 생 각할 것도 없이 몸을 돌려 도망치기 시작했다. 舊.澤料焉 207 그의 귓전에 연달아 단말마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그는 그 비명을 귓전으로 스쳐 들으면서 죽어라고 달리고 있었 다. 부하들의 목숨을 돌볼 정신적 여유가 그에게는 없었다. 그는 정말로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 달렸으므로 그의 평소 실력보다도 더욱 빠르게 순식간에 이백여 장을 도망갈 수 있었다. ........그 앞 십여 장 밖에 한 사람이 서 있음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순찰대장은 다급히 외쳤다. '피, 피해라 내, 냉심무정이' 그는 말을 하다 말고 귀신을 본 듯이 얼굴이 사색이 되어 악, 하는 비명을 토해 내고는 번개같이 몸을 뒤로 돌려 다시 달아나기 ........시작했다. '게 서라!' 차가운 음성이 그의 뒤에서 터져 나왔다. 그 음성은 나직하고 짤막했지만 결코 거역할 수 없는 무서운 위 세가 있었다. 과연, 달아나던 순찰대장은 벼락을 맞은 듯 몸을 부르르 떨더니 그 자리에 멈추고 말았다. 그의 양다리가 끊임없이 경련을 일으키 ........고 있는 것으로 보아 그는 죽어라고 뛰고 싶은데 무서운 공포 때문 ........에 감히 발이 움직이지 않는 것 같았다. 돌아와' 다시 짤막한 음성이 들렸다. 그러자 순찰대장은 마치 길들인 말처럼 몸을 돌리더니 주춤거리 면서 흑의인에게 다가갔다. 그의 안색이 백지장과 같은 것으로 보 ........아 지금 그의 심중이 얼마나 공포로 가득 차 있는지는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너의 직책이 무엇이냐?' 순찰대장은 떨리는 음성으로 대답했다. 08 獨贊驚魂 '오, 오대 순산사자(巡山捨者) 중 하나입니다." '교주는 돌아왔느냐?' '모, 모릅니다. 혈해로 떠나신 후 아직 소, 소식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 니다.' 흑의공자는 담담한 어조로 다시 물었다. '북궁소와 백경추는 총단에 있느냐?' '쩌. 예, 지금 계십니다.' 흑의공자의 눈에 기이한 빛이 스쳐 갔다 '혈봉령주 그녀는 어디에 있느냐?' 오, 모용대협, 소생의 목숨은' 흑의공자의 눈이 싸늘히 빛났다. '때답해라' 순산사자는 흑의공자의 무형의 위세에 억눌려서 감히 거역하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대답했다. '그, 그녀는 대. 대협이 오, 윽에 갇힌 후부터 내궁 후, 후원에 서 살고' 그는 흑의공자의 눈에서 쏟아지는 살기에 혼비백산해서 말을 멈 추고 말았다. '모. 모용대협 설마 소생을 '흥!' 흑의공자가 냉소했다. 그의 냉소는 차갑기 이를 데 없어서 일대 가 삽시에 흑한지옥으로 변하는 것 같았다. '무진교의 무리들은 살아 있을 가치가 없다 순산사자는 이 말에 혼비백산해서 번개같이 몸을 돌려 도망쳤 다. '흥1' 순산사자의 귀에 차가운 냉소가 천등처럼 울렸다. 舊.料終焉 29 그리고 그 순간에 그의 전신은 무서운 압력이 엄습했다. 채 비 명 소리도 터지지 못했다. 그는 피를 토해 내면서 허공을 가로질러 ........십여 장을 날아 한 나뭇가지 위에 걸쳐지고 말았다. 흑의공자는 그쪽은 쳐다보지도 않고 몸을 날려 그 자리에서 사 라졌다. 단비의 한을 품고 떠나갔던 모용운생. 마침내 그가 노산으로 돌아온 것이다. 나무 위에 걸린 순산사자의 몸에서는 묘임없이 피가 흘러내려서 땅위에 쌓인 눈을 벌겋게 물들여 가고 있었다. 순백의 눈 위로 선 ........홍색의 피가 뚝뚝 떨어져 번져 가는 광경은 참으로 가슴 섬뜩했다 .........그것은 마치 이제부터 펼쳐질 어떤 일을 예고하는 것 같았다. 한 방울 두 방울 떨어지는 피가 모여 내가 되고 강이 되는 있었다. 그의 날아가는데도 모용운생은 눈에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날아가고 신형은 거의 보이지도 않을 정도였고 그토록 빠르게 미풍 하나 일지 않았다. 그는 지금 바람을 타고 날으는 어풍비행 (御風飛行) 의 신법에다 가 천 리를 자기 집 마당 걷듯이 한다는 천리호정대법 (千里戶庭大 .........法)을 한꺼번에 펄치고 있었다. 이 두 가지 경공신법은 수백 년 간 .........무림에 나타나지 않았던 것인데. 지금 모용운생에게서 한꺼번에 시전되고 있는 것이다. 그가 움직이고 있는 속도는 실로 거의 믿을 수 없는 정도였다. 한번 움직일 때마다 백 장 가까운 거리를 미끄러져 가고 있었다 원래 어풍비행의 대법은 바람을 타고 허공을 날아갈 수 있지만 하 .........늘에 떠 날아간다면 사람들의 눈을 끌 것이기 때문에 천리호정대 .........2 獨뿔驚魂 법을 주로 사용하여 나아가고 있는 중이었다. 오늘은 너무도 달이 밝았다. 그는 자신의 할아버지인 무림군자의 공력이 소수미혼녀 강옥지 에 횔씬 못 미치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급히 노산으로 떠나온 .........것이다. 모용운생이 단신으로 노산 무진교 총단으로 간다고 하자 .........상천기는 위험하다고 말리면서 아버지 모용운룡이 세운 구류방을 .........모용운생이 맡아 주기를 종용했다. 하지만 모용운생은 그것을 거절하고. 자신이 무진교 총단으로 먼저 들어가 할아버지와 어머니의 생사를 알아 볼 테니 상천기가 .........무림의 정예를 규합하여 뒤따라 오도록 일렀다. 빙궁지주 조약상도 빙궁의 고수들을 소집해 곧 뒤따라오겠다면 서 무리하지 말고 기다리라는 말과 함께 떠났다 그러나 모용운생은 기다릴 수가 없었다. 그는 자신의 할머니인 강옥지가 보통 여자가 아닌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가 무슨 행동을 취할 여유를 줘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는 순식간에 무진교의 총단으로 잠입해 들어갔다. 그의 경공은 비행절적 (飛行絶跡)의 경지에 이르러 있으므로 무 진교에서는 아무도 그를 발견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가 지나간 곳에 있던 초소는 완전히 궤멸되어 그 흔적 도 찾을 수 없었다. 그는 총단으로 접근하면서 비밀초소 이십칠 개 .........소를 때려 부수고 그곳을 지키고 있던 무진교의 고수 오십구 명을 .........처리해 버린 것이다. 모용운생은 은폐물과 건물을 이용하여 몸을 날리고 있는데. 그 속도가 얼마나 신속한지 설사 경비병의 곁을 지나가더라도 한 줄 .........기 바람이 스쳐 간 것으로 알 정도였다. 舊.料料焉 21 모용운생은 한 건물 안으로 스며들어 갔다. 그 건물은 그리 크지 않았으나 장식이 호화로운 것으로 보아 싱 .........당한 지위의 인물의 거처인 듯하였다. 모용운생은 소리도 없이 한 방안으로 잠입해 들어갔다. 그는 건 .........물 밖에서부터 그 방에서 숨소리가 나는 것을 듣고 찾아온 것이다 ..........지금의 숨소리가 규칙적인 것으로 보아 방에 있는 사람은 운기조 식 중인 것 같았다. 과연 그 방안에는 한 명의 노인이 침상 위에 앉아 있었다 그의 전신에는 회색장포를 입고 있는데, 호호백발에 깡마른 얼 굴. 나이는 팔구십. 아니면 근 백 세 가까이 된 듯 보였다. 노인은 ..........방안에 사람이 들어온 것을 경각한 듯 눈을 떴다. 세모꼴의 눈에서 ..........쏟아져 나오는 그의 안광은 매우 날카로웠다. 들은 것은 회포노인의 눈에 놀라움이 스쳐 갔다. 그가 기척을 문 여는 소리였지, 사람의 기척은 아니었던 까닭이었다. '너는 누구냐?감히 이곳에 함부로 들어오다니 모용운생은 싸늘한 얼굴로 천천히 그에게 다가갔다. 회색장포의 노인은 모용운생의 태도에서 심상치 않음을 느낀 듯 모용운생의 앞가슴을 향해 느닷없이 일장을 갈겨 내었다. 하지만 모용운생은 피할 생각도 않고 그에게 다가가는 걸음을 멈추지도 않았다. 펑 노인의 일장은 여지없이 모용운생의 가슴에 격증되었다 당닌" 하지만 비명을 토한 것은 모용운생이 아니라 침상 위의 노인이 었다. 그는 모용운생의 가슴을 후려치는 순간, 자신의 손이 마치 철판이라도 후려갈긴 듯 아파 옴을 느끼고 막강한 반진력에 밀려 등뒤 벽에 부딪히고 말았다. 22 8減 쿵 그는 이 사실을 믿을 수가 없어 눈을 부릅떴다. 이때 모용운생은 이미 침상 앞에 와 있었다. 그와 모용운생의 거리는 지척지간, 노인은 전신의 공력을 모두 끌어올려서 다급히 독망찬와(毒峽鑽舊) 의 일식으로 모용운생의 가 ..........슴팍 신봉혈(神封穴)을 후려갈겼다. 그 공세의 재빠름은 대단하여 ..........노인의 내력(來歷)이 범상치 않음을 느낄 수 있었다. 더구나 그 손 ..........바닥에서 은은한 청람빛 기운이 도는 것으로 보아 필연코 악독한 독공을 수련한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그의 손바닥이 막 모용운생의 가슴을 후려갈기려는 순 간. 그의 손은 마치 무엇에 걸린 것처럼 그 자리에 서고 말았다 모용운생이 그의 손의 완맥을 낚아 잡았던 것이다. 지직 -! 푸른 연기가 피어올랐다. 고약한 냄새가 방안을 진동했다. 모용운생이 움켜잡은 노인의 손목이 타 들어가는 것이다. ? 0?' 노인의 얼굴에 공포와 고통의 멎이 떠올랐다. 모용운생이 약간 의외인 것 같은 음성으로 말했다. '대단한 천독장력(千毒掌力)이군. 당신이 천독존자 만공승인 가?' 노인은 상대가 대번에 자신의 내력을 간파하자 크게 는 고통과 공포가 어울린 음성으로 말했다. 놀랐다. 그 '너, 너는 누구냐?" 천독존자 만공승은 그때서야 오용운생의 모습을 자세히 보고는 대경실색하여 믿을 수 없는 듯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서, 설마 네가 냉심무정? ..11= 213 모용운생의 얼굴이 차갑게 굳어졌다. 동시에 그의 손에 더욱 공 력이 가해졌다. 푸른 연기가 더욱 세게 피어올랐다 '으악!' 천독존자 만공승은 처절한 비명을 토해 내었다. 그는 모용운생 에게 완맥을 제압당해 조금도 힘을 쓸 수가 없었던 것이다. '다시 한번 더 소리를 질러 보아라' 모용운생이 냉랭히 말했다. 그가 움켜쥔 천독존자의 손목에서는 계속 푸른 연기가 올라오고 있는데 기이하게도 청람빛을 띠고 있던 손이 살색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모용운생이 차갑게 외치자 과연 그는 이를 악물고 고통을 ..........참을 뿐 감히 비명을 지르지 못했다. 과. 과연 악독하구나 무엇 때문에 수를 쓰는 것이냐?' 노부에게 이토록 독 천독존자가 이를 갈면서 물었다 모용운생이 암중으로 태양신공을 운용하여 그의 괴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금 그의 천독신공은 이 이미 파괴된 상태였다. 천독신공을 파 십에 육칠 이상 '당신은 여기에 무슨 신분으로 있는 건가?' 모용운생이 공력을 멈추며 물었다. 천독존자는 독기 오른 눈으로 모용운생을 노려보다가 를 데 없는 모용운생의 눈과 마주치자 간담이 서늘하억 내리깔고 말았다. 제아무리 천하를 종횡하던 천독곡의 용운생의 위태 (威態) 앞에서는 침 맞은 지네 꼴이 되고 차갑기 이 ..........다. 급히 눈을 그는 떨리는 음성으로 대답했다. 곡주도 모 '노부는 호교구신 중 오신의 신분으로' 마는 것이 모용운생이 차갑게 말했다. 214 魂 음혼령주 백경추는 지금 어디에 있느냐? 천독존자는 기이한 공포가 엄습해 와서 전혀 기릉 펼 수가 없었 다. '그, 그는 오늘밤 바번이라서 자기의 수 숙소에 있을 거외 다 말투도 어느새 반 존대로 바뀌고 말았다. 숙소는 어디냐? '그의 숙소는 옥룡헌(도龍軒)이오.' '그곳은 어디쯤인가?' 쉴 사이도 없이 묻는 모용운생의 말에 천독타자는 못마땅한 시 선으로 모용운생을 쳐다보다가 모용운생의 눈과 마주치자 내심 가 ..........슴이 서늘하척 더듬거리며 대답을 했다. '이곳에서 동쪽으로 세 개의 건물을 지나 내궁에서 얼마 떨어지 지 않은 가산에 붙어 있는 내각이오.' 지직 ! 돌연 푸른 연기가 심하게 피어오르며 천독존자의 온몸이 격심한 경련을 일으켰다. 먹1, 네놈은 시 실로. 아 악독하!' 천독존자는 안간힘을 써서 말을 뱉어 내다가 곽. 하고 한 모금 의 선혈을 토해 내고는 기절해 버렸다. 모용운생은 냉소하며 그의 손을 놓고 중얼거렸다. '공력을 전폐시켰으니 나쁜 짓은 못하겠지. 물음에 순순히 답해 준 것에 대한 보답이다,' 천독존자는 아닌 밤중에 흥두깨로 그야말로 날벼락을 맞은 꼴이 었다. 무진교가 천하의 대권을 잡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무진교 ..........에 가입하여 호교구신 증의 빈자리를 채우면서 그가 무진교의 총 ..........단에 들어온 것은 불과 얼마 되지 않았던 것이다. 恩怒終焉 15 가산에 기대어 세워진 윽룡헌의 절반 가량은 앞에 만들어 놓은 연못에 잠겨 있었다. 그야말로 앞에는 호수요, 뒤는 산인 셈이다. 그 옥룡헌의 치장은 매우 화려한데 맨 위층에 있는 방에서는 불 ..........빛이 홀러나오고 있었다. 그 방은 실로 화려하여 모든 장식재들이 ..........극상등품이고 휘장 하나마저도 서역의 비단으로 되어 있었다. 방은 넓었으며 가운데에는 멋진 자단 탁자와 등받이 의자들이 있었고 방을 가로지른 듯한 휘장 너머로 어렴풋이 침대가 보였다 ..........굵은 대황초가 금촛대에서 아늑한 빛을 뿌려 주고 있었다. '헉 . 헉 !" '으-응!" 다급한 숨소리가 들려 왔다. 그리고 여인의 묘한 비음이 뒤를 이었다. 그 침대 위에는 알몸의 두 남녀가 뵘굴고 있었다. 그들은 한창 쾌락의 절정을 향해 쥴달음치고 있는 듯 동작이 급하기 이를 데 없 ..........었다. 여인의 은어와 같은 손가락은 쇠갈퀴와 같이 사내의 건장한 등 을 파고들고 있었고 길게 뻗은 그녀의 다리는 사내의 허리를 뱀과 ..........같이 휘감았다. 사내는 폭퐁과도 같이 알몸의 여인을 몰아치고 있 ..........는 중이었다. 가쁜 숨을 토해 내며 움직이고 있는 남자의 모습은 매우 준수했 다. 바로 신주옥룡 백경추였다. 그는 흥분과 쾌락, 그리고 여인이 토해 내는 기성으로 정신없이 마지막 고지를 향해 힘을 쓰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바쁜 와중에도 ..........그의 영민한 이목은 여전하여 자꾸만 누군가가 자신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이다, 216 獨賓驚魂 그럴 수는 없었디 그는 착각이리라 생각하고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런데 그가 막 긴박하기 이를 데 없는 순간에 도달하여 전신의 힘을 쏟아부으려고 할 때였다. "흥!" 들릴 듯 말 듯한 극히 낮은 냉소가 들려 오는 것이 아닌가. 그는 대경실색하썩 엉거주춤한 상태로 몸을 멈추고 말았다 설마? 그의 전신은 얼음구덩이에 빠진 듯이 싸늘히 식어 갔다. 잘못 들었을 것이었다. 저 소리는 여기서 들려 을 수 있는 소리가 아니 ..........었다. 저 차가운 웃음 소리를 떠올릴 때마다 고는 얼마나 많은 밤 ..........을 불면으로 밝혀야 했던가. 결정적인 순간에 백경추가 행동을 멈추자 밑에서 여인이 눈부시 게 드러난 허벅지로 그의 허리를 끌어당기면서 앙탈을 부렸다 '아이, 뭐 해요?지금!' 여인은 백경추의 굳은 얼굴을 보고 입을 다물고 말았다. 백경추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휘장 너머를 바라보았다. 순간. 그의 눈은 금방이라도 튀어나을 듯 부릅떠졌으며 얼마나 놀랐던지 심장이 목구멍으로 튀어나을 뻔했다. 그는 눈앞의 사실 ..........을 믿을 수 없는 듯 두 눈을 질끈 감으며 고개를 세차게 혼들었다 ...........저, 설마, 잘못 본 거겠지! 그는 내심 마음을 가다듬으며 다시 앞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다음 순간에 그의 안색은 마치 백납과 같이 창백째졌고 온몸의 피가 일시에 동결되는 듯 전신이 싸늘히 식어 가는 것 갈았 ...........다. 방 가운데 있는 단목탁자에 한 사람이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태 연히 앉아 있었던 것이다. 그는 분명히 백경추와 같은 미남은 아니 ...........舊.怨終焉 217 었다. 하지만 누구든지 한번 보면 결코 잊어버릴 수 없는 기이딴 마력을 지닌 사람이었다. 오용운생. 그가 거기에 단정히 앉아 있었던 것이다. 백경추는 마치 석상이 된 듯 여인의 몸 위에서 움직일 줄을 몰 랐다. 그의 부릅뜬 두 눈에는 절망(絶望). 공포(恐룰). 회한(悔 恨), 의혹(疑惑)들이 한데 뒤엉켜 있었다. 이제. 오랜만이다 " 모용운생의 조용한 음성이 방안을 울렸다. 백경추는 모용운생의 음성이 들리자 진땀을 홀리며 온몸에 경련 을 일으켰다. 밑에 있는 여인은 백경추가 굉소에 얼마나 냉정 침착한지를 매 우 잘 알고 있었으므로 백경추의 이와 같은 모습에 크게 놀라서 찍 ...........소리도 못하고 몸을 사리려고 했지만 그온의 몸은 아직도 백경추 와 밀착된 상태라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모용운생의 음성이 다시 울렸다. '네 홍을 깨뜨려서 미안하구나. 곧 모든 게 끝날 것 같던데 마 저 일을 보지. 내 기다리마 ..'` 백경추는 모용운생의 침착한 음성이 들리자 다시 몸을 떨었다. 모용운생이 탈출한 후 얼마나 많은 밤을 저 목소리의 환청에서 지 ...........세웠던가 ? 혀, 형님 백경추는 천천히 여인에게서 몸을 일으키며 떨리는 음성으로 더 듬거렸다. 그도 범상한 인물은 아니라서 그 동안 어느 정도의 냉정 ...........은 찾고 있었다. '오 . 옷을 입어 . 도 되겠습니까?' 꼬용운생은 가타부타 아무 말도 하지 않고서 여전히 단정히 앉 218 獨온驚魂 아서 백경추를 쳐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의 눈빛은 너무도 차분 ...........하척 지금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짐작조차 할 수가 없었 ...........다. 백경추는 대강 옷을 입자 침대에서 내려왔다. 그가 휘장에 손을 대는 순간이었다. '서툰 짓은 마라!' 조용한 모용운생의 음성이 들렸다. 백경추는 온몸을 부르르 떨더니 내심 한숨을 쉬면서 휘장을 젖 히고 나섰다. 절로 발걸음이 떨렸다. 모용운생은 그의 눈알이 왔다갔다하는 것을 보고 담담히 웃었 다 . 너는 내 앞에서 도망칠 수 있다고 믿느냐?' 모용운생의 마지막 말은 차갑기 이를 데 없어서 백경추는 자신 도 모르게 소름이 오싹 끼쳤다. 하지만 그는 모용운생이 별다른 동 ...........정을 보이지 않자 은근히 의구심이 일어났다. '이 녀석이 제아무리 혈해의 진전을 얻었다 한들, 겨우 석 달 만에 무슨 성취를 볼 수 있었을까? 더구나 그는 외팔 그는 오 른손잡이였지 않던가?' 백경추는 네심 생각을 굴리자 어느 정도 안정을 회복할 수 있었 다. '이제 나는 네가 매우 보고 싶더구나. 그날 이후로 나는 단 하 루도 너를 잊은 적이 없었다.' 모용운생의 침착한 음성이 울려 퍼지자 백경추는 도저히 모용운 생의 허실을 짐작할 수가 없어서 진땀만 홀리고 있었다. '혀, 형님 용서해 주십시오 저는 그때 약물에 증독되어 제정신 이 아니었습니다.' 순간, 백경추는 털썩 무릎을 끓으며 연신 머리를 조아렸다. 舊.怨終舊 219 그때였다. 알몸의 여인이 벌떡 일어나 소리를 치면서 밖으로 달려나가려고 했다 . "괴, 괴한이다! 괴' 그녀는 모용운생이 누군지 모르는 것이다. '악!" 하지만 그녀는 미처 비명도 제대로 지르지 못하고 짧은 단말마 의 비명과 함께 다시 침상 위에 큰 대자로 누워 버리고 말았다 그 ...........녀의 칠공에서는 검붉은 피가 홀러내려 이불을 적셨다. 모용운생의 격공일장에 심맥이 박살나 버리고 만 것이다. 그 순간에 백경추는 번개 같은 동작으로 구유빙기장을 쏟아 내 고는 몸을 날려 창문을 뚫고 나가려 했다. 그의 구유빙기장풍 속에 ...........서 은은히 금빛이 및나는 것으로 보아 악독한 암기까지 한꺼번에 발사된 것이 틀림없었다. '헉!' 하지만 그는 공포스러운 외침과 함께 신형을 멈추고 말았다. 어느 틈인지 모용운생이 창문 앞에 서 있었던 것이다 그의 태 도는 원래부터 그 자리에 서 있었던 것처럼 태연하기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모용운생은 자신의 손바닥을 펼쳐 보더니 냉소하며 말했다 '지금도 너는 제정신이 아니겠지? 내가 네 정신을 고쳐 주어야 겠구나. 모용운생의 손바닥 위에는 이십여 매의 금침이 있었다. 그것은 방금 백경추가 쏘아 낸 화혈금망(化血金쏜)이었다. 화혈 금망은 악독하기 이루 말할 수 없어서 일단 피를 보면 사람을 피고 ...........름으로 만들어 버리는 지독한 암기였다. 백경추는 모용운생이 놀랍게도 화혈금망을 모두 거두어들이고서 22 獨뿔驚魂 도 어느새 자신의 앞을 막아서 있음을 보고 일이 심상치 않음을 절 ...........실히 느끼게 되었다. '백경추, 너는 내가 돌아오리라고 생각지 못했겠지?' 백경추는 마치 목욕을 하듯 진땀을 흘려 내면서 다급히 생각을 굴렸지만 머릿속이 텅 빈 것 같아서 도무지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 ...........았다. 사람이 너무 당황하면 일시지간에는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는 법이다. 모용운생은 천천히 백경추에게 다가갔다. 백경추는 질식할 것 같은 공포가 엄습함을 느꼈다. 그는 뒷걸음치면서 더듬거렸다. '혀, 형님 ! "닥쳐라! 누가 네놈의 형님이냐? 네 마음속에서 단 한번이라도 나를 형으로 생각한 적이 있었더냐?' 모용운생이 차갑기 이를 데 없는 어조로 말을 가로채었다. 그의 어조에는 무서운 살기가 퐁겨 나오고 두 눈에서는 금방이 라도 사람을 태워 버릴 듯한 불길이 타오르고 있었다. 정녕 무서운 ...........위세여서 천하의 어느 누구도 그의 앞에서는 무릎을 끓지 않고서 는 배길 수 없을 것 같았다. 백경추는 뒷걸음치다가 마침내 침상까지 물러서며 자신도 모르 게 침상에 부딪혀 땅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헉!" 그는 물컹한 감촉을 느끼고 대경실색하여 벌떡 몸을 일으켰다. 그는 주저앉으면서 죽은 여인의 몸을 짚은 것이다. 그와 모용운생의 거리는 겨우 석 자 정도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는 역시 영악했다. 몸을 빙글 돌리면서 침상 위에서 윙구는 순간에 어느새 검을 뽑아 들고 서 있었던 것이다. 恩怨終焉 221 '흐흐 모용운생 네가 어떻게 이곳까지 왔는지는 모르겠지 만 나는 네가 지난 석 달 동안 천하무적의 무공을 닦았다고는 믿지 ...........못하겠다.' 그의 얼굴이 조금 안정을 되찾았다. 자신감을 찾은 것이다. 검은 그의 장기이기 때문에 '네 무공이 교주보다 강하다고 생각하거든 한번 시험해 보아 라' 모용운생은 냉랭하게 말하며 여전히 천천히 접근해 갔다. 백경추는 모용운생의 말을 듣고 가슴이 서늘하였지만 이미 더 이상 생각을 굴리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모용운생이 이미 침상 앞까지 다가오고 있었던 것이다. '에잇 !' 백경추는 혼신의 공력을 기울여 모용운생에게 검을 휘둘렀다. 쉬익 그의 검은 무서운 검기를 내뿜으며 섬전과 같은 기세로 모용운 생을 공격해 갔다. 동시에 그의 손에서는 구유빙기장이 노도와 같이 모용운생의 오 른쪽 어깨의 견유(肩料)를 노리고 쏟아졌다 그의 계산은 매우 치밀하고도 악독했다. 모용운생이 설흑 그의 검세를 막아 낸다고 해도 오른쪽 팔이 없으므로 그가 가한 구유빙 ...........기장은 막아 낼 수가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한 손으로 두 곳을 동시에 막을 수는 없을 테니까. 하지만 세상 일이 어디 그렇게 마음먹은 대로 되기만 하던가. 백경추는 자신의 검과 장이 모용운생의 몸에 막 격증하려는데도 모용운생이 태연하게 가만히 있자 문득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순간, 그의 양면 공세는 모조리 허공을 치고 말았으며 모용운생 의 모습은 허깨비인 양 사라져 버렸다. 22= 8鋼 백경추는 대경실색해 공세를 철회하려고 하였다. 그 순간. 백경추는 오른쪽 어깨가 섬뜩함을 느꼈다. 의 눈앞에 검을 쥔 자신의 팔이 피를 뿌리며 떨어지는 다, 갑자기 무서운 고통이 오른쪽 어깨를 엄습해 왔다 그리고 그 ...........것이 보였 '으악!' 백경추는 처절한 비명을 터뜨리면서 오른쪽 어깨를 감싸쥐고 나 됩굴었다. 그의 팔은 어깻죽지부터 잘려져 나가 피를 분수처럼 뿜어 `내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오른쪽 어깨를 움켜쥔 채 꼼짝도 못하고 땅 ...........에 쓰러져 있을 뿐이었다. 어느새 모용운생에게 혈도를 짚힌 것이다. 모용운생은 발로 백경추를 툭, 차서 바로 눕히며 냉랭한 어조로 말했다. '백경추, 너도 외팔이가 될 수 있을 줄은 몰랐을 테지? 지난날 나를 쫓아을 때의 그 당당한 모습은 어디로 갔느냐?' 백경추는 공포 어린 시선으로 오용운생을 쳐다보곤 눈을 감았는 데 전신이 끊임없이 떨리고 있었다. 격심한 공포로 마음이 진정되지 않는 것 같았다. 오용운생은 백경추의 얼굴을 쳐다보고 있자 더욱 분노가 솟아오 름을 느꼈다. 평생 처음 만났다고 생각한 지기(知已)1 그 의형제가 자신을 철저히 우롱하다니. .. '백경추 너는 인면수심을 가진 놈이다. 네놈을 죽이지는 않겠 다, 대신 인면수심을 수면수심. 정말로 짐승보다 못하게 만들어 주 ...........마1' 모용운생이 차갑게 말하며 발끝으로 연달아 백경추의 무릎 슬개 (繼舊를 걷어찼다. ,탭怨料焉 22 퍽 퍽 '으악!' 백경추가 비명을 토해 내었다. 그의 무릎은 완전히 부서져 가루 가 되었다. 동시에 넙적다리 위의 몸통과 다리의 경계선인 거요(居 ...........順)가 연달아 부서져 갔다. 퍽! '으악!" 백경추는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이를 악물었다. '백경추, 네놈에게는 아직 팔 하나가 남았겠지?' 오용운생은 차갑게 외치더니 백경추의 왼쪽 어깨를 발로 밟았 다. 그가 다시 말했다. 네가 입을 열 수 있을 때 물어 보자. 교주는 돌아왔느냐?' 백경추는 이를 악물고 고통을 참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하 -" 오용운생이 나직하지 웃었다. '네가 대답을 않고 견딜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견뎌 보아라!'` 백경추는 온몸을 부르르 떨더니 눈을 떴다. '제발 나에게 통쾌한 죽음을 내려주시오. 뭐든지 말하겠소.' 모용운생이 차갑게 코웃음겼다. '그것은 내 마음이다. 네가 감히 나에게 조컨을 걸겠다는 것이 냐?' 백경추는 모용운생과 눈을 마주치자 마치 뱀을 만난 개구리처럼 기가 죽고 말았다. 그만큼 그의 내심에는 모용운생에 대한 공포가 ...........자리잡고 있었던 것이다. '사. 사부님께선 안 돌아오셨소. 혀. 혈해로 가신 뒤로 '교주가 떠난 뒤나 떠나기 전에 총단을 찾아온 사람은 혹시 없 었느냐? 224 飜理理 들은 바 없습니 다. 누구를 말하는 건지 .' 네놈이 알 것은 없다. 흑시 수옥에 감금된 죄수 중에 여자는 없느냐?' 모용운생의 어조가 갑자기 가늘게 떨렸다. 백경추는 의혹 어린 눈길로 쳐다보더니 말했다. '수옥은 이미 십 년 전에 폐쇄되고 뇌옥만을 사용하고 있습니 다.' 백경추는 내심 생각을 굴리다가 빠르게 말했다. '그러고 보니 십 년 전 수옥이 폐쇄되기 직전까지 한 여죄수가 있었다고 하는데 그 여죄수는 전신이 썩어' '뭐라고? 그래, 그분이 어떻게 되었느냐?' 모용운생은 다급하게 외치며 백경추의 어깨에 올려놓았던 발을 치우고 멱살을 쥐었다. 백경추는 이 모용운생의 이성을 잃은 듯한 행동에 놀라 자신도 모르게 황급히 대답했다. "그 여죄수는 수옥이 폐쉐되기 직전에 죽었다고 하는 것 같았습 정말이냐?' 모용운생이 다급히 외치며 백경추의 멱살을 더욱 세게 움켜쥐었 '책! 랙! 그, 그렇습니다.' '으아' 돌연 모용운생이 괴성을 터뜨리면서 백경추를 집어던졌다. 감당 할 수 없는 분노가 그의 심증에서 치밀어 올랐던 것이다. 와장창! 백경추는 무서운 기세로 날아가 벽을 부수고 등의 반 정도가 벽 을 뚫고 나갔다. 모용운생이 노해 부르짖은 외침은 그의 공력이 깃 ...........舊.料終焉 225 들여 있어 마치 뇌성벽력이 치는 것 같았다. 그 외침은 사방을 경동시키기에 충분했다. 1-익1 뻑 여기저기서 급촉한 호각 소리가 들려 왔다 처음에는 그 호각 소리가 이 옥룡헌과 가까운 곳에서만 들려 왔 는데. 금방 멀리서도 호각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짐작컨대 ...........비밀초소가 궤멸된 것까지 발각난 것 같았다. 무진교의 총단은 이내 발칵 뒤집혔다. '적이다 "적이 침입했다 모용운생은 그 시끄러운 소리를 듣지 못한 듯 멍청히 서 있었 다. 하지만 그것도 순간, 그는 사납게 이를 갈아붙이더니 재차 백경 추의 멱살을 틀어 쥐었다. 그분의 무덤이 어디 있느냐?' 그렇게 집어던졌는데 온전할 리가 있으랴. 백경추는 이미 반 혼 수상태에 빠져 있었다. 모용운생은 백경추가 대답을 않자 연달아 사납게 그의 뺨을 후 려갈겼다. 철썩 !철썩 '때답하지 못하겠느냐?' 그의 손질은 매우 매서워서 백경추의 뺨에는 대번에 선명한 손 자국이 났으며 그쪽의 이빨은 한꺼번에 다 부러져 나갔다. 백경추는 잇달아 피를 토해 내면서 억지로 정신을 차려 더듬거 리면서 말했다. 그는 이미 제정신으로 대답하는 것이 아니었다 .`.'모릅니다. 일개 여죄수의 일을 어떻게 그냥 아무데나 내버 2=6 = 렸겠지 '네놈이 감히' 모용운생은 그의 말을 가로채며 노호를 터뜨렸다. 동시에 분노에 찬 그의 주먹이 백경추의 턱을 강타했다. 퍽 ! 비명 소리도 없었다. 모용운생의 공력은 이미 천인합일지경에 이르러 있었으니 그의 .주먹질은 설사 철두(鐵頭)라 해도 견뎌 낼 수 없었다. 콰아아아 그의 목에서 선혈이 분수와 같이 솟구쳐 올랐다. 그곳에 이미 .그의 머리는 없었다. 그의 머리는 맞은편 벽에 박살이 나서 박혀 있었다. 그의 목 부분에서는 붉은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백경추는 모 .용운생의 뜻하지 않은 분노로 어이없이 죽음을 맞이한 것이다. 인 ...........류 역사상 아마도 주먹에 맞아 머리통이 날아간 사람은 백경추, 그 ...........가 최초이자 최후의 사람일 것이었다. '틴 백경추의 목 없는 몸뚱이가 막대기처럼 쓰러졌다. 모용운생은 백경추의 마지막 말에 분노를 참지 못해서 순식간에 그를 박살내 놓고 잠시 멍하니 서 있었다. 혹시나 하는 희망을 가졌었는데 그 모두가 헛것이었다. 어머니란 소리를 한번. 정말로 한번만 입 밖으로 내어 보고 싶 떴는데 모용운생은 까닭 모를 슬픔이 치밀어 올라 가슴이 메어지는 것 같았다. 동시에 이글이글 타오르는 블덩어리가 그의 마음속을 태 우기 시작했다. 모용운생은 처참하게 죽어 넘어진 백경추를 보고 중얼거렸다. ,면.料終焉 2 '백경추 너는 너무 쉽게 죽었구나. 내가 실수했다.'` 그때였다. 탕 탕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 왔다 '백령주 노부는 송당주요. 무슨 일이오? 혹시 여기 침입자가 잠입한 거 아니요?" 밖에서 늙수그레한 음성이 들려 왔다. 그의 목소리가 매우 우렁 찬 것이 내공이 매우 깊은 것 같았다. 모용운생의 싸늘한 눈빛이 문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의 손에서 가공할 흥광이 무지개처럼 문을 향해서 뻗 어 나갔다. 치솟는 분노를 참을 수 없는 그였다. 분노를 참지 못해 ...........전력을 경주한 일장이니. 그 위력을 어찌 설명하랴. 펑! 와지끈 '으악1' 문과 벽이 통째로 박살이 나서 날아가면서 처절한 비명이 꼬리 를 물고 연달아 터져 나왔다. 228 獨샘篤魂 策 1 十 루 初 試 雷 劍 法 ?卞룡헌 주위에는 적지 않은 사람들이 모억 있었다. 그런데, 옥룡헌 문 앞에 섰던 제령당(製靈=닙의 당주를 비롯한 십 ...........여 명이 한꺼번에 화염에 휩싸여 날아가자 그들은 대경실색했다. 사 ...........람과 벽이 한커번에 터져 나가는 굉씽을 어찌 상상이라도 했으랴. 삐-삐뻑 ! 급촉한 호각 소리가 잇달아 울려 죄졌다 강적이 나타났으니 모 든 고수는 집합하라는 신호였다. 그 소리가 울리는 순간에 옥룡헌의 부서진 문으로 모용운생이 나타났다. 그는 얼음과 같은 표정으로 천천히 걸어나왔다. 차가운 얼굴 표정과는 반대로 그의 두 눈에서는 금석이라도 꿰뚫을 듯한 무서운 신광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우람한 체구의 흥의인 하나가 문득 모용운생의 앞을 막아섰다.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네놈이 누구기에 이곳에서 함부로 독랄 한 수단을 쓰는 것이냐? 대무진교의 총단이 네놈의 안방이라도 되 는 줄 아느냐?' 恩料終焉 2.=1 퉁방울 같은 눈을 부릅뜬 그는 호교구신 중의 제사신인 철나한 (鐵羅漢) 독고승(獨弧勝)이었다. 그의 외문무공은 소림사에서 유래 ...........하여 무림최고라고 일컬어지는 마두 중 하나였다. 모용운생이 차갑게 웃었다. '오물통인 줄 알고 있지1'` 이 말은 너무도 뜻밖인지라 기세 등등하게 나섰던 철나한 독고 승이 멍청하게 모용운생을 바라보았다. 휘익- 그때 한 줄기 바람이 불어와 모용운생의 텅 빈 소맷자락을 휘날 렸다. 철나한 독고승은 그것을 보자 뜻밖인 듯 냉소했다 난 또 홍. 외잘이 놈 주제에'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등뒤에서 갑자기 공포에 찬 부르짖음 이 터져 나왔다 '내, 냉심무정 냉심무정 모용운생이다' 누군가가 모용운생을 알아본 것이다. 냉심무정 모용운생- 이 여덟 글자의 위력은 정녕 믿을 수 없이 엄청났다. 모용운생의 주위에는 어느새 백 명 가량이 둘러싸고 있었는데 그 백 명이 하나도 남지 않고 일제히 한걸음씩 물러선 것이다 철나한 독고승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는 그 소리를 듣자 온몸에 한바탕 경련이 일어나더니 잇달아 두 걸음 가량을 물러서며 외쳤다. '네. 네가 정녕 냉심무정이란 말이냐? 모용운생이 냉랭하게 웃었다. '너에게 대답할 필요가 있나? 그 어조논 너무도 상대를 안중에 두지 않고 있는 것으로 광망 232 獨脣驚魂 (狂妄)하기 이를 데 없었다 철나한은 모용운생의 말만 들었지. 한번도 그의 무공을 직접 본 적이 없었다. 한데 실제로 보니 겉보기로는 유약한 대가집 공자 같 ...........은 데다가 한쪽 팔마저도 없어 별것이 아닌 것 같았다. 더욱이 그가 무공이 전폐된 채 탈옥한 것은 불과 석 달 전이 아 니던가? '지난날 그놈의 무공이 그대로 살아 있더라도 이미 주인 격인 오른팔이 없으니 별것 아닐 텐데 하물며 전폐된 무공을 그 동 안 얼마나 회복했을라고 철나한은 내심 생각을 굴리자 용기가 솟았다. .그는 생각이 매우 단순한 편이므로 일단 작정을 하자 대번에 그 것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었다. 만약에 냉심무정을 처치하면 그는 ...........대번에 영응이 되지 않겠는가! '으하하하 대가리에 피도 안 마른 놈이 건방지기가 이루 말 할 수 었구나! 노부가 네놈의 버릇을 고쳐 주마' 철나한은 우렁차게 웃더니 번개같이 모용운생에게 덮쳐 가며 자 신이 가장 자랑하는 나한득도(羅漢澤遣)란 식으로 전신의 공력을 ...........쏟아 내었다 그런데 그 순간. 그는 온 천하가 흥광으로 뒤덮이는 것 같은 착 ...........각에 빠졌다. '으악!" 처참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동시에 철나한의 몸은 덮쳐 갈 때 ...........보다 더욱 빠르게 청겨져 나갔다. 털썩- 중인들이 쓰레기처럼 나펑구는 철나한의 시신을 하여 신음을 토해 내며 그 자리에 멍청히 굳어졌다. 보고 대경실색 땅에 떨어진 철나한의 시신은 이미 사람의 모습이 아니었다. 무 ...........鳳怨料焉 2 서운 열기에 일그러지다 못해 완전히 숯으로 변해 있었던 것이다 ............철나한은 소림외가의 횡련공부를 연성해서 웬만한 도검도 그를 상 ............대할 수 없는 실력자였다. 만 것이다. 앞으로 걸어나 그런 그가 오용운생의 단 일거수에 숯덩이가 되고 모용운생이 걸어오던 기세를 멈추지 않고 여전히 오면서 냉랭히 외쳤다. '누가 또 시험을 하겠느냐?" 그의 말에는 살기가 가득하여 무진교도들은 마치 분분히 물러나면서 길을 비켜 주었다. 오용운생의 곁에 있었던 사람들은 공포에 질려서 질쳐 뒤에 있는 사람들의 틈으로 파고들었고 뒤에 앞을 다투듯이 ............또한 그 자리를 빼앗기지 않으려고 했다. 황급히 뒷걸음 있는 사람들은 일이 그떻게 되자 서로 맨 앞에 나서지 않으려고 밀치고 당기 는 실로 어이없는 대혼란이 일어났다. 원래 모용운생은 백경추에게 어머님의 죽음을 듣고 살기가 치밀 ............어 대도살을 벌이려고 했었다. 하지만 이 꼴을 보자 하도 한심하여 ............가만히 서 있었다. 손쓸 가치가 없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으악-' -2-" '아악 그런데 갑자기 맨 끝 쪽에서 잇달아 비명이 터져 나오더니 물러 던 무진교도들의 이동이 멈춰졌다. ,물러서지 마라 누구든지 물러서는 자가 있으면 해독약의 공급 을 하지 않겠다1 앞으로 가!" 행렬 끝에서 차가운 외침이 터져 나왔다. 실력자가 온 모양이었다. 모용운생을 피해 도망치던 사람들이 24 8 엉거주춤 앞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모용운생은 소리지른 자의 목소리가 귀에 익어 그곳을 바라보았 다. ?? 찰나, 모용운생의 눈에서 소름 끼치는 살기가 쏟아져 나왔다 거기에 북궁소가 있었던 것이다. 그 옆으로 흥의인 셋이 있었으며 그 뒤로는 홍포를 전신에 뒤 집어 쓴 기괴한 형태의 환흔강시가 열 구나 늘어서 있었다. 이러한 상황을 일컬어 불문곡직이라 하리라. 모용운생은 그를 발견하자마자 그대로 몸을 솟구쳐 북궁소에게 날아갔다. 그와 북궁소와의 거리는 대략 백 장 가량. 한편 북궁소는 모용운생을 발견하자 절로 가슴이 서늘해졌다. 그는 강적이 나타났다는 보고만 받고 쫓아온 것이지. 설마 그것이 ............모용운생일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는 모용운생이 자신을 향해 몸을 날리는 것올 보고는 대경실 색해서 절로 뒷걸음쳤다. 모용운생이 그 엄청난 거리를 단숨에 바 ............람을 가르면서 날아오고 있음을 보았기 때문이다. 초절정의 고수라 해도 십 장 이상을 날아간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런데 단숨에 백 장이라니? 그는 혼비백산하여 바람처럼 옆에 있던 흥의인의 뒤로 돌아갔 ' 다. 마치 어머니의 치마자락 속에 숨는 아이와 같았다 그 흥의인이 놀람에 찬 소리로 중얼거렸다. '저 녀석이 펼치는 경공은 이미 수백 년 간 뀔쳐 낸 사람이 없 었던 어풍신법인 것 같군. 뜻밖이다... ." 그 소리를 듣자, 귀선생 북궁소는 머리 끝이 거꾸로 곤두서는 것 같았다, 어풍신법이라니 . 이런 공포스러운 소리가 어디 있 단 말인가 저 외팔이가 어떻게 그런 신법을 펼칠 수가 있어? 그렇 ............ 밭怨料焉 25 게 되어서는 아니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상황은 현실이었다. 북궁소는 다급한 음성으로 매달렸다. '노 노선배님 1 저, 저놈을 꼭 좀 막아 주십시오1' 그가 채 말을 마치기도 전에 모용운생은 이미 그들의 앞으로 내 려서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서슴없이 북궁소에게 다가갔다. 눈앞의 모든 사람 들이 그의 눈에 보이지 않는 듯한 태도였고. 단번에 북궁소를 잡아 ............그의 껍데기를 벗기고야 말 것 같은 기세였다. '건방지군! 네놈의 눈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냐!' 북궁소가 등뒤로 숨은 홍의노인이 냉소를 터뜨리면서 돌연 모용 운생에게 일장을 쏟아 내었다. 슈우- 그의 손바닥에서 소리도 없이 백색의 기체가 쏟아져 나가는데 단번에 사방이 얼음굴이 된 듯 한기가 가득 찼다. 눈이 다시 얼어 ............버릴 정도의 한기였다. 모용운생의 눈에 의아한 듯한 빛이 떠올랐다. 하지만 그는 다가 가던 기세를 멈추지 않고 마주 일장을 때려 내었다. 띵 무서운 폭음이 터지며 사방에서 눈이 날아올라 시야를 가렸 다. 흥의노인은 그 경기를 이겨 내지 못하고 휘청 한걸음 물러 섰다. 반면에 모용운생은 다가오던 기세를 저지당한 듯 걸음을 멈추고 있는데.얼굴에 놀란 멎이 역력했다. 걸음을 멈춘 그는 홍의노인의 ............얼굴을 유심히 바라보다가 침중히 물었다. '흑시 당신이 구유신마 공손천도요?' 모용운생과 일장을 겨룬 흥의노인은 모용운생의 놀라운 내력수 2꿰 獨뿔驚魂 위에 놀라 굳은 표정으로 그를 보고 있다가 그가 대번에 자신의 내 ............력을 적시하여 묻자 눈썹이 꿈틀하며 다시 놀란 빛을 드러냈다. '왜 노부가 공손천도라고 생각하는 거냐?' 모용운생은 차갑게 웃고 나서 말했다. '당신이 아니고 누가 있어서 무형의 구유빙기장을 유형까지 수 련할 수가 있겠소?' 홍의노인은 내심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네놈의 이름이 무림에 진동하는 이유를 알겠군. 맞다! 노부가 바로 공손천도 본인이다.' 구유신마 공손천도! 백년 전 우내삼마의 하나였던 그가 혈해에서 죽은 염왕대제 이 래로 두 번째로 나타난 것이다. 그의 나이는 이미 백사오십 세가 넘으므로 그 공력의 조예는 실로 경탄할 만한 것이었다. 이미 구유빙기장이 무진교 내에 퍼져 있음을 알긴 했지만 그가 아직 세상에 살아 있을 줄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모용운생은 내심 ............당황했으나, 겁을 낼 그는 아니었다. '나는 귀하와 상관이 앎다. 비켜 준다면 싸우지 않겠다!' 모용운생이 냉랭한 어조로 말했다. '와핫핫핫 구유신마 공손천도가 미친 듯 웃어대었다. '노부가 네 앞에서 비켜나려면 무엇 하러 나왔다는 말이냐?' 와하하. 이번에는 모용운생이 앙천대소했다. 그리고 그는 웃음을 뚝 그 치고는 태연하게 공손천도에게 다가갔다. '당신은 무진교와 무슨 관계요?' 구유신마 공손천도가 외쳤다. '노부가 바로 호교구신의 수장(首長) 인 호교지신 (護敎之神)이 舊.怨終焉 27 다, 멈추지 못할까!' 동시에. 구유신마 공손천도는 모용운생에게 전력으로 구유빙기 장을 쏟아 내었다. 그 기세는 무섭기 이를 데 없어서 주위의 눈이 퍼져 흩어지며 모용운생의 시야를 가려 어느것이 눈이고 어느것이 구유빙기장인 ............지 알 수가 없었다. 구유신마 공손천도의 무공은 이미 백년 전에 우내삼마의 수석으 ............로 손꼽혔었다, 그러니, 오늘날에 이르러서 그 공력의 고강함을 설 ............명한다는 것은 불필요한 일이었다. 그는 지난날 오용운생이 파죽지세로 무진교의 총단을 유린할 때 총단에 있지 않았으므로, 모용운생의 신위는 말로만 들었지 직접 보지는 못했다. 당연히 그것을 믿지 않았다. 그리고 사실 그 당시 ............의 오용운생의 무공이 대단한 것은 분명했지만 공손천도의 적수는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달랐다. 구유신마 공손천도는 자신이 쏟아 낸 구유빙기장의 장세를 한 줄기의 타는 듯한 열기가 뚫고 들어옴을 느끼고 깜짝 놀랐다. 그가 ............보니, 모용운생의 손에서 이글거리는 홍광이 뻗어 나오고 있는데 마치 손바닥에 작은 태양이 생겨난 것 같았다. 야압!' 그러나 구유신마 공손천도는 모용운생의 천하에 없는 절학을 습 득했다고 하더라도 내력은 자신보다 약하리라고 생각하고는 대뜸 호통올 치며 정면으로 맞서갔다. ! 우렁찬 폭음이 터지며 사방으로 뼈를 에일 듯한 경기가 휘몰아 치고 바닥에 수북이 쌓였던 눈이 날아올랐다. 으음! 28 구유신마 공손천도는 한 가닥 열기가 자신의 장심을 뚫고 들어 옴을 느끼고 대경실색하여 연달아 세 걸음이나 물러서고 나서야 겨우 신형을 안정시킬 수 있었다 그런데. 모용운생은 휘몰아치는 경기 속에서 텅 빈 소매만 휘날 릴 뿐 미동도 하지 않고 그 자리에 서 있는 것이 아닌가? 구유신마 공손천도는 놀라기 이전에 가슴 깊은 곳에서 까닭 꼬 를 한기가 치밀어 오름을 느꼈다. 모용운생이 눈보라 속에 표표히 서 있는 모습은 마치 태산과도 같아서 누구도 그를 쓰러뜨릴 수 없을 것 닫은 느낌이 전해져 왔기 ............때문이다. 고수와의 대결에서 심리적으로 위축올 느린다면 그것은 ............곧 패배를 의미했다. 구유신마 공손천도는 가히 불가일세(不可一世}의 대마두였다. 그러니만큼 평생 어느 누구도 두려워해 본 적이 없었고, 누구에게 ............위축감을 느껴 본 적은 더 더욱이 없었다. 그런데 오늘 모용운생에 ............게서 묘하게도 그런 느낌을 받은 것이다. 하지만 그는 더 이상 생각을 굴릴 여가가 없었다. 격돌이 일어난 다음 순간에 모용운생이 다시 바람같이 달려들면 서 일장을 쳐왔던 것이다. 그 장세는 기이했다. 온 하늘이 모용운 ............생의 장심에 쏟아져 나온 홍광에 파묻히는 것만 같았다. 그것이야말로 태양신공을 운옹한 열화번천(料火舊天)의 일식이 었다. 구유신마 공손천도는 전신이 용광로 속으로 들어간 듯 뜨거워짐 을 느끼고 놀라서 전신에 자신의 독문무공인 구유음마공(九幽陰魔 ............功)을 돋우어 온몸을 보호했다. '바압" 동시에 구유신마 공손천도는 호통을 치면서 구유비흥(九幽飛料 의 수법으로 구유빙기장을 쏟아 내어 모용운생의 장력에 맞서 갔다 .............恩料料焉 29 꽝, ?2 ? 두 가지 전혀 다른 성질의 공력이 허공에서 맞부딪치는 순간에 구유신마 공손천도는 눈앞이 깜깜해짐을 느끼고 비명을 토해 내며 비틀거렸다. 모용운생의 열화번천을 감당해 내지 못한 것이다. 북궁소는 이 팜경을 보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는 구유신마 공손천도의 무공이면 층분히 오용운생의 저지할 수 있다고 믿었는 데 상황이 심상치 않았던 것이다. 북궁소는 옆에 서 있던 호교구신 증의 두 명에게 급히 손짓을 했다. '어서 !' 획 ! 획 호교구신 중의 두 명은 이미 구유신마 공손천도가 모용운생을 단독으로 상대할 수 없다고 느낀 듯, 서슴지 않고 몸을 날려 모용 운생을 딪쳐 갔다 북궁소는 내심 교주는 소식이 없고 모용운생만 나타나자 의혹을 금할 수 없었다. 하지만 교주가 이미 모용운생의 손에 일패도지 ( 敗塗地)하여 도주한 것을 알았다면 그가 어찌 이렇게 태연할 수 있 었으랴. 이미 총단을 떠나 눈썹이 휘날리게 도주하고 있었으리라. 제아무리 귀선생이라는 북궁소도 그러한 상황을 알지 못하는 상 태인지라 어떻게 하면 모용운생을 처치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만 몰골하고 있었다. 착각은 자유라지만 북궁소는 그 한 순간의 착 각이 어떠한 결과를 가져 오게 될 것인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 '으악! 갑자기 터져 나온 처참한 비명 ! 24 獨환驚魂 생각에 잠겼던 북궁소는 정신이 번쩍 났다. 조금 전에 구유신마를 돕기 위해 나섰던 호교구신 증 제팔신이 피를 토하면서 지른 단말마의 비명이었다. 피를 뚜리며 그의 행색으로 보아 이미 살기는 틀린 것 같았다. 날아가는 이때, 광장에 모인 사람들의 수효는 삼백이 넘고 있었다. 그 증 이백 가량은 신지 (神志) 가 제압당해서 오직 명령만을 따르는 실혼 .............인들이었다. 북궁소는 그것을 보고 한 생각이 떠올라 모든 인원을 모용운생 과 자신의 사이에 집결시키기 시작했다. '흐흐 제놈이 아무리 기연이 있었다 하더라도 한도가 있겠 지? 제놈의 공력과 사람, 어느쪽이 오래가는지 보자!' 그는 음산히 웃었다. 그는 가증스럽게도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남의 생명을 이용하는 인해전술을 쓰려는 것이다. 그때 모용운생은 열화번천의 초식으로 왼손을 사용하여 전광석 화와 같이 연달아 이십여 식을 쳐내어 구유신마 공손천도를 곤경 에 몰아넣고 일식의 변화로 그의 목숨을 앗으려는 찰나에 있었다 그는 이미 무진교에 대배서는 철천지 원한을 품고 있었으므로 전혀 손에 사정을 두지 않았다. 그러자. 합공을 하고 있던 호교구신 중의 하나인 제삼신이 번개 같이 모용운생의 명문혈을 칼로 찔러 왔다. 모용운생은 팔이 하나뿐이므로 한꺼번에 공격과 수비를 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구유신마를 죽이기 위해서 자신이 모험을 하고 싶은 생각은 결코 없었다 결국 그는 구유신마에게 쏟아 내던 공력을 거두며 번개같이 몸 을 돌려서 제삼신을 공격해 갔다. 그가 제삼신을 공격한 것은 분노 .............해서 쏟아 낸 것이므로 바로 그 위력이 극대화하기 이를 데 없는 열화탄천이었다. 料料焉241 그 열화탄천은 무진교주 강옥지와 빙궁지주 조약상을 일패도지 케 한 절학인데 제삼신이 어떻게 막아 낼 수 있겠는가? 그는 크게 놀라서 칼을 일망차천(一網速天)의 식으로 휘둘러 몸 을 보호하려고 했다. 그는 천지가 홍광에 휩싸이는 것을 깨닫자 다 .............급히 자신을 보호하면서 그 범위에서 물러나려고 했는데. 놀랍게 도 그의 앞을 봉쇄하고 있던 칼이 녹아 버린 것이다. '악1" 그뿐이었다. 그는 쟈신의 칼이 믿을 수 없게도 쇳물로 화해 흩어지는 것을 보는 .............것을 끝으로, 영원히 아무것도 볼 수도 없고 들을 수도 없게 되었다 .............구유신마 공손천도는 순식간에 제삼신마저 죽음을 당하는 것을 보고는 크게 놀라서 눈을 부릅떴다. 그는 이미 보통의 방법으로는 결코 모용운생을 당할 수 없음을 절감하고는 사생결단을 낼 요량 으로 근 백년 간이나 잠수(8) 하여 얻은 빙기지단(氷?之丹) 을 끌어올려서 토해 내었다. 이 빙기지단은 바로 그가 수련한 전내공이 집결된 것으로 구유 빙기장의 원천이랄 수 있었다. 빙기지단이 일단 구유신마 공손천도의 입에서 토해지자 그 세력 은 엄청나 주위 십 장 이내에는 뼈를 깎을 듯한 한기가 몰아쳤다 .공력이 약한 사람은 대번에 얼어 죽을 지경이었다. 모용운생은 공손천도가 마치 서리와 같은 하얀 둥근 공 같은 물 체를 자신에게 토해 내자 깜짝 놀라서 번개처럼 태양신공을 운용 .하여 몸을 보호하며 재차 열화신장 중의 열화번천으로 그 빙기지 .단을 공격해 갔다. 팍, 공손천도가 토해 낸 내단과 모용운생이 쏟아 낸 장력이 허공에 서 부딪치자 기이한 음향이 터져 나왔다. 242 料껴驚魂 동시에 사방으로 일진의 회오리 바람이 몰아치는데 놀랍게도 그 .범위가 이십 장에 달했다. 주위를 둘러싸고 있던 무진교도들은 그 기세에 밀려 모조리 비 .틀거리고 물러났으며 가까이 있던 수십 명은 빙기지단의 한기와 .태양신공의 열기에 견디지 못하고 개죽음을 당하고 말았다. 모용운생은 이번의 맞부딪침에서 조금의 이득도 보지 못했다. 자신이 전공력을 경주하고도 겨우 평수를 이루자. 그는 그제서 .야 공손천도가 토해 낸 둥근 공 모양을 이룬 것이 무림고수의 내공 의 진원이 모인 내단의 일종임을 알 수 있었다. 만년화리의 내단(內丹)이 어쩌고 금갑신구(金甲神龜)의 내단이 어쩌고 하는 것은 동물들이 그처럼 오래 살면서 자연의 정기를 받 아들여서 이루어 낸 것을 일컫는다. 하지만 사람이 내단을 이꼴 수 있고 그것을 토해 낼 수 있다면 그의 무공은 정녕 화경에 이르렀다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저 노괴의 공력이 이 정도에 이르렀음은 생각지도 못했구나1 저 내단을 파괴하려면 공력의 소모가 매우 크겠다!' 결코 구유신마와 동패구상한다든지 하는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었다. 그것은 죽음을 자초하는 일이 될 수도 있었다. 숙 그때 빙기지단이 아지랑이 같은 백기에 휩싸인 채 다시 모용운 생에게 딪쳐 팠다. 모용운생의 눈에 살기가 스쳐 갔다. '우 우. 1" 그의 입에서 하늘이라도 꿰뚫을 것 같은 우렁찬 장소(릇滅) 소 리가 터져 나왔다. 동시에 장소 소리에 이끌리듯이 그의 신형이 번 개같이 허공으로 솟구쳤다. 구유신마 공손천도는 의아하여 빙기지단을 거두어들이며 모용운 恩料終焉 24 생을 쳐다보았다. 모두의 고개가 위로 꺾였다. 그때, 모용운생은 근 십 장 가량이나 곧장 솟구쳐 올라가더니 돌연 그의 몸 전체에서 찬란한 노을멎 광채가 퍼져 나왔다. 그리고는 그의 .............몸 전체가 마치 불덩어리가 된 것처럼 무서운 홍광으로 휩싸이더니 유성이 떨어져 내리는 듯 구유신마 공손천도에게 쏘아 내렸다. 모용운생이 덮쳐 내리는 속도는 너무도 대단하여 그의 몸이 붉 은 홍광으로 뒤덫인다 싶은 순간에 이미 구유신마 공손천도와 일 장도 되지 않은 허공에 도달하고 있었다. 이것은 진정 상상도 할 수 없는 속도인지라 구유신마 공손천도 는 전혀 피할 여유가 없었다. '쉭 그의 입에서 빙기지단이 다시금 무서운 기세로 빙글빙글 돌면서 덮쳐 내리는 모용운생에게 쏘아 갔다 파아, 사방으로 섬광이 번쩍이고 무서운 경풍이 몰아켰다. 위윙 '으아아아' 그 엄청난 소음 속에 들릴 듯 말 듯한 비명이 섞인 듯했다. 북궁소는 아무리 공력을 돋우어서 상황을 알아 보려고 했지만 사방에 쌓였던 눈이 너무나 엄청날 정도로 소용돌이치면서 일대를 뒤덮고 있어서 그의 안력으로도 전혀 분간할 수가 없었다. 이윽고, 눈송이가 가라앉으면서 약간 시야가 트였다. ? ..,...? 북궁소가 신음을 토해 내었다. 모용운생이 여전히 태산과 같이 서서 텅 빈 소매자락을 날리고 있음을 보았던 것이다. 모용운생은 그때 왼손에 한 자가 조금 넘어 보이는. 눈부신 혈 2섬 獨背舊魂 홍색(血紅色) 빛을 발하는 단검을 들고 있었다. 그 단검은 바로 모용운생이 혈해에서 가지고 온 단홍검(丹紅劍) 이었다. 단흥검은 무서운 위력이 있어 강철도 녹여 내고 머리카락 을 검 위에 올려놓고 부는 것이 아니라. 그냥 올려놓기만 해도 끊 어지는 절세보검이었다. 그리고 일단 검집에서 벗어나면 백사(百 邪) , 백독(百毒)을 막아 내는 효능이 있었다 그의 앞에는 구유신마 공손천도가 엎어져 있는데 내단이 단홍검 에 파괴되자 그대로 숨이 끊어진 것 같았다. 모용운생은 상대가 목숨을 걸고 덤비자 마침내 단흥검을 꺼낸 것이다. 이 단홍검으로 펼쳐 내는 뇌화검법 (雷火劍法)은 그 위력이 너무 도 강맹하여 그는 되도록 사용치 않으려고 했지만, 공손천도의 내 단을 상대하기 위하여 어썰 수 없이 사용하게 된 것이다. 북궁소는 모용운생이 자신을 쏘아보는 눈과 마주치자 가슴이 섬 뜩해 심장이 얼어붙는 것 같았다. 전신이 오그라드는 것 같은 공포 에 휩싸인 그는 뒤로 한걸음 크게 물러섰다. '공격해라!" 동시에 반사적으로 그의 입에서 터져 나온 외침. 그 말을 듣지 못한 듯이 모용운생이 냉담한 얼굴로 북궁소에게 걸어왔다. 그 속도는 놀랍게도 빨라서 북궁소와 모용운생의 거리 는 단숨에 채 십 장도 남지 않게 되었다. 뭐 하는 거냐? 어서 공격하라니까!' 귀선생 북궁소는 수하들이 멍청히 서 있자 더욱 다급해서 악을 쓰듯이 고함쳤다. 그는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와아! "와아아!' 그제서야 흥의를 걸친 무진교도들이 일제히 모용운생에게 덮쳐 恩怨終焉 245 들었다. 그들 증의 삼분의 이는 자신의 목숨보다 명령을 더욱 증요 하게 여기는 실혼인들이었다. 목숨을 돌보지 않으므로 그들의 공 세는 정상인이 펴내는 것보다 더욱 엄청났다. 모용운생은 대번에 그들이 이신탈백 (移神奪魂) 의 방법에 제압당 한 것을 알아보았다. 이신탈백은 천부귀옹이 심성이 악독한 자들을 교화하기 위해 연 구하다 파생된 방법인데, 강옥지는 그것을 무림고수들을 수하로 거두기 위해 사용한 것이었다. 모용운생은 그들의 정상(情狀) 을 알게 되자 차마 검을 휘두를 수가 없었다. 무진교에 원한을 가지고 있어 그의 손 씀씀이가 매섭 다 할지라도 그는 여전히 살인귀는 아닌 까닭이다. 그러나 이신탈백은 완성된 방법이 아니라서 풀어 낼 방법이 없 었다. 천부귀옹이 의도(醫舊)펀에 그것을 적어 놓았는지 모르지만 현재의 모용운생은 아직 그것을 알지 못했다. 그 짧은 시간에 무공 펀또 자신의 독비에 맞도록 완전히 소화시키지 못한 상태였으므로 의도편마저 들여다볼 여가가 없었던 것이다. 아니?저놈. 1' 모용운생은 명령을 내린 귀선생 북궁소가 줄행랑을 놓는 것을 보자 주저하던 마음이 사라졌다. 그와 같이 꾀 많은 자가 어디로 숨어들면 도저히 찾아 낼 수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야압1' 모용운생은 여태껏 그 자리에서 방어만 하고 생각을 굴리던 태 도를 바꾸어 뇌화검법을 시전했다. 그러자 하늘을 찌를 듯한 붉은 검기가 맹렬히 소용돌이치면서 은은한 우레 소리를 울려 내었다. 그리고 무서운 열기가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위잉 우르르- 24 綱擇理 '크아악!" '우-아-악!' 처절한 비명 소리가 꼬리를 물고 일어났다. 모용운생 주위의 십 장 둘레에 있던 흥의인 오륙십 명이 모조리 짚단과 같이 쓰러지는데 단 한 명도 예외가 없었다. 이것이 뇌화검 식 중의 제일초인 뇌화제명 (雷火齊明)이었는데도 이토록 놀라운 위력이 있었다. '북궁소. 게 섰거라' 일단 그들을 물리쳐 길을 뚫자 모용운생은 크게 소리치면서 몸 을 날려 번개같이 북궁소에게 쏘아 갔다. 위이이 -잉! 천지를 진동할 '것 같은 광풍이 모용운생의 주위에서 일어났다. 그가 흥의인들이 가득한 가운데를 가르고 북궁소에게 덮쳐 가는 것은 마치 쾌속선이 물살을 가르며 쏘아 가는 것 같았다. 그의 단흥검은 미미하게 흔들리며 앞으로 세워져 있는데 그 미 미한 움직임 속에서 무서운 열기와 광퐁(狂1料이 생겨나서 그의 요 을 가로막는 홍의인들을 마치 쓰레기를 치우듯이 좌우로 횡겨 내 고 밀어 내고 있었다. 무고한 살생을 하기 싫은 그는 자신의 공력의 소오를 무릅쓰고 단 흥검에 태양신공을 모아 유(챠) 자와 진(振) 자의 비결을 한꺼번에 전개하여 그가 덮쳐 가는 곳의 흥의인들을 날려 보내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뇌화검식의 제삼초인 뇌화요진(雷火搖振)이었다. 원래 그는 공중을 날아 북궁소를 덮쳐 갈 생각이었는데 그가 몸을 날리자마자 홍의인들이 메뚜기 떼처럼 같이 날아올라 생각을 바꾸었던 것이다. 그들을 처리하면서 날아가자면 그새 북궁소는 사라져 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북궁소는 모용운생이 놀랍게도 손을 쓰기 시작해서 단 두 초 만 恩料終焉 247 에 삼백이 넘는 홍의교도들을 백 명 가량이나 쳐 죽이면서 자신에 게 덫쳐 오는 것을 보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줄행랑을 놓았다. 가히 기절초;틴 한데 어느새 뒤에서 모용운생이 멈추라고 외치는 소리가 득달같 이 쫓아오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죽여라!" 북궁소가 황급히 환혼강시의 뒤로 숨으며 외쳤다. 그러자 깎아 세운 듯 서 있던 환혼강시가 번개처럼 움직여 모용 운생에게 덮쳐 왔다. '홍' 모용운생이 냉랭히 코웃음치면서 수중의 단흥검을 벼락치듯 번 뜩이는 가운데 연달아 삼검을 후려 내어서 맨 밤에서 덮쳐 오는 환 혼강시 세 구를 공격했다. 한데 모용운생에게서 단홍검의 붉은 검기가 뻗어 나가자 그토록 번개같이 덮쳐 오던 환혼강시가 갑자기 죽음을 기다리는 사형수민 양 뻣뻣이 서서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닌가? 팍! 팍 -히 모용운생의 검은 아무런 저항도 받지 않고 그대로 환흔강시의 몸에 격중되었다. 비명도 없었다. 단홍검이 환흔강시를 후려치자 뿌연 연기가 피어오르면서 환흔 강시가 순식간에 반 쪽이 나버렸다. 모용운생은 환혼강시가 전혀 피할 생각을 하지않고 뻣뻣이 서서 당하자. 괴이한 느낌이 들어 가만히 서 있었다. 총명절륜한 그도 도저히 그 까닭을 알 수가 없었다. 그가 이번에 전개한 것은 뇌화천심 (雷火볐心)이란 초식으로 뇌 화검법 가운데에서도 매섭기로는 으뜸가는 것이었다. 24 獨脣驚魂 모용운생은 환혼강시의 몸이 강철보다 더욱 단단한 것을 알고 있으므로 단숨에 환흔강시를 처리하기 위해서 검세의 곳으로 몰리는 뇌화천심의 초식을 전개했던 것이다. 위력이 한 그러니 제아무리 단단한 환혼강시의 몸도 그것을 견뎌 내지 못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무엇 때문에 환혼강시가 전혀 움직이지 않고 당했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었다. 모용운생은 문득 영감이 움직이는 걸 느꼈다. 다음 순간에 그는 수중의 단홍검을 앞으로 겨눈 채 환흔강시에 게 다가갔다. 그러자 환흔강시가 단홍검이 무서운 듯이 급히 뒤로 물러서는 것이 아닌가! 뒤에서 북궁소가 아무리 호각을 불어대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 다. 너무 용을 써서 목이 쉴 정도였다. 그제야 모용운생은 모든 것을 깨닫게 되었다. 원래 단흥검은 백사를 제압하는 기보인지라 방문좌도의 무공으 로, 다시 말해서 사공(邪功)으로 되살아난 환혼강시는 단흥검의 영 기 (靈氣)에 눌려서 일단 단홍검의 검세하에 놓이게 되면 전혀 움직 .............일 수조차 없게 되는 것이다. 북궁소는 태산같이 믿었던 환혼강시 열 구 중 세 구가 마치 짚 단과 같이 쓰러지고. 나떠지 일곱 구가 명령도 듣지 않고 도망만 치자 실로 식은땀이 흐르다가 고드름이 될 지경이었다. 그는 모용운생이 환혼강시에게 다가서는 것을 보자. 지 못하고 슬그머니 꽁무니를 빼서 도망치기 시작했다 더 이상 참 힐끔 보니, 모용운생은 환혼강시에게만 신경을 쓰는 것 같았다. 북궁소는 행여나 이 기회를 놓칠세라 전력으로 달아나기 시작했다 그가 약 십 장 가량 나아갔을 때였다. 퍽!퍽 ! 둥뒤에서 연이어 뭐가 갈라지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렸다. 웸.料終焉 249 '이크! 환흔강시가 다 당하는가 보다!' 북궁소는 흔비백산하여 더욱 발에 힘을 가했다. 발 밑에서 눈보 라가 황진처럼 일어나는 듯했다. 그의 평생 이처럼 빠른 신법을 전 .............개해 본 적은. 없었다. 그는 찰나간에 이십 장을 전진했다. 그 앞에는 누각들이 줄이어 있었다. 저 누각군으로 들어간다면 비밀통로를 이용해서 도망칠 수 있는 자신이 그에게는 있었다 그런데 달리던 북궁소는 흠칫하지 않올 수 없었다. 그 누각의 난간에 인영이 하나 서 있음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 인영은 어두 .............운 그늘에 서서 달려오는 북궁소를 쳐다보고 있었다. 북궁소는 이 북새통에 도대체 어떤 개자식이 이토록 태연하게 서 서 구경을 하고 있나 하고 노기가 치밀어 누각의 인영을 쏘아보았다 ..............인영의 눈은 어둠 속에서도 보석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묘하게 도 어디선가 본 듯한 눈멎이었다. '어디서 본 눈이지?' 그는 달리는 속도를 조금도 늦추지 않고 누각으로 덮쳐 가듯이 여전히 쏘아 가면서 생각을 굴렸다. 그때였다 . 북궁소 너의 걸음은 매우 느리구나' 차분한 음성이 누각의 난간에 선 인영에게서 홀러나왔다. 그 소리를 듣는 순간 북궁소는 벼락을 맞은 듯 온몸을 부르르, 떨더니 그 자리에 굳어 버리고 말았다. 얼마나 놀랐는지 그대로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 난간 위에 서 있던 인영이 슬그머니 허공으로 솟구쳐 오르더니 가벼운 신법으로 마치 계단을 딛고 내려오듯이 천천히 허공을 밟 으며 내려왔다. 이것은 이미 오래 전에 실전된 불문의 경공절기 청 2= 濁背驚魂 운제(靑훗舊)의 신법과 홉사했다. 그 인영은 옷자락을 펄럭이며 북궁소와 반 자 가량 떨어진 눈 위로 내려섰다. 그는 다름아닌 모용운생이었다. 북궁소는 모용운생의 얼굴이 확연히 드러나는 순간. 마치 공기 빠진 풍선처럼 그 자리에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다. 다리가 후들거 려서 서 있을 수가 없었다 설마 했더니. 정말 이토록 가공할 존재가 되어 돌아올 줄이 야! 그를 버텨 주던 모든 것은 모용운생에 의해 돠딸되었댜, 이재 그에게 남은 것은 오직 그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뿐이었다. 모용운생이 그의 참담하게 일그러진 모습을 보며 서럿발 같은 음성으로 말했다. '북궁소. 유봉지는 어더싸 있느냐?' 귀선생이라고까지 볼러던 복궁소는 너무도 격삼한 공포에 사로 잡혀 모용운생이 하는 말아 마치 멀리서 들리는 것 같았다. 그가 이토록 모용운쌍쎄게 격심한 공포를 느끼며 자제력까지 샹 실하게 된 것은 지난날 모용운생을 함정에 몰아넣을 찌, 그에개서 받은 위압감이 너무도 뚜렷이 그의 뇌리에 새겨져 있기 때문이었다 지금 그가 느끼는 공포와 위압감은 실로 말로 표현하기 힘든 것 으로 그것은 고절한 무공보다는 오히려 모용운생에게서 나타나는 독특한 분위기 때문이라고 찰 수 있었다. 르용운생은 북궁소가 대답을 않자 냉소를 터뜨렸다. '유봉지가 어디 있는지 대답하고 싶지 않단 말인가?' 북궁소는 그 말에 깜짝 놀라서 황급히 대꾸했다. '그 . 그녀는 내궁 후원에' 모용운생은 순찰대장의 말과 그의 말이 일치됨을 알고 더 이상 舊.怨料焉 251 캐묻지 않았다 '북궁소, 너는 그들과 공모하여 나를 함정에 몰아넣을 적에 설 마 이런 날이 있을 줄은 생각지 못했겠지?' 북궁소는 길게 숨을 내쉬며 말했다. '나도 모르겠소. 하지만 전혀 짐작을 못했던 것도 아니오. 어쩌 면 그의 말소리는 뜻밖에도 차분했다. 모용운생은 그가 고분고분하자 다시 말했다. '나는 암흑 속에서 너희들의 얼굴만 생각했었다. 이제 너는 그 두 번째 사람이 된다.' 북궁소의 얼굴에 한 줄기 놀람의 멎이 스쳐 갔다 '그럼 백영주가?' 모용운생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쉭 돌연 북궁소의 끊어진 팔 옷소매에서 무수한 은빛이 족사되어 나왔다. 동시에 그는 번개같이 몸을 굴려 일어나더니 반대편으로 죽어라 하고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는 정말 젖 먹던 힘까지 다한 듯 그 속도는 유성과 같았다. 게다가 그는 자신이 쏘아 낸 암기의 성공 여부는 전혀 관심도 지 않았다. 그의 생각대로 과연 그 암기는 모용운생의 몸과 반 치 정도에 두 이르자 마치 눈보라가 광퐁에 흩어지듯이 흩어졌다. 모용운생의 체내에서 자연적으로 발동된 태양신공의 강기를 뚫을 수 없었던 것이다. '네가 달아날 수 있다면 두 번 다시 너를 찾지 않겠다! 모용운생이 냉소하면서 번개 같은 동작으로 수중의 단흥검을 던 져 내었다. 252 濁어驚魂 쉬-아-앙 단홍검이 무서운 홍광으로 화하여 날아갔다 '으악!' 북궁소가 비명을 토해 내며 그 자리에 쓰러졌다. 눈 위에는 잘려진 팔 하나가 팔딱거리고 있었다. 그러나 다음 순간. 북궁소는 번개같이 몸을 일으키더니 다시 달 리기 시작했다 . 대단한 의지력이군!" 모용운생이 차갑게 외치며 허공을 격하고 손목을 뒤집었다. 그러자 조금 전에 북궁소의 하나 남은 팔을 자르고 허공에 맴돌 고 있던 단홍검이 또다시 한 무더기의 흥광으로 화하여 북궁소를 딪쳐 갔다. '으악!' 단말마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단흥검은 여전히 북궁소의 위를 맴돌고 있었다. 마치 날개가 달린 동물 같았다. 이것이 바로 검도의 최상승이라 는 이기어검술(以氣御劍*빠이었다. 다시 땅위에 쓰러진 북궁소의 몸은 선혈이 낭자했다. 그러고 보니 그의 몸에는 사지가 하나도 없었다. 모용운생의 이번 일검은 그의 두 다리를 잘라 낸 것이었다. 북궁소의 몸은 몇 번 꿈틀거리다가 그대로 멈추고 말았다. 이제 는 영원히 움직이지 않을 것 같았다. 모용운생이 다가가 보니 그의 입에서는 악취가 나는 검은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모용운생은 그가 설마 자살을 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으므로 자 신도 모르게 씁쓸한 미소를 머금었다. '내게 보복을 당하는 것보다 자살이갈 것이 훨씬 쉬웠던가... 恩怨終焉 255 그것이 더욱 편리할 정도였나?' 모용운생은 미간을 가볍게 찌푸리면서 중얼거렸다 사방을 둘러보았다. 피비린내가 진동했다. 눈으로 덮인 이 산곡. 무진교의 총단에는 그의 손으로 이루어 낸 일장의 대도살로 인해 시산혈해 (屍山血舊)가 되어 있었다 숨막히는 고요가 일대를 지배했다. 죽은 자 외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살아남은 자들은 공포에 질려 모두 도주해 버렸기 때문이다. 모용운생은 사방에 깔린 시체를 돌아보면서 갑자기 마음이 공허 해짐을 느꼈다. '죽임[殺=으로 남는 것이 무엇인가? 아무것도 없다[無=. 그 아무 것도 없음에서 또다시 무엇이 생겨나는가[有=?' 갑자기 피 냄새가 역겨워졌다. 이 잔인한 일대 도살을 감행한 것이 자신이란 말인가. 그는 무표정하게 자신의 하나 남은 손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아직은 아니었다. 아직은 할 일이 남아 있었다 찰나. 모용운생은 몸을 날려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그곳에 남은 것은 시체와 공포에 질린 무진교도 몇 명뿐. 다시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모든 것을 덮어 버리려는 듯이 254 獨잎驚魂 第 十 루 아 아 幕 容 世 담 =1- =[. 채색으로 치장된 화려한 담장은 세상과 다른 세계에 있는 듯이 무엇을 차단이라도 하려는 듯이 그렇게 높았다. 그 담장 안에는 누 각 한 채가 오똑하니 들어서 있었다. 누각의 앞에는 작은 연못이 있었고. 연못의 옆에는 야트막한 가 산이 하나 마련되어 운치로웠다. 누각에서 연못 위를 가로질러 정 치한 솜씨로 조각된 돌다리 하나가 가산까지 놓여져 있었다. 누각 도 가산도 그리고 앞에 마련된 정원까지도 모두가 백색 눈으로 된 두터운 횐 옷을 입고 있었다. 심지어 얼음이 언 연못 위에도 눈이 쌓여 이곳은 완전히 은색 의 별세계를 이루고 있는 듯했다. 참으로 고요한 가운데 자리한. 그림과도 같은 경치였다. 소담스레 쏟아지기 시작한 눈발은 일대를 더욱 고요히 감싸는 것 같았다. ,. 257 아아 1' 그런데 어느 순간이었다. 문득 한소리 처량한 탄식이 그 고요함을 깨뜨렸다. 매우 청랑 (晴郞)한 소리였다. 하지만 그 속에 깃들인 것은 끝없는 고뇌의 그 림]다. 누각과 가산을 잇는 다리에는 백의의 여인 한 사람이 우두커니 서 있었다. 무슨 고민이라도 있는 것인지. 매섭게 불어와 옷자락을 날리는 바람 속에서 그녀는 미동도 하지 않고 서 있었다. 난간을 짚고서 고개를 떨군 그녀의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백의 에 휘감긴 늘씬한 몸매로 미루어 짐작컨대, 미모 또한 간단하지 않 을 것 같았다. 똑 문득 영롱한 고개를 숙인 는 것 같았다. 빛이 반짝이는 물체가 난간으로 떨어졌다. 다 그녀의 어깨가 미미하게 흔들렸다. 그녀는 울고 있 다시 눈물이 난간에 쌓인 눈 위에 떨어져 홈을 팠 지그시 입술을 깨문 그녀는 겨우 마음을 다스릴 수 있게 되었는 지 옥수를 들어 소맷자락으로 눈물을 닦으며 중얼거렸다 '혈해는 천하의 절지. .. . 신이여. 그를 도와 주소서' 나직이 중얼거린 그녀는 한참 묵도를 드리는 듯 가만히 서 있더 니 또다시 땅이 꺼질 듯 한숨을 쉬면서 몸을 돌젖다 누각으로 돌아가기 위해서였다. '아!' 그런데 막 몸을 돌리던 그녀는 눈을 크게 떴다. 동공이 더없이 크게 확대되면서 전신의 기운이 쑥 빠졌다. 다 리의 힘이 없어지면서 그녀는 쓰러질 듯이 비틀거렸다. 하마터 면 쓰러질 뻔한 그녀는 난간을 짚고서야 겨우 신형을 바로잡을 258 獨뗀驚魂 수 있었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비틀거렸던 그녀는 난간에 의지한 채로 중심을 잡으며 힘없이 웃었다. 돌아오셨군요 .' 그녀의 앞에는 한 사람이 나타나 있었다 돌다리가 누각과 연결되는 부분에 언제부터인지 한 사람이 나타 나 석상과 같이 우뚝 서 있었다. 그의 눈빛은 어둠 속에서 별멎과 같이 반짝거렸고 굳게 다문 입 술은 강인한 의지로 멎났다. 그의 일신에는 걸친 것은 흑의. 그 흑 의는 그와 매우 독특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고 불어 오는 바람에 힘 없이 펄럭이고 있는 그 흑의의 오른쪽 소매는 마치 소리없는 함성 과도 같이 눈을 찔렀다. 누구라도 그를, 단 한번만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수 없는 기이한 느낌이 그에게는 있었다. 결코 잊어버릴 흑의공자의 입매가 살짝 비틀렸다. 그의 얼굴 전체의 차가움이 풀어지면서 웃음이 떠올랐다. 그럼 에도 그 웃음 또한 차가워 형언할 수 없이 묘했다. 백의여인은 그의 웃음에 가슴이 한바탕 진탕됨을 느꼈다 여인들의 마음을 온통 뒤흔들어 놓는 저 웃음.. 자신 또한 저 옷음에 끌려 처음 본 순간부터 그를 사랑하지 않 았던가? 가슴이 저며 나가는 슬픔이 치밀어 왔다. 그토록 친근하고 황흘하던 저 웃음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지금은 . '나는 당신이 돌아을 것으로 믿고 있었어요. 천하에 그 어느 누 구도 당신을 저지할 수 없음을 난 알고 있었거든 요.' 그녀는 말을 하기가 매우 힘든 듯, 끝 부분의 말은 매우 미약하 고 힘을 주어서야 겨우 말이 끝났다 ,料終焉 259 '하하' 흑의공자가 나직이 웃었다. 동시에 그는 천천히 걸어서 백의여인에게 다가서며 말했다. '넌 왜 도망칠 생각을 않는 거지?" 그의 어조는 여전히 부드러운 듯 담담했으나 그 속에는 날카로 운 그 무엇이 싸늘히 번뜩이고 있었다. 백의여인이 처연히 웃었다. '당신에게서 내가 도망칠 수 있겠어요? 당신이 다시 찾아온 이 상, 그만한 능력을 지니지 않고는 찾아오지 않을 당신인 것을 난 알고 있어요. "와핫하하. ... 흑의공자가 돌연 미친 듯 웃었다. 그 웃음 속에는 기이하게도 비통(悲痛)함이 가득 차 있었다. '앞서간 두 도적보다 너의 머리가 더욱 앞서 있다는 걸 몰랐 군 하긴 그러니까 그토록 멋진 연기를 해낼 수 있었겠지?' 흑의공자의 말에 백의여인이 괴로운 듯 외쳤다. '그만! 제발 그만. 지난날 당신을 사랑했다는 것은 모두 진정이 었어요! 결코 거짓이 아니었어요.' 철썩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맑은 음향이 터지며 백의여인이 비 틀거리며 연달아 두 걸음 가량 물러섰다. 그녀의 고운 얼굴의 뺨에 는 다섯 개의 손가락 자국이 역력히 나 있는데 앵두와 같은 입술에 서는 붉은 피가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 붉은 피는 방울방울 흘러내려 그녀의 백의를 물들여 갔다. 사납게 백의여인의 뺨을 후려갈긴 흑의공자는 무섭게 눈을 부릅 떴다. 닥쳐라1 진정한 사랑이 그런 것이라면 이 세상의 남자는 아마 26 獨뿜驚魂 단 한 사람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그의 말은 백의여인의 가슴을 여지없이 찔렀다.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흑의공자는 소리를 친 후 차갑기 이를 데 없는 표정으로 그녀를 쏘아보았다. '네가 그렇게 고개를 숙이고 있으면 내가 너를 그냥 둘 것 같으 냐? "지아비를 배반하고 어찌 살기를 바라겠습니까? 소첩은 그저 오 늘을 오늘을 기다렸을 뿐입니다.' 흑의공자는 그 말이 매우 뜻밖인 듯 의외의 표정을 짓더니 곧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 '흥. 너는 내 외호가 냉심무정임을 잊은 것 같구나?' 냉심무정 그러했다 이들은 바로 냉심무정 모용운생과 혈봉령주 유봉지였다. '나는 당신의 모든 것을 단 하나도 잊은 것이 없어요. ' 유봉지가 차츰 제정신을 찾으며 조용히 대꾸했다. 모용운생은 그녀의 태도가 죽음을 안증에 두지 않는, 다시 말해 서 이미 죽음을 각오한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것임을 알아보았다. 모용운생의 마음에 한 줄기 의흑의 그림자가 일어났으나 그 의흑 은 무섭게 타오르는 복수의 불길에 금세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 암흑의 세월 동안 모용운생이 가장 증오한 사람은 바로 유봉 지인 것이다. '그래? 얼마나 그렇게 연극을 하는지 두고 보자! 곧 본색을 드 러내겠지 1` 모용운생은 내심 차갑게 외치고는 천천히 손을 내밀어 유봉지의 어깨를 잡아갔다. 그 속도는 너무 느려 눈에 보일 정도였다. 떵.怨終焉 21 그럼에도 유봉지는 그 손을 피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오용운생은 그녀의 어깨를 잡는 순간, 그녀의 몸이 전보다 척윈 것을 느꼈다. 탄력보다는 가날픈 뼈가 손에 잡힌 것이다. '으음' 유봉지가 가볍게 신음을 흘려 내었다. 그녀의 얼굴에서는 진땀이 솟아났으며 얼굴에는 고통의 표정이 러났다. 모용운생은 손에 오 성 이상의 공력을 운용하여 그녀의 경맥과 드 관절을 뒤틀리게 하고 있었다. 그 고통은 차라리 죽는 것이 나을 정도였다. 그런데. 그 지옥 같은 고통 속에 빠진 그녀가 괴이하게 도 입가에는 오히려 미소를 떠을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것은 마치 고통을 받게 되어 후련하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녀의 태도는 모용운생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기에 족했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손의 공력을 낮추면서 입을 열어 물었다 지난날 나를 합정에 빠뜨려 팔을 자르고 공력을 전폐시키면서 뇌옥에 갇히게 한 그것이 정말 너였느냐?' 그날과 너무도 다른 그녀의 모습에 의혹이 생긴 것이다. '맞아요 당신을 보고 웃던 그 여자 그것이 나임에 조금도 틀림이 없어요" '니 가증한!' 모용운생은 그때의 일을 들추어 내자 다시금 분노의 불길이 솟 구쳐 올라왔다. 그는 불끈 손에 이 성의 공력을 더하여 그녀의 고 통을 가중시키면서 냉소를 쳤다. '네 무공을 전폐시키고 나와 똑같이 한쪽 팔을 잘라 내도. 그때 도 네가 그렇게 태연한가 보겠다.' 오용운생이 가한 칠 성의 공력이면 유봉지가 아니라 동신나한 (銅身羅漢}이라 할지라도 견디기 힘든 것이 아닐 수 없었다. 22 獨꼿驚魂 "홍1 모용운생은 그녀의 안색이 여전히 초연함을 보고 분노가 치밀어 코웃음을 치면서 그녀의 어깨를 잡은 손에 힘을 주어 그녀의 견골 을 잘라 내려고 했다. 지금 그의 공력으로 그 정도는 식은 죽 먹기 보다 더 쉬운 것이었다. 그런데 그 순간이었다 '어 엄 마' 뒤에서 또랑또랑한 소리가 들려 왔다. "응? 모용운생은 무의식중에 뒤를 돌아보았다. 한 살 정도의 나이의 꼬마가 있었다. 알록달록한 때때옷을 차려 입은 그 꼬마는 통통하기 이를 데 없는데 아장거리며 서툰 걸음걸 이로 뒤뚱뒤뚱 누각에서 걸어나오고 있었다. ' . .?? 모용운생의 눈에 괴이한 빛이 스쳐 갔다. '저 애는 누구냐?' 그는 그 어떤 예감에 유봉지의 어깨를 잡은 손에서 갑자기 기운 이 빠져 나가는 것을 의식했다. 유봉지는 그 말에 대답을 하지 않고 고개를 숙였다. 숙인 얼굴 에서 눈물이 한 방울 모용운생의 손등으로 떨어졌다. 그 한 방울의 눈물은 모용운생의 가슴에 커다란 파문을 불러일 으키기에 족했다. 눈물이 떨어지는 소리는 그의 가슴속에다 천둥 같은 소리를 울렸다. 모용운생은 그녀의 어깨를 거칠게 흔들며 소리쳤다. '누구야? 저 애가 누구냔 말이다!' 그의 음성은 떨리고 있어서 지금 그의 심증이 매우 착잡함을 느 찌고도 남음이 있었다. 팅.料料焉 26 꼬마는 뒤뚱뒤뚱 걸어오다가 모용운생의 고함 소리에 놀랐는지 난간을 붙잡고서 놀란 눈으로 모용운생을 쳐다보았다. 그 얼굴에는 믿을 수 없게도 전혀 두려워하는 멎이 없었다. 그 꼬마의 얼굴을 보는 순간. 모용운생은 뒤통수를 망치로 후려 친 듯한 충격을 받았다. 너무도 자신을 닮지 않았나 모용운생은 복수만을 생각했지. 한번도 이와 같은 경우가 있으 리라고는 생각해 보지 못했던 것이다. 엄마 아찌, 아찌 누구야?" 또랑또랑한 아이의 음성이 들렸다. 유봉지는 울먹이는 음성으로 말했다 '억운(憶雲)아 어서 들어가. 엄마 곧 들어갈게. 어서 !' 모용운생은 그녀가 말을 하지 않아도 확실하게 모든 것을 알 수 있었다. 억운... . 그것은 모용운생을 생각한다는 뜻이 아닌가? 다시 말해서 그 아이는 모용운생의 아들인 것이다. 단 한번의 관계에서 정말 아이가 생겼다니. 모용운생은 자신도 모르게 유봉지의 어깨를 놓고 주춤 몇 걸음 뒤로 물러났다. 그러자 꼬마, 모용억운이 뒤뚱거리며 달려가 유봉지의 치마폭에 매달렸다. 그것은 참으로 정겨운 광경이었다. 모용운생의 얼굴에는 경련이 일었다. 와하하하' 미친 듯한 웃음 소리가 허공을 뚫고 솟구쳤다 모용억운은 놀란 듯 유봉지의 치마폭에 숨으며 모용운생을 노려 보았다. 딴 아이 같으면 겁에 질려 울음을 터뜨릴 것인데 모용억운 264 獨온驚魂 은 전혀 그런 기색이 없었다. 이것을 일러 호랑이 아버지 밑에 개 자식이 없다는 것일까 '유봉지! 이제야 나는 네 속셈을 알=다 그래, 그런 방법으로 내 복수를 모면해 보겠다는 것이냐?' 모용운생이 외쳤다. 유봉지는 탄식을 토해 내었다. '당신이 뭐라고 해도 내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어요. 하지만 어린 억운은 아무 죄가 없으니' 독부(흄婦)의 곁에 두면 '그야 들론이지 어린애를 너와 같은 너를 닮을 테니 애는 내가 데려가겠다!" 오용운생이 차갑게 외쳤다. 그의 마음속에는 동요가 일어나고 있어 손을 쓰려고 하는 것이다. 더 이상 지체하지 않고 그때, 누각에서 누군가가 나오는 기척이 들렸다. 그 사람은 모 용운생을 발견하고 놀란 듯 그 자리에 멈추는 것 같았다. 그러나 모용운생은 그것을 느끼지 못한 듯 차갑게 외칠 따름이 었다. 지금 그의 능력으로 누구를 두려워하랴. '애를 다른 곳으로 보내라! 모용운생은 싸늘히 외쳤다. 차마 아들이 보는 앞에서 엄마를 죽일 수는 '봉매, 운아를 데리고 안으로 들어가.' 유봉지가 조용히 말했다. 획- 없는 노릇이다, 가벼운 옴향과 함께 한 인영이 유봉지와 모용운생의 사이에 내 려섰다. 그것은 비봉령주였다. '모용대혐! 마침내 돌아오셨군요. 바깥에서 긴급신호가 들리기 에 짐작은 했어요.' 澤.怨終焉 25 모용운생은 차갑게 말했다. 당신에게는 아무런 김정도 없소. 비키시오.' 모용운생이 차갑게 외치자 비봉령주는 막강한 압력에 밀려 하미 터면 난간으로 떨어질 뻔했다. 이것이 바로 마음이 동하면 힘이 따 르는 의형수형의 무공인 것이다. 비봉령주는 크게 놀라서 안색이 싹 변했다. 과연 대협께선 절대(絶代)의 무공을 연성하고 오셨군요. 경하 해요. 그러나 당신은 결코 언니를 해칠 수 없어요! 아니. 해쳐서는 안 돼요1' 비봉령주는 다시 유봉지의 앞을 막아섰다. 모용운생은 유봉지 이후. 전혀 억자에게 관심이 없었다. '영주가 비키지 않는다면 내 손이 무정하다 원망 마시오!' 모용운생의 얼음 같은 외침에 유봉지가 급히 모용억운을 그녀에 게 밀어 주며 재촉했다. '봉매. 어서 들어가 있어1 비봉령주는 모용억운을 유봉지에게 밀어 내며 미동도 없이 모용 운생을 바라보았다. 모용대협. 당신은 지금 오해하고 계신 거예요.' '흥' 모용운생은 차갑게 냉소하며 앞으로 한걸음 나서면서 손을 휘둘 렀다. 그러자 그의 손에서 노도와 같은 경력이 뿜어져 나가더니 비봉 령주와 모용억운을 감싸 한쪽으로 밀어 냈다. 비봉령주는 깜짝 놀라서 그 힘을 제치고 유봉지와 모용운생의 가운데를 막아서려고 했지만 그녀의 무공으로 그것은 어림도 없었 다 그 순간. 모용운생은 차갑게 코웃음쳤다. 26 獨뿜驚魂 그의 코웃음 소리에는 지고한 내공이 실려 있었으므로 유봉지는 대번에 커다란 타격을 받았다. '악 " 유봉지는 한 모금의 선혈을 토해 내며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 다. 모용운생의 지금 무공으로는 유봉지 정도의 수준의 무공을 지 닌 사람에게는 굳이 .손을 쓸 필요도 없었다. 내공을 실은 웃음 소 리 하나만으로도 심맥을 파열시켜 죽게 할 수 있는 것이다. 비봉령주가 보니 모용운생은 또다시 손을 쓸 기세였다. 지금 보여 준 모용운생의 무공으로 보아 그가 다시 손을 쓴다면 유봉지는 살아남기 힘들 것 같았다 비봉령주는 불이 붙는 듯 다급해져서 황급히 외쳤다. 모용운생! 당신은 당신의 아들도 당신처럼 엄마의 얼굴도 모르 고 자라게 할 작정인가요?' 이 말은 놀랍게도 엄청난 효과가 있었다. 살기 등등하여 있던 모용운생이 그 순간, 벼락을 맞은 듯 그 자 리에 그대로 굳어져 버린 것이다. 모용운생이 가만히 있자 비봉령주가 다시 급하게 외쳤다 '그때의 일은 본심이 아니었어요. 언니는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서 모용대협. 당신을 위해서 그랬던 거예요!' 멍청히 서 있던 모용운생은 냉소했다. '날 위해서라구?' '맞아요! 그때 그러지 않았으면 모용대협은 살아날 수가 없었어 요1 모두가 당신을 두려워해서 당신을 제압하면서 사고로 위장해 당신을 죽이려 했단 말이에요 만약 그랬다면 오늘날 당신이 어떻 게 있을 수 있겠어요? 그리고 언니는 당신이 뇌옥에 갇힌 후부터 매일 하루도 거르지 않고서 당신이 있는 뇌옥에 가서 당신을 지켜 보았고 이곳에서 한걸음도 나가지 않았어요. 하루하루를 참회하고 恩料終焉 267 있었단 말이에요.' 참회라고?' 모용운생이 중얼거렸다. 비봉령주는 이미 자신의 앞을 가로막고 있던 무형의 담장이 없 어진 것을 느끼고 자신의 말이 효과가 있음을 알고 급히 말을 이었 다. '원래 계획은 당신을 당할 수 없다고 생각하여 바로 매설한 화 약을 폭파하기로 되어 있었어요. 그럼 당신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흐흐' 모용운생이 기가 막힌 듯 웃었다. 그래서 날 위해 생각한 방법이 겨우 무공을 폐하고 팔을 잘라 서 지하뇌옥에 감금하는 것이었군 참으로 눈물이 나도록 고맙군 그래" 모용운생의 말에 비봉령주는 기가 막힌 듯했다. '건 언니의 뜻이 아니라 북궁당주와 백사형이 .. .." 닥치시오 그들은 이미 죄값을 받았소. 한데 지금 와서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모용운생이 차갑게 외쳤다. 그의 어조로 보아 팔이 잘릴 때의 그 처절한 배신감이 다시 살 아난 듯했다. 이때 모용운생은 손을 쳐들고 있었는데 일단 강호를 독보하는 그의 내력이 토해지면 유봉지는 흔적도 남지 않을 것이 었다. 그때였다. 모용운생의 다리에 무엇인가 매달렸다. 뒤뚱거리면서 그의 다리에 매달린 것은 다름아닌 모용억운이었 다 . 아찌, 아찌 나쁜 사람이야?' 28 濁쩌驚魂 모용억운이 총명한 눈을 굴리면서 그를 올려다보았다 모용운생은 크게 당황했다. '아, 아니 아저씨는 나쁜 사람이 아니란다." '그런데 왜 그렇게 무섭지?" 뭐라고 설명을 한단 말인가 비록 천하의 오용운생이지만 자신의 아들이 묻는 말에 대답할 재간이 없었다 . 억운아, 네 아빠가 누구냐?" 모용운생은 자신도 모르게 물었다. 모용억운이 자랑스럽게 말했다. '응! 울 아빠는 모용 성에다 운 자 가장 훌륭한 분이래." 이 꼬마는 똑똑하기 이를 데 없어 존경의 빛이 역력했다. 생 자 쓰는 분인데 세상에서 모용운생의 이름을 댈 때는 모용운생은 자신도 오르게 모용억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자신의 아들이 이토록 총명한데 어찌 귀엽지 않을 수 있단 말인 가? 모용운생의 입가에 보일 듯 말 듯한 미소가 떠을랐다. 비봉령주는 모용운생의 심중에 동요가 있음을 느끼고 얼른 모용 억운에게 말했다. '억운아, 그분이 바로 네 아버님이란다. 어서 인사해야지. 모용억운은 말똥말똥 쳐다보았다. 그 눈망울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진귀한 보석이었다. 티끌 하 나 깃들이지 않은 하늘과 같은 맑은 눈동자. 모용운생은 차마 그 귀여운 아들 앞에서 유봉지에게 독수를 쓸 수가 없었다. 아니.자신의 아들마저 어머니를 잃게 하고 싶지가 않았다. 舊.怨終焉 259 '그래 . 사부님께서 무공만 수련하고 세상에 나가 일을 마친 후에 다시 혈해로 돌아오라는 말을 하신 것은 이 모든 것을 염두에 두신 모양이다' 모용운생이 억운의 머리를 다시 한번 쓰다듬으며 무거운 탄식을 토해 내었다. '아아 !' 다응 순간. 모용운생의 몸은 그곳에서 마치 연기처럼 사라져 버 렸다. '모용대협! 비봉령주가 깜짝 놀라서 외쳤지만 모용운생의 몸은 이미 천마와 같이 허공을 가로질러 담장을 넘어가고 있었다. 마침내 그는 그처럼 사랑하고 또한 그렇게 미워했던 그 여인을 죽이지 못하고 그냥 떠나간 것이다. 미워한다는 것 그것은 또한 사랑한다는 말도 되는 것이 아닐까? 멀리서 모용운생의 목소리가 은은히 들려 왔다. "억운이의 이름을 운봉(툴빠으로 고치고 잘 길러 주시술 ' 이 말을 듣자 비봉령주가 기쁨을 참지 못하고 팔짝 뛰면서 목청 이 터져라 외쳤다, '모용대협. 돌아오실 거지요? 우린 여기서 기다릴 겁니다! 당신 이 돌아오실 때까지 기다릴 거예요! 들으셨죠. 네?' 그러나 모용운생의 목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봉매. 그분은 이미 가셨어. 조금 전의 말씀은 분명히 전리전음 술로 한 것일 거야. ...`' 유봉지가 나직한 음성으로 말했다. '언니 과연 그분은 천하의 대장부이세요. 그분은 이미 언니를 용서하신 거예요. 반드시 다시 돌아오실 거예요." 0 獨贊驚魂 비봉령주는 몹시 격동된 듯 호들갑스럽게 말하며 유봉지의 손을 잡았다. 모용운생을 생각한다는 억운이란 이름을 유봉지의 봉자를 따서 운봉이라고 고쳐 부르라는 것은 그녀를 용서한다는 뜻으로 볼 수 있었던 것이다. 유봉지는 손을 들어 조금 전 모용운생의 웃음 소리에 진상(震 傷)하여 홀린 피를 닦으며 쓸쓸하게 웃었다. '나는 그분과 지낸 시간이 얼마 되지 않지만 누구보다 그분의 성격을 잘 알고 있어. 어쩌면 그분은 영원히 안 돌아오실지도 몰 ' 라' 비봉령주는 내심 가슴이 섬뜩하였지만 그녀를 위로했다. '언니, 걱정 말아요. 그분도 나중에는 언니의 행동이 본심이 아 니란 걸 아실 수 있을 거예요. 더구나 억운, 아니 운봉이가 있잖아 요?' 그녀는 일부러 환하게 웃으며 모용운봉을 안아 올렸다. 이렇게 이쁜 운봉이를 두고 어떻게 오지 않을 수 있겠어요?' 유봉지는 그녀를 향해 방긋방긋 웃으며 손을 흔드는 모용운봉을 망연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하지만. 나는 그때 그러지 않을 수는 없었을까 다른 방법 은 정말 없었을까?' 문득. 참을 수 없이 눈물이 쏟아졌다. 멈추려 해도 멈출 수가 없었다. 마치 폭포수가 터진 것 같았다. 오열이 가슴속 저 깊은 곳에서 터져 나왔다. 모용운생이 다녀가고 난 후에도 무진교의 총단으로 강옥지는 돌 恩料終焉 271 아오지 않았다. 다만 모용운생이 무진교의 일류고수들을 모두 처치한 후, 채 이 틀이 흐르지 않아서 구류방주 상천기가 정파의 정예를 이끌고 무 진교를 공격해 왔다. 무진교의 정예는 혈해와 이곳에서 이미 모용운생에게 모두 쓰러 진 뒤라 강호를 뒤덫을 듯 마염의 기세를 올리던 무진교의 총단은 완전히 초토가 되어 버리고 말았다. 그야말로 주촛돌마저 성하지 못한 것이다. 고수가 없고 지휘자가 없는 무진교는 순식간에 봉괴되었다. 그 흔돈의 와중에서도 오직 한군데만은 기팟장 하나도 상하지 않았으니, 그곳은 바로 유봉지와 그 아들. 그리고 비봉령주가 기거 하는 억운제{憶雲齊)였다. 구류방주 상천기는 오든 사정을 듣고 그곳을 금지(柰地)로 정하 여 아무도 접근하지 못하게 하고 고수까지 배치하여 그들의 안전 을 지켜 주었다. 뒤이어 빙궁지주 조약상이 도착하여 그들의 사정을 듣고 자신이 책임지고 모용운생을 설득해 주겠노라 장담했다. 2 8 第 十 五 章 舊 脣 驚 魂 궁?방이라도 천하를 제압할 것 같던 무진교의 총단이 파괴되면 서 강호에는 안녕이 찾아들었다. 그러나 일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무진교의 교주 강옥지가 그 이후 바닷속에 가라앉은 돌인 양, 전혀 모습을 드러내지 않기 때문이다. 그녀의 무공은 냉심무정 모 용운생을 제외하고는 당할 자가 없기 때문에 정녕 두려운 존재가 아닐 수 없었다. 무진교의 총단을 비롯한 분타가 상천기에 의해 철저히 파괴되고 소멸되었지만 그녀가 존재하는 이상 언제고 제이의 무진교가 나 타나지 말라는 법은 없는 것이다. 사람들은 냉심무정 모용운생이 그녀를 찾아 없애 주기를 바랬 다. 하지만 그날 이후. 어느 누구도 그를 보았다는 사람은 없었 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가자 세상에는 그와 무진교주 강옥지가 모종의 장소에서 격돌하여 동패구사(同敗俱死)하였다는 소문까 澤.怨終焉 275 지 돌기 시작했다. 그 즈음. 기산의 만송곡에 백마를 탄 흑의공자 한 사람이 나타 났다. 그의 오른쪽 옷소매는 힘없이 바람에 날리고 있었다. 바로 모용운생이었다 그는 지난날 무진교의 총단을 떠난 뒤 강옥지를 찾아 천하를 방 랑했었다. 그러나 그의 할머니인 강옥지는 어느 곳에서도 찾을 수 가 없었다 그래서 그는 다시 만박노조 위송령을 만나러 온 것이다. 만박노조의 해박한 지식을 빌려 단서를 찾아 보기 위해서였다. 이미 한번 와봤던 곳이다. 수월하게 두 개의 진을 통과하자 눈에 익은 만송곡 내부의 경치 들어왔다. 지난날 모용운생이 처음 왔을 때 보았던 귀머거리인 동자가 그 를 보자 이번에는 반색을 하고 달려왔다. 지난날의 냉대와는 딴판이었다. 모용운생은 동자의 어깨를 두드려 주며 물었다. '위노선배님께서는 계시느냐?' 동자가 그의 입을 바라보곤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왔다고 통보해 주겠느냐?' 동자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다시 동자는 사람의 입술의 움직임을 해보라는 시농을 했다. 보고 그 말뜻을 아는지라 잘못 본 것 같았다. 모용운생이 다시 말하자 동자는 허공에다 글을 써 보였다. '그래? 지금 선정에 들어 계시니까 반 시진 정도 있어야 깨어나 신다는 말이냐?' 동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전에 모용운생이 머물렀던 곳을 가리켰 6 燭렴驚魂 다. 그곳에서 잠시 기다리라는 뜻인 것 같았다. 모용운생이 가볍게 미소 지으며 동자의 뒤를 따라서 그곳으로 들어갔다. 전과 달라진 것이 없었고 벽의 그림도 여전했다. 모용운생이 탁자에 턱을 괴고 앉아 있는데 동자가 차를 가지고 들어왔다. 동자가 설명하는 손짓을 종합하면 그 차는 만송곡 특산의 송엽 차(松葉茶)라는 것이다. 오용운생이 보니 과연 향기가 그윽하고 찻멎이 맑아 상등의 차 인 것을 알 수 있었다. 냄새만으로도 정신이 맑아지는 것 같았다. 그가 그 차를 음미하면서 다 마시기까지는 거의 반 식경이나 걸렸 다. 모용운생이 감탄했다. '참으로 멋진 차로군! 내 어디에서도 이런 차를 못 마셔 봤 네.' 동자는 칭찬을 듣자 기분이 좋은 듯 씩, 웃어 보이더니 밖으로 나갔다. 동자가 나가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하하하 우렁찬 웃음 소리가 들려 오면서 학발동안의 만박노조 위송령이 문을 밀고 들어왔다. 이게 웬일이냐? 그래 잘 있었느냐?' 만박노조는 웃으며 들어오다가 갑자기 눈을 휘등그렇게 떴다. '아디, 그게 어떻게 된 거냐? 모용운생은 그가 자신의 괄을 보고 그러는 것임을 알고 담담히 웃으며 말했다. '무림에 몸을 담고 있다 보면 이 정도야 보통이 아니겠습니까?' 위송령은 모용운생의 담담한 어조에 내심 감탄하여 말했다. 層.怨料焉 = '참으로 호탕한 사내다운 말이구나. 한데 네가 무림에 나갔던 일은 잘 되었느냐?' 모용운생이 빙긋 웃었다. '덕분에. 비록 팔은 하나 잃었지만 사부님의 보살핌을 입어 혈 해문의 제이대 전인이 되었습니다.' '혈해문? 그건 처음 듣는 말인 것 같구나?그게 혹시' '맞습니다. 사부님이신 천부귀옹께서 혈해지부에 창럽하신 문파 입니다,' 만박노조 위송령은 오. 하고 감탄하더니 말했다. '그래, 그 친구가 아직도 살아 있던가?' '예.' 이 말에 만박노조 위송령은 온몸이 가볍게 진동했다. 아니, 그 친구, 그 친구가 살아 있다면 어찌 그렇게 소식이 없 었단 말인가?" 만박노조 위송령이 다급히 믈었다. 그는 놀람을 참을 수 없는 듯이 눈을 부릅뜨고 있는데 신색이 격동한 빛이 역력했다. 용운생이 담담히 말했다. ?하지만 소생이 그분을 뵙고 나서 금방 비승하셨습니다.' '그래?그거 참 유감천만이로군!'` 만박노조 위송령은 혀를 찼다. 매우 안타까운 듯했다. '그래. 그 친구가 노부에게 남긴 말은 없었나? 위송령이 기대에 찬 표정으로 물었다. 별로, 그보다 소생은 노선배님께 여쭙고 싶은 것이 있어서 왔 습니다.' 모용운생이 만박노조 위송령을 쳐다보면서 말했다. '그게 뭔가? 노부가 아는 것이면 무엇이든 말해 주지." 다름이 아니라 지난날 노선배님과 이야기했던 소수미혼녀에 관 8 鄕텀舊魂 한 것입니다. "강옥지? 그 계집애에 관해서? 그게 뭔데?' '그녀는 얼마 전 혈해에서 소생과 동수하다가 패해서 어디론가 사라졌는데 그 행방 윽' 돌연, 모용운생이 말을 멈추며 신음을 토해 냈다. 얼굴빛이 순 식간에 백지장처럼 창백해졌다. '아니. 왜 그러느냐? 무슨 일이냐?' 만박노조 위송령이 놀란 듯 소리쳤다. 모용운생이 목을 움켜잡으며 의흑 어린 음성으로 말했다. '저, 차, 차가 이상합니다! '뭐가 이상하단 말이냐?' 만박노조 위송령이 찻잔을 들어 이리저리 보면서 말했다. 뭔가 차 속에 독이 들었습니다. 동자를 불러 오십시오. 그는 펴의 첩자일 겁니다' 모용운생의 이마에 진땀이 맺혔다. '그 녀석을 부를 필요는 없다." 만박노조가 태연히 말하며 찻잔을 내려놓았다. 모용운생의 안색이 기이하게 변했다. ' . .=? 그는 의흑 어린 표정으로 만박노조를 쳐다보았다. '왜냐하면 그것은 노부가 직접 넣은 것이기 때문이다. ' 그것은 너무도 뜻밖의 일이라서 모용운생은 자신의 귀를 의심할 정도였다 '뭐라구요?' 모용운생은 얼굴 가득히 경악의 빛을 드러내더니 이내 그 놀람 의 빛을 지우며 태연한 어조로 말했다. '소수미흔녀가 여기 있군요?' 렸.怨終焉 27 '와핫핫핫...:..' 만박노조 위송령이 광소를 터뜨렸다. '과연 네놈은 똑똑하구나 부인치 않갰다.' 모용운생은 내심 다급했으나 겉으로는 조금도 내색하지 않고 담 담하게 물었다. '내가 마신 차 속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알고 싶소.' 만박노조 위송령이 대꾸했다. 그거야 어려울 것 없다. 거기에는 기껏 두 가지의 약물이 들어 갔을 뿐인데. 흔기백락산(魂氣塊舊散)과 정흔진백산舊캔벨蹟艦料 의 두 가지이다1' 흔기백락산은 모용운생의 사부인 천부귀옹 해도룡마저도 해독하 지 못해 죽을 뻔했던 절세의 지독(로毒)이 아닌가? '하나는 익히 알겠는데 정혼진백산이라는 것은 무엇이오?' 그럼에도 두 사람이 주고받는 말은 마치 담소하는 것같이 차분 하기 이를 데 없었다. 만박노조 위송령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그것은 노부가 만든 회심의 걸작 중의 하나이지 1 바로 연흔강 시를 만드는 가장 중요한 약재란 말이거든. 그걸 사용하면 연혼강 시 한 구 제조에 오십 년이나 걸리는 것을 겨우 백일로 앞당길 수 있지. ' , 그럼 나를 강시로 만들겠다는 말이오?' 만박노조가 음홍하게 웃었다. '듣자 하니 너는 해도룡의 무공을 완전히 터득해 당금 무림에서 적수를 찾기 힘들다고 하더군. 연흔강시는 환흔강시와는 틀려서 아무나 될 수가 없지 1 현 무림에서 너보다 더 적합한 적임자는 없 다. 흐흐 . 모용운생의 안색은 더욱 창백해지고 진땀이 흘러내렸다. 2 燭렵驚魂 '당신이 무진교를 조종하여 우리 사부님을 암해한 배후인물이 오?" 만박노조 위송령은 태연히 고개를 끄덕였다. 모용운생의 눈에서 분노의 불길이 뻗어 나왔다. '그럼, 백골문주가 바로 당신이오?" 위송령은 약간 흠칫하더니 말했다. '네 녀석이 아는 것이 실로 적지 않구나? 그래. 노부가 바로 백 골문의 제삼대 문주다!" '으 응 모몽운생이 신음을 토해 내자 위송령은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노부가 아는 것은 다 말해 주마. 네가 궁금한 것을 물어 봐라. 네 정신이 사라질 때까지는 얼마 남지 않았으니 ' 만박노조 위송령이 이토록 자신만만하게 모용운생이 중독되었다 고 믿는 것에는 까닭이 있었다. 두 가지 독물이 다 절세지독이라서 공력으로 그것을 예방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모용운생은 가볍게 탄식을 했다. '그럼 묻겠는데, 당신 같은 나이와 명망에 무엇이 부족하여 그 런 짓울 했다는 말이오? 흐흐 그것은 해도룡에게도 책임이 있다. 그는 너무도 특출 나서 노부는 결코 그를 능가할 수 없었다. 한데 노부는 절대로 누 구에게도 지고 사는 성미가 아니었다. 그래서 그의 비밀을 염탐하 러 옥지를 그놈의 문하에 보냈었지! 그런데 그 후에 노부는 우연히 백골진경 두 펀을 얻게 되었단 말이거든. 그것은 정녕 놀라운 무공 들이라 노부는 드디어 해도룡을 이길 수 있다고 느끼게 되었지 ! 한 데. .. . 지난번에 네 녀석에게 이야기했지만 해도룡이 노부에게 말 하길, 강호상에 음모가 있는데 자신이 그것을 발본색원하겠다는 게 아니었겠나 舊.料終焉 281 만박노조는 가볍게 숨을 들이마시더니 말했다. '그 음모란 것이 노부가 주동인데 노부가 어찌 가만있을 수 있 었겠나? 결국 그는 제 무덤을 제가 판 셈이었지." 위송령은 대소하더니 말했다. '한데 노부는 중독된 해도룡과 싸워 보고는 놀라지 않을 수 없 었지. 그놈은 중독된 상태하에서도 노부와 동수였단 말이거든 이것은 노부의 상상과 너무나 차이가 나서 노부는 마침내 그가 컨 설한 혈해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그래야 그를 완 전히 이길 수 있을 게 아니냐?' 모용운생은 내심 어이가 없었다 당금 강호상에 초래된 일대 호겁 (浩劫)이 한 미치광이의 호승심 에서 비롯되었다니 '그래, 지금은 모든 게 뜻대로 된 것이오?' 그야 물론이지 ! 이제 노부가 강호에 나서기만 하면 천하에 누 가 있어 노부를 당할 수 있겠느냐? 반 년 내에 모든 것은 끝장이 나지. 노부는 곧 진정한 무황이 되는 것이다." 모용운생의 안색은 백지장과 같았다. '그럼, 지난날,. 그때 내가 찾아왔을 때 당신이 보여 준 무공 은" '당연히 노부의 본 실력이 아니었지 ! 노부의 실력이 그것뿐이라 면 어떻게 해도룡과 싸우려고 할 수 있을까?' '음-' 모용운생이 가쁘게 신음을 토해 내고는 말했다, '그런데 그때 왜 나에게 무공을 가르쳐 주고 혈해보도마저도 해 석해 준 것이오?" '흐흐 거기서는 노부가 조금 실수 했었지. 노부는 네놈의 재지가 설마 그 짧은 시간에 그것을 모두 터득할 수 있을 정도일 282 獨贊驚魂 줄은 생각지도 못했었거든. 더구나 노부의 무공이 너의 부족된 음 기를 도와 무공을 대성케 해줄 줄은 더 더욱 몰랐지. 위송령은 계속 말을 이었다. "그리고 혈해보도를 네게 준 것은 별다른 것이 없기 때문이었 다. 노부는 이미 그걸 복사해 두었기 때문에 그것이 필요없었고 또 하나는 만약 네가 혈해를 노부보다 먼저 찾아 내게 된다면 노부가 그토록 옛친구를 애타게 찾았으니. 필경 노부에게 찾아와서 결과 를 보고하리라 생각한 거지. 그렇게 되면 하하 지금 그렇 게 되지 않았느냐?' 만박노조 위송령은 통쾌한 듯 웃으며 말했다. '베가 연혼강시가 되면 너는 네가 지닌 모든 무공을 노부에게 털어 놓게 될 것이다, 이토록 간단한 노릇이 세상에 또 어디에 있 겠느냐? 정녕 너무도 빈틈없는 치밀한 계산이었다 참으로 당신은 빈틈이 없군' 모용운생이 기가 막힌 듯 신음하더니 별안간 말끝을 흐리며 몸 이 앞으로 숙여졌다. 드디어 정신을 잃어버리는 것 같았다. 획 ! 그런데 그 순간, 모용운생의 손이 번개같이 만박노조 위송령의 가슴의 화개혈을 노리며 뻗어나는 것이 아닌가. 그 속도는 너무도 빨라서 장세가 미처 펼쳐지기도 전에 손은 이미 만박노조의 가슴 과 불과 한 치 거리로 접근해 있었다. '네게 그런 한 수가 있을 줄 짐작했었다' 만박노조는 태연히 껄껄 웃으며 급히 가슴팍을 두 치 가량 안으 로 수축시키는 동시에 벼락치듯이 모용운생의 손목을 잡아왔다. '나도 그럴 줄 알았지' 모용운생이 냉담하게 내뱉더니 쳐나가던 손을 번개처럼 뒤집어 恩料終焉 28 서 만박노조의 손에 부딪쳐 갔다. 꽝 두 사람의 장력이 맞부딪치자 벼락치는 굉음이 터져 나왔다. 광풍이 일어나면서 방안의 기물이 모조리 날아가고 나동그라졌 다. 벽에 걸려 있던 산수화가 산산조각이 나 흩어졌음은 물론이다 .동시에 모용운생의 몸은 태풍을 만난 가랑잎처럼 붕 떠서 날아갔 다. 펑! 청석을 깎아 세운 석벽이 여지없이 박살이 나면서 모용운생의 몸이 석벽을 뚫고 밖으로 날아갔파. 혈육지구(血肉之鐵가 두께가 한 자나 되는 석벽을 뚫고 나간 것이다. 그러니 그 위세가 어떠했 .으랴 그것은 단순히 가공할 반진력에 의한 것이 아니라. 순전히 모용 운생이 만박노조 위송령의 힘을 이용하여 도주한 것이라고 볼 수 .있었다. 만박노조도 그 순간에 그것을 깨닫고 내심 감탄을 했다. '그놈 참 보통 교활한 게 아닌걸?' 하지만 그는 내심 모용운생이 아직도 내력을 사용할 수 있는데 대해서 매우 놀라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느긋했다. 얼른 쫓아가지 않고 천천히 몸을 일으키는 것이다. 오용운생은 번개같이 석벽을 부수고 밖으로 튀어나가는 동시에 그대로 허공으로 몸을 날리려고 했다. 그런데 그 순간, 무서운 경력이 좌우에서 습래(襲來)하는 것이 아닌가? 그것은 마치 기다리고나 있었다는 듯이 너무도 창졸칸이 .라서 도저히 피할 여유가 없었다. 284 濁뿔驚魂 '하앗!" 모용운생은 짧게 외치며 번개 같은 동작으로 양쪽으로 장력을 쪼개 내었다. 몸을 차 돌리면서 빙 펑 폭음이 잇달아 터지면서 모용운생은 어쩔 수 없이 그 자리에 내 .려서고 말았다. '대체 누가 나의 열화장을 막아 내는 거지?` 모용운생은 비틀거리는 신형을 바로잡으며 눈앞에 늘어선 두 명 .올 쳐다보았다. 이미 증독된 상황에서 잇달아 공력을 사용하자 신 .형을 안정시키기 어려웠다. 그들 중 한 명은 누런빛 가사를 입은 중이었는데 그 신색이 매 우 근엄했다. 나이는 얼마나 되었는지 알 수 없지만 고고한 학과도 .같은 신색으로 보아 득도한 고숭익 행색은 분명했다. 그러나 자애 .하였을 그 얼굴은 마치 청동가면을 쓴 듯 표정이 없었다. 그리고 다른 한 명은 얼굴벚이 붉은 노인인데 검은 장삼을 차려 입은 그의 얼굴은 마치 얼음처범 차갑게 보였다. 그의 등뒤로는 검 .한 자루가 삐죽이 보였다. 첫눈에 그들이 절세고수임을 느낄 수 있는 것은, 금석도 녹여 그을렸을 뿐, 무사 내는 모용운생의 열화장에 겨우 옷자락만 조금 히 그의 진로를 차단했다는 점이었다. '이들은?' 모용운생의 얼굴에 기이한 빚이 스쳐 갔다 하하' 그때 만박노조가 우렁차게 웃으며 걸어나왔다, 짐작하겠나? 그들이 바로 네가 찾던 정사쌍존이라는 리와 검마란 놈이다.' 천룡 대머 .![= 285 모용운생이 비틀거리며 만박노조를 피해 두 사람의 곁으로 물러 서면서 낮게 신음하듯 말했다. '그들은 지금 지금 흑시 강시가 된 것이 아니오?' 만박노조가 웃음띤 얼굴로 대꾸했다. '맞다. 백골문 증의 어느 누구도 성공치 못했던 강시의 최고봉 인 연혼강시다. 저들의 무공에다 연흔강시의 위력이 붙었으니 그 들은 가히 천하무적이랄 수 있지' '오호호호 ." 만박노조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사람의 넋을 빼놓을 듯한 웃 음이 들리며 위송령의 거처에서 엷은 망사를 걸친 여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바로 천하제일미라는 강옥지, 그녀였다. 강옥지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 '너는 매우 기민하구나. 내가 여기에 있는 것을 어떻게 알고 왔 는지 감탄을 금치 못하겠다. 그러나 너는 이미 호랑이 굴에 뛰어들 .었으니 이제 결코 기회가 없을 것이다.' 천하의 절대고수 네 명이 한꺼번에 나타나서 모용운생을 둘러싼 것이다. 그 중 어느 누구라도 흘로 강호를 뒤흔들어 놓을 수 있는 .막강한 실력이 있었다. 실로 그 어느 하나도 가볍게 볼 상대가 없었다. 더구나 지금의 모용운생은 천하의 지독 두 가지에 중독된 몸인 것이다. 모용운생과 천룡상인, 절정검마 종경의 거리가 가장 가깝고 만 박노조와 소수미혼녀와의 거리는 조금 먼 편이었다. 그러나 그 정 .도의 거리는 지금 그들과 같은 사람에게는 한번의 움직임에 불과 .한 거리였다. 모용운생은 창백한 안색으로 전신이 후들거리고 있는데 그 표정 . 獨脣驚魂 은 여전히 담담하여 추호도 변화가 없었다. 실로 감탄하지 않을 수 없는 침착성이었다. 풀썩! 마침내 모용운생이 한쪽 무릎을 끓었다. 만박노조는 빙그레 웃음을 띠고 흡족한 표정을 떠올렸다. 기실, .모용운생이 지금까지 버틴 것만 해도 장한 일이었다 '한 가지. 한 가지만 묻겠소!' 모용운생이 안간힘을 다해 외쳤다. 그의 목소리는 가볍게 떨리고 있어 잘 들어 가 흔들리는 불안정한 상태임을 알 수 있었다. 보면 목소리에 중기 '무림군자란 분이 당신을 찾아가지 않았소?' 모용운생은 강옥지, 그의 할머니를 쳐다보고 말했다 그녀의 모습은 앳된 소녀와 같아서 전혀. 할머니라는 수가 없었다. 기분은 들 강옥지는 흠칫하더니 고개를 끄떡였다. '왔었지. "하하 그 녀석은 노부가 잡아서 흔을 내주었지. " 만박노조가 옆에서 거들었다. 모용운생의 눈에 의흑의 멎이 떠올랐다. '아니? 그럼. 그분이 여기 왔었단 말이오?" 만박노조가 태연히 대꾸했다. 그놈이 어떻게 냄새를 맡았는지 염탐을 하러 왔더군 그래서 하는 바람에 환 그놈도 연혼강시를 만들어 주려고 했는데, 자살을 혼강시나 만들까 생각 중이다.' 모용운생의 몸에 극렬한 진동이 일어났다. 그는 매서운 눈길로 만박노조 위송령을 가증스럽다는 더니 강옥지에게 물었다. 듯 쳐다보 .. 28? '당신도 그분을 만나 보았소?'` 강옥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 그럼, 그럼 나 에 대한 이야 기도 들었겠군 . 그렇소?" 모용운생의 말에 강옥지는 다시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모용운생이 안간힘을 쓰면서 외쳤다 '그런데? 그런데도 아무떻지도 않단 말이오?' 강옥지는 냉소했다. 약빙, 그년이 낳은 자식이 나와 무슨 상관이 있느냐? 너도 그 년을 닮아 사사건건 나에게 반기를 드는데. 내가 일시지간 인정에 .끌려서 네놈을 살려 둔 것이 잘못이었다.' 그녀의 말은 각박하기 이를 데 없어서 전혀 혈육의 정이라고는 찾아볼 수도 없었다. 태연하기만 하던 모용운생의 얼굴에 가벼운 경련이 스쳐 갔다. 그처럼 침착한 그도 더 이상은 참을 수가 없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것은 그의 심중의 분노를 말하는 것이기도 했다 '으 -밝' 그러나. 그것도. 그뿐. 모용운생은 독을 이겨 내지 못하는 듯 손 .으로 바닥을 짚었다 모용운생이 힘겹게 눈을 뜨며 물었다, '그분들. 내 부모님의 시신은 어디 어디에 묻 히. 셨소?' 강옥지가 차갑게 웃었다. '운룡. 그놈은 총단 후원 제가 살던 곳에 묻어 주었지만 그년은 .황야에 버려 늑대밥이 되게 했지' 사갈미인(蛇燭美入) 정녕 그 말은 강옥지를 위해서 만들어 낸 말이 아닐까. 8 濁뿡驚魂 ' 모용운생은 차갑기 이를 데 없는 표정으로 강옥지를 노려보며 내뱉듯이 또박또박 말했다. '당신은. 이제부터 나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사람이오!" 그 말은 너무도 싸늘하여 강옥지는 부지중에 가슴이 섬뜩해졌 다. 마치 천길벼랑에서 떨어지는 느낌이라고 할까? 이미 증독되어 자신의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모용운생에게 .서 그러한 공포를 느킨다는 것은 실로 괴이한 일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강옥지는 내심 자기자신이 무색하여 차갑게 코웃음치면서 모용 운생을 향해 일장을 후려갈기려 했다. 그때, 모용운생이 힘없이 고꾸라졌다. 마침내 독이 발작한 것 같았다. 그런데 모용운생의 머리가 땅에 닿는다 싶은 순간에, 그의 신형 이 무서운 흥광(紅光)으로 화하며 천룡상인과 절정검마를 덮쳐 갔 .다. 그것은 너무도 갑작스럽고 그 기세 또한 천하에 무엇으로도 막 .아 낼 수 없을 만큼 대단했다. 게다가 그 홍광은 사방으로 무서운 불똥을 튀기고 있는데 쇠라 도 녹일 듯한 열기가 방원 삼 장을 뒤덮었다. 이것은 너무도 뜻밖이라 만박노조와 강옥지는 자신도 모르게 경 악의 탄성을 토해 내면서 물러서고 말았다. 차앙 픽 크악1 ' 우욱' 매서운 금속성, 그리고 둔탁한 부딪침이 연이어 터졌다. 뒤를 이어 마치 숨을 끊어 내는 듯한 기이한 비명이 꼬리를 물 었다. 그것은 괴이하게도 고통에 찬 비명이 아니었다. ,꽈.料終焉 289 동시에 하늘을 뒤덮을 듯하던 홍광은 씻은 듯 사라져 버렸다. 무서운 침묵이 장내를 휩쓸면서 빠르게 흘러갔다. 모용운생은 정사쌍존의 가운데 서 있는데, 손에는 붉은빛이 번 뜩이는 단홍검이 쥐어져 있었다 그 검끝은 하늘을 가리키고 있는데 미동도 없었다 그의 좌우에는 정사쌍존이 버티고 서 있는데 모용운생과의 거리 는 제각기 서너 자에 불과했다. 절정검마 종경은 언제 뽑았는지 검을 가슴에 세우고 있는데 그 검은 반 동강이 나 있었고 가슴팍에는 가는 혈흔이 번져 가고 있었 .다. 반대쪽의 천룡상인은 무표정한 얼굴로 가슴에다 두 손을 세우 .고 있었는데 그 자세가 매우 불안정했다. 그의 허리 부분에서도 가 .느다랗게 피가 홀러내리고 있었다. 나온 열기에 모조리 두 사람의 옷은 조금 전 단홍검에서 뺍어 타버린 듯, 거의 형상만을 유지하고 있었다. 무거운 침묵 속에서 모용운생이 검으로 하늘을 가리킨 채 천천 히 몸을 움직여 앞으로 걸어나갔다. 동시에 정사쌍존이 걸치고 있는 옷이 모조리 삭아 내리듯이 허 물어져 내렸다. 그들이 알몸이 된다 싶은 순간에 절정검마는 가슴 .부위가 잘라지며 땅으로 쓰러졌고 천룡상인은 허리 부분이 갈라지 .면서 넘어졌다. 그야말로 일도양단(-7?兩斷)이 된 것이다. 연흔강시의 몸은 검강의 최고봉이라는 검환으로도 파괴할 수 없 는 것인 만큼. 이것은 진정 믿기 힘든 것이 아닐 수 없었다. '설마 네가 중독되지 않았단 말이냐? 그럴 리가" 만박노조가 믿을 수 없는 듯 외쳤다. 모용운생은 싸늘히 미소 지으며 강옥지에게 다가갔다 290 鬪懼理 그의 표정을 봐서는 전혀 그의 허실을 짐작할 수가 없었다. '멈춰라! 정녕 네가 만독불침이란 말이냐?" 만박노조가 모용운생의 앞을 막아서면서 고함쳤다. '와하하하' 갑자기 모용운생이 광소를 터뜨렸다. 동시에 그의 입에서 검은 안개와 같은 기운이 무서운 기세로 만 박노조에게 쏘아 갔다 모용운생의 입에서 검은 기운이 마치 폭포수처럼 쏟아져 나오자 만박노조는 그것이 무엇인지 단숨에 알아 내곤 대경실색하여 황급 .히 몸을 날렸다. 과연 그의 무공은 대단하여 번뜩하는 사이에 이미 .십 장을 물러나 있었다. 그러나 강옥지는 만박노조의 몸에 가려져 무슨 일이 일어난 것 인지 모르다가, 만박노조가 기절초풍하여 피하는 것을 보고 뒤늦 게 상황을 알고는 대경실색하였다. 그 상황이라야 찰나간이지만. 그 찰나간에 그녀의 전신은 그 검 은 안개에 휩싸이고 말았다. 묵운(墨雲}에 휩싸이는 순간에 강옥지 .는 급급히 물러났지만 그 검은 기운에는 모용운생의 진력이 함유 되어 있어서 놀랍게도 그녀의 음부유강을 뚫고 들어왔다 그녀의 음부유강은 속성한 것인지라 아직은 노화순청의 경지에 이르지 않아서 뜻이 이르면 공력이 펼쳐지는 수준은 아니었다. 그 .떻기 때문에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그 검은 기운을 반 모금쯤 홉입 .한 후에야 음부유강으로 몸을 보호하며 그 자리를 벗어날 수가 있 .었다. 정녕 너무도 전광석화와 같은 순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이, 이런 일이 만박노조는 어이가 없는 듯 멍청한 눈으로 모용웅생을 쳐다보았 다. 料料焉 =1 천하에 적수를 찾기 힘든 고수가 순식간에 두 명이 쓰러지고 한 명이 중독되어 버렸으니 실로 기가 차는 일인 것이다. 모용운생은 땅에 쓰러지는 척하면서 머리가 땅에 닿으려는 순간 에 신속하게 품속에서 단흥검을 뽑아 내어, 뇌화검법.중에서 어기 .검법 (御氣劍法)이 포함되어 있는 뇌화경천 (雷火經天) 의 초식으로 .땅을 박차며 번개같이 정사쌍존에게 덮쳐 갔다 원래 그가 땅으로 쓰러진 것은 상대의 방심을 유도하기 위한 것 도 있었지만 다른 하나는 그 쓰러지는 상태를 그대로 덮쳐 가는 기 .세에 이용하기 위해서였다. 평소라면 자세에 영향을 받지 않을 무공의 그였지만 이와 같은 절세고수를 상대함에 있어서는 단 한 순간이 수 있기 때문이다. 바로 생사를 결정할 본래 단홍검은 예리하기 이를 데 없는 데다가 모용운생이 연혼 강시의 위력에 두려움을 느끼고 전신의 태양신공을 모두 투입했으 .므로 그 기세는 가히 경신읍귀 (驚神泣鬼)할 지경이었다. 게다가 모용운생이 단흥검에 운집한 태양신공은 강렬한 화기를 가지고 있는 것이라서 그것은 더욱 단흥검의 기세를 돋우어 정사 .쌍존의 몸에 부딪쳐 간 것이다. 그럼에도 과연 지난날 천하를 독보했던 정사쌍존의 무공은 놀라 .워서 절정검마는 신속하게 검으로 앞을 막아 내고 천룡상인은 장 .으로 검세를 저지하려고 했다. 그렇게 되자 그들 둘에 가해진 모용운생의 공격은 성공할 가능 성이 별로 없을 것 같았다. 한데. 그들은 공격을 막는 동작까지는 .번개같이 취했지만 그 다음에는 그저 멍청히 서 있는 것이 아닌가 ..다시 말해서 순전히 모양만 잡은 꼴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단홍검에는 백사(百邪)를 진압하는 힘이 있어. 연흔강시의 사 292 (料)됨이 그 앞에서 맥을 쓰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순간적이었지만 결과는 지금과 같이 치명적이었다. 단홍검에서 뻗어 나간 검기는 태양신공의 정화(精華) 로써 그 무 서운 화기는 주춤한 그들의 연흔강시공을 깨고 그들의 신체를 마 치 칼로 벤 듯이 녹여 낼 수 있었다. 그러한 이증 삼중의 도움이 있었기에 그들을 처리하는 것이 가 능했지, 그렇지 않았다면 천하의 그 어느 누구라도 결코 연혼강시 ..를 단번에 벨 수는 없을 것이었다. 단홍검은 천부귀옹이 이미 모든 것을 짐작하고 백골문의 사공에 대항하기 위해서 고심하여 만들어 놓은 것이었으니. 과연 사제갈 ..주생증달(死諸葛走오仲達)이라 하여 그 옛날, 죽은 제갈공명이 살 ..아 있는 사마중달을 도망치게 했다, 라는 고사와 같이 천뚜귀옹은 ..이미 죽어서도 만박노조를 능가하고 있는 것이다. 오용운생은 대번에 강적을 물리치고는 만박노조를 향해 냉랭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당신은 우리 사도(師혼가 당신에게 연거푸 두 번이나 당할 줄 알았소? 그가 뿜어 낸 검은 기운은 바로 그가 마신 두 가지 절세독물이 기화된 것이었다. 만박노조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기이한 표정으로 말했다. ,너는 분명히 그 두 가지 약물을 마셨다. 그것은 노부가 다시 개량하여 해독약도 없고 결코 공력으로 항거할 수도 없는 기특(奇 ..特)한 성질이 있는데. 너는 무슨 방법으로 중독되지 않았단 말이 ..냐? "으하하하!' 모용운생이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그는 싸늘한 얼굴로 만박노조를 노려보았다. . 293 '아직도 모르겠나? 당신의 능력이 내 사부님보다 모자라다는 것 ..을? 그러니, 당신은 영원히 사부님을 능가할 수 없지!' 그 말을 듣자 만박노조의 얼굴이 음침하게 변하였다. 그는 원래 천부귀옹에게 심한 열등감을 가지고 있는지라 천하의 ..어떤 욕보다 그 말이 가장 치욕스러운 것이다. '네놈이 해도룡의 진전을 얻었다고 해서 눈에 뵈는 것이 없는 모양이구나! 노부가 네놈의 버릇을 고쳐 주마' 만박노조는 냉소를 터뜨리더니, 멀찍이 서서 일장을 격출했다 모용운생은 만박노조의 장세가 매우 평범한 것을 보고 내심 약 ..간 긴장하면서 단흥검을 뒤집어 뇌화천심을 전개하여 장세를 막아 ..갔다. 그는 검세를 완전히 전개하지 않고 있다가 그의 장세와 마주치 려는 순간에 벼락같은 기세로 만박노조의 장세를 쳐 흐트리며 그 ..를 공격해 갔다. 그 기세는 놀랄 만하여 단홍검에서는 은은한 우레 소리가 들리 면서 무서운 열기가 용광로의 쇳물이 쏟아져 나온 듯이 휘몰아쳤 ..다. 만박노조의 일장은 허초였으며 모용운생의 무공의 척도를 저울 질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는 모용운생이 처음부터 절초를 펼쳐 놀란 망아지와 같이 용 약(勇濯) . 공격해 옴을 보고 네놈이 절학을 얻었을지는 몰라도 경 ..험이 얕아서 역시 별것 아니구나. 라고 생각하면서 마치 유령과 같 ..은 신법으로 모용운생의 검세하에서 벗어났다. 모용운생의 주 검세의 위력은 방원 삼 장 안의 쇠도 녹일 정도 였으며 파생된 검세는 그 일대 이십여 장에 도달하고 있었다. 만박노조가 번개같이 삼 장의 거리를 벗어나자 모용운생의 는 흘연 상대를 잃은 꼴이 될 것 같았다. 검세 2 8 하지만 뇌화검법은 과연 평범한 것이 아니었다. 꽝! 허공을 가르고 말 것 같던 단흥검이 돌연 벼락치는 소리를 내더 니 검끝에서 한 덩이의 불꽃과 같은 흥광을 쏟아 내었다. 그 눈부 ..신 홍광은 마치 번갯불같이 믿을 수 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만박노 ..조의 가슴을 향해 뻗어 갔다. 만박노조는 이와 같은 일이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라 대경실색했다. 쏘아 오는 흥광의 기세가 너무도 신속하여 전혀 피 ..할 여지가 없었던 것이다. '우-야압!' 만박노조는 대갈일성하더니 양손을 교차시키며 반원을 그렸다. 그의 안색은 불그스름한 것에서 청회색으로 변했으며 손바닥에서 ..도 청회색의 기류가 뻗어 나갔다. 꽝! 우릉릉 단흥검의 끝에서 폭사된 뇌화와 만박노조가 뻗어 낸 청회색의 장세가 정면으로 부딪쳤다. 그러자 엄청난 폭음이 터져 나오며 사방은 순식간에 진공상태로 ..변볐다. 무서운 열기와 시체가 썩눈 듯한 악취가 진동했다. 사방을 가리며 삼 장여까지 솟구쳐 올랐던 먼지가 가라앉자 장 ..내에는 믿을 수 없는 광경이 벌어져 있었다. 모용운생과 만박노조는 약 사 장 갸량이나 거리를 두고 있었는 ..데. 그 가운데에 일 장 가량이나 되는 응덩이가 이 척 길이로 푹 ..파여져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파여진 응덩이의 흙은 불길에 탄 ..듯 시커옇게 그을려 있었다. 만박노조는 모용운생이 자신과 비슷한 공력을 보여 주자 믿을 수 없어 눈을 부릅떴다. 恩怨終漏 295 '이놈이 어떻게 해서 이와 같은 공력을 지니고 있단 말이냐? 천 부귀옹 그놈에게 정녕 경천위지 (經天緯地) 의 재주가 있어 이와 같 ..은 기적을 만들 수 있단 말인가?' 모용운생 또한 긴장됨을 금할 수 없었다. '저 노괴가 창졸간에 발한 공력이 이 정도이니, 그녀보다 공력 이 높은 것이 사실인 것 같다. 뇌화천심을 막아 낸 것이 도대체 무 ..슨 공력일까?' 모용운생이 천천히 미끄러져 만박노조 위송령에게 다가가며 말 했다. '방금 당신이 전개한 것이 흑시 백골문에서 절전되었던 백골부 시음공(白骨腐屍陰功)이 아니오?' 만박노조는 내심 가슴이 섬뜩했다 '요놈의 자식이 도대체 모르는 게 없구나!' '제법 보는 눈이 있구나. 맞다1 지난 삼백 년 간 백골문에 전하 지 않던 백골부시음공이다. 노부는 이 무공을 연성했으므로 백골 문을 정식으로 강호에 출범시킬 작정이지 한데 네놈이 조금 전에 펼친 그것이 혈해의 무공이냐?" 백골부시음공은 그야말로 명실공히 사도무학의 최고봉이었지만, 그 익히는 방법이 너무나 패또적이고 힘들어 익히려는 사람조차 없었다. 밤마다 백골과 반쯤 썩어 가는 시체의 정기(精氣)를 홉수해야 하며 한번 사용한 백골과 시체는 다시 사용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더욱 사람으로 하여금 익히기 힘들게 하는 것은 그 기간이 거의 백 ..년이나 걸린다는 것 때문이다. 사람이 백년을 살기도 어려운데 어찌 그런 무공을 익히려고 하 겠는가? 만박노조 위송령이 이 무공을 익힐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천부귀옹에 대한 호승심이 있었기에 가능하였다. 29 獨삼驚魂 그렇다고는 하지만 역시 그는 대단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모용운생은 설마 했는데 상대가 수월하게 대답하자 내심 간담이 서늘해졌다, 그것은 정녕 무서운 무공이기 때문이다. 정(正)이 극(極)에 이르면 반(反)이 되듯 사공(邪功)도 그 최고 의 절정에 이르면 정종심법에 해당하는 위력을 지닐 수 있었다. 물 ..론 그 정도에 이를 수 있는 사공이란 것은 극히 드물고 그것을 그 ..정도로 수련한다는 것은 더욱 힘들었다. 그러나 지금 만박노조의 기색에 청회색의 음침한 기운이 보이기 는 하지만 전혀 사악함을 찾아볼 수 없음은 그가 바로 그러한 경지 ..에 이른 것을 말해 주고 있는 것이다. 물론 초보단계에서도 저와 같은 현상이 나타날 수 있지만 그때 는 공력이 낮아서 그런 것일 뿐이다. 만박노조와 같은 대마두가 공 ..력이 낮아서 그런 현상이 일어난다고 누가 생각이라도 할 수 있으 ..랴. 모용운생은 오늘의 일전에 향후 무림의 향방이 걸려 있음을 절 감하고는 전신에 태양신공을 운행하면서 말했다. '당신이 백골부시음공을 그 정도로 수련하려면 시체를 층당하다 못해서 산 사람도 죽여서 수련했을 테니, 그 죄가 하늘을 찌르고도 ..남을 것이오. 위노적 ' 모용운생은 위송령을 늙은 도적 놈이라고 부른 후, 차갑기 이를 데 없는 음성으로 외쳤다. '너는 오늘 죄값을 받게 될 것이다! 위노적 !' 모용운생의 무공은 이미 천인합일에 도달하여 도 태양신공이 순환하고 있었다. 운공을 하지 않아 그런데. 거기다가 공력을 운행하자 전신의 태양신공이 마치 격 류와 같이 순환하면서 놀라운 내력을 샘솟듯 생겨나게 했다. 모용 ..운생의 전신에서는 태양벚과 같은 광채가 층만했고 텅 빈 오른쪽 ..恩料終焉 2 소매는 저절로 펄럭였다. 만박노조는 모용운생이 자신을 계속해 늙은 도적이라고 함부로 매도하자 불같이 노했다. '네놈이 해가 놈의 진전을 어떻게 받아서 그토록 개망니니 같더 ..란 말이냐?' 위송령은 벼락치듯 외치며 동시에 백골부시음공을 쏟아 내었다 ..이번의 일격은 백골장(白骨掌)까지 응용한 것이라 그 위력이 용 ..운생 주위 오 장까지 파급되었다. 지금 모용운생이 서 있는 곳은 화단이었는데 위송령의 장세에 곁의 화초가 스치기만 해도 시드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흔적도 없 ..이 스러지고 있었다. 모용운생은 이 광경을 보고 혈해유룡보(血海遊龍步)의 신법으로 번개같이 오히려 그 장세 속으로 뛰어들면서 연달아 이십칠 검을 광풍폭우와 같이 쏟아 내었다. 그러자 흥광이 노한 파도와 같이 일 ..어나며 위송령의 장세를 마구 쳐 흐트리는데 그 기세는 사납기 짝 ..이 없었다. '이거 봐라, 위송령은 크게 놀라서 전신의 백골부시음공을 최고로 끌어올리 며 방금 펄쳐 냈던 백골음풍(白骨陰鵬의 초식을 번개같이 음흔유 ..전(陰魂流轉)의 초식으로 바꾸며 모용운생의 검세에 정면으로 마 ..주쳐 갔다. 그가 전력을 다하자 그 위세는 놀랍기 이를 데 없어서 순식간에 ..열세를 만회하고. 금방이라도 모용운생의 검세를 파괴할 것만 같 ..았다. 그러자 모용운생은 크게 호통을 치면서 단흥검을 거꾸로 돌리면 ..서 뇌화검법의 제삼초인 뇌화요진을 전개했다. 이 뇌화요진은 유(柔) 자와 진(振) 자의 두 가지 비결로 이루어 ..298 燭랄驚魂 진다. 모용운생은 그 중 유 자 비결의 위력을 감소하고 뇌화요전의 ..초식을 펼쳐 낸 것이다. 탁 가벼운 음향과 더불어 불덩이와 같은 검광이 무서운 기세로 위 송령의 음혼유전의 장세를 거슬러 올라갔다 위송령은 무서운 열기가 자신의 장세를 파괴하며 거슬러 올라오 자 대경실색하였다. 그 순간, 척태껏 소매 속에 있던 그의 왼손이 번개같이 튀어나 오며 거슬러 올라오는 열기들을 향해 일장을 내갈겼다. 칙 기이한 음향이 들리며 그의 왼손이 번개같이 모용운생의 검세를 뚫고 단흥검과 부딪쳤다. 창 귀청이 찢어지는 듯한 음향이 터지며 모용운생과 만박노조 위송 령이 중심을 못 잡고 잇달아 뒤로 진퇴했다. 모용운생은 만박노조가 맨손으로 자신의 단홍검을 막아 내자 놀 라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 '아무려면 단홍검을 맨손으로 막아 낼 수가 있다는 말인가? 믿 을 수 없다' 그러나 그 의문은 금세 풀리고 말았다. 만박노조 위송령의 왼손에는 은빛 찬란한 갑조(甲爪)가 끼워져 있었다. 알고 보니 위송령은 손에 그걸 끼고서 모용운생의 단흥검 ..을 막아 낸 것 같았다. 한편 만박노조도 크게 놀라서 자신의 갑조를 들여다보고 있었 다. 그가 손에 낀 것은 백골신조(白骨神爪)로서 강함과 부드러움이 ..함께 있어 결코 파괴되지 않는 것인데, 두 개의 가는 금이 거기 나 ..있는 것이다. 舊.怨料焉 29 위송령은 모용운생에 대해 두려움과 공포가 치미는 것을 절감했 디 '저놈을 그대로 두었다가는 내 평생의 모든 심혈이 물거품으로 돌아가겠다1' 위송령은 살기를 떠올리며 모용운생에게 접근해 갔다. 모용운생은 그에게서 무서운 살기가 뻗쳐 옴을 느끼고 그의 기 세와 결합하기 전에 그를 공격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때. 어디선가 고함 소리와 싸우는 소리가 은은히 들리면서 산 아래와 왼쪽에서 동시에 불이 일어나는 것이 아닌가? 이것은 실로 위송령의 가슴을 섬뜩하게 하기에 족한 것이다. 그곳은 바로 그가 심혈을 기울여 길러 내고 제련한 백골문도들 이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곳에 있는 인원 중. 사분의 일 정도가 무공을 사용할 수 있고 나머지는 모두 동면상태에서 무공을 쌓고 있어서 전혀 자위의 방 법이 없기 때문에 그 사분의 일 정도의 인원.1 격패되면 백골문은 ..일어나기도 전에 패망하여 버리는 것이다. '네놈은 도대체 누구와 여기로 왔느냐?' 위송령이 노기 어린 음성으로 다급히 외쳤다. 그러나 단신으로 이곳에 온 모용운생이 어떻게 그것을 알겠는 가 . 하하 그럼 내가 일을 그토록 간단히 처리할 줄 알았소? 백 골문은 일어서기도 전에 이미 끝났소1" 모용운생의 이 임기응변은 대단한 효과가 있어서 위송령은 꽁무 니에 불이 붙은 듯 다급해졌다. 모용운생은 상대의 마음이 분산되어 기세가 크게 약화되었음을 알고 혈해유룡보를 펼쳐 번개같이 위송령에게 접근하면서 뇌화천 ..심의 일초를 펼쳤다. 50 獨뿔驚魂 획!획 , 무서운 파공음이 터져 나왔지만 이미 그 초식의 무서움을 맛본 적이 있는 위송령은 코웃음을 치면서 오른손으로 검세를 약화시키 ..고 왼손의 백골신조를 사용하여 귀조색흔(鬼爪索魂)의 일식으로 모용운생의 검을 낚아채려고 했다. 절정의 고수들에게 한번 노출된 초식이란 것은 제아무리 완벽해 도 결점을 찾을 수 있기 때문에 모용운생이 같은 초식을 펼쳐 공격 ..해 오자 선기를 잡으려 했기 때문이다 그러자 일진의 음풍이 소용돌이치면서 순식간에 사방에 조영( 影)이 가득 차면서 오용운생의 검세에 정면으로 맞서 갔다. 모용운생의 몸은 한덩이의 흥광으로 감싸였고. 위송령의 몸은 청회색의 기체로 감싸여 제아무리 안력이 좋아도 그들이 사람임을 ..알 수가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모용운생은 이미 그것을 계산에 넣고 있었는지 그가 덮 쳐 오자, 뇌화천심의 초식이 미처 전개되기도 전에 번개같이 제오 ..초 뇌화상충(雷火相衝)으로 초식을 변경하여 연달아 십팔검을 마 ..치 폭포수처럼 쏟아 내었다. 그 십팔검은 위송령의 허를 노리고 번개같이 펼쳐졌으므로 그 위세가 태산과 같고 열기는 천하를 태울 듯 방원 십칠팔 장 가량을 ..뒤덮었다. 위송령은 아차, 했으나 이미 선기를 빼앗긴 터라 방어에 급급할 뿐이었다. 전개되어 완전히 펼쳐질 뇌화검법의 가장 커다란 특징은 초식이 무렵에 무서운 폭발력이 생기는 것이다 위송령 또한 회대의 효응(臭雄)인지라 하고는 초식이 다 볕쳐질 무렵, 전력을 다음에 유령신법 (幽靈身法)으로 번개같이 그것을 재빠르게 간파 다해 백골신조를 쳐낸 모용운생의 검세를 째 恩料終焉 31 고 피해 나갔다. 꽝 우르르 섬창과 함께 경천동지의 폭음이 터졌다. 위송령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자 단홍검의 검세가 위송령의 뒤에 있던 집채만한 바위를 후려갈긴 것이었다 그러자 그 바위는 마치 두부를 쪼개듯 반 쪽이 나서 좌우로 벌 어지는데 그 형체가 어른어른한 것이 분명치 않았다. 바위조차 태양신공의 열기에 녹는 것이다. 그러나 모용운생은 바위를 친 순간에 등뒤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것을 느꼈다. 무서운 암경이 어느새 위송령이 귀신과 같이 뒤로 돌아간 것이다. 모용운생은 혹의를 펄럭이며 번개처럼 날아올라 허공에서 몸을 뒤집음과 동시에 제육초인 뇌화경천의 초식을 발휘하며 한 덩이의 ..흥광으로 화하옇 위송령에게 덮쳐 갔다. 위송령은 자신의 일초가 무위로 돌아가고 도리어 모용운생이 덮 들어오는 것을 쳐 오는데 그 무서운 열기가 백골부시음공을 뚫고 느끼곤 대경실색하여 소리쳤다. '네놈이 죽음을 자초하는구나!' 쨍쨍 1 파파파 팍 연달아 격렬한 금속의 부딪침 소리가 들렸다 싶은 순간. 가벼운 음향과 함께 두 사람이 제각기 갈라졌다. 눈부신 홍광과 청회색의 기체가 사라지고 두 사람의 형체가 분 명히 드러났다 띠고 있는데 그의 옷자락은 파괴되어 손가락이 두 개나 위송령은 두 눈 가득 놀람의 빛을 시커옇게 탔으며 왼손의 백골신조는 날아가고 없었다. 02 같았지만 그것은 신속하기 이루 말할 수 없어서 눈 한번 깜박일 시 ..간도 되지 않았다. 펑, '아악!' 처참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동시에 한 인영이 백골부시음공에 격증되어 십여 장 밖으로 내 동댕이쳐지며 순식간에 부패되어 녹아 버렸다. 만박노조 위송령이 경악에 찬 눈을 부릅떴다. '네년이!' 우-우-응! 동시에, 벼락치는 듯한 소리가 하늘을 진동하듯이 들리며 무서 운 열기를 동반한 붉은빛 검광이 천지에 가득 찼다. 한 가닥 검광 ..은 두 가닥의 검광이 되고 두 가닥 검광은 네 가닥이 되고 네 가닥 ..은 다시 그 기세는 마치 폭죽이 연속으로 터지는 것 같았다. 그것이 바로 뇌화검법의 마지막 제칠초인 뇌화파천황(雷火破天 料 이었다. 만박노조의 무공도 이미 의형수형의 경지에 있었지만 전력을 쏟 아 내자마자 이런 지경을 당했으니 다시 내력을 모으고 초식을 변 ..경할 여유가 없었다. 그대로 백골 진혼의 초식을 뻗어 내면서 뒤이어 솟아나는 백골 부시음공의 진력을 깡그리 토해 내었다. 꽝꽝 우르르릉 마치 하늘에서 그 자리에 날벼락을 친 듯 엄청난 굉음이 터져 나오고 섬광이 번쩍였다. 동시에 사방으로 무서운 열기와 음풍이 휘몰아치는데, 그 세력 4 18 은 마치 태퐁과 같아 거목이 뿌리째 뽑히고 바위가 ?이고 부서져 ..날아갔다. 더욱이 놀라운 것은 살아 있는 것은 모조리 그 태풍 같은 기세 에 휘말리자마자 썩고. 타고, 녹아 버려 형체조차 찾을 수 없게 되 ..는 것이었다. 그 세력은 방원 백 장이나 되는 엄청난 넓이의 공간 ..을 완전히 초토로 만들었다 만박노조의 초가들은 물론이고 화단과 약초들도 형체조차 남기 지 못하고 날아갔다. 무림 사상 수천 년 이래 다시 보기 힘든 두 고수의 전력대결은 이토록 기적과 같은 무서운 결과를 낳은 것이다. 잠시 후 사방의 경물이 희미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산발이 된 머리에 가려 그 모습은 보이지 않았으나 찢겨진 흑의 와 바람에 펄럭이는 한쪽 옷소매는 그가 다름아닌 모용운생임을 말해 주고 있었다. 그의 손에는 홍광이 감돌고 있는 단흥검이 들려 있는데 그 끝은 한 치 가량이 떨어져 나가 검의 길이가 조금 짧아졌다. 모용운생은 단홍검을 품속에 넣으며 중얼거렸다. '그녀가 무엇 때문에 나를 구했단 말인가" 불어 오는 바람에 흩어진 머리카락 사이로 모용운생의 얼굴이 매우 창백하고 입가에는 선혈이 흐르고 있는 것이 드러났다 그의 의문은 당연했다. 모용운생이 절대적인 위기를 맞았을 때 느닷없이 강옥지가 옆에 서 뛰어들면서 그녀의 몸으로 막아 주었던 것이다. 그 순간 모용운생은 공력을 회복하고 뇌화검법의 최고정화인 뇌 화파천황으로 만박노조, 아니 백골문주인 위송령을 공격해 갈 수 ..있었다. 백골문주 위송령의 무공은 가히 천하독보의 경지였다. 舊料焉 35 그는 그 가공할 무공으로 백골부시음공을 쏟아 내어 모용운생의 ..검세 대부분을 저지하는 데 성공했지만. 그 엄청난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부러져 튀어나온 단홍검의 검끝에 복부의 관원혈(關元穴) ..이 께뚫리면서 전신의 백골부시음공이 파괴되고 말았다. 그러자 ..그의 몸은 이미 무서운 폭퐁이 되어 있던 태양신공과 백골부시음 ..공에 휘말려 날아가면서 순식간에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고 말 ..았다 이떻게 천하의 거마는 시체도 남기지 못하고 죽어 갔다. 하지만 소수미혼녀 강옥지가 그 가운데 뛰어들어 몸으로 위송령 ..의 공세를 저지하지 않았다면 그것은 모용운생일 수도 있었다. ..그녀가 모용운생의 목숨을 구하게 된 동기는 대략 이러했다. 원래 그녀는 모용운생에 의해 독기에 증독되자 운기조식하여 독 ..기를 몰아내려고 했지만 그것은 불가능했다. 천부귀옹 해도룡조차 초반에는 해독하지 못했던 것을 그녀가 어 ..찌 해독할 수 있겠는가. 체념을 한 그녀가 눈을 뜬 순간에 모용운생이 결정적인 위기를 ..맞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 순간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무의식 ..중에 음부유강을 돋우며 모용운생의 앞으로 뛰어들었다 왜 그런 일을 했는지는 그녀도 알지 못했다. 그러나. 아마도 죽는 순간에 그녀는 알아 냈으리라. 죽음을 각오한 그녁에게 모용운생은 자신에게 있어 단 하나밖에 ..없는. 그야말로 유일무이한 혈육임을... 사람이 죽음 앞에 서면 진실해진다고 한다. 과연 그녀도 그러했던 것일까. 생각을 굴리고 있던 모용운생은 문득 눈이 부심을 느꼈다. 해가 지고 있었다. 濁았驚魂 그 찬란한 석양(夕陽)이 그의 눈을 부시게 만든 것이다. 모용운생은 문득 정신을 차리고 사방을 둘러보았다. 조금 전에 싸움 소리가 들리던 곳에서는 어쩌다 간간이 소리가 ..들려 을 뿐, 불갈은 더욱 거세지고 있었다. 그것은 그곳을 습격한 ..사람들이 승리한 것을 의미하고 있었다. 방어하는 쪽이 이겼다면 불을 끌 것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상천기가 이번 일을 지휘했으리라. 하지만 상천기가 아니라도 상관없었다. 천하의 효웅 만박노조 위송령은 죽었고 그에 따라 백골문은 패 망했다. 그리고 이제 아마도 영원히 백골문은 세상에 나타나지 못 ..할 것이다. . 모용운생은 누가 오기 전에 이곳을 떠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더 이상 번거로움은 싫었다. 마침내 모용운생은 무거운 발길을 옮겨 기산을 떠나기 시작했 다. 사위는 조금 전의 참경을 잊은 듯 노을에 물들어 가고 있었다 그 타는 듯 붉은 노을 속으로 모용운생은 사라지고 있었다. 텅 빈 한쪽 소매를 바람에 날리면서 그는 이제 어디로 갈 것인가? 그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는 억운제로 돌아갈 것인가. 아니면 혈해로 돌아갈 것인가? 그도 아니면 어쩌면 모용운생 자신도 알지 못할 것이었다. 그러나 어쨌든 그는 이 타는 듯 붉은 노을 속으로 사라져 가고 있었다. 그가 처음 나타날 때도 이 노을은 그토록 유난히 붉어 마치 피 바람이 불 것을 예고하는 듯했다. 恩怨終焉 7 지금 이 노을 또한 유난히 붉었다 그러나 석양이 기울어짐에 따라 노을은 스러져 바람이 이제는 종식된 것을 말해 주는 것 같았다. 가고 있어 그 피 모용운생의 몸은 까마득히 노을 속으로 묻혀 가고 있었다. 어디선가 길게 말 우는 소리가 들렸다. <大 尾>